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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국대, 헝가리 국립대서 ‘총장배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단국대, 헝가리 국립대서 ‘총장배 한국어 말하기 대회’ 개최

    단국대학교는 훈민정음 반포 576돌을 맞아 1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국립대학 ELTE대학교에서 ‘단국대학교 총장배 한국어말하기대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ELTE대학의 한국학과 학생과 세종학당 학생 등 한국어를 공부하는 3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해 ‘나를 설레게 하는 한국’을 주제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음식과 역사, K팝 등을 내용으로 개인별 발표와 함께 시각자료 컨텐츠도 발표할 예정이다. 단국대는 참가자 중 5명을 선발해 한국 유학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수상자에게는 순위에 따라 단기연수 및 정규학기 1년(또는 1개 학기), 기숙사 및 왕복항공료 무상 제공 등 혜택이 있다. 김수복 총장은 “2015년부터 세 차례 한국어말하기대회를 열며 유럽 내 한류 확산과 한-헝가리 간 문화교류 증진에 의미있게 기여해왔다”며 “한국기업의 헝가리 진출 증가에 맞춰 한국어교강사 파견과 교육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울보’ 이대호 “할머니 저 박수 받으며 떠납니다… 이제 치맥 들고 사직 올 것”

    ‘울보’ 이대호 “할머니 저 박수 받으며 떠납니다… 이제 치맥 들고 사직 올 것”

    “하늘에 계신 할머니, 늘 걱정하시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받으며 떠납니다. 오늘 가장 생각나고 보고 싶습니다.” ‘조선의 4번 타자’, ‘빅보이’, ‘수비요정’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던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전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은퇴식에서 이대호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어린 시절 하늘로 간 아버지, 그리고 가족과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날 롯데와 LG와의 경기 직후 진행된 이대호의 은퇴식 및 영구 결번식은 22년 간 그가 프로선수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행사 시작에 앞서 전광판을 통해 공개된 이대호 은퇴 축하 영상에는 어린 시절부터 그와 함께 야구를 했던 동료와 후배, 그리고 그를 지도한 감독, 친구들까지 모두 등장했다. 수영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도록 계기를 만든 친구 추신수(SSG 랜더스)를 시작으로 동갑내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이우민(전 롯데),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뛴 로빈슨 카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이승엽 등이 차례로 축사를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은퇴식을 위해 사직구장을 찾아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뒤 그라운드에 내려와 이대호의 등번호인 ‘10번’이 새겨진 커플 반지를 전달했다. 이대호는 자신이 직접 쓰던 1루수 미트를 신 회장에게 전달했다.은퇴 투어를 돌며 수 차례 눈물을 흘린 이대호는 이날도 가족들이 등장한 영상 편지를 보자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이대호는 미리 적어온 은퇴사를 한줄 한줄 읽어내려갔다. “사실 오늘이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 기일에 은퇴식을 한다는 게 감회가 새롭고 슬프다”며 입을 연 뒤 “더그아웃에서 보는 사직구장 관중석만큼 멋진 풍경은 없고, 타석에서 들리는 부산 팬의 응원만큼 든든한 소리도 없을 것이다. 그 함성을 들은 이대호만큼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자신이 프로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 했던 가족들에게는 “남들처럼 여름방학 때 해운대에 못 데려가는 못난 아빠를 위해 늘 웃는 얼굴 보여준 예서(딸)와 예준(아들), ‘독박 육아’라는 말도 모자란 아내에게 고맙다”며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어린 이대호를 길러 준 할머니를 회상하며 “하늘에 계신 할머니, 늘 걱정하시던 손자 대호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받으며 떠납니다. 오늘 가장 생각나고 보고 싶다”고 말한뒤 눈물을 쏟아냈다.그리고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야구장에 오겠다. 여러분이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주신 이대호,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한다”며 은퇴사를 마쳤다. 이대호의 은퇴사가 끝나자 그의 등장 테마곡인 ‘오리 날다’를 부른 가수 체리 필터의 깜짝 공연이 진행됐다. 트럭에 드럼과 기타를 싣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도착한 체리 필터는 이대호를 위해 ‘오리 날다’를 열창했고, 관중석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은퇴식이 끝난 뒤 롯데 후배들은 ‘빅보이’ 이대호를 하늘 높이 헹가래 쳤다.은퇴식을 끝으로 이대호는 롯데 선수가 아닌 롯데 팬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등번호 10번은 롯데의 또다른 레전드이자, 롯데의 정신으로 불리는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자리한다.
  • 책을 탐구·탐독·탐미·탐험하는 사람… 그가 곧 책박물관[김언호의 서재탐험]

    책을 탐구·탐독·탐미·탐험하는 사람… 그가 곧 책박물관[김언호의 서재탐험]

