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소나무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100억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인터넷방송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질병관리본부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블로거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987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겨울, 식물의 가지를 만나는 계절/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겨울, 식물의 가지를 만나는 계절/식물세밀화가

    겨울이면 식물 장소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다. 아마도 겨울에는 볼만한 식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식물원, 수목원 중에는 겨울 동안 관람객을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뜸하게 오는 관람객을 맞기보다 아예 문을 닫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겨울이 각박한 계절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봄과 여름, 가을보다 식물의 생장도 훨씬 느리다. 그러나 겨울에 눈에 띄는 식물의 기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바늘잎나무도 있고 겨우내 붉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나무도 있다. 그리고 남부지역에는 겨울에도 잎이 푸른 상록수도,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매해 겨울을 앞두고 나는 지도 교수님이 해 준 말씀을 떠올린다. “겨울이야말로 식물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계절이다.” 겨울에는 잎과 꽃, 열매에 가려져 있던 가지와 줄기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내가 가장 스케치하기 어려워하는 나뭇가지의 자연스러운 곡선도, 가지의 무늿결도 쉬이 만날 수 있다.식물의 가지는 사람의 뼈와 같다. 가지의 역할은 지지와 운반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가지는 식물의 뿌리, 줄기, 잎, 꽃, 열매 등의 기관을 지지하고 연결하며 수분과 양분을 다른 기관에 운반해 식물이 생장하고 번식하도록 돕는다. 앞서 정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뒤에서 생명 유지 기반이 돼 주는 식물의 뼈. 평소에는 존재감을 느낄 수 없으나 다치고 부러지고 나서야 소중함을 아는 그런 몸의 기관이 바로 식물의 가지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덩굴식물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가지부터 수백 년간 살아온 고목의 단단하고 두꺼운 기둥까지 다양한 성질의 가지가 뻗어난다. 겨울 도심 화단에서 눈에 띄는 나무 중에는 흰말채나무가 있다. 이들 가지는 빨간색이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녹색 잎과 흰 꽃, 열매에 가려져 이들은 다른 식물보다 그리 특별해 보이지도, 눈에 띄지도 않으나 새붉은 가지가 드러나는 겨울이 되면 사람들의 시선은 이들을 향하기 마련이다. 이 식물을 아파트와 관공서, 공원, 화단 등에 심으며 조경가가 기대하는 것은 겨울의 붉은 가지가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식물은 종마다 가지의 배열도 다르다. 어긋나거나 돌려나기도 한다. 햇빛을 잘 받기 위해, 수분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가지는 제 살길을 향해 뻗는다. 도심 공원에 많이 식재되는 스트로브잣나무는 가지가 대칭으로 돌려난다. 그리고 낮은 곳의 가지가 자라는 동안 위쪽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난다. 이러한 가지의 배열이 스트로브잣나무 특유의 삼각수형을 만든다. 우리가 소나무를 두고 멋지다고 하는 것은 가지의 배열이 정형화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난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식물이 스스로 만든 가지의 배열에서는 전정하거나 철사를 매달아 생장을 유도한 분재와 조경 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고, 이것이 사실상 우리가 찾는 궁극의 아름다움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지는 외부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패도 된다. 한국 남부지역에 분포하는 호자나무는 가을이 지나 가지에 빨간 열매가 달린다. 이 열매는 너무나 탐스럽기에 자주 동물의 먹이가 된다. 그런 호자나무는 매개동물이 아닌 곤충에게서 열매를 지키기 위해 가지에 열매 지름의 두 배만 한 긴 가시를 달고 있다. 게다가 은색으로 반짝이는 긴 가지는 곤충이 올라오는 아래쪽을 향해 난다. 겨울까지 가지에 붉은 열매를 매다는 찔레꽃과 해당화 또한 기어오르는 곤충으로부터 꽃과 열매를 지키기 위해 가시의 방향이 아래를 향한다. 잎 사이 숨어 있던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며 관찰하던 시절이 무색하게도, 겨울에는 가시를 잘 피할 수 있다. 가지 안에 동물에게 해로운 액체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액체의 냄새는 종만의 향기가 되기도 한다. 소나무는 구과나 잎이 아닌 가지에서도 나뭇진을 방출한다. 목질화된 가지는 아니지만 식물의 줄기가 뻗는 방향도 다양하다. 딸기의 줄기는 옆으로 뻗어 새로운 개체를 번식한다. 지난주 작업실 앞 은사시나무 가지에 걸려 있던 단풍잎이 모두 떨어졌다.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은사시나무 뒤로 지난 계절 무성한 잎에 가려져 있던 건축물과 간판들이 보였다. ‘은사시나무 뒤에 저런 건물이 있었구나!’ 십여 년간 이 동네에 살면서도 보지 못했던 풍경에 놀랐다. 겨울은 식물의 잎도, 열매도, 꽃도 없는 계절이 아니라 이들에 가려져 있던 존재들이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절이란 것을 은사시나무가 내게 알려 주었다.
  • 272세 최고령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

    272세 최고령 제주 봉개동 왕벚나무, 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

    제주 최고령인 272세 된 왕벚나무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관리된다. 12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1일 발표된 산림청 고시 제2023-117호(국가산림문화자산 지정 고시)에 ‘제주 봉개 최고령 왕벚나무’가 포함됐다. 소재지는 제주시 봉개동 산78-1로 개오름 남동쪽 해발 607m에 있는 낙엽활엽수림지대에서 자라고 있다. 2016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수령 265살 된 이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될 당시 높이가 15.5m, 밑동둘레는 4m49㎝에 달했을 정도다. 올해로 수령 272세를 맞았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당시 “이번 발견은 제주도가 유일한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확고하게 한다”며 “생물학적으로도 이 종의 자연수명을 연구하는 재료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산림청과 제주도는 이 최고령 왕벚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주변의 풀을 제거해 보호 시설과 탐방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산림청은 2014년부터 숲, 나무, 자연물 등 산림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대상을 발굴해 국가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올해 신규 지정 11개소를 포함하면 모두 96개소가 지정됐다. 이번에 지정된 곳은 제주 봉개 왕벚나무 외에도 ▲국립산악박물관 산경표 ▲국립산악박물관 삼척지도 ▲울산 소호리 한독 참나무숲 ▲청송 중평 마을숲 ▲청송 목계 마을숲 ▲포항 마북리 무자천손 느티나무 ▲상주 하늘아래 첫 감나무 ▲김천 화전리 사방댐 ▲괴산 삼송리 소나무숲 ▲금산 진산 삼림계 유성준 기념비 등이다.
  • ‘서울의 봄’ 인기에 일해공원 뭇매…청원 빗발에 군 “개명 여부 재토론”

    ‘서울의 봄’ 인기에 일해공원 뭇매…청원 빗발에 군 “개명 여부 재토론”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을 이어 가자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해공원은 경남도 지원을 받아 2004년 합천 황강변에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합천군은 전두환의 업적을 기리고 대외적으로 합천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전두환의 아호인 ‘일해’를 따 2007년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명칭 변경·존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그러다 2021년 명칭 변경을 주장해 온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국민운동분부(운동본부)가 주민 1500명이 참여한 ‘명칭 변경 주민청원’을 발의했다. 군은 청원을 처리하고자 합천군지명위원회를 열었고 올 6월 ‘양측 주장이 대립해 새로운 이름을 제정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다만 지명위는 주민 토론회 개최나 공론화 참여 기구 구성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합천군은 내년 공론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군은 관련 비용 3000만원을 내년 예산안에 올렸고, 군의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11일 “예산이 확정되면 군민 다수가 원하는 공원 명칭을 찾고자 전문 기관에 조사 등을 맡길 계획”이라고 했다. 운동본부는 군 결정을 반기면서도 공정·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동의 운동본부 간사는 “명칭 존치에 찬성하는 단체 등에 공론화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의식 조사와 토론회 등을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사반란을 막기 위해 애쓴 인물을 기리는 추모행사도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해인물연구회는 12일 오전 김해 삼정동 삼성초등학교 옆 김오랑 중령 흉상 앞에서 추모식을 연다. 김 중령은 반란 당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러 온 군인들에 맞서 홀로 교전하다 숨진 인물로,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실제 모델이다. 육군본부를 지키다 반란군의 총탄에 숨진 정선엽 병장의 추도식도 같은 날 오후 광주 북구 동신고 체육관 옆 정선엽 소나무 정원에서 열린다.
  • [최보기의 책보기] ‘아침형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책상 일력

