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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이 영화] ‘플립’

    [지금, 이 영화] ‘플립’

    플립(Flipped)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①홱 뒤집다. ②(버튼 등을) 탁 누르다. ③(손가락으로) 툭 던지다. ④(화가 나거나 흥분해) 확 돌아 버리다. 이 중에서 비격식 표현에 쓰는 ④를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화와 원작(소설)의 제목이 ‘플립’인데, 둘 다 ④의 의미가 두드러져서다. 주인공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줄리(매들린 캐럴)라는 소녀와 브라이스(캘런 매콜리프)라는 소년이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6년 전이다. 줄리네 집 맞은편에 브라이스네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소설 구절을 통해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보자.“그 아이를 본 순간 정신이 나가 버렸다. 그 아이의 눈동자 때문이었다. 남다른 느낌을 주는 그 두 눈 때문이었다. 브라이스의 눈은 파란색이었고 검은 속눈썹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눈부시고 찬란했다. 숨이 멎을 정도였다.” 이때부터 싹 틔운 브라이스를 향한 줄리의 사랑은 일편단심이다. 자, 그럼 이제 눈동자 하나로 그녀를 사로잡은 브라이스의 속마음을 들어 보자. “내 간절한 소원은 줄리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한테서 떨어졌으면, 숨 돌릴 틈이라도 좀 줬으면 바랄 게 없겠다!” 짝사랑의 명확한 대비다. 줄리는 브라이스를 좋아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가 귀찮을 뿐이다.2001년 웬들린 밴 드라닌이 출간한 소설에서 두 사람의 입장은 1인칭 시점으로 각기 서술된다. 함께 겪은 동일한 사건이라고 해도 그것은 두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기억된다. 예컨대 줄리가 수박향이 나는 브라이스의 머리카락을 보고 로맨틱한 상상에 빠진 그때, 브라이스는 킁킁대며 자기 냄새를 맡는 줄리를 이상한 애라고 여기는 장면이 그렇다. 소설의 한국어 번역본(김율희 옮김)은 제목을 ‘두근두근 첫사랑’으로 바꿔 달았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첫사랑은 두근두근한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내 마음을 오해하거나 몰라주면 가슴이 아프다. 때로는 화가 나서 ‘확 돌아 버리기’도 한다. 영화 ‘플립’은 이런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비롯해 소설의 서사를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연출은 롭 라이너가 맡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와 ‘미저리’(1990) 등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유명 감독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추억을 중심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존의 가치를 담아낸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대가의 솜씨다. 원작의 장점―서툴러서 예쁜 소녀·소년의 이야기를 제대로 살려 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만하다. 원래는 2010년 제작된 작품이다. 당시 한국에서 극장 상영을 했다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다. 늦게나마 이번에 정식 개봉을 해서 다행이다. 12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고상한 중산층 두 부부, ‘가면’ 뒤의 위선

    고상한 중산층 두 부부, ‘가면’ 뒤의 위선

    佛 작가 야스미나 레자 토니상 작품…베테랑 배우 4명 연기력 90분 압도막이 오르면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부터 들려온다. 프랑스에 사는 열한 살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놀다 몸싸움을 벌인 모양이다. 얼마나 과격한 싸움이었는지 한 소년의 이가 두 개나 부러졌다.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잦아들 때쯤 조명이 켜지면 무대 위 소파에 두 쌍의 남녀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 싸움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만난 가해자 소년의 부모 알랭과 아네트, 그리고 피해자 소년의 부모 미셸과 베로니크다. 아이들 다툼 탓에 마주하게 된 두 부부는 껄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 교양을 지키며 서로에게 말을 건넨다. 분명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부부의 대화는 길을 잃고 엉뚱한 설전으로 돌변한다. 과연 이 잘못된 만남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주인공들은 작품의 제목처럼 입속의 칼 같은 혀로 상대방의 인격을 서슴없이 공격한다. 고상함으로 자신을 포장한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위선을 조롱하고 인간 내면에 자리잡은 폭력성과 이기심을 들여다본다. 아이들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고 일 때문에 늘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않는 속물 변호사 알랭, 겉으로 보기엔 품격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 같지만 술에 만취해 남편에게 그간 쌓여 온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하는 두 얼굴의 아네트, 겉으로 보기엔 평화주의자 같지만 어린 딸의 애완동물인 햄스터를 길거리에 내다버린 미셸,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꿈꾼다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면 타인을 무시하고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 베로니크. 진흙탕 싸움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네 사람은 서로를 향해 삿대질과 모욕을 퍼붓고 탁자 위에 놓여 있던 꽃송이도 집어던져 버린다. 이 난장판 속에서 고상한 척, 교양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얼마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지 통렬하게 드러난다. 두 부부의 가면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이 작품은 2009년 토니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등 주요 상을 거머쥐었고 2011년에는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 무대에서는 2010년 처음 선보였고 2011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공연시간 1시간 30분 동안 무대 전환 없이 배우 네 사람의 찰진 입담만으로도 꽉 차는 작품이다. 베테랑 배우 4명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선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최정원이 가해자 소년의 부모 알랭과 아네트로 출연한다. 20여편의 작품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찰떡 콤비’인 만큼 실제 부부인 듯 각별한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그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무겁고 선 굵은 연기를 보여 온 배우 송일국은 눈치 없는 남편이지만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미셸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두 부부의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속도감을 내는 동시에 매번 대화의 출구를 막아서는 베로니크는 배우 이지하가 연기한다. 공연은 23일까지. 4만~6만원. (02)577-1987.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1명, 1평, 1시간 퍼포먼스로 세상에 없는 25시가 열린다

