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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을 먹자] 이웃노인 사랑 따끈따끈

    [아침을 먹자] 이웃노인 사랑 따끈따끈

    ‘사랑의 아침밥상 릴레이는 계속됩니다.’ 서울신문사와 ㈜CJ가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건강 캠페인 ‘아침을 먹자’가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사는 유서연(16·무학중 2)양은 지난 6일 서울신문 지면에 실린 ‘아침을 먹자’를 보고 이웃집 할머니를 떠올렸다.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이웃과 아침을 함께 한 사연을 보고 ‘혼자 사는 노인께 아침을 드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따끈한 아침 도시락 직접 드리고 싶어요 “어머니와 함께 매주 한 번씩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여섯 분께 점심 도시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점심은 봉사자들이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지만, 아침을 굶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어요.” 유양은 다음날인 7일 “도시락을 집으로 배달해 주면 직접 할머니, 할아버지께 아침을 전해 주겠다.”면서 도시락 6개를 신청했다. 당첨 소식을 들은 유양과 유양의 어머니 문연숙(42)씨는 “아침 한 끼지만 외로운 노인들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만 “다른 봉사활동이 아침 배달 시간과 겹치는 게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씨는 목요일 오전 빵을 구워 결식 아동들에게 주는 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이웃 사랑도 이심전심 모녀의 점심배달 봉사는 3년째 이어오고 있다. 방학 때면 고3이 되는 첫째와 서연이가 함께 배달을 나간다.“딸들이 작지만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 같아 보람있다.”고 말한 문씨는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장래 희망을 묻자 유양은 “오지 여행가인 한비야씨 같이 외국을 다니며 여러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양 외에도 ‘사랑의 도시락’ 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봉사자가 많아지고 있다. “직장을 잃고 추운 겨울 분식 장사를 시작한 엄마와 동생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고 싶다.”고 신청한 박소영씨와 “아침을 거르는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에게 따뜻한 국을 드리고 싶다.”며 신청한 최영연씨 등이 이번 주 ‘아침을 먹자’의 당첨자로 선정됐다. 이민주씨는 ‘세탁소 아저씨께 배운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도시락 10개를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씨는 “헌 옷을 수거해 가는 세탁소 아저씨가 불우 이웃들에게 깨끗하게 옷을 세탁해 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면서 “아저씨가 돕고 있는 경기도 안산의 노인 사랑방에 아침을 선물하고 싶다.”는 사연을 남겼다. 12일 아침 배달된 도시락 메뉴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노다씨가 맛깔스럽게 조리한 백설 즉석 미역국과 햇반에다가 햇김치, 햇찬(우엉채조림, 메추리알 조림, 콩자반 등)이다. 다음주에는 북어국과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이렇게 신청하세요 “오늘, 아침은 드셨나요.” 챙기지 못했다면 서울신문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매주 수요일 아침, 아침도시락 30개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신청방법 ●누구 아침 도시락이 필요한 독자는 ●언제 화요일 오전까지 ●무엇을 도시락이 필요한 사연과 연락처를 ●어디에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와 이메일(breakfast@seoul.co.kr)
  • 4050 부르는 대학로 3色연극

    4050 부르는 대학로 3色연극

    지난 5일 밤, 배우 양희경의 모노극 ‘늙은 창녀의 노래’를 공연 중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200여개 객석의 절반을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이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서현순(59)씨는 “모처럼 우리 세대의 정서에 맞는 연극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대학로 나들이를 했다.”며 즐거워했다. 인터넷 공연예매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 관람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4%. 반면 40대는 11%였고,50대 이상은 한자리 숫자였다. 클래식이나 오페라, 전통공연 등에 비해 연극을 즐기는 중장년 관객은 매우 적은 편이다.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의 특성상 중장년층이 발걸음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도 있지만 이들의 구미에 맞는 연극 작품이 별로 없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장년의 정서를 대변하는 연극 3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주목을 끈다. ●늙은 창녀의 노래 1995년 초연 당시 아줌마 부대가 공연을 보러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늙은 창녀의 노래’가 10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강남 우림청담시어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대학로로 장소를 옮겨 앙코르 공연 중이다. 작가 송기원의 실화 소설을 각색한 연극은 목포의 허름한 창녀촌이 무대다.20여년을 두 평 남짓한 쪽방에서 살아온 마흔한살의 늙은 창녀는 흐릿한 전등불 아래서 관객을 ‘손님’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많은 세월을 두런두런 풀어놓는다. 질펀한 남도 사투리로 털어놓는 그녀의 가슴속 깊은 이야기는 관객을 울리고 웃기다가 이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모진 인생에서도 세상을 넉넉히 품을 줄 아는 그녀의 삶이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지 모녀 관객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 공연의 특징이다.2월5일까지.(02)762-9190. ●늙은 부부 이야기 청춘남녀의 사랑이 뜨거운 용광로라면 황혼의 사랑은 은근하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화톳불이 아닐까.60대 노년의 사랑을 그린 ‘늙은 부부 이야기’를 보노라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부인과 사별한 지 20년 된 동두천 신사 동만과 역시 오래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세 살 연상의 욕쟁이 할머니 점순. 제 살길에 바쁜 자식들과 떨어져 정붙일 데 없이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인생의 황혼녘에서 ‘첫사랑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을 나눈다. 극 초반 동만과 점순이 티격태격 사랑 다툼하는 대목에서 웃음을 터트리던 관객들은 점순이 불치병으로 숨을 거두기 전 동만에게 ‘혼자 남았을 때 가슴 아파하지 말아요. 성내지도 화내지도 말아요.’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오랫만에 대학로 무대에 서는 이순재를 비롯해 성병숙, 이호성, 예수정 등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인상적이다.2월5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여행 외형적으로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위치에 오른 40대 후반의 남성들. 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거는 후회스럽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막연할 따름이다. 극단 파티의 ‘여행’은 이처럼 제2의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 40대 후반 남자들의 이야기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음에 중소기업 사장, 신발가게 주인, 택시기사, 영화감독 등 서로 다른 사회적 지위를 지닌 다섯 명의 친구가 모인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안,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던 이들은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며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급기야 상가에서 멱살을 잡는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됐던 작품으로 한국평론가협회가 뽑은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당시 중장년 관객의 성원으로 객석 점유율 93%를 기록한 데 힘입어 지난 5일부터 동숭아트센터소극장에서 재공연 중이다.29일까지.(02)744-730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엄마와 딸의 ‘블로그 숨바꼭질’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14세 딸이 의심스러워진 어머니는 몰래 딸의 인터넷 블로그를 뒤져 남자친구와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는 사실을 알고 딸을 혼냈다. 비밀을 밝혀낸 경위는 숨겼지만 딸은 다른 경로로 엄마가 남자친구 블로그까지 추적한 사실을 알고 친구들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준다. 어머니는 하루에 30분씩 딸의 블로그를 뒤지고 있고 딸은 방문한 사이트 기록을 계속 지우고 있어 모녀의 ‘첩보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1980년대 워크맨과 아이포드,90년대 휴대폰이 가족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에게 자기만의 공간, 또는 또래와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인식됐다면 지금은 인터넷 블로그가 그 역할을 떠맡고 있으며 부모로 하여금 아이들의 세계를 엿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퓨 인터넷 앤드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에 따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 12∼17세 미국 청소년의 20%인 400만명이 블로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조사에서 부모 1100명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아이들의 블로그를 뒤져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일부 가정에선 만화영화 ‘톰과 제리’ 주인공처럼 쫓고 쫓기는 전쟁을 벌이곤 한다.10대들에 의해 블로그 추적이 발각될 경우 심각한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 소녀들은 “우리 엄마가 내 블로그를 열어 봤어. 내 인생은 끝이야.”라거나 “나는 틀림없이 앓아 누울거야.”라는 글을 남겨 부모에게 경고한다.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부모가 계속 블로그를 열어 보자 화가 난 18세 여고생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임신했으며 아이 이름까지 지었다는 글을 남겨 놓아 부모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도 있다. 딸 사진을 본 포르노 영화 제작자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기겁한 어머니도 있었다. 인터넷 기술에 능통한 자녀들은 이름을 틀리게 쓴 암호명을 쓰거나 도서관의 컴퓨터 IP를 사용하는 방법, 친구들에게만 접근을 허용하는 방법 등으로 부모의 추적을 따돌린다. 자녀보다 손방일 수밖에 없는 부모들은 정교한 컴퓨터 감시 프로그램이나 검색 엔진 구글의 도움을 받으며 자녀들의 블로그를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난자기증 보상금 파문] 황우석돕기 세母女 난자기증

    [난자기증 보상금 파문] 황우석돕기 세母女 난자기증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황우석 박사님이 애쓰고 계신데 저희들이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고 싶습니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난자매매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세 모녀(母女)가 스스로 난자를 기증하기로 해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 김이현(47)씨와 큰딸 김재홍(22·대학생), 둘째딸 재훈(20·대입준비생)씨 등이다. 세 모녀는 21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연구ㆍ치료목적 난자기증을 지원하기 위한 모임’ 창립총회에 참석해 이같은 뜻을 밝혔다. 모녀와 함께 총회에 참석한 어머니의 친구 송미경(46)씨도 난자를 기증하기로 했다. 어머니 김씨가 난자를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올해 초쯤이다. 김씨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난자 기증과 관련된 윤리적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불자(佛子)의 몸으로 불치병 환자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난자 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인터넷사이트 ‘아이러브 황우석(cafe.daum.net/ilovehws)’에 가입, 줄기세포 연구와 난자 기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김씨는 “기증의 뜻을 딸들에게 처음 꺼냈을 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일이라면 흔쾌히 동참하겠다.’며 내 뜻을 받아들여줘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큰딸 재홍씨도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일인데 당연한 일”이라면서 “가족 중에 난치병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황 교수의 연구에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작은딸 재훈씨도 대입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어머니와 큰언니의 난자 기증에 동참하기로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제11회 서울광고대상-기업PR상] 삼양사 “생활속에 삼양있음을 표현”