    [최보기의 책보기] ‘아침형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킬 책상 일력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문장 하나로 현대 철학을 압도했다. 비록 아홉 글자에 불과하나 실존주의 철학을 대변하는 구호로 대우받는 이 문장은 ‘인간은 우연히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먼저 존재 하고 나서 본질을 창조해 나간다’는 뜻으로 멀리는 무신론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모든 질문을 시작하게 하는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 문장은 노자와 장자에 깊은 동양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2024년 일력 형태로 펴낸 『최진석의 말』 1월 1일 일력에 존재한다. 첫날 ‘나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란 본질적 질문으로 시작하니 다음날 문장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한 실존적 전략이다. 1월 2일, 질문의 연속이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1월 3일부터 철학자의 사유가 나온다. “생각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고유한 욕망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1월 4일, “대답은 멈추는 것이고 질문은 건너가는 것입니다. 대답이 틀에 박힌 것이라면, 질문은 가본 적 없는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세계는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 1월 5일, “질문은 내 안에 있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안에 머무르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입니다. 인간은 질문할 때 온전한 자기 자신이 됩니다.” 월별로 각각 다른 주제에 집중하는데 1월 ‘질문-나를 나이게 하는 힘’, 2월 ‘독립-내 삶의 주인으로 존재하기’, 3월 ‘관찰-경이를 알아보는 순간’, 4월 ‘창의-호기심이라는 동력’, 5월 ‘시선-생각의 높이’, 6월 ‘소명-지속하는 태도’, 7월 ‘선도-시대를 읽는 예민함’, 8월 ‘무심-텅 빈 마음으로’, 9월 ‘반성-문제를 다루는 자세’, 10월 ‘책임-시대에 대한 성실성’, 11월 ‘경계-인간은 건너가는 존재’, 12월 ‘기본-참된 나를 찾아서’이다. 일력을 아무렇게나 넘겨본 4월 22일은 “홀로 자신을 성찰하는 고독의 시간이 동반되지 않은 교육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자유, 윤리, 창의, 용기 등은 고독한 상태에서 스스로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본 사람에게 찾아옵니다.”라고, 4월 23일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쓰고 싶은 글과 꼭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떤 삶을 사느냐가 어떤 글이 나올지를 결정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진실로 날마다의 말이 주옥같은 ‘주역(周易)적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어떤 과자 회사의 상업주의 마케팅으로 몹시 시끄러울 11월 11일 문장은 “제대로 살고 싶거나, 좀 더 낳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두 가지 문장을 뼛속 깊이 새기십시오. ‘이 세계는 항상 변화한다.’ ‘우리는 금방 죽는다.’ 이 두 가지를 철저하게 인식하면 기품 없는 삶을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이다. 2024년 최후의 날 철학자의 통찰은? 궁금하면 일력을 보시라! 최진석 교수는 10년 전 출판했던 『인간이 그리는 무늬』(2013 소나무)에서 “우리는 나를 가두는 감옥, 오직 당신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소리 높이 외쳤던 바 있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생생우동]인생사진 여기서…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명소

    [생생우동]인생사진 여기서…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명소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쉽게 접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딱딱한 행정 뉴스는 매일 같이 쏟아지지만 그 안에 숨겨진 알짜배기 생활 정보는 묻혀버리기 십상입니다. 서울신문 시청팀은 서울시와 자치구가 내놓은 행정 소식 중 우리 일상의 허기를 채우고 입맛을 돋워줄 뉴스들을 모은 ‘생생우동’(생생한 우리 동네 정보)을 매주 전합니다.2023년이 20일 남짓 남았다. 한 해를 마무리할 이맘쯤이면 아쉬움과 후련함, 새해를 기다리는 설렘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이런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명소들을 소개한다.겨울밤 밝히는 구청 앞 성탄 트리 조명 장식이 아름다운 대형 성탄 트리를 보고 싶다면 구청 앞으로 가면 된다. 서울 서초구청 앞에는 6m 높이 성탄 트리가 들어섰다. 내년 2월 2일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불을 밝힌다. 양천구청 앞의 명물인 높이 6~7m 소나무 5그루도 연말을 맞아 화려하게 변신했다. 나무와 화단을 10만개의 조명으로 감싸 장관을 이룬다. 오목수변공원과 해누리분수광장에도 대형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금천구청 앞 하모니광장에는 8m 높이 대형 트리가 자리를 잡았다. 내년 1월 중순까지 어두운 밤을 밝힐 예정이다. 강서구청 앞마당에도 아름답게 장식된 성탄 트리가 들어섰다. 내년 1월 5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중구청 앞에는 환한 대형트리 양옆에 루돌프 사슴 장식물이 배치돼 분위기를 더했다. 동대문구청 앞에 설치된 7m 높이 트리에는 구의 상징인 동대문 조명이 한 가운데 놓여 이색적이다. 새해 1월 26일까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점등된 트리를 볼 수 있다.강동구청 열린뜰에 설치된 트리 옆에는 대형 호두까기 인형이 함께 놓였다. ‘안 좋은 기운은 깨부수고 좋은 기운을 새해로 가져가자’는 의미가 감겼다. 소망과 희망을 적은 카드를 트리에 다는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내년 1월 19일까지 운영된다. “유럽이야?” 겨울 느낌 물씬나는 축제와 마켓 따뜻하고 밝은 연말 분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크리스마스 마켓도 찾아가 볼 만하다. 송파구 석촌호수에서는 내년 2월 말까지 ‘호수의 가을과 겨울 그리고 루미나리에’를 주제로 빛의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호수 동호 입구에는 2만개 전구로 장식한 대형 조명 장식인 루미나리에가 설치됐다. 동호 중앙에는 세계적인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의 상징인 뱀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높이 18m의 세르펜티 라이트로, 불가리의 대표적인 목걸이 모양을 형상화했다. 불가리 세르펜티 콜렉션 75주년을 기념해 싱가포르, 방콕, 런던 등을 거쳐 석촌호수에 설치됐다. 130개의 금장식과 15만개 LED 조명이 사용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성북구는 9일부터 이틀간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을 연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2번 출구 일대인 성북척 분수마루에서 유럽의 겨울을 느낄 수 있다. 주한 독일·스페인·오스트리아·체코·프랑스·헝가리 등 유럽 11개국 대사관과 상인협의회가 참여한다. 독일 소시지, 스페인 빠에아 등 유럽 음식과 폴란드 도자기, 불가리아 로즈 화장품 등 특산품도 판매한다.
  • 둥글게 손잡은 834개 붉은 소나무 사이… 나도, 빛도 충만하네[마음의 쉼자리-종교와 공간]

    둥글게 손잡은 834개 붉은 소나무 사이… 나도, 빛도 충만하네[마음의 쉼자리-종교와 공간]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외적인 덩어리와 내적인 덩어리가 따로 존재한다.” 프랑스의 미술사학자 앙리 포시옹(1881 ~1943)이 남긴 말이다. 그의 말에 딱 들어맞는 건축물이 경기 가평 설악면에 있다. 생명의 빛 교회다. 떠들썩한 집단 예배보다 조용한 개인 기도가 더 잘 어울리는, 그윽하고 내밀한 공간이다. 교회 건축물 하면 흔히 스테인드글라스와 벽돌 등으로 이뤄진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생명의 빛 예배당은 그 지루한 공식을 보란 듯 깨뜨린다. 생명의 빛 교회를 처음 마주하는 이들은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마감한 현대적인 종교 건축물의 모습에 낯선 느낌을 받는다.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가 교회를 완벽히 둘러쌌고, 직각으로 꺾인 건물의 선에선 얼핏 한기마저 느껴진다. 예배당 내부는 외관과 전혀 다르다. 834개의 붉은 소나무 기둥이 원형의 돔을 만들고 있다. 그 사이로 떨어지는 빛줄기는 공간에 성스러움을 더한다. 포시옹의 말처럼 외적 덩어리와 전혀 다른 느낌의 내적 덩어리를 만나는 듯하다. 교회는 세 기도와 세 인연이 합쳐져 완성됐다고 한다. 하나는 한 어머니의 기도다. 그에겐 집 나간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어찌어찌 러시아까지 흘러가 건축가로 성장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 평생을 기도한 어머니를 기억하며 러시아산 홍송(紅松)을 예배당 건축에 써 달라고 기증했다.러시아 방문 중에 우연히 이 홍송을 기증받은 이는 서울 남서울은혜교회의 홍정길 목사다. 홍 목사가 이끄는 남서울은혜교회는 ‘건물 짓지 않는 교회’로 유명하다. 당시 장애인을 위한 밀알학교의 강당을 빌려 예배하던 홍 목사는 평생을 오지에 바치고 귀국해서 갈 곳이 없는 선교사들을 위한 마을을 지어 달라고 기도를 했단다. 그리고 선교사 마을을 위한 초석이 될 나무를 기적처럼 러시아 여정에서 얻게 됐다. 한편 프랑스에선 한국 출신 아이가 건축가로 성장하고 있었다. 열두 살 무렵 가족여행 길에 롱샹성당 등 건축물을 본 아이는 저런 아름다운 교회를 한국에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23년 뒤, 그는 마침내 자기 뜻을 이룰 설계 제안을 받게 된다. 그 제안이 바로 생명의 빛 예배당 설계였다. 건축가는 예배당을 원형으로 설계했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경계를 허물어 누구나 평등하게 예배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천장엔 홍송을 깎아 만든 기둥들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다. 그 모습이 꼭 빛으로 된 기둥을 보는 듯하다. 폴리카보네이트 외벽으로 들어온 햇빛은 홍송을 통과해 예배당 중앙 십자가로 향한다. 십자가 아래엔 프랑스 조각가 장파트리스 울몽의 작품이 있다. 이 조각은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보여 준다. 예배당 아래는 겟세마네 동산이다. 큐브 모양의 개인 기도실이 14개 늘어서 있다. ‘14’는 예수와 열두 제자, 사도바울을 상징한다.
  • 경북도의회 예결특위, 2024년도 경북도 예산 심사 시작

