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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시각] 지하철 본선개통의 신화와 안전/임태순 지방자치뉴스부장

    광복 60년이 됐지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철도를 보면 1945년 이후 신설 노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프라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건설됐다. 대륙으로의 물자수송을 위한 병참 목적이었겠지만 최근 복선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문산 구간도 이미 일제 때 계획됐었다. 그러다 보니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많이 전수됐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어떤 일이 있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는 ‘본선개통의 신화’다. 일본인들은 철도기관사들에게 연료가 떨어지면 천황을 위해 자신의 몸을 화차에 던져서라도 기차를 운행하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철도 역무원들은 정시 운행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다고 한다. 철도 종사자들이 초기 지하철 운행을 담당함으로써 본선개통의 전통은 자연스레 지하철로 옮겨졌다. 지하철 관계자들은 연초에 광명역에서 발생한 방화에 의한 지하철 화재사고도 이러한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당시 광명역장은 불 붙은 전동차가 역사로 들어오자 소화기로 진화에 나서 불을 끈 뒤 곧바로 전동차를 운행시켰다. 운행을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잠재의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역장으로선 새해 벽두부터 지하철 사고가 나 정상운행이 안 됐을 때 돌아올 승객들의 비난도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불씨는 완전히 잡히지 않아 전동차에서 다시 불이 나고 말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전에 무감각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본선개통의 전통은 일제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승객들이 조장한 측면도 적지 않다. 비행기, 기차 등의 연발착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이 우리들이다. 러시아워에 전동차가 늦게 오면 역무실로 달려가 분풀이를 하거나 심하면 유리창을 부수는 등 소란을 피운다. 서울 시티투어 버스는 시내 명소를 순회해 외국인들의 인기가 높다. 시티투어 버스 여승무원은 교통정체 때 외국인과 한국인 승객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버스가 정체돼 미안하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당신 책임이 아니지 않으냐면서 조용히 기다리는 반면 내국인들은 왜 이렇게 길이 막히느냐며 짜증을 낸다. 지하철사고가 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경우 지하철이 늦게 오면 줄을 흩트리지 않고 기다린다고 한다. 도시철도 공사 관계자가 프랑스 지하철을 방문, 전동차가 늦어져 승객이 소동을 부릴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고 묻자 승객의 안전을 위해 지하철을 고치고 있는데 왜 소란을 부리느냐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본선개통이라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남겨준 일본도 프랑스와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에 부임한 도쿄신문 서울특파원 나카무라는 지하철이 고장나면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 정상소통이 되면 역무실에서 지각증명서를 발급받아 간다고 했다. 대구지하철사고, 광명역사고 등 각종 사고를 통해 지하철 안전망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가연성이 있는 시트가 불연성인 철제의자로 바뀌고 지하철 경찰, 지하철 소방서의 설치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만으론 한계가 있다. 개인이 부주의하면 언제든 사고는 발생하기 때문이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제 본선개통의 신화도 깨져야 한다. 승객들도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에는 불편을 감내하는 인내를 길러야 한다. 임태순 지방자치뉴스부장 stslim@seoul.co.kr
  •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월드 이슈] 교육개혁 몸살

    주요 선진국들이 교육 개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70∼80년대의 정서를 반영한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교육은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양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정책 전문가들은 교육의 ‘현대화’를 내걸고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학생들의 질적 수준 하락도 감안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미국의 고등학교는 폐물이 됐다.”면서 오늘날 필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고교 교육의 전반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는 법. 프랑스에선 고교 졸업 전에 한 번만 치러 온 대학입학 자격시험(바칼로레아)을 연중 상시평가 체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의 교육개혁안에 학생들이 반발하며 거리 시위까지 나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 佛 대입자격시험 상시평가 진통 |파리 함혜리특파원|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프랑스 고교생들은 하원 표결을 전후한 1일과 3일에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교육개혁안의 철회와 프랑수아 피용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하원은 2일 찬성 346, 반대 178로 피용 장관이 제출한 교육개혁 법안을 승인했다. 물론 대부분의 찬성표는 집권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이른바 ‘피용 법안’의 골자는 ▲지식과 경쟁력을 위한 공통 필수과목 이수 ▲한 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 확보 ▲컴퓨터 등 정보분야 기술의 습득 ▲초등학교에서의 프랑스 국가(라 마르세이예즈) 습득 의무화 ▲고교 졸업시험 성적에 상시시험 성적 추가 등이다. 이 중 고교생들의 집중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상시시험 성적의 추가 부분. 피용 장관은 당초 2007년부터 바칼로레아의 시험과목을 12개에서 6개로 줄이고, 횟수도 1회에서 연중 수시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가 이같은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바칼로레아 항목은 삭제했지만 고교 상시평가 시스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피용 장관은 하원 표결을 앞두고 국영 프랑스2 TV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교육개혁 법안을 철회하는 것은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별도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은 교육제도 때문에 교육이 마비된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체제는 학생들의 규칙적인 학습과는 거리가 멀어 영·미권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도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학생들은 시험 방식이 개편되면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지방 학생들이 불리해지며 결과적으로 계급 격차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독립적인 민주화 고교생 연합(FIDL)’의 샤를로트 르 프로보스트는 “피용 장관은 조항을 약간 수정하고, 약간 양보하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며 “개혁안을 완전 철회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시킬 추가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상원 심의에 앞서 오는 8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lotus@seoul.co.kr ■ 美 낙제학생방지법 4년째 공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미국에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포괄한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4년째 논란이 되고 있다. ‘NCLB’는 미국 학생의 학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1월 공교육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시행에 들어간 교육 개혁법이다. 이 법안은 저학년, 저학력 학생의 영어, 수학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3학년은 모두가 영어를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9100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한국의 초·중등)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2과목에 대해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 평균 성적이 2년 이상 각 주가 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폐교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각급 학교에 대한 연방정부의 엄격한 간섭이 오히려 저학년의 학력을 떨어뜨리는 ‘하향 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반발이 생기고 있다. 미 50개주의 주의회 의원 7313명으로 구성된 전미주의회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사들은 각 주 교육부가 획일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수준’을 충족시키느라 힘겨워하고 있다.”며 “일단 이 기준을 통과하는 데 지친 교사들은 그 이상의 질 높은 교육을 시킬 의지를 잃게 된다.”며 즉각적인 법 개정을 촉구했다. 올해 초에는 부시 행정부가 이 법이 성공적이었다고 홍보하기 위해 일부 언론인을 ‘매수’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이었으며 이달 들어서도 의회의 2007년도 예산 승인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과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는 주정부는 이 법이 효과가 없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 교육예산을 삭감해 이 법의 개혁취지조차 퇴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50개 주를 대표하는 전미주지사 협회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등학생 10명 중 4명은 대학이나 기업이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를 성토했다. dawn@seoul.co.kr ■ 日 초·중생 수업시간 확대 논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도 초·중등 교육개혁이 진통을 겪고 있다.‘여유(유도리)교육’을 실시한 뒤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조사결과가 지난해 말 나오자 교육 최고책임자가 전면수정 방침까지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번복하는 등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77년 이후 학생들을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해방시키겠다면서 ‘표준 수업시간’을 줄곧 줄여오다,2002년에는 주 5일제 수업 실시 등 ‘종합학습’이란 이름으로 전면적인 여유교육을 실시했다. 여유교육은 학생들에게 체험·탐구 학습 등을 시켜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나갈 능력을 갖게 하자는 것이 취지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교실에 잡아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교육당국은 지난해 말 국제학력평가조사 결과 일본 고교 1년생의 독해력과 수학의 학력저하가 드러난 데 이어 초·중학생들의 학력저하도 확인되자 즉각 여유교육의 전면손질 방침을 들고 나왔다. 교육정책의 최고책임자인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조사결과가 나온 뒤 잇달아 초·중 학교의 수업시간을 조정, 국어·수학 등 기본 교과목의 수업시간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또 올 가을까지 주 5일제 수업 부활 등 여유교육의 전면 수정을 시사, 일부에선 폐지론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선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종합 학습능력 평가를 자치단체 단위로 부활시키려고 하는 등 교육현장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모든 학교가 공통시험을 봐 학력을 비교하는 전국 학력시험의 부활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자 일선 교육현장에서 반발도 심해졌다. 학력저하는 학습의욕과 성취동기를 부여하지 못한 사회풍조의 문제일 뿐 여유교육 실시와는 관계가 없다는 논리다. 여유교육의 본격시행 3년 만에 한 차례 순위가 떨어졌다며 소동을 벌이는 것도 근시안적이라고 반발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지난달 “학생들이 여유교육을 통해 하고 싶은 이것저것을 하도록 해야 학교가 싫어지는 어린이가 없어진다.”며 여유교육에 힘을 실으면서 폐지론에 쐐기를 박았다. 이에 나카야마 문부과학상도 지난달 20일 여유교육을 폐지하지 않겠다고 급선회했다. 다만 학력향상을 위한 수업시간 증가나 수업 내용의 변화는 필요하다고 절충점을 제시, 추후 결론이 주목된다. taein@seoul.co.kr ■ 英 대입시험·직업교육 부실 쟁점 영국에선 대학입학 평가시험의 공신력 추락과 직업교육 부실화가 교육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관련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14∼19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직업교육 강화 방안을 담았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의 폐지 요구가 거센 ‘GCSE’와 ‘A-Level’이란 평가 체계는 그대로 둔 ‘땜질 처방’이란 비판 여론이 드세다. GCSE는 중등교육과정을 마치면 치르는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이다. 실업학교가 아닌 대학진학을 위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수학 등 일부 과목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또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얻어야 한다. 한편 A-Level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료해야 할 2년 과정의 명칭이자 졸업전에 치르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 겸 대입시험이다. 두 가지 과정과 관련, 그동안 학점 인플레이션과 직업교육 부실이 지적되어 왔다.GCSE에선 본래 ‘A’가 최고 점수였으나 A를 획득한 학생 수가 크게 늘면서 1994년 궁여지책으로 A 위에 A*를 두었다. GCSE를 마치자마자 취업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GCSE 과정이 부실해 근로자의 수학과 영어 등 기본지식이 형편없다.”는 업계의 불만이 증가해왔다.A-Level 역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높아졌고 시험 신뢰도는 추락해왔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대학들은 아예 자체 시험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A-Level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집권 노동당의 의뢰를 받은 마이크 톰린슨 전 교육감과 교육 평가단은 GCSE와 A-Level을 폐지하고 새로운 평가체계를 만들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GCSE의 수학교육 강화, 대학강의 방식의 A-Level 수준 향상 등을 제시했지만 기존체제 유지를 위한 미봉책이란 반발을 사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인간시대] 인천경찰청 박경호 경사

