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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예산안] 내년 1인 稅부담 평균 32만원 늘어날 듯

    내년에 국민 1인당 내야 할 세금이 올해보다 32만 7000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을 올리기로 한 영향이 크고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면서 근로자 등이 내는 소득세가 늘어날 전망이다. 18일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에 국민 1인당 내야 할 세금은 557만 1000원으로 올해(524만 4000원)보다 6.2% 늘어난다. 내년도 1인당 세 부담액은 국세 세입 예산과 지방세 세수 추계액을 더한 금액을 추계 인구로 나눠 계산한다. 내년도 국세 세입 예산은 221조 5000억원, 지방세 세수 추계액은 59조 4000억원으로 국민들이 낼 세금은 총 280조 9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올해 추계 인구 5042만명으로 나누면 내년도 1인당 세 부담액은 557만 1000원이다. 내년에 낼 세금이 늘어난 이유는 담뱃세 인상으로 2조 8000억원, 주민세 및 자동차세 인상으로 5000억원 등 정부의 증세 추진으로 3조 3000억원의 세 부담이 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내년에 올해보다 경제가 살아나면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 수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민들이 감면받는 세금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다. 국세 감면액은 올해 32조 9810억원에서 내년에 33조 548억원으로 738억원 증가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약가계부 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 감면을 줄여 올해 국세감면액은 전년 대비 8540억원 줄어든다. 기재부 관계자는 “1인당 세 부담액에는 기업이 내는 법인세까지 포함돼 실제로 개인이 낼 세금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프랑스 여성, 30kg 상당 동전으로 세금 낸 사연

    프랑스 여성, 30kg 상당 동전으로 세금 낸 사연

    세금이 높다고 불만을 품은 프랑스인 여성이 항의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30kg 상당의 동전을 소득세로 납부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오드리 D’라는 이름만 알려진 이 여성(28세)은 지난해 소득에서 산출된 소득 세액이 1107유로(약 148만 7800원)라는 납세 통지서를 받았다. 그해 평균 월급이 1400유로(약 188만 1600원)였지만, 현재는 무직 상태라는 그녀는 “기한 내에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 차를 팔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9월에 전년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소득세가 통지된다. 오드리는 애초 “한 번에 납부하는 것이 마음이 덜 아프다”는 생각에 세무서에서 일괄 납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무서 직원이 현금으로 납부하는 것은 하루에 300유로(약 40만 3400원)까지”라고 말해 낙심했다. 이에 그녀는 세무서를 세차례 방문해 300유로씩 납부하고 잔액 207유로(약 27만 8400원)를 다시 납부할 때 항의 의사를 나타낼 계획을 세웠다. 이는 원통형으로 포장된 1센트, 2센트, 5센트짜리 동전과 자신의 핑크색 돼지 저금통에 모아둔 동전을 들고 세무서를 찾은 것. 오드리는 접수처에서 저금통을 깨고 그 안에 있던 동전을 내밀었다. 직원의 태도는 처음에 냉정을 유지했지만, 동전을 세는 동안 웃을 때까지 말을 시켰다. 오드리는 “세금을 내는 것 자체에 전혀 불만은 없다. 그렇지만, 세액이 너무 높다”면서 “우리는 국가를 위한 돈이 되는 나무가 아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이런 문제에 더욱 주목하게 된 오드리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증세와 우리를 바보 취급하고 있는 정부에 항의한다. 난 프랑스인이므로 끈질기게 불평하길 좋아할 뿐 ”이라고 써있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리모델링 사업 줄줄이 무산 위기…‘재건축 후속 대책’ 탄원서 가닥

    한국리모델링협회를 비롯한 리모델링업계가 다음달 5일 정부에 ‘재건축 후속 대책’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리모델링사업이 재건축 연한 완화 대책으로 수년간 공들여왔던 주민 간 합의가 갈등으로 치닫고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지난 16일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시공사, 설계사, 기술사 등이 모여 대책 회의를 열고 오는 25일 기획재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5일 리모델링 조합장들의 모임인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와 시공사, 설계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건의서에는 향후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수백만 노후 아파트 대책, 중층 아파트의 용적률 완화, 리모델링사업의 불합리한 세제 개편, 안전진단 강화대책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리모델링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공사를 위해 집을 이전한 상황에서도 재산세를 내야 하며, 양도할 경우에도 조합을 통해서만 팔 수 있도록 돼 양도소득세를 이중으로 내고 있다. 전학수 범수도권공동대책리모델링연합회장(대치2단지 리모델링조합장)은 “재건축 연한 완화에 따른 정부의 후속 대책이 전혀 없어 현장은 온통 재건축 요구로 혼란 그 자체”라면서 “100년 이상 가는 튼튼한 집을 지어야지 30년마다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손성진 칼럼] 피케티, 경제 민주화, 서민과세

    ‘프랑스 최고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열풍의 주인공 토마 피케티가 말하는 ‘자본의 수익률(r)〉경제성장(g)’이란 공식은 쉽게 말하면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그렇게 새롭지도 않다. 지난 수십년간 열 배가 넘는 성장을 이뤄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자본의 팽창을 봐 왔기 때문이다. 1961년 21억 달러였던 우리나라 국민소득 총액은 지난해 1조 3000억 달러를 넘었으니 50년 개발정책의 결과는 600배 성장이다. 반면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땅값은 50여년 전 3.3㎡당 200∼400원에서 현재 1500만∼3000만원으로 최고 15만 배나 올랐다. 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살 만해졌지만 돈을 굴려 투기로 축적한 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r이 g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1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실증적 이론이어서다. 보수진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에 대해 자료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평등과 불평등이라는 이념 논쟁으로 귀결되고 있다. 좌승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나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엊그제 재계 주도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우파 학자들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피케티를 맹공했다.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전제조건으로 보는 우파 시각에서는 피케티의 이론이 객관적인 분석력을 갖추었더라도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장동력이라는 긍정적 해석만을 달기에는 자본주의 한국의 불평등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하위 10%와 비교한 상위 10%의 소득을 말하는 10분위 배수는 4.85로 세계 4위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불평등한 나라라는 의미다. 피케티는 소득 대비 자본의 비율로 불평등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국민순자산 비율은 7.7배로 선진국보다 현저히 높다. 캐나다는 3.5배, 호주는 5.9배, 일본은 6.4배 수준이다. 피케티는 자본주의를 싫어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를 진보학자로 분류하거나 ‘21세기형 카를 마르크스’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의 책이름 ‘21세기 자본’ 또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따왔다. 그가 말하는 자본의 집중에 따른 불평등은 사회주의화되기 전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중국 사회를 연상시킨다. 근대 말 봉건 중국의 자본(토지)은 몇 %도 되지 않는 지주들이 독차지했다. 기근으로 길거리에 굶어 죽은 시신이 널렸어도 지주들의 곳간은 곡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에이커(약 2만 4000평)의 땅을 사흘치 곡식으로 사들일 수 있을 정도였다니 땅을 끌어 모으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에서 농민 중심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이나 러시아나 혁명으로 성취한 사회주의는 실패로 끝이 났다. 피케티도 ‘몰락한 사회주의에 애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양극화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피케티가 제시하는 해법은 좀 과격하다. 고소득자에게 최대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부과하는 등 고율의 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실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피케티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았듯이 대기업들의 반발이 심해 경제 민주화는 이미 거의 실종된 상태라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증세 또한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다 보니 담뱃세와 주민세 같은 손쉬운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란 사실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돈을 쓰려면 더 걷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내놓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오늘 방한하는 피케티가 한국의 현 상황에 어떤 진단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하루 한 갑 흡연땐 年 121만원 세금… 9억짜리 고가 주택 재산세와 동일