    1980년대와 90년대는 ‘책의 시대’였다. 책 쓰고, 책 만들고, 책 읽는 시대였다. 나라와 사회의 민주화가 우리들 삶의 중심 주제였다. 책 쓰기, 책 만들기, 책 읽기는 민주화를 구현해 내는 문제의식이자 실천 역량이었다. 파주출판도시는 1980년대와 90년대 책 만드는 우리들의 문제의식이고 그 성과였다. 권위주의 정치권력으로 책이 수난당하는 시대에 출판인의 삶은 고단했지만, 책 만들기와 함께 출판도시 건설은 우리에겐 축제 같은 일이었다.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선두에서 1980년대 후반 단행본 출판사 대표 10여명은 주말이면 북한산을 오르곤 했다. 산을 오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대화했다. 파주출판도시는 우리의 북한산 산행에서 발상됐다. 1980년대라는 험난한 시대가 출판도시와 같은 대형 프로그램을 구현하게 만들었다. 시대상황이 그 시대상황을 극복하는 지혜와 의지를 창출해 낸다는 사실을 우리는 체득했다. 세계출판문화사에 유례가 없는 파주출판도시의 건설은 탁월한 출판 장인 이기웅과 함께 이야기돼야 한다. 출판계의 동지들이 손잡고 더불어 함께 구현해 낸 파주출판도시는 이기웅이라는 출판인이 기획자로 선두에 나섰기에 구체화되고 실현될 수 있었다. 나는 파주출판도시를 ‘한 권의 큰 책 만들기’라고 생각했다. 한 권의 책은 혼자 만들 수 없다. 한 권의 책을 존재하게 하는 문화적·역사적 전통과 시대정신이 전제된다. 파주출판도시는 더불어 함께하는 협동과 연대의 정신으로 가능했다. 출판인 이기웅이 선도하고 이에 동의하는 출판 동인들의 파트너십으로 출판도시는 현실이 되는 것이었다.●미술출판 수준 한 단계 높인 열화당 열화당은 1976년에 창립한 한길사보다 5년 선배 출판사다. 이기웅은 열화당을 문 열기 5년 전인 1966년 일지사에서 책 만들기를 시작했다. ‘조지훈 전집’(1973, 전6권)과 ‘서정주 문학전집’(1972, 전5권)을 만들었다. 밤을 새우면서 교열에 매달렸다. ‘최초 독자로서의 편집자’의 재미를 누리는 것이었다. “조지훈에게서는 강건하고 우렁차며 꼿꼿한 선비정신을, 서정주에게서는 정교하고 서정적인 언어의 마술을 배웠습니다.” 미술출판을 중심 주제로 삼는 열화당. 열화당의 등장은 우리 미술출판의 수준과 차원을 드높이는 역사적인 사건 같은 것이었다. 한국 미술출판은 열화당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는다. 한국과 동양미술, 서양미술의 전 영역·전 장르에 걸치는 미술출판이었다. 김원룡의 ‘신라토기’, 강우방의 ‘원융과 조화: 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 1’과 ‘법공과 장엄: 한국고대조각사의 원리 2’, 황수영 글·안장헌 사진의 ‘석굴암’, 문명대의 ‘고려불화’와 ‘한국조각사’, 조요한의 ‘한국미의 조명’, 권영필의 ‘실크로드 미술’, 최열의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와 ‘한국근대미술 비평사’, 오광수의 ‘한국현대미술사’, 지건길의 ‘한국 고고학 백년사’ 등을 통해 우리 미술사의 찬란한 세계로 들어갔다. ‘근원 김용준 전집’(전6권)과 ‘우현 고유섭 전집’(전10권)을 펴냈다. ‘상허 이태준 전집’(전14권)이 진행되고 있다. 이기웅은 한국기층문화의 탐구에 나선다. ‘한국 호랑이’(김호근·윤열수 편), 황헌만의 사진집 ‘장승’·‘초가’·‘옹기’와 ‘우리네 옛 살림집’(김광언)이 그것이다. ‘창덕궁과 창경궁’(한영우 글·김대벽 사진), ‘서원’(이상해 글·안장헌 사진), ‘강릉 선교장’(이기서 글·주명덕 사진)을 통해 한국 전통건축의 철학과 미학을 담아낸다. 인간문화재 춤꾼들의 춤 사진과 현장비평으로 엮어낸 ‘춤과 그 사람’, ‘한국의 탈놀이’ 시리즈, 김수남의 사진작업 ‘한국의 굿’과 ‘한국악기’(송혜진 글·강운구 사진), 이종석의 ‘한국의 전통공예’·‘한국의 목공예’, ‘우리 옷과 장신구’(홍나영 외), ‘한국의 가면극’(전경욱), ‘조흥동의 한량무’를 통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구현해 낸다. 출판인 이기웅과 사진작가 강운구, 북디자이너 정병규가 “30여회 경주를 유람하면서” 손잡고 펴낸 ‘경주남산’은 책 만들기의 풍류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사진예술을 대중화로 이끈 작은 ‘사진박물관’이다. ‘사진의 역사’(보먼트 뉴홀)와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등 사진이론서들이 이어진다. 이기웅의 에디터십은 건축작품집으로 진입한다. ‘김중업 다이얼로그’로 시작해서 ‘승효상 도큐먼트’, ‘새로 숨쉬는 공간: 조병수의 재생건축 도시재생’에 이어 ‘민현식 건축작품집’이 기획된다. 건축이론과 건축에세이로 확장된다. 지오 폰티의 ‘건축예찬’, 하산 화티의 ‘이집트 구르나 마을 이야기’, 손세관의 ‘북경의 주택’, 르 코르뷔지에가 쓴 ‘르 코르뷔지에의 사유’ 등이다. 이기웅은 다시 19세기 말과 20세기의 주요 미술운동을 다루는 ‘현대미술운동총서’로 들어간다. ‘후기인상주의’로부터 ‘추상표현주의’로 이어지는 전14권의 총서다. 다시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전16권으로 이어진다. 고답적 해설에서 벗어나 한 시대의 미술운동을 역동적으로 서술해 내는 번역출판이다. 이기웅의 문제의식은 미술비평가이자 사진이론가, 소설가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이고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1926~2017)의 발견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다른 방식으로 보기’,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어떤 그림: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로 이어지는 존 버거의 책들은 우리의 사유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끈다. ●박물관 방불케 하는 책 컬렉션 열화당은 1971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1000여권을 출간해 냈다. 출판인 이기웅은 우리 출판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출판인에 속할 것이다. 그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져 있다. 탐구·탐독하는 기획자다. 그는 책의 매무새를 치밀하게 살피는 책 탐미가다. 아름다운 문자들로 구성되는 한 권의 책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학일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출판 장인 윌리엄 모리스가 말하지 않았나.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적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첫째를 건축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다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기웅과 나는 책을 탐험하는 길에 동행해 왔다. 우리는 새 책도 좋아하지만 헌책과 고서 속으로 들어가기를 누린다. 우리는 고서의 향기를 사랑한다. 1994년 4월이었다. 이기웅 대표 내외와 우리 내외는 영국의 웨일스 지방 헤이온와이로 갔다. 헌책에 새로운 생명 불어넣기, 헌책방운동을 세계에 펼친 리처드 부스 선생의 고서마을에 가서, 책의 정신을 온몸으로 호흡하고 싶었다. 농사 창고가, 마구간이 책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수많은 헌책들이 책의 음향을 합창하고 있었다. 그 봄날의 하오, 고서마을 헤이온와이의 체험은 이미 우리가 펼치고 있는 출판도시의 당위와 철학을 우리들 가슴과 머리에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헤이온와이 여행을 계기로 나는 예술인마을 헤이리의 건설에 나섰다. 출판도시는 이기웅이, 헤이리는 김언호가 맡아서 진전시키게 되는 것이었다. 출판인 이기웅은 책 만들기, 책 읽기를 삶의 일상적 질서로 삼지만 아름다운 책, 의미 있는 책들을 발견하고 수집·보존한다. 그 자신이 책박물관이다. 한 권의 책이 존재하는 그 과정, 그 결과를 한자리에 운집시키는 지혜야말로 인문학이고 박물관 작업이다. 이기웅의 책에 바치는 헌신, 책에 대한 신념은 종교처럼 존엄하기도 하다. 51년째 책과 씨름하기에 나서고 있는 영원한 현역 이기웅이 동과 서, 남과 북으로 책을 찾는 여행에서 발견하고 수집한 책이 물경 4만 3000권이나 된다. 16세기의 독일 고서 ‘마르틴 루터 전집’(전12권)과 1827년부터 42년에 걸쳐 출간된 ‘괴테 전집’을 비롯해 우리 근현대의 의미 있는 책들을 모았다. “열화당 책박물관의 컬렉션은 ‘보편의 특수성’ 또는 ‘보잘것없음의 보잘것 있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책의 역사성·희귀성으로 고서의 가치를 규정하는 일반적 잣대와 달리, 컬렉터가 아닌 ‘편집자’의 시각에서 발견한 책들입니다. 이들 책은 낱권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존재함으로써 그 의미와 가치가 더욱 특별해집니다.” ●열화당과 이기웅을 다시 말하고 싶다 2004년 가을, 나는 북하우스에서 즐거운 책놀이를 펼쳤다. ‘두 출판인의 책 탐험전: 열화당 이기웅과 한길사 김언호의 꿈’이 그것이었다. 그와 내가 수집한 책 50여점씩을 전시해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공개했다. 다시 2014년 가을, 책축제 파주북소리를 열면서 나는 ‘7인 7색’전을 기획했다. 화봉 책박물관 여승구, 삼성출판박물관 김종규, 범우사 윤형두, 지경사 김병준, 열화당 이기웅, 한길사 김언호, 고서 컬렉터 변기태 등 7인의 고서 컬렉션을 전시하는 나름 재미있는 책 축제였다. 이기웅은 2014년 10월 ‘출판인 한만년과 일조각’전을 기획했다. 출판인 한만년(1925~2004)의 10주기와 일조각 창립 60년에 즈음하여 한만년과 일조각이 남긴 업적을 조명하자는 것이었다. “출판인 한만년의 출판정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책의 역사를 경험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2014년 1월에는 2018년 81세로 세상을 떠난 문예출판사 전병석 대표가 열화당 책박물관에 기증한 도서를 전시했다. ‘책은 캠퍼스 없는 문화대학’이라고 말한 한 출판인의 컬렉션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책의 풍경이었다. 열화당은 1815년 이기웅의 5대조 할아버지 오은(鰲隱) 이후(李)가 강릉 선교장에 세운 아름다운 집이다. 서책을 만들고 수집하면서, 지적 대화를 펼치던 공론 공간이었다. 출판인 이기웅은 이 열화당에서 펼쳐진 선인들의 정신과 철학을 책으로 되살리기 위해 출판사 열화당을 설립했다. “인문주의자이자 기행문학가이고 건축가인 오은 할아버지는 출판인이셨습니다. 그 정신을 다시 살리고 싶었습니다.” 열화당 30주년인 2001년 나는 ‘출판사 열화당과 출판인 이기웅을 다시 말하고 싶다’는 글을 썼다. “아름다운 한 권의 책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 시대를 일으켜 세우는 출판문화 역시 그러할 것이다. 출판인 이기웅의 책 만드는 일과 그 성취는 대형건물 같은 걸 지어내는 물량 출판이 아니지만, 이 땅의 출판문화사에 기록되는 ‘문화유산’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런 출판인을 선배로 동료로 삼아 책 만드는 일을 하게 돼 나는 즐겁다. 아름다운 책의 정신으로 책 만드는 그 출판사와 그 출판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지는 해를 품었어도… 보석처럼 빛나는 섬