    경북도의회 예결특위, 2024년도 경북도 예산 심사 시작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황재철)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경북도지사가 제출한 2024년도 경북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심사한다. 내년도 경북도의 예산규모는 12조 6078억원으로 올해 당초예산 12조 821억원보다 5257억원 증가했으며, 이중 일반회계는 11조 1193억원으로 올해 당초예산 10조 5111억원보다 6082억원(5.8%)이 증가했으며, 특별회계는 1조 4885억원으로 올해 당초예산 1조 5710억원보다 825억원 감소했다. 첫날인 5일에는 경북도 전체 예산안에 대한 총괄제안설명을 듣고, 기획조정실을 필두로 문화관광체육국, 농축산유통국, 환경산림자원국, 복지건강국 소관 예산안에 대한 정책질의를 하며 심도 있는 심사를 이어갔다. 먼저 김희수 의원(포항)은 경북연구원의 운영 행태에 관해 강하게 질타하며, 앞으로 경북발전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대도시 학생들은 천원의 밥상 혜택을 보는데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방대학의 학생들은 혜택을 보기 어렵다며, 지역학생이 밥상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재정지원에 대해 적극 검토할 것을 당부했다. 도기욱 의원(예천)은 현 정부의 국정 목표인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경북도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가 5년 전보다 현저하게 감소했다며, 경북도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질타와 적정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하여 경북도가 지원하는 보험료가 최하위 수준이라며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험료 증액을 촉구했다. 박순범 의원(칠곡)은 도민이 보는 예산서에 산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 이는 도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향후 예산 편성 시 산출 근거를 명확히 기재해 예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농업에서 꿀벌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양봉 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전담부서 설립을 촉구했다. 정근수 의원(구미)은 전기자동차 보급 사업에 관해 질의하며 전기자동차 보급확대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정책을 주문하며, 구미에서 하는 지방정원사업이 애초 계획보다 사업진행 정도가 미흡하여 구미시민의 실망이 크다며, 계획과 실행이 맞지 않아 행정 신뢰도가 실추된다면 경북도가 적극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탁 의원(비례)은 마약문제에 관한 경북도의 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점과, 관련 교육·홍보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며 경북도 차원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서 마약으로부터 청정한 지역을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최병준 의원(경주)은 보문단지 부지 매각과 관련해, 대형 아울렛 유치를 위해 매각한 보문단지 중심부지가 방치되어 황폐해진 상황에 놓여있어 관광 활성화와 APEC유치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소관 부서의 안일한 대처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에 대해 특별 조치를 요구했다. 백순창 의원(구미)은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구미 모 업체의 냉동김밥을 예로 들며 현재 김밥에 드는 쌀이 월 10만t이고 향후 월 50t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농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농산품의 브랜드화도 중요하지만 냉동김밥과 같은 K푸드를 활용해 지역의 우수한 상품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소관 당국의 아낌없는 지원을 촉구했다. 박채아 의원(경산)은 난임부부의 고통 해소를 위해 수년간의 노력 끝에 ‘난임부부 확대 지원정책’을 경북도에 선도적으로 도입해 보건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협의 요청을 하고, 직접 방문까지 하면서 협의를 촉구했음에도 보건복지부의 협의지연으로 사업추진이 막혔다며 보건복지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한편, 질의 중 박 의원이 난임부부에 직접 받은 SNS메시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혀 예산심사장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일수 의원(구미)은 농업인 수당에 관해 질의하며, 시급하지 않은 행사성 사업이 아닌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는 농어업인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으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택이 방치되어 있다며 경북도가 이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박성만 의원(영주)은 안동에 의과대학 유치도 중요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국립암센터 유치가 지역 의료사업 발전에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도민의 혈세를 들여 산 업무용 차량을 실제로 얼마 사용하지도 않고 헐값에 폐차처분 했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예산을 바른 용도로 쓸 것을 주문했다. 신효광 의원(청송)은 대구시가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예산절감은 물론, 행안부로부터 특별교부세 40억원을 받았다는 점을 사례로 들며, 경북도도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이와 같은 시너지효과가 나야 하는데 오히려 출연금이 늘었다며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할 것을 강조했다. 김경숙 의원(비례)은 난임 부부 지원 사업에 관해 질의하며 인구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예산이 많이 들더라도 소관 부서가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사업 추진에 온 힘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청소년 산모에 대한 의료비와 산후조리 지원이 부족하다며 이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권광택 의원(안동)은 지방이 소멸하지 않고 지방화시대를 선도하려면 일자리 문제가 중요하다며, 가용할 수 있는 재정을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투입할 수 있도록 소관 부서의 적극적인 노력을 부탁했다. 또한 안동의료원 이전 용역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석영 부위원장(포항)은 올해 포항에서 재선충 발생으로 산림 훼손이 많은 점을 예시로 들며 경북도의 산림이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재해복구와 예방을 위한 예산 편성이 미진하다며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주문했다. 또한 농지매각에 있어 농지관리위원회에 협의토록 한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황재철 위원장(영덕)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사업 중 국비가 줄고 있는 사업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하며, 처음 시작했던 사업 규모에서 국비가 줄게 되면 사업의 기존 목표가 상실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소관 부서에서 이런 경우에 잘 대처해서 국비확보에 적극대응 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농어촌 인력난 해소와 인구소멸 대응을 위해 양질의 외국인 근로자 확보가 필요하다며 외국현지에 경북도 차원의 인력양성소 설치사업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크리스마스트리가 된 숲속의 전나무/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크리스마스트리가 된 숲속의 전나무/식물세밀화가

