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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광고 엿보기] 셰익스피어 작품 최초 소개 광고

    [근대광고 엿보기] 셰익스피어 작품 최초 소개 광고

    ‘영국 대문호 사옹(沙翁) 만년 대저(大著) 사극 마구베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극장 ‘유락관’에서 공연한다는 1917년 7월 11일자 매일신보 광고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광고 속의 맥베스는 1917년 미국 존 에머슨 감독이 만든 무성영화다. 셰익스피어는 1616년에 사망했으니까 사후 301년 만이다. 1906년에는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 번역본에서 ‘세이구스비아’로 처음 언급됐다고 한다. 이후 셰익스피어는 ‘索士比亞 (색사비아)’, ‘酒若是披霞(주약시피하)’ 등으로도 표기됐다. 유락관은 1915년 9월 경성 중구 본정(本町) 1정목(一丁目), 지금의 명동 밀리오레 자리에 세워진 일본인 전용 상설영화관이었다. 남촌으로 불리는 당시의 명동과 충무로 지역은 일본인 거주지이자 상권의 중심지였다. 이 광고가 한글과 한자로 제작된 것을 보면 특정 계층의 한국인들도 유락관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 설명자, 즉 변사 3명이 소개되어 있는데 모두 일본에서 활동하던 일본인이다. 관람료는 1등석 2원, 2등석 1원, 3등석 50전이다. 당시에 쌀 한 가마니 가격이 5원 안팎이었다. ‘200만 원의 작품을 사소한 50전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과대 홍보하고 있다. 제작비가 200만 원이었까. 倫敦(윤돈·런던)에서 최저 2파운드, 紐育(뉴육·뉴욕)에서 최저 10달러, 도쿄 제국극장에서 5원의 관람료를 받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일본인 극장은 두 개가 더 있었다.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경성고등연예관은 1910년 현재의 서울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자리에 들어섰는데 1915년 세계관으로 개칭됐다. 다른 하나인 대정관은 지금의 중구 인현동 1가에 있었다. 대정관을 세우고 운영한 일본의 니타상회가 나중에 경성고등연예관을 사들이고 유락관까지 세워 세 극장을 모두 운영했다. 유락관은 관객 정원이 1000여명에 이르던 남촌의 대표 극장이었다. 1918년부터는 희락관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영화를 상영했고 1945년 광복 직후 소실돼 없어졌다. 지금도 밀리오레가 있는 땅의 지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듯이 희락관이 있던 곳은 당시에도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이었다. 길 건너 남산 기슭은 왜성대라고 불리던 곳으로 경복궁 자리로 옮겨가기 전까지 조선총독부 청사가 있었다. 그 주변 예장동 일대는 일본인의 집단 거주지여서 일인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부산에도 유락관이 있었다. 일본인 전관거류지(全管居留地·일본인이 모여 사는 마을)가 확대되면서 1922년 동구 좌천동에 유락관이 들어섰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열린세상] 삶의 잔혹성 앞에서/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삶의 잔혹성 앞에서/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이런 결말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 싸웠지만 민주주의에 의해 무너지다니.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웠지만 정의에 의해 추락하다니. 김동춘 교수가 평가하듯 ‘박원순이라는 100조짜리 시민사회의 위대한 정신’이 느닷없이 끝없는 심연으로 곤두박질치다니. 공과 과라는 덧셈과 뺄셈의 계산적 언어는 시민사회의 밑바닥에서 권력의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심연으로 추락한 그의 비극을 이해하기에는 지극히 기만적이다. 삶의 잔혹성. 이를 이해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묻고 또 물어보았지만 이해 불가능했다. 라캉식으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없다. 수년 동안 경고음이 있었건만 폐쇄적인 가부장적 구조에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비극의 판도라 상자를 열라고 재촉한다. 정의의 비정함, 진영 정치의 비열함, 인간 본성의 파렴치함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만약 셰익스피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4대 비극이 아니라 ‘40대 비극’을 썼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모든 것을 가진 자가 자신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내용을 주요 골격으로 한다. 이로써 독자는 삶이 공평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는 삶의 잔혹성 앞에서 공평하다. 극단적 선택을 택한 대통령, 부정부패로 감옥에 갇힌 대통령들, 성추행으로 파멸한 대선 후보들, 루머·배신·우울증으로 자살한 슈퍼스타들, 부정 상속과 회계 부정으로 감옥에 갇힌 재벌들, 그리고 사회의 잔혹성으로 생을 내려놓은 무수히 많은 일반인. 이제 한국에서 누구도 자신의 발밑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려고 했던 사회는 이런 사회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좋은 사회란 무엇이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기보다 어떻게 하면 삶의 비극을 피할 수 있을지를 먼저 묻게 된다. 한국 정치의 비극의 연속에서, 그 심연의 밑바닥에서 진실 하나가 솟아오른다. ‘민주주의는 몹시 복수심이 강하다.’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도 사람을 잡아먹으면서 앞으로 나간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주의는 “마음대로 타고 내릴 수 있는 쌍두마차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떠한 특권과 부당한 권력을 용납하지 않으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자가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했을 때 그 복수의 칼을 다시 그에게 겨눈다. 이제 이 민주주의의 칼날은 우리 모두를 향하는 듯하다. 젠더 민주주의와 생활 민주주의 시대에 가부장적 유교주의에서 평생 살았던 사람들은 언제든 민주주의의 원투펀치를 맞을지 모른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들었고 이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베버가 문학과 종교를 동원하면서 암시적으로 제시한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획득하기 힘든 자질을 읽지 못했다. 그것은 ‘악을 다루는 기술’이다. 악을 다루어야 하기에 정치는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정치인이 다루어야 할 악은 크게 두 가지. ‘세상의 악’과 ‘자기 자신의 악’이다. 그러하기에 그는 “세상이 어리석고 비열하지 내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는 세상의 악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악을 견뎌 내야 하며 그러지 못한 자는 ‘낭만적 감흥에 도취한 허풍선이’에 불과하다. 책임감, 열정, 낭만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어 이제 권력의 중심에 섰다. 세상사에 통달했던 베버는 이와 같은 이들에게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들려준다. “악마, 그는 늙었다. 고로 그를 이해하려면 너도 늙어야 함을 염두에 두어라.” 그가 가고 난 어느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밤새 개구리들이 울었다. 다음날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른 서울 하늘이 펼쳐졌다. 광화문 근처에서 오후에 회의를 했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시청 앞을 지났다. 푸르고 드넓은 잔디 위에 연인들과 아이들은 평화롭게 노닐고 있었다. 반포대교를 들어섰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석양이 졌다. 이때 한강과 도시 전체가 금빛 물결로 출렁거렸다. 감탄과 비탄이 교차했다.
  • ‘메밀밭’ 지나 만난 모던보이… 평창에 깃든 이효석 문학혼