    삼양은 올해로 창립 81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장수기업으로 화학, 식품, 의약 등 우리의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운 CI(기업이미지 통합)를 기본 컨셉트로 ‘당신의 삶 그 안에, 삼양´이라는 광고 캠페인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 캠페인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삼양의 사업분야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었다. 광고안은 가족이 함께 떠나는 주말여행(화학),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녀(식품), 완쾌되어 힘차게 수영하는 할머니(의약) 등 세 편으로 제작했다. 세편 모두 ‘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보이진 않지만 삼양이 있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서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고객의 생활속에 삼양이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다. ‘생활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는 기업´이라는 비전 문구에도 나타나 있듯이 삼양은 고객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광고에서도 이러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 [09일 TV 하이라이트]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8시5분) 7전8기의 도전 끝에 드디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합격한 혜진. 그날 저녁 혜진은 합격 소식을 듣고 찾아 온 친구들과 조촐한 축하파티를 열었다. 한편, 친척을 만나러 중국에 가신 어머니가 돌아오고, 며칠 후 혜진은 장내 기능시험에 도전한다. 혜진이와 가족들의 소망과 미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해결!돈이 보인다(SBS 오후 7시5분) 직화 훈제구이로 대박을 낸 3형제를 소개한다. 그리고 쪽박집으로는 결혼 생활 14년 만에 장어가게와 바비큐가게를 열었다가 연이어 실패하는 바람에 먹고 살기도 힘든 부부의 사연을 소개한다. 대박사장은 이들을 위해 고기 손질에서부터 굽기, 서빙에 이르기까지 기사회생 프로젝트를 펼쳐 보인다.   ●클로즈업(YTN 오후 1시25분) 한반도를 둘러싼 중요한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5차 6자회담을 비롯해 부산 APEC정상회담,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신사참배로 비롯된 한·일 외교갈등 등이 바로 그것. 일선 외교현장의 사령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산적한 외교현안의 해법에 대해 들어본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부모없이 살아가느라 생활비가 빠듯한 3남매는 결국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팔기로 작정한다. 한편, 민기는 홍철에게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자는 연락을 받고 돼지귀와 코 모형을 쓰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광고지를 나눠준다. 민기는 번 돈으로 꽃미남 3인방에게 한 턱을 내겠다고 큰소리친다.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40분)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 율리김은 한국 방문이 처음인데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음과 마음을 나눈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다. 또 치열한 이념대립의 시대를 음유시인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장밋빛 인생(KBS2 오후 9시55분) 순이는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상을 받는다. 그날 밤을 함께 보내는 모녀는 마음에 맺힌 얘기를 다하며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러 본다. 생각도 못했던 영이의 프로포즈를 받은 박사는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영이의 결혼 소식에 기쁜 순이는 엄마를 만난 이야기를 하며 이제는 맘이 편하다고 말하고….
  • [부고]

    ● 70년대 하이틴 영화 붐 최훈 감독 원로 영화감독 최훈씨가 6일 오후 6시40분 숙환으로 타계했다.83세. 1922년 평안남도 안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평양 교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48년 아세아영화공사를 설립했다.1957년 영화 ‘모녀’로 데뷔해 ‘아빠 안녕’(1964),‘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1968),‘물망초’(1969),‘수선화’(1973년),‘단짝’(1979년) 등 50여편의 작품을 남기며 정통 멜로드라마 감독으로 꼽혔다. 조흔파의 명랑소설 ‘얄개전’을 스크린으로 옮기는가 하면 ‘우리들에게 내일은 있다’와 ‘꿈나무’ 등으로 하이틴 영화의 붐을 이끌기도 했다.1970년 영화인협회 감독위원장을 거쳐 1972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제12회 대종상 감독상(1973), 예총 예술문화대상(1993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1남2녀가 있다. 장례는 한국영화감독협회장으로 치러지며 유현목 감독이 우인(友人)대표를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10시.(02)3010-2294. ●최동호(건설교통부 금강홍수통제소장)씨 부친상 이재영(이재영세무사 대표)씨 빙부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30분 (02)3410-6905 ●김승남(미국 GL테크노로지 사장)광순(성보공업 부회장)현정(한길교회 목사)씨 모친상 7일 경희의료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2)958-9546 ●허종(경희대 교수)씨 부친상 6일 경희의료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958-9549 ●조대현(헌법재판소 재판관)홍현(천동초등학교 직원)무현(LG화재 〃)희현(이리중 교사)씨 모친상 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8일 낮 12시 (02)590-2697 ●함상훈(서울고등법원 판사)씨 부친상 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2)3010-2238 ●조병욱(우리관리 영선기사)병훈(국립산림과학원 기획과)봉금(건국대 응용생화학과 교수)씨 부친상 양창술(건국대 농화학과 명예교수)씨 빙부상 6일 건국대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30분 (02)2030-7903 ●이강선(MBO코리아 부사장)씨 모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92 ●박인숙(울산의대 학장)씨 부친상 김재욱(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김종은(전 대한통운 고문)씨 빙부상 김성준(SBS 워싱턴 특파원)형준(유한킴벌리 과장)씨 외조부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3010-2293 ●김진상(법무사)진우(국정원 서기관)진국(재미 사업)진관(내쇼날플라스틱 영업부장)씨 부친상 임병준(일성하우징 대표)김영일(금창창업투자 사장)이석철(자영업)씨 빙부상 6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31)787-1503,1523 ●설성복(전 외환은행 강남본부장)봉구(퍼스템 대표)구(교보증권 과장)씨 부친상 지윤(삼성전자 책임연구원)씨 조부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410-6918 ●김용남(알파무역 영업부 차장)씨 조모상 7일 건국대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2030-7905 ●최철기(한승종합건설 대표이사)웅기(SBS보도국 국제부 차장)씨 모친상 7일 서울 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010-2631
  • [새영화] 실종된 딸을 찾기위한 사투 ‘플라이트 플랜’

    할리우드 지성파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개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한편의 화제작이 기다린다.‘플라이트 플랜’(Flight plan·11일 개봉)은 이색적인 공간 설정이 구미를 당기게 만들고 보는 스릴러물이다. 상상해 보자. 고공비행 중인 대형 비행기 안에서 어린 딸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비행기 내부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데, 아이의 행방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기내의 소동이 계속되자 승객들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승무원들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게 되자 엄마는 전사가 돼간다. 영화는 ‘낯섬’과 ‘익숙함’을 배합해 감정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비행기를 무대로 삼았으되 하이재킹 테러극이 아니란 점만으로도 신선미가 돋보인다. 탈출구 없이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주인공(그것도 여주인공)과 범인이 지능게임을 벌인다는 참신한 상황설정에, 모두의 감성 아킬레스건인 모성을 자극하려는 기획의도가 선명하다. 조디 포스터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삶의 질서를 송두리째 잃어 버린 여자 프랫 역. 탑승자 명단에서 6세 딸의 이름이 지워져 버린 기막힌 음모 앞에서도 기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영화는 극중 그녀의 직업을 비행기 설계사로 설정했다. 여유있는 관객이라면 촘촘한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챙길 수 있을 듯. 처음부터 모녀의 주변을 맴돌던 기내 보안관(피터 사스가드), 냉랭한 승무원들, 수상한 눈초리의 아랍인 등이 유괴 용의자로 동원된 드라마는 미스터리 상황극의 묘미까지 살렸다. 조디 포스터의 전작 ‘패닉 룸’, 올 초 개봉한 비행스릴러 ‘나이트 플라이트’와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감상의 선도를 떨어뜨릴 여지는 있다. 인디영화를 찍어온 독일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12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해리의 色色남녀] ‘自手性可’로 모자란 男