    지금 도심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맘때 산과 화단에서나 볼 수 있던 바늘잎나무를 백화점과 대형 마트, 커피숍 등 실내의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날 수 있다. 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생각한다. ‘내가 숲에서 보아 온 바늘잎나무와 무척 다르군’ 하고. 도심에선 형형색색의 조명 전선이 나무를 감싸고 가지마다 아기자기한 장식물이 걸려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수종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만 겨울에도 푸르른 바늘잎나무가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파인이라 불리는 소나무속, 스프루스라 불리는 가문비나무속, 세다라 불리는 삼나무속, 사이프러스인 측백나무속 그리고 퍼라고 불리는 전나무속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시장에 유통된다. 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종류는 퍼, 전나무속이다. 전나무속에는 특산식물이자 ‘코리안 퍼’라고도 하는 구상나무와 분비나무 그리고 조경수로 쓰이는 전나무 종류가 있다.전나무는 우리나라의 깊은 숲에 주로 분포한다. 나무에서 흰 나무진이 나와 젓나무라 부르던 것이 전나무가 됐다. 이들은 끝이 뾰족한 잎이 가지에 빽빽이 달리는데, 바늘잎나무 중에서도 비교적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자라며 그늘에서 생육이 가능하기에 우리나라에선 조경수로 많이 심겨 왔다. 그러나 공해에 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점점 도시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이대로 환경오염이 지속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도시에서 전나무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내의 크리스마스트리로 활용되는 전나무는 수고(나무 높이) 1~5m가 넘지 않는다. 건축물에 들여놓는 크기여야 하기에 트리용 전나무는 작은 크기로 유통된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모습이 나무의 전부라고 여기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숲의 전나무는 40m까지 자라는 거대한 수종이다. 아파트와 상가 한 층의 높이가 평균 3~4m이므로 10층짜리 건물만 한 나무인 셈이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숲의 나무와 다른 또 한 가지 특징은 수많은 전구와 전선, 장식물이 나무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트리인 바늘잎나무는 모두 겨우내 녹색 잎만을 틔우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허전해 보이는 나무에 조명과 소품을 매달아 화려하게 장식하려고 한다. 그러나 전나무가 늘 녹색 잎만 내보이는 것은 아니다. 풍매화인 전나무는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서 수정하므로 동물을 유혹할 필요가 없어 꽃이 화려하진 않지만 수많은 노란 꽃가루를 공기 중에 내뿜는다. 이 풍경은 어떤 조명을 비추었을 때보다 화려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라 원통형의 구과가 하늘을 향해 곧게 달린 모습은 트리 꼭대기에 단 별 장식만큼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다.숲의 전나무에서는 청량하고 시원한 향기도 난다. 이 향기의 정체인 피톤치드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전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도시의 전나무 트리에서는 이와 같은 향을 맡을 수 없다. 도시의 화려한 조명 속에 갇혀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조명 빛과 전구의 열이 나무에 해가 되진 않을지 걱정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밝은 조명이 나무의 생장을 가로막는 것은 사실이나 나무가 본격적으로 생장하는 봄 이전 약 2개월간의 연말 시즌 동안만 조명을 밝히는 것은 나무에 치명적이진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어린나무는 예외다. 새싹이 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어린 가지에 너무 많은 무게가 가해질 수 있다. 조명 설치 시 나무에 달린 겨울눈을 훼손하거나 전선이 나무를 꽉 붙들어 매어 생장을 가로막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전기 사고로 불이 나서 나무가 타버리는 사례도 잦다. 실외용 조명과 실내용을 구분해 사용해야 하며, 전선을 감을 때에도 나무가 훼손되지 않도록 느슨하게 묶어야 한다. 14년 전 우리나라의 구과식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전나무와 일본전나무,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전나무속 식물을 그린 적이 있다. 나무마다 자생지와 식재지를 직접 찾아 관찰했는데 20m가 넘는 거대한 전나무가 드넓게 펼쳐진 숲을 걸으며 맡았던 특유의 향기와 땅에 떨어진 뾰족한 잎을 만졌을 때의 따가운 촉감 그리고 경이로운 크기의 자연물 앞에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감각의 기억이 생생하다. 며칠 전에도 경기 광릉의 전나무 숲을 찾았다. 숲의 나무에서는 도심에서 만난 크리스마스트리의 화려한 조명도, 아기자기한 장식물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차가운 공기에서 전해지는 전나무의 향기로부터, 수십년간 누구도 건들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난 가지와 자유로운 수형으로부터 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영덕 고래불관광지 명물 ‘솔밭’ 사라지나…경북도, 소나무 우거진 자리 수련원 건립

    영덕 고래불관광지 명물 ‘솔밭’ 사라지나…경북도, 소나무 우거진 자리 수련원 건립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가장 긴 해변을 자랑하는 영덕 고래불관광지의 명물인 솔밭 대부분이 경북도수련원 건립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8일 경북도에 따르면 고래불해수욕장과 인접한 영덕군 병곡면 거무역리 3만 9104㎡(도유지) 부지에 경북도수련원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련원은 도민과 공무원의 연수활동, 여가, 휴식 등을 제공하기 위해 객실(100실), 세미나실, 워터존, 스포츠체험존, 사무실, 식당, 실외물놀이장 등을 갖춘다. 총 399억 75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는 올해 안에 고래불관광지 조성 계획에 수련원 건립 사업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어 내년 6월까지 설계를 끝내고 공사에 착수해 2027년 상반기 준공 계획이다. 문제는 사업 예정부지가 보존녹지지역으로 해송 군락지인 점이다. 해안선 길이 4㎞, 폭 30~100m에 이르는 넓고 긴 모래사장을 품은 해수욕장과 이를 따라 병풍처럼 형성된 솔밭은 고래불관광지(해변 88만 440㎡)를 전국적 명소로 만든 자연경관이다. 수령 최소 50년 이상된 보존림 해송 보호를 위해 숲에서의 야영은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고래불관광지를 대표하는 솔밭의 원형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지방환경청이 이를 우려해 경북도와 협의 과정에서 대체지 물색을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경북도는 대신 환경법상 사업 계획이 전체 보존녹지지역의 5% 미만일 경우 환경 당국과 변경 협의가 필요없다고 규정한 점에 착안, 최근 사업 규모를 애초 지하 1층~지상 4층 1만 8211㎡(연면적)에서 1만 5378㎡로 축소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도는 해안 사구를 최대한 존치시키기 위해 건물을 후방 배치하고 기존 2~6인 독채 팬션과 송림 산책로, 조망테크 설치 계획을 사업에서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솔밭 훼손이 어느 정도 줄어 들겠지만 결국 원형 파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는 2005년 수련원 건립 사업에 처음 나섰으나 당시 부정적인 여론에다 도의회의 관련 예산 삭감으로 추진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2019년 수련원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영덕군의 요청으로 다시 사업 검토에 들어가 타당성 용역을 시행했다. 수련원 건립 장소는 애초 영덕군 병곡면 덕천리를 계획했으나 사업 재추진을 위한 타당성 용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과 붙어 있는 거무역리가 여건이 나은 것으로 나왔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경북도가 20여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땅이어서 매입 비용이 들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수련원 입지로 적합하다는 결론이 났고 현재 설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며 “솔밭 훼손을 최소화하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경북도청 소나무, ‘형형색색 뜨개옷’ 입고 겨울 채비

    경북도청 소나무, ‘형형색색 뜨개옷’ 입고 겨울 채비

    경북도청 본관 앞마당 등에 늘어선 소나무들이 손뜨개질한 형형색색 옷을 입고 겨울 채비를 마쳤다. 경북도는 도청 본관 앞·뒷마당에 심겨진 소나무 20여 그루에 뜨개옷을 입혔다고 23일 밝혔다. 2021년에 이어 두번째다. 벌써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이 눈길을 끌면서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도는 봄이 오기 전인 내년 2월까지 소나무 손뜨개 장식을 방문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뜨개옷은 경산시에서 니팅갤러리를 운영하는 김동순(59) 원장의 작품을 재활용한 것이다. 김 원장은 국내 처음으로 ‘니트’를 체계화해 학문으로 정리한 인물이다. 지난 8월 계명대대학원에서 ‘자연의 유기적 디자인을 응용한 니트 아트웨어’ 주제 연구로 학위(석사)를 받았다.앞서 그는 지난해 4월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대 극재미술관 블랙갤러리에서 니트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국내 첫 전시회를 가져 패션 업계 등으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김 원장은 30여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 우연히 니트의 매력에 빠졌고, 예술의 영역까지 확대하기 위해 일본 유학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대구대에 출강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삭막한 겨울철 도청 방문객들에게 따뜻한 분위기를 전해주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손뜨개 장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목숨을 걸고 정진할 것”…성파 스님 동안거 결제 법어

    “목숨을 걸고 정진할 것”…성파 스님 동안거 결제 법어

    “한 물건 언제나 신령스럽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올해 동안거(冬安居, 27일) 결제를 앞둔 23일 이같은 법어를 내리고 스님들의 용맹정진을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법어를 통해 “본래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더니 오늘 도리어 더욱 밝구나 대천세계가 모두 다 없어져도 이 물건은 언제나 신령스럽네”라는 게송을 전하고, 동안거 결제를 앞둔 이들에게 “결제와 해제가 있는 미지근한 공부로는 살아서는 시주의 은혜를 저버리고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니, 결제했다는 견해를 가지지 말고 목숨을 걸고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성파 스님은 이어 “알겠는가? 경계 없어지니 사람 없고 새도 드문데 지는 꽃 살포시 푸른 이끼에 떨어진다. 노승이 일없이 소나무와 달을 보다가 때로 오가는 흰 구름을 보고 웃는다”라고 덧붙였다. 안거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다음 해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스님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고 참선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동안거 결제일인 27일부터 전국 100여 개 선원에서 2000여 명의 스님이 정진에 들어간다.
  • 송파구, 성내천 산책로에 ‘태양광 스마트쉼터’ 설치

