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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여군” 배화여대 ‘여혐’ 교수…세월호 유족에 “죽은 딸 팔아 출세”

    “김치 여군” 배화여대 ‘여혐’ 교수…세월호 유족에 “죽은 딸 팔아 출세”

    배화여대의 한 남성 학과장이 강의 시간에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고,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게시물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이 학과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 한 배화여대 재학생이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김모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 중에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 가라”, “너희는 취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시집을 잘 가려고 하는 것이지 않냐”와 같이 학생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또 지난 5월 제18대 대선 당시 유력 후보의 이름을 언급하며 “모 후보가 당선되면 ‘1인1닭’을 시켜 주겠다. 절대 될 리가 없다. 그렇게 머리가 빈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가 하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엄빠(부모님)뱅크를 써라”라고 이야기하고, “왕따를 당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재학생들은 수년 전부터 김 교수가 강의 중에 한 발언을 보다 원색적으로 표현한 SNS 게시물을 찾아냈다. 뉴스1에 따르면 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에는 “기왕이면 예쁜 여경으로 뽑아라. 미스코리아로 채우든지. 강력사건에 달려오는 미녀 경찰 얼마나 좋으냐. 휴전선 경계병이나 특수부대도 여자들로 채워 적들이 정신 못 차리게 만들자”, “정원이 제한된 분야에 남학생 입학을 제한하는 여학교가 양성평등 인권침해의 주범”, “김치 여군에게 하이힐을 제공하라”와 같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난해 3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씨가 tbs교통방송 라디오 진행자가 됐다는 뉴스를 공유하며 “죽은 딸 팔아 출세했다”는 글을 적는가 하면, 책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남학생의 사진을 올린 뒤 “훌륭한 훈장 다셨다, 그쵸?”라고 빈정대는 글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서울시 151번 버스 내부에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며 “미쳐 돌아간다”고 언급하거나, “위대한 령도자 수령님을 따르는 종북좌빨 단체 후원을 위한 위안부 모집. 이런 공고문이 나오면 어쩌지?”라는 글을 올리는 등 지속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외에도 “주사파 종북좌빨에 동조는 개 돼지 한민족이라 규정한다”, “예배당 십자가 자리에 수령님 초상화를 걸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유난히 깃발을 좋아하고 죽창을 좋아하는 사람들, 늘 노란색이거나 빨간색이거나”와 같은 글들을 올렸다.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지난 17일 학과 재학생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개인 일신상의 사유’라고 적힌 사직서 파일을 올렸다. 그러나 김 교수는 지난 19일 치른 전공 과목 시험을 감독하고 오는 23일로 예정된 강의도 휴강하지 않는 등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라고 뉴스1은 전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찾은 길원옥 할머니 “역사,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는 게 아냐”

    美 찾은 길원옥 할머니 “역사,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는 게 아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길원옥(90) 할머니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워싱턴한인연합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역사라는 것은 자기네들이 지우고 싶다고 지워지고 무조건 세우고 싶다고 세워지는 게 아니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길 할머니는 이날 메릴랜드주 솔즈베리 대학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무산된 상황을 놓고 이같이 말한 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 교포들이 주축이 된 ‘워싱턴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는 애초 19일 솔즈베리 대학 내에 가로 200㎝, 세로 160㎝, 높이 123㎝ 크기의 이 소녀상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말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한 연기를 통보받았다. 건립추진위 이재수 사무총장은 “일본 측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대학 내에서 설립 작업을 진행해온 교수들과 함께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행사에도 참석했던 길 할머니는 “(일본이) 힘을 들여 없애려고 애쓸 게 아니라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어 “항상 마음속으로 일본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에서 무엇만 하려면 방해를 하니 예쁘지 않고 밉다”면서 “사람마다 잘못이 다 있게 마련인데 그걸 말해주는 게 세월이더라. 세월이 흘러가면 진실이 밝혀지고 거짓이 없어지는 게 아마 세상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은 희망과도 같은 것이다. 좋은 곳에 세워주셨으면 좋겠다”며 “(솔즈베리 대학에 설치되면) 꼭 만나야 할 소녀상이니 만나러 오겠다. 세워지는 곳곳마다 가야겠다”고 말했다. 평양 출신인 길 할머니는 지난 8월 애창곡 15곳을 담은 은반 ‘길원옥의 평화’를 발표해 뒤늦게 가수의 꿈을 이뤘다. 길 할머니는 18일 조지워싱턴대학, 19일 솔즈베리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피해자 증언을 한 뒤 23일 귀국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맨해튼 평화의 소녀상 美의회 전시 추진

    맨해튼 평화의 소녀상 美의회 전시 추진

    미국 동북부 지역에서는 최초로 뉴욕 맨해튼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뉴욕한인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6층 한인이민사박물관(MOKAH)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개최했다.뉴욕한인회는 그동안 경기 고양시 5개 단체와 협약을 맺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 왔다. 서울 광화문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작품으로,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 부부가 제작했다. 특히 이번 소녀상은 앞으로 순회 전시를 염두에 두고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에 대해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목소리를 내서 다음 세대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캐롤린 맬로니(뉴욕) 연방 하원의원과 일레인 필립스·에드워드 브론스틴 뉴욕주 의원 등도 참석했다. 맬로니 의원은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면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그들(위안부 할머니)과 그들의 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맬로니 의원은 한인회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미 의회에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맨해튼 소녀상은 미국 내 4번째 위안부 소녀상으로, 뉴욕을 비롯한 미 동북부에서는 처음이다. 특히 미 최대 도시 맨해튼에 소녀상이 세워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과 미시간주 사우스필드 한인문화회관, 조지아주 브룩헤이븐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최근에 설치된 조지아주 소녀상은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뚫고 지난 7월 제막식을 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뉴욕 맨해튼에 첫 ‘평화의 소녀상’…美 동북부 최초