    “나는 여자들을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나의 자유를 더 사랑했다.” Casanova (1725∼1798)의 회상록 중에서. 18세기 최고의 바람둥이로 알려졌고 플레이보이의 대명사로 불리는 카사노바. 그의 삶은 화려한 연애 편력만큼 다채로웠던 것 같다. 세계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과 회고록을 비롯하여 40여권의 책을 집필한 문학가인 동시에 번역가이자 철학자이며 모험가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그의 명성은 정작 다른 분야에서 빛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유럽 전역에서 100명이 넘는 여자와의 연애담을 기록으로 남긴 데 있었다. 사랑이 결혼으로 엮이지 않기 위해서 도망가기도 했던 카사노바는 “나는 여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할 정도로 여성과의 사랑에 집착했고 사랑 때문에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그리하여 그의 인생을 건 사랑의 순례는 정열적으로 펼쳐졌다. 애인 있는 수녀와의 7시간에 걸친 정사를 비롯하여 모녀와의 삼각관계, 후작부인과의 밀애 등등…. 그런데도 그와 한 때 사랑을 나눴던 앙리에트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고결한 남자’라고 회고했다니 그의 ‘능력’(?)은 거의 연신(戀神)의 경지에 올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천하의 카사노바도 매춘부에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려 자살 직전까지 갔다고 하니 그야말로 ‘칼 잘 쓰는 자, 칼로 망하나니’가 된 꼴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만년에 베네치아에서 동료 시민들의 도덕에 관하여 보고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의 나이 51세에 이렇게 썼다. “안정된 가정생활의 필요를 부인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부패된 상태가 점차 악화되는 것은 사치에 대한 열광, 여자들의 음탕, 가공할 사랑의 새로운 자유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한탄한다.“나는 깨닫는다. 젊음과 활력이 가져다주는 이유 없는 확신과 자신감은 더 이상 나의 몫이 아니었다. 정말 나를 절망케 하는 것은 젊었을 때의 그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로맨스로 장식하던 카사노바는 전립선 비대증에 걸려 73세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게 되었다. ‘쌍문동 슈바이처’라는 별명을 가진 사내가 있다. 그는 신혼 때부터 삐걱거리는 ‘부부생활’로 고통과 한숨의 세월 속에서 각 방을 쓰게 되다가 이제는 부부가 침대에서 만나는 일이 시즌 행사가 되었단다. 그가 ‘자수성가´(自手性可)하다가 집 밖에서 활로를 찾은 지 3년. 그의 아내도 남편의 외사(外事)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 내조(?)에 힘을 얻은 덕분에 자신은 가정도 지키고 어려운(?)지경에 처한 여자들도 도우며 심신의 건강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은 여러 사람에게 평등하게 나눠져야 한다.’면서도 가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그의 아내 속내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진짜 ‘여자’로 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고의적으로 남편을 유기(遺棄)하면서 편의적으로 사는 걸까? 사랑과 섹스, 결혼이라는 삼각지대에서 길을 멈추고 생각해 본다.성칼럼니스트 sung6023@kornet.net
  •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현대판 동정녀「마리아」가 아기를 낳았다. 남편의 얼굴은 물론 모른다. 아기를 본 일도 없다. 그리고는 아기와 함께 죽었다. 연탄「가스」로 죽은 지 4년 뒤에는 부활까지 했다. 이 어처구니 없고 알쏭달쏭한 사건의 주인공인 처녀는 내 인생을 보상하라고 아름다운 얼굴에 노기를 띠고 있었다. 결혼하고 딸 낳고 죽이고, 멋대로 아가씨를 주물러 1969년 3월 14일 서울지검 수사과 3호 수사관실 - . 현대판「마리아」의 호통과 울부짖음에 쇠고랑을 찬「요셉」(?)은 고개를 숙였다.「마리아」는 푸념처럼 대사를 이어갔다. 『당신이 나의 남편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과 5년 전 결혼했고 2년 전에는 연탄「가스」로 아기와 함께 죽었으며 당신은 명동성당에서 새장가를 들었단 말이지 - 』노기에 찬 여자의 울부짖음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이름을 도둑맞고는 호적상으로 기구한 운명에 이끌려 다닌 주인공 김영자(28·가명)양이었다. 역시 낯 모르는 처녀의 이름을 훔쳐 그녀를 욕되게 했고 신세를 망쳐놓은 엉뚱한 사나이 임성운(31·서대문구 홍은동)이었다. 이들의 얽힌 사연은 이러했다. 9세 때 황해도 송화군 봉계리에서 어머니를 따라 피난민 틈에 끼여 월남하던 김양은 도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과 함께 천애의 고아가 됐었다. 전남 군산 등지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김양 자매는 김양이 18세 되던 해 서울로 와 살길을 찾았다. 합심한 자매의 노력은 그 나름대로 재미난 살림을 누릴 수 있었다. 무호적으로 지내던 두 자매는 지난 63년 서울 서대문구청에 호적도 올렸다. 그리고는 시민증도 받았다. 월남한 지 13년 만에 한 가계를 이뤘던 것. 65년의 어느 날 시민증을 잃어버리고 시민증 재교부를 받으러 구청을 찾았던 김양은 청천벽력을 맞아 정신이 없었다. 『당신은 결혼한 여자니 남편 호적이 있는 동대문구청으로 가보라』는 무심한 구청직원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라고 항의를 했지만 서류상으로 어엿한 남의 아내가 돼있는 사실에는 어쩔 수가 없었고 구청직원은 비웃는 듯 콧방귀만 뀌더라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에서 정신을 차린 김양은 남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처녀가 시민증 찾으러 가니 “결혼한 몸” 남편의 주소라는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292 일대를 꼬박 1년을 찾아 헤맸지만 허탕. 그 번지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 때로는 점심을 굶으며 어느 때는 차비마저 떨어져 서대문 집까지 20리 길을 비를 맞으며 걸어야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를 해버리고 말았던 김양이었다. 호적을 고칠 수도 없었다. 호적상 남의 아내인 처녀를 데려갈 사람은 없었다. 언니가 결혼을 포기하자 동생(25)마저 조바심을 냈다. 그러기를 3년, 지난 2월 초 주민등록증을 내러 서대문구 영천동 동사무소를 찾았던 김양은 또 한 번 기절초풍을 해야 했다. 남편(?)의 본적지인 동대문구청에 조회해 본 결과 이번엔 난데없는 딸과 함께 사망신고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너무도 잔인한 희롱에 김양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실로 어이가 없었다. 김양은 부리나케 동대문구청으로 달려갔다. 구청직원이 펴주는 호적원보에는 김양 자신이 65년 2월 12일 임성운과 결혼, 66년 1월 17일 경기도 고양군 진관내리에서 딸 혜덕(2)양과 함께 연탄「가스」로 사망한 기록이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선명한 사망자의 붉은 글씨에 김양은 기절을 했다. 3일 동안 몸 져 누웠던 김양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기범 임성운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자기 손으로 잡고야 말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마침 김양의 눈에는 임씨 일가가 구청 호적과에 주민등록은 해놓고 주민등록증을 아직 찾아가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다. 매일같이 구청으로 출근을 하기 한 달, 지난 3월 10일 드디어「남편」이라는 임씨가 나타났다. 대뜸 멱살을 휘어잡은 김양은 임씨를 서울지검 수사과로 끌고 왔다. 5년 동안 그렇게도 찾던「남편」의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그리고는 따진 것이다. 임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건 경위는 김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 65년 3월 17일 서독 광부로 출국을 해야만 했던 임씨는 가족수당을 더 받기 위해 총각신세를 면해야만 했다. 서독 광부 갈 때 수당 탐나, 대서소 통해 꾸며댄 결혼 임씨의 얘기를 들은 집 앞 대서방 김종주(45·사건 뒤 도망쳐 수배 중)씨는 좋은 수가 있다고 무릎을 탁 치더라는 것이다. 2년 전 김양의 호적수속을 해준 대서방 김씨는 김양의 도장을 위조, 혼인신고를 끝냈다. 딸 혜덕양까지 낳은 뒤 초현대적 결혼식을 한 양 꾸며댄 혼인신고를 했다. 68년 4월, 3년간의 기간을 끝내고 귀국한 임씨는 진짜 장가를 들기 위해 이젠 혼인신고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연탄「가스」사망.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진관내리에서 모녀가 함께「가스」를 마시고 죽은 것으로 사망진단서도 없이 통장을 보증세웠다는 허위 신고서까지 만들었던 것. 호적을 정리한 임씨는 지난 1월 어떤 성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재혼 아닌 재혼을 했던 것. 변호사 강봉제씨는 김양이 도둑맞은 처녀를 다시 찾으려면 우선 가정법원에 호적말소 청구소송을 제기, 남자에게 올려있는 호적을 말소시키고 원호적을 복귀시켜야 된다고 했다. 김양이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는 남자가 형법상 처벌받은 것과 관계없이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낼 수 있다. <심정일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1명의 처녀와 68명의 이혼녀

