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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삼성 기류 李대로 돌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토요일인 4일 밤 8시20분쯤 해외체류 5개월 만에 전격 귀국했다.“삼성이 비대해지고 느슨해졌다.”는 이 회장의 귀국 일성은 앞으로 삼성그룹의 행보를 가늠케 했다.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에서 전용기편으로 입국한 이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소란을 피워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귀국 소회를 밝혔다. 이 회장은 ‘안기부 X파일’ 사태를 계기로 검찰 수사 여론이 들끓던 지난해 9월4일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줄곧 미국과 일본에 머물러 왔다. 이 회장은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2004년에도 1월19일 출국해 4개월 만인 5월22일 귀국한 바 있다. 당시에도 토요일 밤 늦은 시간(11시25분) 전용기를 타고 돌아왔다. 지난 5개월간 삼성과 이 회장은 안기부 ‘X파일’에서 드러난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 등을 통한 정치권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반 삼성’ 여론, 막내딸 사망 등 숱한 곤경을 겪었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칼끝이 이 회장 일가를 직접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해외체류 중에도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지시사항을 전달해 왔지만 ‘원격경영’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직접 삼성을 챙겨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국제경쟁이 하도 심해 상품 1등 하는 데만 신경을 썼는데 국내에서 (삼성이) 비대해져 느슨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 중반쯤 느끼게 돼 다행”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그의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삼성은 이 회장의 귀국으로 그동안 어수선했던 그룹 분위기가 추슬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나눔경영’‘상생경영’ 등 경영화두를 통해 ‘반 삼성’ 분위기를 극복하고 지배구조 등을 둘러싼 의혹과 비판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한편 점점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의 활로를 모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8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막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참석)하려고 했으나, 발 때문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이날 입국 때 이용한 전용기는 보잉 737기를 개조한 보잉비즈니스제트로 삼성이 보유한 두 대의 전용기 가운데 하나다.18인승 중단거리용으로 2002년 구입했다. 시속 800㎞의 속도를 내며 다른 소형기보다 흔들림이 적고 안전하다.류찬희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미란다원칙 안지킨 체포저항 법원 “공무집행 방해 아니다”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찰의 체포에 맞서 폭력을 행사했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전주지법 형사3단독 김선희 판사는 술집에서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남모(3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체포 이유와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지 않고 현행범을 체포한 것은 적절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판시했다.전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27)茶室

    붉디붉은 동백꽃이 벙그러져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민다. 퍼득이는 새의 날갯짓에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붉은 동백의 무리들은 마치 절망 속에서 자신의 삶을 내던져 버리는 중생들의 아픈 추락비행 같다.‘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속에 깃든 의미는 아마 희망이었던 것 같다. 추락과 날개는 상반된 감각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추락이 절망이요 포기라면 날개는 곧 다시 비상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로지 한 곳을 향해 집중하고 인내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넉넉한 삶의 여유다. 신년 들어 일지암에서 중생의 평안과 차인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다회를 열었다. 멀리 서울과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의차문화연구원들이 참석했다. 신년다회는 일지암 초당에서 열렸다. 까실까실하고 상큼해 보이는 새 볏짚으로 엮어올린 지붕을 가진 일지암 초당에는 3평 남짓한 차실이 있다.3방향으로 문을 해닫고 한쪽에는 차를 덖을 수 있는 부엌으로 만들어 놓은 일지암 초당 옆으로는 그 유명한 유천이 흐른다. 초당의 문을 열면 두륜산의 광활한 산맥이 울퉁불퉁 튀어오르는 것이 보이고, 늦은 오후 맑은 석양에는 서해바다의 잔잔한 물소리가 바람과 풍경소리를 타고 월담을 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다탁으로 한 일지암 초당의 다실은 그야말로 담백하다고 말할 뿐이다. 갈아 붙인 회벽에 몇겹으로 이어 붙인 회백색 벽지와 3명 정도가 마실 수 있는 작은 차 도구가 전부다.2∼3명의 찻자리는 늘 고요하다. 오직 바람소리와 유천의 물소리를 벗삼아 자신의 마음을 흘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지암의 차실을 두고 ‘무애의 차’ 자리라고 하는 것이다. 차인들에게 차실은 차, 차도구와 함께 매우 중요한 것중 하나다. 차를 하면 할수록 자신만의 차실을 하나쯤 가꾸는 염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차실을 소유하는 차인들이 늘고 있다. 작게는 3∼4평, 크게는 10여평의 차실을 근사하게 가꾼 후 가까운 차인들을 초대해 차회를 여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도심의 아파트에서도, 먼 산골의 초막에서도 차실을 꾸며 차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차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일본의 차실이다. 일본의 차실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고도의 문명을 향유한 일본문명의 상징처럼 일본의 차실은 세계적인 눈길을 끌었다.100여년이 넘는 대숲속의 차실들은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눈에도 동양문명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이른바 초암으로 불리는 일본의 다실들은 실로 담백하기 짝이 없다. 허리를 굽혀야 하고 몇 사람이 옹기종기 몰려 앉아 무릎을 맞대고 먹어야 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차실이 바로 이 시대의 차인들과 서양인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초암의 백미는 텅 비어 있고 작다는 데 있다. 초암에 대해 조선시대 이형상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내 집은 초려삼간/세상일이라곤 전혀 없네/차 달이는 돌 탕관과 고기 잡는 낚싯대 하나/뒷산에 절로 난 고사리 그것이 분수인가 하노라.”라며 소유하지 않는 자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초암의 핵심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이라는 점에 있다. 그리고 작지만 위대한 공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한적한 대숲이나 정원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초암은 흙과 볏짚을 혼합해 바른 벽이나, 대나무와 흙으로 엮어 만든 벽이 대부분이다. 방바닥 역시 마찬가지다. 대나무 자리를 깔거나, 갈대를 엮어 만든 것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암 차실은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가집 같은 것이다. 이른바 건축의 기본을 도외시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쉽게도 일본 초암차의 원류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의 옛 초가집의 소박한 멋이 원형인 것 같다. 최근 몇몇 연구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일본 초암다실의 원형은 우리나라라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센리휴에 의해 완성된 초암차실은 당시 강대했던 무사계급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도 가미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록 자결은 했지만 도요토미의 왕사역할을 했던 센리휴는 차의 근본정신 회복을 통해 일본 지배계급의 야만성을 희석시키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영혼을 굽어보게 하는 소박한 다실인 초암은 우리나라의 초가집들과 매우 닮았다. 초암다실이 세계적인 다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역사성과 함께한 정신성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갖는 근원적 투쟁심을 탈각시켜 버린 무소유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물신주의의 총아인 자본주의는 불가사리처럼 무엇이든 거대화시키고 조작해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 그러나 초암은 그런 자본주의적 가치관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역설의 미학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곧게 수직으로 뻗어내린 직선의 미학에 휘어지고 굽어진 곡선의 미학으로 맞서고 있다. 화학화시키고 인위적으로 조작한 재료 대신 흙과 집 그리고 대나무 등 천연재료를 사용,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데 그 위대함이 있는 것이다. 작고 어두운 초암은 폐쇄적인 공간이 결코 아니다. 사방을 개방해 누구라도 들고 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 열린공간은 신분의 차별을 초월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암은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했다. 깊은 산중에서 수행을 하기 위해 손가는 대로 지어낸 띠집인 초암, 가난한 선비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고 청빈함과 검소함을 자랑하기 위해 만들었던 모사(茅舍), 초려(草廬), 초정(草亭), 또한 왕이나 왕세자 등이 제를 지내기 위해, 잠시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지은 모옥(茅屋), 초옥(草屋) 등이 존재했다. 먼저 초암은 원래 스님들이 살던 암자의 명칭이기도 하다. 대중수행을 피해 홀로 수행을 하기 위해 깊은 산중에 아무렇게나 지은 작은 암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초암은 천연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검소하고 청빈한 삶의 원형을 그대로 담아내게 된 것이다. 설잠 스님의 ‘모암’이란 시는 이같은 상징성들을 그대로 드러낸다. “푸른 산 깊은 곳에 귀틀집 한 채 얽었는데/집 아래로는 맑고 맑은 만길 깊은 못이로세/가는 곳 되는대로 구름따라 함께 가고/머물 때엔 한가로이 달 아래 절방에 함께 있네.” 선비들이 독서나 차를 마시는 데 이용했던 초정이나 누실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며 호연지기와 청빈함을 자랑했던 초정이나 누실 역시 작고 소박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암의 원형들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런 점에서 초암은 자연주의의 원형이랄 수 있다. 그같은 것은 차가 지닌 자연성과 우주성을 일체화한 독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초암은 또 차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물론 역사성과 현실성에서 시작된 것이겠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현대에 와서 초암은 문명의 역설성을 상징하고 차의 본연성을 담아낸 천연의 기제로 자리매김될 만하다. 차의 정신은 궁극적으로 하심(下心)에 있다. 넓고 큰 집, 넓고 화려한 광채가 나는 차실은 바로 현대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제다. 그러나 초암으로 대별되는 차의 정신은 내 욕망을 내려놓은 하심을 구조적으로 추구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좁고 작아서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 작은 문들, 도대체 막힘이 없는 사방으로 열린 공간들, 울퉁불퉁 튀어나온 소나무의 서까래 등 순수한 자연의 미학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경계를 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초암에서 소박한 미의식을 본다. 소박한 미의식이란 작고 볼품없는 공간속에서 채워낼 수 있는 정신적 충만감을 의미한다. 일지암 초당의 신년차회는 바로 이같은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바싹 마른 장작을 구들에 넣고 사방으로 환히 열어젖힌 초당의 문들, 바로 앞의 작은 연못과 붉게 핀 매화 향, 그리고 손에 잡힐 듯 툭툭 꽃봉오리를 벙그러올리는 동백꽃이 바로 또 다른 차의 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그들은 그 찻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스님 참으로 부끄럽고 초라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자연의 경이 앞에서, 꾸미지 않은 자연의 소박함 앞에서 내가 해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들은 자연을 품에 안았고, 현대사회 속에서 일그러져 있는 자신의 작고 초라한 모습을 관조할 수 있었다. 찻자리가 소중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차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자연을 나누고 결국은 우주를 나눌 수 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차를 통해 자신을 개벽시킬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육신을 망치지만 차는 사람을 가라앉히고 육신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신묘로운 작용을 한다는 말이있다. 차 한잔은 이렇게 인간의 삶의 양식을 바꿀 수 있기도 하다. 일지암 암주 ■ 현대인의 차실은… 차실은 차인의 품격과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다. 요즘 찻자리에 초대되어 가보면 이른바 명품으로 치장되어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것은 누구의 작품이며 이것은 얼마나 값어치가 나간다고 자랑을 한다. 그럴 때 그 찻자리에는 은근히 질시와 불편함이 싹튼다. 이른바 차회가 아니라 과시회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차가 자신의 신분과 인격을 상승시켜주는 인격체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경우를 보며 씁쓸해한다. 흔히들 차를 격식의 문화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갖추어진 다실에서 갖추어진 다구와 차를 준비한후 예법에 따라 마시는 것이 바로 차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른바 그것은 바로 차가 격식화되어 있는 것이다. 차는 격식의 문화가 아니다. 물론 의식을 통해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차는 당연히 격식의 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차는 자연스러움과 소박함 그리고 편안함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우선 차는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갖추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공유하는 나눔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거실이나 방에서 행다를 해도 된다. 차실은 가급적 비린내가 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깨끗하고 아담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곳이면 더욱 좋다. 먼저 다실을 꾸밀 공간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다. 다실의 크기는 3∼4평 정도가 제격이다. 다실의 크기가 너무 넓으면 주위가 산만하고 어지럽기 때문에 오히려 차실로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실은 손님을 접대할 몇 가지 가구와 다구, 요란하지 않은 화분이나 서화로 간단하게 장식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 다실에 놓여진 난과 꽃은 차실의 분위기를 한층 품격있게 만들기도 하다. 다만 너무 요란스럽게 꾸며진 장식물들은 오히려 차실의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실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응접실이나 서재를 이용해도 된다. 우선 차를 마실 수 있는 차도구를 위한 상시적인 공간을 마련한다. 그곳의 넓이는 0.5평 정도면 된다. 가능하다면 창문을 통해 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좋으며 조촐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나무 화분이나 꽃 등을 준비해 놓아두면 더욱 좋다. 마지막으로 응접실이나 서재도 없는 단칸방에서도 차는 가능하다. 평상시에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를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놓아둔 다음 차를 마실 때 자리를 마련해 마시는 것이다. 참으로 훌륭한 행다란 다실의 유무에 있지 않고 그것을 소박하고 검소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英 ‘소규모 매춘업소 합법화’ 논란