    1명, 1평, 1시간 퍼포먼스로 세상에 없는 25시가 열린다

    변방의 시선을 다양한 연극 형식으로 표현하는 서울변방연극제가 2년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돌아온다.올해로 18회를 맞이한 서울변방연극제(이하 연극제)는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대표 이경성 연출가를 선임하고 이번 축제를 준비해 왔다. 연극의 사회적 목소리와 미학적 실험을 중요시한 작품을 선보여 온 이 예술감독은 연극제 무대를 통해 좀더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연극제를 격년제로 개최할 방침인데 재정적·시간적 제약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연극제에 참여하는 작품을 꼼꼼히 선정, 지원하기 위해서다. 연극제는 오는 26일부터 새달 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과 대학로 일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25시-극장 전’이라는 주제를 내건 올해 연극제는 정치·사회적 맥락과 동시대의 감수성을 변방의 상상력을 통해 전달하는 작품들을 초청했다. 우선 개막일인 26일 오후 1시 광화문에서 ‘25시-극장 전’이라는 제목의 릴레이 1인 퍼포먼스로 포문을 연다. 1평 공간에서 1시간 동안 1인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총 24인이 24시간 동안 이어 간다. 연극제 사무국은 “개별적인 24개의 ‘극장’들이 횡적인 시간을 이어 가는 것을 통해 24시간 다음에 존재하지 않는 25시가 새로운 공간으로 열리는 것을 표현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공식 초청작으로는 세월호 청문회 과정에서 수집한 말을 통해 가해자들의 논리와 말의 방식을 탐구하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킬링타임’(구자혜 연출), 인도, 베트남, 중국, 터키 출신의 한국 거주자와의 워크숍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정의를 재질문하는 창작집단 푸른수염의 ‘이방인의 만찬’(안정민 연출), 현대인의 무기력한 몸을 탐색하는 극단 두의 ‘슬픈 짐승-답장’(동이향 연출) 등이 있다. 해외 초청작으로 일본 참가 단체 Q의 ‘케미코후모와’도 만날 수 있다. 극작가 사토코 이치하라가 쓴 이 작품은 여성의 시각에서 혼돈의 시대를 사는 일본인들의 부조리한 일상을 묘사한다. 또 독일에서 시민들과 함께 개인의 서사와 역사를 통해 사회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드러낸 작업에 열중해 온 연출가 카이 투흐만은 다양한 세대의 시민 7명과 함께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민주주의와 나, 기억’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공연 일정과 정보는 홈페이지(www.mtfestival.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만~3만원. 070-7918-7342.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청소년 82% 칼슘 부족…정부 “초중고 우유급식 확대 검토”

    청소년 82% 칼슘 부족…정부 “초중고 우유급식 확대 검토”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량이 부족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학교 우유급식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7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학교의 우유급식 비율은 2015년 기준 51.1%에 그쳤다.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우유급식 비율이 90~95%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우유급식은 청소년의 건강 유지와 증진, 영양 불균형 해소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따라 우유급식 실시 여부는 학교장의 자문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사항이다. 그래서 우유급식은 학교급식과 분리돼 실시하는데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유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들이 많다. 김선효 공주대 교수가 발표한 ‘청소년의 학교우유급식 참여와 영양섭취와의 관련성 연구(2015)’에 따르면 우유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와 하지 않는 학교의 학생들은 칼슘 섭취량에 큰 격차가 있다. 또 2013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국내 청소년의 81.5%가 칼슘 부족으로, 다른 영양소에 비해 칼슘의 섭취량이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우유급식 확대를 통해 청소년의 칼슘 부족현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유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정한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에서 첫 번째 수칙으로 권장할 만큼 영양 공급원으로 우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다. 우유는 성장기에 꼭 필요한 칼슘뿐 아니라 단백질과 미네랄,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최은석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의 뼈 성장에는 칼슘과 인 등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D, 비타민K 등이 필수”라며 “우유는 이러한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흡수율이 높아 청소년이 건강한 뼈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청소년들의 칼슘 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우유급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우유급식 확대가 포함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자문기획위원회도 교육부가 교육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우유급식을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은 대한영양사협회 부회장(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칼슘 섭취 부족은 청소년의 건강 문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하루 두 잔의 우유로 고품질의 칼슘과 단백질을 섭취하면 청소년의 성장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로 어린이국제영화제, 청소년 자살 여행 실화담은 영화 ‘아마도 내일은’ 초청

    구로 어린이국제영화제, 청소년 자살 여행 실화담은 영화 ‘아마도 내일은’ 초청

    국내 유일의 어린이영화제 ‘구로 어린이국제영화제’가 23일부터 열린다. 5회를 맞은 올해 ‘구로 어린이국제영화제’에서는 세계 유명 국내 미개봉작들이 대거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제 초청작 중 하나인 ‘아마도 내일은’은 아름다운 알프스를 배경으로 자살을 하려던 청춘남녀의 이야기를 매우 서정적인 화면과 공감 가는 스토리로 풀어냈다. 해당 영화는 제5회 구로 국제 어린이 영화제 장편 경쟁작으로 선정되어 구로CGV에서 오는 28일 이광민 감독과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이승민의사와 함께 청소년 자살에 대한 고찰로 관객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계 오스트리아인인 이광민 감독은 내한 전 사전인터뷰를 통하여 10대 남녀 청소년 문제를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청소년 자살은 잊히기 쉬운 사회적 문제이며, 일부 청소년에게 자살은 영웅같은 스토리로 묘사되기도 한다”며 “저 또한 청소년 시기 힘들었던 기억들이 성인이 된 지금도 큰 고통으로 남아있고, 자살은 청소년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이 아닌 자신을 포기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전역에서 영화 상영 후 자살 직전 삶의 희망을 찾고 감사의 편지를 전달해온 관객들의 편지를 국내 매체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영화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열리며 영화 관람을 원하는 시민은 서울구로국제어린이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예매하면 된다. 영화 ‘아마도 내일은(La Vie Nous Appartient)’은 내달 1일 국내 개봉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정서린 기자의 잡식주의자] 고통을 기억할 때, 치유는 시작된다