    1명의 처녀와 68명의 이혼녀

    미용연구가 임형선(林亨善)씨와『이혼연구』로 얼마 전 석사학위(이화여대)를 받은 박상옥(朴商玉)씨는 친구 같은 모녀다. 그런데 이 친구 같은 모녀 사이에도 모녀다운 사연이 있었다는 뒤늦은 소식. 세상의 모든 어머니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싫증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다음은 그래서 수소문한 임형선씨의 어머니 노릇 1년의 얘기. 딸의 논문자료 수집 나서, 이혼의 사연을 듣다 보니 『미혼여성에게 누가 이혼 같은 쓰라린 경험을 마구 털어 놓고 싶어 하나요. 보다 못해 나이 많은 내가 대신 나섰던 거죠. 그게 어떻게 소문이 났을까… 』 임형선씨는 딸을 돕던 일을 이렇게 핑계 댄다. 『도왔다고 만도 할 수 없어요. 한여름 내내 이혼한 여성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이젠 가정불화 문제에는 권위가 된 기분이니까. 가정불화 상담역을 부업으로 하고 싶어졌어요. 딸의 논문치다꺼리 때문에 나 자신에게도 한 가지 자산(資産)이 생겼으니까요. 피장파장이죠』 딸 상옥씨의『이혼연구』는 처음부터 난관투성이였다. 우선 조사방법이「케이스·스터디」였던 탓도 있다. 면담자가 마음을 털어 놓고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정확한 실태파악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대상을 잡는 일조차도 힘들었다. 68년 봄부터 1백여 개의 질문들을 만들고 1백명 쯤의 이혼녀를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정법원, 서울시 부녀과를 다녀 보았지만 자료를 얻지 못했다. 사생활에 관한 비밀보장 때문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이런 자료원에도 신통한 자료는 없었다. 자료에 따라서 찾아낸 상대자들은 또 이혼경험 같은 것은 없다고 딱 잡아떼었다. 낙망한 딸을 보고 임형선씨가 모정에 발동을 건 것이 지난해 6월이었다. 좀 알려진 지면 여류(女流)인 것을 이용해서 서울시 부녀과며 다른 자료원을 뒤졌다. 기초자료를 얻은 다음에는 일일이 찾아가서 면담을 청했다. 딸 상옥씨 때보다는 약간 성과가 있었지만 십중팔구는 잡아떼었다. 『궁즉통(궁하면 통한다)이래죠. 거절을 자꾸 당하고 나니까 꾀가 생겨요. 어디 이혼녀가 있다는 소문을 캐서는 그 일가나 친지의 연줄을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어요』 여심에 새겨진 깊은 상처, 슬픈 얘기에 함께 울기도 차나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 연줄들에게 이혼녀들을 소개해 달랬다. 이러는 데는 이혼 사실 자체를 부정할 도리가 없었다. 얽혔던 실뭉치가 한번 풀리니까 줄줄이 잘도 풀렸다. 『6, 7월을 줄곧 학교일도 버리고 딸 대신「인터뷰」하는 일에 보냈어요. 둑이 터지면 푸념이 시작되죠. 남편에게 상처받은 얘기들을 모두 합니다. 아주 구체적인 사소한 일을 울면서 들려줘요』 하루에 한 사람 이상은 만날 수가 없었다. 결혼부터 이혼에 이르는 그 많은 곡절을 다 듣는 데는 서너 시간도 모자랐다. 게다가 사연들이 너무 절실하고 극적이었다. 자기 자신의 얘기들이므로 더할 수 없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니 매일같이「슬픈 여인의 인생」한 가지씩을 살았던 셈이에요. 나도 상대방도 같이 실컷 울면서』 울다 울다 보니 골치가 아파서 상비약으로 진정제를 가지고 다녔다. 저녁에 지쳐서 들어오면 딸 상옥씨에게「브리핑」을 한다. 『딸은 이제 겨우 스물 여덟 살이지만 어엿한 사회학도거든요. 내가 감정에 치우쳐서 상대방의 말, 표정을 부실하게 파악하면 큰일 난다고 다짐이 대단했죠』 우선 1백여 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 넣고는 답변을 듣는 것이 면담의 순서. 『이상한 것이 설문에 대한 대답과 나중에 풀어놓은 사연이 모순투성이라는 거예요』 설문에 대한 답변에 나타난 것만 보면 하나같이『남편이 나쁘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푸념에서는『그런데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하면서 미련을 보인다. 면담조사에서는 이런 모순의「캐치」가 가장 중요하다. 이혼요인 첫째는 인텔리 아내의 자존심(自尊心) 그러니까, 『같이 울어주고 진정제를 먹어야 할 만큼 흥분을 해도 면담자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으면 안돼요. 그래서 팔이 떨어지도록 속기를 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한여름을 울면서 지내고 나니 가정불화 조정에는 자신이 생겼어요』 이혼 가능성이 많은 부부의 속성을 자기 나름대로 알게 됐다. 첫째,「인텔리」층에 이혼 가능성이 많다는 것. 아내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가정은 결국 불화한다. 둘째, 싸움이 잦으면 결국 어느 세월에 가서는 이혼한다는 것. 셋째, 아내가 너무 애교 없고 이해심 없을 경우도 이혼 가능성이 많다는 것. 『또 아내를 울리고 결국은 이혼하기 쉬운 지경으로 몰고 가는 남성형도 대강 짐작이 가요』 첫째, 너무「젠틀」한 남성. 『자기도 배알이 있을 텐데 그처럼 지나치게「젠틀」할 때는 딴 속셈이 있는 법』이 보통. 둘째, 남편쪽에 열등의식이 있을 경우. 셋째, 너무 심하게 무뚝뚝할 경우. 68명의 조사대상자가 규탄하는 전(前)남편상(像)은 대개 그렇게 좁혀질 수 있다. 『가정불화 연구라면 우습지만 딸의 이혼연구를 거들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가봐요』 임여사가 예림여자고등기술학교를 세운 것이 1956년. 미용사에서 미용실업주가 되기까지 15년간 이미 손님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아내들의 불행을 수없이 보았다. 『한 남자가 세 여자를 버리는 걸 목격한 일도 있어요. 세 여자가 다 신부화장을 내게 했답니다』 여자에게도 기술이 있으면 불행에서 진창으로 떨어지지는 않겠거니 하는 신념이 늘 있었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6·25 수복 후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학교를 세웠다. 기술학교니까 예상대로 학생 중에는 불행해진 여인들도 많았다. 한국 여인의 이혼은 아직, 불행한 결혼보다 불행해 『10여 년 동안 드문드문 학생들의 불화상담을 해온 것이 지난번 이혼녀「인터뷰」에 도움이 됐을까요. 68명째의「인터뷰」를 마치고 상옥이에게 보고서를 넘겨주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혼은 아직도 불행한 결혼보다 불행하다는 것이었어요』 설문에는 이혼한 사실을 수치로 알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몹시들 숨기는 것이 그 증거다. 젊은층이 더 숨기는데, 재혼에 영향을 미칠까봐서 그런다고 공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어도 총각 결혼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여성도 있다. 『지옥 같은 결혼은 깨뜨릴 용기가 있지만 주위의 눈초리를 견딜 용기까지는 없나 봐요. 불화요인을 철저하게 알았으니까 저 애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죠』 바로 2주일 전 3월 8일 딸 상옥양은 같은 사회학도 김영기씨와 결혼했다. 30년 미용사, 미용업주, 미용교사 노릇을 하느라고 돌보지 못하던 딸이었다.「이혼연구」의 조역(助役)이라는 선물을 준 것이 정말 흐뭇하다고 한다.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40대 두 여류의 흡인력

    40대 두 여류의 흡인력

    기생과 여자 목수. 현실에서도, 소설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다.40대 두 여성 작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은 신작 소설이 맨 처음 눈길을 잡아끄는 이유다. 이 시대 마지막 기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현수(46)의 ‘신기생뎐’(문학동네)과 양귀비 꽃살문 전문가인 한 여성 목공예가의 비극적 삶을 그린 송은일(41)의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랜덤하우스중앙). 그러나 희귀한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은밀한 호기심은 아주 잠깐이다. 책을 열면 탄탄한 구조, 찰진 문장 등 거칠 것 없이 펼쳐지는 작가의 깊은 내공에 꼼짝없이 압도당한다. ●이현수 ‘신기생뎐’ 목포의 유명한 기방 부용각을 그대로 이은 군산의 부용각은 부엌어멈 타박네와 소리기생 오마담이 평생을 일궈온 전통 기방이다. 소멸돼가는 기방의 풍류를 고집스레 지켜가는 이곳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깃들어 산다. 호시탐탐 재산을 가로챌 궁리를 하는 오마담의 기둥서방 김사장, 오래 전 오마담의 소리에 끌려 부용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집사 박기사, 오마담의 뒤를 이을 부용각의 마지막 기생 미스 민…. 연작 형식의 ‘신기생뎐’은 이들을 고루 주인공으로 불러내 저마다의 애절한 사연을 풀어낸다. “제 고향(충북 영동)에선 가을마다 난계 박연을 기리는 국악축제가 열려요. 그 덕에 어릴 적부터 국악 장단이 자연스레 몸에 뱄는데 작가가 된 이후 그때 기억과 더불어 기생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옛 기방이 하나의 문화집단으로 기능했고, 현재의 예술이 기방문화에 빚지고 있음에도 지금껏 어느 작가도 기생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특히 황진이 같은 역사에 기록된 명기가 아니라 이름없이 사그라진 보통 기생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책에 묘사된 기방의 법도와 기생들의 정서는 마치 작가가 직접 보고, 겪은 일인 듯 생생하다. 이 때문에 계간 문예지에 2년 연재하는 동안 ‘의혹’(?)의 눈길도 많이 받았다.“기방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고, 기생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는 작가는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와 풍속도 등을 바탕으로 짐작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내용에 걸맞게 똑떨어지는 맛깔진 문체는 이 소설의 진짜 매력이다. 기생의 노랫가락처럼 흥을 타는 문장은 인간사 희로애락을 정성껏 어루만진다.“소재가 소재인 만큼 격조가 떨어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문체에 목숨걸었다.”는 작가의 결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1997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단편 ‘마른 날들 사이에’로 당선된 작가는 소설집 ‘토란’과 장편소설 ‘길갓집 여자’를 냈고,2003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9000원. ●송은일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 양귀비 꽃살문을 새기는 목공예가 이율희와 그녀의 어머니, 외할머니 등 모녀 삼대에 걸친 비극적 사랑의 악연을 전설처럼 풀어놓은 소설이다.‘양귀비 꽃살문’은 ‘목수’로 불리길 원하는 목공예가 이율희가 8년 전 대한민국 공예대전에 출품한 병풍의 제목이었다. 아름다움을 넘어 사악함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금기의 꽃 양귀비를 닮은 이율희와 그녀 집안의 남다른 내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소설속 비극의 잉태지는 씨족 마을인 달아실(월곡)이다. 율희는 근동의 병원집 아들 유태준과 연인 관계였으나 결혼을 약속한 그로부터 어느날 이유도 모른 채 버림받는다. 상고를 나와 은행을 다니던 율희는 이후 두명의 스승으로부터 목수일을 배워 목공예가로 성공했다.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보고 태준은 뒤늦게 율희를 찾아오고, 이를 계기로 이씨 집안 여자들과 유씨 집안 남자들의 얽히고 설킨 애증의 역사가 실타래처럼 하나씩 풀려나온다. 소설은 양귀비 꽃살문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율희의 예술혼과 대를 이어 유사 근친상간이라는 금기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씨 집안 여인들의 ‘불온한’ 삶을 촘촘히 교직해낸다. 이런 모든 사건의 이면에는 유씨 집안 남자들의 폭력이 숨어 있다. 사랑과 운명이라는 이름아래 펼쳐지는 치명적인 폭력. 태준의 아이를 세번이나 지워야했던 율희가 태준의 사촌동생인 사준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쌍둥이를 잉태하는 대목은 그래서 섬뜩하면서도 남성들의 폭력에 당당하게 맞서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준다. “어릴 적 시골에서 달구지에 상을 싣고 다니며 팔던 여자 목수의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작가는 소설을 쓰기 전 1년 정도 소목일을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는 “유씨 남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행해지는 일상적인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서 ‘아스피린 두알’로 당선된 작가는 장편 ‘불꽃섬’‘소울메이트’‘도둑의 누이’ 등을 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탈북 세모녀 ‘희망메시지’ 우주로

