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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효행대상에 62명 대가족 돌본 전희순씨

    삼성효행대상에 62명 대가족 돌본 전희순씨

    삼성복지재단(이사장 이수빈)은 17일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국제회의실에서 각계 인사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5회 삼성효행상’ 시상식을 가졌다. 시상식에서는 효행, 경로, 특별, 청소년 등 4개 부문에서 16명이 상을 받았다. 효행 대상 수상자로는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의 전희순(66·여)씨가 선정돼 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전씨는 9남매의 장남인 남편과 결혼한 뒤 44년간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한편 전신마비인 막내 시동생을 비롯한 시댁 식구를 정성껏 돌보며 3대에 걸쳐 62명의 대가족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효행상은 골절로 거동이 불편한 96세의 시어머니를 40년간 봉양한 곽기매씨가 수상했다. 101세 시모를 42년간 모시고, 교통사고 뒤 전신마비로 거동하지 못하는 남편을 16년간 간호해온 김선갑씨도 효행상을 받았다. 경로상은 발달장애 3급인 큰아들 등 온 식구가 2005년부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해온 김종란씨 가족과 화상으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고도 2003년 노인생활시설인 ‘우리동네’를 세워 운영해온 문주남씨에게 돌아갔다. 특별상은 효 사상을 연구·보급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받았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스타트] 왜 평창인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스타트] 왜 평창인가

    편리함과 접근성을 고루 갖춘 평창은 경쟁도시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안팎에서 내리고 있는 조심스러운 중평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도 두번의 도전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로 집약된 경기장 운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평창~강릉 간 이동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여 평창의 강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장은 선수촌에서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하고 90%의 선수들이 숙소에서 5~10분 이내에 경기장에 도달할 수 있다. 또 최첨단 경기장이 마련된다. 알펜시아리조트 등지에 6개의 신설 경기장을 포함해 모두 국제수준의 13개 경기장이 완비된다. 여기에는 그동안 55개의 국제·국내 동계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검증된 노하우가 접목된다. 또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지원과 성원, 그리고 2전3기에 도전하는 평창의 열망이 어우러져 유치에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붙었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과 제2영동고속도로건설 등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정부 의지가 확인되고 있고, 95% 이상의 유치 지지율이 도전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꿈과 희망 나누는 미래형 올림픽 평창은 꿈과 희망, 지구 사랑을 나누는 미래형 동계올림픽을 실천하고 있다. 인종과 국가, 문화를 초월한 동계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드림프로그램이 올해도 어김없이 준비돼 진행되고 있다. 동계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동계스포츠 체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2개국 806명이 참가했다. 동계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인종과 문화, 국가를 초월한 프로그램으로 IOC와 국제사회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올해에는 33개국에서 143명이 참가해 지난 12일 시작, 10일 동안 알펜시아리조트와 강릉빙상장에서 열린다. 아시아 14개국, 유럽 3개국, 중남미 8개국, 아프리카 7개국 등이 참여했다. 동계스포츠 경기종목 체험은 설상 2종목, 빙상 5종목이며 국가대표 초청 강습이 계획돼 있다. 레크리에이션과 문화탐방, 알펜시아경기장 견학 및 체험도 마련됐다. ●드림프로그램 국가대표 12명배출 평창 드림프로그램 참가자 가운데 올림픽출전 등 자국 국가대표선수도 배출돼 8개국 12명이 출전했다. 동계스포츠 발전·확산을 위한 IOC와의 약속 이행으로 국제적 신뢰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또 대한민국의 허파인 대관령의 대규모 풍력발전을 이용한 친환경 저탄소 올림픽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최 시설 내에 저탄소 녹색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전기차를 운행한다. 경기장별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별도의 저감 프로그램도 운용된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얻는 경제적 효과도 28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가브랜드 상승으로 대회준비 단계부터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전문들의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2008년 교통망과 경기장 확충, 사회 간접시설 투자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생산유발효과만 20조원에 이르고 부가가치 8조원, 고용창출효과가 2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알펜시아에 선수·미디어촌 설치 평창은 또 밀집된 지역에서 가장 콤팩트한 컨셉트로 경기를 치러 낼 전망이다. 백두대간 서쪽 산악지역의 알펜시아에 대부분의 설상경기장, 선수촌, IOC 본부호텔, 올림픽스타디움, 국제방송센터·미디어센터(IBC·MPC), 미디어촌이 설치돼 모든 올림픽활동이 이뤄진다. 알펜시아 클러스터는 지금 당장 올림픽을 치러도 손색이 없는 경기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알펜시아리조트는 스포츠시설을 제외한 콘도미니엄과 골프장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근 중국 측과 3500억원에 이르는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등 회생의 기미를 보이며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알펜시아의 다양한 시설들은 올림픽 이후 스포츠·문화·예술·전시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돼 국내 최고급 휴양도시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추진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평창과 강릉 등 대회가 진행될 현지에서 IOC위원들을 맞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사를 통해 동계스포츠 발전과 올림픽 무브먼트를 앞장서 실현하는 ‘Unique 평창’의 진면목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70명중 1명 ‘죄짓는 종교인’

    70명중 1명 ‘죄짓는 종교인’

    승려, 목사, 신부 등 성직자와 수도자 등 직업 종교인들이 저지른 범법행위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폭력, 강간 등 강력범죄가 다수 포함돼 있어 종교인들의 도덕성 타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각 종교 단체의 자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8일 2008~2010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한해 발생한 형법·특별법 사범 중 직업이 ‘종교인’에 해당하는 건수는 2007년 4413건, 2008년 5123건, 2009년 5409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현황 통계에 종교인의 수가 36만 3000여명인 것에 비춰 보면, 종교인 70명 중 1명은 범법자인 셈이다. 이는 국민 20명 중 1명꼴로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에 비하면 낮은 비율이다. 하지만 종교인인 숫자가 각 단체의 자체 통계를 합친 것으로 거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고용노동부 조사는 5인 이상 단체 소속 ‘성직자 및 종교 관련 종사자’ 수를 2만 6000여명으로 집계해 문화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교인 범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폭력 관련 범죄로 전체의 20%가량에 달한다. 이는 2007년 832건에서 2008년 1039건, 2009년 1131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폭력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사기 또한 2007년 710건, 2008년 746건, 2009년 816건으로 매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종교인 범죄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이나 음주운전 등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범법행위 외에 강간, 성매매,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도덕적 타락상을 보여주는 범죄도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강간은 2007년 43건, 2008년 59건, 2009년 71건으로 전체 범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증가율은 37%와 20%를 기록하고 있다. 성매매나 마약 범죄도 매년 10~20건 정도가 꾸준히 발생했다. 반면 음주운전은 발생건수에 크게 변동이 없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은 2007년 263건이던 것이 2008년에 325건으로 증가했다가 2009년에는 다시 220건으로 하강곡선을 그렸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성남 ‘연말연시 사랑나누기’…14억상당 성금·물품 모아

    경기 성남시가 ‘연말연시 및 설맞이 서로 사랑 나누기 운동’을 벌여 14억 8000만원 상당의 성금과 물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주었다. 경기침체로 성금이 크게 줄어들 것 같았지만 지난해와 그다지 변동이 없어 우려를 불식시켰다. 8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시청과 3개 구청, 48개 동주민센터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후원금과 물품을 접수한 결과 개인 515명이 후원금 2500만원과 1억 500만원 상당의 물품을, 1390개 단체가 성금 2억 3000만원과 11억 9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각각 내놓았다. 시는 시민과 단체가 보내온 후원금 2억 6000여만원과 쌀, 라면 등 후원 물품을 성남에 사는 홀몸 어르신 5370가구, 소년소녀가장 223가구, 저소득가정 19만 6052가구, 한부모 가정 3316가구를 비롯해 387개 사회복지시설에 골고루 나눠 줬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세대공감] 추억의 졸업식 속으로…

