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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남산 르네상스/노주석 논설위원

    “‘딸깍발이’란 것은 ‘남산골 샌님’의 별명이다. 왜 그런 별호가 생겼느냐 하면, 남산골 샌님은 지나 마르나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마른 날은 나막신 굽이 굳은 땅에 부딪쳐서 ‘딸깍딸깍’ 소리가 유난했기 때문이다.… 그 소리와 아울러 그 모양이 퍽 초라하고 궁상이 다닥다닥 달려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마음으로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쪼이지 않는다는 지조, 이 몇 가지들이 그들의 생활신조였다.… 우리 현대인도 ‘딸깍발이’의 정신을 좀 배우자. 그 의기를 배울 것이요, 그 강직을 배우자. 그 지나치게 청렴한 미덕은 오히려 분간을 하여 가며 배워야 할 것이다.” 국어학자 일석 이희승(1896∼1989) 선생이 남긴 글이다. 한양 남산골에 살던 선비들의 기개와 그들이 모여 살던 남산골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 있다. ‘북병남주’(北餠南酒)라 했다. 북악 아래 북촌은 떡을, 남산 아래 남촌은 술을 잘 빚는다고 해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북촌엔 권문세가가, 남촌에는 무반이 주로 모여 살았다. 손님 접대가 많은 북촌은 떡이, 가진 것 없지만 호탕한 무인들에겐 술이 체질에 맞았을 법하다. 강남, 강남 하지만 ‘대한민국 1% 부자’는 강북에 산다. 북악 자락엔 성북동과 평창동이, 남산 기슭엔 이태원동과 한남동이 있다.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 보는 한남동은 풍수지리상 재물이 굴러들어 오는 명당이라고 한다. 국내 최고 재벌총수들이 둥지를 틀고 사는 까닭이다. 총수들은 등산을 해야 하는 북악보다 산책할 수 있는 남산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의 허파’ 남산(262m)은 한강과 함께 세계 도시 서울이 가진 대표적 자연유산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가 웅변하듯 한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남산은 맥과 숨이 막혔다. 3개의 터널로 구멍 났고, 한강으로 이어지는 산 자락은 큰 길로 끊겼다. 서울시가 그제 ‘남산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대로 남산의 가치를 재발견, 재창조하기 바란다.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는 ‘딸깍발이의 공간’으로 되돌리길 기대한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도예가 김기철

    [만나고 싶었습니다] 도예가 김기철

    자연을 빚는 도예가 지헌(知軒) 김기철(金基哲·77) 선생. 전통적인 조선 백자의 맥을 현대적인 조형미로 이어 가고 있는 선생의 작품들이 자연을 닮은 것은 그의 삶이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흙을 좋아하고 꽃과 나무 가꾸기를 즐기는 그는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뒷동산과 산기슭에 온갖 향기나는 식물들을 심어 놓고 계절따라 피고지는 꽃들을 들여다 보고, 새 소리를 들으며 행복에 젖는다. 팔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농사를 짓고 거둬 들인 수확물로 손님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며 뿌듯해 한다.그렇게 30년을 살다 보니 그도 어느 덧 자연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그런 그의 삶은 작품 속에 오롯이 담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봄을 주제로 오는 13일부터 동숭동 샘터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 선생을 만나러 경기도 곤지암의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리한 보원요(寶元窯)를 찾았다. 한창 물이 오른 매화나무가 줄지어 선 언덕길을 오르니 가득 쌓아 놓은 장작더미가 인상적이다. 가마에 땔 소나무 장작이다. 바람 결에 실려 오는 향긋한 나무 냄새가 기분좋게 코끝을 스친다.대문도 없이 나무 등걸을 가로 세운 마당 입구를 지나 돌너와지붕을 얹은 돌집이 작업실 겸 생활공간이다. 마당 저편으로 산 언덕에 자연스럽게 배를 깔고 엎드려 있는 가마가 눈에 들어 온다. 조선시대의 전통가마를 그대로 재현한 재래식 용가마다. 그는 편리한 가스나 전기가마 대신 재래식 가마에 우리의 소나무인 좋은 육송만을 지펴 도자기를 굽는다. 소나무 땔감을 구하기도 힘든 요즘이다. 그가 소나무 장작을 고집하는 이유는 살아 숨쉬는 제대로 된 백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잘 만들어진 백자가 빛의 방향과 세기, 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백자가 숨을 쉬기 때문이죠. 소나무 장작의 불기운과 그을음, 공기의 조화만이 그런 오묘한 효과를 지닌 살아 숨쉬는 도자기를 구워 낼 수 있습니다. 가스나 전기로 구워 낸 것은 도자기라고 할 수 없지요.” ●가스·전기가마 대신 소나무 땔감만 고집 소나무 장작은 단순히 도자기를 익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불기운이 도자기 살 속까지 파고 들었다가 다시 내뿜기를 반복하는데 그 힘든 과정을 견딘 도자기만이 맑고 윤기있고 단단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의 백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청아해지는 것은 이런 조화에서다. 백자는 가장 만들기 어려운 도자기로 꼽힌다. 특히 불때기가 까다롭다. 산소가 들어가면 도자기가 산화돼 누렇게 변색되는데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연기와 그을음을 적당히 만들고 불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때기는 도자기 빚는 것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장작 가마는 전기나 가스가마에 비해 실패율도 높다. 대작의 경우 열개 중에서 두세개 건지면 성공이다. 그럼에도 백자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백자는 도자기 중에서 가장 가치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입니다. 물론 청자도 좋지만 백의민족과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기는 역시 백자입니다. ” 백자와 함께 보원요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로 꼽히는 옅은 적갈색 도자기도 소나무 장작불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흙빛이 윤기있게 살아나는 독특한 작품들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불의 힘으로 유약의 효과를 얻는 자연유(自然釉) 방법을 사용한 것들이다. 초벌구이를 한 뒤 도자기 안쪽에만 유약을 바르고 바깥은 유약을 생략해 재벌구이를 한다. 13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이틀간 굽는데 이때 육송의 송진이 타면서 자연스럽게 유약 역할을 한다. 자연유의 푸근한 번짐과 이리저리 튀면서 만들어 내는 무늬 또한 볼수록 신비롭다. ●흙장난 하듯 해학 넘치는 연잎·청개구리 그저 흙과 자연이 좋아 평생 소박한 농사꾼으로 사는 것이 꿈이었던 작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모두 자연에서 온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다. 식물의 잎이나 꽃, 열매, 연잎과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새, 물고기, 청개구리, 두꺼비, 사슴 같은 동물 이미지도 자주 등장한다. “천성이 촌놈이라 화초 가꾸고 농사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들판이나 계곡의 돌틈에 핀 이름모를 꽃들을 보면서 우주가 숨쉬고 있는 것을 느끼지요. 그런 모습들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흙장난으로 하듯이 작품을 빚습니다.” 연잎 위에서 세월 모르고 앉아 있는 청개구리는 그가 특히 좋아하는 소재다. 흙으로 빚은 조그마한 청개구리는 그의 작품에 포인트처럼 놓여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청개구리는 전래동화에서도 있듯이 우리 민족의 눈물나는 감성과 해학의 상징이에요. 해학의 미학이 있는 것이 최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은 물레를 쓰지 않고 모두 손으로 작품을 빚는다. 번잡스러운 기교가 없음에도 날아갈듯 자유스럽고 살아 숨쉬는 것 같은 특유의 분방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살아 숨쉬고 쓸수록 정이 피어 나는 유정의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서입니다. 물레 위에서 뽑아 내는 것은 무정의 정물에 불과합니다. 불균형 속에 균형이 있는 그런 자연의 형태를 물레 작업으로는 표현할 수 없어요. 손으로 빚어야 불균형 속에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형태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흙 고르기부터 굽기까지 전통방법 고수 그는 흙을 고르는 작업부터 고온에서 구워 내는 작업까지 철저하게 조선 백자의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한다.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도자기를 빚은 뒤 정성껏 가마에 넣고 그 다음은 불의 몫으로 남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하늘의 도움을 기원하는 옛 도공의 모습 그대로다. “고되고 비능률적이며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패율도 높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어 내는 도자기가 첨단 과학과 기계 문명으로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 회복에 일조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의 숨결을 온전히 품은 나의 작품들이 쓰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 도공 김기철의 세계 시골서 만든 ‘장작불 도자기’ 교황청·대영박물관까지 퍼져 충북 괴산 출생으로 고려대 영문과를 나온 영문학도였던 그는 원래 직업이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다.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동경하며 서울의 변두리에 살면서 텃밭에 꽃과 나무를 가꾸는 낙으로 살던 그는 마흔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도예가이자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허리를 다쳐 쉬던 중 우연히 일민미술관을 지나다 나전칠기 중요인간문화재 김봉룡 선생의 고희 회고전을 보게 됐어요.정성을 기울여 만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에 감동을 넘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분은 이렇게 기막힌 것을 해서 사람을 감동시키는데 나는 마흔 중반이 되도록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 인생 헛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무언가 창조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난 것이 도자기였다. 도자를 배우던 아내의 친구가 심심풀이 삼아 흙이나 만지라고 가져다 준 청자 흙덩어리로 꽃병이랑 단지를 만들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재주가 있다고 칭찬을 하던 터였다. 모교에서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도자기에 매달리기로 뜻을 세웠다. 겨울방학에 무작정 가마가 있는 이천의 도요에 가서 사정 사정해서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도공이 그의 재능을 알아 보고 내친 김에 같이 재래식 용가마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가마터를 물색한 지 석달 만에 지금의 보원요 터를 찾아냈다. 도예가로서 그의 예술적 감각과 재능은 1년 뒤 공간대상 도예상 수상(1979년)으로 입증됐다. 그해 선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도예 평론가이기도 했던 초정 김상옥 시인은 1979년 4월17일자 서울신문 전시평을 통해 “한때 단절될 위기에 놓여 있던 백자가 김기철씨의 집념의 결과로 시대적인 전승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고 평했다. 눈코뜰새 없이 휘몰아치는 세상살이에서 벗어나 시골 구석에서 천수답처럼 살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가까이는 국립현대미술관부터 멀리는 로마 교황청과 대영박물관, 스웨덴 에벨링박물관까지. 법정 스님을 비롯한 선승들의 다실에서도 손으로 빚어 장작불에 구운 그의 다기는 아낌을 받는다. 한때 소설가 지망생이기도 했던 그는 수필집 ‘꽃은 흙에서 핀다’(1993년)와 ‘고향이 있는 풍경’(2006년)을 냈으며 엘리아수필집과 포 단편집도 번역했다.
  • [6일 TV 하이라이트]

