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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플러스] “발효 젓갈 ‘셀링(sailing)’… 한류화로 세계 시장 도전”

    [인터뷰 플러스] “발효 젓갈 ‘셀링(sailing)’… 한류화로 세계 시장 도전”

    멸치액젓 찌꺼기 재활용해 에너지 생산사업 등 자원화 추진“젓갈은 전통 발효식품 중 하나로서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식품입니다. 새우젓은 특히 키틴 올리고당 성분이 면역력을 강화시켜 각종 바이러스와 감기 예방 등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김희정 아리랑 전통젓갈 대표는 “새우젓은 온갖 종류의 염증 질병에 치료 효과가 좋다”면서 “식도염, 위염, 장염, 구강염 같은 소화기관의 염증에 좋은 식품이다”는 젓갈의 효능을 자랑하듯 설명했다. 새우는 한방에서 양기를 북돋아 신장을 강하게 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젓갈의 메카’라 불리는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에서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친족경영으로 전국 최고의 ‘셀링(sailing) 젓갈’(상표 등록)을 생산해 도소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선친 고(故) 김병선 씨로부터 젓갈 만드는 기술과 젓갈의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노하우를 배웠고, 젓갈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강경지역에서 젓갈을 생산하면 생기는 부산물 잔사의 자원화로 산업폐기물 처리비용의 획기적인 절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김 대표는 발효과정이 젓갈과 유사한 전통차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 결과 그는 차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장관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10월 10일에서 14일까지 5일간 열리는 ‘강경젓갈축제’를 앞두고 젓갈의 메카 강경에서 ‘갓 잡은 새우와 멸치 등을 곧바로 염장’해 숙성 발효식품인 ‘셀링 젓갈’을 생산하는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젓갈의 한류화로 세계시장에 도전할 역량을 기워가는 것이 꿈”이라고 인터뷰하는 김 대표. 그의 꿈이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젓갈의 메카’ 강경에서 선친의 가업을 인수해 친족 경영을 하고 계신데요. 그간의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젓갈의 1번지 강경에서 태어나 젓갈과 함께 ‘젓갈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학 시절 외에는 강경을 떠나보지도 않았죠. 당시 젓갈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김병선 씨)로부터 젓갈 만드는 기술과 젓갈의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강경 젓갈 1호’라는 별명을 들었을 만큼 발효식품인 젓갈의 전문가였습니다. 또 아버지께서는 군산과 서천, 목포와 낙월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거래처를 수없이 방문하셨죠. 젓갈에 열정을 바치신 거죠. 아버님의 생전의 열정과 뜻을 이어 지금은 어머니와 언니, 동생과 함께 ‘젓갈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젓갈에는 많은 종류가 있는데요. 대표님께서 특히 아끼는 젓갈, 말하자면 ‘아리랑 젓갈’을 대표하는 젓갈은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다양한 것이 젓갈 종류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생선을 잡으면 어디 한 부분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젓갈로 담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젓갈이라면 새우젓, 멸치젓, 조개젓, 토하젓, 낙지젓갈, 어리굴젓, 오징어젓, 명란젓, 창난젓, 갈치속젓 등 많습니다. 이 중에서 생선을 통째로 염장한 젓갈은 새우젓, 멸치젓이 대표적이고요. 내장은 창난젓과 갈치속젓, 알은 명란젓이죠. ‘아리랑 젓갈’을 대표하는 브랜드 젓갈은 새우젓과 조개젓, 멸치젓 등입니다. 새우젓은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사라진 입맛을 되돌아오게 한다는 말로 유명한 젓갈입니다. 짭조름하니 감칠맛이 일품이죠.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명칭이 다양한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육젓은 주로 6월에 수확한 산란기의 새우로 담근 젓갈입니다. 새우젓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조개젓은 신석기시대부터 먹어온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젓갈입니다. 잔 조갯살을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로 어떤 젓갈보다 감칠맛이 뛰어납니다. →대표님의 말씀처럼 젓갈은 우리나라 특유의 저장식품으로 독특한 맛과 향, 영양을 갖춘 발효식품인데요. 우리 건강에 미치는 효능은 어떻습니까. -젓갈은 생선이나 조개류 또는 그 내장과 알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우선 풍부합니다. 또 이 단백질이 발효되어 글루탐산, 핵산 물질과 휘발성 성분 등으로 젓갈 특유의 구수한 맛과 영양을 높여줍니다. 특히 쌀밥을 주식으로 할 때 부족하기 쉬운 필수 아미노산 즉 라이신과 트레오닌을 보충해 줍니다. 또한 식욕 증진, 간 보호, 비타민B 보급에 좋으며 감칠맛의 기본이 되는 성분으로 글루탐산, 알라닌 또는 글리신이 대체적으로 높습니다. 특히 새우젓은 키틴 올리고당 성분이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면역력을 높여 각종 바이러스와 감기 예방 등에 효과적이라고 하죠. 그렇다 보니 온갖 종류의 염증 질병에 치료 효과도 좋다고 합니다. 식도염, 위염, 장염, 구강염 같은 소화기관의 염증에 좋은 식품인 거죠.→강경하면 젓갈, 젓갈 하면 강경인데요. 강경젓갈에 대해 자랑한다면 어떻습니까. -강경은 우리나라 굴지의 내포항으로 서해 해산물과 교역량이 많아 한 세기 동안 영화를 누리던 곳으로 평양,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의 하나였습니다. 1930년대 최대의 성시를 이루었던 강경포구는 새우젓을 담가 금강의 물줄기를 이용해 배를 타고 나가 충청북도 부강까지 가서 새우젓을 팔았습니다. 특히 강경은 김대건 신부가 천주교를 세운 곳이고, 한국 침례교가 태동한 곳이기도 합니다. ‘강경 젓갈’의 특징은 모든 재료를 원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선조로부터 이어받은 전통비법에다 현대화된 저장시설로 정갈하게 제조한다는 겁니다. 전국의 어느 젓갈과 비교될 수 없는 옛 고유의 참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거죠.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업형 축제로 ‘강경 젓갈 축제’가 발전했습니다. 당초 IMF가 한창이던 1997년 경제극복의 일환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상인들의 소득증대 취지에서 강경 젓갈 상인들의 뜻을 모아 시작한 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2007년부터 ‘강경젓갈축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젓갈이 염장식품이라는 단순개념에서 탈피해 ‘세계 속의 젓갈, 발효식품’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다진 결과 관광객들의 호응도 훨씬 높아졌죠.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을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3~2015년 최우수축제, 2016~2017년 우수축제의 영애를 안았습니다. 올해 20회를 맞는 강경젓갈축제는 문화광광 우수축제로 선정되어 볼거리, 먹을거리 풍성한 지역 문화축제가 될 겁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젓갈이 잘 삭혀져 숙성발효가 잘되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젓갈의 맛은 발효기술로 결정됩니다. 젓갈 속에 순백으로 하얗게, 마치 박꽃이 피듯 한 젓갈입니다. 그러니까, ‘젓갈 속에 박꽃이 피면 그 제품은 아주 숙성이 잘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젓갈 속의 박꽃’이 징표입니다. →현재의 젓갈 노하우를 얻기까지 시행착오는 없으셨습니까. -어느 분야이든 전문가가 되자면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저 역시 한해에 수없이 많은 젓갈을 버리는 등 국민과 소비자 건강을 위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그렇다면 그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지역 특성에 맞는, 논산딸기를 이용한 ‘딸기 젓갈’을 개발했죠. 이어 ‘동백하 새우젓 액젓’ ‘키조개 젓갈’ 등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젓갈을 숙성하는 ‘당고’도 제가 처음으로 개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젓갈의 표준화를 이루는 겁니다. 다양한 젓갈의 생산과 판매에 필요합니다. 또 저염젓갈 개발과 발효식품으로서의 과학적 근거제시, 원산지 표시, 원료와 젓갈의 투명성 확보, 위생상태 등 수 많은 해결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고급의 양질 젓갈을 생산하자면 부산물, 즉 젓갈 잔사가 생기는데요. 이 젓갈 잔사에 미생물 등을 첨가하는 최첨단 방법으로 ‘에너지 환원’을 통해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잔사 처리비용의 획기적인 절감과 농어촌지역의 악취, 토양의 염류축적 방지 등 환경문제 해결, 그리고 재활용 에너지화라는 1석 4조의 시너지를 창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젓갈의 세계화에도 일익을 담당해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싶습니다. 홍의석 객원기자 hong5960@seoul.co.kr
  • [지구를 보다] 지구 대기상태 보여주는 에어로졸 지도…우리나라는?

    [지구를 보다] 지구 대기상태 보여주는 에어로졸 지도…우리나라는?