    |파리 함혜리특파원|영국 정부가 성매매 관련 법을 개정, 매춘부 2명과 1명의 접객원이 일하는 소규모 업소를 합법화하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성매매는 사적인 거래이므로 정부가 간여할 여지가 없다는 전통에 따라 영국에선 매춘부 1명이 한곳에 거주하면서 성매매하는 것은 단속하지 않았고 매춘부를 다수 고용한 업소가 주위를 소란하게 하거나 호객 행위를 할 때만 공공질서 위반으로 간주해 처벌해 왔다. 그러나 피오나 머태거트 내무부 차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명이 함께 일하면 여성들은 더 안전해질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성매매를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길거리 성매매, 호객 행위는 더 철저히 단속하고 벌금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당은 매매춘이 늘어나는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비판했다.이브닝 스탠더드 등은 “여러 명의 매춘부가 일하는 업소를 합법화하면 주택가에도 업소가 침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lotus@seoul.co.kr
  • [남해군 송남·소량리 ‘금연마을 도전기’] “왕따 당할라” 50년 골초할배도 ‘뚝’

    [남해군 송남·소량리 ‘금연마을 도전기’] “왕따 당할라” 50년 골초할배도 ‘뚝’

    경남 남해의 바다마을. 파도마저 잦아든 한적한 시골마을이 모처럼 소란스럽다.‘담배 없는 마을 만들기 주민 설명회’가 있는 날이다. 회관 앞은 군청 보건소와 외지에서 온 차량으로 북적이고, 주민들도 속속 모여들어 썰렁했던 회관에 활기가 돈다. 지난 12일 금연마을에 도전하는 남해의 두 마을을 찾아가 봤다. ●미조면 송남리, 첫 시작 “내 잡아갈라꼬 왔나?” 보건소 직원이 들어서자 마을 어른인 채금순(83) 할머니가 대뜸 한 소릴 한다. 소문난 ‘골초’인 이 할머니는 보건소 직원들의 행차가 영 못마땅한 눈치다. “송남마을이 담배연기 없는 마을로 지정된 거 아시죠? 저희가 담배 끊으시도록 도와드릴게요.” 간호사의 설명이 시작됐지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내 나이가 몇인데 담배를 끊어. 얼매나 더 살끼라고.” “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 이게 건강한 사람 폐고, 이게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폡니다. 건강한 폐는 발그스름하니 예쁜데 담배 피운 사람 거는 새카맣지요? 골골 안 하시고 건강하게 살다 가시려면 담배를 끊어야 됩니다.” 색색의 폐 모형에 주민들의 시선이 고정된다. 간호사가 일산화탄소 측정기까지 들이대자 관심도가 한층 높아졌다. 간호사가 “입을 대고 후∼부시면 담배를 피웠는지 안 피웠는지 나타납니다. 담배를 안 피우셨으면 신호등의 초록색이 ‘괜찮다’하고 반짝이고요, 담배를 많이 피우셨으면 빨간불이 번쩍댑니다. 경고라는 표십니다.”라고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지원자가 나선다. 담배를 안 피운다는 배일옥(68) 할아버지가 먼저 불어본다. 역시나 초록색 불이다.50년을 넘게 담배를 피웠다는 저점률(72) 할아버지가 측정기에 입을 댔다.“뻐얼∼겋다.” “대자마자 뻘건색이 나와삔다.” 여기저기서 신기한 듯 거든다. 저 할아버지는 빨간불이 걱정스러운 듯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담배를 못 끊겠다며 하소연한다.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니코틴 패치도 드리고 니코틴 껌도 드리고, 금연침도 놔드릴 거라는 보건소의 설명이 이어지자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한번 끊어보시겠어요?” 간호사의 질문에 안 끊겠다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그래.” “한번 해보께.”라며 금연의지를 보인다. 설명에 나선 정현주 간호사는 “송남마을에서 금연마을 신청을 하긴 했지만 호응도가 높지 않아 걱정했던 마을이었다.”면서 “이 정도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셈”이라고 했다. ●상주면 소량리, 시작이 반 송남마을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소량마을은 이미 금연 분위기가 잡혀 있는 마을이다. 김차비생(73) 할머니는 보건소 직원들을 보자마자 “파스처럼 붙이는 것 좀 줘봐.”라며 금연 패치를 찾는다.“약국에 갔더이 한 갑에 만원이 넘대. 그냥 담배 피뿐다고 했다.” “거 파스 주면 집에 있는 재떨이 싹 없애삘긴데.” 김 할머니의 능청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된다. 금연 5일째라는 김남년(71) 할머니는 “사탕을 물고 산다.”며 입 속의 사탕을 내보인다.“내가 신랑 병간호하면서 담배를 피기 시작했제.40년 넘게 피면서 세번 끊어봤는데 안 해본 사람은 몰라. 담배 먹고 잡아서 아주 죽겠다.” “근데 왜 끊으시려고요?” 기자가 묻자 “보건소에서 준 달력에 담배를 피면 주름살도 많아지고, 폐암도 생기도, 별별 병이 다 생긴다카데.”라면서 “끊어야 된다.”고 재차 다짐을 한다. 박옥우(65) 할아버지도 단단히 다짐을 했다. 할아버지는 “바다 사람은 바닷일 나갔다 피우고 일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피우고 한다.”면서도 “단디 각오를 했다.”고 의지를 보인다. 덕분에 소량마을은 보건소 설명회를 마치고 내친 김에 결의대회까지 해치웠다. 이 마을 이장인 정고원(53)씨는 “나부터 끊어야 된다.”며 결의문을 읽어내렸다. 마을 주민들도 한 마음으로 “상주면 소량리는 건강한 장수마을을 만들기 위해 금연을 한다.”고 다짐했다. ●일주일에 한번 찾아가는 서비스 설명회를 가진 마을은 당장 금연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우선 전 주민을 상대로 소변검사를 통해 흡연 여부를 확인한다. 흡연자로 판명되면 일산화탄소 측정을 통해 흡연 정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니코틴 패치를 제공한다. 몸에 붙이는 니코틴 패치는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을 담배가 아닌 패치로 몸에 넣어주어 흡연욕구를 감소시킨다. 금단 현상의 정도에 따라 니코틴 양을 점점 줄여야 하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상태를 체크하게 된다. 금단 현상이 심하면 니코틴 껌이나 귀에 맞는 금연침을 보조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남해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금연마을 어떻게 운영하나 금연마을은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된 정부의 금연클리닉 사업을 계기로 시작됐다. 보건소마다 설치된 금연클리닉을 통해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 금연클리닉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가 반반씩 들어가고 관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246개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금연클리닉 사업에만 지난 한해 270억원이 투입됐고, 올해는 1.5배 정도 늘어난 400억원이 배정됐다. 복지부는 “이 비용은 담배가격 인상분으로 조성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조달된다.”면서 “흡연자에게 받은 세금을 흡연자를 위해 활용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국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연클리닉은 정부에서 보조하는 사업인 만큼 흡연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담배를 끊을 때까지 상담치료와 금연보조치료가 제공된다. 금연클리닉이 활성화되면서 최근엔 보건소에서 흡연자를 찾아가는 이동 금연클리닉도 운영되고 있다. 금연마을 역시 이동 금연클리닉 사업의 일환으로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한다. 금연클리닉 사업으로 할당된 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 보건소가 자율적으로 금연마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마흔 넘어 세상을 산다는 건…

