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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시, 백운산자연휴양림 연간 이용객 10만명 돌파

    2000년 6월 개장한 광양 백운산자연휴양림의 연간 이용객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광양시는 지난 11일 10만 이용객 돌파를 맞아 백운산자연휴양림에서 정현복 광양시장과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꽃다발과 기념 선물을 증정하는 축하행사를 가졌다.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삼나무, 편백, 테다 소나무 등 아름드리 나무가 계곡과 함께 펼쳐져 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숲속의 집, 종합숙박동, 산림문화 휴양관, 야영장, 취사장 등의 편의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휴양림 이용객은 개장 첫 해인 2000년 1만 6865명을 시작으로 2014년 7만 1460명, 2015년 8만 2431명, 지난해에는 8만 746명, 올해 9월에는 8만 9702명이 방문했다. 이번 10만 번째 행운의 이용객은 신안군 비금면에 거주하고 있는 강순아씨 가족이다. 강 씨는 “네자매, 친정어머니와 함께 가을여행을 왔는데 뜻밖의 환영과 선물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이곳 휴양림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산림청으로부터 산림복지서비스 제공자 등록을 받아 자연휴양림을 더욱 활성화하고 있다. 다양한 볼거리 제공과 백운산의 희귀·특산식물 관리 보존을 위해 생태숲 보완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등 백운산자연휴양림 방문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정상범 산림과장은 “백운산자연휴양림이 개장 이후 최초로 이용객 10만 명을 달성한 것은 광양시민 모두의 합작품이다”며 “시의 대표 관광지로 거듭나 지역관광 활성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과천 추사박물관, 제주추사관과 학술 콘텐츠 교류

     과천 추사박물관, 제주추사관과 학술 콘텐츠 교류

    추사 김정희가 꽃피웠던 학문과 예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관한 두 기관이 학술과 콘텐츠를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구축한다. 경기 과천시 추사박물관은 이를 위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산하 제주추사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은 추사 공동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 전시·교육·체험 프로그램 교류 및 정보의 공유, 학술출판물 등 콘텐츠 개발과 행사에 서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추사 김정희(1786~1856년)는 추사체로 상징되는 조선말 글씨의 명인이다. 또한 청나라 고증학을 기반으로 한 금석학자이기도 하다. 추사는 현종 때 풍양 조씨가 득세하자 다시 반격을 가한 안동 김씨가 10년 만에 윤상도의 옥사를 다시 거론, 유배를 가게 되면서 제주와 첫 인연을 맺는다. 인생의 첫 좌절, 9년 유배생활 동안 생애 최고의 명작 ‘날이 차가워진 뒤에야 소나무,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세한도(국보 180호)를 그리고, 추사체를 제주에서 완성했다.과천과 인연은 1851년 당시 영의정이던 친구 권돈의 일에 연루돼 또다시 북청으로 유배됐다 풀려난 뒤 과천에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 추사는 유배로 삭탈관작된 생부 김노경의 복원을 위해 한양에서 가까운 과천의 주암동에 묘역을 모시고, 아버지가 조성한 과지초당에 기거했다. 과천에 4년 동안 거주하면서 말년의 완숙인 불이선란도, 판전, 대팽고회 대련 등 작품을 남겼다. 과천에서 봉은사를 오가던 그는 71세의 나이로 죽었다.  이런 추사와의 인연으로 두 지자체에 세워진 추사 박물관은 ‘세한도, 또 다른 자화상’, ‘추사 가문의 글씨’ 등 특별기획전에 소장유물을 서로 대여해 주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과천 추사박물관은 2013년 6월 3일, 추사 김정희의 음력생일에 맞춰 개관했다.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고 있다. 2016년에는 ‘자하 신위 전’을 통해 학술적인 성과를 인정받아 경기도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추사관은 서귀포 대정의 추사 유배지에 2010년 재개관했으며, 현재 제주도를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연간 7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상기 과천시 추사박물관장은 “제주추사관과의 협약을 통해 관람객에게 더 다양한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양천구, 신월동 온수도시자연공원에 서남권 최초 가족형 캠핑장 조성

    양천구, 신월동 온수도시자연공원에 서남권 최초 가족형 캠핑장 조성

    서울 양천구는 신월동 온수도시자연공원에 서남권 최초로 가족캠핑장(조감도)을 조성한다고 13일 밝혔다. 양천구는 68억원을 투입, 지난 9월 토지 보상을 완료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5월 준공 예정이다. 2만 4078㎡ 규모에 21면의 캠핑사이트, 편백나무 숲, 잔디마당, 숲속마당, 생태습지, 자연놀이터 등이 들어선다. 화장실, 샤워장, 취사장, 주차장 등도 완비된다. 구 관계자는 “대형 텐트 등 캠핑 장비를 고려해 기존 캠핑사이트보다 80㎡ 넓은 부지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맞춤형 가족캠핑장’을 만들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편백나무 숲은 캠핑장 인근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마련됐다”며 “편백나무는 소나무보다 2~3배나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해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 강화, 아토피 같은 피부염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전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온수도시자연공원 가족캠핑장 조성이 완료되면 주민들이 도심 속 가까운 캠핑장에서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조성돼 있는 캠핑장과는 차별화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인기가요’ 슈퍼주니어 컴백 등 풍성한 볼거리...1위는 트와이스

    ‘인기가요’ 슈퍼주니어 컴백 등 풍성한 볼거리...1위는 트와이스

    ‘인기가요’에 출연한 걸그룹 트와이스가 1위를 차지해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방송은 컴백 무대가 유독 많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12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는 걸그룹 블랙핑크 지수와 NCT 도영, 스페셜 MC 블락비 지코의 진행으로 시작했다. 이날 인기가요 무대는 최근 컴백한 슈퍼주니어를 포함해 블락비, EXID, 세븐틴,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아스트로, NRG, 소나무, 빅톤, JBJ, 구구단, VAV, 김소희&피에스타 예지, GATE9 등으로 꾸며졌다. 또 다수 그룹이 컴백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슈퍼주니어, 블락비, EXID, 세븐틴, 트와이스, 몬스타엑스, 구구단, 소나무, NRG, 빅톤, VAV 등 총 10팀이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1위 후보에는 트와이스의 ‘라이키’, 아이유-에픽하이 ‘연애소설’, 멜로망스 ‘선물’ 등이 올랐다. 트와이스는 투표결과에 따라 1위를 차지, 4관왕에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트와이스 멤버 정연은 “사장님께 감사드리고, 곡 써준 블랙 아이드 필승님, 스태프들 모두 감사하다”며 “항상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같은 그룹 멤버 쯔위 역시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SBS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깨달음도 덧없어라… 죽은 영혼 달래 주던 야외 법당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깨달음도 덧없어라… 죽은 영혼 달래 주던 야외 법당

