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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공약파기’와 ‘괄육취골’/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공약파기’와 ‘괄육취골’/김성곤 논설위원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 하나 버리기가 아까울 것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을까. 그러나 버려야 할 것은 버려야 하고, 바꿀 것이 있다면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 집권 3년차를 맞아 나온 공약파기 얘기다. 솔직한 심정으로 괄육취골(刮肉取骨·내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함)이나 이대도강(李代桃?·작은 손해로 큰 승리를 얻음)을 권하고 싶지만, 순발력 떨어지고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이 정권에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른다.광화문을 메웠던 촛불에서는 함성이 없었다. 침묵과 삼삼오오 모인 작은 속삭임, 낮은 노래들이 있었다. 촛불혁명은 이런 개개의 촛불과 속삭임, 염원이 모여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은 목소리나 염원의 갈래가 많이 나뉘었고, 방향도 서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기도 한다. 이런 때 가장 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도 있고, 그중 가장 약한 이, 가장 절실한 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도 있다. 어떤 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종교인이라면 가장 절실한 이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지만, 정치는 마냥 이를 좇을 수도 없다. 그러다간 큰 방향을 놓칠 수도 있다. 참으로 어렵다. 청와대가 새해 벽두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인 광화문 집무실 이전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말이 보류지 공약파기의 완곡한 표현이다.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지지자 중에서도 “광장으로 집무실을 옮겨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야당은 공약파기에 대해 문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난리다. 사과하라는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표 공약을 바꾸지 않는다고 질타하는 것을 보면 표리부동이요 정치공세다. 그러나 광화문 집무실이 야당이 아닌 국민에 대한 약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솔직하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또 그 정신도 이어 가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 시점은 10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될 것 같다. 기자들이 묻든 묻지 않든 문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약파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김대중 정권 때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DJP연합’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내각제 개헌이다. 그러나 이것은 끝내 실현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설 약속을 못 지켜 사과했고, 대운하도 사실상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기초노인연금 도입과 4대 중증 의료비 전액보장 등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임하기도 했다. 바다 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술 더 뜬다. “당선되면 8년 내 20조 달러 부채를 해결하겠다”, “공무원 고용동결” 등을 외치더니 당선되자 “내가 언제?”라며 오리발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파기도 처음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공약에 따라 대통령 취임 이후 중단했던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재개했고, 지난해 7월 16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사실상 지키기 어려워졌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약들은 광화문 집무실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고, 그 근원지로 집무실을 옮겨서 귀를 열고 시민과 함께하는 국정을 펼치겠다는 근원적인 약속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집무실 무산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1호 공약이지만,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솔직히 시인하는 것에 대해 “용기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현이 쉽지 않은 공약이었다. 아쉬운 것은 이런 결정은 좀더 빨랐더라면 하는 것이고, 이런 버릴 줄 아는 자세가 다른 국정 과제에도 일찍 적용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니까 공약쯤은 파기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이 꿈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꿈꾸는 바대로 세상을 바꾸는 게 꿈이었을까. 만약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게 꿈이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공약 가운데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경제 때문에 그나마 쌓아 온 외교나 남북 문제의 성과까지 다 날아갈 판이다. 국민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소득주도성장은 날개조차 펴지 못할 지경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괄육취골은 못 하더라도 이대도강의 자세로 문 대통령이 메시지를 전했으면 한다. sunggone@seoul.co.kr
  • 경제4단체장 불러 놓고 ‘정부 경제정책’ 성토한 한국당

    기업활동 규제 해소 내용 건의서 제출 나경원 “文 정부 경제위기 인식 못 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4개 경제단체 대표가 국회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 등에 우려를 쏟아냈다. 손 회장은 7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마련한 긴급간담회 ‘경제비상 극복, 무엇을 해야 하나’에 참석해 “올해 세계 경기가 둔화 국면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보완 문제는 시급히 개선방안을 찾아야 할 과제”라고 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4번째라고 지적하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도 공정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계도기간 연장이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는 처방이 될 수는 없다”며 “국회에서 보완 입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상황이 쉽지 않은데 대립과 갈등이 상존해 안타깝다”며 “규제나 제도와 같은 플랫폼을 바꿔서 시장에서 기업이 뛸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예로 들며 “신산업 관련 규제를 대폭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 등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보완’과 ‘효율적인 기업활동을 위한 규제해소’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한국당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기업과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친시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경제가 IMF 때보다 더한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실험적 소득주도성장과 규제 일변도의 반기업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열린세상] 3·1운동, 임시정부, ILO 100주년과 노사정 대화의 의미/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3·1운동, 임시정부, ILO 100주년과 노사정 대화의 의미/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국제노동기구(ILO)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2016년 촛불집회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국민의 의사 표시이자 주권행사 의지였다. 2019년은 3·1운동을 이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적폐청산이라는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3년차로서 노동과 경제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하는 절박한 해다.올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은 2018년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방향’과 고용노동부의 2019년 ‘정부업무보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경제정책 방향 아래 올해 노동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자리’다.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 중심 일자리”가 새로운 노동정책의 슬로건임이 이를 말해 준다. 현 정부의 2018년까지 노동정책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 노동존중, 차별적인 노동시장의 개선과 시정이라면 2019년의 노동정책은 노ㆍ사 경제주체에 대한 포용정책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변경은 경제 상황의 어려움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경제발전의 기관차였던 조선업과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전자산업마저 중국의 부상으로 앞길이 불투명해졌다는 데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존중 정책에 의해 자영업자와 중소영세 사업주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장하듯 현 경제의 어려움이 단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있다거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는 단편적 지적엔 동의하기 어렵다. 현 경제의 어려움은 집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과 경제정책에 있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에 따른 차별 심화 등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문제에 원인이 있다. 근본 원인의 치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현 정부의 잘못은 어려운 노동 문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집행에서 속도와 온도 조절 등의 정교함과 중앙부처 간 통일적인 응집력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노ㆍ사 각 경제주체의 개혁 의지와 동참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언제나 그랬지만 2019년 노사관계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안착과 성공적 운영, ILO 기본협약의 비준과 전교조 합법화의 문제, 최저임금 산정범위 및 인상폭과 관련한 문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근로시간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유예 문제,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싼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불안정성 등 모두가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대부분 쟁점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이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대표로 하는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정책 결정의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결정 시한을 잡아 놓고 하는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으로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현안이 되는 노동 문제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노사정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 또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와 사용자에게 대화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신뢰를 보내 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 등 제반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도 있다. 2019년은 노동계와 사용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 현안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희망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ILO 창립 100주년을 의미 있게 기념하는 자세일 것이다.
  • [서울광장] 네덜란드라는 거울/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네덜란드라는 거울/이두걸 논설위원