    하루 한 갑 흡연땐 年 121만원 세금… 9억짜리 고가 주택 재산세와 동일

    정부 복안대로 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피우는 흡연자가 내는 세금은 연간 12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억원 상당의 고가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16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담뱃값이 정부의 원안대로 오르면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부담하는 연간 담뱃세는 기존 56만 5641원에서 2.14배 증가한 121만 1070원에 달했다. 담뱃세 인상에 따라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은 세금과 부담금이 기존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뛰기 때문이다. 담배 한 갑당 세금 비중도 62%에서 74%로 뛰어오른다. 납세자연맹은 담뱃세 121만 1070원은 기준시가 6억 8301만원의 주택 소유자가 내는 세금(재산세, 교육세)과 동일한 액수라고 분석했다. 기준시가 6억 8301만원의 주택 시가는 9억원 수준이다. 이는 또 연봉 4745만원의 근로소득자가 연간 평균적으로 내는 근로소득세 124만 9411원과 맞먹는 금액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 시급으로 일하는 연소득 1000만원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만일 흡연을 한다면 매년 내는 담뱃세가 연봉 4745만원을 받는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셈이다. 이에 따라 담뱃값이 올라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 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이 현실화되면 2조 8000억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1월부터 담배 출고가에 77% 수준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전날 입법예고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저소득자일수록 소비가 많은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담뱃세 인상은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역진적인 세금을 걷어 복지를 구현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제대로 된 시장경제 경험도 못한 한국인데 나쁜 건 다 신자유주의 탓?”

    “제대로 된 시장경제 경험도 못한 한국인데 나쁜 건 다 신자유주의 탓?”

    “한국은 선진국과 외적으론 닮았을지 모르지만 과정은 다릅니다. 미국과 유럽은 신자유주의를 통해 복지와 정부 역할의 축소를 가져왔지만 우리는 애초 복지가 존재하지 않았죠. 또 (그들은) 대공황 이후 정부 개입을 확대하는 케인스주의가 득세하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로 전환했지만 우리가 시장경제를 맛본 건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이후입니다. 나쁜 것을 모두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일부 진보좌파의 주장은 서구에서 수입된 논쟁으로 옳은 대안을 마련할 수 없어요.” 장하성(61)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손사래부터 쳤다. 20여년간의 경제민주화운동 경험과 그동안 쌓아온 정치활동을 바탕으로 첫 저서인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를 오는 25일 출간하지만, 시기가 묘하게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 한국어판 발간과 겹친 탓이다. 그는 “오랜 기간 사귀어온 지인들이 마치 내가 피케티를 크게 의식하는 것처럼 이야기해 화를 냈다”며 “(내게) ‘21세기 자본’의 서평을 구하진 말아달라”고 운을 뗐다. 4년 전 구상해 3년간 집필한 장 교수의 책은 1000페이지 넘는 원고를 200페이지나 줄인 것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분명 자신의 저서에 피케티의 ‘자본세’ 도입 논쟁을 다뤘다. 소득분배에 실패한 한국같은 신흥국에서 피케티의 분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달리 자본이 거의 축적되지 않아 지난 30여년간 예금, 채권 등의 자본수익률이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는 실증자료도 내밀었다. “피케티의 분석 틀과는 정반대 결과죠.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이 높아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피케티 이론은 고도로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기업과 노동자가 몫을 나눌 때 기업 몫이 점점 커지는 1차 소득분배의 불평등조차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자본과 관련된 2차 소득분배와는 다르죠.” 예컨대 1990년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비중은 각각 71.5%와 16.1%였으나 2012년 62.3%와 23.3%로 기업 몫이 오히려 늘었다. 그래서 장 교수는 “기업 유보금에 적극 과세(초과내부보유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유주의계열 우파 학자도 아닌 진보 경제학자의 피케티 비판은 다소 낯설었다. 장 교수가 누군가. ‘소액주주운동의 대부’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내일’에 참여했던 진보진영의 간판이다. “따지고 보면 (피케티와) 큰 차이는 없어요. 피케티는 자신의 책에서 ‘자본세’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비현실적이라고 고백했죠. 저도 ‘누진소득세’에는 찬성합니다. 국내에선 수개월 전부터 피케티의 이론을 놓고 성장이니 분배니 계속 떠드는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죠.” 예컨대 장 교수가 바라보는 한국경제는 극도로 불공정한 시장 경쟁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그리고 비정규직과 자영업 노동자 비중이 대단히 높은 불안정한 고용구조 등 선진국에는 없는 문제들을 떠안고 있다. 그래서 잘못된 진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 대신 ‘시장 근본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울러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라는 일부 좌파의 주장을 ‘박정희 시대의 향수’로 치부하고, 재벌과 사회의 대타협론은 불가능하다고 규정짓는다. 공교롭게도 사촌동생인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의 이야기를 반박한 것들이다. 그는 또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를 놓고 인수과정의 자격논란은 있을지언정, 국부유출론의 근거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8년간 외환은행 운영이 고위험·고수익 투자이지 단기간의 ‘먹튀’를 노린 투기는 아니었습니다. 론스타에 앞서 외환은행에 투자한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5년간 경영했으나 반전시키지 못하고 재매각했죠. 중국 상하이차도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손실을 보고 떠났는데 돈을 번 외국인 투자자는 나쁘고 돈을 잃은 외국인 투자자는 좋은 자본인가요?” 외환은행 노조의 하나은행 합병반대도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때문이라는 설명까지, 그가 주장하는 ‘불편한 진실’이 수많은 적을 키울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파편적이 아닌 새로운 논쟁이 일어나길 원합니다. 우리는 객관화된 논쟁이 필요한데, 오로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혹은 이념에 함몰된 비판만 늘어놓고 있어요.” 장 교수는 “현재로선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이 없는 만큼 고쳐서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자본주의 실현을 위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고 국민들은 공약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기억상실투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韓, GDP 대비 소득세 비중 OECD 최하위