    ●낭독의 발견(KBS1 밤 12시) 생명을 주고, 열 달 동안 자신을 내어주고서도 평생 자식을 품고 사는 존재. 세상의 찬바람을 온몸으로 막아내느라 정작 자신은 텅 비어 가지만 언제나 자식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존재, 어머니. 3월 첫 낭독무대는 소설가 신경숙, 배우 서주희와 함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낭독회로 꾸민다. ●앙코르 인사이트 온 아시아 누들로드(KBS2 오후 2시50분) 국수를 통한 문명사를 살핀 6부작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앙코르 버전. ‘누들로드’는 국수의 탄생과 국수의 전파 경로를 통해 음식이 인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취재한 음식 문화사. 첫 편 ‘기묘한 음식’은 중국 국수의 발견과 유럽으로 전파된 과정을 알아본다. ●그섬이 가고 싶다(MBC 오후 5시20분) 3월, 봄이 일찌감치 찾아온 곳, 전남 영광 송이도. 섬에 소나무가 많고 섬의 모양이 사람의 귀와 닮았다 하여 송이도라 부른다. 봄을 맞이해 갯벌 지천엔 바지락이 깔렸는데 막 자라난 싱싱한 바지락을 채취해 즉석에서 칼국수를 끓여먹는 맛이란…. 오감을 자극하는 신비의 섬, 송이도로 떠나본다. ●대한민국 쿡(SBS 오후 6시25분) 최고의 맛을 찾아라! 자타공인 연예인 미식가, 조원석 VS 안선영. 조원석이 발견한 국가 대표 대게 음식은 ‘가마솥 대게 해물탕’이다. 안선영의 강력 추천메뉴는 돼지갈비와 살아있는 활전복이 만난 ‘전복 매운 돼지 갈비찜’. 방송계 절대미각 타이틀을 걸고 대한민국 최고의 진미를 찾아 나선다. ●명의(EBS 오후 9시50분) 한국인의 절반은 한 번쯤 척추 질환을 앓는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퇴행성 척추질환이 더 늘 수밖에 없다. 그리고 퇴행성 질환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변화로 한국인의 척추가 흔들리고 있다. 누구나 겪는 고통을 삶의 증거라 이야기하는 의사, 척추 치료 분야의 최고수로 평가받는 척추전문의 윤도흠 교수를 만나본다. ●시네마 투데이(YTN 오후 8시35분) 권상우·이보영·이범수 주연에, 시인 원태연 감독의 데뷔작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감성 멜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시사회 현장을 찾아가 본다. 또한 영화 ‘드래곤볼 에볼루션’ 주인공들의 인터뷰와, 지난달 28일에 열린 ‘백상 예술 대상’시상식 현장을 찾아가 화려한 스타들을 만나본다.
  • 에헴~ 송강 정철처럼 800리길 걸어볼까