    푸른색의 아름다운 지구가 아닌 마치 멸망을 앞둔 것같은 우울한 지구촌의 모습을 담아낸 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세계를 사진으로 공개했다. NASA가 보유한 지구 관측 위성들의 데이터로 만들어 낸 이 사진은 전세계 대기에 떠있는 에어로졸 분포와 흐름을 보여주는 에어로졸 지도다. 에어로졸(aerosols)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상태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에어로졸은 사막의 모래나 바다의 소금입자, 화산이 터져서 발생하는 황산염처럼 자연 발생적으로 발생해 대기로 올라간다. 그러나 인류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긴 에어로졸은 이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이 돼 반대로 우리의 숨을 옥죄고 있다. NASA가 공개한 이 사진은 지난 23일 지구의 에어로졸을 담은 것으로 오렌지색은 '블랙카본'을 의미한다. 블랙카본(black carbon)은 석탄이나 석유, 나무 등 탄소를 포함한 연료가 불완전 연소하며 생기는 그을음으로 북미 대륙과 아프리카 등이 유독 오렌지색인 것은 거대한 산불 때문이다. 또 보라색은 먼지를 의미하는데 이는 주로 사막이나 사막화된 지역에서 날아온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밑으로 푸른색의 거대한 원형이 보이는데 이는 바다의 소금기를 머금은 태풍 솔릭과 시마가 표현된 것이다.          사진=NASA/Joshua Stevens/Adam Voiland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폭염으로 지친 심신 북돋우는 충남 먹거리 축제 잇따라

    폭염으로 지친 심신 북돋우는 충남 먹거리 축제 잇따라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고 북돋우는 먹거리 축제가 충남에서 잇따라 열린다. 수도권에서 멀지않은 것도 장점이다. 25일 충남 홍성군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서부면 남당항에서 ‘남당항 대하축제’가 벌어진다. 축제는 어선 30척이 남당항 바다를 돌면서 벌이는 퍼레이드가 장관이다. 20~30분 간 배를 운항하면서 풍어를 기원하는 것이다. 대하는 생새우, 소금구이, 튀김 등으로 먹을 수 있다. 김용태(57) 축제추진위원장은 “대하는 9월 들어 씨알이 굵어진다”고 말했다. 품바 및 연예인 공연 등도 있지만 대하잡기 등 체험행사가 인기 있다. 토·일요일에는 대하잡기 외에 말이 수레를 끌면서 갯벌을 거닐거나 달리는 승마체험도 있다. 4~6명이 3만원을 주고 함께 수레를 타면 된다. 낚시를 즐기는 관광객은 낚시체험도 할 수 있다. 대하 값은 포장 3만 5000원, 현장 요리 4만 5000원을 균일하게 받는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올해 축제 때는 남당항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죽도까지 오가는 유람선을 운항한다. 요금은 왕복 1만원을 받을 계획”이라며 “축제가 끝나도 대하는 계속 먹을 수 있고, 오는 11월 4일까지 꽃게 등 남당항에서 생산되는 갖가지 수산물을 판매하며 축제 때 했던 이벤트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달 1일부터 16일까지 서천군 서면 홍원항에서는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축제’가 펼쳐진다. 전어는 ‘바다의 깨소금’으로 불리는 가을철 별미다. 회와 무침과 구이로 많이 먹는다. 이상원(62) 축제추진위원장은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놔 전어가 많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가을철 꽃게는 수게가 좋다. 살이 통통하다. 탕으로도 먹지만 쪄 먹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축제는 보물찾기를 통한 특산품 증정 등으로 꾸며진다. 서천은 소곡주, 모시젓갈, 김 등이 유명하다. 이 위원장은 “전어의 경우 회와 구이는 3만원, 무침은 3만 5000원으로 정했기 때문에 무턱대고 바가지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구입하지 않고 뜨내기 상인한테 속아 중국산 꽃게 등을 사는 것이 문제”라고 귀띔했다. 충남에서는 또 다음달 7~9일 열리는 ‘청양 고추·구기자축제’도 볼 만하다. 전국 아마추어색소폰 경연대회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김장철 필수품인 고추와 고춧가루를 일찌감치 사두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품질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나 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달큰 짭조름한 이 맛…고구려인도 사랑한 불고기

    달큰 짭조름한 이 맛…고구려인도 사랑한 불고기

    ‘국물이냐, 석쇠냐’ 지역별 조리법 달라 고유의 맛 살려 숯불 석쇠에 구운 언양식 궁중 수라에서 유래한 전골 같은 서울식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불고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 음식’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인정한 한국의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불고기는 조리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재운 후 육수를 자작하게 구워 내는 ‘국물 불고기’와 고기를 숯불 석쇠에 올려 바싹하게 구워내는 ‘석쇠 불고기’가 대표적이다. 육수를 사용한 국물 불고기는 서울식으로 불리고, 석쇠 불고기는 울산 언양식과 전남 광양식이 유명하다. 고소한 불고기로 더위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구려 ‘맥적’에서 유래한 전통음식 불고기는 고구려의 맥적(貊炙)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적은 양념한 고기를 꼬치에 꿰어 불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고려시대에 불교가 국교로 지정되면서 육식을 금하는 풍습에 따라 잠시 사라졌던 불고기는 고려 말기에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설하멱(雪下覓)이라는 음식으로 다시 먹기 시작했다. 1800년대에 들어서 석쇠나 번철과 같은 조리 기구가 쓰이면서 석쇠를 이용해 불에 간접적으로 굽는 너비아니로 발전하였고, 지금의 불고기로 이어져 오고 있다. 불고기는 조리 방법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소 등심, 안심과 같이 연하고 맛있는 부위를 얇게 저며 간장, 설탕, 배즙 등으로 만든 양념에 재워 구워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소금 간 정도만 해 구워 먹는 때도 있다. 양념한 고기에 채소와 당면을 넣고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기도 하고, 석쇠를 이용해 육수 없이 구워 먹기도 한다. 불고기는 보통 소고기를 이용한 음식을 말하고, 돼지나 닭고기를 이용하면 돼지불고기 또는 닭불고기 등으로 구분해 부른다.●언양식은 칼로 얇게 썬 뒤 최소한의 양념만 60년 전통의 울산 울주군 언양불고기는 일반 양념 불고기와 달리 양념을 조금만 사용해 고기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언양지역의 특산물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한 뒤 숯불 석쇠에 올려 구워 먹는다. 양념 맛이 적은 반면 특유의 육질과 고소함이 느껴진다. 언양불고기는 칼로 저미는 대신 얇게 썬 뒤 최소의 양념만을 사용해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린다. 그러려면 질 좋은 고기를 사용해야 한다. 구울 때는 석쇠를 불에 얹어 달군 다음 고기를 펴 놓고 센 불에서 겉만 재빨리 익힌 후 중불에서 천천히 속까지 익혀 낸다. 이렇게 구워 낸 불고기에 깻잎과 상추, 배춧잎, 산나물 잎 등 쌈을 곁들여 먹으면 영양적인 면에서 더욱 완벽한 음식이 된다. 언양불고기에 사용되는 한우는 독특하다. 보통 송아지 1~3마리를 낳은 3~4년생 암소 고기를 사용한다. 도축한 지 24시간 된 싱싱한 고기를 사용해야 제맛을 낼 수 있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로 유명한 곳이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의 깨끗한 물이 있고 풍부하고 드넓은 초지가 많아 소를 키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이런 영향으로 언양에는 큰 우시장이 생겨났고 도축장과 푸줏간도 들어섰다. 언양불고기가 유명해진 것은 1960년대부터다. 60년대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이 언양의 고기 맛을 알리면서 전국적으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우불고기가 유명해지자 고깃집이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속속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 언양읍 불고기특구(불고기단지)에는 30여개의 전문 음식점이 있다. 2006년에는 재정경제부로부터 전국 첫 한우불고기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언양한우불고기축제에는 전국의 미식가들이 찾아와 고소한 불고기를 즐긴다.●일본으로 건너가 ‘야키니쿠’ 탄생 서울식 불고기는 일반인들이 흔히 떠올리는 불고기다. 일반 가정에서도 가장 많이 해 먹는 방식이다. 언양식, 광양식과 달리 서울식 불고기는 임금님이 먹던 궁중 수라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일종의 전골식 불고기라고 보면 된다.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얇은 양은 화로를 사용한다. 화로 주변부에 달달한 육수를 붓고 가운데 육수가 없는 부분에 얇게 썬 양념 등심을 놓고 익히다가 육수에 찍어 먹거나 육수에 담가서 익혀 먹을 수 있다. 달달한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전골과 흡사한 형태다. 육즙과 육수가 어울려 더 깊은 맛을 낸다. 버섯, 파 등 여러 종류의 채소와 당면,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어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즐기기 좋다. 양념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야들야들하고 뜨끈한 소불고기가 몸속 한기를 밀어낸다. 고기를 품은 육수는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낸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에서 소 사육이 늘면서, 양념 솜씨가 발휘된 불고기가 탄생했다고 한다. 일본에 건너간 우리 교포들이 소고기구이 음식점을 차려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야키니쿠가 나왔다. 서울식 불고기는 1939년에 개업해 3대에 걸쳐 운영 중인 강남구 신사동의 한일관이 유명하다.●매년 10월 서천변에선 전통 숯불구이 축제 청동화로에 참숯을 피워 구리 석쇠에 구워 낸 광양불고기는 고소하고 연해 그 맛이 일품이다. 광양불고기의 내력은 수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김해 김씨 성을 가진 부부가 사연 끝에 아들을 데리고 광양으로 들어와 광양읍성 밖에 거주했는데 성 밖 인근에 조정에서 벼슬을 하다 귀양 온 선비들이 살고 있었다. 이 선비들은 성 밖에 사는 주민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고, 김씨 부부는 그 보은의 정으로 어린 송아지나 연한 암소를 잡아 갖은 양념을 하고 참숯불을 피워 석쇠에 고기를 구워 접대했다. 그 선비 중 귀양에서 풀려나 다시 관직에 복귀, 한양에 가서도 광양에서 맛본 고기 맛을 못 잊어 ‘천하일미 마로화적’이라며 광양불고기의 맛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마로는 광양의 옛 지명으로 이 세상 최고의 맛은 마로현 불고기라는 뜻이다. 비결은 얇게 다진 소고기와 집집마다 특색 있는 양념을 살짝 버무린 데 있다. 옛날부터 내려온 전통의 화로와 석쇠, 부드러운 고기를 써서 참나무 숯과 양념이 조화를 이뤄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고기가 얇게 저며 있어 화력 좋은 숯불에 금방 익는다. 달달한 불고기 향은 코끝을 자극한다. 광양식 불고기에 최적화된 전용 집게가 있어 먹기에도 편하다. 육수에 파김치, 배추김치를 넣어서 푹 고아놓은 국에 숯불고기와 채소, 나물을 넣은 빨간국도 별미로 통한다. 광양의 명물인 매실 장아찌도 같이 맛볼 수 있다.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광양불고기라고 칭한 식당을 볼 수 있으나 원조에 미치지 못한다. 20여 개의 숯불구이집이 몰려 있는 서천변엔 ‘불고기 특화거리’가 조성됐다. 시내에도 5~6곳이 있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은 필수다. 매년 10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서천변에서 전통 숯불구이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오는 10월 5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다. 서천변 3㏊에 울긋불긋 화사한 코스모스가 만발해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맛과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염전…인류가 바꿔놓은 세상을 보다