    뉴욕 맨해튼에 첫 ‘평화의 소녀상’…美 동북부 최초

    美연방의원 “美의회 전시추진···일본 정부 책임져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심장 맨해튼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미 동북부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뉴욕한인회는 13일(현지시간) 맨해튼 시내 뉴욕한인회관 6층 한인이민사박물관(MOKAH)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거행했다. 이 소녀상은 향후 순회 전시를 앞두고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동일한 작품이다. 미국 내 위안부 소녀상 설치는 이번이 네 번째로 세계 경제 중심지인 미국 맨해튼에 건립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동안 뉴욕 일원에는 위안부 기림비들이 잇따라 세워졌지만, 평화의 소녀상은 건립되지 않았다.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이런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다음 세대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캐롤린 맬로니(뉴욕) 연방 하원의원과 일레인 필립스·에드워드 브론스틴 뉴욕주 의원,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 부부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맬로니 의원은 “한인회에 설치된 소녀상을 미 의회에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맬로니 의원은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며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그들(위안부 할머니)과 그들의 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간 것으로 (자료에서) 읽었다”면서 “일본 군인들은 정부를 위해 일했고, 그렇다면 일본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일본의 집요한 반대와 방해 공작을 뚫고 ‘조지아주 소녀상’이 설치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마이크 혼다 전 美 하원의원 “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됐다”

    마이크 혼다 전 美 하원의원 “한·일 위안부 합의 잘못됐다”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76) 전 하원의원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혼다 전 의원은 13일 청주대에서 정치학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 없는 보상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히려 ‘더이상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합의 내용을 이용해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막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일본만 유리한 이 합의를 무효로 하거나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고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사과”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하루빨리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혼다 전 의원은 청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한 실수”라며 “이를 인정하고 후손들에게 가르쳐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위안부 문제를 접한 뒤 이를 세상에 알리고 일본에 책임과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일본 언론들이 ‘같은 편인데 왜 그러냐’고 항의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달라”며 “여러분들이 이런 노력을 한다면 한국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위안부 결의안’ 美 혼다 의원 청주대 명예박사

    미국 연방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결의안 통과를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76) 전 연방하원 의원이 13일 청주대에서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다. 청주대는 “혼다 전 의원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 학위를 주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혼다 전 의원은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약 40분간 특강을 한다. 이어 보은군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열리는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보은 지역 시민·사회단체 200여곳은 지난 5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 시민 모금으로 9000여만원을 모아 소녀상을 세웠다. 보은 평화의 소녀상은 ‘살아 있는 평화의 소녀’로 불리는 이옥선(87) 할머니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나란히 설치됐다. 이 할머니는 보은에 홀로 살고 있다. 혼다 전 의원은 2013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렌데일시와 자매결연한 보은군과 인연을 맺었다.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전 의원은 2007년 연방하원에서 일본 정부에 위안부 존재 인정과 사죄, 역사적 책임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2015년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위안부 범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초당적 연명 서한도 주도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평화의 소녀상에 입맞춤하는 남성 사진 ‘논란’

    평화의 소녀상에 입맞춤하는 남성 사진 ‘논란’

    대구 도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입맞춤하려 하는 남성 사진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다.지난 1일 대구 소식을 전하는 한 페이스북 계정에 ‘나 큰일 날 짓을 했다’는 글과 함께 2·28기념중앙공원 평화의 소녀상에 입을 맞추려는 남자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복제돼 실렸다.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사진 속 남성을 비난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했다” “정신 나갔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현재 원래 글과 사진은 삭제된 상태다. 이 소녀상을 건립한 대구평화의소녀상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소녀상에 훼손이 없는 상태여서 일단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반복적으로 이런 일이 생기거나 소녀상이 훼손되는 일이 생기면 근처 CCTV도 있으므로 확인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0초 인터뷰]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추석을 반납한 소녀상 지킴이들

    [100초 인터뷰]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추석을 반납한 소녀상 지킴이들

    “끝까지 지켜야죠…” 민족 대명절인 추석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추석은 장장 10일이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누군가는 여행지로 떠난다. 그 와중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신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소녀상 지킴이들이다. 3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인도에 마련된 비닐 천막에서 만난 박지연(전북대학교 4학년, 25)씨는 추석이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말한다. “소녀상을 24시간 지키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꼭 필요해요. (이번에는) 제가 한다고 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들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틀 뒤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부터 무기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현재 642일(2017년 10월 1일 기준)째다. 박씨는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명확한 목적을 밝혔다. 힘든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박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조금씩 이 문제를 잊는 것 같아서다.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들고, 언론의 관심도 멀어졌어요. 하지만 ‘힘내라, 응원한다’고 한 말씀 해주고 가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의 응원을 받으면 쳐졌던 어깨가 다시 올라가요. 힘이 나요.”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20대 대학생들이다. 집에서의 걱정은 당연지사. 박씨도 집에 걱정을 끼치는 자식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추석연휴 10일 중 8일간 소녀상 곁을 지킨다. 박씨는 “(부모님께서는) 추석에는 내려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시죠…”라고 답한 뒤 미소를 지을 뿐이다.지난 8월 28일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90) 할머니에 이어 같은 달 30일 이 모(93) 할머니가 별세했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가운데 생존자는 35명에 불과하다. 박씨는 “할머니 중 제일 나이가 어린 분이 90세라고 들었어요. 할머니들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어 박씨는 한일합의 폐기가 되는 그날까지 소녀상 곁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할머니들이 수요집회에 오실 때마다 항상 미안하고 고맙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할머니들을 대신해 그분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박지연씨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당당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그 일을 하는 소녀상 지킴이들을 보고 같은 이야기를 한다. “당신들 역시 아름답다”고.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평화의 소녀상’ 종로 공공조형물 지정

