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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 플러스] “별·하트가 주는 색다른 식감의 특허품… 보성녹차·백년초가 체력을 튼튼하게”

    [창업 플러스] “별·하트가 주는 색다른 식감의 특허품… 보성녹차·백년초가 체력을 튼튼하게”

    “청년의 미래는 도전하는 데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에서 세계적으로 훌륭하고 최고로 우수한 창업가가 나올 수 있길 바랍니다” 문장식(70) 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주) 대표는 나이 70세에 창업에 나선 이유를 ‘청년들에게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하트 모양이 사랑을, 별 모양이 꿈은 이루어진다’ 상징에 착안해 ‘별사랑 특허 떡’을 개발하게 된 것도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꿈과 용기로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별사랑 떡’이라고 붙였다. 그의 청년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보성 쌀과 녹차, 백년초·천년초’를 주원료로 해 아동·청소년들의 비만, 군인들의 체력과 주부들의 다이어트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향토 사랑과 국민 사랑도 담았다. 남아도는 식품을 한국인의 먹성에 익숙한 ‘떡’으로 재탄생시켜 국민건강은 물론 농가와 가계소득이 증대되도록 했다. 전국의 3500개 시군구·읍면동에 ‘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 생산 기계를 보급하면 3500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에 따르면 입지와 투자 규모, 일일 생산량에 따라 월 500만원에서 3000만원 남짓의 소득도 올릴 수 있다. 보성농협과 전국도정협회(RPC)와 협약을 통해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도 계획하고 있다는 문장식 대표. 사랑의 하트와 꿈과 희망의 별이 만나 하나가 된 ‘별사랑 특허 떡’이 대한민국의 꿈도 이루어내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떡 방앗간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가래떡을 현대인의 정서에 맞고 건강에도 좋게 개선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단순 먹거리에서 더 예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건강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래떡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다 보니까 별 모양과 하트 모양에다 가운데 구멍을 뚫은 가래떡을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하게 됐습니다. 떡볶이를 조리했을 때 가운데 구멍과 별 모양, 하트 모양의 요철에 양념이 골고루 스며들어 맛남의 식감을 한 단계 높였습니다. 기존의 동그란 가래떡의 퍽퍽한 식감을 개선한 겁니다. →준비 기간에도 소요된 개발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실수를 몇 년을 반복하다가 7년 만에 완성했습니다. 특허비를 포함해 5000만원에서 6000만원 가량이 개발비로 투자된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별 모양과 하트 모양에다 가운데 구멍을 뚫는 금형이면 구멍 뚫린 별·하트 가래떡을 생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쌀가루를 쪄서 막상 ‘구멍 뚫린 별·하트 가래떡’의 생산과정에서는 떡이 밖으로 나오자마자 옆으로 퍼져버려 별·하트 모양을 형성하지 못하고 또 유지가 안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패도 많았고, 개발비도 예상 밖으로 많이 투자됐습니다. →7년 동안 연구·개발해 오셨다면, 중간에 포기할 마음도 계셨겠습니다. -중간에 포기를 많이 했습니다. 열 번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고를 반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산, 광주, 의정부, 화성 등 전국의 유명하다는 쌀 식품 가공 기계 제작소를 찾아다녔습니다. 대형의 부피 큰 기계가 아닌 소형이다 보니까 아주 우습게 보는 겁니다. 실패가 많았고 기계제작업체를 7~8군데 바꾸게 됐습니다. →모양을 특별히 ‘별과 하트’로 하신 이유가 계신가요. -우리가 같은 음식을 먹어도 눈으로 보는 시감(視感)도 중요하잖습니까. 하트는 사랑 아닙니까. 별은 꿈은 이루어진다고요. 모양도 예쁜 별사랑의 떡을 즐기면 마음까지 즐겁고 상쾌하잖아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이 있듯이 기분 좋고 맛난 식사로 영양섭취도 더 잘 될 겁니다. 가족들과 연인들, 친구들이 함께 떡국·떡볶이를 먹는다면 ‘별사랑’의 웃음꽃도 피울 수 있겠죠.→‘별·하트 모양’뿐 아니라 특별히 백년초 혹은 천년초와 보성녹차를 주원료로 선택해 국민건강에 도움 되는 떡·떡볶이를 구상하셨습니다. -현대는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시대에서 건강한 100세 시대로 나가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고심하던 끝에 기왕이면 국민건강의 식생활에 도움 되는 ‘떡국·떡볶이’이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요즘 아동·청소년들은 밀가루로 제조한 라면·국수 등에 익숙해가고 있습니다. 부인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라나는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의 비만, 부인들의 다이어트 관계, 군인들 체력 저하를 개선해 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영양개선에 도움 되고 항암효과도 탁월하다고 알려진 백년초와 천년초, 녹차를 쌀과 함께 주원료로 선택한 이유입니다.→‘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가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국내 쌀소비로 한층 늘어나겠습니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보니까 올 추수가 끝나면 쌀 재고량이 200만톤으로 늘어나고, 그 보관비만도 연간 63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적정 비축량 72만톤의 3배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쌀 소비 대안으로 떠오르는 식품 가공용 등의 수요를 빠르게 늘리기도 어렵다고 하지요. 그런데 ‘별 사랑 떡국·떡볶이’ 시식에서 호응도를 보니, 이런 분위기라면 국내 쌀 소비에 엄청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입니다. ‘별사랑 특허 떡’을 군부대와 학교급식에 보급하고, 특히 핵가족과 혼밥족이 늘어나는데 이 사람들이 별사랑 특허 떡국을 주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면 쌀소비를 대폭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별사랑 특허 떡국의 대중화로 농가소득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 -쌀 소비는 물론 보성녹차와 백년초, 천년초 재배 농가에도 소득증대 효과를 안겨줄 수 있겠죠. 특히 쌀 80㎏ 한 가마니에 보성녹차 가루 500g이 소요되니까 보성녹차의 경우 품귀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쌀과 보성녹차의 공급은 그렇다고 해도 백년초와 천년초의 소비물량의 공급처는 어떻습니까. -보성에서 백년초와 천년초의 농가 생산량은 적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생산하고 있는 백년초와 천년초가 공급과잉으로 남아돌고 있습니다. 제주도 생산량을 수매하면 문제없다고 봅니다. →기존 가래떡에 비해 ‘별사랑 특허 떡’은 재료비가 높아지는데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은 어떻게 보시는가요. -아주 민감한 부분의 질문입니다. 저도 걱정을 했는데요. 전남 보성의 농협 조합장이자 전국의 도정협회(RPC) 회장과 협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그분의 말씀을 빌리면 ‘쌀을 경쟁력 있게 저렴한 가격으로 보성 쌀을 공급해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가래떡과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앞서 말씀드린 남아도는 쌀 관리비를 저희 회사에도 쌀 소비량 대비로 저렴한 가격으로 쌀을 공급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건강식품의 수준을 넘어 쌀과 녹차, 백년초 소비 활성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소득 주도와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에 대해 최우선정책을 펴고 있잖습니까. 내가 일개 중소기업 창업자로서 그 출발이 현 정부의 시책에 부합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별사랑 특허 떡국·떡볶이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국의 3500개 되는 시군구·읍면동까지 ‘떡 방앗간·떡볶이 가게’를 개설하면 최소 3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만큼 소득 창출·일자리 창출에 다목적이라고 봅니다. 지금 명예 퇴직자, 초보자들이 창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경험 없는 사람들인 관계로 실패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희 ‘별사랑 특허떡’은 말 그대로 특허품이기 때문에 다른 유사형태의 쌀 가공 업종에서 차별성 있는 경쟁력을 갖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고, 실패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창업비용이라고 할까요. 초기투자비용은 어떻습니까. -입지하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초기 투자해 하루 400㎏에서 500㎏의 ‘별사랑 떡’을 생산한다면 월 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계 소득과 농가 소득은 물론 국민들 건강향상에도 도움을 주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을 밑바닥에서부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일석오조 이상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향후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국내 소비로 우선 시작하지만, 점차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등지로 수출할 계획입니다. 기술 수출로 라면 등 밀가루 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 떡, 별사랑 떡 가공식품회사’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내 자랑 같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너무 연약합니다. 패기가 약해 쉽게 좌절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최근에 어느 누가 말했듯이 70세에 창업해서 세계적인 버거 그룹을 이루었듯이, 한국에도 70세에 늦깎이 창업해서 국민건강과 국민 사랑을 받는 기업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도전과 희망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희망을 갖고 도전하면 얼마든지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별과 하트모양의 떡’을 개발할 수 있었겠지만, 내가 도전했기 때문에 내 것이 됐습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도 나처럼 도전하면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최고의 훌륭한 창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것, 청년의 미래는 도전하는 데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한 꿈을 저버리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기어 다니기 전에 수영부터 하는 만 1세 아이 (영상)

    기어 다니기 전에 수영부터 하는 만 1세 아이 (영상)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갓난아기가 자유자재로 물을 가지고 노는 모습의 영상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그레이스 파넬리는 최근 자신의 딸 카시아가 개인 풀장에서 자유롭게 수영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아기는 돌이 갓 넘은 갓난아기로, 아직 기어 다니거나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지만 물에서 만큼은 달랐다. 매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자세로 물에 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종종 성인도 어려워하는 잠수까지 해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영상을 올린 파넬리는 “딸 카시아는 이제 막 생후 12개월을 넘었지만 물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놀 줄 안다”면서 “나와 남편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쉽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막내 카시아뿐만 아니라 첫째 딸 역시 생후 9개월부터 수영을 시작했다”면서 “익사사고는 5세 이하 어린이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수영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 친구 옷벗긴 채 주먹으로 때리고 “XX 보여달라”성희롱한 ‘간큰 10대들’

