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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게임 중독 ‘좀비 아들’ 둔 엄마의 절규

    인터넷 게임 중독 ‘좀비 아들’ 둔 엄마의 절규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절규’를 지난 22일 뉴스플레어가 전했다.  릴리베스 마블(37)이란 여성은 2년 전 아들 칼리토 가르시아(13)가 마을 인터넷 카페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우기 시작하자 큰 걱정을 하게 됐다. 아들은 학교를 무단 결석하는 건 물론, 온종일 좀비처럼 게임 모니터 앞에 앉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전투 게임인 ‘룰스 오브 서바이벌‘만 하는 것이었다.  결국, 마사지 치료사인 릴리베스와 보안업체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는 남편 칼리토는 고민끝에 아들을 학교에 등교시키기를 중단하고 아들의 게임 중독 치료에 전념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는 마침내 온라인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물론 아들의 이런 모습을 알리고 싶은 부모가 세상에 어딨겠느냐마는, 아들이 온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그녀에겐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의 수치스러움과 손가락질은 사치에 불과했다.  그녀는 아들이 48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에 매달려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자, 아들에게 음식을 배달해 먹이는 모습을 촬영하기로 마음 먹고 실행에 옮겼다.  그녀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지난 18일(현지시각) 촬영한 영상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아들에게 손수 가져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들은 게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게임 모니터에서 잠시라도 눈을 떼고 엄마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엄마는 아들에게 손으로 직접 음식을 먹여 준다. 그녀는 자신이 아들을 위한 아침식사를 접시에 담아 게임 카페에까지 직접 가져가게 된 이유를 “온라인 게임 중독에 대해 아들에게 늘 잔소리를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다른 방법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3남매 중 장남인 칼리토가 11세 때 게임에 중독되 버린 이후 좀비로 변해버렸다”고 덧붙였다. 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변화되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어머니의 진심어린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사진 영상=Ary Desila / 유튜브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 고 김용균 49재 “비정규직 정규직화 결단해야”

    고 김용균 49재 “비정규직 정규직화 결단해야”

    “49재는 이승하고 작별하고 저승으로 가는 날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시신을 냉동고에 놔둬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 비참하다.”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당시 24세)씨의 49재를 맞아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6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설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무대에 올라 “제사상에 올린 딸기를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들이 딸기를 좋아해 평소 한 접시 갖다 주면 포크로 찍어서 엄마 입에 먼저 넣어줬다”며 “이제는 그렇게 못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쏟았다. 이어 “엊그제 사고 소식을 들은 것 같은데 어느덧 49재가 됐다”며 “아직도 진상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무엇하나 이룬 게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22일부터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인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촛불광장에서, 촛불 정부의 치하에서 이런 주제를 가지고 단식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설 전에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김용균 씨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올 수 있도록, 다시는 자식을 잃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없도록 만들어달라고 태안을 등지고 이곳으로 왔다”며 “정부가 진실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즉각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오후 1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현관 앞에서 출발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범국민 추모제 문화제를 종료한 후에는 청와대 사랑채까지 다시 행진을 이어간다.앞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지난 22일 “설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며 김용균씨의 빈소를 충남 태안의료원에서 서울로 옮기고 광화문 광장 분향소에서 집단 단식에 나서며 정부를 압박했다. 고 김용균 대책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여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발전 5사는 지난 23일 연료환경설비 분야의 통합 노사전문가협의체를 열고 정규직화 논의를 시작했다. 김씨가 속했던 한국발전기술지부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논의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발전 5사가 주도하는 통합협의체로는 시간만 걸리고 무늬만 정규직인 자회사 이야기가 또 나올 것”이라면서 “경상정비 분야는 정규직화 논의를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고용을 하겠다고 선언해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10년 독수공방 볼리비아 개구리 로미오, 줄리엣 찾아 곧 신방에

    10년 독수공방 볼리비아 개구리 로미오, 줄리엣 찾아 곧 신방에

    세상에서 가장 외롭게 지냈던 수컷 개구리가 최근 같은 종의 암컷이 발견돼 10년 만에 데이트를 하게 된다. 화제의 주인공은 볼리비아 코참밤바의 박물관에 딸린 수족관에서 10년 동안 홀로 지낸 세후엔카스 물개구리인 로미오. 과학자들은 그의 짝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성과가 없자 그가 지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종이라고 여겨왔다. 지난해 2월에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두드리기도 했는데 최근 볼리비아 열대우림을 샅샅이 뒤진 탐사팀이 드디어 줄리엣을 찾아냈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암컷 둘, 수컷 세 마리 등 모두 다섯 마리가 발견됐는데 이들은 전염병 예방 접종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한 뒤 신방에 들게 해 2세를 낳아 기르게 한 뒤 자연으로 되돌려 보낼 계획이다. 줄리엣을 찾아낸 테레사 카마초 바다니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미오는 진짜 조용하고 늘 많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건강하고 잘 먹는다. 약간 부끄러워하고 게으른 것을 빼고는”이라고 말했다. 반면 줄리엣은 아주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그는 “진짜 활동적이며 헤엄도 많이 친다. 많이 먹고 때로는 탈출을 시도하기도 할 정도”라면서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기후 변화와 삼림 파괴, 포식자 송어 때문에 이 종은 볼리비아를 비롯해 에콰도르와 페루 등에서 급격히 개체 수가 줄었다. 스페인의 말로르칸 미드와이프 두꺼비, 탄자니아의 키한시 스프레이 두꺼비도 과거에 몇몇 개체를 교접시켜 개체 수를 늘린 뒤 야생으로 되돌려 보낸 일이 있다.사진·영상= 글로벌 와일드라이프 컨저베이션 / BBC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버리는 나날들/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버리는 나날들/김이설 소설가

    미셸이 쓴 ‘1일 1개 버리기’라는 책을 보면 ‘인생의 풍요는 물건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목 그대로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는 연습을 통해 단출한 삶을 영위하자는 지은이의 주장은 매혹적이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거나 적절히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불필요한 물건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물건을 줄여 인생을 가볍게 살자는 외침. 심플 라이프는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책을 다 읽자마자 당장 실천에 들어갔다. 첫날 버린 것은 유리컵 세 개였다. 도넛을 사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도넛 회사의 로고가 박힌 유리컵이었다. 생각을 더듬어 올라가니 8년 전에 받은 유리컵이었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었다. 8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8년간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둘째 날은 유리병을 버렸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모아 놓은 것인지 나조차 모를 병들을 우르르 모아 말끔하게 처리했다. 찬장 두 칸이 텅 비었다. 괜히 신이 났다. 그다음 날은 옷을 정리했다. 네 식구의 옷장을 다 들썩이기는 겁이 나 일단 내 옷부터 들쑤셨다. ‘3년 동안 안 입은 옷은 무조건 처분한다’는 나의 결심은 금세 무너져 버렸다. 살이 빠지면 입겠다고 놔둔 옷, 한 번쯤 더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버리지 못했던 옷, 선물 받거나 특별한 날에 입었던 옷, 유행이 지나 입기 힘든 옷 등 버릴 것이 잔뜩이었지만 깊은 추억까지 버리는 것 같아 컵이나 유리병과 달리 쉽게 골라 내기가 어려웠다. 책에서는 ‘지금 어떤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라 했다. ‘물건이 많아 청소하기 힘들거나 집안일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끼면 과거나 미래에 휘둘리지 않고 즉시 처분’하라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겨우 목이 늘어난 양말과 결혼 전에 입던-이젠 허벅지에서 올라가지도 않는 청바지 두 벌과 도대체 아직까지 왜 갖고 있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미니스커트 세 장도 버렸다. 그래도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아이들의 지난 참고서를 버렸고, 성폭력 사건의 가해 작가들이 쓴 책들을 작정하고 골라냈다. 매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나는 매일 버릴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된 기분이었다. 지난해 여름 이사를 한 덕에 살림이 꽤 정리된 상태였는데도 하루도 쉬지 않고 버릴 것들은 나타났다. 지은이의 말처럼 버릴 게 없는 날에는 지갑 속의 영수증이라도 버렸다. 나는 버리는 일에도 묘한 중독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12월 31일엔 2018년 달력들을 버렸고 1월 1일엔 마치 지난 세월을 버리듯 몇 년간 건전지를 넣지 않아 방치된 탁상시계를 버렸다. 한 해의 마무리를, 새해의 시작을 제법 잘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가장 버리고 싶은 것들은 따로 있었다. 헛된 욕망이라든지, 허영심, 자만과 나태, 나잇값 못 하는 내 나이와 처진 뱃살 같은 것들. 마음까지 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그러기에는 내공이 없으니 물건이라도 버리자는 계획은 새해 결심 중 하나로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 이 ‘1일 1개 버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그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전제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 옷 다섯 벌을 버렸지만 아이의 오십 권짜리 중고전집을 들였고, 냄비를 버렸지만 크리스마스 시즌 접시 세트를 사들였다. 컵과 유리병 대신 텀블러를 샀다. 셈법에 어긋나는 버리기였지만 아무렴 어떨까 싶다.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면 이렇게 물건이라도 버리며 산다는 자기 위안이 우리에겐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새해엔 더 열심히 버리면서 살 생각이다. 여러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바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세고비아의 새끼 돼지 요리와 ‘호세 마리아’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세고비아의 새끼 돼지 요리와 ‘호세 마리아’