    [세대공감] 추억의 졸업식 속으로…

    “3년간 가슴앓이를 했던 걔한테 고백을 해야 하는데…” 하지만 끝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교문을 나섰다. 18살 소년의 안타까운 졸업식은 그렇게 끝났다. 마치 깊은 바다에 소중한 반지를 빠트린 기분이었다. 좋아했던 그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그 소년, 지금은 50대 중년이 됐다. 졸업 시즌이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은 어느 세대나 다르지 않다. 또 졸업식 하면 누구나 추억 한 조각씩은 갖고 있다. 애틋한 사랑 얘기도 있고 슬픈 추억도 많다. 졸업식 뒷풀이 때 술 마시며 어른 흉내를 냈던 추억은 애잔하기까지 하다. 최근에는 ‘알몸 졸업식’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했다. 졸업 시즌을 맞아 세대별로 졸업에 얽힌 추억 앨범을 펼쳐본다. ●눈물의 추억-안녕, 첫사랑…빼앗긴 우수상 서울 성북동 송근석(52·자영업)씨는 40여년 전, 초등학교 졸업식을 잊지 못한다. 첫사랑 때문이다. 송씨는 한 여학생을 좋아했다.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덕분에 반에서 1등까지 해 봤다. 하지만 그녀 앞에만 서면 부끄러워 말조차 붙이지 못했다. 졸업식 날. 그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그 여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라.”는 단 한마디였다. 송씨의 수줍은 인사에 그 여학생도 “너도 잘지내.”라며 화답했다. 그 한마디에 송씨는 날아갈 듯 기뻤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 진학 후 뜻밖의 비보를 듣게 됐다. 첫사랑이었던 그 여학생이 남자 친구와 헤어진 아픔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었다. 송씨는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면서 “그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게 한 그녀의 남자 친구가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고 회고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더더욱 잊지 못한다. 좋아했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가슴 한편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서다. 제주에서 요식업을 하는 강정희(54·여)씨는 졸업식을 생각하면 금세 눈시울이 젖어든다. 초등학교 졸업식 날, 전교 회장이었던 강씨는 연단에 올라 졸업사를 낭독하다 눈물을 쏟아 냈다. “가족같이 지낸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눈물을 닦으며 간신히 졸업사를 마친 강씨에게 박수 세례가 쏟아졌지만 기쁨보다 슬픔이 더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도 그의 눈물은 계속됐다. 반에서 항상 3등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던 강씨는 졸업식 날 시상하는 학력 우수상을 자신이 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그 학력 우수상을 얼마 전 전학 온 친구한테 내주고 말았다. 졸업식이 끝나고 그는 분한 마음에 엉엉 울고 말았다. 친구들과 모여서 “선생님이 상을 편파적으로 줬다.”며 흉을 보기도 했다. 강씨는 졸업식 후 이틀 동안 선생님을 찾아가 따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까짓 상을 못 받았다고 내 인생이 어떻게 되겠는가.’ 하고 생각하며 잊으려고 애썼단다. 강씨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고등학교 때부터 나름대로 인생을 논했던 것인가.”라며 멋쩍게 웃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자란 이미자(48·주부)씨에게 졸업식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초등학교에 함께 입학한 친구가 190명이었는데 졸업할 때는 130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3,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했다. 한글만 깨우치면 농사짓고 소를 키우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중퇴의 변이었다. 그런데 그는 친구들의 이러한 사정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됐다. 철없던 그 시절, 친구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이유를 몰랐던 이씨는 친구들을 이상한 눈으로 봐라봤다. 가끔 밥을 먹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왜 밥을 안 먹느냐고 놀렸다. 특히 졸업식 날엔 상장과 선물로 받은 벼루, 먹을 들고 학교를 그만둔 친구들 앞에 가서 눈치 없이 자랑까지 했다. 이후 그는 동문회 모임 때마다 졸업을 못 한 친구들을 수소문해 초대하곤 했다. 그러나 중퇴한 친구들은 처음에 한두번 나오다가 그다음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씨는 “어색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어린 시절 졸업식 날 잘난 척했던 제 모습이 성인이 되어서도 잘난 척하는 걸로 보일 수 있었을 테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쓸쓸한 식장-맞벌이 부모님 모시기 힘들어 경기도 부천에 사는 대학생 김경은(22·여)씨에게도 졸업식은 아픈 기억이다. 부모의 불화로 중·고 졸업식을 모두 망쳤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만 해도 괜찮았다. 그때는 부모님 모두 졸업식에 왔다. 꽃다발도 받고, 사진도 찍고, 돈가스도 먹었다. 그런데 중학교 때는 어머니만 왔다. 아버지 사업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 한시도 자리를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는 생화가 비싸다며 싸구려 조화를 사 왔다. 그는 그 조화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펑펑 울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도 아버지는 돈에 쪼들렸다. 결국 부모님은 별거를 택했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어머니만 왔다. 그때 어머니가 주신 꽃다발은 조화는 아니었지만 값싸고 흔한 것이었다. 김씨는 섭섭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평일에도 일하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딸을 위해 일을 잠깐 쉬고 오셨다는 게 슬프면서도 기뻤다. 김씨는 “대학교 졸업식 때는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 소망”이라면서 “그때는 울지 않고 기쁘게 졸업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에 사는 대학생 조윤미(24·여)씨는 졸업식만 생각하면 서럽다. 세 살 터울의 언니 때문이다. 비켜 갈 수도 있는 졸업식이 공교롭게도 초등학교, 중학교 두 번이나 겹치고 말았다. 게다가 맞벌이하는 부모님은 항상 바빴기 때문에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부모 중 한 사람만 시간을 내도 감지덕지였다. 졸업식 날,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던 쪽은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는 겹친 두 번의 졸업식 모두 언니에게로 갔다. 큰딸이라는 점과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조씨는 “둘째로 태어나 가장 서러웠을 때가 바로 졸업식 날”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조씨에게 부모님은 항상 바쁜 분들이었다. 운동회, 학예회 때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식도 그렇게 상처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중학교 졸업식 때는 달랐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했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서러웠다. 졸업식 날인데도 손에 꽃 한 송이 들려 있지 않았다. 빈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터벅터벅 걸어 집으로 돌아온 조씨를 맞이한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포옹이었다. 어머니는 “미안하다, 윤미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다. 조씨는 그때 또 한번 눈물을 쏟고 말았다. 조씨는 “그땐 어린 마음에 섭섭할 만도 했어요. 지금은 부모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충격의 현장-70년대도 알몸 뒤풀이 있었죠 공무원 김종욱(53)씨는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알몸 졸업식이 70년대에도 있었다.”고 깜짝 고백을 했다. 친구들이 축하의 의미로 밀가루를 뿌리는 것은 물론 알몸이 훤히 드러나도록 교복을 찢어 대는 친구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졸업식을 마치고 친구들과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고 고량주도 마셨다. 뒤풀이의 마지막은 당구장이었다. 김씨는 “이 같은 어른 흉내 내기 졸업식 뒤풀이가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사회문제화되진 않았고,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낭만적이고 순수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졸업식의 알몸 뒤풀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과거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하고 적나라하다는 것. 이 때문에 요즘 아이들의 졸업식 뒤풀이는 그에게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8일 고등학교를 졸업한 오지수(19·여)양은 3년 전 친구의 아찔한 중학교 졸업식이 떠올랐다. 친구인 조모(19)양이 바로 알몸 뒤풀이를 한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조양은 졸업식 전날 밥을 굶었다. 옷이 찢어질 것에 대비해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졸업식 날, 조양은 고등학교 1학년 선배들로부터 밀가루·까나리액젓·케첩·계란 세례를 받았고 옷도 찢겼다. 알몸 상태로 거리에 나가 애국가를 불렀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얻어 오라는 벌칙도 받았다. 친구 조양의 이런 행동에 당시 오양은 충격을 받았다고 기억했다. 오양은 “아무리 선배들의 강압에 못 이긴 행동이라 해도 거부하지 않고 모두 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인터넷 미니홈페이지에 친구 사진이 오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10일 중학교를 졸업하는 서주영(16)군은 졸업식이 그렇게 기대되지 않는다. 특별할 게 없어서다. 서군은 내심 알몸 졸업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서군이 다니는 학교의 졸업식은 올해부터 사복을 입고 진행된다. 교복을 찢으려는 학생들이 많아 이를 막기 위한 학교의 조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알몸 졸업식 등 ‘막장 졸업식’을 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통지문을 보낸 상태. 밀가루, 토마토 케첩, 소화기 등은 졸업식장 반입 금지 품목이 됐다. 서군은 이번 졸업식을 가족들과 조촐하게 보내기로 했다. 기념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쇠고기를 먹으러 갈 예정이다. 서군은 “요즘 졸업하는 아이들은 졸업식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어떻게 단속하든 ‘노는 애들’은 무리를 지어 자기들만의 졸업식 뒤풀이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화곡동 전수현(29·여·회사원)씨는 졸업식 하면 틀에 박힌 의례가 떠오른다. “뻔한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은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가족들과 사진 찍고, 똑같이 자장면 먹으러 가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조언을 듣는 일은 초·중·고·대학 내내 반복된 것이어서 식상했다.”고 기억했다. 그랬던 전씨는 지난해, 모교 졸업식 날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밀가루, 케첩 등을 온몸에 뿌리고 교복을 찢고 찍은 사진이 동창회 온라인 카페에 오른 것. 전씨는 “물론 천편일률적인 졸업식이 식상하기도 하고, 해방된 기분을 맘껏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건 좀 지나친 것 같다.”며 혀를 찼다. 전씨는 “졸업식이 알몸 졸업식으로까지 극단적으로 흐르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야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졸업식은 의미 있게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현·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4) 루소의 ‘고백록’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4) 루소의 ‘고백록’