    [인간시대] 인천경찰청 박경호 경사

    범죄예방 전도사로 나선 박용호(표지49) 인천지방경찰청 경사. 지난 10년 동안 160여회에 걸쳐 각급 학교·사회단체 등에서 강연한 그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 범죄를 성인 범죄와 같이 취급하다 보니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지난해 12월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청천중학교의 한 교실에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한 40대 남성이 들어섰다. 헐렁한 양복, 짙은 분장,‘꺼벙이 안경’, 머리를 덮은 빨간 수건. 영락없이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피에로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희극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폭력 예방’이라는 살벌한(?)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시간이 좀 지나 분위기가 산만해지자 강사는 갑자기 머리를 덮은 수건을 벗었고, 이내 ‘뭘봐’라고 쓰인 대머리 가발이 드러나자 학생들은 뒤집어졌다. 강연이 끝날 무렵 또다시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려지자 강사는 인상을 쓰면서 웃옷을 벗고 돌아섰고, 드러난 맨살에 ‘졸면 맞는다’라고 쓰여 있어 아이들은 다시 자지러졌다. 이날 폭소를 수없이 자아낸 광대는 다름아닌 현역 경찰관.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박용호(朴龍鎬·49) 경사는 지난 2001년부터 이같은 복장을 하고 초·중·고교생 등에게 범죄예방 강의를 펴왔다. “한 학교에서 강연을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소란스러워 시선을 집중시킬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내용이 좋아도 아이들이 듣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박 경사가 범죄예방 전도사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이보다 훨씬 오래 전으로,1995년 경찰 최초로 청소년지도자 2급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생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강좌는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 각급 학교는 물론 사회단체·행정기관·연수원 등에서 160여회나 강연했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도 경찰의 중대한 임무라고 생각해 한 시간의 강의를 위해 강력사건 1∼2건을 해결하는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그는 대상에 맞는 강의를 펴는데,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원조교제, 인터넷 성매매 등에 대해 왜 안 되는지를 충분한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가 강의를 통해 진정으로 알리고 싶은 메시지는 “잠깐의 허상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긴다는 것과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 그러나 박 경사가 처음부터 말로만(?) 하는 역할을 해온 것은 아니다. 그는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강력반 형사 출신이다.1986년 무도경찰로 경찰에 입문,89년 인천부평경찰서 강력반에 배치된 뒤 91년까지 3년 연속 범인 검거실적 1위를 차지한 강골이다. 태권도 4단, 유도 5단, 검도 1단, 격투기 5단 등 총 15단의 뛰어난 무도인이기도 하다. 그는 92년 여고생 성폭행 살해사건 수사 도중 과로로 쓰러져 만성간염 판정을 받은 뒤 근무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받았다. 일이 사람을 변화시키듯 자리를 옮기고 나서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자신을 비롯한 우리 사회가 청소년범죄를 성인범죄와 똑같이 취급하고 격리시키는 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검거’에서 ‘예방’으로 전공(?)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이같은 차원에서 96년부터 출소한 소년범들을 모아 태권도를 가르치고 복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청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97년 부평관내 청소년 범죄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23%나 줄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98년 청룡봉사상을 받고 경사로 특진됐다. 박 경사의 활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틈나는 대로 아내 및 자녀와 함께 지체장애인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부평구 부개동의 ‘은광원’을 방문, 생활용품을 지원한다.89년부터 16년째 모 중학교에 분기별로 장학금을 내는 선행도 은밀하게 펼쳐왔다. 박 경사에게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후배 경찰들을 교육시켜 더 많은 ‘청소년 지킴이’를 배출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전교육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소지가 많은데 그럴 만한 재원이 없어 아쉽다.”는 그는 “주위의 조그마한 관심이 청소년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日 ‘적대적 M&A’ 어렵게 한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최근 신흥 인터넷기업인 라이브도어가 외국자본을 빌려 민방인 니혼방송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정부도 적대적 M&A를 제한하거나 외국자본의 언론사업 간접진출을 제한하는 등 법 개정에 나섰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8일 개장전 시간외 거래에서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매집하기 시작한 라이브도어가 21일까지 보유한 니혼방송 주식은 의결권 기준 40.0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최대 민영방송 후지TV나 계열사인 산케이신문 등이 놀라 뒤늦게 니혼방송 지분확보에 나서는 등 소란스럽다. 라이브도어는 32세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이 이끄는 벤처기업이다. 호리에는 1996년 도쿄대 재학 중 컴퓨터업체 ‘온 더 에지(On the Edge)’를 설립,2000년 일본 코스닥시장인 마더스에 상장했다.2004년 ‘라이브도어(Livedoor)’로 회사명을 변경, 지난해 매출이 308억엔이고, 영업이익은 56억엔이었다. 종업원은 1300여명이다. 일본 법무성은 22일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도록 관련 회사법을 개정키로 했다. 기업이 매수를 받았을 때 대항책으로써 정관으로 미리 주주총회의 의결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현행 법에서는 주식회사가 합병이나 임원 해임 등 경영권 양도를 결정할 때 주주총회에서 대주주를 포함한 ‘참석 주주’ 3분의2 찬성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주주총회 ‘결석자’를 포함한 3분의2 찬성을 특별 의결 요건으로 강화했다. 다시 말해 전체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한 것이다. 총무성도 21일 외국자본이 간접적으로 일본의 방송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전파법이나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 아래 여당측과 조정에 들어갔다. 당초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려던 계획이었으나 라이브도어 파문이 불거지면서 앞당겼다. 현행 전파법 등은 방송사에서 외국자본의 의결권 비율이 20% 이상이 되지 않게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이 대주주인 일본 기업이 방송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지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제하고 있지 않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 규마 후미오 자민당 총무회장 등 정치권도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면 2세 교육에 좋지 않다.”며 호리에 사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적대적 M&A 규제에 대해 시장자유화 및 외자 개방추세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taein@seoul.co.kr
  • 장애인 자살에 강서구청 곤혹

    지난 18일 저녁 1급 장애인 주모(52)씨가 강서구청 현관에서 목을 매 숨지자 강서구청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21일 “할 도리를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유가족에게 누를 끼치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구청의 어려운 입장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자 해명자료를 낸다.”면서 “고인은 지난 2003년부터 구청장과 공식적인 만남만 12차례를 가졌다.”며 외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강서구는 또 “1995년 5월부터 숨진 주씨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하고 생계비 월 67만 6840원을 비롯, 장애수당 9만원과 교육급여, 긴급구조금 등 지난해에만 870여만원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2003년부터 2년동안 645만원 상당을 별도로 지원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강서구 사회복지관에서 매일 도시락을 배달했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주씨가 구청에 상주하다시피 해서 공식적인 1대1 면담 등 구청장과도 자주 대화를 나눴다.”면서 “목욕비나 전기요금 감면 등 주로 경제적인 요구를 했으며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청 직원들이 여러차례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따르면 주씨는 또 “면담과정에서 수시로 노끈으로 자살을 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100만원을 받을 때는 “청사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는 각서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무료영구차를 지원하고 장제급여 40만원과 긴급 후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원양어선 선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한 주씨는 아내가 가출하자 홀로 두 딸을 키웠으며 지난 1985년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히딩크 “한국인 개성 강해도 잘 뭉쳐”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59)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에인트호벤 감독이 2002한·일월드컵 당시 비화를 소개, 관심을 끌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와 최근 암스테르담 자택에서 네덜란드 스포츠위크지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대표팀 시절은 동화 같은 시간이었으며 아직도 가슴에 생생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은 인정이 많고 단합이 잘 되며 한편으로 비슷한 것 같지만 각자 개성이 강하다.”면서 “안정환과 박지성을 비교할 수 없고 송종국 또한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정환에 대해서는 “빼어난 테크닉과 용모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그는 훈련에 문제가 있었고 첫 훈련 때 다른 선수들은 보통 승용차를 타고 오는데 혼자 고급차(메르세데스 벤츠 300)를 타고 왔었다.”면서 “그런 저런 일로 그를 처음 몇 경기 선발에서 뺀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히딩크 감독은 또 “조별리그 도중 하루는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가 다가와 한국팀이 벌떼처럼 밀착 수비하는 경기를 봤다면서 자기 팀에는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면서 “스페인팀이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리던 모습과 이탈리아 선수들이 패한 뒤 탈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일이 가장 생각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독일에서 월드컵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지만 에인트호벤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거절했으며, 다음에 아프리카대륙 대표팀에서 감독 제의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달리작품 훼손으로 본 관람문화] 작품 함부로 만지고 공연장에선 떠들고

