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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탄소생활 실천통해 온실가스 21만t 감축

    환경부는 5일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저탄소생활 실천으로 21만t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21만t은 30년생 소나무 3200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으로 전기료 584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에는 53개 민간단체가 참여했고 특히 생활 속 ‘온실가스 1인 1t 줄이기 실천서약’에 직접 서명한 국민이 15만여명으로 저탄소 생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온실가스 감축 성과에 높은 실적을 보인 하나금융지주와 경기도 양주 백석고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현금출납기(ATM) 대기전력을 차단하고 백석고는 LED 조명 사용 등 효율적인 에너지 감축을 적극 추진한 공로가 인정됐다. 시상은 6일 서울 세종대에서 개최되는 ‘2016 저탄소생활 실천 국민대회’에서 이뤄진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마흔 아홉, 같은 나이 다른 시선

    마흔 아홉, 같은 나이 다른 시선

    49살. 지금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을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되는 나이다. 화가라면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이젠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1967년생 동갑내기 중견화가 두 명이 풍경을 주제로 나란히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양화가 정소연은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어떤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가상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경주의 안압지다. 그런데 어딘가 생경하다 했더니 유리 상자 안에 있는 경주 안압지 상상 모형을 그린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상상으로 재현한 3층 누각에 파란 물이 담긴 연못, 여기에 실제 소나무 숲으로 배경을 만들었다. 생경한 풍경이다. 건축모형들로 이뤄진 인공적인 도시에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새파란 실제 하늘을 매치시킨 작품도 있다. 모델하우스에서 발견한 건축 모형과 미술관의 전시품에서 따온 등고선으로 된 산을 뒤섞어 풍경을 만들고 여기에 실제 하늘을 그린 것도 있다. 작가는 수년째 ‘가상과 실재의 간극’이라는 주제에 천착하고 있다. 미키마우스를 좋아하는 아들이 정작 한 번도 살아 있는 쥐를 본지 못한 채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2014년 같은 화랑에서 가진 개인전 ‘네버랜드’에서는 식물도감에 나온 다양한 식물의 이미지를 참조해 실제보다 더 리얼하게 그린 작품을 선보였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접한 식물 도감 속 이미지가 당연히 실재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을 빗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어떤 풍경’전에는 작가가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한 건축 모형들로 구성한 가상의 풍경들이 실제 풍경과 뒤섞여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촬영한 이미지들을 컴퓨터로 조합한 뒤 알아주는 그림 솜씨로 캔버스에 그렸다. 가상과 현실이 혼재돼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작품에 대해 작가는 “세상에 대한 관찰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이 풍경이 다 가짜일 수 있듯이 우리가 사는 현실도 그림 속 풍경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정소연은 뉴욕 공과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뒤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회화로 복귀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미디어아트로 박사학위까지 딴 그는 회화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회화부터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다루기 때문에 표현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한국화가 이길우는 향불로 한지에 작은 구멍을 수만개 내어 산수화를 그린다. 별명 ‘향불 회화’. 불교에서 향을 올리는 행위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공양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자신을 태워 모든 중생의 마음과 업을 맑고 깨끗하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다. 작가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향불로 한지를 태움으로써 비우는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조형어법은 일종의 수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가 인사동 선화랑에서 향불회화 기법으로 제작한 근작 25점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전에 내걸은 제목은 ‘오고 가는 길, 스쳐 지난 풍경’이다. 중앙대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작가 활동을 하면서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안성캠퍼스와 집,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가운데 만난 일상적인 풍경들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스쳐가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놓고 있다. “작가로서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앞으로 작업에 정진하기 위해 지나 온 일상을 되돌아보려 했다”는 그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기억 속 이미지를 독특한 화면 구성으로 중첩해 보여 준다.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의 오래된 사진이나 사건을 보도한 신문을 확대해 장지에 프린트한 뒤 직접 염색한 한지를 콜라주로 붙인 다음 그만의 독특한 재료인 향불로 구멍을 내어가며 풍경을 그린 한지를 중첩해 배접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강렬하지는 않지만 향불로 드러나는 구멍을 통해 그 안의 장면들이 장막 뒤의 세상처럼 아스라이 드러난다. 그가 향불 회화를 시작한 것은 2003년 늦가을. “작업실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역광이 비치면서 은행나무 잎들이 검은 점들로 보였어요. 향불로 한지를 태워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지요.” 반복과 수행의 과정이 이어졌지만 고생한 만큼 그는 이름을 알렸다. 너무 힘들어 한동안 전기 인두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다시 향불로 돌아왔다.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길섶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서동철 논설위원

    출근하면 밤새 들어온 메일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들어와 쌓이는데도 지우지 못하는 메일이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보내 주는 ‘고전산책’이다. 시간에 쫓겨 열어 보지 못할 때는 미안할 만큼 수준 높으면서 재미있다. ‘허균이 세운 공공도서관’이라는 제목의 엊그제 글도 흥미로웠다. 스토리인즉 이렇다. 강릉부사가 임기를 미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공물로 바치고 남은 명삼(明蔘) 32냥을 허균에게 주었다. 허균은 사신으로 명나라 연경에 간 길에 그것을 ‘육경’, ‘사서’, ‘통감’을 비롯한 온갖 책으로 바꿔 왔다. 고향 강릉의 향교에 책을 실어 보냈지만, 사양하자 별장 누각을 비워 수장하게 했다. 선비들이 읽고자 하면 빌려 주었고, 다 읽으면 반납하게 했다.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없었을 뿐 완벽하게 현대적인 개념의 도서관이다. 글이 여기서 끝났으면 재미는 덜했을 것이다. 지난 9월 경포호 주변 초당 소나무 숲 아래 허균의 도서관인 ‘호서장서각’(湖西藏書閣) 안내판이 세워졌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글쓴이는 ‘벌써 호서장서각이 복원될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악취 나던 신도림역 주변, 나무향 가득한 공간으로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신도림역을 통해 출퇴근한다. 아파트~신도림역은 매일 오가는 길이지만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역 근처에 있는 유수지(저수지)의 악취다. 특히 7~8월 여름이면 코끝을 찌르는 고약한 냄새가 출퇴근길의 기분을 망치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이 사라지게 됐다. 구로구가 신도림역 주변 악취 혐오시설을 주민 친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구로구는 “악취로 주민 불편을 일으키고 경관을 저해하던 ‘구로1유수지’의 개선사업을 지난 11월 완료했다”고 1일 밝혔다. 공사는 지난 5월부터 진행됐다. 2014년부터 주민들이 악취로 인한 민원을 적극 제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사업이 끝난 셈이다. 사업비는 서울시로부터 조달해 9억원을 투입했다. 악취 개선사업은 구로1유수지 전체 7000여평 가운데 복개(콘크리트로 덮는 일)를 하지 않은 40여평을 대상으로 했다. 지상으로 나와 있던 수문과 수로에 덮개를 씌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콘크리트 위에는 소나무, 남천나무 등 5083주의 나무를 심어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20년 전부터 구로1유수지는 복개를 통해 생태공원, 버스정류장으로 거듭났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40여평의 복개를 끝냈고, 악취 발생의 근원을 원천 차단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수원 나눔햇빛발전소 녹색환경수도 이끈다

    경기 수원시가 서호체육센터와 수원시자원순환센터 건물 옥상에 ‘수원 나눔햇빛발전소’ 5, 6호기를 설치하는 등 녹색환경수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일 수원시에 따르면 나눔햇빛발전소는 시와 수원시민햇빛발전 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건립하는 친환경 태양광발전소다. 전력 판매 수익금 절반을 에너지 빈곤층(사회 취약계층)에게 ‘에너지복지기금’으로 지원하고 절반은 태양광발전시설에 재투자한다. 지구온난화, 에너지복지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수원시와 협동조합은 2014년 2월 ‘나눔햇빛발전소 건립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 시가 발전소 설치비를 지원하고 협동조합은 설치와 운영을 전담하기로 했다. 공공기관과 시민단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손을 잡아 거버넌스(민관 협치) 행정의 좋은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2014년 9월 ‘나눔햇빛발전소 1호기’(광교공영주차장)를 시작으로 서수원 하나로클럽 옥상과 하나로마트 옥상에 2, 3, 4호기를 설치했다. 이날 가동에 들어간 5, 6호기는 지난해 8월 설치 공사를 시작해 11월 완공했다. 1~6호기 건립에 1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나눔햇빛발전소 1~6호기 운영으로 연간 780㎿의 전기를 생산, 20년간 38억원 이상 수익금을 창출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온실가스 6600t과 화석연료 3300t을 감축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0~40년생 소나무 1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시는 앞으로도 국·도비 등을 확보해 7, 8호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민병구 환경국장은 “나눔햇빛발전소에 생산되는 청정에너지가 수원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저탄소 녹색환경수도 수원을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하나되어 함께 걷고픈 길… 가슴 시리도록 보고픈 너