    1762년 6월 파리.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루소의 책 ‘에밀’이 교회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압수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루소는 밤을 틈타 해외로 망명한다. 연이어 ‘사회 계약론’도 판매금지 처분이 내려지고, 같은 해 가을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의 각 도시에서 그의 책이 불태워짐과 동시에 루소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져 나온다. ●막다른 길에서 고백을 시작하다 그중 가장 심한 비방은 루소와 함께 ‘백과전서’를 편찬했던 옛 친구의 글로, “루소는 다섯 아이를 거리에다 버렸으며, 위병 초소에 출입하는 갈보들을 데리고 다녔으며, 방탕한 몸은 쇠약해지고 매독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익명으로 발표된 이 글은 루소가 머물던 망명지 사람들을 자극했다. 마을 사람들은 루소의 집에 몰려와 돌을 던졌고 아침이면 깨진 유리창 아래로 돌이 수북이 쌓였다. 루소가 머물던 지역 의회는 결국 그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다. 이때 루소의 나이는 쉰셋이었다. 신변의 위협, 연이은 추방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쏟아내는 알 수 없는 비난들. 루소는 이 ‘정당하지 않은’ 비난을 참을 수 없었다. 그의 감정은 소용돌이쳤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자기 감정이 삶을 집어삼킬 판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방이 막힌 상황에서 출구를 찾듯 ‘고백록’을 쓰기 시작한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고백, 정신의 사체(死體) 일반적으로 고백은 사제, 판사, 의사 앞에서 자신의 진실을 드러내고 해석과 처분을 기다리는 행위다. 그러나 루소의 고백은 해야 할 말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며, 타자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가 듣고 싶은 이야기다. 즉 루소가 ‘고백록’을 쓰면서 고려하고 있는 독자는 자기 자신이다. 이 고백을 듣고 루소의 삶을 단죄하고, 용서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자신뿐이다. 루소는 자신이 누구인지 해석할 권리를 타인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그는 타인의 판단을 기다리는 수동적 위치를 거부하고 자기 스스로 삶을 해석하고자 했다. ‘고백록’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루소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기 잘못이라고 했다가, 당시 풍속이 그랬다고 변명하다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며 합리화하기도 한다. 루소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은 이렇게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등장한다. 하나의 사건은 단 한 사람의 죄로 귀결될 수 없다. 루소는 매번 다른 회상을 통해 사건의 새로운 인과를 만듦으로써 자기 기억을 정화한다. 그의 고백은 설명할 수 없었던 것, 도저히 어떤 인과 속에서 생겨났는지 모를 일들을 새롭게 계열화하면서 마음에 맺힌 것을 풀어내는 일종의 치료 행위였다. “이것은 자연 그대로, 진실된 모습 그대로 정확하게 그려진 유일한 인간상으로서, 아마 이러한 인간상은 앞으로는 다시 없을 것이다. (……) 이것은 뒤에 반드시 착수되지 않으면 안될 인간 연구에 있어 가장 먼저 필요한 참고 서적이 될 것이다.” 인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시체를 해부하듯 인간을 연구하려는 자들 역시 인간 정신을 해부해야 한다. 루소는 자기가 겪은 일을 서술할 때 사건의 사실 관계보다 자기 느낌과 감정을 정확하게 담으려고 애썼다.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흥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동시에 두 여자를 사랑했던 소년 시절의 첫사랑, 욕정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 인생에서 최고의 연인이자 어머니였던 바랑부인에 대한 복합적 애정. 루소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법한 객관적인 메모와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감정의 연쇄(連鎖)를 풀어놓는다. 루소의 지극히 ‘주관적인’ 내면의 기억, 혹은 그의 ‘영혼의 역사’가 마치 ‘정신의 사체(死體)’처럼 해부시간을 기다리는 독자 앞에 놓인 것이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일화부터 자신의 치부가 될 만한 과오와 애정 행각, 거기에 자신을 비방하는 사람들의 치부까지, 온갖 사건을 오장육부를 내보이듯 고백하고 나서 그는 기세등등하게 외친다. “나는 진실을 말했습니다. 만일 누군가 내가 말해 온 것과 반대되는 내용을 알고 있어서 그 내용에 무수한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그가 알고 있는 것은 거짓말이며 조작일 것입니다.” 루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했지만, 시체를 해부해도 생명과 죽음에 대해 다 알 수 없는 것처럼 루소의 고백을 다 듣고도 우리는 루소라는 ‘인간’에 도달할 수 없다. ●자기 시대의 이성과 합리성에 질문하기 루소가 살던 18세기에는 과학과 수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성’으로 세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팽배했으며, 그 이면에는 완벽한 앎을 통해 자연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이것은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지식인들은 다양해 보이는 심적 현상을 면밀히 조사하여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예컨대 콩디야크는 모든 정신활동을 철저히 분석하면 단순한 요소를 밝혀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것으로부터 모든 정신활동이 합성된다고 주장했다. ‘고백록’ 역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루소 나름의 답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계몽주의자들의 영토를 벗어나는 루소의 또 다른 질문이기도 했다. 과연 인간의 삶이 과학적으로 추론될 수 있는가? 인간의 이성과 문명은 인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고백록’에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시작한 방랑, 사교계의 파티보다 고요한 사색을 더 좋아했던 자신의 욕망, 도저히 길들여지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 그리고 루소 스스로도 예상할 수 없었던 ‘우연’의 순간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채 기술되어 있다. 루소는 언제나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던 이들의 예상을 빗나갔으며, ‘보편적 인간형’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시대에 자기 심성을 판단의 준거로 삼아 자기에게 밀려드는 사건들을 돌파해 갔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는 자만이 진실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이성의 ‘바깥’을 상상하는 자만이 자신의 이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루소가 우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고백’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루소의 ‘고백록’은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에서 ‘인간의 진실’에 대해 질문하는 어느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다. 구윤숙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하)] “법 개정 통해 성매매 남녀 모두 강력 처벌해야”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하)] “법 개정 통해 성매매 남녀 모두 강력 처벌해야”

    ‘새벽 2시, 강남 호스트바에선 무슨 일이’ 시리즈를 정리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퍼져 나가는 호스트바 시장의 성매매, 세금 탈루, 미성년자 탈선 등의 불법적 운영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의 대안을 들어봤다. 이들은 근거가 미약한 불법 호스트바 단속 및 처벌 법규와 남성 접대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한 시선이 호스트바를 불법·탈법이 자행되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권기철 식품접객 담당 사무관, 표창원 경찰대 교수 등 국회, 정부, 학계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여 호스트바 불법 영업에 대한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제언했다. 1. 원인과 문제점은 →최근 호스트바가 가정주부나 여대생, 심지어 미성년자들까지 찾는 대중적인 유흥업소로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표창원 교수(이하 표) 호스트바의 확산은 건전한 여가 문화와 건강한 가정의 근본을 무너뜨린다. 가정에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어머니가 호스트바에 중독되고 호스트바 문화에 탐닉하면 가정 내에서 자녀 관계와 부부 관계가 흔들린다. 여성들에게 호스트바 문화는 지금껏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 금지된 문화다. 이런 향락에 빠지고 중독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게다가 호스트바에서 쓰는 돈이 적지 않으니 경제적 파탄마저 가져올 수 있다. 마약이나 도박 못지않은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성적 일탈과 건전한 성 인식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마저 선정적인 것이 통하는 분위기는 대중문화 전반에 선정성이 만연하게 만든다. -권기철 사무관(이하 권) 서울신문 기사를 읽고 저렴한 호스트바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강남권에서 대중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복지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좀 더 실태를 파악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 복지부에서는 호스트바를 따로 떼서 중점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다만 식품접객업상 유흥주점업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하는 호스트바가 법의 허술한 부분을 파고들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스트바가 유흥주점이 아닌 다른 업종, 일반음식점이나 단란주점으로 신고한 채 영업을 하거나 유흥주점에서도 해서는 안 될 불법 성매매 등을 할 경우는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호스트바 같은 유흥주점뿐만 아니라 노래방, 단란주점 등에서도 남성 접객원을 고용하는 것은 막을 규정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호스트바가 음성적인 형태로 여성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성매매까지 할 것이다. -최영희 의원(이하 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별적으로 적용됐던 성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성매매 등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예전에 시민단체에 있을 때 남성 호스트를 만난 적이 있다. 나이가 23~34세였는데 21세가 넘으면 인기가 없어져 소위 ‘퇴기’가 된다고 하더라. 결국 그 남성은 돈을 너무 쉽게 벌어 그 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니 인생을 망치는 거고, 그런 호스트바를 이용해 욕구를 표출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잘못된 성의식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개인·사회 모두의 손해다. →호스트바 불법 영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표 현실과 법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 우리 법은 아직까지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있어서 남성 (성)구매자만을 상정한다. 여성이 (성)구매자이고 남성이 판매자인 호스트바의 현실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남성만을 구매자로 상정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한정하는 전근대적인 문구 등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남성도 유흥 접객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법에 명시해 두지 않으니까 단속을 하는 경찰이나 주무부처에서 처벌을 할 때도 이들 남성 접객원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도 호스트바 단속 형태를 보면 경찰이 단속했을 때 여자 손님들만 망신을 당하고 (남성) 접객원들은 그냥 넘어갔다. 그러면 안 된다. -권 현행법의 문제는 호스트바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고치려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음성적인 영업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흥업이 계속되고, 일부에서는 성매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호스트바의 ‘2부 영업’, 즉 일반음식점이나 단란주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행위다.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업종을 다르게 신고하고 유흥주점을 할 때는 세금 탈루의 문제도 있고 유흥 접객원의 현황 등을 파악하기 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 근본 해결책은 →이러한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나. -표 가장 좋은 해법은 남성이 판매자인 성매매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성적 구매자와 판매자가 바뀌어도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해야 한다. 또 이런 호스트바 문화가 부끄럽더라도 그 심각성과 폐해를 사회적 전반에 드러내고 원인과 현상을 밝혀야 한다. -최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복지부가 식품위생법에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만 규정한 내용을 바꾸는 법 개정안을 내도록 요구하겠다. 법에 ‘유흥 접객원은 부녀자’라 규정한다고 해서 지금처럼 만연한 호스트 등의 남성 접객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현실을 인정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남성들을 접객원으로 치지 않으니 경찰의 단속이 어렵고 은밀한 곳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그냥 두고 넘어가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국민들이다 -권 식품위생법의 주무부서인 복지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즉 유흥 종사자의 범위를 지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에서 ‘유흥 종사자란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 접객원을 말한다.’에서 부녀자라는 용어를 빼면 되는 것이다. 복지부와 여성부가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논의 중이다. 3. 법 개정 외 추가 대책은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한정한 법규만 바꾸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인가. -최 물론 추가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성매매특별법이라든지, 청소년 성보호법 등 이미 갖춰져 있는 현행법에 근거해 호스트바를 통해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2차 성매매 등을 근절해야 한다. 또 구청에서 성병의 검진이나 확산 현황 등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도록 제재하는 법도 있어야 한다. 법으로 위생과 성병 등의 문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결국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길이다. -권 단순히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의 정의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법 조문에 규정된 부녀자를 빼거나 남녀 모두로 바꾼다면 양성평등의 차별성은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유흥 접객원으로 규정하면 명분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반사적으로 호스트바와 남성 유흥 접객원을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꼴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 측에서 남성을 유흥 접객원으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남성 접객원을 양성화하는 반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여성계나 진보 측에서는 남녀 차별 둘 필요 없이 부녀자라는 용어를 빼자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문화가 추종되고 확산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가장 중점적인 해법은 남성이 가해자인 성매매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남녀 간 성 구매자와 판매자가 바뀌어도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해야 한다. →이 외에 호스트바 불법 영업으로 야기되는 성매매 근절, 가정 붕괴 등을 막을 추가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보다 많은 자유를 누리고 주체성을 갖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자유라는 것이 남성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즐기는 것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이 해 왔던 잘못된 성문화를 여성들이 따라 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억압을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여성들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본다. 또 어린아이들에게 성 상품화는 인간을 상품화하고 인간을 물건 취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꾸준히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 호스트바를 통한 불법 성매매 등 여성들의 도를 넘은 유흥행위를 언제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 이곳에서 우려되는 청소년 탈선, 성병 확산 등 모든 문제를 법이 제어할 수 있도록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백민경·윤샘이나·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오후 7시 30분)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내도전리. 겨울이면 최금자 할머니 댁 디딜방아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얼린 감자며, 강냉이를 빻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잊혀진 음식들을 나누며 하루해를 보낸다.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움직이는 디딜방아. 디딜방아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는 감자반대기와 메밀국죽의 맛을 느껴본다. ●체험! 삶의 현장(KBS2 오후 8시 50분) 3극지 등정과 7대륙 최고봉 등정. 극한 상황에 익숙한 허영호 대장이지만, 63빌딩보다 높은 270m 바다 위는 난생 처음이다. 아득한 바다위 아찔한 구름다리를 아슬아슬 오가며 펼쳐지는 세계최고 주탑높이의 이순신대교 건설 현장.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 허영호 대장의 발목을 사로잡은 극한 체험의 현장을 만나본다. ●추억이 빛나는 밤에(MBC 오후 11시 5분) 배우 최민수가 아내 강주은과 함께 처음으로 예능 동반출연을 결정해 화제다. 최민수는 아내 강주은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영화와 같은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결혼 뒷얘기부터 현재 가정생활 이야기까지. 그동안 방송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낱낱이 공개한다. ●미소코리아(SBS 오후 6시 30분) 유쾌한 웃음을 주는 개그맨 홍록기와 대한민국 억척 아줌마로 거듭난 이탈리아의 크리스티나. 그리고 무려 5번의 토익만점에 빛나는 샛별, 김주우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관광 홍보사절단으로 나섰다. 지금까지와의 대한민국 여행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고, 즐기고, 맛보는 대한민국 오감만족 여행기를 함께해 본다. ●극한직업(EBS 오후 10시 40분) 드넓은 설원에 새해가 떠올랐다. 오늘도 역시 동이 트기도 전, 늑대의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사냥꾼들. 사냥꾼들이 드디어, 늑대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작전 회의 끝에 각자의 위치에서 숨죽이며, 늑대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나타난 늑대. 과연, 사냥꾼이 쏜 총은 늑대를 명중시킬 수 있을까. ●아름다운 이야기 <보석상자>(OBS 오후 11시 5분) 소년소녀가장으로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10살 정은이. 엄마는 중증기억상실증에 걸려 7년째 정신병원에서 치료중이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른다. 혼자 남겨진 정은이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 건 스케치북. 네모난 화첩에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정은이가 그리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세대공감] 당신에게 드라마는 □□다