    가슴 아픈 뉴스를 잘 보지 못합니다. 특히 여리고 순전한 아이들을 어찌어찌했다는 학대 기사는 제목만 봐도 끔찍해서 피해 보려 애씁니다. 눈앞 장면처럼 어룽대는 잔상과 통증에 난감하게도 사무실에서도 울컥하곤 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트라우마가 된 과거를 드잡이하듯 집요하게 붙들고 작품으로 복기해 내는 작가들이 유독 커 보입니다. 그들도 실은 형벌을 받듯 아파하면서 쓰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는 더더욱이요. 최근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울림이 컸습니다.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가치라고 믿는다”,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헌혈이야말로 우리 자존의 역사”라는 대목에서 3년 전 이맘때 나온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포개졌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그해 여름을 끝내 건너오지 못한 소년의 이야기는 치받아 오르는 감정에 여러 번 숨을 고르고 읽어야 했습니다. ‘읽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쓰는 건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는 말에 작가는 그러더군요. “살인 현장을 조사하는 프로파일러분이 직업 때문에 길을 가다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바닷가에 가면 뛰어들고 싶다고 하는 인터뷰를 봤는데, 5·18 자료와 영상만 보다 보니 딱 그 상태가 되더라”고요. “인간이 너무 참혹해서 매일 눈물이 났는데 1년 반을 그렇게 보내니 벌을 받는 것 같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심장 가운데를 통과하듯’ 써야 했다고 했죠. 무참한 폭력 뒤로 밥을 나누고 망자를 흰 천으로 덮어 주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작가가 줄곧 품어 온 질문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오월의 광주에서 인간은 생명을 맨 앞에 두고 예를 갖추고 싶어 하고 존엄을 지키려는 존재였다”는 작가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문학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수백 명의 목소리로 전쟁, 원전 사고 등 고통의 역사를 치밀하게 직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책 한 권 쓸 때마다 200~500명을 인터뷰한다는 그의 작품들은 ‘목소리 소설’로 불립니다. 그 저작들은 그에게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았다”는 평과 함께 2015년 노벨문학상을 안겼죠. 최근 국내에 출간된 ‘아연 소년들’에서 그는 ‘사람이 양동이 반만큼의 살점으로 남는’ 전쟁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하면서도 진저리치듯 고백합니다. “전쟁에 대해 쓰면서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킬 힘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다 써 버렸다”고요. 그렇게 지독한 작업을 어떻게 40여년간 이어 왔을까요. “고통도 정보의 한 형태이고,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정보를 남길 겁니다.” 고요한 얼굴로 작가가 들려준 답입니다. 차마 바로 볼 수 없는 장면과 기억들은 불과 몇 년 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숱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아프고 힘든 게 싫어서 고개 돌리고 달아나려는 우리에게 이 작가들은 충언합니다. 고통을 되새기는 자리에서 치유가 시작된다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억하는 데서 함부로 상처 난 삶이 복원된다고요.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 노래’를 함께 부르라…5.18 민주묘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그 노래’를 함께 부르라…5.18 민주묘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2016년 맨부커 상을 수상한 작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가는 작품 내내 5월 광주의 참상을, 그 중에서도 상무관 한켠에 자리 잡은 희생자들의 모습을 찬찬히, 그러나 단단히 그려 내고 있다. 아직 피지 못한 젊은 영혼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간절한 노래는 30여 년이 넘는 세월을 훌쩍 비켜가고 있다. 아직도 5월, 그 날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곳, 국립 5.18 민주묘지다. 한때는 그냥 이름을 제대로 붙이지 못한 시절에, 그저 ‘망월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서러운 세월이 있기도 한 ‘국립 5.18 민주묘지’는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산34번지에 조성되어 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재평가 작업 및 5·18 희생자 묘역을 민주성지로 가꾸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광주광역시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완성한 곳이다. 1994년 11월 묘지 사업을 착공하여 1997년 5월 16일에 완공한 곳으로 5·18영령의 묘 300 여기, 묘역 건축물 7동, 역사 공간, 민주 광장, 참배 광장, 전시 공간, 상징조형물, 광주민주화 운동 추모탑, 7개의 역사마당, 헌수기념비, 준공기념탑 등이 있어 5·18 정신을 지키려는 광주광역시의 의자가 잘 구현된 의미 있는 묘역이다. 또한 묘역 내부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를 추모하는 공간 외에 임진왜란 당시 국난에 맞서 싸웠던 충장공 김덕령(金德齡·1568~1596) 장군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충장사가 있기도 하다. 또한 15세기 전반에서 말기까지의 가마 유구와 다량의 유물이 출토된 광주 충효동 도요지 등도 있어 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들에게 국난 극복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의미도 일깨우고 있다.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은 바로 높이 40m의 추모탑이다. 이는 5·18의 희생 정신이 우주 삼라 만상을 꿰뚫어 범우주적 존재로 승화하라는 후손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또한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하고 추모하는 장소인 유영봉안소는 남도 전통 고분인 고인돌 형태을 응용하여 참배객들의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게 하였다. 아직도 5·18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순히 흥미로운 현대사의 한 대목으로 머무른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이룩해놓은 민주화의 터전을 처음부터 소홀히 하는 일일 것이다. 5·18 민주묘지 입구에 적힌 것처럼 5·18 민주화운동은 ‘민중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강한 염원이 분출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올해 다시금 돌아오는 제 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바로 이런 5·18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라”는 지침은 문재인 대통령 업무 지시 2호로 이미 내려온 상태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기념사를 낭독할 것이 확실시되어 전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추모 예식이 예상된다. 국립 5.18 민주묘지는 한국 사회 현대사를 관통했던 어두운 시간을 몰아내고 새로운 시민의식을 고양하고자 하였던 순수한 민주 시민들의 민권투쟁의 장으로 기억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이기에 누구나 한 번 쯤은 방문해도 좋을 곳이다. <국립 5.18 민주묘지에 대한 방문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광주를 여행 이상의 의미로 다가간다면, 한 번은 꼭! 2. 누구와 함께?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힘들게 보냈던 어르신들도. 3. 가는 방법은? -광주광역시 북구 민주로 200(운정동 산34번지)/ 시내 버스 번호는 518번! 4. 마음을 숙연케하는 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들과 그들이 남긴 유품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5월 18일 당일이 아니면, 광주 외곽에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민주의 문, 유영봉안소, 역사의 문, 숭모루, 추념문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순대국밥 ‘나주식당’(224-6943), 닭발과 치킨 ‘양동통닭’(364-5410), ‘영미오리탕’ (527-0248), 짜장면 ‘백두산’(226-5732), 곱창 ‘서울곱창’(944-1135), 보리밥 ‘온천할머니집’(225-0776)/지역번호 (062)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518.mpva.go.k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아시아문화전당, 광주 비엔날레, 무등산, 말바우시장 10. 총평 및 당부사항 -국립 5.18 민주묘지는 여행지이자 여행지가 아니다. 광주를 방문할 기회를 얻는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쯤은 방문하여 희생자들을 추모해도 좋을 공간이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사장님 없는 코인노래방, 청소년 ‘비행 천국’