    ‘나이 마흔 넘어 세상을 산다는 건/석양빛 붉은 울음을 제 뼛속마다 고이/개켜 넣은 거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악머구리 끓듯 소란스럽지 않게/저만큼 서로 한 뼘씩 거리를 둔 채/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상처의 불꽃들/밤새 안녕하였다는 눈인사를/저 스스로에게 묵묵히 건네며/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미스터L의 회상’중) ‘58년 개띠생’인 시인 이승철(48)이 세번째 시집 ‘당산철교 위에서’(솔)를 발표했다.‘총알 택시안에서의 명상’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의 주된 정서는 인용한 시구에서 드러나듯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40대 후반 중년 남성의 자화상이다. ‘스무살 적 광주, 나 역시 한때 노숙자로 떠돌던 때가 있었다. 얇은 비닐조각을 이불처럼 덮어쓰며 광주학생회관 계단 밑에서 별꽃을 헤아리다가 새벽이슬 속에 문득 잠 깨어나곤 했었다.’(‘종삼에서 운주사 와불을 보다’중) 호남대 행정학과에 다니던 평범한 ‘문청’의 인생 항로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항쟁과 더불어 급격한 굴절을 겪는다. 대학을 중퇴하고,1983년 시 전문 무크 ‘민의’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출판계에 입문했다.나남, 인동, 산하, 황토 등의 출판사에서 5월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광주민중항쟁증언록’, 김남주 시인의 옥중시집 ‘나의 칼 나의 피’등을 기획했다. 세월의 힘에 떠밀려 어느덧 세속적 삶에 물든 자신을 탓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엄중하다.표제작 ‘당산철교 위에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2만5천 볼트의 전류를 기운차게 뿜어내며/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에서 기억과 현실의 첨예한 대비에 괴로워하던 시인은, 이내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인생이라는 신기루를/무사히, 잘, 건너가고, 있는가?/옛사랑이 다만 흐릿하게라도 남아있는 한/세상을 사는 존재의 형식을 되묻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추스른다. 시집에는 시인 자신의 삶의 변화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김남주, 채광석, 고정희, 기형도 등 요절한 문인들을 기리는 추억도 실려있다. 시인은 “자기를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것, 그럼으로써 자기 영혼에 메스를 가한다는 것, 그리하여 미욱한 이 세상을 향해 일갈하고 싶다는 것, 이것이 최근 나의 시작 태도”라며 “청춘의 한 시절이 허위단심 떠나갔고, 저만치서 불혹의 아침이더니 이제 나는 인생의 후반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시집 앞머리에 적었다. 시인은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시 전문지 ‘시경’편집위원, 도서출판 화남의 편집주간으로 활동 중이다.65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피아노학원·노래방도 소음규제

    피아노학원·노래방도 소음규제

    피아노학원과 노래연습장 등에 대해서도 소음규제를 하고, 도로변 고층건물 지역엔 방음터널을 설치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환경부는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0년까지 5년 동안 생활소음을 줄이기 위한 범정부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책에 따르면 피아노학원·체육도장·단란주점·노래연습장·무도장 등 현재 소음규제기준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2007년부터 규제기준을 설정,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개를 비롯한 동물을 영업목적으로 대량 사육하는 경우도 사업장 소음으로 보고 규제할 방침이다. 도로변 소음을 줄이기 위해 7층 이상 고층건물이 있는 지역에 대해선 방음터널을 설치하는 방안도 건설교통부와 함께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입주자 스스로 소음 관리규약을 정하되, 고의성이 있는 과도한 소음에 대해선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 등’ 규정을 적용,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밖에 디젤철도 차량을 점진적으로 전기 철도차량으로 바꾸고 항공기의 심야시간 운항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대도시 학교와 병원, 주거·상업지역 등에서 24시간 소음을 자동 측정할 수 있는 기기 550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열린세상] 검찰·경찰 뭐가 다른가/강지원 변호사·정보통신윤리위원장

    검찰과 경찰은 붕어빵인가. 요즘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국민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검, 경이 뭐가 다르냐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밀양에서 고교생들의 집단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경찰이 피해자 수사과정에서 2중,3중으로 인권을 침해했다 하여 온통 인터넷이 뜨거웠다. 경찰서장은 직위 해제되고 하급경찰관들도 징계되었다. 경찰은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피해자측에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경찰은 태도를 돌변, 영 다른 내용의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잘못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 신원노출에 고의는 물론 과실조차도 없었다, 노래방 등에서 실수발언도 없었다, 당직근무 여경을 잠시 참여시켰다는 등이다. 가장 놀랄 부분은 41명의 혐의자들을 줄줄이 세워놓고 대질, 지목시킨 부분이다. 경찰이 극구 반대했으나 피해자측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강력히 요청하여 ‘어쩔 수 없이’ 대질, 지목하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스스로 하고자 하지 않았는데 피해자 가족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랐다는 뜻이다. 자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경찰에 한마디 묻고자 한다.‘당신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피해자 가족들의 말을 잘 들었느냐?’고. 경찰은 피해 국민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렇다면 일부 국민이 아무리 요구한다 해도 인권침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해놓고도 그 책임을 가족들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들의 책임이 면해진다고 생각하는가? 검찰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32살의 유부남인 농구선수가 당시 17세의 여고생을 애인처럼 1년내내 데리고 다니며 성적으로 농락한 사건이 있었다. 신판 ‘로리타’ 사건이다. 문제는 그의 행각 중 첫번째 성관계가 강간이었느냐에 있었다. 그런데 검찰이 현장검증에서 10대 피해자에게 상대남자를 대면한 상태에서 범행장면을 그대로 재연해보라고 하였다. 먼저 피해자를 운전석 뒷자석에 눕게 하고 그 위에 농구선수를 올라타게 했다. 그러고는 농구선수가 앞좌석에서 화간을 했다고 주장하므로 농구선수를 앞으로 옮겨타게 한 다음 그의 무릎위에 양다리를 벌리고 올라탄 모습을 재연하도록 피해자에게 ‘올라타라.’라고 했다. 무릇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대질신문까지도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 지침이다. 그런데도 미성년 피해자에게 얼굴을 맞댈 뿐 아니라 몸까지 붙여가며 범행을 재연하게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태적인 일이다. 그런데 피해자측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자 검찰은 법원에 이런 답변서를 제출했다.“피해자의 어머니가 수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여 하게 했다.”라고. 이 대목에서 검찰에도 똑같이 묻고자 한다.“당신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피해자 가족들의 말을 잘 들었느냐?”고. 검찰은 인권옹호 기관이다. 그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 피해자 가족이 아무리 요구한다 하더라도 검찰은 인권침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두가지 사례를 비교해 보라. 어쩌면 그리도 붕어빵인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야만적인 대질 지목 또는 변태적인 대질 재연을 시킨 점, 그리고 그 잘못을 지적하자 피해자측의 요구에 의했다고 모조리 그 책임을 뒤집어씌운 점 , 그리고 잘못을 시인하고 회개하는 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이다. 검찰·경찰은 뭐하는 기관인가. 우리 국민이 가장 믿고 의지하고 싶은 기관 아닌가.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은 행태를 자행하는가. 새해가 되었다. 검·경은 권한싸움일랑 집어치우고 봉사를 위한 자성과 분발에 나서라. 그러면 그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강지원 변호사·정보통신윤리위원장
  • 법정난동땐 가스총 사용