    ‘바닝 코크 대장의 민병대(야간순찰)’는 네덜란드 바로크 양식의 거장인 렘브란트(1606~1669)의 대표작이다. 암스테르담의 치안을 담당한 민병대를 묘사한 그림이다. 황금빛 복장에 붉은 휘장을 어깨에 거는 등 화려한 귀족 복장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분은 상인 등 시민 계층이었다. 당시 번성했던 네덜란드의 상업과 시민 계급의 위상을 보여 준다.렘브란트가 등장하기 전부터 네덜란드는 플랑드르 화파 등 현대 서양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가들을 배출했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네덜란드가 찬란한 문화유산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상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기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주로 활동한 17세기 초는 ‘네덜란드의 시대’였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떠오르기 전까지 활발한 세계 경영을 펼쳤다. 주식회사 형태의 동인도 회사를 설립한 것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아시아 등 전 세계에 본국의 60배에 달하는 식민지 경영을 벌인 것도 네덜란드가 먼저였다. 당시 영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 경제 정책의 주 목표는 네덜란드를 따라잡는 것이었다. 경제사학자 로버트 C 앨런 옥스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암스테르담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의 4배 안팎 실질 임금을 벌어들였다. 영국 런던이나 이탈리아 플로렌스 등 여타 경쟁 지역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해’는 한 세기를 지속하지 못했다. 영국 크롬웰 정부가 1651년 발표한 항해조례가 계기가 됐다. ‘영국 항구에 화물을 가지고 입항하는 선박은 모두 영국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네덜란드에 치명타가 됐다. 영국과의 세 차례 전쟁에서도 패배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현재 1700만명)와 협소한 영토라는 한계로 내수시장을 충분히 키우지 못한 네덜란드는 이후에도 강국으로 남았지만 당시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피식민지 국가 중 선진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다. 네덜란드처럼 수출 위주의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덕분이다. 지난해 미국과 독일, 중국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수출 위주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생산가능 인구 감소 추세까지 겹쳐 잠재성장률은 2% 후반대에서 중반대로 떨어질 조짐이다. 최근의 경기 둔화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등 정부의 실책이 한몫했지만 근본적으로 산업 경쟁력 약화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별다른 미래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가 슬그머니 다시 꺼내든 ‘투자 확대’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투자율은 2017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20% 남짓인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을 훌쩍 뛰어넘는다. 과잉투자로 경제가 거덜난 건 한 세기 전 대공황뿐 아니라 불과 22년 전 우리가 겪었던 일이다.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거세질 게 명확하다. 경기 후퇴기에 세계 각국은 어김없이 자국의 문을 걸어 잠갔다. 수출로 자전거의 패달을 돌리는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나라 소득의 절반 정도를 벌어들이는 수출을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는 경제를 목표로 삼아 국민 전체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와 내수를 성장의 지렛대로 삼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유일무이한 대안이라는 말이다. 5000만 인구는 적은 숫자가 아닐뿐더러 한반도 긴장 완화에 따라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최근 경제난의 주범으로 융단폭격을 맞는 형편이지만, 비난의 화살은 이를 잘못 운용한 정부에 돌려야 한다. 유일한 수단이 아닌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고, 복지 확대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소극적인 재정정책으로 일관한 책임이 작지 않다. 청와대가 당장 할 일은 경제 실정(失政)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대신 과오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히 사과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등에 따라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백해야 한다. ‘20년 집권’을 꿈꾸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평범한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전력을 다하는 건 3년 임기를 남겨 둔 정부의 의무다. douzir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데드크로스, 반전의 해법은?/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데드크로스, 반전의 해법은?/임일영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정부 3년차가 밝았다. 1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 이맘때 71%(리얼미터·1월 첫주)에 이르던 지지도는 3일 47.9%(리얼미터·부정평가 46.8%)까지 추락했고, 1주일 전에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도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 압승으로 70%대 고공행진을 벌였던 터라 낙폭은 더 아찔하다. 청와대는 민심이 야속할지 모른다. 냉전의 공기가 여전한 한반도에 ‘봄’을 가져오는 역사적 변화를 끌어냈음에도 국민들은 ‘전쟁 안 나고, 북한이 핵·미사일 안 만드는 건 이제 당연한데, 내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건가’를 묻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야권과 보수 언론은 지지율 급락 원인을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실정 탓이라고 주장한다. 비핵화 대화가 정체되면서 ‘거품’이 사라졌다고도 한다. 물론 이 요인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국민들이 현안을 바라보는 청와대 안팎의 온도차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게 더 문제다. 청와대가 ‘소통’보다는 ‘홍보’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은 자동차·조선 분야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표현을 인용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제는 심리’라지만 위기에 선을 긋는 것과,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메시지는 별개다. 재벌 중심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저성장과 양극화가 심화한 만큼 체질 개선은 불가피하고, 힘든 과정이라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게 더 문재인 정부답다. 온도차를 드러낸 것은 경제뿐만은 아니다. 특별감찰반 논란이 불거진 초기 대통령은 순방 중 기내 간담회에서 “국내 문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색했다. 비위 의혹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 쓰는’ 보수 언론의 행태가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6급 수사관의 일탈도 국민 눈에는 ‘청와대 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꾸라지’를 들인 것도 청와대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은 41.08%다. ‘데드크로스’에 반영된 민심은 무겁게 받아들이되 ‘재조산하’(再造山河)를 내걸고 대한민국 주류를 교체하겠다던 담대한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현장 수용성을 감안해 경제정책의 속도 조절은 필요하겠지만, 그 밖의 개혁 과제들은 오히려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입법화가 더딘 것을 국회 탓으로만 돌린다거나 현실과 타협한 것처럼 비쳐서는 곤란하다. 냉정하게 국정 운영 방식을 돌이켜 볼 시점이다. 그 과정에서 인적 쇄신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든 현안과 외롭게 싸우는 느낌”이라며 “‘순장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 성패에 모든 걸 걸겠다는 각오가 필요한데 내각과 청와대의 상당수는 ‘다음 수순’을 생각하는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 참모진은 대선 과정에서 ‘친문의 폐쇄성’을 불식하고자 꾸려진 이질적 집합체인데 위기 국면에서 총대를 메고 책임질 인물은 안 보인다”며 “‘국면 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는 게 대통령의 스타일’이란 말도 참모들이 할 얘기는 아닐뿐더러 결심이 서면 냉정하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데드크로스 이후 일시적으로 골든크로스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큰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한 정권은 없었다. 그럼에도 촛불을 들었던 다수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서만큼은 ‘반전’을 기대한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다. argus@seoul.co.kr
  • [사설] “기업 투자하기 좋은 환경” 실천으로 성과 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에서 올해를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사는 첫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는 등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성과 도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신년사의 3분의2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할 정도로 경제 활성화의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발전도 일자리도 결국은 기업의 투자에서 나오며, 기업도 끊임없는 기술혁신·투자 없이는 성장이 있을 수 없다”면서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의 주요 주체인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한반도에 완전한 비핵화가 정착되면 평화가 번영을 이끄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가 우리 경제에 큰 힘이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못지않게 혁신성장에도 정책의 방점을 찍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업을 청산의 대상이 아닌 국가 경제의 동반자로 인정해 달라는 재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꿔 기업이 경제·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고 요청한 건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취임 3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평화기조 정착 등 대외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지만, 경제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올해(2018년) 소비는 지표상 좋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했고, 서민들은 소득 감소에 따라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보인다. 내수뿐만 아니라 투자, 고용 등의 부진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데다 ‘나 홀로 호황’을 보이던 수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현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에 따라 경제성장의 과실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활발히 투자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혁신의 요인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빚어질 갈등을 조정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그래야 경제 활력을 살리고 민생도 개선될 수 있다.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실천을 기대한다.
  • 2019년 노동계 3대 이슈…①ILO 100주년 ②사회적 대화 ③비정규직 제로

