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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율성 낮은 행정시 폐지-시기상조론 맞서

    제주도는 2005년 7월 주민투표를 통해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북제주권의 4개 기초단체의 자치권을 폐지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 ‘제주특별자치도’라는 1개 광역 자치단체로 행정체제를 개편했다. 기존의 4개 기초자치단체는 자치권이 없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 2개 행정시로 통합했다. 기초 자치단체는 폐지됐지만 행정구조는 제주도-행정시-읍·면·동사무소란 3단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행정 효율성 향상, 읍·면동사무소 기능 강화로 주민밀착 행정 강화 등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있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왔다. 이에 따라 단일 광역행정 체계인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 무용론과 함께 폐지 문제가 꾸준히 거론된다. 충북대 최영출 교수는 지난해 6월 ‘제주도 조직운영 방향 모색’이라는 전문가 포럼에서 “비효율적이고 기형적인 조직인 행정시를 폐지하고 현행 43개 읍·면·동을 8개 내외로 통합, 권한과 기능을 읍·면·동사무소 대폭 이관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공무원 30%를 줄여 인건비 부담 비중을 낮추어야 경쟁력을 가질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주도는 행정시 폐지는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현행 3단계의 행정구조를 계속 존속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기초자치권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별도지사에게 권한이 집중돼 행정 독단, 전횡이라는 부작용을 빚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토요영화]엘리트 스쿼드

    [토요영화]엘리트 스쿼드

    ●엘리트 스쿼드(KBS 2TV 토요영화 KBS프리미어 밤 12시35분) 때는 1980년대 중반. 폴란드 출신의 교황 바오로 6세가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를 찾는다고 한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길. 교황은 하고많은 호텔들 중에서도 하필 파벨라 호텔에 묵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곳은 브라질 대도시의 내로라하는 슬럼가에 위치해 있다. 국민의 95% 이상이 천주교 신도인 브라질 정부는 애가 탄다. 교황이 위험에 빠져선 안 되는 건 물론이고, 그의 숙소 주변이 소란스럽거나 총소리가 들려도 안 되기 때문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화 ‘엘리트 스쿼드’의 이야기는 교황이 방문하기 6개월 전에서부터 운을 뗀다. 화면이 비추는 브라질 경찰의 모습은 여느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다. 부패로 몸살을 앓고 국민들로부터 신망과 경멸을 동시에 받는 대상이다. 네토와 마티아스는 이런 경찰국에 막 들어간 신참이다. 네토는 거칠지만 정의로운 일을 담당하는 세계가 멋있어 보여 경찰이 됐고, 마티아스는 법률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발판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하지만, 출발은 만만치 않다. 차량계로 배속받은 네토는 새 경찰차가 들어오는 족족 자꾸만 고장 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는다. 마티아스는 마약이 대학가에 침투한 경로를 파악하려고 대학생으로 위장해 캠퍼스에 잠입한다. 이들의 결정적인 임무는 교황 방문 소식에서 비롯된다. 상부에서는 “교황이 오기 전까지 빈민가의 범죄를 완전히 소탕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지휘를 맡은 분대장은 듬직한 특공대원을 찾는다. 특공대 모집 소식에 80여명이 지원하지만, 분대장의 혹독한 신병훈련에 질려서 대부분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네토와 마티아스 등 서너명은 끝까지 남아 합격한다. 분대장과 특공대원들은 마침내 마약거래 단체 두목의 거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소탕작전에 들어간다. 2007년 제작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1997년 교황의 브라질 방문을 앞두고 정부가 대대적인 마약사범 단속을 단행한 일을 소재로 삼았다. 첨예한 정치사회 이슈를 균형감 있게 담아낸 덕분에 이 작품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에 이어 상파울루 영화제 감독상과 편집상을 잇따라 거머쥐었다. 감독은 신예 주제 파딜라.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내부의 부패상과 폭력성을 비판한 논쟁적 드라마를 자신있게 다듬어내 세계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브라질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것은 1998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중앙역’ 이후 10년만이었다.120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상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상편)