    충남 서산 개심사(開心寺)는 아름다운 것으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절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절집이 일으키는 상승작용이 이런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심사는 이른바 산지중정형(山地中庭型) 사찰이다. 산 중턱 경사지에 큰법당을 비롯한 4개의 절집이 정사각형 마당을 감싸고 있다. 조선 후기를 특징짓는 가람 배치라 할 수 있다.개심사 사적기(事蹟記)에는 ‘신라 진덕여왕 5년, 백제 의자왕 14년 혜감국사가 창건하고 개원사(開元寺)라 했다’고 적혀 있다. 진덕여왕 5년은 651년이고, 의자왕 14년은 654년이다. 게다가 불교사에 이름을 남긴 혜감국사(1249~1319)는 고려시대 고승(高僧)이다. 사적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창건 시기는 미궁에 빠져든다. 사적기는 양면 괘지에 만년필로 썼으니 근년에 옮겨 적고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고려 국가기관이 보수할 만큼 가치 있던 사찰 그런데 2004년 개심사 대웅전의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복장(腹藏)에서 ‘1280년(고려 충렬왕 6년) 승재색(僧齋色)이 보수했다’는 내용의 기록이 발견됐다. 승재색은 불경 간행과 같은 불사(佛事)를 위해 특별히 설립된 국가기관이었다. 복장이란 불상의 내부에 모신 불경 같은 상징물을 이른다. 보수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면 불상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국가기관이 보수에 나섰다는 것은 개경에서 멀리 떨어진 개심사지만 그저 한적한 시골 사찰이 아니었음을 알려 준다.사적기는 이어 1350년(충정왕 2년) 처능대사가 대웅전과 기타 전당(殿堂) 그리고 요사(寮舍) 일체를 중건하고 개심사로 개칭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 내용은 그런대로 믿을 만하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큰법당인 대웅전 앞의 오층석탑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오층짜리 석탑은 백제시대 석탑의 전형이지만, 개심사 것에서 백제 특유의 미감(美感)은 느껴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고려시대 석탑의 특징을 갖고 있다. 처능대사가 이 석탑도 세운 것으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처능대사의 중창이란 몽골의 침입이나 왜구의 발호로 훼손되거나 폐허화했던 절의 면모를 일신한 불사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1231년(고종 18년)부터 1259년(고종 46년)에 걸친 몽골의 침략으로 고려가 강화로 천도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몽골 침입기 경주 황룡사 9층 목탑이 불타는 등 많은 사찰이 피해를 입었다.●고려 처능대사 개원사→개심사 개칭 고려 말과 조선 초에는 세력을 키운 왜구가 한반도 전체를 위협했는데, 충청도 서해안 지역은 그 피해가 더욱 심각했다. 같은 서산의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역시 이 시기 왜구가 약탈해 일본에 가져간 것으로 부석사 측은 보고 있다. 일본 쓰시마의 한 절에서 도둑이 훔쳐 다시 들여온 부석사 관세음좌상은 지금 그 소유권을 놓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개심사는 어처구니없는 일로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 1475년(조선 성종 6년) 충청도 병마절도사 김서형이 훈련을 한다며 군졸을 징발해 사냥을 하다 산불을 내는 바람에 금산(禁山)의 소나무는 물론 개심사까지 태운 것이다. 지금의 대웅전과 심검당은 이 때문에 다시 지은 것이다. 요사채인 심검당은 1962년 해체 수리 과정에서 1477년 세 번째로 중창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개심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구부러진 나무를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 기둥으로 삼은 것으로 유명한 심검당의 부엌은 후대에 이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스님의 생활공간에 이어 예배공간인 대웅전은 1484년 지었다. 지금 개심사는 중생의 극락왕생 소원을 들어주는 정토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누각이 안양루(安養樓)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것도 그렇다. 안양이란 극락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절의 큰법당은 보통 극락전이나 무량수전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런데 개심사 큰법당은 대웅보전이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곡절이 있을 듯싶다. 개심사 들머리의 돌계단을 기분 좋게 오르다 조금 숨이 찰 때쯤 오른쪽으로 안양루가 나타난다. 그 바깥에는 큰 글씨의 전서체로 ‘상왕산 개심사’(象王山 開心寺)라고 쓴 현판이 보인다. 해강 김규진(1868~1933)의 글씨라고 한다. 큼직큼직하면서 모나지 않은 해강의 글씨는 개심사의 분위기와 무척 잘 어울린다. 충청남도 서쪽에 남북으로 자리잡은 산줄기가 가야산이다. 이 산 서쪽에는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 마애불과 보원사 터, 산 동쪽에는 가야사 터가 있다. 둘 다 역사가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큰 절이었다. 개심사는 가야산의 서남쪽 기슭에 해당한다. 개심사가 이고 있는 산봉우리는 별도로 상왕산이라고도 한다. 코끼리는 부처를 상징한다. 부처는 깨달음을 이룬 보드가야에서 멀지 않은 시사가야에서 1000명의 비구에게 설법을 했다. 시사가야가 가야산이다. 가야산은 상두산(象頭山)이라고도 부른다. 상두산은 상왕산과 같은 뜻이다. 그러니 가야산이 곧 상왕산이다. 이런 상징성을 부여한 산에 지은 절이니 초창 시절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를 모시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양란 거치면서 정토사찰로 성격 변화한 듯 그런데 서산 지역에 외적의 침입이 이어지면서 죽음의 문제에 직면한 중생의 신앙 형태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는 깨달음보다는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극락왕생과 남겨진 가족을 위로하는 기능에 힘을 기울여야 했다. 이것이 개심사가 정토사찰로 성격을 바꾼 이유가 아닐까 싶다. 한편으로 큰법당의 이름은 대웅전을 유지해 상왕산의 상징성도 이어 갈 수 있었다. 개심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정토사찰의 성격을 더욱 강화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사적기에는 1613년(광해군 5년) 대웅전 이후 각 전각과 요사를 중수하고 시왕전(十王殿)을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다. 시왕전은 명부전의 다른 이름이다. 1941년 대웅전 수리 과정에서 발견된 묵서명에는 1644년(인조 22년) 중창이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1889년 작성된 개심사 중창 수리기에는 명부전을 1646년(인조 24년) 신축했다고 적혀 있다. 연도가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양란(兩亂)이 중수의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안양루와 무량수각을 새로 지어 중정형 구조를 완성한 것도 이때일 것이다. 중정형 사찰에서 마당이 갖는 의미는 크다. 많은 신도가 참여한 가운데 법회를 열 수 있는 야외 법당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야외 법회에 내걸 대형 불화(佛畵)도 필요해졌다. 괘불(掛佛)이다. 괘불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학계는 이 걸개그림의 발생을 임진왜란·병자호란과 직접 연결 짓는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어 좁은 법당에서는 고혼(孤魂)을 위로하는 법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넓은 마당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걸맞은 크기의 탱화도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개심사에 있는 영산회괘불탱(靈山會掛佛幀)은 1772년(영조 48년)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산회괘불탱 이전에도 이 절에는 당연히 다른 괘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대웅보전 앞에는 깨져서 쓰지 못하는 옛 괘불대가 남아 있다. 동남쪽에 외따로 지어진 명부전 역시 양난의 비극이 낳은 법당일 것이다. 명부전은 지장보살의 권능을 빌어 죽은 이의 넋이 극락왕생하도록 기원하는 기능을 가진 전각이다. 개심사가 가진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이런 사연도 있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의 시간, 천년의 가을…속리산 법주사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천년의 시간, 천년의 가을…속리산 법주사