    국내에 처음 들어선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서울 종로구의 공공조형물로 지정돼 함부로 철거할 수 없게 됐다. 이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4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1000회 기념비석을 세우겠다고 하자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대안으로 제시, 설치됐다. 김 구청장은 당시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 차림으로 일본군에게 잡혀갈 때의 어린 소녀의 모습이 일본인들이 가장 부끄러워할 모습이라며 소녀상 설치를 제시했다. 이를 시작으로 9월 현재 전국 70여곳과 일본, 미국 등 세계 10여개 도시에 소녀상이 건립됐다. 그러나 일본 측이 소녀상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공조형물이 아니라 공공 도로를 점용할 근거가 없어서다. 종로구는 이에 지난 7월 1일 ‘종로구 도시공간 예술 조례 개정안’을 제정,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종로구와 도시공간예술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소녀상을 종로구 공공조형물 1호로 최근 지정했다. 이에 따라 정대협이 소유하지만 관할 관청인 종로구가 유지·관리할 수 있게 됐다. 김 구청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소녀상은 국민적 합의 없이 철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 왔다”면서 “공공조형물 지정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소녀상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기념물 세운 자, ‘기억의 정치’ 승리자

    도시는 기억이다/도시사학회 기획/주경철·민유기 외 11명 지음/서해문집/544쪽/2만 3000원깡총한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 앳된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슬픔이 서려 있다. 굳게 다문 입매와 말아 쥔 주먹, 한곳을 응시하는 시선에선 꺾이지 않는 의지가 읽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단적인 상징이 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처음 등장한 소녀상은 일부 극우 단체나 시민들의 훼손, 일본 정부의 끈질긴 ‘철거 압박’에도 전국 각지와 해외로 퍼져 나가고 있다. 소녀상 설립에 힘을 보태는 시민들의 역사의식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국내외 갈등으로 소녀상은 그 자체로 ‘기억하고 바로잡아야 할 역사’가 되고 있다. 도시가 그곳을 거쳐 간 모든 인간의 삶의 흔적으로 짜인 ‘기억의 총합’이라면, 소녀상을 둘러싼 갖가지 갑론을박은 무심코 스쳐 지나는 도시의 공공기념물들이 얼마나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인지 보여 준다. 도시 안에 즐비한 공공기념물(기념비나 기념탑, 전몰자 추념이나 과거사 관련 시설물, 영웅이나 위인의 동상, 공적 기념 혹은 추념을 위한 박물관이나 건축물 등)은 도시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기억해야 하는 과거를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징들은 켜켜이 쌓여 한 도시의 정체성을 이룬다. 국내 도시사학자들이 세계 주요 도시의 공공기념물에 대해 설립 배경과 주체, 설립 과정에서의 갈등, 공공기념물이 기억하려는 역사, 대중의 반응, 공공기념물이 나타내는 상징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본 이유다.“공공기념물은 건립의 주체가 정치권력이든, 시민단체이든 역사와 기억에 대한 치열한 해석과 의미 부여의 결과다. 도시가 다양한 공공기념물을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지는 시민의 집단적 역사인식 수준을 보여 준다”는 민유기 경희대 교수의 말은 우리나라 곳곳에 서 있는 평화의 소녀상부터 세계 문화의 수도 파리의 즐비한 인물 동상까지 시대와 국경의 경계를 넘어 적용된다. 프랑스의 문화예술인 동상을 연구한 민 교수는 ‘동상은 죽은 이를 산 자의 기억 속에 영속화시키는 매개물로 항상 기억의 정치와 연관된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옛 소련과 동유럽 각지에서 공산당 지도자 동상을 파괴하고 프랑스대혁명 당시 파리의 혁명적 시민들이 왕의 동상들을 쓰러트린 것은 과거와의 단절을 바라는 새로운 주체의 요구 때문이었다.고대나 중세 도시에서 동상의 주인공은 대부분 통치자나 전쟁 영웅, 순교자와 성인들이었다. 권력이 원하는 ‘기억의 정치’를 이어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근대 도시들은 다양한 기획으로 도시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1880~1914년 파리 전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문화예술인 동상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에 있는 인물 동상은 모두 347개인데, 이 가운데 153개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세워졌다. 프랑스 제3공화국이 등장하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예술가, 과학자들의 동상을 공공장소에 건립해 숭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1879년 ‘공화파의 공화국’이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공장소에 위인 동상을 세우는 것이 허락됐다. 시민들이 기억하고 숭배하고 싶어 하는 위인들의 동상을 가질 수 있다는 건 ‘강요된 숭배’ 대신 ‘숭배의 민주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동상이 유행이다. 모든 곳에 동상이 세워진다. 위인이 없다면 새로운 위인을 만들어 낸다”는 일간지의 비판이 나올 정도로 20세기 초 파리의 동상 세우기 열풍은 과열 양상을 빚었다. 이는 전쟁에선 패배를 거듭했던 프랑스인들이 예술에서 강한 위로를 발견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도시를 가득 메운 문화예술인 동상들은 파리를 제국의 수도나 혁명의 도시가 아닌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와 정체성을 만들어 가려 했던 정부나 시민들의 요구와도 맞아떨어진 것이다.파리의 문화예술인 동상 세우기 열풍이 ‘숭배의 민주화’라면 히틀러가 꿈꾼 세계 제국의 수도 ‘게르마니아’는 반대의 극단에 있는 예다. “국가는 국민에게 가능한 한 거대하게 보여야 한다”고 했던 히틀러는 독일 도시에 기념비적 건물은 없고 영리 목적의 백화점, 호텔만 들어차 있다고 비판하며 나치 제국의 힘을 선전할 도시를 구축하려 했다. ‘히틀러의 건축가’로 유명한 알베르트 슈페어가 설계한 게르마니아를 보면 기이할 정도로 규모가 거대하다. 베를린에 폭 120m, 길이 7㎞의 중심 도로를 깔고, 높이 117m, 폭 170m의 개선문을 세운다는 식이다. 히틀러의 과대망상과 자아도취, 명성을 떨치고 싶었던 애송이 건축가의 치기와 상상력으로 뭉쳐진 게르마니아는 정복전쟁의 승리를 전제로 한 만큼 ‘허상의 도시’로 끝났다. 하지만 당시 그 일환으로 세워진 템펠호프 비행장이 지금은 베를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듯 잔혹한 역사의 흔적은 다른 역사적 의미와 쓸모로 도시에 여전히 새겨져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사설] 日 영사관 앞 ‘징용상’ 건립 시도 재고해야

