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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의 하초를 긴 팔로 덥석 잡아 끌어안으면서 입을 쩍 맞추고 한 손을 구월이 사추리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구월이가 배고령의 귀를 가만히 잡아당기면서 속삭였다. “오늘은 참으셔요.” “왜?” “달거리가 있습니다.” “달거리가 있다고? 아니… 개짐까지 차고 있네. 배태를 하였다는데 무슨 달거리가 있다고 둘러대나?” 구월이가 해쭉 웃더니 배고령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모두 술책이었지요. 이녁이 주선하는 대로 두었다간 혼례는커녕 부지하세월이 될 것 같아서 배태했다고 헛소문을 퍼뜨린 것입니다. 그리하지 아니하면 엄니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았지요.” “아니 자궁을 튼튼히 한답시고 장모가 감꼭지와 익모초를 구해다가 달이지 않았나?” “그 약탕기는 월이 아지마시가 배태하여 마실 상약이랍니다.” “어허…, 우리 내자 참도 기특하이. 내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을 혼자 주선하지 않았나. 나는 못난이고 임자는 잘난이일세.”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녀자가 제아무리 다부지다 한들 설한풍 쐬고 다니며 풍진을 겪는 남정네의 소견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어허…, 촌닭이 관청 개 눈 빼먹는다더니, 젊지도 않은 나이에 얻은 내 안해 구월이 다부진 말투 한 번 보게나….” “불을 끄시지요.” “그냥 둬. 내일 해가 뜰 때까지 어두운 밤을 밝히도록 그냥 두는 게 좋겠네. 때죽나무 열매로 얻은 이 밝은 빛이 찬물내기를 지나고 장평고개를 넘어 말래 접소까지 닿아 훤히 밝히도록 축수하세나.” 그로부터 달포가 지난 뒤였다. 멀리 바라보이는 산허리에는 붉은 단풍이 걸리기 시작했다. 낙엽이 쌓여 가는 십이령 깊은 골짜기에는 흐르는 물소리 어느덧 청아하고, 신새벽이면 쌓여 가는 낙엽 위로 하얀 무서리가 내렸다. 옷소매로 스치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는 그 무렵 말래 접소의 동무들은 비지땀을 흘려 가며 옆도 돌아볼 겨를도 두지 않고 몸을 바쳐 내성으로 소금과 어물 짐을 날랐다. 흥부장 어물 도가는 이곳 출신 조기출을 포주인으로 앉히고, 그로 하여금 흥부장 시세를 무리 없이 관장하도록 주선하였다. 그동안 양류밥을 먹으면서 빈둥거렸으나, 옛날처럼 글 읽는 선비로 돌아갈 엄두는 조금도 없던 조기출을 포주인으로 앉히었더니, 발걸음이 날아갈 듯하고 얼굴에 노골적으로 좋은 기색을 보이며 어물 도가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 모두가 말래 도방 동배간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들지 않았다면 기대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내성에서 안동 부중 부상들에 통문을 놓아 60여 명이 모여 도회를 열게 되었던 것도 그처럼 가을이 깊어 가던 10월 초순의 일이었다. 통문 발행에 필요한 경비는 모두 내성 임소에서 감당하였다. 예로부터 통문을 놓는 경우는 몇 가지 일로 제한했다. 국역(國役)이나 전쟁과 같은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사역을 하기 위하여, 큰 산송(山訟)이 일어나 시비가 되었을 때, 보부상이 아내를 잃어버렸을 때, 저자에서 부상과 보상 간에 시비가 일어났을 때, 보부상과 관청 간에 시비가 일어났을 때만 사발통문을 돌려 도회를 가졌다. 만약 부상 중에 누군가 모욕을 당하면 그들은 동맹하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 낼 때까지 그 고장에 모든 상품 공급과 거래를 끊었다. 사사로이 도회를 여는 것은 국금(國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크게 경하할 일이나 보부상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공문제가 열리던 그날 내성장 임소에는 부상들을 제외한 200여 명의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부상들의 합창 소리가 내성장 병문에 울려 퍼졌다. 성수 만세 성수 만세 오늘 장에 천냥이오. 아랫장에도 천냥이오. 한 달 육장 매장해도, 수천 냥씩 재수 봐요. 가는 길에 만냥이오, 오는 길에 만냥이오. 소금장수 등짐장수, 가는 곳마다 짭짤하네. 만세 만세 성수 만세, 좌사우사 여러분들, 오고 가는 험로에, 몸수 안녕하옵시고, 재수 대통하옵소서…. 그 도회에서 훼가출송되기만을 기다렸던 길세만이 무사타첩되었고, 천봉삼은 곽개천과 같이 도감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최상주(崔尙州), 박원산(朴元山), 권영동(權永東), 장안동(張安東), 송만기 같은 동무들이 모두 어엿한 공원으로 발탁이 되었다. 그 도회에서 배고령을 필두로 하여 몇몇 동무가 한동안 윤기호가 꿰차고 성세를 떨쳤던 어물 도가 포주인에 지명되었다. 문제는 그만한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자본이었다. 그것은 전혀 바라지 않았던 곳에서 해결되었다. 적당을 소탕하고 얻었던 장물을 단 한 푼의 축냄도 없이 되돌려 받았기 때문이다. 반수 권재만이 두 달포 가까이 안동 부중에 탄원을 넣어 얻어 낸 결과였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의 노래는 어찌된 셈인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하게 서글퍼지면서 눈물이 쑥 빠지게 하였다. 아마도 이러저러한 곡경을 겪으면서 굽도 젖도 못하는 그의 딱한 신세 때문에 목소리에 청승이 실린 까닭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접소에 남게 되든지 아니면 접소에서 배송되든지 둘 사이에 놓인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의 딱한 신세가 내성 떠난 지 사흘 뒤인 샛재 비석거리에서 다시 한번 외대를 당하게 되었다. 온 집안이 눈에 띄게 초례청을 차린답시고 분주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월천댁은 그 바쁜 중에도 마당가에 몰래 옹솥을 걸고 익모초를 달이고 있었다. 구월이에게 먹일 상약인 듯한데, 자궁이 빈약하여 유산할 걱정이 있는 산모는 감꼭지나 벼 뿌리를 삶거나, 아니면 호박 넝쿨의 곧은 순을 고아 먹이면 자궁을 튼튼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익모초가 가장 효험이 있다 해서 달이는 눈치였다. 소금 짐을 짊어지고 십이령길에 올라야 할 차인꾼 두 사람이 삼남이*를 비딱하게 쓰고 분주하게 설치고 있었고, 말래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던 월이도 와 있었다. 이웃 아낙네들 역시 품앗이를 한답시고 숫막을 들락거리며 매통을 갈거나 짚방석을 깔고 앉아 전병을 굽고 술을 담근다며 난리 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북새통 피우는 광경을 바라보는 길세만은 예상과는 달리 초연한 낯빛이었다. 구월이가 배고령과 맺어질 줄 진작부터 알고 있던 눈치였다. 바쁜 중에 마침 천봉삼을 발견한 월이가 박우물로 달려가서 옹가지에 시원한 물을 떠다 일행들에게 대접하였다. 냉수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켠 천봉삼이 월이에게 물었다. “임자… 월천댁이 울바자 밑에서 무얼 달이나?” “감꼭지와 익모초인 듯하오.” “그렇다면 자궁을 도울 상약임이 분명한데…. 구월이 배태하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팔의 나이에 자궁이 그토록 약하다는 것인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꾸하는 말버슴새가 야무지던 월이의 대답이 듣기에 따라서는 무언가 은휘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천봉삼이 돌아서다 말고 다잡아 물었다. “내가 남의 일에 공연히 잘난 체하고 헤집고 들었나?” “아니오.” “아니라니?” “사실 약탕기에 끓고 있는 상약이 자궁을 받쳐 주는 상약인 것은 분명한데, 구월이가 먹을 약은 아니오.” “그래, 그럼 누가 먹을 약이오?” “너무 헤집고 들지 마세요. 실은 제가 먹을 약을 달이고 있소.” “아니…? 임자 배태를 했더란 말이오?” 천봉삼의 떨리는 목소리에 월이가 대답은 않고 돌아서며 얼굴만 붉혔다. “임자, 접소에 겹경사가 났소. 그런데 임자가 몸이 그토록 쇠약해질 때까지 내가 보살피지 못했구려. 더욱이나 이 바쁜 와중에 혼주되는 월천댁이 임자에게 먹인답시고 약탕기를 달이고 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소.” “그래서 저도 놀랐습니다. 은인을 만난 게지요.” 그로부터 이틀 뒤에 월천댁 숫막의 협소한 마당에는 조촐한 초례청이 마련되었다. 혼례식에는 정한조와 곽개천과 천봉삼 내외와 공원 몇 사람이 참례하였다. 신혼부부를 위하여 접소의 공원들이 갹출한 50냥 가까운 축의금이 마련되었으나 그 돈을 부부에게 건네지 않고 월천댁에게 건네주었다. 혼례에 쓰일 물자는 모두 이웃의 품앗이로 마련되었다. 사추리 밑까지 샅샅이 뒤져봐야 불알 두 쪽만 달그락거리는 가난뱅이라고 야무진 말투로 험담을 늘어놓았던 월천댁은 목돈을 건네받자, 고맙고 무안했던 나머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신혼의 부부는 안방에 버젓하게 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짜낸 기름을 접시에 붓고 심지를 넣어 붙인 접싯불이 두 사람의 자태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때죽나무 기름은 연기가 나지 않아 신방을 밤새워 밝혀 두어도 그을음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십이령에 때죽나무가 흔치는 않지만, 월천댁은 혼사 때 쓰려고 때죽나무 기름까지 짜 두었던 것이었다. 배고령은 아내인 구월이의 목덜미를 가만히 끌어안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우리가 지붕이 엄연하고 삿갓반자가 쳐다보이는 안방에서 두동베개를 베고 눕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꿈만 같구먼.” “누가 아니래요…. 사실 그동안 아비 묘 앞에서 이녁과 관계를 가질 때, 가시가 등줄기를 파고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이녁이 날 소박놓을까 그때마다 이 악물고 참았소.” “사추리에 파고드는 가시 때문에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를 난 감창소리로 알고, 처자의 몸으로 일찌감치 살송곳 맛을 들였구나 했지. 잔뜩 끌어안고 흔들고 뿌리치는 것이 모두 요분질로만 알고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곤 하였지….” “이녁이 그 맛을 들이게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아프기도 했지요. 이녁이 정분을 거두고 날 상종하지 않을까 등줄기가 멍들고 허벅지가 가시에 찔려도 참았지요.” “오늘밤은 등메 위에 누웠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모두가 엄니 덕분이오.” *삼남이:대로 결어 만든 모자
  • [부고]

    ●정경현(광주지법 부장판사)씨 별세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3410-6917 ●황적인(대한민국학술원 회원·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씨 별세 정민(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정혜(수재활의학과의원 원장)씨 부친상 기창원(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최경효(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장)씨 장인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010-2295 ●김동회(전 일양약품 이사)씨 별세 윤환(도이치모터스 대리)씨 부친상 백종수(삼성 미래전략실 부장)박영기(현대자동차 차장)씨 장인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8시 30분 (02)3410-3151 ●신정자(새누리당 대변인행정실 자료분석팀장)씨 부친상 16일 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02)2072-2022 ●백우진(농협 상호금융기획부 차장)유진(글락소스미스클라인 과장)씨 모친상 15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58-5940 ●이동구(IBK미소금융 관악지부장)씨 모친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2)3410-6907 ●허웅(전 강원도 경찰국장)씨 별세 정(큐브A+학원 원장)씨 부친상 김경훈(경희대 교수)오태경(삼륭상사 대표)이종인(관동대 의과대학 교수)씨 장인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410-6902 ●김상진(전 인천시 부평구청장)씨 별세 용규(대우인터내셔널 상무)용민(대도산업 이사)미영(갈산정형외과 팀장)씨 부친상 김상도(사업)김상원(사업)씨 장인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00 ●이동재(전 포항시 교육장)동건(나남전기 회장)동걸(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씨 모친상 박호종(호야인터내셔널 회장)씨 장모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9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12 ●국해성(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씨 조모상 16일 전북 부안 효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63)580-7277 ●최경식(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장)씨 모친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7일 오후 1시 (02)2227-7569 ●박상언(전 일간스포츠 여행레저팀 차장)씨 부친상 1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02)2258-5940 ●김완용(육군 초대 법무감)씨 별세 정호(미국 노아은행장)영호(연세대 피아노과 교수)씨 부친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2227-7563
  • 귀뚜라미,애벌레 버거는 무슨맛일까?