    양대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올해 노동계의 주요 이슈로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사회적 대화, 비정규직 제로’를 내세웠다. 사회적 대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서는 노동계 내·외부에서 토론과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일 신년사에서 내부의 반대여론을 염두에 둔 듯 “사회적 대화의 성패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나 신뢰가 아니라 우리의 투쟁과 교섭력에 달렸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여부를 재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내부의 반발과 참가를 압박하는 사회적 여론 속에서 경사노위 참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경사노위 참가를 원하는 민주노총 현 집행부는 지난해 10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정족수 미달 등으로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후 경사노위는 지난해 11월 22일 민주노총의 합류를 열어놓은 채 출범했다.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산적한 노동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어내고 그 결과가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결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19년에 설립된 국제노동기구 100주년을 맞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은 존중돼야 하며 ILO 핵심협약의 비준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내 공익위원들은 “결사의 자유(제87호)와 노동 3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제98호)을 비준하기 위해 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사노위는 1월 말까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논의의 결론을 내고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삼갔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촛불항쟁 계승자임을 자임해 온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방향을 바꾸려 한다”며 “(공공기관 등의) ‘정규직 직고용’의 원칙은 무너지고, 그 자리는 ‘무기계약직 간접고용’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새 대한민국 100년] GDP·수출 3만배 ‘한강의 기적’…혁신·경협 ‘한반도 기적’ 꿈꾼다