    [단독] 친구 옷벗긴 채 주먹으로 때리고 “XX 보여달라”성희롱한 ‘간큰 10대들’

    경기 김포에서 10대청소년들이 한밤중 친구를 불러내 팬티만 남긴 알몸상태에서 주먹으로 때리고 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졌다. 가해자 2명 중 A(16)군은 한 대안학교에 ,C(16)군은 김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피해청소년 B(16)군은 일신상의 이유로 고교를 자퇴한 상태다. 김포경찰서는 친구를 한밤중 불러내 주먹으로 때리고 성희롱한 혐의로 10대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B군 부친에 따르면 A군은 지난달 27일 새벽 12시 30분쯤 친구 B군을 강제로 김포의 한 아파트 편의점 인근으로 불러냈다. 다른 친구 집에서 잤다는 이유로 나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르자 B군은 보복이 두려워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옷을 벗으라고 강요당했다. B군은 벗지 않으면 또 맞을 것 같아 상·하의를 모두 벗었다. 팬티만 걸친 채 알몸상태로 비내리는 밤중에 폭행을 당했다. 동영상에는 가해학생 A군이 B군을 옆구리에 끌어안은 채 “요놈 잡았다. 옷벗은 느낌이 어떠냐. 성기 한번 보여달라”고 했다. 이어 “힘을 꽉 줘라”면서 연달아 세 차례 주먹으로 세계 때리자 B군은 고통스러워하는 얼굴 표정을 짓고 있다. 또 다른 친구 C군은 폭행 장면을 깔깔 웃으며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동영상을 다른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냈다. 뿐만 아니라 A군은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 팬티차림인 B군을 자신의 오토바이에 태우고 아파트 일대를 한바퀴 돌기도 했다. A군의 폭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해 여름철에도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데리고 가 B군의 허벅지를 수차례 때렸다. B군은 현재 병원에서 우울증과 조울증 진단을 받고 심리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등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청소년 B군의 어머니는 우연히 SNS 동영상에서 떠도는 자신의 아들을 알아 보고 이 사실을 지난달 31일 경찰에 신고했다. B군의 부친은 “내 아들이 친구로부터 성희롱과 폭행·인격침해 등을 심하게 당했는데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전했다. 한편 가해학생 A군 가족은 “친한 친구들끼리 거짓말을 할 경우 시키는 대로 하기로 한 약속에 따라 장난으로 벌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자세히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포토 다큐] 비수가 된 기적, 살려야 할 기회

    [포토 다큐] 비수가 된 기적, 살려야 할 기회

    ‘기적의 소재’로 150년 누렸지만…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를 삼켰고, 돌고 돌아 인간을 덮쳤다플라스틱 컵·비닐봉지 대신 텀블러·장바구니를 들어본다… 우리의 지구는 일회용이 아니기에플라스틱은 지난 150년간 ‘기적의 소재’로 불렸다. 값싸고 가벼운 데다 내구성이 좋아 인류의 삶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물질로 부상하자 세계는 ‘플라스틱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퇴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한국, 플라스틱 소비 1위… 핀란드의 100배 정부도 이달 열린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폐비닐과 플라스틱 빨대를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간편하고 가성비 좋은 일회용품에 푹 빠진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소비 1위 국가다. 비닐봉지 414장, 플라스틱 98.2㎏. 우리 국민 1명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일회용품이다. 1년에 비닐봉지 4장을 사용하는 핀란드 사람들과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2일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전날 중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물살은 누런 황토 빛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올라가자 정박 중인 작은 어선 사이로 떠내려온 페트병 등 플라스틱과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바다로 흘러든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바닷속에서 5㎜ 이하 크기로 작게 쪼개진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플라스틱 없는 슈퍼마켓 만들기’ 운동가 벤 포글은 한 언론에서 최근 인도양을 잠수할 당시 목격했던 모습을 “바다 표면은 평온했지만 수면 밑은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독성 수프 같았다”고 묘사했다.●미세 플라스틱 삼킨 해산물이 밥상으로 한 번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쪼개져서 떠돈다. 바다 생물은 미세 플라스틱을 삼킬 수밖에 없다.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된 생선은 우리 식탁에 오른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은 돌고 돌아 인간에게 앙갚음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워낙 작아 내장 벽을 통과해 혈류를 타고 신체 장기를 오염시킬 수 있다. 2015년 일본 도쿄에서 잡은 멸치 64마리 중 49마리가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4일 국내 유통 중인 천일염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망원시장, 장바구니 반납 땐 지역화폐 줘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플라스틱 퇴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행동가 고금숙(41)씨는 “한 장의 비닐봉지가 175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며 “시장에서 사용하는 검정 비닐봉지는 마음만 먹으면 안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회원들과 이달부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입구에서 장바구니를 빌려주고 반납 시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플라스틱 없는 장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도 플라스틱을 없애는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매장에서 드실 거면 머그컵 어떠세요?” 커피전문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얘기였다. 이제는 “매장에서 드시면 일회용품에 드릴 수 없습니다”로 바뀌었다. 스타벅스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드링킹 리드’로 바꿨다.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김포에서 재생용 플라스틱 수거 업체를 운영하는 박상진(46)씨는 “지난 4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이후 일회용품 반입량이 많이 줄었지만,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잇따라 폐기물 수입규제에 나서면서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며 “재활용 관련 대책들이 세밀하게 잘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쓰레기 대란 언제든 재연… 정부 대책 촉구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과 해양을 오염시켜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나타난 전 지구적 폭염이 우리 국민의 인식을 많이 바꿔놨다. 제로 마켓(Zero market)을 운영하는 배민지(30)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에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는 게 우리의 의무라는 것이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투기 수요 줄 것” “서민 주거비 부담 커질 듯”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애초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문가와 시장 관계자들 모두가 놀랐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고 강도의 투기 수요 억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주택 구입 초기 단계부터 매매 이후 양도세 중과까지 모든 과정에 강력한 수요 억제 수단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특히 2가구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는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적으로 틀어막으면 전반적으로 주택 구입 욕구가 사그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주택자 이상은 전세자금 대출 길도 봉쇄해 전세자금을 얻어 추가로 주택을 사들이는 편법을 막았다. 여기에 1주택 구입이라도 9억원 이상의 비싼 집은 실수요 거주 목적이 소명되지 않으면 역시 대출이 금지된다. 똑똑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욕구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매수, 매도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집값 급등세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양도세 중과로 보유냐 매각이냐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인풋(취득 때 대출 규제) 단계부터 아웃풋(양도세 중과) 단계까지 모두 틀어막아 주택 구입 수요가 줄어들고 거래 감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종합부동산세·양도세 강화 또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종부세와 양도세, 대출까지 망라한 전방위 고강도 처방이라서 지난해 발표한 ‘8·2대책’ 못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며 “투기 수요는 발을 붙일 수 없다는 신호를 주기에 충분한 대책”이라고 진단했다. 대출 규제가 자칫 실수요자 주택 구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테이터 랩장은 “매매나 전세 모두를 규제해 자가 이전이 안 되는 서민은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감소에 따른 주택 시장 위축이 이사·인테리어·가전시장 등 연관 산업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치영 공인중개사는 “투기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양도세 강화로 기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지는 의문”이라며 “매물이 돌고 거래가 원활해져야 억제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대책도 주문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과 수요 양쪽 대책이 나와야 시장이 안정된다”며 “어렵게 신규 택지를 개발하려고 하지 말고, 서울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세제개편 및 관련 입법사항들이 조기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선언일 뿐”이라며 “앞으로 대책에는 서울 도심 등 주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과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정상화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부동산 대책안은 향후 의원 입법 형태로 추가 발의될 예정이지만, 여야의 입장이 다른 만큼 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두산중공업, 전통시장에 ‘말하는 소화기’ 설치 재능나눔 봉사

    두산중공업, 전통시장에 ‘말하는 소화기’ 설치 재능나눔 봉사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은 12일 도시 전통시장과 시 외곽 취약계층 가구에 화재예방을 위해 창원소방서와 공동으로 ‘말하는 소화기’ 50대와 경보형 화재감지기 등을 보급했다고 밝혔다.두산중공업 안전나눔봉사단은 지난 11일 창원소방서 직원들과 함께 창원시 명서시장과 봉곡시장 등 전통시장 2곳을 돌며 주요 지점에 말하는 소화기 50대를 설치했다.두산중공업 안전나눔봉사단은 재난 대응과 소방안전, 보건·위생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회사 임직원들이 참여해 지난해 7월 구성된 특별 봉사단이다. 안전나눔봉사단은 전통시장에 소화기를 설치하면서 상인들에게 소화기 사용법 교육도 실시하며 재능나눔 활동을 했다. 말하는 소화기는 소화기에 부착된 노란색 버튼을 누르면 “안전핀을 뽑으세요. 노즐을 잡고 불 쪽으로 향하세요. 손잡이를 움켜쥐고 분말을 쏘세요”라며 음성으로 사용법을 알기 쉽게 알려준다. 불이 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누구나 음성에 따라 사용해 불을 끌 수 있도록 개발된 소화기다. 이날 두산중공업 임직원들은 창원소방서와 함께 회사 인근 웅남동 갯마을 35가구에도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화재감지기를 설치하고, 소화기 사용법 교육과 가구마다 전기안전점검 봉사활동을 했다.박칠규 두산중공업 안전관리총괄 상무는 “안전나눔봉사단의 화재예방 재능나눔 활동이 지역사회에 안전문화 분위기 확산 계기가 되고 화재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두산중공업 안전나눔봉사단은 올해 창원시 관내 83개 모든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와 지역아동센터 아동 및 교사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체험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재능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내년 20돌 문화재청… 문화재 안전·보존·활용에 초점”