    [세대공감] 당신에게 드라마는 □□다

    ‘주인공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다시 찾으려는 순간!’, 협찬 광고와 함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며 드라마가 끝이 난다. 감질나게 보여주는 다음 회 예고편은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런 게 바로 드라마의 묘미, 사람들을 빠져들게 하는 이유다. 때문에 드라마는 남녀노소 구별이 없다. 드라마를 딱히 기피하는 사람도 드물다. 남자는 ‘뉴스·스포츠’, 여자는 ‘드라마’, 이런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하지만 드라마에 대한 취향은 ‘각양각색’이다. 불륜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극단적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잔한 가족드라마를 선호하는 이도 있다. 반면 서울 중곡동 조수영(23·여)씨는 “가족드라마는 가부장적이어서 싫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만 볼 수 있는 동 시간대 드라마, 선택 기준은 각자 다르다. 특히 세대별로 드라마 선호도와 선택 기준이 극명하게 나뉘기도 한다. 어떻게 다를까. 세대별로 ‘나는 이 드라마 이래서 좋다. 이래서 싫다.’를 들어봤다. 이영준·안석기자 apple@seoul.co.kr●다른 이유 없다! 출연 배우가 멋있어서 대학생인 이나라(22·여)씨는 최근 종영된 ‘시크릿가든’에 한동안 푹 빠져 있었다. 이씨는 멋진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탤런트 ‘현빈’을 보는 맛에 드라마를 봤다고 했다. 주변에선 “너무 잘생긴 주인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씨는 오히려 “드라마가 만화영화처럼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줘서 더 좋았다.”고 했다. 또 이씨는 “드라마 속 주인공과 연령대가 비슷한 점도 이 드라마를 몰입해 보게 된 이유”라고 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랑 이야기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잔인한 복수를 다룬 드라마는 싫다고 말하는 이씨. 몰입할 수 없을 뿐더러 이유 없이 시큰둥해지는 등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드라마는 가볍게 즐기려고 보는 것이지, 무겁고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잖아요.”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로스쿨에 다니는 남광진(27)씨는 젊은 세대답지 않게 역사드라마를 좋아한다. 사극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높은 작품성과 훌륭한 연기력도 사극을 선택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는 가깝게는 ‘선덕여왕’(2009년)이, 멀게는 ‘태조왕건’(2000~2002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반면 남씨는 최근 아이돌 위주로 캐스팅 된 드라마에 대해 혹평했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연기력 부족이 첫 번째 이유다. 또 내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과대 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남씨는 “요즘 드라마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작품성 있고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난 국민 드라마가 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학 공부하다 대만 드라마에 빠져 중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박지민(24·여)씨는 국내 드라마보다 해외 드라마에 더 관심이 많다. 특히 그녀는 ‘대만 드라마’(대드)를 무척 좋아한다. 친구로부터 중국어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건네받은 드라마 DVD 한 편이 그녀를 ‘대드’ 마니아로 만들었다. 박씨에게 대만 드라마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만 배우들이 국내 배우들보다 훨씬 촌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지만, 박씨는 오히려 그 수수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특히 대드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백마 탄 왕자’를 그리는 내용이 많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박씨. 그녀는 최근 ‘장난스런 키스’ ‘화양소년소녀’ ‘종극일반’ ‘운명처럼 널 사랑해’ 등 인기 대만 드라마들을 모두 섭렵했다. 대드 덕분에 박씨의 중국어 실력도 날로 늘었다. 수준급 중국어 실력을 갖추게 된 박씨는 이제 대만 드라마의 한국어 자막을 만드는 작업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학원 강사 김유선(29·여)씨는 일본 드라마(일드) 마니아다. 국내 드라마는 소재가 다양하지 않고,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극 전개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일드는 10회 정도 짧게 방영하는 동안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다루고, 소재도 다양하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탈세를 잡아내는 국세청 직원의 이야기를 다룬 ‘나사케의 여자’와 초능력을 가진 집단과의 사투를 그린 ‘게이조쿠 스펙’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들 드라마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진 않았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내 드라마에 바라는 점 한 가지를 꼽았다. 바로 직업의 세계를 심도 있게 다루는 드라마가 나왔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의사나 변호사 등의 직업을 다룬 드라마가 많았는데, 대부분 사랑 이야기에 그쳤다는 점이 식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장·학교서 대화 끼려면 드라마 필수 중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둔 이정혜(44·여)씨는 아이들 때문에 드라마를 챙겨 본다고 했다. 드라마가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그녀는 드라마에 나오는 가수 ‘2PM’이 누군지 몰라 딸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딸한테서 “엄마는 그런 것도 몰라?”라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고 아이들과의 관계조차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아이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것. 이씨는 “최근 종영한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성균관스캔들’ ‘시크릿가든’을 아이들과 함께 보며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씨의 직장생활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젊은 여직원들과도 드라마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씨는 “드라마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드라마처럼 아이들과 함께 보기 껄끄러운 드라마는 가급적 TV에 방영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을 하는 강연심(56·여)씨는 “일이 없을 때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이 낙”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드라마 소재를 특별히 가리진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주말연속극이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낸 멜로드라마를 즐겨 봤다는 강씨는 “최근에는 정치드라마 ‘대물’을 재밌게 시청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정의의 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강씨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따뜻한 어머니 같은 여성 대통령을 그려냈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드라마 속에서 대통령이 자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에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강씨는 한발 더 나아가 “드라마가 비현실적인 면은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도 드라마처럼 정의가 살아 있고 좀 더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자영업을 하는 김성일(58)씨는 사극 광팬이다. 역사 그대로의 사극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당시 역사적 분위기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는 예전 사극에 비해 최근 사극이 지나치게 각색이 심해 불만이다. ‘용의 눈물’(1996~1998년) ‘왕과 비’(1998~2000년) 등의 사극은 역사적 고증도 탁월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캐릭터에 녹아들 만큼 훌륭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씨는 “최근 종영된 ‘동이’나 ‘천추태후’ 같은 사극이 주목받지 않은 역사적 인물들을 조명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왜곡이 심하고 억지 로맨스가 끼어들어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양한 소재의 ‘퓨전 사극’은 처음부터 허구를 표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역사 드라마라면 철저한 역사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곡과 과장이 넘치는 사극을 보고 아이들이 역사를 잘못 이해할까 봐 우려스럽다.”는 게 그 이유다. ●대학 전공 때문에 역사드라마가 좋아 공무원 김덕영(47)씨도 역사드라마를 좋아한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에겐 각색된 드라마를 보며 실제 역사와 그 차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가장 즐겨 봤던 드라마로 태조 왕건을 꼽은 김씨는 “지나치게 역사를 비약한 게 아니라면 역사물이야말로 삶에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실제로 역사물을 보다 보면,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지침을 얻을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교육 효과 또한 크다.”며 사극 칭찬을 늘어놓았다. 반면 김씨는 가벼운 로맨스는 현실성이 떨어져 싫어한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젊은 층 위주로만 돼 있고 그들의 연애 방식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또 “주인공들의 연기력도 아쉬울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에겐 대충 결말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구성도 불만이다. ●“드라마는 어린 시절 아픈 추억” 송석근(58)씨는 “드라마는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의 한 시골에서 자란 송씨는 “어린 시절에는 드라마를 보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부잣집의 TV 앞에 옹기종기 모였지만, 주인집 할머니가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특히 집주인이 가난한 집 아이와 부잣집 아이를 차별해 TV 드라마를 보여줬던 것이 너무 서러웠다고 했다. 그래도 송씨는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본 드라마의 줄거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탤런트 노주현씨가 출연했던 ‘아씨’, 배우 문희가 나왔던 ‘미워도 다시 한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송씨는 “당시에는 아내 있는 남자가 처녀를 건드리는 일은 대사건이었다.”면서 “서로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 아이가 생기고, 뭐 이런 이야기들이 어린 저에겐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요즘 드라마에서 다루는 삼각관계는 예전 같은 애절함이 없고, 또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주부 이정순(53·여)씨는 불륜드라마를 좋아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문적으로 다룬 ‘사랑과 전쟁’. 좋아하는 이유는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부딪치게 되는 상황들을 그대로 담아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씨는 “주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공유하게 되는 각종 결혼 생활의 어려움들이 드라마 잘 녹아날 뿐더러 드라마를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요즘에는 아침드라마를 즐긴다는 이씨. 아침드라마 역시 불륜이 소재인 경우가 많아서다. 이씨는 “특별히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감정 이입을 통해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즐겨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단, “불륜드라마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막장으로 흐르면 거부감이 드는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사극과 같은 역사드라마는 싫어한다고 했다. 스토리가 진부하거나 뻔하다는 게 거부의 이유다.
  • “올해 복지에 올인”