    “연(輦·임금의 가마)이 소나무 가지에 걸리니 조심하라.” 세조(재위 1455~1468)는 조선의 제7대 왕이자 세종의 둘째 아들로서 흔히들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더 깊게 남은 인물이다. 12살, 어린 조카인 단종(1441∼1457)이 즉위하자 가차없이 임금 자리를 자신에게 선양하게끔 한 것도 모자라 결국은 목숨마저 앗아간다. 그러하니 애당초 임금자리가 피비린내 속에서 만들어진 셈이었다. 세종의 적통 손자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이 되었으니 늘 민심은 흉흉했고, 사대부들은 늘상 헛기침 한 번씩 하면서 임금을 모셨기에 세조인들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이 때 바로 소나무 한 그루가 때마침 등장한다. 속리산 자락에 지천으로 널린 소나무도 임금을 알아보고 가지를 들어주는 충성 퍼포먼스를 하는데 어찌 사람이 하늘이 내린 임금을 몰라 볼 수 있는가? 전 세계 왕들의 이야기는 이렇듯 목적이 분명하다. 어찌되었던 간에 세조가 탄 가마는 소나무 가지를 피해 속리산 법주사(法住寺)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소나무는 덜컥 정이품의 품계를 받게 된다. 고양이가 역장이 되기도 하는 요새의 세상에서 보아도 재미있는 일화임은 분명하다. 정이품송이 아직 살아있는 속리산 법주사의 가을로 가보자. 이보다 더 깊숙히 그리고 간단히 쓸쓸할 수 있으랴. 속리산 법주사 풍광의 묘미는 땅거미가 질 때라야 제 맛이다. 스산한 가을 어스름 저녁 빛, 천년 고찰에 스며들 때라야만 법주사는 가을을 방문객들에게 내어준다. 흘낏 보아도 결코 요사이 것들(?)과는 품새부터 달라 예사로울 수 없는 기운을 발하는 국보 55호, 5층 목탑 팔상전(捌相殿)은 법주사 가을 풍경의 주인처럼 우뚝 서 있다. 가을 나들이가 다행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법주사는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절이기에 규모가 크다. 또한 이 곳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근대 이전에 만들어진 목탑인 팔상전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국보와 보물들도 많다. 시간을 살펴보면,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에 당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의신대사가 창건하였다. 이 때 의신대사가 백나귀에 불경을 싣고 왔기에 법주사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 법주사에는 국보 제 55호로 지정된 높이 22.7m의 5칸 정방형 5층 목탑인 팔상전을 비롯하여 2002년에 금 80㎏을 들여 전체를 개금한 높이 33m 금동미륵입상, 국보 5호인 통일신라시대의 쌍사자 석등, 국보 64호 석연지, 대웅보전, 당간지주 등 곳곳마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불교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분주하게 한다. <법주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속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유서깊은 고찰. 시간을 내어 가 보는 것도 추천! 2. 누구와 함께? -가족 단위, 단체 모임 방문장소로도 괜찮다. 3. 가는 방법은?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5/ 043)543-3615(8655) -청주 속리산행버스(1시간 30분 소요) 첫차 06:40/막차 20:40/일일26회 4. 감탄하는 점은? -국보급 문화재가 한 곳에 모여 있다. 가을 풍경.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방문객들이 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팔상전, 쌍사자 석등, 석연지, 정이품송, 마애불.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 한정식 ‘경희식당’(543-7573), 돼지불고기 ‘용궁식당’(542-9288), 삼계탕 ‘복해가든’(543-0606), 생선구이 ‘보은정’(543-4445), 버섯전골 ‘코끼리 식당’(544-4567) /지역번호 043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beopjusa.org/kor/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속리산국립공원, 정이품송, 보은 우당 고택 10. 총평 및 당부사항 -국보급 문화재가 많이 남은 곳이어서 사찰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가을 경치가 세조로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곳. 매표소와 사찰 입구가 멀지 않아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실수요자부터 세컨드하우스 수요자까지 ‘남양주 루미하우스’ 관심집중

    실수요자부터 세컨드하우스 수요자까지 ‘남양주 루미하우스’ 관심집중

    최근 세컨드하우스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세컨드하우스는 부유층이 소유한 별장 개념으로 서울과 한참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전원주택, 단독주택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소득 수준이 증가하고, 주5일 근무로 여가 생활을 중시하는 트렌드까지 생겨나면서 세컨드하우스가 대중화∙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멀티 헤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 새로운 주거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주중에는 서울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근교형 세컨드하우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세컨드하우스를 고려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하면서, 가격 부담이 적고 관리가 쉬운 서울 근교 타운하우스들이 세컨드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전원주택과 달리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따로 관리인이 없어도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생애 첫 세컨드하우스를 고려하는 수요자들에게 적합하다. 특히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과 달리 기본적인 주택 수요를 갖추고 있어 환금성에 뛰어나며, 입지에 따라 향수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세컨드하우스를 찾는 실속형 수요자들이 증가하면서 서울 접근성과 쾌적한 자연환경, 미래가치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주거 트렌드의 변화로 근교형 세컨드하우스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세컨드하우스로 적합한 타운하우스가 있어 눈길을 끈다. 남양주 화도읍에 조성되는 ‘남양주 루미하우스’가 바로 그것. ‘남양주 루미하우스’가 조성되는 경기도 남양주는 쾌적한 자연 환경을 갖췄음에도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세컨드하우스를 고려하는 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둘러보는 지역 중 하나다. 이 지역은 수서-호평간 도시고속도로와 서울춘천고속도로, 45번, 46번 국도 등을 통해 서울 강남과 동부권 접근이 용이하고, 광역버스와 급행형 전동열차인 ITX를 이용하면 서울까지 30분대로 진입할 수 있어 서울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오는 2020년 개통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양평~화도 구간이 개통되면 교통환경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여기에 수도권 대표 국·군립공원인 천마산군립공원이 위치해 천마산의 사계절을 가깝게 누릴 수 있으며, 수도권 대표 스키장인 스타힐 리조트가 위치해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수영 등 다양한여가 생활까지 가능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가곡리 일원에 조성되는 ‘루미하우스’는 총 32가구로 구성되며, 전용면적 85㎡이하 중, 소형 평형으로 건설된다. 특히 전세대 남향, 평지, 단지 내 넓은 도로로 인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수평 구성으로 획일적인 공간이 배치되는 아파트와 달리 수직으로 공간을 구성해 채광과 통풍, 환기를 극대화하고 층간소음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장점을 갖는다. 세부적인 층별 구성으로는 우선 1층은 가족이 모여 대화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주방과 거실이 배치되며,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는 작은방 1개도 구성된다. 2층에는 부부의 공간이 되는 안방과 안방욕실, 작은방, 그리고 개별 테라스가 배치돼 간단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3층에는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락이 구성된다. 기존 다락과 달리 층고가 높게 설계돼 성인도 서서 다니는데 무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세대마다 제공되는 잔디 테라스에는 소나무를 심어 조경을 강화하고 수도와 전기시설을 설치해 외부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루미하우스’는 11월 준공이 예정돼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가시고치벌, “소나무재선충병, 꼼짝마!”

    가시고치벌, “소나무재선충병, 꼼짝마!”