    하나되어 함께 걷고픈 길… 가슴 시리도록 보고픈 너

    분단의 아픔 간직한 잔교리 38평화마을 ~ 겨울철 서퍼들의 천국 기사문 해변·죽도 ~ 바다 위 고즈넉한 절집 휴휴암 ~ 갈대밭 품은 포매호 ~ 도루묵 풍년인 남애항… 아! 그곳에 가고 싶다 난데없이 왠 38선이냐 싶겠다. 아무리 곱씹어 봐도 38선이 운위돼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사실 이 계절과 특별한 연관은 없다. 그저 한적한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고, 노릇노릇 구워진 도루묵 구이도 먹고 싶던 차에 그에 걸맞은 핑곗거리가 하나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자니 속초나 강릉처럼 사람 몰리는 곳은 싫고, 다소 외져도 풍경과 계절 별미가 있는 곳이어야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강원 양양, 그리고 ‘38선 숨길’이었다. 설악산 한계령을 넘어간다. 양양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길이다. 눈이 쌓이면 무척이나 위험한 길로 변하지만, 그 전까지는 방문객들에게 나라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풍경의 유희를 안겨 주는 구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풍으로 화사했던 산자락은 헐벗고 야위었다. 반면 여름 내내 숲에 가려졌던 암릉들은 선이 더욱 굵어졌고, 늘 푸른 소나무의 자태도 어느 계절보다 청청하다. ‘38선 숨길’은 현북면 잔교리, 이른바 ‘38평화마을’에서 서면 영덕리까지 이어지는 38㎞의 트레킹 코스다. 영덕리에서 역순으로 올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잔교리를 들머리 삼는다. 한데 왜 하필 ‘숨길’이고 ‘잔교리’였을까. 현지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숨길은 남과 북이 숨을 쉬듯 막힘없이 소통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문구다. 줄곧 38선을 따라간다. 잔교리는 국군의 날 제정의 토대가 된 마을이다. 그 연원을 따져 보려면 시계추를 1945년 광복 직후로 되돌려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진다. 이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북진을 거듭할 무렵 유엔에서 연합군 측에 38선을 넘지 말 것을 지시한다. 연합군이 머뭇대던 사이 국군에 북진 명령이 내려졌고, 국군 3사단 23연대가 최초로 잔교리의 38선을 넘어 북으로 진격한다. 그날이 1950년 10월 1일이다. 현재 국군의 날은 이날을 기려 1956년 제정한 것이다. 38선이 그어질 당시 잔교리 또한 마을 중심을 흐르는 잔교천(현 38선천)을 경계로 남북으로 나뉜다. 격의 없이 지내던 마을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겯고 트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 비극적인 과거를 되새기기 위해 38선을 따라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게 ‘38선 숨길’이다. 사실 일반 여행객들에게 ‘38선 숨길’은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상징성은 선명하지만 딱히 이렇다 할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들머리와 날머리를 연결하는 교통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 탓에 보통은 38선 휴게소에서 여러 조형물들이 늘어선 길을 따라 ‘38평화마을’까지 다녀오거나, 좀더 걸어 대치리까지 간 뒤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8선 휴게소는 7번 국도 바로 옆 기사문 해변에 터를 잡았다. 38선 상징비와 탱크를 형상화한 38선 미니주제체험관 등이 마련돼 있다. 시퍼런 바다 위에선 서퍼 몇몇이 파도를 즐기고 있다. 기사문 해변부터 강릉 방향으로 동산 해변을 거쳐 죽도 해변에 이르는 구간은 서퍼들의 천국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먼바다에서부터 둘둘 말려 온 파도가 해안까지 이어져 서핑을 즐기는 데 최적의 여건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휴게소 오른쪽의 지하보도로 7번 국도를 가로지르면 곧바로 ‘38평화마을’로 연결된다. 지하보도엔 벽화가 그려져 있다. 총을 든 청년의 서늘한 눈빛, 녹슨 철모를 뚫고 피는 꽃 등이 인상적이다. 지하보도 너머는 38선천이다. 개울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작은 하천이다. 이 실개천을 두고 한때 남북으로 나뉘어 대치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마을 안으로 들면 다양한 조형물들이 시선을 끈다. 2012년 공공미술사업으로 조성된 작품들이다. 그물에 갇힌 포탄도 있고, 남북 어부가 함께 평화를 낚기도 하고, 평화를 배달하는 우체부의 모습도 눈에 띈다. 마을 인근에도 38선 돌파 기념비, 관동8경 중 하나인 하조대, 일제강점기 3·1운동을 기리는 만세공원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마을을 돌아 나와 양양 여정을 이어 간다. 목적지는 남애항이다. 영화 ‘고래사냥’(1984)의 촬영지였던 곳. 가수 송창식이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보듯 억압받던 그 시절의 청춘들이 완행 열차 타고 찾길 꿈을 꿨던 곳이다. 기암들의 자태가 인상적인 동산항과 인구항 사이에 죽도라는 섬이 있다. 둘레 1㎞, 높이 54m로 섬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크기다. 몇 해 전만 해도 죽도암 주변의 분위기는 고즈넉했다. 이정표가 있어도 찾기 힘들 만큼 외진 곳이었다. 한데 요즘은 이 일대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변했다. 도회지에서 젊은 서퍼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건물이 올라가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밥집, 술집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죽도 주변엔 철재 데크가 놓여졌다. 섬 뒤편에 없는 듯 숨은 죽도암(竹島庵)까지 다녀올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휴휴암(休休庵)과 만난다. 바다로 뻗은 너른 반석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반석 주변에선 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먹이는 돈 주고 사야 한다. 먹이를 뿌리면 30~40㎝에 달하는 황어들이 몰려온다. 수백 마리는 족히 넘어 뵌다. 황어뿐 아니다. 방생한 우럭 새끼 등이 도무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뿌린 먹이에 길들여진 탓이다. 사람이 환경에 개입하는 건 여러 면에서 고민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다. 절집에서 물고기 새끼를 방생하고, 먹이를 주는 게 온당한 일인지 좀더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휴암 인근의 포매호도 아름답다. 포매호는 강원 북부 해안에 발달한 여러 석호 중 하나다. 화진포 등에 견줘 규모는 작아도 풍경은 제법 옹골차다. 포매호 주변 갈대밭에 조성된 목재 데크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재미가 각별하다. 남애항은 양양에서 가장 큰 항구다. 매일 아침 열리는 수산물 경매 시장도 근동에서는 가장 크다. 이맘때 위판되는 해산물은 대개가 도루묵이다. 낭자하게 진행되는 여느 항구도시의 경매장과 달리 비교적 짧고 조용하게 경매가 이어진다. 호시탐탐 도루묵을 노리는 갈매기들과 경매사, 어민들이 뒤엉킨 번다한 한때가 지나고 나면 사위가 적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항구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다. 도루묵으로 허기를 달래고, 내일을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과 만날 수 있다. 일렬로 길게 늘어선 활어회센터를 지나면 남애항 바다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앞에 영화 ‘고래사냥’ 촬영지 표지석이 서 있다. 배우 안성기, 이미숙, 김수철 등이 주연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여기서 촬영됐다고 한다. 전망대 2층의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남애항과 망망대해, 파란 하늘이 가슴 가득 담긴다. 글 사진 양양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가 44번 국도로 갈아탄 뒤 한계령을 넘어서면 곧 양양이다. 이어 동해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하조대 나들목으로 나갈 수도 있고, 7번 국도를 타고 천천히 내려갈 수도 있다. →맛집 : 한계령 너머 범부리에 있는 범부막국수(671-0743)는 이른바 ‘가성비’ 뛰어난 맛집이다. 막국수와 메밀만두 등으로 이름났다. 외양은 거칠고 투박해 뵈지만 맛은 차지고 부드럽다. 계절 별미로는 역시 도루묵이 첫손 꼽힌다. 남애항에서 경매가 끝난 뒤 직접 사서 조리해 먹거나, 주변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잠수부횟집(671-9855)은 회, 멍게 등 여러 해산물을 싱싱하게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이맘때면 오징어 물회도 별미다. 동산항 끝에 있다. →잘 곳 : 가족 단위라면 쏠비치 호텔&리조트(1588-4888)가 맞춤하다. 다만 비수기에도 투숙객이 몰려 방 구하기가 만만하지 않다. 서퍼들이 즐겨 찾으면서 기사문항부터 남애항에 이르기까지 숙박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특히 죽도 쪽에 젊은층 취향의 숙소가 많다.
  • [인터넷생중계]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 전세계 생중계

    [인터넷생중계]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 전세계 생중계

    27일 오후 5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가 아프리카TV를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된다. 서울신문과 한국연예인제작자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는 서울이 한류의 중심 도시임을 세계에 알리고 겨울에 서울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콘서트는 샤이니, FT아일랜드, 빅스, EXID, AOA, 세븐틴, 티아라, 여자친구, 트와이스, BTOB, 레드벨벳, B.A.P, 달샤벳, 더원, NCT127, 뉴이스트, 오마이걸, 소나무, B.I.G, 아스트로, 크나큰, 펜타곤, SF9, NC.A까지 총 24개 팀이 참가했으며 슈퍼주니어의 이특, 배우 진세연, 세븐틴의 민규가 콘서트 진행을 맡았다. 서울시는 이번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가 국내뿐 아니라 미주 및 유럽에도 아프리카TV를 통해 동시 생중계되며 이를 통해 K-POP 스타들의 화려한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서울의 매력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는 생중계를 보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12월 3일 밤 12시 SBS를 통해 녹화방송될 예정이다.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케이팝 올스타 24개팀, 고척돔 울린다

    케이팝 올스타 24개팀, 고척돔 울린다

    올 한 해 가요계를 빛낸 최고의 케이팝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신문사와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함께하는 ‘2016 슈퍼서울드림콘서트’가 오는 27일 오후 6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최근 발매한 정규 5집 앨범으로 각종 음반차트 1위를 휩쓸며 9년차 아이돌 그룹의 저력을 보여준 샤이니를 비롯해 대세 걸그룹들이 총출동한다. 이와 함께 FT아일랜드, VIXX, EXID, AOA, 세븐틴, 티아라, 여자친구, 트와이스, BTOB, 레드벨벳, B.A.P, 달샤벳, 더원, NCT127, 뉴이스트, 오마이걸, 소나무, B.I.G, 아스트로, 크나큰, 펜타곤, SF9, NC.A 등 올해 활발한 활동을 펼친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 가수 24개 팀이 출연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슈퍼주니어의 이특, 배우 진세연, 세븐틴의 민규가 진행을 맡았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슈퍼서울드림콘서트는 지난 2일 밤 8시부터 멜론티켓을 통해 예매가 실시되었으며 예매 시작 2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등 국내외 케이팝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케이팝을 통해 공감하기 위해 기획됐다. 아울러 고척스카이돔을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하는 동시에 서울시가 한류의 중심 도시임을 중국, 동남아시아 및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연 주최 측은 “케이팝의 본고장인 서울에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한류와 케이팝을 인기 절정의 스타들이 선보임으로써 관광도시로서의 서울의 매력과 역동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한류 확산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2016슈퍼서울드림콘서트 홈페이지(http://concert.seoul.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시간이 머문 풍경, 느릿느릿 걷는다