    지는 해를 품었어도… 보석처럼 빛나는 섬

    강산이 두 번 바뀌기 전쯤에 전남 신안의 만재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만재도는 흑산도, 홍도, 거문도 등 내로라하는 유명 섬들을 거친 뒤에야 만날 수 있는 작은 섬이었다. 체류 시간도 짧았다. 돌고 돌아가는 여객선 운항 시간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시간에도 섬이 보여 준 자태는 무척 예뻤다. 언젠가 직항 편이 생기는 날 꼭 다시 찾겠다고 결심했던 건 그날의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섬으로 다시 간다. 섬은 예전의 그 강렬한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존재조차 아는 이가 적었던 만재도가 뉴스 머리기사에 올랐던 때가 있었다. 지난해 4월 일이다. “사람이 들어가 산 지 320년 만에 처음으로 (육지에서) 직항로가 열렸다”고 여러 매체에서 앞다퉈 소개했다. 당시 정부가 ‘어촌 뉴딜’ 정책을 벌였는데, 첫 사업 대상지가 만재도였다. 뒤집어 보면 섬으로 가는 과정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로 먼 섬이었다는 얘기다. 만재도는 신안군 흑산면에 속했다. 1983년 이전에는 진도군 소속이었다. 주민 생활권이 점차 목포 쪽으로 쏠리는 추세지만 현재도 진도를 근거지로 삼은 주민들이 많다. 주민 수는 약 30가구 50여명이다. 만재도는 목포에서 105㎞ 정도 떨어져 있다. 직선거리로는 홍도(115㎞)나 가거도(136㎞)보다 가깝다. 한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라고 불렸다. 흑산도와 가거도를 거쳐 맨 마지막에 닿는 섬이었기 때문이다. 그 탓에 쾌속선으로도 꼬박 6시간 정도 걸렸다. 배 시간으로만 따지면 울릉도보다 멀었던 셈이다. 게다가 섬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종선’이라고 불리는 작은 어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쾌속선이 정박하기엔 만재도 선착장이 턱없이 작았기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도 관건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의보만 내리면 뱃길이 끊겼다. 쾌속선은 운항할 수 있어도 종선처럼 작은 배는 띄우기 어려운 때도 있다. 그런 날엔 꼼짝없이 뱃전에서 만재도를 바라만 봐야 했다. 이런저런 불편을 감내해야 닿을 수 있었던 섬에 이제 배 한 번 타는 것으로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것이다. 목포에서 2시간 30분이면 넉넉히 닿는다.●시선 돌리면 내·외마도, 가거도 보여 만재도는 해안선 길이가 5.5㎞에 불과한 섬이다. 한데 섬을 돌아보는 건 만만하지 않다. 구간 대부분이 불퉁한 바위산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다 돌아보는 건 트레킹 고수들에게도 버거울 수 있다. 보통의 여행객이라면 가급적 입도 첫날 오후와 이튿날 아침으로 나눠 돌아보길 권한다. 만재도는 곡괭이처럼 생겼다. 영어 알파벳 ‘T 자’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앞산(장바위산)에서 두루미 목처럼 잘록하게 생긴 갯바위 지대를 지나면 본섬이 좌우로 넓게 펼쳐진다. 왼쪽은 물쎄이산(물생이산 등으로도 불리는데, 발음의 차이는 있지만 ‘물살이 센 산’이란 의미는 모두 같다), 오른쪽은 큰산(마구산)이다.마을 초입에서 만재도 표지석과 발전소를 지나면 작은 숲길이 나온다. 여기서 5분 남짓 오르면 샛개재다. 주민들이 샛개모가지라고 부르는 고갯마루다. 샛개재에서 만재도 최고봉인 큰산(176m)까지는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조붓한 비탈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사방이 툭 터진 공간들이 나온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내마도와 외마도, 녹도, 앞산, 가거도 등이 두 눈에 담긴다. 내·외마도 쪽에서 펼쳐지는 해거름 풍경도 좋고, 마을과 앞산 너머로 열리는 해돋이 광경도 빼어나다. 만재도에 배가 닿는 시간이 일몰 즈음인 만큼 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샛개재로 오르길 권한다. 이튿날 해돋이는 놓치더라도 최소한 해넘이 풍경만은 눈에 담을 수 있다. 숲속에 놓인 목재데크길을 따라 곧장 오르면 정상이다. 데크길 양옆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의 서쪽 해안과 만재도 마을이 번갈아 머리를 내민다. 큰산 정상엔 등대가 서 있다. 가거도와 홍도 등 흑산군도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위해 불을 밝히는 등대다. 등대 아래로 만재도가 자랑하는 주상절리대가 펼쳐져 있다. 육각형 연필을 다발로 묶어 놓은 듯한 해식절벽이다. 도보로는 주상절리대의 일부만 볼 수 있고, 전체를 보려면 어선을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일주해야 한다. 큰산에서 물쎄이산을 오르려면 샛개재로 되짚어 내려가야 한다. 물쎄이산에서 본 만재도는 닭을 닮았다. 만재도 북서쪽에 있는 상·중·하태도 가운데 중태도는 꿈틀거리는 지네처럼 생겼다. 지네는 닭의 먹이다. 지네 입장에선 닭이 상극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만재도 사람과 중태도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쁜 돌담길, 태풍 ‘힌남노’에도 견뎌 만재도 마을 바로 앞엔 앞짝지해변이 있다. 앞산 밑 건너짝지, 마을 남쪽 벼랑 아래 달피미짝지 등 만재도에 있는 세 개의 몽돌해수욕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반원을 그리며 돌아 나가는 모양새가 정연해 꼭 낮에 나온 반달을 보는 듯하다. 만재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도 이 앞짝지 해변이다. 하지만 해변은 조금씩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 해변 곳곳의 몽돌들이 파여 있고, 칼날 같던 윤곽도 흐려져 있다. 선착장이 대규모로 확장되면서 바닷물의 흐름을 바꿨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민 최금희(65)씨는 “바다가 쓸어 간 돌들은 바람이 다시 해안으로 데려다 놨는데 선착장이 생긴 이후로는 쓸려 나간 자갈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역시 얻는 게 있으면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인가 보다. 다만 파도 소리는 예전 그대로다. ‘차르르~’ 소리를 내며 몽돌 사이를 빠져나간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닮았다. 마을 안쪽의 돌담길도 예쁘다. 해변에서 보면 마을의 집들은 지붕만 남기고 돌담 아래 숨어 있다. 거센 바람 때문이다. 역대급 태풍이라던 힌남노를 피해 목포로 나갔던 주민 가운데 이날 같은 배로 돌아온 이들이 만재도에 발을 디디며 내뱉은 첫마디는 대부분 “그 바람에도 (집이) 안 날려 갔네”였다. 돌담이 얼마나 주민의 든든한 친구인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돌담길은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촬영지였던 집 등을 힐끗대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수첩 모텔·식당 없어 민박집 예약을생선구이와 홍합된장국 ‘별미’ -목포항에서 매일 오후 3시 만재도행 쾌속선이 출발한다. 만재도엔 오후 5시 30~40분 도착한다. 배는 최종 목적지 가거도에서 1박한 뒤 이튿날 아침 8시 30분 만재도에서 다시 승객을 싣고 목포로 나간다. 홀수날에는 가거도에서 하태도를 경유해 온다. 만재도 출항 시간도 오전 9시 30분쯤으로 늦춰진다. 만재도에선 승객이 승선하는 즉시 출항하기 때문에 미리 선착장에서 대기해야 한다. -만재도에 모텔, 식당, 편의점, 대중교통 등은 없다. 숙식은 민박집을 예약해야 한다. 식사는 생선구이, 홍합된장국 등 현지식으로 먹는데 입에 짝짝 달라붙을 만큼 맛있다. 특산물은 홍합이다. 초봄에 광양 등에서 나는 ‘벚굴’에 견줄 만큼 사이즈가 보통이 아니다. 뭍의 포장마차에서 보는 홍합은 바지락이라 해도 좋을 만큼 크다. 홍합밥을 내주는 민박집도 있다. 물론 주인장에게 살갑게 굴어야 맛볼 수 있다. 현재 다섯 가구 정도가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 낚시객이 많아 식사와 낚싯배를 함께 운영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고옥철 이장(010-8851-7245)에게 요청하면 안내해 준다.
  • 야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 추경호 “中企 감면폭 더 크다”