    한번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실패 및 방제 약제의 위해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매개충을 공격하는 천적 4종이 발견돼 친환경 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선충은 크기가 1㎜ 안팎의 실 같은 선충으로 솔수염(북방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 나무에 침투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킨다. 피해수종은 소나무류와 잣나무 등이며 치료약이 없다. 2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중북부 지역에서 재선충병을 옮기는 북방수염하늘소의 애벌레를 공격하는 기생벌을 확인했다. 기생천적은 가시고치벌(사진)과 개미침벌, 미확인 고치벌, 미기록 금좀벌이다. 이들은 북방수염하늘소의 어린 애벌레(1-2령충)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난해 진주·거제 등 남쪽 지방의 솔수염하늘소 애벌레에 기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던 가시고치벌은 북방수염하늘소에도 기생하는데다 매우 높은 야외기생율(최대 59%)을 보여 생물학적 방제원으로 활용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야외기생율은 기생벌 100마리 중 59마리가 숙주를 죽이고 밖으로 탈출했다는 의미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6년 매개충 천적으로 개미침벌을 발굴해 실내사육기술 개발까지 성공하였으나 숙주곤충이 광범위해 기생효율이 높지 않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피해가 큰 재선충병 방제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한데 천적을 활용함으로써 발생률 및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곤충연구실 김일권 박사는 “가시고치벌은 전국적으로 분포해 친환경 방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인공사육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등 실용화 연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가을빛 물든 해 낭만 가득찬 海

    이름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서천의 비인이 그런 곳입니다. 그리 흔한 이름이 아닌 데다, 어딘가 맑은 풍경을 가만히 숨겨 두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서천 위의 춘장대나 동백정, 홍원항 등은 이미 익숙하지요. 아래쪽의 장항, 신성리 갈대밭도 그렇고요. 그런데 그 틈바구니에 있는 비인은 당최 생소합니다. 비인엔 뭐가 있을까요. 듣자니 해거름 풍경이 아름다운 포구가 있고, 싱싱한 갯것들과도 만날 수 있다더군요. 그것만으로도 비인행에 나설 이유는 충분해 보입니다.고즈넉한 풍경, 마량포구·장항을 품다 위치부터 살피자. 비인만은 활처럼 휘었다. 어린아이가 그린 갈매기 그림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날개의 한쪽 끝은 마량포구다. 전어축제로 이름난 홍원항, 초봄 붉은 동백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춘장대가 이 언저리에 몰려 있다. 반대쪽은 장항이다. 서천의 명물이자 ‘JSA’ 등의 영화 촬영지로 이름난 갈대숲이 이쪽에 있다. 그럼 갈매기의 몸통 쪽엔 뭐가 있을까. 여기가 바로 비인만이다. 바다 쪽으로 뻗은 월호리를 경계로 ‘3’ 자 모양으로 휘었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올라 굽어보면 이 모습이 확연히 보인다. 비인만은 평화롭고 넉넉하다. 서해 바다가 대개 그렇다. 동해안처럼 고래라도 잡을 듯한 떠들썩한 흥분은 없다. 남해안처럼 짙푸른 바다 위로 수많은 섬들이 반짝이는 수려한 맛도 없다. 그래도 너른 갯벌, 낮게 찰랑대는 바다는 지친 가슴 안길 만큼 늘 넉넉하다. 차진 바다에 기대 사는 싱싱한 갯것들과 마주하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그러니 비인만은 서해의 특성이 오롯한, 그리고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비인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월호리 월하성 포구와 비인면 선도리 해변이다. 월하성은 이름 그대로 ‘달 아래 성’이란 뜻이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비치는 달빛만큼이나 아름답다는 뜻의 낭만적인 이름이다. 월호리의 옛이름도 달포리라고 한다.기이한 풍경, 트레일러에 얹힌 어선 월하성 포구를 찾으면 다소 생경한 풍경과 만나게 된다. 어선들이 트레일러 위에 얹힌 채 주차장 여기저기에 서 있다. 이를 ‘주차’라고 해야 할지 ‘정박’이라고 해야 할지 모호하다. 트레일러를 끄는 건 대개 경운기다. 드물게 트랙터를 연결한 경우도 있다. 경운기의 모습도 평이하지는 않다. 엔진 부위를 바퀴에서 한 뼘가웃이나 들어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차체를 들어올린 지프차와 비슷한 모양새다. 경운기가 이처럼 희한한 형태로 개조된 이유는 아침 나절에 포구를 찾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어민들은 주차장에 ‘정박’한 트레일러를 바다로 끌고 들어가 어선을 띄운다. 갯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역시 바닷물 찰랑대는 선착장에서 배를 싣고 주차장까지 온다. 경운기의 엔진 부위가 들어올려진 건 이처럼 들고 날 때 엔진이 바닷물에 닿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어선을 굳이 주차장까지 끌고 오는 이유는 또 있다. 갓 잡은 갯것들을 배에 실은 채 작업장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다. 요즘처럼 꽃게 등이 많이 날 때면 이들을 어선에서 경운기로 옮겨 싣는 것도 큰 일이다. 그러니 어선을 통째 옮기면 이 수고를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월하성 포구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선도리 갯벌이다. 주말이면 갯벌 체험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곳이다. 갯벌 앞에는 무인도 2개가 나란히 떠 있다. 이른바 쌍도다. 나라 안 대개의 섬이 그렇듯, 쌍도에도 그럴싸한 전설은 전한다. 안내판이 전하는 내용은 이렇다. 오래전 선도리 갯벌 주변은 너른 해당화 밭이었다. 오월이 되면 해당화꽃 향기가 수십리 밖까지 번졌고, 향기에 이끌려 수많은 청춘남녀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하필 가난한 어부의 아들과 천석꾼의 외동딸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이후 내용은 대략 짐작이 간다. 둘은 다음 생을 기약하며 바닷물에 몸을 던졌고, 용왕이 이들의 사랑에 감동해 섬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필경 고래 모양의 큰 섬이 어부의 아들, 거북 모양의 작은 섬이 천석꾼의 딸이었지 싶다.광활한 풍경, 해거름 빼어난 선도리 갯벌 선도리 갯벌은 광활하다. 모래와 펄이 뒤섞였다. 해변을 걷는 운치도 월하성 쪽보다 낫다. 날물 때면 쌍도까지 모랫길이 열린다. 거리는 얼추 700m 정도. 섬을 한 바퀴 돌면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연인들이 즐겨 걷는다. 해거름 풍경은 더 빼어나다. 해가 월하성 포구 쪽으로 떨어지며 사위를 붉게 달군다. 하늘도, 바다도 죄다 짙은 주황빛이다.비인에서 가장 이름난 문화재는 성북리오층석탑(비인오층석탑, 보물 제224호)이다. 백제 때 세워진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을 모방해 고려 때 세운 석탑이다. 모방했다고는 해도 당당한 자태의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비례가 맞지 않아 어색한 느낌이다. 이는 4, 5층 사이의 탑신에 있어야 할 지붕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6.2m에 달하는 체구는 퍽 당당하다.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자태에서 무게감도 느껴진다. 비인 읍내 쪽에도 볼거리가 있다. 비인향교는 흰 외벽이 인상적이다. 향교 들머리의 하마비와 느티나무, 옛 장터 앞의 ‘독다리’(청석교), 25개에 이르는 관찰사와 현감 등의 선정비와 불망비 등을 통해서도 비인의 옛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장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장항송림을 만나기 위해서다. 얼추 20m에 달하는 키 큰 소나무들이 1㎞ 정도 이어져 있다. 솔숲 위로는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236m 길이의 철 구조물이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서면 금강하구와 서해, 그리고 장항제련소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장항 일대에 나라에서 세운 전시관이 두 곳 있다.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다. 국립생태원은 규모가 약 100만㎡(30만평)에 이른다. 축구장 90여개 정도의 크기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다양한 해양생물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5200여종에 달한다는 우리 바다생물의 표본을 모은 ‘시드 뱅크’ 등 볼거리가 많다. 판교면 현암리는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흔히 ‘서천 판교마을’로 불린다. 정미소나 양조장, 창고 등 일제강점기와 1950~70년대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여태 남아 있다. 옛것 즐기는 이라면 기웃댈 만하다. 이번 여정에선 작심하고 저물녘과 동틀녘을 노렸다. 비인만 일대에 해넘이 풍경 고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서다. 비인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도리 일대를 붉게 물들인 장면은 어느 일몰 명소에 견줘도 뒤지지 않았다. 마량포구는 기왕에 해돋이 명소로 입소문 난 곳이다. 반도처럼 바다 쪽으로 돌출돼 있어 비인만 위로 솟는 아침해를 맞을 수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천으로 드는 서해안고속도로 나들목은 세 개다. 서천 위쪽의 홍원항과 마량포구, 춘장대를 거쳐 비인만을 훑어 보겠다면 춘장대 나들목으로 나온다. 신성리 갈대밭, 장항송림 등 서천 남쪽에서부터 홅어 오르겠다면 동서천 나들목이 빠르다. 비인 오층석탑은 비인 면소재지에서 춘장대 해수욕장 쪽으로 가다가 비인면 성북리 길가에 있다. 표지판이 있긴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 놓치기 쉽다. 장항송림 스카이워크는 입장료가 2000원이다. 입장료는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인근 편의점은 물론 서천 시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맛집:할매온정집(956-4860)은 아귀찜으로 이름난 집이다. 가격은 다소 비싸도 재료가 신선하고 양도 푸짐하다. 아귀탕도 맛깔스럽다. 장항역에서 5분 거리다. 수정식당(951-5573)은 냉면으로 이름났다. 옛 건물들이 몰려 있는 판교면 현암리에 있다. 홍원항은 해마다 전어축제가 열리는 곳. 올해는 전어 수확량이 적어 횟집 인심이 예년만 못하다. 마량포구 쪽에도 횟집들이 많다. →잘 곳:춘장대와 마량포구 일대에 숙박업소들이 많다. 마량포구 산자락에 있는 서천비치텔(952-9566)은 창문으로 비인만을 굽어볼 수 있다. 장항 송림마을에도 대규모 민박단지인 ‘휴 리조트 펜션’이 조성돼 있다.
  • 물들어 볼까 더 늦기 전에