    귀뚜라미, 애벌레, 비둘기 고기가 들어간 버거는 무슨 맛일까. 호주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 도시 한복판에서 오늘 하루 세계 최초 ‘페스토랑 (pestaurant)’이 오픈했다. 영국의 해충구제 회사인 렌토킬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칠리소스 비둘기 버거, 소금 식초맛 귀뚜라미 버거, 바베큐소스 애벌레와 초콜렛 딥핑 개미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단 이 메뉴를 먹을 만큼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여야 한다는 것. 참가자중 한 사람인 스탠 나이트는 애벌레를 한입 가득 입에 넣은 뒤 바로 뛰어나가 구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스탠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일반 음식과 비슷한 맛이였다. 하지만 한번에 너무 많이 먹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UN 국제식량농업기구 등 여러 단체에 의해 확인된 식용이 가능한 곤충들은 세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잠재적으로 가치있는 식량원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많은 곤충들은 지방은 적으면서 단백질, 아연,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다. 이번 행사에 사용된 비둘기는 도시 거주자들에게는 골칫거리로 여겨지겠지만 산비둘기(Wood pigeon) 의 경우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많은 레스토랑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잘 알려진 요리재료이다. 유지해 호주통신원 jihae1525@hotmail.com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유숙할 객주 치기를 내키지 않아 하는 늙은 주모를 다독거려 어렵사리 봉노로 찾아들었다. 혹여 적굴 사람이거나 무전취식을 일삼는 무뢰배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 때문에 봉노 내주기가 썩 반갑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깔아둔 멍석 틈새와 목침 속에 창궐하던 물것들에 뜯기다 못한 세 사람은 마당에 있는 살평상 위로 잠자리를 옮기고 모깃불을 피웠다. 천생 말뚝잠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잔뜩 흐려서 바람 한 점 없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봉삼이 말했다. “생달 사기점을 드나든다는 동무들에게 들었던 말과는 생판 다르오.” “그들도 지레 겁먹고 도래기재로 내왕하고 있을 테지요.” “적당들도 당장 눈치채고 도래기재로 소굴을 차린다는 생각은 못했을까…. 협기만 있다면 궐놈들과 대치하여 소탕할 수도 있을 텐데….” “그 동무들… 입성은 말쑥하고 언변도 젊잖았으나 결기나 배짱은 없어 보입디다. 부상들 가운데 용맹도 절륜하고 기개도 놀라워 협객의 기풍이 있다는 동무들을 흔하게 볼 수야 없겠지요.” “협객이 있다 할지라도 선달산과 옥돌봉 능선이 동서로 가로막고, 북쪽으로만 골짜기가 트여 있어서 적굴 놈들 네댓이 북쪽 골짜기에 있는 잔도만 가로막으면 생달은 독 안에 든 쥐요.” “그러나 북쪽에 구애가 없다면 내성이나 울진에서 영월 태백으로 가는 길은 도래기재를 넘는 노정보다 하루 반 노정 줄이기는 수월하지요. 그로써 경상도 내륙과 강원도 내륙 사이의 상로를 온전하게 유지한다면 큰 이문을 바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장담한 것은 천봉삼이었다. 곽개천이 거들었다. “서쪽으로는 충청도 영춘장까지는 고개가 많긴 하지만 120여 리, 영월 땅까지는 줄잡아 100리 상거겠으니 장정 걸음으로 이틀 노정이면 더 갈 곳이 없고, 내성까지는 옥돌봉 넘어 서벽을 지나 40리 상거에 불과하오.” “접장께서 소굴에서 데리고 나온 노인네들과 아녀자들을 멀리 내쫓지 않고, 왜 이제까지 양류밥을 먹이고 있는지 그 속내가 이제야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갑니다.” 곽개천이 그 말을 받아서, “시생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요.” 천봉삼은 덩달아 잠을 청하지 못하고 불당그래로 살평상 옆에 피워둔 모깃불을 뒤지는 주모를 살평상 모서리에 불러 앉히고 물었다. “생달에 원래 길손들을 바라고 숫막을 연 집이 몇이었소?” “네댓 집 되었지요. 그땐 생달이 유숙하는 길손들과 등짐장수들로 제법 붐볐더랍니다.” “지금은 몇 가호나 살고 있소?” “10여 호 됩니다. 천봉답에 피 농사나 짓고 근근이 연명하고 있지요.” “사기점은 여기서 초간하오?” “오전 약수터 못미처에 있습니다만, 요즘은 등짐장수들의 출입이 뜸해지고 숫막도 덩달아 한 시절 가고 말았지요.” 달게 자기는커녕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등걸잠으로 조리를 친 일행은 하루종일 옥돌봉과 문수산과 박달재를 비롯하여 생달의 사기점까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하룻밤을 더 묵고 내성으로 회정하였다. 물론 그때까지도 임소에는 반수 권재만의 소식이 당도하지 않고 있었다. 소식 늦은 것이 장차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 알 수 없었으나, 서둘러 십이령을 넘어 말래 접소로 회정하였다. 일행이 내성 발행하여 가풀막진 모래재 초입으로 들어설 즈음, 배고령에게서 배웠다는 길세만의 타령이 들려왔다. 미역 소금 어물 짐 지고 내성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대마 담배 콩을 지고 흥부장을 언제 가노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반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오고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시그라기 우는 고개 이 고개를 언제 가노…
  • 불황속 ‘나만의 작은 사치’… 프리미엄 향수 인기몰이

    불황속 ‘나만의 작은 사치’… 프리미엄 향수 인기몰이

    ‘로케팅’(rocketing)은 일상적으로 쓰는 물품은 저렴한 것으로 사면서 자신이 가치를 두는 특정 제품에는 큰돈을 쓰는 소비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02년 낸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를 연구한 존 버트먼은 “로케팅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경제상황을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때 기쁨을 줄 수 있는 상품을 소비하며 위로를 얻는다”라고 정의했다. 불황에 지갑이 얇아지면 다른 소비는 줄이고 한두 가지 품목으로 사치를 즐긴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급 향수의 인기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나만의 향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 병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프리미엄 향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수입화장품의 백화점 매출이 떨어지는 반면, 고급 향수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7월 고급 향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0.3% 증가했다. 향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65.6%, 지난해 92.7%로 꾸준한 성장세다. 화장품의 매출 증가 폭이 2011년 17.6%, 지난해 4.8%, 올 들어 2.6%로 매년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이 10만~50만원대로 일반 향수보다 최대 10배 이상 비싼 프리미엄 향수가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작은 사치’라고 설명한다. 수백만원짜리 명품 백은 아니지만 비교적 적은 돈으로 명품을 소비한다는 만족감을 준다는 것이다. 조말론, 딥티크, 아닉구탈, 바이레도, 크리드, 아쿠아디파르마 등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는 전문 조향사를 두고 꽃, 아보카도 오일, 송진, 계피, 소금 등 40~50종의 천연 원료를 조합해 직접 수제 향수를 만든다. 합성 향료를 사용하는 일반 향수와 달리 독특하고 풍부한 향을 낸다는 평을 받는다. 프리미엄 향수는 니콜 키드먼, 시에나 밀러 등 해외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이효리, 고현정, 서인영 등 국내 패셔니스타들이 애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9월 영국 향수 조말론의 매장을 본점과 강남점에 열었는데, 일부 상품은 사려면 5~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지난해 가을 매장 개편에서 프리미엄 향수를 강화했다. 영국 왕실이 인증한 향수인 펜할리곤스의 단독 매장을 시작으로 샤넬, 디오르, 아르마니 등 향수 전문매장을 8개로 늘렸다. 향기를 즐기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향초와 막대형 방향제인 디퓨저 등의 판매도 급격히 느는 추세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는 지난달 천연 콩기름으로 만든 소이캔들과 인기 향초 브랜드 양키캔들의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687%와 115%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우드윅의 갤러리캔들처럼 천연 나무 심지를 쓰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효과까지 내는 향초가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신안 민어