    민주노총이 내년 노동절(5월 1일)에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 총영사관 앞에 ‘강제 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지난 18일부터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 모형을 세워두고 100일간의 1인 시위에 들어갔고 건립을 위한 모금도 시작했다. “70년 넘게 잘 알려지지 않은 강제징용 문제를 알리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게 민노총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양국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자 개인이 상대 회사에 가지는 민사적 권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 한국의 헌재나 대법원의 판례”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국가 간 청구권은 소멸됐을지 몰라도,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인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노총 주장은 강제징용 문제를 국가 간 청구권 차원으로 되돌려 문제 삼겠다는 의도로까지 읽힌다. 피해자와 그 가족, 관련단체들이 있는데 민노총이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노동자상이다. 이미 서울 용산역 등에 상이 세워져 있다. 징용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도 아닌 노동단체가 외국 공관 앞에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분란만 만들 뿐, 문제 해결 방식으로도 하중하의 방책이다. 우리도 가입하고 있는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외국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금세 알 일이다. 총영사관 앞 소녀상도 부산 동구청이 불법 점유물이란 이유로 철거했다가 구청장이 어처구니없게 ‘친일파’로 몰리면서 다시 가져다 놓은 것이다. 한·일 관계는 과거사를 직시하며, 얽힌 매듭을 푸는 노력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언제든 박근혜 정부 때처럼 빙하기로 갈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래지향을 얘기하는 지금, 민노총이 분란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강제징용을 알리겠다는 취지라면 민노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재고를 바란다. 노동자상 건립이 강행되면, 소녀상 사례에서 봤듯 일개 구청은 무력하다. 정부가 민노총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민노총과 손잡고 일본 정부를 압박한다는 의심조차 살 수 있다.
  • 순천대, 위안부 막말 교수 진상조사