    여행을 하다 보면 언제 다시 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풍경과 마주칠 때가 있다. 내게는 체코의 체스키크룸로프, 스페인의 톨레도, 그리고 세고비아가 그런 곳이다. 사는 사람에게는 답답한 일이겠지만 낡고 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계승하고 유지한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살아남은 유무형의 유산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사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기 마련이다.마드리드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작은 도시인 세고비아를 찾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알카사르성이다. 디즈니 영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모티프가 된 곳으로 흔히 세고비아성으로 불린다. 다른 하나는 기원전 1세기 때 로마인들에 의해 지어진 수로교다. 만들어진 지 천년이 넘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근사하다. 마지막은 세고비아가 자랑하는 전통요리 ‘코치니요’다. 스페인을 찾는 식도락가들이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코치니요는 생후 3주 미만의 젖먹이 돼지를 통째로 구워내는 요리다. 물을 담은 도기에 새끼 돼지를 눕혀서 90분 동안 한 번 굽고 엎어서 같은 시간 동안 한 번 더 구워내는데 이렇게 조리하면 껍질은 바삭하면서 살은 부드럽게 익는다. 바삭거리는 껍질과 사르르 녹아내리는 속살의 식감 대조가 재미있다. 북경오리를 먹어 본 이들이라면 익숙한 식감이다. 비빔밥이 전주를 너머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세고비아의 코치니요도 스페인 대표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고 세고비아를 코치니요 ‘원조’로 보는 건 곤란하다. 돼지를 통째 굽는 방식은 원초적인 조리법이다. 인류가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돼지 통구이는 가장 보편적인 요리였다. 아마도 키우던 돼지가 너무 일찍 죽었거나, 돼지가 클 때까지 참지 못한 성질 급한 이에 의해 새끼 돼지요리가 탄생했을 것이다.카스티야 지방의 별미로 꼽히는 코치니요는 세고비아 말고도 인근의 마드리드, 아빌라 등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째서 세고비아가 코치니요의 성지가 됐을까. 18세기와 19세기 사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세고비아는 마드리드로 향하는 길목 중 하나였다. 세고비아는 늘 순례자와 여행객으로 붐볐다고 한다. 여관이나 주점에선 이들에게 식사를 팔았는데 카스티야 전통요리인 코치니요도 그중 하나였다. 세고비아 시내엔 저마다 최고라 자부하는 코치니요 식당이 있다. 수로교 인근에 1884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곳도 있지만 그중에서 ‘호세 마리아’를 빼놓고는 코치니요를 논할 수 없다. 이 식당의 오너이자 셰프인 호세 마리아 루이즈 베니토는 ‘코치니요의 아버지’로 통한다. 단순히 전통요리를 계승했다는 차원을 넘어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코치니요를 세고비아를 대표하는 산업이자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1972년 밀라노에서 열린 첫 번째 세계 소믈리에 대회 동메달 리스트이기도 한 호세 마리아는 1982년 고향인 세고비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식당을 열었다. 그는 세고비아의 음식 유산 중 코치니요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그의 주된 관심사는 전통의 답습이 아니라 코치니요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개선시킬까였다. 코치니요의 맛은 새끼 돼지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는데 당시에는 종이나 크기를 구분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생산됐다. 무엇보다 품질과 위생관리가 엉망이었다. 이렇다 보니 결과물의 품질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호세 마리아는 코치니요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생산 단계부터 관여했다. 그는 생산자들과 협업해 코치니요 요리에 적합한 품종을 찾고, 최적의 상태로 고기를 출하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을 썼다. 다른 식당의 셰프들과 코치니요 요리를 완벽하게 만드는 방법을 상의하는 한편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위해 포도밭을 인수하는 등 열정을 보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세고비아는 2002년 새끼 돼지에 대한 품질 인증 마크를 얻어냈고, 코치니요 요리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거머쥘 수 있었다. 식당에서 코치니요를 썰어주는 호세 마리아를 보고 있자니 일흔셋 나이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의 눈과 표정에서는 아직도 현역임을 과시하는 충만한 열정이 엿보였다. 호세 마리아를 보며 생각해 본다. 전통유산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통유산이 앞으로도 힘을 갖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먹음직스럽게 놓인 새끼 돼지요리 한 접시를 두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한국이 버리고 미국은 내쫓고… 난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한국이 버리고 미국은 내쫓고… 난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미국에 입양간 뒤 국적을 얻지 못하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불안하게 사는 입양아가 1만 8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다 커서 자발적으로 밀입국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아니 다른 나라에서 어린 아이를 입양한 뒤 국적을 주지 않고 불법 체류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사실이었다. 이들은 지금도 혹시나 교통법규 위반이나 다른 범법 행위로 경찰이나 이민당국에 체포될까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추방된 입양아들은 이태원 등지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기도 하고, 홈리스가 되기도 한다. 적응을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해 고아 등을 다른 나라에 보내기 급급했지 그들의 지위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모국 한국과 아이를 데려다 놓고 국적 취득에는 나 몰라라 했던 미국 양부모들의 무성의 탓이었다. 단편적인 얘기만 전해질 뿐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얘기를 알아봤다.●누구도 원해서 한국을 떠난 게 아니다 “내가 대한민국을 떠난 것도 내 뜻이 아니었고, 미국으로 보내져 미국인 부모를 만난 것도 내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나의 뜻과 상관없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미국에 입양 갔다가 추방 위기에 몰린 한 입양아의 얘기다. 지난해 5월 21일 안타까운 사건이 하나 있었다. 8살 때인 1983년 미국으로 입양돼 28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추방돼 피부색은 같지만, 말도 안 통하는 그의 모국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해 아파트에서 투신, 42년의 생을 마감한 필립 클레이(한국명 김상필)의 얘기다. 선천성 양극성장애자였던 그는 미국에서 약물 중독과 강절도 등을 저질러 교도소로 가게 된다. 그런데 수용생활을 하다가 출소하면 한국으로 추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입양아였지만, 미국 시민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추방된 그는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다가 결국 찾지 못하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클레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입양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그때뿐이었고 이내 잊혀졌다. 미국 입양아 출신 A(45)씨는 1970년대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의 한국 성은 김씨이다. 그를 길에서 발견한 사람의 성을 따랐다고 한다. 그는 행운아였다. 부잣집 외아들로 입양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초 양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하고, 어머니마저 자살하면서 그의 삶은 꼬인다. 양부모의 재산은 많았지만,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시민권이 없는 그는 상속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갱단에 들어가 범법자가 되고, 3년형을 받고 출소 뒤 한국으로 추방된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중 마약 투약이 들통나 1년형을 산 뒤에는 그는 다시 은행강도가 된다. 석방된 뒤 그는 현재 경기도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다. ●경범죄 세 번이면 추방… 공포에 갇힌 일상 G씨(남·47)는 유타주에서 살다가 범죄를 저질러 형을 산 뒤 가족은 미국에 둔 뒤 홀로 추방됐다. 지금도 많은 입양아가 한국 추방을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지만, 그뿐이다. 외교부나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이들의 정확한 통계는 밝히길 꺼린다. 교민사회와 이들을 돕는 종교단체 등을 통해 소문이 나 알려질 뿐이다. 그들은 한사코 만나기를 거부한다. 간혹 만나더라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나마 어렵게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과거가 알려지는 것이 싫다는 사람도 있고, 도움도 되지 않는데 굳이 신상을 털어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의사와 달리 남의 손에 이끌려 이역만리 미국으로 보내진 입양아는 모두 11만명(교민 단체는 14만명 추산)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를 잘 만나서 훌륭하게 성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인 입양아 가운데 1만 8000명은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았지만, 시민권 없이 추방의 공포에 떨고 있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두려움은 더 커졌다고 한다.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형기를 채우고 난 뒤 한국으로 추방된다. 경범죄도 세 번 누적되면 추방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근무했던 미 육군 예비역 중령인 페트릭 슈라이버는 최근 미 캔자스법원으로부터 그가 입양한 딸인 한국명 해빈(18세)의 추방명령을 받았다. 해빈은 캔자스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하면 추방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2013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되면서 해빈의 입양수속을 미뤘다가 그 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의 부모는 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법원의 결정은 단호했다. 아이 셋을 가진 G씨(여·51)는 최근 시민권을 취득을 위한 소송을 벌여 모든 절차를 마치고 조만간 시민권을 받게 된다. 그는 1992년 선거에 투표한 뒤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투표한 것으로 드러나 기소된다. “내가 시민권이 없다니….” 그는 충격을 받는다. 양부모가 그를 파양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충격에 홈리스 생활도 2년을 했다. 다행히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아들을 돕는 ‘월드 허그 파운데이션’의 지원을 받아 재판할 수 있었지만, 모두 그런 행운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아이 수출’하기에만 급급했던 한국 그러면 왜 1만 8000명이나 되는 한국인 입양아들이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한국에서는 많은 어린이가 미국으로 보내진다. 홀트나 동방 등 입양기관도 그때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입양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다. 양부모가 와서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데 입양기관이 단체로 데려가서 입양가정에 인계했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이렇게 입양된 어린이에게는 시민권이 없는 ‘IR4’ 비자가 발급된다. 그저 입양아 신분일 뿐이다. 18세가 되면 미국 입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해야 하는 데 미국인 부모도 당연히 시민권이 있는 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 파양 등의 이유로 절차를 밟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은 2000년 ‘아동시민권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입양아에겐 시민권을 부여한다. 하지만, 1983년 2월 이전 출생한 입양아에겐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 현재 미국에는 나이 때문에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아가 3만 5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51.4%가 한국 입양아인 것이다. 아이만 송출할 줄 알았지 그 아이의 권리는 챙겨주지 못한 한국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 이후 2012년 입양 법원 허가제를 도입해 국내 가정법원에서 입양절차 완료를 확인해야 국외입양이 가능해졌지만, 사후약방문 격이다. 복지부는 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동을 16만 7244명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20만명을 넘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미국 교민들은 미국만 해도 14만명은 될 것으로 본다. 복지부에도 1998년 이전 상세한 국외입양자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료 요청을 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입양아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1995년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99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에 한국은 서명만 한 상태로 정식 가입국이 아니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관련단체의 지적이다. 현재 미 워싱턴DC 연방상원 의원 로이 블런트(미주리) 등 상원의원 13명과 애덤 스미스(워싱턴) 의원 등 하원의원 46명의 공동 발의로 18세 이전에 해외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적법하게 미국에 거주 중인 자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자동부여하는 ‘입양인시민권법’이 지난 3월 상·하원에서 동시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통과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어서 이들의 안타까움은 갈수록 커지는 상태다. sunggone@seoul.co.kr
  • 제주·흑산도 바다에 잠들었던 ‘南宋 도자기’ 깨어났다