    “내년 20돌 문화재청… 문화재 안전·보존·활용에 초점”

    화재 대비 점검·CCTV 교체 진행 중 세계에 자랑할 유물의 콘텐츠화 노력 평양 고구려 고분 발굴 등 교류 계획“199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승격한 문화재청이 내년이면 20돌을 맞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선입견이나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기자 정신을 지닌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이 원하는 것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직 언론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 행정을 지휘하게 된 정재숙(57) 문화재청장이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포부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문화재를 복원하거나 땅속에서 매장된 유물을 찾는 작업은 사실 바로 효과가 나는 일은 아니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문화재청이 ‘성년’이 되는 만큼 새로운 각오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이날 향후 문화재청 운영 방향을 설명하며 안전, 보존, 활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정 청장은 “숭례문, 브라질국립박물관 화재에서 보듯 문화재는 한 번 망가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인류의 얼”이라면서 “브라질국립박물관 사건 이후 화재에 취약한 국내 문화재 점검 및 정비를 시행했고, 화질이 떨어지는 문화재 관련 폐쇄회로(CC)TV를 200만 화소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1987년 평화신문을 시작으로 서울경제신문, 한겨레신문, 중앙일보에서 30여년간 문화재와 미술 등 문화 전반에 대해 취재해 왔다. 그는 기자로 활동했을 당시 아쉬웠던 점을 청장 재임 기간 동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아울러 “죽은 목숨이 아닌 사람의 얼굴을 한 유물”을 강조하며 문화재 활용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재 안내판 정비가 상징하듯 모든 유물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면서 “유물 발굴 현장이나 복원 작업장에 투명 유리를 설치해 시민들이 그 과정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께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부를 창덕궁으로 초청했던 것처럼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유물의 콘텐츠화에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남북 문화재 교류와 관련해서는 “평양 고구려 고분의 남북 공동 발굴, 3·1 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 유적 조사, DMZ 태봉국 철원성(철원 궁예도성) 발굴 조사 등을 북측과 협의해서 추진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청장은 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과 감수에 참여한 문화재 위원은 양심에 따라 다음 행동을 하길 바란다”며 날선 발언도 쏟아냈다.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3명의 문화재 위원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아버지를 감당 못한 저는 루저입니다…평생 죄를 반성하겠습니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아버지를 감당 못한 저는 루저입니다…평생 죄를 반성하겠습니다”

    ⑧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 <끝> 에필로그-김민준씨 항소심 최후 변론여기 아버지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28세 청년이 있습니다. 1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아들 혼자서 돌보다 벌어진 비극입니다. 천륜을 저버린 범죄지요. 그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보면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기자는 취재를 하면 할수록 이 청년을 향해 돌팔매를 던지는 일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망으로 몇달 사이 백발이 된 어머니의 기막힌 사연을 듣고 하기 쉬운 손가락질이 온당한가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가족은 살려고 노력한 죄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십수년 간병에 지쳐 본인은 우울증에 걸렸고, 이를 모른 척할 수 없었던 아들이 2년 전부터 간병을 도맡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똑똑해 줄곧 반장을 해 왔고, 과외 없이 명문대에 입학한 아들이었습니다. 간신히 오른손만 움직이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잘했습니다. 사건 전날도 부친을 업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국수를 먹으러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뇌출혈 후유증으로 5살 아이 수준으로 돌아간 아버지의 행동을 온전히 감당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루 4번, 알약 17개를 먹이면서 ‘먹기 싫다’고 떼쓰고 소리 지르는 아버지에게 순간 화가 치밀었는지 모릅니다. 이 청년은 결국 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형이 줄거나 무죄가 선고될 확률은 희박합니다. 청년을 편들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 7월 이 청년이 항소심 최후 변론에서 고통스럽게 내뱉은 고백의 말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를 끝으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마무리 짓습니다. “우선 이런 나쁜 죄를 저질(울먹임)…정말 죄송합니다. 생활이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저거(제 감정)를…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 안정되지 못해 늘 불안했습니다. 이겨 내지 못하고…제 아버지를 잘 보살피지 못한 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후회됩니다.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평생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겠습니다. 꼭 의사가 돼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치료하며, 도우며 사회의 일원으로 사람이 되겠습니다. 처음 사건 조사받으며 제 가족에게 생긴 일이 믿기지 않았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건 어쩌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의 상황을 부정해서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조사 태도에 대해서도 늦었지만 사죄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자주 너무 슬펐습니다. 외로웠고, 위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침묵). 저 혼자서 버티기엔 버거웠고 비참했습니다.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던 일들이 가슴속에 가득했는데…눈앞에 처해 있는 제 상황들을 이겨 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통을 버텨야 했고 힘겹게 살아 냈어야 했습니다. 저는 결국 루저입니다. 제가 잘못한 점들은 변명의 여지가 하나도 없습니다. 저를 낳아 주신 부모님께 못난 모습을 보이고 큰 죄를 지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평생 사죄하고 반성해 반드시 이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제가 지은 죄를 절대 잊지 않고 반성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018년 김민준(가명) 올림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간병살인 비극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는 침묵하지 말고 하루빨리 나서야”