    “민어회 뭉텅뭉텅 썰어 즐기고, 땀 삘삘 흘리면서 기름 동동 뜬 탕을 마시면 이상하게 기운이 돌아. 여름에는 민어가 최고여라. 배진대기를 기름장에 찍어 먹어 봐.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데 어떤 생선도 못 따라와. 민어는 버릴 게 하나도 없제” 회 한 접시 뜨며 부위별로 이렇게 말 많은 생선도 드물지 싶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위판장 옆 ‘회 떠주는 곳’ 1호 남자는 날렵하게 살을 도려내면서 민어 예찬에 들어갔다. 내장이 적고 살이 두꺼워 금세 한 접시가 차고, 껍질이며 부레까지 식감과 맛이 여느 생선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맛있다는 부위가 다르제라. 하지만 난 운동량이 많은 꼬리가 쫄깃하고 식감이 좋데요. 살에 묻혀 들어가기 쉬운 지느러미는 숨어서 먹는 부위랑께. 꼬들꼬들 고소한 맛이 일품이제” 민어(民魚)는 예로부터 기운 없고 식욕 떨어지는 복달임 때 찜이나 탕으로 몸을 다스리던 선조들의 보양식이었다. 귀하기도 하거니와 맛이 좋아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개장국은 삼품’이라는 찬사가 밥상 인문학처럼 흘러나왔다. 민어를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면 불효처럼 죄송해지고, 회가 닿지 못하는 육지에서는 찜과 젓갈만으로도 여름 호사로 여겼다. 게다가 임자산 염장민어를 방망이로 두들겨 굴비처럼 안주 삼으면 애주가들은 술잔 비우기 바빴다. 그 민어가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찌고 기름기가 올라 가장 맛있을 때가 지금이다. 덩달아 임자도를 중심으로 신안과 목포 일대는 극성 미식가들이 ‘민어앓이’를 한다. 자고로 음식은 불편하더라도 현지에서 그곳 바람을 쏘이며 잘 만지는 주인이 재빠르게 조리한 제철 재료를 동네 막걸리 곁들여 느리게 즐겨야 하는 법이다. 그러니 민어를 잘 먹는 방법은 경매장 옆 회 뜨는 집에서 손질해 바닷가 파라솔 아래에서 바로 먹거나 근동 횟집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지의 즉석이용 ‘허점’은 있다. 여름 민어는 잡자마자 상하기 시작해 상인들은 팔기 전에 아가미 밑을 눌러 피부터 뺀다. 그리고 소위 잘한다는 식당들은 내장 등 부속물을 빼내고 냉장고에서 사나흘 숙성시킨다. 사후 경직이 풀려 이노신산이 생겼을 때 살이 탄력 있고 감칠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민어를 싱싱하다고 즉석에서 활어로 먹는 것은 맛으로 치면 한 수 아래라는 얘기다. 위판장을 둘러보고 바로 옆 증도에서 짱뚱어탕 한 그릇 먹고는 목포로 들어왔다. 매년 한 번은 들르는 단골 민어집이 유달산 아래 있기 때문이다. 여느 날처럼 알전구가 매달린 구석 골방으로 들어가 민어로 할 수 있는 요리를 모조리 시키고, 목포 막걸리 한 병을 들이도록 주문한다. 두 명이 먹기 딱 좋은 민어회 한 접시와 무침, 전, 탕까지 차례로 나오고 신이 난 젓가락은 망둥이처럼 덤벙댄다. 바닷가 아니랄까봐 회 접시는 무디다. 민어살을 쑴벙쑴벙 투박하게 썰어 양배추 위에 산처럼 쌓았다. 올해는 민어가 안 잡혀 비싸다더니 값을 못 올리는 대신 양이 줄었다. 먹기 바빠 투정이 쑥 들어간다. 그대와 막걸리 잔을 부딪치고, 복숭아 꽃잎처럼 분홍색이 도는 살점을 이 집만의 비결인 막걸리 초장에 푹 담가 입안에 넣는다. 막걸리 식초가 주는 감미롭고 풍부한 맛이 민어의 부드러운 살집과 어우러져 농밀하게 번진다. 어쩌면 이 초장이 30년간 이 집에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놓은 비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어는 살을 손대기 전에 탐내야 할 부위들이 있다.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탱탱하게 내놓은 껍데기는 그 첫맛이다. 참기름과 깨를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꼬들꼬들 낯설고도 ‘고숩다’. 오죽하면 ‘민어 껍질로 밥 싸 먹다 논밭 다 팔아 먹는다’는 속담이 생겼을까. 또 하나는 부레다. 유일하게 부레를 회로 먹는 생선이 민어다. 고래 심줄처럼 질겨서 질겅질겅 씹다 보면 담백하고 고소한 야크치즈가 떠오른다. 하지만 진짜로 먹을 줄 아는 어부들은 쫄깃하고 기름진 배진대기와 꼬리살, 지느러미를 먼저 집어 먹는다. 이 집은 지느러미를 다져서 고추와 파를 넣고 무쳐 내놓는다. 막 기름에 부쳐낸 전은 묵은지와 싸 먹으면 별미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뼈를 넣고 끓인 싱건탕이나 매운탕을 먹는다. 살진 기름이 동동 뜬 진국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끝까지 종횡무진 신나는 생선이 민어다. 민어는 커야 맛있다. 그래서 클수록 ㎏당 값이 올라간다. 10㎏짜리는 떠야 민어 먹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 정도면 2~3가족 옴팡지게 먹는다. 아무래도 알을 품고 있는 암치는 살이 무르다. 해서 여름 회는 수치를 더 쳐 준다. 덧붙이자면 지도읍까지 갔으면 증도를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2010년 3월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연륙교가 개통됐다. 전국 최대 소금밭 ‘태평염전’이 있고, 너른 갯벌에서는 짱뚱어가 펄떡거린다. 짱뚱어를 갈아 시래기에 된장 풀어 들깨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짱뚱어탕은 증도의 여름 별미다. 구수하고 소화가 잘 돼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핑계는 민어지만 낭만과 추억을 먹어야 하는 것이 음식기행의 본질이고 보면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해찰하는 것은 식탐에 앞서야 할 ‘정갈한 재료 둘러보기’다. 글 사진 목포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는 국토의 발목 목포를 점심 소풍 장소로 끌어당겨 놓았다. 무안 쪽으로 빠져 지도읍 송도위판장을 들러보자. 새벽 4시쯤이면 배가 들어와 민어 경매가 시작된다. 아침 무렵이면 모두 철수하니 적어도 오전 8시 이전에는 가야 어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다. 인근 경매인들이 운영하는 수산에서 민어를 구입, 바로 옆 ‘회 떠주는 곳’에서 회를 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 포장도 가능하다. 식당 민어는 한 접시에 4만 5000원이다. 제철 맛집(061) 목포 영란횟집(243-7311, 민어·농어 등 제철 생선), 증도 고향식당(271-7533, 민어회·짱뚱어탕), 증도 갯풍참민어장어횟집(271-0248, 민어회·갯벌장어구이·짱뚱어탕)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시생이 임소의 도회에서 접장에 천거되었다는 소식은 어찌 들으셨소?” “질청의 구실살이들과 상종이 잦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오늘밤 주과를 차려 모신 것도 경하할 일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도둑의 수괴와 동행이었다는 분은 사유(赦宥)를 받았습니까?” “모르는 게 없구려…. 반죽 좋은 그 사람도 치도곤이 무서워 손톱여물을 썰고 있소. 시생 역시 그 동무 꼭뒤잡이되어 접소에서 배송*될까 조마조마해서 그동안 덩달아 달게 자고 일어난 적이 없소. 밤마다 쪽잠에 조리를 치고 나니, 고뿔이 오려 하오. 그 동무나 시생이나 주제가 사납게 되었지요. 그 동무가 징치를 받게 되고 시생이 접장이 되면 무슨 비위짱으로 행세를 하겠소.” “모처럼 쇤네의 집에 침석을 마련하였으니, 하룻밤이나마 편히 쉬고 가십시오.” 향임의 말에 적지 않게 놀랐으나,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접소에서는 한저녁에 몰래 빠져나왔으니 동무들은 야경벌이* 나간 줄 알겠소.” “기방에서 몰래 침석을 하신다면, 야경벌이나 다름없겠지요.” 정한조는 입귀가 돌아가도록 웃고 나서, 향임이 쳐 주는 술잔을 받았다. 술잔이 두어 순배 돌아간 뒤 궐녀는 주안상 가까이 두었던 등잔을 등 뒤로 두어 발짝 멀리 옮겨 놓았다. 주안상 근처는 어두워진 가운데 지분 냄새는 더욱 코끝에 사무치고, 등 뒤로부터 비치는 불빛으로 말미암아 풀 먹여 다려 입은 모시 적삼 속으로 궐녀의 부드럽고 흰 이목구비가 아련하게 드러났다. 주전자를 들어 올릴 때마다 궐녀의 젖가슴이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였다. 몸가축을 알뜰히 가꾸었다는 증거였다. 익은 술냄새와 가슴까지 적시고 드는 지분 냄새가 서로 어울려 방 안의 분위기는 술잔에 미약(媚藥)을 푼 것처럼 금세 농밀하게 익어 갔다. 밤은 저절로 두어도 깊어 가는 법, 향임이 말대로 두 사람 모두 의지할 곳 마땅치 못하고 또한 서발막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이 없는 외로운 처지들이었다. 어느덧 술 따르는 소리가 밤새 우는 소리처럼 살갑게 들릴 무렵,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등메 위로 코를 박고 비스듬히 누워 버렸다. 향임이가 다가와 베개를 받쳐 주는 것을 알아챈 정한조가 두 팔을 크게 벌려 향임이를 와락 끌어안고 말았다. “옷이 구겨지십니다.” “그깐 소금장수 베잠방이 구겨져서 걸레가 된들 대수겠소.” “입성이 사나우시면, 체통도 구겨진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향임이가 다가와 정한조의 옹구바지와 홑저고리를 벗겨 횃대에 걸어 주었다. 그는 그런대로 몸을 맡겨 두고 있었다. 취기가 도도하여 부끄러움은 저만치 달아나고 건장한 한 사내의 땀투성이가 된 허우대가 등메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향임이는 함지박에 물을 떠와 사내의 몸에 밴 땀을 알뜰하게 씻어 주고 주안상을 수습한 다음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때 문득 궐녀의 뇌리를 스쳐 가는 상념이 있었다. 소년의 나이에 기적에 올라 관기로 처신하는 동안 관원이나 하나같이 어투가 도저한 양반의 수청 기생 노릇으로 면박이나 당하면서 그들에게 하기 싫은 화수(和酬) 먹이를 주고받거나 아니면 육허기나 풀어 주는 노리개가 되어 왔었다. 그러나 소금장수와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있는 이 순간만은 오랫동안 겪어 온 그런 수치심에서 완전하게 일탈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이야말로 한 계집사람으로서 온전하게 다시 태어난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궐녀는 사내의 큰 가슴에 손을 얹고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손바닥으로 사내의 풋풋한 기운이 뜨겁게 전달되었다. 그 손을 사내가 잡아 이끌어 배꼽으로 가져갔다. 모잽이로 누운 계집의 다른 한 손은 어느새 사내의 불두덩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윽고 두 몸이 한 덩어리가 되어 부둥켜안고 등메 위를 한 바퀴 휘그르르 돌아감에 계집은 아래에 있고 사내는 위로 올랐다. 숨가쁜 소리가 오가고 난 뒤 계집에 주렸던 사내의 살송곳이 계집의 익혈을 향하여 맨땅에 송곳 박히듯 옹골지고 힘차게 내리박혔다. 사내의 하초에서 참기름 병마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메기 잔등으로 가물치 넘어가듯 미끌 하는 느낌이 들면서 계집의 감창소리가 입술 밖으로 터져 나왔다. 연거푸 이합을 치르고 나자 색에 주려 왔다고는 하나, 어진혼이 나간 듯 생게망게하여 깜깜한 밤인데도 한동안은 눈앞에서 북두칠성이 왔다 갔다 하였다. 계집은 사내의 겨드랑이 아래에서 물고를 뽑은 듯한 살송곳을 잡고 누워 좀처럼 비켜나지 않았다. 그리고 가풀막진 사내의 거웃을 오랫동안 어루만지며 채근하고 있었다. “오얏꽃* 주제인 쇤네가 언감생심 초례청을 차리자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간혹 쇤네의 누추한 와실을 찾아 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명색이 접장이 되었다 하나, 하찮은 소금장수에 무지한 밥쇠일 뿐이오.” “취하신 줄 알았더니, 멀쩡하시네요.” “잠자리를 같이하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소.” “말래 접소에 머무실 동안 말미를 내어 간혹 쇤네를 찾아 주시겠습니까? 은행나무 열매는 새가 먹지 않는답니다.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길가에 잠시 피었다가 지고 있는 오얏꽃이라 하나 은행나무 열매처럼 독은 없으니 자주 찾아 주십시오.”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 오거든 고개 돌리고 외대나 마시오.” *배송: ‘쫓아내다’의 곁말 *야경벌이: 도둑질 *오얏꽃: 기생의 곁말