    □상편=그곳에 칭기즈칸은 없었다 □중편=“이제는 ‘전사’가 아니라 ‘시민’이고 싶다.” □하편=잊혀진 제국에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몽골-문명과 전근대가 만나는 곳=상편 거친 황무지는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지평선에서 떠오른 태양이 다시 지평선으로 지는 나라.그 불모지에는 생명이 없는 듯 보였다.멀리서 보면 눈부신 초록의 초원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이미 살아있는 땅이 아니었다.바짝 말라붙은 대지 위에는 만지면 바삭거리며 부서지고 마는 사막의 마른 초지식물들만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을 뿐 들쥐 한마리도 눈에 띄지 않았다.‘초록의 초원’은 햇볕을 견뎌내지 못하고 죽은 ‘풀의 미라’가 남긴 착시일 뿐이었다. 생명의 흔적은 오직 하늘에만 있었다.까마귀 무리는 나무 한 그루 남아있지 않은 야트마한 구릉 위를 힘겹게 날고 있었고,들 가운데 앉은 독수리의 눈빛은 황무지의 끝없는 갈증을 말해주고 있었다.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태양은 작열하고 있었고,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었다.황무지 몽골의 이런 풍경이 이방인에게는 한없이 낯설고 막막해 보였다. 11일 이른 오후.공익법인 아시아 사랑나눔회(ACC·Asia Children Charity·회장 김종구)가 꾸린 카톨릭의료봉사단원과 봉사요원 등 30여명은 몽골의 항공 관문인 칭기스칸 공항에 도착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수도 울란바타르 시내로 곧장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울란바토르의 교외 풍경은 혹독한 자연 조건이 인간의 삶을 통째로 지배하는 모습 그대로였다.곳곳이 웅덩이처럼 패인 도로 위를 마치 야생마처럼 질주해 가는 버스,그 버스 뒤를 자욱하게 뒤덮는 흙먼지와 바람,그런 것들로 몽골은 이미 내게 아주 낯설게,그러나 아주 가까이 다가서고 있었다. ■유목의 도시 울란바토르 이런 풍경은 울란바토르 시내도 크게 다르지 안았다.사람이 좀 더 많이 모인 곳일 뿐 그곳도 틀림없는 사막이었다.도심의 낮고 낡은 건물,덕지덕지 가난이 묻어나는 빈민들의 지향없는 배회와 그들의 삶을 무질서하게 비집고 오가는 차량들.그런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경적 소음은 우리의 개발연대를 돌이키게 하기에 충분했다.그곳에서는 우리가 거쳐온 과거가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차선도 없는 거리를 열에 들뜬 듯 내달리는 차량은 태반이 한국산이었다.그게 한국에서 폐차된 차량을 가져온 것인지,아니면 도난 차량인 지는 알 길이 없지만 틀림없는 것은 이런 풍경이 항용 그렇듯 우리가 예전에 겪어온 어두운 잔상,예컨대 배고픔과 풍요에 대한 열망,소음과 무질서,더러움과 절망감,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 등속을 떠올리게 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앞으로 닥칠 고난이 예견됐다.파리가 들끓는 로비에는 한국말이나 영어를 아는 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냉방 대신 호텔 현관에 설치된 에어 커튼이 전부였다.방에 들어서자 더 막막했다.벌써 콧잔등에 땀방울을 매달고 있는데 냉방이 되지 않았다.살펴보니 객실에 아예 냉방기 송출구가 보이지 않았다.에어컨 시설이 없는 것.목을 축일 요량으로 물을 찾았으나 흔한 물 한병도 비치되지 않았다.그러니 객실에 냉장고형 미니바가 없는 것도 당연했다.도리없이 훌훌 벗어부쳤다.답답한 호텔방에서 이 더위를 이기려면 우선 씻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 까닭이었다.그러나 고난은 욕실까지 이어졌다.깔깔한 비누를 문대가며 씻긴 했는데 이번엔 물이 바닥에 고여 빠지지 않았다.프론트에 알릴 요량으로 전화기를 들었으나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P&###*!%$”였다.난감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욕실 바닥엔 고인 물이 첨벙거렸다. 일행 중 누군가가 말했다.“그래도 이 방은 오후엔 햇볕이 비치지 않으니 다행이네.” 하기야 몽골에서 호의호식하려 했던 건 아니니 다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한낮의 햇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20∼25도나 뚝 떨어지는 일교차가 만드는 밤의 추위와 먼지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이런 방도 천국이려니 여기기로 했다. 다행인 것은 해가 지자 금세 기온이 떨어져 창문을 열어두면 오싹 추위를 느낄 만큼 서늘해졌다는 점.‘엎어진 김에 자고 간다.’고 잘 됐다 싶어 현관문과 창문을 마주 열어놓으니 제법 시원한 바람이 방을 쓸고 지나갔다.그러나 거기에도 문제는 있었다.‘꺅!’하는 비명과 함께 옆방에 짐을 푼 일행 한명이 놀라 뛰어왔다.가보니 열어둔 창문으로 몸통이 엄지손가락만 한 나방들이 날아들었다.보기에도 흉칙했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저게 뭔지 모르니 두고 볼 밖에.전등불빛을 보고 달려든 크고 작은 나방이 걸려 잠을 청할 수 없었다.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다행인 것은 사막지대라 모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걷기가 힘들 정도로 매연이 심했다.몽골 전체 인구 300만명 중 100만명이 몰려 사는 이 도시는 사막이라는 혹독한 자연조건을 이기기 위해 도심 곳곳에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가동하고 있었다.우리의 체험으로 보자면 이 화력발전소라는 게 전력 생산량은 신통치 않으면서도 매연으로 인근을 서서히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그 굴뚝에서 쉼없이 뿜어져 나온 매연이 자욱하게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거기에 원래 있었던 사막의 먼지바람과 차량의 배기가스가 더해져 숨길을 턱턱 막아댔다. 옛적 칭기스 칸이 물길 좋은 평원(분지)에 터(울란바타르)를 닦고서 “이곳에서 하늘을 보며 동과 서로 멀리 땅 끝까지 나아갈 것을 다짐했노라.”고 되내었던 제국의 심장이 이미 아니었다.끝없이 쇠락해가는 옛 영화의 상징일 뿐이었다. ■의료봉사-일회성이 아쉬운 ‘아름다운 베풂’ 어디에서든 지평선이 보이는 나라,대지를 달구는 태양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삶을 억압하고,정의하고,설명하는 곳. 이곳에 여장을 푼 의료봉사단은 생각보다 진료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우선 아직도 여전한 유목 생활 때문에 주민들이 한 곳에 정주하지 않아 의료봉사가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많은 봉사인력이 초음파 진료기기 등 무거운 장비를 갖고 끝없는 초원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고작 200만명의 주민들이 광활한 몽골 초원 곳곳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집단 취락지를 대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봉사단으로서는 현지 국가기관의 협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게다가 뜨거운 태양이 봉사단의 걸음을 막았다.습도가 10%에 불과한 건조한 사막기후 때문에 햇빛 아래서는 여지없이 살갗이 따갑게 졸아드는 느낌이었다.낮기온이 36∼38도가 예사였지만 걱정만큼 땀이 많지는 않았다.그렇지만 햇빛과 건조한 기후에 피부가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햇빛에 노출된 살갗이 금세 지직거리며 타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전에 몽골 ACC를 통해 진료 대상 지역과 대상자를 선정했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과연 그들이 문명세계의 의료를 이해하고 모여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첫날 울란바타르 시내 항올지구에서 진료가 실시되자 기다렸다는 듯 진료 희망자들이 줄을 이었다.종일 접수창구에서는 아우성과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진료희망자들 가운데는 공무원과 이 징역 보건소 및 병원 관계자의 가족들이 적지 않았다.이런 진료 티켓을 얻는 것도 그들에게는 잡기 어려운 특권으로 통하는 듯 했다.그러니 미리 진료를 받겠다고 신청한 저소득층 주민들이 특권층의 새치기를 보다 못해 왁왁대며 고함을 질러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의료진은 가능한 최대한 많은 인원을 진료하기로 했고,이튿날까지 연인원 800여명이 내과(김예원·주승행) 외과(이용배) 소아과(김예원·주승행) 피부·비뇨기과(신민석) 산부인과(이용오) 정형외과(이용배) 신경외과·통증의학과(김광희) 및 진단방사선과(양우진) 진료를 받았다.의료진들이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강행군을 한 결과였다.김광 김지은 노미란 김혜선 박정옥 이명숙 김민주 김삼단 박미리 최종숙 김은자 문미래 손송희씨 등이 약사 및 간호사와 안내 등 진료 보조업무를 맡았다.여기에 이승구(안드레아) 신부와 행정지원팀 배용민,방송취재팀 3명 등이 동행했다. 한 의사가 푸념을 했다.“한국에서 진즉 이렇게 진료를 했으면 벌써 빌딩을 사도 여러 채 샀을 건데….” 진료 후 의료진들이 털어놓은 후일담은 몽골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환자들 대부분은 만성 성인병 질환자들이었다.육식을 주로 하는 섭생 특성상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싼 채소류와 곡류보다는 양고기 등 육식을 하는 게 쉬운 일이었고,그런 까닭에 비만,고혈압·뇌졸중 등 순환기계 질환과 근골격계 질환이 많았다.이런 몽골인들의 비만이 머잖아 당뇨 대란으로 이어질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비만은 그들의 문화가 낳은 고질이지만 최근들어 특히 심해지고 있었다.과거처럼 힘겨운 유목생활을 하면서 육류를 섭취하는 게 아니라 도시에 정주(定住)하면서 육식을 즐기는 탓에 잉여 열량이 고스란히 비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비만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적지 않은 주민들이 초음파를 포기해야 했다.두꺼운 복부 지방 때문에 초음파의 영상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의외로 피부질환과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것도 특이했다.서울중앙클리닉 신민석 원장은 이런 견해를 내놓았다.“사막지대의 뜨거운 햇볕과 건조한 기후,강한 바람과 20도를 넘나드는 일교차 때문에 아무리 적응했다 해도 피부질환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알레르기 질환도 마찬기지로 보인다.아마 이곳에 자생하는 식물류의 꽃가루가 원인일텐데 이런 질환을 한번의 진료나 처방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그래서 생활수칙을 반드시 일러주곤 했는데 그게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산부인과팀이 털어놓은 고충도 간단치 않았다.물이 부족한 까닭에 대다수 환자들이 기본적인 청결을 유지하지 못해 심각한 부인과 질환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명의 덫에 걸린 몽골 전사들의 비육지탄 그리고 가난 노마드의 유전자를 가진 그들이 허벅지에 군살이 붙고,불거져 나온 배를 보며 어찌 비육지탄의 소회가 없겠는가.그러나 그들은 지금 변하고 있다.말들은 피빛 땀을 쏟으며 초원을 가로질러 달릴 일이 없고,큰 눈을 내리 깐 채 초지에 누워 뒹구는 낙타들 역시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널 일이 없으며,사람들도 더는 절박한 생의 고통을 감당하기 위해 고비사막의 모래바람을 헤치고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초원 가운데 자리잡은 소도시 쫑머드의 진료 현장에서 만난 노인 두르그발(71)씨는(사진 참조)은 “개방 이전만 해도 몽골에는 옛 전통이 남아 유목생활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많은 유목민들이 이 일을 힘들다고 여긴다.머잖아 초원이 텅 빌 것”이라며 “몽골 사람이 초원을 버리면 초원도 몽골을 잊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어디가 불편해 진료를 받으려 하느냐고 묻자 “아픈 곳은 없다.모르는 병이나 생기지 않았는지 알아보려고 왔다.”고 했다.깡마른 얼굴에 골 깊은 주름의 이 노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러자.”며 흔쾌히 진료를 위해 벗었던 전통 쇠가죽 옷과 말장화를 껴신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이방인을 낯설어 하면서도 그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그득 배어있었다. 기후가 역사를 만든다는 말은 몽골에서 극명하게 입증되고 있었다.연간 강우량이 100∼150㎜에 불과한 몽골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우리처럼 샤워를 일상화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특히 이들에게 피부 질환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의료진이 한 가정에서 조사한 결과 이 집의 아이들은 1년 동안 고작 한두번 씻고 산다고 했다.아이들의 몸통에는 땟국이 엉겨 켜를 이루고 있었다.전신에 부스럼이 생겨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청결하게 해서 그걸 낫게 하기는 애당초 어려워 보였다.그만큼 물이 귀했다. 울란바타르 시내에도 수돗물이 공급되는 곳은 도심지역 뿐이고 외곽 빈민촌에는 아예 수도나 배수시설이 없었다.그들은 땟국에 전 물통을 들고가 한 통에 10토그르기씩을 주고 물을 사서 먹는다.물값이 금값이니 벌이가 없는 빈민들이 씻지 못하는 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비교적 고소득층의 한달 급료는 25만 토그르기(한국의 25만원 정도)이지만 그나마 일할 곳이 없어 저소득층은 유리걸식이 예사다.집 지을 경제력을 갖지 못한 그들은 꾸역꾸역 울란바토르로 몰려들어 외곽의 구릉지에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를 짓고 산다.집 짓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게르에는 젖과 마유주(말젖을 발효시킨 전통술),양고기가 있었을테지만 우리가 찾은 빈민촌의 낡은 게르에는 ‘약에 쓸려도’ 양고기 한 조각이 없었다.이미 초원을 떠나 도시생활을 시작한 까닭이다.벌써 몇달째 거리에서 주워 온 뼈를 삶은 물만 먹고 산다고 했다.피골이 상접한 그들을 지켜보자니 가슴 깊은 곳이 동통처럼 아려왔다. 보다 못해 ACC 김종구 회장이 나섰다.그는 몽골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했다.벌써 10여년 동안 몽골,필리핀,인도네시아 들을 오가며 어린이 돕기와 황무지 나무심기 사업 등을 계속해오고 있다.울란바토르 시장은 그런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그를 ‘울란바토르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그런 김 회장이 “안 봤으면 모르지만 저걸 보고 어떻게 발길을 돌리느냐.”며 직접 게르를 지어주는 사람을 찾아나섰다.울란바토르 시내를 뒤진 끝에 한 게르 업자를 만났다.새 게르 한 채를 짓는데 150만 토그르기가 필요하다고 했다.우리돈 150만원 가량이다.봉사단원들의 경비도 빠듯한 터에 거기에서 150만원을 덜어낸다는 것이 무모해 보였지만 김 회장은 “뒷일은 우리가 감당하자.”며 그 자리에서 게르 비용을 전액 지불해 버렸다.거기에다 따로 50만 토그르기를 전해 우선 먹을 식량과 가재도구 등을 준비하도록 했다.봉사단원들이 직접 시장을 돌며 침구 등 가재도구와 먹을 것을 챙겨줬다. 처음엔 봉사단의 방문을 의아해 하던 게르의 여주인도 한참 나중에야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차린 듯 “고맙다.”며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처음엔 경계하던 그가 직접 아이들을 불러 몸통이며 팔다리 곳곳에 번지고 있는 부스럼을 의료진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몽골 주민들의 고통은 우리가 과거에 겪었듯 근대화의 피할 수 없는 여정인지도 몰랐다.울란바타르 등 몽골의 곳곳에서는 사회주의적 개방정책 이후 서구형 근대 문명과 전통의 유목정신이 치열하게 충돌하고 있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예컨대 좀 부유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번듯한 서구형 저택에 산다.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그들의 전원에는 어김없이 전통가옥인 게르가 지어져 있다.여름 더운 철에는 게르에서 생활을 하는 게 그들에게는 새로운 습속이 됐다.그들이 집안에 게르를 따로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서구식 문명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달리 말하면 아직도 전통의 유목 습성을 그리워 한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중’편에 계속)
  • 日전철역에 난데없이 ‘원숭이 출현’ 소동