    밤 10시 이후 출입·음주 등 방치… 경찰 “현장 이미 떠나 단속 어려워” “미성년자들은 오후 10시 이후에 노래방에 못 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코인노래방에 갑니다. 늦은 시간에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신분증 확인을 안 하니까 학원 수업 끝나고 스트레스 풀기에 딱이거든요.”-고등학생 안모(17)군 코인노래방은 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 안에서 한 곡에 500원 정도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다. 십여년 전부터 놀이공원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겼는데, 최근 의식주와 취미생활을 혼자 하는 ‘혼족’이 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무인 코인노래방이 늘면서 청소년 일탈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노래연습장 6447곳 가운데 192곳이 코인노래방으로 운영된다. 노래연습장의 등록, 관리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코인노래방 등록이 급증했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우리 구에 새로 등록한 노래연습장 11곳 모두가 코인노래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인노래방의 증가 배경으로 혼족의 증가와 인건비·가게 유지비 등 비용 절감을 들었다. 보통 노래방은 카운터에서 먼저 이용료를 지급한 뒤 사용하지만 코인노래방은 각 방에서 결제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이런 탓이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탈선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신문은 지난 12일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동작구 노량진역과 관악구 신림역 일대의 코인노래방 8곳을 가 보니 이 중 3곳에 업주나 종업원이 없었다. 한 노래방 업주는 “카운터에 있지 않아도 폐쇄회로(CC)TV로 노래방 내부를 다 보고 있다”며 “CCTV로 보고 있다가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달랐다. 이웃 상점 종업원 김모(22)씨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손님이 술을 가지고 들어가도 업주가 내려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 주변에서 만난 고등학생 A군은 “사장이나 종업원이 없거나, 있어도 신분증 검사를 잘 안 하는 코인노래방을 ‘잘 뚫리는 곳’이라고 부른다. 많은 친구들이 오후 10시 이후에 잘 뚫리는 노래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은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인노래방 밀집지역 지구대의 한 경찰은 “청소년들이 코인노래방에서 술과 담배를 한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출동해도 노래방에 업주나 종업원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청소년들은 현장을 떠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구 관계자는 “오후 10시 넘어 청소년이 출입하는 현장이 적발되면 해당 노래방에 영업정지 10일 등 행정처분을 한다. 하지만 모든 업소를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말 코인노래방의 청소년실 안에 CCTV를 설치하도록 법률 개정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CCTV가 청소년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추진을 포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업주는 종사자를 배치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비 등을 갖추어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청소년보호법 29조 3항을 언급하며 “무인텔 등 숙박업에 대한 청소년보호법 조항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코인노래방도 이런 청소년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독서목록…‘책 읽는 대통령 보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독서목록…‘책 읽는 대통령 보고 싶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문 대통령이 읽는 독서 목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출판사들의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실제 어느 정도 책을 읽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12년 펴낸 ‘문재인의 서재’에서 책 읽기를 좋아한다며 쉴 때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1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과거 언론 인터뷰와 ‘문재인의 서재’ 등 저서를 통해 여러 차례 자신의 독서 목록을 소개했다. 그 중 ‘축적의 시간’은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의 제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나라가 압축 성장기를 거치며 스스로 경험을 축적하기보다는 선진국에서 개념을 받아와 실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분석한다. 이제 그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며 지금의 위기가 심화했다고 진단하며 긴 호흡으로 경험을 쌓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책으로는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읽어라’가 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가 진보적 정치경제학자 입장에서 미국식 자본주의를 비판한 책이다. 라이시는 이 책에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정치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조합이나 지방 정당 같은 대항 세력을 키우고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 책들도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전공교수가 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일본의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을 담은 책이다. 일본의 1975년생 작가이자 반(反) 빈곤 운동가인 아마미야 가린의 ‘프레카리아트, 21세기 불안정한 청춘의 노동’도 같은 맥락이다. 책은 비정규직과 워킹 푸어 문제를 일본 사례를 통해 다루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책들도 목록에 포함됐다. ‘비정상경제회담’은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경제정책에 관여한 경제전문가들이 양극화와 부패, 가계부채, 노동, 재벌, 관료개혁, 재정, 경제성장을 주제로 토론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했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의 ‘협상의 전략’, 강철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강한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故)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 등이 문 대통령 독서목록에 들어있다. 역사서로는 이성무의 ‘조선시대 당쟁사’와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강명관의 ‘조선풍속사’, 박석무의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가 포함됐다. 한편 교보문고는 자사 MD들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꼭 읽어줬으면 하는 책’ 목록도 선정했다. 김정미 MD는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했다. 김 MD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젠더 차별의 민낯을 훌륭하게 재연한 책”이라며 “성의 차별이 성의 구분이라는 탈을 쓰고 왜곡돼온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시길 권한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최지환 MD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만나게 될 선택의 순간들 속에서 잘 포장된 숫자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마음에 추천한다”며 조덴 엘렌버그의 ‘틀리지 않는 법’을 추천했다. 유한태 MD는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을 소개한 ‘휘게 라이프’를 권하며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모든 국민이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도 MD들의 추천 목록에 포함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블랙리스트 집행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블랙리스트 집행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를 실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 직원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의 장본인인 김기춘(78·구속)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법정에서 털어놨다.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재판에 예술위원회의 부장 장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법정에서 “블랙리스트 명령을 최초로 수행한 부서장의 자격으로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씨는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 전 실장을 가리키며 “오래 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나고 싶었던 때는 오늘 이 자리가 아니라 2015년 블랙리스트가 한창일 때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이 지시를 내린 사람을 직접 만나 왜 이것이 말이 안 되는지 조목조목 설명하고 싶었다”면서 “아쉽게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려온 블랙리스트 지시를 수행하며 고통스러웠던 일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문체부에서 내려온 블랙리스트는 도저히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명령이었다”면서 “부조리한 명령을 실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씨는 블랙리스트 실행 업무를 함께 한 예술위원회 직원들과, 피해자인 예술인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장씨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일을 하면서 (예술위원회 직원) 여러분이 겪어야 했던 모멸감을 잘 알고 있다”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위원회는)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정부가 오른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야한다”면서 “명령이 부당한 경우 70보, 50보, 30보로 줄여 가는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장씨는 또 “예술인 여러분의 양에 차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앞으로 예술위원회가) 새롭게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최선인 것 같다”면서 예술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장씨는 증언 중에 남북 분단, 6·25전쟁, 군사독재 시절 등을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이 예술작품들을 좌파 성향으로 지목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실장도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다면 김 전 실장도 박근형,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보실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랑·재미·커가는 행복… 그림·색깔로 느껴봐요”

    “사랑·재미·커가는 행복… 그림·색깔로 느껴봐요”