    시간이 머문 풍경, 느릿느릿 걷는다

    여섯 가지 묘한 매력 품은 정원 ‘겐로쿠엔’… 에도시대 향기 가득한 ‘자야가이’… 번잡한 도심 위 고풍스러운 풍경들 일본인들의 교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듯하다. 수도를 교토의 동쪽으로 옮긴다는 뜻에서 도쿄(東京)라 이름 지었듯, 자국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도시들엔 거의 예외 없이 ‘작은 교토’(小京都)란 애칭을 붙여 준다.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시도 그중 하나다. 현지 가이드는 “전국 31개 ‘작은 교토’ 가운데 첫손 꼽히는 곳이 가나자와”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을 피해간 데다, 지진도 적고, 발전마저 더뎌 옛 거리나 문화유산 등이 그대로 남았다. 인구 48만명의 중형 도시가 연간 700만명을 넘나드는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가나자와는 지난해부터 일본인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여행지’가 됐다. 험준한 일본 중북부지역을 관통해 도쿄까지 가는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호쿠리쿠는 우리의 동해와 접한 이시카와현 등 네 현을 뭉뚱그린 표현이다. 호쿠리쿠 신칸센의 관문은 가나자와 역이다. 역 입구엔 높이가 약 14m에 달하는 문이 세워져 있다. 쓰즈미몬(鼓門)이다. 일본 전통 예능에 쓰이는 북을 형상화했다. 쓰즈미몬 뒤는 거대한 ‘모테나시 돔’이다. 3109장의 유리를 덧대 만들었다. 비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우산의 형태로 조성했다. 방문객에게 우산을 건네듯 ‘모테나시’(환대)를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유리 돔에 담겼다. 가나자와는 비와 눈이 많다. 동해에서 몰려온 공기가 다테야마 연봉 등 거대한 산군에 막혀 비와 눈으로 쏟아져 내리기 때문이다. 구름 한 점 없이 쨍한 날이 일년에 20일 안팎에 불과하다. 그럼 만지면 묻어날 것처럼 맑은 날에 이 지역 사람들은 뭘 할까. 많은 이들이 가나자와 성을 찾는다. 정확히는 성으로 드는 후문인 이시카와 문을 찾는다. 이 문의 지붕 기와엔 납 성분이 함유돼 있다. 그 때문에 여느 성의 지붕과 다르게 흰빛을 띠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는 그 빛깔이 무척이나 신비롭단다. 그래서 맑은 날이면 이 문을 찾아 막연히 바라본다는 것이다. 맑은 날 ‘들로 산으로’를 외치며 활동성을 강조하는 우리와는 다소 다른 감각인 듯하다. 이시카와 문 맞은편엔 저 유명한 겐로쿠엔(兼六園)이 있다. 병립하기 어려운 여섯 가지(六) 요소를 두루 갖췄(兼)다는 정원이다. 넓고 활기찬 광대(廣大)와 깊고 고요한 유수(幽遂), 섬세하게 엮어낸 사람의 손길(人力)과 자연이 오랜 기간 빚어낸 창고(蒼古), 가까이서 보는 샘물(水泉)과 드넓게 둘러보는 조망(眺望) 등 상반된 경관이 어우러져 있다는 뜻이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오카야마현의 고라쿠엔과 더불어 일본 내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면적은 11㏊로 도쿄돔 야구장의 세 배에 달한다. 마에다 가문이 167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7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벚꽃 피는 봄에 방문객이 가장 많고, 단풍 물든 가을과 겨울철 ‘유키쓰리’ 때도 관광객이 몰린다. 유키츠리는 많은 눈에 부러지지 않도록 소나무 가지를 800개의 줄로 엮는 것을 일컫는다. 겐로쿠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가스미가 연못’이다.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을 형상화 한 ‘호라이 섬’(거북을 표현했다는 견해도 있다)과 학을 상징하는 ‘가라사키의 소나무’, 연못 위 정자 우치하시테이 등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낸다. 연못 초입의 ‘고토지(琴柱) 등롱’은 이시카와현의 대표 아이콘이다. 가야금의 줄을 괼 때 쓰는 굄목, 이른바 ‘기러기발’을 형상화한 석등이다. 일본인들에게 석등은 기복의 대상이다. 수많은 이들의 바람이 석등에 덧씌워진다. 고토지 등롱은 일본 내 여러 석등 가운데서도 가장 앞줄에 설 만큼 명성이 ‘떠르르’하다. 석등 앞엔 작고 둥근 다리가 놓였다. 7줄 가야금을 본뜬 다리다. 이름도 고토바시(琴橋)다. 연못의 물은 가나자와 남쪽의 하쿠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끌어올린 것이다. 고저 차에 따른 수압을 이용해 물이 정원 이곳저곳을 돌아 흘러가도록 설계됐다. ‘네아가리노마쓰’(根上松)도 볼만하다. 여러 가닥으로 엉킨 굵은 뿌리를 밖으로 드러낸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다. 네아가리노마쓰는 사실 자연적으로 자란 나무가 아니다. 13대 번주가 수령 160년의 소나무에 여러 차례 삽목 등을 가해 만든 일종의 분재다. 높이 15m에 뿌리 높이만 2m에 이른다. 겐로쿠엔에서 자라는 200종 8800그루의 나무들 가운데 가장 독특한 형태지 싶다. 겐로쿠엔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 ‘21세기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미술관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원형 구조다. 누구나, 어느 곳으로든 자유롭게 오가며 예술을 향유하라는 취지다. 위치도 독특하다. 가장 고풍스런 겐로쿠엔과 번화가인 가타마치 사이에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잇겠다는 뜻이다. 미술관은 전시실 14개와 시민 갤러리,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블루 플래닛 스카이’, ‘수영장’ 등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그 유명하다는 가나자와 단풍도 겐로쿠엔 맞은편 도로에서 처음 만났다. 일본인들의 단풍에 대한 감각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가 내장산처럼 화사한 단풍을 즐긴다면 일본 사람들은 거무튀튀한 삼나무 사이에 노랗고 빨간 단풍나무 한두 그루가 섞여 있는 풍경을 더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나자와 시청 앞에 도열한 열댓 그루 단풍나무는 그야말로 ‘터널’이라 부를 만큼 ‘많은’ 숫자다. 우리 시골마을의 플라타너스처럼 거대한 키에 형형색색의 단풍잎을 매단 자태가 독특하고 곱다. 가나자와 성 서쪽에는 ‘나가마치 무사저택지’가 있다. 400여년 전 중, 하급 무사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다. 마을을 관통하는 실개천을 따라 옛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관광객들에게 공개된 집은 노무라 가옥 한 채다. 노무라 가옥은 ‘연식’이 다양하다. 이시카와현 남쪽의 가가시에 있던 400년 된 집을 100년 전에 가나자와로 가져와 180년 된 정원 주변에 이축했다. 그러니까 정원 따로, 집 따로인 셈이다. 집 창문 등엔 유리가 끼워져 있다. 180년 전 네덜란드에서 유리 제작 기술이 전해질 무렵 끼워진 것이다. 요즘 유리와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한 건 그 때문이다. 찻집 거리도 볼만하다. ‘찻집 거리’라는 본래 뜻과 다르게 에도시대 ‘자야가이’(茶屋街)는 게이샤들이 웃음을 팔며, 무사들의 손을 잡아끌었던 유흥가였다. 에도시대 중심도시였던 가나자와에도 자야가이가 3곳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옛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은 히가시차야가이다. 찻집 골목으로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2층 목조 건물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기모노를 입은 학생과 젊은 여성들의 모습도 곧잘 눈에 띈다. 대표적인 찻집은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인 ‘시마’(志摩)다. 1820년대에 지어진 상태 그대로다. 찾는 이들이 많아 차 한 잔 마시려면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가나자와는 금박(箔) 공예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 내 금박 제품의 99%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자야가이 등 관광지에서 금박 입힌 관광상품들을 살 수 있다. 먹거리를 찾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은 오미초 시장이다. ‘가나자와의 부엌’이라 불리는 곳. 시장의 역사는 얼추 280년을 헤아린다. 우리나라였다면 그야말로 ‘기록적인’ 역사를 자랑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1000년을 넘나드는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 허다하니 이 정도 연혁으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 한다. 시장엔 180여곳의 식재료 상점과 음식점 등이 밀집돼 있다. 맛집들이 많아 점심 시간이 아니더라도 늘 줄을 서야 한다. 가장 이름난 음식은 가이센동(해산물덮밥)이다. 값은 보통 3000엔 안팎이다. 회나 초밥, 금박 입힌 황금 아이스크림 등도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가나자와(일본)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레너드 코헨 잠자다 영면, 지난 10일 몬트리올에 매장