    日전철역에 난데없이 ‘원숭이 출현’ 소동

    원숭이를 잡아라! 오고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일본의 한 전철역에 원숭이 한마리가 들이닥쳐 주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 아침 9시 40분경 도쿄시 시부야 역에서 발견된 이 원숭이는 몸길이 약 60cm의 큰 크기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숭이는 티켓 발권기와 수많은 기둥들을 빠르게 뛰어다니며 전철역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10여명의 경찰과 역 내 관계자들까지 모두 나서 ‘침입자 포획작전’에 나섰다. 경찰들은 큰 그물망과 그물채를 들고 원숭이 잡기에 나섰고 순간 역 내부는 녹색 그물 물결로 가득했다. 그러나 안내데스크와 기둥 위를 빠르게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이 원숭이는 경찰들의 그물을 발견하고는 자리에 멈춰 섰다. 이후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앉아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경찰들은 원숭이를 잡기 위해 몇 시간을 뛰어다녔지만 원숭이는 결국 사람들을 놀리듯 그물망을 빠져나가 ‘침입자 소탕’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도쿄 메트로의 한 관계자는 “쥐 때문에 이런 소란이 몇 번 있긴 했었다.”면서 “그렇지만 이렇게 큰 크기의 원숭이가 역 내부를 휘젓고 다니기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사진=소란을 일으킨 ‘침입 원숭이’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일 TV 하이라이트]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독도를 집요하게 자기영토라고 우기고 있는 일본. 국제영토 분쟁으로 이슈화시켜 결국엔 국제사법재판소로 문제를 확대시키겠다는 속내다. 국제사회에서도 독도는 ‘다케시마’나 ‘리앙크루 바위암’이라는 이름으로 표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독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워킹맘(SBS 오후 10시45분) 가영은 정원에게 자신은 어디에 가서 아들만 셋이라고 한다며 그 중에서 제일 철없는 게 남편이라고 말한다. 정원은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만 전념하라고 하지만, 가영은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회사에 들어왔는데 남자들만 인정받는다며 푸념한다. 법정으로 간 가영과 재성은 자기의 입장만 주장한다.   ●대한민국 변호사(MBC 오후 11시) 법원을 빠져나온 민국과 이경은 한적한 도로를 말없이 달리고, 이경은 혼전계약서에 대해 다 털어놓지 않은 민국을 원망한다. 민국은 이경을 남겨둔 채 차를 타고 가버리고, 혼자 남은 이경은 기막혀 한다. 애리는 민국에게 이경과 변혁은 다시 잘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이경을 흔들지 말라고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부동산 거래 이후 계약파기를 해야 하는 경우, 등기부만 믿고 매매한 경우, 매매를 알선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갈취하는 경우, 요즘 신도시에서 자주 일어나는 부동산 전화사기…. 부동산 거래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는 방법과 부동산 매매 거래시 주의해야 할 점 등에 대해 알아본다.   ●난 네게 반했어(KBS2 오전 9시) 지원은 효진의 병실을 찾아와 시간을 보내고, 민서가 지원을 바래다주는 사이에 효진의 병실로 누군가가 찾아온다. 우정은 지훈이 일하는 제과점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운 끝에 오해를 풀고, 점순은 민서가 상견례에 나오지 않은 것을 따지러 현자네에 갔다가 지원의 꽃뱀 경력을 들먹이는 현자에게 역습을 당한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40분)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종이, 플라스틱, 캔 등을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고물상.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물상이 주목받는 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저분하고 힘든 일이라는 세상의 편견을 딛고 적은 액수일망정 노력만큼 대가를 얻는 일이다. 그들의 정직한 땀방울을 통해 직업의 가치를 돌아본다.
  • [정연주 해임제청안 의결] 아수라장으로 변한 회의장

    [정연주 해임제청안 의결] 아수라장으로 변한 회의장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한 8일 KBS 임시이사회는 극심한 소란 속에서 진행됐다.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한 6명의 이사는 오전 8시쯤 KBS 본관 3층 회의실에 입장했으며 KBS PD협회, 기자협회 등 회원들은 이사회장 주변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기욱 이사 등 야당 성향의 이사 4명이 오전 10시쯤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사회는 10시10분에 개회됐다. 이사회 측이 신변 안전을 위해 경찰의 구호를 요청했고 사복형사 수백명이 투입되면서 혼란은 극에 달했다.KBS 직원들은 경찰의 퇴장을 요구하면서 강하게 반발했고 양측의 충돌이 빚어지면서 회의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개회 직후 남윤인순 이사는 “방송국에 경찰이 들어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라면서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기욱 이사 등은 정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에 반대하면서 격론을 벌였고 이사회는 상정여부를 표결에 부쳐 6대3으로 안건상정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기욱 이사 등이 회의장을 떠났고 남은 6명의 이사들이 해임제청안을 표결에 부쳐 6인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6명의 이사들은 12시40분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회의장을 떠났다. KBS 직원들은 1990년 4월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경찰이 사내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반발했다. 노조원들과 PD, 기자, 경영진 등 150여명은 2층 시청자광장에 모여 “방송장악 획책하는 이명박 정권 물러나라.”고 외치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항의집회에는 최문순, 권영길, 문국현 의원 등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원내 야3당 의원들과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 등이 총출동했다. 해임안에 반대했던 이사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이 이사회에 정 사장의 해임제청을 요구한 것은 위법조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36개 중대 3000여명의 병력을 배치,100여대의 전경차량으로 방송국 주변을 원천봉쇄했으며 KBS 출입기자를 제외한 다른 기자들의 출입마저 제한했다. 앞서 경찰은 7일 밤 KBS 본관 앞에서 촛불 문화제를 하던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정청래 전 의원, 성유보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등 참가자 24명을 연행했다. 이 문화제에 참가했던 김모(29·공무원시험준비)씨는 “집회는 간단히 끝내고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고방송을 하더니 무차별 검거했다.”고 말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Local] 하동녹차 홍보 이벤트

    경남 하동군은 8일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하동녹차를 알리기 위해 하동녹차연구소 주관으로 ‘현대판 걸명소’ 행사를 올해 말까지 한다고 밝혔다. 걸명소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남 강진 유배지에서 인근 백련사의 아암 선사에게 차를 보내주기를 간절히 부탁한 편지글이다. 군은 차와 관련된 체험이나 이야기를 편지·수필·시·산문 등의 형식으로 응모하면 심사를 해 매달 5명을 선정, 녹차 2통씩을 시상한다.(055)880-2893.하동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해운대 해수욕장 24시