    전국 법원에 법정 질서유지와 법원청사 방호를 책임지는 ‘법원경비관리대’가 창설, 운영된다. 앞으로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면 가스총을 발사할 수 있다. 대법원은 2일 대법원을 시작으로 이달 16일까지 전국 법원에 순차적으로 경비관리대를 창설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공익근무요원과 청사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법정경위·방호원·청원경찰은 경비관리대로 흡수 통합돼 운영된다. 대법원은 900여명의 경비관리대 규모를 2008년까지 14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 만들어진 경비관리대는 가스총·경비봉 등 보안장비를 휴대하고 ‘법정의 존엄과 질서를 해치는 행위’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 등 긴급한 위해 행위가 발생할 경우 신체·물리적 제압을 하거나 보안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물리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경비관리대의 설치는 잇단 법정난동으로 법정 방호대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 등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4월 서울동부지법 법정에서 가정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자신을 고소한 부인이 증인으로 출석하자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고, 그보다 한달 전인 지난해 3월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피고인의 가족이 재판 도중 방청석에 앉아 있던 고소인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엄격한 법정 경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무부 소속의 연방마셜 94명과 연방총무국이 94개 지역 법원의 방호를 담당하고 선거로 뽑은 보안관이 4년 임기제로 주법원의 보안책임을 진다. 일본은 별도의 청원경찰 없이 정리와 법정경비원 및 경찰관과 계호직원이 역할을 분담해 법정의 질서를 유지한다. 또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는 독일은 법정소란이 거의 없어 재판장이 필요시 법정경위를 비상호출하는 방호 시스템을 두고 있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28일 TV 하이라이트]

    ●코리아!코리아!(EBS 오후 8시5분) 평화콘서트 2부에서는 가수 리플레이(김정민 고성진 김우디)가 참여해 노래를 부르고,‘코리아!코리아!’팀이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북쪽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기금을 전달한 ‘방북보고’시간을 갖는다. 또 게스트 플라워와 함께 북쪽 말 알아맞히기 퀴즈도 이어진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사자성어로 돌아본 2005년 연예계의 각종 사건사고와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연예가를 되돌아보고, 특정 사건 이후의 소식을 전해준다. 김종국과 SG워너비가 크리스마스날 콘서트를 가졌다. 그 현장을 찾아가 SG워너비가 밝히는 ‘10대 가수상’ 수상 거부 이유와 유난히 상복이 없다는 김종국의 푸념을 듣는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20분) 연말연시를 맞아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웃사랑의 열기가 예년 같지 않다는 것이 사회봉사단체 종사자들의 말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기부모금 단체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세중 회장과 함께 ‘희망 2006 이웃사랑캠페인’의 모금 실태와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짚어 본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순옥은 불안한 마음에 화숙에게 집을 나가라고 다그치고 이를 대하는 화숙은 어이없어한다. 정환은 순옥과 결혼할 수 없다고 순옥에게 통보한다. 순옥은 정환에게 마음을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정환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한편, 기석은 권투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준혁과 만나 담판을 짓기로 한다.   ●별난 여자 별난 남자(KBS1 오후 8시25분) 자신에게 올 줄 알았던 조끼가 김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간 걸 알게 된 병두는 섭섭하기 짝이 없다. 종남이 ‘웰빙 홈쇼핑’의 전문게스트가 된 걸 알게 된 나라는 불같이 화를 내며 종남의 고아신분을 거론하고, 석현은 부모없는 게 죄냐며 집을 뛰쳐나간다. 석현은 바에서 술을 마시다 종남에게 전화를 건다.   ●어린이 드라마 641가족(KBS2 오후 6시10분) 호만이 만든 사랑지수 측정기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인다. 급한은 요성과 함께 사랑지수를 측정해 좋은 결과가 나오자 기뻐하고, 호만은 아내 순아와의 사랑지수 측정 결과가 나쁘게 나오자 순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때 순아가 예전에 좋아했던 선배로부터 전화가 온다.
  • [토요일 아침에] 성탄절을 맞으며/이동익 가톨릭대 교수·신부

    유학 시절, 나는 성탄 방학을 이용하여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성탄 미사를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 성당에서 드릴 수 있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 일생의 가장 감격스러운 사건들 중의 하나였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도착한 베들레헴 성당에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로 꽉 차 있었고, 나와 일행은 다행히도 제대 가까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미사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서너 시간을 더 기다려야하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기도와 성가로 그 시간을 봉헌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기쁨과 행복으로 빛나고 있었다. 미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갑자기 성당 경내가 소란스러워지더니 커다란 발자국 소리가 성당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요란한 금속음까지 가세하니, 그 당시의 기억으로는, 경건해야 할 성당이 갑자기 오싹해지는 살벌함으로 가득했다. 오늘날도 그러하듯이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이곳에 혹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길함도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의 점령지였던 베들레헴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의 군 수뇌부들도 예수님의 탄생 성지에서의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가 되었고, 그들은 수많은 무장 경호 군인들의 쩡쩡거리는 군화 발소리와 함께 성당에 도착한 것이다. 그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수십 명의 무장 군인들 바로 앞에서 아기 예수님께 찬송을 하자니 당연히 목소리에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예수님의 성탄을 이렇게 험악한 군화 발소리 속에서 기념하고 축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기도했다.“평화의 왕이신 주님, 세상의 불목과 전쟁의 비참함이 온 인류의 평화를 무참하게 짓밟고 있으니, 빨리 오셔서 평화를 주옵소서.” 예수 탄생 이전, 이스라엘의 4000년 역사는 어둠과 고난과 죽음의 역사였다. 이집트 땅에서의 노예 생활과 바빌론에서의 포로 생활, 그리고 로마 식민지하에서의 부당한 착취와 헤로데의 폭정 등에 시달리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고통과 좌절, 그리고 절망의 늪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러한 비인간적 상황들 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이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이 비참한 고통과 악의 상태에서 그들을 구원해 주실 구세주를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그 약속의 실현이 바로 베들레헴의 어느 말구유에서 초라하게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거리는 온갖 성탄 장식으로 요란하리만큼 화려하다. 들리는 음악은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며, 사람들의 표정 또한 밝기만하다. 예수의 탄생이 진정 기뻐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들뜨게 하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 때문일까. 적어도 그것은 예수의 탄생을 통해 이 세상과 인류에게 다시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리라는 기대와 다짐 때문일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억압과 폭정, 절망과 비참의 역사 속에서 탄생하시는 예수님이시지만 하늘의 천사들은 이렇게 노래한다.“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루가 2,14) 오늘 밤 베들레헴 성당의 미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어쩌면 거룩한 미사 시작에 앞서 무장 군인들의 저벅거리는 군화 발소리를 들을는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아마 전쟁과 테러, 착취와 압제로 인한 공포와 절망에 신음하는 인류의 소리가 아닐까. 세계 도처에서는 지금도 숱한 종류의 폭력과 굶주림 등으로 절망하고 있지만, 오늘 밤 이 세상과 우리 마음에 평화의 왕으로 다시 태어나시는 예수께서 그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를 희망해본다. 이동익 가톨릭대 교수·신부
  • [씨줄날줄] 모나리자/육철수 논설위원

    말투나 얼굴 표정,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생각은 일정 부분 말로 표현되며, 기분상태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어서다. 하지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눈 하나 깜빡않고 거짓말을 태연하게 해대는 철면피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간파하기란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암스테르담대학 연구진이 컴퓨터를 활용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감정상태를 알아봤단다. 그림 속 모나리자의 표정에서 행복, 놀라움, 분노, 혐오, 공포, 슬픔 등 6가지 감정을 수치화까지 했다니 참으로 놀랍다. 분석 결과, 모나리자는 행복한 느낌이 83%, 혐오감이 9%, 두려움 6%, 분노 2%로 나왔다는 것이다. 복잡 미묘한 개인의 마음상태와, 상대방과의 교감의 산물인 인간의 감정을 이렇게 수학문제 풀듯 간단하게 ‘답’을 내놓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우주처럼 변화무쌍해서 ‘소우주’라는 인간이 어쩌다가 컴퓨터 앞에서는 속마음을 한줌도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과학이 인간을 무자비하게 재단한, 기가 막히는 사례 하나를 더 보자. 언젠가,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할리 먼센이라는 해부학자는 인체를 화학성분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의 몸은 칼슘 2.25㎏, 인산염 500g, 칼륨 252g, 나트륨 168g, 마그네슘 28g, 그리고 소량의 철·구리성분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체중의 65%는 산소,18%는 탄소,10%는 수소,3%는 질소란다. 인체구성물질을 값으로 치면 89센트(900원)라는 어처구니없는 결론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과학은 인간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연구와, 경험의 산물이다. 예술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간 정신세계의 소산이다. 과학이나 예술의 주인공은 단연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과학이 인간이나 예술을 판단 또는 분석한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컴퓨터가 아무리 인간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이리 나누고 저리 갈라도, 이성과 감성의 끝없는 조화로 이루어지는 정신세계까지 감히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예술일 뿐이며,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그만이다. 쓸데없이 감정분석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리를 먼저 분석해 보는 게 순서일 듯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실전 논술]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는 문제와 적응 방안