    제주·흑산도 바다에 잠들었던 ‘南宋 도자기’ 깨어났다

    전남 신안 흑산도와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해역에서 남송(南宋·1127~1279)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도자기 550여점이 발견됐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7∼9월 이 지역에서 진행한 수중 문화재 발굴 조사에서 청자 접시, 조각 등을 비롯한 중국 도자기를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제보를 통해 긴급 조사한 흑산면 인근 해역에서는 양질의 청자 접시 등 유물 50여점이 나왔다. 제주 신창리 해역에서는 ‘금옥만당’(金玉滿堂), ‘하빈유범’(河濱遺範)이라는 글자를 바닥에 새긴 청자 조각을 포함해 유물 500여 점을 찾았다. 신창리 해역은 1996∼1998년 제주대와 국립제주박물관이 세 차례에 걸쳐 수중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유물과 선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발굴 조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도자기는 대부분 중국의 고급 도자기 산지로 알려진 저장성 서남부의 룽취안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푸젠성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유물도 있었다. 연구소 측은 “도자기 유물들은 고려와 남송,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해상 교역로에서 흑산도와 제주도가 중요한 기착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흑산도 바닷길은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徐兢·1091~1153)이 고려 개경에 한 달간 다녀온 경과와 견문을 쓴 ‘선화봉사고려도경’에 송과 고려를 잇는 항로로 기록돼 있다. 또 조선 후기 실학자인 한치윤(1765~1814)은 자신이 서술한 역사서 ‘해동역사’에서 제주도에서 바닷길로 가면 송나라와 일본을 쉽게 갈 수 있다고 썼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내년에 제주 신창리 해역을 정밀 발굴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프랑스 굴과 우리나라 굴의 공통점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프랑스 굴과 우리나라 굴의 공통점

    파리에서 기차로 세 시간, 거기서 또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캉칼이라는 작은 어촌마을이다. 당일치기라는 고된 일정이지만 왕복 600㎞가 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한 이유는 프랑스 최대의 굴 양식장이 위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프랑스의 통영’이라고나 할까. 프랑스의 수도는 파리지만 ‘브르타뉴 굴의 수도는 캉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캉칼에서 가장 눈에 띄는 풍경은 7㎞ 길이의 해안선을 따라 광활하게 펼쳐진 굴 양식장이다. 테이블 형태의 골조에 사각형으로 생긴 그물망을 올려놓았다. 우리나라 서해 일부 지역에서도 사용되는 이른바 수평망 양식법이다. 굴 유생이 부착된 줄을 깊은 바다에 매달아 키우는 우리나라 남해안의 수하식과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6개월 정도 자란 굴을 그물망에 넣고 재배한다. 수확할 때는 그물망만 들어 옮겨 트랙터에 실으면 된다. 노점에서 파는 싱싱한 굴은 한 다스에 4.5~6유로(5800~7700원) 정도다. 가장 큰 굴조차 열두 개에 1만원이 안 된다니. 굴값이 저렴하기로 소문난 곳에 사는 한국인들조차 눈을 의심하게 하는 가격이 아닌가. 굴로 배를 채우자 싶어 네다섯 접시를 산 후 근처 아무데나 걸터앉아 까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몰랐지만 벤치 앞에 하얗게 펼쳐진 건 백사장이 아니라 노점에서 산 굴을 까먹고 버린 굴 껍데기 무더기였다. 굴 하나를 손에 들고 후루룩 마신 뒤 껍데기를 아무데나 던져버리는 쾌감이란. 세계적으로 해안가에서 종종 굴 껍데기 무덤이 발견된다는데 그 이유를 알 법도 했다.자세히 들여다보면 굴의 생김새는 맛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삼총사’를 쓴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뒤마는 굴을 두고 “연체동물 가운데 자연의 혜택을 가장 받지 못했다”고 했다. 머리도 눈, 코, 입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으며 오로지 먹고 잠만 자는 이 생물을 기이하게 본 사람은 뒤마뿐이 아니었다. 오늘날 음식 과학자 해럴드 맥기는 “우리가 먹는 동물 가운데 가장 이상하게 생겼다”고 평했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아일랜드의 소설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굴을 맨 먼저 먹은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체 누가 이 이상한 생명체를 먹어 볼 생각을 했을까.굴에 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건 고대 그리스다. 먹고 남은 굴 껍데기를 투표용지로 썼다고 하니 얼마나 그리스인다운가. 굴을 최상의 미식재료로 격상시킨 건 로마인들이었다. 전 세계 온갖 산해진미를 구하는 데 혈안이었던 로마의 귀족들은 프랑스 북부 해안가에서 자란 굴이 유독 맛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로마의 세네카와 프랑스의 앙리 4세, 루이 14세와 나폴레옹 등 당대 내로라하는 식도락가들은 굴에 이상하리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19세기까지도 프랑스 굴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수요가 늘자 영원히 풍부할 것만 같았던 굴의 수확량도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이미 굴 양식을 하고 있었던 프랑스였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프랑스산 토종 굴이 멸종되다시피 하자 포르투갈산 굴을 들여와 양식하기 시작했다. 한 세기 동안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굴이 아닌 포르투갈산 굴을 먹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970년대 포르투갈산 굴이 질병에 걸리면서 생산이 급감하자 굴 생산자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시아로 눈을 돌린 그들이 찾은 것은 태평양 굴이라 불리는 참굴이다. 참굴은 우리나라에서 주로 생산되는 굴이다. 즉 캉칼에서 먹었던 굴은 키운 바다만 다를 뿐 남해안 통영에서 먹은 굴과 같은 종이었던 셈이다. 태평양 굴은 유럽 굴에 비해 질병에 강하고 맛도 더 좋았다. 다행히 포르투갈산 굴과 태평양 굴은 모양과 맛이 비슷해 자연스럽게 프랑스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오늘날 프랑스는 매년 15만t의 굴을 생산한다. 유럽산 굴의 90%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중에서 98%는 태평양 굴이고 나머지 2%는 껍데기가 둥근 유럽 굴이다. 유럽 굴은 확실히 익숙한 굴 맛과는 달랐다. 태평양 굴이 싱그러운 오이향, 해조류 향이 지배적이라면 유럽 굴은 약한 금속 맛이 묘한 이질감을 준다고 할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기후와 풍토가 식재료에 주는 영향은 크다. 귤과 탱자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자란 같은 식재료의 맛이 궁금하다면, 맛도 맛이지만 풍경을 생각해도 역시 캉칼에 가 볼 이유는 충분하다.
  • “24살에 7급으로 승진…고졸에 나이 어리다고 차별 없었어요”

    “24살에 7급으로 승진…고졸에 나이 어리다고 차별 없었어요”