    병마에 시달려온 탈북 세 모녀가 하루속히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우주로 날려보낸다. 주인공은 탈북자 양신옥(36·여·경기도 부천)씨와 김명지(12)·은지(10)양 모녀. 이달 우크라이나 우주관제센터에서 열리는 ‘외계 메시지 송출식’에 직접 참여해 희망 메시지를 우주로 전송한다. 양씨 모녀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2001년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에 성공했다. 북한에 있을 때 탄광에서 일하다 척추를 크게 다친 양씨는 심한 통증과 함께 척추가 둥글게 굽는 척추결핵에 시달리고 있다. 또 명지양은 결핵을, 은지양은 희귀 난치병인 ‘원발성항인지질항체증후군’을 앓고 있다. 양씨가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도 딸들의 병을 고쳐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은지양은 국내에 이 병과 비슷한 사례가 없고 정확한 치료법도 밝혀져 있지 않아 병원에서 영양제와 면역강화 주사를 맞는 것 외에 다른 치료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양씨는 “명지도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쁘고 기운을 못 차린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 월 90만원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양씨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국직장인연합 자원봉사단체인 ‘하나사랑회’를 통해 알려진 뒤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모바일 게임업체 ㈜게임빌이 앞으로 1년간 치료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게임빌은 이달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외계 메시지 송출식’에도 이들을 초대했다. 송출식은 직경 70m의 전파망원경을 통해 우주로 메시지를 날려보내는 행사다. 게임빌 관계자는 “양씨 모녀가 세계 최초로 외계인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지구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롯데그룹(1)-신격호 회장家