    ‘메밀밭’ 지나 만난 모던보이… 평창에 깃든 이효석 문학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한여름 밤의 객줏집 토방 더위를 견디다 못해 등목을 하러 나간 개울가에서 하필이면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고야 만 허생원이란 사내가 있다. 지금에야 허생원이라는 호칭이 어울리지만 20여년 전에는 어디 그랬을까. 여름도 여름이거니와 혈기 왕성한 젊음 자체가 더위를 한층 더 못 견디게 했을 밤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대체 달이 얼마나 밝으면 한밤중에 개울가에서 옷도 못 벗을 정도였을까. 아니면 그곳에 있는 어떤 여인의 기척을 듣고 끌리듯 들어가게 된 사내의 겸연쩍고 뒤늦은 핑계였을까. 달보다 더 환한 그이가 하필이면 ‘봉평서 제일가는 일색’이고 우는 낯빛이니 그야말로 선뜻 달래 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어쩌면 뻔한 운명. 그런 밤에는 그 여인이 아닌 누구라도 우는 모습을 달래 줬을 터이지만, 하필 그 여인이라는 이 얄궂은 소설적 장치라니. 소설은 그 둘을 밤새 물레방앗간에 머물게 한 뒤에 다음날 아침이 채 밝기도 전에 허생원을 도피시킨다. 둘만의 꽃잠을 뒤로하고 줄행랑친 사내 대신 홀로 남겨진 여인은 달도 차지 못한 아이를 낳고 친정에서마저 내쳐진다. 핏덩이 아이와 함께 도망 나온 미혼모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흔히 짐작할 수 있는 고난 그 자체였을 터. 지금이라면 온갖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배드 파더스 같은 사이트에 올려라도 두겠지만, 때는 바야흐로 1920년. 장돌뱅이는 장돌뱅이대로, 객줏집 주모가 된 애 딸린 여인은 여인대로의 신산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애석한 소설의 흐름이 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을 내내 달빛과 그것을 되비춘 메밀꽃밭이 있다.●여름이면 생각나는 ‘메밀꽃 필 무렵’ 달 아래서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 빛나는 메밀밭을 뒷배로 둔 물레방앗간 서사가 올여름에도 돌아왔다. 아니 메밀꽃이 피는 시기여야 하니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노을을 등에 지고 걸어오는 장터의 당나귀들처럼 슬며시 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달빛이 너무 이지러져서 메밀밭이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이 밝았던 까닭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 모든 일들은 다 햇빛 아래서, 달빛 밑에서 이루어지는 것들 아니겠는가. 개울가와 메밀밭이 오밤 중에도 대낮처럼 밝았던 까닭이라는 미문을 등에 지고 허생원과 동이가 왼손을 휘두르며 아직도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강원도 평창 아니 봉평의 풍경이다. 순전히 소설가 이효석이 그려 놓은 메밀꽃밭을 찾으러 객줏집과 개울가 그리고 물레방앗간을 보러 다녀왔다. 호는 가산, 평창 봉평면에서 출생한 이효석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숭실전문학교,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임했다.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구인회에 합류하기도 했다. 미문을 활용한 심미주의적 문학관과 프롤레탈리아적 세계관으로 고향 마을 농민들의 신산한 삶을 여실히 그려 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메밀꽃 필 무렵’과 ‘수탉’, ‘돈’을 포함해 ‘해바라기’, ‘황제’, ‘화분’, ‘벽공무한’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평창·평양·서울 오가며 인간 배경에 천착 이효석의 삶은 고향인 평창과 서울 그리고 평양으로 이어지는데 그는 서울 살이의 피폐함과 도시민의 향수 그리고 고향을 주요 배경으로 한 향토적인 내용의 소설을 주로 쓰며 인간의 삶과 배경에 관해 천착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세계는 시가지와 농촌, 향수와 도시의 삶에 대한 동경이 교차해 나타난다. 어느 한 가지에 집중된 시선보다는 사회의 여러 모습에 고루 눈을 돌렸으며, 고향 마을의 가난하고 피폐한 삶일지언정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데 어떤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았다. 미학적인 문장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보다 깊이 있게 드러내고자 했다. ‘동반자 작가’ 운동에도 참여하면서 유진오, 채만식, 유치진 등과 함께 한국에서도 계급주의 문학 운동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기여했다. 그의 소설이 핍진한 삶과 인간 군상들이 주변의 풍경과 어우러져 보다 매혹적인 문장으로 그려지는 이유인 셈이다. 봉평과 경성을 오가며 보낸 유년기와 경성과 평양을 오가며 직접 경험한 삶의 여러 모습들이 대상에 대한 감각적이고도 섬세한 묘사 능력이 뛰어난 소설을 쓰게 하는 데 큰 지향점이 돼 주었던 듯싶다. 1942년 5월 25일 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도 그는 소설을 썼고,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그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삶에 대한 진정성을 놓지 않은 작가로 추앙되는 이유다. 그에 대해 이리 자세히 쓰는 이유는 ‘나는 과연 작가 이효석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 때문이었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국어 교과서의 지문과 언어영역 문제집에서 문제를 풀었고, 한컴타자교사의 ‘메밀꽃 필 무렵’을 타자 연습 삼아서 필타했다. 또 효석 백일장에서는 땡볕에 앉아 시제를 기다리던 습작 시절의 일도 뇌리를 스쳤다. 살면서 이래저래 너무 많이 들은 작가의 이름과 작품명,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메밀밭’의 서사 덕분에 오히려 소설가 이효석을 더 모르고 지내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소설을 쓰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돼서도 그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 작품집’의 작품들을 찾아 읽거나 ‘효석 백일장’에서 학생들이 몇 명 정도 입상을 했는지 묻는 사람이 돼 있기도 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었다. 아니 가봐야 했다. 내가 아는 소설가 이효석은 원두 커피를 아주 사랑해서 서울과 평양, 평창을 오가며 원두를 구했다는 커피 애호가이자 축음기로 LP를 듣는 것이 취미고 프랑스 여배우를 좋아하기도 한, 스키가 취미인 멋쟁이였다. 이효석 선생의 커피 이야기는 내 단편소설 ‘커피 다비드’(‘유빙의 숲‘, 문학동네)에도 실려 있다. 직접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내가 이효석 선생을 만난다면 가장 먼저 건네고 싶은 원두는 케냐AA 피베리다. 홀빈(Hole Bean)인 까닭에 숙성도 오래 걸리지만 커피의 진주 혹은 에센스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향미가 뛰어난 원두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봉평 메밀꽃 주변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싶다. “그 여인을 꼭 그렇게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나요.” “그런데 나중에 허생원이랑 다시 잘 되나요?”●마을 어귀서부터 느껴지는 ‘이효석 마을’ 봉평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곳이 이효석의 고장, 메밀꽃 군락이구나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봉평 장터와 효석문화마을 어귀에서부터 달려드는 여러 가지 글자들은 모두 이효석과 ‘메밀꽃 필 무렵’을 가리켰다. 동이네, 물레방앗간, 메밀꽃, 충주집, 허생원, 효석로, 효석공원 등등의 상호명들이 즐비해 있던 탓이었다. 그야말로 ‘이효석을 위한, 이효석에 의한’ 마을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는 괴테 생가와 괴테 로가, 체코의 프라하에는 카프카 생가와 그 마을이 있다. 셰익스피어와 몽고메리, 헤르만 헤세, 카뮈 등 세계적인 문호들이 나고 자란 곳에는 어김없이 그들을 기리는 거리와 생가, 도서관을 비롯해 그의 문학을 경외하고 기념하려는 것들로 넘쳐난다. 나 역시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꼭 빼놓지 않고 찾아보았던 여행지들 중에 하나가 작가들의 생가와 그들이 특히 자주 드나들었다던 카페(그곳에서 마시던 음료)와 거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장소를 꼽는다면 단연 평창의 이효석 문화마을이 아닐까. 문인들의 거리를 따라 대한민국 작가 로드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로 생활과 마음이 위축돼 있어 ‘코로나 블루’라고 불리는 시대다. 선뜻 어디를 나서기도, 습관처럼 방학 때마다 미리 사둔 비행기 티켓을 꺼내 볼 수도 없는 날들이 돼 버렸다. 그때 책장에 있는 이효석의 책 한 권을 뽑아 들고 문득 평창으로 ‘홀로라도’ 훌쩍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격리를 해야 하는 때에는 책으로 여행을, 그리고 잠시 바람을 쐬어야 할 적에는 그 책을 배경으로 한 마을에서 작가와 작품을 보다 현실감 있게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추천해 본다. 선뜻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에 문득 어디라도 가고 싶을 적에는 봉평으로 그리고 이효석의 문장 속으로 물레방아가 물을 휘감아 돌듯이 그렇게. 그러다 보면 길 위에서 허생원을 만날 수도, 왼손잡이 동이를 만날 수도 있겠다. 그들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면 넌지시 고향을 물어볼 수도 있는 일 아니겠는가. 혹시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 수도 있잖은가. 어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 옛날의 허생원과 성처녀의 그 마음처럼 말이다. 활짝 핀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달빛 아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한없이 휘도는 물레방앗간에서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다. 올여름과 가을에는 각자의 메밀꽃밭과 물레방앗간으로 떠나보시길. 소설가 이은선
  • “우리 영혼에 중요한 일들 되찾아야” 격리 중에도 놓지 못한 ‘예술의 가치’