    해운대 해수욕장 24시

    국내 최대의 피서지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하얀 모래와 파도가 함께하는 이곳은 이맘때면 피서객이 쉼없이 몰려드는 곳이다. 절정의 피서철인 8월 한달의 해운대해수욕장은 어떤 모습을 갖고 있을까. 땡볕의 인파 열기와 모래알의 뜨거움, 그리고 해질 녘이면 와닿는 낙조 등…. 해운대해수욕장의 낮과 밤의 풍경은 또 다른 얼굴을 내민다. 한여름 해운대가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바다의 낭만이다. 한철 대박을 꿈꾸는 상인들, 젊음을 뽐내려는 남녀들, 때를 놓칠 리 없다. 난장 같지만 매력이 있는 피서지다. 도심의 폭염을 뒤로 하고 ‘100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는 8월초 해운대를 찾아 그 속살을 들춰봤다. ●새벽4시 미화원 49명이 백사장 청소 해운대의 하루는 동이 트기 직전인 새벽 4시 시작된다. 환경미화원이 먼저 기지개를 켠다. 모두 49명이다. 밤새 백사장에 묻혀 반쯤 얼굴을 내민 컵라면 용기, 담배꽁초, 플라스틱 맥주병이 수거의 대상이다. 하루를 즐긴 해운대 바닷가의 뒤태는 이처럼 모든 것이 어지러이 나뒹군다. 비치클리너 차량도 백사장을 고르고 쓰레기를 치우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루 수거량은 1t 차량 8대분인이다. 시민 의식이 실종된 현장이기도 하다. 이 작업이 끝날 때쯤이면 ‘원반의 불기둥’이 저만치 바다밑을 박차고 솟구친다. 아직 백사장 곳곳엔 밤새 질펀한 술판을 벌인 피서객과 청소년들이 웅크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100만 인파가 운집한 지난 2일 해운대해수욕장의 아침은 이같이 시작됐다. 동녘이 훤해진 아침 6시. 백사장은 이미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로 북적댄다. 조깅파와 산책인 등으로 활기를 서서히 찾아간다. 인근 호텔·모텔에서, 찜질방 등에서 나온 피서객들이다. 이곳에는 11개 호텔과 100여개의 모텔 등 숙박시설이 있다. 해운대 근처 숙박시설은 요즘 부르는 게 값이다. 일종의 바가지다. 한 특급호텔의 경우 주중엔 바닷가쪽 2인 객실은 33만 8000원, 안쪽은 27만 8300원이다. 금요일 4만원, 토요일은 5만원 추가된다. 모텔의 작은방은 8만∼10만원이다. 값싼 찜질방에서 자는 이들도 많다. 이 시간대면 식당도 분주해진다. 해운대 시장통에서 20여년 식당을 했다는 50대 여주인은 “주말에는 아침 식사 손님이 낮 손님보다 많을 때가 가끔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낮12시부터 차량 몰려 시골장터 방불 오전 8시쯤이면 해운대는 휴식을 취한다. 잠깐이다. 낮 손님을 받을 채비를 해야 한다. 어느새 형형색색의 파라솔이 해변을 가득 덮는다. 일대 장관이다. 해가 머리 위에 다다른 낮 12시쯤 백사장은 더 바빠졌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피서 차량으로 도로는 마비돼 주차장으로 변한다.‘혼돈’이다.‘시골장터’ 분위기다. 하지만 질서는 그런대로 지켜진다. 햇살에 달궈진 백사장에는 모래만큼이나 물놀이 인파로 빼곡히 들어찬다. 이날 해운대 백사장을 찾은 인파는 100여만명으로 잡혔다. 파라솔은 하루평균 5000∼6000여개가 세워진다. 지난 2일 기네스북 등록 때는 7397개가 설치됐다. 파라솔 1개 대여료는 5000원이다.2일 해운대에서는 기네스북 등재를 위해 백사장에 7397개의 파라솔이 설치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해운대구청은 대여용으로 1만2000개를 만들었다. 한개당 3만원의 돈이 들어갔다. 이때쯤 샤워장도 바빠진다. 샤워장은 사람이 몰리는 낮 시간대엔 5분 이상 못 쓴다. 사용료는 1000원이다. 간이샤워장은 1분 500원이다. 물품보관소는 3000원을 받는다. 모유수유실도 있다. 피서객들의 얼굴은 짠 물을 뒤집어써도 함박웃음이다. 물살을 가르는 바나나보트와 제트스키는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모래찜질하는 아저씨·아줌마, 비키니 차림의 여성, 곁눈질하는 청년, 물놀이가 마냥 즐겁기만 한 아이들…. 즐기는 타입은 다양하다. 외국인의 모습도 눈에 많이 들어온다. 상인들은 이마의 땀을 닦아도 즐겁다. 파라솔 대여 상인은 “경기침체 영향인지 예년보다 장사가 잘 안됐는데 오늘(2일)은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매출이 크게 올랐다.”며 기뻐했다. 집에서 먹을거리를 챙겨온 피서객도 눈에 띈다. 김영한(52·부산 사하구 신평동)씨는 “집에서 도시락과 과일, 음료수, 돗자리 등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새벽에도 러시아워처럼 곳곳이 북적 어둠이 찾아들면 해수욕장은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한다. 휴식기를 취한 해수욕장은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피서객들은 한낮의 열기에 복수라도 하듯 밤을 한껏 즐긴다. 백사장 곳곳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한다. 가족, 친구, 연인, 대학 동아리 등 다양하다. 음식, 맥주, 음료수 등을 마시며 밤을 즐기려는 무리들이다.2일 밤은 전날 밤 ‘바다축제’ 개막 행사 덕분에 평소보다 배가 많은 20여만명의 인파가 찾았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회사원 김모(25)씨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왔는데 아직 건수(?)를 못 올렸다.”며 연방 지나가는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인근 호텔과 술집의 가라오케 등에는 바깥 못지않은 질펀한 놀이가 이어진다. 날이 바뀐 3일 새벽 1시의 밤 분위기도 전날 밤과 비슷하다. 글로리콘도와 부산바다경찰서가 있는 호안도로변 건널목에는 오가는 사람으로 러시아워를 방불케 한다. 초저녁 같은 들뜬 분위기다. 한편에서는 10대들의 소란스러움으로 여름 밤바다의 정취를 느끼기 힘들 정도다. 습기를 머금은 무더위, 술, 젊음이 어우러지다 보니 갖가지 충돌도 발생한다. 해운대바다 경찰서 관계자는 “술에 취해 싸움을 하다 연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여름 해운대의 백사장은 이처럼 낭만과 젊음, 열망과 환희뿐 아니라 무질서와 추태도 따뜻하게 감싸고 어루만졌다. 흠을 감춰주고 새로운 것을 잉태하게 했다. 숱한 피서 인파를 받고 보내는 해운대해수욕장은 추억이 아쉽지 않을 만큼의 큰 가슴을 지닌 채 여름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부산 글 김정한 · 사진 왕상관기자 jhkim@seoul.co.kr
  • [오디세이 서울] (3)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하)

    [오디세이 서울] (3)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하)

    1980년대 낡고 더러운 호남선 터미널의 동측 출구를 빠져 나오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광경이 비닐천막 아래 길게 줄을 선 택시 승객들이었다. 오랜 차별과 가난에 찌든 그들의 표정은 어딘지 주눅들거나 고단해 보였고, 거친 노동으로 단련된 투박한 두 손에는 고향집에서 들려줬음직한 묵직한 보따리가 걸려 있었다. 가끔 초등학교 교사처럼 말쑥하게 차려 입은 중년신사가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그들 곁을 맴돌았다. 그러나 정작 절실한 것은 ‘현세의 집 한 칸’이지 ‘피안의 구중궁궐’이 아님을 영등포·구로·봉천 등으로 압축되는 그들의 행선지가 말해 주고 있었다. 3층짜리 터미널의 서측 골목길에는 대폿집이 즐비했다. 전주나 군산, 해남, 영암 같은 지방도시 이름들로 옥호(屋號)를 삼은 선술집들이었다. 차표를 끊고 서둘러 독한 술을 들이켜는 사내들 곁엔 비누·치약세트나 종합과자선물 따위의 조악한 꾸러미가 놓여 있기 마련이었다. 좁고 초라한 식당 안은 억눌렀던 변의(便意)를 해갈하듯 술기운을 빌려 거칠게 내뱉는 남도 방언으로 떠들썩했으나, 그 소란함에는 저릿하고 무거운 시대의 회한과 우울이 섞여 있었다. ●‘이등 시민´ 열패감 안겨준 호남터미널 한 시절의 음영이 짙게 드리운 옛 호남선 터미널은 경부선 터미널에 앞서 1978년 3월 완공됐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지하1층·지상3층의 평슬래브 건물이었다. 이 무미건조한 구조물의 탄생에는 서울시의 졸속행정이 한 몫을 담당했다. 당초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의 5만평 부지 가운데 3만평은 고속터미널로,2만평은 시외버스터미널로 사용한다는 것이 구자춘 당시 서울시장의 복안이었다. 그러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한 곳에 집중시키자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고, 서울시는 서둘러 시외버스터미널을 서초동으로 옮기는 비상조치를 단행한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사용하던 2만평 부지를 인수한 것은 광주 출신으로 신흥재벌 율산의 창업자인 신선호였다. 신선호는 이 자리에 350억원을 들여 20층 규모의 대형 터미널 건물을 세울 작정이었지만 78년부터 악화된 자금난으로 대합실과 정비고만 갖춘 건물을 졸속으로 지어올린 것이 옛 호남선 터미널이었다. 81년 뉴욕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을 모방한 경부선 터미널이 완공되자 볼품없는 호남선 터미널은 영·호남 지역차별을 상징적으로 웅변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1980년 ‘피의 기억’를 간직한 호남인들에게 서울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다가오는 공간적 배제의 경험은 그들 가슴에 ‘이등 시민’이란 열패감을 심어 놓기에 충분했다. ●2000년 센터럴시티로 재탄생 옛 호남선 터미널이 첨단 하이테크 건축물로 재탄생한 것은 2000년.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 지가 덕에 재기에 성공한 율산 가문이 낡은 건물을 헐어낸 자리에 터미널과 백화점,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갖춘 복합건축물 ‘센트럴시티’를 완공한 것이다. 호남선 승객의 의식 안에 깊숙이 각인된 차별과 배제의 격리감은 이것으로 치유된 것일까. 강남의 옛 호남선 터미널을 찾던 승객들 상당수는 그 사이 부천과 성남, 안양 등 외곽도시 터미널의 이용자로 밀려난지 오래였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베이징올림픽 2008 D-3] 中정부 “소란 일으킬 사람 가둬라”

    “조금이라도 시끄러울 우려가 있는 사람은 모조리 집어넣어라.”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상팡(上訪)족 수용 시설을 새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팡족이란 지방에서 각종 민원을 들고 상경해 관련 기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교도통신은 3일 “중국 당국이 민원인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하는 것에 맞춰 수용시설 건설도 마쳤다.”고 보도했다. 그동안에는 중앙기관의 진정접수 창구를 찾아 각종 민원을 호소하는 진정인들을 당국이 연행하여 귀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복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미 새 시설에 진정자들을 대량으로 강제 수용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행된 진정인들은 베이징 남부에 새워진 이 시설에 일시 수용된 뒤 각 진정인 거주지에서 파견된 경찰에게 넘겨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시설의 한 관계자는 “옛 수용시설은 정상적인 탄원 절차를 밟지 않은 진정인을 수용하고, 새 시설에는 규정을 준수한 진정자를 가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시설에 모두 수용된 경험이 있다는 진정인은 “경찰의 구타행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베이징에선 지난 6월 말부터 진정인 일제 단속이 시작됐다. 특히 진정인이 많이 모이는 남역 주변에선 연일 연행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황우석 부활 ‘물거품’