    서울신문이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연재를 시작한 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가족 간 살인과 자살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 중 상당수는 ‘노노(老老) 간병’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노인 인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만성 질환자도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만성 질환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이 89.5%에 달했다. 노인 인구는 앞으로도 급속도로 증가해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노-노 간병 외에도 장애를 지녔거나 병에 걸린 환자의 가족들이 간병의 굴레 속에 고통받고 있다. 서울신문은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전문가 5명을 본사로 초청, 해법을 모색해 봤다. 차흥봉(76)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형선(58)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신영석(5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효영(41) 성북미르사랑데이케어센터장, 이성희(59) ‘마을살림 가족지원협회’ 대표가 참석했다. 유영규 탐사기획부장이 좌담을 진행했다.→‘간병살인’이나 ‘간병자살’이 일어나는 원인은. -차흥봉 전 장관(이하 차 전 장관) 거시적으로 보면 ‘인구학적 변화’와 ‘가족 부양 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1980년 전체 인구의 3.9%에 불과했던 노인(65세 이상)은 지난해 14%로 급증했다. 당연히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도 늘었다. 또 1980년에는 약 85%의 노인이 자식과 함께 살았는데, 지금은 따로 사는 등 가족 부양 체계가 급변했다. 이런 이유로 노노 간병이 증가하고, 간병 고통에 시달리는 노인도 늘었다. -정형선 교수(이하 정 교수) 노인 인구 비중이 28%에 이르는 일본은 지역별로 고령 환자에 대한 간병 계획을 짜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등 아픈 환자와 가족간병인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우리는 간병 부담을 대부분 환자 가족들에게만 떠넘긴다. 가족들의 고통이 훨씬 심할 수밖에 없다. -신영석 연구위원(이하 신 연구위원) 최근 정부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기 전 세밀한 실태 파악이 우선이다. 서울신문 탐사보도는 우리 사회의 암울한 간병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성희 대표(이하 이 대표) 현장에서 가족간병인을 만나면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사회가 이들을 위해 하루빨리 나서야 할 때다. 미국은 만성 질환자들을 관찰하다 힘겨운 간병으로 보호자가 먼저 사망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가족간병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서울신문 보도를 계기로 우리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가족간병인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이유는. -차 전 장관 서울신문의 분석처럼 간병 기간과 하루 간병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울감이 상승한다. 치매 등 만성 질환자를 종일 돌보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돌봄은 끝이 없지만 환자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고 여기서 오는 절망감도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된다. -신 연구위원 가족이 환자들을 종일 돌본다는 건 경제적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일 간병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간병인을 고용했을 것이다. 결국 경제력이 낮을수록 간병 시간이 길어지고 우울감도 높아진다. -이 대표 경제력과 별개로 꼭 가족이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도 간병인에게 족쇄가 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주간보호시설로 모시는 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하는 인식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무리해서 종일 환자를 돌보다 우울증을 앓는다. 이런 가족들을 설득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환자들은 시설에서 전문적인 케어를 받고, 가족들은 그 시간만큼 간병 부담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지역사회의 돌봄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박효영 센터장(이하 박 센터장) 간병인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도 위험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치매를 부끄러운 질병으로 여기고 환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우울감이 증폭된다. 일본이나 네덜란드에는 ‘치매안심마을’이 있다. 치매를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기고 간병인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정 교수 결국은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회에서 적절하게 풀어 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간병 시간을 줄여 주는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등 간병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정 교수 일본은 가족을 돌보다 폭행할 경우, 케어매니저(돌봄 전문가)가 곧바로 둘을 분리시킨다. 매뉴얼에 따라 환자를 쇼트스테이(단기보호시설)에 보내거나, 심각한 경우 보호자에게 요양시설 입소 등을 제안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간병 스트레스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이 대표 결국 폭력이 불행의 시작이다. 폭력이 습관화되고 극단적 사태로 치닫기 전 ‘고리’를 끊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케어매니저 시스템도 사실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있는 가정을 살피고 돌봄에 참여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차 전 장관 간병인에게 휴식을 주는 ‘레스핏 케어’가 필요하다. 레스핏 케어는 간병인들이 돌봄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단기적으로 환자를 전문시설에 보내거나 간병인을 투입하는 제도다. 영국 등에 잘 구축돼 있다. 신체적·정서적으로 한계에 몰린 간병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단기 또는 주야간 보호시설이 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활용하면 충분히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박 센터장 간병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간병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다른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간병을 해 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소소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지 프로그램이나 자조모임을 진행하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안타까운 것은 사회적 지원과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 남성간병인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남성간병인의 수치를 집계하는 데 우리나라는 없다. 그만큼 간병은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고, 드러내서 말하길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간병의 어려움, 갈등을 털어놓는다거나 정보를 얻을 기회가 여성보다 적다. 실제 서울신문이 분석한 판결문을 보면 남성이 간병살인의 가해자인 경우가 약 74%다. 남성을 위한 간병교육 프로그램과 자조모임 등이 필요하다. -정 교수 나아가 우리 사회가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 간병자살 사건의 상당수가 노노 간병에서 발생했다. 환자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인마저 병에 걸렸을 때 간병살인 비극이 다수 발생했다. 환자들에게 괴로운 삶을 강요하기보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쩌면 죽음에 다다른 개인의 선택을 사회가 막으면서도 대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에게 선택의 출구를 열어 주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경제적 어려움이 간병살인의 기폭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원인과 해결책은. -정 교수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원을 활용해 저소득층 간병 비용을 줄여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국가 재정상 한계가 있다. 치매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의 경제활동에 제동이 걸려 생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치매안심센터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치매환자 1인당 연간 2000만원 정도의 돌봄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국 치매환자가 70만명에 달하니 14조원이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한 해 편성되는 치매환자 관련 정부 예산은 모두 합쳐도 3000억원 정도다. -차 전 장관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 극단에 몰려 자살이나 범죄 위험군에 있는 환자의 가정만 지원 대상으로 하면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제도를 새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갑작스럽게 생계 곤란이나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을 해 주는 긴급복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제도로 위태로운 환자의 가정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 대표 저소득층의 경우 특히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복합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간병하는 것만도 벅차 복지 서비스를 직접 찾아 나서기에 어려움이 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가 중요하다. 지역 단위의 사회복지사 등이 방문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도심권50+센터’는 건강 코디네이터 60여명을 생활고를 겪는 치매 가정에 파견하고 있다. 치매 가정의 다양한 어려움을 돌보고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교육을 실시한다. 이런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 연구위원 이른바 ‘간병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평소에 아픈 사람을 돌봐 마일리지를 쌓고, 훗날 본인이 병들면 그만큼 간병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 없이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가족도 간병 부담을 덜 수 있다. 마일리지가 남는다면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된다. -정 교수 현재 경로당 등에서 제한적으로 ‘노노 케어 마일리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를 신 연구위원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면 좋겠다. 저소득층에게 특히 도움 될 것이다.→주요 선진국들은 가족간병 해법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거론한다.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가 환자를 돌보는 개념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 대표 앞서 이야기 한 해외 제도 대부분이 커뮤니티 케어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를 직접 찾아 복지 시스템과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커뮤니티 케어가 가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2005년부터 시·군·구에 주민을 위한 약 4300개의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의 케어매니저들은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기보호시설이나 간병인, 요양원 등 환자 상태에 맞는 돌봄 제도를 지원한다. -정 교수 환자들이 집이나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려면 주간보호, 단기보호, 방문요양·간호 서비스 등 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런 지원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게 필수 조건이다. -차 전 장관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가 운영한다. 우리도 전국에 많은 복지기관과 시설, 인력이 있지만 제각각이라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처럼 제도를 통일하고 산재한 민간단체에 가족간병 지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 또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정 경력을 갖춘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을 국가자격시험을 통해 케어매니저로 흡수해야 한다. 체계적인 요양서비스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케어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지역에서 환자들에게 효율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박 센터장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환자와 가족이 완전히 분리돼 지내는 건 환자의 증상 개선에도 좋지 않다. 주간보호센터에 치매 환자를 보내면서 돌봄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렇게 가족이 관심을 두면 환자의 심리 상태가 안정되고 증세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가족과 사회 모두 돌봄에 참여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환자들에게도 이상적이다. -신 연구위원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겠다는 커뮤니티 케어의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유럽이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한 건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로 일부 옮겨 재정 부담을 덜려는 목적이었다. 반면 일본은 환자를 보살피는 복지적인 측면에서 커뮤니티 케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향과 발전상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요양보호시설과 요양보호사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정 교수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경우 의사가 상근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의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것처럼 요양시설 서비스가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그곳에 있기를 거부하고,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괴롭다. 그래서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자가 2~3배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요양병원에 장기로 입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 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은 2016년 기준 3137개로 전년 대비 202개 늘어나는 등 증가 추세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가족들이 믿고 맡길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고 간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 교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시스템인 개호노인보건시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엔 입원 환자 1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을 둔다. 만성 질환자임에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머물렀거나 요양원에서 질 낮은 서비스를 받던 환자들을 개호노인보건시설이 흡수한다.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집에서 돌보기 어려워 요양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복지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신 연구위원 우리나라도 개노인보건시설과 유사한 시설로 보훈시설이 있다. 전국 5개의 보훈병원 인근에 보훈시설이 있다.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시설로 이동시켜 의료 서비스를 받으면서 요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모델을 확대해봄 직하다. -이 대표 요양보호사도 질은 낮고 숫자는 부족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150만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30만~35만명 수준이다. 만성 질환자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활동한 지 1년 된 요양보호사나 10년 된 사람이나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 처우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직무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 진입 장벽을 높여 전문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환자 보호자들도 전문성이 없는 요양보호사에게 가족을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차 전 장관 교육과 함께 시험을 치르도록 자격증 제도를 손질하면 좋겠다. 일본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1만명의 간병 인력을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그러면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 우리는 현행 제도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고민하는 것이 좋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개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김유민의 노견일기] 늙은 개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제일 먼저 기른 녀석은 몇 년도에 왔는지도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지금은 사십이 다 된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친구에게서 선물처럼 받아온 녀석이었습니다. 흰 바탕에 검고 누런 점이 박힌, 아주 똘똘해 똘순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던 바둑이. 외출하면 담벼락 위에 올라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바람에 동네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새끼도 낳고 그렇게 16년을 살다가 심정지로 몇 번 쓰러져 놀라게 하더니 먼 길을 떠났습니다. 늦은 밤, 침대를 오르지 못하고 마냥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다 아침에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딸 아이 품에서 갔습니다. 군대 간 아들한테 제일 먼저 알리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흘렸습니다. 정을 떼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생명이지만 가족이었기에 우울한 일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피부병이 심해 몇 달이 지나도 입양을 가지 못했다는 슈나우저 한 마리를 안고 왔습니다. 꼬불꼬불 까만 털에 눈썹은 하얀 녀석은 사람을 보자마자 온 마음을 내어줍니다. 얼굴을 핥으며 난리를 피는데 웃음이 나옵니다. 까미는 얼마나 굶었던 건지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쁜 버릇이 생겼습니다. 식탐이 심해 시아버지 제사상에 쓸 두부며 베란다에 내놓은 음식까지 입을 댔습니다. 외출해서 돌아오면 휴지는 흩어져있고 쓰레기통은 쓰러져 있었고, 신발도 물어뜯었습니다. 혼자 있는 상태가 몹시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이면 똘순이는 짖기 바빴었는데 까미는 침대 밑에 숨어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얼뜨기였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산책을 했습니다. 함께 걷는 날들만큼 까미는 점점 의젓하고 침착해져 갔습니다. 또 하나의 생명과 인연을 이어가는 일. 똘순이를 잃은 슬픔을 서서히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까미와 산책을 하는데 개 두 마리가 건축더미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건축자재, 컨테이너박스, 쓰레기가 쌓인 곳에 요크셔테리어 두 마리가 보였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개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밭을 일구던 사람이 주인이겠지 했는데 누군가 내다버린 녀석들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차에 반려견을 데려와 공터에 유기했고, 두 녀석은 두 달이 넘게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유기견센터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녀석들은 손에 망을 든 직원을 보고 어딘가로 숨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한 마리가 슬금슬금 나와 제 앞에 배를 보이며 벌러덩 누웠습니다. 저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 믿는 녀석의 몸짓을 외면할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목욕을 시키고, 진드기 벌레약도 바르고, 눈을 덮어버린 털도 다듬어주고, 밥그릇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까미가 텃세를 부리니 입을 삐죽거리며 언저리를 빙빙 돌았습니다. 남아있던 한 녀석도 우리 집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왔기에 녀석도 씻기고 다듬어 농사짓는 좋은 집으로 입양을 보냈습니다.까미와 예삐. 두 녀석의 틈바구니에 외손자도 함께 자랐습니다. 양쪽에 끈을 매 산책시키는 일도 버거웠지만 그렇게 삶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까미는 만으로 십년을 살다가 마지막 삼일을 제 옆에 꼭 붙어서 그렇게 떠났습니다. 잘 가렴. 나의 듬직한 보디가드 까미. 녀석의 까맣고 야드르르한 털이 삼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납니다. 두 번째 이별의 슬픔은 첫 번째 이별 덕에 많이 슬퍼하지 않고 순순히 마음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유기견이었던 예삐와 세 번째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 내게 온 지 13년, 성견으로 왔으니 얼마나 더 나이가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쓰러질 듯 겨우 목숨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뼈가 다 드러난 등에 다리는 절고 밥도 못 먹고 비척이며 걷는 모습이 안쓰러워 안고 다닙니다. 며칠 전엔 다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일어나 움직입니다. 아침마다 나가자고 보채서 그나마 운동하게 만들던 녀석, 지금의 건강이 저 녀석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세 마리 다 암컷이었고, 녀석들을 키우며 개띠였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암으로 육십도 못 되어 세상을 버린 어머니를 생각하며 짐승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보살폈습니다. 하늘로 간 두 녀석이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작고 힘없는 생명과 사랑하며 사는 것, 그렇기에 만남도 이별도 모두 큰 의미입니다. - 똘순, 까미, 예삐 엄마 신현임씨의 이야기를 듣고 복실이누나 씀.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 알리바바 마윈 “내년 9월 사퇴”… 후계자 장융 지목