  • 마포구 염리동 소금마케팅 “짭짤하네”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소금 특화 사업이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 차원의 사업임에도 지역 특성을 잘 살린 이색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염리(鹽里)동은 이름 그대로 소금(鹽)을 담당한 동네라는 뜻이다. 서해안의 소금이 마포 나루를 통해 서울로 공급되면 서울에서 생산된 다른 물품들이 반대급부로 전국에 유통됐다. 염리동은 조선시대 내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소금 거래소였다는 점에 착안, 소금을 모티프로 한 사업들을 벌여 왔다. 우선 2011년 동주민센터 2층에 ‘솔트카페’를 열었다. 동주민자치위원들이 공동 운영하는 마을기업이다. 천일염이 함유된 커피, 과자 같은 메뉴를 주로 내놓았다. 천일염은 지식경제부 선정 광역경제권에 따라 전남 영광군, 고창군 등에서 공급받는다. 또 경력 단절 여성을 우선 채용, 지역 일자리에도 도움이 되도록 했다. 마을만들기 사업, 전국주민자치박람회 등에서 우수사례로 꼽히면서 60여개 지방자치단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왔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아예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만들었다. 이 자료에다 소금마을의 구상과 탄생 과정을 모두 담았다. 나아가 ‘소금길’ 사업으로 확대했다. 범죄에 취약한 1.7㎞ 구간을 산책로로 꾸몄다. 여기에 소금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소금을 테마로 한 벽화들을 그려 넣었다. 아울러 전봇대마다 발광다이오드(LED) 번호 표시등, 공한지 쉼터, 안전지킴이 비상벨 등을 설치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범죄신고 전화가 30%나 줄어드는 등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섭 구청장은 “기대 이상의 효과에 만족해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주민공동체 사업 방안의 하나로 소금길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소금나루 조성 등 지역 특색을 살린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소리 잘하는 배고령입니다.” “배고령? 바른말 잘한다는 그 배고령?” “어허, 세상일 알고도 모르겄네. 이 육실할 년이 하필이면 낼모레가 환갑인 배고령에게 가랑이를 벌려주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10년 과수로 독수공방하다가 고자 대감을 만난다더니… 이년이 숱한 남정네 놔두고 하필이면 몇 해 못 가서 환갑이 될 노닥다리 등짐장수와 배꼽을 맞추었네그래. 배고령이 언변만 번지르르한 줄 알았더니, 똥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재간까지 있는 줄 어느 누가 알았겠나. 돌림병에 까마귀 울음이라더니 이런 봉패가 있나….” “봉패라니요? 구월이가 본데없는 산중 처자라고 모두 손가락질하는지 몰라도 사람 보는 눈이 있습디다. 배고령이 구월이와 견주어 연세가 약간 지긋하다 하나 아직 허리도 튼튼해서 소금 짐을 지고 치받이길을 치고 오르는 데 아무런 구애가 없고, 양도가 절륜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심성도 진국이어서 내자를 위하는 마음 한 가지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이오. 언변도 얼음에 박 밀듯 매끄럽고 언문에도 통달하여 장거리에 나가서 흥정을 해도 막힘이 없는 사람이오. 경위 밝고 보비위도 잘하여 장모님도 범절 차려서 깍듯이 모실 것입니다. 통도 크고 능갈치는 재간도 출중하여 조선팔도 어느 장거리에 내놓아도 남의 견모가 된 적이 없습니다.” “보비위 잘하는 놈치고 쓸개 안 빠진 놈이 없지…?” “배고령이 그처럼 데데한 사람이 아니랍디다.” “누가 그런 말을 하였소?” “이번에 접장이 된 정한조 도감이 그럽디다.” “도감 어른이 접장이 되었소?” “되다마다요. 사실은 혼례 치를 겸사해서, 접장이 된 축연도 해야 하오.” 월천댁은 다시 한번 까무라칠 뻔했지만, 정한조가 접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나마 시름을 잊게 되었다. 사실 정한조가 접장이 된다는 소문은 파다했으나 아직 임소에서 통기는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소 마음속으로부터 정한조에게 한없는 신뢰를 보내는 월천댁의 심사를 달래주는 데는 효험이 있는 말이었다. 월천댁으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주선하고 숨어버린 구월이까지 찾아내어 모녀 사이에 손찌검이 오가지 않도록 달래주느라 사흘간 동분서주하는 동안, 말래 접소에는 그동안 빈자리로 있던 내성 임소의 접장에 정한조가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당도하였다. 정한조가 감당했던 도감 자리에는 도공원이었던 곽개천이 천거되었다. 도감이 접장으로 발탁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떠들썩했던 그날, 해가 나절가웃이 될 무렵 말래 접소에는 생긴 것도 반반하고 입성도 단정한 한 상노아이가 찾아와 정한조에게 언문으로 쓰인 짧은 편지 한 장을 은밀히 전달하고 돌아갔다.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워 두 발짝 앞에 있는 사람의 형용도 분별하기 어려운 한저녁, 베잠방이 차림의 정한조는 동배간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몰래 접소를 나섰다. “분복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여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곳이 없어 공규를 지키며 외롭기 그지없기는 접장 어른과 쇤네 역시 다를 바 없어 전전불매(輾轉不寐)입니다. 오늘밤 소찬을 마련하여 접장 어른 모시려 하니 허물하여 내치지 마시고 쇤네의 와실(蝸室)을 찾아 주십시오.” 작은 쪽지였지만 여인으로부터 난생처음 받아본 언문 편지였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다. 연서라는 것이 애당초 그에겐 낯선 것이기도 했지만, 접소의 동배간들 몰래 울진 관내에선 명자(名子)가 떠르르하다는 기녀의 집을 찾아간다는 것도 분복에 겨운 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행담(行擔) 짜는 놈은 죽을 때도 버들잎 입에 물고 죽는다 하지 않았던가. 분수에 넘치는 일을 대중없이 넘보다 보면 필경 화근이 되어 환난을 겪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나절가웃에 걸려 있던 해가 먼산주름 뒤편으로 껄떡 넘어가고 산허리에 저녁 이내가 어렴풋이 걸릴 제, 매미 소리 또한 숲속에서 지악스럽게 울어대면서 마음이 어느새 동하여 정한조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접소를 나서고 말았다. 향임의 집은 접소에서 흥부장으로 향하는 한길로 가다가 왼편으로 꺾어든 언덕 아래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발새 익은 길은 아니었지만, 간절한 마음 때문인지 집은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단간 초옥에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데, 울바자 밖으로 정한조가 모습을 드러내자,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었던 것처럼 향임이가 몸소 뛰어나와 맞이하였다. 다가오는 궐녀에게서 지분 냄새가 설핏하였다. 외짝 지게문이 달린 휑뎅그렁한 방안에는 조선팔도 어느 고을 기방 풍속이 그러하듯 차려둔 가재도구는 전혀 보이지 않고 다만 빗자루 하나가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멍석 위에 등메가 덧깔린 방 가운데는 개다리소반에 주안상이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산해진미가 차려진 것은 아니었다. 울진 흥부장 저잣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주찬들이었다. 그처럼 조촐한 주안상이 정한조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딱 벌어진 다담상에 주과가 즐비하였다면 아마도 좌정하기가 거북했을 것이었다. 향임의 도량이 그만치 깊다는 것을 차려진 주안상에서 익히 엿볼 수 있었다. 향임이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그 무릎 위에 두 손을 포개 얹고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었다. “오늘밤 오시지 않으셨다면, 짧은 여름밤이었다 하나 이렇게 앉아 뜬눈으로 새웠겠지요.” 그 말에 정한조도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나 역시 편히 잠들지 못하고 조리를 치거나 등걸잠으로 밤을 새웠겠지요.” 향임이가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정한조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거들었다. “성가시게 여기지 않으시고 편역을 들어주시니 고맙습니다.”