    황우석 부활 ‘물거품’

    정부가 1일 황우석 박사의 인간 체세포 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실상 황 박사의 연구 재개 노력이 좌절된 가운데 황 박사 지지자들은 “국익을 저버리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황 박사측 “해외서 계속할 것”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날 “황 박사가 연구책임자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치료목적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인간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에 관한 연구’ 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용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황 박사가 연구과정에서 논문을 조작한 사실과 난자 취득에 관한 윤리적 문제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된 점, 난자 불법매매 등으로 기소된 점을 감안했다.”면서 “윤리적 문제를 지적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의견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연구책임자인 황 박사가 비윤리적, 비양심적 행위를 한 만큼 연구를 승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최종 결정권자인 김성이 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복지부는 연구 ‘불승인’의 가장 큰 이유가 황 박사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권 국장은 “황 박사가 연구책임자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요건을 갖춘 다른 연구책임자를 내세운다면 재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황 박사 재판결과에 따른 승인 변경여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못박았다. 이로써 2006년 3월 논문조작 등의 혐의로 체세포복제 연구 승인이 취소됐던 황 박사는 2년5개월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구 재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 연구를 재개하려면 복지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행정소송으로 맞서야 하지만 결정을 뒤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연구책임자를 다른 연구원으로 바꿔 재심의를 요청하더라도 황 박사의 직접적인 연구 참여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황 박사는 국내에서 동물복제 연구를 계속하거나 해외에서 인간 체세포 복제 연구 승인을 얻은 뒤 연구를 재개할 수 있다. 황 박사측은 “해외로 나가 인간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종교계는 환영 이날 결정에 대해 ‘국민의 소리 운동본부’ 등 황 박사 지지자 200여명은 격렬한 항의집회를 열고 “행정소송, 헌법소원은 물론 모든 법적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종로경찰서는 이날부터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계동 복지부 청사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이번 결정과 관련이 있는 생명공학계와 보건의료계, 가톨릭계와 개신교계 등은 대체로 복지부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발표를 앞두고 수암생명공학연구원측에 ‘불승인’ 통보를 했다. 아울러 차관 주재 대책회의를 갖고 직원 안전 고려 등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발표도 직원 신원노출을 우려해 사진촬영이 금지된 채 A4용지 1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는 데 그쳤다. 발표 전날인 지난달 31일 밤에는 황 박사 지지자 30여명이 복지부 청사 6층 생명윤리안전과 사무실에 들이닥쳐 40여분간 소란을 피웠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집중인터뷰] “과세기준 조정해 세부담 경감”

    [집중인터뷰] “과세기준 조정해 세부담 경감”

    한나라당 박희태,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달 초 새 지도부로 출범했다. 하지만 기쁨을 누릴 틈도 없다. 거여(巨與)를 이끄는 박 대표는 ‘쇠고기’‘금강산’‘독도’, 그리고 고유가·고물가 등의 해법을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정 대표는 생존을 위한 야성(野性)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두 대표로부터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마련했다. 먼저 박 대표 인터뷰를 23일자로 싣는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은 오늘이라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진상조사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고는 “사태 해결을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독도 영유권 파문과 관련해서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는 영토 수호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산세 인하 등을 통해 국민 세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쇠고기정국’에서 10%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도 바닥이다.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각종 악재로 손상된 대통령의 신뢰도가 점점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비를 넘겼고,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것에 대해 바르게 인식돼 ‘역시 이명박을 믿을 수 있구나.’하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본다. 쇠고기 파동이라든지 독도 사태, 금강산 총격사건 등 초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명백히 인식하고 국민 마음에 맞은 대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국민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에 적잖은 정책 마찰이 있었고, 새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유가보조금·가스값 인상 등에 대해 이견이 표출됐다. 불협화음이나 이견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생각인지. -적어도 제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는 당정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물론 논쟁이야 있을 수 있다. 아무런 논쟁도 없이 정부정책이 무사통과된다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닌가. 당정 간에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당내의 이견도 마찬가지다. 이견 하나 없이 무조건 대통령 뜻이라고 따른다면 그게 바람직한 여당의 모습인가. 다만 국민이나 언론이 보기에 혼선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유의하겠다. 앞으로 당이 앞장서서 국정을 힘 있게 끌고 가겠다. ▶금강산 피격 사건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파문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후속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단편적이고 임시방편적이라는 지적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어떤 입장과 대책을 갖고 있나. -물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단계별로 상황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 금강산 피격 사건만 해도 일단 급한 것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이다. 이것이 먼저 이루어진 다음에 근본적인 대책도 수립할 수 있지 않겠나.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 당과 정부는 유인도화 정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면서 장기적인 외교대책들을 세워가야 할 것이다. ▶개헌 문제가 18대 국회의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헌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개헌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혀 달라. -개헌에 관해서는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의원들이 각자 자기의 소신이나 생각에 따라 말하고 있는데 이런 논의를 당론으로 정할 필요성이 있나 연구해 보겠다. 공식적으로는 나도 개헌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내 말도 당론은 아니다. 적절한 시점에 당론으로 정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온갖 구설이 난무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코드 인사’‘보은 인사’ 논란을 능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건 정권이 바뀌어서 그렇다. 노무현 정부 때는 김대중 정부의 사람들도 쓰고 해서 낙하산 논쟁이 실감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용보다는 정권교체의 효과 때문에 낙하산 인사가 좀 더 부각되는 것 같다. ▶반면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인사들은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을 배려하는 방안이 있는지. -당을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해 어느 정도 배려는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두가 협조할 때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많다고 하시는데, 아마 일하고 싶은데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으니까 답답해한다는 얘기인 듯싶다. 당 차원에서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고유가와 고물가로 서민경제의 고통이 크다.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서민들의 경제난을 덜어주기 위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몇 가지 조치를 했다. 공공요금 상승을 최대한 억제시켰다. 전기·가스 요금 등은 상반기 인상하지 않았는데 가스 요금은 하반기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올리더라도 최소한으로 하기로 당정간에 얘기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지금까지는 성장 위주였지만 물가를 잡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재산세가 한꺼번에 많이 올랐는데 이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 이게 법률로 올린 게 아니고 재산세 과세기준이 엄청나게 올라가서 그렇다. 과세기준 산정은 정부나 지방정부의 재량에 속한다. 급한 게 재산세다. 서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아주 시급히 생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7·3 전당대회 과정에서 ‘화합형 대표’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당직 인선에서 친이(친이명박) 위주로, 그 중 강경파가 요직에 많이 임명됐다. 공석인 여의도연구소장에도 친이 인사가 거론되고 있는데. -화합인사한다고 고심도 하고 노력도 했다. 당내 여러 의견도 많이 듣고 최대한 반영했는데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서로 의논해서 거의 합의된 인사였다.100점도 아니지만 100점 받을 수도 없다. 아주 나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의도연구소장은 비어 있는데 당헌을 보니까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을 먼저 선임하고 이사장이 소장을 추천하는 걸로 돼 있다. 현재 이사장이 없으니 이사장부터 먼저 모시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시간을 두고 있다. 또 그 자리에 화합형 인사가 필요하다면 그런 조치도 하겠다. ▶박근혜 전 대표가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고·중진 연석회의 부활 여부에 대한 입장과 박 전 대표의 참여 의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밝혀 달라. -아직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하자는 데 대한 공식 결의가 없었다. 그것이 되면 당사자에게 통보할 것이다. 본인이 참석하면 당무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대표까지 지낸 위상도 있으니까 우리가 예우하겠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고위 당정 참석 대상에서 배제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최고위원들의 고위 당정회의 참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 참석대상을 그렇게 통보한 것이라서.(한참 뜸을 들이며)지금까지의 관행이 그렇게 돼 왔다. 그전에도 최고위원은 참석 안 했다. 나는 참석했으면 좋겠는데 한번 검토해 봤으면 한다. ▶최고·중진회의 부활하자고 하는 것이 최고위원회의에 불만이 있기 때문인가. -거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다. ▶이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이상득 의원의 역할을 둘러싸고 구설이 끊이질 않았다. 이 의원이 국정운영이나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으나 국민들의 시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이 이 의원의 주장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의원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이 의원이 벌써 6선이다. 본인이 행동반경을 잘 결정할 것이다. 주변에서 이런 말 저런 말 안 하더라도 본인이 잘 할 것이다. 공자님도 나이 70이 되어 아무리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 그 범위를 넘어서지 않더라는 말을 했다. 너무 걱정 안 해도 잘 할 것으로 본다. ▶김귀한 서울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정치권이 소란스럽다. 당에서는 김 의장에 대해 탈당 권유 조치를 했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의장은 사실상 제명 아니냐. 당헌에 제명하라는 규정도 없다. 기소되면 당원권 정지라는 것만 나와 있다. 본인에게 스스로 진로에 관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탈당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10일 지나면 제명된다. 제명이나 마찬가지다. 대담 박대출 정치부장 정리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무협지 발끝에 중국이 있다(상)

    무협지 발끝에 중국이 있다(상)