    [새 대한민국 100년] GDP·수출 3만배 ‘한강의 기적’…혁신·경협 ‘한반도 기적’ 꿈꾼다

    수탈의 경제였던 일제강점기의 여파로 대한민국은 광복 직후 식량이 없어서 무상 원조를 받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 주도 정책으로 현재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로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초고속 압축성장의 부작용은 컸다. 정부 주도 경제 발전의 열매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이 고꾸라지고 반도체를 이을 미래 먹거리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내수 침체는 악화될 가능성이 큰데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대적인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돌파구로 ‘혁신성장’과 ‘남북 경제협력’을 꼽는다.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남북 경협으로 새 시장과 투자를 창출해야 ‘한강의 기적’을 미래 100년간 ‘한반도의 기적’으로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은 1945년 광복 이후 국가 체제를 정비할 시간도 없이 한국전쟁(1950~1953년)을 겪었다. 국토 황폐화로 식량조차 구하기 힘들어 미국의 원조로 나라살림을 꾸렸다. 경제는 공업화와 수출에 초점을 맞춘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차 5개년계획(1967~1971년)부터는 중화학공업 육성에 집중했다. 정부 정책의 효과로 1970년대에는 연평균 9%의 고성장이 계속됐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 정책으로 대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됐고, 두 차례 석유파동까지 터지면서 물가가 폭등해 사회 양극화가 심해졌다.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으로 금융산업은 자생력이 없었고, 기업 부채 비율은 300~400%에 이르렀다. 결국 1997년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 최악의 시련이었다. 해외 채권자들이 국내 은행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빼가자 은행들은 외화를 조달할 수 없었다. 한국은행이 긴급 자금을 지원했지만 외환보유고가 곧 바닥났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계기도 됐다. 부실 기업은 처리됐고 시장 규율은 강화됐다. 1998년 1월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4대 그룹 총수들이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기업구조 개혁 5대 원칙’에 합의한 것이 시발점이다. 대기업의 줄도산을 지켜본 생존 기업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섰고 금융 건전성도 높아졌다. 10년 뒤인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그해 코스피는 40.7% 폭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는 외화유동성을 은행에 긴급 공급했고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5.25%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추가경정예산으로 경기 부양을 도모하며 중소기업 신용 보증 확대, 가계대출 부담 완화 정책도 펴 빠른 시간 안에 충격에서 벗어났다.이 같은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은 수치로도 뚜렷하게 증명된다. 1953년 2000원(약 6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7년 3363만 6000원(약 2만 9745달러)으로 64년 새 1만 6818배 늘었다. 같은 기간 GDP는 477억 4000만원(약 13억 달러)에서 1730조 3985억원(약 1조 5302억 달러)으로 3만 6246배 성장했다. 1948년 1900만 달러에 그쳤던 첫 수출 실적은 지난해 6054억 7000만 달러로 70년 새 3만 1867배로 불어났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지만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성장 잠재력 둔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대·중소기업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워 소득분배는 더 악화됐다. 경제 발전으로 국가 전체 경쟁력은 올랐지만 국민 개개인의 행복은 그만큼 커지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140개국 중 15위에 올랐다. 2014~2017년 4년 연속 26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급상승했다. 반면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57위에 그쳤다. 2017년(55위)보다 두 계단 떨어졌다.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을 두 번의 대형 위기와는 다른 구조적·만성적 위기라고 분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100년간 한국 경제의 새 기적을 일굴 원동력으로 혁신성장을 꼽는다. 정부도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추격형 경제’로 우리가 큰 성공을 거둬 왔는데 이제 그 모델로 가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려면 필요한 것은 역시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기술만 뒤쫓던 과거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경제의 기초체력과 체질은 개선됐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인식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면서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병돈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장은 “다양한 신산업에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간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 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 산업의 육성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혁신 기업 발굴·지원 정책은 지속하되 기존 산업 대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지만 급격히 밀어붙이기보다는 적절한 속도 조절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등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정부가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되 경기 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경기 상황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전 세계가 경기 하강 국면이어서 구조 개혁과 함께 정책 운용으로 성장률을 매끄럽게 끌고 가는 부분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단기 고통이 너무 크면 안 되기 때문에 고통을 덜어 줄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경협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본격화할 수 있지만 정부와 민간 모두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향후 30년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초 논의된 금강산, 개성공단, 경수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한강 하구 공동 이용, 조선협력단지, 단천 지역 지하자원 개발 등 7개 남북 경협 사업이 30년간 추진될 경우 발생할 경제 성장 효과다. 연평균 5조 7000억원으로 남한 GDP를 연간 0.3% 올릴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돼야 가능하지만 남북 경협은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일 가장 큰 계기”라면서 “철도 연결 등 대북 투자는 북한의 대외 신용도가 회복되면 국제기구 자금 조달 등으로 재정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대북 투자가 늘면 남한 경제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경제인 60% “文정부 경제정책 잘못됐다”… 88%“최저임금 기조 손봐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 5명 중 3명꼴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더욱이 경기가 얼어붙는 상황에서 4명 중 1명꼴로는 산업 정책이 아예 눈에 띄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반대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으로 강력하게 추진해 온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채 1명꼴도 되지 않았다. 새해 국민과 시장 눈높이에 맞도록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31일 서울신문이 주요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해 ‘조금 못했다’ 32%(16명), ‘매우 못했다’ 28%(14명) 등 부정 평가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반면 긍정 평가는 ‘조금 잘했다’ 10%(5명)에 그쳤고, ‘매우 잘했다’는 응답은 없었다. ‘보통이다’는 답변은 30%(15명)였다. ●응답자 24% “잘한 산업정책 없다” 특히 가장 잘한 산업 정책 분야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24%(12명)가 ‘없다’고 답한 점은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고용 참사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잘한 정책으로 꼽은 전문가도 2%(1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발굴’(14%, 7명), ‘바이오 등 유망산업 육성’(8%, 4명) 등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반면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은 34%(17명)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제조 2025’나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같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자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가장 못해” 현 정부가 가장 못한 산업 정책으로는 전체의 40%(20명)가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이어 ‘규제 혁신’ 22%(11명),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발굴’ 18%(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장병돈 KDB산업은행 미래전략 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산업 활성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국가로서 강점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밑을 뜨겁게 달군 최저임금 갈등과 관련, 정부가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전체의 6%(3명)에 불과했다. 반면 ‘인상률 하향 조정’이 가장 많은 전체의 56%(28명)에 달했다. 또 ‘업종별 차등화’(20%, 10명)나 ‘지역별 차등화’(6%, 3명), ‘업종별·지역별 차등화’(6%, 3명) 등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조용철 기자 0305@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리얼미터 “올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인 45.9%로 마감”