    [지구를 보다] 하늘에서 본 염전…인류가 바꿔놓은 세상을 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본 지중해의 염전은 마치 한폭의 추상화 같다. 염전 내 구획은 미생물의 영향으로 알록달록 파스텔톤 색상으로 변했고 곳곳에 쌓인 소금 더미는 흰색 물감을 덧칠한 듯하다. 최근 미국 CNN 등 외신은 독일의 항공촬영 사진작가 톰 헤겐(27)이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등에서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열기구, 헬리콥터, 또는 비행기를 이용해 촬영한 항공사진 시리즈를 소개했다. ‘소금 연작’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작품은 인간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 것으로, 작가는 염전 외에도 채석장이나 농지, 탄관 산업의 부산물로 색이 변한 수로의 모습도 작품에 담고 있다. 원래 석사학위 논문에 담기 위해 시작했다는 작가의 이같은 프로젝트는 오랜 기간 계속돼 이제 ‘서식지’(HABITAT)라는 제목의 포토북으로 출간된다. 작가는 과거 뭔헨에서 열린 한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전시회는 인류세 탐구를 주제로 한 것이었다. 인류세는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한 새로운 지질시대에 관한 개념으로,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 탓에 지구의 환경 체계가 급격하게 변했고 이에 따라 인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헤겔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인류 시대에 살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면서 “이는 우리가 지구의 지질학적·생물학적·대기학적 과정을 바꿔 놔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보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가 흔히 쓰는 자원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항공촬영을 전문으로 했으며 3년 전부터는 스스로 조립한 쿼드콥터(프로펠러 4기를 탑재한 드론)에 카메라를 달았다. 그리고 드론을 날리는 동안 모니터를 통해 자신이 담고 싶은 구도를 만들어냈다. 촬영 전에는 구글의 지도서비스 ‘구글 어스’로 촬영 장소를 사전 답사하고 일기예보를 보고 촬영 날짜를 잡았다. 이에 따라 헤겐은 항공촬영을 두고 “힘든 준비에 기반을 둔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그의 사진은 이른바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일출 직후나 일몰 직전에 촬영한 것이 많다. 하늘에서 카메라로 내려다보면 모든 이미지를 한 화면에 온전히 담을 수 있고 이는 사진에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항은 항공 촬영을 할 때 피사체인 시설이나 농장, 또는 자연 경관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런 것은 모두 땅 위에서도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톰 헤겔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조성룡·심세중의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죽음 앞에서 동등…묘지도 도시처럼 설계하다

    불문학자이자 문학 평론가인 황현산(1945~2018)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건 사흘장의 발인 날 아침이었다. 고려대 교수로 정년 퇴임하셨고 같은 대학 병원에서 투병하셨으니 장소는 고려대병원 장례식장이었다. 기억할 만한 2018년 여름의 태양이 이른 아침부터 새하얗게 내리쬐었다. 평생의 도반 김인환 선생의 조사와 후배 문인, 가족들의 마지막 인사는 빈소 안에서 조용히 이루어졌다. 빈소 밖에는 훨씬 많은 조문객이 모여들었다. 행렬이 영정을 따라 3층의 빈소부터 1층까지 걸어 내려와 정문 옆으로 좁게 난 쪽문을 비집고 나가자, 주차장에 운구차가 트렁크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바퀴 달린 카트에 실려 온 관이 매끄럽게 올라탔을 때 선생의 사모님은 기사에게 잠시 문을 닫지 말아 달라 부탁하셨다. “아주까리 꽃 그림자 흔들리는 섬 속에 / 하모니카 안타까운 강남달 시절 / 갈매기 울어 울어 해 지는 선창에 / 모자를 흔들면서 떠나던 사람아.” ‘풍각쟁이’ 최은진(58) 선생의 ‘아주까리 수첩’이 울려퍼졌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조명암이 작사하고 목포 사람 이봉룡이 작곡한 1940년대 노래다. 남도 섬의 헤어짐과 기다림을 그린 이 노래를, 황현산 선생은 그로부터 열흘 전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다. (‘아주까리 수첩’은 선생의 다음 책 ‘전위와 고전’이 수록될 시리즈의 제목이기도 하다.) 음반 출시를 앞두고 고향이 전남 신안 비금도인 선생께 먼저 들려드렸을 때 “얼마나 예뻐” 하시더니, 사모님이 따로 청하여 이루어진 무대였다.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고마웠습니다. 모두 선생님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가수 최은진 선생의 마이크 소리에 맞춰 모인 이들이 마지막 인사를 드린 그 장면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었으리라 믿는다.노래의 여운은 짧았다. “자, 다음 발인 못 하고 있거든요. 빨리 나가 주세요.” 상조 회사 옷을 입은 아저씨가 뒤를 몰아쳤다. 운구차와 버스는 화장장으로 떠나고, 각자 타고 온 차들이 줄지어 나가고, 사정없는 햇볕 아래서도 남은 자들의 마음은 눅눅하다. “1990년대부터 갑자기 바뀐 거 같아요. 90년대 초반까지는 입원해 있다가도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모셨잖아요. 그래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설계할 때 승강기 구조를 고쳐서 관을 수평으로 운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비좁은 아파트 살던 시절에 부모님 빈소를 마련했는데, 상주도 문상객도 불편하더라고요. 그게 떠올라서 건물 사이에 공간을 많이 비워서 천막을 칠 수 있게 했어요. 거기서 노제도 하곤 하더니, 어떻게 순식간에… 없어졌어요.” 영결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성룡 선생은, 묘지 이야기를 꺼냈다. 스웨덴의 건축가 시구르드 레베렌츠가 조경을 맡은 스톡홀름의 우드랜드 묘지공원(스콕쉬르코고르덴 묘지공원), 이른바 ‘숲의 화장장’부터 시작한다.“시내에서 전철로 갈 수 있어요. 굉장히 넓은 땅인데 전차에서 내려 조금 걸으면 정문이 있어요. 들어서면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 나타나요. 멀리 언덕 너머에 소나무 숲이 걸려 있고 거대한 십자가 모양 조형물이 눈에 들어와요. 대개는 정면의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죠. 하지만 안내자를 따라 오른쪽의 ‘양탄자 깔듯이’ 잔디로 조성한 언덕, 느릅나무 있는 곳으로 갔어요. 원래 있던 숲의 일부를 조정해 인위적으로 만들었음을 드러내는 구간이죠. ‘기억의 작은 숲’을 지나 1㎞ 떨어진 ‘부활 교회’까지 긴 길을 걸었어요. 숲속을 걸으면서 죽음과 대화하는 시간이었죠. 레베렌츠가 쓴 짧은 수필이 하나 있는데, 묘지에 수직 구조물을 바라지 않는다, 수평으로 낮은 비석이 근대 시민에게 어울린다고 썼어요.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에, 그런 묘비들이 햇빛을 받으면 보석처럼 반짝이지요.” “스웨덴이 100여년 전에 사회민주주의를 하면서 고민한 제일 중요한 것이 노동자 주거 정책이고 의료, 노숙자, 노인 대책을 열심히 만들었나 봐요. 그중에 하나가 묘지예요.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는 현상은 유럽 어디나 산업혁명 하면서 겪었고 그러다 보니까 묘지가 난개발이었죠. 이 사람들이 고민하면서 여러 논의를 해 나가죠. 인간이 죽음 앞에서 동등하다, 민주주의 가치에 따른 묘지를 만들자는 논의를 하면서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해요. 지침부터가 대단히 자세했어요.” 1912년에 스톡홀름 시 의회가 소나무가 무성한 채석장을 확보한 다음에 내세운 공모 지침은 자연 풍경을 훼손하지 말 것, 품위 있게 설계할 것, 디테일까지 예술적일 것, 기존 채석장의 돌을 활용할 것 등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독일 묘지를 본뜨려고 했어요. 그런데 공모를 하자마자 1차 대전이 터지니까 독일은 전쟁에 빠져들었죠. 그 바람에 젊은 국내파들이 당선된 거예요.” 스웨덴 사람들이 모델로 삼았던 것은 1907년에 설립된 뮌헨의 숲 묘지였다. 뮌헨 지자체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묘역을 조성하는 대신 도시 외곽의 동서남북 네 군데 묘지를 나누어 숲 묘지를 조성했다. 그것은 “죽은 자들의 도시”이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화해 주는 자연이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라는 건축가가 건물을 맡고 전체 조경 계획은 레베렌츠라는 사람이 맡아요. 묘지가 완성을 볼 때까지 30~40년이 걸려요. 굉장히 오랜 시간이죠. 아스플룬드하고 레베렌츠가 학교 동창이야. 그런데 두 사람이 약간 달랐어요. 아스플룬드는 성공의 길을 아는데, 레베렌츠는 하기 싫은 건 안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없고 생각을 글로 남기지도 않았어요. ‘숲의 화장장’도 한동안 아스플룬드가 한 거로 알려졌어요.” 숲의 화장장에서 ‘건물과 풍경이 하나’ 되는 작업이 이루어진 것은 레베렌츠의 주도였다. 사업 자체가 워낙 장기화되고 바뀌면서 레베렌츠가 해임되는 일도 있었다. 레베렌츠는 한동안 창문 새시 공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공공건축을 해나갔다. 그러나 1940년 아스플룬드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레베렌츠가 마무리 작업을 맡게 된다. 1970년대 들어 재조명되기 시작한 스톡홀름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레베렌츠의 작업 중 또 하나의 묘지가 1916년에 설계 경기로 당선된, 항구도시 말뫼의 동부 묘지다. “평화롭고 고요한 묘지라면서 좋아들 하지요.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는 도시를 봐요. 스톡홀름의 묘지가 거대한 장묘 단지라면 말뫼 묘지는 도시의 일부 같거든요. 지형에 따라 두 구역으로 구획하고 그 사이 도로변에 방문자센터, 화장장, 기념 교회, 광장, 추념 공간을… 마치 도시처럼 계획했어요. 마지막으로 묘지 입구에 거친 콘크리트로 아주 작은 꽃집(1974년)을 지었어요. 그때 레베렌츠 나이가 89세였어요. 우드랜드나 레베렌츠를 소개하려는 게 아니에요. 결국 우리 문제 말이죠. 일제 때의 묘지 계획 답습하면서, 오히려 그 뒤로 더 나빠졌어요. 우리가 신도시를 계획할 때 묘지를 미리 제대로 숙고해 본 적이 별로 없어요. 말로는 동방예의지국이니 하면서요. 그래 놓고서 유럽 어디 갔더니 무슨 묘지 멋있더라, 그렇게 감상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자체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봐요. 그랬다면 우리 동네에 대형 화장장, 납골당은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심했을까요. 광화문광장 고치는 문제보다 아파트 단지마다 동네마다, 운구차가 멈췄다 떠날 작은 장소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집에서 관이 나오면, 망자가 살던 마을 어귀에서, 일하던 장터 입구에서도 노제를 하는 것을 불과 20년 전에도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 돗자리 깔고 병풍 치고 꽃상여 걸쳐 놓고서 다시 제를 지냈다. 이웃들은 대개 그 언저리에서 술 한잔으로 먼 길을 배웅한다. 그럴 때 상엿소리를 하거나 풍물을 치거나 살풀이며 종이꽃을 만드는 갖가지 재주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를 잇거나 떼어 주는 일을 맡았다. 이제 그런 일들이 하나하나 예술이 되었다. 그 예술은 우리의 비루한 삶과 죽음 속에서 궂은 기능을 맡지 않는다. 장례식장의 발인장은 주유소를 닮았고 관은 컨베이어벨트처럼 바퀴 위에 실린다. 알지 못하는 301호와 204호 누군가가 십 분 간격으로 기다리는데, 우리는 애틋한 의식의 시간을 나눌 수 없다. “어렸을 때 마을 뒷동산 기슭에 공동묘지가 있었죠. 가면 쭈뼛하죠. 그렇게 죽음이 곁에 있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배우죠. 동네마다 조금씩 작은 무덤을, 평화롭게 만들면 좋겠지. 무덤을 가까이 못 두면 아파트 단지 어디에 거기 살다가 죽은 가족을 기억할 작은 숲이라도, 나무 몇 그루라도 둘 수는 없는가. 의식을 하려면 장소가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냥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수천 년 동안 왜 마을 뒤에 싫은 묘지를 두었는가, 그걸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다음 세대에 교육할 때, 우리 삶이 정말 좋아지고 정말 민주 사회가 될 거예요.” 황현산 선생의 영결식은 아름다웠다. 비금도 섬 그림자가, 다도해의 물결이 잠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노래 한 곡절로도 우리는 한결 잘 헤어졌다. 죽으면 다 소용없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그렇겠지. 그러나 이 품위는 죽은 사람을 위한 건가, 산 사람을 위한 건가. “도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자연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늘 ‘자연산’을 구하지만 벌레 먹은 소채에 손을 내밀지는 않는다. 자연에는 삶과 함께 죽음이 깃들어 있다. 도시민들은 그 죽음을 견디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처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철저하게 막아 내려 한다. 그러나 죽음을 끌어안지 않은 삶은 없기에, 죽음을 막다 보면 결과적으로 삶까지도 막아 버린다. 죽음을 견디지 못하는 곳에는 죽음만 남는다.”-황현산, ‘소금과 죽음’(한겨레신문 2009년 8월 15일자) 기획 수류산방 조성룡 건축가·도시건축 대표 심세중 수류산방 편집장■ 시구르드 레베렌츠(1885~1975)는 스웨덴의 건축가로 원래는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군나르 아스플룬드(1885~1940)와 함께 29세이던 1914년에 스톡홀름 남쪽 우드랜드 묘지공원 설계 공모에 당선되었다. 이후 한동안 건축을 멀리하다가 말년에 다시 설계를 맡았다. 레베렌츠가 설계한 묘지와 교회, 시립 극장과 노동자 주택 등은 대부분이 공모를 통한 공공 작업이었다. 오로지 건축 현장에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한 드문 근대 건축가이자 조경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1970~80년대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우드랜드 묘지공원은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 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 유산 목록에 수많은 묘지가 있지만 근대 건축가가 계획한 사례는 유일하다.
  • 中까지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 국내 양돈 지키기 총력