    [달리작품 훼손으로 본 관람문화] 작품 함부로 만지고 공연장에선 떠들고

    우리나라의 관람 예절 문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많이 뒤떨어진다고 문화·예술인들은 입을 모은다. 얼마전 부산의 한 미술 전시장에서 외국 유명 작가의 전시 작품이 관람객의 부주의로 훼손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훼손 부위가 미미해 원만히 해결됐지만, 작품 파손으로 인한 국제적인 망신과 함께 국제 신뢰도 하락이라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관람 문화의 부재는 그동안 무수히 지적돼 왔으나 지금까지도 정착이 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며 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짚어본다. ●전시·공연장 관람문화의 예절이 없다 최근 부산에서는 외국 유명 작가 2명의 전시회가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열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실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여서 비단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과 학생들도 직접 전시장을 찾아 감상의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비싼 돈을 주고 작품을 빌려 전시회를 연 흥행 업체들은 전시 이후 폐장 때까지 줄곧 가슴을 졸여야 했다. 혹시나 작품 파손 등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이다. 전시장과 공연장 입구 곳곳에 ‘만지지 말라’,‘질서를 지켜 달라’,‘조용히 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이 걸려 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탄생 100주년 기념 순회전’(2004년 9월∼2005년 2월26일)에 출품된 10억원대의 조각 작품이 지난달 20일 파손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 뉴턴이 땅에 떨어지는 사과를 추처럼 잡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1969년 조각 작품 ‘뉴턴에게 경의를 표함’의 추 부분이 관람객 중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 전시주최측인 (주)마이아트링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이 설치돼 있고 주변에 전시관리팀이 배치돼 있었는데도 사고가 일어났다.”며 “호기심 많은 관람객이 추 부분을 만지다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성숙된 관람문화를 아쉬워했다. 달리의 대표작으로 1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인 이 작품은 다행히 파손 정도가 가벼워 수리비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주최측은 어렵게 유치한 전시회인 만큼 관람 문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떨어져 나간 작품을 액자에 넣어 계속 전시를 하고 있다. 얼마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색채의 마술사 ‘샤갈’의 작품 전시회에서도 어린이들이 관람장에서 뛰어다니며 작품을 만지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제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일부 관람객들의 성숙되지 않은 관람 행태로 인해 미술축제 분위기를 흐리게 했다는 지적이 지역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김은아(32·여·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씨는 “작품 관리를 위해 전시장 곳곳에 사진 촬영금지 안내판을 설치했는데도 카메라폰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일부는 자원봉사요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큰소리로 떠드는 등 소란을 피워 불쾌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달리 전시장 지킴이 신주영(25·여)씨는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을 못하도록 제재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며 “몰래 사진을 찍거나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음악이나 무용 등 다른 공연장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휴대전화 울림은 물론 심지어 통화까지 한다. 또 지각입장과 잡담, 어린이들의 소란 등 기본적인 예절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부산문화회관 공영훈 공연과장은 “외국 유명 악단이 공연할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며 “특히 교향악이나 실내악의 경우 극도의 정숙성이 요구되는데 일부 몰지각한 관객이 떠들거나 시끄럽게 하는 등 연주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할 때에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왜 관람·공연 문화 고쳐지지 않는가 한마디로 말해 어릴 때부터 관람 공연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우리의 경우 관람·공연 문화 역사가 외국에 비해 오래되지 않았고, 공연장과 전시회를 찾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드물어 관람문화 예절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교육기관과 단체 등에서 관람문화 예절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친구들과 함께 달리전시장을 찾은 중학생 윤영진(16)군은 “선생님으로부터 관람이나 공연때 지켜야 할 매너 등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문제다. 미술계 관계자는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우리나라 부모들은 전혀 나무라지 않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미술관은 나이 제한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올해의 작가전’(공예작품 전시전)에서 개관이래 처음으로 입장객을 중학생 이상으로 제한했다. 건국대 주형근(43·서양학) 교수는 “관람 문화 교육은 미술관, 박물관 등 현장에서 직접 가르쳐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이 정착돼 있지 않다.”며 “산교육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작품 감상법, 관람예절 등 소양교육을 가르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철저한 작품 보호정책이 실시돼야 한다 관람객들의 성숙한 의식 못지않게 작품 보호를 위한 미술관·박물관의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올초 프랑스 오르세미술관을 방문한 최경미(29·직장인)씨는 작품을 감상하다가 당황했다. 수첩에 볼펜으로 쓰고 있는데 전시실 지킴이가 다가와 몽당연필을 조용히 건네줬기 때문. 혹시라도 볼펜을 작품쪽으로 떨어뜨리면 작품에 선이 그어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을 들었다. 최씨는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미술관의 태도에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작품을 보호하려는 정책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다. 검색대를 설치해 작품에 해가 될 만한 물건을 가려내고 소지품 자체를 안내데스크에 맡기는 곳도 있다. 특히 음료수·음식물·우산 휴대를 금지하고 있다. 홍콩·일본 등의 미술관에서는 제복을 입은 사설경찰이 보호하고 있다.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이추영 학예연구관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제재책을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인데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막는다는 게 전시자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라며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작품 훼손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서울 김유영 기자 jhkim@seoul.co.kr
  • 박근혜 ‘흐림’ 김덕룡 ‘맑음’