    韓, GDP 대비 소득세 비중 OECD 최하위

    최근 정부가 담뱃세와 주민세를 올리는 방안을 발표하며 ‘서민 증세’라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복지·안전 예산을 늘리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담뱃세 등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큰 세금을 올리는 대신 고소득층으로부터 소득세를 더 걷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0%로 통계가 집계된 28개 회원국 중 터키와 함께 공동 25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슬로바키아(2.7%)와 체코(3.8%)뿐이다.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덴마크로 24.2%에 달했고 아이슬란드(14.2%), 핀란드(13.0%), 벨기에(12.6%), 스웨덴(1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8.0% 이상이었고 일본도 5.4%로 한국보다 높았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4.0%로 28개 국가 중 4위에 올랐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10.4%), 룩셈부르크(5.1%), 뉴질랜드(4.4%) 등이며 일본과 미국은 각각 3.4%, 2.6%로 한국보다 낮았다. 한국의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만큼 정부가 증세를 하려면 소득세부터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소득세율을 더 올리는 대신에 주식양도차익 등 고소득층의 소득에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소득세율을 전반적으로 올리기보다는 다른 소득에 비해 세금을 덜 내는 고소득층의 금융소득 등에 세금을 더 물리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면서 “법인세율도 소득세율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이슈&논쟁] 담뱃값 인상

    [이슈&논쟁] 담뱃값 인상

    10년간 묶여 있던 담뱃값을 2000원 올리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찬반 논란이 뜨겁다.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게 담뱃값 인상의 취지지만, 우회증세·서민증세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에 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물가 인상에 따라 또 값을 올리는 물가연동제를 적용하면 10년 뒤에는 담뱃값이 6000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흡연자가 서민층인 점을 고려할 때 서민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서민 부담이 염려된다고 서민들을 흡연과 건강악화라는 악순환에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담뱃값이 오를수록 특히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도 한다. 양측 전문가의 주장을 들어봤다.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암 등 사망 원인 1~3위 흡연 탓… 가격인상은 일석이조 금연 정책 서홍 관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발표하자 흡연자들은 만만한 흡연자 호주머니를 노리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지만, 비흡연자 중에는 제발 담뱃값을 선진국처럼 1만원으로 올려서 흡연율을 낮춰 달라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세수가 최대치가 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현 정부가 금연에는 관심이 없고 세수만 노린다는 흡연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더구나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잇달아 주민세와 자동차세 증세를 발표하고, 상속세 감면안까지 발표하자 ‘부자 감세와 서민증세’ 논란으로 번지면서 담배로 인한 건강 피해 문제는 실종되고 배는 산으로 간 격이 됐다. 이제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건강 문제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명 중에 흡연자는 무려 1000만명이 넘는다. 우리 국민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뇌혈관질환, 3위는 심혈관질환인데 모두 흡연이 주된 위험인자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정책을 펼 때 금연 정책을 도외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 금연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가. 담뱃값이 지난 10년간 동결되면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담뱃값과 가장 높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갖게 되었다. 이제 담뱃값 인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이다. 담뱃세 6조 8000억원 중 약 2조는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건강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금의 1.2%만 금연사업에 사용했다. 한마디로 정부는 국민의 금연에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약 2조 8000억원의 세수가 새로 걷힌다. 이제 정부는 그동안의 무관심을 반성하고, 증가하는 담뱃세를 어디에 쓸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흡연은 니코틴 중독이기 때문에 중독이 심한 흡연자는 금연보조제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금연보조제에 대해 보험 혜택이 없어서 흡연자들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하루빨리 금연보조제에 대해 보험 혜택을 줘야 한다. 일부에서는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부담만 커진다’는 논리를 편다. 원래 저소득층은 중·상류층에 비해 질병도 많고 평균수명도 낮다. 사회의 금연 분위기가 높아지면 중·상류층은 담배를 끊는데 저소득층은 담배를 끊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에 따른 흡연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로 건강 격차는 심각한 수준으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지 말라’는 주장은 ‘서민들은 담배 피우면서 건강을 해치도록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물론 담배를 못 끊는 서민들은 피해만 본다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는 무료로 먹는 금연약을 포함한 금연보조제를 공급해야 하고, 보건소마다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을 확대해서 저소득층을 위한 방문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경고사진 도입, 금연진료 보험급여, 담배소매점 담배광고 금지 등의 비가격 정책을 같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밝힌 정책들은 항목만 나열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예산안에 대한 발표가 없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때 증세가 목적이라는 의혹이 사라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담뱃세 인상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이며, 새로 증가한 세수를 흡연자의 금연 지원, 대중매체를 이용한 금연캠페인, 청소년 흡연예방사업, 간접흡연 예방사업 등 금연 사업에 사용한다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금연정책의 후진국이다. 이제 금연정책에서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 담뱃값 인상에 얽힌 비판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국민건강을 위해서 진지하게 금연정책에 임해야 할 것이다. <反> 서민주머니 털어 세수 충당 ‘꼼수’… 국민 건강 위한 가격 인상은 허구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부는 지난 11일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내년부터 4500원으로 올리겠다는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 또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물가연동제를 도입하고, 담뱃갑에 경고그림 도입과 편의점 등 소매점의 담배광고 전면금지도 함께 발표했다. 1958년 필터 담배 아리랑이 시판된 이후 담배는 하나의 기호품으로 자리 잡았다. 많은 성인들이 담배를 피우지만, 담배 속에 포함된 각종 위해물질과 흡연에 따른 건강문제, 간접흡연 등이 부각되면서 금연장소 확대, 담배광고 규제 등이 확대되어 왔다. 그 결과 식당에서든, 직장에서든, 거리에서든 흡연자들이 설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정책 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과연 담배를 끊게 유도하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인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최소한 4500원 수준으로 담뱃값을 올려야 흡연율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담뱃값이 최소한 8000원 이상으로 인상되어야 흡연율이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담배 및 주류의 가격 정책 효과’ 보고서를 보면 연령, 소득수준,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금연에 나서겠다는 담배의 가격은 9065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담뱃값이 9000원 정도 올라가면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4500원을 제시했다. 왜 정부는 절반 수준인 담뱃값 4500원을 주장하는 것일까.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정부 연구기관 보고서가 있다. 기획재정부 산하 조세재정연구원의 ‘담배과제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는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담배 소비가 줄고 흡연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경제학의 수요·공급의 원칙에 부합한다. 문제는 담배가 다른 제품과 달리 중독성이 강해 가격 탄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즉 중독성이 강한 담배는 가격이 올라도 상대적으로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담배의 특성을 고려해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추계해 보니, 담배가격이 4500원일 경우 담배세수가 가장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담뱃값이 4500원이어야만 국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담뱃세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이 5000원 이상이면 오히려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정부의 담배세금 인상 목적은 세수 극대화임이 분명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분의1에 불과한 최하위권이다. 또한 담배세금, 주민세, 자동차세와 같은 간접세 방식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조세정의와 역행하는 것이며, 결국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구멍난 정부의 세수를 충당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정부는 기존 담배소비세에 더해 개별소비세를 추가해 담배를 마치 보석, 귀금속, 고급 자동차와 같은 사치품으로 분류하여 세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정부 재정의 위기는 이명박(MB) 정부 때 재벌과 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등 부자감세로부터 기인한다. 잘못된 부자감세에 대한 철회 없이 거꾸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서민증세로 해결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지금은 담뱃값을 얼마 올릴 것인가 얘기할 때가 아니라 조세정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논쟁해야 한다. 부자감세 철회 없는 서민증세 강행을 반대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고 소득이 없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다. 박근혜 정부의 담뱃세 인상을 앞세운 세수확보정책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의 고착화’를 획책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담뱃값 인상 논란을 조세논쟁으로 전환시켜 조세정의와 재정건전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대토론을 벌여갈 것이다.
  • [씨줄날줄] 피케티 논쟁 & 보몰의 병폐/구본영 이사대우

