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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찾으면 생활수급 끊는다고?… 빈약한 정보에 시름하는 한부모들

    일자리 찾으면 생활수급 끊는다고?… 빈약한 정보에 시름하는 한부모들

    #3세 자녀를 둔 청소년 미혼모 A씨는 아이 엄마라는 것이 밝혀지자 단순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모두 거절당했다. “아기 엄마는 안 써줘요. 자기네는 아기 엄마 쓰기 힘들다고 그러고, 그 얘기 듣고 엄청 울었던 거 같아요. 아무것도 못하니까.” #미혼모나 한부모들 사이에는 ‘일자리를 찾으면 기초생활수급이 끊겨서 차라리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가짜 정보가 돌고 있다. 청소년부모 B씨는 “취업하면 수급비 끊긴다고 해서 그런줄 알았다”며 “근데 청소년부모는 뭔가 혜택이 있어서 취업을 해도 깎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한부모가족의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네 번째로 높은 한국에서는 지원책의 실효성이 없거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이 지난 25일 발표한 보고서 ‘미혼부모·한부모 자립지원 서비스 실태와 개선과제’에 따르면 이들 가족들에 정부 제공 취업지원제도나 아이돌봄 서비스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력이 높을 수록 취업 비중이 높고, 월평균 소득이 높았다. 반대로 학력이 낮은 한부모들은 취업 비중이 낮고, 월평균 소득 또한 낮아 생활고에 시달린다. 이들이 주로 지원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은 ‘구청 및 주민센터’(43.4%)다. 그러나 주민센터 등은 한부모가족지원 업무만을 전담하지 않고, 담당자 1명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김윤지 사단법인 비투비 대표는 “출생신고를 혼자 하러 가면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뜻인데 주민센터에서는 한부모가족 지원 등을 본인이 물어보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는다”며 “가장 접점이 있는 주민센터에서 교육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고용노동부 취업지원프로그램은 한부모·미혼모 가족들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보고서는 “취업목적이 분명해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이미 등록 학원을 결정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유용하지만, 고용 훈련에 대해 제대로 안내받은 적이 없고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구직자에게는 학원등록비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적성검사에 따른 직업훈련을 추천받기보다는 요구가 분명한 구직자들에게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다. 원가족과의 단절, 배우자 부재 등으로 자녀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 가족들에게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 이용은 ‘하늘에 별 따기’다. 지난해 여가부 조사에서 한부모들의 18.4%는 ‘현재의 직업을 구할 때 겪었던 어려움’으로 ‘자녀를 돌봐줄 곳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등·하원을 위한 시간제 서비스, 긴급돌봄은 거의 구할 수가 없거나 대기 시간이 긴 탓이다. 보고서는 미혼부모·한부모가족 지원의 최일선에 있는 읍·면·동 행정기관의 정보 제공 역량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원가족과 단절돼 고립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한부모의 경우 기존 제도 연계 뿐 아니라 사례관리를 필수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원 노하우가 축적된 민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정보접근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허 조사관은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 정부 주거 지원을 활용할 수 없는 미혼부모·한부모 가족에 순환형 긴급 주택을 운영하고 아이돌봄 서비스 정부 지원 대상자에게 바우처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 긴급상황 시 민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쓸쓸한 죽음 더는 없게… 복지 안전망 더 촘촘히 짜는 자치구들

    쓸쓸한 죽음 더는 없게… 복지 안전망 더 촘촘히 짜는 자치구들

    장기간의 투병과 생활고 끝에 쓸쓸히 생을 마감한 경기 수원 세 모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기존의 복지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위기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각 자치구는 복지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도봉구는 숨은 위기 가구를 찾기 위해 선제적인 발굴 조사에 나섰다. 이를 위해 구는 공무원 뿐 아니라 생활 업종 종사자나 주민들도 위기 가구를 찾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11일에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아사 직전에 처한 60대 주민 A씨를 숙박업소 종사자의 신고로 발견했다. A씨는 타지역 주소지를 마지막으로 4년 전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구는 사회복지공무원과의 상담을 통해 생계유지를 위한 구호물품과 긴급 복지 서비스를 먼저 지원했다. 또 건강 회복을 위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구는 오는 10월 예정된 ‘주거 취약 지역 거주 중장년 1인 가구 전수 조사’도 다음 달로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2021년 전수 조사 당시 조사를 거부한 가구의 생활환경을 꼼꼼히 살펴 위기·취약 가구를 찾고자 마련됐다.성동구도 지역에 숨어 있는 고독사 위험 가구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첫 활동을 시작한 ‘중장년 돌봄 전담 인력’이 동네 곳곳을 방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찾고 있다. 이들은 고시원,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반지하 원룸 등 주거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부동산, 약국, 미용실 등 생활 밀착 업소를 방문해 혼자 사는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목소리를 전해왔다. 돌봄 전담 인력의 적극적인 활동 덕분에 실제로 지난 4월에는 고독사 위험에 놓여 있던 1인 가구를 조기에 발견해 지원했다. 성수2가제1동에 사는 B(59)씨는 20여년 전 사업 실패로 홀로 고시원에 머물며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최근 일자리가 줄어 생계가 막막했던 와중에 우연히 고시원을 찾은 중장년 돌봄 전담 인력을 만나 다양한 복지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종로구 종로1·2·3·4가동은 이달부터 취약 계층에게 ‘긴급 구호 상자’를 지원하고 있다. 사회보장급여 대상에서 제외됐거나 중지된 가구를 살뜰히 살펴 복지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다. 구호 상자에는 기부받은 쌀과 라면, 참치 캔, 간편식 등 다양한 식료품과 생필품이 들어 있다.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 공무원이 위기 정도에 따라 3회 이상 대상 가구에 긴급 구호 상자를 전달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 등 주민의 집을 직접 방문해 안부를 직접 확인하고, 각 가구의 위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효연 “돈 가져도 되니 지갑만 돌라달라” 하소연…신고 방법 설명

    효연 “돈 가져도 되니 지갑만 돌라달라” 하소연…신고 방법 설명

    소녀시대 효연이 지갑을 분실했다고 하소연했다.  효연은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지갑을 찾습니다…제일 아끼는 지갑인데…어디 갔니 지갑아…안에 돈 가져도 되니 지갑만 돌려주세요"라고 적었다. 이어 "바쁘신 분은 이것만 읽어 보시면 됩니다"라며 신고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효연은 "1. 주운 지갑의 신용카드를 꺼내서 신용카드에 있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에게 연결합니다. 2. 상담원에게 지갑을 주운 사실과 주운 카드 번호를 불러줍니다. 3. 상담원이 지갑의 주인에게 습득한 사람의 연락처를 알려주게 되고 지갑의 주인에게서 전화 연락이 옵니다"라며 꼭 지갑을 돌려달라 하소연했다. 연예인이 지갑을 분실했다가 찾은 건 배우 전소민 사례가 있다. 전소민은 2월 분실 지갑을 시민 도움으로 되찾았다. 당시 전소민은 지갑을 돌려준 시민에게 사례금 봉투를 전하는 한편 함께 인증 사진을 찍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갑 분실로 피해를 본 연예인도 있다. 래퍼 스윙스는 4월 지갑을 분실한 후 수백만원 상당의 신용카드 부정 사용 피해를 당했다. 당시 스윙스는 자신의 "누가 내 법인카드를 가지고 밤 12시 31분에 의류업체에서 426만 3000원 정도를 인터넷으로 결제했다"라며 피해 사실을 알렸다. 스윙스 씨는 한 카페에서 지갑을 분실했고, 누군가 이 지갑을 주웠다가 카드를 불법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스윙스는 "한도를 확인하려고 처음엔 가격 높은 것부터 구입하다가 서서히 가격을 낮춰 승인했다. 마지막에 저렴한 것 구입하려다 실패했다"라며 신용카드를 부정 사용한 범인을 잡겠다고 덧붙였다. 타인이 분실한 신용카드를 임의사용하게 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부정사용죄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헌팅턴병 원인 밝혀냈다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헌팅턴병 원인 밝혀냈다