    레너드 코헨 잠자다 영면, 지난 10일 몬트리올에 매장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82세를 일기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진 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이 사실은 지난 7일 잠자리에서 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는 고인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갑작스럽고도 편안히” 세상을 떴다고 로버트 코리의 성명을 인용해 전했다. 당초 지난 10일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그의 사인에 대해서는 일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성명에 따르면 바로 그 날 고인의 유해는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묘지에 묻혔다. 아들 애덤은 지난 주 “직계가족과 오랜 세월 친구로 남은 이들만 참석한 가운데 어떤 장식도 달리지 않은 소나무관 속에 누운 채로 부모 곁에 묻혔다“고 적었다.  코헨은 1960년대 그리스에서 만난 평생의 연인 마리안느 일렌에 대한 노래들 ‘버드 온 더 와이어’ ‘할렐루야’ ‘소롱 마리안느’ ‘헤이 댓츠 노웨이 투 세이 굿바이’ 등을 내놓은 것으로도 이름높다. 그는 지난 7월 아내 일렌의 죽음이 가까워오자 “정말 나이를 먹고 우리의 육신이 스러질 때가 온 것 같소이다. 내 생각에 아주 금방 당신을 따라갈 것 같으오”라고 편지를 썼다. 고인은 지난달 생애 14번째 음반 ´유 원 잇 다커´을 발표해 더욱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코헨의 대변인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별도의 추모식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한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고인의 삶을 추모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친환경도시 은평

    서울 은평구가 친환경 자치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벌인 ‘2016년 하반기 에코마일리지 자치구 활동 평가’에서 전체 1위로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평가는 지난 4~9월 6개월간 에코마일리지 신규 가입과 에너지 절감, 고객정보 정비, 홍보 실적과 기업체·단체와 연계한 에너지 절감 활동을 놓고 이뤄졌다. 에코마일리지는 가정·기업에서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수도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가 쌓이고, 이렇게 적립된 마일리지는 전통시장·교통카드 충전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아파트 관리비·지방세 납부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은평구는 총점 100점 중 85.4점을 얻어 2위 자치구와 11.3점이나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평가 기간 동안 구의 온실가스 총감축량은 5382t CO2에 이른다. 30년생 소나무 8만 700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신규 단체회원 226곳(2.1% 포인트)을 추가로 늘렸고, 개인회원은 5900여명(1.2% 포인트) 늘렸다. 또 ‘우리가 GREEN 은평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 환경·봉사단체, 기업체, 개인이 두루 참여하는 범시민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시에서 받는 인센티브 1100여만원도 같은 목적에 쓰일 예정이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전 직원과 주민, 지역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의 선두에 서는 자치구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은평은 친환경 에코도시… 에코 마일리지 자치구 1위

    은평은 친환경 에코도시… 에코 마일리지 자치구 1위

     서울 은평구가 친환경 자치구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벌인 ‘2016년 하반기 에코마일리지 자치구 활동 평가’에서 전체 1위로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평가는 지난 4~9월 6개월간 에코마일리지 신규 가입과 에너지 절감, 고객정보 정비, 홍보 실적과 기업체·단체와 연계한 에너지 절감 활동을 놓고 이뤄졌다.  에코마일리지는 가정·기업에서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수도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가 쌓이고, 이렇게 적립된 마일리지는 전통시장·교통카드 충전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아파트 관리비·지방세 납부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은평구는 총점 100점 중 85.4점을 얻어 2위 자치구와 11.3점이나 차이가 나는 등 다른 구와 월등한 차이를 보였다. 평가 기간 동안 구의 온실가스 총감축량은 5382t CO₂에 이른다. 30년생 소나무 8만 700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신규 단체회원 226곳(2.1% 포인트)을 추가로 늘렸고, 개인회원은 5900여명(1.2% 포인트) 늘렸다. 또 ‘우리가 GREEN 은평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 환경·봉사단체, 기업체, 교육기관, 마을공동체, 개인이 두루 참여하는 범시민운동도 펼칠 계획이다. 시에서 받는 인센티브 1100여만원도 같은 목적에 쓰일 예정이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전 직원과 주민, 지역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에너지 절약의 선두에 서는 자치구가 됐다”며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가을아, 천천히 가줄래…내 마음 시리지 않도록

    가을아, 천천히 가줄래…내 마음 시리지 않도록

    충북 보은의 속리산 국립공원에 ‘세조길’이 새로 생겼다. 조선의 4대 임금 세조가 재임 중 속리산 복천암을 찾았는데 이때 일을 바탕 삼아 이야기 길을 만들었다. 길은 속리산 아랫자락을 휘휘 돌아간다. 급한 오르막이 없으니 무르팍 아플 일도 없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단풍길 10선’에 꼽을 만큼 단풍도 곱다. 이 계절에 딱 맞는 길이다. 세조길의 시작은 법주사, 끝은 세심정이다. 불법이 머무는 절집을 나서 마음을 씻어내는 곳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홍진과 거리를 둘 준비가 끝난다는 뜻이 이 구간에 담겼지 싶다. 속리산 국립공원 초입.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이 객을 맞는다. 1464년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지를 번쩍 들어 임금이 탄 가마를 안전하게 통과시켰다는 나무다. 이런 이유로 세조가 소나무에게 정이품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한때 완벽한 삼각형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한쪽 면이 병들어 온전하지 않다. 속리산 터미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든다. 이른바 ‘오리숲길’이다. 상가 지역에서 법주사까지 거리가 5리(2㎞)라 지어진 이름이다. 법주사가 생기며 이 숲길의 역사도 시작됐을 터. 그만큼 숲은 깊다. 늙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어우러졌다. 한때 아스팔트였던 길은 황토로 바뀌었고, 눈을 즐겁게 하는 조각작품들도 나무 사이사이에 숨겨 뒀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드는 길이 호젓하다. 전나무, 참나무 어울린 숲길이 발걸음을 늦춘다. 숲이 주는 피톤치드로 속세의 때를 씻을 무렵, 길 끝에서 법주사가 자태를 드러낸다. 법주사는 ‘보물사찰’로 불린다. 그만큼 문화재가 많다는 뜻이다. 목탑 형태의 팔상전(국보 55호)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건물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덧대 짜맞췄다. 그 기술이 워낙 뛰어나 한 부분이 소실돼도 나머지는 끄떡없다고 한다. 팔상전 뒤엔 쌍사자석등(국보 5호)이 있다. 사자 두 마리가 석등을 받치고 선 모양새다. 암수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두 사자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데, 범부의 눈으로는 당최 구분이 가질 않는다. 연꽃모양의 석연지(국보 64호), 옛날 3000여명의 승려들이 먹을 밥을 지었다는 철확, 독특한 모양의 희견보살상, 바위에 새긴 마애여래의상, 수정봉에 굴러떨어졌다는 추래암 등 경내에 독특한 볼거리가 많다. 마당에는 높이 33m의 거대한 미륵대불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개금불사(불상에 금칠을 다시 할 때 행하는 의식)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지만, 관람객을 굽어보는 시선은 여전히 고요하다. 세속의 일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달관의 뜻일 터다. 세조길 탐방에 나선다. 법주사 옆에 들머리가 있다. 법주사 삼거리에서 상수원지~탈골암 입구~목욕소~세심정으로 이어진다. 세조는 1464년 신미대사를 만나기 위해 속리산 복천암을 찾았다. 이때 일을 각색한 것이 세조길의 바탕이 됐다. 세조길은 문장대 등으로 가던 옛 등산로와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하며 세심정까지 간다. 거리는 2.5㎞ 정도다. 왕복 5㎞에 달하는 산길이지만 급한 오르막이 없어 산책하듯 설렁설렁 다녀올 수 있다. 들머리를 나서면 쭉쭉 뻗은 나무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은 폐목을 재활용한 목재블록을 써 조성됐다. 나무 재질이라 대기열은 흡수하고 빛의 반사를 줄여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눈부심이 덜하다. 걸을 때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콘크리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무가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무장애 탐방로도 일정 구간 조성해 뒀다. 이 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역사는 옛 법주사 터다. 옛 법주사의 흔적 일부가 남아 있는 곳이다. 법주사는 한때 약 3000명의 승려가 머물렀던 대가람이다. 임진왜란을 겪으며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고 현재는 건물 터만 남았다. 안내판에 따르면 신미대사를 찾아 복천암으로 향하던 세조가 이곳에서 승려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신의 죄를 깨달았다고 한다. 바로 옆은 눈썹바위다. 생김새가 사람의 눈썹을 닮았다는 바위다. 너럭바위 형태의 바위는 길 쪽을 향해 꽤 너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오래전 이 길을 오가던 많은 이들이 비와 햇볕을 피했을 터. 세조도 이 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했다고 전해진다. 눈썹바위 바로 위는 상수원지다. 세조길 여러 구간 가운데 최고의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맑은 계곡수와 단풍 숲이 멋들어지게 어울렸고 이를 저수지가 또 한 번 그대로 비춰내고 있다. 저수지 주변에 의자가 여럿 놓여 있다.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세조길 주변엔 여러 이야기들을 담은 안내판이 여러 곳에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가 세희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세조에겐 알려지지 않은 큰딸이 있었다. 그가 바로 세희공주다. 세조의 단종 왕위찬탈을 반대한 세희공주는 궁궐을 도망치듯 나왔고, 도피 도중 한 나무꾼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이 나무꾼은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김종서 장군의 손자였다. 둘은 속리산에 숨어 산다. 그러다 요양 차 속리산을 찾은 세조의 눈에 띄게 됐다. 둘은 함께 궁궐로 돌아가자는 세조의 청을 뿌리치고 다시 도망을 쳤고, 낙담한 세조가 사위에게 주려던 벼슬을 자신을 위해 나뭇가지를 쳐들었던 정이품송에게 대신 하사했다는 게 이야기의 얼개다. 조선 후기 서유경이 지은 ‘금계필담’에 나오는 허구적 야담으로, TV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각색돼 방송되기도 했다. 이어서 목욕소. 세조가 몸을 씻었다는 작은 못이다. 법주사에서 국운 번창을 위한 대법회를 연 세조가 목욕을 했는데 뜻밖에 몸의 종기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목욕소 바로 위는 세심정이다. 세심정 휴게소에서 오른쪽 상고암 방향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면 두 개의 돌 절구와 만난다. 13~14세기까지 실제 사용됐던 돌 절구다. 계곡수를 이용해 물레방아 형태로 곡식을 빻았다고 한다. 돌 절구 너머로 너럭바위가 있고 기암 사이사이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들이 흘러내린다. 여기가 세심정이다. 마음 씻기 어려운 장삼이사라도 최소한 눈은 씻을 만한 풍경이 여기에 있다. 속리산 주변에 둘러볼 곳이 많다. 선병국 가옥은 속리산 가는 길목에 있는 고택이다. 보성선씨 종갓집으로, 호남에서 첫손 꼽히는 만석꾼이었던 보성선씨 가문이 당대 최고의 풍수사를 대동하고 전국을 돌다 찾아낸 명당자리에 지었다. 1903년부터 1925년까지, 건립 기간만 무려 22년을 헤아린다. 삼년산성은 신라 자비왕 13년(470년)부터 3000여명의 인부를 동원해 3년 동안 쌓은 성이다. 높이 13~20m의 성벽이 1.7㎞ 정도 산자락을 둘러치고 있다. 삼년산성은 신라 축성술의 정수다. 당대 최고의 기술이 총동원돼 세워졌다. 성벽은 대단히 견고하다. 어지간한 투석기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정도다. 이 덕에 크고 작은 15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면서도 단 한 차례도 함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선병국 가옥에서 8㎞쯤 떨어져 있다.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3) 산채비빔밥에 대추왕순대찜‘산해진미’에 살오른 가을 →가는 길 :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가자면 당진영덕 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알기 쉽다. 고속버스는 센트럴, 남부, 동서울에서 각각 출발한다. 10여분 간격으로 고속버스가 다니는 청주까지 간 뒤 직행버스로 속리산까지 갈 수도 있다. 삼년산성을 먼저 보겠다면 당진영덕 고속도로 보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빠르다. 삼년산성은 보은군청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다. →맛집 : 속리산 입구에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집들이 즐비하다. 용궁식당(542-9288)은 오징어볶음과 매운 닭발볶음이 맛있다. 김천식당(543-1413)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순대전골 맛집이다. 국보식당(543-6369)도 순대를 잘한다. 대추왕순대찜으로 이름났다. →잘 곳 : 숲에서 잠들고 싶다면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543-1472), 말티재자연휴양림(543-6282)이 좋다. 속리산 입구에 레이크힐스 호텔 속리산(542-5281), 힐파크(543-3650) 등 숙소들이 밀집돼 있다.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무등산 자락, 산수에 묻혀 있는 의재미술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무등산 자락, 산수에 묻혀 있는 의재미술관