    최근 서점가에 피케티 열풍이 불고 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예약 판매고를 쌓아가면서다. 딱딱한 경제학 서적, 그것도 영미권이 아닌, 학자의 책이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퍽 이례적이다. 세계 지식공동체를 뒤흔든 ‘피케티 신드롬’은 이미 지난해 가을에 시작됐다. 그가 금세기 자본주의 체제의 소득 불평등에 대해 사뭇 도발적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면서다. 지난 3세기 동안 20여개국의 방대한 자료분석을 통해 내린 그의 결론은 이렇다. 자본 수익률이 늘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부의 집중은 가속화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인구 정체와 저성장 추세에 따라 소득 중 자본의 몫이 더 늘어나 19세기 ‘세습 자본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게 그의 음울한 예측이다. 이런 이론은 전통적 경제학의 시각과는 다르다. 영미권 중심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초기에는 소득분배가 악화되지만 궁극적으론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와 함께 점차 개선된다는 입장이다. 진단이 다르니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게다. 피케티는 노동자 몫의 하락과 소득 분배의 악화는 21세기 자본주의의 필연으로 봤다. 그가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부유세를 주장한 배경이다. 그러나 영미 학계는 피케티의 실증적 진단이나 소득 양극화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상이한 전망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토지 소유에 따른 자산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본다. 까닭에 가파른 누진세를 적용한다고 해서 중산층 붕괴에 따른 소득 양극화를 해소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좋은 일자리와 창업 기회 확대, 그리고 고령화 대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피케티 이론에서 우리 사회 발등의 불인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책적 함의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의 저서의 분석대상은 한국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이론이 만능키일 순 없다. 생각해 보라. 페이스북으로 청년재벌이 된 저커버그나 애플을 키운 고 스티브 잡스의 성공이 부의 세습 덕분일까. 어찌 보면 우린 피케티의 소득 양극화 해법 못지않게 ‘고용 없는 성장’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는 경제가 성숙될수록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보다 낮아 파생되는 후유증으로, 이른바 ‘보몰의 병폐’(Baumol’s Disease)로 불린다. 마침 피케티 교수가 학술회의 참석차 곧 방한한단다. 차제에 무익한 보혁논쟁보다 한국경제의 제반 병리를 놓고 불꽃 튀는, 실사구시적 토론이 이뤄졌으면 좋을 듯싶다. 구본영 이사대우 kby7@seoul.co.kr
  • “피케티 논쟁, 세습 자본주의 뿌리박힌 한국에 경종”

    “피케티 논쟁, 세습 자본주의 뿌리박힌 한국에 경종”