    “우리 영혼에 중요한 일들 되찾아야” 격리 중에도 놓지 못한 ‘예술의 가치’

    이탈리아서 지난달 돌아와 자가격리 중18·19일 예정된 공연 온라인으로 설명코로나 이후 관객들과 첫 대면 기대감“음악은 비즈니스가 아니죠, 영혼의 양식입니다. 우리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자가격리 기간 2주, 방역당국과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들과의 수백통의 전화. 경기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 예술감독에게 이런 불편함은 힘들지만 견딜 수 있고 참아야만 하는 것이었다. “우리 삶에서 예술의 가치가 잊혀질까 봐 두렵다”는 그가 코로나19 이후 관객들과 처음 마주해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해서다. 코로나19로 상반기 계획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난 2월 말 이탈리아로 돌아갔던 자네티 감독은 지난달 30일 다시 한국에 돌아와 경기 수원의 한 레지던스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9일 이곳에서 유튜브를 통해 오는 18일과 19일 경기아트센터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열리는 ‘경기필 앤솔러지 시리즈Ⅳ-모차르트&베토벤’ 공연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는 공연의 의미를 소개하고 싶은 맘에 자가격리가 해제되는 14일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기획팀에 랜선 인터뷰를 부탁했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그램 변경부터 속내까지,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경기필의 첫 대면공연 프로그램은 70명의 합창단이 출연하는 말러 교향곡 3번 대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규모 편성곡으로 바뀌었다. 팀파니와 트럼펫, 클라리넷 등을 뺀 비교적 작은 규모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과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을 연주한다. 그 사이 슈트라우스의 13대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가 지나간다. 자네티 감독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은 두 작곡가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셰익스피어가 ‘인생은 대비’라고 이야기했듯 두 작품과 슈트라우스가 17세에 작곡한 세레나데를 통해 삶과 죽음의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6번 4악장 노트에는 ‘괴로워하다 힘들게 내린 결심’, 그래야만 할까?’, ‘그래야만 한다’는 메모가 적혔다. 자네티 감독은 “제게 이 문장이 ‘음악이어야 하는가? 그렇다, 음악이어야 한다. 삶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면서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영혼에 너무나 중요한 일들을 다시 찾아야 하고 그것은 음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진중권, 추미애에 “코로나도 윤석열 탓? 물오른 개그감각”

    진중권, 추미애에 “코로나도 윤석열 탓? 물오른 개그감각”

    진중권 “내가 쌀도 보냈는데…반북으로 매도 북한 섭섭”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30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자신을 헐뜯는 비판 글을 남긴 것에 대해 “종북은 아니라도 나름 친북인데, 그런 나를 반북으로 매도하다니, 섭섭하다”고 했다. 지난 30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독자 토론방’에 진 전 교수의 저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언급하며 “사대매국노인 유신독재자 박정희를 풍자할 땐 그래도 학자처럼 보이더니 지금은 셰익스피어극 오셀로의 이아고 같은 음모꾼이어서 국민들은 침을 뱉는다”고 맹비난했다. 또 ”국민분열에 양념 치다 못해 민족분열에 미쳐 북까지 마구 헐뜯어대는 반민족분열광신자!”라고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북한 애들은 왜 나한테 ZR하지?”라며 반박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남조선 혁명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제게 맡겨주라, 그게 주체사상이다”라고 맞대응했다. 그는 “공화국에서 나를 오해한 것 같다”며 “메아리 동무들이 남조선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남조선에선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류관에서 냉면 삶는 여성 동무, 입을 그 따우로 놀리면 남조선 인민들에게 반감만 하고 괜히 등 돌렸던 인민들까지 다시 문재인 주위로 뭉치게 할 뿐이다”며 “남조선 혁명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제게 맡겨주시라요. 그게 주체사상이다”고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그만두라고 했다. 또 진 전 교수는 “김여정 동지의 대(對) 문재인 노선인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가 내 노선이다”며 “다만 이 노선을 남조선 정세와 사정에 맞게 주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메아리 동무들이 읽었다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그 책 첫 인세로 고난의 행군 하던 공화국 인민들에게 쌀 보내준 것, 책 재판 인세로 남조선에서 혁명과업 하다 감옥에 갇힌 동지들, 옥바라지하는 데 기부한 거 잊었냐”고 따지며 “노력훈장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쌍욕을 해? 당과 나를 이간질하는 종파분자들,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진중권, 추미애 일침 “코로나도 윤석열 탓? 개그감각 탁월” 앞서 진중권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젠 코로나도 윤석열 탓이냐? 국회 싹쓸이로 야당 탓 못하게 되니, 검찰총장 탓을 하네요”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은 윤석열 총장의 책임이 크다. 애초에 윤석열 총장이 바이러스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이렇게 된 것”이라며 “요즘 추미애 장관의 개그 감각, 물이 올랐어요. 개콘(개그콘서트)이 아쉽지 않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석해 “제때 신천지를 압수 수색했더라면 당시 CCTV를 통해서 출입한 교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압수수색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제때 방역을 못한 누를 범했다”고 발언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자신이 공문으로 압수수색을 지시했으나 검찰이 제때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곽동연, ‘썸씽로튼’으로 첫 뮤지컬 도전… “많이 배우고 좋은 공연 보여드릴 것”

    곽동연, ‘썸씽로튼’으로 첫 뮤지컬 도전… “많이 배우고 좋은 공연 보여드릴 것”

    배우 곽동연(23)이 오는 8월 막을 여는 ‘썸씽로튼’으로 첫 뮤지컬 연기에 도전한다. 제작사 엠씨어터는 “곽동연이 뮤지컬 ‘썸씽로튼’에 나이젤 바텀 역으로 전격 합류한다”고 밝혔다. ‘썸씽로튼’은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에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곽동연이 맡은 나이젤 바텀은 닉 바텀의 동생이자 열정 넘치는 극작가로 세심하고 감성적인 로맨티스트다. 곽동연은 드라마 ‘두 번은 없다’, ‘복수가 돌아왔다’ 등을 비롯해 영화 ‘야구소녀’, 연극 ‘엘리펀트 송’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도 특별 출연했다. 곽동연은 “첫 뮤지컬 도전인 만큼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열심히 연습해 관객 여러분께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썸씽로튼’은 오는 8월 7일부터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포토] ‘성인돌’ 걸크러쉬, 전원 비키니 몸매 대결