    순천대, 위안부 막말 교수 진상조사

    순천대는 19일 소속 대학 교수가 수업 중 위안부 관련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에 공식 사과하고 엄정 처리하기로 했다.박진성 순천대 총장은 이날 성명서에서 “우리 대학 교수가 강의실에서 행한 위안부 관련 행동과 각종 인격 모독적 발언으로 고통받은 모든 분들께 죄송스럽다”며 “특히 상심이 크셨을 위안부 할머님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총장 직속의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안을 파악 중이다.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29일 이전에 마무리하기로 했다. 학교 측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파면·해임 등 강력한 처벌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A 교수는 지난 4월 강의 도중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 할머니들은 상당히 알고 갔어. 오케이? 일본에 미친 그 끌려간 여자들도 사실 다 끼가 있으니까 따라다닌 거야”라고 폄하했다. 또 “걸레 아니에요? 아무 데서나 퍼질러 자고 그러는데? 방 만들어서 파자마 바람으로 남자, 여자 어울리면 좋겠어요?”라며 교내 학생회가 사무실에 이불을 가져다 놨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걸레’라고 표현했다. 수업 중 학생들을 향해 ‘테러리스트’, ‘저능아’라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 4월 학생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에 올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용을 접한 대학 측이 자체 조사를 펼치던 중 A 교수가 학생들에게 사과와 해명을 해 일단락된 듯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지난 11일 소속 학과에 녹취 파일 등을 접수하며 이의제기를 했다. 대학 측은 지난 15일부터 A 교수를 수업배제시키고 진상조사팀을 꾸려 경위 파악에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A 교수의 공개사과와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순천평화나비와 전남평화의 소녀상연대 등은 순천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의 공개사과와 즉각 파면”을 촉구했다. 서울대 출신인 A 교수는 평상시 지방대라는 이유로 학생들을 무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 이모(43)씨는 “초등학생 다루듯이 모욕감을 주는 일이 많아 교수 승용차 열쇠 꽂는 부분에 이쑤시게 등을 자주 집어넣어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복을 했었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가을 바람 부는 제주… 예술의 섬, 성찰의 섬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 가을 바람 부는 제주… 예술의 섬, 성찰의 섬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섬 제주. 올가을, 제주를 찾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제주시 전역에서 제주비엔날레 첫 행사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예술 프로젝트라는 개념을 내걸고 열리는 제주비엔날레는 제주 사회의 현안인 ‘관광’이라는 주제를 15개국 70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설치, 회화, 영상, 조각, 사진 등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보는 자리다. 오늘날 우리에게 관광이 어떤 의미인지, 제주 관광 개발의 방식이 옳은 것인지, 아픈 역사 위에 세워진 관광 자원이 과연 그렇게 낭만적일지, 제주가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입장은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성찰해 본다.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내 예술공간이아,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서귀포시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 등 다섯 권역에서 진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관광 목적지로 삼는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관심을 끌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의 알뜨르비행장이다. ‘알뜨르’란 제주 방언으로 아래뜰을 뜻한다. 이름만 들으면 어딘가 정겨운 느낌이 들지만 이곳에는 모슬포의 거센 바람보다 더 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일제는 중국 대륙의 난징 폭격을 위한 전진 기지로 1926년부터 10년 동안 알뜨르에 비행장을 건설했다. 패전의 기색이 역력하던 1944년 일제의 본토방어계획으로 자행된 가미카제 전투기를 감추기 위해 수십개의 격납고를 만들었다. 당시 총 38개의 격납고 중 20개가 아직까지 콘크리트 구조물로 이곳에 남아 있다. 알뜨르비행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 때 수많은 양민이 학살된 곳이다. # 제주현대미술관·이중섭거리 등 다섯 권역서 진행 지역 주민들이 격납고 사이 농지에 마늘, 콩 등 농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덕분에 생명이 움트고 있는 알뜨르비행장에 예술가들은 역사와 장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업을 설치했다. 동학농민운동, 일제강점기, 4·3 사건 등 제주를 관통한 근현대사를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10여점의 대형 설치 작품들이 검은 흙을 뚫고 생명이 자라고 있는 들판의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늘 한 점이 없는 곳이라 감상 환경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지만 장소 자체가 주는 강렬함이 꽤 크다. ‘섯알오름 4·3’이라고 쓰인 빛바랜 입간판이 놓인 비행장 초입에는 대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소녀상이 머리에 새 한 마리을 얹고 서 있다. 쪼개진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9m 높이의 대형 조형물은 최평곤 작가의 ‘파랑새’다. 대나무는 동학농민군이 사용했던 죽창에서 영감을 얻은 재료이지만 작가는 둥글고 긴 원통형으로 겸손한 자세를 취하며 알뜨르비행장의 풍경과 바람과 조우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옆에는 37세로 요절한 작가 구본주의 역작 ‘갑오농민전쟁’이 설치돼 있다. 역사적 사건을 빌어 인체 조형의 솟구치는 힘을 저항의 에너지로 표현한 작품이 알뜨르비행장의 역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감동을 준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색 천으로 만들어진 김해곤 작가의 대형 작품 ‘한 알’은 생명을 품은 밀 한 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알뜨르비행장이 지닌 전쟁의 역사가 치유되고 새로운 한 알의 생명이 잉태되어 평화의 시작을 알린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드넓은 벌판에 고분처럼 봉곳하게 자리잡고 있는 격납고들에도 작품이 설치돼 있다. 강문석 작가의 ‘기억’은 날개가 부러진 채 출격할 수 없는 모습의 전투기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 옆의 격납고에는 2010년 박경훈과 공동작업으로 설치한 ‘제로센 전투기’가 녹슨 채 놓여 있다. 제로센 전투기는 1940년 도입된 일본 해군 항공대의 경량급 전투기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종이다. 이번 비엔날레 참여 작가 옥정호는 격납고 앞에 무지갯빛의 진지를 설치해 원래 감추려는 목적의 진지에 평화의 제스처를 담았다. 또 다른 격납고에선 입구에 철망 구조물을 세우고 철망 사이에 역사의 편린을 상징하는 제주의 자연석을 끼워 넣은 전종철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철망 구조물 속에는 꽃밭을 만들어 평화와 생명, 평화와 전쟁의 경계선을 관통하는 예술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강태환 작가의 ‘숨을 쉬다’는 격납고 안에 비계를 설치하고 기하학적 형태로 거울과 이끼를 교차설치한 작품으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전쟁의 상처가 남았던 알뜨르비행장이 농지로 이용되면서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면서 “초록의 생명으로 치유되는 풍경을 보여주도록 생태의 현장을 과하게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전쟁, 학살, 개발독재, 신자유주의, 인간의 이기심 등으로 사라진 풍경이 여행의 새 주제로 주목받는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선보인다. 제주라는 지역적 범위를 뛰어넘어 ‘관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관광을 할까’ ‘지속 가능한 관광이란 무엇일까’ 등 다양한 의문들을 고민한 결과물들이다.자개 작업을 하는 김유선 작가는 남측 유리 전면에 성에가 낀 듯 설치를 했다. 유리 조각과 자개 조각을 섞어 레진으로 작업한 작품은 원주민과 이방인이라는 두 개의 정체성으로 대변되는 제주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부모 모두 제주 출신인 김 작가는 “관광객과 이방인들이 많아지면서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제주 원주민들은 그 때문에 자녀 교육 등에서 의외의 고충을 겪는다”며 “파편화되어 있지만 자개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를 그렸다”고 말했다. 정연두 작가는 인종 대학살의 비극을 겪은 르완다를 여행하며 찍은 동영상을 통해 아직 씻기지 않은 아픔의 모습을 바라보는 제3자(관광객)의 입장을 보여준다. ‘천 개의 고원’으로도 불리는 르완다는 전 세계에서 번개가 가장 많이 관측되는 곳이기도 한데 영상의 배경음으로 들리는 번개 소리는 마치 내전 당시의 총성처럼 들린다. 한국의 압축성장과 산업화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를 주제로 작업하는 ‘무늬만 커뮤니티’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는 셰르파들과 제주를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을 출품했다. 히말라야 고산등반에서 안내인 역할을 하던 그들이 제주관광의 소감을 말하는 가운데 자신들의 새로운 삶과 희망에 대해 얘기한다. 스페인 작가 디오니시오 곤잘레스는 실제 존재하는 도시 건축물과 디지털로 재구성한 구조물을 한 프레임에 배치시킨다. 이탈리아 베니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다룬 작품들은 다양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비현실적 공간에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 본전시장 제주도립미술관 ‘투어리즘’ 명암 살펴 본전시장에 해당하는 제주도립미술관에는 전 지구적 이슈로서의 투어리즘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부정적 측면부터 긍정적 부분까지의 폭넓은 투어리즘의 스펙트럼을 살펴본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10여곳을 찾아다닌 홍진훤 작가의 ‘마지막 밤들’ 연작, 중국 만리장성을 따라 걷는 90일을 영상으로 풀어낸 마리아 아브라모비치·울라이 작가의 ‘더 그레잇 월 워크’ 등이 흥미롭다. 이원호 작가는 욕망의 대상이 된 제주에 대한 작업을 풀어낸다. 300만원을 들고 제주에서 땅을 찾아다니다 추자도에 자그마한 자투리땅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과 구입한 땅의 지적도가 작업의 결과물로 소개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건 현장을 기록해 온 사진작가 박진영은 제주에서 후쿠시마를 거쳐 필리핀, 말라가 해협까지 해경 소속의 배를 타고 2개월간 이동하면서 선실에서 찍은 바깥 풍경을 ‘움직이는 핵’이라는 제목의 연작 작업으로 보여준다. 박 작가는 “평범해 보이는 바다지만 후쿠시마에서 바다로 흘러들어온 방사성 오염수를 통해 재앙이 거리와 시간을 거스르며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이아’에는 희생의 땅에서 이뤄진 관광 제주의 오늘을 뼈아프게 진단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김태균 작가의 설치작품 ‘위와 같이 아래에도’는 제주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모형을 음각해 놓고 제주의 풍광을 담은 영상과 함께 제주 4·3사건을 겪은 이들의 증언을 소개한다. 4·3 당시 학살터이자 암매장 장소에 세워진 공항에서 제주 관광이 시작되는 아이러니에 얼얼해진다. 김범준 작가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환상의 섬에서 접한 현실을 설치작업으로 표현한 것이다. 비엔날레를 주관하는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제주는 관광의 성찰과 점검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면서 “역사, 자연 등 유무형의 자원이 박제화하거나 사라지는 문제, 원주민·입도민 등 구성원 간 갈등 등을 예술 작품으로 접근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제주비엔날레는 12월 3일까지. 각 사이트 찾아가는 방법과 전시 해설을 담은 스마트폰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1300번의 울림에도… 26년째 반성 없는 일본