    에헴~ 송강 정철처럼 800리길 걸어볼까

    관동별곡(송강 정철)의 주무대인 강원 동해안 800리 길이 세계적인 걷기 관광 명소로 거듭난다. 고성군과 한국관광공사, (사)세계걷기운동본부, 학송회(학과 소나무를 사랑하는 시장·군수·구청장들의 모임) 등은 ‘관동별곡 문화답사로 천리걷기 코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결의했다고 5일 밝혔다. 금강산이 있는 강원 고성에서 월송정·망양정이 있는 경북 울진까지 잇는 관동별곡 문화답사 천리길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로 동해안 최북단 고성 대진항에서부터 고성 최남단인 용촌까지 60㎞의 ‘관동별곡 문화답사로 고성 코스’를 개발한다. 2단계는 속초시·양양군·강릉시·동해시·삼척시까지 강원도 동해안을 모두 잇는 코스를 조성한다. 이어 3단계로 관동8경 중 2경인 월송정과 망양정이 위치한 경북 동해안을 연결해 ‘관동별곡 문화답사로 천리걷기 코스’를 완성하게 된다. 고성군 등은 오는 28일부터 매월 넷째주 토·일요일 ‘화진포 희망 일출 걷기여행’을 진행한다. 특히 9월12∼18일에는 ‘관동별곡 문화답사로 동해안코스’를 6박7일 동안 걷는 ‘동해안 슬로 걷기축제 2009’를 개최한다. 정준 (사)세계걷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스페인 산티아고 가는 길과 같은 세계적인 걷기 명소를 개발하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종국 고성군수는 “동해안은 관동8경과 관동별곡 등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참에 코스를 제대로 개발해 세계적인 걷기 여행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성곽·봉수대 복원 산책로 7.5km로 확대

    남산이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속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일 남산 중앙광장에서 남산의 생태환경 및 역사유산 복원 및 접근성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남산 르네상스’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옛 중앙정보부· 교통방송 건물 등 철거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옛 중앙정보부 건물인 균형발전본부 청사와 소방재난본부, 교통방송 건물 및 시청 별관 등 남산 속 건물들을 철거하고 녹지와 수로를 조성하기로 했다. 대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서울성곽과 봉수대 등은 복원된다. 또 아까시나무 등 외래종을 제거하고 남산의 상징인 소나무 군락을 현재 2곳 18.5㏊에서 5곳 37.65㏊로 넓히기로 했다. 시는 남산을 5대 지구로 나눠 회현· 예장· 장충· 한남 등 4개 지구를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N서울타워 주변을 서울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남산에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 산책로와 조깅 코스를 조성하고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책로는 6.5㎞에서 7.5㎞로 확대되고, 조깅코스의 남·북측 순환로가 연결돼 봄에는 벚꽃, 여름엔 신록,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꽃을 즐길 수 있게 된다. ●2015년까지 총 2325억원 투입 시는 남산 3호 터널 시내 쪽 입구에서 남산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신설하고 케이블카 용량도 38인승에서 48인승으로 늘려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기존의 2개 순환버스 노선도 지하철과 버스, 자가용 주차장을 연계한 남산전용 셔틀버스로 바꾸기로 했다. 시는 이번 사업에 2015년까지 총 2325억원을 투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늦어도 내년까지는 1단계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날 현장 설명회에서 “서울의 허파인 남산을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서 “주변 문화예술 자원과 연계해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남산이 서울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강남역~교보사거리 유비쿼터스 거리로

    강남역~교보사거리 유비쿼터스 거리로

    서울 강남을 가로지르는 강남대로가 첨단 정보기술(IT)과 문화가 융합된 ‘유비쿼터스 거리(U-Street)’로 탈바꿈했다. 강남구는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에 이르는 강남대로 약 760m 구간을 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U-Street’로 조성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가 선정한 ‘디자인서울거리’ 조성 사업지 10곳 가운데 한 곳인 강남대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명품 디지털 문화 거리’로 바뀌고, 간판과 가로수 등 가로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가로에는 높이 12.4m, 폭 1.4m의 ‘미디어 폴’이 35m 간격으로 22개 설치됐다.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미디어 폴은 가로등과 교통안내표지판 기능뿐 아니라 국내외 유명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작품과 일반 시민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거리 미술관’ 역할도 한다. 행인들은 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공공 및 교통 정보와 지역상가 위치를 검색할 수 있으며, 시설물에 탑재된 카메라 기능을 활용해 즉석에서 사진과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을 제작해 이메일이나 블로그로 전송할 수도 있다. 게다가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미디어 폴 주변에선 노트북 컴퓨터만 있으면 인터넷을 자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이밖에 강남대로의 맨홀과 펜스, 변압기 등의 가로 시설물도 종합적인 디자인 개념이 적용돼 새롭게 단장됐다. 구는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 옥외광고물 215개 중 195개를 정비했으며,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 주변엔 소형 광장을 조성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가로수도 버즘나무에서 이팝나무로 바꿔 경관미를 높였고, 구간 내 노점 55개를 철거했다. 맹정주 구청장은 “강남대로는 젊은층이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만남의 거리이자 수도권과 강남북을 연결하는 교통 요지”라며 “문화와 첨단 IT가 만나는 디지털 명소인 ‘U-Street’가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남구는 5일 오후 강남역 사거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U-Street’ 준공식을 연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황금곰솔 보령서 첫 발견

    황금곰솔 보령서 첫 발견

    대천항에서 배로 40분 거리인 충남 보령시 삽시도에서 황금곰솔이 발견됐다. 황금 소나무 서식이 보고된 적은 있지만 황금곰솔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흉고(가슴높이) 직경 25㎝에 나무높이가 15m나 되는 거목은 매우 특이한 사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6일 “감정결과 곰솔(흑송)의 변이종인 황금곰솔로 확인됐다.”며 국내 산림유전자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나눔 바이러스 2009] 사랑+환경=나눔발전소