    서울신문 책팀이 국내의 저명한 동화 작가 4인에게 의뢰해 추천받은 어린이책 8권을 소개합니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마음과 눈높이를 잘 아는 작가들이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생용으로 나눠 ‘함께 읽으면’ 좋을 책 2권씩을 살뜰히 챙겨 보내왔습니다. 책마다 다채로운 색채의 사랑과 공감, 선과 악, 놀이와 재미, 위로와 성장 등 ‘인생의 힘’이 될 메시지가 알알이 담겨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뿐 아니라 그림책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안내서가 될 것입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할머니·다문화인과 함께 찾는 ‘가족 사랑’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지음/창비오월은 봄과 여름이 걸쳐 있다. 한낮의 날씨는 이미 여름이지만 아직 바닷물에 풍덩 빠지기에는 한참 이른 터라 바다 내음을 한껏 담은 책을 권하고 싶다. 가족의 구성원 중 뭔가 원초적인 뿌리를 느끼게 하는 할머니가 주인공이라면 아주 적당한 그림책이다. 모래알처럼 부드럽고 할머니의 소박한 사랑처럼 푸근하고 모래벌판에 쓰고 지우고 하던 어떤 글자처럼 아스라한 정서. 할머니는 엄마들의 엄마다. 눈은 깊어지고 마음은 넓어진다. 엄마들에게 할머니 시절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어디가 끝인지를 알게 된 여행객의 걸음처럼. 자신감이 아니라 안정감. 나는 지구인/장여우위 글/위자치 그림/허유영 옮김/챕터하우스이 책은 아빠는 대만 사람이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인 아이의 일기다. 담백한 문체와 진실한 내용, 아이의 숨김없는 감정,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 이 사이를 메우는 애틋한 행복이 배어 있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고학년 아이들은 부모가 꽂아 놓은 이 세계의 중심에서 제 발로 밖으로 뛰쳐나가는 때다. 중심을 찾기 위해 사춘기 때에는 변경으로 탈출을 감행한다. 책은 얼마나 우리가 흔들릴 수 있는지, 얼마나 변경으로 내몰릴 수 있는지를(어디가 변경인지) 보여 준다. 삶이란 뚜벅이처럼 이어 가는 것임을 몸이 작은 소년이 몸이 큰 나에게 일러 준다. 책장을 덮을 때 마지막으로 남겨진 것은 가족의 아름다운 결속력이다.●“춤추는 글자·그림 속 음악에 빠져봐요” 간질간질/서현 지음/사계절샤방샤방 형광 핑크와 번쩍번쩍 형광 노랑이 우선 아이들의 눈을 확 사로잡습니다. 주인공의 머리가 간질간질 간지러워 벅벅 긁었더니 떨어진 머리카락이 수많은 내가 되어 춤을 추며 돌아다니면서 가족들을 골탕 먹이네요. 머리카락 한 올에서 쭉쭉 뻗어 나가는 대책 없는 상상력이라니, 아이들과 똑같네요. 우리도 드디어 이런 대책 없이 자유로운 책을 가질 수 있게 되었구나, 싶은 책입니다. 글자도 춤을 추고 책 속의 모든 것이 춤을 춥니다. 수백만의 “나”가 추는 군무의 장면은 압권이군요. 어이없도록 행복하고 해맑게 빛나는 아이들로 가득 찬 책입니다. 간질간질 낄낄거리면서 볼 수많은 “나”에게 추천합니다. 내 마음이 들리나요/조아라 지음/한솔수북글 없는 그림책과 음악은 서로 통합니다. 말 한마디 없이 서로를 이어지게 하지요. 차분한 연필 선으로 꼼꼼히, 작가가 곳곳에 심어 둔 단서들을 따라가며 아이의 마음에 귀 기울여 봅니다. ‘학교폭력 없는 우리 학교’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층계 위에서 아이는 폭력에 휩싸입니다. 혼자 남아 있던 아이 곁에 음악이 날아와 새가 되어 아이를 위로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책장에서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네요. 글 없는 그림책에는 목소리가 없으므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음악이 들리고, 슬픔이 들리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울림이 클 책입니다.●권력·역사의 무게 이겨낸 ‘이름 없는 영웅들’ 파란파도/유준재 글·그림/문학동네 ‘파란파도’라는 이름의 말로 살다가 사람들을 구하고 영원으로 가는 파란색 말의 이야기다. 작가는 무지한 선과 악과 이상을 상징하는 백·흑·청의 배합을 통해 그림책 속에서 주제를 펼쳐 나간다. 책은 탐욕스러운 권력자에게 핍박받는 민중을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써 구원자가 된 영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죽음은 또 다른 영생으로 가는 경로다. 부패한 위정자와 권력에 저항하는 영웅은 신화나 옛이야기에서 익숙하다. 하지만 영웅의 정체가 파란색 말인 것과 강렬한 흑백으로 인물들에게 상징을 입힌 재미가 남다르다. 남다른 5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공명을 일으킨다.할머니의 마지막 손님/임정자 글/권정선 그림/한겨레아이들 격동하는 삶을 살아온 이 땅 여성들, 그중 섬마을 할머니의 삶은 우리 근현대사의 거울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산업화까지 평생 역사의 된바람을 맨 얼굴로 대면했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무게 속에 가녀린 몸과 의지로 새로운 세대를 길러 낸 여성의 삶. 이름조차 갖지 못한 채 모성이라는 보통명사로 칭해지는 할머니들의 삶은, 평생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 낸 것만으로 찬사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역사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름은 없다. ‘한평생 열심히 살았네. 수고혔네.’ 자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또한 역사의 찬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림책과 따라쟁이는 어떻게 성장했을까” 파랑이와 노랑이/레오 리오니 지음/물구나무오프셋 칼라인쇄 기술의 발전과 그에 걸맞은 그래픽 혁신이 이뤄진 1960년대는 그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그림책들이 출현하던 시대다. 이 책은 50년 넘게 색깔로 상상하고 예술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의 기원이 됐다. 상상력이 대단한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경험할 수 있다. 책에서 아이들 사이 친구 관계와 그들의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행복하다. 가장 훌륭한 유아교육이란 무엇일까. 온갖 교재와 상업적인 그림책의 홍수 속에서 예술 자체로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책을 한 권씩 찾아 아이들 곁에 놓아 주는 일이 으뜸이라 하겠다. 본 대로 따라쟁이/김영주 글/이경은 그림/재미마주누가 한 이야기를 그대로 잘 따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곤란하다. 다 따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요런 깜찍한 개구쟁이가 나온다. ‘본 대로 들은 대로’ 다 따라 한다. 속없이 그저 따라만 하는 걸까. 배꼽 빠지는 따라쟁이의 뒤를 따라가 보자. 이 책은 ‘짜장, 짬뽕, 탕수육’으로 어린이책의 신기원을 연 작가 김영주의 최신작이다. 현재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아 온 그의 동화 속에선 아이들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낡은 생각을 찾아볼 수 없다. 좀더 높은 차원의 교육철학으로 이 책을 즐길 줄 아는 독자 역시도 훌륭한 독자라 할 수 있다.
  • [새 영화] ‘목소리의 형태’,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마음이 말을 건다