  • ‘고환 사냥꾼’ 파쿠, 유럽에 출현 ‘남성 주의 요망’

    남성의 고환을 물어뜯어 결국 목숨까지 앗아가 일명 ‘고환 사냥꾼’으로 불리는 괴물고기 ‘파쿠’가 유럽 덴마크의 한 해협에서 잡혀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했다. 덴마크 영자신문 ‘코펜하겐 포스트’는 8일(이하 현지시간) “코펜하겐 국제공항 인근 솔트홀름(소금섬) 을 둘러싼 외레순 해협에서 몸길이 21.5cm짜리 파쿠가 잡혔다”고 보도했다. 파쿠는 남미의 육식 어류인 피라냐의 사촌으로 무게 25kg까지 성장하며, 인간의 치아를 닮은 커다랗고 납작한 이빨로 주로 딱딱한 견과류를 깨부셔 먹는다. 하지만 수질이 나쁜 물에서는 남성의 고환을 먹이로 착각해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파쿠는 에이나르 린드그린이란 아마추어 낚시꾼이 자신의 장어통발에서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를 비롯한 지역 낚시꾼들은 이를 피라냐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덴마크 자연사박물관의 조사 결과, 피라냐인줄 알았던 물고기는 파쿠로 확인됐다. 파쿠는 원래 남미 아마존에 서식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 아시아와 미국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파푸아뉴기니에서 2명의 남성 어부가 물에 들어갔다가 괴물고기로부터 습격을 당해 고환 파열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추후 괴물고기의 정체가 파쿠로 드러났고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뭇남성들을 충격에 빠뜨렸다는 후문. 이 때문에 파쿠는 세계 일부 지역에서 ‘볼커터’(ball cutter)라는 악명으로 불리게 됐다. 파쿠는 주로 채식을 하지만 때때로 작은 어류나 동물을 잡아먹으며 매우 공격적이어서 지역 생태계를 빠르게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파쿠가 발견된 것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지만 남성들은 바다에서 수영할 때 자신들의 취약한 부위를 보호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수정암 마룻장을 뜯고 찾아낸 장물의 물목단자에는 그동안 십이령을 넘나들던 어물 상단과 길손들이 적당에게 탈취당했던 엄청난 전대와 패물의 알천들이 일목요연하게 적바림되어 있었다. 당백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은장도(銀粧刀)와 석장도(錫粧刀), 은항장도(銀項粧刀), 칼자루, 피도갑(皮刀匣), 밀화(密花), 산호(珊瑚), 호박(琥珀), 진옥(眞玉)과 같이 어물 상단으로는 눈요기도 어려웠던 진귀한 보석들이었다. 값어치로 따지면 기천 냥을 헤아릴 만하여 과연 십이령의 험로를 넘나들던 상단의 복물짐이나 길손들의 봇짐을 가차없이 탈취한 적당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그들 상단으로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물자들도 있었다. 그런 물목단자를 앞에 두고 속내가 달라진 접소 동무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장물들 대부분이 우리 상단을 은사죽음시키고 탈취한 물화들이니 임소의 하회를 기다릴 것도 없이 응당 우리들의 차지가 되어야 합니다.” “장물은 그동안 적변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버린 동무들의 친인척을 찾아내어 돌려주어야 후환이 없습니다.” “그 말도 온당하나 그동안 죽음을 당한 동무들 거개가 고향이 어느 고을 어느 골짜기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 여기 모여 앉아 있는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십중팔구 사고무친한 미장가 엄지머리에 오쟁이 진 홀애비 처지들이라, 그동안 장례며 면례(緬禮)조차 우리 임소 동무들이 십시일반해서 치러주지 않았나. 혹여 망자의 안태고향을 찾아낸다 할지라도 십중팔구 가숙이라 할 만한 계집사람이나 내지른 소생도 없어서 생시 때 초인사는 물론이고, 안면조차 트지 않았던 사돈의 팔촌들만 움 안에서 떡 받기 십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물화들을 관아에 고스란히 갖다바쳐야 하나?” “그건 게걸들린 길청의 이서배 놈들에게 이것 갖다가 한입에 꿀꺽 삼키시오 하고 턱밑에 들이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야.” “설마하니, 몽땅 털어 삼킬까.” “그놈들 목구멍은 호랑이 목구멍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임자가 몰라서 그러나? 구실살이들이 월름(月?)이 없는 까닭이 나변에 있나? 그렇게 임자 없이 굴러온 물화를 거두어 치부하라고 월름을 두지 않았던 것이야. 여북했으면 호랑이 아가리란 별호가 붙었겠나. 우리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적굴을 소탕하고 건진 거관(巨款)을 입맛 다시는 데 이골 난 길청의 이서배 놈들 썩은 뱃속에 채워줄 까닭은 없지.” “그거 듣던 중 반가운 말씀일세.”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 접소에서 거둬들여야 할 장물일세.” 행중 식구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가운데, 곰방대를 빼물고 천장만 쳐다보고 앉았던 정한조가 시끌시끌하던 좌중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가만히 일렀다. “그 장물의 물목단자는 이미 임소에 보장을 띄웠으니, 우리가 접소에 앉아서 가지자 말자 하고 떠들어댈 처지가 아닐세. 견물생심이라 해서 그만한 거관에 이르는 장물을 취득하였다면 나랏님이라도 거두어서 내탕금으로 쓰고 싶은 심정일 것이야. 나 또한 욕심이 생기지 않은 것은 아니네. 그러나 장물로 말미암아 해로동혈하자는 접소의 동무들끼리 의견이 분분하고 종국에 가서는 좋은 의초들이 상해 서로 얼굴을 붉히고 삿대질이 오갈까 해서 부랴부랴 임소에 보장을 접수시키지 않았겠나. 그로써 그 장물은 좋든 싫든 이미 우리 손에서 떠난 셈일세. 임소에서 작정하신 대로 우리 접소로 되돌려준다면, 그때 우리 임의대로 처분할 것이고 아니면 임소나 관아에서 처분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도리일세. 우리가 처음 적당을 소탕하고자 결의하고 나섰을 때, 저들의 장물을 거두고자 발기한 것은 아니지 않나. 다만 십이령 고갯길에 적당이 창궐하여 그 폐해가 막심해 그것을 정습시켜 우리들 상로의 안녕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었나. 그러기에 장물을 가지고 말들이 많은 것은 우리의 체면을 스스로 손상시키는 일이며, 누워서 침 뱉기일세. 모두 자숙들 하게나.” 본심은 한결같이 충직한 사람들이라, 정한조의 한마디에 좌중이 잠잠해졌다. 정한조는 일행의 심사가 그동안 치러진 일들로 몹시 들떠 있고, 장물에 대한 미련도 말끔히 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들떠 있는 심지들을 쓰다듬고 달래주어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이렇다 할 묘책이 나서지 않아 전전긍긍이었다. 사로잡은 적당의 수괴는 임방의 처분에 따라 안동 부중으로 압송하여 짐을 덜었으나, 그와 더불어 길세만을 징치하라는 하회가 떨어질까 해서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모처럼 조기출, 천봉삼과 정담을 벌여보았다. 긴 논의 끝에 천봉삼이 내놓은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우선 송만기를 샛재의 월천댁에게 보냈다. 송만기로 하여금 자신의 본색을 토로하여 월천댁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함이었다. 그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게 된 월천댁의 가슴은 찢어지는 것 같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곁에 벼락이 떨어진다 해도 침착했던 월천댁은 송만기가 부풀어 오른 젖무덤을 숨기려고 가슴을 감싸고 있던 무명 자투리를 풀어 보이자, 그만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설마하니 송만기가 남장한 계집일까 해서 사뭇 곧이듣지 않다가 오목 주발을 엎어놓은 듯한 만기의 푸짐한 젖가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만기의 실체를 차마 보고 싶지 않아 일변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 가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보고 또 보다가 그만 염치불구하고 곡지통을 내쏟고 말았다. 간혹 젊고 모색도 반반하게 생긴 보상들이 통행에 구애를 받거나 험상궂은 부상들이 뒤따라다니며 지분거릴까 해서 남장을 하고 다니는 경우는 있었으나, 소금이나 어물 짐을 지고 험로를 넘나드는 부상이 남장을 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바로 그때였다. 길세만의 뒤통수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위인이 그를 수행시켜 그토록 먼 산채로 되짚어 온 까닭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짚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산채 어딘가에는 적당이 숨겨둔 장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 적당을 소탕할 적에 사람 잡는 데만 골똘했던 나머지 적당이 그동안 행상인들로부터 탈취한 장물들 숨긴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두령이란 놈은 소금 상단이 놓쳐버린 것이 뭔지 꿰뚫어 보고 있었고, 이제 숨겨둔 장물들을 회수하여 도타할 궁리를 하는 것이었다. 필경 길세만으로 하여금 그 장물을 운반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었다. 내성에서 발행하여 산채까지 회정할 동안 눈여겨본 경험으로는 단 한 발짝이라도 헛걸음을 내디딜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행동거지가 자로 잰 듯 여축이 없었다. 해가 진 뒤에 두 사람은 암자로 기어들어 잠을 청하였다. 그러나 짐작이 거기에 이르렀던 길세만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잠이 저만치 달아나고 말았다. 위인은 도포를 덮고 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를 골았다. 길세만도 덩달아 헛코를 골았으나 잠들지는 않았다. 자정이 지난 뒤까지도 두 사람이 코 고는 소리는 숨바꿈으로 그칠 줄 몰랐다. 그때였다. 위인의 코 고는 소리가 뚝 멈추었다. 