    송파구, 성내천 산책로에 ‘태양광 스마트쉼터’ 설치

    서울 송파구는 성내천 산책로에 태양광 발전장치를 활용한 친환경 스마트쉼터를 설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쉼터는 성내천 산책로 중에서도 평소 이용객은 많으나 휴식 공간 등 주민 편의시설이 부족한 오륜초 인근 산책로(방이동 446-6)에 설치되었다. 예산은 송파구 인근 5개 발전소에서 교부 받은 지원금 7000만원을 활용했다. 발전소 주변지역 생활환경개선, 주민복지원 등을 목적으로 매년 추진하는 사업 일환이다. 이번에 설치한 쉼터에는 스마트폰 충전기, 냉·온열 벤치, 자전거 거치대, 야간 조명, CCTV 등을 설치해 주민 편의를 높였다. 특히 필요 전력을 태양광 자가 발전으로 생산하여 전기요금 절약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저감효과도 거둘 예정이다. 스마트쉼터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연간 발전량 9664㎾h가 예상됨에 따라 이산화탄소 5.2t을 저감하여 어린소나무 3만 7440그루 식재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구는 주민 반응과 의견 등을 참고하여 송파둘레길 산책로에 쉼터 조성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새롭게 설치한 스마트쉼터가 성내천 산책로를 애용하는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처로 자리 잡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주민편의시설을 늘려 송파구를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 심미경 서울시의원 “서울시교육청 급식잔반문제 심각, 처리비용만 年 68억원”

    심미경 서울시의원 “서울시교육청 급식잔반문제 심각, 처리비용만 年 68억원”

    서울시의회 심미경 의원(국민의힘·동대문2)은 제321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2011년 시작된 무상급식 이후, 양질의 균형잡힌 식사 제공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 과도한 잔반처리비용의 문제점을 지적,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온종일 급식시대’에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관내 학교급식 잔반 처리비용으로 2020년부터 지난 3년간 146억여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이 비용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도별로 급식잔반처리량 및 비용을 보면 2020년(학교 1208곳·학생 49만 9142명) 잔반처리량 1355만kg을 위해 약 28억원의 비용을 지출했고, 2021년(학교 1211곳·학생 73만 9981명) 2662만kg 처리를 위해 약 52억원을 사용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2022년(학교 1214곳·학생 90만 909명)에는 3423만kg의 잔반을 처리하는데 약 68억원이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심 의원은 지난 2019년 발표된 환경부 자료를 빌어 ‘국내 음식물쓰레기 연간 배출량이 522만t으로 이 중 20%를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77만t으로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승용차 47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고, 소나무 3억 60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며, 음식물쓰레기의 증가는 낭비되는 사회적비용을 넘어 기후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도 지적했다. 심 의원은 지난 10월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공무직원 채용 공고건에 대해 “급식관련 종사자 채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의 지속적인 증가는 현 급식 정책을 되돌아보게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서울시 동료 의원들을 향해 “늘어나는 학교 급식 잔반량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교육재정과 기후환경을 넘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좋은 정책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여야 모두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 50년 전통 일본의 ‘마스터스’ 사상 첫 아마추어 우승

    50년 전통 일본의 ‘마스터스’ 사상 첫 아마추어 우승

    2023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는 22개, 총상금은 230억원이다.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는 32개에 총상금은 311억원. 그간의 노력으로 벌어졌던 남녀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중의 관심도는 대회 수와 총상금 차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 남자보다 여자 골프 대회의 인기가 좋은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몇몇 남자 대회는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누린다. 대표적인 대회가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총상금 2억엔·우승상금 4000만엔)다. 이 대회는 세계 최고 권위의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벤치마킹한 대회다. 이름에 마스터스처럼 ‘토너먼트’를 넣었고, 마스터스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열리듯, 이 대회도 올해까지 50년 동안 피닉스 골프장(파71·7042야드)에서 열리고 있다.코스도 마스터스처럼 페어웨이 양쪽으로 소나무가 빽빽하고, 그린은 빠르고 경사가 심하다. 갤러리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마스터스와 비슷하다. 캐디 또한 마스터스처럼 녹색 점프수트를 입는다. 대회 운영 스태프들이 녹색 점퍼를 입고 있는 것도 마스터스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마스터스처럼 세계 랭킹 1위부터 50위까지 출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는 해외 유명 선수, 상위 랭커들을 초청하기 위해 애를 쓴다. 이번 대회에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 챔피언십 우승자 브룩스 켑카와 US오픈 챔피언 윈덤 클라크(이상 미국) 등을 초청했다. 실제로 1974년 첫 대회 조니 밀러(미국)를 시작으로 2004년과 2005년 타이거 우즈(미국), 2012년과 2013년 루크 도날드(영국) 등 외국 초청 선수가 정상에 오른 횟수가 더 많다. JGTO 시즌이 마무리 될 무렵인 11월 중순, 이 대회가 열리는 미야자키는 일본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갤러리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들은 미야자키에서 대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골프와 관광도 즐긴다. 또 대회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는 불꽃 축제도 열린다. 오랜 역사 속 꾸준한 노력으로 전국적 관심을 받으면서 동시에 지역밀착형인 축제로 열리는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는 KPGA 투어 대회의 주최사들이 벤치마킹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50회를 맞은 이 대회에 내년 40회를 맞는 신한동해오픈 주최사인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들이 찾아가기도 했다.19일 끝난 이번 대회에선 2001년생 스기우라 유타가 12언더파 272타로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정상에 오른 건 스기우라가 처음이다. 스기우라는 올 시즌 JGTO 개막전인 도켄 홈메이트 컵에서 공동 11위, 송영한(32·신한금융)이 아쉽게 공동 2위를 했던 BMW 재팬 골프 투어 챔피언십 모리 빌딩 컵에서 공동 31위에 오른 유망주다. 아마추어 신분이라 4000만엔의 우승 상금은 챙기지 못했지만, 부상으로 미야자키산 소고기와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받았다. 그리고 이 대회 우승 인터뷰에서 프로 데뷔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회 첫날 선두로 나섰던 일본 남자 골프의 간판 마쓰야마 히데키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0위, 켑카는 3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 클라크는 1오버파 285타로 공동 37위에 그쳤다.송영한은 2언더파 282타로 공동 17위에 이름을 올렸고, 양지호(34)는 4오버파 288타 공동 49위에 그쳤다.
  • 일렁일렁 붉은 물결에 마음의 짐 던져 놓게