    “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언급한 ‘세습 자본주의’ 경향은 이미 한국 사회에 나타났습니다.” 토마 피케티(왼쪽·43) 파리경제대(EHESS) 교수의 ‘21세기 자본’ 한글 번역서가 지난 12일 공식 출간됐다. 847쪽짜리 책 말미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오른쪽·64)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20장짜리 해제가 실렸다. 출판사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이 교수는 책의 한글 번역서를 가장 처음 접한 독자다. 그 인연으로 그는 오는 19일 방한하는 피케티 교수와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이 교수는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케티 교수가 제시한 불평등 완화 처방인 ‘누진적 소득세율 적용’과 ‘세계 자본세 도입’보다는 한국 현실에 맞는 맞춤형 처방을 논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피케티 교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지 지난 15년간 통계를 수집해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면서 “피케티 논쟁은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 부의 불평등의 세습화가 이어져 온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케티의 공식을 차용해 “한국의 불평등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이미 획득된 자본이 벌어들이는 불로소득이 많다고 부연했다. 이자, 배당금 등이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의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급상승으로 소수가 얻는 불로소득이 소득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말은 곧 불평등 심화를 뜻한다. 이 교수는 “국내 경제학자들이 1998년 이후 깊어지는 불평등 문제에는 무관심하고 성장·효율만을 얘기하기 때문에 국민에게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평등한 분배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진단했다. 불평등을 강화하는 자본주의 속성을 견제하고 상쇄할 만한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20세기 중반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완화된 것은 뉴딜정책과 같은 진보적 정책들이 시행된 덕분”이라며 “1980년대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시장만능주의 이후 영·미 정부는 이런 역할을 거의 포기한 상태이고, 한국도 그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 교수는 “(불평등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 정책 결정이) 거꾸로 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한글 번역본 출간으로 더욱 달아오른 피케티 논쟁을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외국에서는 ‘21세기 자본’과 관련한 논쟁이 개념, 이론, 실증 자료의 적합성 등 논리적으로 냉정하게 이뤄지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번역판 출간 전부터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에 갇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케티 주장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비타협적 외골수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복지증세’ 하더라도 서민 부담 덜어야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밝힌 지 하루 만인 12일 지방세를 올리는 지방세 개편안을 발표해 서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세와 자동차세(자가용 제외)를 올리고, 지방세 감면 혜택을 줄이는 게 골자다. 크게 늘어난 보편적 복지 수요에 따른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1인당 2000원∼1만원인 지금의 주민세 부담은 2년 뒤엔 1만~2만원 정도로 오르게 된다. 이를 모두 합하면 담뱃값 인상에서 2조 8000억원, 지방세 증세 4000억원, 지방세 감면 혜택 축소에서 1조원 등 4조원 이상의 세수가 늘어난다. 정부로서는 어느 때보다 세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기초연금, 무상보육 도입 등 복지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 돈 쓸 곳은 많아졌지만 경기 부진으로 세수는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을 집행하는 지자체들은 지난해 8조 5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냈고, 올해도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기초단체의 올해 재정 자립도는 평균 30%대로 떨어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복지 증세는 없다”고 밝혔지만 복지예산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현실화된 것이다. 급기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정부가 복지예산을 추가 지원하지 않으면 일부 복지 시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상태다. 복지수요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협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정치권의 결정에 따랐다. 세수 증대가 불가피한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카드로 꺼낸 담뱃값 인상은 간접세 격이고, 주민세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내는 세금이다. 부자보다 서민에게 부담이 큰 세목들이다. 숨은 세원을 찾는 데 고심하지 않고 손쉬운 ‘간접세 카드’를 내놓았다는 지적을 듣는 이유다. 복지가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예산이 모자라면 증세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득세와 법인세 등 직접세는 손대지 않고 간접세 성격의 담뱃값과 지방세 인상으로 어렵지 않게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은 서민층에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긴다. 직접세를 먼저 부과하고 간접세를 거두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에 그러지 않았다. 불만의 여론이 증폭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려 ‘사실상 증세’라고 사후에 인정하는 형식을 취했다. ‘꼼수 증세’는 정도가 아니다. 복지 혜택의 확대에 따른 증세 논란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서민의 등골만 빼먹는 증세안이 아닌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짜내야 한다. 국회도 증세안 처리 과정에 세금이 덜 걷히더라도 서민 부담을 고려한 선에서 결정하길 바란다.
  • “담뱃세 등 꼼수 대신 소득·법인세 정공법 택하라”

    “담뱃세 등 꼼수 대신 소득·법인세 정공법 택하라”

    정부가 올해 들어올 세금이 지난해 짰던 예산안보다 최대 12조원이나 부족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 것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거둔 국세가 136조 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8조 5000억원의 세수펑크가 났던 지난해보다 세입이 더 줄어들어 10조 4000억~12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경제 양성화가 당초 계획보다 실적이 좋지 못해 법인세 세수가 줄었고, 경기 부진과 환율 하락의 여파로 부가가치세와 관세 등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14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이 올 1~8월까지 거둔 국세는 총 136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이나 적었다. 올해 세입예산(216조 5000억원)과 비교한 세수 진도율도 63.1%로 전년 동기 대비 2.0% 포인트, 2011~2013년 평균(69.2%)보다 6.1% 포인트 낮았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7월에 올해 세입예산 대비 세수 부족액을 지난해와 같은 8조 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세월호 참사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세 등의 세수가 예산보다 3조 1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입품에 붙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 2조원, 주식거래 부진과 이자율 하락으로 증권거래세와 개인·법인 이자소득세가 2조원씩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영업실적 부진으로 법인세도 1조 4000억원 펑크 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재부는 당시에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을 봐야 정확한 연간 세수실적 전망이 가능하고, 세수 부족 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재부 예측대로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은 전년 동기(13조 2000억원)보다 3000억원 늘어난 13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업 세무조사 등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0억원 감소하면서 8월 법인세 수입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2000억원 줄었다. 이에 기재부는 연간 법인세 수입도 예산으로 잡았던 46조원보다 2조 4000억원 부족한 43조 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달 원·달러 기준환율이 1025원으로 전년 동기(1117원) 대비 8.2%나 하락했고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수입품에 붙는 관세와 부가가치세도 전년 동기 대비 8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9월이었던 근로장려금 지급 시기를 한 달 앞당겨 7000억원의 세수가 빠져나갔고, 매달 받았던 주세도 분기별 납부로 전환하면서 3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혔다. 다만 ‘최경환 효과’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고, 취업자 수가 증가해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 등 소득세 수입은 8월까지 총 34조 8000억원이 걷히며 전년 동기 대비 3조원 늘었다. 이처럼 올해도 세수 부족이 확실시되면서 정부는 담뱃세, 주민세 등을 올리는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5.7% 늘리기로 한 정부가 경기활성화, 복지, 안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 ‘도미노 증세’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정부는 장밋빛 경제 성장률에 기대지 말고 보다 객관적으로 세입예산을 작성해야 계속되는 세수 펑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예산 확보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지만 담뱃세 등 서민에게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세금 대신에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뉴스 분석] “증세 없다” 약속 뒤집기… ‘서민 증세’ 폭탄