    공직사회에 ‘젊은 피’를 채우기 위한 전형이 있다. 바로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전형’이다. 이 제도는 공직사회에 다양성을 불어넣기 위해 도입됐다. 전국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전문대 인력을 선발한다. 이 전형은 ‘고등학교 졸업자’가 전체 선발 대상의 91.4%를 차지하고, 특히 행정직은 고등학교 졸업자만 뽑아 ‘고등학교 졸업생 전형’으로 불린다. 서울신문은 20일 지역인재 9급 전형에 합격해 인사혁신처에서 일하는 이회림(24·행정 7급)씨,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악원 박수정(19·행정 9급)씨, 고용노동부 서울북부고용센터 한주원(20·행정 9급)씨를 만났다.●기회는 사실상 단 한 번뿐… 내부 경쟁 치열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전형은 그해 졸업 예정자거나 직전 연도 졸업자가 대상이다. 여러 차례 응시할 수 있는 다른 공무원 전형과 다르다. 박씨는 “제도상으로 두 번의 기회가 있지만 지원 때 학교장 추천이 필요해 사실상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필사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시험 응시자로 선정되려면 치열한 내부 경쟁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교별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숫자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응시하려면 학교 평균 석차가 상위 30% 안에 들어야 하고 학교장의 추천장도 받아야 한다. 게다가 한 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최대 7명으로 정해져 있다. 졸업생 몫으로 제공할 추천장이 사실상 없다 보니 재학생 때 시험에 떨어지면 다시 지원하기가 어렵다.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매년 경쟁률도 6대1 정도를 맴돈다. 공시와 대학 입시를 함께 준비하는 수험생이 많다. ●“1년이란 제한된 시간에 숨 돌릴 틈 없죠” 필기(국어·영어·한국사) 시험과 서류 전형, 면접시험의 세 단계 전형을 거친다. 준비생들은 보통 학교에서 마련해주는 ‘9급 공무원 전형반’에 들어가 시험을 준비한다. 2013년 처음 해당 전형을 시작한 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대부분 특성화고에서 9급 공무원 전형반을 운영한다. 박씨는 “고3 때 5명으로 구성된 공무원 전형반에 들어가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시골에 있는 학교라서 학생 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무원 전형반은 있었다고 한다. 다만 한씨는 “도시에선 학교를 마치고 공무원시험 학원에 가는 고등학생도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근처에 학원이 없어 인터넷 강의에 의존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한 반에서 같이 준비한 다섯 명 중 세 명이 합격했으니 성과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특성화고에 다녀서 공시 준비에 도움이 되는 점도 있다고 소개했다. 고교에서 곧바로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고 성격상 ‘면접 준비 과정’이 잘 마련돼 있어서다. 한씨는 “사실 필기보다 면접이 더 힘들었다”면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모의 면접을 도와줘 나도 모르게 실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준비 당시에 예상 질문으로 학창시절 봉사활동 경험을 말해 보라고 한 것이 있었는데 실제 면접에서도 그 질문이 나와 자신 있게 답했다”고 말했다. ●24살인데 7급…어려서 겪는 고초도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으로 뽑히면 인사혁신처 수습직원으로 등록해 3주간 기본교육을 받고 정부부처에 수습직원으로 배치된다. 이후 6개월간 수습 근무를 거쳐 정식 업무를 시작하는데 이때가 만 20세다. 앞으로 40년간 공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사혁신처에서 일하는 이씨는 2013년 지역인재 9급 국가직 수습직원 전형에 합격해 현재 7급이다. 이씨의 동기들도 함께 7급으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으로 7급 국가직 전형에 도전하는 이가 많지 않다 보니 ‘최연소’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5년 만에 승진을 두 번이나 했다. 나이가 어리다거나 고졸 출신이라고 해서 인사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은 없다”고 강조했다. 입직 뒤 대학 진학 등 학업을 이어 가는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지역인재 9급 국가직 수습직원 전형의 강점이다. 해당 전형으로 들어온 이들에게 국가가 대학등록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업무와 연관성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 학비를 지원해 준다”면서 “대학도 학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고 유연 근무를 택해 오후 5시에 퇴근한 뒤 야간대학을 다니면 돼 학업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이 전형을 택한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동생들이 밖에서 친구들에게 ‘우리 누나 이제 25살인데 7급 공무원이다’라고 자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럼에도 어린 나이 때문에 겪는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다고 한다. 바로 악성 민원인에게서 겪는 고초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부서에 배정되면 종종 원치 않는 상황과 마주치는데, 고졸 뒤 입직한 공무원들을 유독 괴롭히는 민원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씨는 “고용부를 찾아오는 분 가운데 좋은 이유로 오는 분들은 거의 없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져서 오는 분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나이 어린 공무원이 뭘 알겠느냐’고 무시할 때는 서럽다”고 토로했다.●“주변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내 계획대로” 합격자들은 고등학교 3학년 단 한 차례만 볼 수 있는 시험공부이기에 주의할 점이 많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씨는 “혼자 공부를 하다 보면 주변 친구들이 벌써 취업해 일터에 나가는 것이 부러웠다”면서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은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기만의 계획을 세워 묵묵히 실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생활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고 입직하는 것도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직하는 분들은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라도 해보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접해보지 못하고 정부부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서 “일을 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느꼈고 우왕좌왕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교 시절 방학 등을 활용해 짧은 시간이라도 아르바이트나 인턴 같은 것을 해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의식을 뚜렷이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한씨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목표의식이 없으면 길고 긴 공직생활을 이어 가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면서 “사업주에게 착취나 갑질을 당하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여기서 보람을 찾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체부에 있다 보니 문화 정책에 관심이 많아졌다”면서 “문화 소외지역 같은 곳에 작은 영화관이나 도서관을 세워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전파하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4>] “가난한 교사의 아내로, 운동권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와”

    [은빛자서전 프로젝트<4>] “가난한 교사의 아내로, 운동권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와”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자 ‘인터뷰 플러스’ 참조). 이번에는 옥천군 문정리에 사는 신중남 씨(87)를 만났다.●공부 많이 못 한 아쉬움 나는 1932년 대전시 용두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신명재)는 7대 종손으로 주변에서 ‘대종손(大宗孫)’으로 불렀다. 농사를 지으며 살았지만 33세까지 독선생(獨先生)을 두고서 한학 공부를 했을 정도로 종손 대접을 톡톡히 받았다. 많이 배운 아버지는 자녀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7남매 중 다섯째였던 나도 아버지가 들려주는 덕담을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많이 배운 아버지가 정작 딸들에게는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선화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였는데, 상급 학교에 진학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 아쉽다. 아버지는 여자가 공부를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학생 출신 교사에게 시집오다 나는 21세가 되던 해인 1952년 은진 송씨 가문으로 시집왔다. 신랑은 초등학교 교사인 송용섭이었다. 신랑이 1933년생으로 나보다 한 살 적었다. 회덕읍 와동리 은진 송씨 종손인 남편은 부친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숙부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집안 형편상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용섭이는 반드시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선생님의 강권으로 간신히 대전에 있는 야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고학생(苦學生)이 되었고, 신문 배달 등을 하면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남편이 18세가 되던 해인 1950년 전쟁이 터졌다. 남편은 철도국에서 일하던 숙부의 가족과 함께 부산까지 피난을 갔다. 당시 우리 동네 어른 한 분이 남편의 숙부와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분도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 거기서 우연히 직장 동료를 만났고, 그와 함께 있던 건실한 고학생 청년을 발견한 모양이다. “젊은 친구가 아주 건실하고 잘 생겼어요. 거기에 약빠르기까지 하더군요.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겁니다.” 동네 어른이 중매를 서면서 아버지에게 해주었던 추천사였다. 얼마 후 나는 남편이 숙부와 살고 있던 회덕읍 와동리로 시집갔다. 하지만 교사 자격증을 딴 남편이 이원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으면서 한 달 만에 옥천군 이원면으로 이사했다. 이원초등학교 옆 초가집에 셋방을 얻어 살림을 차렸다. 숙부댁에서 나올 때 받은 것은 사발 2개, 대접 2개, 접시 2개가 전부였다. 당시 교사의 처우는 열악했다. 월급 200원은 나무 한 짐과 쌀 두 말 사면 그만이었다. 발령을 받고 먹을 쌀이 없어 동료 교사에게 쌀 한 말을 빌려야 했다.●서울대·고려대 운동권 아들 남편의 교사 생활은 20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원초에서 시작된 교사 생활은 안내초를 거쳐서 삼양초에서 끝났다. 남편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페인트 사업에 잠시 손을 댔다. 군수와 부군수 등 공무원 약속만 믿고 옥천을 비롯한 충북 일대 마을의 지붕에 칠할 페인트를 공급할 때만 해도 전도가 양양했다. 하지만 대금만 떼이면서 인생의 쓴맛을 보고 말았다. 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4남매를 얻었다. 결혼 초기 10년 가까이 아기를 낳지 못하다가 초산을 했다. 장남 치우가 탄생했을 때 세상을 모두 얻은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이후 차남 치용, 삼남 치양, 장녀 현이 차례로 태어났다. 살아오면서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살 만했던 것은 4남매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식들은 우리 부부에게 희락(喜樂)만이 아니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선물했다. 1960년대 중반에 태어난 차남 치용과 삼남 치양이 대학에 다닐 무렵이 하필이면 대학가에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옥천중, 천안북일고를 다녔던 치용은 서울대에 들어갔다. 옥천중, 옥천고를 졸업한 치양은 고려대에 합격했다. 특히 치양은 옥천고를 다닐 때 총학생회장을 맡는 등 리더십도 발휘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치용과 치양은 대학에 들어가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아마도 농촌에서 성장하며 착한 심성을 지녔기 때문에 민주화라는 시대의 요청을 외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두 아들을 둔 덕분에 우리 부부는 최루탄 연기가 날리는 대학가에도 가봤고, 죄수복을 입은 아들이 오히려 그 무서운 판사와 검사를 준엄하게 꾸짖는 법정에도 가봤다. 농촌 생활이 궁핍해 아들을 찾아갈 때마다 여비를 마련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서로 잘 알기에 남에게 함부로 돈을 꾸어주지 않던 시절이었다. 치양이 데모를 하다가 경찰서에 잡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동생에게 20만원을 빌려서 서울로 갔을 때의 일이다. “고맙습니다.” 나는 형사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형사가 능글능글 웃으며 물었다. “내가 치양이를 잡아 왔고 때렸는데 왜 고맙다고 하십니까?” “형사님이 내 아들을 잡아 온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당시는 많은 대학생이 의문사를 당하던 무서운 시절이었다. 그제야 형사의 표정과 태도가 진지하게 바뀌었다. ●“금강경 읽으며 모든 업보 풀고파” 지금도 두 아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세상을 보는 나의 안목이 바뀌었다. 1980년대 이후 나는 TV 뉴스를 빼놓지 않고 본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뉴스 뒤의 정치적 의도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외교, 국제 문제도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날 때는 하루 종일 TV를 봤다. 금강산도, 백두산도 빨리 가보고 싶다. 나는 요즘 틈날 때마다 불경을 읽고 있다. <금강경>에 이어 <천수경>을 읽기 시작할 무렵 평택에서 수의사로 일하며 지역 운동에 헌신하던 차남 치용이 정의당 소속의 경기도의원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도 <금강경>과 <천수경>을 읽으며 가난한 교사의 아내, 운동권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오며 맺혔던 모든 업보를 풀어나가고 싶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아보카도 열풍에 케냐 농민들 웃음꽃, 중국에 “수입해달라”