    [포토] ‘성인돌’ 걸크러쉬, 전원 비키니 몸매 대결

    소풍가는 날이었다. 모두 들뜨고 신기해했다. 스튜디오와 무대만이 전부였던 걸그룹 걸크러쉬에게 이른 여름날의 영흥도행은 큰 기쁨이었다. 저마다 다양한 색상의 비키니와 모노키니를 여행백에 담았고, 하이힐은 물론 모래속에 쏙쏙 빠지는 느낌이 최고인 투명 샌들도 꾸역꾸역 담았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유명한 걸크러쉬가 지난 15일 경기도 옹진군에 위치한 영흥도에서 물놀이 겸 남성잡지 크레이지 자이언트의 7월호 커버 촬영을 진행했다. 보미, 요나, 지아, 태리 등 4명의 멤버는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뽐내기 위해 각기 다른 의상과 소품을 준비했다. 틈틈이 매니저의 눈길을 피해 바다 속에 뛰어들고 해변의 카페에서 시원한 청량음료를 들이키며 피서를 즐기기도 했다. 매력만점의 걸그룹 걸크러쉬는 지난해 결성됐다. 퍼포먼스 위주의 댄스팀으로 유명세를 타다 걸그룹으로 정식 승격되며 춤은 물론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싱글 앨범 ‘Memories (메모리즈)’를 발표한 후 2집을 준비 중이다. 영흥도는 서울에서 1시간 30분 남짓한 거리. 2001년 영흥대교가 완성되며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높은 유원지로 떠올랐다. 걷기 좋은 찰진 모래사장이 1km 가량 뻗어있고, 백사장 양옆으로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4명의 멤버는 화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뽐냈다.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멤버들은 앞태! 옆태! 뒤태! 등 소리를 지르며 다양한 표정과 포징을 지어보였다. 백사장의 끝에서 끝을 오가며 카메라를 향해 수천가지의 표정을 지었다. 하오에 시작한 촬영은 시간가는 줄 몰랐다. 길고 화려한 일몰이 해수욕장을 덮었을 때야 촬영을 멈췄다. ◇ 보미 팀를 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보미는 “야외 촬영은 오랜만이라 너무 즐거웠다. 힐링 그 자체였다. 코로나19로 활동이 뜸했는데 멤버들이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최고의 날이었다”며 즐거워했다. 이어 “걸크러쉬의 장점이 ‘섹시함’이다. 4명 모두 섹시하다. 하지만 섹시함이 다 다르다”며 팀의 매력을 전했다. ◇ 요나 금발로 이국적인 매력을 뽐낸 요나는 마릴린 먼로를 능가하는 백치미가 매력이었다. 뭐든 한 발자국 늦었지만 순수한 영혼이었다. 항상 고민한 후 대답하는 모습은 천진스럽기까지 했다. 요나는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가 어려웠지만 너무 재미있는 날이었다. 비키니로 나의 가느다란 목 라인과 호리병 몸매를 자랑할 수 있어 기뻤다”며 환하게 웃었다. SNS에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다 보미의 레이다(?)에 걸려 팀에 합류하게 된 요나는 “미래의 꿈은 귀농해서 농사짓는 것이다. 빚 없이 사치하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라고 순박한 대답을 건넸다. ◇ 지아 뛰어난 볼륨감을 자랑한 지아는 “서울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촬영장소가 굉장히 좋아 결과물도 역대급이다. 코로나19로 많은 행사가 취소돼 멤버들이 기가 죽어있었는데, 영흥도가 기를 살려줬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평소 춤에 관심이 많았던 지아는 걸크러쉬를 지켜보면서 기회를 엿봤다. 한 멤버가 탈퇴하자 곧바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끼를 발휘하지만 무대 밖에서는 비글미가 넘치는 반전매력의 소유자다. 지아는 “멤버들 모두가 최고를 지향한다. 걸크러쉬가 유명해져서 길거리에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 태리 태리는 슈퍼모델이었다. 172cm의 큰 키, D컵의 볼륨감과 어우러진 다채로운 표정은 압권이었다. 긴 기럭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은 슈퍼모델을 능가했다. 특히 페르시아 고양을 연상시키는 깊고 빛나는 눈길은 태리 만의 매력이었다. 태리는 “비키니 촬영은 처음이라 작정하고 왔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 또 기회가 오면 더욱 화끈하게 촬영하고 싶다”며 지칠 줄 모르는 의욕을 불태웠다. 연극영화과 출신답게 태리의 모토는 셰익스피어의 ‘인생은 연극’이다. 태리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관, 성향, 성격, 배경과 욕구 등 모든 것을 존중한다. 정서를 교류하기도 짧은 인생인데, 존중하는 것이 편하다”며 시원하게 대답했다. 스포츠서울
  • [문화마당] 21세기 르네상스, 대한민국에서 피어나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21세기 르네상스, 대한민국에서 피어나길/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2010년 아이슬란드에서 큰 화산 폭발이 있었다. 온 하늘이 화산재로 덮여 유럽의 모든 비행기가 수일 동안 운항이 중지됐다.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리는 세르비아의 노비사드라는 도시에서 공연이 잡혀 있었다. 모든 비행이 취소됐으니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가 없었다. 편도로만 24시간에 걸친 기차 여행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비행기를 탔어야만 하는 모든 북유럽인들이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열차 밖에 사람만 매달리지 않았을 뿐이지 피난열차를 방불케 했다. 현대판 게르만족 대이동이라 이름붙일 만했다. 화산이 터진 초기에는 이처럼 어떻게든 공연을 취소시키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장거리 기차로라도 이동을 했지만, 며칠 지나면서 현실적인 비상대책이 자연스레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 내의 모든 공연계 아티스트들은 이동이 불가능한 채로 어딘가에 체류하고 있을 텐데, 그럼 각각의 도시에 갇혀 있는 아티스트를 서로 스와프하면 되지 않을까. 내가 내일 파리에서 연주해야 하는데 현재 베를린에 있다면, 내일 베를린에 와서 연주해야 할 다른 어떤 아티스트를 대신해 베를린에서 연주해 주고, 파리에서 해야 할 연주는 그곳에 머물고 있는 다른 아티스트가 대신하는, 그런 방식 말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하늘길이 막혀 버린 그 비상시국에 나온 아티스트 스와프는 절묘하면서도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였다. 비슷한 예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에 모든 아티스트들이 일본에 가기를 꺼려해서 일본 투어를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투어를 앞두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공연을 취소한 대가들을 대신해 젊은 아티스트들을 일본으로 보내는 경우가 생기게 됐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방사능 유출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이렇다 할 정확한 정보가 없는 채로, 몸을 사리며 공연을 취소한 대가들의 빈 자리를 기회로 잡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아이슬란드 화산 재해는 일주일 정도 지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일본 원전사고는 국지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이니 이번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나 피해 규모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개인 간이나 국가 간의 여행과 교류의 제한, 그리고 폐쇄적·방어적·고립적인 태세로의 전환은 그 양상이 비슷하다. 앞으로 더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재해와 사고들이지만 우리가 어찌 자연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겸손히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유연하면서도 강해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다.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던 우리나라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 의료진과 정부, 모든 국민이 함께한 모범적인 대처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국가의 위상이 높아져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활동하기를 원한다. 나라 밖에서 국위선양을 하던 아티스트들이 내수 문화를 다지고, 예술적 외화보유고도 늘어나고 있는, 전에 없던 새로운 시기이다. 역사는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며 발전한다.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절 역시 지금과 마찬가지로 극장이 폐쇄됐지만, 암흑 같은 시기에 셰익스피어라는 희곡작가가 탄생했고, 중세봉건주의의 막을 내리고 르네상스가 꽃을 피우게 된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오게 될 새로운 르네상스와 인본주의를 염원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마련해 주었듯이 우리나라가 그 역할을 할 절호의 타이밍이라 생각한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반지의 제왕’의 빌보 이언 홈 88세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반지의 제왕’의 빌보 이언 홈 88세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빌보 배긴스, ‘에일리언’(1979년)에 안드로이드 애시로 출연했던 연극과 영화 배우 이언 홈(영국)이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에이전트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오늘 아침 이언 홈 경(卿)이 88세를 일기로 영원히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엄청나게 슬프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파킨슨병으로 여러 해 몸이 좋지 않았던 고인은 런던의 한 병원에서 가족과 돌보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았다고 덧붙였다. 1981년 영화 ‘불의 전차’에 올림픽 육상 코치 샘 무사비니 역할을 열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고인은 영화 ‘조지 왕의 광기’에서도 윌리스 박사 역할로 얼굴을 내밀었는데 수많은 연극에서 전통적인 관점에서 잘 다듬어진 기억할 만한 연기들을 선보였다. 국립극단은 1997년 작품 ‘리어왕’에서 “대단한 기억거리”를 남긴 “각별한 배우”로 기억된다고 밝혔다. 같은 작품에서 아버지 티모시가 ‘글로스터’를 연기한 사뮈엘 웨스트는 트위터에다 대본을 낭독하면서 고인이 나이가 많은 출연자들은 수염을 기르라고 요청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연출자인) 리처드 에이어가 정원 난쟁이 도깨비들의 회합 같다고 말하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1965년 해롤드 핀터의 연극 ‘귀향’에서 레니 역을 연기한 뒤 8년 뒤 같은 영화에도 똑같은 역할을 소화했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기획한 안톤 체홉의 연극 ‘벚꽃 동산’에서 주디 덴치와 환상의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연극 경력은 1976년 ‘얼음장수의 왕림’(The Iceman Cometh) 제작 중 무대 공포증이 도지며 멀어지고 말았다.그 뒤 주로 영화에만 얼굴을 내밀었으며 ‘제5원소’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같은 굵직한 작품들에만 출연했다. ‘불의 전차’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영국 아카데미로 통하는 Bafta상 남우조연상은 같은 작품으로 수상했는데 1968년 ‘보포로스 건’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의 영예였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빌보로 얼굴을 내민 고인은 1981년 BBC 라디오극으로 제작됐을 때는 프로도 배긴스를 연기했다. 그는 2000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난 절대 같은 연기를 두 번 하지 않는다. 난 영화배우 타이프는 아니다. 해서 사람들은 내가 늘 똑같길 원하지도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기사 작위를 받은 것은 1998년이었고, 드라마에 공헌한 이유로 영국 무공훈장 CBE를 1989년 받았다. 고인은 한동안 멀리했던 연극 무대에 1997년 ‘리어왕’으로 복귀 신고를 했다. 희극 배우 에디 이자드는 고인이 “대단한 배우”였다며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 무척 슬프다”고 했고,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고 가슴 저미며 무섭게 만들어 상당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천재 배우였다”고 돌아봤다. ‘리그 오브 젠틀맨’의 스타 리스 시어스미스는 “배우 자체”였다며 “믿기지 않는 연기를 평생에 걸쳐 해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름에 피어…셰익스피어