    [뉴스 분석] “증세 없다” 약속 뒤집기… ‘서민 증세’ 폭탄

    정부가 담뱃세를 내년부터 2000원 이상 올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도 잇따라 인상 방침을 발표하면서 ‘서민 증세’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최근 방향에 대해 ‘사실상 증세’라고 시인했다. 12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두 배 정도인 1만원 이상으로 올리고, 자동차세는 3년에 걸쳐 두 배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상 가구주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주민세는 2015년 7000원 이상, 2016년 1만~2만원으로 오른다. 개인사업자가 내는 주민세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불어난다. 영업용 승용차와 버스(승합자동차), 화물차, 특수차, 3륜 이하 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도 2017년까지 두 배 오른다. 다만 자가용 승용차(전체 과세 자동차의 73%)와 15인승 이하 생계형 승합 자동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앞서 지난 11일 담뱃세를 지금보다 2000원 올려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한 해 2조 8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역시 최근의 조치가 ‘증세’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날 담뱃세·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본격적인 증세는 소득세 측면에서 면세되는 부분이나 공제 영역을 건드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가 현 상황이 사실상 증세라는 점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는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정부는 결국 증세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 부진에 따라 올해를 포함해 3년 연속 세수 부족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내년 대대적인 확대 예산안을 준비하는 만큼 곳간을 미리 채워 놓겠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는 “주민세 인상은 세 부담의 공평성을 고려한 종합적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소득세 등) 증세가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담뱃값 인상 논란] 與도 “인상폭 너무 커… 논의 필요” 제동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을 기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11일 밝히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여당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실상의 서민 증세”라며 백지화를 요구했고, 새누리당은 인상폭이 너무 크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 국회의 관련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담뱃값 인상 방침에 대해서는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법인세·소득세와 같이 조세 저항이 심한 직접세 인상 대신 간접세인 담뱃값 인상을 통해 사실상의 우회 증세를 한다면서 야당과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담뱃값 인상 추진 방침의 전면적인 백지화를 요구했다. 김영근 대변인은 “‘값 인상’이라는 모호한 말로 증세에 따른 저항을 줄이려는 것은 흡연가와 국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라면서 “담뱃세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담뱃값이 오른다면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저소득층의 경우 연소득의 10%를 담배 소비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세수 부족을 메우려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손쉬운 증세가 아니라 부자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대부분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측으로부터 담뱃값 인상 계획 안을 보고받은 뒤 “더 논의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회의에서 최고위원 대다수는 “일시에 90% 가깝게 가격을 올리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한 번에 2000원을 인상하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은 만큼 좀 더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10년 전인 2004년을 비롯, 매번 담뱃값 인상 때마다 정부가 대폭 인상안을 제시하면 야당은 백지화를, 여당은 인상 폭 축소를 주장하다 결국 절충적인 인상안을 택했던 전례를 들어 이번 담뱃값 전쟁도 ‘1000원이나 1500원’ 정도의 인상폭으로 결론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증세에 꽂힌 ‘피케티 신드롬’ 난, 반댈세

    증세에 꽂힌 ‘피케티 신드롬’ 난, 반댈세

    ‘닭(불평등 해소)이 먼저냐 달걀(성장 우선)이 먼저냐.’ ‘피케티 논쟁’이 출판계를 중심으로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학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토마 피케티(43) 파리경제대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글항아리)의 한국어판 출간이 이 논란에 불을 댕겼다. 분배구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누진소득세와 누진자본세를 물려야 한다는 피케티의 급진적 주장에 출판계와 학계, 심지어 정치권까지 싫든 좋든 찬반 양론의 한복판에 빠져든 분위기다. 12일 ‘21세기 자본’이 서점가에서 공식 출간되면서 피케티의 위력은 점차 전선을 확대하는 기세다. 저자와 출판사 간 미묘한 신경전 탓에 국내 출간일이 하루 늦춰지긴 했으나 이미 예약 판매 5000부를 넘겨 3쇄까지 모두 4만부를 찍은 상태다. 피케티는 오는 18일 방한해 포럼과 강연에 나설 예정이어서 태풍은 강풍으로 돌변할 모양새를 띠고 있다.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피케티 이론은 정치권에서도 신랄한 논거가 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세미나에서 여당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피케티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옹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학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에서 프랑스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피케티식 경제해법이 득세한다면 경제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피케티는 오는 19일 국내의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레이거노믹스’를 이끈 우파 경제학계의 거두 로런스 코틀리코프 미국 보스턴대 교수와 맞짱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피케티의 주장은 지난 300년간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소득과 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소수의 부유계층에 자본이 집중돼 분배구조의 불평등이 악화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습 자본주의’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에 대한 반격은 진앙지인 출판계 쪽에서 가장 드세다. 국내 우파 자유주의 학자 7명은 ‘피케티 열풍’의 확산에 맞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바로읽기’(백년동안)를 최근 펴냈다. 이들은 오는 16일과 18일 서강대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잇따라 강연을 열 계획이다. 경제학, 철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가들이 저술한 이 책은 소득과 부의 분배 구조 변화를 실증적으로 추적한 피케티의 주장이 지나치게 직관적이라며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이를 바라봐야 한다고 비판한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는 “과연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피케티의 주장대로, 정부(통제)가 효율적이었던 역사가 있기는 한가”라고 지적한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자본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다는 것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공식이지만 미국과 유럽의 실상은 많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또 좌승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불평등이야말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경쟁의식과 동기부여가 성장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피케티 저격수를 자처하는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의 ‘위대한 탈출: 불평등은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키나’(한경BP)도 ‘21세기 자본’과 동시 출간되며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디턴 교수는 “피케티의 저서는 사회주의 경제정책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저자가 이미 실패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본떠 쓴 정치경제학 저술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글항아리는 ‘21세기 자본’에 이어 이를 둘러싼 세계적 논쟁을 소개하는 ‘피케티 패닉’을 이달 말 출간할 예정이다. 이런 ‘피케티 신드롬’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마르크스의 재림’ 혹은 ‘자본주의의 구원자’로 불리는 피케티는 지난해 8월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21세기 자본’의 번역본을 지난 3월 미국에서 발간하며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700쪽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균형에 주목해 온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해외에서의 평가도 엇갈린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10년간 가장 중요한 경제학 서적”이라고 극찬한 반면 보수성향의 정통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피케티의 주장은 완전히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국내에선 그동안 연구가 소홀했던 소득불평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20여개국을 대상으로 한 피케티의 분석에서 우리나라가 빠져 있는 데다 세금을 올리면 기업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국내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작년 1인당 세금 509만원… 4년 만에 ↓