    자네 받으시게. 속세를 떠나 두문불출, 면벽수행한 지 꽤 흘렀네. 벽지(僻地)에 박혀 지낸다 해도 바람이 툭툭 떨어뜨리는 세상 소식 몇 자락은 들리기 마련이라, 애쓰지 않아도 바깥세상 돌아가는 모양은 대강 알고 있었지. 김용의 소설이 새 단장을 해서 나왔다지 아마. 감회가 새로웠네. 불멸의 무엇인가를 꿈꾸며 불면의 밤을 보낸 청춘이 내게도 있었지. 자네는 아는가. 그 잠 못 이루던 시절, 김용을 탐독하며 밤을 지새운 것을. 한낱 무협지라 폄하하지 말게. 어지러운 세상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의인들이 살아 숨 쉬는 무협 덕분이었으니. 문득 궁금하더군. 위대한 이야기를 잉태해 거대한 소설로 뿜어내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리하여 떠난 걸세. 김용의 《의천도룡기》를 벗삼아. 영화를 보면 신기(神技)에 가까운 무공을 뽐내며 악의 무리를 쓸어버리는 고수들이 있지. 그들은 어쩌면 소림사에 빚을 지고 있네. 영화가 소림무술을 직접 차용한 것이 아니라 해도, 오늘날 중국 무술의 대부분은 소림사의 명성에서 비롯된 게 많거든. 사방팔방 이름을 떨치는 소림무술은 중국 무술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세. 달마도를 통해 잘 알려진 달마대사가 만든 18수가 소림권의 기원이라는 말이 있네. 소림사는 여기에다 중국 각지에 퍼져 있는 전통 무예를 흡수하여 제 식으로 발전시켰지. 소림사는 오악(五嶽) 중 하나인 숭산(嵩山)에 있네. 오악이라 함은 중국의 대표적인 산악 다섯 군데를 말하지. ‘우뚝솟을 숭’자를 쓰는 숭산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절경을 이루네. 게다가 4대 서원의 하나인 숭양서원(嵩陽書院), 가장 오래된 측백나무 장군백(將軍柏), 원나라 때 건립된 천문대인 관성대(觀星臺) 등 명성이 자자한 문화유산이 많으니 그 이름이 잘 어울리는 곳이네. 소림사에 당도하면 제일 먼저 사람을 반기는 것은 ‘숭산소림’이라 새겨진 커다란 돌기둥이라네. 중국 각지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 때마침 소림사 승려들의 시범 공연이 있다 하여 공연장으로 갔네. 높은 천장, 화려한 조명 등 현대식으로 잘 꾸며진 공연장으로 갔지. 잿빛 도복을 입은 소년 승려들이 등장하여 각종 무술을 선보였네. 사마귀의 모습을 본 딴 당랑권(螳螂拳), 뱀처럼 움직이는 사권(蛇拳), 원숭이를 흉내 낸 권법 등 독특한 무술이 펼쳐졌지. 동작 하나만 봐도 해당 동물이나 곤충이 연상될 정도로 특색 있는 권법이었어. 곤봉이나 창, 도(刀)와 검(劍)을 이용해 아슬아슬한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어. 그중에는 뾰족한 창끝에 올라가 배를 깔고 엎드려서는 온몸의 무게를 지탱해내는 무술도 있었지. 정신을 잠깐이라도 놓으면 창이 몸으로 관통할 정도로 위험한 무술이었어. 무협지의 무술에는 허풍과 과장이 다소 있겠지만 온갖 무술을 내 눈으로 보고 나니,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었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네. 그런데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소림무술을 다 관람하고 나니 마음이 허전했어. 외상(外傷)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습했을 수련생들, 심신의 수련보다 보여주기식 무술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공연환경이 떠올랐네. 게다가 선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소림사의 명성이 불법(佛法)보다는 기기묘묘한 무예에서 비롯된 것일까 생각하니 씁쓸했어. 다 내 기우이길 바랄 뿐이야. 관객의 요란한 박수에서 벗어나 공연장 바깥으로 나왔네. 먼 산에 눈길 주며 서 있는데 갑자기 내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네. 공연장 근처에는 소림권법의 동작을 취하고 있는 조상(彫像)이 있네. 매우 크고 위풍당당하지. 그런데 그 근엄한 상(像) 중 하나가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품위에 어울리지 않게 콧물이라니? 그 모양새가 너무 우스워 가까이 다가가 보았지. 저런! 날이 추워 하필이면 콧구멍 아래에 고드름이 달린 것이었어.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콧물이었지. 그래, 소림사의 어린 승려들도 이렇게 재미난 풍경 하나 사물 하나를 찾으며 깔깔 웃겠지. 공연장에서 벗어나 소림사 안으로 깊이 들어오면 바깥과는 달리 사뭇 엄숙하고 경건하네. 절 곳곳에 서 계신 스님들에게 말이라도 붙일라치면 자리를 뜨는데, 일행의 말에 따르면 스님들은 관광객, 특히 여자 관광객과 말을 나누는 게 금지되어 있다고 하네. 일상에서 묵언수행을 하는 모양일세. 불상 앞에서 카메라를 마구 눌러대는 관광객들에게 찍지 말라고 조용히 손짓하는 스님들도 계시네. 불상을 카메라에 담으면 부처의 영험함이 사라진다는 속설도 있지만, 부처의 영험함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겠는가. 예서제서 번쩍번쩍 터지는 플래시와 브이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이들이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 소림사도 절인지라 부처님께 예불을 드리러 찾아오는 이들이 꽤 많아. 여기서도 향을 피우거나 작은 촛불을 밝혀 마음을 올린다고 하는데, ‘불(佛)’자의 모양을 본뜬 커다란 촛대가 인상적이었네. 보통 사람들의 몸집보다도 더 큰 촛대에, 속계의 소망과 염원이 불을 밝히면 그 모습은 어떠할까. 소림사에 눈이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은, 잠시 그 불을 끄고 마음의 불을 밝히라는 부처의 뜻이 아닐까. 서기 496년 북위 때 창건된 소림사는 당나라 때에는 호시절을 누렸지만, 1928년에는 군벌 하나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다 사라져버렸다네. 그 까닭에 지금 보는 건물들은 이후에 지어진 것이 많아. 왕조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 소림사도 그에 따라 부침을 겪는 것이지. 요즘 소림사가 맞닥뜨린 현실은 무엇일까. 소림사의 명성에 기대어 아랫동네에 즐비한 무술학교, 명성이 높아질수록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관광객,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관광지로 단장해야 하는 운명. 그리하여 무예의 산실이나 심신의 수련장인 소림사는 퇴색하고 볼거리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들지. 중국의 문화재와 유적을 상품화하여 수익을 올리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을 우선시하는 현대인의 부박함 때문인지도 모르네. 소림사를 거니는 내내 《의천도룡기》에서 만났던 공견 스님과 같은 대덕고승은 과연 어디에 계신지 감지되지가 않았다네. 수시로 물밀듯이 찾아오는 소란함을 피해 아마 어느 깊은 곳에서 수련을 하시는 것이겠지. 세상이 어지러울 적에 원로고승이 그 모습을 드러냈듯, 아직은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이 어찌해볼 수 있는 세상인가 보네. 그러니 자네나 나나 정진하며 내공을 꾸준히 쌓도록 하세. 은둔하는 자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볼 때 분명 무림고수들이 미소를 보낼 걸세. 그럼 나는 소림사 탑림을 마저 돌겠네. 건강하시게.(계속) 글·사진 홍민 자유기고가       월간 <삶과꿈> 2008년 7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씨줄날줄] 천렵/김인철 논설위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쉽진 않겠지만 짬을 내서 한번 다녀가라는 당부다. 사연인즉, 일전 청계천에서 피라미니 불거지를 봤다고 쓴 기사를 읽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서울로 이사갔기에 피라미니 불거지, 모래무지, 미꾸라지 등 ‘하찮은’ 것들을 잡으며 놀던 기억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며 모처럼 천렵이나 한번 하자고 강권했다. 휴일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오붓한 맛이 덜하다며 웬만하면 평일에 오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핑계김에 쉬어간다고 하던가. 하루 휴가를 내고, 이왕지사 술도 한 잔 할 요량으로 차를 가져가는 것도 포기했다. 시외버스에서 내리자 대기하고 있던 친구는 고향 마을에서 시오리 떨어진 샛강 다리 밑으로 이끈다.‘벙개’하듯 모인 또다른 친구들 네댓명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다가 반긴다. 어느새 솥단지에선 개장국이 펄펄 끓고 술도 한 순배 돈다.“오뉴월 개장국 국물은 발 잔등에 떨어지기만 해도 약이 된다.”는 북한 속담까지 들먹이며 친구들 모두 옛날 그 맛 그대로인, 친구 어머니가 야채니 양념 등 초벌 요리를 해줬다는 개장국의 맛을 입이 마르게 칭송한다. 아침나절 이르면서도 거나하게 마신 술기운이 온몸을 감싸기에 잠시 눈을 붙이는데 주위가 소란하다. 매운탕을 끓이느니, 튀김을 하느니 북적대는 소리다. 눈을 뜨니 정말로 피라미, 불거지 등이 한 그릇 가득하다. 어디서 사 온 거 아니냐고 묻자, 투망질 서너번만에 잡아 올린 거란다. 믿을 수 없다고 우기자 친구가 샛강으로 들어가 시범을 보인다. 정말로 단 한번의 투망질에 피라미 등 십여마리가 또다시 들려나온다.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한움쿰씩 다슬기를 주워 모여든다. 몇해 전 친환경농법이 유행하면서부터 농약 사용량이 급격하게 준 데다 상류에 들어선 대형 사우나시설이 엄격한 하수처리 규제 등으로 인해 아예 영업을 중단하면서 샛강이 살아난 결과란다. 잠시 뒤 한편에선 민물고기 매운탕에다, 다슬기와 아욱이 어우러진 된장국이 끓고, 또 한편에선 피라미 튀김이 한창이다. 한여름 벽촌의 강과 계곡에서 ‘평범한 서민들의 소박한 여름나기’ 한판 난장이 이렇게 펼쳐진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서태지ㆍ엄정화, 스케일ㆍ마케팅도 왕이다