    여름에 피어…셰익스피어

    8월 ‘썸씽로튼’ 국내 라이선스 개막 바텀 형제 작품 탄생기 그린 코미디 베토벤·조카의 실화 모티브 ‘루드윅’ ‘템페스트’ 직접 연주 아역배우 주목셰익스피어의 르네상스 시대가 1930년대 브로드웨이와 비슷했다면? 셰익스피어가 갈릴레이를 만났다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다양한 희극과 비극을 써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뮤지컬 무대에서 언제나 사랑받는 인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등장인물이 되거나 상징처럼 쓰이기도 한다. 올여름 뮤지컬 무대에서도 셰익스피어를 만나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극작가였던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뮤지컬 ‘썸씽로튼’이 오는 8월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는 처음 막을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대목과 단어들을 차용한 대사와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라인’, ‘위키드’ 등 유명 뮤지컬 작품들의 장면과 음악, 패러디가 이어지는 기발한 코미디 작품이다.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지난해 처음 내한공연을 가져 호평을 얻었다. 국내 라이선스 초연으로 배우 강필석, 이지훈, 서은광이 극을 이끌어 갈 닉 바텀 역을 맡아 열정 넘치는 극작가로 셰익스피어를 견제하며 걸작을 만들어내는 연기를 펼친다.오는 30일부터 공연을 시작하는 뮤지컬 ‘루드윅:베토벤 더 피아노’는 셰익스피어의 영감을 느낄 수 있다. 베토벤과 조카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천재 악성 베토벤의 인간적 고뇌를 담은 작품인데, 극 중 아역배우 차성제와 백건우가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를 연주한다. 이 곡은 베토벤에게 “피아노 소나타 17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었을 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읽어보라”고 답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곡가로서 명성을 누리다가 20대 후반 청력을 잃고 절망에 빠진 루드윅(베토벤) 앞에 도전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 마리가 나타나 삶의 새로운 의미를 깨우치는 과정을 풀어낼 작품에서 템페스트는 격정적인 선율로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로맨스극인 템페스트도 절망을 딛고 일어서 화해하고 포용하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창작 뮤지컬 ‘최후진술’은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564년 동갑내기인 셰익스피어를 삶의 마지막 여행에서 만난다는 참신한 상상의 전개를 담았다. 하늘의 별을 지켜보며 지동설을 지지했다가 로마교회의 종교재판을 받게 된 절체절명의 순간의 별을 노래하는 시인 셰익스피어와의 대화가 신선하다며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17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지금도 아티스트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되거나 응용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한 이야기가 많다”면서 “끊임없이 후대에서 변주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요소도 많고 여전히 아티스트들에겐 도전하고 싶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셰익스피어와 바텀 형제의 승부…뮤지컬 ‘썸씽로튼’ 8월 개막