    [새 영화] ‘목소리의 형태’, 왕따 가해자와 피해자…마음이 말을 건다

    이미지만 보면 전형적인 학원 청춘물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내용과 주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작품이다. 왕따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전락해 망망대해의 외딴섬처럼 살아가던 한 소년이 진정한 용서를 통해 세상과 다시 마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두 번째 기회를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오는 9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다.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 청각 장애를 지닌 소녀 니시미야 쇼코가 전학 온다. 니시미야는 노트 필담을 통해 새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이내 따돌림을 당한다. 그저 평범한 장난꾸러기 소년이었던 이시다 쇼야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니시미야를 골리는 데 앞장서다가 일이 커지며 왕따 사건 가해자로 공개 낙인 찍힌다. 그토록 친했던 친구들에게 책임을 전가당하고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된 이시다. 트라우마를 지닌 채 친구를 거부하는 외톨이 고등학생이 된 이시다는 살아가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마음에 품지만 5년 만에 니시미야와 마주치게 되고, 둘의 삶에 변화가 인다. 지난해 9월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의 엄청난 성공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소규모로 개봉했음에도 큰 인기를 끌며 2016년 일본 박스오피스 톱 10에 올랐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시대를 선도하는 작품으로도 평가됐다. “색감도 연출도 아름답다. 흉내내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신카이 감독의 극찬이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인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케이온’을 담당했던 야마다 나오코가 연출했다. 원작도 유명하다. 오이마 요시토키의 오리지널 단편은 2008년 주간 소년지 만화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만화 천국 일본에서도 소화하기 쉽지 않았던 민감한 소재였던 탓인지 작가가 다른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이후인 2011년 2월에 가서야 새롭게 개작돼 잡지에 실렸고 이 리메이크 단편이 큰 반향을 일으켜 2013년 12월부터 장편 연재가 이루어졌다. 단행본 누적 판매량이 360만부를 넘는다. 원작의 큰 줄기를 가져온 애니메이션은 러닝타임이 두 시간이 넘지만 이시다와 니시미야 두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세부 설정이 바뀌거나 이야기가 축약되고 빠진 에피소드들도 있다. 그래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대목이 있는데 전 7권으로 완간된 원작을 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번역 출간됐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매일 감사 세 번, 사람 살리는 언어의 샘

    매일 감사 세 번, 사람 살리는 언어의 샘

    청소년이 스스로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는 어디일까. 해마다 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이는 높은 청소년 자살률로 이어진다. 반면 학업성취도는 최상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신은경(59)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여성가족부 산하)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21일 서울 서대문구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제대로 크려면 뼈와 근육 모두 균형 있게 발달해야 하는데 지금 청소년들은 근육 없이 키만 자라 힘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청소년기에 학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체험·봉사 등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1981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로 방송 생활을 시작한 신 이사장은 9시 뉴스 앵커로 발탁돼 11년간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진행했고, 88서울올림픽 메인 앵커를 맡았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저널리즘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최근까지 차의과학대 등 강단에 섰다.→22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데 소회는. -지난 1년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하 진흥원) 홍보대사를 자처해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강단에서 후기 청소년(19세 이상 24세 이하)들을 주로 만났다면, 이사장이 된 후로는 학부모와 더 많은 연령대 청소년을 만났다. 대부분은 체험·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길 원했다. 4명 중 1명꼴은 정보가 부족해서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교 외에는 청소년 활동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간적 제약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었다. →진흥원은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진흥원은 국내외 청소년의 체험 활동을 지원하는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0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수련원과 센터를 통합해 출범했다. 올해로 7년째다. 평창·천안 등 전국 5개 거점 지역에 국립청소년수련원과 특성화체험센터를 운영 중이다. 모두 숙박시설을 비롯해 국제회의장·도예실·민속관·야외공연장 등 활동 시설을 갖췄으며, 연간 청소년 45만명이 이용한다. 이 밖에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지도자 양성·교육도 한다. →청소년 활동이 활발해지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근본적으로 교육 정책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사교육 근절 방안이 나와도 입시 제도가 그대로인 상황에서는 부모들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놀권리’가 화두다. 예를 들면 영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놀이를 지원한다. 놀이도 교육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독일은 공공놀이터 1850곳을 마련했다. 학교 교육만으로 폭넓은 사고방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아예 놀이를 위해 1년이 주어진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입학 전 1년을 활용한다.→지난해 전면 실시된 자유학기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진로탐색·토론·실습 등을 하라는 취지다. 다만, 학생과 교사 모두 이 기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는 게 문제다. 진흥원에서 개발한 ‘청소년 포상제’를 제안하고 싶다. 봉사, 자기개발, 신체단련, 탐험활동 4가지 활동 영역에서 자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서 정해 준 일과 대신 청소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정해 시간을 쓰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각자 정한 게 다르기 때문에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초 정한 것을 해낸 청소년에게 어떤 형태로든 포상을 해 주면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청소년 개인, 학교 등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해 보이는데. -학교에서 진흥원에 의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련원, 교회, 성당, 사찰 등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에서 온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자녀에게 청소년 활동을 경험시켜 주고 싶어 하는 부모도 종종 있다. 학교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특별한 관심, 의지 없이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기가 어렵다. 최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취지에 공감을 하며 해 보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학교에서 학생들마다 다양한 요구를 맞춰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진흥원이 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무엇이 있나.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3개월 동안 준비해 시작한 ‘고마워YO’ 캠페인이 있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말의 힘’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꼈다. 말을 통해 마음속 진심이 드러난다. 맑은 샘물이 샘솟다가 갑자기 오물이 나올 수 없듯 고운 말을 하다 보면 사람의 인성도 변화한다고 본다. 매일 고마운 일 3가지를 적으며 감사한 마음을 느끼다 보면 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내 경우 대학 입학이나 KBS 입사 등 어느 것 하나 한 번에 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경험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무기가 생겼다. 이것 역시 감사한 일이다. 지난해 남편과 딸에게 감사한 일 100가지를 적어 이메일을 보냈다. 적다 보니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가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들도 처음엔 시큰둥한 듯했지만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마워YO 캠페인에 대한 기대가 큰데.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앙대 부속 초등학교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매일 3가지 감사한 일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가 79%에서 91%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또 이 기간에 학교폭력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은 물리적인 상해보다는 언어·사이버 폭력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교육부가 2014년 중고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1명은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사이버 폭력이 더 위험한 이유는 가해자 입장에서 심각성을 깨닫기가 어렵고, 죄책감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또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괴롭힘이 가능하다. 유네스코는 올 1월 ‘학교폭력과 괴롭힘 국제 현황 보고서’를 최초로 공개해 각국에 학교폭력 대응을 촉구했다. →곧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돌아온다. 청소년 안전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일은.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면서 청소년 활동 분야에서도 역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진흥원은 2년 전인 2015년 4월 청소년활동안전센터를 건립했다. 안전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인증해 주는 수련 활동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청소년수련원·수련관·문화의집 등 수련시설 8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나간다. 각 시설 운영자 300명에 대한 안전 교육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1368명의 수련시설 안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했다. →올해 역점을 두고 하는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면. -청소년 활동 관련 정보 포털인 ‘e청소년’을 청소년들이 직접 접속해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 활동에 참여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되는 청소년과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청소년 활동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습 및 생활 관리를 지원하는 국가 정책 사업인 ‘방과후아카데미’ 이용자들이 수혜 대상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농산어촌 청소년 3300명에게 활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립수련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 다가오는 5월 전남 여수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청소년 박람회가 열리는데, 진흥원에서 그 준비를 맡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년마다 전 세계 5만여명의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세계잼버리대회를 2023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기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건물 기둥으로 젠가 놀이하던 소년, 결국엔…