    中까지 덮친 ‘아프리카돼지열병’… 청정 국내 양돈 지키기 총력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치사율이 30%가 넘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아직 백신이 없다. 일단 발병하면 살처분 말고는 방법이 없어 자칫 국내 양돈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지난 1일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이 확인된 데 이어 지난 14일과 15일 추가 발병이 확진됐다. 바로 옆 중국에서 병이 확산되자 과거 구제역 파동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선 ‘예방만이 살길’이라며 공항·항만 관리 강화, 양돈농가 등을 대상으로 한 방역, 대국민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20일에는 관계기관과 전문가, 생산자단체 등과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해외 발생 동향과 국내 유입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원래 1920년대부터 아프리카 지역 돼지에 풍토병으로 존재했다. 2007년 조지아(옛 그루지야)에 있는 한 항구에 아프리카를 경유한 선박이 정박했는데 이 선박에서 나온 잔반을 그 지역 돼지에게 먹이면서 발생해 유럽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웃나라인 아르메니아 등을 거쳐 2012년 우크라이나, 2013년 벨라루스, 2014년 발트 3국(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과 폴란드까지 확산됐다. 2017년에는 체코와 루마니아에서도 발병했다. 급기야 지난해 3월에는 러시아·몽골 접경인 이르쿠츠크에서도 발병했다. 이르쿠츠크는 기존에 발병했던 지역과 4000㎞ 넘게 떨어져 있었다. 더구나 이달 초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가 나타났다. 지난 14일 허난성 도축장에서 발견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는 헤이룽장성에서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헤이룽장성은 북한과 가까운 동북 3성에 속한다. 지난 15일에는 장쑤성 롄윈강시에서도 신고가 들어왔고 88마리의 돼지가 폐사했다. 중국과 한국은 사람과 물자 이동이 활발해서 방역당국으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전 세계 돼지의 절반이 몰려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각국 정부가 신경을 안 써서 질병이 확산되는 게 아니다.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백신이 없고, 앞으로도 백신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유전자 크기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10배가량 많은 유전자를 갖고 있다. 유전자가 크다 보니 유전자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단백질 종류도 최대 151개다.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처지에선 강적을 제대로 만난 셈이다. ●염지 상태 182~300일 생존… 육포 안심 못 해 바이러스는 대체로 열이나 건조한 조건에 약해서 체외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렇지도 않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막강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매뉴얼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냉동고기에서 1000일가량, 심지어 염지(소금 등에 절여 간을 하는 것)된 고기나 건조된 고기에서도 182~300일 이상 생존할 수 있어 육포조차 안심할 수 없다. 백신도 없고 생존력도 엄청나니 일단 발병하면 살처분 말고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 고열과 식욕 결핍, 유산 등 증상을 보인다. 오순민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은 “당장 백신을 기다릴 수도 없는 지금으로선 바이러스 유입을 미리 차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어떤 경로로 옮을까. 유럽식품안전국이 2014년 발간한 자료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돼지 이동과 잔반 사료로 인한 감염이 73%를 차지했다. 이르쿠츠크에서는 약 40마리를 잔반으로 키우는 돼지 사육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바꿔서 돼지에게 먹이는 농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유럽에선 야생 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는 것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가령 중부 유럽에서 영국이나 독일로 일하러 들어오는 많은 노동자들이 소시지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 같은 음식을 자국에서 가지고 오는데, 이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야생 멧돼지가 먹고 감염되는 사례가 있다. 야생 돼지는 일단 바이러스에 걸리면 평생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보균 돼지가 된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에선 사냥으로 야생 돼지 개체수를 줄이고, 감염국에서 들어오는 노동자나 여행객에게 음식물 반입 금지를 홍보하는 실정이다. 한국은 당장은 야생 돼지로 인한 발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아시아 대륙과는 유일하게 북한을 통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정보 교류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에 유입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한 예방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2007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조지아에서 발생하고 반년 뒤 러시아 국경지역에서도 등장한 것에서 보듯 야생 돼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경을 넘어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다시 한국으로 옮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질병을 옮기는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사람이다. 외국에서 불법 축산물을 가지고 오다 공항이나 항만에서 적발된 게 해마다 약 2t이나 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불법 축산물이 공항과 항만 단속을 빠져나가면 바로 그 순간부터 축산농가에겐 재앙이 시작되는 셈이다. ●각 시·도에 항원·항체 진단체계 만들어 대응 농식품부에선 유럽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뒤 방역대책을 발전시켜 왔다. 항원·항체 진단법을 2009년 확립하고 사육 돼지와 야생 멧돼지를 대상으로 혈청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공항이나 항만에서 압수한 불법 휴대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품 항원검사도 2016년 100건, 2017년 112건을 했다. 지난 2월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 관리대책도 마련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국가와 관련한 세관 합동검사를 주 2회 실시하고 전담요원도 배치했다. 특히 중국발 항공편 노선에 검역 탐지견을 집중 투입해 검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혹시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신속히 살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긴급 행동지침도 만들 계획이다. 살처분 매몰지도 미리 선정해놓았다. 국내 방역은 국제기구에서 권장하는 유효 소독성분을 포함하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시·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항원·항체 진단체계를 구축했다. 농식품부 김대균 구제역방역과장은 “시·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검사할 수 있는 실험실과 진단기관이 없는데 관련 전문가도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예방이 최선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됐을 때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적·물적 기반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한 젓가락 호로록~ 허기진 마음 채웠다