    알리바바 마윈 “내년 9월 사퇴”… 후계자 장융 지목

    지분 6% 영향력 남겨… 교육 활동할 듯“알리바바는 결코 마윈(馬雲)의 것이 아니지만, 마윈은 영원히 알리바바에 속할 것입니다.”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거인 마윈이 내년 9월 10일 알리바바 회장 자리에서 내려온다. 마윈은 중국 교사의 날이자 54세 생일인 10일 인터넷으로 성명을 내고 “오늘 알리바바가 19주년을 맞는 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알리바바 설립 20주년 기념일인 내년 9월 10일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회장) 자리를 장융(張勇) 최고경영자(CEO)에게 승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늘부터 장융과 전적으로 협력해 우리 조직의 과도기를 위한 준비를 하겠다”며 “2019년 9월 10일 이후에도 2020년 알리바바 주주총회 때까지는 여전히 알리바바 이사회 구성원 신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윈은 1년 뒤 회장직에서 사퇴해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여전히 알리바바 지분 6.4%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 전반에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는 “심사숙고하면서 진지하게 지난 10년간 물러날 준비를 해 왔다”며 “알리바바가 전적으로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회사에서 인재들이 협치하는 기업으로 다음 단계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항저우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마윈의 앞날도 교육과 긴밀하게 연계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3년 CEO 직함을 장융에게 물려준 이후 이미 일년의 절반 가까이 전 세계를 돌며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가치, 기술 진보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마윈은 “교사는 항상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기를 바란다”면서 “나와 알리바바가 해야 할 책임 있는 일은 젊고 재능 있는 세대가 우리의 사명을 이어받아 더 나은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베이징에서 멈춰 선 강명구 마라토너가 쓴 ‘을밀대의 결의’

    그는 1년을 힘들게 달려온 힘겨움을 내려놓고 중국 베이징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평화통일 기원 유라시아 횡단 마라톤을 이어가고 있는 강명구(62)씨가 8일 베이징에 도착해 10일 오전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5편-을밀대의 결의’를 보내왔다. 15개국 1만 3000㎞를 쉼없이 달려온 그는 다음달 초 북한으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단둥에 도착해 북한 땅에 들어서는 벅찬 감격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그의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그는 평양에서 한바탕 축제를 벌인 다음 판문점을 통과해 경기 파주에서 광화문까지 달리는 완주를 꿈꾸고 있다. 아니 확신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 모르겠다. 1만 3000㎞를 거침 없이 달려온 그가 허베이성에 들어선 뒤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원고를 인용부호 붙여 따지 않고 전문 그대로 맛보게 하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 옮긴다. 명백한 오류나 동어 반복을 손질하는 등 최소한 적게 개입하며 필자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어쩌면 오래달리기가 이 병들어가는 나약한 사회를 바꿀 최선의 해결책인지도 모른다.?사람들은 허겁지겁 바쁘게 사는 것 같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고 건강 불안증에 빠져 의료비나 건강보충제, 비타민제에 들어가는 비용은 가히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지경이다. 사람들이 모두 오래달리기와 손을 잡으면 더 활기차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고 그러면 국가는 메말라가는 국민건강보험 기금이 남아 돌기 시작하는 축복을 누릴 것이다. 만약 국가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때마다 완주 메달과 함께 장려금 100만원씩 지불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지수가 높으며 생산성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높아지며 단숨에 일등 국가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게임기 앞에서 몸과 마음이 시들어가는 우리 어린이들과 청소년들도 오래 달리기와 손을 잡는 순간 활력이 넘치는 일상과 신선한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달릴 때 자존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상승한다. 사람이 사는 게 그렇듯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때,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할 때이다. 주위 사람이 나를 인정하는 것은 내가 돈이나 명예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남다른 정신이 존재하고 놀라운 기질이 있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중에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발생할 때가 아주 많다. 나의 발걸음은 거침없이 태항산맥을 넘어 허베이성(河北省)으로 들어선다. 황허(河)의 북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 베이징과 톈진을 품고 있는 허베이성은 중국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성도인 스자좡(石家莊)을 비롯하여 바오딩(保定),청더(承德)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협곡 중 하나인 태항산대협곡과 만리장성의 동쪽 끝 요새인 산해관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연나라와 조나라 땅이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원소의 본거지이며,?원나라, 명나라, 청나라는 베이징을 수도로 삼았고 이때부터 정치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때문에 중국에서도 역사 유적이 많기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청더 피서 별장, 장성, 청동능과 청서능도 모두 이곳에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도 허베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周) 왕실에 타협하지 않은 채 의리와 명분, 절개를 지키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따먹으며 연명하다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허베이성의 약칭은 지(冀)로 기주에서 유래했다. 낯이 익을 것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오는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유비와 관우, 장비 세 사람이 각자 28세, 29세, 24세에 맺은 영원한 약속, 도원결의가 아닐까 한다. 사내아이들이라면 술 배울 나이에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마시며 이 도원의 결의를 흉내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가 지나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오딩 시가 있다.?이곳이 유비와 장비의 고향 탁현이고 이곳에서 도원결의를 맺는다. 허베이는 조자룡의 고향이기도 하다. 황건적의 난이 천하를 어지럽힐 때 유비와 관우, 장비가 허름한 주막에서 만나 무너져가는 황실의 부흥을 위해 의기가 투합했고 천하의 대사를 논의했다. 이보다 더 멋지고 낭만적이면서도 결의에 찬 도원결의를 이번 가을 남북정상회담에서 꿈꾼다. 남북정상이 다시 손을 맞잡고 이름도 대박인 평양시 대박산 능선에 올라 우리 민족의 생명의 근원이 되는 단군릉에 참배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을밀대로 가 우리 민족의 평화는 우리끼리 지키자는 결연한 ‘을밀대의 결의’를 맺고 자주적으로 우리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명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 “백제의 향기 느껴보세요”…송파구, 8일 ‘백제돌말극장’ 개최

    “백제의 향기 느껴보세요”…송파구, 8일 ‘백제돌말극장’ 개최

    서울 송파구는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석촌동고분군에서 ‘2018년 생생문화재: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백제돌말극장’을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백제돌말극장은 백제시대 음악과 춤을 재현한 공연과 함께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행사로 이뤄진다. 구 관계자는 “행사가 열리는 석촌동고분군은 고구려계 이주민이 세운 백제왕국의 첫 도읍지”라며 “돌무지무덤이 많아 돌마리(돌이 많은 마을), 이를 한자로 바꾼 석촌(石村)에서 유래했다”고 개최배경을 설명했다. 백제의 노래와 무용으로 구성한 ‘백제돌말극장’ 행사는 이틀간 오후 4시부터 1~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1500년 전 백제의 악기, 노래, 무용을 모두 재현한다. 1부는 ‘백제 부활의 꿈’이란 주제로 태평무(무용), 백제가요 정읍사(거문고, 소리, 무용), 백제 탈춤 등으로 구성했다. 2부 ‘백제가 꽃피운 지금’은 전문 연주자의 국악 선율에 맞춰 관객이 함께 춤추는 무대도 펼쳐질 예정이다. 이어 ‘베틀 체험’ ‘한성백제 3D 퍼즐만들기’ 등 시민이 직접 체험하는 ‘백제야 놀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일부 체험행사는 유료(2000원~6000원)로 운영된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송파구는 한성백제 문화유적과 복합문화시설이 공존한다”며 “백제로 대표되는 송파 역사도 전하고, 관광도시 송파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받았던 사랑, 청소년들에게 갚을게요”

    “받았던 사랑, 청소년들에게 갚을게요”

    심장병·생활고로 고교 시절 가족과 이별 취업 뒤 병세 악화… 극적으로 이식 수술 보육원 돌면서 청소년 상담·기부 활동“제가 심장이식을 통해 받은 사랑을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모두 나눠 주고 싶습니다.” 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 대표인 이종진(27)씨는 심방중격결손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다. 심장에서 피가 역류하는 증상으로 생명이 위험했던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심장판막의 구멍을 막는 큰 수술을 받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지만 심장재단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씨의 건강이 좋아지자 네 살 위의 형에게 갑자기 확장성 심근병증이 찾아왔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심장이식이 필요한 질병이다. 그 무렵 막 중학생이 된 이씨도 형과 같은 병을 앓기 시작했다. 투병을 시작한 지 3년도 안 돼 죽음의 그림자가 형을 덮쳤다. 이씨의 고등학교 입학식 날, 형은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형이 떠나자 생활고에 지친 부모님도 양육을 포기하면서 이씨는 혼자 남겨졌다. 이씨는 “심장도 좋지 않은 상태로 혼자 보육원에 들어가야 했던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이씨는 보육원을 나와 전문대에서 IT정보통신 분야를 전공했다. 밤낮으로 취업 준비를 한 끝에 22세에 IT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취업 2개월 만에 복수가 차올랐다. 이씨는 “입원한 지 2일 만에 기적적으로 심장 기증자가 나타났고 수술비 1억원도 후원받아 극적으로 수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40대 남성이 ‘두 번째 생명’을 선물한 덕분이었다. 심장이식 수술 직후 이씨는 “사회에서 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자”는 마음으로 보육원 청소년에 대한 멘토링을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전국 보육원을 돌며 청소년 상담과 기부를 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도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이씨의 꿈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고 한다. “제가 건강을 지키며 열심히 일해야 기증을 결심한 분들도 보람을 느끼고, 청소년들에게도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애경그룹 2세 ‘채형석 시대’ 열리나