    헌팅턴병은 헌팅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10만명당 5~10명이 앓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헌팅턴병에 걸리면 안면경련과 함께 손, 어깨, 다리 등 여러 신체부위가 환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움직여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마치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무도병’이라고도 불린다. 40세 전후에 발병해 행동학적 이상과 함께 성격 변화, 치매가 동반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다. 헌팅턴병은 신경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 문제가 생기고 뇌의 선조체 부위 뇌세포가 파괴돼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명확한 치료법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경희대, 미국 보스턴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대(UCSD) 공동 연구팀은 헌팅턴병 환자 뇌 조직에서 정상적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FAK라는 단백질의 활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악타 뉴로패솔로지카’에 실렸다. 일반인의 뇌에서는 FAK 단백질이 활성화돼 신경돌기 운동성 및 정상적 시냅스 형성을 한다. 이에 연구팀은 헌팅턴병 환자의 세포와 헌팅턴 환자의 뇌조직, 헌팅턴병을 유발시킨 동물모델을 정상적인 뇌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에서 FAK 활성을 측정하기 위해 ‘형광공명에너지전달현상’(FRET)을 이용한 형광분자센서를 활용했다. 그 결과, 헌팅턴병이 발생한 사람이나 동물, 세포에서는 FAK 단백질 활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FAK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려면 세포막에 존재하는 인지질 중 PIP2라는 물질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초고해상도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헌팅턴병 세포에서는 PIP2가 돌연변이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면서 정상적인 시냅스 기능을 방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성지혜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헌팅턴병 환자의 시냅스 기능장애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뇌기능 장애 회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정 원팀’ 외친 尹 “가을 국회 열심히 운영해 국민께 신뢰 줄 것”

    ‘당정 원팀’ 외친 尹 “가을 국회 열심히 운영해 국민께 신뢰 줄 것”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참석한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저녁 6시 38분 국민의힘 연찬회가 열리는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 도착해 만찬이 열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좌석을 돌며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윤 대통령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악수하며 “1기 신도시 빨리 만들어 주세요”라고 말하자 원 장관은 큰 소리로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회자의 소개로 박수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할 때 중간중간 박수가 나왔다. 특히 윤 대통령이 “여러분을 오늘 뵈니 저도 힘이 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환호와 박수가 크게 터져 나왔다. 현직 대통령의 여당 연찬회 참석이 처음이어서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만찬장에는 술 대신 지역특산품인 오미자 주스가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을지연습이라서 술은 못하지만 술 마신 것과 똑같은 그런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도 좀 풀면서 가을 국회에서 정부를 열심히 운영해서 국민들께 신뢰를 드릴 수 있는 당정 간의 튼튼한 결속을 우리 전부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 또 장·차관들을 향해 “국회에서 오라고 할 때 가지 말고 뭐든지 사전에 다 상의하고 이렇게 해서…”라고 하자 장내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의원들과 일일이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스킨십 행보를 이어 갔다. “오늘 여러분을 보니 가기 싫다”며 너스레를 놓듯이 만찬장을 떠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나자 의원들 사이에선 또다시 환호가 나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털썩 주저앉아 밤새 얘기하고 싶은데, 오늘은 이만 가겠다. 유익하고 보람된 연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만찬장을 나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 이어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당내 화합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은 “(대통령과) 덕담을 나눴다. 예전 인수위원장 시절 한 번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며 “단합, 화합을 많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준석 사태’ 등 당 상황과 관련해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윤 대통령은 이날도 당무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당내 상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수원에 약 1시간 40여분간 머문 뒤 떠났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찬회 메시지는 소속 의원 간, 당정 간 결속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정감사와 개혁 입법 및 내년 예산안 처리 등 오는 9월부터 시작하는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윤석열 정부 2년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면한 민생·입법 현안에 당정이 힘을 합쳐 줄 것을 당부한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당정의 결속과 분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더불어 당무나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직접 발언을 삼가면서도 의원들의 단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통해 당 상황을 질서 있게 정리하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 현안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는 기조이지만 이번 연찬회 참석을 계기로 의원들과 직접 스킨십을 넓히며 향후 당 장악력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 “택시로 착각해 차에 탄 할아버지 모셔다 드리느라”…면접 늦은 청년의 사연

    “택시로 착각해 차에 탄 할아버지 모셔다 드리느라”…면접 늦은 청년의 사연

    면접을 보러 가던 청년이 택시로 착각하고 자신의 차에 탄 뇌졸중 노인을 집까지 모셔다 준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면접관님, 이 영상 좀 봐주세요. 제가 면접 날 늦은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차를 몰고 면접을 보러 가고 있었다. 당시 A씨는 4차선으로 차선 변경 후 신호를 대기하던 중이었다. 이때 횡단보도 인근 인도에 서 있던 한 노인이 A씨 차량에 올라탔다. 블랙박스에는 A씨가 당황한 듯 “어르신, 택시 아닌데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노인이 무엇인가 말하자 A씨는 “한의원이요? 네?”라며 되묻기도 한다. 신호를 대기하던 A씨는 우선 차량을 출발했고, 노인은 한의원, 슈퍼마켓 등으로 가 달라고 요구했다.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은 채 A씨는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A씨는 차를 정차한 후 “댁이 어딘지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면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목에 차고 있던 목걸이를 보여줬다. 목걸이에는 ‘뇌졸중 1급 환자’라는 설명과 함께 거주지가 적혀있었다. 이후 A씨는 노인을 해당 주소에 데려다 준 뒤, 그가 집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다시 면접 장소로 출발했다. 결국 A씨는 면접에 30분 늦었다. A씨는 “면접관이 ‘시간 준수 부탁했는데 늦으셨네요’라며 인상을 찌푸렸다”면서 “당연히 제가 자초한 일이니 핑계라고 생각하지만, 몸이 아프신 분을 보니 차마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고 면접관님께 말했다. 다행히 면접관님이 이해해주셔서 늦었지만 면접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문철 변호사는 “면접관이 이 영상을 보셔야 할 텐데, 이런 분 뽑기 쉽지 않다”며 “댁까지 보내드린 마음이 고마워서 최신형 블랙박스를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이후 A씨는 “1차 면접에 합격했다”며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 핀란드 뒤집은 30대 총리 ‘광란의 파티’

    핀란드 뒤집은 30대 총리 ‘광란의 파티’

    2019년 34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총리에 오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또다시 ‘광란의 파티’로 마약 투약 의혹과 불륜설이 불거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눈앞에 둔 엄중한 시기에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난과 ‘사생활 영역’이라는 반론이 엇갈린다. 20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마린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려를 불식시키 위해) 마약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1주 내 나올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도 때로는 파티에서 춤을 추고 노래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유권자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소셜미디어에는 핀란드 가수 등 유명인사들과 함께 마린 총리가 뒤통수에 손을 올리고 격정적으로 춤을 추며 한 남성의 무릎에 앉아 있는 영상이 돌았다. 특히 영상에서 핀란드어로 ‘코카인’을 뜻하는 은어가 들렸다는 주장이 나오며 그가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두 번째 유출된 동영상에는 한 남성 팝스타가 마린 총리의 목에 키스하는 것처럼 보여 불륜설이 제기됐다. 마린 총리와 팝스타는 “그저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영상 속 마린 총리의 모습은 지도자로서 국격을 떨어뜨리고 핀란드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인접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을 맞은 가운데 이로 인한 안보 불안에서 촉발된 핀란드의 나토 가입 등 중차대한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가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12월에도 코로나19에 걸린 외무부 장관과 밀접 접촉한 뒤 이를 모르고 새벽까지 친구들과 클럽에서 춤을 춘 문제로 사과한 전적이 있다. 반면 정치인이라도 사생활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옹호론도 만만찮다. 헬싱키 대학생인 민투 킬리아이넨은 USA투데이에 “총리도 인생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백 명의 핀란드 여성이 마린 총리를 지지하기 위해 ‘산나와 함께’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춤을 추며 파티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20일 보도했다.
  • 주호영 “1말 2초 새 지도부 뽑는다…이준석 가처분 기각될 것”

    주호영 “1말 2초 새 지도부 뽑는다…이준석 가처분 기각될 것”

    차기 당대표 선출 시기와 관련해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말인 12월경에 전당대회를 시작하면 1월 말이나 2월경에 아마 새 지도부가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21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이번 비대위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전당대회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에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선 “비대위를 하는 게 맞냐, 소집 절차가 맞았느냐 하는 게 하나의 쟁점이고, 두 번째 쟁점은 비대위 출범을 ARS로 의사를 물었는데 그게 허용되느냐 여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가처분 결과가 기각될 거란 확신을 갖고 있고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만, 설사 절차적 문제로 가처분 결과가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그 절차를 고쳐서 하면 되기 때문에 가처분 결과가 그렇게 많이 영향을 못 미칠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전 대표를 만날 가능성에 대해선 ‘사건을 오래 끌면 대통령에게도 타격이 있다’며 “가급적 이 문제를 재판으로 끝까지 공격하는 걸로 두지 말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잘 해결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고 많이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전당대회 재출마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전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가처분이 어떻게 되느냐에도 영향이 있고, 이 전 대표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날짜를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한편 취임 100일을 넘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두고 주 위원장은 “다음 기자회견 때는 객관적인 성과가 있는 것을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성과를 좀 냈으면 좋겠다”며 “검찰 출신을 너무 많이 쓴다거나, 아는 사람 위주로 쓴다는 것도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현안인 대통령실 개편에 대해선 “정권 초기 비서진들 팀워크가 아직 잘 구성이 못 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비서실장, 홍보수석, 정무수석의 팀워크가 완전히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당과 대통령실 간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5세 아동 취학 문제는 당과 상의만 했으면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중요한 정책이 여당 정책위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되는 일이 없도록 저희들이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 8언더파 ‘폭풍 버디’ 김비오·8버디 옥태훈 2라운드 공동 1위… ISK 우승 정조준