길세만은 침을 삼켰고, 위인은 가만히 상반신을 일으켜 바로 곁에서 자고 있는 길세만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나비처럼 소리 없이 일어나 법당으로 나갔다. 법당 한 모퉁이에 이르러 몸을 숙이더니 마룻장 아래에 귀를 붙이고 동정을 살폈다. 드디어 마룻장의 널빤지를 일 같잖게 들어 올렸다. 한 사람이 몸을 비집고 아래로 내려갈 만한 구멍이 생기자 위인이 지체 없이 법당 마룻장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마룻장 아래로 내려가서 더듬을 무렵부터 길세만은 벌써 구멍 곁에 몸을 숨기고 위인이 마룻장 위로 고개를 디밀어 올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아래에서 헤매던 위인이 마댓자루 하나를 어깨에 메고 마루 위로 고개를 디밀어 올렸다. 길세만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뜯어냈던 판자로 위인의 면상을 후려쳤다. 아쿠,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위인의 몸둥이가 마룻장 아래로 나가떨어졌다. 사이를 두지 않고 같이 뛰어내린 길세만이 혼절한 위인을 아갈잡이하고 뒷결박을 진 다음 법당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지체 없이 뜯어낸 판자를 본래대로 복구시켜 흔적을 없앤 다음 자정을 넘긴 시각을 불문하고 나귀 몰듯 재촉하여 샛재 주막에 당도한 것이었다. 아직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올지갈지했던 길세만은 정한조에게 묻지도 않은 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한몫을 뚝 떼어준다는 말에 솔깃하여 내성에서 한나무재까지 따라올 동안 입안에 혀같이 고분고분했습지요. 아니래도 곤경에 빠진 시생의 팔자를 고쳐주겠다는데, 화들짝 반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암자에서 헛코를 골다가 저 혼자 숨겨둔 장물을 찾으려고 몰래 법당 아래로 내려간 것은 위인이 나를 믿지 않고 있다는 증거겠으니, 그때서야 아차 해서 모골이 송연하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장물을 맞춤한 장소에 옮겨 놓은 뒤에는 필경 나를 척살할 심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법당 아래로는 두 사람 근력으로는 못다 옮길 장물이 쌓여 있기도 했겠지. 임자 몰래 장물 숨겨둔 곳으로 기어든 것은 나름대로는 영악하다는 궐자가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실책이었네. 사람의 행동거지가 자로 잰 듯 정확하다 해서 잠깐 실수가 없으란 법은 없지. 임자가 위인을 믿었듯이 궐자도 임자를 믿었어야 했네. 그러나 그렇게 되었더라면, 임자와 우리는 두 번 다시 대면할 일도 없었을 터이지.” “도감 어른, 시생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시생이 발붙이고 살아갈 곳이 도대체 도감 어른 휘하 말고 또 어디 있겠습니까. 위인에게 귀가 솔깃해서 고분고분 뒤따라 다녔습니다만, 마음속으로는 자나깨나 찜찜하고 거북해서 도무지 대궁밥인들 목구멍에 넘어가지를 않고 노숙하든 숙소참에 들든 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습니다.” “임자의 처분은 반수 어른의 분부에 달렸거늘 나한테 매달려보았자,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네. 그 암자에 숨겨둔 장물에는 손을 댄 사람이 없겠지?” “그럼요. 고스란히 있을 것입니다.” “그곳에 있는 장물은 모두 십이령을 넘나들었던 우리 상단이 목숨까지 바치면서 탈취당한 패물과 전대들이 아닌가. 이제야 그 전대들이 임자를 찾아가게 되었네. 설마 임자가 장물에 손을 대지는 않았겠다?” “아이구…도감 어른, 시생이 지은 죄가 없지 않은 터에 언감생심 그런 간특한 짓을 저질렀겠습니까. 대명천지에 날벼락 같은 말씀입니다.” 정한조는 비밀리에 천봉삼을 비롯한 행중 식구 셋을 불러 또다시 수정암으로 급주를 띄웠다. 그곳에 있는 산적들이 숨겨둔 장물들을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일변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안동 부중에 있는 반수 권재만에게도 통지하였다. 그러나 그 장물의 처분을 두고 접소에서는 도회가 열릴 정도로 의견들이 분분하였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쇤네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녀자들은 아침에 바람 불고 저녁에 비가 내리는 속에 외로운 등불과 차디찬 벽을 마주하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도감 어른께서도 평생을 두고 감당해야 할 등허리의 무거운 짐을 벗어날 길이 없겠으니, 그 또한 동병상련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아닙니다. 시생의 등을 짓누르는 무거운 등짐 때문에 세상살이가 홀홀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남의 고통도 알게 되었답니다. 시생의 등에 짐이 없었다면, 몸을 낮추고 사는 법을 몰랐을 것이오. 수레가 치받이길을 오를 때, 짐의 무게 때문에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고개치 하나를 넘을 때마다 시생을 꼿꼿하게 일으켜 세워준 것은 등에 진 무거운 짐이었지요.” 그제야 정한조는 크게 웃고 나서 향임이 건네는 술을 받아 마셨다. 자리가 길어지면서 좌석을 같이한 질청의 구실살이들은 거나하게 취해서 수다스러워졌다. 멀리 상석에 현령과 반수가 자리를 잡았고 분단장 곱게 한 기녀들까지 끼어 앉아 거북했던 상단은 주는 대로 받아 마셨지만, 정신들이 말똥말똥하였다. 반수는 그 자리에서 결옥된 두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를 받아냈다. 소금 상단이 적소를 섬멸한 공로가 있었기에 반수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일행이 구실살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관아를 나섰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반수는 객사로 들고 나머지는 관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염막을 찾았다. 말래까지 가자면 자정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날 밤은 송석호의 염막에서 기숙하기로 하였다. 그 역시 현령이 원상들을 위해 베푸는 소연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있었다. 송석호는 결옥된 염간들을 방면하겠다는 현령의 약조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뛸듯이 기뻐하였다. 종범인 염간들이 결옥되어 구초를 받게 되면 음흉하고 간사한 구실살이들이 송금을 어긴 것을 사주한 장본인을 밝혀내려 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송석호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반수가 아니었다면 감히 현령과 좌석을 같이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반수와 도감에게 청탁을 넣은 것이었다. 자린고비로 소문난 송석호도 그때만은 염막에다 술동이를 들여놓고 두루거리 밥상 위에는 방자고기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중은 비로소 퍼질러 앉아 처음부터 연배순이고 뭐고 파탈(擺脫)하고 잔을 돌리기 시작하여 밤을 지새웠다. 소식이 돈절되었던 길세만의 이름을 듣게 된 것은 행중이 이튿날 도방에 당도한 뒤였다. 마방에 갔던 만기가 헐레벌떡 뛰어들며 지금은 큰 우환 거리가 된 길세만이가 샛재 숫막에 당도하였다고 억죽박죽 소리를 질러댔다. 행중이 한결같이 작취미성으로 게슴츠레하여 맑은 정신 가진 사람이 몇 되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만기가 무슨 흰소리를 저렇게 하나 해서 반신반의하였다. 그러나 샛재 숫막에서 행중이 마중하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수상하게 여긴 배고령이 만기의 소매를 잡고 강다짐을 받았다.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어진혼 빠진 사람처럼 갈팡질팡하지 말고 차근차근 얘길 하게.” “미역 짐 지고 현동 저자로 갔던 행중이 회정길에 우연히 숫막에 들렸다가 길동무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적실한가?” “그 행중이 대낮에 허깨비를 보았겠습니까.” “길가놈이 어디로 가더란 말인가?” “접소로 오더랍니다.” “작반하는 일행은 없던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슨 꿍심인지 일행이 있느냐고 물어보아도 속시원하게 대답은 않고 접소에 당도하면 상단 사람들에게 통기만 해달라고 몸 닳게 사정하더랍니다.” “길가놈 두고두고 끌탕이로군…… 채비할 겨를이 없네. 어서 가세.” 배고령이 급히 정한조와 천봉삼에게 알렸다. 세 사람이 서둘러 샛재로 달려갔다. 소문은 듣던 대로였다. 길세만은 허위단심 샛재 숫막에 당도한 일행을 발견하는 순간 정한조를 부둥켜안고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그동안 손톱여물 써는 마음고생이 많았던 탓이었다. 길세만에게 붙잡힌 정한조가 그를 냉큼 뿌리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는 사이 다른 일행은 구월이가 거처하던 뒷방문을 열어제쳤다. 봉두난발이 된 한 사내가 아갈잡이에 뒷결박이 된 채 모잽이로 엎드려 있었다. 뒤늦게 뛰어든 정한조가 위인의 상투를 뒤틀어쥐고 면상을 천봉삼에게 들이댔다. 천봉삼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위인을 마당으로 끌어내어 육단을 시키고 무릿매를 내려 어육을 만든 다음, 그날로 말래 접소로 회정하였다. 적당의 두령이란 위인이 길세만을 곁꾼으로 수행시켜 당도한 곳은 그들의 소굴이 있던 산채였다. 쑥밭이 된 채로 버려진 산채를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위인은 그곳에서 머뭇거리며 더 이상 움직일 낌새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정체를 눈여겨보며 뒤를 밟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을까 사뭇 조마조마하였던 길세만이 채근하였다. “해 지기 전에 여길 뜹시다.” 위인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그를 힐끗 돌아다보며, 면박을 주었다. “뜨고 안 뜨고는 내가 작정한다. 네놈이 뭘 안다고 주책이냐?” “나는 뒤통수가 매식매식합니다.” “우리 일행을 수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야숙할 참이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수정암에 들어가 얼추 노루잠을 자고 떠나야 하겠다.”