    애경그룹 2세 ‘채형석 시대’ 열리나

    비누·세제→항공·관광·유통 다각화 주역 ‘42년 본사’ 옮겨 ‘홍대시대’ 시너지 모색애경그룹이 42년 만에 지난달 본사를 이전하며 ‘홍대시대’를 시작한 가운데 본사 이전을 주도한 채형석(58) 총괄부회장에게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채 총괄부회장이 앞서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 전문 기업이었던 애경을 화장품, 항공사, 호텔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 만큼 본사 이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채형석 시대’를 열 것이라는 관측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채 총괄부회장이 조만간 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채 총괄부회장은 애경의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애경그룹은 채 창업주의 부인인 장영신(82)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미 채 총괄부회장은 고령인 장 회장을 대신해 2000년대 중반부터 경영 일선에서 그룹 내 주요한 사업을 주도해 왔다. 특히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2006년 취항에 나서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항공, 관광, 유통으로 다각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초반에는 애경의 항공업 진출을 두고 무리수라는 평이 우세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쟁사의 견제 등으로 설립 첫해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러나 채 총괄부회장은 사업을 접는 대신 외려 2010년 AK면세점을 매각하는 등 자금을 마련해 항공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당시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을 포기하고 항공업을 확대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후 제주항공은 흑자로 돌아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매출 1조 200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홍대 통합사옥 ‘애경타워’에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산업, AK켐텍, AKIS, 마포애경타운 등 5개 계열사와 제주항공 국제영업팀이 입주했다. 또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호텔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와 AK플라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AK&홍대’가 들어서 계열사 간의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 역시 채 총괄부회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채 총괄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 워크숍에서 “올해 새로운 홍대 시대를 열어 젊고 트렌디한 공간에서 대도약을 할 것”이라면서 “애경그룹의 퀸텀점프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아비는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아비는 너희에게 짐이 되기 싫었다

    ‘80대 노모, 정신질환 앓던 40대 딸을 끈으로 묶은 채 한강 투신’, ‘70대 노부부 차 안에서 손 꼭 잡은 채 자살···암 투병 아내와 함께 떠나’.피의자가 사망한 탓에 통상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되는 ‘간병자살’은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변사사건처리부 한 장에 간단명료하게 자살 등으로 분류되고 마는 죽음이다. 법적으로 유무죄를 따질 이유도 방법도 없는 까닭에 한 인간이 죽음을 결심한 이유 따윈 기록이 아닌 기억 속으로 묻힌다. 그나마 2006년 이후 현재까지 10여년간 언론이 기록한 간병자살 60건을 찾았다. 총 사망자 수는 111명. 이 중 17명은 동반자살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사실상 살인 피해자다. 89명은 함께 목숨을 끊었다. 5명은 환자를 남겨둔 채 돌보는 이들만 세상을 등진 경우다. 동반자살에 실패한 이들도 16명이다. 간병인이 환자를 헌신적으로 돌봤던 경우도 적지 않다. 간병자살은 주로 ‘부부 간병’(31건, 51.7%)에서 발생했다. 부부 평균 연령은 69.1세였다. 대부분 ‘노노(老老) 간병’ 과정에서 죽음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어 ‘자식을 돌보던 부모’(15건, 25%), ‘부모를 돌보던 자식’ (8건, 13.3%), ‘형제·자매’ (4건, 6.7%) 순이었다.“너희 엄마가 처음 병이 났을 땐 삶을 마감하는 게 좀 너무 이르다 싶어 몇 달 정도 지켜보다 결국 오늘까지 왔다. 너무 아파하고 나도 아파 같이 죽기로 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구나. 미안하다.” 2013년 11월 23일 전남 목포시에서 80대 노부부가 남긴 유서다. 디스크 수술로 거동이 어려운 아내를 돌보던 남편은 본인마저 뇌졸중에 걸려 하반신이 마비되자, 식탁 위에 유서 한 장과 영정사진을 올려놓고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이처럼 간병 중 간병인도 병에 걸려 몸이 아픈 사례도 16건(26.7%)에 달했다. 특히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절절한 마음이 유서에 담긴 경우도 많았다. 간병하던 부모가 자식과 삶을 정리한 경우 지적·발달 장애 등 선천적 장애를 지닌 자녀를 간호한 경우가 대다수다. 부모 평균 나이는 48.2세, 자식 평균 나이는 17.2세였다. 2015년 7월 6일. 경기 의왕시 한 아파트 18층에서 30대 여성이 뇌병변장애를 앓던 7세 아들을 끌어안고 투신했다. 여성은 아들 치료를 위해 매일 대형병원을 돌고 또 돌았다. 차도가 없자 좌절했고, 자신이 떠나면 혼자 중증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아들을 걱정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4년 3월 13일엔 30대 부부가 5살짜리 자폐증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부부 역시 발달장애 아이를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봤지만, 나아지는 게 없자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간병의 고통으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간병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21건(35%)에 이른다. 2013년 4월 24일 대구에서 쌍둥이 두 아들(7)과 연탄불을 피워 사망한 김모(43)는 사망 직전까지 뇌졸중인 아내를 돌봤다. 하지만 실직인 상태로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아내의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아내를 병원에 홀로 남겨둔 채 두 아들과 생을 마감했다. 간병인이 우울증에 걸린 경우도 12건(20%)에 달했다. 2014년 3월 2일 경기 동두천시 상패동 한 아파트에서 주부 윤모(37)씨가 성장장애를 앓던 아들(4)과 함께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윤씨는 더디게 성장하는 아들을 돌보며 주변에 우울감을 호소했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15㎡ 남짓 원룸에서 재혼한 남편과 아들을 낳았고, 일정한 수입이 없어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주머니에선 “미안하다”고 적힌 밀린 세금 고지서가 나왔다. 오랜 기간 홀로 간병을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간병인이 홀로 환자를 돌본 경우는 41건(68.3%)에 이르렀고, 평균 간병 기간은 7년 8개월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간병은 전쟁이다, 죽어야 끝나는