    [나눔 바이러스 2009] 사랑+환경=나눔발전소

    ‘나눔 바이러스’가 국민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태양광 발전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빈곤층도 돕는 ‘에너지 나눔발전소’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시민단체 ‘에너지 나눔과 평화’는 23일 전남 고흥군 소재 태양광발전소인 ‘나눔발전소’의 발전 수익금으로 저소득층과 제3세계 빈곤국가를 돕기로 하고, 24일 송파구청에서 발전소 운영협약식을 체결한다. ●15년간 6000가구 전기요금 혜택 ‘나눔발전소’는 2007년 12월 자체 기금과 정부출연금 등으로 고흥군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다. 여기에 송파구가 예산 3억원을 투입해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 발전소는 지난해 32만 2560㎾/h의 전기를 생산해 2억 1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개발사업에 공동참여해 발전 수익금으로 빈곤층을 지원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다른 지자체의 에너지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나눔 바이러스’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송파구는 발전소 매전 수익금의 절반을 관내 에너지 빈곤층과 제3세계 빈곤국가에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절반은 후속 나눔발전소을 건설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송파구는 3억원의 예산으로 15년간 발전수익금 6억원을 거둬들여 저소득층의 전기요금으로 기탁한다. 2배 이상의 예산활용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연간 400가구씩 15년간 모두 6000가구가 전기요금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 탄소배출권 기준으로 30년간 1억 8000만원 상당의 간접비용 창출 및 2257TOE(석유 환산 톤)의 석유 절감 등 경제적 부대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5월 기후정상회의서 모범사례 소개 태양광 발전을 통한 환경적 효과도 만만찮다. 30년간 4452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160만 그루의 어린 소나무를 심거나 농구코트(1200㎡) 4452개인 534만 2400㎡ 규모의 산림을 조성하는 효과와 맞먹는다. 서울시는 오는 5월 ‘제3차 C40 서울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에서 나눔발전소를 자치구의 모범적인 에너지 정책 사례로 제안할 예정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지자체가 에너지 개발사업에 참여해 발전수익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성공적인 에너지 정책 모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협약식에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송파구는 어린이집과 초·중·고교 20여개소에 설치해 운용 중인 태양열 에너지시설을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구립 노인전문요양센터와 송파여성문화회관, 구립 제2아토피어린이집인 ‘잠실어린이집’, 장지 폐기물종합처리시설, 잠실3동 주민자치회관 등에 확대 설치키로 해 ‘친환경 에너지 자치구’로 부각되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후원: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남한산성 서문~동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남한산성 서문~동문