    8언더파 ‘폭풍 버디’ 김비오·8버디 옥태훈 2라운드 공동 1위… ISK 우승 정조준

    김비오(32)가 인터내셔널시리즈코리아(ISK·총상금 150만 달러) 2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비오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옥태훈(24)도 버디 8개, 보기 1개로 64타를 치며 중간 합계 10언더파로 김비오와 함께 우승 경쟁에 불을 붙였다. 19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제주컨트리클럽(파71·7079야드)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 2라운드에서 버디 9개, 보기 1개를 기록해 8언더파 63타를 쳤다. 1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친 김비오는 중간 합계 10언더파 132타로 3라운드를 챔피언조에서 시작할 전망이다. 이날 김비오는 페어웨이 안착률 85.71%, 그린 적중률 83.33%를 기록했다. 퍼팅 수도 26개로 안정적이었다. 1라운드에 비해 샷이나 퍼트 모두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전반 11번(파4) 홀부터 버디 행진에 시동을 건 김비오는 13번(파4)홀에 이어 15번(파5), 16(파4)번홀에서도 버디를 낚았다. 18번(파5)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하더니 후반 1·2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고, 4번(파5), 6번(파4), 7번(파4) 홀에서도 연속해서 버디를 잡아냈다. 옥태훈은 전반 2~4번홀에서 세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5번(파3) 홀에서 보기가 있었으나 9번(파4) 홀에서 버디로 막은 그는 후반에서 버디 4개를 더 솎아내며 김비오와 함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비오는 “마지막 홀에서 아쉽게 돌아 나왔지만 그래도 잘 마무리했다”면서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티 샷도 생각했던 볼이 많이 나왔고 아이언 거리 컨트롤도 좋아서 버디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퍼팅 감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가까운 거리가 많기는 했는데 그린 스피드를 잘 맞춰서 버디 9개 잡은 원동력이 됐다. 나머지 이틀도 지금 한 것처럼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으로 김비오는 ‘퍼트’를 꼽았다. 김비오는 “퍼트가 좀 밀리는 감이 있어, 퍼팅 코치와 스타트 라인을 어느 정도 똑바로 갈 수 있게 잡았다. 1라운드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2라운드에서는 잘 됐다”고 설명했다. 1, 2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쳐 우승을 바라보게 된 상황에 대해선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위치에 있으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캐디와 한 샷, 한 샷 잘 상의해서 하다보면 트로피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올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김한별(26)이 중간 합계 8언더파 134타로 3위를 차지했고, 서요섭(27)은 7언더파 135타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리더보드 상단 4명이 한국 선수다. 1라운드 선두였던 파윗 파윗 탕카몰프라서트(태국)은 1오버파를 치며 중간 합계 6언더파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저스틴 하딩(남아공) 역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 1세대 패션의 귀환…뉴진스 타고 와이드핏이 왔다, 마침내 [명품톡+]

    1세대 패션의 귀환…뉴진스 타고 와이드핏이 왔다, 마침내 [명품톡+]

    와이드핏, 드디어 주인 만났다딱 맞는 옷 벗어던져활동성 강조한 과거로“지지지지 베이베 베이베…”, “누난 너무 예뻐”…. 2000년대 말, 2010년 초반을 강타한 건 스키니바지였습니다. 유럽의 영향을 받았던 SM엔터테인먼트는 소녀시대, 샤이니등 당시 출격하는 그룹에 상징처럼 스키니바지를 입게 했죠. 그 콘셉트는 지난 10년간 다리에 자신없는 이들을 괴롭혔습니다. 기사도 쏟아졌죠. 스키니바지는 혈액순환을 막는다는 주장부터 건강에 좋지 않으니 지양하라는 추천도 이어졌습니다. 민망할 정도로 다리를 강조하던 시대가 가고, 마침내 와이드핏이 돌아왔습니다. ● 대중에 안착한 와이드핏보디 포지티브 등장 후 20년 지나 패션업계서는 이미 지난 2010년대 말, 2020년 초부터 와이드핏이 성행했습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쇼에 오른 제품이 대중에게 와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스키니핏이 소녀시대, 샤이니라는 시대의 상징을 타고 대중에 안착했듯, ‘한 방’이 필요했죠. 2010년대 말 국내에도 수입돼 일부 각광받았던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운동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른바 ‘자기몸긍정주의’로 읽히는 이 개념은, 서구 사회에서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온 말입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식이 조절은 하지 말자’는 등의 주장을 담은 이 주장은 개성이 중시되는 MZ시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오늘날에야 대중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미국 보디 포지티브 설립자 중 한 명인 코니 소브잭은 식이장애를 앓다 죽은 동생을 기리며 보디 포지티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평생 다이어트를 이어가던 그는 체형 때문에 고통받느니 이를 긍정하자고 생각했죠. 이 때문에 1996년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지난 1984년 미국 격주간지 ‘뉴욕 매거진’의 ‘새로 등장한 금욕주의자들’ 꼭지에 따르면, 미국 13~22세 여성 200명 또는 250명 중 한 명꼴로 거식증에 시달렸고, 여대생 12~33%는 구토, 이뇨제 등을 복용해 체중을 관리했습니다. 이러한 수순에서 1990년대 말 거부 반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긴 머리 휘날리며 돌아온1990년대 그 패션, 다시 정착하다 당시 국내 이른바 ‘대세’ 걸그룹도 와이드팬츠를 입었습니다. 보이그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재킷, 커다란 품의 바지. 몸매를 드러내지 않아도 청순한 이미지로 팬들을 모았죠. 핑클, SES, HOT, 젝스키스 등 1세대를 강타했던 그룹들은 이런 패션을 입었습니다. 당대 서구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죠. 2000년대가 되자 이른바 ‘Y2K’ 패션이 유행했습니다.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지구오락실’에서 멤버들의 콘셉트로 잡기도 했던 이 패션은, 패션 커뮤니티서 ‘혼돈의 패션기’로 불리기도 합니다. 벨로아 트레이닝복, 큰 티와 카고바지, 볼레로 등 여러 핏이 존재했던 이 시기는 2010년대 스키니바지로 막을 내렸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죠.● 럭셔리와 엔터계의 메타버스 사업오히려 레트로 향수 불렀다 메타버스, 아바타, 제2의 자아…. 아바타로 열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Next Level’을 외치던 사람들은, 레트로 감성을 그리워했던 모양입니다. 이달 8일 데뷔한 하이브 계열사 어도어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는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며 소위 ‘초대박’을 쳤습니다. 초동 기록을 세웠고, 이들을 기획한 민희진 대표이사는 “역시 민희진”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자신의 향수에서 가져왔다는 콘셉트는, 그간 패션계에 그림자만 떠돌던 레트로의 핵심을 정확히 파고들었습니다. 긴 생머리, 옅은 화장, 편안해 보이는 복장, 그 옛날 걸그룹을 연상케 하는 듣기 편한 노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뉴진스는 이름부터 ‘새 청바지’입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매일 찾는 청바지, 그 자체가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AR필터로 자신의 얼굴을 손보고, 메타버스 속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며, 사이버틱한 콘셉트에 젖었던 소비자들은 정확히 향수를 자극받았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NFT를 위해 가짜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 아이돌의 가상버전을 만들어 옷을 입히는 등 ‘이해할 수 없던 세계’에 한바탕 질린 것입니다. 제페토에서 구찌 아이템을 사고, 유료 화폐가 뭔지 공부하며, 메타버스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출시했다는 소식보다 직관적으로 들리는 음악, 뮤직비디오에 명확히 나오는 멤버들의 얼굴 등에 대중이 반응한 것입니다. 민 대표는 앞서 걸그룹을 론칭하기 전 헤겔의 ‘정반합’ 이론에 따른다고 했습니다. 한껏 미래세계로 끌어왔던 시장의 주류는 다시 레트로로 당겨지고 있습니다.● 럭셔리의 시작은 ‘와이드’ 패션은 돌고 돕니다. 1980년 호주에선 라코스테, 랄프 로렌 등을 중심으로 큰 핏의 상의가 유행했습니다. 어깨선은 본인 어깨보다 넓어야 했죠. 지금의 이른바 ‘오버사이즈’ 핏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런 핏은 과거 ‘하의실종’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서도 유행했지만, 지금과 다른 것은 ‘하의실종’이 아닌 ‘하의 있음’이라는 차이가 있겠군요. 1970년대 중반~1989년, 미국 뉴욕서는 랄프 로렌, 루이비통, 구찌, 아디다스, 캉골 등을 중심으로 청바지, 트레이닝복, 큰 핏의 상의가 유행했습니다. 당시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힙합 패션이 인기있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초반에는 피에르 가르뎅 등을 중심으로 넓은 하의가 유행했습니다. 호주에서처럼, 상의는 딱 맞아야 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 판매됐떤 짧은 크롭티같은 상의와 넓은 바지의 조합이 유행했던 겁니다.  이런 조합은 국내 일부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실제 유튜브 패션 블로거, 커뮤니티 등에는 손바닥만한 티셔츠를 지적하는 콘텐트와 그에 대한 동조가 이어집니다.  ● 비비안 웨스트우드·샤넬…‘힙하거나 편하거나’ 비슷한 시기, 영국에선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중심으로 큰 재킷이 유행했습니다. 펑크족이 유행했던 당시, 얼굴에 피어싱을 하거나 기존의 유행과 다른 패션을 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일부 존재했습니다. 최근 디올서 출시했던 타탄무늬의 전통 킬트 기반 라인도 이 때 영국서 많이 보이던 옷입니다. 실제 당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머리를 탈색한 후 뾰족하게 만들었습니다. 옷핀을 귀걸이처럼 착용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유행은 오늘날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모자에 단 옷핀, 귀걸이에 달린 옷핀을 패션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 실용주의, 패션서 승리하다 1930년대는 샤넬을 중심으로 프랑스에서 통 넓은 바지가 각광받았습니다. 이 당시 바지는 여성들에게 대중화되기 전이었습니다. 시대적 혼란을 거쳐 편안한 옷이 중시되면서 핏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 편안한 바지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코코 샤넬)은 패션업계에 진출하면서 단순하고 입기 편한 옷을 만들겠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가 나타나면 사람들은 작은 키에 놀랐다. 언제나 검은 계통의 간편한 옷을 입었다.” (1920년대, 작가 모리스 작스) 당대 ‘사내 같은 여자’라고도 불렸던 샤넬은 일찍이 옷의 제기능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당시 여성스러움이 강조되던 옷이 아닌 편안한 옷을 만들었던 샤넬은,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유럽에 영향을 주었고, 샤넬은 결국 승리자로 역사에 남았죠. 실용주의, 오늘날 패션계에서도 뗄 수 없는 말입니다. 손바닥만한 티셔츠, 사이버틱한 장신구와 콘셉트…. 이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실용성을 기반한 활동복이 된 시대로 돌아왔습니다. 
  • 깜찍하고 귀여운 돌고래 바키타 멸종 카운트다운, 이제 10마리 남았다