    야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 추경호 “中企 감면폭 더 크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열린 5일 여야는 법인세 인하안을 담은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을 놓고 거세게 충돌했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대기업 편향 부자 감세’라고 공격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중소·중견기업에는 일정 과세표준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전 세계 주요 국가가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법인세 부담으로 국내 투자가 답보 상태”라며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법인세를 내리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모두 감세 혜택을 받는다”며 법인세 인하 혜택이 대기업에만 쏠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상위 0.01%”라며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고 따졌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 역시 “약 80개 대기업에는 4조 1000억원의 감세 혜택이 돌아가지만 10만개에 달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감세액은 모두 2조 4000억원에 불과하다”며 “대기업 편향 세제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의원은 “마치 중소기업에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말장난하는데 결국 중소기업 한 곳당 혜택은 26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을 부자로 보는 프레임, 그 인식부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폭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법인세 개편안에 따라 대기업은 10%, 중소·중견기업은 12%의 세 감면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추 부총리는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세수도 선순환해 그 혜택이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 [여기는 중국] 아찔한 공격…흥분한 호랑이, 사파리 관람객 차량 덮쳤다

    [여기는 중국] 아찔한 공격…흥분한 호랑이, 사파리 관람객 차량 덮쳤다

    중국의 한 야생 동물원에서 사파리 투어 중이던 관람객 차량이 호랑이 무리 앞으로 접근해 촬영하던 중 공격을 받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5일 왕이망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4일 충칭시 소재 한 야생 동물원의 사파리 투어 시설에서 관람객 윤 모 씨가 운전하는 차량에 백호 한 마리가 접근해 공격하는 위험천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윤 씨 일행이 탑승한 차량에는 5세 어린이와 그의 가족들이 동반한 상태였다. 이날 윤 씨 가족은 국경절 연휴를 맞아 이 사파리 투어에 참여했고, 도중에 백호 무리가 있는 곳에서 차량을 멈춘 채 창문을 열고 기념 촬영을 하던 중이었다. 다만 투어 직전 안내받은 동물원 관리자 측의 지침에 따라 가족들 누구도 하차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돌연 약 7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던 백호 한 마리가 윤 씨의 차량으로 돌진하며 윤 씨 가족들을 위협했던 것. 아연실색 놀란 윤 씨는 곧장 자신의 차량을 운전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으나, 이후에도 백호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윤 씨 가족을 태운 차량을 무려 60m 이상 추격해 아찔한 추격전을 벌였다. 당시 추격 중이던 백호는 윤 씨 차량을 수차례 덮쳤고 그 중 한 번은 차 범퍼에 이빨 자국을 남길 정도로 매우 흥분돼 있는 상태였다. 이날 윤 씨 가족들의 사파리 투어에 동행했던 또 다른 관람객 차량이 백호의 추격전을 촬영,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며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된 분위기다. 영상을 촬영한 관람객은 “문제의 백호가 앞에서 운전 중인 차량을 무섭게 추격하더니 마치 차량을 덮칠 듯 뛰어들어 차 범퍼에 이빨 자국을 깊게 남겼다”면서 “앞 차와의 간격이 완전히 벌어지자 돌연 뒤를 돌아 내 차에 뛰어들었다. 몹시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현지 누리꾼들의 관심은 윤 씨 등 관람객이 운전한 차량의 견고한 내구성에 더 큰 관심을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한 누리꾼은 “윤 씨가 운전한 차량이 해외에서 수입한 폭스바겐이었는데 백호가 덮쳐 이빨 자국을 남길 정도로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견고하게 디자인된 믿을 수 있는 차량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반응했다. 
  • ‘자리서 일어나 6m 걷고 앉기’ 10초 넘는 노인, 장애 위험 크다

    ‘자리서 일어나 6m 걷고 앉기’ 10초 넘는 노인, 장애 위험 크다

    의자에서 일어나 왕복 6m를 걷고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는 노인은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팀이 국가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66세 노인 8만 명의 보행 능력과 이후 장애 등록 여부를 장기 추적한 결과, 보행 능력이 저하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장애 발생 가능성이 1.6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피검사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걷고서 반환점을 돌아 다시 의자에 앉기까지 10초 이상 걸리면 신체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본다. 연구 대상자 8만 1473명 중 29%가 이 검사에서 평균 11.76초를 기록해 신체 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정상 진단을 받은 그룹은 평균 7.20초를 기록했다. 이후 각 대상자의 국가장애등록 여부를 장기 추적한 결과, 정상 그룹의 장애 발생률은 1000인년으로 환산(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다고 가정)시 0.215명이었다. 반면 신체 기능 저하 진단을 받은 그룹은 1000인년 당 0.354명으로 나타났다. 장애 종류는 뇌 손상,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언어 장애, 정신 장애 등으로 다양했다. 손 교수는 “중년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생애 전환기 노인이라면 건강검진 등을 통해 노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며 “신체 기능이 저하됐다면 대퇴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 런지 등의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국제과학기술인용색인확장판(SCIE)급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됐다.
  • 힌남노 피해에 국감 소환… ‘사면초가’ 포스코 최정우

    힌남노 피해에 국감 소환… ‘사면초가’ 포스코 최정우

    지난달 포항제철소가 태풍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아 큰 피해를 입은 것과 관련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면서 그의 거취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특히 정권 교체 이후 포스코그룹 수장이 모두 중도 하차한 전례에 비춰 최 회장도 이런 전철을 밟을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 포항제철소 침수 원인과 피해 상황, 정상 가동 계획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번 침수 피해는 기록적인 폭우와 만조시간이 겹친 데다 인근 냉천의 통수 공간이 부족해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10대 그룹 가운데 증인으로 소환된 유일한 수장이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포항제철소 휴풍(가동 중단) 시점이 9월 5일 오후 7시부터’라는 최 회장의 답변에 “6일 새벽 2시부터 아니냐”고 따졌다. 또 ‘최 회장이 올해 태풍이 오기 전에 포스코에서 세 번 회의를 했다’는 답변에 이 의원은 “내가 알기로는 한 번”이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최 회장의 답변이 사실과 다를 경우 국회에서 위증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최 회장은 힌남노 내습 1주일 전부터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태풍이 오기 전날 모든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이 의원은 “9월 5일 최 회장이 미술전시회 관람 가는 것이 맞느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전 국민이 경계하는 3일 골프를 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태풍이 온다는 날에 골프장에 있었다는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최대한 복구를 단축시켜 국가 경제와 철강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복구 비용은 12월 정상 가동 시점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매출 감소는 2조 400억원 수준이라고도 했다. 의원들은 또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 시점도 당초 발표했던 올해 말보다 늦은 내년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포스코는 연말까지 정상화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내년 1분기까지 늦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부가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 시점을 포스코 계획보다 늦춘 것과 관련해 미묘한 신경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가 민영화된 2000년 이후 최 회장 직전의 수장 8명 모두 정권 교체 이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포스코 수해와 안전 문제 등에 대해 규명하는 자리에서 최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포스코에 대한 정부 지분은 없다”며 “의원들이 민간기업의 수장 교체를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 우월주의”라고 말했다.
  • 허망한 죽음…쫓아오던 군인에 놀라 사망한 팔레스타인 7세 소년

    허망한 죽음…쫓아오던 군인에 놀라 사망한 팔레스타인 7세 소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군인에게 쫓기다 사망한 팔레스타인 7세 소년의 장례식이 열렸다. 미국 CNN,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의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레이얀 술래이만(7)은 이웃 아이들과 함께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에 들이닥친 이스라엘 군인들을 피해 한 주택으로 들어갔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거리와 집 곳곳에 숨은 민간인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레이얀의 삼촌은 이스라엘 군인이 아이들의 피신처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았다. 그 사이 겁에 질린 레이얀은 집 뒷문으로 뛰쳐나갔고, 군인을 피해 도망치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레이얀의 부모가 아들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도 이스라엘군은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레이얀은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으며, 사인은 심부전으로 인한 심정지였다. 레이얀의 아버지는 “아들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시신을 살핀 의료진 역시 “신체적 외상의 징후는 없었으며,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추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지만, 이스라엘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자체 조사 결과, 당시 이스라엘 경찰이 돌을 던지고 마을로 도주한 것으로 의심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수색하고 있었을 뿐”이라면서 “군인들은 아이들을 쫓지 않았고, 어떤 군인도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을 막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레이얀이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서안지구는 어린 소년의 사망을 애도하는 수천 명의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년의 시신은 팔레스타인 국가로 덮였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소년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미국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여러번 반복했듯,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동등하게 안전한 환경에서 삶을 영유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한편, 유엔의 지난 8월 발표에 따르면 올 한 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최소 20명에 달한다.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하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나빌 아부 루데이네 팔레스타인 대통령실 대변인은 3일, 이스라엘 군인이 서안지구 라말라시의 한 난민수용소에서 팔레스타인의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힌 데 대해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해당 사건은 최근 6개월간 이어진 서안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과 여기에 대항하는 이스라엘에서의 거리 시위에 이어서 발생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외교부도 이날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살인 범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완전한 책임이 있다”면서 국제사회도 침묵을 깨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유혈과 피해에 대해 목소리를 내라고 요구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 별들이 드나든 ‘마담 우의 가든’ 여주인 106세에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할리우드 별들이 드나든 ‘마담 우의 가든’ 여주인 106세에