    리얼미터 “올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인 45.9%로 마감”

    올해 1월 첫주 71.6%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40% 중반대로 올해를 마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2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1명을 상대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1.2%포인트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인 45.9%(매우 잘함 21.6%,잘하는 편 24.3%)로 집계됐다. 반면 부정평가는 3.6%포인트 올라 취임 후 최고치인 49.7%(매우 잘못함 33.3%,잘못하는 편 16.4%)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2.4%포인트 감소한 4.4%였다. 이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오차범위(±2.2%포인트) 내인 3.8%포인트 앞섰다. 보수층과 진보층, 대구·경북과 서울, 20대, 무직과 학생에서 국정 지지도가 상승한 반면 중도층, 경기·인천과 호남, 부산·울산·경남, 30대 이상, 노동직과 자영업, 사무직에서는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런 하락세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김태우 사태’와 여당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올 1월 첫주 71.6%로 출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77.4%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민생·경제지표 악화 소식과 소득주도성장 논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 지속 등의 영향으로 국정지지도는 지난 9월 2주차 53.1%까지 떨어졌다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9월 4주차에는 65.3%까지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올 10월 들어 경제정책 실패 논란과 공직기강 해이 논란 등으로 지난달 4주차 때 처음으로 40%대로 하락한 뒤 내림세를 이어왔다. 올 한해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도 31.5%포인트 하락(최고치 77.4%,최저치 45.9%)한 반면, 부정평가는 33.8%포인트 상승(최고치 49.7%,최저치 15.9%)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1.2%포인트 내린 36.8%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 올해 최고치는 6·13 지방선거 압승 직후인 6월 2주차 57.0%다. 자유한국당은 0.3%포인트 오른 25.7%로 집계됐다. 자한당의 올해 최고치는 11월 4주차의 26.4%다. 정의당은 0.9%포인트 상승한 9.0%, 바른미래당은 1.5%포인트 오른 7.1%, 민주평화당은 지난주와 동일한 2.4%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포인트 줄어든 17.0%로 조사됐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재정불균형 방치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In&Out] 재정불균형 방치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연금제도와 비교해 보험료와 급여의 수지불균형이 무척 크다. 현재 소득대체율 45%를 적용받으면서 내는 보험료율이 9%다. 물론 서민들에게 만만찮은 보험료이지만 은퇴 후 평생 받을 연금액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소득대체율 48%인 스웨덴이나 독일은 보험료율이 19%에 육박한다. 국민연금법은 정부에 5년마다 연금 재정을 점검하고 장기 재정균형을 위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한 4개 방안 모두 재정불균형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가 법에 명시된 의무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치 앞으로 재정안정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편다. 무책임할 뿐 아니라 설명 방식마저 가입자들을 호도한다.첫째, 정부는 연금개혁안 중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에서 기금 소진 연도가 몇 년 연장된다고 강조한다. 재정 지속가능성이 개선된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는 연금재정의 시차가 지닌 착시다. 미래에 기금 소진 연도만큼 중요한 수치가 당시 ‘필요 보험료율’이다. 연금개혁에서 보험료율 인상은 바로 재정에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가입자가 은퇴하는 시점에 비로소 지출이 발생한다. 이런 시차로 인해 기금 소진 연도는 뒤로 가지만 지출이 본격화되는 소진 이후 필요 보험료율은 더 높아져 33.5%에 이른다. 둘째,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통한 재정 안정을 기대한다. 물론 출산율이 오르면 가입자가 늘어나므로 연금재정이 좋아질 것이다. 얼마나 개선될까. 통계청의 최고 수준 출산율 가정인 1.64명을 적용해도 미래 필요보험료율은 20%가 넘는다. 게다가 늘어난 가입자는 어느 시점에 수급자로 바뀐다. 국민연금처럼 수지 불균형이 큰 제도에서 출산율 상향은 고수익 가입자의 증가를 의미한다. 긍극적으로 연금 재정에 부정적이다. 셋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이루면 기금 수익률이 올라 연금재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당연히 기금 수익은 연금재정에 긍정적인 요소다. 그렇다고 지나친 가정은 곤란하다. 연금재정을 안정화시키는 건 기금 수익 전체가 아니라 가입자의 소득 증가를 넘어서는 ‘초과 수익’ 몫이다. 나중에 지급할 연금액을 계산할 때 가입 시기 소득 증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 재정 계산에서 미래 가입자 소득증가율은 평균 3.9%, 기금수익률은 4.5%다. 재정안정에 기여하는 ‘보험료 플러스’ 몫은 전체 수익이 아니라 초과 수익 0.6%다. 또 초과수익을 올리기 위한 자산운용은 그만큼 고위험을 동반한다는 점도 유념하자. 결국 국민연금 재정 불균형을 개선하는 정공법은 ‘보험료율 조정’이다. 보장성 강화는 기초연금 인상,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통해 구현하고 국민연금에선 재정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가야 한다. 보험료가 ‘부담’이 아니라 ‘책임’임을 설득하는 ‘연금 정치’가 필요하다.
  • [사설] “기존 정책으론 산업위기 감당 못한다”는 지적 새겨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어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김광두 부의장이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 방향’이란 보고를 통해 “우리 산업은 기존 전략과 정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산업 혁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자로 알려진 김 부의장은 그동안 주요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해오다가 얼마 전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김 부의장은 보고에서 우리 산업이 직면한 도전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변화, 글로벌 가치 사슬의 빠른 변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사람에 대한 투자 확대와 미래지향적 노사 관계 구축, 핵심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 신속하고 적극적인 규제개혁, 기업 하려는 분위기 조성 등을 제시했다. 특히 주요 업종별로 산업계와 학계, 노동계, 정부의 대화 채널인 ‘산업혁신전략위원회’를 만들어 현장의 실정에 맞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세울 것을 건의했다. 꼭 자문회의의 보고가 아니더라도 우리 산업 현장에선 이미 위기 감지 신호가 들어온 지 오래다. 그동안 나라 경제를 떠받친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쇠퇴 내지는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한데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미래성장동력은 좀처럼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자문회의가 규제개혁이나 핵심 기술 집중, 미래지향적 노사 관계 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뒤집어 말하면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도 지난 18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일각에선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고, 어제 회의에서도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들이 있다. 산업 혁신이 절실하다”고 했다. 청와대 정책실과 홍남기 경제팀은 대통령의 이런 지적과 자문회의의 제안을 깊이 새겨야 한다. 특히 홍남기 경제팀은 출범하면서 경제 활력에 방점을 둔 혁신성장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주도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 추진에 변화를 주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방향을 세웠다면 이제 정밀한 설계도를 제시해 진통을 최소화하면서 전진하길 바란다. 자문회의의 보고를 토대로 실질적으로 제조업 강화와 산업혁신을 이룰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집중 분석] 발목 잡는 野, 전략 없는 與…文정부 개혁 법안 줄줄이 표류