    깜찍하고 귀여운 돌고래 바키타 멸종 카운트다운, 이제 10마리 남았다

    멕시코에만 서식하는 바키타 돌고래의 멸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 언론은 복수의 전문가와 조사보고서를 인용, "바키타 돌고래의 개체 수가 이제 10마리뿐"이라면서 최근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바키타 돌고래 개체 수는 최소한 560마리로 추정됐다. 멸종위기였지만 그래도 세 자릿수 개체 수에 일반인은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200마리로 개체 수가 줄더니 가장 최근의 조사에선 이제 생존한 바키타 돌고래가 10마리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은 "지난 10년간 바키타 돌고래의 98.6%가 사라졌다"면서 "1~2년 내 바키타 돌고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키타 돌고래는 Phocoena sinus라는 학명을 가진 고래목 쇠돌고래과로 멕시코에만 서식한다. 멕시코 북서부 칼리포르니아 걸프에 모여 산다.  다 자라도 길이는 140~150cm에 불과해 바키타 돌고래는 지구상에 서식하는 돌고래 중 가장 덩치가 작은 종으로 알려져 있다. 깜찍한 덩치에 마치 아이라인 화장을 한 듯한 눈을 갖고 있어 특히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바키타 돌고래를 멸종의 위기에서 건지려면 토토아바 불법조업부터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토토아바는 바키타 돌고래가 서식하는 칼리포르니아 걸프에 사는 물고기다.  돌고래 멸종을 막아야 하는데 왜 전문가들은 고기잡이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일까. 바키타 돌고래가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 내린 어망에 걸려 죽는 경우가 워낙 빈번하기 때문이다.  토토아바 역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레드리스트에 올린 멸종위기 어종이다. 멕시코도 보호를 위해 토토아바 조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칼리포르니아 걸프에선 아직도 불법조업이 성행한다.  현지 언론은 "불법조업이 여전한 데는 중국의 수요가 배후에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토토아바의 부레라고 한다.  익명을 원한 멕시코 정부 관계자는 "토토아바의 부레가 중국 지하시장에서 kg당 8000달러(약 1058만원)에 거래된다"면서 "(토토아바가) 괜히 바다의 코카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바키타 돌고래 보호를 위해 멕시코 정부가 서식지에 선박의 진입을 금지하는 등 극단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멸종이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보다 강력한 감시 등 추가조치가 시급하다고 보도했다.
  • “민주당 독점 깨야 광주 미래 있죠… 건강한 지역 야당, 정치개혁 첫걸음”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민주당 독점 깨야 광주 미래 있죠… 건강한 지역 야당, 정치개혁 첫걸음”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지난 6·1 지방선거 때 광주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광주 지역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 구조가 유지되는 한 광주시민들이 더이상 선거의 효용성 자체를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죠.” 참여자치21은 광주의 대표적 시민단체 중 하나다. 1998년 창립 이후 지역 사회의 정치, 경제, 환경, 복지, 노동, 교육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묵직하게 내놓으며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일 만난 기우식(52)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여러 분야의 활동 과제 중에서도 강력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기 처장은 “광주는 민주화의 도시라는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일당 독점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이러한 경향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건강한 지역 정치 질서를 만들기도 어렵다”면서 “건강한 지역 야당을 만들어 견제와 균형의 구조적 질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의 실천적 과제”라고 말했다. 광주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지난 6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첫 지방선거에서 64.8%를 기록한 이후 역대 최저 투표율이다. 게다가 광주 지역 5개 구청장 중 1개 구청장과 시의회 의원 20명 중 1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이 아니면 당선이 어려운 일당 독점 폐해 탓이다. 시민들로서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자치분권에 대한 비전의 부재, 제도의 미비 탓도 크겠지만 말이다. ● 민주 내부개혁 vs 새 정당·새얼굴 발굴 기 처장은 “민주당 내부의 변화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 내자는 의견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과 정치인을 발굴해 정치 구조의 변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의 방법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지점을 얘기했다. 이러한 실천 의지의 연속선상에서 오는 21일 치러지는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 평당원인 최회용 참여자치21 전 공동대표가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을 바꾸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통해 정치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병훈 의원과 평당원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다. 결과를 떠나 현실적인 고민 또한 많다. 그동안 참여자치21의 대표나 운영위원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이들이 제법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민형배 의원, 윤영덕 의원, 이형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 현역 의원 8명 중 3명이 참여자치21을 거쳤으니 적지 않은 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시민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였지만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제도정치권에 진출한 순간, 참여자치21과 무관한 사람이 돼 버리는 게 가장 아픈 지점”이라면서 “민주당을 통한 정치 참여의 한계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 처장은 “사실 민주당 내부에서 지역 정치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매우 부족하고 시민사회 요구에 대한 호응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민주당 내부 개혁 주장의 성공 가능성은 물론이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있긴 힘들 것 같다”면서 “시민들의 힘에 기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명백함을 감안하면 착실히 준비한 뒤 다음 총선 때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독자적 후보 1~2명을 내는 것을 또 다른 단기적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칭 ‘참여자치21 10년 집권 플랜’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연결해서 큰 방향의 의제를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의 연구소 설립, 광주 지역 콘텐츠 생산 총서 발간 등을 중단기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기 처장은 4년 전 운영위원으로 참여자치21과 인연을 맺은 뒤 정책위원장을 거쳐 2년 전부터 사무처장 업무를 맡고 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 신망이 두텁고, 시의회·시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점에 견줘 보면 시민사회 활동 이력이 생각보다는 짧다. ● 혁명의 삶, 새로운 성찰 그는 청년 시절 혁명을 꿈꿨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 대학에 입학했고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됐다. ‘사회주의’라는 인류 사회에 설정해 놓은 도저한 미래의 가치와 이념이 혼돈과 불안의 시대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객관적 조건의 변화는 그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우리 사회 모순은 그대로였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30대 후반까지 서울, 마산, 울산 등을 돌며 노동운동을 했고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다. 하지만 2007년 운동을 그만뒀다. 십수 년 해 온 노동운동에 대한 회의는 아니었다. 그사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며 드는 현실적인 문제와 생계의 해법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 내 삶의 전부와도 같던 운동과 동료들을 떠나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내 삶이 통째로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가끔씩 동료들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 10년 전 광주로 내려와 논술학원을 차린 뒤 한동안 일만 했다”면서 삶의 변곡점이 됐던 낙향의 과정을 담담히 설명했다. 그리고 성당을 다니면서 세례도 받았다. 한 신부님이 자신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쭉 듣더니 불쑥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혁명이 뭡니까?” 말문이 턱 막혔다. 한번 더 성찰하고 각성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청춘을 통째로 바쳐 가며 혁명을 꿈꿨던 삶을 살았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 처장은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만뒀더라도 건강한 시민의 역할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한 계기였다”면서 “나 자신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내가 어느 자리에 서 있건 나와 또 다른 나, 이웃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겸손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운동’에 나섰다.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반찬 봉사활동’을 했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그러다가 조금 더 의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인문학 공부 모임도 만들었고,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아예 동네 사랑방으로서 ‘마을 플랫폼’도 만들었다. 관계는 넓어졌고, 마을 운동은 그렇게 계속 확장됐다. 현실의 변화에 있어 정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빠질 수 없었다. 이웃 마을과 함께 ‘정치 쌀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마을 운동은 ‘인권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재정립됐다. 기 처장은 “꼭 운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을 운동을 하면서 우리 일상의 많은 문제를 발견했다”면서 “국가 운영 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가 시민의 삶과 마을 공동체 등과 잘 공존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 시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활동의 위상과 과제를 확장하려고 하던 차에 참여자치21을 알게 됐다”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함께하게 된 것이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 시민 목소리 높여 세상 바꿔야 한 시절 노동운동을 통해 혁명을 꿈꿨던 청년은 평범한 이웃과 어울려 지내며 개인 삶의 또 다른 혁명, 사람 관계의 혁명에 좀더 가깝게 다가갔다. 작은 공동체를 통해 시작하는 자치와 분권은 가치이자 목표가 됐고 그렇게 자신의 고향(전남 함평)도, 주요 사회활동지역(서울)도 아닌 광주에서 대표적 시민사회 운동가가 됐다. 그는 “중앙이건 지방이건 시민사회가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행하는 방식의 운동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모든 이슈에 대항하는 ‘백화점식 운동’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새로운 영향력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제도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려면 시민의 삶에 긴밀히 연결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반지하 내몰린 아이들… 몸도 마음도 더 아파요