    신격호 롯데 회장은 빚을 몸속의 열에 비유하곤 한다. “몸에 열이 오르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특히 잘하지도 못하는 업종에 빚을 내 사업을 벌이는 것은 사회적으로 죄를 짓는 일이다.”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과다한 차입경영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신 회장의 말은 울림이 크다. 일각에서는 “껌 팔아 부자됐다.”며 롯데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얕잡아 보기도 하지만, 기여도가 높다는 삼성·현대·LG 등이 저마다 골칫덩이 자식 한두 개 때문에 국가경제에 고통을 줄 때도 롯데는 어느 계열사 하나 그런 곳이 없었다.“실패하더라도 빚을 돌려줄 수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한다.”는 신 회장의 무차입 경영 덕분이다. 롯데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70.3%. 삼성(50.0%) 다음으로 재무구조가 튼실하다.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땅에 건너가 ‘조센징 장사꾼’이라는 멸시를 받아가며 부(富)를 일군 신 회장. 그렇게해서 번 돈으로 고국에서 다시 기업을 일으킨 그는 한·일 양국에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지금껏 과실송금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한국에서 번 돈은 고스란히 한국에 재투자하고 있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중후장대 기간산업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경박단소 첨단산업을 일으켰다면, 신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산업을 개척한 선구자다. 몇 안되는 생존 창업주인 그는 여든을 훌쩍 넘긴 지금에도 여전히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다. ●또다른 이름 시게미쓰상 그는 홀수달에는 신격호, 짝수달에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가 된다.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짝수달에는 일본에서 일한다. 그의 셔틀경영이 언제쯤 시작됐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주위에서는 모국 투자가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라고 짐작한다. 벌써 30년째다. 월말이 되면 수행원도 없이 혼자 공항에 나가 훌쩍 비행기를 탄다. 생활철학인 거화취실(去華就實·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이 엿보이는 단면이다. 한국에 머무를 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쓴다. 집무실 겸 숙소다. 외출은 거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바로 옆의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다. 올빼미족에게 반가운 얘기 한가지. 신 회장은 창업주 총수로는 드물게 ‘새벽형 인간’이 아니다. 오전 8시쯤 일어나 9시에 호텔방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임원들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수가 적다. 칭찬에도 인색하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완벽주의자다. 타고난 내성적 성격에 오랜 일본생활까지 겹쳐 웬만해서는 ‘혼네’(속내)를 내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 냉정하다는 얘기도 듣는다. 둘째아들인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결단코 자상한 분은 아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언론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단돈 83엔 들고 일본으로 신 회장은 1922년-원래는 1921년생이지만 호적에 1년 늦게 올랐다-경남 울주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울산농업보습학교를 나와 경남도립 종축장에 기수보로 취직했지만 “박봉의 삶이 싫어” 1941년 일본행 관부연락선을 탔다. 이 때가 열아홉살. 고향친구 자취방에 얹혀 살며 신문·우유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잡일을 했다. 돈이 모이면 헌책방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의 꿈은 오래 가지 못했다. 문학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워야 했다. 와세다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일본 패전의 기색이 짙어가던 1944년 어느날, 조선인 청년의 성실성을 평소 눈여겨보던 한 일본인 노인이 “커팅오일(기계를 갈고 자르는 선반용 기름) 사업을 해보라.”며 선뜻 6만엔을 내놓았다. 그러나 첫 사업체는 공습을 맞아 완전히 불타버렸다.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친구들은 “귀국선을 타자.”고 종용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고는 살 수 없는 게 그였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1946년 5월 도쿄 스기나미구(區)의 낡은 창고에 가마솥을 내걸었다. 그럴 듯한 간판(히카리특수화학연구소)도 달았다. 커팅오일을 응용해 만든 비누와 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1년반만에 노인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 내친 김에 비누를 만들던 가마솥과 국수를 뽑아내던 기계로 껌을 만들었다. 또다시 대박. 신주쿠 허허벌판에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가 탄생했다. 껌회사에 소설 여주인공(‘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샬로테) 이름을 붙인 발상이 생뚱맞아 보이지만, 못다한 문학청년의 꿈은 그렇게 해서 다소 풀렸다.1948년 6월28일의 일이다. 신 회장은 훗날 “롯데라는 이름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수확이자 최고의 선택”이라며 흡족해했다. 그가 1967년 한국에 롯데제과를 설립했을 때, 일각에서는 “고국에 대한 첫 투자가 겨우 소비재 사업이냐.”며 비판했다. 신 회장은 이렇게 항변한다.“한·일 수교로 모국 투자길이 열리자 당시 정부는 내게 종합제철소를 지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후지제철소(현 신일본제철)의 도움을 받아 설계도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직접 제철소(포항제철)를 짓겠다고 했다.” 어찌됐든 그렇게 ‘성공한 재일교포 사업가’로 고국에 진출한 그는 한국롯데를 국내 재계서열 5위의 ‘유통 명가’로 키워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 29조 7000억원, 계열사수 41개, 종업원수 3만 5000명이다. 일본롯데에 비교도 안됐던 매출액(26조원)은 7대3 규모로 역전됐다. ●일본인 아내와 재혼 신 회장은 조혼 풍습에 따라 1940년 둔기리의 고향처녀(노순화)와 결혼했다. 신혼생활은 신 회장의 일본행 가출로 1년여만에 끝났다. 노 여사는 남편의 금의환향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51년 29살에 요절했다. 신주쿠 허허벌판에서 일본 1위의 껌업체 하리스와 10년 상전(商戰)을 벌이는 동안, 신 회장에게 큰 힘이 돼준 이는 1952년 재혼한 일본인 아내 다케모리 하쓰코(竹森初子·78)씨였다. 결혼후 남편성을 따 시게미쓰로 바꿨다.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는 시게미쓰 여사는 성품이 온화하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우리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알아듣기는 한다. 신 회장은 노 여사와의 사이에 맏딸 영자씨를, 시게미쓰 여사와의 사이에 동주·동빈 두 아들을 두었다. 롯데가의 한 인사는 “동주와 동빈이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집안에서는 히로유키, 아키오라는 일본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렸다.”고 전했다. ●백화점 주역 신영자 부사장 모녀 신 회장의 맏딸 영자(63)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 면세점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부산여고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왔다. 유통업계의 라이벌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는 대학 동창이다. 지난해 말 롯데면세점 모델인 ‘욘사마’ 배용준씨의 사진전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회사일에 적극적이다. 유통 사업가답게 의상과 화장이 화려하다. 다소 깐깐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어머니인 시게미쓰 여사와는 팔짱을 끼고 다닐 정도로 사이가 좋다. 1967년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자녀 혼사는 막내딸 정안(31)씨. 지난해 5월 영국계 로펌 클리포드&챈스의 이승환(37) 변호사와 결혼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케이블TV 대구방송 회장과 영남일보 주필을 지낸 이종명씨의 아들.‘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회원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잡화 바이어(차장)로 일하던 정안씨는 결혼후 휴직, 남편과 함께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친구 소개로 이 변호사를 만나 2년간 연애했다. 주례는 시아버지의 절친한 ‘지기’ 한완상 한성대 총장이 맡았다. 한 총장과 이 전 회장은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함께 하기도 했다. 신 부사장이 사업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이는 둘째딸 선윤(34)씨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나와 97년 롯데쇼핑에 입사, 올해 초 이사로 승진했다.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이다. 외할아버지를 닮아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다. 성격도 소탈해 직원들 사이에 평이 좋다. 인테리어 회사 사장과 결혼했으나 지금은 독신이다. 외아들 재영(38)씨는 롯데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인쇄업체 ‘재영상공’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맏딸 혜선(36)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 선윤씨처럼 독신이다. ●일본롯데 이끄는 큰아들 동주 동주(51)씨는 일본롯데 부사장이다. 결혼이 다소 늦었다. 서른여덟살이던 9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둘째딸 은주(41)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동주씨가 일본롯데의 미국법인 지사장으로 발령나면서. 아버지를 닮아 내성적인 그는 의외로 열살 연하의 거래처 여직원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가 주례를 본 두 사람의 결혼식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아들(정훈·12)만 하나다. 현재 일본에 살고 있는 동주씨는 아오야마(靑山)학원과 같은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롯데와 무관한 미쓰비시 상사에서 10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87년 한국롯데에 입사했다.“순수하고 학자 같다.”는 게 주위의 공통된 평가다. ●한국롯데 이끄는 둘째아들 동빈 동빈(50)씨는 형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역시 형이 다닌 아오야마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88년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로 롯데에 합류하기까지,8년을 다른 회사(노무라증권)에서 일한 것도 형과 같다. 한국무대에 데뷔한 것은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를 맡으면서. 증권사에 오래 있어서인지 수치에 매우 밝다.97년 2월 한국롯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중국적자이던 그는 한국생활을 시작하면서 일본 국적을 정리했다. 처음엔 우리말이 서툴렀으나 지금은 발음이 조금 어색할 뿐,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와인을 즐기지만 폭탄주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문학 기질을 이어받아 사석에서 가끔 괴테의 시를 영어로 읊기도 한다. 이승엽 프로야구 선수가 뛰고 있는 일본 롯데 지바 마린스의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다. 세간에는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집안 인사의 얘기는 다소 다르다.“형인 동주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다. 원래 신씨 집안 남자들이 활달한 편은 못된다.” ●한·일 넘나든 현해탄 혼맥 롯데가는 물론 재벌가를 통틀어 화려한 혼맥의 정수로 꼽히는 게 동빈씨의 결혼이다.85년 형보다 먼저 일본에서 다섯시간에 걸친 일본전통 혼례식을 치렀다. 신부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둘째딸 마나미(眞奈美·46)씨. 일본 귀족학교인 가쿠슈잉(학습원)을 졸업한 재원이다. 일본황실의 며느리감 후보로도 거론됐다.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가 중매를 서고 주례까지 맡았다. 결혼식에 나카소네 당시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일본 총리가 세 명이나 참석해 한·일 양국에서 떠들썩한 화제가 됐다. 마나미씨를 만나본 한 인사는 “평범하고 참한 인상”이라고 전했다. 아들 유열(19)군과 규미(17)·승은(13) 두 딸을 두고 있다. 부인과 자녀들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달에 두세번 신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 회장이 ‘셔틀 기업경영’을 하고 있다면, 신 부회장은 ‘셔틀 가족경영’인 셈. 수행원 없이 다니는 것은 부자(父子)가 똑같다. ●남다른 고향사랑과 초고층 건물에의 꿈 해마다 5월이면 신 회장은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사재를 들여 잔치를 벌인다.69년 대암댐 건설로 고향마을이 물에 잠기자 전국에 흩어진 고향사람들을 수소문,1971년 5월 돼지머리에 막걸리를 기울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지금껏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있다. 모임 이름도 고향에서 따 ‘둔기회’라고 지었다. 처음엔 수십명이던 회원수가 아들·며느리·손자의 가세로 지금은 수백명으로 불어났다. 고향 못지 않게 신 회장에게는 애틋한 대상이 있다. 파리 에펠탑 같은 세계 최고층 건물이다. 여든살이 되던 해인 2002년,112층 건물 청사진을 내보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교통영향 평가 등에 걸려 지금껏 삽도 떠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건설통’ 서울시장에게 기대를 걸며 초고층 건물을 재추진하고 있다. ●유통명가 떠받치는 롯데맨들 롯데에는 사장단 회의가 따로 없다. 지난해 신설된 정책본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계열사간 조정자 역할을 한다. 호텔롯데 소속의 김병일(62)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본부장)을 도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73년 호텔롯데 경리부장으로 입사해 81년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신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신 회장 부자의 심중을 가장 정확히 읽어낸다는 핵심참모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전무가로 말수가 적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경리분야에서 20년 잔뼈가 굵은 한수길(64) 사장이 맡고 있다. 자일리톨껌 등 ‘연타석 홈런’으로 경영성과를 끌어올렸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삼성 출신의 장경작(62) 사장과 ‘젊은’ 이인원(58) 사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올 2월 롯데맨으로 변신했다. 수익사업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달고다닌다. 평균 연령이 60대인 롯데 경영진 사이에 드물게 50대인 이 사장은 97년 CEO(최고경영자)로 파격 발탁돼 8년간 장수하고 있다. 관리·영업·매입 등 백화점 3대 요직을 모두 거쳤다.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친다. 할인점 업계 최초로 중소기업 박람회를 연 롯데마트 이철우(62) 사장과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대석유화학 인수 주역인 호남석유화학 이영일(64) 사장도 눈에 띈다. 신 회장의 가족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는 친동생인 신준호(64) 롯데햄·우유 부회장과 5촌조카 신동인(59)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의 롯데를 일구는데 일조했으나 지금은 한발 물러나 있다. 음료업계 최초로 순 매출액 1조원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롯데칠성음료 이종원(61) 대표이사 부사장, 스피드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건설 이창배(58) 대표이사 부사장, 워커홀릭(일중독자)으로 불리는 롯데삼강 이광훈(57) 대표이사 전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롯데맨이다. 황각규(51) 롯데쇼핑 상무와 강현구(45) 롯데닷컴 상무 등은 신 부회장의 관심사업을 보좌하고 있다. ●“평창면옥에 해답이 있다” 이철우 사장의 회고다. “잠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일이다. 백화점을 짓기는 했는데 신세계의 세 배인 드넓은 매장을 채울 일이 걱정이었다. 회장님은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타박하시더니 평창면옥에서 해답을 찾으라고 했다.” 당시 서울 평창동에 있던 평창면옥은 5000원짜리 밥맛이 워낙 좋아 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사람들이 왜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까지 가겠는가.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훌륭한 상품을 만들면 문제는 절로 해결되기 마련이다.” 신 회장의 이 얘기는 지금도 롯데 임직원들 사이에 자주 회자된다. hyun@seoul.co.kr ■ 절친했던 신격호·정주영 회장 신격호 회장은 생전의 정주영(왕회장) 현대 창업주와 절친했다. 왕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직접 추도사를 쓰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곱살 아래다. 흥미롭게도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매우 닮았다. 우선 대가족의 장남이다. 신 회장은 동생이 9명, 왕회장은 7명이다. 중농·빈농의 아들로 농사규모는 달랐지만 식솔이 워낙 많아 삶이 퍽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공 신화의 시작이 가출이라는 것도 같다. 두 사람 모두 열아홉살 때 “앞이 안보인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사업 시작후 최대의 시련도 ‘불’이었다. 신 회장은 처음 차린 커팅오일 공장이 불에 몽땅 타버려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왕회장도 첫 사업인 자동차수리공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신 회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임직원들에게 자나깨나 불조심을 외친다. 롯데호텔 준공 때 멀쩡한 새 건물의 복도 천장을 뜯게 한 뒤 손전등으로 직접 방화 장치를 확인한 일화는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죽을 고비도 한차례씩 넘겼다. 여든이 다 될 때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녔던 신 회장은 언젠가 밤길에 귀가하다가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왕회장도 새벽에 울산공장을 시찰하러 직접 운전하고 가다가 차가 바닷물에 빠져 죽을뻔 했다. 발상도 기발하다. 신 회장은 풍선껌에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해 장난감처럼 불 수 있게 했다. 왕회장은 겨울 골프에 빨간 골프공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 유명한 빨간공 일화를 남긴 1970년 초봄 라운딩의 동반자가 바로 신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훗날 “폭설이 내려 (하얀 골프공을 찾을 수 없는 만큼)의당 약속이 취소된 것으로 여겨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다.”고 회고했다. M&A(인수합병)보다는 직접 공장말뚝 박기를 즐겼던 것이나 귀향잔치(둔기회·소떼방북)를 벌인 점도 똑같다. 다만, 신 회장은 언제나 소리가 나지 않았고 왕회장은 늘 요란했다. 대선 출마 등 말년에 한눈을 판 왕회장과 달리 신 회장이 사업에만 전념하는 것도 결정적 차이다. hyun@seoul.co.kr ■ 신동빈 부회장 ‘큰어머니’ 제사 해마다 직접 지내 지난달 21일 저녁 서울 성북동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자택. 검정 옷차림의 신씨가문 후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날은 종손인 신격호 회장의 첫 부인 노순화 여사의 기일이었다. 신동빈 부회장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어머니’의 제사를 주관했다. 누나인 신 부사장은 말없이 ‘생모’의 제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느 재벌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신 회장이 재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동빈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노 여사의 제사를 꼬박꼬박 지내고 있다. 집안에서나, 그룹에서나,‘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굳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후계구도와 관련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언급을 회피하던 그룹측은 이제 공공연하게 “후계구도 작업은 끝났다.”고 단언한다. 신 부회장이 일본인 아내를 맞은 점 등을 들어 일본롯데를,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장남인 점 등을 들어 한국롯데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유력했지만 현재로서는 뒤집힌 셈이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신설된 정책본부의 장(長)을 맡으면서 후계자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웠다. 재계는 “그룹 대권을 둘째아들에게 넘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했다. 신 부회장은 온라인쇼핑몰·편의점 사업 등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KP케피칼·현대석유화학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함으로써 아버지의 신임을 굳혔다. 현장을 중시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롯데마트 금천점에 불쑥 나타나 한 시간 동안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현장에서 지시한 내용은 나중에 꼭 확인한다. 상장(6개사)에 인색한 기업 문화와 보수적인 토양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주목된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청풍영월’에 빠져볼까