    ●다음 글은 세계의 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을 살피고 있다. 제시문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게 될 문제를 점검해 보고, 이에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정보는 전문적으로 ‘비트(bit)’라고 부르는 단위로 규정, 측정된다. 지금은 독서와 타이핑에서 피아노 연주, 다이얼 조작, 암산에 이르는 광범한 범위의 작업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속도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확정되어 있다. 학자들 간에 그 정확한 수치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두 가지 기본 원리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 원리는 첫째,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시스템에 과도한 부담을 주면 능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중략) 실험 결과는 한결같이 어떠한 작업이든지 모두 어떤 속도를 초과하면 수행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모두 신체적인 솜씨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속도의 최대 한계는 신체적 제약보다는 정신적인 제약에 의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실험들은 또한 실험 대상자에게 제시되는 행동 선택 가능성의 수가 많을수록 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이 실험 결과들은 분명히 우리가 어떤 형태의 심리적 혼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급속도로 끊임없이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경영자들이나 공부해야 할 것은 많은 데다 거듭되는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 그리고 소란을 피우는 어린이와 요란한 전화 소리, 망가진 세탁기,10대 아이들 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로큰롤 음악 소리, 응접실의 TV 소리에 시달려야만 하는 주부―이런 사람들은 모두 그들의 감각에 밀어닥치는 정보의 파도 때문에 자신의 사고 능력과 행동 능력이 손상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투에 시달리는 군인이나 이재민, 문화 쇼크에 걸린 여행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증상들의 일부는 이러한 종류의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rd)와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보 문제 연구의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인 미시간 대학 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밀러(Miller,James G.) 박사는 “어떤 사람에게 그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공급하면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제로 정보의 과부하는 여러 가지 정신 질환과 관계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하고 있다. 예컨대, 정신 분열증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부정확한 연상 반응’이다. 실험 대상자의 마음 속에 연결되어야 할 관념과 말들이 연결되지 않거나 또는 그 역의 경우가 생긴다. 정신 분열증 환자는 제멋대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고도로 개인화된 범주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삼각형·입방체·원뿔형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나무토막을 대면시킬 때 정상적인 사람은 이것들을 기학학적인 형태에 따라 분류할 것이다. 정신 분열증 환자들에게 이것을 분류하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것들은 모두 군인이다.”라든가 “이것들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라는 식으로 대답하게 될 것이다. 밀러는 ‘커뮤니케이션의 혼란’(Disorders of Communication)이라는 책에서 연상 텍스트를 이용하여 정상인과 정신 분열증 환자를 비교하는 실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실험 대상자중 정상인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여러 가지 단어를 다른 단어나 개념들과 연관짓도록 요구했다. 그 중 한 그룹은 시간 제한 없이 문제를 풀도록 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시간적인 압박 하에서―빠른 속도로 정보를 투입하는 상황에서―문제를 풀도록 했다. 시간에 쫓긴 실험 대상자들은 시간 제한을 받지 않은 정상인들에 비해 정신 분열증 환자와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심리학자인 우스단스키(Usdanski,G.)와 채프먼(Chapman,L.G.)은 이와 유사한 실험을 통해 강제된 속도와 고속의 정보 투입 여건하에서 문제를 푼 실험 대상자들이 저지르는 과오의 유형들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 두 사람은 역시 반응 속도의 증가가 정상인들에게도 정신 분열증 환자 특유의 과오 패턴을 초래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밀러는 “정신 분열증은(아직 알려지지 않은 과정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신경 계통의 ‘잡음’을 증가시키는 어떤 대사 장애로 인해) 인식적 정보의 처리와 관련된 채널의 용량을 떨어뜨린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정신 분열증 환자들은 표준적인 속도의 정보 투입에 대응하는 데도 마치 정상인들이 빠른 속도에서 겪는 것과 마찬가지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정신 분열증 환자들은 표준 속도에서도 마치 정상인들이 빠른 강제적 투입 속도에서 저지르는 것과 마찬가지의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밀러는 과중한 정보의 부담 아래에서의 인간 행동의 와해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정신 병리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잠재적 충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 사회 변화의 일반적인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활 속도에 적응하고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여 더욱더 단기간 동안에 이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강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느리게 진화하는 사회에서 필요로 했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적어도 일부의 사람들을 인식적인 과잉 자극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것이 기술 사회에서 정신 건강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앞으로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엘빈 토플러,‘미래 쇼크’ ● 지문의 분석 이 글은 엘빈 토플러가 쓴 ‘미래 쇼크’의 일부분이다. 앨빈 토플러는 개개인이 짧은 기간에 많은 변화에 처하게 됨으로써 유발되는 파멸적인 스트레스와 방향 감각의 상실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미래 쇼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의 충격이라는 인류학의 용어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일반화된 개념이다. 한 문화권의 생활 방식에 젖어 있던 사람이 전혀 다른 문화권 속으로 들어가게 됐을 때 겪는 격심한 혼란이 그것이다.‘미래 쇼크’란 이러한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현재의 문화 속에 살고 있는우리가 미래의 문화 속으로 갑자기 진입하게 될 때 느끼는 혼란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개념은 미래 사회의 문화가 현재의 문화와 완전히 다르며 우리가 그러한 미래의 문화에 접하게 되는 속도가 충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래의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이 너무 빠른 가속도로 전개되기 때문에 이런 변화의 가속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또 인간은 이러한 미래에 어떻게 적응(또는 적응에 실패)할 것인가를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적, 사회적 변화가 그 속도를 점차 가속화함으로써 개인이나 집단의 적응이 한층 어려워질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인간이 사회 전반과 개인 문제에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시급히 터득하지 못한다면 대대적인 적응 파탄의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글쓴이는 그동안 그가 만나본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그들의 변화에 대한 관심과 적응에 대한 불안감,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경험하고 다음과 같은 확신을 제시한다. 즉, 미래 쇼크는 머나먼 잠재적 위험이 아니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걸려 있는 실재의 질병임이 분명하다. 이 정신 생물학적 상태는 의학적 또는 정신병리학적 용어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변화병이다. 특히, 변화의 속도는 변화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급속한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해 나가려면 미래에 대한 새로운 자세, 즉 미래가 현재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새롭고도 민감한 인식, 곧 미래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과중한 정보의 부담(정보의 과부하) 아래에서의 인간 행동의 반응을 고찰하고 있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 시스템에 과도한 부담을 부면 능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의 결과를 통해서 이미 증명되었다. 이를 토대로 글쓴이는 정보의 과부하가 인간 행동을 와해시킴으로써 정신 병리 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현대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상황이 초래할 인간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글의 주제는 정보의 과부하가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 출제의도 현대는 기술 정보 사회로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 변화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거나 변화에 적응하는 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미 가속적 추진력이 붙은 사회는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수험생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의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하는 데에 출제 의도가 있다. ● 생각하기 먼저 서론에서 기술 정보화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와 변화의 속도는 이미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전략을 탐구하겠다는 논지 전개 방향을 밝히면 좋을 것이다. 이 글의 방향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관련되므로 그러한 측면과 관련된 논의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정보화 사회 속에서 급변하는 모습들이 야기할 문제점들을 제시문에 근거하여 정확히 짚는 것이 문제 해결의 주된 방향이 될 것이다. 그러한 논의의 방향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논의를 전개하면 구체성을 띠게 될 것이다. 또한 논의를 전개할 때 주된 전제가 어떤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목표는 인간다움의 실현에 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변화와 그 대응도 궁극적으로는 이 목표의 완성에 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글을 맺으면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안에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쓸까 글 전체의 주제 방향은 정보화 시대 속에서 급변하는 사회의 영향과 적응 방안 정도로 잡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주제문은 ‘어떤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목표는 인간다움의 실현에 있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론 부분에서는 기술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우리의 생활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이런 점과 관련된 논의가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논의의 방향이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라는 점을 제시하면 된다. 본론 부분에서는 정보화로 인한 변화의 영향과 적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될 것이다. 먼저 정보화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가 야기하게 될 문제점을 제시할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 양상과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불안과 소외에 시달리는 모습과 관련된 논의를 전개해 문제의 핵심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의 적응 방안을 언급할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적응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하여 결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과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나타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인간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한국인 300명 입국 금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오는 13일 홍콩에서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시위를 앞두고 홍콩 경찰이 한국의 폭력시위 전력자 등 30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홍콩 당국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활동가들이 홍콩에 도착하는 대로 곧바로 돌려보낼 계획이지만 이들이 입국 거부에 항의, 소란을 피우거나 항공기 사정 등으로 즉각적인 추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당분간 교도소에 구금할 계획이다. 블랙리스트는 인터폴과 출입국관리국, 보안컨설팅회사 등의 지원으로 작성됐으며 홍콩 경찰은 최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의 농민시위를 찍은 사진들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홍콩은 경찰관 7명을 한국에 파견, 시위양태 및 대처방식을 정밀 관찰한 바 있다. 홍콩 경찰은 한국 경찰에 시위 전과자들의 명단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국측은 보안상 이유 및 법적 논란 소지 등을 들어 완곡하게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700명 수용 규모의 빅토리아교도소는 WTO 각료회담 기간의 시위에 대비해 비워둔 상태다.oilman@seoul.co.kr
  • [주말탐방-경륜] 잘 찍으면 수백배 대박… ‘박수없는 레이스’