    “올해 복지에 올인”

    “다양화되고 급증하는 추세인 복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지역복지전담기구인 사회복지협의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10일 “서민 생활안정을 위한 각종 복지 시책을 확대하겠다.”며 이 같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 전문성 확보 및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사회복지 관계자를 비롯, 경제·언론·문화·종교계 등 평소 지역사회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게 된다. 법적인원은 10~30명이다. 법인설립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3월까지 창립총회를 완료하고 4월 말쯤 설립허가를 받아 늦어도 하반기쯤 사무소를 열 예정이다. 처음엔 복지재단을 검토했으나 재정 부담이 매우 커 방향을 틀었다. 반면 민간 주도로 설립하면 기금과 후원금 조성이 가능한 이점이 따른다. 특히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까지 껴안을 수 있다. ●관 주도보다 서민에 실질적 혜택 문 구청장은 “복지사업은 관 주도보다 민간 위주로 이뤄져야 실질적인 혜택이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소외계층에게 보다 폭넓은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기구는 복지요구 설문조사, 전문연구·자료수집, 자원봉사를 비롯해 지역 내 복지관 위탁 운영과 어린이집, 푸드마켓 등 다양한 사업에 손댈수 있다. 그는 또 이달부터 1대1 희망나눔사업인 ‘100가정 보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하나 법적 요건 미달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미혼모가정, 홀몸노인 등을 종교단체, 기업 등이 자립할 때까지 돌봐 주는 사업이다. ●구청직원들 CMS 자동이체 후원 직원들도 모두 발벗고 나섰다. 어려운 이웃과 ‘CMS 자동이체 후원’을 통한 1대1 결연을 맺었다. CMS 자동이체 후원이란 매월 지정일자에 기부자의 계좌에서 약정한 소액의 기부금액을 자동 인출해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다. 후원계좌는 2000원과 5000원짜리가 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힘입어 1105계좌가 개설됐다. 모두 3370여만원의 후원금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어려운 이웃 1105명이 새 가족을 얻은 셈이다. 후원금은 주로 저소득층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 뜻깊은 곳에 쓰이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대학 입학금과 교복 구입비 등에 사용된다. 문 구청장도 적지만 월 5000원짜리 계좌에 가입했다. 그는 “일회성 나눔에 그치기보다는 상시적인 기부문화로 정착시켜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구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2018년 평창에 기필코 오륜기 휘날리겠다”

    “2018년 평창에 기필코 오륜기 휘날리겠다”

    ‘평창은 동계올림픽 때문에 이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강원도가 ‘3수(修) 도전’에 나서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와신상담하며 눈물 어린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또 2010년, 2014년 두 차례의 실패 때보다 여건도 유리하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화사업, 알펜시아리조트 활성화를 통한 올림픽특구지정 등을 통해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원도민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평창군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후보 도시 파일제출 서명식을 가졌다.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3개 후보 도시는 오는 11일 올림픽 개최의 세부계획과 정부 보증을 담은 비드북(유치 제안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출할 예정이다. ●스키점프장 등 3개 더 설치… 총 7곳 평창은 비드북을 통해 유럽과 북미 중심의 겨울 스포츠를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권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수촌에서 모든 경기장까지 차량으로 3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IOC와 약속한 ‘드림 프로그램’의 실천도 계속 이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없는 나라의 청소년들을 위해 지난 8년 동안 57개국 935명의 참여로 겨울 스포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평창은 2018년까지 100여개국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회 기간에 최고 수준의 음식점과 쇼핑몰, 각종 문화시설을 유치함으로써 단순히 경기만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대회를 약속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후보지 현지에서는 IOC 위원들의 실사가 이뤄진다. 실사는 안시(2월 8~13일)를 시작으로 평창(2월 14~20일), 뮌헨(2월 27일~3월 5일) 순으로 진행된다. 14일 스웨덴 IOC 위원인 구닐라 린드베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11명의 평가위원이 국내에 입국해 4일 동안 집중적인 실사를 한다. 평가위원들은 알펜시아리조트에 머물며 평창과 강릉의 각종 경기장 시설을 둘러보게 된다. 정부는 관련 장관들이 참여하는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해 평창 유치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제2영동고속도로(착수)와 동서고속도로(일부 개통), 원주~강릉 복선전철고속철도 추진(기본설계 완료) 등 교통 인프라 구축도 10년 전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선수촌서 경기장까지 30분내 이동 대회 개최를 위한 각종 시설도 월등히 좋아졌다. 경기장은 스키점프장과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등 3개가 더 설치돼 7곳으로 늘었다. 숙박시설도 2014년에 비해 4만여실이 늘어나 10만실을 넘어섰다. 알펜시아리조트를 중심으로 한 IOC 본부 호텔과 미디어빌리지가 준공되는 등 ‘동계스포츠지구’가 가시화되고 ‘올림픽특구’까지 추진되면서 자족도시의 토대까지 마련하고 있다. 박종훈 유치위원회 평가준비부장은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등 한국이 주요 국제대회를 독식한다는 국제스포츠계의 지적에 따라 동계올림픽 유치에 여전히 부담은 있지만 이는 지난해 말 월드컵 유치의 실패로 상당히 불식된 셈”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민 95.2% “유치희망” 최근 강원 지역 유치 희망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지지 열기가 최고조에 올라 있다. 강원도민의 95.2%가 평창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2009년의 93%보다 더 높을 뿐만 아니라 뮌헨과 안시에 대한 조사 결과보다 앞선다.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가 65%대, 안시는 8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면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현지 실사와 5월 스위스 프레젠테이션에 철저히 대비하는 등 당분간 평창 유치에 올인함으로써 오는 7월 남아공 더반에서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6월 강원 화천에 ‘감성마을 전시관’ 여는 소설가 이외수 씨