    [집중 분석] 발목 잡는 野, 전략 없는 與…文정부 개혁 법안 줄줄이 표류

    공수처 도입 등 개혁법안 野 반대에 막혀 유치원3법 한국당 제동에 연내 처리 난망문재인 정부가 내년이면 벌써 집권 3년차에 접어들지만 정부·여당이 공약했던 개혁법안들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말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일자리 민생경제’, ‘정의로운 국가 완성’, ‘평화체제 구축’ 등 3대 국정과제를 설정한 뒤 구체적으로 52개 법안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과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후속 법안인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등은 진통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장 내 갑질 방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6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립유치원 개혁 3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 교육위원회는 7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3법을 심사했지만 사립유치원의 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않았다.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6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침대축구로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아예 라커룸으로 불러들였다”고 비판하면서 바른미래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으로 작업 도중 사망한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한국당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더 들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관련 법안도 당초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룡처럼 커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고위공직자의 비리 혐의를 중점 수사하는 공수처 도입에 긍정적이다. 문제는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기존 특별감찰관법, 상설특검법 등을 통해서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문제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 이달 말이지만 시한 연장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관련 법안도 실적은 미미하다. 법사위는 26일 소득과 관계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개정안과 소득 하위 20% 이하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액수를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문제는 기초연금 인상 등을 담은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이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편안은 4가지 안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2안인 기초연금 강화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두되 기초연금을 2021년 30만원,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한국당에서는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며 일찌감치 공세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유재중 한국당 의원은 “2안을 채택하면 기초연금에만 올해(9조 1000억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100조원을 써야 한다”며 “정부가 엄청난 재정 부담은 숨기고 혜택만 주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다”고 말했다. 개혁 법안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정부의 개혁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반면 민주당이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다중대표소송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대규모 유통업자의 보복 행위를 방지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기업 옥죄기’라는 야당과 경영계의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이 대야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야당의 발목 잡기만 탓하기에는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청와대만 바라볼 게 아니라 야당을 더 집중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김상조, “소득주도성장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