    일렁일렁 붉은 물결에 마음의 짐 던져 놓게

    늦은 가을과 이른 겨울이 포개지는 시기다. 중부권 산자락의 수목들은 거의 다 가을색을 털어냈지만 경북 영천처럼 남녘의 분지엔 아직 만추가 머물고 있다. 눈으로 붉은 숲을 담고 귀로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듣자면 역시 늦가을이 제격이다. 영천 팔공산 자락의 중암암을 다녀왔다. 대가람 은해사에 딸린 산내 암자다. 가을의 끝자락, 스산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의지처를 찾으시는가. 그렇다면 산중 암자로 향하는 호젓한 숲길 트레킹을 권한다.영천 은해사는 ‘은(銀)의 바다(海)’란 뜻의 절집이다. 은해사가 깃들인 팔공산에 안개와 구름이 끼면 은빛 바다가 물결치는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단풍 일렁이는 가을엔 붉은 바다가 된다. 절집 주변을 감싼 나무들이 대체로 활엽수라서 그렇다. 특히 은해사에서 산내 암자인 중암암(中巖庵) 가는 길이 멋지다. 올해 강수량이 적어선지 바싹 마른 단풍잎이 많긴 한데, 그래도 햇빛이 숲을 비추기 시작하면 곳곳의 단풍들이 붉은빛으로 일어선다. 그 자태가 퍽 장관이다. 팔공산 하면 흔히 대구에 속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대구 땅은 4분의1 정도다. 이웃한 영천과 칠곡이 대구와 비슷한 지분을 가졌고 나머지는 군위와 경산 등에 흩어져 있다. 입시철에 인기 만점인 갓바위도 사실 경산에 속했다.‘불국토’(佛國土)라 불리는 팔공산엔 크고 작은 절집들이 많다. 그중 은해사는 대구 동화사와 더불어 팔공산을 양분하는 대가람으로 꼽힌다. 은해사 일주문을 나서면 곧 금포정(禁捕町)이다. ‘동물의 살생을 금하는 구역’이란 뜻이다. 키 크고 잘생긴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숙종 38년(1712)에 조성됐다니 300년을 훌쩍 넘긴 숲이다. 여기부터 은해사 보화루까지 산책하기 좋은 흙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제법 선 굵은 바위 절벽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도랑을 흐르는 물소리가 상쾌하다. 요즈음 은해사에서 가장 멋진 공간은 주변 계곡이다. 수많은 나무들이 계곡을 향해 반쯤 누운 채 멋진 단풍을 드리우고 있다. 은해사는 백흥암, 중암암 등 산내 암자가 8곳, 말사도 50여곳에 이르는 대찰이다. 아름드리 솔숲을 지나 만나는 은해사의 웅장한 자태가 감탄할 만하지만, 늦가을 산사의 매력을 엿보고 싶다면 여기서도 서너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중암암은 은해사에서 4.8㎞ 정도 떨어져 있다. 비교적 높은 산정에 터를 잡아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파르다. 중암암에 이를수록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의 된비알도 만난다. 다만 등산로로 쓰이는 임도가 잘 닦인 편이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이른 아침의 산길은 청아하다. 홍진의 악다구니가 없어설까, 한 발짝 오를 때마다 마음도 한 걸음씩 내려가는 듯하다. 승용차도 오갈 수 있긴 한데, 낙엽 깔린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에선 위험할 수 있다. 가급적 걷거나 사륜구동 차량을 이용하길 권한다. 산내 암자 중 하나인 백흥암까지 차를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 백흥암에서 걸어간다면 1시간 남짓 소요된다. 거리로는 중암암까지 2.3㎞다.중암암은 거대한 바위가 포개져 만든 돌구멍을 지나야 나온다. ‘구멍바위 절집’이라 불리는 이유다. 돌구멍을 지나면 곧 법당 앞마당이다. 마당이라 해야 겨우 손바닥만 하지만 그래도 암자 마루에 앉으면 주변 산들이 부복하고 안겨 오는 장쾌한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가을볕이 쏟아지는 마루는 더할 수 없이 여유로운 공간이다. 한소끔씩 불어오는 바람과 산새 소리가 어우러져 고적미를 듬뿍 안겨 준다. 중암암 대웅전의 네 기둥에는 금강경의 마지막 구절이 주련으로 걸려 있다.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일체의 현상계는 꿈이고 허깨비이고 물거품과 그림자에 불과하고 이슬이나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세상을) 이처럼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란다. 눈에 보이는 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법당 앞엔 소원지를 매다는 줄이 있다. 그중 하나가 눈에 띈다. “주식 대박 나게 해주세요.” 주련의 의미를 알고 걸었을까. 참 얄궂다. 중암암 위로도 볼거리가 꽤 있다. 바로 위 삼층석탑과 석등은 고려시대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내판은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조성양식을 따랐다고 적고 있다. 석탑 주변은 온통 큰 바위다. 꼭 거인족이 거대한 공깃돌을 쌓아 놓은 듯하다. 바위들이 여러 겹 포개지다 보니 곳곳이 돌구멍이다. 그중 하나가 극락굴이다. 좁고 어두운 굴 틈을 세 번 지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부디 시도해 보시길. 신라 김유신 장군이 17세 되던 해에 이 석굴에서 수련했고, 원효대사도 화엄삼매에 들어 정진했다는 설화가 전한다. 삼층석탑 바로 옆에 있다.바윗길을 이리저리 돌아 오르면 만년송과 만난다.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다. 1만년까지야 어림도 없겠지만 물 한 방울 없을 듯한 암반에 뿌리 내리고 힘차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의 수령이 수백년은 족히 넘을 듯하다. 만년송 앞은 삼인암이다. 바위에 올라서면 불붙은 듯한 팔공산 단풍을 조망할 수 있다. 삼인암 바로 아래는 중암암의 중심 법당이다. 여느 전망대와 달리 몸가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영천은 여말선초의 충신인 포은 정몽주의 고향이다. 그의 자취가 임고면 일대에 남아 있다. 임고서원은 포은을 기리기 위해 지은 서원이다. 처음 조성된 건 조선 명종 때인 1554년이다. 이후 임진왜란 등 여러 전란을 거치며 소실과 중창을 거듭하다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임고서원은 구서원과 신서원, 포은유물관, 조옹대, 용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서원 들머리엔 선죽교가 조성돼 있다. 이방원(태종)이 회유하기 위해 보낸 ‘하여가’에 완강한 거부의 뜻을 담은 ‘단심가’로 응수했다가 자객에게 살해당한 현장을 재현한 것이다. 실제 선죽교는 북한 개성에 있다. 포은의 생가는 임고서원 인근 우항리에 마련됐다.임고서원 입구의 은행나무가 볼만하다. 높이 약 20m,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다른 지역의 은행나무 노거수에 견줘 단풍 시기가 꽤 늦다. 11월 초를 지나고 중순으로 접어들 무렵에야 노랗게 물든다.이 은행나무는 본디 임고서원이 부래산에 있을 당시 심어졌다고 한다. 임진왜란(1592)으로 훼손된 임고서원을 1600년쯤 현 위치로 옮길 때 함께 옮겨 심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선조들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나무인 셈이다. 현재는 경북도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만추에 가볼 만한 오래된 숲 하나 덧붙이자. 화북면 자천리의 ‘오리장림’(五里長林)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1500년대부터 조성한 유서 깊은 숲이다. 숲이 5리(2㎞)에 걸쳐 길게 이어져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숲 가운데로 길이 나고, 태풍 등으로 많은 노거수들이 사라져 지금은 마을 앞 군락지 일부에서만 옛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숲엔 왕버들, 굴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이 조화롭게 모여 있다. 199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환상적인’ 야경 명소…수도권 가까운 당진·서산 4곳 선정

    ‘환상적인’ 야경 명소…수도권 가까운 당진·서산 4곳 선정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 당진·서산지역 4개 관광지가 밤에 눈 호강을 시킬 아름다운 야경지로 선정됐다. 당진시는 14일 삽교호관광지 대관람차와 합덕제가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서산시 간월도 해양경관 탐방로와 서산해미읍성도 선정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처음 전국 지자체로부터 매력 있는 야경 명소와 야간 프로그램을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 대관람차는 연간 500만명이 찾는 당진의 대표 관광지다. 삽교호는 충남에서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많이 검색하는 관광지로 최근 ‘대관람차 논뷰’로 MZ(1981년~2010년 초반) 세대에게 주목받았다. 다채로운 먹거리·볼거리·놀거리가 조성돼 있다.합덕제는 조선 3대 제방으로 봄에 벚꽃, 버드나무, 유채꽃이 절경이다. 여름에는 드넓게 연꽃단지가 펼쳐지고, 겨울에는 천연기념물인 고니를 볼 수 있는 등 사계절 볼거리가 풍부한 힐링 생태관광지이다.간월도 해양경관 탐방로는 해수면 위 113m의 해안데크, 달 모양의 포토존, 야간 조명, 간월도 굴탑 등을 갖추고 있다. 환상적인 낙조, 해수면 위 해안데크, 교각 기둥에 만들어진 조명이 어우러져 아름답다.서산해미읍성은 진남문 성벽에 병영성을 형상화한 야간 조명 아래 성 안 넓은 잔디밭에 대나무숲과 소나무숲이 펼쳐져 산책하며 힐링하기 좋다. 대나무숲에 만들어진 반딧불 조명은 몽환적인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성 안의 동헌, 객사, 청허정, 옥사 앞 회화나무, 동헌 앞 느티나무 등에도 야간 조명이 있다.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는 충남에서 모두 8곳이 선정됐고 이 중 4곳이 서산·당진 관광지가 뽑혔다.
  • 여기서 ‘하하’ 저기서 ‘호호’… 행복 가득한 송파

    여기서 ‘하하’ 저기서 ‘호호’… 행복 가득한 송파

    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와 호순이였다. 당시 많은 대학생은 이 캐릭터 복장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덧 14년 뒤인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무려 700만명이 거리응원에 나섰다. 서울올림픽 당시 아르바이트를 했던 남녀가 거리 응원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에 이르고, 이들이 낳은 아이들이 바로 ‘하하와 호호’다. 이들은 부모를 닮아 호랑이 옷을 입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서울 송파구의 대표 캐릭터인 하하와 호호의 출생 비화다.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의 역사성을 스토리텔링으로 캐릭터에 구현한 것이다. 하하 호호는 벚꽃 축제, 어린이날 행사 등 모든 구 행사 및 포스터에 활용되면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구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12일 송파구에 따르면 하하 호호는 송파구의 정체성을 살린 소나무 형상 CI와 함께 올 1월부터 구 대표 캐릭터로 활용되고 있다. 홍익대와 협업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 퀄리티의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하 호호는 외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제6회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우리동네 캐릭터 대상은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대표 캐릭터 가운데 최고의 캐릭터를 뽑는 공모전이다.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손꼽힌다.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하하 호호는 전문가 심사(50%)와 대국민 투표(50%)를 거쳐 최종 평가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구는 하하 호호를 활용한 관광기념품 총 14종을 출시했다. 실용성과 최신 유행을 반영해 양면 장우산과 에코백, 블루투스 스피커, 인형, 머그컵 등을 제작했다. 인형탈과 휴대전화 이모티콘 등 다양한 구정 홍보에도 활용하면서 통통 튀는 매력과 귀여운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하 호호는 지난 9월에 열린 송파구 대표 축제 ‘한성백제문화제’와 지난달에 진행된 ‘우리동네캐릭터축제’에서도 크게 활약하며 매력을 뽐냈다. 구는 홍보부스에서 하하 호호를 활용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이를 증정하는 소셜미디어(SNS) 이벤트를 진행해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앞으로도 구 대표 캐릭터 하하 호호와 함께 송파구의 브랜드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숲으로 변신 1단계… 소나무로 차도와 완충지대 마련