    박근혜 ‘흐림’ 김덕룡 ‘맑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4일 연찬회장을 빠져나오면서 혼잣말처럼 “아니, 투표도 못 하게 하니 어쩌란 말인지…”라고 되뇌었다. 당명 개정문제를 투표에 부치려 했다가 반발에 밀려 무산되자 영 못마땅한 기색이었다. 일단 투표를 강행하지 않아 더 이상의 소란은 막을 수 있었지만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반박(反朴)의 결집은 간단치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반면 연말에 당내 논의도 거치지 않고 덜컥 ‘2+2’ 협상안에 서명했다가 새까만 초선 의원들에게 “부끄럽다.”는 핀잔까지 샀던 김덕룡(DR) 원내대표는 요즘 ‘온화하고’,‘합리적’이라는 평을 받고, 주가를 한껏 올리고 있다.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두 지도부의 명암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 것은 결국 지난 한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주는 성적표와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11일 “그동안 잠시 숨을 고르던 다양한 반박(反朴) 세력이 연찬회를 계기로 한꺼번에 수면 위로 급부상하면서 DR를 겨냥했던 화살까지 모두 박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결국 DR의 협상 방식이 옳았던 것 같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DR는 수세에 몰린 시점에 맞춰 아프리카로 출국, 일단 공격권을 벗어났고, 그 뒤 당내 인사들과 두루 접촉해 우군을 넓히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박 대표는 최근 단행한 인사로 적지 않은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 즉 ‘창(昌)사람’들로 채워지고 비례대표에 치중됐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연초 들어 대권 후보군이 본격 행보에 나서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박 대표를 일찌감치 견제할 필요까지 맞물려 자연스럽게 그를 향한 공격이 거칠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박 대표는 곁을 두지 않고 당을 운영해 이렇다 할 친박(親朴) 인사가 드물고, 일부 있다고는 해도 관망세로 돌아선 탓에 반박의 세(勢)가 더 커 보이는 측면도 있다. 전여옥 대변인이 ‘뺑덕어미론’를 펼쳤다가 공격받은 것만 봐도 박 대표를 옭아맨 압박 사슬이 제법 단단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묵묵하게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당을 이끌어갈 것 같다.11일 직접 당 행정수도특위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이 신호탄이다. 이번 임시국회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그의 미래를 점쳐볼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영화보러 극장 간다고? 난 안방에서 느긋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부(EBS 7일 낮 12시)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든 작품.1999년 NBC에서 제작. 우피 골드버그가 캐셔 고양이로, 마틴 쇼트가 모자장수로, 벤 킹슬리가 쐐기벌레로,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흰 기사, 미란다 리처드슨이 하트의 여왕, 그리고 티나 마조리노가 주인공인 앨리스 역으로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전과 크게 다를게 없지만, 이 영화는 거대한 팬터지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MBC 10일 밤 12시15분) 오종록 감독의 2003년작. 차태현, 손예진 주연. 첫사랑과 결혼하기 위한 한 남자의 좌충우돌 해프닝. 젖동무였던 태일과 일매라는 청춘남녀, 그리고 일매의 아버지인 고등학교 선생님 영달이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펼쳐 가는 코믹 러브스토리. 일매와 태일은 태어나자마자 태일 어머니의 젖을 함께 나눠먹으며 자란 젖동무. 태일은 말썽만 피우며, 허구한 날 일매에게 장가가겠다고 떼쓰는데….108분. ●미션 임파서블2(MBC 10일 오후 2시30분) 오우삼 감독의 2000년작. 톰 크루즈, 더그레이 스코트 주연.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의 속편. 치명적인 독일산 바이러스가 악당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임무를 띤 요원들의 활약을 그린 액션 대작. 러시아의 생물공학자인 네코비치 박사는 어느 날 I 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요원인 이단 헌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키메라’라는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다. 123분. ●그녀를 믿지 마세요(MBC 11일 오후 9시55분) 배형중 감독의 2003년작. 김하늘, 강동원 주연. 가석방된 사기 전문 여성이 우연히 만난 청년의 약혼반지를 그의 집에 돌려주려다, 본의 아니게 약혼녀 행세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 깜찍한 외모, 유려한 말솜씨 등을 자랑하는 영주(김하늘). 하지만 그녀는 고단수 사기경력으로 별을 달고 있는 터프걸. 영주는 가석방 심사를 탁월한 연기력으로 가볍게 통과하면서 출감하게 되는데….115분. ●실미도(MBC 10일 오후 9시40분) 강우석 감독의 2003년작.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 정재영 주연. 북파 공작을 목적으로 실미도에서 훈련을 받은 특공대원들이 1971년 8월23일에 일으켰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순제작비는 82억원이 들었고, 고정출연 70여명에 1000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개봉 당일 30만 1000명을 시작으로 19일 만에 500만명,58일 만에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섰다.135분. ●어린신부(MBC 8일 오후 9시40분) 김호준 감독의 2004년작. 김래원, 문근영 주연. 세상 여자가 모두 자기 여자인양 온갖 작업을 펼치던 잘 나가던 대학생 상민(김래원)과 수다 떨기 좋아하고 얼짱 보면 가슴 설레는 앙큼상큼한 여고생 보은(문근영). 두 사람은 보은의 할아버지(김인문)에게서 날벼락 같은 명령을 받게 된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악화되자 24세 상민과 16세 보은은 어쩔 수 없이 결국 결혼을 하고야 만다.115분. ●영어완전정복(KBS2 10일 오후 9시40분) 동사무소 말단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스포츠신문 운세란을 열독하는 9급 공무원 나영주. 어느날 외국인이 찾아와 민원 처리를 요구하면서 일상에 풍파가 몰아친다. 그 일을 계기로 동료들을 대표해 영어완전정복 주자에 당첨된 영주는 난생 처음 영어학원의 문턱을 밟는다. 하지만 알파벳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바람기 다분한 문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장혁·이나영 주연.118분. ●인어공주(KBS2 9일 밤 12시30분) 나영은 때밀이인 억척 엄마와 착해서 답답한 아빠와의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안 그래도 불만스러운 상황에 아빠는 갑자기 집을 나가 버리고, 나영은 할 수 없이 아빠를 찾아 엄마, 아빠의 고향인 섬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더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스무살 엄마 연순을 만나게 되는데…. 팬터지 속에 유쾌함과 찡한 감동을 규모있게 뒤섞었다. 전도연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110분. ●효자동 이발사(KBS2 8일 오후 11시10분) 청와대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에 효자이발관이 있었다. 효자이발관은 소심하지만 순박한 이발사 성한모가 주인. 경무대 지역 주민다운 자긍심으로 그는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옳다고 믿었지만, 얼결에 대통령의 이발사가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어린 아들까지 간첩 혐의로 잡혀가는데…. 송강호·문소리 주연의 휴먼 드라마.116분. ●황산벌(SBS 10일 오후 9시30분) 고구려, 신라, 백제 3국의 분쟁이 끊이질 않았던 660년. 김춘추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해 김유신 장군에게 당나라의 사령관인 소정방과의 협상을 명령한다. 나이로 밀어붙이려던 김유신은 결국 소정방에게 밀려 조공을 조달해야 할 처지가 된다. 하지만 조공을 운반하기 위해선 계백 장군이 버티고 있는 백제군을 뚫어야 하는데…. 걸쭉한 사투리 대결이 배꼽을 잡게 하는 역사 코믹극.104분. ●터미네이터 3(SBS 8일 오후 11시25분) 10여년전 T-1000의 살해 위협에서 벗어난 미래의 저항군 지도자 존 코너는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워버린 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로봇들의 최첨단 네트워크인 스카이 넷의 치밀한 추적 앞에서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로봇인간 T-X가 미래에서 파견되고, 터미네이터가 이에 맞선다.12년 만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킨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SF 액션.108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SBS 8일 오후 8시30분) 팬터지 가족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2탄. 이모부가 손님을 초대한 날, 요정이 해리를 찾아와 마법학교에 가지 말라며 소란을 피워 결국 손님 접대가 엉망으로 끝난다. 이 일로 해리는 다락방에 갇히게 된다. 어느날 론이 해리를 구출해내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간다. 그러나 학교는 비밀의 방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소문으로 뒤숭숭하고, 해리는 비밀의 방을 찾아간다.162분.
  •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설에는 추억이라는 즐거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방 동심으로 빠진다. 마을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며 뛰놀던 일, 마을 동산에서 그네타고 널 뛰던 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젖어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통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심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민속마을이나 한옥마을을 돌아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이랬다.’며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이번 설을 특별히 추억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 긴 설 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옥마을을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고, 자투리 시간으로 민속마을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설을 앞두고 옛 모습을 간직한 채 60여 가구가 다정하게 모여사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다.500년 전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외암리의 풍경속에 빠져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전 과거 속으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충청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등 옛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소박한 충청도의 인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개울 돌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정하게 메아리쳤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과 뒷산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다. 겨울 민속마을은 쓸쓸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던 전자홍(15·천안 목천중 2년)양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초가과 장승, 연자방아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돌담장을 따라 들어가자 고향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부러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 일부 고택을 빼놓고 모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 길이는 모두 5.3㎞. 가옥은 주인의 관직에 따라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있는 장승과 연자방아 등이 정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주가 널려있는 흙담벽의 초가에 들어가자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전형적인 농촌 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군직(39) 이은숙(39)씨 부부.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이씨 부부의 마을 자랑이 시작됐다. 이씨는 “옛 사람은 집터를 정하는데 바람과 물, 주변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면서 “외암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은 지난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326호로 지정돼 보존중이다. 이씨가 마을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참판댁. 조선말기 규장각 직학사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공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민속주인 연엽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누륵에 연근과 솔잎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예전에는 매년 봄에 고종에게 진상되던 술이다. 인근의 송화댁은 최근 도둑이 들어 바깥 문짝을 떼가는 바람에 복원하는 홍역을 치렀다. 마을이 보존된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초가를 없애던 새마을운동의 개량사업 바람이 덜 미쳤기 때문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초가지붕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암리에서는 시인이 된다 외암리의 아침은 고즈넉했다. 닭울음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조금 뒤 개짖는 소리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선잠속에 들렸다. 아침밥을 짓는 장작불의 연기가 구수했다. 늦잠을 청했으나 머리맡으로 다가온 햇살이 잠을 깨웠다. 따끈한 구들방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초가지붕에 소담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65가구가 모여사는 외암리에서는 초가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집이 그리 넓지 않아 한 집에 1∼2가족만 묵을 수 있다. 가격은 4만원. 인심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침에 토종 청국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마을 공방(041-541-0844)이나 외암리 민속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하면 된다. 때마침 마을에서 열린 ‘맹사성 시조캠프’를 찾았다. 인근에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고택이 있어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 마을 서당에 모여 앉아 한복을 입고 한시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열린 백일장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짜리 소년 윤무창군이 ‘신나는 겨울’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어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을 깨치기도 어려운 나이에 운율에 맞춰 시조를 지어냈기 때문. ‘겨울에/친구들과/형들과/함께논다/눈싸움/하고놀고/눈사람/만들면서/너무나/재미있는날/춥지않은/겨울날.’ 무창군은 “형들과 초가에서 잠을 자고 썰매타며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시조문학진흥학회 김준 자문위원장은 “중학생들도 운율에 맞추지 못하는데 취학전 어린아이가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무창군은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원에 버금가는 ‘차상’을 받았다. 무창군의 형 무제(12·아산 송남초등교 5년)군도 ‘하얀 겨울’이라는 시조로 함께 차상을 받았다. ‘저는요/송이송이/눈같은/마음될래요/불타는/내가슴을/차갑게/지울래요/저같은/검은마음도/하얀마음/될래요.’ 외암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이 곳은 넉넉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후하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다른 민속마을처럼 상업화가 되는 것을 꺼려 흔한 음식점이나 토산품점도 없다. 마을 주차장 앞에는 전통음식인 솔뫼장터(544-7554)가 있는데 수수에 동부콩을 넣어 만든 수수부꾸미(4개 4000원)와 잔치국수(3000원)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아산(옛 이름은 온양)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강당골행 버스를 타고 가다 외암리에서 내리면 된다.40분 간격이며 4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온양, 송악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는 외암리 민속마을 관리사무소(041)544-8290. 외암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이곳도 들러보세요 민속마을에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고향의 멋과 맛이 스며 푸근한 곳이다. 설 연휴 잠시 짬을 낸다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생활모습과 전통, 문화를 고소란히 만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멋스러운 한옥을 돌아보며 신명나는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설에는 ‘만사형통만복래 설날 한마당’을 벌여 설 연휴기간인 8∼10일 민요 농악공연과 민속놀이 체험뿐만 아니라 차례상 차리기 강좌, 한복 입는 법, 세배하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우리집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열린다.(02)2266-6937.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한옥인 양통집 21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9세기 전후에 지어진 가옥들은 송지호 호수 뒤편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5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6·25때도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 속초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에 이른다. 문의는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org)나 대표농가(033)631-1902.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생기고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유물을 옮겨와 재현한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옛 농가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보물 528호인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때인 1317년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 이 곳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82번 지방도를 따라 청풍방면으로 가면 된다. 제천시 홈페이지(www.okjc.net)나 관리사무소(043)640-5711. 조선시대 경주지방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 고풍스러운 가옥 150채와 정자와 비각, 강학당 등 전통 가옥 15곳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남부지방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돼 있다. 관리사무소(054)762-4213.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마을. 낙동강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 등 사대부 전통가옥과 함게 흙벽 초가집 등 130호가 모여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로 유명하며 병산탈과 양반탈 등 9개의 하회탈이 국보 제 121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hahoe.or.kr)나 관리사무소 (054)854-3669.
  • [안동환기자의 현장+]시신과 함께한 하루… 삶에 눈뜨다