    반지하 내몰린 아이들… 몸도 마음도 더 아파요

    “가뜩이나 아이들과 반지하에서 살기 힘들었는데 수해까지 겹쳤네요. 당장 다음주가 개학인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1년 내내 달고 사는 기관지염, 하수구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기어 나오는 벌레들. 서울에서 아이 넷을 키우는 김영주(39·가명)씨에게 ‘반지하’는 최악의 주거 환경이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지다. 김씨는 이번 수도권 폭우 때 변기와 싱크대로 오물이 역류해 집기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이재민 대피소에서 아이 넷을 돌보기가 여의치 않아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김씨는 “애들을 데리고 방이 하나인 원룸에 살 수도 없고 집주인이 아이가 많은 가구가 세 들어오는 것을 꺼리다 보니 반지하로만 돌 수밖에 없었다”며 “서울시가 임대주택 이주를 도와준다고 해도 내 순서는 언제 올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퇴출을 선언한 반지하는 아이를 키우는 저소득층 가구가 내몰리는 마지막 보루다. 저렴한 가격에 방이 여러 개 딸린 집을 찾다 보니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지하와 같이 취약한 주거 환경은 아동의 신체·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반지하 주거 상향 대책과 맞물려 그동안 소외돼 왔던 ‘아동 주거권’이 우선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서울시 아동가구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서울에 살며 만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는 83만 8696가구로, 이 가운데 지하·옥상에 거주하는 가구는 4만 594가구로 추정된다.주택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을 점수로 나타낸 결과 지하·옥상 가구는 5점 만점에 2.20점(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전체 평균인 3.37점보다 크게 낮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아동 가구가 적정한 면적을 구하려면 아직은 반지하가 대안”이라며 “아이들의 의지로 반지하에 사는 것도 아닌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고 밝혔다. 반지하는 채광과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주 아동의 건강상태도 열악했다. 지하·옥상 가구 첫째 아동의 신체적 건강상태(3.83점)와 정신적 건강상태(3.77점) 모두 전체 평균(각각 4.31점, 4.36점)보다 낮았다. 특히 아동 질병을 조사한 결과 감기·기관지염(77.7%), 천식(7.4%) 등 호흡기 질환에 취약했다. 주거 형태는 아동의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체 가구 아동의 50.8%가 ‘친구를 데려온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지하·옥상 가구는 집에 놀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 등으로 친구를 초대한 경우가 19.0%에 그쳤다. 서울시는 ‘아동주택바우처’를 통해 만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차상위계층 가구 등에 월 4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번 폭우를 계기로 반지하 거주 가구의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동의 주거권 보장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상습침수지역의 경우 정책 대상을 반지하에 거주하는 아동과 장애인, 노인 등 주거 약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자가로 반지하에 사는 가구는 무주택자 등에게 정책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아동 가구에 한해서라도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일당 독점 광주 정치, 바꿔야죠”[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민주당 일당 독점 광주 정치, 바꿔야죠”[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지난 6·1 지방선거 때 광주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광주 지역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 구조가 유지되는 한 광주시민들이 더이상 선거의 효용성 자체를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죠.” 참여자치21은 광주의 대표적 시민단체 중 하나다. 1998년 창립 이후 지역 사회의 정치, 경제, 환경, 복지, 노동, 교육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묵직하게 내놓으며 활동하고 있다. 지난 9일 만난 기우식(52)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여러 분야의 활동 과제 중에서도 강력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기 처장은 “광주는 민주화의 도시라는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일당 독점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이러한 경향은 심화될 수밖에 없고 건강한 지역 정치 질서를 만들기도 어렵다”면서 “건강한 지역 야당을 만들어 견제와 균형의 구조적 질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의 실천적 과제”라고 말했다. 광주시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지난 6월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첫 지방선거에서 64.8%를 기록한 이후 역대 최저 투표율이다. 게다가 광주 지역 5개 구청장 중 1개 구청장과 시의회 의원 20명 중 1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이 아니면 당선이 어려운 일당 독점 폐해 탓이다. 시민들로서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자치분권에 대한 비전의 부재, 제도의 미비 탓도 크겠지만 말이다. 기 처장은 “민주당 내부의 변화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뤄 내자는 의견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정당과 정치인을 발굴해 정치 구조의 변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주요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치개혁의 방법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지점을 얘기했다. 이러한 실천 의지의 연속선상에서 오는 21일 치러지는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경선에 평당원인 최회용 참여자치21 전 공동대표가 출마 선언을 했다. 민주당을 바꾸고,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통해 정치를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병훈 의원과 평당원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다. 결과를 떠나 현실적인 고민 또한 많다. 그동안 참여자치21의 대표나 운영위원 등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이들이 제법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을 비롯해 민형배 의원, 윤영덕 의원, 이형석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광주 현역 의원 8명 중 3명이 참여자치21을 거쳤으니 적지 않은 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시민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취지였지만 조직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제도정치권에 진출한 순간, 참여자치21과 무관한 사람이 돼 버리는 게 가장 아픈 지점”이라면서 “민주당을 통한 정치 참여의 한계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 처장은 “사실 민주당 내부에서 지역 정치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이 매우 부족하고 시민사회 요구에 대한 호응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민주당 내부 개혁 주장의 성공 가능성은 물론이고 설령 성공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있긴 힘들 것 같다”면서 “시민들의 힘에 기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명백함을 감안하면 착실히 준비한 뒤 다음 총선 때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독자적 후보 1~2명을 내는 것을 또 다른 단기적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가칭 ‘참여자치21 10년 집권 플랜’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연결해서 큰 방향의 의제를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의 연구소 설립, 광주 지역 콘텐츠 생산 총서 발간 등을 중단기 계획으로 세우고 있다. 기 처장은 4년 전 운영위원으로 참여자치21과 인연을 맺은 뒤 정책위원장을 거쳐 2년 전부터 사무처장 업무를 맡고 있다. 광주 시민사회에서 신망이 두텁고, 시의회·시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점에 견줘 보면 시민사회 활동 이력이 생각보다는 짧다. 그는 청년 시절 혁명을 꿈꿨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90년 대학에 입학했고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됐다. ‘사회주의’라는 인류 사회에 설정해 놓은 도저한 미래의 가치와 이념이 혼돈과 불안의 시대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객관적 조건의 변화는 그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지만 우리 사회 모순은 그대로였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30대 후반까지 서울, 마산, 울산 등을 돌며 노동운동을 했고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다.하지만 2007년 운동을 그만뒀다. 십수 년 해 온 노동운동에 대한 회의는 아니었다. 그사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가 생기며 드는 현실적인 문제와 생계의 해법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 내 삶의 전부와도 같던 운동과 동료들을 떠나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내 삶이 통째로 없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가끔씩 동료들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 10년 전 광주로 내려와 논술학원을 차린 뒤 한동안 일만 했다”면서 삶의 변곡점이 됐던 낙향의 과정을 담담히 설명했다. 그리고 성당을 다니면서 세례도 받았다. 한 신부님이 자신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쭉 듣더니 불쑥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런데 혁명이 뭡니까?” 말문이 턱 막혔다. 한번 더 성찰하고 각성하게 만든 질문이었다. 청춘을 통째로 바쳐 가며 혁명을 꿈꿨던 삶을 살았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 처장은 “세상을 바꾸는 일은 그만뒀더라도 건강한 시민의 역할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한 계기였다”면서 “나 자신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내가 어느 자리에 서 있건 나와 또 다른 나, 이웃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겸손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운동’에 나섰다.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반찬 봉사활동’을 했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그러다가 조금 더 의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인문학 공부 모임도 만들었고, 기초자치단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아예 동네 사랑방으로서 ‘마을 플랫폼’도 만들었다. 관계는 넓어졌고, 마을 운동은 그렇게 계속 확장됐다. 현실의 변화에 있어 정치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빠질 수 없었다. 이웃 마을과 함께 ‘정치 쌀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마을 운동은 ‘인권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재정립됐다. 기 처장은 “꼭 운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을 운동을 하면서 우리 일상의 많은 문제를 발견했다”면서 “국가 운영 시스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지방정부가 시민의 삶과 마을 공동체 등과 잘 공존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의회, 시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활동의 위상과 과제를 확장하려고 하던 차에 참여자치21을 알게 됐다”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함께하게 된 것이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한 시절 노동운동을 통해 혁명을 꿈꿨던 청년은 평범한 이웃과 어울려 지내며 개인 삶의 또 다른 혁명, 사람 관계의 혁명에 좀더 가깝게 다가갔다. 작은 공동체를 통해 시작하는 자치와 분권은 가치이자 목표가 됐고 그렇게 자신의 고향(전남 함평)도, 주요 사회활동지역(서울)도 아닌 광주에서 대표적 시민사회 운동가가 됐다. 그는 “중앙이건 지방이건 시민사회가 시민의 이해와 요구를 대행하는 방식의 운동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모든 이슈에 대항하는 ‘백화점식 운동’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새로운 영향력을 가질 때가 됐다”면서 “제도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려면 시민의 삶에 긴밀히 연결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높여야지만 궁극적으로 시민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당 ‘이재명 방탄’ 이어 ‘文 지우기’ 내홍… 친명 vs 비명 갈등 격화