    아보카도 열풍에 케냐 농민들 웃음꽃, 중국에 “수입해달라”

    아보카도가 건강식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케냐 농부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아보카도의 유럽 수출 물량은 2014년과 비교해 지난해 세 배 가까이 급신장했다고 네덜란드 기업청 산하 개발도상국 수입 ?진흥센터(CBI)는 집계했다. 수천 ㎞ 떨어진 케냐 나이로비의 중심가 레스토랑이나 농장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케냐 중부 칸다라에서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피터 카리우키는 농장에서 아보카도 40만개를 수확해 최근 유럽으로 보내는 선적 작업을 마쳤다. 그는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곱절로 뛰었다”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아보카도의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 유지비용이 적은 점도 케냐 농민들을 웃게 만들고 있다. 카리우키의 농장에 있는 아보카도 나무들은 야생 상태라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고 비료를 주지 않아도 돼 거의 비용이 나가지 않는다. 그는 30년도 훨씬 전에 이 지역에서는 맨먼저 아보카도 나무를 심었다. 공항 청소 일을 했던 그는 운 좋게 아보카도란 작물이 수출되는 것을 눈여겨 봤는데 마침 근처 마을에 있던 농업 연구소에 근무하는 아버지가 씨를 얻어와 키우게 됐다. 현재 200그루에서 2만달러 가량의 연간 수입을 올리고 있다. 더이상의 수입은 바라지도 않아 “일년에 한 번씩 가지치기를 해준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뀌어 300그루를 더 심을 작정이다. 근처에서도 입소문이 나 커피와 차 대신 아보카도를 심는 농민들이 많다고 했다. 도매상에 따르면 이 근처에서 수집한 아보카도 1200톤 가운데 대부분이 유럽으로 수출된다. 하지만 공급 과잉으로 조금 재미가 좋지 않다. 그런데 CBI는 중국이란 새 시장이 열려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이달 중국을 방문해 무역수지 균형을 취해 달라고 중국에 요구할 예정인데 특히 아보카도를 대량 수입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케냐는 최근 남아공을 제치고 아프리카 최대의 아보카도 공급처로 떠올랐지만 세계적으로는 페루, 칠레, 멕시코 같은 나라들에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1만명이 지난 4월 우기가 시작하기 전 아보카도를 심겠다고 자원하고 나섰다. 카리우키는 개당 10센트를 받고 수집상에게 넘기지만 뉴욕과 런던의 레스토랑에서는 샐러드 한 접시를 10달러에 판매해 가격 차가 상당하다. 하지만 여느 농작물이나 거리와 유통단계가 늘어날수록 가격 차는 현저해지는데 심지어 카리우키의 농장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나이로비의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보건교사 더 뽑는다며?”… 간호사들도 노량진으로

    “보건교사 더 뽑는다며?”… 간호사들도 노량진으로

    공무원 열풍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증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문 대통령은 소방관과 경찰관, 교원 등을 중심으로 17만 4000명 증원을 약속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공무원 증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기존 방침을 확인했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수험생)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엔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수험생들의 절박함이 가득했다.●노량진 학원가 새벽 6시부터 ‘북새통 ’ 갑작스런 추위가 전국을 덮친 30일 새벽 6시.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도 노량진 학원가 앞 사거리에는 강의를 들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저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손을 녹이며 양손에 수험서를 안고 학원에 들어갔다. 경찰공무원을 1년째 준비하고 있다는 서모(27)씨는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엔 학원에 도착한다. 4~5시에 오는 사람도 많다”고 노량진 분위기를 전했다.2년간 노량진 고시촌에서 순경직을 준비했다는 김모(28)씨는 “올해가 합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채용 정원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올해 세 차례나 순경 공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찰청은 두 차례의 공채를 거쳐 3849명을 뽑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두 번째 공채에서 4294명을 채용했고, 마지막 세 번째 공채에서 3000명을 더 뽑는다.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많이 뽑다 보니 주변에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조건이 워낙 좋다 보니 ‘올해는 꼭 붙겠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상황이 바뀌기 전에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소방공무원에 도전하는 수험생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소방청은 올 상반기 4446명을 채용해 지난해 공채 선발인원(4341명)을 넘었다. 현재 하반기 추가 채용 전형이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소방청은 지방소방공무원, 국가소방공무원 필기시험에서 각각 1386명, 89명이 합격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있을 면접시험이 끝나면 지방직 경채 595명과 국가직 경채 30명을 포함해 총 625명이 합격자로 이름을 올린다. 소방공무원을 2년째 준비하고 있다는 김성호(31·가명)씨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노량진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수험생 사이에서 ‘방심’을 조심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뽑는 인원이 늘었지만 지원자도 많아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붙놈붙’(붙을 사람은 붙는다)이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며 웃었다.●“갑작스레 수험판 뛰어든 사람 꽤 많아” 소방·경찰이 아닌 다른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아쉬움을 표했다. 일반행정직 공무원을 2년째 준비한다는 강병호(25·가명)씨는 “많이 뽑는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쏟아졌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늘어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채용 증원 정도가 직렬별로 달라 혜택이 돌아가는 차이가 큰 탓이다. 강씨는 “지난해 국가직을 많이 뽑는다고 했지만 결국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많이 뽑는다는 소문이 나니까 사람들이 몰려 경쟁률만 높아졌다”며 씁쓸해했다. 강씨의 말처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가직공무원만큼은 대폭 증원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총 5508명의 국가직공무원을 뽑았는데 지난해 6205명을 선발해 697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강씨는 경쟁률을 살펴볼 때 ‘허수’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늘었지만 최근 공무원 증원 움직임에 맞춰 갑작스레 수험판에 뛰어든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그런 허수 수험생을 생각한다면 예년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보건교사 수험생 늘자 男 강사도 등장 강씨가 준비하는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갑작스런 채용 확대 소식에 수험생들이 ‘행복한 비명’을 쏟아내는 직렬도 있다. 교원 임용시험 보건 직렬과 전문상담 직렬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 직렬 교원은 지난해 299명에서 올해 58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문상담 교원 역시 큰 폭으로 증원된 직렬이다. 지난해 139명에서 올해 611명으로 4배 넘게 늘었으며 내년에도 575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본업’을 제쳐 두고 공무원시험에 뛰어드는 직장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보건 직렬 교원을 임용할 때 간호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을 대상자로 하다 보니 졸업 예정자가 아닌 현직 간호사들이 대거 임용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에 사표를 내고 공시에 도전하는 김준호(가명·27)씨는 “과거 상담·보건 교사는 사실상 거의 뽑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최근 정부가 큰 폭으로 뽑으면서 간호사를 그만두고 임용시험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과거 소수 직렬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주요 직렬로 거듭나 학원가 분위기도 바뀌었다”면서 “보건교사에 도전하는 지원자들이 대부분 간호학과 출신이어서 남자 학원강사는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남자 강사도 생겨나고 서울대 출신 강사도 종종 보인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늘어난 정원 맞춰 학원가도 새 전략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의 신광은 강사는 “통계만 봐도 예전에 비해 공무원을 뽑는 수치가 크게 늘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학원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맞아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 강사는 공무원들의 수험 기간도 예전에 비해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원에서 순경직을 준비할 때 보통 1년 정도면 합격할 수 있게 지도하는데, 올해는 공채만 세 차례여서 더 빨리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학원가와 수험생들은 공무원 채용인원 증원이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신 강사는 “경찰공무원은 채용 인원이 꽤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선 현장의 경찰인력 공급이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험생에게도 좀더 힘을 내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을 2년째 준비하고 있는 신모(28)씨도 “언론 보도를 보면 아직도 경찰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의경 제도가 폐지되면 그에 따른 공무원 충원도 있을 것으로 보여 채용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시민 안전 수호 첫 관문… 하루 2시간씩 체력 단련은 필수