    물들어 볼까 더 늦기 전에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만추여행’을 테마로 11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낙엽 밟으며 걸을 수 있는 명소들이다.서울 아차산, 울긋불긋 단풍… 파노라마 전망 아차산은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 여행지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어떤 코스든 느릿하게 걸어도 정상까지 40~50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에 야자 매트가 깔려 걷기도 수월하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감탄의 연속이다. 고구려 건축 양식을 본뜬 고구려정, 해맞이광장, 아차산5보루 등 전망 좋은 곳이 늘어서 굳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아차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전망 포인트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가지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차산생태공원과 단풍 명소인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구리시 고구려대장간마을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동구릉을 포함하면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광진구 문화체육과 (02)450-1320.한탄강벼룻길, 낙엽 따라 걷는 자연사 시간 여행 한탄강 주변으로 용암이 만든 검은 현무암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경기 포천시 등에서 한탄강 일대의 독특한 자연과 주민들의 문화를 엮는 지질트레일을 조성 중이다. 총 4개 코스 가운데 현재 개통된 곳은 1코스 ‘한탄강벼룻길’이다. 부소천협곡에서 멍우리협곡을 지나 비둘기낭폭포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6.2㎞. 길이 순해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한탄강벼룻길은 특히 늦가을에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각별하다. 낙엽과 현무암 절벽, 그리고 에메랄드빛 폭포가 어우러진 비둘기낭의 자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황금빛 협곡이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4㎞ 넘게 뻗은 멍우리협곡과 구름다리로 계곡이 이어진 부소천 협곡도 인상적이다. 가을을 더 느끼고 싶다면 명성산에 오르면 된다. 은빛으로 물결 치는 억새의 바다와 만날 수 있다. 포천시 문화체육과 (031)538-3027.노추산 모정탑길, 어머니 마음 닮은 붉은 돌탑길 노추산은 여느 단풍명소처럼 북적이지 않아 사색을 즐기며 가을을 만끽하기에 맞춤한 곳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모정탑길도 있다. 3000여 기에 달하는 돌탑들이 산정 언저리까지 늘어선 길이다. 돌탑은 고 차순옥 할머니가 2011년 모진 삶을 마감할 때까지 무려 26년 동안 쌓아올린 것이다. 규모도 방대하지만, 돌탑 하나하나에 깃든 모정이 더욱 심금을 울린다. 낙엽 밟으며 모정탑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세가 들어온다. 자연과 어머니의 넉넉함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구름이 손끝에 닿을 것 같은 안반데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서 향긋한 커피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솔향 가득한 강릉솔향수목원도 빼놓을 수 없다. 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보은 세조길, 속세 넘어 왕이 거닐던 길 뚜벅뚜벅 속리산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가 전해 오는 명산이다. 속리산의 산세는 한마디로 기골이 장대하다. 최고봉인 천왕봉, 문장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그 험준한 산세가 유순한 길을 품었다. 그게 ‘세조길’이다.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요양 차 복천암에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세조길은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2.5㎞ 정도다. 왕복 5㎞에 달하는 산길이지만 급한 오르막이 없어 산책하듯 설렁설렁 다녀올 수 있다. 거리가 짧다고 생각되면 오리숲길과 세조길을 함께 걷고, 이어 복천암과 비로산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근에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이 있다. 동학농민군이 최후를 맞은 북실 전투를 기리는 곳이다. 속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043)542-5267.순창 강천산, 고추장보다 더 빨간 단풍 전북 순창의 가을은 고추장 빛깔로 물든다. 단풍 명소인 강천산은 왕복 5㎞의 맨발산책로만 걸어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길이 평탄해 아이들이나 어르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맨발산책로에서 만나는 병풍폭포, 구장군폭포는 산수화처럼 아름답다. 강천사, 삼인대, 수령 300년 넘은 모과나무도 꼼꼼하게 챙겨 보자.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도 잊지 말고 올라야 한다. 강천산 일대는 물론 멀리 담양의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 초입의 메타세쿼이아길도 가을빛이 멋지다. 순창장류박물관, 순창옹기체험관, 순창군승마장 등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근처에 여행 명소가 여럿이다. 읍내에는 금산여관, 방랑싸롱, 순창농부의부엌, 일우당 같은 곳이 젊은 감성으로 인기다. 순창군 문화관광과 (063)650-1648.밀양 재악산 사자평습지, 억새 산행 길에 선물 같은 풍경 경남 밀양의 사자평습지는 영남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된 국내 최대 산지 습지다. 한때 육지화의 위기를 맞았으나 지속적인 복원 사업을 통해 습지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표충사에서 사자평습지로 가는 등산로가 여럿이고, 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서 가는 방법도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해발 1020m 지점까지 10분 만에 올라 영남알프스 경관을 360도로 조망하며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천황산,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코스로 꼽힌다. 표충사는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유교식 사당이 있는 점이 독특하다. 밀양강을 굽어보는 영남루,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도 빼놓을 수 없다. 밀양시 문화관광과 (055)359-5646.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소나무 재선충 살충제 ‘발암 위험물질’ 논란