    40년 남짓 수많은 할리우드의 ‘별’들이 드나들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유명 레스토랑 ‘마담 우의 가든’을 운영했던 여주인 실비아 우가 10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AP 통신이 여러 매체를 인용해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레스토랑은 서울 강남에 △△ 가든 식의 식당들이 잇따라 문을 열게 하는 본보기가 됐다. 샌타모니카의 윌셔 블루바드에 1959년 문을 열자마자 유명인들의 회식이나 축하 모임 자리로 각광을 받았다.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파고다(탑)들이 잔뜩 들어선 것이나 청동 동상들, 인공폭포와 잉어와 금붕어가 가득한 분수 등으로 손님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위안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생전의 고인은 늘 바닥에 끌리는 실크 가운을 걸친 채 손님들을 환한 미소로 맞으며 손님이 주문한 요리를 전화 수화기에 대고 주방에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인이 숨을 거둔 것은 지난달 29일이었는데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전날 그녀의 부음을 맨처음 세상에 알렸다. AP는 지난달 19일이라고 잘못 표기했다. 마담 우가 식당을 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미국 사람들이 기름기 많은 광둥 요리를 중국 요리의 전부로 착각하고 먹는 것이었다. 그녀는 일간 USA 투데이에 미국에 건너온 중국인 노무자들이 즐겨 먹던 요리인 “찹수이(Chop suey)가 어디에나 있었다. 여러분은 찹수이 가게만 볼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LA 타임스에 따르면 할리우드 스타들이 마담 우의 가든에서 새로운 중국 요리를 즐겨 먹으면서 미국인들의 입맛을 바꿨다. 메이 웨스트가 수박 화채를 즐겼고, 그레고리 펙과 폴 뉴먼이 멘보샤를,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베이징덕을 특히 좋아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젊은 부인 미아 패로를 데리고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캐리 그랜트, 엘리자베스 테일러, 자니 카슨, 캐롤 버넷, 월터 매도, 로버트 레드포드, 톰 크루즈,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이곳을 들락거렸다.  이미 고인이 된 텔레비전 사회자 머브 그리핀은 “이 마을의 모두가 마담 우를 알고 있었다. 내가 알던 가장 친근하고 다정하며 우아한 여성이었다”고 신문에 돌아본 적이 있었다. 가든 문을 닫은 것은 1998년이었다. 곧바로 고인은 폐업 결정을 후회하며 이번에는 마담 우의 아시안 비스트로 앤드 스시를 개업했다. 오래 버티지 못했지만 마담 우의 영향력은 건재했다. 2014년 100세 생일을 호텔 볼룸에서 열었을 때 오랜 손님들이 가득 메웠다. 본명이 실비아 청인 고인은 1915년 10월 24일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상하이에서 요리를 배웠는데 하녀가 부유했던 자기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가족은 나중에 홍콩으로 이주했는데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 뉴욕으로 향했다. 고인은 생전에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미국에 가족 한 명 없었다. 배 여행에 40일이 걸렸는데 전쟁 통이라 늘 어두컴컴했다”고 돌아봤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육학 공부를 하면서 화학학자로 성공한 킹 얀 우를 만나 결혼해 세 자녀를 뒀다. 남편이 휴즈 항공회사에 엔지니어 일을 구하면서 LA로 옮겨왔고 그녀는 레스토랑 여주인이 됐다. 요리책도 여러 권 냈고, 정규적으로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었으며. 자선 사업에도 적극적이었다. 딸 로레타가 34세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등지자 시티 호프 암센터 설립에 두 손을 걷어붙였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 조지와 패트릭, 많은 손주들을 남겼다. 남편은 2011년 먼저 세상을 떠나 두 사람은 67년을 해로했다.
  • 미국 덴버서 처음 만난 벤츠 순수전기 SUV ‘EQS SUV’[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미국 덴버서 처음 만난 벤츠 순수전기 SUV ‘EQS SUV’[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병풍처럼 산을 감싼 기암괴석에 나무들이 위태롭게 뿌리를 내렸다. 깎아지른 돌산과 푸르른 초원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은 초가을 화창한 햇볕 아래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로키산맥 동쪽 기슭, 콜로라도의 주도(主都) 덴버를 찾았다. 독일 럭셔리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엔드 순수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S SUV’를 세계 최초로 시승해 보기 위해서다. 해발고도 1마일(1.6㎞)에 자리해 ‘마일하이시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덴버 시내를 떠나 산맥으로 향하는 길은 심하게 굽이쳤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귀가 먹먹해졌지만, 여정 가운데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늑한 산정호수가 운전의 멀미와 피로를 가시게 했다.●이음새를 최소화한 심리스 디자인 ‘천의무봉’,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다고 했던가. 탑승에 앞서 길이 5125㎜에 너비 1959㎜에 이르는 웅장함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체의 이음새를 최소화하려는 벤츠의 디자인 모토 ‘심리스’를 위한 노력이었다. 전면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후면의 리어램프까지 물 흐르듯 곡선으로 이어졌다. 내연기관 시절의 기함급(플래그십) SUV ‘GLS’에 대응하는 모델로 3열까지 7명을 태울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100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 5명을 태우고도 골프백을 4개나 실을 정도로 여유롭다. 정숙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 토크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엔진 없이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 공통의 성질이다. 이 차도 다르지 않다. 차별점은 시속 130㎞ 이상 고속 주행에서 발휘됐다. 노면의 충격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마치 저속으로 달리는 듯 안락하게 느껴졌다. 드라이빙 모드나 속도의 하중에 따라 각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도로의 상황을 막론하고 편안한 시스템을 돕는다고 한다. 이날 탑승한 차량은 앞뒤로 전기모터가 두 대 달린 사륜구동 모델이다. 전기차 주행의 질감을 결정하는 회생제동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변속 패들로 조절한다. 도로와 주행 상태에 따라 자동차가 알아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도 있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한 탓에 회생제동을 약하게 걸어 놓고 달리다가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을 활용해 봤는데, 신호등이나 전방 차량을 감지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제동이 이뤄졌다.●독일 회사가 만든 미국적인 전기차 시승식의 백미는 로키산맥 한가운데서 경험한 오프로드 코스. 사륜구동 모델에서 지원하는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작동시키니 차체가 살짝 떴다. 약 25㎜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벤츠의 전문가가 조수석에 탑승해 길을 안내했다. ‘도저히 무리일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쯤은 의심한 상태로 나아갔다. 돌을 비롯한 여러 장애물을 지나가며 한쪽 바퀴가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주행 상황에서도 나머지 바퀴들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으며 막힘 없이 산길을 오르내렸다. 20분간의 주행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런데 누가 벤츠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겠습니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기는 미국입니다”였다. 그렇다. 그의 대답처럼 이곳은 미국이다. 여기서 떠오른 의문 하나. ‘왜 미국인가’다.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 벤츠가 글로벌 시승식을 하필 미국에서 열게 된 경위를 이어서 질문했다. 이에 벤츠 관계자는 “이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QS SUV는 벤츠의 미국 생산 기지인 투스칼로사 공장에서 생산된다. 차에 탑재되는 107.8킬로와트시(㎾h)짜리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근처에 있는 벤츠의 비브카운티 공장에서 제작된다. 미국이 생산기지로 낙점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소비자들이 크고 웅장한 SUV를 선호하는 데다, 소득 수준이 높아 럭셔리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한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완성차 회사들 사이에 ‘전용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EQS SUV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 출시된 전기 세단 ‘더 뉴 EQS’와 ‘더 뉴 EQE’에 이어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모델이라서다. SUV 모델 가운데서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이기도 하다. 널찍한 실내 공간과 압도적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600㎞ 이상,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기준)는 전용 플랫폼으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덕분이다. 2025년에는 세 가지(MB.EA, AMG.EA, VAN.EA)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한다는 게 벤츠의 구상이다.
  • 벤츠는 왜 미국 콜로라도에서 ‘EQS SUV’ 시승식을 열었을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벤츠는 왜 미국 콜로라도에서 ‘EQS SUV’ 시승식을 열었을까[오경진의 전기차 오디세이]