     광주 무등산 자락에 있는 의재미술관은 우리나라 남종 문인화의 마지막 대가로 일컬어지는 의재 허백련 (毅齋 許百鍊 1891~1977) 선생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설립된 미술관이다. 외국에는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미술관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가 힘들다. 국립공원 내의 사찰이 지닌 문화재들을 전시하는 박물관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사립 미술관으로 유일하게 국립공원 안에 자리 잡은 것은 광주 무등산 자락의 의재 미술관이 유일하다.   의재 선생은 무등산 증심사 계곡에 30년간 머물며 예술가로서, 사회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았고 그 산수 안에 누우셨다. 수염을 길게 기르고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오솔길과 차밭을 오가던 ‘의재 도인’의 흔적이 곳곳에 배인 무등산 자락에 자리한 미술관은 풍성하고 너그러운 자연 속에 있기에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방문해도 운치가 있다. 의재 선생의 친손자로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는 허달재 화백이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녹녹치 않은 미술관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의재미술관(www.ujam.org)은 증심사 계곡 입구 주차장에서 도보로 계곡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완만한 오름길인데다 계곡을 끼고 향나무, 소나무, 야생 차나무들이 우거져 계곡의 물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지루하거나 힘들기는커녕 자연에 금세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묵은 팽나무가 문지기처럼 서 있는 곳이 미술관이다. 나지막하게 지어진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 반투명 유리로 마감한 단순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튀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입구의 계단을 제외하면 모든 통로와 길이 등산로의 비스듬한 경사로를 그대로 살려 숨 가쁨이 없다. 대지면적 1800평에 건축면적 246평의 크지 않은 규모의 미술관은 차 문화교실로 쓰이는 삼애헌과 관리동, 전시동으로 구성돼 있다. 비스듬한 경사 위에 놓인 나무상자가 전시동이다. 전시동의 반투명 유리에는 무등산의 나무들이 그림자처럼 비춰서 자연 속에 묻혀 있는 듯 하다. 도시건축 대표 조성룡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종규 교수가 공동 설계한 미술관은 의재 선생의 올곧은 삶과 비범한 예술혼, 부드러운 무등산의 자연을 조화롭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891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의재 선생은 그림에서 뿐 아니라 한시와 고전화론에 통달해 시·서·화 겸전의 전형적 남종화가로 꼽힌다. 남종화는 북종화에 대비되는 화파를 일컫는 양식으로 중국에서 유래했다. 북종화는 숙련된 솜씨와 기술을 중시했고 주로 채색 산수화가 많았던 반면 남종화는 정신적이고 사의적인 면을 중시하는 문인화적인 요소가 강하다. 열 살이 되기 전부터 할아버지 뻘인 미산 허형(許瀅,1862~1938)에게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미산은 호남 남종화의 실질적인 종조 소치 허련(許鍊, 1808~1893)의 네째 아들로 소치의 대를 이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미산도 산수에서 알아주는 화가였지만 재주만으로 훌륭한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과 학문과 인품의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의재는 증조 할아버지 뻘인 소치에 더 닮아 있다. 의재의 작품은 활달하면서도 힘찬 필묵과 깊고 맑은 동양사상, 여유로운 남도의 풍취와 시적인 흥취가 어우러져 문인이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림에 형식이 있으면서 이치가 없으면 안된다. 그림이 이치가 있으면서 정취가 없으면 또한 안된다. 그림에는 일정한 형식이 없는데 만물에는 떳떳한 이치가 있어서 묘한 장취를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것을 따라 붓끝에서 신묘함이 나오는 것이다. ?왕유가 말하기를 시는 형상이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말없는 시라야 한다고 했다. 모름지기 인품이 초절해야 사상이 높고 먼 것이다. ’(의재의 1952년 작품 ‘강산무진도’ 화제 중에서) 의재란 호는 열여덟살이 되었을때 스승이었던 만정 조만조 선생이 지어준 것이다. ‘굳세고 공손하다’는 뜻으로 논어에서 따온 글이다. 선생은 20대에 일본에서 유학한 후 귀국해 예술가로서 성공을 거뒀지만 세속적인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1947년부터 무등산 계곡에 들어와 은거하며 예술가이자 계몽가, 사상가, 교육자의 삶을 살았다. 하늘과 땅, 사람을 사랑하자는 ‘삼애사상’은 그의 삶과 예술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였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겼을 뿐 아니라 다산과 초의선사의 정신을 잇고자 차를 가꾸며 차 문화보급에 앞장섰다. 해방 후 피폐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농업기술학교를 설립해 소, 돼지를 키우고 고등학교에 못간 아이들을 불러 앉혀 글을 가르쳤고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을 널리 전하고자 노력했다.  삶과 자연, 삶과 예술, 학문과 실천, 개인과 사회가 조화롭기를 바랐던 선생의 자취가 무등산 계곡 곳곳에 남아있다. 등산로와 평행으로 나 있는 미술관 진입랭프를 지나 의재 미술관에 들어서면 바로 뮤지엄 샵이 있고 유리로 된 왼쪽 벽은 마치 유리 병풍처럼 무등산의 자연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름 다리를 건너 오른 쪽으로 돌면 기획전시를 위한 전시실 1, 2가 있고 다시 완만한 경사로를 지나면 상설 전시실이다. 상설 전시실에서는 의재 선생의 각 시기별 대표작과 미공개작들이 새로운 기획으로 전시되고 선생이 남긴 편지와 사진 등의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하의 이벤트 홀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우리 그림 우리가락 전통에 취하다’라는 제목으로 국악연주회가 열린다. 미술관 앞쪽의 계곡을 건너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의재 선생이 30년 간 기거하면서 화실로 사용했던 작은 집 ‘춘설헌’이 있다. ‘춘설헌’은 1986년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 5호로 지정됐다. 춘설헌과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더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돌계단이 보이는데 그 위에 의재 선생의 묘소가 있다. 단정한 봉분이 아름다운 묘소에 누워 의재 선생은 평생 아끼던 무등산과 차, 나무를 바라보고, 사람들을 맞고 있는 것 같다. 묘소입구에는 선생이 조직한 시서화 동호인 모임 ‘연진회’에서 의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묘비가 있다. 묘비에는 ‘한 평생 산수를 그리고 산수 속에 누우신 이여’로 시작하는 노산 이은상이 지은 시가 새겨져 있다.  미술관 뒤로 10여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의재 선생이 애정을 쏟아 가꾸었던 5만여 평의 녹차밭 춘설다원이 나온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순이면 연두색 어린 찻잎을 따는 진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춘설’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된 녹차는 무등산록에 드리운 구름과 산기운을 받고 자라 그윽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춘설헌 가는 길에 있는 문향정에서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춘설 차 한잔을 마시는 것도 의재미술관 방문의 색다른 즐거움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가을볕 속 항일·친일 굴곡진 역사의 발자취 더듬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가을볕 속 항일·친일 굴곡진 역사의 발자취 더듬다