    [안동환기자의 현장+]시신과 함께한 하루… 삶에 눈뜨다

    언제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장례식장은 소란스럽고 흥청거리게 마련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나 박철수 감독의 영화 ‘학생부군신위’에서도 죽은 자는 뒷전이다. 적당한 슬픔과 절제된 흥겨움이 앙상블을 이루는 우리네 장례식장. 인생 버스를 종점까지 내달린 망자(亡者)는 오히려 엑스트라에 불과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망자는 몸을 정갈히 하고 의관을 갖추는 염습(殮襲)실에 이르러 비로소 주인공이 된다. 이곳에서 죽은 자를 주인공으로 마지막 리허설을 준비하는 사람이 ‘장례지도사’다. 기자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서 일일 인턴사원으로 장례지도사의 일상을 체험했다. 지난 29일 오전 9시, 장례식장에 출근하자마자 장아름(26)씨의 지시가 떨어진다. 그녀는 1999년 국내에서 처음 생긴 서울보건대학 장례지도과 1기 졸업생.4년의 경력을 쌓은 이 장례식장의 유일한 여성 장례지도사이다. 미혼인 그녀는 한달 평균 30∼40명, 그동안 멀고 먼 저승길을 가는 1500여명의 시신을 단장했다. “안치실 청소부터 하세요. 입관은 9시부터 1시간 간격이에요.” “저 염습실은 언제 들어가나요?” “오전과 오후에 한번씩 들어가면 충분하겠죠?”“헉∼두 번씩이나….” 염습실은 안치실 옆에 있다. 시신을 22구까지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온도가 0∼1도로 자동 유지된다. 옆방에는 향나무며,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관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장씨를 따라 들어간 염습실은 7평 남짓한 크기다. 앞에는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별도의 공간이 있다. 유족들이 고인과 작별인사를 하는 곳이다. 그녀와 냉장고에서 암으로 숨진 50대 남자의 시신을 조심스레 꺼낸 뒤 염습실로 옮겼다. 유족이 오기 전 준비를 마쳐야 한다. 관을 가져다놓고 수의는 버선, 아랫도리, 윗도리의 순서대로 놓아둔다. 상주가 시신의 얼굴을 확인한다.“이제 시작합니다.” 장씨는 유족들에게 정중히 목례를 올린다. 기자도 따라서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그녀는 시신의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으려는 기자에게 “머리를 꽉 잡으라.”고 지시한다. 장씨는 솜으로 손가락부터 팔, 다리 순으로 닦았다. 출혈도 있었지만 경건해 보일 만큼 정성껏 닦아나갔다. 수분을 잃은 피부는 건조했다. 그녀는 시신의 입꼬리를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미소를 만들고 있어요. 고인이 웃는 것처럼 보여야 유족들도 마음이 편하거든요.” 여성 특유의 손길을 거치면서 고통의 흔적이 지워지고 자연스러운 표정이 만들어진다. 고인의 얼굴에 비로소 평안이 깃든다. 여기에 남성이라면 면도를 하고 얼굴에 밀크로션을 바른다. 여성은 화장을 한다. 아름씨의 화장법은 독특하다. 로션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바르는 과정은 똑같지만 마음이 다르다.“거울 앞에서 제가 화장하듯 해요.” 유족들은 “평생 화장 한번 안 하신 어머니를 가시는 길이나마 예쁘게 해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한다. 고인의 얼굴에는 살아온 인생이 나타난다고 한다. 장씨는 삶에 찌든 얼굴을 볼 때마다 “욕심부리고 살지 말자.”고 다짐을 한단다.“등을 잡으세요.” 수의를 입힐 때는 고인의 몸이 뒤척이지 않도록 조심한다. 무거운 시신을 건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21차례의 매듭을 짓고 시신을 관에 담는다.40분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장례지도사는 스스로를 ‘3D 전문직’이라고 부른다. 장례식의 실질적인 지휘자로 24시간 근무하며 시신을 직접 다루지만 보수는 낮은 편이다. 무엇보다 시신을 다루는 일은 위험하다. 병원에서 온 시신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결핵이나 에이즈로 사망한 시신은 병원에서 미리 통보한다. 에이즈로 숨진 시신도 6개월에 한번 꼴로 들어온다. 지도사의 손에 상처라도 있으면 2차 감염이 되는 탓에 온몸을 중무장한다. 시신을 닦은 솜 등 감염성 폐기물은 모두 전문업체가 처리한다. 지난해 4월 장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병원에서 내려온 시신에 수시(收屍)작업을 했다. 수시는 막 운명한 시신의 몸이 굳기 전에 손발을 주물러 곧게 펴주는 일이다. 부검을 한다는 통보를 받고 시신을 옮기자 의사와 간호사는 온 몸을 중무장하고 들어섰다. 알고 보니 시신의 주인공이 급성호흡기증후근(사스) 의심환자였던 것. 누군가의 실수로 미리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사스는 아니었다. 특히 곤혹스러운 것은 시신의 부패. 약물 투여가 많은 시신은 냉장고 안에서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살갗이 쉽게 벗겨지는데다 고약한 냄새로 염을 할 때면 온 몸은 땀으로 젖는다. 장례지도사는 특별한 시신이 아니더라도 염습을 할 때 마스크를 하고 얇은 수술용 고무장갑을 낀다. 기자 역시 고무장갑을 꼈고, 단단히 각오를 했음에도 염습이 끝난 뒤 소독약으로 6차례 이상 손을 씻는 등 극도로 민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인생의 종착역인 장례식장에도 각박한 세태는 그대로 투영된다. 장씨는 “돌아가신 분에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슨 한이 쌓였는지 모르지만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하고 “새 모이 준다.”고 말하는 상주를 본 적도 있다는 것이다. 눈치보며 곡소리를 내는 며느리는 인지상정이라지만 노인을 씻기지 않아 온 몸에 덕지덕지 때가 묻은 시신도 많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자녀도 다를 것이 없다. 장례식장을 찾은 유족들의 첫마디는 대부분이 “가장 싼 것을 달라.”이다. 수의나 관을 정하면서 물건조차 보지 않고 무조건 싼 것을 찾는다. 분수에 넘치는 허례허식은 경계해야 하지만 마지막 가는 길조차 인색하고 각박한 자녀들을 보면 장씨가 더 서운하다. 최근에는 삶에 지친 시신도 많다. 산 자에게 세상 짐을 떠맡긴 시신은 표정도 평화롭지 않다. 조용균(54) 관리실장은 “1주일에 한건 정도 자살한 시신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쪼들리다 세상을 버린 사람들의 장례식은 더욱 쓸쓸할 수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여성은 아직 생소한 존재이다. 장씨가 장례 상담에 나서면 상주들은 남자 직원을 찾기 일쑤다. 하지만 그녀의 섬세한 손길을 경험한 유족들은 절대로 무시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자신의 ‘사후’를 일찌감치 부탁하는 노인들도 있다고 한다. 죽음은 일상 곳곳에서 우리를 응시한다. 죽음이 보내는 소환장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모두에게 평등하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장례지도사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졌다. 날마다 죽음을 접하면서 삶의 소중함에도 눈을 뜬 것인가. 장례지도사는 죽음이 아닌 삶을 다루는 직업이었다. ■ 장례지도사란 장례지도사(Funeral Director)는 장의사를 대체하는 용어이다. 장례 상담에서 시신안치, 염습, 발인까지 장례식의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장례지도사는 정규 대학과정에서 양성된다.1999년 서울보건대학이 장례지도과를 설치한 이후 대전보건대학과 창원전문대학에 학과가 개설됐다. 졸업생의 90%는 전공을 살려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여성도 해마다 10여명씩 배출돼 전국에서 4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커리큘럼은 기본적인 상·장례부터 보건법규, 방부처리, 사체화학, 훼손된 시신를 복구하는 회복기술학, 해부학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2년 과정에서 올해부터 3년 과정으로 개편됐다.2003년 현재 전국 623개 장례식장에서는 해마다 24만여구의 시신이 처리된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장례지도사는 2400명 안팎이다. sunstory@seoul.co.kr
  • 美 ‘일방통행 외교’ 계속 된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2기 취임사를 통해 ‘자유의 확산’이라는 메시지를 국내외에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입에 올렸다. 백악관으로서는 향후 4년간 국제사회의 진행 방향을 제시하는 ‘야심찬’ 역사적 명제를 던졌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대부분 추상적 개념으로 채워져 ‘윤리 교과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폭정의 종식이 대외적 목표 부시 대통령이 천명한 2기의 대외정책은 폭정의 종식을 통한 자유의 확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서 전반적인 자유의 확대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긴요한 수단이라고 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이 향유하는 자유의 존립은 다른 나라의 자유가 유지되는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세계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전세계의 자유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취임사 곳곳에서 ‘폭정’이란 말을 사용하며 “미국은 폭정과 절망 속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고 억압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가 지난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거론한 ‘폭정의 전초기지’와 맥을 같이한다. 라이스가 거명한 폭정의 전초기지 국가에는 쿠바·미얀마·이란·벨로루시·짐바브웨와 함께 북한도 포함돼 있다. ●“정부 스타일은 강요 않을것” 부시 대통령은 특히 테러 도발 위험이 있는 독재국가에 대한 선제 조치는 합당한 것이라며 ‘예방적 공격’의 개념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미국과 같은 정부 스타일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지나치게 강경한 이미지는 피해 가려고 했다. 그러나 9·11 이후 주요 동맹국들과의 충돌을 가져온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여전히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는 민영화 확대할 듯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개념을 국내적으로는 소유의 확대, 즉 민영화로 규정지었다. 부시 대통령은 “집과 기업, 퇴직연금, 의료보험에서 정부가 아닌 개인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모든 시민들이 자기 운명의 결정자가 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지금이 ‘국가의 단결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역설하며 정파를 초월한 국가의 단합을 호소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사상 최고의 경호 속에 취임사를 하는 연단 바로 앞에서 반 부시 구호를 외치는 소란이 벌어지고, 의회도 장관 지명자들의 인준을 연기시키는 등 전폭적인 협력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적 단합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 내에서도 “부시를 재선시키기 위해 도와줄 만큼 도와줬다.”면서 지역구의 유권자를 먼저 챙기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dawn@seoul.co.kr
  • 안에선 ‘댄스’ 밖에선 ‘반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20일(현지시간) 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은 지지자들의 축하와 반대자들의 시위가 극명하게 엇갈린 행사였다. ●‘나’ 대신 ‘우리’ 일체감 강조 부시 대통령은 낮 12시 정각(한국시간 21일 새벽 2시)에 의사당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에게 취임 서약을 했다. 올해 80세인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암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선서를 받는 임무를 다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I) 대신 우리(We)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이는 최근 미국 언론이 부시에 반대하는 국민과 국제사회를 의식해 우리라는 표현으로 일체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연설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의회 안으로 옮겨 의회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의장대를 사열하고 전용 리무진에 탑승, 백악관까지 약 2.7 마일 구간에서 2시간여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저녁 7시부터 21일 새벽 1시까지 워싱턴 컨벤션센터, 유니언 스테이션 등 9곳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모두 참석, 잠깐씩 얼굴을 내밀고 로라 여사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연단 바로 앞에서 야유 부시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던 도중 식장 곳곳에서 반 부시 구호가 터져나왔다. 특히 기자들이 주로 앉아있던 연단 앞 7번 섹션에서 한 청년이 부시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야유를 보내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참석자들이 함께 야유를 보내거나 ‘USA’ 등을 외쳐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는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이날 워싱턴 시내에서는 하루종일 반 부시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웠으며 ‘부시는 전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피켓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반면 부시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4년 더’라는 구호를 외쳤다.9·11 테러의 여파로 경찰과 군인 등 1만여명이 동원된 사상 유례없는 철통 보안속에 열린 이번 취임 행사에는 당초 예상했던 50만명보다 훨씬 적은 10만여명이 취임식과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 ●부시 일가의 세번째 취임식 부시 대통령 일가는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취임식까지 포함해 모두 3차례에 걸쳐 대통령 취임식을 치르는 기록을 세웠다. 취임식에는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과 도로, 닐, 마빈, 젭 등 형제가 모두 참석했다. 또 젭의 아들로 정치적 야망이 큰 것으로 알려진 조지 P 부시도 눈에 띄었다. 취임식 참석자들은 젭 부시와 그의 아들 가운데 누가 대선에 나올 것인가를 놓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취임식에는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과 경쟁했던 민주당의 존 케리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도 하객으로 참석했다. ●1기 때와 이슈는 같지만 상황은 변해 부시 대통령의 2기 취임사를 4년 전의 첫 취임사와 비교해보면 거론한 이슈들은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취임사의 중요성도 달라졌다. 부시 대통령은 1기 취임사에서도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감세와 사회보장 개편도 제안했다. 그러나 2001년 미국 역사상 최고의 호황이었던 당시에는 그같은 연설에 크게 주목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밋밋한 취임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9·11이후 부시 정부의 대외정책이 테러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게 됨에 따라 2기 취임사에는 국제사회가 큰 관심을 보였다.2기 취임사의 가장 큰 특징은 9·11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을 자유의 확산으로 개념화한 것이다. ●LG전자 PDP TV 생중계 취임 행사는 LG전자의 PDP TV가 공식 중계TV로 선정돼 운집한 축하객들에게 행사 화면을 생중계해 눈길을 끌었다. 의사당 광장 주변에는 50∼60인치급 PDP TV 20여대가 VIP석 등 곳곳에 배치돼 먼 곳에서 단상을 잘 볼 수 없는 시민들에게 취임선서 등 주요 장면을 현장 중계했다. 이어 열린 VIP 리셉션과 축하연회장 등 주요 행사장에도 대형 PDP TV가 배치돼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 등 현장 화면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했다. dawn@seoul.co.kr
  • [독자의 소리] ‘주취자 보호법’ 빨리 제정해야/백연희