    셰익스피어와 바텀 형제의 승부…뮤지컬 ‘썸씽로튼’ 8월 개막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한 순간을 셰익스피어가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최고의 극작가에 맞설 최고의 뮤지컬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런 엉뚱한 호기심에 상상력이 더해진 뮤지컬 ‘썸씽로튼’이 오는 8월부터 관객들과 만난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낭만의 시대, 르네상스 때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난해 오리지널팀이 내한 공연을 했다. 극 중에는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라인’. ‘위키드’, ‘애비뉴Q’ 등 유명 뮤지컬의 대사와 장면, 넘버 일부를 패러디하고 셰익스피어의 소설 대목과 단어 등을 차용한 재기발랄한 작품으로 꼽힌다. 이번 무대는 첫 국내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지나 연출가와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모였다. 열정 넘치는 극작가이자 연극 극단의 리더인 닉 바텀 역에 배우 강필석, 이지훈, 서은광이 캐스팅돼 당대 최고의 음유시인이자 스타작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셰익스피어를 견제하며 그에 맞설 걸작을 찾는 인물을 연기한다. 남장으로 위장 취업까지 서슴지 않는 진취적인 인물인 닉 바텀의 아내 비아 역에는 리사와 제이민이, 닉 바텀의 동생이자 극작가인 나이젤 바텀에 임규형, 노윤, 여원이 각각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은다. 8월 7일부터 10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2030 세대] 터키시 딜라이트/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터키시 딜라이트/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나’는 마들렌 과자 부스러기가 떠 있는 차를 마시며 잊었던 어렸을 때 기억을 되찾는다. 프루스트에게 마들렌이 있었다면 내겐 ‘터키시 딜라이트’가 있다. 영국의 초등학교 예배 시간이었다. 목사님이 육각형 종이상자를 들고 왔다. 안에는 부드러운 설탕 가루에 덮인 젤리랄까 사탕이랄까. 터키시 딜라이트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맛본 이 젤리의 향과 맛은 먼 나라에서 겪은 내 첫 외로움의 냄새와 맛으로 아직도 혀끝에 아슴푸레하게 남아 있다. 셰익스피어는 소도구에 집착한다. 햄릿은 해골을 들여다보며 죽음을 얘기하고, 오셀로는 손수건을 움켜쥐고 불신을 키운다. 촛불을 들고 신혼 침대에 다가가기도 한다. 맥베스는 단검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운명을 확신한다. 문득 떠오르는 물건, 소리, 맛, 모티브. 사소한 일은 쉽게 묻히니 사소하다고 우리는 오해한다. 가끔 큰 결심 앞에 머리를 짧게 깎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묵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시인 김수영이 지적했듯이 ‘진지하라는 말은 가볍게 쓸 수 없는 말’이다. 나는 멋을 부리라고 하고 싶다. 규율을 만드는 것이 야만스럽다. 아는 친구 중 한 명은 15살에 자살을 기도했다. 단식해서 굶어 죽을 작정이었다. 그러다가 친했던 친구가 그때쯤 사고로 죽게 되자 자살 계획을 접었다. 이 친구는 길바닥에 떨어진 티셔츠도 주워서 한번 살펴보고 의미를 기록한다. 말은 얘기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야 하지만, 사물은 엉킨 역사를 한번에 토해 낼 수 있다. 사연이 깊은 물건은 소리가 두터운 음악과 같다. 선율과 선율 사이를 오갈 수 있으니 정신이 자유롭다. 이런 근거로 요즘 세계 건축에선 유서 있는 건물을 복원할때 현대인이 개입했다는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추세다. 옛것과 새것을 뚜렷이 구분해 공존시키는 것이다. 국민은 어두운 역사를 가려 줘야 할 만큼 비위가 약하지 않다. 교육은 일종의 축제다. 축제 분위기를 잃으면 강요다. 지난 주말 책방에 갔다. 큐레이팅이 잘돼 있어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연필 수집에 대한 책도 있고, 그 옆엔 연필은 물론 지우개와 가위, 고급스러운 모기향도 진열돼 있다. 역시 사소한 것들이라 할 것이다. 사치스럽기도 하다. 다만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마땅한 현상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문화의 빈곤함과 천박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거실에서 쓰는 의자, 주방에서 쓰는 의자, 방에서 쓰는 의자를 구분하다가 아무 상관하지 않고 그냥 의자 하나로 써 버린다면 이것이(사물에 골몰하지 않는 것이) 바로 문화의 빈곤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사물은 생활의 부산물일 뿐이다. 스코틀랜드 시인 돈 패터슨도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만든 의자와 욕조와 자동차와 신발,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빠져 주면 바로 부조리해진다. 우리는 세상에 외로운 것들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
  • 드 니로 “트럼프 정신 나갔고 사람 죽는 것 신경도 안 써”

    드 니로 “트럼프 정신 나갔고 사람 죽는 것 신경도 안 써”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사회운동가인 로버트 드 니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다루는 것을 보면 “정신 나간(lunatic)”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드 니로는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 전부터 신랄하게 비판해온 인물인데 12일(현지시간) 영국 BBC의 뉴스 나이트를 진행하는 에밀리 마이틀리스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대한 견해를 묻자 작심한 듯 답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13일 전했다.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그린 영화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 역할로 출연하게 되는데 “쿠오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했어야 할 일들을 훌륭히 수행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의 실마리 하나 잡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진행자 마이틀리스가 왜 더 많은 과학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술적 대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지 이유를 궁금해하자 그는 “셰익스피어에 빗대 말하자면 미치광이가 있으면 주위 사람들은 어울려 아양을 떨다가 어느 순간, 그게 바로 오늘 청문회였는데, 요령있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솔직하게 더 말하려 한다. 오늘 (앤서니) 파우치(국립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도 그렇게 말했다. 끔찍한 일이다. (트럼프는) 재선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느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대표하는 리어왕이 어떻게 아부꾼들에게 농락 당하며 파멸을 맞는지 돌아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마이틀리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됐으며 든든한 지지층은 또다시 그에게 한표를 던질 것이라고 얘기하자 드 니로는 그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자신을 신경쓴다고 믿음으로써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사람들을 걱정하지 않으며 그가 걱정하는 척하는 사람들은 그가 가장 경멸해 마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는 그들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거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딴 것 신경도 안 쓴다”고 일침을 놓았다. 드 니로는 파우치 소장이 이날 미국 상원 보건노동교육위원회가 코로나19 대응 및 직장·학교 복귀를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 화상을 통해 증인으로 출석, 증언한 것을 가리켜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파우치는 어떤 지역이나 도시, 주(州)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조급하게 문을 열게 된다면 발병 사례가 급증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백신 없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라며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다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작은 배역도 존재감 뿜어낸 188㎝ 배우 데니히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작은 배역도 존재감 뿜어낸 188㎝ 배우 데니히