    [김문이 만난사람] 6월 강원 화천에 ‘감성마을 전시관’ 여는 소설가 이외수 씨

    긴 머리 소년이다. 해맑은 웃음이 그렇다. 하얗고 빨간, 원색 톤의 옷을 즐겨 입는다. 선도(仙道)로 향하는 상상력이 특별하다. 아름답고 맛깔스러운 언어를 잘도 골라낸다. 그런데 소년은 수염이 있다. 하여 강원도 산골짜기에 사는 촌로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산과 들에는 눈부시도록 눈이 쌓여 있었다.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를 지나 5번과 56번 국도를 탔다. 옛날에는 오지여서 하루 종일도 더 걸렸겠지만 시원하게 도로가 뚫려 있어 세 시간 만에 도착했다. 그가 사는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처음 반기는 것은 이색 표지판. 좌회전 표시는 새의 부리, 우회전 표시는 물고기의 아가리로 구분했다. 문득 동화 마을에 온 기분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저런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했을 터. 트위터계의 간달프 작가 이외수(65)씨. 지난 4일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感性)마을에서 만났다. 6년째 이곳에서 산다. 그날도 웃음이나 옷차림이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네티즌들의 말을 빌려 ‘트위터계의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그는 요즘에는 ‘트위터계의 간달프’라고 한다며 웃는다(간달프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백색의 마법사).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옆에 때마침 며느리가 있었다. 설은영(33)씨. 올해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한 작가다. 에궁, 집안 내력이라는게~. 혹시 이씨가 한 수 지도해 줬을까 궁금해졌다. “발표 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야단을 쳤지요. 어떻게 시아버지가 소설 제목도 모르냐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미리 말씀드리면 혹시 오해라도 생길까 봐요’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어쨌거나 발표되고 나서야 원고를 처음 봤습니다. 가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정리돼 있더군요. 저는 늘 아웃사이더였는데 며느리는 객관적 평가로 등단했다고 축하해 줬습니다.” 이씨는 역정 반 웃음 반으로 며느리를 잠시 쳐다본다. 대견스러운 눈길이었다. 남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씨 집안에 들어와 큰일을 해 냈으니 무척 좋다는 표정이다. 함박웃음으로 ‘우리 애기’라고 표현하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얼른 며느리의 작품평을 부탁했다. “젊고 건강하고 신선합니다. 보편적 현실의 두려움을 거침없는 필치로 건드렸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인입니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것이 언어이지요. 언어가 생물입니다. 그런 언어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때까지 정진하라고 말했지요.” 그렇다면 이제는 예술가 집안이다. 이씨는 “큰애(아들)는 영화감독을 하고 작은애(아들)는 글과 그림을 잘 그리고, 며느리는 작가이니 예술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껄껄 웃는다. 며느리 설씨는 처녀 때 이씨의 홈페이지에 자주 접속하면서 인연이 됐다. 나중에 채팅방에서 큰아들 한얼씨와 꾸준히 사연을 주고받다가 결혼에 골인했다. 화제를 ‘감성마을’로 돌렸다. 원래는 다목리였다. 궁궐을 세울 때 서까래로 사용했던 나무가 많아 다목(多木)이라는 유래가 있다. 감성마을은 이씨가 창작 공간을 이곳으로 옮기면서 직접 지은 이름이다. 왜 그랬을까.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자연이 주인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은 그 고마움을 느끼고 다시 전달하는 것이지요. 이런 차원에서 감성마을로 정하자고 했더니 화천군에서 흔쾌히 받아들이더군요. 그래서 한반도, 아니 세계 처음으로 감성마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뉴스 하나. 올해 6월에 ‘감성마을 전시관’이 생긴다. 이씨가 그린 그림, 그동안 틈틈이 만들어온 노래 100여곡, 그리고 직접 지은 노랫말 등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된 문학 영상 콘텐츠와 사진, 동영상 등이 전시관에 진열된다. 찾아온 손님들과 춤을 추고 노래하는 공간도 마련된다. 각자 낯설게 찾아왔지만 다들 식구처럼 만나는 감성의 멍석을 밑바탕에 쫙 깐다. 이성의 머리가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말이다. 개관식 때는 개그맨 김제동이 사회를 본다. 뿐만 아니다. 감성의 느낌을 계속 연장하기 위해 윤도현 밴드, 가수 김장훈, 김C 등 이른바 ‘이외수 사단’이 돌아가면서 3개월 동안 매주 금·토·일에 개관 기념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씨는 이들을 가리켜 ‘재능구걸팀’이라고 했다. 또 있다. 전시관 개관을 시작으로 세계 유일의 ‘감성체험장’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오감을 새롭게 각성시키고 감성의 체험을 확장시키는 코스가 이어진다. 공중에서 낱말카드가 쏟아지면 문장을 제대로 작성하는 등의 다양한 체험방도 있다. “20세기까지 이성이 주도했다면 21세기는 감성이 주도합니다. 이성은 인간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지만 감성은 인간과 자연을 소통시키지요. 이곳에 왔다 가면 풍부한 감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성 전이의 체험장이 있습니다. 철학적인 것을 시각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트럼펫 소리는 금빛이다.’, ‘회초리는 맵다.’는 식의 청각을 시각으로, 시각을 미각으로 체험하는 것이지요. 자유롭고 창조적 감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가 감성체험장을 착안하게 된 것은 10여년 전 ‘감성사전’을 발간하면서였다. 또 지나치게 이성과 성적 중심의 사회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준비했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 있다. 예산 마련이다. 이씨의 생각대로 만들어지려면 간단한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체험장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늦어도 5년 이내에 완공할 계획이다. 그는 감성마을에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CF도 찍고 글도 쓰고 방송 진행도 하고 좌충우돌, 종횡무진 별의별 거 다 했다. 화천군 홍보대사, 산천어축제 홍보대사, 자살방지 홍보대사, 쪽배축제 홍보대사, 15사단 홍보대사의 직함도 있다. 재미있는 별명도 붙었다. ‘걸어다니는 휴가증’과 ‘명예헌병’ 등이다. “15사단이 마을 부근에 있습니다. 하루는 부대 창설 기념일인데도 축제가 없더군요. 다른 곳은 다 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부대장을 찾아갔습니다. 당시 작품 ‘하악하악’을 발간했을 때였지요. 이 책 500권을 사인해서 선물할 테니 휴가증 500개를 달라고 했지요. 그랬더니 부대장이 ‘500명이 한꺼번에 휴가를 가면 전력에 차질이 생기니 200장만 합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200장을 받고 부대 창설 기념일 때 각 초소를 다니면서 근무 중인 이등병이나 일등병 위주로 휴가증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헌병초소 근무자가 가장 많았어요. 나중에 이런 일이 상급부대에 알려지게 됐고 고맙다는 뜻에서 ‘명예 육군헌병증’을 주더군요.” 흥미로운 일화 한 가지 더. 그는 1년에 서너 차례씩 화천군 관내 군부대에서 강연을 한다. 대상은 주로 ‘관심사병’(문제사병을 뜻함)이다. 신기한 것은 이씨의 강연이나 상담을 받은 병사들 대부분이 의욕적으로 군생활에 적응했다는 것. 그러자 해당 부대장은 이씨에게 “아니 병사들에게 마약을 먹였습니까?”라는 농을 건네기도 했다. 한번 방문할 때마다 20~30명이 됐으니 그의 상담을 받아 군생활에 성공한 사병만 100여명은 족히 될 듯하다. 그의 군대 생활은 어떠 했을까. 훈련병 때 글씨를 잘 쓴다고 해서 주특기 ‘칠빵빵’(700)을 받고 육본 부관감실에서 차트병으로 근무했다. 주로 베트남전 사망자 처리 업무였는데 밤 새우는 일을 밥 먹듯이 했다. 이처럼 밤을 잊은 군대 생활로 오늘날 주침야활(晝寢夜活)의 버릇이 생겼다. “우리는 이른바 하나하나(11)로 시작되는 속칭 와르바시 군번인데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이다,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등이다 해서 제대가 무기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내무반에서 44명이 칼잠을 자면서 군생활을 했지요. 그때에 비하면 요즘 군대는 캠핑이나 마찬가지입니다(웃음).” 화제를 고향 마을로 돌렸더니 그는 고향이 4곳이라며 껄껄 웃는다. 어떻게? 우선 육신의 고향이 2곳. 경남 함양 상백리에서 태어나 강원도 인제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진주사범을 나와 직업군인으로 있던 아버지를 따라 인제에서 살게 됐고 초중고를 인제에서 졸업했다. 그의 이름이 외수(外秀)인 까닭은 외갓집에서 태어나 ‘외’자가 붙었고 ‘수’는 집안 항렬이다. 그 다음은 정신의 고향인 강원도 춘천과 화천이다.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가 춘천에서 탄생했고 화천에서는 ‘글쓰기 공중부양’ ‘하악하악’ 등의 작품이 나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현재 트위터팔로어 1위(54만 7000명)라고 하자 그는 “제 글을 읽어야 잠을 잔다는 사람도 있고, 출근해서 제 글을 읽어야 상쾌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 시대는 어른이 없는 시대라고 하는데 꾸짖을 때는 가차 없이 꾸짖는다. 악플러들과는 상종을 안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지도 물었다. “사람들이 그래요. 이외수의 대표 작이 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항상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지요. 정말이지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료 준비는 거의 끝났고 1권이 될지 2권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씨의 집 앞마당 장독대에는 눈이 소담스럽게 쌓여 있었다. 날씨는 추웠으나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게 감성체험인가 보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소설가 이외수는 누구 춘천교대 제적 1호·72년 신춘문예 등단… 그림 전시회도 1946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어서 어릴 때부터 강원도 인제에서 살았다. 1964년 인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춘천교대에 진학했다. 집이 가난했다. 한 학기 휴학하며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다음 한 학기를 다녔다. 그러다 보니 대학을 7년 이상 다닐 수 없다는 학칙에 위배돼 1972년 8학점을 남겨 놓고 쫓겨났다. 춘천교대 제적 1호라는 말이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견습어린이들’로 당선되자 산속에 들어가 본격적인 문장 공부를 한다. 1975년 ‘세대(世代)’지에서 중편 ‘훈장’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창작에만 전념한다. 첫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1979)을 발표하며 섬세한 감수성과 개성적인 문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들개’(1981), ‘칼’(1982), ‘황금비늘’(1997) 등으로 마니아 층을 확보했다. 이후 ‘괴물’(2002)과 ‘장외인간’(2008)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1986), ‘감성사전’(1998), ‘외뿔’(2001), ‘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2003), ‘바보바보’(2004) 등의 산문집을 통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풀꽃 술잔 나비’(1987)를 시작으로 몇 권의 시집도 출간했다. 화가로서도 수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선화집 ‘숨결’(2006)을 출간하기도 했다.
  • 성범죄자 취업 ‘봉쇄’