    작년 1인당 세금 509만원… 4년 만에 ↓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평균 509만원의 세금을 냈다. 경기 침체로 전년 대비 세 수입은 줄고 인구는 늘어나 1인당 평균 세금이 2012년보다 4만 7300원 감소하면서 2010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일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낸 세금은 평균 509만 1300원으로 2010년 459만 2000원보다 11%(49만 9600원) 늘었다. 1인당 평균 세금은 1년 동안 걷힌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와 취득세, 주민세, 지방소비세 등 지방세를 더한 금액을 그해의 인구로 나눠 계산한다. 지난해에는 국세 201조 9065억원, 지방세 53조 7789억원 등 255조 6854억원의 세금이 걷혔고 통계청이 계산한 추계 인구는 5021만 9669명이다. 1인당 평균 세금은 2008년 434만 7100원에서 2009년 426만 3900원으로 줄어든 이후 2012년(513만 8600원)까지 4년 연속 늘면서 50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인당 세금이 줄어든 이유는 총세수가 255조 68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 2676억원가량 줄었고 인구는 1년 새 21만 5228명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낸 세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세수가 줄어든 세목을 보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2조원)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반면 개인이 내는 소득세는 전년 대비 2조원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1인당 낸 세금에 법인세가 포함돼 있고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국민도 있어 실제로 낸 세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연말정산 시 세금 최대 84만원 돌려받아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 도입됐다. 도입 당시 금융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됐지만 현재 도입 사업장이 전체의 15.6%에 그치고 있다. 상용근로자의 50.7%가 가입했다는 점에서 대기업 위주로 가입이 진행됐다는 의미다. 결국 정부는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라는 채찍 외에도 세액공제라는 당근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 연말정산을 할 때 퇴직연금을 포함해 개인연금까지 400만원 한도로 12%의 세액공제(48만원)를 받는데 내년부터는 퇴직연금에 한해서만 300만원의 12%(36만원) 세액공제가 더 주어진다. 즉 개인연금은 퇴직연금이 없다면 최대 400만원의 12%인 48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지만 퇴직연금은 개인연금이 없어도 최대 700만원의 12%인 84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 퇴직연금을 받으면 퇴직금보다 세금을 덜 내도록 세법이 바뀐다. 현재 퇴직금은 규모에 따라 6∼38%의 소득세율이 과세되지만 퇴직금의 40%를 소득에서 제하고 근속 연수에 따른 공제 등이 적용돼 거의 모든 퇴직자의 실제 세율(실효세율)이 3%에 못 미쳤다. 연금 수령(세율 3%)을 굳이 선택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퇴직연금으로 받을 경우 일시금으로 받을 때 내는 세금의 70%만 내도록 세법이 바뀐다. 40%의 소득정률 공제도 0∼100%로 차별화해 고소득 퇴직자의 세금부담을 늘린다는 방안이다. 퇴직연금에서 우려되는 중도 인출 시의 불이익도 줄어든다. 정부는 퇴직금을 목돈으로 찾아 빚을 갚거나 자녀교육비로 써버려 노후생활이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에 찾을 경우 기타소득으로 간주해 12%의 세금을 부과했다. 내년부터는 부득이한 사유로 중도 인출할 경우에도 연금소득과 같은 3% 세금을 부과하거나 중도인출이나 해지 대신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될 계획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새정치연 공식 입장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새정치연 공식 입장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새정치연 공식 입장은?” 정부가 11일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여야의 뚜렷한 입장차로 인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담뱃세 인상을 “서민 호주머니 털기”라며 정면으로 반대하는 데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가격 인상폭을 놓고 우려가 높아 정부 원안이 그대로 관철될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 정부 계획대로 담뱃값이 오르기 위해선 개별소비세에 담배소비 항목을 추가하기 위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을 비롯해 건강증진부담금을 포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지방교육세와 담배소비세를 담당하는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10년만에 꺼내든 담배가격 인상 계획이 첫 걸음도 떼지 못하고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무엇보다 국세인 개별소비세에 담배소비 항목을 추가하는 것은 세목 추가에 해당하는 만큼 여야의 입장차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다만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낮다는 점에 어느 정도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세수 부족 등 현실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담뱃세 인상이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여당으로서도 2016년 4월 총선까지 20개월 동안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현재가 부담이 가장 적은 시기인 만큼 다소 폭이 줄어든 형태로 라도 결국 가격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새누리당은 일단 담뱃값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안인 2000원 인상은 지나치게 높다는 기류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통일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에 개정안이 제출되면 여론 등을 수렴해 절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세워놓은 셈이다. 서민층을 중심으로 한 흡연자들의 직접적 저항을 고려한 일종의 ‘눈치보기’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담뱃값 인상안을 보고받으면서도 지도부 대부분이 급격한 가격 인상에는 원칙적 우려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권은희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담뱃값이 인상되면 물가와 세금이 올라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새누리당은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국민 눈높이에서 합리적 절충안을 찾아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정부의 인상기조에 동의하지만 앞으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서 “금연 확산을 위해선 비가격 규제를 강화해야 하고 추가로 확보되는 건강증진부담금은 금연관련 목적에 부합하게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담뱃값 인상에 ‘원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누가 뭐래도 담배에 붙은 세금과 부담금을 인상하는 것은 서민과 흡연가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손쉬운 증세가 아니라 부자감세부터 철회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며 “정부는 담배 세금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고 부담금을 올리려는 계획을 즉각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상임위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건강증진부담금 논의를 다룰 보건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담뱃값 인상안에 대한 입장 및 향후 대응 기조를 정리했다. 12일엔 관련 상임위인 기획재정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안전행정위 소속 당 의원들과 연석회의도 가질 예정이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법인세·소득세 감면분을 철회해 부족 세수를 마련하라는 야당의 오랜 요구를 외면하고 손쉽게 소비세 인상으로 가겠다는 의도인 만큼 단순한 담뱃값 인상 찬반 논쟁이 아닌 조세 논쟁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갑자기 너무 올리면 곤란한데”,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너무 많이 올리는 것 같은데?”, “담뱃값 2000원 인상 추진, 서민들만 고통받는 것 아닌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근로자 인정 범위 확대… 간접고용 분쟁에 판단 기준 될 듯

    근로자 인정 범위 확대… 간접고용 분쟁에 판단 기준 될 듯

    대기업의 하도급 계약 및 사내하청 등 관행화된 간접고용이 노동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범위를 더 폭넓게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와 노동계도 이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유사 업종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은 사용자와 노동자 간 계약 형태보다 실질적인 근로 형태를 중시해 온 법원이 본사와 서비스 대행계약을 맺은 수리지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있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 근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동부대우전자서비스(옛 대우일렉서비스)는 ‘전속 지정점’ 박모(44)씨 등 수리기사 19명이 퇴직금과 법정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각자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소득세를 납부한 점 ▲정해진 기본급 없이 월별 처리 건수 기준으로 수수료를 지급받은 점 ▲취업규칙과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며 박씨 등은 회사 소속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금 등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맞서 왔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1·2심 법원은 물론 대법원까지 박씨 등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서비스센터로 출근해 수시로 교육을 받은 점과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로 업무를 분배받고 그 결과를 회사에 보고하며 관할구역을 임의로 바꿀 수 없었던 점 등이 사측의 ‘상당한 지휘·감독’이라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사측이 ‘4대 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며 “회사 측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전에 임의로 정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간접고용 문제가 심각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와 대형 케이블·인터넷업체 등의 분쟁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이미 회사를 그만둔 노동자들의 퇴직금 지급 소송도 얼마든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노조까지 설립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사 노동자 1004명은 유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집 전화 설치 등의 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 협력사 직원 3500여명과 LG유플러스 협력사 직원 3000여명도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사측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KT 협력사 직원 역시 사정은 비슷하지만 구심점이 없어 집단행동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와 씨앤앰의 협력사도 분쟁 중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커버스토리] 법과 밥 사이…‘개점휴업’ 변호사