    한 젓가락 호로록~ 허기진 마음 채웠다

    국수는 서민들의 오랜 친구다. 먹을 게 풍족하지 않던 시절 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서로 소통했다. 이상국 시인은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고 노래했다. 지역에 가면 그들의 삶과 애환이 깃든 친근한 국수를 만날 수 있다. 사람 냄새 물씬 나고 옛 향기가 담겨 있는 국수를 먹다 보면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혹자는 말했다. 국수는 ‘캔버스처럼 하얀 면 위에 지역별 식문화라는 화가가 그려 나간 작품’이라고.①진한 팥국물 침샘 폭발 ‘팥칼국수’ 팥칼국수는 진한 팥국물과 졸깃한 면발이 일품인 전라도의 별미다. 곱게 거른 팥물을 끓이다가 밀가루로 반죽한 칼국수를 넣어 익으면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칼국수 대신 국수나 수제비를 이용하기도 한다. ‘맛의 고장’ 전북 전주에서는 팥칼국수집이 사계절 인기다. 물리지 않는 팥의 단맛과 식감 좋은 칼국수가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국산 팥을 사용하기 때문에 풍미가 뛰어나고 뒷맛이 깔끔하다. 쌀로 만든 새알심과 달리 식혀 먹어도 면이 붇지 않아 간식으로도 좋다. 팥은 1차로 고농도 소금물에 삶는다. 1차로 삶은 물은 버리고 찬물에 깨끗이 헹궈 짠맛을 없앤다. 2차로 삶을 때는 센불을 이용해야 팥이 부드럽다. 팥물을 내는 방식은 두 가지다. 예전에는 잘 익은 팥을 채에 넣고 갈아 팥물을 내렸다. 최근에는 껍질까지 모두 믹서에 넣고 갈아 쓰기 때문에 색깔이 더 곱고 영양가도 풍부하다. 각종 비타민과 식이섬유, 엽산, 인, 칼륨 등이 많이 함유돼 있다. 칼국수는 졸깃한 맛이 나도록 반죽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칼로 썬 면을 바로 넣지 않고 다시 한번 치대어야 엉겨 붙지 않고 식감이 살아난다. 시원한 동침이를 곁들이면 개운함과 든든함을 만끽할 수 있다.②사골·닭 육수에 전분으로 감칠맛 더한 ‘밀면’ 사골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전분이 함유된 면발에다 갖은 고명을 얹어 먹는 음식으로 부산의 대표적 향토 음식중 하나다. 밀면의 유래는 6·25전쟁 때 북한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에서 즐겨먹던 냉면을 구호물품인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던 데서 유래했다. 실향민인 고 이영순 할머니가 1952년 남구 우암동에 문을 연 ‘내호냉면’이 부산 밀면의 원조로 전해지고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마음이 만들어 낸 음식인 셈이다. 전분이 함유돼 일반 국수보다 쫄깃한 맛이 감칠맛을 더해 준다. 육수는 돼지나 소의 사골, 혹은 소고기의 양지나 사태 부위, 닭 뼈 등을 넣어 푹 고아 만든다. 밀가루가 주재료인 밀면의 특성상 소화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감초, 당귀, 계피 등의 한약 재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부산시는 2009년 밀면을 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으로 선정했다.물밀면과 비빔밀면, 온밀면이 있는데 여름철에는 찬 육수의 물밀면과 비빔밀면을 즐기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면서도 얼큰한 온밀면을 주로 먹는다. 물밀면과 비빔밀면에는 고추장 양념장을 넣는 것에 비해 온밀면에는 고추장 양념 대신 잘 익은 김치를 고명으로 올려 간을 맞춘다.③멸치 육수에 애호박·배추 곁들인 ‘누른국수’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만큼 대구사람들의 국수 사랑은 유별나다, 누른국수는 동인동찜갈비, 납작만두, 막창구이 등과 함께 대구 10미(味) 중 하나다. 밀가루에 콩가루, 물, 소금을 넣어 반죽한 뒤 얇게 밀어 가늘게 채썬다. 끓는 물에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넣어 육수를 우려낸 뒤 채썬 애호박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배추를 넣는다. 여기에 김가루나 지단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이렇게 하면 누른국수 한 그릇이 만들어진다. 누른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영양까지 보탰다. 대구에는 유명한 누른국수집이 많다. 중구 노보텔 뒤는 한때 누른국수골목으로 유명했다. 그곳에서 ‘암뽕에 소주 한 병 바람’이 일어났다고 한다. 서문시장에는 국수가게 300여개가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가게마다 누른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된 ‘동곡원조할매 손칼국수’는 반죽에 계란물을 넣어 면에 고소한 맛과 쫄깃함을 더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중구 삼덕동의 대백칼국수, 중구 서성로의 금와식당, 달서구 송현동의 참한손칼국수, 중구 종로2가의 다전칼국수 등도 누른국수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④쫄깃쫄깃 탄력 있는 메밀국수 ‘콧등치기국수’ 쫄깃쫄깃 탄력이 있어 ‘후루룩~’ 하고 메밀국수를 먹을 때마다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콧등치기국수다. 강원도 정선의 대표 토속음식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메밀가루를 즉석에서 빡빡하게 반죽한 뒤 투박한 부엌칼로 숭덩숭덩 썰어 삶아 내 면발이 굵고 탱글거린다. 이런 메밀칼국수에 삶은 애호박과 갖은 양념 간장을 올린 뒤 냉육수를 부어 한입 베어 먹으면 면발 끝이 콧등을 툭 치며 웃음과 재미를 더한다. 요즘에는 냉육수보다 뜨겁게 삶아 한 사발씩 내는 음식점이 더 많아졌다. 콧등치기국수는 일반 칼국수나 메밀국수보다 굵고 납작한 면발이 특징이어서 일반 국수보다 씹는 식감도 좋다. 콧등치기국수를 더 재미있게 먹으려면 그릇에 코를 박고 먹어야 하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어야 한다. 코를 박고 먹다 보면 면발이 콧등을 쳐 정신이 번쩍 든다는 사람도 있다. 척박한 산촌에서 화전으로 밭을 일구어 메밀을 뿌려 배를 불리던 사람들이 음식에도 해학을 넣어 맛과 재미를 더했다. 콧등치기국수와 궁합이 맞는 김치는 갓김치가 제격이다. 국수에 고명으로 얹어진 갓김치는 남도에서 나는 갓이 아니라 정선 지역에서 나는 키 작은 갓이다. 갓김치가 없으면 메밀국수 맛도 살아나지 않는다.⑤민물고기 푹 삶아 양념장 풀어낸 ‘생선국수’ 대청호와 금강 덕분에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한 충북 옥천에 가면 생선국수를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매운탕 국물에 국수를 넣어 허겁지겁 먹던 그 맛이 생각난다면 강력 추천한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민물고기를 뼈까지 뭉개질 정도로 10시간 가까이 푹 삶아 육수를 만든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체에 걸러 가시를 골라낸 뒤 양념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하고 국수사리를 넣어 삶는다. 마지막으로 파, 애호박, 깻잎, 미나리, 풋고추 등을 썰어 넣어 한 번 더 끓이면 완성이다. 생선을 뼈째 푹 우려낸 국물에 국수사리를 넣어 구수하고 담백하다. 단백질·칼슘·지방·비타민이 풍부해 보양식으로도 좋다, 얼큰하고 진한 육수 때문에 해장국 대용으로도 좋다. 생선국수는 보청천이 휘감아도는 청산면에서 시작됐다. 주민들은 모내기가 끝나면 보청천으로 천렵을 나갔다,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었는데 1960년대 면을 넣어 먹은 것이 시초가 됐다. 청산면에만 9곳의 전문 식당이 성업 중이다. 청산면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생선국수 축제를 열고 있다. 한 그릇 가격은 6000원이다.⑥구룡포 명물 해물 칼국수 ‘모리국수’ 모리국수는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명물 해물 칼국수다. 주재료는 ‘미역추’나 ‘장치’, ‘바다메기’라고도 일컬어지는 장갱이 혹은 아귀다. 사철 잡히는 장갱이는 장어처럼 길쭉하게 생겼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양념을 풀고 장갱이나 아귀를 푹 곤 뒤 기호에 따라 홍합, 새우나 콩나물, 파 등을 첨가한다. 여기에 두툼한 국수를 넣어 가열하면 모리국수가 완성된다. 오래 끓이면 생선살이 으깨질 정도로 부드러워져 깊은 맛이 더해진다. 매우면서도 진한 풍미가 독특하다.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다지 비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국수를 건져 먹고 나서는 빡빡한 국물을 들이켠다. 면이 불어 버리면 흐물흐물해져서 식감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모리국수는 1970년대 초반 포항에 공업 단지가 막 들어서던 시절 뱃사람과 서민들의 손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모디’(모아의 사투리) 넣고 한 사람씩 따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냄비째로 ‘모디가 먹는다’고 모디국수로 불리다가 모리국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음식 이름을 묻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린다”고 말한 게 입으로 전파되면서 모리국수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옥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여름 나기, 가지 요리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칠리아의 여름 나기, 가지 요리