    민주당 ‘이재명 방탄’ 이어 ‘文 지우기’ 내홍… 친명 vs 비명 갈등 격화

    더불어민주당이 8·28 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이재명 방탄 당헌 개정’에 이어 ‘문재인 지우기’ 등 당헌·당규 및 강령 개정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내부 논의 끝에 이뤄진 결론이어서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친명(친이재명), 비명(비이재명) 간 갈등은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핵심 쟁점은 ‘부정부패 당직자 기소 시 직무 정지’라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개정하는 문제와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 1가구 1주택 등 ‘문재인 정부 정책 철학’을 삭제하는 안이다. 전준위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현행 당헌 80조 1항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의 당직을 정지한다’로 수정해 16일 의결할 전망이다.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 1가구 1주택 등의 표현을 수정하는 안도 같은 날 처리된다. 이에 비명 측 3선 이원욱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해 “이재명 의원의 ‘사법 리스크’를 걱정하는 당원들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 후 기소를 당해도 당 대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적의 흉기로 동지를 찌르지 마라.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반발했다. ‘문재인 지우기’에 대해서도 친문(친문재인) 최고위원 후보인 윤영찬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 당장 멈추시라”면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다운 민주당’이며 동시에 ‘새로운 민주당’”이라고 꼬집었다. 당권에 도전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 13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친전을 보내 당헌 개정안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고견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당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우리 당의 리더 그룹인 국회의원님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며 “비록 절차적으로 전준위에서 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2년 뒤 총선에서 전장의 장수로 나서야 하는 의원님들의 의사가 무엇보다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전날 열린 8·28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PK)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부산 73.69%·울산 77.61%·경남 75.53%)로 누적득표율 74.59%를 기록하며 2위 박용진 후보(20.7%)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3위에 이름을 올린 강훈식 후보는 누적득표율 4.71%를 얻었다. 지난주 치러진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에 이어 ‘부울경’에서도 이변 없는 확대명 기조가 이어진 셈이다. 이들 세 후보는 14일 전당대회 ‘반환점’인 충청 지역 순회경선에서 중원 표심 공략에 나섰다. 세 후보는 이날 오전 충남 공주 교통연수원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 ‘불확실성’ 부른 기후위기… 기록적 폭우 더 잦아진다

    ‘불확실성’ 부른 기후위기… 기록적 폭우 더 잦아진다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역대급 수증기, 대기 정체, 이상 고온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기상청이 위치한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낳은 역대급 폭우는 앞으로도 잦을 전망이어서 가장 근접한 답을 찾아내는 기상예보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의 원인을 “비의 재료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곳곳에 형성됐고 대기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한반도 내에서 정체한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성묵 기상청 재해기상대응팀장은 14일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온 상태에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났고, 태평양 등 바다 수온도 올라 물이 증발하면서 내뿜은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돼 역대급 수증기량을 품은 비구름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블로킹’이다. 블로킹은 대기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특정 조건에서 그대로 멈춰 서게끔 하는 ‘벽’과 같은 존재다. 이번 폭우 때도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캄차카반도 쪽으로 흐르는 대기 길목이 막혀 저기압 소용돌이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찬 공기 형태로 한반도로 내려와 정체전선이 묶였다. 블로킹은 고위도에는 따뜻한 공기를, 저위도에는 차가운 공기를 계속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김 팀장은 “8월 상순에 이번처럼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내려오며 호우가 길어진 경우가 자주 있지 않았다”면서 “블로킹 현상은 워낙 예측 불확실성이 큰 요소”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제주에 폭염이 몰아닥친 것도 블로킹 현상과 관계가 있다. 이 현상은 대기 흐름을 방해하며 ‘높낮이’를 구분 짓는데,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듯 따뜻한 공기가 팽창해 솟아오른 부분을 ‘능’이라고 봤을 때 반대로 아래로 꺼진 부분은 찬 공기가 내려오는 ‘골’로 두 지역에 상반된 날씨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번 폭우처럼 예측이 어려운 극한 기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통상 10년 이상 긴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기후 평균 상태 또는 변동성 지표를 따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극한 고온 및 저온이 계속 관측되는 등 기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과거 통계로 예상할 수 없는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이상 기온은 기후 및 기상을 관측할 때 변동성을 키워 그만큼 정확한 예보도 더욱 어렵게 됐다. 이번 폭우 직전에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시간당 50~100㎜ 비를 경고했지만, 실제 동작구에는 시간당 14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리는 지역이나 정체전선의 위치 등을 예보했지만 유례없는 강수량 등을 정확히 짚지는 못한 것이다. 유 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1.5배는 더 살펴봐야 정확도가 비슷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6도 상승했다.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 역시 각각 1.1도와 1.9도 올랐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균 기온 상승은 단순히 ‘1도’ 상승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평균 기온이 1~2도 올라간 현상을 일일 최고 기온이 1도 올라가는 것과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며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특정 날에 평균보다 2도 혹은 그 이상 올라가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극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두 배, 세 배 늘어나는 등 날씨의 극한값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상 고온은 특정 지역 내에서 대기 중 수증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해 언제든 국지성 집중 호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단기 관측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되 다양한 기후변화 추세를 담은 통계를 분석해 ‘향후 집중 강수 등 극한 기상이 얼마나 자주 올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불확실성’ 부른 기후위기… 기록적 폭우 더 잦아진다