    소나무 재선충 살충제 ‘발암 위험물질’ 논란

    산림청 “잔류농약 검사 확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항공·지상방제에 쓰는 약제(살충제)의 위해성 논란이 제기됐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25일 산림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선충병 방제에 쓰이는 ‘티아클로프리드’는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인체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B2)로 지정돼 있다. 황 의원은 “산림청이 편의성을 들어 발암위험물질 살충제를 대량으로 뿌린 것은 잘못”이라며 “미국 메릴랜드주는 내년 1월부터 티아클로프리드 사용을 금지하고, 유럽에서도 전면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잡기 위해 2012년부터 티아클로프리드를 쓰고 있다. 황 의원은 “산림청은 비발암물질인 아세타미프리드가 있지만 노즐 막힘이나 침천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발암위험물질은 직접 노출되지 않아도 토양 등 산림 생태계에 남아 있다 먹이사슬로 이어져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지나친 비약’으로 유해성이 높지 않다고 반박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티아클로프리드는 농업진흥청에 농약으로 정식 등록된 ‘보통독성’ 약제로, 미국에서도 사람에 대한 발암 가능성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최근 잔류농약 검사에서 솔잎에서는 허용량의 10% 수준이었고 도토리·감·밤·벼 등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안전사용기준 준수 여부 및 잔류농약 검사를 주기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경기, 보호수 1078그루 개황·전설 조사 완료····“DB화 등 체계적 관리로 문화관광자원화”

    경기, 보호수 1078그루 개황·전설 조사 완료····“DB화 등 체계적 관리로 문화관광자원화”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지난 5년간 도내 전역에 있는 지정 보호수 1078그루의 개황 및 생육상황 등을 조사한 결과 모두 25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느티나무가 618그루로 가장 많았고, 은행나무 209, 향나무 99, 회화나무 33, 소나무 31그루 순이었다.연구소는 25일 보호수에 대한 중요성 및 역사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자료집을 내고 DB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칭 ‘경기도 고향나무(보호수) 자료’에는 보호수의 사진과 수종, 수령, 개황 및 생육 상황, 주변환경, 보호수에 얽힌 설화나 전설 등이 담긴다. 내년 상반기 까지 만들어 각 시·군에 배포할 예정이다. 김종학 연구소장은 “보호수는 선조들의 숨결과 얼이 담긴 역사의 보고이자, 생명력을 갖춘 문화재”라면서 “앞으로 보호수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 관리기법을 개발 보급하는데 힘쓸 것”이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생물종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생물종

    ‘호랑이·소나무·청개구리’ 등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생물종으로 나타났다.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23일 개관 10년을 기념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생물 101’ 대국민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생물 101 투표’는 지난 9월 25일부터 25일간 진행됐으며 모두 1만 3500여명이 참여했다. 생물자원관이 101종을 우선 선정하고 10개 분류군별로 한 종씩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투표 결과 호랑이(포유류), 수리부엉이(조류), 청개구리(양서·파충류), 고등어(어류), 나비(곤충), 문어(무척추동물), 민들레(초본류), 소나무(목본류), 김(해조류), 영지(균류)가 각 분류군별 최종 1위에 선정됐다. 투표 분석 결과 국민들은 일상생활이나 이야기를 통해 친숙한 생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랑이·수리부엉이처럼 크기가 큰 동물과 민들레·고등어·김·청개구리 등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생물에 대해 친근감을 보였다. 특히 소나무와 영지처럼 민족 정서 및 건강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상징한다고 알려진 생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포유류에서는 경쟁이 치열했다. 조류나 목본류는 수리부엉이와 소나무가 초반부터 1위를 차지했지만 포유류는 호랑이·돌고래·다람쥐가 경합을 벌였고, 무척추동물류에서는 문어·꽃게·가재 등 3종이 마지막 날 승부가 갈렸다. 분류군별 1~2위 생물은 ‘국민이 뽑은 우리생물 톱텐’이라는 제목으로 24일부터 내년 1월까지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관에서 인포그래픽과 실물표본을 전시한다. 백운석 생물자원관장은 “‘알면 더 사랑한다’는 것처럼 자생생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국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정세균 국회의장실 그림 ‘일월오봉도’로 바뀐 의미는

    정세균 국회의장실 그림 ‘일월오봉도’로 바뀐 의미는

    23일 정세균 국회의장 접견실의 배경 그림이 바뀐 것이 포착됐다. 예전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글씨 작품이 걸려 있었으나 22일 교체한 그림은 김소선 화백의 그림이다.의장실은 22일 급하게 배경 그림을 교체했으나 작가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해 그림 제목도 붙이지 못했다며 설명자료를 받는 대로 보도자료를 내겠다고 밝혔다. 새로 바뀐 그림은 해와 달이 있고 산악이 그려진 모습으로 볼 때 김소선 화백이 ‘일월오봉도’를 현대적 해석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돌로 된 여러 개의 봉우리들 밑에는 한복 차림의 여성들이 강강술래를 하고 있다. 국회의장 접견실에 걸린 일월오봉도에는 바위산 사이로 강물이 흘르고 소나무도 보인다. 조선시대의 일월 오봉도는 다섯개의 산봉우리와 해·달, 그림 양쪽 끝에 소나무를 그려넣었다. 천지를 다스린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조선 시대 왕의 권위와 존엄성을 상징한다. 경복궁 근정전에 있는 왕좌 뒤 병풍에 그려져 있다.  이기철 기자 chuli@seoul.co.kr
  •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동식물들은?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동식물들은?

    한국 대표하는 생물은? 호랑이·소나무·청개구리·고등어국립생물자원관 선정...김·나비·민들레도 분야별 1위 한국과 한민족을 상징하는 생물은 뭐가 있을까.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생물 101’ 대국민 투표를 진행한 결과 호랑이, 한국인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와 김, 동화로 익숙한 청개구리 등이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생물로 꼽혔다고 23일 밝혔다. 자원관은 분류군별 1위, 총 10종의 생물을 발표했는데 호랑이(포유류, 2427표 득표), 수리부엉이(조류, 1987표), 청개구리(양서파충류, 4030표), 고등어(어류, 2536표), 나비(곤충, 2378표), 문어(무척추동물, 2561표), 민들레(초본류, 2674표), 소나무(목본류, 2286표), 김(해조류, 2712표), 영지(균류, 2199표)가 각각 1위로 선정됐다. 투표 결과 한국사람들은 호랑이나 수리부엉이, 문어처럼 비교적 큰 동물을 좋아했고 민들레, 고등어, 김, 청개구리처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생물도 많은 표를 받았다. 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25일간 진행됐으며 총 1만 3500여명이 참여했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앞으로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자생생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단독] 한국 문화 알리는 경주엑스포에 외국 소나무라니…