    서울신문은 서울미래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오는 12일 답사는 ‘연극과 문화의 산실 대학로’를 주제로 한선영·박광규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진행한다. 서울시는 미래유산 중 윤극영 가옥처럼 역사·문화적 보존가치가 있는 공간을 활용해 살아 있는 교육·관광자원을 만들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윤극영 가옥은 1970년에 지어져 윤 선생이 1977년부터 1988년 11월 작고할 때까지 거주했고 이후 유족들이 살았다. 서울시는 건축물 원형 보존 상태와 내외부 안전도가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약 6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3년 유족들로부터 집을 사들인 뒤 역사 교육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윤 선생은 일제강점기 창작동요 선구자다. 서울시는 강북구근현대사기념관과 연계해 어린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는 또 윤극영 가옥 이외에 구의 취수장을 이용한 거리예술창작센터, 함석헌 기념관, 강북구근현대사기념관 등을 활용하는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열네 번째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이 있었던 지난달 22일,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폭발력을 예견했던 것 같다. 청와대 인근 김상헌 시비가 있는 ‘무궁화동산’으로 가려니, 효자동주민센터 앞부터 엄청난 경찰 병력이 진을 치고 청와대 쪽으로 들어오는 시민들을 검문검색했다. 답사 때면 늘 카메라, 플래카드, 손수건 30장씩을 챙기고 다니다 보니 가방이 무게가 제법 나가고 불룩하다. 경호요원의 상징인 검은 선글라스에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가 소속도 밝히지 않은 채 가방을 열어보란다. 불법 불심검문이다. 새빨간 손수건 뭉치가 나오자 선글라스 안경알 넘어 동공이 확대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게다가 플래카드까지 나오니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아무튼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이러려고 서울미래유산 답사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번 답사는 배건욱 서울미래유산해설사가 준비한 웃대 마실이다. 웃대는 현재 서촌으로 더 잘 알려진 인왕산 동쪽 아랫마을을 일컫는다. 주제를 편하게 웃대 마실로 잡았지만, 사실 이번 답사는 항일과 친일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배 해설사는 웃대 일대에 자리한 서울미래유산들까지 함께 들춰봄으로써 근현대사와 미래유산을 씨줄과 날줄처럼 잘 엮어냈다. 웃대에서는 항일운동가 동농 김가진(1846~1922)의 집터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1867~1932)을 기리는 우당기념관 등 항일 인사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또 윤덕영(1873~1940), 이완용(1858~1926)과 같은 친일파의 집터와 별장 흔적을 통해 그들이 국정을 농단하면서 부를 축적한 그리 오래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할 수 있다. ‘가노라 삼각산아’ …무궁화동산에 시비병자호란 척화파 청음 김상헌 집터 웃대는 항일 이전에 항몽(抗蒙) 역사가 먼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경복고등학교 정문 앞에는 병자호란 당시 대표적 척화파였던 청음 김상헌(1570~1652)의 집터가 있었다는 표지석이 있다. 그가 청나라로 압송돼 가면서 남긴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로 시작되는 시조는 아직도 널리 회자된다. 배 해설사는 “김상헌은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조선에 출병을 요구했을 때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에 미운털이 박힌 채 소현세자와 함께 끌려가는 신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경복고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무궁화동산에 후손들이 세운 김상헌의 ‘가노라 삼각산아’ 시비가 서 있다. 이곳은 김상헌 생가터가 있던 곳으로 이후 안동 김씨의 세거지(일종의 집성촌)가 됐다. 무궁화동산은 옛 중앙정보부 궁정동 안전가옥 터에 지어진 공원이다. 과거에는 청와대 경내로, 출입이 금지됐던 곳이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앞길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공원으로 조성됐다. 공원 중앙에는 궁정동을 상징하는 우물 정(井)자 분수대가 놓여 있다. 이회영 선생 형제들 우국충정 기려민족 지사 우당 기념관 국립서울농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270년 된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수화 모양 석조물이 서 있다. 학교 안에는 영조의 후궁이며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를 위한 사당인 선희궁(서울시유형문화재 제32호)이 잘 보존돼 있다. 학교를 빠져나와서 인왕산 방향으로 조금만 오르면 우당기념관이 나온다. 종로구 신교동 6-22 빌라촌 하단부에 둥지를 튼 우당기념관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회영과 그 형제들의 우국충정을 소박하게 기리고 있었다. 입구 정면에는 이회영의 흉상과 사진, 연보를 비롯해 여섯 형제가 독립운동을 위해 망명 직전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소장돼 있다. 이회영은 여섯 형제 중 넷째이고 대한민국 초대 부총리를 지낸 이시영이 막내다. 배 해설사는 “이회영 선생의 업적은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것이고, 거액의 자금은 모두 그의 집안에서 조달했다”며 “이곳에 오면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서글픈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회영은 1924년 베이징에서 재중국조선무정부주의자연맹을 결성하는 등 아나키스트로 변신하면서 독립운동 노선에 변화를 준다. 1932년 일본에 의해 체포돼 고문 후유증으로 옥사했다. 1962년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윤동주가 머물렀던 하숙집도 서울미래유산이 돼 항일의 길에 당당하게 서 있다. 매국으로 부 축적… ‘돌문 안 뾰족한 집’으로 불려친일파 윤덕영 별장 벽수산장 기둥 흔적 웃대 항일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친일의 길이 시작됐다. 웃대에서는 아직도 항일과 친일의 정신이 소리 없이 싸우고 있는 듯했다. 윤덕영의 별장인 벽수산장 터에는 호화롭던 건물은 자취가 없고 기둥 몇 개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집 앞에 오래되고 거대한 기둥이 뻘쭘하게 서 있는가 하면, 근처에는 비슷한 기둥 상단부가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사전 지식 없이 지나가면 도무지 뭔지 모를 돌덩어리들이다. 초호화판 벽수산장의 흔적치고는 초라했다. 배 해설사가 옛 벽수산장의 사진을 보여주자 답사객들이 규모와 화려함에 놀랐다. 59년째 이 동네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 이병문(78)씨는 “벽수산장이 1966년 큰불이 나서 방치돼 있다가 1973년 철거한 후 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주민 대부분이 3~4대 정도 살아왔기 때문에 옛일을 소상히 잘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벽수산장 일대는 조선시대에는 송석원으로 불렸다. 당시에는 인왕산 계곡 깊은 곳이었기 때문에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이었다. 조선 중기에는 중인들의 여항문학이 싹튼 곳이기도 하다. 윤덕영은 순종 황제의 황후인 순정효황후 윤씨의 큰아버지다. 친일과 매국으로 부를 축적해 ‘돌문 안 뾰족집’으로 불렸던 벽수산장을 3년에 걸쳐 지었다. 공사 대금은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받은 은사금으로 충당했다. 설계도는 프랑스 공사로 갔던 민영찬이 사뒀던 것을 이용했다. 윤덕영은 벽수산장 가까이 그의 딸을 위한 집도 지었다. 지금은 박노수 미술관(서울시문화재자료 제1호)으로 단장해 종로구청이 관리하고 있다. 옥인파출소와 종로구 보건소 일대는 이완용의 집터로 알려졌다. 웃대에는 아직 친일의 흔적이 도처에 남아 있다. 웃대 일대는 서울미래유산도 상당히 많이 분포돼 있다. 경복궁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김봉수작명소는 1958년에 즈음하여 길 건너 금천교시장에서 문을 열었다. 1977년 현재 위치로 이사해 2대 김성윤씨가 운영하고 있다. 정·재계 인사들이 단골로 많이 온다고 한다. 1950년대 조성된 통인시장은 도시락 카페 등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다른 재래시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하루 평균 1500명이 넘는 이용객이 방문한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시장 안에는 원조 할머니 기름떡볶이집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956년 맹씨 성을 가진 할머니가 처음 장사를 시작했고, 1986년 김임옥 할머니에게 전수했다. 지금은 김 할머니의 두 아들과 며느리가 모두 나와서 일을 할 정도로 주말 북새통을 이룬다. 근처에 원조 떡볶이집이 또 있는 데 대해 큰아들 오정환씨는 “잘 아시겠지만 원조는 우리다”며 원조 논란을 한마디로 잠재웠다. 배 해설사가 공사장 가림막 앞에서 멈춰 서더니 망연자실해했다. 노천명 가옥이 전면 보수공사에 들어가면서 한 뼘도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배 해설사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멀쩡했는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허탈하다”고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본부 문화정책과의 이지나 미래유산팀 주무관은 “노천명 가옥은 철거된 게 아니고 전면 수리에 들어간다고 한옥조성과에 접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 20년간 살았던 집…시인의 자취 찾을 수 없어시인 이상의 집 웃대 초입에 있는 이상의 집은 시인 이상이 큰아버지집 양자로 들어가 1912년부터 20년간 살았던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부지를 매입해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부인과 딸 등 가족과 함께 나온 오승건씨는 “밖에선 이상의 흔적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관리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며 “서울미래유산 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촌 한옥 지역 일대도 서울미래유산이다. 이곳 외에 한옥 밀집 지역인 돈화문로 주변, 북촌, 동소문 2가동, 제기동, 인사동, 명륜동, 보문동 일대가 모두 서울미래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아빠와 함께 나온 김경민(7)양은 “언덕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선생님 설명을 들으면서 가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계속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병들어 곪아 터지기 직전인데… 친박·비박 한심한 ‘세대결’