    시민 안전 수호 첫 관문… 하루 2시간씩 체력 단련은 필수

    유흥가 밀집지역 주취폭력·사건사고 빈번…주간·야간·휴무·비번순으로 교대근무해야 형법·형사소송법·경찰학개론 실무서 유용…체력검사 단기간 향상 어려워 장기간 준비신변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한 현장으로 출동하는 이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씩 시민의 안전을 위해 뛰는 지구대·파출소 경찰이다. 경찰공무원(순경) 시험에 합격하면 대개 읍·면·동 단위의 파출소나 지구대에 가장 먼저 배치된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 7~20일 올해 두 번째 순경 공채의 면접 시험이 치러진다. 세 번째 공채는 다음 달 16~27일 원서를 접수해 내년 3월 29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다. 지난해부터 확대되고 있는 순경직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도 뜨겁다. 전국적으로 출동건수가 많기로 널리 알려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막내인 김철민(31) 순경을 통해 지구대 경찰이 하는 일과 순경 공채 합격 노하우 등을 들어봤다. ●낮보다 아름다운 홍대의 밤… 경찰에겐 ‘전쟁터’ 지난 19일 밤 10시, 인근 식당에서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다 급기야 영업주를 폭행한 A씨가 마포서 소속 기동순찰대에 의해 체포됐다. A씨가 홍익지구대에 들어오자마자 내부에 있는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현행범이 지구대 내에 있다는 신호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동할 수 없도록 지구대의 고정된 의자와 한쪽 손목이 수갑에 묶인 A씨는 경찰들을 향해 욕설을 해도 반응이 없자 “수갑 때문에 팔이 터질 것 같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수갑을 느슨하게 해주려고 두 명의 경찰이 다가가자 A씨는 수갑에 묶이지 않은 다른 손으로 경찰을 때릴 듯 위협했다. 그럼에도 경찰들은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 한 주 중 사건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이 이제 시작될 참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순경 공채에 합격해 지난 8월 이곳에 배치된 김철민 순경은 자신의 업무를 보면서도 A씨가 돌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했다. 그는 여권을 잃어버려 지구대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해 분실물센터를 검색했으나 접수된 건 없었다. 김 순경은 출국일 전까지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찾아 여권 분실을 신고하라고 일러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생 커플이 지구대를 방문했다. 길을 가다가 한 차량이 팔꿈치를 치고 달아나 신고하러 왔다고 했다. 마포서 교통조사계로 사건을 인계하자마자 한 남성이 범칙금을 조회할 수 있는지를 물으러 왔다. 1시간도 안 돼 다양한 이유로 시민들은 지구대를 찾았다. 주간(낮 근무)·야간(밤 근무)·휴무·비번 순으로 교대 근무를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 순경이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4전5기 끝에 합격한 만큼 많은 일들을 빠르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합격 후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의 훈련을 받을 때부터 홍익지구대에서 근무하겠다고 결심해 두 달간의 실습도 이곳에서 했다. 유흥가가 밀집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근방을 담당하는 홍익지구대는 신고도 많고 출동도 잦다. 그는 “술을 먹고 서로 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클럽 등에서 물건을 분실하거나 성희롱·성폭력 관련 신고도 많다”면서 “혼자 원룸에 사는 여성이 적지 않아 늦은 밤 모르는 사람이 따라온다는 신고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선택과목 ‘멀리 보기’… 체력시험 ‘단련 또 단련’ 합격까지 걸린 시간을 소탈하게 털어놓은 김 순경이지만 “돌아보면 더 일찍 굳은 마음을 가졌다면 좀 더 빨리 합격 했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고향인 전북 익산에 있는 학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들으며 공부한 김 순경은 지난해 자신만의 공부 시간을 많이 가졌다. 공무원 시험은 학문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합격을 위한 공부라는 점에서 빠른 합격을 위해선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게 좋지만, 자신만의 공부 시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고득점을 획득할 수 있다고 봤다. 순경직은 1차 필기시험(50%), 2차 신체·체력·적성검사(25%), 3차 응시자격 등 심사, 4차 면접시험(25%)으로 진행된다. 필기시험 땐 한국사와 영어가 필수이며 형법과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7과목 중 3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찰직 수험생들은 형법과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을 선택한다. 실무에 꼭 필요한 지식이어서 합격 후 경찰학교에서도 세 과목에 대한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다른 직군 9급 공채와 병행하는 수험생은 국어나 수학, 사회, 과학 과목을 선택하기도 한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이라 공부하기가 수월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오히려 지엽적이거나 난도가 높아 고득점을 받기 어렵다. 순경직에 도전하는 이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체력시험 중에서도 단연 100m 달리기다. 다른 종목과는 달리 연습만으로는 단시간에 실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는 경험담이 적지 않다. 경찰 시험 준비 전인 2014년부터 사이클 동호회에서 체력을 단련해 온 김 순경도 100m 달리기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신 ‘좌우 악력’을 키우고자 매일 철봉에 매달렸고, 학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하루 1~2시간은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규칙적으로 연습한 게 도움이 됐다. 1000m 달리기는 응시생 대부분이 고득점을 받는다. 비결은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죽을 힘을 다해 뛰는 것밖엔 없단다.●신체검사 복병‘ 문신’… 2020년 완화 가능성도 신체검사에는 문신이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실제 문신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탈락했다는 후기도 많아 경찰청에 자신의 문신을 설명하며 탈락 여부를 묻는 문의도 늘고 있다. 공채 공고엔 ‘시술 동기, 의미와 크기가 경찰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신체 부위의 10% 이상이면 안 되고, 누군가를 비방하거나 종교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으면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이 있지만 최종적으론 현장 담당관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해당 지침을 교묘히 피해 문신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신체검사에서는 속옷으로 가려진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검사 대상이다. 문신 제거 흉터도 일반인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가벼울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김 순경은 “신체검사 때를 떠올려 보면 담당관이 흉터를 유심히 살펴보는 일이 많았는데 ‘문신을 지운 흔적인지 아닌지’를 살피기 위해서란 걸 알고 조금 놀랐다”고 회상했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경찰시험 신체검사 합격 기준에서 문신 규정을 재검토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자 경찰청은 2020년에 문신 관련 사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도 경찰은 눈에 띄는 문신을 금지하고 있어 규정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 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교수 아빠 둔 덕에 ‘올 A+’…국립대판 숙명여고 사건

    교수 아빠 둔 덕에 ‘올 A+’…국립대판 숙명여고 사건

    아들, 전공바꿔 아빠 학교에 편입아빠 수업 재수강하며 ‘학점세탁’ 의혹아빠는 아들 입학 뒤 담당 과목 수 늘려아버지가 교수로 재학 중인 국립대에 편입한 한 대학생이 아버지 수업을 듣고 모든 과목을 A+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석연치않은 정황이 드러나자 학교는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어난 ‘숙명여고 사건’과 비슷한 구조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에 따르면 국립대인 서울과학기술대(서울과기대) 교수인 아버지 학과에 다니는 아들이 아버지 강의를 들어 최고학점을 받았다. 교수 A씨의 아들 B씨는 2014년 해당학교에 편입해 2015년까지 매 학기 두 과목씩 아버지 강의 8개 과목을 들었다. A교수는 아들에게 전과목 최고평점(A+)을 줬다. 또 다른 교수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자 아버지 수업을 재수강해 A+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아버지가 가르치지 않은 일부 과목에서도 A+ 학점을 받았는데 주로 일본어, 스키와 스노우보드 등 교양과목이었다.교수 A씨의 최근 행적도 의심을 사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아들 편입 전까진 평균 매 학기 3개 과목 이하를 강의하던 A씨는 아들이 편입 이후 강의 수를 5~6개로 늘렸다. 또, 아들이 졸업하자 강의 수를 다시 2개 이하로 줄였다. 편입당시 아들 B씨는 다른 전공 출신이었지만 면접시험에서는 세 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평균 96점을 받아 총점 288점으로 공동 2등으로 합격했다. 당시 입학관리처에서 자녀 등 친인척에 대해 신고하라고 했지만 A교수와 해당학과는 이 사실을 숨겼다. 또 교육부 종합감사, 2015년·2017년 국회 국정감사 요구자료에서도 누락시켰다. 이 대학에서 교직원 자녀가 얽힐 감사 사건은 또 있다. 서울과기대 한 직원의 자녀 3명이 모두 이 학교 또는 산악협력단에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져 자체감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직원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학과 교수들의 회계를 담당해오다 2015년 명예퇴직 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센터에 비공개로 재취업했다. 또 해당직원의 세 자녀는 일반연구원, 행정원, 일용직으로 채용되었고, 채용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과기대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내 친인척 근무자는 모두 50명으로 학생, 대학원생을 제외하면 26명이 친인척들이 교원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꿈도 못 꾼 수석 합격을…이제 세종시 ‘입직’만 기다립니다”