    [주말탐방-경륜] 잘 찍으면 수백배 대박… ‘박수없는 레이스’

    대박의 꿈을 좇는 사람들이 한번쯤 반드시 찾는 곳이 바로 경륜장이다. 저마다 사유는 다르지만.11년전 서울 잠실 올림픽 사이클경기장에서 시작된 경륜은 ‘건전한 레저 스포츠’를 표방했다. 그러나 주말마다 경륜장을 가득 메운 것은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의 욕설과 탐식, 담배 연기로 뒤바뀌었다.‘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커져갈수록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경륜에 새 장이 열린다. 복합 레저시설로 새로 지은 경기도 광명 돔경륜장이 이달말 완공, 내년 2월 문을 열기 때문이다. 마지막 경기를 일주일 앞둔 잠실 경륜장을 찾아 그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 봤다. ‘빰 바라밤, 밤 밤∼’ 출전을 알리는 팡파르가 잠실 경륜장에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대형 화면에는 입장하는 선수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7명 모두 비장한 표정이다. ‘탕!’ 총 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시작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눈치작전은 네 바퀴를 돌 때까지 이어진다. 순서가 바뀔 때마다 관중석에서 고함이 튀어 나온다. “6번, 너 이 새끼 똑바로 안 달릴래!” “태희야, 자리 확보해!” 한 바퀴 반 정도가 남았을 때 종소리가 울린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라는 신호다. 자전거 바퀴들은 금방이라도 부딪칠 듯, 앞뒤 양옆으로 아슬아슬하게 붙는다. 선두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관중들의 목소리도 점점 험악해진다. “어후, 저 자식 미친 거 아냐!” “영호야, 빨리 치고 나가란 말야!”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더욱 심한 욕설과 탄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담배를 꺼내 무는 사람, 바닥에 침을 뱉는 사람, 목청을 높여 지난 경기를 분석하기도 한다.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잠시, 관람객들은 다음 경주 베팅을 준비하러 경기장 밖 투표구로 향한다. 선수들이 묵묵히 경기장에서 퇴장한다. ●로또·오락실에 밀려 2002년 이후 매출 급감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안 잠실 경륜장. 마지막 경주를 일주일 앞둔 주말이었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박수없는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관중은 대부분 40∼50대 남성들. 경주내내 응원소리나 환호성은 듣기 힘들다.‘그린 스포츠’라는 간판이 어색하게 경기장 안팎에서 온통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환경 미화원이 빗자루로 연신 쓸어담지만, 바닥에 쌓이는 담배 꽁초와 쓰레기는 감당이 안될 정도다. 경륜은 88올림픽 이후 잠실 사이클경기장의 활용과 ‘국민의 건전한 여가문화 창달’을 목표로 1994년 출발했다.11년간 총 입장객수가 35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 속에 다양한 관람객을 유치하지 못했다. 올림픽공원에 산책을 나왔다 들렀다는 정미숙(39·여)씨는 “욕설이 난무해 듣기 민망할 정도다.”면서 “아이들 놀이터를 만들어 놨지만, 지저분하고 무서워서 아이들 데리고 오겠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매출도 하락세다.2002년 2조원을 돌파한 매출액은 2003년 1조 8700여억원,2004년 1조 5000여억원, 올 11월 말 현재 1조 2814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경륜의 매출감소는 사설 게임장의 증가, 로또의 보급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진단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2002년말 로또가 시작된 데다 최근 2∼3년새 스크린경마장 등 성인오락실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금액을 베팅하는 사람들이 환급률도 높고 시간제한도 없는 사설게임장으로 빠져나가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문제는 매출이 준 게 아니라 적은 액수로 건전하게 즐기는 문화를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광명에 새 돔구장… 부흥 기대 내년부터 ‘광명 돔구장’ 시대가 열리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6만여평에 자리잡은 돔구장은 낡고 좁은(1만 312평) 잠실구장과는 외관상으로도 크게 다르다. 경기장 내에서는 철저히 금연인 데다,VIP룸, 아동놀이방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설로 꾸며졌다. 국민체육공단 경륜운영본부 이상혁 팀장은 “경륜이 저급오락으로 추락하느냐, 대중스포츠로 성장하느냐는 광명구장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가족과 함께 찾을 수 있는 경륜장이 되도록 인라인 스케이트장,X게임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과 이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광명시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잔뜩 들떠있는 분위기다.“새집으로 이사가는 기분이에요.” 김막동(45) 선수는 “쾌적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인기가 좋아지면 선수들의 사기도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 주민들은 지방세가 늘어나 좋지만 광명 돔구장이 ‘도박장’이 될까봐 벌써 염려하는 분위기다. 돔구장 인근의 한 주부는 “내년부터 남편, 자식 단속을 잘 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원랜드’가 생긴 이후 그 지역 주민 중 패가망신한 경우도 있다는데 경륜에 빠져드는 이웃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도입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1970년대 고도성장 신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빈민의 삶을 조명한 조세희(63) 작가의 연작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200쇄를 넘겼다.1978년 초판 발행 이후 27년간 87만부가 팔려나갔다. 나오자마자 100만부를 훌쩍 넘기는 책들이 적지 않은 요즘이지만 ‘난쏘공’의 이 숫자는 지난 30년간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사회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1일 낮, 조세희 작가를 만난 곳은 서울 대학로의 한 음식점이었다.200쇄 돌파를 자축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때마침 대학로는 시위 도중 사망한 농민 전용철씨를 추모하고, 쌀 협상 비준을 반대하는 농민대회로 소란스러웠다.“내가 산 세월의 흔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아내고싶어서” 요즘도 카메라를 들고 온갖 시위 현장을 빠짐없이 다닌다는 작가는 바깥 상황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40대 아버지가 중학생 아이에게 ‘난쏘공’을 사줬더니 책을 읽고 나서 ‘아빠, 이 소설 옛날 이야기가 아니네.’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책을 쓸 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이제 이 책의 독자다. 어쩌면 그건 욕이다. 그만큼 이 시대가 여전히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어” 곧 작가 되기를 포기했다. 작가가 아닌 직장인이 되어 70년대를 살던 그는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현장을 직접 목격한뒤, 이를 토대로 1975년 ‘칼날’을 발표했고, 이후 12편의 난장이 연작을 펴냈다. 그는 “초판때 문학평론가 김현이 ‘그 책 좋아,8000부는 나갈 거야.’라고 하기에 농담 삼아 ‘3년간 혼신을 다했는데 고작 그거야.’라고 대꾸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200쇄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고 감회를 밝혔다.“‘난쏘공’은 별게 아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일 뿐”이라는 그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랑이야기여서 30년의 생명력을 가진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쓴 ‘난쏘공’은 그가 ‘벼랑끝에 세운 위험표시 팻말’이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했다.“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힘든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난쏘공’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쓴 ‘하얀 저고리’의 출간을 몇년째 미루고 있다.“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못내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책을)내긴 낼 것이다. 죽은 뒤에라도 꼭 내겠다.”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7) 정치적 예언의 집대성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7) 정치적 예언의 집대성 ‘정감록’