    최근 경찰청에서 인권보호 및 사회공공의 안녕 확보를 위하여 ‘주취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주취자보호법은 경찰이나 국민이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취자 보호 및 주취 소란자에 대한 효율적 규제가 잘 이루어진다면 치안서비스 질 향상뿐 아니라 공권력의 확립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법률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제정 단계부터 보호대상 주취자의 개념 정립, 주취 소란자의 처벌 및 보호조치시설 확충,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 교육 등 여러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주취자 처리 문제는 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잘못된 음주문화의 개선 노력과 의식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도움 없이는 어떠한 법 제정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백연희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1945년 8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다. 그러나 미처 봄날을 음미할 새도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진출해 38선을 그었다. 그 때 어느 유명한 신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포했다.“미소의 두 힘이 서로 상대하여 버티나 태양이 중천에 오르면 밝은 세계가 되리라.” 태양은 누굴까? 중천에 오른다 함은? 전후 맥락 없이 튀어나온 이 선언에 신도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미국과 소련이 이 땅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잠깐이고, 곧 민족의 구세주가 등장하여 외세를 물리치게 된다는 것! 누가 구세주일까? 김구, 여운형, 조만식, 이승만, 박헌영…. 아니면 김일성? 세상 사람들은 거물 정치가들을 놓고 누가 믿을 만한 민족지도자인지를 점쳤다. 극좌파, 중도파, 극우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각자 선택의 폭은 넓었으나 민심의 합일점은 없었다. 지난한 시기였다. 그 때 정감록의 신봉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국난을 뚫고 나갈 진인은 어디 있는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진인, 지리산에서 뛰쳐나온 진인, 주역에 능통한 진인, 부처, 예수, 공자의 영이 내린 진인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고대해 마지않던 진인은 나오지 않았다. 해방정국은 갈수록 꼬이더니 남북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정감록’에 보이는 6·25전쟁 제2차대전 이후 전세계는 미소를 정점으로 한 냉전질서에 편입되었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지더니 1950년 마침내 6·25전쟁이 터졌다. 한국이 안고 있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소 양측의 대리전쟁이라는 설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전쟁이 장기화될 때 괴로운 건 민중이다. 그들은 난리가 언제 끝날지, 살아갈 방도는 무언지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감록 신봉자들은 가족을 이끌고 병화불입지지(兵火不入之地, 난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땅)를 찾아 숨는 사람도 생겼다. 정감록 예언에 따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삼풍리로 숨었던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긴데, 전쟁 내내 인민군은 커녕 국군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들은 정감록의 영험을 믿는 듯했지만 그곳은 어느 편 군대도 진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지독한 오지였다. 꼼꼼히 정감록을 살피던 민중의 눈엔 요거다 싶은 예언 몇 구절이 눈에 띄었다.‘호랑이와 토끼해를 당하여 남북이 서로 솥의 발 같이 대치하리라.’ 우연히도 전쟁이 터진 1950년은 호랑이해인 경인년이었다.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은 12년간 도둑의 소굴이 된다.’는 구절도 있어 강원도 북부에 있는 금강산과 오대산을 경계로 남북이 무력 대치한다는 예언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12란 숫자는 논란거리가 되었다. 남북의 대치기간이 글자 그대로 12년인가, 또는 갑자, 을축 이런 식으로 12지를 10간과 조합한 1갑자 60년인가? 총성이 멎은 지 벌써 52년째, 글자 그대로의 12년은 이미 지났고 60년 한 갑자가 되려면 8년이 남았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상징한다는 대목도 회자(膾炙)되었다.‘인천과 부평 사이 밤중에 배 1000척이 정박한다.’고 했다. 수도권에 ‘시체 더미’가 쌓인다고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수많은 전함을 거느리고 인천에 상륙했고 서울을 탈환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럴 듯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 구절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중을 떨게 했던 전쟁공포증의 흔적 또는 청일전쟁이 남긴 집단적 기억이 재현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연재 제1회 참고). ‘정감록’의 또 다른 구절도 민중의 눈길을 끌었다.‘두 서쪽 땅 곧 황해도와 평안도는 3년간 천 리 안에 사람과 불 때는 연기가 없을 것이요, 또한 동쪽 골짜기, 즉 강원도는 심히 꺼릴 땅이라.’ 사람들은 이 구절을 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된 까닭으로 봤고, 뺏고 뺏기는 육박전이 벌어진 장소가 강원도였다는 예언으로 해석했다. 중공군의 개입,1·4후퇴도 예언되어 있었다.‘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면 평안도와 황해도 하늘에 원한 맺힌 피가 넘칠 것이다.’ 오랑캐라,1950년 한겨울 급작스레 대거 투입된 중공군으로 해석됐다. 중공군은 물밀듯 남하를 계속, 평안도 황해도를 삽시간에 휩쓸었다. 인해전술이란 말은 정감록에 안 보였지만 그 신봉자들에겐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이해될 듯 했다. ●미국대통령을 ‘정도령’으로 착각? 그런데 ‘정감록’ 예언에 대한 기발한 풀이는 따로 있었다. 전쟁 당시 미국의 원수(元首) 트루먼! 트루(true)는 참 진(眞), 먼(man)은 사람 인(人)!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眞人)은 다름 아닌 트루먼이라는 해석이다. 트루먼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의회의 자문도 받지 않고 미군의 파병을 결정했다. 트루먼이 아니었으면 공산군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일제 식민지 후반, 특히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민중의 살림살이는 참 고단했다.1945년의 해방도 반쪽짜리였고 민중의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터지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미국은 각종 구호물자를 한반도에 대량으로 투입하였다. 수만의 병력과 현대식 무기를 동원하여 전쟁도 수행했다. 사람들은 새삼 미국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구차히 살 바에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바랐다. 국회로 보내주기만 하면 미국에 가 달러를 더 많이 동냥해 오겠다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 판국이라 미국 대통령을 진인, 정 도령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1953년 미국 대통령이 아이젠하워로 바뀌자 그가 진짜 정 도령이란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주고받은 민중도 많았다.“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라. 그리고 일본은 일어난다!” 미국-믿다, 소련-속다, 일본-일어나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말투지만 미소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 생긴 민중의 구호였다. 비록 패전국이긴 해도 일본을 조심해야 한다는 다짐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민중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 강대국들을 경원시했다.1894년 동학농민군이 내건 4대 구호 중에 ‘축멸양왜(逐滅洋倭, 서양놈들과 왜놈을 내쫓는다)’란 구절이 있어 그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다가 일제 말기 조상 전래의 성, 말까지 빼앗기자 민중은 주변국가인 중국과 소련에 다소 기대를 걸었다.‘조지로 목친다.’ 이 말이 민간에 퍼졌다. 조지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남부지방 사투리다. 그것으로 어떻게 목을 자를까? 조(조선), 지(지나, 중국), 로(로서아, 소련)가 힘을 합해 목(목인, 히로히토 일본 천황)을 벤다는 예언이었다. 민중의 소망을 담았지만 꽤나 섬뜩한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만 들어도 절대 잊을 수 없게, 그러나 아무도 그 뜻을 눈치 챌 수 없게 은어에 담았다. ●‘황해도서 난리 발생’ ‘삼국분기설’ 들먹 ‘정감록’으로 6·25전쟁의 참혹함과 미국의 개입을 읽었다니 얼핏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예언서에 보이는 오랑캐는 만주족 같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려 때는 북쪽으로부터 거란족, 여진족, 몽고족의 침입이 잇따르고 홍건적의 난도 있었다. 조선 초에는 여진족의 침입이 만만치 않았다. 인조 때는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이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서북지역은 이민족의 침입로가 되다시피 했고, 그 지역 민중은 외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기도 했다. 외침의 기억은 민중들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되었고, 이것이 ‘정감록’에 ‘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고’ 라는 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오랑캐의 말울음 소리는 현대에 와서 중공군의 남하로 이해되었다. 이런 변화는 ‘정감록’을 처음 전파시킨 조선시대 술사(術士)들로서는 전혀 예측 못할 일이었다. ‘정감록’에는 외침과 무관하게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발생할 난리가 예고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서북지방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해서 그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컸다. 순조 연간에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여러 고을을 휩쓸었고, 그 와중에 많은 인명이 살상됐다. 사실 서북지방은 18세기 이후 과거시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푸대접을 받았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감록’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도 서북지방이었다. 대다수 서북지방 사람들은 조선왕조의 종말을 마다할 일이 없었고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할 때, 북쪽에서 반란이 재발해 남북에 두 나라가 대치한다는 남북분국설이 정감록에 기록된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기왕 분국설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보태보겠다.‘정감록’에는 삼국 분기설도 나온다. 나라가 세 동강 난다는 예언인데, 이런 말은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유행했다. 우리 역사에 삼국시대도 있었고 후삼국시대도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고려 때도 이의민은 신라를 부흥시킨다는 구실로 경주일대를 소란케 했다. 이런 역사적 기억이 있어서겠지만, 민중은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면 3국 분기설을 들먹였다. 그런데 3이란 숫자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다. 미륵이 하생할 장소도 산이나 물이 셋으로 나뉘는 곳이었고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길지(吉地) 중에도 3도봉 같은 곳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알아 본 역사적 배경은 아랑곳없이 현대의 정감록 신봉자들은 ‘정감록’에 보이는 서북지역의 혼란상을 국토분단,6·25전쟁의 참상, 또는 1·4후퇴를 예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중의 예언 해석에는 시대적 맥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그 구절을 뭐라 해석했든, 나는 내 시대의 문제를 푸는 새 해석을 좇겠다는 식이다. 이런 태도에서 예언 문화엔 층위랄까 나이테가 보태졌다. 현대의 민중이 미 대통령 트루먼을 ‘정감록’에 언급된 진인으로 본 것은 어떤가. 진인이란 새 왕조를 열 국왕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정씨 성을 가진 이가 나타나 계룡산 아래 도읍을 정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정설이다. 우리 역사에서 진인의 도래설이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였다. 그 때부터 오랫동안 해도진인설(海島眞人說,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예언)이 인기를 끌었다. 역모를 꿈꾼 사람들은 늘 진인의 출현을 주장했을 정도다. 어쨌거나 진인은 기존질서에 대항해 싸울 영웅이었다. 그런 진인이 1950년대에는 세계 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 기존질서의 사령관인 트루먼으로 둔갑했다. 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감록’ 신봉자들의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논리적으론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시의에 맞기만 하면 민중은 꽤 엉뚱한 해석에도 환호한다. 수백 년 동안 ‘정감록’이 생명을 이어온 까닭은 그것이 시대상황에 맞게 새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다. ●예언서는 민중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해방 이후 미국의 중요성은 국가 차원에서든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든 날로 커졌다. 민중은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구절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던 아득한 시절에 만들어진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는 때로 발명이나 발견을 낳는다. ‘정감록’에서 꺼낸 트루먼 진인설과 인천상륙작전설은 억지스러운 발견이었다.1970년대 이후 민중은 미국에 대한 그 이상의 예언을 요구했던지 새 예언서가 등장했다.‘격암유록’,‘율곡비기’,‘송하비결’ 등이 새로 나온 예언서다. 그 중 어떤 것은 특정 종교단체가 배후 조종하여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도 예언서를 빌려 지도자에게 절대권위를 부여한 흔적이 있다. 새 예언서에는 한·미관계가 자주 나온다. 어느 책에는 9·11사태(2001년 9월11일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도 언급되어 있다. 더욱 경악할 내용도 있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을 폭격하기 시작해,2005년까지 공격을 계속한다. 그리고 200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는 재선에 실패하고 이슬람교도의 저격으로 사망한다는 등등의 예언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는 보란 듯 재선에 성공해서 백악관에 건재하다.2004년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 관심사는 한국 민중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빗나간 예언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친미와 반미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의 중요 이슈로 등장했는데 민중의 다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배질서에 반감을 품고 있다. 민중은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부시의 낙선과 암살을 예언한 것이다. 민중은 부시를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북한 폭격설까지 예언으로 등장한 것이다.50년 전엔 현직 미 대통령을 진인이라 일컫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 민중이 직접 예언서를 저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중은 예언의 내용을 결정한다. 노스트라다무스든 ‘정감록’이든 사정은 똑같다. 민중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한 예언서는 민중의 사랑을 받고 그 생명도 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예언서는 곧장 버림을 받는다. 민중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정감록’을 해석해왔다. 시대가 바뀌면 그 해석은 늘 달라졌다. 한 시대의 해석은 다른 시대가 되면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내가 정감록을 바라보는 관점은 통시대적이다. 미셸 푸코가 말한 지식의 계보학에 가까운 입장이다. 푸코의 말처럼 시공간이 바뀌면 지식과 기억은 변화된다. 요컨대 변화된 사물의 의미를 계보로 정리하는 것이 지식 계보학이다. 나의 정감록 산책도 그렇다. 정감록에 담긴 의미의 변천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것은 한국 역사와 문화의 나이테를 읽는 새 방법일 것이다. 백승종(푸른역사연구소장)
  • [오늘의 눈] 전남도 ‘미스터리 인사’/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박준영 전남지사의 ‘미스터리’ 인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10명 가운데 9명은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비판여론 속에 달변가인 박 지사는 “이해해 달라.”고 얼버무린다. 지난해 6·5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지사는 취임 7개월 만인 지난 6일 첫 인사로 정무 부지사를 내정했다. 내정자는 이모(58)씨로 기초자치단체인 순천시의회의 3선 의원이다. 내정 발표 몇 시간 전에 이 소식을 들은 광역자치단체 도의원들이 발끈했다. 도의회 의장이 상임위원장단 6명을 모아 도지사실에서 “절대 안 된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들 모두는 도지사와 같은 민주당 소속이다. 도청 출입기자들도 배경 설명을 요구했고 지사는 진땀을 뺐다. 이튿날 전남도청 공직협의회 홈페이지도 후끈 달아 올랐다. 정무부지사 내정자는 2003년 11월4일 순천시의회 의장 자격으로 의원 16명과 함께 지사실에 난입해 집기를 던지고 한동안 소란을 피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 사무실이 순천시가 아닌 광양시로 결정된 데 대한 분풀이였다. 당시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행정부지사는 기자실에 들러 순천시 의원들에 대해 고발조치를 검토하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정무 부지사를 내정한 6일 저녁 박 지사는 곤욕을 치렀다. 광주지역 신문·방송 사장단과의 저녁 약속에 3개 신문사 사장이 불참했다. 이 가운데 모 신문사는 민주당 중진인 이모 의원이 소유주다. 이 의원은 도의원을 정무부지사로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의혹은 민주당 최고위층으로 모아진다. 누구 누구의 세대결이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 당내 전남 출신 중진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지사의 단호한 의지다. 목민관은 인사에 사사로움을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한번은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은 더 큰 부정의 시작일 뿐이다. 박 지사는 초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게 순리다. 남기창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kcnam@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婦들婦들 떨려…