    1300번의 울림에도… 26년째 반성 없는 일본

    길원옥 할머니 등 300여명 참석 집회 후 참가자들 靑앞까지 행진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13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민중가요 ‘바위처럼’의 한 소절이 울려 퍼졌다. 지난 8·14 세계 위안부 기림일에 늦깎이 가수로 데뷔한 길원옥(89)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노랫소리는 낮고 느렸지만 소절 하나하나에 옹골찬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어 원곡이 흘러나왔고 경기 남양주 수동초등학교 6학년생 20여명이 나와 노래에 맞춰 신나게 율동을 했다. 길 할머니와 김복동(91) 할머니를 비롯해 1300차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 나온 300여명은 노래에 맞춰 손뼉을 쳤다. 1992년 1월 8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린 수요시위가 이날로 1300회를 맞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6년째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참가자들은 “1300번의 울림이 있기까지 피해자들은 스스로 인권운동가가 됐다”면서 “일본 정부의 반성과 법적 배상을 우리 손으로 이뤄 낼 때까지 다음주 1301차부터 다시 나비 날갯짓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경과보고에서 “1992년 당시 한국 사회는 할머니들을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사람으로 바라봤으나, 할머니들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제 할머니들은 포기하지 않는 존재로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시위 참가자들은 현재 생존한 할머니가 35명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거듭 강조했다.<서울신문 9월 9일자 1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난도 들끓었다. 양진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공동대표는 “당시 합의를 놓고 할머니들은 ‘역사를 팔았다’고 표현했다”면서 “일본은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시위를 마친 뒤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할머니 두 분도 휠체어를 타고 행진에 동참했다. 정대협 측은 2015년 한·일 합의 폐기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 내용을 담은 공개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포토] 1300차 수요집회와 소녀상

    [서울포토] 1300차 수요집회와 소녀상

    13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00차 수요집회에 참석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17.9.13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위안부 할머니 평화상 후보 지지… 전쟁의 폭력에 사과 없는 日 유감”