    성범죄자 취업 ‘봉쇄’

    앞으로 사설 학원이나 교습소에서 성범죄 전력을 가진 사람을 채용했다가 적발되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 아파트 경비원, 택시운전사와 청소년 관련 시설을 포함, 성범죄 경력자가 발붙일 수 없는 취업 제한 기관이 전국 24만여곳으로 확대된다. 성범죄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자를 사실상 취업 시장에서 배제하는 조치다. 5일 16개 시·도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전국의 아동이나 청소년 대상 학원 및 교습소는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관할 경찰서에 성범죄 전력 여부를 반드시 조회해야 한다. 지난해 4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청소년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유예·면제된 날로부터 10년간 학교·학원·교습소 등 청소년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원장이 조회 없이 채용하거나 직원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은폐할 경우, 해당 직원에 대한 교육청의 해임 요구를 거절할 경우 300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도 교과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전국의 아동·청소년 이용 시설 24만여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성범죄 경력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전국 1만 9000여곳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 교육기관, 유아 보육시설(어린이집) 3만 2000여곳, 체육관, 쉼터 및 청소년 활동시설 4만 5000여곳, 아파트 관리사무소(경비원) 2만 4000여곳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직원의 성범죄 경력이 드러나면 각 기관장은 곧바로 해당 직원을 해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 조치와 함께 직장폐쇄 및 등록허가 취소 조치까지 받게 된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 입법예고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토대로 올해부터 성범죄 전력자의 택시 기사 취업을 영구히 금지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성범죄자 취업 제한 대상 기관들을 중심으로 매년 두 차례 관계부처 합동 점검을 정례화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45)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Weekly Health Issue] (45)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전문의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인성을 무너뜨리는 병’이라고 말한다. 적응이 전제조건인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충동성이 강한 탓에 타인에게 크고 작은 위해를 가할 잠재적 위험성을 키우는 병이기 때문이다. 집중을 못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각종 사고나 중독 위험도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애들이 다 그렇지.”라면서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ADHD에 대해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황준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ADHD란 무엇인가 ADHD는 뇌의 발달과 연관된 신경 발달장애로, 주의력결핍(부주의)·과잉행동·충동성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또 유병률이 5∼8%에 이를 만큼 심각하기도 하다. ●ADHD가 왜 문제가 되는가 치료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음에 제시한 문제의 위험성이 최소 5배에서 많게는 수십배까지 증가한다. 우선, 학업이나 직업상의 문제가 초래돼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반항적 도전장애·품행장애·우울증·불안장애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갖게 된다. 또 교통사고나 범죄 연루 비율 및 각종 사건·사고를 경험할 위험도가 높고, 술·담배·마약·인터넷 등 중독성 사안에 쉽게 노출되게 된다. ●왜 이런 질환이 생기는가 원인은 소아청소년기 두뇌 발달, 특히 주의력을 담당하는 뇌부위의 가벼운 발달부진으로 설명한다. 이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관련 유전자의 기능 부진 ▲대뇌의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결핍 ▲이들의 주작용 부위인 전두엽·기저핵·소뇌 등의 기능 부진이 문제라고 본다. ●증상을 병기별로 설명해 달라 환아들의 과거력을 조사해보면 태아 때부터 유난히 발길질 등 몸놀림이 많았고, 영·유아기에는 까다로운 기질, 즉 먹고 자고 행동하는데 있어 뭔가 키우기 어렵고 쉽게 달래지지 않는 기질을 보였다는 보고가 많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만7세 이전에는 정상 아동과의 구분이 어려운 반면 취학 직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특징적인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충동성의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후 사춘기를 지나면서 증상의 양상이 바뀌는데, 과잉행동의 경우 외견상 부산스럽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못하고 자주 답답함을 느끼는 식으로 변형되며, 충동성의 경우 단순히 자신의 차례나 순서를 못 기다리는 것을 넘어 또래들이 일반적으로 주저하는 위험한 행동을 겁 없이 저지르곤 한다. 또 부주의 증상은 계획성 부족, 대책없이 미루기, 마무리를 못 지음, 몽상 또는 백일몽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다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지나면서 유형을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들을 드러내게 된다. ●임상적 관점에서 정상인과 질환자를 구분하는 증상 기준은 무엇인가 아동기에는 설문지(K-ARS·표 참조)에 나타난 진단기준을 사용한다. 부주의 9문항, 과잉행동·충동성 9문항 중 어느 한 쪽이라도 6개 이상 해당되면 ADHD로 진단하게 된다. ●어떻게 검사·진단하는가. 자가진단법도 소개해 달라 진단은 주요 병력·발달력을 검토하여 ADHD의 특징적인 경과를 따르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다양한 주의력검사를 통해 현재의 주의력결핍·충동성 수준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가진단을 위해서는 ‘단축형 코너스’라는 척도표를 주로 이용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치료에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우선 적용한다. 약물치료는 대뇌의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 계통을 조절함으로써 증상을 전반적으로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를 위해서는 부모와 아동이 질환으로 인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또 소집단 훈련을 통해 아동이 취약한 인지적 결함과 행동 특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을 다양한 기법을 통해 습득하게 하기도 한다. 이 밖에 정서불안·우울증이 있거나 반항행동이 심한 경우에는 놀이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집중력 강화를 위해서는 뉴로피드백을 보완적으로 적용해 자신의 뇌파 정보를 직접 보면서 집중이 잘 되는 상태로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도록 훈련하기도 한다. ●각 치료법의 유효성과 부작용, 합병증 등을 짚어달라 현재까지 조사가 가장 잘 이뤄진 것으로 평가되는 ‘MTA연구’에서는 약물치료 단독요법으로는 약 1년 후 56%가 증상을 거의 나타내지 않으나 집중적인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 68%까지 효과가 좋아진다고 보고돼 있다. 약물의 특기할 부작용으로는 식욕억제·불면증·소화불량·단기적 성장 억제·예민성 증가 등이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약제를 잘 선택할 경우 부작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아동의 발달을 저해할 정도의 후유증 또는 합병증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뉴로피드백 치료의 경우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은 약물치료에 근접한 효과가 나타나지만 기타 치료법들에 대한 과학적 평가 자료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사설] 천정배 의원의 막말 過하고 한심하다

    얼어붙은 정국이 야당 의원의 도를 넘은 막말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제 수원역앞 민주당 행사에서 천정배 최고위원이 한 말이 화근이다. 천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소탕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제1야당의 공식행사에서 최고위원이 입에 올린 말치곤 한심한 수준이다. 천 의원 발언 이후 여당과 천 의원은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내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숨짓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천 의원이 막말을 한 자리는 여당의 새해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지난 14일부터 전국을 돌며 벌여온 장외투쟁 현장이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현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정당의 공식행사라면 당연히 말의 선택에 신중했어야 한다. 더구나 천 의원은 지난 정권 법무부장관을 지낸 야당의 최고위원이다. 누구보다 절제되고 합리적인 언행으로 민의를 보듬어야 할 입장인 것이다. 천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시정잡배’ ‘패륜아’로까지 몰아가는 여당의 공격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번 천 의원의 막말 파동이 한층 더 실망스러운 이유는 정계의 고질이 재연됐다는 데 있다. 중대 사안에 맞닥뜨릴 때마다 ‘나만 선이고, 상대방은 악’이란 극한적·이분법적 막말에 국민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정치인들의 상식이하 돌출발언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오죽하면 국회를 유해단체로 지정해 청소년들이 뉴스에서 보지 못하도록 하자는 비아냥이 나올까. 따지고 보면 얼마 전 안상수 대표의 ‘자연산’ 발언으로 체통을 구긴 한나라당도 천 의원에 큰소리칠 만큼 당당하지는 못하다. 말이 대화와 소통의 매개가 아닌, 싸움과 배척의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말을 되뇌는 정치인은 설 땅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정치인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민생법안이 태산같이 쌓여 있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절박하다 못해 간절하다. 어제로 장외투쟁을 접고 서민을 위한 정책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힌 민주당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수준 이하의 말싸움만 계속한다면 여당도, 야당도 결국은 제 살을 찢는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현대엠코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들] 현대엠코