  • 눈병에 걸렸을 때 눈 세안하는 것이 좋을까?

    눈병에 걸렸을 때 눈 세안하는 것이 좋을까?

    여름에 걸리기 쉬운 유행성 눈병은 휴가의 계절인 여름의 불청객이다. 흔히 눈병에 걸리면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생각으로 소금물이나 식염수, 물 등을 이용해 씻어내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종호 서울밝은세상안과 원장은 “‘눈병에 걸리면 소금물로 눈을 씻어내는 것이 좋다’는 속설을 믿고 눈 세안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백해무익하다”고 말했다. 본래 눈은 눈물을 흘려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게 되면 눈은 눈물을 발생시켜 이물질을 빼내고, 눈물 속에 들어있는 라이저자임이란 효소의 살균작용으로 눈을 보호한다. 그러나 유행성 눈병에 걸렸다고 눈 세안을 하게 되면 눈에 침입한 세균과 싸울 수 있는 항체가 함께 씻겨나가게 되고, 눈에 자극을 주게 되므로 오히려 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눈곱이 많이 끼거나 많은 양의 먼지가 들어갔을 경우에 과도하지 않을 정도로 눈 세안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약물 등 화학물질이 눈에 들어가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시급한 응급조치로 흐르는 물에 씻겨 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원장은 “여름의 덥고 습한 날씨는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고 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유행성 눈병에 걸리기 쉽다”며 “눈 세안은 눈이 가지고 있는 저항력을 낮추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위키백과(CC-BY-SA 3.0·Laitr Keiows)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4억 원짜리’, 동물세포로 만든 햄버거 공개

    소의 근육 세포를 이용해 만들어낸 햄버거가 화제다. 영국 런던에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교수 마크 포스트는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고기를 이용한 햄버거를 만들었다고 영국 미러지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142g의 고기 패티를 만드는 데는 총 25만 파운드(약 4억 원)가 사용됐다. 마크 교수는 연구실에서 만든 이 음식이 10년 이내에 고기상품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현재 농작물의 70%가 가축을 키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인공 고기의 개발로 가축을 키우는 농가가 적어질 수록 농작물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공 고기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마크 박사와 연구진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냈다. 소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그 크기가 30배 이상 커질 수 있도록 영양분이 담겨있는 물에서 재배한다. 크기가 커지면 콜라겐과 결합하게 해 근육을 키운다. 다음으로 만들어진 근육에 전기를 흘려보내는 실험을 하는데, 이는 마치 사람이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동물성 지방이나 밀가루, 소금과 같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섞어줌으로서 햄버거 패티가 완성이 된다. 이 기술은 도축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몸에 좋지 않은 기름을 빼고 불포화지방산과 같은 몸에 좋은 성분을 넣을 수 있다. 마크 박사는 “우리의 도전은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양의 고기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고 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소나무’가 한국을 상징하듯 ‘편백’은 일본과 대만을 대표하는 나무다. 일본은 조림면적의 70%가 편백이고, 대만 편백은 ‘대만의 국보’로까지 평가받는다. 피톤치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편백이 산림치유 수종으로 급부상했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과 심폐기능 강화,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통해 편백 정유를 포함한 비누·로션 등이 아토피성 피부염의 가려움증 완화와 항균 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편백이 ‘건강 전도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대 난대 조림지인 전남 ‘장성 치유의 숲(축령산휴양림)’은 전체 조림면적(240㏊)의 64%인 153㏊가 편백인, 한국의 대표적인 편백 숲이다. 지난 2010년 치유의 숲으로 지정됐다. 장성 치유의 숲은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숲의 다양한 물리적 환경요소를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일한 곳이다. 치유의 숲길이 4개(10.2㎞), 숲 가운데를 관통하는 임도(8.5㎞)가 조성돼 있다. 치유 프로그램은 4개 숲길 중 숲내음과 산소 숲길에서 진행된다. 현재 건강·하늘 숲길의 활용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곳에서는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인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해피락)을 비롯해 청소년 및 아토피 편백숲 학교(드림락), 국내 유일의 암환우 및 만성질환자 대상 프로그램(케어락) 등이 있다. 암 환자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방문이 늘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이 숲속에서 쉴 수 있는 ‘환우쉼터’도 만들었다. 케어락은 환우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4시간이 아닌 100분간 진행한다. 점혈법과 기체조 및 명상(수승화강운동), 산행 30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승화강운동은 ‘불은 내려가고 물은 올라간다’는 의미로 원을 그리듯 음양의 조화를 조율하는 산림 치유법이다. 환우들은 매일 숲을 거닐고 치유법을 반복하며 관리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청소년 치유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인근 중학교와 협력해 15명이 매월 한 차례, 3학년(6명)과 1~2학년(9명)으로 나눠 총 6회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가 있거나 의사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이 아닌, 말이 없고 내성적·소극적인 학생들로 부모와 교사 상담 및 동의를 얻어 이뤄지는 학교참여 지원 사업이다. 평일 오후 수업시간을 대신하기에 선생님이 동행한다. 아이들은 편백 숲 그늘에서 인사를 나누고 친구를 칭찬하는 마음열기 놀이와 손수건 염색 등을 수행했다. 손수건 염색은 자신이 원하는 나뭇잎이나 풀 등을 수건에 넣은 뒤 고무망치를 두드려 염색하는데, 정성과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원하는 색상이나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하경좌 산림치유운영요원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다”면서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고학년에서 학습 효과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최금옥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변화”라면서 “특수학급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학교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회공헌 네트워크, 소방공무원 직무스트레스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해 방문객 21만명, 치유 프로그램 이용자가 8000명에 달했다. 최근 주말에는 하루 3000여명이 찾는다. 방문객이 늘면서 주변 마을도 활성화됐다. 장기 치유객을 위해 숙식이 가능한 한옥민박이 생겨나고 특산품과 농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이 들어서는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지역과 연계성이 떨어지면서 요금이 과하게 비싸고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서부지방산림청 김철 주무관은 “지자체, 마을과 협의해 방문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방문객 증가에 따른 나무 스트레스를 감안해 권역별 휴식년제와 휴무일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진’으로 유명한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에 조성된 ‘편백숲 우드랜드’는 지난해 태풍으로 30%가 넘는 편백이 피해를 당해 지금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억불산 120㏊에 이르는 편백 숲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해 운영하는 유일한 치유의 숲이다. 풍부한 자연 조건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누드’ 풍욕(風浴)을 계획하고, 편백소금집 등 차별화된 시설 도입을 통해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 우드랜드에서는 사방에 진동하는 편백의 향기로 목욕하는 풍욕을 만끽할 수 있다. 누드 풍욕장인 비비에코토피아(2㏊)는 풍욕을 원시 상태에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바깥쪽에 대나무를 심어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반대여론이 거세자 현재는 종이옷을 입는 것으로 변경됐다. 에코토피아에는 편백이 울창한 곳에 비치의자를 비롯해 평상과 원두막, 토굴 등을 설치해 다양한 방식으로 풍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는 편백 톱밥을 깔아 관절환자들이 걷는 데 불편하지 않다. 걷는 것만으로 향 치유가 가능하다. 최대 100명까지 입장 가능하고, 편안한 휴식과 치유를 위해 휴대전화 반입은 제한한다. 풍욕은 피톤치드 발생이 가장 활발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40~120분 정도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억불산 정상(518m)까지 이어지는 무장애데크인 말레길(3.8㎞)과 벽체까지 소금으로 조성한 편백소금집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방문객 69만명, 수입 15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민은 무료 입장하는데 방문객 90%는 외지인이다. 문재춘 장흥군 환경산림과장은 “치유의 숲이 중요한 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숲치유사 채용 및 자체 인증 프로그램 도입 등 프로그램 내실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성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지자체 그물망 폭염대책… “취약층 피해 0 도전”

    지자체 그물망 폭염대책… “취약층 피해 0 도전”