    정진석 李대표 자진 사퇴 촉구 李 대표 “당도 책임대표 필요, 선산 지키는 굽은 소나무” 버티기 새누리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비박(비박근혜)계 비주류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버티는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9일 본격적인 세 대결에 나선다. 말로 했던 명분 싸움이 세력 간 힘 싸움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비주류 의원들은 기존 초·재선 모임과 3선 이상 중진 모임을 하나로 묶은 연석회의를 9일 국회에서 개최한다. ‘친박’ 지도부 사퇴 및 재창당 추진을 위해 비박 세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려는 움직임이다. 자체적으로 재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참여 인원은 당 소속 의원 129명 가운데 5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정현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계 초선 의원들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세력화를 시도한다. 비주류의 세력화에 대한 맞불 전략이다. 친박 주류인 원유철·김정훈 의원 등은 중진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도부의 진퇴를 둘러싼 내홍은 날이 갈수록 곪아 가는 형국이다. 주류는 비주류의 거센 사퇴 압박 속에서도 견고하게 버텼다. 이 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만 책임총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당도 책임대표가 필요하다”며 거듭 사퇴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가장 달아나고 싶고 숨고 싶은 사람은 저다. 정치적 욕심이나 야심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당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리빌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갈대가 아니며 선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다. 낙락장송이고 싶다”고 밝혔다. 비주류는 가라앉고 있는 ‘박근혜호(號)’에서의 탈출을 시도했다. 나경원 의원은 “당이 곪아 터진 환부를 도려내고 깨끗한 중도보수 가치의 구심점으로 다시 우뚝 서려면 이제는 강성 진박(진실한 친박)이 후퇴할 때”라며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내던졌다. 김종석 전 여의도연구원장, 오신환 전 홍보본부장, 김현아 전 대변인, 강석호 전 최고위원에 이은 5번째 당직 사퇴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 대표가 ‘이 배는 내 배이고, 나만 이 배를 지킬 수 있다’고 고집한다면 그 배에 탄 사람 중 어느 누가 노를 함께 저어 풍랑을 헤쳐 나가려 하겠는가”라며 공개적으로 이 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남산, 알고보면 이야기 산더미죠”

    “남산, 알고보면 이야기 산더미죠”

    딸깍발이·총독부·옛 안기부 등 풍부한 역사적 자원 살릴 계획 “서울 남산에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봐요.” 주철환(61)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지난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도시 숲과 환경인문학 국제학술대회’에서 행복한 도시 서울을 위한 남산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남산 끝자락에 있던 동북중·고를 졸업한 주 대표에게 남산은 ‘나를 키운 터전’이자 청춘의 싱싱한 추억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는 남산은 흔히 딸깍발이라 불린 남산골샌님, 1995년까지 남산에 있었던 안기부,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와 같은 세 가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남산 딸깍발이로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이 살았던 곳도 먹적골이란 남산 기슭이었다. “남산 갔다 왔어?”란 질문은 “안기부에 끌려가서 고문당했어?”란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4~6일 사흘에 걸쳐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세계 10개국의 석학이 모여 생태계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을 탐구했다. 조선이 건국되면서 역사에 등장한 남산은 임진왜란 때는 왜군 진지,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는 등 훼손만 되다가 1990년부터 서울시가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요즘의 남산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의 명소 가운데 하나다. 주 대표는 “남산을 상업적인 돈벌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남산의 이야기와 역사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가을 400여개 지하철역과 남산까지 연결해 모든 시민이 걷고 즐기는 ‘풀뿌리 문화주간’을 열 계획이다. 시화전, 직장인 밴드의 공연도 열고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도 시민과 함께 촬영할 계획이다. 전직 방송 프로듀서의 경력을 살린 구상이다. 남산은 관광객 때문에 독립적인 공간과 물이 흐르는 곳이 부족하긴 하지만 ‘치유의 숲’으로 부족함이 없다. 주 대표는 “문화는 복지와 함께 가야 하는데 즐거운 사람이 없으니 서울 시민 가운데 남산에서 산책하는 이들은 노숙자나 은퇴자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며 “사회 전체가 다 즐겁게 잘살 수 있도록 문화의 힘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금요 포커스] ICT와 과학적 산불예방/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

    [금요 포커스] ICT와 과학적 산불예방/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

    11월, 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이 시작됐다. 단풍을 즐기려는 나들이객의 발걸음이 늘고 여름철에 비해 건조해지는 가을철은 산불 위험도가 높아진다. 더욱이 여름 내내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낙엽마저 바싹 말라 사소한 불씨 하나로도 산불이 발생할 수 있기에 산불 발생 예방과 초기 진화를 위한 전략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대형 산불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재앙으로 기억된다. 2000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82배에 해당하는 2만 3794㏊의 울창한 숲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2005년에는 천년고찰인 낙산사가 산불로 잿더미가 되는 큰 피해를 봤고 양양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까지 했다. 2013년에는 포항 도심에서 산불이 발생해 사상자를 내고 주택이 소실되는 등의 피해를 불렀다. 산불 발생으로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 문화재까지 잃어버린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진행됐다. 결론은 산불의 초기 진화다. 산불위험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해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화하기 전에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산림과학원은 급변하는 산림재해를 과학적으로 예방, 관리하고자 첨단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기술 도입에 나섰다.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http://forestfire.nifos.go.kr) 구축을 시작으로 산불확산예측시스템, 산불현장정보공유시스템 등을 잇따라 개발했고 산악기상관측망을 전국에 구축하고 있다. 현재는 드론을 활용한 산림재해 대응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산불 예방의 중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산불 위기 등급(관심·주의·경계·심각)을 결정 짓고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불 감시활동의 기초자료로 이용된다. 2014년부터는 대규모 소나무 숲이 있는 곳에서 바람이 세고 건조도가 높을 경우 ‘대형 산불 위험 예보제’를 운영해 산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미리 알려주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기상예보 빅데이터를 토대로 소각산불징후 예보제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아울러 평지보다 세 배 강한 바람과 두 배가량 많은 강수량을 보이는 산악지역의 산불을 비롯한 산림재해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국 주요 산악지역에 산악기상관측망을 구축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빅데이터의 융합과 협력을 통해 올해 산불예측 정확도를 2014년 대비 10% 포인트 높인 87%까지 향상시켰다.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소통채널도 마련했다. 기상청, 국방부와 협력해 현재까지 152곳의 산악기상관측망을 구축해, 찾아가는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악기상관측망은 내년까지 2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헬기 투입이 불가능한 야간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드론 활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드론을 투입해 화선(火線)을 탐지하고 피해 범위를 모니터링해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하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진화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절벽이나 급경사지에 소화약제나 소화탄 등을 투하해 산불 진화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서 열 감지 센서가 부착된 드론을 이용한 수색 및 응급 구호 물품 수송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ICT 기반의 산불 연구 성과들은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방부는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사격훈련 여부를 결정하거나 DMZ 산불에 대응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송전탑 주변 산불예방을 통해 정전사태를 방지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소각산불징후예보를 통해 소각산불 발생 위험 지역을 주민에게 공지하고 있으며 논밭두렁 소각 행위를 단속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산악기상망에서 측정한 날씨 정보는 등산객의 조난 사고 예방에 기여한다. 산불은 실화(失火), 논밭·쓰레기 소각 등 대부분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라 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심하면 대부분의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적 자료 분석을 통한 정확한 예측과 신속한 대응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산불로부터 산림을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협조다. 푸른 숲, 그 사랑의 시작은 산불예방이다.
  • 국화 꽃 핀 노원구청… “꽃말서 공직자 덕목도 배워”

    국화 꽃 핀 노원구청… “꽃말서 공직자 덕목도 배워”

    “흰 국화의 꽃말이 성실과 진실, 감사라고 하는데 구청장이 새겨들어야 할 가치잖아요.” 3일 서울 노원구청 야외 주차장과 1층 로비에 국화꽃이 활짝 폈다. 노원 에코센터의 국화재배교실 수강생들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10번 넘는 강의를 들으며 직접 키운 국화 분재(작은 화분에 키 작은 나무를 심어 큰 나무의 특징을 축소시켜 꾸민 것) 6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김성환 구청장은 로비에서 자잘한 흰 꽃이 피는 ‘백조’ 품종으로 만든 국화 분재를 들여다보며 웃었다. 그는 “다른 수강생들처럼 7~8개월간 꼬박 국화를 가꾸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모양을 갖춘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국화 분재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레 인내심도 생긴다. 순을 자르고 철사로 줄기와 가지의 모양을 잡으며 수개월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의를 맡은 김학구씨는 “첫 강의를 할 때 수강생이 25명이었는데 10명은 중간에 포기하고 15명만 남았다”면서 “분재를 배우면 불안한 심리가 가라앉기 때문에 예전에는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많이 교육했다”고 말했다.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수목 분재는 수십년이 걸리지만 국화 분재는 봄에 시작해서 가을이면 멋진 자태에 아름다운 꽃, 진한 향기까지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구 관계자는 “국화재배교실 수강생들은 40~60대 여성이 많은데 내용이 좋다고 동네에 소문이 퍼졌다”면서 “내년에도 25명 정도 신청자를 모아 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화 분재 전시회는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구청에 오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글 사진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新국토기행] ‘방랑 시인’ 김삿갓도 이 너른 품에 안겼네