    “꿈도 못 꾼 수석 합격을…이제 세종시 ‘입직’만 기다립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가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18년 국가공무원 5급 국가통상직렬 수석합격자 박상희(31)씨에게는 아버지의 사고가 그랬다. 아버지 박희창씨는 2016년 강물에 빠진 행락객을 구하다가 운명을 달리했다. 박씨는 “의인인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심적으로 크게 흔들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견뎌내 오늘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의협심을 자신도 발휘한다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공무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단다.박씨처럼 올해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에 최종 합격한 357명에게는 시험 기간 동안 울고 웃었던 자신들만의 사연이 있다. 서울신문은 16일 분야별 수석합격자인 이준영(25·일반기계)씨와 박씨(31·국제통상), 김장현(20·화공)씨, 정혜정(26·교육행정)씨를 만나 그간 수험생활과 공직에 나서는 포부 등을 들었다.●수석합격 예상? 내년 시험 준비하다가 들어 직렬별 수석합격자 4명은 모두 겸손했다. 수석합격은 꿈도 꾸지 못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던 날, 이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최종 통보를 기다렸다. 박씨는 “이번이 2차 시험을 처음 본 것이어서 큰 기대를 안 했다. 심지어 내년 수험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합격 발표가 나던 날에도 행정법 강의를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합격 문자를 받은 뒤 얼마 안 돼 수석합격했다는 전화까지 받았을 땐 “뭔가 운이 많이 따라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이씨는 아직도 자신이 수석합격자가 된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서 수석합격자 인터뷰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내가 이런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놀라울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2차 필기 합격자 발표 때 너무 긴장해 몸살까지 났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발표 직후 시행된 면접시험도 정상 컨디션으로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씨는 이들과 달리 면접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선 순간부터 상당히 들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면접을 도와주던 친구에게서 ‘너 왜 이렇게 신이 나 있느냐. 혹시 수석합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정씨는 “솔직하게 말해 수석합격은 상상도 못했다. 그냥 합격한 것만으로도 기뻤다. 044(인사혁신처가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지역번호)로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인가 하고 받았는데 수석합격 확인 전화여서 깜짝 놀랐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인터넷 개인방송 보면서 스트레스 풀기도 수석합격자라고 해서 수험 기간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4명 모두 각각의 수험생활을 위협받을 만한 ‘슬럼프’가 있었다. 수험 기간 마지노선을 3년으로 잡았던 정씨는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다. 지난해 세 번째 도전에서 고배를 마신 정씨는 공무원시험에 미련을 접고 기업 공채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공무원이 되고픈 마음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민간기업 지원을 포기했다. 정씨는 “지난해 2학기에 기업 취업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고 제대로 준비하기도 어려웠다. 공무원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해 5급 공채에 재도전해 1·2차 시험을 모두 합격하는 성과를 냈다.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박씨는 수험생활을 이어가는데 가족의 도움이 무엇보다 컸다고 말한다. 그는 “다행히 동생과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응원해 줘 힘이 났다”고 돌아봤다. 이어 “여기서 시험을 그만두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너무 속상해하실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재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열역학 과목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컸다는 김씨는 슬럼프로 고통받을 때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흐르는 도림천을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씨는 신세대답게 인터넷 개인방송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그는 “게임 전문 방송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개인방송자) ‘얍얍’의 방송을 보며 어려움을 이겨냈다”면서 “이제 합격했으니 얍얍에게 감사 인사라도 보내고 싶다”고 웃었다. ●칭찬만 받는 교육정책 만들고 싶어 다양한 직렬을 선택한 이들이지만 국민과 국가에 보탬이 되고 싶어 공무원에 도전했다는 생각은 모두 같았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선택한 직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싶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국제통상직렬을 선택한 박씨는 캐나다에서 생활한 8년 경험을 부처에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행정안전부의 전자정부 관련 부서 과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정부부처가 국제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한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내 특성을 살려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일반기계직렬을 선택한 이씨도 “전공지식을 살려 기술직으로 입직하면 과학기술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부처에서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는 합격자도 있었다. 화공직렬을 택한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파견 공무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국제적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것에 감명받았다. 이후 외교학과 행정학 수업을 들으며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특허청에 가고 싶다. 4차 산업시대에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교육행정직렬에 합격한 정씨는 “더 이상 욕먹지 않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정규교육을 받았던 시기에는 교육체계가 일률적이고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했다”면서 “다양성이 존중받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루빨리 세종으로 가고 싶어요” 대부분의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상황에서 합격자들은 타지 생활이 두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하지만 의외로 이들은 세종시 생활이 기대된다고 답했다. 정씨는 “세종에서 생활하는 게 마음에 들어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 것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 비염과 알레르기가 심해졌다. 수도권을 벗어나서 살면 조금 덜하지 않겠냐”고 미소를 지었다. 이씨는 “세종을 몇 번 방문해보니 도시가 평화롭고 사람들도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수석합격자 4명은 모두 ‘입직’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김씨는 “최연소 합격자라 입직까지 시간이 많이 남긴 했지만 세종에 입성해 공무원으로서 활약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박씨도 “통상직 공무원으로서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한 통상정책을 수립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마트 카트 안에 당신이 담겨 있다

    마트 카트 안에 당신이 담겨 있다

    카트 읽는 남자/외른 회프너 지음/염정용 옮김/파우제/290쪽/1만 5000원‘당신은 슈퍼마켓에서 어떤 행동을 하나요?’, ‘슈퍼마켓에서 구입하는 물건을 통해 당신의 사회적 지위와 성향,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놀랍게도 독일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는 ‘슈퍼마켓의 사회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15년 독일 과학교육부가 주관하는 과학 강연대회인 사이언스 슬램에서 ‘광역열차 속의 사회학’이란 주제로 우승해 주목받은 젊은 사회학자. 그가 이번엔 무대를 슈퍼마켓으로 옮겼다. 각종 슈퍼마켓을 훑어 건져낸 메시지가 신선하다. 저자는 고객들의 행동과 구입물품을 토대로 사회 구성원을 10개 부류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로 대별된다.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독일 사회를 이루고 일궜다”는 각계각층의 집단이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모든 계층과 성향이 망라됐다. 그 군상들이 슈퍼마켓에서 보이는 행동과 구입하는 물품들을 관찰해 분석하면서 독자들의 동참과 판단을 유도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왜 하필 슈퍼마켓일까. 저자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타인을 자세히 관찰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이다. “많은 낯선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슈퍼마켓은 우리가 사회를 조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배양접시다.” 그 ‘배양접시’에서 고객들이 구입하는 물품들을 보자. ‘얇게 저민 돼지고기 두 팩, 오렌지 한 망, 샐러드 토핑 다섯 팩짜리 한 묶음, 아침식사 대용 시리얼 두 통, 샴페인 한 병, 레타 버터 두 통.’ 청바지와 평범한 가죽구두, 수수한 실외용 재킷 차림을 한 ‘시민 중산층’ 중년 여성의 구입 목록이다. 그렇다면 이 물품들은 어떨까. ‘포장 안 된 사과 두 개, 유리컵에 담긴 목장우유 하나, 공정무역 초콜릿 한 판, 생강 녹차 한 팩, 통밀빵 한 덩이.’ 한 젊은 여성 환경운동가가 구입한 것들이다. 흥미롭게도 사회 구성원 계층별로 구입한 물품과 그들이 슈퍼마켓에서 보인 언행, 옷차림이 동일한 패턴으로 묶인다.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그 연관성을 토대로 분석한 계층별 구성원들의 속성과 미래 전망이다. 이를테면 저자는 ‘시민 중산층’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하며 기능에 충실하고 타협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얻을지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신분이 하강할 것이라는 불안, 힘들여 얻어낸 것을 더이상 지킬 수 없어 사회적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불안이 심하게 괴롭히고 있다.” ‘과도한 여가활동을 통해 좌절과 자신의 불완전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고 노력한다’는 쾌락주의자들에겐 이렇게 묻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27세로 남아 있을 수 있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록스타가 아닌 모든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는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사람.’ 그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저자가 정작 전하려는 메시지는 책의 맨 마지막에서 돌출한다. “우리는 모두가 자기만의 전망대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메시지의 극적인 반전인 셈이다. 그 반전의 메시지는 이렇게 맺어진다. “누구나 늘 오직 자신의 모든 경험과 가치관이 반영된 유리창을 통해서만 우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이 보는 것이 반드시 우리가 보는 것일 필요는 없다. 그러니 곧장 진실을 본다고 가정하지 말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 눈길을 보낼 가치가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전 688명 선발…튀는 언행보다 성실성·배려심 보여줘야

    한전 688명 선발…튀는 언행보다 성실성·배려심 보여줘야

    인기 많은 금융권 공기업 680명 채용 LH, 2차 면접 점수로만 합격자 뽑아고용을 늘리라는 정부의 방침 속에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채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공공기관 채용 인원은 2만 8000명인데, 이미 상반기 1만 5347명을 뽑았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1만 2653명을 더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여력이 되면 채용 인원을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어 충원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공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일정과 합격에 필요한 팁을 체크해 봤다. 2일 공공기관 등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공공기관 공채는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은 전국권 347명, 지역전문 341명 등 총 688명을 선발한다. 오는 27일 필기시험을 치르고 12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이달 중 일반전형(221명)과 농어촌전형(155명), 보훈전형(10명) 등 386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채용 절차에 돌입한다. 상반기에 252명을 뽑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하반기 156명을 신규 채용한다. 4일까지 서류 접수를 받고, 11월 필기·면접시험을 거쳐 12월 최종 합격자를 공개한다. 지난해는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때 필기·면접 점수를 합산해 뽑았지만 올해는 2차 면접 점수로만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취업 준비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금융권 공기업 9곳도 일제히 채용에 나선다. 기업은행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 부응해 올 하반기 210명의 인원을 채용한다. 또 수출입은행(하반기 30명), 금융감독원(63명), 주택금융공사(50명), 자산관리공사(84명), 산업은행(65명) 등 9곳의 채용 인원은 68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관들의 필기시험 날짜는 이달 20일로 몰려 있다. 무역보험공사도 올 하반기 19명의 신입 사원을 뽑는다. 올해 공공기관 취업에선 필기시험 못지않게 면접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서류에서 출신 학교 등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블라인드’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면, 본 시험에서는 ‘허들’(각 단계를 통과하면 이전 단계 점수는 반영하지 않음) 방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한 공기업 인사 담당자는 “자신의 생각과 장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보수적인 공기업의 특성상 너무 튀는 언행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유리하지 않고, 성실함이나 배려심을 보여 주면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서울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외교관후보자 최연소 합격자 “초등학교 때 반기문 총장보면서 꿈 키웠죠”