    장마가 끝나면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기상청이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들의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반을 구성하고 쉼터와 도우미를 운영하는 등 폭염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5일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군은 읍·면 공무원과 노인 관련 기관 관계자 등으로 이미 지난달 초 폭염 대비 대책반을 구성했다. 군은 노인·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인돌보미·요양보호사 등을 폭염도우미로 활용한다. 이들은 홀로 사는 노인 3500명과 경로당·마을정자 등 쉼터 670곳을 돌며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각 마을 이장과 읍·면의 기관·사회단체 임직원 등이 노인들을 일주일에 1~3차례 방문하고 수시로 전화해 건강을 챙긴다. 경로당 367곳엔 냉방비를 지원한다. 김영범 하동군 주민복지실장은 “일찍부터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 정선군은 138개 경로당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지난달부터 4만원씩 냉방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는 건설도시방재국장을 팀장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무더위 쉼터 4922곳을 운영하고 있다. 구급차 116대에 생리식염수와 얼음조끼·팩, 정제소금, 물스프레이 등 폭염 구급 장비를 준비했다. 충남도는 마을회관과 경로당 3810곳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고 재난도우미 6738명이 방문이나 전화로 독거노인 등의 건강을 확인한다. 제주도는 폭염에 지친 도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이호해변, 삼양해변, 중문·색달해변, 표선 해비치 해변 등 4개 해수욕장을 밤 10시까지 개장한다. 서울시는 119 폭염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다. 구급대는 노인정과 공사장, 야외 행사장 등 취약지역을 하루 3차례 이상 순찰한다. 부산시는 동주민센터와 은행 등 856곳을 무더위 쉼터로 운영하며, 전화 등을 통해 홀로 사는 노인과 거동 불편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대상자↔돌보미↔대상자 친지로 이어지는 응급상황대비 비상연락망도 구축했다. 울산시는 폭염 대비 TF를 구성, 9월까지 비상근무한다. 시는 방문이나 전화로 취약계층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마을 방송시설과 문자서비스, 방송자막 등 다양한 홍보수단으로 대비책을 안내하고 있다. 인천시는 경로당과 동주민센터 등 309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냉방비 지원을 위해 26억 3000만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시는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오후 2~5시 야외작업을 쉬게 하는 등 무더위 휴식시간제 및 탄력시간제를 운영한다. 쪽방촌 및 여인숙에 거주하는 80가구 520여명에겐 선풍기와 아이스머플러 등을 지원했다. 인천시 사회복지봉사과 김태미 팀장은 “노숙인과 쪽방촌 거주자 가운데는 장애인이나 알코올 중독자가 많아서 폭염에 따른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커 다음 달까지 집중 보호기간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향임의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올랐다. 소년 시절부터 기적에 올라 닳고닳은 계집이라 하지만, 속내는 순진한 구석이 남아 있다는 증거였다. 궐녀가 정한조를 할끔하고 나서 에둘러 말했다. “작청에 있는 구실살이들이나 기녀들이나 돈 좋아하긴 매한가지 아니겠습니까. 고래로부터 있어온 일인데, 다를 데가 있겠습니까. 쇤네들도 정인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세 가지 패물로 가리는데…. 사향이 든 향냥이 첫째이고, 둘째로 은장도가 있고, 셋째가 암여우의 음문입니다. 사향은 최음제이고 암여우의 음문은 정인으로부터 버림받는 액운을 막아 주는 주물(呪物)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질청의 구실살이들이 바라는 것은 한 잎에서 난 것처럼 오직 뇌물이지요.” 수세와 관련하여 이서배들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것들이 그들의 농간에 따라 결정되곤 하였다. 그래서 간악하지 않으면 이서배들로 생각할 수 없었고, 이서배라면 간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이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것은 수령이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꾸짖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을 꾸짖고 엄중하게 다루어야 할 수령의 목은 이서배들이 당겼다가 놓아 주기를 일삼는 목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울진 소금 상단에도 질청의 이서배들이란 멀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까이할 수도 없는, 불가근불가원의 애물단지였다. 내친김에 정한조가 물었다. “양반의 직첩도 사고파는 일에 거침이 없는 세상인데…. 하물며 고을의 이방 자리를 사고파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오. 그런데 요사이 이방 자리 두고 얼마에 거래들 한답디까?” 아주 툭 털어놓고 파고드는 눈치이자, 적지 않게 놀란 향임은 매우 불안한 눈으로 정한조를 똑 바라보다가 말했다. “쇤네가 수령의 수청이나 드는 비천한 몸이라지만, 도감 어른께서는 쇤네와는 초면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토록 아금받게 파고드시면 어찌 도감 어른 심지를 거스르지 않고, 속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까. 들리는 말로는…. 요로의 금싸라기 자리를 얻는 데는 얼추 500이나 600냥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외간에 소문만 파다할 뿐 누가 목도한 적은 없었겠지요.” “500냥이라면 내로라하는 소금 상단 원상들도 감히 만져 본 적이 없는 거관이오.” “쇤네들은 더욱 그렇지요.” “고을살이하는 수령들도 그만 한 돈을 한 손에 만져 보기는 어려울 것이오.” “그런데 작사청의 구실살이들은 그런 거관을 예사롭게 주고받는 모양입니다. 이방이나 호장을 하면 길거리에 나가도 행세가 깎이지 않을 뿐 아니라, 가문의 발흥을 꾀할 수 있으니까 너도나도 앞다투어 투식(偸食)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면 전답을 팔고 가재도구를 팔아 몽전하여 이방 자리를 차지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어서 자릿값이 천정부지로 솟곤 하겠지요. 수령들도 그것을 익히 눈치채고 있으나, 모르는 척할 뿐이랍니다.” “여부가 있겠소.” “오늘은 무슨 연유인지 쇤네가 대중없이 나불거렸습니다.” “나불거렸다면 모두가 내 탓이오. 그런데 초면인 나에게 이토록 흉금을 털어놓고 대접하는 까닭이 무어요?” “동병상련 탓입니다. 도감 어른이나 쇤네나 이런 소연이 없었다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긴긴 겨울밤을 혼자서 자는 외로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해마다 맞이하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도 집에 돌아갈 엄두조차 못하고 부모처자를 생각하며 몰래 울면서 베갯머리를 적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토록 애끓는 사연을 내놓고 발설하지 못하고 애간장을 태우는 것도 도감 어른이나 쇤네나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고초는 돈으로도 탕감받을 수 없는 신세이고 보면 그 또한 도감 어른과 동병상련이 아닙니까. 그런데 구실살이들은 그런 고초조차 겪지 않고도 애옥살이하는 고을의 백성들을 위협하여 갈취한 돈으로 자신의 영달을 꾀하지 않습니까.” “녹록하게 볼 사람이 아니구려. 내게 그런 속내를 털어놓았다가 애매하게 뒤집어쓰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짓는다 하지 않았습니까.” “말은 그럴싸하나, 상고배(商輩)들이란 지체를 자랑하는 위인이든 시생처럼 비천하고 미욱한 밥쇠든 골자를 알고 보면, 이서배들의 간사한 속내와 크게 다르지 않소이다. 행상인으로서 화식을 해서 팔자를 고치게 되었든 실패해서 신세가 고단하게 되었든, 이서배들처럼 간사한 심사와 성실한 속내는 언제나 함께 가지고 있기 마련이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화식을 해보겠다고 간계한 속임수를 쓰는 것은 양심 가진 행상인이라 하더라도 한두 번쯤은 경험한 적이 없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정정당당한 돈벌이로 이문을 남겼다고 허풍을 떨었다면 그것은 필시 운명을 거스르는 거짓말일 것이오. 행상인들이란 시생과 마찬가지로 사고무친한 외톨이거나 아니면, 부모처자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비바람을 무릅쓰고 괴로움을 감내하며, 이문을 좇아 떼 지어 달려가는 들개들과 같습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냉소적이고 노골적인 정한조의 탄식을 귀기울이고 듣던 향임의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지나갔다. 그리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들어 술을 따랐다. “쇤네 난생처음 가슴에 사무치는 말씀을 듣게 됩니다. 어찌 이런 소중한 말씀을 하찮은 소연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하찮은 소연이라니 그럴 리가 있소. 시생은 황감할 따름이오. 우리가 가진 첩지에는 망언하지 말 것이며, 패악한 행위를 하지 말고, 음행하지 말고, 도적질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지요, 이 네 가지를 삼엄하게 경계하지 않는다면, 감히 상인을 사칭하고 다니는 무뢰배나 다를 것이 없지요.”
  • 첨가물만 6가지…맥도날드 감자튀김 재료는 17가지 충격

    일명 프렌치프라이로 불리는 감자튀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단순히 감자를 기름에 튀긴 뒤 소금을 뿌리면 완성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페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에는 무려 17가지 재료와 성분이 함유된다. 최근 세계적인 페스트푸드업체인 맥도날드의 캐나다 법인에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푸드 팩트’라는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맥도날드에서 판매 중인 감자튀김은 물론 빅맥, 스낵랩 등 모든 메뉴의 재료와 첨가물까지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감자튀김은 그 조리 방법이 간단한 만큼 첨가물이 그다지 많이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리스트를 보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주성분인 감자, 카놀라유, 대두경화유, 홍화씨유, 천연조미료(식물성) 순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어 노란색을 유지하기 위한 덱스트로오스, 자연색 보존을 위한 산성피로인산나트륨, 방부제 역할을 하는 보존료인 구연산, 기포를 방지하기 위한 소포제로 디메틸폴리실록산이 첨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자튀김을 다시 튀길 때 사용하는 식물성 기름에는 카놀라유, 옥수수유, 대두유는 물론 삼차뷰틸하이드로퀴논(TBHQ)라는 산화방지제가 함유된 대두경화유, 구연산, 디메틸폴리실록산이 함유됐다. 또한 튀김 위에 뿌리는 소금에는 자체적으로 함유된 요오드화칼륨은 물론 결착을 방지하는 실리코알루민산나트륨, 색상 유지를 위한 덱스트로오스가 첨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들 재료는 어디까지나 해외 원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완벽하게 똑같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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