    어릴 때 잘 먹지 않았지만 크고 나서 잘 먹게 되는 이른바 ‘어른의 음식’이 있다.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화두를 던지면 열에 일곱은 듣게 되는 이름의 식재료가 있다. 바로 가지다. 어릴 적 여름날이면 어김없이 밥상에 올랐던 가지 무침은 기피대상 1호였다. 식욕을 뚝 떨어뜨리는 푸르죽죽한 빛깔과 기분 나쁘게 물컹거리는 식감이 좋지 않았다.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가지 요리는 소년에게 원초적인 불쾌감을 주는 존재였다.대체 무슨 맛으로 가지를 먹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의외로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는데 흥미로운 건 그들 중 아직도 가지를 싫어하는 이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다들 일부러 찾아 먹으러 다닐 만큼 즐기는 음식이 됐다는 걸 보니 가지는 확실히 어른의 음식이 아닌가 싶다. 이탈리아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가지는 꽤 인기 있는 식재료다. 식당 어디를 가도 가지를 이용한 요리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가지 요리의 메카로 통한다. 이탈리아 전통요리 중 가지가 들어간 요리라면 그 본적은 십중팔구 시칠리아일 공산이 크다. 중국과 인도가 고향으로 알려진 가지는 어째서 시칠리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일까. 이는 다사다난한 시칠리아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가지를 처음 유럽에 전한 건 아랍인들이었다. 6세기 즈음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에 당도했다. 로마 제국의 붕괴 이후 유럽 진출을 노리던 이슬람 세력은 9세기경 이베리아반도와 시칠리아를 완전히 점령함으로써 남유럽의 패권을 손에 넣었다. 이 시기에 중앙아시아의 여러 문물과 식재료가 유럽에 이식됐는데 가지, 아몬드, 석류 등이 시칠리아와 이베리아반도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중동에선 맛있는 식재료인 가지였지만 이슬람 세력권 밖에서는 꽤 오랫동안 몹쓸 식물로 여겨졌다. 당시의 가지는 지금과 달랐다. 가시는 더 날카롭고 쓴맛이 강했는데 심지어 생으로 먹으면 구토와 발작을 일으키기도 해 많은 유럽인들이 기피했다. 가지가 유럽에서 먹을 만한 식재료로 인정받게 된 건 16세기다. 꾸준한 품종 개량 외에도 아랍과 유럽의 교집합 역할을 한 시칠리아와 이베리아 지역 요리사의 역할도 있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요즘은 사시사철 가지를 구할 수 있지만 역시 제철은 여름이다. 양분을 한껏 머금은 가지는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든다. 유럽의 가지를 보면 우리 가지와 생김새가 다르다. 동아시아의 가지가 가늘고 긴 모양이라면 유럽의 가지는 크고 둥근 편이다. 작은 건 계란 정도 크기지만 큰 것은 사람 머리만 하다. 원래 가지의 색은 자주색부터 흰색, 녹색, 줄무늬까지 꽤 다양했지만 소비자가 진한 자주색을 선호하는 바람에 오늘날 볼 수 있는 가지는 대부분 한 가지 색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가지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데치고 절이고 볶는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굽고 튀기는 조리방식이 일반적이다. 가지는 스펀지처럼 기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기름으로 조리하면 꽤 고열량 음식으로 변한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뭐니 뭐니 해도 ‘카포나타’다. 가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튀기거나 구운 후 익힌 양파와 샐러리, 토마토와 함께 섞고 식초와 설탕을 가미해 먹는 대표적인 여름음식이다. 지역과 기호에 따라 케이퍼, 아몬드 등 각종 부재료를 넣어 먹기도 한다. 이탈리아어로 ‘아그로 돌체’, 직역하면 새콤달콤한 맛이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워 준다. 가지가 들어간 파스타도 있다. 시칠리아식 파스타 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노르마 파스타다. 이름만 보면 아랍의 뒤를 이어 시칠리아를 한동안 지배한 노르만 세력과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 이 파스타의 이름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빈첸초 벨리니의 작품 ‘노르마’에서 유래했다. 음식에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이탈리아인들이 단순히 벨리니의 고향이 시칠리아라는 이유로 헌정을 한 건지 아니면 벨리니가 즐겨 먹어서인 건지 알 방도는 안타깝게도 없다. 노르마 파스타는 가지의 맛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좋은 예다. 가지를 진한 갈색이 날 정도로 오래 튀기면 구운 야채 특유의 진한 풍미가 더해지면서 질감은 크림처럼 물러진다. 여기에 소금을 살짝 토마토 소스에 넣고 버무리면 캐러멜처럼 달콤해진 가지의 진한 향이 토마토의 감칠맛에 더해진다. 어릴 적 가지 요리를 노르마 파스타로 접했다면 가지에 대한 추억이 조금은 더 아름다웠지 않았을까 싶은 맛이다.
  •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수험생 위한 우유 요리 3선 레시피 발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수험생 위한 우유 요리 3선 레시피 발표

    어느덧 2019학년도 수능이 99일 남았다. 수능 당일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은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이번 여름은 40도를 웃도는 폭염이므로 자칫 면역력 저하까지 올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수험생을 위한 우유 요리 레시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먼저 계란 2개, 우유 1/2컵(100㎖), 실파 4줄기, 당근 30g, 소금 약간을 준비해야 한다. 그릇에 랩을 씌우고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10분 정도 찌면 맛있는 우유계란찜이 완성할 수 있으며, 계란찜에 물 대신 우유를 넣으면 맛도 고소하고 건강에도 좋다. 이때 전자레인지를 활용할 경우, 2분 정도 익혀주면 충분하며, 그릇에 달걀을 깨어 넣어 골고루 풀어준다. 잘 풀린 계란 물에 우유를 넣어 골고루 섞어주어야 하며, 실파는 송송 썰고 당근은 곱게 다져 달걀물에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가운데 우유를 이용해 블루베리 스무디를 완성할 수 있는데, 믹서에 냉동 블루베리와 플레인 요구르트 1컵, 꿀, 아이스크림, 얼음을 넣고 곱게 간 뒤, 유리잔에 나누어 따른 뒤 아이스크림 1스쿱을 얹는다. 재료는 냉동 블루베리 1/2컵, 플레인 요구르트 1컵, 꿀 1큰술, 아이스크림 1스쿱, 얼음 3~4개, 장식용 아이스크림 적당량을 준비하면 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수능을 흔히 체력전이라고 부를 만큼, 시험 당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은 대표 영양식품으로 우유 요리 3선을 추천했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수험생은 두뇌 상태를 최적화하기 위해 충분한 에너지원을 공급해야 하므로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며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우유 섭취를 추천한다. 영양소 공급과 더불어 적당한 스트레칭도 스트레스 해소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카페인 음료·술 탈수 유발…물 많이 마셔야, 건설 현장은 ‘물·그늘·휴식’ 반드시 제공해야

    카페인 음료·술 탈수 유발…물 많이 마셔야, 건설 현장은 ‘물·그늘·휴식’ 반드시 제공해야

    살인적인 더위에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국민행동요령 홍보에 나섰다. 폭염 속에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처법을 알아본다.●날씨 수시 확인… 정전 대비 비상 식음료 준비 먼저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으로 날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대비해야 한다. 어린이, 노약자 심·뇌혈관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이라면 건강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져 갑자기 정전이 되는 상황에 대비해 손전등, 비상 식음료, 휴대용 라디오, 부채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좋다. 단수에 대비해 생수를 미리 사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폭염이 지속되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외출할 때에는 챙이 넓은 모자와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물병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또 음료는 생수나 이온음료 위주로 섭취해야 하며, 카페인이 든 음료나 술은 이뇨작용으로 인한 탈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에어컨이 없는 실내에서는 맞바람이 불도록 환기를 시켜주면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직장에서는 장시간 일한 뒤 한꺼번에 몰아서 쉬기보다는 짧게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또 점심 때를 이용해 10~15분 정도 낮잠을 자면 열대야로 인한 수면 부족을 만회할 수 있다. 에어컨이 없는 노동 현장에서는 햇볕을 가리고 환기가 잘되도록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물·그늘·휴식’이 반드시 제공돼야 하고, 취약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무더위 휴식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 학교는 단축수업과 휴교 등 학사 일정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체육 활동과 소풍 등 야외 활동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열경련 발생땐 소금물 마시면 증상 완화 ‘땀띠’(한진), ‘열경련’, ‘열사병’, ‘울열증’, ‘화상’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증상별 대처법을 사전에 익혀두면 효과적이다. 땀띠는 피부에 땀이 차 붉은색의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는 증상으로, 긁으면 화상이나 습진으로 악화될 수 있다. 땀띠가 나면 땀에 젖은 옷을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심하면 전문의의 처방을 통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면 낫는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 생기는 근육 경련 증상이다. 심하면 현기증과 구토를 유발한다. 소금을 물에 녹여 마시면 증상이 완화된다. 열사병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몸의 열이 발산하지 못할 때 생긴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과 현기증을 동반한다. 순간적으로 정신착란이 올 수도 있다. 이때는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환자의 겉옷을 벗긴 뒤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적셔주면 체온이 내려간다. 울열증은 체온은 높지만 땀이 나지 않는 상태로, 두통과 구토 증세를 동반한다. 열사병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겉옷을 벗겨야 하며, 미지근한 물로 옷을 적신 뒤 물이 증발하도록 해 체온을 낮춰야 한다. 의식이 있으면 물을 섭취해야 하고, 체온이 돌아오면 몸을 따뜻하게 해 냉기를 없애야 한다. 또 태양열에 화상을 입었을 때 생기는 수포는 세균 감염 우려가 있으므로 절대 터트려선 안 된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여기는 중국] 中 최대 천연 소금호수, 쓰레기장으로 변한 이유