    |베이징 연합|세 명의 부인과 살면서 잦은 가정 불화에 지친 중국의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사건이 상하이(上海)에서 발생했다. 천(陳)모는 지난 7년간 세 명의 여성과 결혼, 세명의 자녀를 낳았으나 가정 분란을 견디지 못하고 자수한 뒤 가정법원에서 집행 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천은 지난 1996년 어릴 적 친구이던 정(鄭)모와 결혼했으나 정이 들지 않아 사실상 별거를 해오다 1999년 식장 점원이던 이(李)모와 푸둥(浦東) 신지구에 집을 얻고 동거를 시작했다.2002년까지 아이도 둘을 낳았다. 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년 직장에서 항저우(杭州) 근무 발령이 나자 직장 동료와 항저우에서 부부 명의로 집을 세내 동거를 했다. 지난 8월 직장동료와의 사이에 아들까지 뒀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동거 중이던 직장 동료는 얼마전 천의 상하이 집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천의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전화를 받은 사람은 첫번째 부인 정. 두 사람이 서로 천의 부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천의 비극이 시작됐다. 상하이 집에서 매일 대소란이 벌어지자 결국 자수의 길을 택한 천은 “법을 잘 몰라 세번 결혼하게 됐다.”고 변명하고 “세 명의 아내와 세 명의 아이들에게 모두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토종웰빙을 찾아서 대구 연근