    [新국토기행] ‘방랑 시인’ 김삿갓도 이 너른 품에 안겼네

    전남 화순군은 돌 문화의 보물창고다. 선사시대의 숨결이 깃든 세계문화유산 화순고인돌을 비롯해 ‘천하제일경’ 화순적벽, 천불천탑의 운주사, 북면 서유리 공룡발자국 화석지 등 돌과 관련된 문화유적이 즐비하다.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가 우리나라 국토 지형이 커다란 배이고, 화순은 배의 중간 허리라고 표현한 지역이다. 예로부터 명승지가 많고, 온순하고 넉넉한 인심 때문에 남쪽의 유명한 마을이고, 순박하고 후덕한 마을이라는 뜻의 남주명향(南州名鄕), 순후지향(淳厚之鄕)의 고장으로 불렸다. 남면과 동복면에 걸친 모후산(해발 919m)은 우리나라에서 인삼을 처음 재배했다. 판소리 ‘호남가’의 노랫말에도 ‘풍속은 화순’, ‘부자형제 동복’, ‘능주의 붉은 꽃’ 등 화순의 지명이 세 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유서 깊은 고장이다. 조선 중종 때 개혁 정치를 폈던 정암 조광조가 귀양 와서 죽음을 당한 터가 있는 등 역사 유적지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광주시 근교 도시로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한다. 군 단위로는 유일하게 종합병원과 의과대학이 있는 등 첨단의료산업의 메카로 거듭난다. 암 특성화 병원인 화순 전남대병원과 백신산업 특구로 지정된 생물의약 산업단지 등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1읍 12개 면으로 인구는 6만 5500여명이다. [볼거리] ●선사시대 삶을 엿보는 화순고인돌 세계문화유산 화순고인돌유적은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들이 한곳에 나타난 산 교육장으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보검재 3㎞ 구간에 596기의 고인돌이 집중 분포돼 있다. 특히 100t 이상의 커다란 고인돌 수십 기가 있고, 280여t의 초대형도 있다. 축조과정을 알 수 있는 채석장이 함께 있어 고인돌 기원과 성격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고인돌 변천사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숫자의 방대함과 함께 지상석곽형, 바둑판형, 무지석형 등 다양한 고인돌이 있다.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인기다. 현재 선사체험장 조성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도곡면 효산리 일원 1만 6665㎡ 부지에 50억원을 들여 세계거석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최근 착공했다. 이곳에는 대륙별로 대표성이 있는 17개국 거석 중에서 칠레 이스터섬 모아이석상 등 7개국 거석은 원형대로 제작·설치한다. ●中황주 적벽 뺨치는 천하제일경 화순적벽 화순을 대표하는 관광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화순적벽이다. 소동파의 적벽부로 유명한 중국 황주의 적벽보다 몇 백 배나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알려졌다. 화순적벽은 철옹산성과 동복호가 절묘하게 만나 빼어난 경치를 만든다. 화순적벽은 신재 최산두, 하서 김인후, 석천 임억령, 다산 정약용, 방랑시인 김삿갓 등 유명한 시인 묵객들이 자주 찾아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 약 7㎞에 걸쳐 절벽경관이 발달했다. 대표적으로 동복댐 상류의 적벽(노루목 적벽)과 보산리, 창랑리, 물염적벽 등 4개의 군으로 구성됐다. 적벽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웅장함, 위락공간으로서 주변의 적절한 자연조건과 어우러지며 동복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널리 알려진 명승지다.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가 절경을 보고 중국의 소동파가 선유하며 그 유명한 적벽부를 지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적벽에 버금간다 해 적벽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깎아 세운 듯한 수백 척 단애절벽의 절경에 젖어 방랑시인 김삿갓도 이곳에서 방랑을 멈추고 생을 마쳤다. 김삿갓을 비롯한 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좋아했던 상류의 노루목 적벽은 1985년 동복댐 준공을 계기로 30m가량이 물에 잠겼다. 화순적벽은 동복호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출입이 통제됐다가 2014년 10월 30여년 만에 개방됐다. 최근까지 6만여명이 방문하면서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적벽 버스투어는 매주 수·토·일요일 주 3회, 1일 2회(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30분) 운영된다. 2주 전에 화순군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하루 350명만 수용한다. 30분간만 적벽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푹 빠질 수 있다. 주변엔 김삿갓 문학동산, 연둔리 숲정이, 이서 야사리 은행나무, 백아산 하늘다리 등 가 볼만한 곳이 널렸다. 가족 단위 1박 코스로도 제격이다. ●천불천탑의 신비 간직한 운주사 화순을 방문하고도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운주사를 보지 않고선 화순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신비스러운 곳이다. 여느 사찰과 달리 천왕문과 사천왕상도 없으며 일반적인 절집의 형식을 찾아볼 수 없다. 울타리와 문이 없는 낮은 산등성이와 계곡을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불상과 불탑만 즐비해 절집 전체가 하나의 법당 같아 그 신비로움으로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는 와불이 일어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세상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신비로운 이야기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이 있다. 운주사 불상과 석탑은 12~13세기에 조성된 뒤 1942년까지 석불 213기와 석탑 30기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석탑 21기와 석불 100여기만 남았다. 석불과 석탑은 조각수법이 투박하고 정교하지 않으며 탑에는‘Ⅹ’, ‘◇’ 등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진 것도 특이하다. 탑들은 항아리와 호떡을 얹어놓은 듯한 모양 등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모습들이다. 불상들도 눈, 코, 입, 귀만을 단순화하는 등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아 편안하고 친근한 조형미가 풍긴다. ●삶의 애환 간직한 유서 깊은 너릿재 옛길 너릿재 옛길은 화순의 진산인 만연산과 안양산을 거쳐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지맥을 따라 형성됐다. 1971년 너릿재 터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화순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역사를 가진 고갯길이다. 옛날 깊고 험한 재를 넘던 사람들이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해 판, 즉 널에 실려 너릿너릿 내려온다고 해서 너릿재라고 전해진다. 오랜 역사만큼 얽힌 사연들도 많다. 최근에는 1980년 5·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 손에 죽어갔던 한이 서렸다. 화순군이 최근 주변경관을 살린 생태문화 탐방로를 조성한 뒤 탐방객들의 몰린다. 벚나무 가로수 등 자연경관과 함께 등산로 쉼터와 전망대 등이 조성돼 등산객과 산악자전거 동호회원들로부터 인기다. 곳곳에 편백나무와 소나무 등을 심어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경사도 완만해 가족이 함께하는 산책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에도 좋다. 화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화순 대표 음식 흑두부… 색동두부도 유명세 흑두부 요리는 화순군의 대표 음식이다. 군 축제인 힐링푸드 페스티벌의 주 메뉴일 정도다. 다이어트식 등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콩이 각광받으면서 1990년대 후반 한 음식점 주인이 불가에서 내려오는 전통제조법을 배워 처음 흑두부를 선보였다. 맛이 진하고, 고소하면서 건강에도 좋아 인기메뉴가 됐다. 또 흑태·청태·서리태 등 세 가지 콩으로 만든 무지개떡을 닮은 색동두부도 유명하다. 맛과 효능이 다른 세 가지 콩이 한데 어우러지며 두부의 컬러시대를 열었다. 종이처럼 얇은 ‘포두부’를 개발해 색동두부와 함께 전골, 탕수육 등 갖가지 음식에 응용해 다양한 두부 요리를 선보이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군은 다양한 두부 요리 개발을 추진한다. ●흑염소 요리… 특유의 냄새 없애 감칠맛 흑염소 요리는 무더운 여름 기운을 되찾게 해주는 대표 약선 음식이다. 흑염소는 화순에서 전국의 25%를 사육한다. 국내 유일의 흑염소 도축장이 있다. 방풍, 엄나무 등의 약초를 곁들인 흑염소탕은 남자의 양기와 여자의 허약함을 채워준다. 흑염소 고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게 화순 흑염소 요리의 특징이다. 흑염소 요리는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아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표적인 사례다. 흑염소는 기름기가 적은 데다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이 많으며 소화가 잘돼 임산부의 산후회복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흑염소탕을 비롯해 전골, 수육 등 다양하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삼지구엽초로 담근 술은 수많은 암컷을 거느렸던 숫양의 비결이 삼지구엽초로 알려질 정도로 강장 효과가 좋은 한방 약재다. ●화순 기정떡… 부드럽고 쫄깃쫄깃 입맛 돋워 화순 먹거리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기정떡이다. 기정떡은 여러 지방에서 만들지만 특히 화순 기정떡이 유명하다. 남면 사평리의 한 떡집에서 40년 가까이 3대째 대를 이어 만들어 온 기정떡이 유명세를 타면서 ‘사평 기정떡‘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기정떡은 쌀을 막걸리로 발효시켜 만든 전통 발효떡으로 소화가 잘돼 아침 식사대용이나 웰빙간식으로 인기가 좋다. 멥쌀가루에 술을 넣어 발효시킨 다음 석이채와 대추채 등을 고명으로 얹어 찌는 떡이다. 발효과정을 거쳐 쉽게 상하지 않고 맛이 새콤하다. 칼로리가 낮고 속을 든든하게 해 줘 바쁜 아침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인기가 좋은 기정떡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는다. 특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해 기정떡 하면 화순을 떠올릴 정도다. 택배도 가능하다. ●파프리카… 과일처럼 단맛이 많아 인기 파프리카는 화순군 대표 농특산물로 면 단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한다. 2008년 설립된 도곡파프리카 영농조합법인은 22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해 도곡면 일원 20만㎡에서 파프리카를 생산한다. 최신 설비를 구축해 최적의 생산조건을 갖췄으며 생산된 파프리카의 60%는 일본과 호주 등지로 수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파프리카는 과일처럼 단맛이 많아 입이 즐겁고, 선명한 색상은 눈으로 먹는 즐거움까지 제공하는 보석 같은 채소다. 칼로리는 낮고, 섬유질이 풍부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서 다이어트에 좋다. 몸속 활성산소를 제거해서 노화방지는 물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아주 탁월한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슬기 요리… 간질환 예방에 효과적 화순은 동복천, 화순천, 지석천 등지에 많이 서식하는 다슬기를 이용한 요리도 유명하다. 일급수에서만 자라는 다슬기는 영양면에서도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간 기능을 돕는다. ‘동의보감’에 간질환 예방, 숙취, 신경통, 시력, 위장질환, 빈혈, 골다공증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된 건강식이다. 다슬기탕과 다슬기 수제비가 대표적이다. 다슬기전과 다슬기회, 장조림 등 다양한 조리법이 향토 음식으로 개발됐다. 화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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