    [간병살인 154人의 고백] 간병은 전쟁이다, 죽어야 끝나는

    #피해자 평균 나이 64.2세, #간병기간 6년 5개월, #부부간 살해, #다툼에 따른 우발적 범행, #10명 중 6명 독박간병, #10명 중 4명 목조름.지난 10여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의 핵심 키워드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인이었고, 가해자와는 한때 100년 해로를 약속한 사이였다. 병마와 싸우기를 6년 5개월, 자식들의 도움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다 한순간 절망과 분노를 견디지 못해 남편은 아내의 목을 졸랐다.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노노(老老)간병’으로 귀결된다. 서울신문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간병살인 사건 판결문 108건을 입수해 심층분석했다. 악순환을 막기 위해 개별 사건의 특수성보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성에 주목하고 싶었다. 죽음의 순간은 사건 피해자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공통분모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하거나, 일부 판결문을 분석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대규모 심층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74% ●아들과 남편의 범행 압도적 간병살인에도 힘의 논리는 또렷하게 나타났다. 가해자는 가족 중 남성인 경우가 80건(74.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들(38건, 35.2%)인 비중이 가장 높았고, 남편(25건, 23.1%)이 뒤를 이었다. 아내와 딸은 각각 14.8%, 2.8%에 그쳤다. 피해자 역시 힘이 약한 순이었다. 아내가 25건(23.1%), 어머니가 22건(20.4%), 아버지가 19건(17.6%), 남편이 16건(14.8%)이었다. 가해자 평균 나이는 56.9세인 반면, 피해자 평균 나이는 64.2세로 더 고령이었다. 피해자들이 앓은 질병 가운데 노인성 질환의 비중은 높았다. 치매가 58건(53.7%), 뇌혈관 질환이 16건(14.8%)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7건(6.5%), 지체장애가 6건(5.6%)이었다. 피해자의 일상생활 가능 여부를 알아봤더니,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대소변 못 가림)가 46.3%나 됐고, 전적인 보호가 필요한 경우(식물인간 수준)가 14.8%였다.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건은 38.%였다. 가해자 35.2%도 우울증 외에 다른 질병을 앓고 있었다. 뇌혈관 질환이 7명(17.9%), 치매가 5건(11.5%), 노환이 5건(12.8%)이었다. 특히 가족 내에 혼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독박간병’은 64건(59.3%)이나 됐다. 33% ●‘3년 미만’ 간병인 범행 최다 범행에 이르는 데 걸린 평균 간병기간은 6년 5개월이다. 비중만 보면 3년 미만이 36건(33.3%)으로 가장 높았다. 간병기간이 짧다고 환자를 돌보기 수월하거나 간병의 스트레스가 가벼운 것은 아닌 셈이다. 환자를 간호한 지 한 달 만에 환자를 살해하는 때도 6건(5.6%) 있었다. 오롯이 간병 문제라기보다는 평소 다양한 이유로 불만이 쌓여 오다가 간병 스트레스가 뇌관이 돼 폭발한 경우가 많았다. 범행 수법으로는 목조름 방식이 41건(38.0%)으로 가장 많았다. 문모(55·여)씨는 2012년 6월 24일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돌보다 다음달 10일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 배경엔 남편의 무책임이 있었다. 남편은 가정을 돌보지 않고 약 20년 전 집을 나갔다가 뇌출혈로 쓰러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치매까지 걸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자 결국 남편을 살해하고야 말았다. 물론 간병기간이 길어졌을 때 간병살인 가능성이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가해자의 범행 결심 배경에 ‘장기간 간병에 따른 낙담’이 41건(38.0%)이나 됐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간병살인 52건(48.1%)에서 가해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선 변호인을 선임한 사례도 61건(56.5%)이나 됐다. 통상 형사사건의 경우 국선 변호인 선임 비율은 30% 남짓이다. 이에 비하면 국선 변호인 선임 비율이 20% 포인트 정도 높은 셈이다. 우리 법원은 피고인이 구속되거나 70세 이상이면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고 있다. 또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을 땐 피고인의 청구에 의해 국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범행 결심 사유 중 ‘다툼에 따른 순간적 분노’가 42건(38.9%)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도 눈에 띈다. 돌봄이 필요한 환자와 다툴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치부하는 건 간병을 경험해보지 못한 자들의 편견이다. 식사와 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대소변을 벽에 묻혔다는 이유로, 섭섭한 말을 했다는 이유 등으로 간병 현장은 매일 전쟁터다. 가해자만 피해자를 폭행(26건, 24.1%)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폭행(36건, 33.3%)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특히 치매에 걸리면 평상시 없던 폭력성이 나타난다. 범행 결심의 주요 이유 중 폭력, 가출 등 다양한 치매 증상에 지쳐서(35건, 32.4%)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폭언을 퍼붓는 건 예사고, 의처증과 의부증 증세도 발현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공격하기도 한다. 치매 환자가 사는 집에선 거울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박모(53)씨는 2013년 2월 어머니(87)의 머리 부위를 마구 폭행해 살해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왔는데, 어머니가 “천엽을 사왔으니 함께 먹자”며 걸레를 들이댄 것이다. 누차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간의 스트레스가 일순간에 터져 나왔고, 혼자서 어머니를 돌보며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폭발했다. 박씨는 지난 1년간 성실히 어머니를 부양했지만, 결국 사소한 실랑이 때문에 천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 이 밖에 범행 배경으로 ‘처지 비관’이 26건(24.1%), ‘자살하기에 앞서 환자부터 살해’와 ‘다른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가 각각 22건(20.4%)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환자를 돌보다 자포자기를 한 경우다. 판결문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는 흔적은 곳곳에 있다. 피고인이 우울감을 호소(41.7%)하거나 수면부족을 호소(15.7%)하기도 했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내와 56년간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한모(82)씨는 2013년 8월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에서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10여년 전부터 치매와 고혈압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홀로 돌봤던 그다. 범행 2~3년 전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미래가 보이지 않아 범행을 결심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하고 수면제를 먹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5.5년 ●살인죄 평균 형량의 절반 가족을 살해한 죄로 받는 평균 형량은 5년 5개월(집행유예 제외)로 집계됐다. 2009년 7월 양형기준이 시행된 이후 살인죄의 평균 형량이 약 12.1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가량 낮은 형량이다. ‘5년 이상’이 35.2%로 가장 많았고, 집행유예가 34.3%, ‘3년 이상 5년 미만’이 24.1%, 3년 미만이 6.5%에 그쳤다. 존속살인 등에는 가중치가 적용되지만 법원에서 가해자의 상황을 참작했기 때문이다. 감경 요소를 보면 ‘피해자 유족의 처벌불원’이 49건(45.4%)이었고, 자수가 12건(11.1%), 심신미약 9건(8.3%), 미필적 고의 7건(6.5%), 피해자 유발이 6건(5.6%)이었다. 감경 요소가 적용되지 않은 사건은 45건(41.7%)이었다. 물론 가중 요소도 있었다.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33건(30.6%), 존속인 피해자 32건(29.6%), 잔혹한 범행수법이 5건(4.6%)이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인터뷰②] 배우들에게 ‘에이틴’이란… “첫 단추·성장통·졸업앨범”

    [인터뷰②] 배우들에게 ‘에이틴’이란… “첫 단추·성장통·졸업앨범”

    “짧은 분량이라 많은 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배우로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작가님께서 캐릭터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주시고 에피소드를 많이 넣어주셨지만 너무 짧다 보니 사연이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짧은 분량 안에서도 내적으로 고민하고 연기했죠.”(김동희) 10대를 중심으로 젊은층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웹드라마 ‘에이틴’의 주역 5명(신예은· 이나은·김동희·김수현·의현, 신승호는 개인 스케줄로 불참)은 최근 서울신문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와 배우로서의 고민과 포부 등을 털어놨다. 총 24부작으로 제작됐지만 회당 10분 남짓의 분량으로 언제든 쉽게 ‘정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에이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된 만큼 1020 세대에게 더욱 친숙하다. 10분이라는 짧은 분량에 대해 신예은(21·도하나 역)도 “그것이 장점인자 단점인 것 같다”며 “지하철에서도 누구나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너무 짧아서 (다음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10분 안에 담지 못한 얘기들이 많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회당 비록 10분 분량밖에 공개되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촬영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의현(19·차기현 역)은 “제가 다른 데서 경험했던 것만큼, 오히려 그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를 했다”며 “다같이 열심히 만든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연기에 처음 도전했거나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연기 욕심만큼은 숨기지 않았다. ‘프로듀스 101’(tvN)과 ‘믹스나인’(JTBC)에 아이돌 연습생으로 참가하기도 했던 김수현(18·여보람 역)은 “(아이돌 데뷔 목표는) 지금도 현재형”이라며 “아이돌과 배우를 모두 꿈꾸는 욕심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아이돌 연습생도 열심히 하다가 중간에 오디션도 봤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나은(19·김하나 역)은 “에이프릴을 하면서 회사에서 연기 예능이나 카메오를 하러고 할 때는 의무적으로 생각했던 면도 있었다”면서 “‘에이틴’을 통해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주변에도 그런 얘기를 자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틴’ 오디션을 볼 당시 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의현은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했다”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촬영을 하면서 점점 더 커졌다”고 말했다. 18회까지 중 팬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이 온 에피소드 중 하나는 15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친구의 거짓말’이었다. 김하나의 가정사 등 비밀을 알게 된 하민이 김하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에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민에게 향했다. 이와 관련 하민 역할의 김동희(19)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많이 소통하고 저도 신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 전 에피소드에 하민의 가정사가 나오는데 김하나를 보면서 자기를 보는듯한 동질감을 느끼는 걸로 비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드라마 초반에 도하나에게도 김하나에게도 ‘어장’을 치는 걸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대사들을 하면서 하민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만들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에이틴’을 통해 배우로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김동희는 “처음에는 확실히 만족스럽게 표현해내지는 못해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매회 성장하고 발전한 부분도 있어서 아쉬워만 하기보단 스스로 토닥토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은은 “저랑 성격이 반대인 캐릭터라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많이 끌어내 주셨다. 배운 게 많다”고 말했다. 배우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에이틴’은 이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더 성장했을 때 도하나 명찰을 보면서 돌아볼 첫 단추.”(신예은) “학창시절로 돌아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나은) “좋은 배우가 되는 길목의 성장통.”(김동희) “마지막 촬영을 끝내기 싫었던,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작품.”(김수현) “졸업앨범 꺼내보듯 보게 될 작품.”(의현) 총 24부작 중 19회까지 방영된 ‘에이틴’은 지난달 20일 마지막회 촬영까지 모두 마쳤다.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는 ‘에이틴’을 향한 팬들의 시즌2 제작 요청이 벌써부터 뜨겁다. 시즌2를 기대해 봐도 좋겠냐는 질문에 배우들은 “저희도 나왔으면 좋겠다. ‘에이틴’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며 밝게 웃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60년 전 묻어둔 비극, 풀꽃이 먼저 싸매주었네