    외교관후보자 최연소 합격자 “초등학교 때 반기문 총장보면서 꿈 키웠죠”

    2018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연소 합격한 22살(1996년생) 송은지씨 “초등학교 때 TV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유엔사무총장에 임명되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국제학과로 진학을 결정하면서 그 꿈이 더 구체화됐고, 2015년 뉴욕모의유엔대회(NMUN)에 참석하며 확신을 얻었죠.”지난 13일 올해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자 45명의 명단이 발표된 가운데 22살(1996년생)의 나이로 합격해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쥔 송은지(연세대학교 국제학과 4·일반외교)씨는 외교관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지만 송씨가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한 건 지난해 5월부터다. 지난해엔 2차 시험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달 남짓 공부해 1차 시험을 통과했다. 2차 시험에선 어떤 식으로 문제가 출제되는지를 경험했다. 어린 시절부터 외교관의 꿈을 갖고는 있었지만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연령(20세 이상)이 아니던 1~2학년 땐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을 치를 수 있는 조건(영어·제2외국어·한국사)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우선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선택 학교와 학원 수업을 병행했고, 한국사도 2달 동안 공부해 자격증을 땄다. 외교관후보자선발시험은 1차 공직적격성시험(PSAT)과 2차 전문과목평가(일반외교:경제학·국제정치학·국제법)과 3차 면접시험으로 진행된다. 대학에서 국제정치학과 국제학 수업을 들은 송씨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경제학’이었다. 송씨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이중전공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두려운 마음에 그렇게 하지 못했고, 본격적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는 경제학 스터디에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공부했다”면서 “이후 다른 과목들도 해당 스터디에서 같이 준비하게 됐는데 일주일에 3~4번씩 만나며 서로에게 많은 힘이 돼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며 수험에 매진한 그의 필기 합격 노하우는 ‘잘 맞는 강사의 수업을 찾아 꾸준히 듣는 것’과 ‘다른 수험생과의 점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수험기간이긴 했지만 송씨는 세 과목 각각 한 명의 강사만 선택해 수강했다. 시험준비를 하는 과정에선 어제의 나 자신보다 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지, 실력이 출중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낙담하진 않았다. 아울러 처음부터 무리해서 공부 시간을 길게 잡기보다 8시간에서 10시간, 10시간 이상으로 점차 목표 공부시간을 늘려나갔다. 수험 외에 합격에 도움을 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송씨는 교환학생 경험을 꼽았다. 송씨는 “대학 재학 중에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중앙정보국(CIA)에서 은퇴한 분 등 국제정치 실무자들로부터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나 북한에 대한 현지 친구들이나 교수님의 인식과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역사와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동기를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립외교원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은 뒤 실무를 하게 될 송씨는 ‘꾸준히 공부하는 외교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은퇴하신 외교관의 한 회고록에 본 것처럼 ‘스페셜리스트인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이 꿈인데 어디서든 제 몫을 하면서도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등 제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사람들은 왜 밥을 오랫동안 먹을까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유럽 사람들은 왜 밥을 오랫동안 먹을까

    유럽에 다녀온 사람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끔씩 툭 튀어나오는 주제가 있다. 유럽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식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주문한 식사가 빨리 나와야 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뚝배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도 거기에 숟가락을 들이밀어 한 수저 떠 입안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문화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식당의 성격에 따라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도 이어지는 유럽의 식사 시간을 두고 몇몇은 여유롭고 좋았다는 반면 어떤 이들은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실제로 3시간 동안 밥을 먹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여러 개의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오는 고급 식당에서다. 유학 시절 초, 이탈리아 내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전식과 본식, 그리고 후식을 포함해 무려 17개의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 정오에 시작한 식사는 오후 4시가 돼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배가 불러온다고 느낀 건 불과 다섯 번째 접시를 먹고 난 후였다. 그날처럼 있는 힘을 다해 음식을 먹었던 경험은 이후로 몇 번 더 있었지만 언제나 첫 경험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 법. 마치 한 편의 긴 오페라를 감상한 것만 같은 식사였다. 이런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는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기념할 만한 일이 있거나 정말 중요한 날에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일종의 공연이다. 단지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름난 셰프가 음식을 통해 선보이는 독특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 손님들은 기꺼이 값비싼 식사값을 치른다. 맛도 맛이지만 셰프가 준비한 아이디어와 분위기를 먹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식사 내내 다음은 어떤 요리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종종 지루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옆 테이블을 힐끗거렸다. 우리는 접시가 놓이면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달려들어 눈앞에 놓인 음식을 해치우기 바빴다. 옆 테이블은 음식은 목적이 아니라는 듯 대화를 이어 나가며 천천히 접시를 비웠다.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적막이 감도는 우리 쪽과는 달리 그 테이블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대화가 끊임없었다. 그날 음식의 맛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왠지 모를 허전한 기분에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반면 시끌벅적했던 테이블의 손님들은 너무나 환한 표정으로 매니저, 셰프와 인사를 나누고 감사를 표했다. 얼핏 생애 최고의 식사였다는 찬사도 들렸다. 그때는 그저 그들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됐다. 그날 같은 음식을 먹어 놓고 다른 만족감을 느낀 이유를 말이다. 식사의 목적은 무엇일까. 먹기란 기본적으로 배를 채우고 살아갈 힘을 얻는 행위다. 이것은 먹는다는 행위가 갖고 있는 여러 의미 중 하나일 뿐이다. 배를 채우는 일은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일이지만 이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다. 함께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릴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단순히 혼자 먹기 싫으니 같이 먹자는 것보다는 관계를 지속하자는 의미를 더 담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 포함된다. 밥상머리에서 잠자코 밥을 먹어야 한다고 배운 이에게 식사란 그저 하루를 위한 영양분을 채우는 시간에 불과하겠지만, 유럽인들에게 있어 식사란 관계를 위한 시간이다. 유럽에서 외식을 한다는 것은 적어도 둘 이상 모여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는 것과 같다. 식사에 빠지지 않고 곁들이는 가벼운 알코올 음료는 유쾌한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술과 음식, 그리고 대화가 한자리에서 모두 해결될 수 있으니 굳이 2차, 3차를 하러 갈 필요가 없다. 이렇듯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밥을 먹다 보니 식사시간은 자연히 길어질 수밖에. 유럽도 미국이나 우리처럼 점점 혼밥족이 늘어나고 시간에 쫓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해 가는 추세지만 함께하는 식사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그날의 고급 식당에는 다른 일행과 함께였지만 식사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요리사들끼리 모여 ‘얼마나 음식을 잘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방문했던 터라 오로지 음식 맛에만 몰두했다. 그렇다 보니 마주 앉은, 옆에 앉은 이는 보이지 않았다.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이 있었지만 좋은 대화가 빠져 있었던 그날 식사는 결국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 [카드뉴스] 생선회에 담긴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

    [카드뉴스] 생선회에 담긴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

    재난 수준의 폭염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늦여름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즐겨찾는 바닷가,소중한 사람과 ‘인생 추억’을 남길 낭만을 찾게 된다.이럴 때 빠질 수 없는 게 한 접시의 싱싱한 생선회다.펄떡거리는 생선을 수족관에서 바로 끄집어내어 ···.그런데, 생선회를 처음 접한다고요?너무 더워서 상한 게 아닐까 걱정이라고요?이런 사람들을 위해 생선회에 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을 [카드뉴스]로 담았다.[오해 1] 비오는 날에는 생선회를 먹어서는 안 된다? 아마 습한 날에는 왠지 부패가 잘 될 것 같아서 이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생선근육에서 세균이 번식하는 정도와 습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아주 작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사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과학이랍니다.[오해 2] 생선회 밑에 깔려있는 무채는 장식용? 푸짐하게 보이려고 무채를 바닥에 깐다? 아닙니다. 무채에 듬뿍 들어 있는 비타민C가 생선지방에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산화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요. 이제부터는 횟집의 장삿속이라고 불평하지 마시고 무채까지 사랑해주세요![오해 3] 레몬즙을 뿌려 상큼한 맛으로 회를 즐긴다? 회에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가 없어진다거나 살균 기능이 있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회 특유의 맛과 향이 레몬의 강한 향 때문에 사라진다면 정말 슬픈 일이겠죠? 그리고 레몬즙을 바르는 정도로는 살균기능도 거의 없다고 하니, 회를 먹을 때는 생선근육 자체의 식감을 즐겨주세요.[오해 4] 여름철에는 비브리오균 때문에 회를 피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은 살아 있는 수산물의 체내에 침투할 수 없어요. 그래서 활어를 회를 떠서 바로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염려가 없어요. 만약 회를 먹고 식중독이 발병했다면, 그것은 조리도구가 오염됐거나, 생선 겉에 묻은 오염물질을 잘 떨어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회를 뜨기 전 횟감을 수돗물로 깨끗이 씻고 조리도구는 끓는 물로 소독한다면 생선회를 먹고 식중독에 걸릴 이유는 전혀 없답니다.생선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이제 그만! 올 여름 휴가지에서도 영양만점 생선회 안심하고 즐겨 보아요!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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