    서울광장 숲으로 변신 1단계… 소나무로 차도와 완충지대 마련

    서울광장 잔디 외곽에 농구장 약 1.8배 규모인 녹지대 748㎡가 조성됐다. 서울시는 서울 광장숲 조성 1단계 사업을 마무리 하고 2단계 조성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광장숲 조성 1단계 사업은 올해 4월 공사에 들어가 상반기 중 준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장문화재 조사와 발굴로 시일이 소요돼 지난달 소나무 식재를 완료했다. 서울광장은 책읽는 서울광장, 문화공연, 거리공연 등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하지만 행사가 없는 날에는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도로 소음과 매연, 휴게시설 부족 등으로 시민들의 통행로로만 이용됐다. 이번에 조성된 서울 광장숲은 차도와 광장 사이의 완충지가 돼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 노출된 광장 이용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세종대로 사람숲길과 나무·꽃길로 이어진다. 서울 광장숲에 심은 소나무는 기업과 단체에서 기증한 것이다. 2단계 조성사업은 지난달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시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사람숲길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연결하고 역사문화의 상징성과 장소성을 살리면서 도시여건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서울광장에 1단계 광장숲 조성을 통해 차도와 광장 사이에 완충지를 만들고 나무와 꽃으로 시민들에게 활력과 생기를 선사했다”며 “서울광장이 서울의 대표 시민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켜켜이 쌓인 그리움, 알알이 여문 정겨움… 묵묵히 버틴 옛 성곽, 넉넉히 담은 옛 풍경 [권다현의 童行(동행)]

    켜켜이 쌓인 그리움, 알알이 여문 정겨움… 묵묵히 버틴 옛 성곽, 넉넉히 담은 옛 풍경 [권다현의 童行(동행)]