    ■ 코흘리개 삼식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누구에게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있다. 코흘리개 옆집 친구와 마을 앞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물장난을 치고,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헤아리며 감자를 구워먹던 그 시절. 요즘처럼 목을 죄어오는 아스팔트 복사열과 희뿌연 스모그가 티없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풍경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못내 아쉽다. 그렇다면 청정한 강물이 흐르고,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숨쉬는 강원도 영월군으로 떠나보자. 영월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과 닮은 곳이다. 순박한 시골 풍경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어른들에겐 동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영월에서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사진 한반도지형) 영월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 영월군 서쪽 끝에 있는 ‘밧도네 마을’은 ‘어린시절’이라는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만든다. 노란 금계화가 길가에 늘어선 마을에 들어서자 30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가슴이 벅차 오른다. 태기산과 치악산에서 내려온 주천강이 마을을 바깥으로 돈다 해서 붙여진 밧도네 마을. 친숙한 마을 지명만큼이나 예스럽고 아름답다. 폐교를 활용해 만든 이 곳의 비산체험학교(033-374-1251·www.bisanschool.com)는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려 주는 곳. 흙내음이 코끝을 간지르는 학교에 들어서자 이승복 동상과 책 읽는 소녀의 동상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청소시간마다 친구들과 왁스를 칠해 문지르던 교실 나무바닥과 복도에선 잠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만난다. 이 학교는 폐교된 도천초등학교 주천분교를 원용석(47)·김은선(42)씨 부부가 3년 전 교육청으로부터 임대받아 꾸몄다. 원씨는 계절마다 감자캐기, 옥수수따기, 모내기 등 농사체험과 물고기 잡기 등 생태체험을 맡고, 김씨는 꽃누르미(압화)를 가르친다. 꽃누르미는 김씨가 학교 주변에 피어나는 갖가지 들꽃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열쇠고리와 목걸이, 액자, 옆서 등을 만드는 것이다.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들은 저마다 고운 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품들은 자연이 만든 한폭의 풍경화다. 학교 앞을 흐르는 주천강에는 반두(양 끝에 막대기를 대어 두 사람이 맞잡고 물고기를 몰아 잡도록 된 그물)를 들고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흥겹다. “와∼ 많이 잡혔네!” 이태규·이상용·탁성곤·김찬우(9·주천초 2년)군 등 4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마친 뒤 곧바로 강으로 달려왔다. 태규와 상용이가 ‘풍덩 풍덩’ 발로 물을 튕기며 고기를 몰고, 성곤이와 찬우는 반두를 들고 있다가 때를 맞춰 반두를 올린다. 반두에는 영화 제목으로 유명해진 쉬리와 통가리, 피라미 등 10㎝ 남짓한 물고기 5∼6마리가 걸려 오른다. “에이, 쉬리만 잡히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잡을 수 없는 물고기인 쉬리만 연신 올라오자 아쉽다는 듯 놓아 준다. 물고기 잡기에 싫증난 아이들은 곧이어 물놀이를 시작했다. 반두를 내팽개치고 옷을 입은 채 수중보에서 물미끄럼을 타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의 고기잡이를 도와주던 원씨는 “차분하게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 곳은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들이 어린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어 더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체험료는 한 가지당 5000원, 여름 방학기간 중에는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 마루에 올라 별을 보다 ●별하나의 추억과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영월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별을 볼 수 있다. 특히 해발 799m의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374-7463·www.yao.or.kr)에서는 많은 별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별마로천문대는 별과 마루(정상), 로(고요할 로)의 합성어로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천문대다. 인간이 가장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는 ‘해피 700’에 위치한 천문대는 봉래산을 수십여바퀴 휘감으며 곡예운전을 해야 정상에 도착한다.800㎜ 반사망원경으로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찰할 수 있고, 밤에는 목성, 달이 떠있는 별천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 곳은 연간 관측일수(쾌청일수)가 196일로 우리나라 평균 116일보다 훨씬 많아 국내 최고의 관측 여건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에 광해(방해하는 빛)와 관측의 최대 적인 습기가 없어 최적의 관측 여건을 자랑한다. 특히 망원경으로 별을 보지 않더라도 산꼭대기에 쏟아지는 별을 보며 호젓한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영월시내의 야경 또한 일품이다. 부모와 함께 온 이하민(6·경기 용인시 수지읍 베아제 유치원)양은 “반짝이는 별들이 너무 아름답다.”며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천문대는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달 휴관하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이다. 영월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박물관이 많다. 대표적인 박물관은 책박물관(372-1713). 폐교에 세워진 이 박물관은 박대헌씨가 사비를 털어 만들었다. 이 곳에선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60∼70년대 초등학교 교과서를 비롯해 1925년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서적, 한국문학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 수만권이 빛바랜 모습으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이밖에 곤충박물관(374-5888)과 다음달 개관하는 사진박물관 등도 둘러보면 좋다. ●신비한 천혜비경 자연속으로 영월은 유명한 동강의 어라연 말고도 자연이 만들어낸 갖가지 천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인기 명소는 ‘한반도 지형’. 선암마을 건너 숲속의 전망대에서 보면 마을 풍경이 신기할 정도로 한반도 지도를 그대로 닮았다.5년 전 사진작가가 발견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서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해 평지에 가까워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도 그대로이며,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는 장기곶까지 똑같다. 영월은 무엇보다 조선 6대 임금인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고장. 곳곳에서 단종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단종이 유배길에 쉬어간 군등치 고개를 넘어 가면 단종 무덤인 장릉(370-2619)과 유배지인 청령포(370-2620)가 있다. 단종은 1457년 봄에 영월 청령포에 유배되었고 그해 10월 사약을 받고 죽었다. 단종이 죽어도 시신을 거두는 이가 없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둬 모신 곳이 장릉이다. 장릉 소나무가 모두 장릉을 향해 고개를 숙여 신비롭다. 입장료는 성인 1200원. 장릉에서 남쪽 방향으로 10분만 차를 타면 청령포가 나온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됐던 창살 없는 감옥. 삼면은 서강이 휘감아 흐르고 육지와 이어진 한쪽면은 수직절벽으로 이뤄져 있다. 섬은 아니지만 배를 타야 도달할 수 있다. 청령포 한가운데에 위치한 관음송은 600살 먹은 30m 높이의 소나무. 당시 단종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들어 관음송이라 불렸다. 청령포 숲은 지난해 11월 산림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천년의 숲’에 뽑혔다. 도선료 400원을 포함해 입장료는 1300원. 이 곳에서 차로 10분쯤 거리에 신선암이라 불리는 선돌이 있다. 선돌은 말 그대로 서있는 돌. 밑에서 굽이굽이 흐르는 서강 줄기와 어우러지면서 동양화를 보는 느낌을 준다. 아침에는 강 안개에 젖어, 오후에는 석양에 잠겨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밖에 태백산 줄기의 험산준령이 빚어낸 태고적 신비를 뽐내는 우리나라 최고의 계곡인 칠랑이계곡과 김삿갓 계곡을 비롯해 고씨동굴 (천연기념물 219호)과 김삿갓 유적지 등에서는 시원한 여름을 느낄 수 있다. ● 알고가세요 영월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다. 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따라 가면 영월읍으로 갈 수 있다. 밧도네 마을은 신림IC에서 88번 지방도를 따라 주천면 방향으로 가면 된다. 먹을거리로는 태백과 정선, 평창 등 해발 700m 이상에서만 자생하는 나물에다 들기름과 콩, 표고버섯 등 각종 재료들이 들어가 독특한 맛을 내는 ‘곤드레밥’이 미식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읍내 중앙로 농협군지부 맞은편에 자리잡은 청산회관(374-2141)은 모녀가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집으로 지난 97년부터 곤드레밥을 특색 음식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가격은 1인분 6000원. 가족단위 숙박시설은 다소 부족하지만 읍내 모텔과 여관이 깨끗하다. 민박요금 예고제 마을인 밧도네 마을은 4인실이 성수기에 4만원 정도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 370-2542.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3)