    서태지ㆍ엄정화, 스케일ㆍ마케팅도 왕이다

    서태지, 그리고 엄정화. 2008년 여름, 한국 가요계의 ‘킹’ 과 ‘퀸’으로 불리던 그들이 귀환했다.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는 엄정화는 지난 1일 새 미니 앨범 ‘D.I.S.C.O(디스코)’를 발매하며 2년여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이어 오는 29일에는 ‘가요계 왕’이 귀환한다. 바로 서태지가 4년간의 공백을 깨고 8집 첫 번째 싱글음반 발매하며 복귀하는 것. 서태지와 엄정화는 명실공히 가요계 ‘킹·퀸’다운 가치를 자랑한다. 이들의 네임 밸류(name value)는 투자 가치로 이어져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우선 스케일과 마케팅부터 다르다. 엄정화, 무대 의상비만 1000만원 ‘댄싱 퀸’ 엄정화의 지난 5일 컴백 무대에 한동안 섹시 여가수들이 넘쳤던 가요계가 바짝 긴장했다. 독특한 안무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는 “역시 엄정화!”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지만 그의 컴백 무대의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의상비. YG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엄정화가 MBC와 SBS의 컴백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 5벌과 앞으로 의상 다섯 여벌을 더하면 의상비만 총 1천만원+알파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정화는 직접적인 노출은 피하되 과장된 어깨선과 굵은 허리띠가 인상적인 퓨처리즘 풍 하이브리드 의상이 인상적이다. 서태지, 세계 정상급 대형 오케스트라 협연 오는 29일에는 4년 6개월만에 서태지가 복귀한다. 새 앨범에 대한 아웃라인은 새달 6일 MBC 서태지 컴백 스페셜 방송을 통해 그려질 예정이지만 8월 15일 열리는 ETP페스트를 시작으로 9월 27일 영국 로열필하모닉 협연 등 두 차례 공연이 확정돼 있는 상태라 팬들의 기대가 크다. 특히 전설적인 록 그룹 ‘퀸(Queen)의 명곡을 클래식과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호평을 받은 영국 지휘자 겸 작곡가 톨가 카시프(Tolga Kashif)가 이끄는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oyal Philharmonic Orchestra)와 협연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가수로는 ‘넥스트’에 이어 두번째로 시도되는 이번 협연은 세계적 관현악단과 한국 가요계 변혁을 주도해온 트렌드 메이커 서태지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엄정화+빅뱅 탑, ‘마돈나+팀버레이크 마케팅’ 엄정화는 데뷔 15년 이래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컴백 신고를 했다. YG 수장 양현석은 YG 둥지 밖에 있는 외부 가수로는 처음 엄정화 10집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고 그의 컴백무대에는 든든한 YG사단이 총출동했다. 뿐만 아니다. 타이틀 곡 ‘디스코’ 뮤직 비디오에는 인기 절정 그룹 ‘빅뱅’의 탑이 카리스마 넘치는 랩 피처링 영상을 더해 엄정화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은 물론 10대 팬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는 ‘마돈나’의 마케팅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마돈나는 최근 새 앨범 ‘하드 캔디’(Hard Candy)를 발표하며 ‘4 Minutes’의 피쳐링에 섹시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영입, 뮤직비디오에서 아슬아슬한 커플 댄스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대중들은 당대 최고의 섹시 디바와 매력 넘치는 연하 가수의 아찔한 영상에 매료됐고 ‘최고의 마케팅 효과’로 직결됐음은 당연하다. ‘신비주의’ 마케팅 서태지, U.F.O + 미스테리적 메시지 전략 서태지는 매번 유례없는 각종 마케팅 전략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그의 이번 컴백 마케팅 전략은 크게 티저 영상과 특집 스페셜 다큐 방영을 통한 메시지 전달과 UFO 출현 동영상을 비롯해 최근 발견된 미스터리 서클을 통한 암호 제시, 그리고 서울 코엑스 피라미드 광장에 설치한 직경 12m짜리 대형 UFO 모형 전시 등으로 압축된다. 서태지를 일컬어 ‘마케팅의 천재’라 극찬하는 언론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음악성이 아닌 다소 소란스러운 마케팅이 이슈가 되고 있음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태지는 마케팅을 통해 8집의 메시지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홈페이지에 인류의 태동기인 ‘태초의 소리를 담겼다’는 의지를 밝힌데 견주어 대중들은 U.F.O나 미스터리 서클 등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제 3세계에서 보는 시각을 논하려 하는 그의 시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은 다르다 1992년 ‘난 알아요’와 1993년 ‘눈동자’로 대중 앞에 섰던 서태지와 엄정화에 대한 평은 냉혹했다. 당시 음악 판도를 뒤엎을 만한 시도였음에도 불구, 대중 음악 전문가들 조차 그들이 훗날 일으킬 반향을 예상치 못했다. 서태지는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대스타가 되어있더라’고 웃음 지었지만 이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대중은 없었다. 그의 음악적 도전은 젊은 세대의 음악적 감성을 흔들어 놓았고 ‘문화 대통령’이란 칭송까지 받게 되었다. 엄정화 역시 최근 예전 히트곡인 ‘몰라’를 얻기 위해 음반 프로듀서 김창환을 1년간 조른 사연과 자신의 10집 복귀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직접 YG 프로듀싱을 계획, 수락을 이끌어 낸 점 등은 서태지와 엄정화가 ‘킹·퀸’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대동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요미우리 대표 “니오카 불륜, 불쾌하다”

    요미우리 대표 “니오카 불륜, 불쾌하다”