    한국에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정치적 예언이 있었다. 그것은 주제에 따라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풍수설에 입각해 새 왕조가 일어난다는 내용이 있었는가 하면, 미륵불이 지상에 내려와 이상세계가 열린다는 예언도 있었다.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이 서로 교대할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다종다양한 예언이 역사상 한꺼번에 존재한 적은 오히려 드물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나타나기도 하였고, 서로 다른 종류의 예언이 혼합되기도 했다. 역사상 존재한 한국의 정치적 예언서는 실개천들에 비유된다.‘정감록’은 그 냇물들이 한데 모여들어 이뤄낸 호수라고 볼 수 있다.18세기 전반, 조선 영조 때 역사의 무대 위로 처음으로 등장한 ‘정감록’은 지난 200∼300년 동안 더욱 내용이 풍부해졌다. 이제 ‘정감록’은 민간에 유행하는 예언서를 모두 일컫는 일반명사가 되어 있다. ‘정감록’의 핵심은 정감과 이심 및 이연 등 3인의 대화다. 이를 ‘감결’이라고도 하는데 이본이 많다. 길이가 가장 짧은 한글 본은 약 2430자, 가장 긴 한문본은 6030여자나 된다.‘정감록’에는 ‘감결’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예언서가 속해 있다.‘삼한산림비기(三韓山林秘記)’,‘화악노정기(華岳路程記)’,‘구궁변수법(九宮變數法)’,‘동국역대본궁음양결(東國歷代本宮陰陽訣)’,‘무학비결(無學秘訣)’,‘도선비결(道詵秘訣)’,‘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징비기(徵秘記)’,‘토정가장비결(土亭家藏秘訣)’,‘경주이선생가장결(慶州李先生家藏訣)’,‘삼도봉시(三道峰詩)’,‘옥룡자기(玉龍子記)’ 등이 그것이다. ‘정감록’이 예언서의 집성이 되는 이유는 말 그대로 한국 역사상 등장했던 모든 예언서가 그 이름 아래 묶였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진짜 이유는 여러 예언서에서 탐지되는 중요한 특징이 모두 ‘정감록’에 살아있어서다. ●삼국통일 무렵 예언이 문자로 처음 기록돼 삼국시대 초기에는 예언서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 아직 하나도 없었다. 문자로 기록된 예언서가 출현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다. 처음에는 성스러운 왕의 탄생을 알리는 신기한 전설이 있었을 따름이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탄생설화를 비롯해 신라의 탈해왕과 김알지, 가야의 김수로왕의 등극을 알리는 설화가 나온다. 이처럼 위인의 탄생을 예감하게 하는 자연현상이나 태몽 등은 고대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에는 물론이고, 서양 고대의 문헌에도 보인다. 이웃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대 한국인들은 이상한 동물의 출현과 예외적인 천문현상 및 자연계의 이변을 정치적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삼국사기’ 등에는 이에 관한 기록이 수백 군데나 있다. 고대 한국에는 국가의 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자명고 같은 물건이 있었다고도 한다. 신라에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이란 신기한 피리도 있어, 불기만 하면 적군이 저절로 물러나고 질병도 사라졌다고 한다. 정치적 예언이 문자로 처음 기록된 것은 삼국시대 말인 7세기 후반이다.“백제는 달 바퀴와(月輪)와 같고 신라는 초승달(月新)과 같다.”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흥하리란 정치적 예언인데, 이런 내용이 거북 등에 적힌 채 백제의 왕궁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 짤막한 문장은 한국 최초의 정치적 예언서였다. 이것이 발견되고 얼마 안 돼서 이번엔 고구려의 멸망을 예고하는 ‘고려비기’가 발견되었다. 요컨대 신라의 삼국통일을 전후해 정치적 예언이 문자로 정착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구두로만 전해오던 예언이 글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것은 외래문자인 한자가 통치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최초의 예언서는 길이가 극히 짧고 시적이었으며 비유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신라말 최치원이 썼다고 하는 예언서 역시 그랬다. 그는 “계림은 누런 이파리요 곡령(송악)은 푸른 소나무”라는 시구를 고려 태조에게 보냈다고 하는데, 비유법이 눈길을 끈다. 이와 같은 특징이 10세기 초 철원에서 나온 ‘고경참’에서도 재차 확인된다. 140여자로 구성된 ‘고경참’은 왕건이 궁예를 꺾고 개성에 새 나라를 세우게 된다고 했다. 고려는 12대 360년간 유지된다고 예언되었다. 이 예언서는 단군신화나 주몽설화를 연상시키는 대목도 없지 않다. 그러나 왕건 같은 ‘성인’이 결국 최종적인 승자가 되리라고 예언한 점에서 ‘정감록’의 원형이다. 고려의 국운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관한 점에서도 ‘정감록’의 선구가 된다. ●풍수지리설 고려시대에 접어들어 풍수지리설이 유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장래를 예언한 글이 많이 등장했다. 풍수설은 ‘정감록’의 경우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다. 미래의 수도를 계룡산, 가야산, 전주 및 개성으로 예언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풍수설에 기초한 것이다. 아울러 십승지설을 비롯해 전국의 길지를 따져본 것도 풍수설의 영향이다. 풍수설을 대표하는 고려의 예언서로는 도선(道詵·827∼898)의 저술로 알려진 몇 가지가 있다. 아울러 ‘신지비사(神誌秘詞)’라고 하는 것이 또 있다.‘신지비사’는 고조선의 예언가 신지가 저술했다고 하는데, 후대에 조작된 것이 틀림없다. 도선의 저술이라고 알려진 예언서들도 위작일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두말할 나위 없이 도선은 풍수설의 대가였다. 다만 고려태조와 가까운 사이였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태조와 긴밀했던 것은 그의 제자 경보(慶甫·868∼948)였고, 그로 인해 역사책에는 도선과 고려 왕실의 관계가 과장되었다. 11세기 중엽, 고려 문종 때부터 이른바 지기쇠왕설(地氣衰旺說)이 널리 유행했다. 땅 기운은 일정하지 않아 때로 약해지나 적절한 방법을 쓰면 다시 회복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을 토대로 수도 이전 논의가 활발했다. 처음에는 평양이 길지로 각광을 받았지만,13세기 고종 때부터 한양이 길지로 떠올랐다.14세기에는 한양천도가 기정사실로 취급될 정도였다. 결국 고려를 멸망시킨 이성계는 한양을 새 수도로 삼았다. 한양 천도론은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그 당시 천도론을 이끈 예언서는 도선의 저술이라 하는 ‘도선비기(道詵秘記)’,‘송악명당기(松岳明堂記)’,‘도선답산가(道詵踏山歌)’,‘삼각산명당기(三角山明堂記)’ 등이었다. 앞서 말한 ‘신지비사’는 논쟁에서 보조기능을 담당하였다. 아직 예언서 형태로 자리매김된 것은 아니나 7세기 후반 고구려에서도 풍수설이 위력을 발휘한 적이 있다. 당나라가 파견한 도사(道士)들이 풍수설을 이용해 고구려의 국운을 연장시키겠다며 소란을 피웠다. 도사들은 평양에 새로 성을 쌓거나 바위를 부숨으로써 고구려의 국운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때 고구려에 수입된 풍수설은 점차 부동의 위치를 확립했고, 도선과 그 제자들의 손을 거쳐 고려 이후 줄곧 예언서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정감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천 후천설 고려 때는 점성술에 입각한 예언서도 유행했다. 고려 인종이 즐겨 인용한 ‘고현유훈(古賢遺訓)’을 이같은 예로 들 수 있다. 거기에는 머지않아 역사의 새 출발이 가능하다고 했다.‘정감록’에 암시된 선천과 후천의 교대설은 그 싹이 바로 ‘고현유훈’에 있었다.‘고현’이란 옛날의 현인 즉, 과거의 뛰어난 예언가다. 여기서 말하는 ‘고현’은 특히 천문과 역법에 밝았던 사람이다. 책에는 이렇게 주장돼 있다 한다.“천지가 생긴 지 수만 년이 지나면 동지(冬至)가 갑자일이 되는 때를 만나리라. 그때가 되면 해와 달 그리고 (수 화 목 금 토) 다섯별이 모두 정북(正北)에 모여들 것이다. 이를 상원(上元)으로 삼고, 이 날로 달력의 기원을 삼아야 된다. 이때 천지가 열리고 성인(聖人)의 도가 행해질 것이다.” 당시 인종은 묘청과 백수한 등 예언전문가들에게 정치를 전적으로 의지하다시피 했다. 왕은 묘청의 권유로 ‘고현유훈’을 읽어 보았음 직한데 특정한 날이 되면 역사의 무대가 새로 펼쳐져 이상정치가 가능하리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물론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천체의 운행을 인간사회의 변화에 직결시킨 점에서 동양 고대의 우주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런 관념은 19세기말까지도 민간에 널리 통했다. ‘고현유훈’의 기초가 되는 점성술은 운수설과 결합되기도 한다. 그 결과, 한국역사에는 아홉 번에 걸쳐 새 왕조가 등장한다는 취지가 담긴 예언서도 나왔다. 조선 초기 식자층이 읽은 ‘구변진단지도(九變震檀之圖)’가 그런 식의 책이다.‘정감록’에도 역대 왕조의 운수가 밝혀져 있고, 계룡산시대 이후의 도읍지가 예언돼 있다. 그와 동시에, 머지않아 선천이 끝나고 후천 이상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꿈이 깃들어 있다. ●미륵하생설 선천 후천설을 불교적인 입장에서 편 것이 미륵하생설(彌勒下生說)이다. 미륵이 이 세상에 내려와 이상세계를 연다는 믿음이 한국에는 널리 유행했다. 스스로를 미륵의 화신으로 간주한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미 죽은 지 천년도 더 된 궁예를 일부 지방에서는 여전히 미륵불로 믿는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포천시 구읍리 반월성터에 있는 궁예 미륵상이나 경기도 안성시의 국사봉에도 궁예 미륵은 민간의 신앙 대상이다. 고려 말에 경상도 고성 출신 이금은 스스로 미륵이라 주장했다. 그는 다가올 미륵 세상의 모습을,“내가 조화를 부리면 풀에서 파란 꽃이 피며 나무에 곡식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씨앗을 뿌려서 두 번 거두게 되리라.”고 묘사하였다. 수고를 들이지 않고서도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예언한 점에서 그의 설명은 ‘미륵하생경’의 내용과 일치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금을 따랐다 한다. 이금을 추종하는 신앙 집단은 우선 규모가 컸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부 고위관리들까지 신도 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국가의 탄압을 받아 이금 일파가 송두리째 제거되었다. 그 뒤에도 자칭 미륵불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고려 우왕 때 개성에서 미륵불을 일컫는 승려가 나타났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짜 미륵불로 믿고 쌀과 베를 앞다퉈 바쳤다. 사노(私奴) 무적도 미륵불의 화신이라 주장하다 관헌에 체포되어 목숨을 잃었다. 14세기 후반 고려는 거듭된 왜구의 침입과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 때문에 말세 의식이 만연해, 어서 미륵불이 내려와 이상세계를 펼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자칭 미륵이 속속 등장했다.17세기 후반 조선 숙종 때 승려 여환은 미륵을 자처하며 무리를 모아 조선왕조를 전복시키려 했다. 사전준비가 미흡했던 탓에 그의 무모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여환은 추종자 11명과 함께 사형을 당했다. 여환이 사라진 뒤에도 미륵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영조39년(1763) 10월2일자 ‘실록’을 보더라도,“지난번 황해도에서 미륵불이라고 일컫는 자가 있었기에 어사(御史)를 보내 법으로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19세기 말 증산교를 창립한 강일순(姜一淳·1871∼1909)은 자신을 천자 미륵이라고 일컬었다. 임종 때 그는 말하기를,“나는 미륵이니 나를 보고 싶거든 금산사 미륵불을 보라.”고까지 했다. 자칭 미륵불들은 다들 그 나름으로 예언을 일삼았는데, 강일순은 다가올 미륵세상을 이렇게 설명하였다.“세상 사람이 하늘에 올라가고 밤과 낮이 막힘없이 환하게 통하고 100가지 곡식을 오래도록 거두어들이고 만 가지 과일이 굵고 크며 풍성한 음식이 저절로 생기고 아름다운 옷이 스스로 이른다.” 이러한 견해는 ‘미륵하생경’과 대체로 일치한다. 미륵이 세상에 내려오기를 바라고 믿는 미륵하생신앙은 고대 중국과 티베트를 비롯해 동양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국인들은 금강산을 법기도량(法起道場)으로 믿어, 내세불인 미륵불이 반드시 한국에 출현하리라는 기대가 컸다. 예부터 예언서나 도참(圖讖) 또는 노래를 빌려 이 점이 늘 강조됐다. 자연히 ‘정감록’에도 미륵신앙이 깊이 스며들어 불법이 다시 부흥하리라는 예언을 낳았다. ●정성진인 또는 해도진인설 조선후기 예언서에서 미륵은 진인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 때로 진인은 미륵세상을 맞이할 세속군주 전륜성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승려 여환 사건 때도 이미 ‘정성인(鄭聖人)’이 등장한다.18세기부터는 각종 반란이나 대규모 민란 때마다 ‘진인(眞人)’이 거의 늘 등장했다. 이지서의 괘서 사건에서도 그랬고,19세기 초 서북인의 차별에 항거해 들고 일어선 홍경래의 난 때도 진인이 언급됐다. 진인은 ‘정감록’에도 큰 발자국을 남겼다. 새 세상을 열 미래의 왕이 다름 아닌 ‘정성진인(鄭姓眞人)’이거나 ‘해도진인(海島眞人)’이었다. 그 성씨가 정이고, 그가 세상에 나오기 전 섬에 숨어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정감록’을 가탁한 민중운동은 갈수록 증가했다. 심지어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여러 민란이나 그때 창궐했던 화적들은 “이재궁궁(利在弓弓·이로움이 궁궁에 있다)”을 구호삼아 외치는 형편이었다. 도적의 우두머리도 진인을 자처하였다. 진인의 시대가 열리고 보니, 그의 사주(四柱)까지 조작되었다. 진인은 기사년 무진월 기사일 무진시에 태어난다. 그의 사주는 뱀이 변하여 용(龍)이 되는 것이라 크게 길하다 했다. ●‘정감록’의 질적 변화 조선후기부터 ‘정감록’에 약속된 새 날의 도래를 믿고 많은 사람들은 고향을 등졌다. 그들은 곧 진인이 섬에서 나와 계룡산에 천도할 줄로 철석같이 믿고 가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정감록’ 신앙의 영향 아래 여러 신종교가 출범했다. 동학, 증산교 및 원불교가 그 대표적인 것이지만 개중에는 민중의 금전과 노동력을 갈취하려는 사교 집단도 비일비재했다. 사교 집단은 ‘정감록’을 빙자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일부 신종교에서는 ‘정감록’ 해석에 차원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정성진인이 오기만 기다리며 계룡산에 들어가 아무 일도 안 하고 지내는 ‘정감록’ 신앙을 혹독하게 비판했다.“계룡산에 정씨 왕이 난다는 것은 닭이 울면 날이 새고 바른 법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원불교의 개조(開祖) 소태산 대종사의 말이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정성진인은 실상 정법(正法)일 뿐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었다. 소태산은 앞서 도적들이 되뇌던 ‘정감록’의 한 구절 “이재궁궁”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을 내놓는다.“세상에는 구구한 해석이 많이 있으나 글자 그대로 궁궁은 무극(無極) 곧 일원(一圓)이 되고 을을은 태극이 되나니 도덕의 본원을 밝힘이라. 이러한 원만한 도덕을 실천하여 남과 다투지 않고 살면 이로운 것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 역사상 숱하게 많았던 예언서들이 ‘정감록’ 호수에 이르기까지 그 길은 거칠고 아득했다.‘정감록’이 도달한 종점엔 천만다행으로 살벌한 투쟁이 아닌 상생(相生)이 웃으며 우리를 기다린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교장이 ‘노령교사’ 학생앞서 폭행