    남한산(522m)은 남한산성이 될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밖에서는 험준하지만 안으로는 부드러운 산세, 북쪽으로 한강과 접해 있는 등 전략적 중요성을 두루 갖추었다. 삼국시대부터 축조된 산성은 인조 2년(1624) 대대적으로 증축되었다. 우리 역사에서 남한산성만큼 치욕의 상처를 간직한 곳도 드물다. 1637년 병자호란의 굴욕을 겪었고, 조선 후기에는 천주교인 박해 사건이 있었으며, 군사정권 시절엔 육군교도소가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한산성은 원형 그대로 말끔하게 복원되어 노송이 우거진 서울 근교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었다. 주말이면 역사 공부하는 아이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그리고 걷는 맛이 좋아 찾아온 산꾼들로 북적북적하다. ●작은 암문을 통해 은밀하게 성 안으로 남한산성은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하남시, 광주시, 성남시 등 4개 지역에 걸쳐 있어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많다. 그 중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서 수어장대(守禦將臺)에 올라 산성을 타고 서문~북문~동장대암문에 이르고, 여기서 조망이 좋은 벌봉(봉암·515m)을 다녀와 동문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아 보자. 이 길은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산성에 서린 역사의 흔적도 반추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와 10여 분 가면 남한산성 입구에 이른다. 여기서 남한천약수터까지는 미로 같은 골목과 작은 고개를 넘어 40분쯤 걸린다. 약수터는 넓은 평지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시원하게 약수 한 잔을 들이켜고 제법 가파른 경사를 30여 분 오르면 울창한 소나무숲을 통과해 청량산(482.6m) 정상아래 산성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산성을 자세히 보면 개구멍처럼 작은 암문이 보인다. 암문(暗門)은 대문을 달지 않고 정찰병들을 내보냈던 문이다. 옛날에는 돌로 막아 뒀다고 한다. 허리를 굽혀 기다시피 통과하면 그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왁자지껄하고 널찍한 포장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고기 비늘처럼 잘 짜여진 산성의 미학 본격적으로 산성길을 따르자마자 청량산 정상에 자리잡은 수어장대를 만난다. 본래 단층으로 지은 것인데 영조 27년(1751)에 2층 누각을 증축했다. 층간 높이는 낮지만, 야무지게 버티고 선 남한산성의 총지휘부다. 수어장대에서 서문으로 가는 길은 소나무와 성곽의 오묘한 굴곡이 수평과 수직으로 어우러져 있어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남한산성은 본성의 길이가 9㎞, 옹성은 2.7㎞로 고기 비늘처럼 잘 쌓았다. 18세기 복원 기록인 중정남한지(重訂南漢志)를 따라 최대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서문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러 나갔던 문이다. 성문이 낮아 머리를 숙여야 했고, 길이 가팔라 말에서조차 내려야 했다고 전해진다. 서문을 지나면 다시 암문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나가면 연주봉옹성이 이어진다.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고 성벽을 기어 오르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돌출된 방어시설이다. 보통 평지 읍성에 주로 설치하는데, 산성으로는 남한산성이 유일하다고 한다. 연주봉옹성 정상에 서니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청 태종이 깨뜨린 벌봉 언덕에 자리 잡은 북장대지(北將臺址)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관이다. 산성 안의 나무들은 마을 주민들이 ‘금림조합’을 만들어 순산원을 두고 도벌을 막아 보호한 덕택에 지금처럼 건강하게 살아 남았다고 한다. 동장대암문에서 벌봉으로 이어진 길은 남한산성 최고의 걸작이다. 인적이 뜸한 길은 순하면서 호젓하고, 길섶 양쪽으로 허물어진 봉암산성이 쓸쓸한 분위기를 돋운다. 다시 동장대암문으로 돌아와 15분쯤 내려가면 작은 암문이 보일 듯 말 듯 숨겨져 있다. 이 암문 밖이 장경사신지옹성이다. 유장하게 곡선을 그리는 옹성 너머로 잘 생긴 광주의 산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제법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면 장경사를 지나고, 동문 아래에서 도로를 만나면서 산행이 끝난다. 송파구 마천동 남한산성 입구~남한천약수~수어장대~동문 코스 약 11㎞, 5시간가량 걸린다. 산악전문작가 >>> 가는길· 맛집 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로 나와 남한산성 입구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이 끝나는 동문에서 도로를 따라 5분 오르면 산성 종로 로터리다. 음식점은 이 일대에 몰려 있다. 오복손두부(031-746-3567)는 주먹두부가 독특하고, 백제장(031-743-6551) 은 산채정식, 함지박(031-744-7462) 은 엄나무백숙을 잘한다. 종로 로터리에서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으로 나가는 9번 버스가 수시로 있다. 남한산성 관리사무소 (031)743-6610.
  •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서해안 지역을 유심히 보면 충남 서산과 태안 사이에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곳이 눈에 띈다. 가로림만(加露林灣)이다. 숲에 이슬을 더해 주는 바다. 그 이름만으로도 안개 짙게 깔린 포구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내륙 깊숙이 들어온 바다 면적은 너른데 비해 입구의 폭은 2.5㎞에 불과하다. 때문에 간척사업의 유혹을 꽤나 받았을 법한데, 서해안의 크고 작은 만들이 육지로 바뀌는 와중에도 용케 살아 남았다. 호리병 주둥이를 따라 뭍 가까이 들어온 바닷물은 곧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하지만 유속은 빠르다. 가로림만 북단을 막아 조력발전소를 세우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까닭이다.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린 상태. 평화로운 풍경 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 하나가 숨어 있는 느낌이다. 사람의 일은 어찌 됐건 가로림만엔 봄기운이 가득하다. ■ 갯벌에도 봄소식… 썰물땐 거대한 진회색 평원으로 가로림만의 갯벌은 썰물 때면 거대한 진회색 평원으로 변한다. 동시에 바다 위 여기저기 떠있던 섬들은 갯벌을 통해 하나로 이어진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섬이 서산시 대산읍 웅도다.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질 때만 ‘유두다리’ 를 건너 들어갈 수 있다. 해안선 길이가 5㎞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물이 빠지면 광활하게 드러나는 갯벌이 장관이다. 거대한 갯벌의 바다가 새로 열린 듯하다. 이 기름진 갯벌에서 굴, 바지락, 낙지 등 다양한 갯것들이 생산된다. 대표적인 게 바지락이다. 바지락 어장은 갯벌 초입에서 500m~3㎞ 떨어져 있다. 거리가 멀다 보니 캐낸 바지락을 뭍으로 옮기는 것도 큰 일이다. 그 무거운 바지락을 이고지고 실어 나르던 주민들은 1970년대 초부터 소달구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지락을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갯벌을 가로질러 마을로 귀환하는 행렬은 웅도의 대표적인 풍경이 됐다. 주민들의 이런저런 애환이 담긴 풍경임에도 웅도의 이미지는 이처럼 서정적인 그림으로만 그려졌다.외지인들을 대하는 섬주민들의 표정은 그리 곱지 않다. 소 닭보느니만도 못한 듯하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와 봤자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사람들이 관광객덜이유. 주민들이 동물원 원숭이도 아닌데 사진만 찍으려 들고, 깔보는 말만 툭툭 내뱉는 외지인들이 뭐 좋것슈.” 윤병일 이장의 말이다. 찾아 와서는 가슴을 열지 않고 구경만 하다 간 뭍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 무척 깊은 듯했다. 들물이 시작되고 바지락을 실은 소달구지가 갯벌 너머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갯벌 초입에 즉석 어판장이 형성된다. 소달구지 한 대에 80~100㎏의 바지락이 실려 있다. 1㎏에 1600원이니 한나절 작업에 16만원 안팎의 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간만의 차가 큰 사리 전후에만 어장에 물이 빠지기 때문에 실제 작업할 수 있는 날은 한 달의 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소달구지가 늘어선 풍경을 볼 수 있는 날도 딱 그만큼인 셈이다. 웅도에 갇히는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반드시 물때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대산읍사무소(041-681-8003)에서 물때를 알려 준다. 썰물시간이 일몰 이후인 경우, 거대한 뻘밭 너머로 해가 지는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과 마주한 곳이 태안군 이원반도다. 태안반도 가장 윗쪽에 낚시 바늘 모양을 한 채 삐죽 솟아 있다. 이원반도 끝자락은 만대포구다. 태안읍에서 ‘태안의 땅끝마을’ 로 불리는 만대포구까지는 30㎞쯤 된다. 요즘에야 603번 지방도로 덕에 오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지만, 예전엔 80리 가까운 길을 발품팔아야 닿았던 오지 중 오지였다. 하지만 안면도 등 태안의 관광명소들에 비해 개발이 더디게 진행된 까닭에 외려 호수와 같은 가로림만 풍경을 그나마 잘 간직할 수 있었다.태안쪽에서 가로림만과 만나려면 이원면까지는 가야 한다. 새섬리조트가 있는 당산리 일대 바다는 마치 항아리처럼 파여 있는데, 바닷물과 뭍이 둥그렇게 경계를 이루는 곳에 해안도로를 조성해 놓았다. 잔잔한 바다가 꼭 거대한 호수를 보는 듯하다. 이원면 관리에서 원북면 학암포 방향으로 난 이원방조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뭍이 된 예전 섬들과 너른 들녘이 시원하고 장쾌하다. 가로림만의 고즈넉한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만대포구다. 뭍에서 보는 가로림만의 끝이자 망망한 서해가 시작되는 곳이다. 적막할 정도로 조용한 서해안 특유의 포구 풍경이 잘 살아 있다. 버스를 타고 만대포구에 들어갈 때는 색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사라졌던 버스 안내양이 돌아와 “오라이, 스톱!”을 외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태안군이 안내양 제도를 부활한 것은 2006년. 주민 서비스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1개 노선에서 안내양 제도를 운영하다 승객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천리포, 안면도 등 모두 4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 태안의 땅끝마을 만대포구… “버스 안내양도 만나보세요” 만대포구로 들어가기 직전 왼편 산등성이를 따라 가면 작은 구매, 큰 구매 등 아늑한 풍경과 만난다.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작은 구매 앞 바다에 떠있는 삼형제바위까지는 썰물 때 걸어갈 수 있다. 큰 구매는 만대포구에서 접근할 수 있다. 꾸지나무골 해수욕장도 잊지 말고 들르자. 요즘 잘나가는 ‘F4’ 뺨치게 잘 생긴 소나무가 빼곡하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41)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서산나들목→32번 국도→서산시→29번 국도→대산읍→오지리 방향 좌회전→3㎞ 직진→대산초등학교 웅도분교장 표지판→좌회전→웅도 순으로 간다. 이원반도는 대산읍→29번국도→일람사거리→634번 지방도 팔봉 방향→603번 지방도 만대방향 순으로 간다. ▲맛집: 대산읍 중왕리 왕산포구 우정횟집(662-0763), 이원반도 초입 원북면 원풍식당(672-5057) 등은 박속밀국낙지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살짝 데친 낙지를 간장소스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은 뒤 다시 밀칼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한 소끔 더 끓여서 먹는다. ▲잘 곳: 웅도 내 두 집이 민박을 운영한다. 5만원 선. 681-8824,663-8916. 섬 초입에 바다사랑 펜션타운 등도 조성돼 있다. 웅도리 어촌계 663-8903. ▲둘러볼 곳: 웅도에서 나와 한적한 소로를 10㎞쯤 달리면 벌말(벌천포)과 만난다. 가로림만과 서해가 만나는 자리에 있는 작은 포구로 한적하기 그지없다. 썰물 때면 벌말 초입에 커다란 풀등(모래톱)이 드러난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새섬 초입까지 이어져 있다고 한다. 대산읍 벌천포 독곶리에 불쑥 솟은 황금산은 ‘가로림만의 망루’란 표현처럼 하산시 만나는 해안풍경이 빼어나다. 글 사진 서산·태안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서대문구 조준수 녹지과장 인왕산 소나무 복원 논문