    병풍처럼 산을 감싼 기암괴석에 나무들이 위태롭게 뿌리를 내렸다. 깎아지른 돌산과 푸르른 초원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은 초가을 화창한 햇볕 아래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 로키산맥 동쪽 기슭, 콜로라도의 주도(主都) 덴버를 찾았다. 독일 럭셔리 자동차 회사 메르세데스벤츠의 하이엔드 순수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EQS SUV’를 세계 최초로 시승해 보기 위해서다.해발고도 1마일(1.6㎞)에 자리해 ‘마일하이시티’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덴버 시내를 떠나 산맥으로 향하는 길은 심하게 굽이쳤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호흡이 거칠어지고 귀가 먹먹해졌지만, 여정 가운데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늑한 산정호수가 운전의 멀미와 피로를 가시게 했다. 이음새를 최소화한 심리스 디자인‘천의무봉’,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국이 없다고 했던가. 탑승에 앞서 길이 5125㎜에 너비 1959㎜에 이르는 웅장함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체의 이음새를 최소화하려는 벤츠의 디자인 모토 ‘심리스’를 위한 노력이었다. 전면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후면의 리어램프까지 물 흐르듯 곡선으로 이어졌다. 내연기관 시절의 기함급(플래그십) SUV ‘GLS’에 대응하는 모델로 3열까지 7명을 태울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2100ℓ의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 5명을 태우고도 골프백을 4개나 실을 정도로 여유롭다.정숙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 토크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엔진 없이 모터로 달리는 전기차 공통의 성질이다. 이 차도 다르지 않다. 차별점은 시속 130㎞ 이상 고속 주행에서 발휘됐다. 노면의 충격이나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마치 저속으로 달리는 듯 안락하게 느껴졌다. 드라이빙 모드나 속도의 하중에 따라 각 휠을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이 도로의 상황을 막론하고 편안한 시스템을 돕는다고 한다. 이날 탑승한 차량은 앞뒤로 전기모터가 두 대 달린 사륜구동 모델이다. 전기차 주행의 질감을 결정하는 회생제동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스티어링휠 뒤에 달린 변속 패들로 조절한다. 도로와 주행 상태에 따라 자동차가 알아서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도 있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한 탓에 회생제동을 약하게 걸어 놓고 달리다가 에코 어시스트 시스템을 활용해 봤는데, 신호등이나 전방 차량을 감지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 제동이 이뤄졌다.독일 자동차 회사가 만든 미국적인 전기차시승식의 백미는 로키산맥 한가운데서 경험한 오프로드 코스. 사륜구동 모델에서 지원하는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작동시키니 차체가 살짝 떴다. 약 25㎜ 높아진 것이라고 한다. 벤츠의 전문가가 조수석에 탑승해 길을 안내했다. ‘도저히 무리일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쯤은 의심한 상태로 나아갔다. 돌을 비롯한 여러 장애물을 지나가며 한쪽 바퀴가 떨어지고 미끄러지는 주행 상황에서도 나머지 바퀴들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으며 막힘 없이 산길을 오르내렸다. 20분간의 주행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런데 누가 벤츠를 타고 오프로드를 달리겠습니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여기는 미국입니다”였다.그렇다. 그의 대답처럼 이곳은 미국이다. 여기서 떠오른 의문 하나. ‘왜 미국인가’다.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 벤츠가 글로벌 시승식을 하필 미국에서 열게 된 경위를 이어서 질문했다. 이에 벤츠 관계자는 “이 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QS SUV는 벤츠의 미국 생산 기지인 투스칼로사 공장에서 생산된다. 차에 탑재되는 107.8킬로와트시(㎾h)짜리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근처에 있는 벤츠의 비브카운티 공장에서 제작된다. 미국이 생산기지로 낙점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소비자들이 크고 웅장한 SUV를 선호하는 데다, 소득 수준이 높아 럭셔리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한국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완성차 회사들 사이에 ‘전용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EQS SUV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앞서 출시된 전기 세단 ‘더 뉴 EQS’와 ‘더 뉴 EQE’에 이어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 번째 모델이라서다. SUV 모델 가운데서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이기도 하다. 널찍한 실내 공간과 압도적인 1회 충전 시 주행거리(600㎞ 이상,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기준)는 전용 플랫폼으로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덕분이다. 2025년에는 세 가지(MB.EA, AMG.EA, VAN.EA) 차세대 플랫폼 개발을 마치고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한다는 게 벤츠의 구상이다.
  • 물가 미쳤다…새달 가스요금 월 5400원, 전기요금 월 2270원 껑충 뛴다(종합)

    물가 미쳤다…새달 가스요금 월 5400원, 전기요금 월 2270원 껑충 뛴다(종합)

    전기요금 4인 가구 기준… kWh당 7.4원 인상산업용은 잔여인상분 포함 최대 16.6원 올라가스요금 15.9% 인상…영업용 최대 17.4%↑가스요금 서울기준 평균 6000원 인상“천연가스 수입단가 상승보다 낮게 올렸다”여론 불만 폭발…“성과급 잔치하더니 다 죽어”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세계적인 에너지 대란과 달러 강세, 경기침체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가스요금이 월 5400원이 인상되는데 이어 전기요금도 오른다. 전기요금은 10월부터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2000원 넘게 오른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증가 등 가계부채 증가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쳐 ‘곡소리’가 나온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르는 공공요금에 시름 깊어지는 가정산업용도 kwh당 최대 11.7원 인상 한국전력은 30일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조정해 평균 전력량을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약 227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전은 “연료가격 폭등에 대한 가격 신호 제공과 효율적 에너지 사용 유도를 위해 누적된 연료비 인상 요인 등을 반영해 모든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1㎾h(킬로와트시)당 2.5원 인상한다”고 설명했다.이미 발표돼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올해 기준연료비 잔여 인상분인 1kWh당 4.9원까지 더하면 결국 다음달부터 인상되는 전기요금은 1㎾h당 7.4원에 달한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4인 가구(월 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 요금 부담이 약 760원 추가로 늘고, 이미 책정돼 있던 올해 기준 연료비 잔여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합산 증가액은 월 2270원으로 늘어난다. 또 한전은 산업용(을)·일반용(을) 대용량 사업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인상하되 공급 전압에 따라 차등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용(을)은 광업·제조업·기타사업에 전력을 사용하는 계약 전력 300kW(킬로와트) 이상의 사업자에게, 일반용(을)은 타 종별을 제외한 계약 전력 300kW 이상의 사업자에게 적용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최대 11.7원 인상된다.서울기준 연평균 가스요금3만 3980원→3만 9380원 급증 이날 산업부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안도 발표했다.  10월부터 서울시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5400원씩 인상된다. 산업부는 다음달 1일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 당 2.7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바꿔 확정된 정산단가 인상분(MJ당 0.4원)과 이번 기준원료비 인상분(MJ당 2.4원)을 반영한 결과다. 요금 인상에 따라 주택용 요금은 MJ당 16.99원에서 19.69원으로, 일반용(영업용1) 요금은 19.32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이 15.9%이고 음식점·구내식당·이미용실·숙박시설·수영장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영업용1)은 16.4%, 목욕탕·쓰레기소각장 등에 적용되는 일반용(영업용2)은 17.4%다. 서울시 기준으로 가구당 연중 평균 가스요금은 월 3만 3980원에서 3만9천380원으로 월 5400원 오른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 비용 및 투자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정부는 정산단가를 올해 세 차례 올리기로 이미 지난해 말에 확정했었다. 이에 따라 정산단가는 올해 5월 0원에서 1.23원으로, 7월 1.23원에서 1.90원으로 인상됐고 다음달에 1.90원에서 2.30원으로 0.40원 한 차례 더 오른다.“미수급 사상 최대 급증…인상 불가피” 천연가스 미수금이 5조 1000억“겨울 도입대금 조달 안되면 수급차질” 산업부는 “천연가스(LNG) 수입단가 상승 추세에 비해 가스요금은 소폭만 인상됨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올해 미수금 누적치가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최소한의 수준에서 가스요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으로, 올해 2분기 기준 미수금은 5조 1000억원에 달한다. 미수금이 지나치게 누적되면 겨울철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가스요금을 인상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천연가스(JKM) 현물가격은 지난해 1분기 mmbtu(열랑 단위)당 10달러에서 올해 3분기 47달러로 급등했다. 최근에는 환율까지 급등하며 수입단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폭발 “그만 올려! 다 죽겠다”“세금잔치 하더니 국민에 부담 전가” 공공요금 인상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네티즌은 “그만 올려라”면서 “세금 잔치나 하고 성과급 잔치나 하면서 왜 전부 국민들한테 부담을 전가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또다른 네티즌들은 “20%나 올리느냐. 국민은 죽던지 말던지 다 올려서 어떻게 살라고 하느냐”, “진짜 돌아버리겠다. 지금도 물가상승에 월급은 안 오르고 얘들 교육비에 생활비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기름을 또 퍼붓는다. 다 죽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겨울 난방도 못 틀고 뽁뽁이(창문에 붙이는 방한용 장치)로 살아야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 “월 38만~76만원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건의”