    건물 기둥으로 젠가 놀이하던 소년, 결국엔…

    ‘이건 젠가 아니야!’ 외딴 건물의 기둥 벽돌로 젠가 놀이하던 10대 소년의 아찔한 영상이 포착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는 최근 러시아로 추정되는 나라의 한 오래된 건물 기둥에서 위험한 장난을 하는 소년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의 기둥에서 러시아어를 하는 소년이 마치 젠가 놀이를 하듯 벽돌을 제거한다. 소년이 빼낸 벽돌로 기둥을 수차례 가격한다. 곧이어 벽돌 두 개를 집어 든 소년이 뒤로 물러난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벽돌 한 개를 기둥에 던지는 순간, 지붕이 무너져 내린다. 이를 촬영 중인 친구가 ‘무너진다’고 고함치자 소년이 카메라 쪽을 향해 허겁지겁 뛰쳐나온다. 건물은 뿌연 연기와 함께 잿더미로 변한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너무 위험한 짓이네요”, “저러다 큰 일 납니다”, “하나뿐인 생명, 소중히 여깁시다” 등 질타하는 댓글을 달았다. 사진·영상=Hindustan Times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얼음낚시 중 캐나다 소년이 잡은 거대 송어

    얼음낚시 중 캐나다 소년이 잡은 거대 송어

    얼음낚시를 하던 소년이 거대 송어를 잡는 영상이 화제다.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 게재된 영상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심코 호수로 얼음낚시를 간 부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추운 날씨 속 오두막. 잠시 뒤, 아빠와 함께 낚시 중인 소년의 낚싯대에 입질이 온다.릴을 감기 위해 소년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드디어 거대한 송어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다. 제법 큰 물고기를 잡은 아들의 실력에 아빠가 기분 크게 웃으며 좋아한다. 면적 743㎢에 달하는 심코 호수는 토론토 얼음낚시의 메카로 알려져 있다. 사진·영상= Liveleak.com 영상팀 seoultv@seoul
  • 소년 잡은 대어 낚아채 가는 거대 악어

    소년 잡은 대어 낚아채 가는 거대 악어

    소년이 낚은 대어를 낚아채 도망치는 악어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호수 전망대에서 낚시 중인 소년 영상을 기사와 함께 소개했다.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게재된 영상에는 호수 전망대 위에서 아빠와 함께 낚시 중인 소년 코너(Connor)의 모습이 담겨 있다. 코너의 낚싯줄에 거대한 물고기가 걸려 씨름하고 있는 사이, 먹잇감을 포착한 악어가 전망대 주변으로 헤엄쳐온다. 코너가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주변 남성은 “넌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라고 격려한다. 악어의 출현에 코너가 서둘러 릴을 감자 카메라로 촬영 중인 남성이 코너가 낚은 물고기를 비추며 “곧 악어가 올 거야, 코너!”라고 말한다. 곧이어 거대한 악어가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내 코너의 물고기를 한입에 낚아챈 뒤, 유유히 헤엄쳐 달아난다. 코너는 힘겹게 잡은 물고기를 포기하고 곧바로 가위를 이용해 낚싯줄을 잘라낸다. 한편 플로리다에 서식하고 있는 악어 중 암컷은 2.7m 크기 이상이며 수컷은 그보다 훨씬 크다.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위원회에 따르면 가장 큰 수컷은 워싱턴 호수에서 잡힌 4.2m 악어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Bass Masters and Fish Experts Facebook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체험활동으로 청소년을 행복하게/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월요 정책마당] 체험활동으로 청소년을 행복하게/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화씨 9/11’, ‘식코’ 등으로 칸과 아카데미를 비롯한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다큐멘터리 거장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지난해 신작 ‘다음 침공은 어디?’를 발표했다. 살기 좋은 9개국을 방문해 노동조건, 급식제도, 교육제도, 범죄예방, 성평등 등을 탐구하고 미국에 필요한 제도를 정복하고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이 중 핀란드 교육제도 편은 상당히 흥미롭고 신선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숙제가 없다. 있어도 10분 정도면 끝낼 수 있는 양이다. 심지어 반드시 숙제를 해오지 않아도 된다. 물론 사교육도 없다. 세계 최고의 공교육 국가의 교육정책 모토는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적은 것이 크다)다.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핀란드의 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숙제라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거예요.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할 일이 많거든요. 친구들과 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운동도 하고 음악활동도 하고 책도 읽어야죠.” 비단 한 교사의 의견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교육 방침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핀란드 학생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연거푸 세 번이나 1위를 차지했고,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PISA는 전 세계 교육시스템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OECD 회원국과 조사 희망국 등 60여개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능력, 과학능력 등 3분야에 대해 3년 주기로 조사한다. 우리나라도 PISA 결과는 늘 상위권이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률 OECD 국가 중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1일 평균 학습 시간 8시간 55분이라는 각종 조사 결과는 암울하기만 하다. 참고로 핀란드의 1일 평균 학습 시간은 4시간 22분이다. 단순히 PISA 결과로 교육의 질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9시간, 10시간을 책상에 앉아 수학공식, 과학개념, 외국어 등과 사투를 벌이는 청소년들이 과연 행복할까. 시험과 입시 경쟁, 사교육으로 내몰리는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현재로서는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든 끊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핀란드로 돌아가 보자. 핀란드 학교에서는 제빵, 음악, 미술 등 아이들의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배우게 한다. 실험 중심으로 진행되는 과학수업에는 학생이 직접 실험도구를 만지며 참여한다. 한국의 특성화고등학교와 유사한 ‘직업학교’의 강의실은 모두 작업장으로 꾸며져 있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전기톱으로 직접 나무를 잘라 집을 짓는다. 미디어과 학생들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을 하며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체험학습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가 발표한 ‘러닝 피라미드’에 따르면 강의를 들으며 학습한 사람의 경우 24시간 이후에 배운 내용의 5%를 기억한 반면 토의나 토론, 친구 가르치기 등을 활용한 학습법은 내용의 최대 90%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체험의 효율은 75%나 된다. 체험의 중요성과 효과성은 또 다른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12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창욱 박사팀의 ‘청소년활동 참여 실태조사 연구Ⅲ’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경험할수록 체험활동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내재적 동기, 진로 성숙도, 행복감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진로에 대한 계획성과 진로행동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체험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교육부가 본격 시행한 자유학기제는 체험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하는 동아리, 진로체험, 토론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청소년의 고른 성장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또한 학교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원한다면 청소년활동 포털사이트 ‘e청소년’을 소개하고 싶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활동처를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검색해서 참여할 수 있고 상담이나 복지에 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조만간 자원봉사활동 신청도 가능해진다. 이제 곧 새 학년이 시작된다. 공부와 더불어 체험활동을 경험하며, 우리 청소년들이 균형 있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 구구단, 티저 이미지 공개..타이틀곡 ‘나 같은 애’ 어떤 곡?

    구구단, 티저 이미지 공개..타이틀곡 ‘나 같은 애’ 어떤 곡?