    조선 왕족들의 유배지이자피란민들의 터전이 된 섬마을시간마저 더디게 흐르는 곳낡디낡은 대룡시장 골목약방·다방 주인장의 정다운 옛이야기도심의 시간은 잊은 지 오래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인천 강화도 북서쪽 나지막한 섬, 교동도. 맑은 날에는 개성 송악산까지 눈에 들어올 만큼 북한과 가까이 자리한 이 섬은 시간마저 느긋하게 흐르는 까닭에 분주한 도시의 삶으로 잊고 지내던 넉넉한 인심과 정겨운 미소를 만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때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이든 전통시장을 꼭 들르는데 특히 교동도 대룡시장은 아담한 크기에 풍성한 이야기가 가득 쌓여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찾아야 했던 곳이지만,섬사람들의 오랜 염원이던 교동대교가 놓인 이후엔 아이와 함께 하루쯤 부담 없이 떠나볼 만하다. 교동도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 ‘달을참’(達乙斬), ‘고목근’(高木根), ‘교동’(喬桐)이란 지명으로 기록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달을참은 크고 높은 산이 있는 고을이란 의미다. 여기서 크고 높은 산은 지금의 화개산(260m)을 가리킨다. 주민들이 운동 삼아 오르내리던 화개산은 최근 대규모 정원이 조성되고 전망대도 들어섰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고구저수지와 교동 벌판, 북한의 연백평야가 한눈에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석모도와 볼음도 같은 강화도의 수려한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지난 5월부터는 모노레일이 운영을 시작해 교동도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본섬인 강화도가 그러하듯 교동도 또한 고려 중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배지로 널리 알려졌다. 연산군과 광해군, 안평대군 등이 이곳 교동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특히 연산군은 자신의 어머니 폐비 윤씨의 복수를 명목으로 수십명의 목숨을 빼앗으며 피바람을 일으켰는데 결국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멀리 교동도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그는 교동도에 유배된 지 6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겨우 31세였다. 한동안 고구리마을로 기록된 연산군 유배지를 찾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최근 화개정원 인근에 유배지를 조성해 위리안치(圍籬安置) 현장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위리안치란 죄인이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가두는 형벌이다.●시간을 거스른 듯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풍경 아이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교동도에서 가장 번화한 대룡시장이다. 교동도 여행의 중심지라고 하지만 웬만한 시골 장터보다 작은 규모다. 500m 남짓한 골목길 두 개가 ‘열 십’(十)자로 이어진 것이 전부라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땐 사거리 길목에서 나도 모르게 “어머, 이게 다인가 봐!” 속마음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조금만 걸음을 늦추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낡은 간판과 허물어진 슬레이트 지붕, 먼지 쌓인 벽시계, 백발 성성한 약방 할아버지 이야기에 눈과 귀를 열면 교동도가 지나온 오랜 시간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교동이발관은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은지원의 삭발 장면을 촬영했던 곳으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대룡시장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반듯하게 손으로 적은 철제 간판과 마치 영화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이발관 내부가 1960~1970년대 시골 풍경 그대로다. 반들반들하게 잘 닦인 면도칼은 지나온 세월의 내공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곳에서 직접 이발하는 경험을 꼭 선물해 주고 싶었는데, 하필 아이와 찾았을 땐 주인 어르신 집안에 상이 있어 문이 굳게 닫힌 상태였다. 그렇게 몇 년이 훌쩍 지나 지금은 자녀들이 이발관 내부를 그대로 활용해 식당으로 운영 중이라니, 아쉽게도 아이와 낡은 이발관에서 특별한 경험을 나눌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약방 어르신과 다방 이모가 건넨 情에 사르르 이발관 건너편에는 동산약방이 자리하고 있다. 약국이 아닌 약방이란 간판이 어쩐지 더 정겹다. 비타민드링크라도 사 먹을 생각에 안으로 들어섰더니 손때 묻은 나무 진열장에 봉숭아꽃으로 물들이기를 할 때마다 심부름으로 사 왔던 추억의 백반이 두둑하게 채워져 있다. 구수한 보리차 냄새가 풍기는 커다란 주전자와 무심한 듯 입에 툭 씌워진 컵이 정겹다. 낯선 아이의 방문에 주인 할아버지는 어디서 왔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다정하게 묻는다. 아이가 또박또박 대답하자 환한 미소와 함께 딸기맛 비타민을 한 줌 서비스로 내어 준다. “할아버지, 내가 좋아하는 딸기맛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발랄한 인사에 약방에 앉아 있던 동네 어르신들에게까지 웃음이 번진다.느릿한 걸음으로 시장을 둘러보다 달콤한 군고구마 냄새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교동다방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소소한 먹을거리 삼아 군고구마를 팔고 있다는 마담 아주머니는 달짝지근한 다방커피를 타는 솜씨도 일품이다. 아이는 갓 구워 낸 고구마의 노란 속살에 반해 야무지게 입을 채웠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잘 익은 귤을 가져다 난로 위에 올렸다. “우와, 귤을 구워 먹는 건 처음이에요.” 아이가 신기한 듯 난롯가에 서서 귤이 익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문득 약방에서 받은 비타민 하나를 꺼내어 아주머니께 건넸다. 약방 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거라며 자랑도 잊지 않았다. “나도 감기에 걸리거나 하면 꼭 동산약방 약만 먹어요. 그래야 금방 기운이 나더라고. 교동도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에요.” ●황해도 실향민의 삶 고스란히 손님이 우리뿐이었던 터라 자연스레 교동도에 쌓인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여기 교동도 어르신 대부분은 피란민이에요. 이 대룡시장도 황해도 연백장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고향에 돌아갈 생각으로 밤낮없이 부지런히 일해서 부자도 많아요. 교동도 쌀이 유명해진 것도 그분들 덕분이죠. 세월이 흘러 여기서 결혼도 하고 자식들 낳고 살았으니 정을 붙일 법하건만 그래도 늘 다방에 오시면 고향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교동도는 고려 때부터 간척이 이뤄져 육지보다 많은 논과 밭을 가졌는데, 광복 직후엔 8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할 만큼 풍요롭고 북적이는 섬이었다. 행정구역상 강화도에 속하지만 실제 생활권은 불과 12㎞ 떨어져 있는 황해도 연백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연백에 살던 사람들 다수가 교동도로 피란했다. 교동도 북쪽 말탄포구에서 바라보면 연백 땅이 불과 2㎞ 바다 너머다. 눈앞에 선명한 고향 땅을 반세기 넘게 바라보기만 할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을 터. 그 한 맺힌 그리움이 다방 한쪽 구석에 쌓이고 또 쌓였다. 북한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단다. “어느 날인가 동네 언니가 텅 빈 옥상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올라갔더니 북한에서 탈출한 청년 하나가 숨어 지내고 있었다지 뭐예요?”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아이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한다. “여기 사람들은 그런 사건이 있어도 두려워하기보다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이 먼저인가 봐요. 저기 골목길 끝에 해성식당이라고 있는데 안주인이 전라도 출신이라 음식 솜씨가 좋아요. 여기 사람들 사이에선 맛집이죠. 그런데 그 북한에서 탈출한 청년이 발각됐을 때 경찰이 일부러 그 집 육개장을 주문해서 먹였대요. 식당 주인도 음식 배달하면서 울컥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 때문인지 어느새 아이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얼른 소파 2개를 붙여 아이가 잠시라도 단잠을 즐길 수 있도록 자리를 봐주는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노 키즈 존’을 내세운 도시의 화려한 레스토랑에선 느낄 수 없는 코끝 찡한 감동이었다.●117년 한 자리 지킨 교동초 마담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찾은 곳은 대룡시장과 어깨를 맞대고 자리한 교동초등학교다. 1906년에 개교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 무려 117년에 이른다. 멀끔하게 단장한 모습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운동장 한편에는 기억조차 희미했던 이승복 동상과 효자 정재수 동상이 자리하고 있어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겨우 10살의 나이에 눈길에 쓰러진 아버지를 구하려다 매서운 추위에 결국 함께 동사한 정재수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는 감동한 눈치다. 그래도 슬픈 결말은 피하고 싶었는지 “나는 슈퍼히어로가 돼서 엄마도 구하고 나도 씩씩하게 살아올 거야.” 큰소리다. 교동다방에서 꿀맛 같은 낮잠을 즐긴 덕분인지 아이는 널찍한 운동장을 마음껏 뛰며 신나게 놀았다.교동읍성도 교동도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인조 7년인 1629년에 쌓은 고을성으로 둘레는 약 430m, 높이는 약 6m에 이른다. 예부터 교동도는 외세 침략이 잦았던 터라 서해안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조선 후기에는 읍성 내에 삼도수군통어영 본진이 주둔했다고 한다. 원래 동문과 북문, 남문 등 3개의 문루를 갖춘 성문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온전한 형태를 짐작하기 어렵다. 대부분 세월이 흘러 무너졌고 겨우 남아 있던 남문의 유량루도 1921년 폭풍을 맞아 허물어졌다. 다행히 홍예 부분만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이는 돌이나 벽돌을 무지개처럼 휘어진 형태로 쌓은 구조물로 광화문 같은 성문에 주로 사용됐다. 일부 복원된 성곽과 얼기설기 쌓은 옛 성곽이 이곳에 쌓인 시간을 오롯이 드러낸다.교동향교도 아이와 들러 보기 좋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 유생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교동향교의 역사는 그보다 앞서 고려 충렬왕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289년 고려 유학자 안향이 원에 사신으로 갔다가 직접 손으로 옮겨 적은 ‘주자전서’와 공자 초상화를 가지고 돌아와 이곳에 모신 것. 한국 성리학의 시조로 불리는 안향이 처음 배를 댔던 곳이니 교동향교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셈이다. 원래는 화개산 북쪽 기슭에 있던 것을 조선 영조 때 지금의 위치로 옮겼는데, 다른 지역 향교들과 비교하면 아담한 규모지만 건축물 하나하나 소박하고 단정한 짜임새가 돋보인다. 홍살문을 지나 향교 안으로 들어서면 공자의 신주와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과 유생들이 배움을 익히고 닦았던 명륜당, 일종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제수용품을 보관하는 제기고, 내삼문이 알뜰하게 들어서 있다. 향교 우측에는 요즘 보기 드문 재래식 화장실이 설치돼 있는데, 얼마 전 뒷간을 소재로 한 전래동화를 읽었던 아이는 직접 오줌도 눠 보며 재밌어했다. ●그림 같은 보호수 자랑하는 화개사 화개산 중턱에는 화개사도 자리한다. 정확히 언제 창건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말의 문신 이색이 머물며 독서를 즐겼다고 하니 고려 때 사찰로 추정된다. 17~18세기 문헌에도 그 이름이 기록돼 있으니 조선 후기까지 강화도의 주요 사찰 중 하나로 규모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는 전등사의 말사였고 현재 남은 건물은 1967년 화재로 탔던 것을 이듬해 중건한 것이다. 사찰 입구에는 수령 200년을 넘긴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아름다워 아이도 “꼭 옛날 그림 속 나무 같다”며 감탄했다. 기름진 논을 자랑하는 교동도에는 두 개의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난정저수지와 고구저수지다. 여름이면 난정저수지에는 노란 해바라기가, 고구저수지에는 분홍 연꽃이 무수히 피어오른다. 지역주민들이 마을정원으로 꾸민 것인데 널찍한 저수지를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맑은 풍경을 자아낸다. 겨울에는 이들 저수지 모두 얼음놀이터로 변신한다.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어른들은 얼음낚시의 손맛을 즐긴다. 차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가더라도 교동도의 밥맛을 책임지는 물줄기라고 생각하니 더욱 넉넉하게 느껴진다.
  • 학생수 9명에서 29명으로… ‘농촌 유학 1번지’ 만든 부부

    학생수 9명에서 29명으로… ‘농촌 유학 1번지’ 만든 부부

    배드민턴 강좌·맨발 걷기 등2년간 노력에 학생 속속 몰려보성군도 주거공간 등 뒷받침 “문덕초는 20년 전 저의 첫 근무지였어요. 남편의 모교이기도 하구요. 우리가 한번 살려 보자고 마음먹고 달려들었는데, 성과가 좋아 아주 뿌듯해요.” 학생수 9명이었던 전남 보성군 문덕초등학교는 2년 만에 학생수가 29명(병설유치원 6명 포함)으로 늘었다. ‘농촌 유학 1번지’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려 낸 주인공은 이 학교 행정실 부부 공무원인 강태은(46·여) 교무행정사와 안선엽(46) 통학버스 운전원이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문덕초에서 근무했던 강씨는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다시 왔다. 2학년과 4학년은 한 명도 없었고, 전교생이 고작 9명이었다. 통폐합 대상 학교로 지정되면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킨 영향이 컸다. 문덕면은 읍내에서 승용차로 30분 넘게 걸릴 정도로 보성군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다. 강씨 부부는 우선 도시 부모들이 아이들과 농촌 유학을 오고 싶어도 여가 시간을 보낼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을 고치기로 했다. 다행히 남편 안씨는 아마추어 배드민턴 전국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배드민턴 강좌를 열기로 했다. 부부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지인 등을 상대로 호소한 결과 지난해 4월 2학년과 4학년 학부모들이 읍내로 전학시켰던 아이들을 다시 문덕초로 데려왔다. 문덕초가 농산어촌 유학 학교로 지정되면서 2학기에는 서울에서 유치원생과 2학년생 형제가 전학을 왔다.강씨 부부는 소나무 800그루가 심겨 있던 자신들의 밭을 맨발로 걷기 좋은 아담한 동산으로 만들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중간놀이나 점심시간에 함께 맨발 걷기를 하는 인기장소가 됐다. 강씨는 학교 홍보 리플릿도 직접 디자인한다. 부모들은 “방과후에도 챙겨 주시는 강 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이 휴대폰이나 TV 보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 안씨는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지난해 10월 전남도교육감상을 받았다. 보성군의 뒷받침도 컸다. 군은 농촌 유학생 유치를 위해 직원들이 사용하던 관사와 빈집, 마을 쉼터 등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4곳을 수리한 후 주거 공간으로 제공했다. 군은 또 지방소멸대응기금 20억원으로 18~20평형 모듈러 주택 8동을 문덕면과 겸백면에 짓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서울, 경기도 광주, 충북 청주시 등에서도 학생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