    [여기는 중국] 中 최대 천연 소금호수, 쓰레기장으로 변한 이유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중국의 유명 천연 소금호수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카염호(茶卡盐湖)는 칭하이성 하이시몽골족티베트족자치구 남쪽에 위치한 천연 소금 호수로, 해발 고도가 3100m, 길이는 15.8㎞, 폭은 9.2㎞에 달한다. 중국 내에서도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고 알려진 이곳은 영화의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하며, 호수에 하늘이 비쳐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하늘을 비추는 거울’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차카염호가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문제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베이징청년보 등 현지 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성수기를 맞은 차카염호에서는 하루 동안 무려 12t의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다. SNS를 통해 속속 공개되고 있는 차카염호 주변의 모습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관광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통행로에 가득 차 있으며, 여기에는 관광객들이 호수에 들어갈 때 신발에 착용하는 일회용 비닐(신발덮개 비닐)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카염호 관리소 측은 수시로 방송을 통해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지 말아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쓰레기를 줄이는데 별다른 효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그 탓에 현지 환경미화원 180여명은 새벽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번갈아가며 12t에 달하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성수기에 차카염호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하루 4만 명 수준이다. 현지 정부는 친환경적으로 분해되는 신발덮개 비닐을 판매하는 업자들을 적발해 처벌하는 등 차카염호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한편 차카염호는 염화나트륨 함량이 94%, 소금 저장량이 4.48억t에 달해 중국인 전체가 70~80년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소금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민 삶의 질까지 살피는 금융지원체계 구축한다

    서민 삶의 질까지 살피는 금융지원체계 구축한다

    최근 가계부채 규모 증가에 따른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층의 경우 고금리의 저축은행 및 대부업, 불법 사금융 이용률이 높아 부채의 양은 물론 질마저 염려되는 상황이다.지난 2016년 9월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은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저신용 서민·취약계층을 돕는 서민금융 총괄기관이다. 미소금융·햇살론·바꿔드림론 등 다양한 기관에서 운영하던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통합·운영하고,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과 취약계층 취업 연계, 금융교육 등 서민의 경제적 재기를 위한 사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진흥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은행 등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서민 28만여명에게 정책 서민금융 자금 3조 4000억원을 지원했다.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은 “지난 10년간 서민금융은 공급량 위주로 지원돼왔지만 이제는 수요자의 삶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준을 넘어 서민금융 이용자들이 물고기를 잡아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지까지 살피는 촘촘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맞춤형 서민금융과 복지를 한 번에 그 일환으로 진흥원은 지난 6월 말부터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원과 ‘서민금융·복지 상담 의뢰 서비스’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통해 진흥원 맞춤 대출서비스 담당자와 3500개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담당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양 기관은 서비스가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서민금융 및 복지 잠재 수요자를 발굴하고 상담을 연계해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진흥원의 맞춤 대출서비스는 은행, 저축은행 등 50여개 금융회사와의 협약을 통해 140여 가지의 정책 서민금융상품 및 일반 대출상품을 비교·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 특성에 따른 가장 적합한 상품을 중개하고 금리를 0.5~3.0%P까지 인하 받을 수 있어 저소득층의 경우 금융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진흥원은 올 하반기 서민금융·복지 서비스 의뢰 시스템과 맞춤 대출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 등과의 협력은 물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여기는 중국] 죽은 할아버지 옆서 5일 간 물만 먹고 버틴 3살 아이

    세 살 난 남자아이가 할아버지가 사망한 집에서 혼자 5일 동안 수돗물만 먹고 목숨을 부지하다 구조됐다. 29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지난 27일 아침 중국 중남부 장시성 상리 현의 한 마을에 사는 여성 웨이징위(72)는 농기구를 빌리기 위해 사촌 웨이시밍(66)의 집을 방문했다. 사촌 집에 도착한 웨이징위가 그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자 문을 열고 집 내부로 들어갔고, 2층에서부터 아래층으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웨이징위는 “사촌 시밍이 침실 바닥에 누워있었고 숨을 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곁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자신의 할아버지 옆에 붙어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우유와 소금용액을 마신 아이는 의식을 되찾아 건강을 회복중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은 “아이는 정말 운이 좋았다. 며칠 전에 아이가 우는 소리를 들었지만 농사일로 바빠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아이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광동성에서 일하느라 바빠서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된 할아버지가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아이는 일을 하러 먼 곳으로 간 부모와 떨어져 고향에 홀로 남은 유수아동(留守儿童)이었다”고 전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현대차, 中 네이멍구에 초지 조성

    현대차, 中 네이멍구에 초지 조성

    현대차가 중국 네이멍구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이르는 거대한 초지를 조성했다. 현대차는 29일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300㎞ 떨어진 네이멍구 정란치 지역에 5년간의 초지 조성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호수가 말라 소금 사막이 되어 버린 정란치는 대표적인 황사 발원지로 현대차는 그동안 지역 주민과 대학생 봉사단, 현대차 직원의 참여를 통해 토종식물을 심었다. 메마른 호수에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작물인 나문재를 심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었다. 염생식물인 나문재를 비롯해 다년생 식물인 감모초 등을 심었다. 앞으로 초지는 정란치 지역정부가 관리하게 된다. 밑바닥이 보이는 쩍쩍 갈라진 사막의 호수에 나뭇가지를 꽂아 방풍재를 만들면 흙이 쌓여 나문재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나뭇가지는 강풍에도 흙이 날아가는 것을 막는데 일단 방풍재 조성 작업이 끝나면 트랙터를 이용해 나문재 씨앗을 뿌렸다. 현대차의 사막화 방지 사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장애를 넘다] 佛시각장애인, 홀로 140km 걸어 우유니 소금사막 횡단

    [장애를 넘다] 佛시각장애인, 홀로 140km 걸어 우유니 소금사막 횡단

    시각장애인이 세계 최대 규모의 소금사막인 볼리비아의 우유니를 걸어서 횡단하는 데 성공했다. 볼리비아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프랑스 국적의 시각장애인 알바 테시어(41)는 23일 (이하 현지시간) 우유니 소금사막 횡단을 끝냈다. 도보 횡단에 도전한 지 6일 만이다. 테시어는 지난 17일 우유니 소금사막의 서부 이카에서 도보 횡단을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 건 오디오가 지원되는 GPS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의료팀이 뒤를 따랐지만 테시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뒤따라 달라. 내가 먼저 요청하기 전엔 절대 도움을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식량 등 필수품이 실린 바퀴썰매도 테시어 자신이 직접 끌었다. 최종 목적지인 플라야 블랑카까지의 거리는 140km. 테시어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하루 평균 23km 이상을 묵묵히 걸어 23일 오후 3시 골인점에 도착했다. 마중을 나간 볼리비아 현지 당국자, 여행관광업계 관계자 등은 볼리비아와 프랑스 국기를 흔들며 골인점으로 걸어 들어오는 테시어를 뜨겁게 환영했다. 테시어는 "꿈을 이루는 데 장애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며 "무사히 목표를 이뤄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특히 20일은 최고의 위기였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강풍을 동반한 눈이 내리면서다. 핸드폰이 갑자기 고장을 일으키고 위치추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테시어는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테시어를 뒤따랐던 의료팀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준비했던 대체장비를 사용해 여정을 마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국 프랑스에서 장애인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테시어는 16살 때부터 서서히 시각을 잃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각을 완전히 잃지 않았던 15년 전 한 친구가 우유니 소금사막의 사진을 보여준 게 도보 횡단에 도전한 계기가 됐다. 테시어는 수크레와 라파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30일 라파스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프랑스로 귀국할 예정이다. 한편 해발 3600m 지점에 위치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 1만 km2로 세계 최대 규모의 소금사막이다. 사진=라라손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연일 이어지는 폭염, 건설 노동자 절반은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건설 노동자 절반은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 노동현장에서는 폭염과 관련된 정부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 야외 노동자에게 반드시 휴식시간을 주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사용자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마련하고 물과 소금 등을 비치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염특보 발령 시 1시간 일하면 10∼15분의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오후 2∼5시 작업은 가급적 중단하고 시원한 물 등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충분히 휴식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시간 일하면 10~15분씩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전체의 8.5%(18명)에 그쳤다. ‘재량껏 쉬고있다’는 응답이 45.3%(96명)인 반면 ‘별도로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는 응답은 46.2%(98명)이었다. 설문조사는 건설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2일 온라인으로 통해 진행됐다.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3.7%(157명)는 햇볕이 차단된 휴식 공간이 아닌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했으며,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3%(56명)에 그쳤다. 시원한 물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29.6%(64명)로 나타났고, 폭염경보 발령으로 오후 2~5시 작업이 중단된 경우는 14.5%(31명)에 그쳤다. 휴식시간 보장, 식수 제공, 휴식 장소 제공 등 법으로 정해진 쉴 권리를 건설 현장에서 전달받은 노동자는 24.1%(52명)에 그쳤으며, 폭염 관련 안전보건 교육을 받은 경우도 25.6%(55명)에 불과했다. 고용부의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자는 35명이고 이 가운데 4명이 사망했다. 재해비율은 건설업이 65.7%(23명)로 가장 높았고, 사망자는 모두 건설업 종사자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집중탐구] 폭염에 과일주스보다 물이 좋은 이유