    “월 38만~76만원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건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 정책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양육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엄마·아빠가 낳아서 사회가 함께 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21년 기준)이고 그중에서도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3으로 인구 감소를 넘어 인구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육아 도우미는 양육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서 “경제적 이유나 도우미의 공급 부족 때문에 고용을 꺼려왔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장기적인 저출산 추세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하향세는 둔화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출범할 범정부 TF(태스크포스)에서 비중 있게 논의해 주실 것을 건의드렸다”고 덧붙였다.尹 “출산율 정책 철저한 반성” 앞서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출산율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시작으로 포퓰리즘이 아닌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인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지난 16년간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선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정책을 지방균형발전과 연계해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중앙 지방 협력회의, 이른바 제2 국무회의를 각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정례화해 지자체장들과 함께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길을 모색하겠다”며 “새롭게 출범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세종시에 설치해 균형 발전의 구심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위원들에게는 “어느 한 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인 만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재외동포청 설립 약속한 尹 “자부심 갖도록 최선 다할 것”

    재외동포청 설립 약속한 尹 “자부심 갖도록 최선 다할 것”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동포 간담회를 열고 “재외동포청은 저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설립 법안이) 어려움 없이 잘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뉴욕 도심의 한 연회장에서 가진 행사에서 “동포들의 권익 신장과 안전을 위해 미 당국의 관심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포 여러분이 미국 사회에서 합당한 권리를 누리고 한인 동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로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유’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와 연대의 정신,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가 가져온 규범을 기반으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동포 여러분께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욕 한인의 이민 역사를 언급한 윤 대통령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서재필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민족의 선각자들이 뉴욕을 기반으로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며 “우리의 1.5세와 2세들은 세계 경제,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 뉴욕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올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재외동포들과 모국 간 인적 교류 확대, 젊은 동포 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세계는 하나다. 동포 여러분께서 세계 어디에 살든 그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녀들에게 자신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교육시키고자 하는 재외동포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한국어 교육 등 차세대 교육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보완해서 잘 챙기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 내 20개 테이블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간담회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흰색 저고리와 연보라색 치마로 된 한복을 입고 동석했다.
  • 與, 文정부 태양광 비리 난타… 한총리 “의혹 정리해 수사 요청할 것”

    與, 文정부 태양광 비리 난타… 한총리 “의혹 정리해 수사 요청할 것”

    여야가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19일 ‘정국 주도권’을 놓고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심판론’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을 부각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이권 카르텔은 5% 조사에서도 2616억원 규모의 비리가 드러났다. 정부에서 실체를 밝혀야 하지 않겠나. 수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이 부분을 저희가 정리해서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 핵심인 태양광 사업 의혹을 파헤칠 ‘태양광비리진상규명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서 의원은 또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을 향한 무차별 의혹을 제기하는 의도는 뻔하다”며 “대장동·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등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물타기 의혹”이라고 했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민주당이 이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기소에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이어 “거짓말로 유권자를 속여 당선되는 건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거라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당 대표를 둘러싼 범죄 의혹 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력 정치인과 기업, 사법부가 얽혀 있는 아수라 카르텔”이라며 “이제 우리 모두 심기일전해 성역 없는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을 집중 부각했다. 서영교 의원은 한 총리를 상대로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 여론이 있다.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 특검 거부는 주가 조작 비호”라고 따졌다. 한 총리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의사를 결정할 때 여론조사만 보고 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특검법이 통과되면 대통령께서 거부권 행사 여부도 검토할 텐데 총리도 의견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그런 상황이 된다면 (의견 표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김 여사에 대한 수사 지휘를 일부러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느냐”고 맞받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김 여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집단적 망상으로 매도하고 있는데, 대통령실과 여당이야말로 거짓을 진실로 믿는 ‘리플리증후군’에라도 걸린 것 아니냐”고 했다. 여야는 영빈관 신축을 놓고서도 설전을 주고받았다. 서 의원은 “영빈관 예산 내용을 보면 수혜자가 국민이라고 적혀 있다”며 “영빈관 예산을 누가 집어넣었는지 꼭 밝혀야 한다. 국정조사를 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G10(주요 10개국) 국가인 우리나라가 영빈관 없이 외빈들을 이 호텔, 저 호텔로 떠돌이처럼 모시고 다녀서 되겠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시대를 연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 이런 (신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라고 엄호했다.
  • 尹, 3개국 돌며 5박7일 ‘강행군’…출국 전 “태풍 난마돌 엄중 대처”

    尹, 3개국 돌며 5박7일 ‘강행군’…출국 전 “태풍 난마돌 엄중 대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영국·미국·캐나다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51분쯤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회색 넥타이를 했고, 김 여사는 검은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 일정을 감안한 드레스 코드로 보인다. 윤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과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타마라 모휘니 주한 캐나다대사대리 등이 공항에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오르기 전 이들과 악수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정 비대위원장에게 “바쁘신데 어떻게 나오셨느냐”고 인사했고, 정 비대위원장은 “건강하게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답했다. 이어 김 여사와 손을 잡고 공군 1호기 트랩에 오른 윤 대통령은 환송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고, 김 여사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이번 3국 순방은 지난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에 이은 취임 후 두 번째 해외 순방이다. 이들 3국은 한국전쟁 3대 참전국이다. 윤 대통령은 먼저 영국을 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다. 이어 미국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미국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한 뒤 마지막 순방국인 캐나다로 이동해 정상회담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순방길에 오르기 전 환송을 나온 이 장관에게 제14호 태풍 ‘난마돌’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비록 태풍이 일본으로 비켜 간다는 예상이 있지만 태풍의 강도가 당초 예상보다 커져 지난 11호 태풍(힌남노)의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과 경주에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 등 재난관리 당국에서는 포항제철소 등 다수 국가 기반시설이 아직 태풍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임을 염두에 두고 과하다 싶을 정도까지 엄중하게 대처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저녁에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태풍 ‘난마돌’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비상근무를 실시해 달라”고 했다.
  • 과정이 즐거웠다면 괜찮아[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과정이 즐거웠다면 괜찮아[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중국 요순시대에도 바둑을 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바둑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보드게임의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누구나 쉽게 즐기기는 어려운 편이다. ‘두 집’을 만들면 살고 상대보다 많은 집을 얻으면 승리한다는 단순한 규칙임에도 말이다. 그러나 바둑판과 바둑알로 꼭 바둑만 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알까기’부터 ‘오셀로’까지 바둑판 위에서 흑백의 돌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게임은 아주 많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마도 ‘오목’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웹툰 ‘오목왕’은 바로 이 오목을 주요 소재로 삼아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고 맛깔나게 풀어낸 작품이다. ●괴짜 선생과 오목부 아이들 성장기 어린 시절 부모 없이 할아버지 손에서 어렵게 자란 강구는 할아버지에게 배운 바둑으로 종종 동네 어르신들과 내기 바둑을 둬 배고픔을 해결하곤 했다. 바둑에 대한 재능으로 강구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15세에 한국기원의 연구생이 돼 프로기사를 꿈꾼다. 그러나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만 풀리지는 않는 법. 계속되는 연패와 절망 속에서 재능의 한계를 느낀 강구는 중학교 3학년 겨울 연구생의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한국기원을 나온다. 이후 강구는 ‘쓸데없는 실패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9급 공무원이 되기로 하고 시험공부에 매진한다. 이렇게 주변과 상관없이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는 강구에게 ‘괴짜 선생’ 봉락이 다짜고짜 오목부 가입을 권한다. 한때 한국기원 연구생까지 했던 강구는 오목은 유치한 애들 장난 같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목에 온갖 정열을 쏟는 오목부 고문 봉락 선생이 이해될 리가 없다. 하지만 결국 오목부에 가입하게 되고 그때부터 온통 무채색뿐이었던 강구의 인생은 서서히 다양한 색깔을 갖게 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강구와 봉락 선생이지만 이 작품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잘못된 인생관을 가진 아버지로부터 늘 1등을 강요받아 모든 것에 삐딱해진 해동, 그런 해동의 오랜 친구였으나 해동을 제치고 전교 1등이 된 이후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동주, 야구선수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해 야구부에 가입하지 못한 채 오목부에서 체력을 키우는 규창 등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봉락 선생과 함께 각자의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생생하고 담백하게 살아 숨 쉰다. ●성공한 삶이란 강박 벗어날 수 있길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무수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학창 시절에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고 이후에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가야 하고, 돈을 많이 벌고 힘 있는 자리를 차지해야만 한다고, 그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모두가 말한다. 그 레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가 결국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낙인찍고 괴로워한다. 우리 사회의 슬픈 면모는 날로 높아지는 자살률로 현실에 반영되고 있다. 이런 우리 모두에게 봉락 선생은 말한다. ‘힘들고 지치면 조금 쉬라고. 불안해지면 그 불안감을 즐기며 놀라고. 그러다가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과정이 즐거웠다면 괜찮다’고 말이다. 총 30화에 후기 1화를 덧붙여 완결된 김경언 작가의 ‘오목왕’은 ‘만화경’ 앱을 통해 전편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오목의 ‘무적수’처럼 결코 지지 않는 봉락 선생의 인생론을 함께 즐겨 보자.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제발 전쟁을 멈추세요”...우크라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의 외침