    “위안부 할머니 평화상 후보 지지… 전쟁의 폭력에 사과 없는 日 유감”

    “일본이 전쟁 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11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소녀상 앞에서 “이 여성들이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여성들을 왜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부르는지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위안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위안을 준 것이 아니라 폭력을 겪은 것이다. 이 여성들은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한번 일어난 이러한 억울한 폭력은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이 여성들에게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표명하는 것”이라며 “아마 일본이 아직까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 할머니들이 현재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제안된 것으로 전해들었는데, 내 생각에 충분히 평화상 후보 자격이 있다고 본다.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원하는 건 복수나 증오심이 아니고, 일본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며 “여러분 살아생전에 그런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 나눔의 집에 안네 프랑크의 그림과 초상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할머니들의 희생과 고통은 홀로코스트 못지않은 만큼 나눔의 집이 안네 프랑크의 초상을 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 등과 함께 나눔의 집 위안부 역사관을 방문해 고인이 된 할머니들의 추모비와 흉상에 헌화와 묵념을 했다. 이어 이용수 할머니 등을 만나 안네 프랑크의 얼굴 사진 액자를 전달하며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에 이 할머니는 슈뢰더 전 총리에게 소녀상 배지를 건네주며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손목에 차고 있던 기억팔찌를 빼서 슈뢰더 전 총리에게 끼워줬고,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감’, ‘못다 핀 꽃’ 등을 전달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방명록에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릅니다’라고 적었고, 나눔의 집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양 시장은 “슈뢰더 전 총리가 나눔의 집을 방문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독일이 주변 피해국에 사과하고 배상한 것처럼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강력히 촉구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커버스토리] “할머니 연세 보면 文정부가 마지막 기회… 끝까지 진실 알릴 것”

    [커버스토리] “할머니 연세 보면 文정부가 마지막 기회… 끝까지 진실 알릴 것”

    “할머니들 연세를 생각하면 이번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기회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안신권(56) 나눔의집 소장은 8일 “할머니들의 건강이 점점 악화돼 향후 5년 내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실 것 같아 걱정된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안 소장은 2001년부터 17년째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 곁을 지켜오며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위해 뛰고 있다. 안 소장은 2004년에 별세한 김순덕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안 소장이 나눔의집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세상을 하직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나눔의집에 사는 할머니들을 이끄는 대장이었다고 한다. 안 소장은 “김 할머니는 해외에 나가서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피해 사실을 증언했고, 그림도 참 잘 그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001년 일본 역사 교과서 논란이 일었을 때 김 할머니가 ‘일본은 소니처럼 전자제품을 잘 만드는데 왜 교과서는 잘 만들지 못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내가 교과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게 지금도 생생하다”고 전했다. 안 소장은 할머니가 한 명씩 돌아가실 때마다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책임감에 짓눌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할머니들과 함께 싸우는데 할머니들은 돌아가시고 나만 남아 있다”면서 “할머니들이 원하시는 것이 이뤄지지 않으니까 압박감도 크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아쉬운 점도 내비쳤다. 특히 안 소장은 모두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외교부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검증하는 배경에 의문을 품고 있다. 안 소장은 “민주적인 절차는 중요하지만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합의 폐기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최근 합리적인 절차만으로는 일본을 설득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국교정상화 때 대일 청구권은 마무리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사과 요구에 입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 소장은 ‘평화의 소녀상’이 마지막으로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소녀상 문제에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안 소장은 “일본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해외에 소녀상을 많이 건립해야 한다”면서 “해외에서는 위안부 문제를 역사 문제가 아닌 순수한 인권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보편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기가 한층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 소장은 “시간은 흘러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 끝까지 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커버스토리] 저승서도 주먹쥐고 외칠거다 사죄하라