    [커버스토리] 법과 밥 사이…‘개점휴업’ 변호사

    경기 수원시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 A(35)씨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각종 인터넷 카페와 소비자 불만 사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공기관 채용 정보 사이트도 즐겨찾기 목록에 들어 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법대를 나왔다. 사법시험도 통과했다. 2009년 선배와 함께 사무실을 차렸을 때까지만 해도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 같았는데 현실은 냉혹했다. 처음 개업한 곳은 ‘대한민국 법조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새내기 변호사의 생존 전략은 ‘발품’과 ‘얼굴도장’이었다. 고시 공부로 소홀했던 과 모임은 물론 고교 동창회, 중학교 동창회까지 수소문해 찾아다녔다. 하지만 친인척, 지인의 법률 상담 정도만 있을 뿐 정식으로 사건을 맡기는 의뢰인은 거의 없었다. 소득은 없는데 월세 150만원(전체 300만원을 선배와 양분)은 꾸준히 빠져나갔다. 대출받은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갚는 길도 아득했다.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무실을 닫았다. A 변호사는 “사건은 대형 로펌이나 유명 변호사들에게 집중되고 돈 안 되는 서류 제출 대행 정도만 가끔 들어오는 실정이라 공공기관이나 기업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다”면서 “변호사업계는 불황 수준이 아니라 이미 사양길에 들어섰다”고 토로했다. ●일반 민사사건 수임료 500만원→300만원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전국 변호사의 74%가 몰린 서울은 변호사 1명이 한 달에 사건을 2건 맡기도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2.7건 수준이던 ‘변호사 1인당 월평균 본안 사건 경유 건수’는 2012년 2.3건, 지난해 2.0건까지 떨어졌다. 한 달에 단 1건의 사건도 맡지 못하면서 개인 사무실을 닫고 중소 로펌으로 옮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개인 사무실은 임대료와 사무장 및 직원 월급, 영업 비용 등 고정 지출이 있어 수익을 남기려면 한 달에 최소 2000만원 이상은 벌어야 한다. 강남 지역에 사무실을 둔 강모(43) 변호사는 “서울에서 영업을 하려면 한 달에 최소 4건은 맡아야 하는데 그건 꿈같은 이야기”라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민사사건은 수임료가 500만원대였는데 이미 300만원 선도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장은 침체됐는데 변호사는 폭증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변호사 3725명 가운데 연간 수입이 2400만원(소득세 면세 한도) 이하라고 신고한 변호사는 640명으로 17.2%에 달했다. 2009년 14.4%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1인 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많아 보이지만 수임료가 서울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지역의 유명 로펌이나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려 상당수 변호사들은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설을 앞둔 지난 1월 26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50대 변호사가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수원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수임 사건 감소로 생활고를 겪어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전남 여수에서도 40대 변호사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2013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2년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변호사는 모두 544명으로, 이 중 사기·횡령 등의 재산 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238명에 이른다. 재산 범죄로 기소된 변호사는 2008년 84명, 2010년 123명 등으로 증가세에 있다. 지난 28일에는 행정고시와 법원 행시, 사법시험까지 합격해 ‘고시 3관왕’으로 승승장구하던 변호사가 8억원대 횡령·사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앞서 2월에는 수감자에게 가석방을 미끼로 1억원을 빌려 달라고 요구한 변호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그는 수감자에게 “아는 판검사가 많으니 가석방을 도와주겠다”며 1억원을 요구해 실제로 80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신용대출 등으로 빚이 많아 돈을 갚을 능력도,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변회를 비롯한 전국 변호사회의 회비 미납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월 회비 5만원을 받는 서울변회는 올해 1월 기준으로 누적 미납 회비가 3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중견 H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동기 변호사 중 지방에서 활동 중인 개인 변호사는 최근 두 달 동안 사건을 1건도 수임하지 못해 이전에 벌어 놓은 돈을 빼서 직원 월급과 사무실 운영비를 마련했다”면서 “과거에는 관심 없었던 국선 변호 사건에 많이 지원해 이를 주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급 변호사’는 옛말… 7급 변호사까지 등장 변호사 공급 과잉에 따른 위상 추락은 지방자치단체와 일반 기업의 대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5급(사무관) 변호사’는 옛말이 됐다. 6급(주무관) 채용이 일반화된 가운데 급기야 변호사를 7급으로 채용한 지방자치단체까지 생겼다. 초임 검사와 판사가 여전히 3급(부이사관) 대우를 받는 것에 견주면 변호사들의 한숨만 늘어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충북도교육청은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 법률 상담 변호사’(6급)를 공개 모집했다. 1명 모집에 17명이 원서를 냈다. 로스쿨 출신은 물론 사법시험 합격자들도 포함됐다. 지난해 일반 임기제 변호사(6급) 채용 공고를 낸 경기 수원시와 광명시는 각각 39대1, 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시는 변호사를 일반직 7급으로 채용하겠다고 공고를 내 로스쿨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해당 자리에는 2명이 응시해 로스쿨 출신 1명이 채용됐다. 부산시는 올해도 변호사 2명을 행정직 7급으로 채용하려 했으나 내부 검토 과정에서 변호사와 로스쿨 등의 반발을 우려해 6급 계약직 채용으로 계획을 바꿨다. 부산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박모(25·여)씨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대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면서 “명문대 로스쿨 출신이 아니라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취업 자체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로스쿨을 나오면 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보다 그저 직업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국가공인자격증을 따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푸념했다. 기업의 변호사 수요도 많지 않아 신규 변호사들의 일반 기업 취직도 바늘구멍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에는 사내 변호사가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우도 예전만 못하다. 급여는 일반 직원보다 조금 많지만 직급은 과거 과장급에서 대리급으로 떨어졌다. 기업 법무팀으로 입사했더라도 관련 업무보다는 영업 및 관리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기존 변호사조차 사무실을 운영하기 어려운 마당에 연수원 신규 수료자와 로스쿨 졸업생들의 열악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젊은 변호사들의 생계 보장 차원에서라도 연간 법조인 배출 인원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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