    [단독] 한국 문화 알리는 경주엑스포에 외국 소나무라니…

    “토종 소나무로 알았는데 놀라워…남산·안강 소나무로 바꿨으면”천년고도 경주에서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안에 일본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리기다소나무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정문 진입로변 100여m 구간에 리기다소나무 23그루(정문에서 공원 방향 오른쪽 13그루, 왼쪽 10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경북도와 경주시의 공동출자 재단법인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이사장 경북도지사)가 1997년 엑스포공원을 만들 때 새로 가져다 심은 것으로 수령(樹齡) 20~40여년, 높이 10~20여m다. 이날 현장에서 소나무들을 직접 확인한 홍성천 경북대 임학과 명예교수는 “줄기 여기저기에 맹아가 많이 나와 있고 잎이 3개씩 모여 난 것으로 볼 때 미국이 원산지인 리기다소나무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도 하나의 소중한 문화인데, 우리 문화를 알리는 현장에 외국 문화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수치”라며 “경주에는 우리 토종인 경주 남산 소나무나 안강 소나무가 있는데도 굳이 외래수종을 심은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리기다소나무는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으며, 자라는 속도가 빨라 1960~1970년대 녹화사업 때 전국 곳곳에 집중적으로 심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문화를 내외국인들에게 홍보하는 현장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정문에 외래수종을 가져다 심고 그 후로도 20년간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2001년 상시 개장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은 연간 관람객이 30만명을 넘는다. 특히 소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애국가 2절에 나올 만큼 우리 국민의 기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리기다소나무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에 많은 리기다소나무에 일본인들이 친숙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경비원 김모씨는 “일본인 방문객들이 리기다소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나무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흔히 본다”고 전했다. 이날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에서 만난 경주시민 이모씨는 “당연히 우리 토종 소나무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놀랍다”며 “하루빨리 우리 소나무로 교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두한 경주엑스포 사무처장은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정문의 소나무는 경주 연안에서 자생하는 해송 정도로 알고 있었다”며 “문제가 제기된 만큼 관계 전문가의 구체적인 조언을 받은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 사진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전쟁과 마을

    [한필원의 골목길 통신] 전쟁과 마을

    지난달 하순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이 쉬지 않고 남쪽으로 번져 이제 팔공산까지 곱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단풍 하면 떠오르는 내장산이 바로 그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 단풍 나들이객들은 주로 이름난 산을 찾지만 마을의 단풍도 볼만하다. 팔공산의 단풍도 좋지만 그 바로 남쪽에 있는 옻골마을의 단풍은 더욱 예쁘다. 마을 동쪽 검덕봉이 붉게 물드는 시간, 새갓이라고 불리는 서쪽 산은 울창한 소나무로 푸르러서 색의 대비 효과를 연출한다. 고운 단풍으로 오래된 마을은 더욱 평화롭게 보인다. 물론 단풍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곳에서 언제나 평화로운 광경을 목격한다.오래된 마을들의 상당수는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과 1597년의 정유재란으로 한반도에서 대대적으로 이주가 일어났던 시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동쪽 산에서 단풍이 불붙기 시작한 옻골마을이 그렇다. 전쟁을 겪고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산으로 둘러싸이고 앞으로 시내가 흐르는, 평화로운 정취가 그윽한 곳이 마을의 입지로 선호됐다. 마을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에 신당을 마련하고 한 해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마을은 한마디로 자연과 하나 되어 대대로 평화롭게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보는 마을의 평화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꼬장꼬장한 선비정신이 살아 있는 성주 한개마을에 갔을 때 이상한 집이 하나 있었다. 휑하니 너른 터에 팔작지붕의 대문채만 있어 어리둥절했다. 안채와 사랑채 등은 6·25전쟁 때 다 파괴됐다고 한다. 낙동강에 전선이 형성됐을 때 한개마을은 전선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음에도 마을에 있는 한옥 여러 채가 파손되거나 완전히 소실됐다.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도 대문채만 쓸쓸하게 빈터를 지키고 있었다. 1930년의 임시 국세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에 2만 8336곳의 마을이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 사적과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국가문화재 마을은 여덟 곳뿐이다. 오래된 집들이 남아 있어야 국가문화재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마을이 이렇게 적다. 그 가장 큰 이유는 20세기 후반의 개발 광풍이 무수한 마을을 송두리째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국가문화재 마을이 있는 지역은 개발 압력이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인 셈이다. 그런데 외진 곳에 있어도 오래된 집들이 별로 없는 마을도 많다. 김천 원터마을에는 99칸의 종가를 비롯해 오래된 집들이 많았지만 6·25전쟁 탓에 국가문화재가 될 수 없었다. 그때 종가 등 멋진 한옥 여러 채가 파괴됐고 전쟁이 끝난 뒤 마을 입구 쪽에 재건주택이라는 이름의 왜소한 집들이 급히 지어졌다. 현재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한옥은 작은 종가인데, 6·25전쟁 때 안마당과 사랑채 지붕에 폭탄이 떨어졌다. 안채는 기둥이 파편을 받아 낸 덕에 겨우 살아남았다. 30년 전 그 기둥을 실측하다가 파편 자국을 만졌을 때의 소름 끼침이 지금도 내 감각에서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 그때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땠을지 물을 필요도 없겠다. 평생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렸으리라. 국가문화재 마을에서도 종종 전쟁의 깊은 상처와 마주친다. 낙안읍성의 동헌 앞에 있던 낙민루는 6·25전쟁 때 불타 버렸다. 정월 대보름, 신당에 모여 당산제를 지낸 주민들이 두 패로 나뉘어 우렁찬 함성과 함께 큰줄당기기 놀이를 할 때 수령이 올라가 유유히 그 광경을 관람했던 아름다운 누각이다. 낙민루가 불탈 때쯤 고성 왕곡마을의 한호근 가옥 장독대에는 포탄 한 발이 떨어졌다. 포탄과 총알만이 집과 마을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 인근 삼포리로 피난 갔다 와 보니 집의 한쪽 날개가 없어졌더라고요….” 왕곡마을에 갔을 때 함성식 가옥의 주인이 내게 한 말이다. 적군이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에 들어온 아군이 집을 뜯어서 불 때 버렸다는 것이다. 개발 광풍도 미치지 않는 외진 곳까지 찾아가 평화의 장소인 마을을 파괴하는 것이 전쟁이다. 정주 공간의 파괴는 바로 인간의 파괴다. 그리고 다시 평화를 찾으려면 실로 오랜 아픔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집은 복구할 수 있지만 전쟁을 겪으며 갈라진 육신과 정신을 아물리는 데는 인간의 한평생이 모자란다.
  • 옥상에 쿨루프 설치하니 전기요금 17.7% 절감

    건물 옥상에 ‘쿨루프’(Cool Roof)를 설치했더니 전기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가 올해 여름 지역아동센터 9곳에 쿨루프를 설치한 뒤 사업효과를 분석한 결과전기사용량이 평균 17.7%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17일 밝혔다. 쿨루프는 건물 옥상에 햇빛과 열 반사 효과가 있는 밝은색 도료를 입혀 열기가 축적되는 것을 막는 공법이다. 분석결과 쿨루프를 설치한 건물 옥상의 표면 온도는 설치하지 않은 인근 건물보다 지역에 따라 14∼28.7도, 평균 19.1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하절기(7∼8월) 이들 아동센터 9곳의 전기사용량은 총 1만 3812kW였으나 쿨루프를 설치한 올해는 1만 1374kW로 2438kW(17.7%)가 줄어들었다.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68만원가량을 절약하고, 30년생 소나무 6000여 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두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아동센터 건물이 대부분 오래된 탓에 집중호우 때는 지붕에서 비가 새고 불볕더위 때는 열기가 그대로 내려와 아이들이 생활하기에 무척 힘들어했다”면서 “쿨루프를 설치하면 건물 온도가 낮아지고 전기요금도 절약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자치광장] ‘랑랑랑’ 강북 역사문화 한눈에 보자/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자치광장] ‘랑랑랑’ 강북 역사문화 한눈에 보자/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