    구구단이 티저 이미지를 깜짝 공개했다. 걸그룹 구구단은 15일 오전 공식 소셜 채널을 통해 오는 28일 발매를 앞둔 두 번째 미니 앨범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티저 이미지에는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거울 모양에 앨범명인 ‘나르시스(Act.2 Narcissus)’와 타이틀 곡명인 ‘나 같은 애’ 그리고 발매 일시인 28일 오후 12시 문구가 담겼다. 구구단의 컴백 앨범명인 ‘나르시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움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소년의 이름이기도 하다. 소년이 머물었던 자리에서 피어난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를 의미한다. 이에 구구단은 티저 이미지를 통해 나르시스를 거울과 꽃으로 형상화 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소셜 채널을 통해 컴백 앨범명인 ‘나르시스’가 공개되자 팬들은 구구단 9명이 풀어낼 음악 작품이 어떠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는 반응이 주를 잇고 있다. 노래, 퍼포먼스, 스타일 등 무대 위에서는 어떻게 표현될지 대중의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타이틀 곡명이 ‘나 같은 애’로 공개되면서 구구단표 음악 스타일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구구단은 9가지 매력을 가진 9명의 소녀들이 모인 극단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만큼 두 번째 미니 앨범 ‘나르시스’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매 앨범마다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구구단은 데뷔 앨범 ‘인어공주(Act.1 The Little Mermaid)’를 통해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무대로 ‘극단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어 이번 ‘나르시스’에서는 어떤 재능을 뽐낼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티저 이미지를 깜짝 공개하며 컴백 준비에 본격 돌입한 구구단은 오는 28일 오후 12시 두 번째 미니 앨범 ‘나르시스’를 발매하고 가요계에 돌아온다. 사진 = 서울신문DB, 스포츠서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단독] “與도 블랙리스트 연루… 조윤선 요청에 ‘다이빙벨’ 성토”

    [단독] “與도 블랙리스트 연루… 조윤선 요청에 ‘다이빙벨’ 성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비서관들을 통해 국정감사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에게 영화 ‘다이빙벨’을 비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여당 의원들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특검팀이 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한 공소장에서 문화계 지원 배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수석은 2014년 9월 무렵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이 확정되자 신동철(56·구속 기소)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53·구속 기소) 전 소통비서관 등에게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통해 국감장에서 상영의 문제점을 성토하게 하라”는 내용이었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은 청와대 내부에서 눈엣가시로 꼽혀왔다. 앞서 10월 2일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다이빙벨을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조 전 수석의 요청 이후 10월 7일 교문위 국정감사에서는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영화 ‘다이빙벨’을 비판했다. 김회선 의원은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행사에서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운을 띄웠고, 서용교 의원은 “잘못 만든 영화가 시도하는 ‘노이즈 마케팅’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간사였던 신성범 전 의원은 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다큐멘터리 상영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다이빙벨과 관련해 “(문체부가) 지원은 하지만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팀 수사 결과 국감 전에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연락해 “다이빙벨이 상영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부산영화제는 그해 다이빙벨을 상영했지만 이듬해 정부 지원금이 15억원에서 7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회의노트에도 ‘다이빙벨-교문위-국감장에서 성토 당부(신성범 간사)’, ‘다이빙 벨 상영할 것으로 예상됨→수사’ 등 관련 메모가 담겨 있다. 실제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협찬 중개수수료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영화계에서는 이 전 위원장 기소를 두고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조 전 수석은 그해 11월 초 정 전 비서관에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좌파 성향 저자가 저술한 도서가 세종도서에 선정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도서에 선정되면 출판진흥원이 1000만원 상당을 구매해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한다. 그 결과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9종의 도서가 배제된 것으로 특검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씨줄날줄] 뒷모습/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뒷모습/황수정 논설위원

    언제나 마지막 순간에는 들키고야 마는 것. 무방비해서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것. 돌아서고 나면 모두가 평등해지게 하는 것. 존재의 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아무리 꼭꼭 숨기고 덮으려 해도 결코 감춰지지 않는 신체의 부분. 이 스무고개의 정답은 ‘뒷모습’이다. 십년 넘게 책꽂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미셸 투르니에의 사진 에세이 ‘뒷모습’을 어젯밤 새삼 들췄다. 꼭 지난해 이맘때 작고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은 인간의 이면을 어쩌면 이렇게 깊은 시선으로 꿰뚫었을까, 다시 경탄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화제다. 임기 8년을 마무리한 50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며칠 뒤면 백악관을 떠날 ‘헌’ 대통령에게 사람들은 “4년 더”를 외쳤다. 이날 오바마의 국정 지지율은 무려 60%. 그 고별 무대는 우리 눈에는 한 편의 판타지 드라마였다. 극본·연출가가 따로 없는 대통령의 일인극. 청중을 진정시키느라 “레임덕”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농담 재료로 삼는 여유, 50분짜리 연설 원고를 네 번이나 직접 쓰고 다듬을 수 있는 정치·철학적 소양, 연설을 끝낸 뒤 30분간이나 시민들에 뒤섞여 포옹하고 휴대전화 셀카를 찍는 인간적 감수성. 우리의 비선 실세 딸이 누렸다는 학사 특혜 충격에 감각이 마비돼서일까. 학교 시험 때문에 중임 대통령 아버지의 고별 무대에 같이 서지 못했다는 둘째 딸의 이야기는 진기하게 들린다. 그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지금 우리 현실과의 간극을 비추는 거울이라서 말할 수 없이 부러운 것이고. 임기 내내 후퇴하지 않은 오바마의 인기 미덕은 한마디로 소통 능력이다. 최신 트렌드의 소설을 줄줄 꿸 정도로 문학 팬인 오바마는 연설에서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인용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걸어라.” 출간 이후 55년간 절판된 적 없으며, 오바마 자신이 책 표지 뒤에 작품평을 써 붙이기도 한 미국의 ‘국민 소설’이다. 오바마의 뒷모습에 박근혜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차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기자의 질문을 물리친 채 돌아서던 그 초라한 뒷모습. 하필이면 오바마가 국민 소설을 인용한 날, 박 대통령이 맨부커상을 받은 ‘국민 작가’ 한강에게 축전을 거부했다는 특검의 수사 결과가 겹쳐 우리는 서글퍼진다. 한강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년이 온다’는 현대사의 얼룩을 담담히 돌아보며 돌려 읽으면 되는, 그저 소설이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해 인종차별을 자기 반성한 ‘앵무새 죽이기’처럼 그냥 그렇게. 우리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뒷모습에 취약했다. 많은 것이 혼란스럽지만, 한 가지는 선명해진다. 다음 대통령은 뒷모습이 초라하지 않을 사람이기를. 고별 연설을 듣다가 문득 더 붙들고 싶어지는 대통령이라면 그야말로 로또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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