    현직 공무원이 인왕산 소나무 복원에 관한 연구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청 푸른녹지과 조준수 과장. 17일 구에 따르면 그는 오는 20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인왕산 소나무림 변화와 문화복원 방안 연구’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6년째 서대문 녹지대를 총괄관리하고 있는 조 과장은 오랜 실무 경험과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인왕산 소나무 복원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조선시대 자료부터 수집, 인왕산 소나무림 분포지역을 고증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올 첫 식목행사 20일 제주서

    올해 첫 나무심기 행사가 20일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자배봉에서 열린다. 제주도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3년을 목표로 세운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 500만그루 나무심기’ 첫 해를 맞아 자배봉에서 식목행사를 한다고 16일 밝혔다. 이 행사에는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탄소흡수 능력이 소나무보다 2배 이상 높은 종가시나무 3000그루를 2㏊에 심는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9) 서울 북악산 세검정~백사실 계곡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9) 서울 북악산 세검정~백사실 계곡

    북악산 북서쪽 창의문(자하문) 일대의 부암동은 서울의 오지마을이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덕에 시골 같은 풍경과 깨끗한 자연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 ‘도심 속 비밀정원’으로 알려진 골짜기가 숨어 있는데, 그곳이 백사실 계곡이다. 최근에는 청정지역에 서식하는 도롱뇽과 맹꽁이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들의 자연탐험교실로도 각광받고 있다. 본래 이름은 부암동 뒷골이고, 예로부터 능금나무가 많아 능금나무골이라 불렀다. 백사실 계곡은 사계절 좋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무주공산에 들어온 듯한 깊은 고요와 적막함을 만날 수 있다. 탐방 코스는 세검정에서 출발해 현통사를 거쳐 백사실 계곡을 거슬러 올라 부암동으로 나오는 길이 걷기에 좋다. 세검정(洗劒亭)은 부암동과 홍지동, 평창동 등 일대를 가리키는 지명으로 사용되지만 본래는 정자 이름이다. 일찍이 연산군이 수각(水閣)·탕춘대(蕩春臺) 등과 함께 이 정자를 지어 흥청망청 놀았고 이후에는 시인, 묵객 등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1623년 인조반정의 거사 동지인 이귀·김류 등이 광해군 폐위 문제를 의논하고 칼을 씻은 자리라고 해서 ‘세검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골 풍경… 깨끗한 자연 그대로 세검정 앞의 세검교에서 우회전하면 길은 홍제천을 따라 이어진다. 세검정성당을 지나면 앞쪽으로 자하슈퍼가 보이고 그 뒤로 작은 야산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산 속에 백사실 계곡이 숨어 있다. 자하슈퍼를 지나면 거대한 부처바위(佛岩)가 눈에 들어온다. 오랫동안 땅 속에 묻혀 있는 것을 주민들이 꺼내 세워둔 것이다. 부처바위 뒤로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100m 정도 들어가면 작은 폭포가 나온다. 백사실 계곡의 물이 이리로 흘러온 것이다. 여기서 길이 끊긴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계곡을 건너 골목길로 이어진다. 이리저리 꺾어지는 골목을 따라 오르면 불쑥 현통사라는 절이 나타난다. 현통사는 좁은 터에 건물들이 바투 붙어 있는 고요한 절집이다. 대웅전 처마 밑의 풍경소리가 맑게 울린다. 현통사 입구의 오른쪽 계곡을 따르면 본격적으로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진다. 솔숲에서 맑고 청량한 공기가 몰려온다. 인적없는 이곳이 정말 서울 땅인지 의심스럽다. 이어 아름드리 고목들이 자리잡은 널찍한 터가 나오고 작은 돌다리를 건너면 정자 주춧돌과 연못터에 이른다. 이곳이 백사 이항복의 별장터로 추정되는 곳이다. ●무계정사 아래엔 현진건 선생 집터 간밤에 내린 눈이 살짝 덮은 별장터는 고요하고 적막하기 그지없다. 마침 정적을 뚫고 걸어오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두 손에 검정비닐 봉지를 들고 배낭을 멨다. “시장 다녀오시나 봐요?” “네, 사진 찍으러 오셨어요?” 할머니는 20년 넘게 이곳에 살았다. 시장이 멀고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불편하지만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 좋다고 했다. “그럼 구경 잘하세요.” 할머니는 자상하게 인사를 하더니 산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별장터에서 할머니처럼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백사실마을이 나오고 왼쪽 능선으로 올라서면 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진다. 부암동으로 가려면 오른쪽 길을 잡아야 한다. 떡갈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르면 ‘백석동천’이라 써진 커다란 바위를 만나게 된다. 백석은 흰 돌이 많아 붙여진 것이고 동천은 ‘신선이 노닐 정도로 아름다운 곳’을 일컫는다. 이곳을 지나면 말쑥한 건물들과 포장도로가 나오면서 어리둥절하다. 산길이 끝난 것이다. 잠시 신선이 사는 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다. 지금부터는 골목길이다. 포장도로를 따르면 응선사를 지나 작은 언덕을 넘는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북한산 비봉능선이 장쾌하다. 이어 TV드라마 촬영지인 산모퉁이 카페에서 알봉처럼 솟은 북악산이 잘 보이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창의문에 이른다. 부암동주민센터 뒤편에는 안평대군이 지었다는 무계정사(武溪精舍) 터가 있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보고 그것을 본떠 지었다고 한다. 무계정사 바로 아래엔 ‘운수 좋은 날’로 잘 알려진 소설가 빙허 현진건 선생의 집터가 있다. 세검정에서 시작해 백사실 계곡을 거슬러 올라 부암동주민센터까지 넉넉하게 2시간가량 걸린다. 산악전문작가 >>> 교통과 맛집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1711, 1020, 0212번 버스를 타고 세검정에서 내린다. 걷기가 끝나는 부암동 창의문 일대는 환기미술관이 있고, 맛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가 넘쳐난다. 클럽 에스프레소(02-764-8719)는 북악산을 찾는 등산객들도 즐겨 쉬어가는 곳. 자하손만두 (02-310-5024)의 만둣국은 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
  • [숭례문 화재 1년] 숭례문 복구 어떻게 되나