    스크린을 가장 빛낸 별은 아니었다. 늘 작은 배역이라도 존재감을 뿜어냈다. 조각칼로 다듬은 것 같은 턱과 키 188㎝에 집채만한 몸집은 딱 악인 풍모였다. 가장 최근작인 ‘람보 퍼스트 블러드’에서도 람보를 감옥에 처넣는 마초 보안관으로 열연했다. 미국 배우 브라이언 데니히가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자택에서 15일(이하 현지시간) 노환으로 82년 삶을 접었다고 영국 BBC가 16일 전했다. TV 영화 ‘투 캐치 어 킬러’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연쇄살인마 존 웨인 게이시(1994년 사망) 역할 등 40여편의 영화에 얼굴에 내밀었다. 국내 영화 팬들도 언뜻 이름을 떠올리긴 쉽지 않겠지만 유난히 각 진 얼굴은 낯익을 것이다. 골든글로브도 한 차례 수상했고 에미상에도 여섯 번이나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원래는 연극인 출신이었고 두 차례나 토니상을 수상했다. 연극 제작자 린매뉴얼 미란다는 트위터에 추모 글을 올렸는데 “‘러브 레터스’와 기념비적인 작품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두 차례 브라이언 데니히와 작업하는 행운을 누렸다. 황망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영화 ‘베스트셀러’와 ‘스플릿 이미지’에서 호흡을 맞춘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우즈는 트위터에 “사랑 받는 친구이자 동료가 세상을 떠나 매일 촬영세트 안팎에서 함께 했던 난 웃음기마저 사라졌다. 커다란 덩치의 거친 사내였지만 가슴은 한없이 따듯했다”고 적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에서 1938년 7월 9일 태어난 그는 뉴욕 브루클린 고교에 다니던 열네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맥베스의 주인공 역할을 했다.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5년 동안 미군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1960년대 연극으로는 생계가 감당 안돼 트럭 운전사, 바텐더, 세일즈맨 등 험한 일을 했다고 돌아본 그는 1989년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난 그저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살렸다”고 말했다. 1977년에야 버트 레이널즈, 크리스 크리스토퍼슨과 공연한 ‘세미 터프(Semi-Tough)’로 영화에 발을 들였다. 당시 10주만 일하고 주당 1만 달러씩을 손에 쥐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AP 통신에 밝히기도 했다. 1991년 TV 영화 ‘투 캐치 어 킬러’로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난 악당 역할은 착한 녀석처럼, 착한 녀석 연기는 악당처럼 그려내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 뒤 ‘댈러스’와 ‘다이너스티’를 비롯한 수많은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었다. 2007년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 장고라 불리는 쥐의 목소리로 출연해 “이제 입 닥치고 쓰레기나 먹어대”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연극 출연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안톤 체홉을 비롯해 미국의 유명 극작가 아서 밀러, 유진 오닐 등의 작품이었다. 두 차례 토니상 수상작은 ‘세일즈맨의 죽음’(1999년)과 ‘밤으로의 긴 여로’(2003년)다. 2000년 TV 영화로 각색한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골든글로브까지 거머쥐었다. 부인 제니퍼와 아들 코르막이 임종했다고 고인의 에이전트가 AFP 통신에 밝혔다. 전 부인과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는데 제니퍼와의 사이에도 네 자녀를 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코로나19로 내몰린 발코니에서 피어난 ‘로미오와 줄리엣’

    코로나19로 내몰린 발코니에서 피어난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삼았던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내몰린 발코니에서 ‘눈이 맞은’ 남녀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셸 달포스(38)와 한 살 연상의 파올라 아그넬리. 이탈리아에서는 매일 저녁 6시 집에 갇혀 지내는 이웃들을 달래기 위해 음악인들이 발코니에 나와 음악을 들려주곤 한다. 파올라는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간) 여동생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리사가 영국 록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연주할 때 발코니에 따라 나가 스피커 시스템을 만지고 있었다. 길 건너 아파트의 발코니에 나와 선율에 귀기울이던 미셸의 눈에 그녀가 확 들어왔다. 그 순간을 파올라는 에로스 신이 쏘아올린 화살처럼 미셸의 시선이 가슴에 꽂혔다고 했다. 미셸이 누이 실비아에게 길 건너 여자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체육관에서 만나 친하다고 했다. 변호사인 파올라는 “반대쪽 발코니에 미셸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내 친구 실비아의 오빠(나 남동생)란 것을 알고는 ‘어쩜 저리 잘 생겼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미셸은 곧바로 파올라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내 그날 저녁 첫 문자를 보냈다. ‘코로나가 번지는 이 시대에 사랑이란 책을 쓸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미혼인 둘은 미셸의 말마따나 “사랑에 빠진 10대” 마냥 새벽 3시까지 문자를 주고받았다.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돼 둘이 교제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것을 알았다. 둘 다 결단력도 있지만 다정다감하고 감성적이었다.”파올라는 “미셸이 침대맡에 내 이름을 적어놓고 발코니에 나와 전화를 걸어왔다. 감동받았다. 그는 다정한 언어로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울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건물 꼭대기에 ‘파올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3층에 사는 DJ는 둘이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음악을 들려주곤 했다. 파올라는 키스 대신 미셸이 던져주는 말에 너무 행복하다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사랑이 깊어졌지만 둘은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 때문에 자택에만 있으라는 명령을 따라 발코니에서만 만나겠다고 다짐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13일 전했다. 은행에 나가 일하는 자신이 파올라를 만나면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해서 이웃들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놀려댄다. 미셸은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자유로이 나다닐 수 있게 되면 공원 벤치에서 만나 한 시간 정도 키스를 퍼부어줄 것이라고 했다. 14일 오전 7시(한국시간)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는 191만명을 넘어섰고, 11만 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탈리아에서는 감염자가 16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고, 2만명 이상이 희생됐다. 집단면역을 한다고 한껏 과시했던 스웨덴은 감염자 1만 948명으로 아일랜드(1만 647명)와 함께 한국(1만 537명)을 앞질렀다. 스웨덴과 아일랜드 사망자는 각각 919명과 365명으로 한국(217명)보다 월등히 많다. 길 건너 발코니를 넘나든 애틋한 로맨스와 감염병의 잔인함과 국가의 위상, 여러 요소가 교직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밥 딜런, 케네디 암살 다룬 노래로 빌보드 첫 1위

    밥 딜런, 케네디 암살 다룬 노래로 빌보드 첫 1위

    발매 2주만에 록디지털 싱글 차트 1위17분 길이 곡…스트리밍 180만회미국 포크록의 전설이자 201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78)이 빌보드 록 디지털 싱글 판매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9일(현지시간) 빌보드 등은 이날 “밥 딜런의 ‘머더 모스트 파울’(Murder Most Foul)이 이 차트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이 노래는 1963년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주제로 하는 17분짜리 곡으로 지난달 27일 발표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다운로드 1만회, 스트리밍 180만회를 넘겼다. 이번 2012년 ‘템페스트’ 이후 8년만의 신곡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과 비슷한 형태로 5절의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음악 비평지 피치포크에 따르면 딜런이 빌보드 앨범 차트가 아닌 싱글 차트 부문에서 자신이 직접 부른 곡으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딜런은 1965년 ‘라이크 어 롤링 스톤’과 1966년 ‘레이니 데이 위민 #12&35’로 각각 ‘핫 100’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다. 2000년에 내놓은 ‘싱즈 해브 체인지드’는 ‘어덜트 얼터니티브 송’ 차트에서 2위에 랭크됐다. 딜런의 곡을 다른 가수가 불러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있다. 포크그룹 피터 폴 앤드 메리가 부른 ‘블로잉 인 더 윈드’는 1963년 싱글 1위에 올랐고, 록그룹 더버즈가 노래한 ‘미스터 탬버린 맨’도 1965년 1위에 랭크됐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셰익스피어 만난 탈춤 ‘오셀로와 이아고’, 국내 첫 배리어프리 무관객 생중계

    셰익스피어 만난 탈춤 ‘오셀로와 이아고’, 국내 첫 배리어프리 무관객 생중계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연이 국내 공연계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된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 실황을 3일 오후 8시 예술위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 등을 통해 생중계한다. 공연은 코로나19 여파로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 없이 진행하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와 수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등을 제공한다. 예술위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으로 인해 공연진행이 어려운 공연단체와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관객을 위해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예술위가 주최하는 ‘2019~2020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 중 하나로,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을 시작으로 2018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정동극장의 ‘전통ing’를 거쳐 제작됐다. 쇼케이스 당시 탈춤과 고전인 셰익스피어 ‘오델로’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천하제일탈공작소의 허창열 대표는 “오셀로와 이아고는 ‘명작으로 탈춤을 춰 보자, 탈춤으로 명작을 해 보자‘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면서 “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기의 얼굴을 숨기는 것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을 숨기는 탈을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무대는 멈춰도 연극은 상영중