    ‘불확실성’ 부른 기후위기… 기록적 폭우 더 잦아진다

    <상> 중부 물폭탄 왜 발생했나 역대급 수증기에 블로킹 맞물려극한 기상 잦아···돌발성 높아져변동성만큼 재해 위험도 커져“단기 관측 예보 정확성 높이되극한기상 빈도 예측 초점 맞춰야”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역대급 수증기, 대기 정체, 이상 고온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기상청이 위치한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낳은 역대급 폭우는 앞으로도 잦을 전망이어서 가장 근접한 답을 찾아내는 기상예보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의 원인을 “비의 재료를 많이 머금은 공기가 곳곳에 형성됐고 대기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한반도 내에서 정체한 상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성묵 기상청 재해기상대응팀장은 14일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온 상태에서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났고, 태평양 등 바다 수온도 올라 물이 증발하면서 내뿜은 수증기가 대기로 유입돼 역대급 수증기 양을 품은 비구름대가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블로킹’이다. 블로킹은 대기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특정 조건에서 그대로 멈춰 서게끔 하는 ‘벽’과 같은 존재다. 이번 폭우 때도 러시아 극동에 위치한 캄차카반도 쪽으로 흐르는 대기 길목이 막혀 저기압 소용돌이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찬 공기 형태로 한반도로 내려와 정체전선이 묶였다.블로킹은 고위도에는 따뜻한 공기를, 저위도에는 차가운 공기를 계속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김 팀장은 “8월 상순에 이번처럼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내려오며 호우가 길어진 경우가 자주 있지 않았다”면서 “블로킹 현상은 워낙 예측 불확실성이 큰 요소”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릴 당시 제주에 폭염이 몰아닥친 것도 블로킹 현상과 관계가 있다. 이 현상은 대기 흐름을 방해하며 ‘높낮이’를 구분 짓는데,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듯 따뜻한 공기가 팽창해 솟아오른 부분을 ‘능’이라고 봤을 때 반대로 아래로 꺼진 부분은 찬 공기가 내려오는 ‘골’로 두 지역에 상반된 날씨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번 폭우처럼 예측이 어려운 극한 기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통상 10년 이상 긴 기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기후 평균 상태 또는 변동성 지표를 따진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극한 고온 및 저온이 계속 관측되는 등 기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과거 통계로 예상할 수 없는 돌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상 기온은 기후 및 기상을 관측할 때 변동성을 키워 그만큼 정확한 예보도 더욱 어렵게 됐다. 이번 폭우 직전에 기상청은 중부지방에 시간당 50~100㎜ 비를 경고했지만, 실제 동작구에는 시간당 14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비가 내리는 지역이나 정체전선의 위치 등을 예보했지만 유례없는 강수량 등을 정확히 짚지는 못한 것이다. 유 청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보다 1.5배는 더 살펴봐야 정확도가 비슷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6도 상승했다.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 역시 각각 1.1도와 1.9도 올랐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균 기온 상승은 단순히 ‘1도’ 상승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평균 기온이 1~2도 올라간 현상을 일일 최고 기온이 1도 올라가는 것과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며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특정 날에 평균보다 2도 혹은 그 이상 올라가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교수는 “극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두 배, 세 배 늘어나는 등 날씨의 극한값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상 고온은 특정 지역 내에서 대기 중 수증기를 많이 머금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해 언제든 국지성 집중 호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단기 관측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되 다양한 기후변화 추세를 담은 통계를 분석해 ‘향후 집중 강수 등 극한 기상이 얼마나 자주 올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포토] “윤핵관, 열세지역 출마 선언하라” 눈물 흘리는 이준석

    [포토] “윤핵관, 열세지역 출마 선언하라” 눈물 흘리는 이준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당정이 처한 위기 상황의 해법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서울이나 수도권 열세지역 등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하며 각각 일일이 차례로 실명으로 거명했다.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이후 지방을 돌며 당원을 만나온 이 대표가 지난달 8일 당 윤리위 회의 출석 이후 36일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현재의 당 상황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향해 “적어도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에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대한 가처분 심리 결과에 따라 정치적 명운이 결정될 기로에 놓인 이 대표는 현 정부여당의 위기와 관련, 윤 대통령과 윤핵관 책임론을 정면에 제기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는 이날 25분에 걸쳐 낭독한 회견문에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겨냥한 비판과 ’폭로‘를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 파동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어떤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을 받는다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 대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XX 저XX 하는 사람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당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제 쓰린 맘이 그들이 입으로 말하는 선당후사 보다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고 폭로하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또한 윤핵관들을 겨냥, “대선과 지선을 겪는 과정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그들이 저를 그새끼라고 부른단 표현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 그저 본인들이 우세지역구에 다시 공천받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 같다”라고 비꼰 뒤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며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몇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을 향해 “절차적 민주주의와 그리고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우리 국민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 끼쳐드린 것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 족쇄 벗은 이재용, ‘위기의 삼성’ 구할 경영행보 가속

    족쇄 벗은 이재용, ‘위기의 삼성’ 구할 경영행보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 논란에서 벗어나면서 ‘위기의 삼성’을 구해낼 경영 활동에 전면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달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의 3세 총수로 ‘승어부’ (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뜻)를 이룰 새 비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삼성 측은 “따로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복권 소식을 환영하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모습이다. 그간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취업 제한 규정에 따라 대외 경영 활동을 최대한 자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면으로 그간의 위축 국면을 벗어나 경영 최전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할 전망이다. 특히 하반기는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의 실적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타개할 방안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삼성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국의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심화되는 만큼 이 부회장이 이를 돌파할 대응책을 모색하며 경영 보폭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며 “현장 사업장을 방문하며 주요 사업부의 현안을 점검하고 전문 경영인,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 등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발표한 4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 이행을 점검하고 일자리 창출 계획 진행 상황도 꼼꼼히 살필 전망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멈췄던 대규모 인수합병(M&A)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면으로 경제계는 이 부회장의 연내 회장 승진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부터 삼성을 이끌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 왔다.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에는 이 부회장의 승진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됐으나 국정농단 재판, 삼성물산 합병의혹 재판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며 미뤄져 왔다. 올해 54세인 이 부회장은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회장 승진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은 아니어서 사내 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이뤄진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시기로 이건희 회장 2주기인 10월 25일이나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조부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5주기인 11월 19일 전후, 혹은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내년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대표이사 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9년 10월 26일 3년 임기를 끝낸 뒤 등기임원에서 내려왔고, 현재는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무보수로 근무 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의혹 재판이 지속되면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지는 못하지만 오랜 기간 다져 왔던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도 적극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첫 해외 출장으로 오는 9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재회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15~17일 방한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과 회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가 정부와 ‘원팀’을 이뤄 추진하고 있는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성사에도 글로벌 인맥을 두루 활용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 이건희 회장도 지난2009년 사면 뒤 해외 각국을 돌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에 나서 유치 성사를 이끌어낸 바 있다.이 부회장의 총괄할 삼성의 새 컨트롤타워 구축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현재 사업지원,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강화, 금융경쟁력강화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가 각각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에 나뉘어져 있다. 한 재계 관게자는 “과거 미전실이 부활하는 형태면 국정농단 사태와 같은 논란이 재발할 수 있으나 삼성의 경영 효율화과 위기 대응, 혁신을 위한 발빠른 의사결정 등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힘을 실어주며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강화의 중요성도 꾸준히 강조할 전망이다. 삼성은 준법감시위가 새 컨트롤타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방안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 字, 한 字 삼라만상 담는 붓끝…그의 서가는 향기로운 수련장[김언호의 서재탐험]

    한 字, 한 字 삼라만상 담는 붓끝…그의 서가는 향기로운 수련장[김언호의 서재탐험]