    “제발 전쟁을 멈추세요”...우크라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의 외침

    “그들 생각에 울면서 기도한다. 마치 내 두 손이 절단되었는데 절단된 손의 통증을 계속 그대로 느끼는 것과 같다. 내가 이 일기를 적는 이유는 “전쟁 그만!”이라고 외치기 위해서다. 전쟁에는 승리자가 없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마음 속에 커다란 구멍만 남는다.” ‘전쟁일기’를 국내서 출판한 우크라이나 작가 올가 그레벤니크(35)가 15일 오후 3시 20분 제주 서귀포시 중문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문화세션 ‘폭력에 저항하는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제주도민들과 만나 ‘책 속의 외침’처럼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좌장을 맡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그레벤니크는 불가리아로 피난 온 지 반 년이 지났다”면서 “갑작스런 전쟁 앞에서 망연자실하며 남편과 헤어져 떠나왔다”고 급박했을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레벤니크는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도 선량하고 착한 사람들이 승리한다. 증오와 미움이 있다면 실패할 것이고 패배할 것”이라며 전쟁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그는 “매일 밤을 마지막 날처럼 살았고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나머지 지하실 생활을 하고 바퀴벌레가 된 듯 비참한 기분 속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SNS에 글을 올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은 ‘상실’을 가르친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은 의미가 없다. 사람간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다”며 사랑과 소통만이 삶의 의미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좌담에 직접 참석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 출신 올레나 시둘축(더펠로우십코리아방송인) 영화배우는 “지난 2월 이유도 없이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아버지와 오빠, 친구들이 전쟁에 참전했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파괴된 도시 이야기들을 그들에게 듣는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7년 된 그는 “자유의 가치와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전쟁이 일상이 되어선 안되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제주포럼 주제처럼 갈등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김숨 작가도 자신의 책 ‘떠도는 땅’에 나오는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의 삶을 언급하며 “아직도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무국적자로 떠돌고 있는 사람만 4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그는 제국주의 시대에도 그랬듯 우크라이나 전쟁을 맞는 지금도 그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나의 삶이 너의 삶과 연결돼 있다”며 연대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예술총감독인 강혜명씨는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름다운 자연 속에 아픔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주 4·3사건을 언급하며 그 과거의 비극에 살을 붙이고 피를 돌게하는 작업이 문화예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석자에게 ‘역사는 기록되지만 예술은 기억된다’는 명언을 떼창하게 유도하기도 했다.이에 앞서 이날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의 교훈은 뒤로 한 채 지구촌 곳곳에서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신냉전’ 시대라고 명명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번 제주포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평화와 번영을 향한 인류 공동체를 만들 해법을 함께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오 지사는 지난해 제주포럼에서 영상으로 참여했던 故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제언이자 가르침을 이날 개회사 말미에 이렇게 읽어 내려갔다. “과도한 군비 지출 대신 코로나19와 같은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 자원을 투입해야 하며, 인류는 국제질서를 재편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유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 [단독] 세계적 동물학자 제인구달 “학대 당한 개 자기 방어 위해 사람 물어“

    [단독] 세계적 동물학자 제인구달 “학대 당한 개 자기 방어 위해 사람 물어“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88) 박사는 12일 서울신문과 단독으로 가진 화상(줌)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에서 잇달아 발생한 개물림 사고와 관련 “학대를 당한 개는 자기 방어를 위해 사람을 물고 방어적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지난 6월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특별 기획 ‘2022 유기동물 리포트: 내 이름을 불러 주세요’의 후속으로 구달 박사로부터 동물권에 관한 심도 있는 견해를 들었다. 구달 박사는 “미국에서도 과거 개물림 사고를 대대적으로 조사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결국 (공격적인 행동은) 연쇄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집을 지키는 동물인 개는 사나운 성격을 유지해야 하니 다정하게 잘해주면 안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설립한 제인구달연구소에서는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개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다”며 “개는 시각장애인을 돕기도 하고, 사람의 기분을 감지해 슬퍼할 때 위로도 해주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논의해온 ‘개 식용 종식’에 대해 구달 박사는 “다른 문화권의 시선을 떠나 한국 사회가 합의를 이뤄 나가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개는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개 식용 문화가 야만적이라는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말 어리석다”고 비판하며, “개고기만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육식을 꼭 해야 한다면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사육과 도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식물성 대체육이 맛이나 영양에 차이가 없다면 육식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2년 내한해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인지도가 높아진 그 종이다. 제돌이는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수년간 쇼에 이용됐다. 당시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구달 박사와 제돌이의 만남을 주선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생명다양성재단 대표)는 “제인구달연구소(JGI·1977년 설립)를 통해 132개국의 세계인들이 제돌이 방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나 동물카페, 농장 등에 대해서는 “수족관에 돌고래를 가두는 것처럼 동물을 존중하지 않고 사람의 놀이 도구로 여기는 일은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갇혀 겁에 질린 채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을 보면서 뭘 배울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교육적인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이 구달 여사를 멘토나 롤모델로 꼽는다. 1980년대부터 전 세계를 돌며 환경 운동을 펼쳐 온 그는 ‘제인 구달 생명의 시대’, ‘희망의 이유’ 등 자신이 쓴 책을 통해 생명 존중의 중요성을 알려 왔다. 매년 수백만명의 청중을 줌(화상 회의 플랫폼) 등으로 만나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와 공존하는 데 일조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구달 박사에게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는지 물었다. 그는 “어머니께서 (생전에)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상대를 만나면 귀를 열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치셨다”며 “그 후엔 서로 대화할 만한 공통점을 찾고 이야기를 통해 상대방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울려야 한다”고 답했다. 스콘랩  ■ 제인 구달은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 1960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가 10여년간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인간 외에 다른 영장류도 도구를 사용하고, 의사소통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침팬지 행동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전 세계 20여개국에 야생동물 연구를 위한 제인구달연구소(JGI)를 설립했으며, 1991년에는 환경과 동물, 이웃을 돕는 풀뿌리 환경운동 단체인 ‘뿌리와 새싹’을 제안해 62개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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