    무대는 멈춰도 연극은 상영중

    한 마을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권력자는 전염병을 차단하겠다며 마을을 차단하고, 질병이 퍼진 쪽과 퍼지지 않은 쪽을 가른다. 사회 혼란과 공포를 악용하는 무리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역경 속에도 거대한 전염병에 맞선 사람들의 연대도 피어난다. 2018년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던 박근형 연출의 연극 ‘페스트’는 코로나19로 세계적 혼란에 빠진 2020년의 지금과 닮아 있다. 도시가 아닌 국가 단위로 이미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불안 심리를 악용한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사재기 기승으로 대형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었고, 마스크 등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된 품목으로 폭리를 취하는 무리까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방역·의료진은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인류애로 지독한 질병과 싸운다. 오는 6일부터 유튜브 채널 등 소셜미디어에 온라인 상영회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진행하는 국립극단이 첫 상영작으로 ‘페스트’를 선정한 것도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국립극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가치를 전하는 이 작품은, 전염성 바이러스 하나로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모든 분야가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 응원과 연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전했다.국립극단이 코로나19로 침체된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민들에게 문화와 함께하는 작은 여유를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온라인 상영회는 그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명작들이 무료로 전막 공개된다. 8일 공개되는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초연과 재연 당시 “청소년극은 유치하고 교훈적”이라는 편견을 깨며 매진 행렬을 일으킨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으로, 영화와 뮤지컬로도 재탄생했다. 미모의 여성 록산느를 둘러싼 세 남자의 구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아울러 9일에는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전재민 구재소로 모여든 사람들의 삶을 그린 연극 ‘1945’, 10일에는 셰익스피어의 코미디 ‘실수연발’을 공개한다. 각 작품은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으며, 13일부터 17일까지 같은 순서로 2차 상영도 이어진다. 국립극단은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4~5분 분량의 낭독 영상 6편을 공개하는 ‘짧은 연극 낭독회’도 진행하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유튜브에도 연극이 있습니다”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

    “유튜브에도 연극이 있습니다” 국립극단 온라인 상영회

    한 마을에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진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권력자는 전염병을 차단하겠다며 마을을 차단하고, 질병이 퍼진 쪽과 퍼지지 않은 쪽을 가른다. 사회 혼란과 공포를 악용하는 무리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역경 속에도 거대한 전염병에 맞선 사람들의 연대도 피어난다.2018년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랐던 박근형 연출의 연극 ‘페스트’는 코로나19로 세계적 혼란에 빠진 2020년의 지금과 닮아있다. 도시가 아닌 국가 단위로 이미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불안 심리를 악용한 가짜뉴스가 판을 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사재기 기승으로 대형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었고, 마스크 등 생존을 위해 필수가 된 품목으로 폭리를 취하는 무리까지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럼에도 방역·의료진들은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인류애로 지독한 질병과 싸운다. 오는 6일부터 유튜브 채널 등 소셜미디어에 온라인 상영회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진행하는 국립극단이 첫 상영작으로 ‘페스트’를 선정한 것도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국립극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가치를 전하는 이 작품은, 전염성 바이러스 하나로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등 모든 분야가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 응원과 연대,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국립극단이 코로나19로 침체된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 국민들에게 문화와 함께하는 작은 여유를 선사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온라인 상영회는 그간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명작들이 무료로 전막 공개된다. 8일 공개되는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는 초연과 재연 당시 “청소년극은 유치하고 교훈적이다”라는 편견을 깨며 매진행렬을 일으킨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으로, 영화와 뮤지컬로도 재탄생했다. 미모의 여성 록산느를 둘러싼 세 남자의 구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이 밖에 9일에는 일제로부터 해방 직후 각자의 사연을 안고 전재민 구재소로 모여든 사람들의 삶을 그린 연극 ‘1945’, 10일에는 셰익스피어의 코미디 ‘실수연발’을 공개한다. 각 작품은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으며, 13일부터 17일까지 같은 순서로 2차 상영이 진행된다. 국립극단은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4~5분 분량의 낭독 영상 6편을 공개하는 ‘짧은 연극 낭독회’도 진행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가 지문을 포함해 대본을 낭독하는 형식이다.‘조씨고아, 복수의 씨앗’(3월 27일), ‘영지’(4월 2일), ‘만선’(3일), ‘스카팽’(7일), ‘파우스트 엔딩’(9일), ‘사랑의 변주곡’(14일)을 상영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문화마당] 이야기의 이야기/이양헌 미술평론가

    [문화마당] 이야기의 이야기/이양헌 미술평론가

    오래된 이야기로부터 출발해 보자. 첫 번째는 한 여인이 왕에게 들려주는 1000개의 일화에 관한 것이다. 공동체가 축적해 온 원형적인 적층 문학이자 ‘천일야화’로도 잘 알려진 이 에피소드는 ‘서사’(narrative)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들인다. 16번째 밤이 되었을 때 셰에라자드는 현자 두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뛰어난 의사로 한센병을 앓고 있는 왕을 치료해 주고 그에게 총애를 받지만 신하들의 모함을 받아 되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는 처형 직전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는 책을 왕에게 선물한다. 두반의 목이 잘리고 왕은 허겁지겁 책을 펼친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페이지들뿐이다. 왕은 돌연 쓰러져 죽음을 맞이한다. 두 번째는 연쇄살인이 일어나는 어느 수도원의 이야기로, 특정한 책을 읽은 젊은 사제들은 모두 죽음에 이른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번째 시학으로 알려진 이 책은 많은 이들이 찾아 헤맸으나 아무도 읽어 본 적 없는 그의 희극론이 쓰여 있다고 전해진다. 텅 비어 있거나 존재하지 않는 책은 어째서 죽음과 관계되는가. 두 이야기는 일종의 상동적 관계를 맺고 있다. 표면적인 차원에서 두 이야기는 모두 책에 독이 묻어 있어 이를 만진 자들을 죽게 한다. 그러나 좀더 심층적인 차원에서, 서사야말로 무언가가 존재하기 위한 근원적인 토대이자 이야기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실제로 서사는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함에 있어 필연적인 인식의 조건이다. 최근 몇몇 인지심리학자들은 ‘내러티브적 인지’(narrative cognition)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뇌가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인과관계나 선형적인 순서에 따라 그것을 배열하고 동시에 저장한다는 개념이다. “온 세상이 하나의 무대”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우리의 지각방식은 서사의 구조와 매우 닮아 있으며, 우리는 오직 이야기를 통해서만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서사는 개인적 차원에서 한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집단적 차원에서 그것은 시간의 축적을 통해 인류가 쌓아 올린 사건의 지층으로, 역사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거대한 강줄기를 이루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광경. 그것은 다분히 근대적인 이미지로, 헝가리 철학자이자 미학자인 죄르지 루카치는 그의 책 ‘소설의 이론’에서 서사시야말로 우리가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을 훤히 밝혀 주었음을 예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장면은 프랑스 철학자 장뤼크 낭시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공동체와 이야기의 관계를 탐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모여 있고 누군가가 그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모여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그들이 집회를 하는지, 하나의 무리인지, 혹은 하나의 부족인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형제들’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그들이 모여 있고 같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부재 혹은 신비로운 유배를 마치고 돌아온 누군가가 불을 피우면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특정한 서사-형식 안에서 그들은 더이상 각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로 포개진다. 이야기는 이제 신화적인 것으로 변화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이, 공동체에 대한 기원적인 형상이 서사라는 무대 위에서 상연되는 중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연극의 한 장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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