    [숭례문 화재 1년] 숭례문 복구 어떻게 되나

    숭례문에 불이 붙은 것은 2008년 2월10일 저녁 8시40분쯤이었다. 밤새도록 불길은 계속됐고 사람들은 비탄과 공황 속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숭례문은 푸른색 가림막과 철제 비계에 둘러싸인 채 말이 없었다. ‘아름답고 늠름한 모습 그대로’라고 적힌 가림막 안은 여전히 폐허에 가까웠다. 지난해 말 1차 발굴조사를 마친 뒤 지하벙커를 철거하느라 곳곳이 파헤쳐져 있었고, 1층과 2층 사이 문루와 기둥에는 그을린 흔적이 여전했다. 숭례문 복원 작업은 시민들 눈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이지는 않아도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경복궁 부재보관소에서, 삼척 준경묘에서, 강릉 목재소에서, 여기저기에서 쉼없이 이뤄지고 있다. 생채기에 새살 돋듯, 겨울 얼음장 아래에서 봄물이 흐르듯 차츰 제 모습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치욕을 기념하는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삼은 문화재청은 1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민들에게 현장을 공개하기로 했다. ●5년동안 250억원 들여 3단계 복구 작업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구를 위해 전담 행정조직인 ‘숭례문 복구단’을 꾸렸다. 복구 기간은 5년을 잡았다. 총예산은 250억원을 책정했다. 수습 예산 29억원은 별도다. 복구 작업은 3단계로 계획됐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숭례문 화재 피해 상황 파악과 현장 수습, 복원 계획 수립 중심으로 1단계 작업을 마쳤다. 육축, 문루 등 그을린 흔적이야 여전하지만 덕분에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훼손된 부재를 분석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재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부재 실측, 고증, 발굴, 설계 중심으로 2단계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계획상 오는 11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한 뒤 내년 1월부터 3단계로 숭례문 복구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에는 숭례문 누각 해체→조립→완공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복구 일정이 남게 된다. 복구 완료 시점은 2012년 12월이다. 숭례문 석축을 해체하지 않을 경우 시기는 조금 더 당겨질 수도 있다. 문루 복구 작업을 총지휘할 도편수 후보로는 전흥수·신응수·최기영 대목장이 물망에 올라 있다. 모두 대목장 분야의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인간문화재)이다. 문화재청은 한 사람을 도편수에 임명하기보다 세 대목장을 모두 참여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관건은 부재 재활용과 기와 복원… 발굴조사는 덤 사고 현장에서 알뜰히 챙긴 부재는 손상 정도를 세밀하게 조사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전시 및 교육용 등으로 나눈다. 다행스럽게도 경복궁 부재관리소에 보관된 부재의 상당수는 재사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3일에는 대들보로 쓰일 키 20m, 지름 70㎝, 수령 100년 이상의 강원도 삼척 준경묘 금강송 10그루가 부재관리소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궁궐용으로 쓰이던 소나무다. 건조과정을 거쳐 숭례문의 대들보와 추녀를 만드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90% 이상 훼손된 기와를 제작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복원에 필요한 기와는 모두 2만 2465장이다. 한국전통문화학교가 전통기와 제작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하려면 손으로 만드는 전통공법이 필요하다. 무형문화재 한형준 제와장(製瓦匠)이 맡을 전망이다. 부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발굴조사의 성과도 소중하다. 2012년까지 계속될 발굴 작업은 1차 조사 결과, 숭례문 동서 성벽 기초부를 확인했다. 또한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2차 조사에서는 성벽 바깥 부분을 발굴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러시아 문학기행] 크리스마스와 ‘외투’

    [러시아 문학기행] 크리스마스와 ‘외투’

    러시아, 하면 강추위, 러시아의 강추위, 하면 얼굴보다도 큰 털모자가 떠오른다. 러시아 털옷이 유명하고, 또 그곳에 간 관광객들이라면 으레 털모자 하나쯤 사 쓰고 돌아오는 것도 그 까닭일 터인데, 겨울철 러시아인들의 몸과 머리를 감싼 이른바 ‘모피’라는 것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 알려면 실제로 가봐야 한다. 최고급 담비를 위시해 밍크로 통칭되는 해달과 수달, 여우, 토끼, 주머니쥐(오파섬), 양, 곰, 너구리, 멧돼지…, 심지어 다람쥐도 있다. 털외투는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품인 동시에 부와 권세의 척도, 말하자면 ‘신분의 상징’(status symbol)이기도 하다. 웬만한 러시아인이라면 모두 한 벌쯤 갖고 있을 법한, 그러나 어느 누구의 것도 남과 똑같은 법이 없는 털외투. 러시아 겨울의 비극은 거기서 시작된다. 19세기 작가 고골의 단편 <외투>는 어렵사리 장만하고, 그런데 장만하자마자 곧바로 잃어버리는 외투, 즉 붙잡는가 하더니 놓쳐버리고 마는 일생일대의 꿈에 대한 것이다. 아마도 요즘 이맘때가 아닐까 싶다.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의 하급 관리가 새 외투를 마련한다. 너무 낡아 도저히 덧대 입을 수 없는 헌 외투 대신, 저녁까지 굶어가며 연봉의 1/3이 넘는 돈을 일 년 동안 열심히 모은 끝에 새로 맞춘 옷이다. 자기 분수에 맞게 고양이털 깃을 달긴 했으나 “멀리서 보면 담비가죽으로 보일 수 있을 것”같은 그 외투는 생애 최고의 사치품이며, 실은 그 이상의 것이기도 하다. 평소 존재감 없는 그를 무시하고 핍박해온 동료들은 농담 삼아 착복식 파티를 열어준다. 말이 착복식이지 실은 자기들끼리 마시고 놀기 위한 핑계였건만, 기쁨에 들뜬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파티장에서 생전 처음 샴페인까지 두 잔 마신다. 밤늦게 귀가하는 길에는, 이 또한 생전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갑자기 여자를 뒤쫓아가기까지 한다. 그런 그가, 바로 그날 밤, 그 소중한 외투를, 인적 없는 광장에서 강탈당하는 것이다. 새 외투를 잃은 것만으로도 혼이 빠진데다가, 다음날 도움을 청하러 간 ‘고위층 인사’로부터 호된 모욕을 당한 그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심한 고열에 시달리다 죽는다. “깃털 펜 한 다발, 관공서 문서지 한 묶음, 양말 세 켤레, 바지에서 떨어진 단추 두세 개, 그리고 헌 외투”가 유품의 전부이다. 관은, 그의 외투 털이 담비 아닌 고양이의 것이었듯, 비싼 참나무가 아니라 싸구려 소나무로 짜진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러시아 겨울 날씨처럼 냉혹하게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새 외투로 어깨가 으쓱해진 한 소시민이 모처럼 술에 취해 귀가하다가 강풍으로 외투를 날려 버리고(또는 열이 나 벗어젖히고), 그 바람에 독감에 걸려 죽고 만다. 한번쯤 대취해 본 남성이라면 이 해석에 수긍할 수도 있을 듯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야기의 무대인 페테르부르그, 그 황량한 벌판의 겨울 강풍에 외투 깃을 움켜쥐어야만 했던 어느 날 밤, 깨달았었다. 외투 강도는 다름 아닌 페테르부르그의 바람이라고. 그런데 끝은 그게 아니다. 고골은 어쩌면 매우 사실적일 수 있는 하나의 사건에 대단히 환상적인 교훈의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다. 이야기는 보물 1호를 잃고 만 불쌍한 인물의 죽음에서 멈추지 않고, 한 맺힌 그가 유령이 되어 도시 관리들의 외투를 “관등이고 계급이고 가리지 않고” 마구 빼앗다가, 결국 자신을 모욕했던 ‘고위층 관리’의 외투까지 빼앗은 후에야 자취를 감춘다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가장 힘없던 인간이 가장 위력적인 혼으로 되살아나며, 짓밟히고 빼앗겼던 패배자가 짓밟고 빼앗는 승리자로 일어선다. 애처로운 수난극이 무자비한 복수극으로 반전되는 이 지점에서 이제껏 약한 자를 동정해온 독자라면, 마침내 정의는 이루어졌다며 통쾌한 박수를 터뜨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골의 ‘정의’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닐 터이다. 이야기 끝에 등장하는 유령의 복수극은 인간 사회의 실상을 되비쳐주는 거울에 불과하다. 고골의 진정한 교훈은 반복되는 냉엄한 힘의 논리가 아니라, 그 폭력성을 종식시킬 자비의 잠재력에 있다. 춥고 외로운 삶의 겨울에 따뜻한 외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그래서 그것은 결코 ‘신분의 상징’ 따위로 전락될 수 없는, 전락되지 말아야 할 삶의 영원한 필수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이해시키기 위해 고골의 한없이 낮고 미약한 주인공은 희생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나도 당신들의 형제요”라는 그의 기독교적 호소는 궁극의 메시지로 남겨진다. 위협하고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로하고 사랑하기 위해 세상에 온 그리스도의 탄신일에 즈음하여 러시아 문학의 고전이 주는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글 김진영 연세대학교 노문과 교수
  • [쇼핑플러스]