    김상조, “소득주도성장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소득주도성장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지난 5년 간 경제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세종시 인근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내년도 단기 경제정책으로서는 경제활력에 방점을 둔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면서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5년간의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년 경제 정책 방점은 경제활력에 둔다고 부처 간에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르다고 한 부분이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전환하거나 포기한건 아니다”면서 “최저임금과 같은 소득증가, 생활비나 경영비용의 절감, 이전지출을 통한 가처분소득 증가,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소득주도성장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시장의 수용력을 감안해 속도조절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간과된 것은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이 강화된 것”이라면서 “최저임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 현실 경제환경에 맞게 소득주도성장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두개의 바퀴고 공정경제는 그 자동차가 굴러가는 도로”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정책을 펴지는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경제민주화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없는데, 정부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개혁의 방법이 30년 전 상황과 지금은 달라졌는데 재벌개혁 방법을 30년 전 방법으로 똑같이 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총제 부활, 순환출자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사전규제 입법을 통해 밀어부치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것이야말로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21일 한국 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손경식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추진과 관련, “하위 법령을 준비하면서 기업인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내용을 정할 것이며 재계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원장의 경총 방문은 경총이 설립된지 49년 만에 처음이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재웅 “혁신성장본부장 물러나겠다”…공유경제 반발 때문?

    이재웅 “혁신성장본부장 물러나겠다”…공유경제 반발 때문?

    차량공유업체 쏘카 이재웅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역시 혁신성장본부 공무원이 본래 소속기관 업무를 겸임하는 현 체제에서는 제대로 역할하기 어렵다고 보고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재웅 대표는 최근 혁신성장본부 민간 공동본부장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웅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기획재정부 1차관(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 겸임) 등 정부 경제라인 주요 인사가 교체된 것을 거론하며 “저도 함께 시작했던 분들과 함께 마무리하고 새로운 경제팀은 새로운 분과 함께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려고 한다”면서 사의 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공유경제는 소득주도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혁신성장정책인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해서 아쉽고, 기존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정책을 크고 작은 혁신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하도록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재웅 대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필수적이고 지속가능한 혁신성장정책이 되어야만 의미 있다”면서 “여기까지가 제 능력의 한계인 것 같다. 이제 저는 기업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 공유경제를 통한 지속가능한 혁신성장동력을 만들고 그것이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데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혁신성장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을 위한 합리적인 대책을 전달하고자 노력했으나 그것도 한발짝도 못 나가서 아쉽다”면서 “그 동안 응원해주신 분들께 면목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해 8월 정부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공동본부장으로 활동해왔다. 관가에서는 최근 카풀(승차공유)에 대한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 숙박공유 규제 완화에 대한 숙박업계의 반발 등으로 규제 개편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분위기에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차량공유 사업(쏘카)을 하고 있는 이재웅 대표가 혁신성장본부를 이끄는 것이 온당하냐는 일각의 비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울러 이재웅 대표가 규제 개혁에 소극적인 당국의 태도에 실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이재웅 대표는 이날 사의를 표명하는 글과 함께 한 이미지를 올렸는데, 한 남성이 “당신의 제안은 혁신적이지만, 그걸 쓸 수 없을 것 같다. 난 지금처럼 실패하는 절차들이 편하다”(Your proposal is innovative but I‘m afraid I can’t use it. I‘m comfortable with the current failing procedures)라고 말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였다. 이재웅 대표의 사의 표명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성장) 진전이 더딘 탓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사임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재웅 대표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혁신성장본부 역시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공무원이 겸임하는 구조라 집중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거버넌스 문제를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모를 좀 줄이더라도 별도로 일할 공무원을 확보하는 것이 지속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혁신성장본부를 해체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경제활력’ 방점 찍은 정부, 성과 도출이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취임 뒤 처음이다. 남북 관계 등 외치(外治)에 치중했던 집권 1·2년차와 달리 임기 중반으로 넘어가는 내년부터는 경제 등 내치(內治)에도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회의 석상에서도 정책 기조의 변화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의 가치는 바꿀 수 없는 핵심 목표”라면서도 “‘혁신적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해 규제혁신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쪽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혁신성장 쪽에도 정책의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지금이라도 혁신성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한국 경제는 고용과 내수, 투자 등 거의 모든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2% 초중반대 성장을 염두에 두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더구나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져야 일자리가 늘어 취약계층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속도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부작용이 나타나면 수정해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 전환의 구체 계획으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도 제시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와 같은 수준인 2.6~2.7%를 유지하고, 일자리는 올해보다 5만 개 늘어난 15만 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세부적으로는 현대자동차의 삼성동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등 대규모 기업 투자의 조기 착공 추진과 민간에 대한 공공시설 사업 개방,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공유경제 부문 규제개혁 등을 제시하고 내년 상반기 중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은 경기둔화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에 경기 부양책으로 내놨던 정책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공유경제 활성화는 관련 공무원들이 적극 설득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수출이 저점을 찍고 증가할 가능성이 지난달 통계상 나타났으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 ‘질보다 양’ 식으로 정책을 홍보하기보다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급한 과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무엇보다 함께해야 할 미래의 희망을 보여 줘야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야 기업과 국민이 위기 극복에 동참할 것이다. 정부는 선의를 정책적 성과로 만들어야만 한다.
  • [2019 경제정책방향] ‘28조+α’ 민간투자 창출… 車개소세 인하도 내년 6월까지 연장