    사연 : 구식 엄마가 싫어요 지금 18살 밖에 안된 고등학교 3년생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18살이란 몸차림을 단정하게 꾸미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어린 것이 모양만 낸다고 늘 꾸중이세요. 이제 마흔 밖에 되지 않은 어머니가 왜 그렇게 구식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집에서도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싶고 지저분한 차림으로 밖에 나가는 것은 질색이에요. 며칠 전에는 동생의 생일떡을 돌리는 심부름을 시키시기에 머리를 빗고 거울을 들여다본 뒤「블라우스」를 갈아 입었거든요. 그랬더니 어머닌 펄펄 뛰시면서 불같이 화를 내시잖아요. 꼭 저희 친할머니를 닮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머니의 시모님을 말예요. 2, 3년 전까지도 우리는 정말 의좋은 모녀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의가 좋기는커녕 서로 미워하는 사이라고 해야 할 정돕니다. 슬퍼서 못 견디겠어요. <서울 성북구 수유리. 이현자> 의견 : 풀어질 때까지 참아요 정말 얼마나 슬플까요.「틴·에이저」때의 그런 슬픈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랍니다. 나도 어른이기 때문일까요. 아무래도 일을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와 따님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군요. 어머니 편에서 보면 따님이 다 커서 심부름 같은 것도 잘 해주지 않고 어쩐지 자기 품에서 떠나 버리는 것 같은 데다가 몸차림에 마음을 쓰는 것도 어른이 되어 버리는 듯 해서 싫다는 느낌이 드셨던 거죠, 아마. 어머니께서 따님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납득하실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를 권하고 싶군요. 지금 새 사실에 당황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자꾸 대항하면 어머니는 아마 현자양이 어머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걸로 오해하실까 겁나는군요. <Q> [ 선데이서울 68년 10/6 제1권 제3호 ]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죽은 남편의 빚 어떻게…

    Q외아들인 남편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벤처회사를 창립해 정부 인증을 받고 대출을 받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적자에 2003년에 문을 닫고 법인 보증채무 5억원이 남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친가, 처가 쪽의 친척과 친구, 선후배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가 저와 7세 딸만 남기고 죽었습니다. 빚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중 7000만원은 제가 보증을 섰습니다. 집 한 채 가진 시부모에게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빚 독촉이 온답니다. 생계비 벌기도 어려운데 빚이라니 한숨만 나옵니다. 벗어날 방법이 있는가요. 시부모님은 괜찮은가요. -고가연(36·가명)- A 민법상 사람이 죽는 순간 재산과 부채가 보통 배우자와 자녀에게 이전됩니다(997조). 그러나 조상의 부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 신분제를 유지하는 것이 되기에 민법은 상속을 받을 것인지를 3개월 이내에 결정할 기회를 줍니다. 어느 것이나 호적등본, 제적등본과 인감증명을 첨부해 법원에 신고하고 상속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되고, 한정승인을 하면 재산을 받은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합니다. 채무의 포기는 간편하기는 하지만, 다른 상속인 또는 그 다음 순위의 상속인에게 채무가 넘어가게 돼 관련자 모두가 함께 또는 순차적으로 포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고 포기기간을 놓치는 상속인이 채무를 뒤집어쓰는 예도 자주 생깁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연씨 모녀뿐만 아니고 시부모도, 형제도 동시 또는 순차 상속포기를 해야 합니다. 한정승인은 상속채권자에 대한 최고와 공고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다음 순위의 상속인을 번거롭게 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제1순위의 상속인만 한정승인을 하면 시부모 등 다른 가족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 경우이든 남편 분의 채무는 상속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연씨의 보증은 남편의 생전 채무와 별개의 채무인지라 이 채무는 남습니다. 이 경우에는 빚잔치와 남은 채무의 집행력 취소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파산제도로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시부모님이 앞으로 유산을 남기실 가능성이 있다면, 가연씨의 파산은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죽은 남편을 대신해 가연씨와 따님이 상속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 [눈에 띄네~ 이 얼굴] ‘스팽글리시’의 파즈 베가

    [눈에 띄네~ 이 얼굴] ‘스팽글리시’의 파즈 베가

    멕시코 모녀의 이민 정착기를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스팽글리시’에서 파즈 베가(29)는 농염한 여인의 자태와 강인한 모성애를 동시에 드러내는 매력적인 인물로 분한다. 현재 스페인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와 쌍벽을 이루는 배우인 그녀는 세빌리아 태생.16세 때 출연한 TV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스크린에 진출했다. 훌리오 메르뎀 감독의 ‘섹스 앤드 루시아’(2001)에서 일약 ‘파즈와 루시아’라는 뜨거운 화두를 제공하며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고야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 2002년에는 그녀의 출연작 ‘그녀에게’와 ‘디 아더 사이드 오브 더 베드’ 등 두 편이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고, 이듬해 프랑스 감독 장피에르 리무진과 ‘노보’를 찍으며 국제적인 스타로 자리매김했다.‘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L 브룩스가 감독한 ‘스팽글리시’는 그녀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새영화] ‘스팽글리쉬’ 22일 개봉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적 갈등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스페인어(Spanish)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를 뜻하는 제목의 영화 ‘스팽글리쉬’(Spanglish·22일 개봉)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멕시칸 모녀가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문화 충돌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브룩스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답게 중산층 가정의 허상, 성공과 부를 바라보는 양면적 가치, 가족의 소중함 등 어디나 다를 바 없는 인간사가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남편을 잃은 플로르(파즈 베가)는 딸 크리스티나를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활달한 플로르는 LA의 중산층 가정인 클래스키 부부의 집에 가정부로 고용된다. 플로르 일행이 면접을 보기 위해 클래스키 부부의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거실과 정원 사이에 가로놓인 투명한 유리창에 코를 부딪히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중산층 백인 가정과 멕시칸 모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향후 겪게 될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이다. 일류 요리사인 존 클래스키(애덤 샌들러)와 그의 아내인 아름답고 지적인 데보라(테아 레오니)는 겉보기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처럼 허약하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아늑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요리비평가의 별 네개를 반가워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의 존과 뚱뚱한 딸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고자 한치수 작은 옷을 사다주는 데보라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이 모든 상황이 플로르에겐 영어만큼이나 이해못할 노릇이다. 특히 고향에서 가부장적인 남자들만 보던 플로르에게 존의 눈물은 연민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크리스티나를 자기 딸처럼 맘대로 하려는 데보라의 행동에는 부아가 치민다. 서로 이질적인 문화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한층 흡인력을 발휘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스페인에서 쌍벽을 이루는 여배우인 파즈 베가는 매혹적인 외모와 강단있는 연기로 플로르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애덤 샌들러의 편안한 연기도 인상적이다.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DJ 숨겨진 딸’ 논란 확산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소문과 관련한 보도를 SBS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가 19일 잇따라 내보냄에 따라 큰 정치적 파문이 일고 있다. ●“DJ·어머니 1967년 종로 한정식집 ‘대하’서 만나” SBS ‘뉴스추적’은 이날 DJ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김모씨 인터뷰 내용을 방영했다. 김씨는 경기도의 모 대학과 서울의 모 대학원을 졸업했으며,30대 중반이라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씨의 어머니 김모(2000년 6월 자살)씨는 1967년에 자신이 일하던 서울 종로의 고급 한정식집 ‘대하’에서 신민당 국회의원이던 DJ를 만나 2년여간 연애한 끝에 딸 김씨를 낳았다. 김씨는 6세때부터 어머니의 종용으로 수시로 동교동을 찾아가 비서나 DJ의 장남 김홍일씨한테서 생활비를 타왔다고 한다. ●“6세때부터 김홍일씨등에 생활비 타 써” 이후 김씨 모녀는 DJ가 평민당 총재였던 88년에 김홍일씨가 3000여만원을 보태줘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후 DJ와 친분이 있던 무기거래상 조풍언씨를 소개받아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고,99년엔 조씨가 짐 가방에 현금 다발 3억 2000만원을 갖고 와 서울 중심가의 아파트를 사줬다는 것이다. ‘유명 성직자’란 사람도 인터뷰를 통해 “DJ가 대통령이 되니까 어머니 김씨가 괴롭히면서 돈을 요청해서 당시 국정원이 DJ가 노벨상을 타게 하려고 돈으로 무마하고자 김은성 2차장과 정성홍 경제과장을 통해 진승현씨한테 ‘네가 돈을 대라.’라고 했다. 그후 국정원은 진씨의 돈을 받아 특수사업이란 명목으로 쓴 것이다.”라고 했다. 이에 대헤 200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승현 게이트’의 주인공인 진씨의 한 측근은 인터뷰를 통해 “진씨가 2000년 초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요구 받고 3억 5000만원을 김은성·정성홍씨한테 줬다고 하더라.”라고 증언했다. ●“유전자 감식할 의향 있다” 그러나 김은성 차장은 인터뷰에서 “그런 유언비어는 들었지만,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조풍언씨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딸이라는 김씨는 “유전자 감식을 할 의향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수십년간 비밀이 지켜질 수 있었을까.SBS 보도에서 ‘전직 국정원 직원’이란 사람은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선 이런 보고하면 ‘남자 아랫도리 보고는 하지 마.’라고 잘라버려 보고할 수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상하게 관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동교동핵심인사 “방송보도 추후 적절대응” 한편 오마이뉴스는 이날 보도에서 2년 전에 이미 국정원을 통해 ‘DJ의 딸’ 소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머니 김씨가 김대중 당시 의원을 만났을 때의 신분이 여비서였다고 보도,SBS와 차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던 동교동계 핵심인사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할 얘기도 없다.”면서 방송 보도에 대해선 추후에 적절한 대응을 할 뜻을 비쳤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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