    저 앞의 끝 간 데 없이 이어진 초지가 평강고원이랍니다. 아직은 닿을 수 없는 북한 땅이지요. 시선을 가까이에 두면 초록빛 철원평야가 다가섭니다. 눈앞의 풍경 중 어디까지가 남한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북한 땅일까요. 철책에서 쉬어 가는 잠자리는, 쩌렁쩌렁 울어 대는 매미는 어디에서 날아온 걸까요. 강원 철원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광은 미답의 땅, 북한을 그려 보게 합니다. 녹색길이 특별한 것은 지뢰구역 철조망 옆을 걷다가 북녘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보다는 생각이, 달뜬 걸음보다는 차분한 사색이 어울리는 길이지요. 북녘을 향한 그리움을 부려 놓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길은 걸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철원은 한국전쟁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는 땅이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은 평화전망대나 제2땅굴 같은 안보 관광지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해발 362m의 작은 산은 남한 땅과 북한 땅을 가득 품는다. 소이산은 한국전쟁 후 60여년 동안 민간인통제구역이었다. 2010년에 통제구역에서 해제된 뒤에도 지뢰 때문에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전쟁의 폭격에 황폐해진 산은 스스로를 치유했고,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은 원시림 같은 울창함을 되찾았다. 그러던 2012년, 철원군과 육군부대가 힘을 합쳐 4.8㎞ 길이의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을 열었다. 길 끝에서 바라보는 북녘 땅은 자연스레 통일의 꿈을 꾸게 한다. 숲길이 주는 미덕도 빼놓을 수 없다. 녹진한 풀 향을 맡고 묵은 낙엽을 밟으며 자연이 낸 길을 따른다. 시간에 맞춰 한 장소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대개의 안보관광지와 달리, 이곳에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고 바라보고 싶은 만큼 바라볼 수 있다.●전쟁이 남긴 구멍 난 상처 노동당사 철원이 1946년에는 북한 관할구역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노동당사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북한이 조선노동당 당사로 쓴 건물이다. 늦여름 햇덩이가 내리쬐는 낮에도 건물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신축 당시 성금이라는 명목으로 한 리(里) 당 쌀 200가마씩 거두었다는 이야기, 기밀 유지를 위해 공산당원 외에는 건축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공산주의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이야기, 혹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들이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전쟁 중 폭격으로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지금은 네 면의 벽체와 군데군데 골조만 남아 있다. 건물 뒤는 앞보다 훨씬 처참하다. 외벽이 거의 무너져 내려 기다란 파이프가 건물을 지탱하는 상태다. 벽에는 깊게 팬 탄알 자국이 무수하다. 손 한 뼘 되는 간격으로 총알의 흔적이 이어진다. 밤중에 노동당사 주변을 지나는 군인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곳에 총을 난사했기 때문이란다. 부서지고 구멍이 뻥뻥 뚫린 건물은 남과 북의 서글픈 현실을 말해 준다. 신청 후 단체로 움직이는 철원의 다른 안보관광지와 달리, 노동당사는 민간인통제선 밖에 있어 특별한 절차 없이도 갈 수 있다. 노동당사 맞은편에 소이산이 보인다.●철조망 따라 핀 ‘지뢰꽃’… 소이산 생태숲 아래부터 위로 천천히 고개를 든다. 산수국이 핀 땅, 철조망, 지뢰라고 쓰인 삼각형 표지판, 철조망 안팎을 오가는 잠자리, 새파란 하늘. 숲길 옆으로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진다.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첫 번째 구간은 1.3㎞ 길이의 지뢰꽃길이다. 지뢰와 꽃이라니 얼마나 상반되는 조합인가. 철원 출신의 시인이 쓴 시 ‘지뢰꽃’에서 이름을 따왔단다. ‘지뢰 지대로 출입을 절대 금함.’ 철조망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렇다. 철조망 안은 아직 지뢰 지대다. 지뢰가 있다 한들 뿌리 내리고 잎을 틔우려는 자연의 생명력을 막을 순 없다. 도심 가로수처럼 때 되면 모양을 가다듬어 주지 않는 데도 철조망 안 수풀은 제 알아서 자라 푸르기만 하다. 어떤 나무는 가로로 누워 자라다가 철조망에 막혀 가지 뻗을 곳을 잃었다. ‘지뢰꽃’의 한 구절이 스쳐 간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산수국, 벌개미취, 하늘말나리, 노루오줌, 맥문동…. 소담한 꽃들이 철조망 따라 피어나 스산한 마음을 달래 준다.●철원평야 뒤 백마고지까지 파노라마 뷰 두 번째 구간인 생태숲길이 시작되면 철조망이 걷혀 시야가 트인다. 너른 들판에 농촌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지뢰밭을 일궈 세운 대마리 마을이다. 1968년 민간인통제선 북쪽의 농지를 개간한다는 계획에 따라 반공정신이 투철한 제대 군인과 지역 주민들 15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뤘다. 농지를 개간하다가 지뢰가 폭발해 팔다리를 잃은 이들도 있다고 한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마을에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 40분 정도 좁다란 숲길을 오르면 마지막 구간인 봉수대 오름길이 나온다. 온통 아스팔트 도로다. 산에 웬 아스팔트 길인가 싶겠지만 이곳에 주둔하던 군인들이 군 작전로로 닦아 놓은 길이다. 소이산은 최근까지 군사적 요지였다. 철원평야를 비롯해 주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지형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봉수대 오름길은 산으로 따지면 깔딱 고개다. 걷는 맛이 적은 아스팔트 길인 데다가 경사가 가팔라 숨이 가쁘다. 고진감래.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묵묵히 걸어 전망대에 오르면 선물 같은 풍경이 기다린다. 너른 철원평야 뒤로 백마고지, 김일성고지,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유리판에 지명이 적혀 있어 눈앞의 풍경과 지명을 하나하나 맞춰 볼 수 있다. 낮은 언덕 세 개가 삼자매봉, 삼자매봉 뒤의 봉우리가 백마고지, 저긴 김일성고지, 저 아득한 초원이 평강고원…. 열흘 동안 열두 번의 전투를 하며 심한 포격을 받은 탓에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졌다는 백마고지는 여전히 허옇다. 사람에게나 자연에나 전쟁의 상흔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끝을 알 수 없이 광활한 평강고원 너머 북한의 산 능선이 흐릿흐릿하게 이어진다. 예쁜 꽃도 아니고 눈부신 일몰도 아니지만 그리운 땅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고픈 풍경이다. 소이산에 다녀간 이들의 메시지가 전망대 앞 밧줄에 묶여 바람에 나부낀다. “동생과 제가 싸우지 않도록 평화를 주세요. 평화 통일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세요.” 한 아이에게는 동생과 싸우지 않는 것이 평화다. 한 국가에는 갈라진 두 땅이 하나가 되는 것이 평화다. ‘평화’라는 거창한 단어를 읊조리게 되는 곳, ‘통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돌아보게 되는 곳, 이곳은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이다.●시간과 자연이 빚은 주상절리 ‘송대소’ 소이산 생태숲 녹색길의 출발지인 노동당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송대소가 있다. 30m 높이 현무암이 수직 절벽을 이루고 절벽을 휘감는 물줄기가 깊은 소(沼)를 이룬 곳이다. 절벽은 다각형 기둥으로 뒤덮여 있다. 3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으며 수직 틈이 생겼고, 풍화작용이 일어나며 여러 모습으로 갈라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송대소 주상절리다. 송대소는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저마다의 감흥이 있다. 멀리서는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과 S자로 돌아 나가는 한탄강이 한눈에 담긴다. 절벽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법한 풍광이다. 가까이서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계절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을 걸으면 주상절리의 기이한 모양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4~8각형의 다각형 기둥이 있는가 하면 널빤지처럼 넓적한 판도 있다. 수십만년의 시간과 비바람이라는 자연이 빚은 합작품이다. 내비게이션에 ‘송대소’를 치면 정확한 주소가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송대소를 잘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모닝캄빌리지 펜션 옆 나무데크다. 모닝캄빌리지 정원 한편에 나무 계단이 있는데, 시야가 탁 트여 송대소와 S자로 흐르는 한탄강을 훑을 수 있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장명확(사진작가)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신평화로를 거쳐 평화로와 연신로를 지난다. 신평화로로 가다 소요산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평화로를 따라 25㎞가량 직진한다. 신서교차로에서 ‘철원, 도산리’ 방면으로 우회전하고 연신로를 따라간다. 노동당사삼거리에서 ‘관인, 철원읍사무소’ 방면으로 우회전해 금강산로에 다다르면 노동당사다. →맛집:철원은 유독 매운탕 집이 많다. 물살이 거센 한탄강에서 난 민물고기 맛이 좋기 때문이다. 고석정 입구에 있는 임꺽정가든(455-8779) 역시 민물매운탕을 잘한다. 고석정과 한탄강 등 철원의 명소와도 가깝다. 삼정콩마을두부집(455-9284)은 두부전골, 두부청국장 등 각종 두부 요리를 한다. 가게에서 국내산 콩을 직접 삶고 갈아 속이 편안하다. →잘 곳:한탄리버스파호텔(455-1234)은 고석정, 삼부연폭포 등 철원의 대표 관광지와 가깝다. 게르마늄 온천 사우나와 실내 온천 풀장이 있어 물놀이를 하기에 좋다. 백마고지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학마루 철원펜션(010-6711-0818)은 한탄강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다.
  • 74세 할머니 동성 결혼 허용, 석달 전 세상 떠난 파트너와

    74세 할머니 동성 결혼 허용, 석달 전 세상 떠난 파트너와

    미국 유타주에 사는 보니 포에스터(74) 할머니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결혼을 인정받았다. 세상의 여느 신랑신부가 하는 결혼과 사뭇 다르다. 우선 그녀의 결혼 상대는 동성인 여성이다. 그것도 3개월 전에 세상을 떠난 이와 성혼이 선언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포에스터 할머니는 무려 50년 가까이 솔트레이크 시티에 거주하는 베벌리 그로상 할머니와 동성 가정을 이뤄왔다. 지난 5월 그로상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패트릭 코럼 연방법원 판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둘의 결혼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고 선언했다. 유타주에서는 동성 결혼이 2013년부터 합법화돼 주민이 법원에 청원을 제기하면 대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예식 같은 것을 통해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정에서 선언만 한다. 변호인이며 20년 넘게 둘의 친구로 지낸 로버트 훌은 이번 판결이 드물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라고 했다. 이달에만 두 번째 동성 결혼 판결이라고 전했다. 훌은 둘이 “정말로 끈끈했다”고 말했다. 포에스터는 1968년 1월 뉴욕에서 처음 그로상을 만났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포에스터는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고 두 눈을 모두 얻어맞아 선글라스를 낀 채였다. 그로상이 다가와 “선글라스 벗어봐. 지금은 1월이야”라고 말했다.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그로상의 푸른 눈동자를 본 순간 사랑에 빠져 날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보였다고 했다. 일주일 뒤 둘이 합쳤고 그 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1979년 그로상이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고 해서 유타주로 옮겨왔다. 포에스터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앓았고 29차례나 등 수술을 받았다. 시력감퇴로 앞이 안 보이기 시작했고 희귀 뼈 감염 때문에 2016년 두 다리를 잘라냈다. 포에스터를 돌보다 이번에는 그로상이 시력 상실에 만성 심장질환을 앓게 됐다. 그렇게 그로상이 세상을 뜨기까지 둘은 따로 요양시설에서 지냈다. 임종은 했다고 했다. 이어 그녀를 여읜 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내 인생이었다”고 돌아봤다. 2015년부터 미국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해졌지만 둘은 건강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다가 한 사람이 세상을 등진 뒤에야 하게 됐다. 포에스터는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날 위해 태어났고 난 그녀를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서로를 찾아냈다. 난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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