    [집중탐구] 폭염에 과일주스보다 물이 좋은 이유

    폭염기간 식품·의약품 안전 사용요령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폭염으로 피서지를 가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필요한 식품·의약품 안전 사용요령과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는 물을 자주 섭취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단 음료를 마시면 단맛으로 인해 오히려 갈증이 생기기 때문에 탄산음료, 과일주스보다는 물이나 과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또 1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보다 수시로 자주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 음료나 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이뇨 작용을 촉진해 체내에 있는 수분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날씨에는 권하지 않는다. 땀이 많이 흘러 수분 배출이 많을 때 체내 전해질 농도를 맞추기 위해 소금물을 마실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669㎎으로 필요량(1500㎎) 이상으로 충분히 섭취하고 있어 평소에 과도하게 소금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열대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수면유도제를 먹기 보다 따뜻한 우유 한잔을 먹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우유에는 칼슘이 풍부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잠을 유도하는 성분인 ‘트립토판’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장보기 요령도 있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식재료가 상온에 1시간 이상 노출되면 세균이 급속히 늘어나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장을 볼 때에는 제품의 유통기한과 표시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라면·통조림 등 상온보관 식품부터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햄·어묵 등 냉장식품, 육류, 어패류 순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냉동 육류, 어패류는 온도 유지가 잘 되도록 냉동고 안쪽에 넣고 상하기 쉬운 식품도 냉장실 문쪽에 보관하지 보관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아울러 전체 용량의 70% 이하로 식재료를 채우고 뜨거운 식품은 재빨리 식힌 뒤 보관해야 한다. 과일, 채소는 육류, 생선의 육즙이 닿지 않도록 각각 분리해 포장 보관하고 자동차 트렁크는 온도가 높을 수 있어 가급적 음식물을 보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름철에 생선, 조개 등 어패류를 가열하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비브리오 패혈증, 장염비브리오 식중독, 아니사키스증 발생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충분히 익혀서 먹어야 한다. 약품도 보관요령이 있다. 어린이가 주로 사용하는 ‘항생제 시럽제’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이 많다. 제품 색상이 변하면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보존제가 없는 약품은 개봉 뒤 쉽게 오염될 수 있어 반드시 1회만 사용하고 남은 약은 버려야 한다.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많이 먹으면 간독성이 생길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하루 최대 8정을 초과하지 않고 술과 함께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휴가길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멀미약을 사용해선 안 된다. 멀미약은 졸음을 유발하거나 방향감각 상실 등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동승자는 승차 30분 전에 멀미약을 사용하고 이후 추가로 사용하려면 최소 4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하기 15분 전에 손가락 1마디 정도의 양을 피부에 골고루 피막 입히듯 바르고 약간 두껍게 바르는 것이 좋다. 자외선A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PA등급은 PA+, PA++, PA+++로 표시하며 +가 많을수록 자외선A 차단 효과가 높다. 또 SPF30에서 95% 이상의 자외선이 차단되고 그 이상부터는 차단효과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피부유형, 사용목적, 시간과 장소에 가장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모기퇴치제는 6세 미만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뿌리는 살충제를 10초간 사용하면 30분 이상 충분히 환기시켜야 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길섶에서] 옥수수와 김밥/황성기 논설위원

    옥수수의 계절 여름. 두고두고 먹으리라 저장해 둔 작년 찰옥수수를 냉장고 냉동실에서 발견한다. 요새 옥수수는 덜 여물었겠지, 마트에서 사지 않고 있었는데 잘됐다 싶다. 소금을 넣고 25분쯤 삶는다. 옥수수를 들고 먹기보다 알을 하나씩 대에서 떼어낸 뒤 조금씩 집어 먹는 걸 좋아한다. 알을 까내는 작업을 시작하려니 냄새를 맡고 온 2살짜리 강아지가 테이블 앞에 앉아 내 손과 옥수수를 번갈아 노려본다. 2년 전 8월에 태어난 강아지는 사료는 물론이요 채소나 과일, 누룽지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애처로운 눈빛을 견디다 못해 옥수수 알을 강아지 입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게 던지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 용케 받아먹는 묘기도 부린다. 강아지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일이 떠오른다. 특식으로 김밥을 하는 날이면 어머니 옆에 딱 붙어 앉아 말고 있는 김밥과 어머니를 번갈아 쳐다본 기억이다. 저녁으로 먹을 김밥이니 무작정 먹을 수도 없다. 식탁에 올리기 전, 김밥을 자르는 순간이 인내의 절정이다. 김밥을 썰면 나오는 양쪽 꽁다리. 오랜 시간을 참은 대가는 꿀맛이다. 그때 김밥을 만들어 주던 어머니보다 더 나이 든 요새 김밥을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은 없다. 옥수수가 40여년 전 추억을 떠올려 준다.
  • 케이프타운부터 런던까지 자동차로 혼자 여행한 80세 할머니

    케이프타운부터 런던까지 자동차로 혼자 여행한 80세 할머니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살던 줄리아 알부 할머니는 어느날 아침 눈을 떴는데 라디오에서 제이콥 주마 당시 대통령의 사치스러운 자동차 수집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자동차는 20년 묵은 도요타 콘퀘스터 한 대였다. 누군가와 통화하다 곧 80세가 된다는 걸 깨닫고 늘상 집안일만 하는 자신에게 뭔가 새로운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면허도 있었고 차도 그만하면 예쁘게 달렸다. 그래서 둘이 함께 런던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본인은 장난스럽게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과 차 한 잔 마시러 버킹엄 궁전에 차 몰고 가보겠다고 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 다들 꼭 실행해보라고 성화였다. 동거남이 세상을 떠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 싶었다. 알부는 “어깨를 펴면 서른여섯 살로 느껴졌고, 어깨를 움추리면 146세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젊은 내가 이겨보도록 하자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6개월 뒤 80세 생일 날 새벽에 길을 떠났다. 세상에 알려진 전염병 예방 주사는 다 맞았다. 요하네스버그 외곽에서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행렬이 그녀를 배웅했다. 스폰서를 구해 스티커들도 차에 붙였다.보통 도로에 텐트를 치고 잤다. 가족들도 이따금 달려와 도와줬다. 한 딸이 짐바브웨까지 운전대를 잡았고 아들이 말라위를 통과하게 해줬다. 자신이 태어난 아프리카 대륙을 달리며 말라위 호수나 빅토리아 폭포 등 절경은 물론, 잠비아 여학생들과 책을 읽고, 말라위의 가구 파는 남자, 트럭 운전사들과 함께 먹을 것을 나누기도 했다. 쥐 튀김을 파는 매점도 봤고 썩은 토마토들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다. 타협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국경 초소들을 통과할 때면 많은 나이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우간다 세관 직원은 왜 런던까지 간다는 거냐고 묻고는 여왕님과 차 마시러 간다는 그녀의대답에 눈이 왕방울 만해지더니 도장을 쾅 찍어줬다. 트럭 행렬 뒤에 그녀의 애마를 세우면 기사들이 알아보고 그녀의 차를 앞쪽으로 보내줬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40년만 젊었어도 산에도 올라가고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건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프리카인들을 만났다. 여행 일기에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과 숫자들, 카드 번호 등이 적혀 있는데 그 중에는 학교에 책을 보내겠다고 받아둔 교사 수백명의 주소가 포함돼 있다. 탄자니아의 한 마을 원로와는 이틀에 걸쳐 얘기를 나눴는데 5개월에 걸친 자동차 여행을 카이로에서 마치고 남아공 집에 돌아오니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나이를 잊는 법도 배웠다. 탄자니아의 신혼부부만 묵는 리조트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한밤 수영도 해봤고, 에티오피아에서는 20대들과 어울려 지옥으로 통하는 문으로 알려진 다나킬 디프레션의 네온 빛으로 반짝이는 용암과 소금 평원에서 캠핑을 했다. 그녀의 아프리카 여정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끝났는데 국경 검문소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아라비아 글자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며칠 밤을 이집트 남자 7명과 함께 보내야 했다. 여행 마지막 날 카이로의 나일강 제방에 주차한 뒤 탄자니아의 화이트 나일과 에티오피아의 블루 나일에서 병에 담아온 물들과 함께 나일강 물을 병에 담았다. 그리고 카이로에서 케이프타운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자신이 5개월에 걸쳐 자동차로 지나쳤던 곳의 풍경을 내려다봤다. 집에서 몇달을 보낸 뒤 그녀는 다시 그리스로 비행기를 타고 가 카이로에서 페리 화물선에 실려 보낸 자동차를 되찾고 알바니아를 거쳐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를 거쳐 런던에 도착했다.그런데 불행히도 지난 6월 말 로열 애스콧(왕실 주최 경마대회) 기간이라 여왕을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국해협을 다시 건넌 그녀는 이탈리아를 거쳐 튀니지까지 배로 이동한 다음 이번에는 서쪽으로 케이프타운까지 달려볼 작정이다. 몇년이 걸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잘 깨닫지 못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자유로워진다. 나도 모험 전에는 몰랐는데 나이를 먹으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진다. 남편도 잃고 아이들도 성정하면 무슨 일이든 결과를 걱정할 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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