    ‘사각사각 삭사각.’ 입속에서 씹는 소리가 유별난 연근(蓮根). 연근만큼 웰빙 바람의 덕을 본 작물도 드물다. 격식을 차린 전통한식 밥상에 찬거리로 간간이 올랐던 연근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식물로 알려지면서 웰빙이라는 훈풍을 만나고 있다. 어느 날 석가가 중생들을 모아 놓고 설법 대신에 난데없이 연꽃 한송이를 들어 보였다. 모두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제자 가섭만이 ‘연꽃은 진흙속에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더러운 것이 묻지 않듯이 불자 역시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추함에 물들지 말고 오직 선을 행하라.’라는 뜻을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 이심전심과 같은 의미를 가진 불교의 대표적인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시중 또는 염화미소란 말의 유래다. 이처럼 연은 그동안 식용작물보다는 불교의 상징물로 더 알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연근은 불교의 상징물만이 아닌, 농약에서 해방된 안전한 먹을거리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대구라고 하면 빼곡한 섬유공장으로 인해 공업도시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연근의 국내 최대 집산지다. 대구사람들조차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근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대구에서 연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곳은 동구 사북·금강·대림동 일대의 속칭 반야월. 이곳은 토질이 비옥한데다 부근에 안심습지가 있고 금호강을 끼고 있어 연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금호강 주변 늪지대에 아무렇게나 자생하던 연을 1950년대 중반, 부자들만 먹는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농가들이 소득증대를 위해 재배에 나서게 됐다. 반야월 연근단지는 재배면적이 95㏊에 이르며 국내 생산량의 절반인 연간 3000t의 연근을 생산한다. 연은 연꽃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로 이집트가 원산지. 매년 4월 중순 파종해 그해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거의 연중 내내 수확된다. 식용뿐만 아니라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제초제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가 가능하다. 좋은 연근은 몸통에 흠이 없고 통실통실하며 마디가 굵고 일정하면서 잎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반야월 일대는 유기질이 많이 함유된 점토가 널리 분포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근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연근은 열을 내리고 피를 서늘하게 하며 출혈을 막아주는 약효가 있어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며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코피가 자주 나는 어린이에게 연근즙을 내어 먹이면 잘 낫고 눈에 열이 나고 핏발이 서는 것도 가라앉혀 준다. 연근즙은 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며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을 경우에도 좋다. 연근 30g을 강판에 간후 생강즙을 한숟갈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된다. 연근을 익혀서 먹으면 비·위장을 건실하게 해 소화기능을 돕고 오래 먹으면 화내는 것을 가라앉게 하는 효과도 있다. 연근을 이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깨끗이 씻은 연근의 껍질을 벗기고 얄팍하게 썰어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불린 쌀과 연꽃 열매를 넣고 약한 불에 끓여서 소금으로 간을 하면 담백한 연근죽을 맛볼 수 있다. 또 연근을 강판에 갈아 찹쌀가루와 반죽해 새알심을 빚어 놓은 후 미역과 들깨가루를 넣어 끓이면 연근 찹쌀수제비가 된다. 연근을 4㎜정도 두께로 썰어 식초물에 살짝 삶아 물기를 빼둔 후 육수, 진간장, 청주, 설탕, 커피, 물엿, 후추를 넣고 윤기가 나도록 졸여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 내면 맛있는 연근조림이 된다. 연근 구멍에다 물에 불린 찹쌀과 당근 등 채소를 다져 넣고 찜통에 쪄내는 연근밥은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대구농업기술센터가 연근을 이용한 음료수 개발을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이 흙에 묻은 연근을 구입해 껍질을 벗겨야 하고 쓰레기가 나오는 번거러움을 덜어주기 위해 연근을 세척후 진공포장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대구 반야월농협 (053)962-2881.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전북 무주 덕유산

    [조용섭의 산으路] 전북 무주 덕유산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몸을 날리는 칼바람,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과 미끄러운 얼음길, 힘들게 걸어야 하는 겨울산행을 왜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까? 무심한 듯한 자연이 만들어 낸 순백의 눈(雪) 세상은 고결하고도 아름다운 풍광을 선물한다.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의 마음을 순화해 주는 까닭에 겨울산을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이번에는 눈꽃산행으로 잘 알려진 덕유산(1614m)으로 들어가자. 덕유산 산행 코스가 많지만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서 구천동계곡을 끼고 향적봉에 올랐다가 중봉, 오수자골을 거쳐 다시 삼공리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산행은 삼공리의 매표소부터 시작이다.1시간30분 거리의 백련사에 이르기까지 도로를 걷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지만, 월하탄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운 구천동 계곡에 눈길 두어가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그리 지겹지는 않다. 본격적인 오름길은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1시간30분 걸린다. 급경사 길을 오르노라면 꽤 많은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체력에 맞게 쉬엄쉬엄 오르는 게 좋다. 산행도중 설화가 만발한 구상나무 터널을 만난다면 그건 행운이다. 그러나 눈꽃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서운해 하지는 말자. 수피가 너덜거리는 물박달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겨울을 나기 위해 귀한 수분을 차단시키는 아름다운 희생, 그 보기 흉하게 말라 있는 껍질 속의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나무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겨울나무에서 경이로운 지혜를 느낄 수도 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 보면 대피소 방향과 정상 방향 양갈래 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바로 덕유산 정상 향적봉이다. 정상에 서면 살을 에는 추위를 동반한 매서운 바람에 몸을 휘청거리며 쫓기듯 내려올지도, 또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 온 인파의 소란스러움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망무제로 시야가 트이는 사방의 산들을 조망하자. 동으로 가야산, 남으로 남덕유와 그 뒤쪽으로 지리산, 그리고 서북쪽으로 운장산이 첩첩이 드리워진 산너울 사이에 아득히 솟아 있는 것을 보고, 그만 정신을 깜박 놓은 채 그리움의 바다에 풍덩 빠져들지도 모를 일이다. 향적봉대피소로 내려서서 남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나아간다. 파란하늘과 주목, 눈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광이 환상적인 곳이다. 하산코스로 들어서면 남으로 거침없이 이어지는 덕유능선이다. 덕유평전을 지나 곧 백암봉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일부다. 중봉에서 50분 정도 걸으면 오수자굴이 나오고, 너덜길을 내려서서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다시 50여분 걷다 보면 오름길에서 만났던 백련사 주차장에 닿는다. 아침에 올라온 길을 다시 만나면서 하루의 산행을 마친다. 교통 대중교통:전북 무주군에서 구천동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 무주 공용터미널·063-322-2245). 자가용:대전∼진주고속도를 이용 무주IC, 진주쪽에서는 덕유산IC에서 빠져 나와 각각 37번,19번 국도를 이용해 삼공리로 들어오면 된다. 숙박 구천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음식점 이름 난 관광명소답게 음식점도 즐비하다. 상가 맨 마지막 집, 전주식당 뒤의 할매보쌈집(063-322-2188)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 파행·정상화 기로의 국회

    파행·정상화 기로의 국회

    ●강경대치 요즘 국회 기자실은 여야간의 ‘기자회견 전쟁’으로 꽤나 소란스러웠다. 하루 10건이 넘는 회의 브리핑과 상대당 공격이 계속됐다. 하지만 15일엔 조용하고 한산했다. 외형적으로는 서로에게 등 돌린 채 열린우리당은 ‘반쪽 국회’로, 한나라당은 보이콧이라는 제 갈 길만 가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들 150명에게 ‘동원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15일 ‘독전(督戰)’의 서한을 통해 “건곤일척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들의 단결과 헌신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고 소속 의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도 7시반부터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대책회의 등을 진행하며 하루 뒤 본회의 단독 운영에 대비하는 등 분주하게 보냈다. 소속 의원들도 상임위에 출석해 대체토론,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하며 ‘반쪽 상임위’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8일째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4대 입법 저지를 계속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당의 단독 국회 강행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데타적 발상”이라면서 “집권당이 무책임한 국정 운영 책임을 깨닫지 못하고 넘지 말아야 할 금기선을 넘는다면 감당하지 못할 재앙이 올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 단독으로 열리고 있는 상임위에도 계속 불참하고 법사위 전체회의장에서 의원 총회를 갖는 등 대책을 논의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타협모색 여야는 15일 표면적인 강경대치와는 별개로 막후에서 국회 정상화 협상을 본격화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각각 “양측 원내 대표단이 긴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당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 있는 ‘4대 입법’을 둘러싼 협상이 정상화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에게 “현재 양측의 협상 분위기를 봤을 때 ‘2+2’ 방안이 가장 유력한 타협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2+2 방식이란 국가보안법·언론관계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 등 4대 법안 가운데 2개만 올해 임시국회에 처리하고 나머지 2개는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말한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의 연내 관철을 최선(最善)으로, 국보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안의 연내 처리(이른바 3+1 방식)를 차선(次善)의 상황으로 검토해왔다.2+2 방식은 지금까지 여당내에서 나온 얘기 중 가장 유연하면서도 생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전부 또는 전무로 갈 순 없다.”면서 “2+2 안이 양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타협안”이라고 설명했다.2+2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여야간 입장차가 비교적 작은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사립학교법이 연내 처리 쪽으로 정리되고, 국보법과 언론관계법은 내년 이후 처리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이 막후에서 타협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여론 동향에 따라서는 한쪽이 다시 ‘전부’ 또는 ‘전무’를 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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