    “스탬프 다 받아왔는데요, 음식값 할인 되나요.”“네, 10% 할인됩니다.”지난 8월 스탬프 투어 ‘너랑나랑우리랑’(일명 랑랑랑)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서울 강북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랑랑랑은 국립 4·19묘지, 근현대사기념관 등 강북구의 대표명소들을 엮어 만든 북한산 둘레길 산책로다. 주요 지점 4곳의 스탬프를 찍어 행사 동참업소에 보여주면 음식값을 5~15% 할인해준다. 시민들은 소나무가 우거진 북한산 자락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대한민국의 유수한 역사문화를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랑랑랑 투어는 흩어져 있는 역사문화 유산을 하나의 코스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순국선열 묘역, 3.1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 불의에 항거한 민주주의 성지 국립 4·19민주묘지 등 격동기 대한민국의 유산이 강북구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지만 시민들은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왔다. 구는 최근 산책로 조성에 이어 곳곳에 역사해설사를 배치해 시민들에게 유산의 위대함을 알리고 있다. 투어코스 주변 음식점 30여곳도 구의 뜻에 동참했다. 이렇게 스탬프 힐링 투어 랑랑랑이 완성됐다. 산책로 코스 시작점은 국립4·19민주묘지다. 스탬프용지에 확인도장을 찍는 첫 번째 장소로 1960년 4·19혁명 희생 영령들의 넋이 서려있는 곳이다. 지난해 광화문 촛불에 이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보면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화의 결실이 4·19혁명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생각에 더 없이 숙연해진다. 두 번째 장소는 지난해 5월에 개관한 근현대사기념관이다. 이준 열사를 비롯해 손병희, 이시영, 신익희, 김창숙, 여운형 선생 등 16위의 애국순국선열묘역 주변과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 위쪽에 위치해 있어 선열들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올바르게 조망할 수 있다. 우이동 소나무 쉼터는 세번째 장소로 강북구 응급의료 교육장과 연계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제공한다. 방문객들이 심폐소생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비가 마련돼 있다. 3·1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을 지나면 스탬프 투어 마지막 장소인 우이동 만남의 광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스마트 헬스존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이 혈압, 혈당, 체성분검사 등 건강체크를 할 수 있다.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이뤄 곳곳에 산재해 있던 유수한 역사문화유산들이 관광코스라는 특별한 콘텐츠로 완성됐다. 근현대 역사와 민주주의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조성된 것이다. 온 국민이 우리고장에 잠들어 있는 애국순국선열들의 업적과 역사적 가치를 랑랑랑 투어를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사물 품은 회화, 경계는 없다

    사물 품은 회화, 경계는 없다

    그림인지, 조각인지, 설치인지…. 작가 한만영(71)은 익숙한 동·서양 거장들의 작품에서 차용한 이미지와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를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그런가 하면 작가 김덕용(56)은 나무 위에 전통 안료로 그림을 그리고 영롱한 색채를 지닌 자개를 결합시키는 독창적인 기법을 구사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로 회화의 경계를 허물어온 두 작가의 실험성 넘치는 신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이 가을 화단을 풍성하게 수놓고 있다.한만영 작가는 오브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작품에 반영하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물어 왔다. 1980년대부터 ‘시간의 복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작품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 유물부터 르네상스의 걸작, 18~19세기 대가들의 작품, 고구려 고분벽화, 신라시대 토우와 불상,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와 풍속화, 인물화 등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이미지가 등장하고 철사, 거울, 악기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배합된다.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이매진 어크로스’라는 주제로 선보인 신작 16점도 흐름은 같지만 소재적인 측면에서 색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시간의 복제-K뷰티’는 신고전주의 작가 앵그르의 작품 ‘마드무아젤 리비에르’(1806)에서 초상의 주인공 리비에르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재현하고 휴대전화 부속품들을 화면 위에 부착했다. 작가는 “신고전주의 시대의 시간과 감성을 상징하는 작품과 오늘날 IT 산업의 선두주자인 한국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환기시킨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의 복제-익스플로러’, ‘시간의 복제-3:27’은 과거에 부분적으로만 사용했던 거울을 좀더 과감하게 전면에 등장시킨 작품이다. 작가는 “거울을 부착함으로써 작품이 놓이는 장소에 따라 현재의 이미지가 화면에 병치되는 효과를 준다”면서 “과거의 이미지에서 소멸과 허무를 느끼지만 거울 속에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을 보면서 생성과 소멸이 결국은 같은 것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합성목재인 MDF로 청화백자의 이미지를 저부조로 만들고 이미지를 그린 후 캔버스에 부착한 작품도 새롭게 선보였다. 청명한 하늘빛 바탕에 놓인 청화백자가 한점의 구름처럼 보인다. 전시는 11월 5일까지.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김덕용 작가는 화선지가 아닌 나무에 그림 그리는 작업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우리 미술의 근원이 무엇인지 탐색하던 중 재료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무에 눈길이 갔다”고 나무와의 첫 인연을 소개한 작가는 “고택이나 고궁을 보면 모두 나무로 돼 있는데 나뭇결 속에 시간이 담긴 점도 그렇게 좋더라”고 덧붙였다. 나무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소나무 조각을 깎고 다듬어 화면 위에 창이나 문, 누마루 등을 짜맞추는 것이다. 그 위에 다양한 염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창문 너머로, 혹은 문 뒤로 순하고 착해 보이는 아이들이나 쪽진 머리의 단아한 여인, 매화나무, 정돈된 이부자리 등이 보이는 풍경이 그의 단골 소재들이다. 작가는 2000년대부터 나무에 자개 작업을 결합시켜 한국 전통예술의 다양한 형식과 기법을 적극적으로 회화에 재현시키고 있다. 여인의 저고리와 치마, 배경에 놓인 장롱과 책을 자개로 처리해 입체감과 질감을 풍부하게 살렸다. 김 작가는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11년 만에 갖는 개인전에서 ‘오래된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신작회화 25점을 선보였다. 인물보다는 우리 전통 주거 형태를 기반으로 한 ‘공간’의 표현에 집중한 점이 두드러진다. 그는 “방안과 바깥 풍경을 구분하는 창의 역할에 주목했다”면서 “창은 우리 전통건축의 차경(借景)을 위한 프레임일 뿐 아니라 시간을 넘나드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소쇄원의 정자를 떠올리며 그린 ‘결-제월당’은 나무에 단청 기법으로 그린 작품으로 실제로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정자에 앉아 밖을 보는 것 같다. ‘관해낙조’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 해 저무는 바다를 바라보았을 다산 정약용의 심정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다. 물결 위에 햇살이 부서져 반짝이는 바다, 펼쳐진 여인의 치맛자락이 자개로 표현되니 황홀하게 아름답다. 전시는 31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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