    [2019 경제정책방향] ‘28조+α’ 민간투자 창출… 車개소세 인하도 내년 6월까지 연장

    정부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초점을 경기 활성화에 맞췄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서는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두 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19년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함께 잘사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면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 활력을 높이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 활력 제고 ▲구조 개혁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등 4대 축으로 구성됐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담은 포용성 강화가 뒤로 밀리고 경제 활력 제고가 전면에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정부도 고용이 최악인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늘리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올 연말까지 해주기로 했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를 내년 6월 말까지 연장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출고가액이 3000만원인 승용차를 사면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등 세금 215만원을 내야 하지만 인하를 적용받으면 이보다 65만원 적은 150만원을 내면 된다. 올해 11만 6000대 수준이던 낡은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대상은 내년에 15만대로 늘린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승용차를 사는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과 노후 경유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70%)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 프로젝트로 총 ‘28조 4000억원+α’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행정절차 등으로 막혀 있는 4개 기업투자 프로젝트의 물꼬를 터 투자 분위기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민간투자사업 대상을 확대해 총 6조 4000억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서 16조원의 투자 촉진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완화한다.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등 내년 예산을 상반기에만 역대 최고 수준인 61% 이상 조기 집행한다. 공공기관 투자는 54조 1000억원으로 올해보다 9조 5000억원 늘린다. 투자를 막는 규제도 해결한다. 창업기업이 부동산과 동산, 지적재산권 등을 묶어 담보로 활용하는 ‘일괄담보제’를 도입한다.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법인세 감면은 2021년 말까지 연장한다. 정부가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미지수이다. 올해보다 내년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일단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도 내년에는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 수출 증가율이 3.1%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 전망치(6.1%)보다 3.0% 포인트 낮다. 설비투자도 여전히 안 좋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올해 -1.0%에서 내년 1.0%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나빴던 기저효과 탓이다. 정부가 기업 투자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고 재탕·삼탕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장의 핵심 개념인 혁신에 대해 논의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혁신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은 아직 안 보인다”며 “기업들이 투자환경이 개선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어떻게 만들어갈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소득주도에서 경제활력으로…文, 방향 틀었다

    소득주도에서 경제활력으로…文, 방향 틀었다

    정부가 올 들어 계속된 ‘고용 참사’와 ‘경기 둔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17일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경제활력 제고에 내년 경제정책의 방점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현 정부 들어 첫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수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5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처음 제기할 당시 썼던 표현이다. 소득주도성장 원칙은 지키되 엄중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정책적 유연성을 갖고 경제 주체가 감내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내년에는 경제성과를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며 “경제를 5년 임기에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는 경기를 끌어올릴 기업투자 활성화, 예산·세제 지원, 구조개혁 등 종합대책이 담겼다. 현대자동차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3조 7000억원) 등 행정절차로 막혀 있었던 4개 기업투자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을 추진해 ‘6조원+α’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 다만 기업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6개월 연장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팀을 1기에서 2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책은 그대로 간다는 분위기였는데 (경제정책방향을 보니) 많이 선회한 것 같다”면서 “최근 대통령 발언이 기업 기(氣) 살리기나 투자 활성화에 초점을 많이 맞췄는데 경제정책방향에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내년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3.1%)보다 낮은 2.6~2.7%로 내다봤고 내년도 성장률도 이 같은 수준으로 전망했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대비 10만명, 내년에는 15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재정 확대 등 정책 효과를 기대한 정부의 목표치로 실제 체감경기는 더 나쁠 수 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프로필] 정무경 조달청장…예산·세제·정책 주요 보직 도맡은 정통 경제관료

    [프로필] 정무경 조달청장…예산·세제·정책 주요 보직 도맡은 정통 경제관료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임명한 정무경(54) 조달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정통 경제관료다. 전남 나주 출신인 정 청장은 행정고시 31회이며 광주 동신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기재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 민생경제정책관,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 등을 맡았다. 서기관 시절에는 예산실에서도 일해 기재부 주요 라인인 예산, 세제, 정책 관련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임명됐다. 기조실장으로서 국회를 오가며 소득주도성장 등 일부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논란을 진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남다른 친화력과 정무적 감각으로 기획조정실장 전에는 대변인도 맡았다. 온화한 성품으로 기재부 선·후배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프로필] 이호승 기재부 1차관…거시·정책조정·일자리 정책 모두 맡았던 ‘경제통’

    [프로필] 이호승 기재부 1차관…거시·정책조정·일자리 정책 모두 맡았던 ‘경제통’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임명한 이호승(53)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안에서도 대표적인 ‘거시경제통’으로 꼽힌다. 이 차관은 전남 광양 출신으로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과장 시절에는 정부의 연간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만드는 기재부 경제정책국에서 경제분석과장과 주무 과장인 종합정책과장을 맡아 거시경제 정책을 입안했다. 국장으로 승진한 뒤에는 미래사회정책국장과 미래경제전략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일자리와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사회 현안에 대응할 정책을 만들었다. 이후 정책조정국장을 맡아 각 부처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며 규제개혁을 추진했고 경제정책국장도 지냈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 임명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획단장까지 맡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 기재부 내에서 후배들의 신망도 두텁다. 직원들이 선정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도 세 차례나 선정됐다. 기재부 직원들에 따르면 이 차관은 외유내강의 성품으로 직원들을 이끌고 업무 추진력도 상당하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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