    현대엠코는 사회공헌활동을 경영활동의 하나로 인식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엠코가 추진하는 사회봉사활동은 크게 ▲자매결연 ▲기부활동 ▲봉사단 활동 ▲정기 헌혈 캠페인 등이다. 현대엠코는 소외이웃의 주거안정 지원사업을 택하는 등 건설회사로서 특징을 살린 사회공헌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엠코는 2006년 8월 아름다운 재단과 소년소녀가정을 지원하는 ‘현대엠코 행복한 보금자리’ 기부금 약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후 해마다 20여가구씩 최근 5년간 120가구의 소년소녀가정을 지원해 오고 있다. 엠코 행복한 보금자리는 현대엠코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에서 1000원 이하의 돈을 모아 기금을 조성해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거지에서 생활하는 소년소녀가정 및 정부지원 영구임대주택에서 생활하며 임대료가 체납돼 퇴거 상황에 처한 가정을 지원하는 기부활동이다. 1000원 이하의 돈은 개인에게는 적은 금액이지만, 전 임직원이 함께하면 1년에 6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행복한 보금자리 기금’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회사와 사원이 1대 1 기부형식을 취하고 있다. 현대엠코는 또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사랑 실천의 날’로 정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랑실천의 날’에는 자매결연을 맺은 단체를 찾아 후원물품 전달, 시설 개·보수 및 청소, 청소년 학습지도, 노인 동행 나들이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특히 임직원 가족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봉사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현대엠코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 및 단체를 찾아 자매결연을 맺고 정기후원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 2월에는 서울 천호동의 명진아동복지센터와 자매결연을 맺었고 2008년 5월에는 경기 과천의 구세군 양로원과 결연을 맺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회사의 사회공헌활동이 직원들의 자발적 봉사로 이어져 여직원회에서는 어린이 암 치료를 돕기 위해 헌혈증서를 모아 소아암센터에 기증하기도 했고, 사내 전화응대서비스에서 1등으로 선정된 개발사업팀은 포상금 100만원 전액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담마다 아픈 엄마 이름…경찰 울린 ‘꼬마 낙서범’

    담마다 아픈 엄마 이름…경찰 울린 ‘꼬마 낙서범’

    ‘최미영(가명), 최미영, 최미영’. 경기 가평군 현리의 한 조용한 마을. 온 동네 담벼락과 집 벽이 누군가의 이름으로 도배된다. 지우면 다음날 또 어김없이 적혀 있다. 낙서는 수십일간 반복된다. 동네 꼬마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화가 치밀었다. ‘범인을 잡아서 혼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 주민들은 마침내 하면파출소(옛 현리지구대)를 찾는다. ●초등생 “이름 불러주면 나을것 같아…” 경찰들이 탐문수사를 했지만 범인의 실체는 오리무중.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 거세지는 주민들의 항의. 결국 경찰은 주민 몇명과 담벼락 부근에서 잠복작전을 펼치기로 한다. 일명 ‘낙서범 검거작전’. 범인은 의외로 잠복 몇 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8~9살가량의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던 것. 청바지에 깔끔한 옷차림, 안경을 쓴 꼬마는 익숙한 듯 분필로 또박또박 이름 석자를 써 내려간다. 경찰은 일단 아이를 파출소로 데려간다. 낙서범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이장과 동네 주민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파출소로 들어선다. 나이 지긋한 한 주민이 자초지종을 묻는다. “어떻게 된 거니?“ 꼬마는 말이 없다. 1시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는지 비로소 말문을 연다. 서울에서 전학온 지 얼마 안 됐다는 것. 그리고 벽에 적은 이름이 엄마의 이름이라는 것. 모두가 낙서를 한 이유를 묻는다. 소년이 대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 이름을 같이 보고 불러주면 엄마 아픈 거, 힘내서 다 나을 것 같아서…. 잘못했어요.” 순간 파출소는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흐른다. 미안한 마음에 동네 어른들은 아이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는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문제 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돌아선다. “동네 어디든지 마음껏 낙서를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경찰 홍보영상 제작… “도와주자” 수소문 동화가 아니다. 지난해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이 영상물은 실제 지난 3일 서울 수서경찰서 성과경진대회에서 상영돼 경찰들의 마음을 울리며 화제가 됐다. 희끗희끗한 머리의 50대 경찰서장도, 신세대 젊은 경위도 순간 숙연해졌다. 벌개진 눈가를 주먹으로 문지르던 순경도 있었다. 영상을 본 경찰들은 “지금 소년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꼬마를 찾아 도와주자.”며 뒤늦게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경찰의 날을 기념해 이 홍보 영상을 제작한 경찰청까지 소년을 찾기 위해 별도 지시를 내렸으나,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도 지난 한달여간 소년을 찾기 위해 인근 마을과 파출소 등을 방문했으나 이동이 잦은 마을 특성상 이야기 속 소년을 찾을 수 없었다. 실제 아이를 만났던 윤병건(당시 가평서 소속) 순경은 “경찰 생활 중 그렇게 기분좋은 범인은 처음”이라며 “이장과 같이 아이에게 문방구에서 분필 5통을 건네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연락처와 인적사항을 묻지 못하고 돌려보낸 게 마음에 걸린다.”며 “어디서든 잘 지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비슷한 또래 자녀를 둔 다른 경찰들도 돕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영등포경찰서 이승환 경사는 “아이의 효심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어머니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아동·청소년 잇몸건강 나빠져

    아동·청소년 잇몸건강 나빠져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잇몸 건강상태가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16일 2010년 국민구강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잇몸병을 일으키는 치석을 가진 만 12세 아동이 30.3%로 2006년(18.3%)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구강건강사업을 주로 충치 예방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치주(잇몸) 건강에 소홀했던 것이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만 12세 아동의 1인당 충치 수는 2.1개로 2006년의 2.2개보다 다소 감소해 치아건강이 2000년 이후로 꾸준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1.8개), 영국(1.5개), 독일(0.7개) 등 12세 아동의 충치 수가 2.0개 미만인 서구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했다. 배광학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불소 사용량 증가 등으로 치아건강이 나아졌지만 정기적인 구강검진율이 매우 낮아 아동·청소년의 충치 수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200개 학교 만 5~15세의 학생 3만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음주논란’ 남녀공학, 결국 활동중단

    ‘음주논란’ 남녀공학, 결국 활동중단

    10인조 그룹 남녀공학 멤버 열혈강호와 가온누리의 과거 음주 사진 논란이 커지자 결국 활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최근 인터넷에 유포된 이 사진은 두 멤버가 각자 또래 친구들과 함께 고급 유흥업소에서 음주를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열혈강호와 가온누리는 각각 19세와 17세였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커졌다. 소속사 측은 “열혈강호의 경우 고교 졸업 후 가진 술자리”라고 해명과 더불어 “조만간 남녀공학의 방송 활동이 끝난다””며 “상황을 파악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십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아이돌의 유흥문화를 즐기는 사진이 끼칠 악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는 책임론과 “청소년들이 술을 배우는 경우는 사실 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옹호론으로 양분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남녀공학은 최근 신곡 ‘삐리뽐빼리뽐’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관악 에듀밸리 교육특구’ 확정

    관악구 신원동이 ‘관악 에듀밸리 교육특구’의 중심이 됐다. 구는 지난 18일 지식경제부 제22차 특구위원회에서 최종 심의결과 교육특구로 확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구는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의 3가지 특례를 적용받아 차별화된 교육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신원동(옛 신림1동) 36만㎡에는 5년간 234억원이 투입돼 3개 분야 10개 사업을 추진한다. ‘교육문화센터’를 지어 저소득·다문화 가정 등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서울대생을 활용한 멘토링과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여 교육 기회 격차를 해소하고, 주민들에게는 양질의 평생 교육을 확대한다. 폐교 위기에 있는 원당초등학교에 ‘잉글리시 에듀센터’를 세워 ‘국제화 교육 강화 사업’을 펼친다. 관악구 초등학생 4800명은 서울영어마을 관악캠프에서 원어민 화상학습을 통해 영어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낙성대공원과 서울 영어마을 관악캠프 등에서 관악 잉글리시 페스티벌을 개최해 외국인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의 장을 마련한다. 구는 또 신림동 고시촌을 다국어 문화체험의 거리로 조성해 서울대로 유학 온 다양한 외국 학생들과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국제화 감각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대학교 학·관 협력사업’을 통해 청소년 공학캠프, 주말 물리학 교실, 생활과학교실 및 중학생 영재교육 과정 등도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지역 영재 양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관악의 교육특구 선정은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 경쟁력 강화에 관한 사업”이라면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서울대라는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타 교육특구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구는 앞으로 5년간 교육경비 300억원 지원, 혁신학교와 특성화 고교 지정, 방과 후 교실 전면 확대, 초·중교생 농촌 산촌 유학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특구 사업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2004년에 서울시 최초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구는 이번에 교육특구로 지정됨으로써 ‘행복한 교육혁신도시’라는 브랜드 파워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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