    “개인적으로 화가 치민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내야수 니오카 토모히로(32)가 미모의 아나운서와 불륜소동을 일으킨 것에 대해 지난 9일 키요타케 히데토시(清武 英利)구단대표가 입장을 밝혔다. 구단 대표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니오카는 요미우리의 중심선수”라며 “그런 그가 1군 복귀를 앞둔 시점에 이런 소란을 일으켜 개인적으로 무척 화가 난다.”고 불쾌함을 나타냈다. 또 이번 소동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니오카의 1군 복귀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1군 복귀와 불륜소동은 별개의 문제다. 야구선수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그라운드에서 멋진 활약을 보이는 것 밖에 없다.”며 니오카의 복귀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임을 내비쳤다. 니오카 역시 엄중경고를 받은 것에 대해 “경솔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한편 이번에 니오카와 불륜소동을 일으킨 야마모토 모나(32)는 프리 아나운서로 지난 2006년 9월에는 민주당의 호소노 고시(細野豪志)중의원과의 불륜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철 기자 kibo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길섶에서] 물안개/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해거름 무렵이다. 물안개가 한층 짙어졌다. 섬 뒤편에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희뿌옇게 사라졌다.“보세요. 산이 조금 전에는 셋이었는데, 지금은 하나죠?” 삼라만상이 고요했다. 수묵화의 세계이다. 아늑했다. 태아처럼 편안했다. 사람들 악다구니와 자동차 엔진음은 끊어졌다. 바람에 휩쓸린 나뭇잎이 부딪히며 바스락댔다. 고요함은 단순함으로 이어졌고, 그 다음엔 순수함이 찾아왔다. 메말랐던 가슴에도 물안개가 포근하게 피어올랐다. 60년 인생길을 걸은 끝에 경기도 가평 남이섬 옆 이화리에 정착한 그는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이제서야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지향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순에 꿈을 꾸는 사람을 뒤로하고 이화리를 떠났다. 서울 길은 소란스러움과 복잡함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헤어지기 직전 “우리 모두 손님”이라던 그의 말 뜻은 아리송했다. 다만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라는 언급만은 화두로 간직하려 애를 썼다.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구름에 달가듯이’ 청록파 시인 박목월(본명 영종)이 생전에 직접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연도미상)7월20일. 간밤에 쏟아지던 비와 소란스럽던 우레가 거짓말같이 개고, 맑은 날씨. “날이 개면 어쩐지 즐거워.” 노래와 같은 아내의 말이다. 큰아이들은 직장 나가고 어린 것들도 학교에 가버렸다.“여보, 커피 끓일까요.” 서재를 기웃거리는 아내도 이상하게 다정한 얼굴이다.30년의 결혼생활을 거쳐서 어린 것의 뒷바라지도 한 고비를 넘기고, 초로를 맞이한 내외의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이다. “한판 할까.” 나는 안방에 있는 화투모를 내오게 했다. 이번 여름방학에 아내에게 ‘육백’을 배운 것이다.“또 잃으면 어떡할려고 그래요.” 화투를 가져오면서 아내가 걱정했다. 한판에 500원을 걸었다.“칠띠를 해야지.” 나는 벼르기만 할 뿐 서툰 솜씨가 노상 돈을 잃게 마련이다.“이 ‘솔’을 먹어가지, 그것만 하면 ‘송·동·월’ 아니냐.” 나는 아내의 패를 기웃거리며 싱겁을 떠는 것이다. “당신이나 잘해요.” 그리고 ‘솔’을 뽑다 말고 “참, 동규,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엉뚱한 곳으로 아내는 화제를 돌린다.“왜-그럴까?” 나도 화투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그럼 ‘솔’해요.” 아내는 ‘솔’을 잡아오면서 “글쎄요, 웬일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어야지요. 장가 간 후로는 몸이 그릇되는 걸요.” 그러다가 아내는 “참!”하고 화투장을 덮어버린다. 내외는 벌써 맏이의 건강문제에 정신이 쏠려버렸다(후략). 여기에 나오는 ‘맏이’가 바로 문학평론가 박동규(69) 서울대 명예교수를 말한다. 이 일기는 박 교수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다가 지난해 발간한 책 ‘아버지와 아들’(박목월·박동규 지음, 대산출판사)에 처음 실었다. 일기에는 정확한 연도가 없으며 내용으로 봤을 때 1970년 전후로 추측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목월은 1973년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창간,1978년 작고할 때까지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문학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장남인 박 교수가 ‘심상’을 꾸려왔다. 어머니가 그만둘 것을 여러번 권유했지만 박 교수는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뜻을 이어왔다. 그동안 흑자를 낸 적이 없을 만큼 어려웠지만 30년동안 단 한번도 발간을 거르지 않았다. 직접 서문을 쓰고 편집과 광고영업을 하면서…, 외부 강연 때 받는 강연료를 전부 투입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박 교수는 지난 7일 저녁 오랜만에 TV에 출연했다.‘SBS-TV칼럼’에서 “인간은 서로 존경하고 살지는 못해도 존중하고 사는 방법이 토대가 된 교육정책과 목표를 통해서 근본적 해결에 넓은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에도 구수한 말투와 따뜻한 언어구사로 ‘아침마당’‘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적 에세이집 ‘내 생애의 가장 따뜻한 날’‘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처럼 평소에도 ‘따뜻한 글’을 주로 써왔다. 박 교수는 요즘 ‘심상’ 발간과 외부강연 외에 별도의 집필을 하느라 바삐 지낸다.2004년 정년으로 대학강단을 떠난 후 틈틈이 메모한 ‘강연노트’를 다시 정리·보완하고 있는 것.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심상’ 편집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새로운 신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삶과 소설’이라는 일종의 평론집입니다. 소설을 해독하는 방식, 읽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지요. 또 삶의 방식을 현실에 던지고 논리적으로 접근도 해보고…. 낡은 강의노트를 모아 가을쯤에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가 있나요. “소설은 가상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작가는 왜 거짓말(가상의 스토리)을 시켜가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는 이어 “난 따뜻한 글밖에 못쓴다.”고 거듭 말했다. 남들은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가지만, 자신은 여러 사람을 아우르고 위로해주는 그런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써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방식이나 주제도 이와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살면서 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또 인간으로서 삶의 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시는 어떻게 써야 합니까. “시는 글로 쓰는 것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져도 괜찮습니다. 세속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글로 써서 만져보고 다듬어봐야 하는 것이지요.” ▶지난 30년동안 ‘심상’을 통해 시인이 어느 정도 배출됐는지요. “약 280명정도 됩니다. 이들은 ‘심상문학회’ 등을 통해 여러 활동을 합니다. 서울 서초동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시민을 위한 강의도 하고 ‘시낭송 평가’도 합니다. 또 매년 여름 강원도 동해 안쪽에서 해변 시인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폐교에서 다들 모여 밥도 해먹고 인간적인 교감도 나눕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다가, 삶의 수련기를 겪은 30∼40대 이상의 여자들이 (시로)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보다 젊은 나이에 치열하게 시인이 되려고 했던 과거와 비교했다. 아울러 옛날의 시가 ‘은은한 돌’이었다면 요즘에는 ‘잘 닦여진 보석’에 비유했다. 다시 말하면 감동이 너무 만들어진다는 것. 시인 본령에 대해서는 “서정성과 진실 고백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심상’ 발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30년동안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버지가 했던 일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열심히 강의하고 외부 원고 쓰면서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책상에 앉아 있는 여직원을 가리키며)저 친구랑 나랑 단 둘이서 만들어가고 있지요.” 박 교수는 또 “대개가 그렇지만 시잡지는 광고도 잘 안 붙고 구독자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가족 얘기가 나왔다. 박 교수는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었다.39살된 큰아들은 아이 둘 데리고 미국에서 예술행정학 학위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다 큰 아들이지만 공부를 계속 하겠다는데 말릴 수야 없지 않으냐.”며 아들 뒷바라지하랴 ‘심상’을 꾸려가랴 마음과 몸이 무척 바쁘다고 했다. ▶부친 기일 때는 가족들이 모이는지요. “지난 3월24일이 서른번째 기일이었습니다. 동생 셋이 미국에 이민 가 있어 기일 때 가족들이 다 모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목월의 시비(詩碑)는 생전에 살았던 집 ‘원효로 4가’와 교수로 있던 ‘한양대’, 그리고 ‘목월문학관’이 있는 경주 중문단지 등 세 군데 세워져 있다. 황순원 선생의 아들도 ‘동규’라는 말을 꺼내자 “서울고,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친하게 지낸다. 내 동생 남규도 서로 이름이 똑같다.”면서 “아버님도 황순원 선생과 술친구로 가깝게 지냈다.”며 웃는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돌아가시고 난 다음 그해 흰머리카락이 돋아났고 나는 이 머리카락을 만지며 어버지의 우산 안에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때부터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 생각의 골짜기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실었다. 박 교수는 현재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한국여장로연합회 회장인 부인 송영자(68) 여사와 단둘이 살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9년 경북 월성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출생 ▲57년 서울고 졸업 ▲61년 서울대 국문과 졸업 ▲62년 현대문학 평론추천 데뷔 ▲68년 동대학 대학원 졸업 ▲69∼84년 서울대 교양과정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 ▲81년 서울대 문학박사 ▲84∼2004년 동대학 국문학과 교수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시전문지 ‘심상’ 편집고문, 문학평론가 # 수상 현대문학상 평론부문상, 황조근정훈장 # 주요 저서 한국현대소설의 비평적 분석, 전후대표작품 분석, 글쓰기를 두려워말라, 별을 밟고 오는 영혼, 당신이 고독할 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외 논문집·수필집·문장집 등 다수
  • 자연휴양림 소란행위 삼진아웃제

    설악산·지리산·덕유산 등 전국 34개 국립자연휴양림에서 소란행위 등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다가 3차례 적발되면 1년 동안 휴양림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13일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이용객 준수사항 등을 지키지 않은 고객 등에 대해 ‘3진 아웃제’를 도입,9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휴양림 안에서 고성방가 등으로 불편을 주는 행위나, 시설 및 비품 등 집기류를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 등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좀 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신경림 누항 나들이] 좀 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이태 전 중국의 루쉰(魯迅) 대학에 갔을 때다. 총장이 몇 차례 오찬과 만찬에 초청해 주었는데 매번 비서실의 직원들과 운전기사가 동석을 했다. 뿐만 아니라 건배도 함께 하고 돌아가며 빼놓지 않고 덕담도 하게 했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체제가 남긴 유습일 터이지만, 하급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 인상적이었다. 내 주위에는 입만 열면 평등과 인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런 경험을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경우 하급자를 제대로 배려하는 예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하급자면 당연히 인격도 하급, 지식도 하급, 그 가족도 하급으로 취급을 당하며, 이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 바로 우리 사회다. 이것이 약자에 대한 배려에 무심한 우리 사회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의 갈등의 중요한 요인을 약자에 대한 배려의 결여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 몰입 영어만 해도 그렇다. 가령 영어에 도저히 몰입할 수 없는 가난한 계층이나 영어가 중요한 통용어가 될 경우 문맹이 될 수밖에 없는 약자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이런 발상이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자리에 내정된 인사들의 너무 많은 재산이 문제가 되었을 때 그들이 보인 태도도 마찬가지다. 명백한 부동산 투기에 대해서는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지나치게 많은 재산에 대해서는 20여년 대학교수 노릇하면 그 정도 재산 당연히 지니게 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어이없어했지만, 이야말로 땅을 사랑하면서도 한 뙈기 가지지 못한 많은 서민,20년이 아니라 30년을 일하고도 집 한 채 겨우 차지하고 사는 성실하고도 정직한 대부분의 국민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소리다. 자기보다 못 배운 사람, 가난한 사람, 힘없는 사람,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음의 극치라 할 만하다. 미국 쇠고기 수입 소동도 마찬가지다. 만약 쇠고기 수입으로 고통받게 될 사람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을 윗사람의 눈치 보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했더라면 졸속 협상은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촛불 시위도 없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터무니없는 광우병 괴담을 예로 들면서 소란의 원인을 인터넷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이 괴담이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약자들의 울분과 항의의 표현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일병합 때 울분을 참지 못해 음독 자결한 시인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이런 얘기가 있다. 이완용의 아들 명구의 처에 임씨가 있는데, 명구가 여러 해 일본 유학을 하고 돌아와 보니, 아내가 이완용의 방에서 자고 있었다. 명구는 방을 나와 탄식하기를 나라가 망하니 집안도 망했구나, 죽지 않고 무엇을 하겠는가 하면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괴담임을 매천은 밝히고 있지만, 이 괴담이야말로 한일병합을 이끈 당시의 지도층으로부터 조금도 배려받지 못하고 있던 민중의 분노와 절망의 표현이라는 암시도 곳곳에서 읽힌다. 괴담이 괴담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데는 배려받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과 분노가 있는 것이다. 최선의 정책은 그 시대에 가장 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정책이라는 뜻의 간디의 말은 극단적인 아포리즘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약자들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있지 못해서 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진단에는 일단 귀 기울여야 옳을 것 같다. 가난한 사람, 배우지 못한 사람, 낮은 데 있는 사람이 너무 배려받지 못한다면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국민적 일체감은 필요하며 이 일체감은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터이다. 시인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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