    독서성(讀書聲)! 헤이리 내 서재를 빛내고 있는 하석(何石) 박원규의 작품이다. 이른 아침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 “옛사람이 말하기를 준마의 풀 뜯는 소리, 아름다운 여인의 거문고 타는 소리, 모두 듣기 좋지만 자식이나 손자의 글 읽는 소리만은 못하니라.” 석곡실(石曲室). 압구정에 있는 그의 연구공간이자 작업공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면 도착한다. 문을 열면서 서가에 세워 놓은 아버지·어머니의 사진에 예를 표한다.“오늘도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책과 붓으로 가득한 연구실의 창을 연다. 청소를 한다. 먹을 간다. 책을 펼친다. 염한(染翰) 60년, 서예를 시작한 지 60년이 되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세 시간씩은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합니다. 여행 갈 때면 가방에 공부할 책을 넣어 갑니다.” 서예가로서의 그의 삶은 배움의 길, 독서의 길이다. 서예란 삼라만상, 인간 세계의 이치를 문자로 구현하는 예술행위다. 배움 없이, 공부 없이, 서예는 당초부터 불가능한 인문예술이다. ●“서예, 필경사의 일 아니다” 공부에는 끝이 없다. 그는 늘 스승을 모시는 서예가의 삶을 꾸린다. 우리 시대의 전설적인 스승들로부터 고전의 세계와 사상, 오늘의 삶에 요구되는 실천윤리를 배운다. 1971년 제대하면서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절친이자 호남의 거유였던 긍둔(肯遯) 송창 선생에게 배웠다. 한학과 보학에 밝았다. 월탄(月灘) 박종화가 역사소설 쓰다 막히면 긍둔 선생에게 물었다. 긍둔 선생은 하석에게 한학의 기초와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손님이 떠날 땐, 저 동산을 넘어가서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학자이지만 우리말에 밝았다. 82세에 돌아가시어 2년밖에 모시지 못했다. 1983년 서울에 와서 월당(月堂) 홍진표 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유가보다 제자백가에 강한 스승이었다. 91년 돌아가실 때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주일에 한 번씩 수유리 댁으로 가서 장자·노자를 공부했다. “선생님은 학덕(學德)을 말씀했습니다. 문기(文氣)란 독서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글씨는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서예란 필경사의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연구실로 한 시간쯤 일찍 가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눕니다. 저는 절대로 지각하거나 결석하지 않는 학생이었습니다.” 스승이 돌아가시니 고아가 된 느낌이었다. 2000년 6월에 지산(地山) 장재한 선생의 문하에 들어갔다. “사서삼경, 사서오경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됩니다. 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를 2018년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의정부·구미 등지에서 요양하실 땐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으로 가서 공부했습니다.” 한학과 한문은 중국의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것이다. 사서오경, 제자백가뿐 아니라 사서(史書), 시(詩), 간찰, 실록, 개인 저술 등 엄청난 문화유산·정신유산이 우리에게 있다. “한학과 한문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예작품이 풍요로워집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처세어 같은 것만 가지고는 서예다운 서예를 할 수 없습니다. 서예는 기본적으로 철학과 사상과 역사입니다. 인문학 수련 없이 서예는 불가능합니다.”●취미로 잡은 북… 손꼽히는 고수로 하석은 1968년부터 98년까지 강암(剛菴) 송성용 선생에게 서예를 공부했다. 강암 선생은 서예뿐 아니라 큰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셨다. “우리 선생님은 처신이 달랐습니다. 걸인이 오면 한 상 차려 내주고 문밖까지 배웅했습니다. 상투를 틀고 두루마기를 입었지만 구체신용(舊體新用), 사고와 행동은 늘 열려 있었습니다.” 하석은 또 한 분의 스승을 모시고 있다. 서예와 그림에 능한 보산(寶山) 김진악 선생이다. 배재대학에서 정년한 보산 선생은 장서가다. 평생 모은 장서를 배재대학에 기증했다. ‘보산문고’가 되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된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배재학당 박물관에 기증했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자신의 월급으로 어려운 제자들의 공납금을 대신 내주는 선생님이었다. 제자 하석은 한 달에 두서너 차례 선생님을 찾아뵙고 식사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식대는 꼭 선생님이 내신다. 여전히 사랑스런 제자다. ●집 판 돈으로 벼룻돌 사 벼루 제작 1988년 인사동에 예사롭지 않은 보령산 벼룻돌이 나왔다. 이 돌을 일본인이 구입해 가려 했다. 하석은 살고 있던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를 4800만원에 팔아 700만원을 주고 이 돌을 구입했다. 귀한 우리돌을 일본으로 흘러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연석으로 벼루 하나를 만들었다. 월당 선생이 ‘오금연’(烏金硯)이라고 이름 지어 주셨다. 2002년에는 손수 벼루를 만들었다. 당초 50개를 만들려 했지만, 돌의 질이 여의찮아 20개밖에 만들지 못했다. ‘무문석우’(無文石友)라고 이름 붙였다. 하석에게 선물받은 이 ‘무문석우’가 내 서재에 있다. 이 벼루에 먹을 갈 때마다 나는 하석의 예술정신을 느낀다. 하석의 석곡실에는 150여 년 된 통북이 있다. 하석은 북의 고수(高手)다. 80년대와 90년대 전국고수대회에 나가서 최종결승 3명에 뽑혔다. 그러나 스스로 기권해 3등이 되는 것이었다. “서예의 길이 내 직업이고 북은 취미지요. 국악인들의 진로에 내가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요.” 당대 최고의 고수 김명환 선생의 노량진 댁에 가서 북을 배우기도 했다. 아버지가 판소리를 좋아했다. 명창 임방울 선생이 집에 와서 겨울 한 철을 보내기도 했다. 자연 우리 소리에 눈뜨기 시작했다. 판소리 연구가 이기우·천이두 교수 등과 함께 서울에서 명창을 전주로 모셔와 판소리 감상회도 열었다. 나는 압구정의 석곡실에 수시로 드나든다. 큰 책을 펼쳐 독서에 몰두하거나 작업을 하는 하석의 모습은 아름답다. 묵향(墨香)과 서향(書香)이 가득한 석곡실에서 나는 붓을 들어 대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몇 자 써보기도 한다. “30여 년 글씨를 썼던 50대에 이르러 붓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필법에 관한 책보다 인문학 책을 더 읽게 되었습니다. 20대부터 공부하던 자학(字學)이 또 다른 인문학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2010년 헤이리의 북하우스 전시공간과 한길책박물관 공간을 전부 할애해 하석의 대형서예전 ‘자중천’(字中天)을 석 달 열흘간 진행했다. 자중천! 문자의 세계, 문자의 하늘이다. 큰 서예가 하석이 저간에 해 온 작업의 여러 면모를 보여 주는 이 전시는 한국서예전시에 기록되는 사건 같은 것이었다. 전국에서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아이들과 글씨놀이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나는 ‘자중천’과 함께 제자 서예가 김정환과의 대화로 ‘박원규, 서예를 말하다’를 펴냈다. 하석의 생각과 공부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서예인문학이다. “나는 일필휘지의 서예가가 아닙니다. 조각가가 돌을 쪼듯이 한참을 노력해야 비로소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나옵니다.” 다시, 2011년 하석의 서예 절친 학정(鶴亭) 이돈흥과 소헌(紹軒) 정도준의 ‘서예삼협(書藝三俠) 파주대전’을 역시 석 달 열흘에 걸쳐 헤이리의 같은 공간에서 열었다. 서예전의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붓의 대향연이었다. 서울에서 지방에서 관객들이 몰려왔다. 주말마다 세 서예가와 서예비평가들이 참여하는 담론이 펼쳐졌다. 나는 한국서단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세 권의 대형도록을 출간했다. 2018년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은 서예가 박원규의 진면을 보여 주는 작업이었다. 가로 150㎝, 세로 330㎝ 82장에 광개토대왕 비문체로 써낸 2162자의 ‘부모은중경’은 한국서예 사상 가장 장대한 작품이었다. 광개토대왕의 호방한 기상을 보여 주는 서체의 재현이었다. 광개토대왕 비문체는 그 이전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서체다. 하석은 일찍부터 이 비문체를 주목하고 그 재현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석은 당초 우리 종이로 작업하려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 규격의 종이 제작이 불가능해 중국에 특별주문했다. 먹도 우리 것으로 하려 했으나 질감이 마땅치 않아, 450년 역사의 일본 먹 제조원 고매원(古梅園)의 ‘금송학’(金松鶴) 50자루로 작업했다. 고매원도 금송학은 1년에 25자루 정도 제작해 내는 최고품질의 먹이다. 물은 하석의 후원자이자 ‘부모은중경’을 주문한 유성우 선생이 백두산 천지에서 길어왔다. 나는 하석과 의논하여 이 기념비적인 작업과 작품을 기리고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작품에 나서는 시묵(試墨) 행사와 작업을 끝내는 세연(洗硯) 행사를 진행했다. 세연 땐 명창 안숙선의 소리에 하석이 북채를 들었다. 나는 다큐의 명가 인디컴시네마 김태영 감독에게 일련의 과정을 작품으로 만들자 했다. ‘압구정에는 21세기 선비가 살고 있다’고 제목 붙인 이 다큐는 지난 5월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대하소설 ‘혼불’ 최명희에게도 영향 하석은 대하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혼불’의 내면세계에 하석의 자취가 느껴진다. 최명희의 수첩에 ‘숭란경’(崇蘭境)이라는 이름을 써주었다. 맑고 티 없이 고운 난초의 경지를 뜻하는 추사(秋史) 김정희의 문구로, 심산유곡에 피어 있어도 난초의 꽃향기는 십 리를 간다는 의미다. “우리 3000년 역사에서 나의 스승은 추사입니다. 나는 지금 추사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추사는 유불선, 사서오경에 통달한 독서인이었다. 그 독서가 그 작품을 출현시켰다. “추사가 위대해질 수 있는 바탕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학예(學藝)일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학문과 예술이 별개가 아님을 추사는 오늘의 우리 서예가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박원규, 전각을 말하다’가 곧 출간된다. 그러나 ‘박원규, 추사를 말하다’가 그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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