    ●TV프로그램 스펀지에서 밥 말아 먹으면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뽑혔던 오뚜기 스낵면이 용기라면 형태의 스낵면컵으로 출시됐다. 보통 물을 붓고 3~4분 기다려야 하는 다른 라면들과 달리 2분이면 조리된다. 62g, 750원. ●샤니가 초코칩 쿠키 제품인 ‘초코랑 쿠키랑’과 치즈크림을 넣은 ‘미니치즈 핫케익’ 등 유산균을 함유한 빵 미녀의 간식 4종을 내놓았다. 1200원. ●테팔은 한 번 끓인 물을 80℃에서 1시간 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무선주전자 코쿤을 내놓았다. 보온기능을 써 물을 다시 끓일 필요가 없어져 43%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량은 1.7ℓ로 10만 4000원. 080-733-7878. ●아큐브 홈페이지에서 1회용 렌즈 원데이 아큐브 모이스트 체험 기회에 응모할 수 있다. 4월15일까지 홈페이지에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무료 시험 착용 기회를 제공하고 추첨을 통해 스타벅스 기프티콘 등을 경품으로 준다. ●국순당은 소나무 마디를 삶은 물과 쌀로 빚은 약용주인 송절주를 1809년 문헌인 규합총서 기록을 토대로 복원해 출시했다고 밝혔다. 300㎖ 6000원. ●파파존스는 고구마 무스를 하트 모양으로 넣은 밸런타인데이 시즌용 사랑 피자를 28일까지 한정 판매한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파렌하이트가 올해 봄부터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골프라인 지이크 골프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원색을 배제하지 않는 과감한 색상 조합을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탤런트 소지섭이 첫 모델이 됐다. ●삼광유리의 유리밀폐용기 글라스락이 뚜껑에 손잡이가 달린 글라스락 핸디형 6종을 출시했다. 주요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낱개로 판매하고, 2월 중순에는 홈쇼핑에서 세트를 판매한다. 개당 1만 5900~2만 7900원대. 080-080-3100. ●도미노피자는 도이치휠레 피자를 주문하고 1000원을 더 내면 쿵파오 파스타와 크로크무슈 등 7가지 사이드 디시 가운데 하나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다음달 5일까지 실시한다.
  • [전국플러스]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광장 조성

    경기 수원시는 조선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지나던 노송거리를 재현한 광장을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 내 6200㎡에 5월까지 조성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광장에 사람과 말, 가마 모양의 실물크기 토피어리와 능행차 벽화를 설치해 능행차 광경을 재현하고 장송 44그루를 심어 소나무 터널을 만들 계획이다. 3500㎡의 잔디광장에는 계절별로 꽃이 피는 나무를 심어 시민들이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올 8월 수원시 개청 60주년을 맞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효의 도시’로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전국플러스] 파주시, 파평산에 수목원 조성

    파주시 파평산에 수목원이 조성된다. 시는 2011년까지 60억원을 들여 파평면 율곡리 일대 30만㎡에 ‘파평산수목원’(가칭)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DMZ 인근에 위치한 파평산은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곳으로, 시는 이 수목원을 축으로 감악산 산촌생태마을, 임진강체험관광, 판문점 통일안보관광과 연계한 안보관광벨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수목원에는 리기다소나무·참나무 등 침·활엽수림, 철쭉·진달래 등 관목, 야생화 등의 전시시설과 산림체험장, 수목 관찰로, 종자저장고 등이 설치된다. 파평산에는 수령 30년이 넘은 등 참나무류와 소나무류가 많아 보존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국순당, 조선시대 ‘송절주’ 복원

    조선시대 선비와 중인들이 즐겼다는 ‘송절주(松節酒)’를 복원했다고 주류업체 국순당이 3일 밝혔다. 송절주는 말 그대로 소나무 마디를 삶은 물과 쌀로 빚은 전통주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 말기까지 서울 부근에 사는 선비들과 중인들이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국순당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전통주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송절주를 올해 첫 작품으로 복원했다.”고 밝히고 “조선조 말 문헌인 ‘규합총서(閨閤叢書)’의 기록을 바탕으로 소나무 마디를 삶은 물에 멥쌀과 찹쌀을 넣어 찐 지에밥을 멥쌀 죽과 누룩가루, 밀가루 등에 첨가, 송절주 특유의 향과 깔끔함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전국플러스] 전남 화순군 건강타운 3월 착공

    광주에서 20분 거리인 전남 화순군에 건강타운이 들어선다. 화순군은 27일 “화순읍 동구리, 신기·유천리, 수만리, 일심·오성리 등 만연산 자락 4곳을 묶어 종합건강타운(480㏊)을 3월에 착공, 2011년에 마무리짓는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829억원으로 국비 210억원, 도비 68억원, 군비 181억원, 민자 270억원으로 충당된다. 산림청은 건강타운이 들어설 산을 사들인 뒤 개발권을 화순군에 넘겨 주기로 했다. 소나무 숲에는 탐방로와 산책로, 명상의 길, 사색의 마당 등이 꾸며진다.화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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