    초등학교 교장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교사를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28일 전북 익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1시쯤 익산 모초등학교 3층 복도에서 박모(55) 교장이 권모(59)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 박 교장은 도서관 개관행사를 감독하다 수업 중이던 권 교사에게 ‘마이크를 가져오라.’고 지시했으나 권 교사가 수업 중이라며 이행하지 않자 복도로 불러내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소란을 피운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 교장은 권 교사를 교장실로 끌고가 허벅지를 발로 밟고 두 손으로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교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소란을 피워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 교장은 “마이크를 가져오라고 하자 권 교사가 세 차례나 귀찮게 한다며 욕설을 해 서로 옷깃을 잡고 실랑이를 했을 뿐이며 허벅지를 발로 밟는 등 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전교조 전북지부는 성명을 내고 “교장이 교사를 폭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교단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폭행 당사자를 중징계하라.”고 요구했다.익산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길섶에서] 적막한 결혼식장/신연숙 논설실장

    옛날 결혼식장은 소란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의 이야기꽃과 신랑신부 친구들의 흥분어린 웅성댐,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의 수선이 있었다. 시간 대마다 다른 예식이 있는 탓에 진행을 서두르는 것도 소란의 한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도떼기시장 같은 예식장보다는 차라리 경건한 성당 결혼식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혼식장 풍경이 점차 달라져가고 있다. 예의 시끌벅적거림이 없어졌고 어린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아마도 식사대접이 허용되고 호화스러운 호텔까지 예식업에 나서면서부터가 아닐까 한다. 호텔 등 결혼식장의 식사 비용은 1인당 수만원. 식사비까지 감안해 부조금을 챙겨야 하다 보니 ‘봉투’부담이 훌쩍 늘었다. 아이들은 아예 하객 대열에서 제외되기 일쑤고 본인도 봉투만 보내거나, 참석하더라도 눈도장만 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다 보니 어떤 결혼식장은 성장(盛裝)한 어른 하객들만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적막한 모습이다. 마치 국빈만찬장을 보는 것 같다. 얼굴 들이밀기도 부담스러운 요즘 결혼식장 보다는 차라리 도떼기시장 같은 옛날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든다. 신연숙 논설실장 yshin@seoul.co.kr
  • 홍석현씨 “8년전 일이라…”

    홍석현씨 “8년전 일이라…”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6일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참여연대가 고발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홍씨는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이날 오후 11시쯤 귀가했으나,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삼성이 1997년 여야 대선후보측에 불법 자금을 제공할 때 ‘전달책’ 역할을 했는지, 같은 해 추석을 앞두고 동생인 홍석조 광주고검장을 통해 검찰 간부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홍씨가 전달한 정치자금의 규모 및 자형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홍씨가 당시 30억원을 대선후보에게 전달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99년 보광그룹 탈세사건 수사 때 적발됐다는 의혹도 캐물었다. 또 전·현직 검찰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과 기아자동차 인수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씨는 “8년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두,“검찰에서 상세히 말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홍씨의 검찰 출석은 99년 9월 보광그룹 탈세사건으로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구속된 이후 6년여 만이다. 홍씨가 서초동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자 민주노동당과 X파일 공대위 소속 7∼8명이 홍씨를 에워싸고 “이건희를 구속하라. 홍석현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홍석현을 구속 처벌하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이 회장과 홍씨의 얼굴인형까지 동원한 이들의 기습시위에 당황한 홍씨는 청사 입구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고 홍씨를 따라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던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는 등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구속수감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도청 대상이었던 정·관·재·언론계 등 주요인사 1800여명의 구체적 신원을 캐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DJ) 정부 당시 김영삼(YS) 전 대통령 등 정계 주요인사와 여야 국회의원 299명 전원,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과 재경·통일안보·사회 관련 부처의 정책수립 담당 국장, 언론사 국장급 이상 주요 간부,30대그룹 사장 및 회장, 재야 및 시민사회단체 간부 등이 도청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도청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DJ를 비롯한 정권 실세들에게도 도청 정보가 보고됐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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