    [커버스토리] 저승서도 주먹쥐고 외칠거다 사죄하라

    “내가 먼저 가려고 했어. 그런데 군자가 10만원이 든 흰 봉투를 주면서 자기가 먼저 가겠다는 거야. 결국 말대로 됐지.”8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 인근 병원에 신장 치료차 입원한 이옥선(90) 할머니는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김군자 할머니를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할머니는 “형제보다 더 가까이 지냈는데, 이제 얘기할 사람도 없다”면서 “하긴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젠 말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하상숙(89) 할머니의 지난달 28일 별세 소식도 뒤늦게 듣고 굵은 눈물방울을 떨궜다. 이 할머니는 “정신이 없다”고 했지만 75년 전 위안부로 끌려간 그때 그 일만큼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15살 때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교에 가질 못했어. 그러다 결국 1942년에 중국 연변으로 끌려갔어. 일본군이 차를 끌고 다니면서 길에 있는 여성들을 다 태웠었지. 그때부터 3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어. 그러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차마 가족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어서 중국에 눌러앉았어. 2000년 6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가족들은 모두 죽고 아무도 없었어.” 이 할머니는 자못 담담하게 아픈 기억을 쏟아냈지만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분노에는 아직도 굳은살이 생기지 않은 듯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저항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은 위안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에 분노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당한 피해를 증언했다. 김 할머니의 증언으로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지난달 29일 고 하상숙 할머니의 빈소에서 만난 이용수(89) 할머니는 25년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위안부 피해자라고 신고하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이 할머니는 “1992년 6월 25일에 내가 직접 위안부 피해자라고 신고했다”면서 “다음날 모임에 나갔더니 거기서 수십명의 동료(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이 할머니는 75년 전 기억을 마치 최근에 겪었던 일처럼 끄집어냈다. 이 할머니는 16살이던 1944년 어느 날 한밤중에 ‘밥도 많이 먹게 해 주고 가족들도 잘살게 해 준다’는 말만 듣고 군복을 입은 일본인을 따라 나섰다. 잠들어 있었던 가족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이 할머니와 함께 일본인을 따라 나선 ‘소녀’는 이 할머니의 친구 ‘분순이’를 포함해 모두 5명이었다.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는커녕 상처만 남겼다. 특히 이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지난해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뜨겁다. 할머니들은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재단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명예회복, 그것뿐이었다. 이용수 할머니는 “1억원 같은 거 필요 없다.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국왕이 무릎 꿇고 빨리 사죄해야 한다. 일본 총리가 법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할머니들이 그렇게 26년 동안 일관되게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할머니들도 하나둘씩 하늘의 별이 돼 가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만 12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은 할머니가 모두 돌아가시길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은 우리가 살아 있는데도 저렇게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가 죽고 나면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지 않느냐”면서 “저승에 가서라도 사죄하게 할 거다. 데모할 거다”고 호소했다. 현재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집에 9명,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 2명의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다. 나머지 생존자 24명은 가족과 함께 살거나 혼자 생활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하는 할머니 중에는 가족들에게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내는 할머니들이 많다”면서 “모두 85세가 넘는 고령분들이시고, 아직 당시의 상처를 가족에게 알리기 어려운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오는 20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난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을 한국에 빼곡하게 세우고, 미국에도 세우고, 마지막은 동경 벌판에 세워서 사죄를 받아낼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 놓고 가겠다”고 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한·일, 북핵 위협에 과거사 ‘임시 봉합’

    한·일, 북핵 위협에 과거사 ‘임시 봉합’

    靑 “과거사 문제 안정적 관리… 미래지향적 교류·협력 강화” 대북 공조 위해 ‘한발’ 다가서… NSC상임위, 北 대처방안 논의“비록 양국 관계에 어려운 문제도 있으나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신뢰를 쌓아감으로써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문재인 대통령)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정상 차원의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함께 협력해 나가자.”(아베 신조 일본 총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로 불편했던 한·일 두 나라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조를 위해 과거사 문제를 ‘임시 봉합’한 채 거리를 좁혀 가는 모양새다. 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밝힌 과거사 문제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만 돼 있다. ‘안정적으로 관리’란 표현에 대해 윤 수석은 “과거사를 이유로 양국이 쟁점화시키거나 현안 내지 가장 큰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북핵과 미사일 등으로 동북아 전체 불안이 가중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한·미·일, 한·일 간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서 과거사 문제가 부각되는 건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으로선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에 대한 원칙과 입장을 충분히 전달한 만큼 과거사 문제를 강조하는 건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나 소녀상 문제나 국민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대로 관리해 나가고 경제 협력이나 문화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7월 7일 정상회담), “강제 징용자 개인이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갖는 민사적 권리들은 남아 있다는 것이 판례이며 정부는 그런 입장에서 과거사 문제를 임하고 있다. 다만 미래지향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되겠다”(7월 17일 취임 100일 회견)고 밝힌 것에 비춰 보면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이견이 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강제동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보도를 앞세워 청와대의 기조와는 대조를 이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에서 ‘국내용’으로 강조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9일 북한의 정권수립일을 계기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진단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학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 역사 의식 높일 것”

    “대학에 ‘평화의 소녀상’ 세워 역사 의식 높일 것”

    학생 95% 찬성… 학교 측은 꺼려 5000만원 모금·내년 완공 목표 “취업 탓이죠. 얘기를 해보면 학점에 신경 쓰는 친구들이 많고 역사의식이 떨어져요. 그래서 소녀상을 세우는 겁니다.”국립대 중 처음으로 캠퍼스 안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 중인 충남대 총학생회장 이현상(26·기계설계공학과 4년)씨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고교와 초등학교까지 소녀상을 세우는데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정작 건립한 곳이 없다”며 이같이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사립대인 인제대와 동아대의 경우 동아리 차원에서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총학생회가 나선 것은 우리 대학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총학생회 회의를 통해 소녀상 건립을 결정하고 설문조사부터 했다. 지난 1일부터 20일간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68명 중 95.6%인 1117명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이씨는 “전교생이 1만 8000명인데 방학 때라 참여자가 적었지만 주류 의견을 짐작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찬성 학생들은 대부분 “학내에 소녀상이 있으면 더 많은 학생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반대하는 학생은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우려했다. 이씨는 “당장 우리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규슈대, 오사카대 등 30여개 일본 대학들과 관계가 틀어질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며 “학교 측도 이 부분 때문에 꺼린다. 게다가 국립대 안에 세운다는 걸 부담스러워한다”고 귀띔했다. 반대 학생들은 또 관리 문제를 꼽았다. 이씨는 “소녀상 관리는 교직원 노조에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내년 3월 소녀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씨는 “미래를 지향하며 밝은 표정으로 서 있는 충남대만의 소녀상을 제작하겠다”고 했다. 이미 학내 조소과 교수에게 제작을 의뢰해 디자인 중이다. 이씨는 “동상 제작비 5000만원은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 등 전 구성원을 상대로 모금한다”고 밝혔다. 교직원 노조는 벌써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시민 모금에도 나선다. 이씨는 “오는 10월 시내에서 학생들이 플래시몹 등을 벌여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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