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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희망자금 오늘부터 신청… 28일까지 접수해야 추석 전 받는다

    새희망자금 오늘부터 신청… 28일까지 접수해야 추석 전 받는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통과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청년특별구직지원금, 긴급생계지원금, 아동특별돌봄, 통신비 등에 대한 지원이 시작된다. 다만 대상에 따라 지급 시점이나 신청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23일 서울신문이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정부가 밝힌 지급 날짜가 되면 모두에게 동시 지급되는 건가. “아니다. 먼저 신청한 사람이 먼저 받는 선착순 방식이다. 대신 지원 대상과 규모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늦게 신청한다고 못 받는 일은 없다. 단, 추석 이후 지급되는 지원금 중엔 한정된 재원으로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 이때는 선착순이 선정 기준은 아니다. 예를 들어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의 경우 1차 지원금을 받지 않은 신규 대상자에 대한 지원 예산은 20만명분만 편성돼 있다. 이보다 많은 인원이 신청하면 ▲연소득이 낮은 순 ▲소득 감소율이 높은 순 ▲소득 감소 규모가 큰 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한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어떻게 신청하나. “행정정보로 확인돼 이날 문자메시지로 안내를 받은 소상공인들은 24일부터 직접 인터넷(새희망자금.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지급은 25일부터 선착순으로 시작된다. 별도 증빙자료는 필요 없다. 다만 원활한 신청을 위해 24일엔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 짝수, 25일엔 끝자리 홀수만 신청할 수 있다. 26일부터는 구분 없이 신청 가능하다. 즉, 사업자등록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소상공인은 하루 더 기다려야 한다. 신청 후 지급까지 1~2일가량 걸리기 때문에 추석 이전에 받으려면 오는 28일 오후 5시까지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추석 이후에 받을 수 있는 업종은. “영업제한·집합금지를 받은 특별피해업종은 업종과 국세코드가 일치하지 않거나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준이 달라 한번에 지급하는 게 쉽지 않다. ▲영업제한 조치된 수도권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집합금지 조치된 전국 노래연습장·단란주점과 수도권 독서실·실내체육시설 등 7개 업종 소상공인은 추석 이전에 150만~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특별피해업종은 추석 이후에 지자체로부터 제공받은 목록을 토대로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국회 협의를 통해 추가된 유흥주점과 콜라텍도 추석 이후에 지원된다.”-나도 피해 소상공인인데 누락된 것 같다. “특별피해업종 지자체 목록에서 누락되거나 과세 정보가 없는 소상공인에 대해선 다음달 중에 ‘확인 지급’ 시스템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청서, 신분증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통장 사본, 별도 증빙서류를 통해 신청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 지급받을 수 있다.” -법인택시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나. “법인택시 기사도 1인당 100만원씩 받는다. 일정 기간 근속 여부를 확인해 선별 지급된다.” -돌봄비용에 중학생도 추가됐다는데, 추석 이전에 받을 수 있나.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추석 이전에 지급되지만, 중학생은 준비가 필요해 추석 이후 지급된다. 학교 밖 아동도 별도 신청이 필요해 다음달 중 지급된다.” -긴급생계비 지원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 “다른 지원금과의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늦은 오는 11~12월에 지급이 이뤄진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 있는지 살펴보고, 없다면 추후 긴급생계비를 신청해야 한다.” -통신비 지원은 신청이 필요한가.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가진 만 16~34세와 만 6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은 별도 신청이 필요 없다. 통신사 안내메시지를 받은 대상자는 9월분 통신비를 다음달에 차감받을 수 있다.” -더 자세한 안내를 받고 싶다면. “기본적인 상담은 범정부 원스톱 콜센터(힘내라 대한민국 콜센터: 110)에서 받을 수 있다. 지원금별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1357)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과 청년특별구직지원금은 고용노동부(1350) ▲긴급생계지원금, 아동돌봄특별(미취학·초등)과 비대면학습(중등) 지원금은 보건복지부(129)가 담당한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결국 35~64세는 못 받는 통신비

    결국 35~64세는 못 받는 통신비

    여야가 22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극적으로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통신비 지원 대상은 줄이고 아동특별돌봄 수당은 중학생까지 늘렸다. 법인택시 운전자와 정부 지침으로 문을 닫은 콜라텍, 유흥주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전에 소상공인 지원금과 아동특별돌봄 수당 등이 지급될 전망이다. 우선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우여곡절 끝에 대상을 만 16~34세, 65세 이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280억원이던 관련 예산에서 5206억원이 삭감됐다. 통신비 지원 대상에 13~15세가 빠지는 대신 당초 초등학생까지만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던 아동특별돌봄비를 중학생까지 확대했다. 다만 재원에 한계가 있어 중학생은 1인당 15만원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국민의힘에서 요구했던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수급 등에 문제가 있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대신에 군인·임산부 등 1900만명이던 기존 무료 접종 대상자에 장애인연금·수당 수급자(35만명) 등 취약계층 105만명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국민 20%(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지원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됐던 법인택시 운전자에게도 개인택시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100만원을 지원하고 유흥주점, 콜라텍도 정부의 방역 방침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경우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추경 합의 후 “추경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저희 요구와 주장을 대폭 수용해 준 김 원내대표 등의 협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4차 추경은 정부안에서 296억원을 감액한 7조 8147억원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결 뒤 “이번 추경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실직위험계층, 생계 위기가구 등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혜택을 전달하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고비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추경안이 신속히 집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 지원금 등은 일단 선지급 후확인 절차를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석 전 상당 부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35세라 못 받아요” 여야 추경합의…통신비 축소에 엇갈린 표정(종합)

    “35세라 못 받아요” 여야 추경합의…통신비 축소에 엇갈린 표정(종합)

    여야 합의 도달, 22일 저녁 본회의 상정 전망돌봄비 확대 따라 13~15세 통신비 지원 제외 여야가 4차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했다. 여야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4차 추경과 관련, 통신비는 선별 지원하고 돌봄비 지급 대상은 중학생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피해를 입은 개인택시는 물론 법인택시 운전사에게도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방역에 협조한 유흥주점에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통신비는 16~34세, 65세 이상만 2만 원 지원 4차 추경안 심사 중에 가장 논란이 됐던 통신비는 16~34세와 65세 이상에 한해서만 선별지원을 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4차 추경안이 여야 간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추경안은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날 저녁 늦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합의안 도출 직후 “기재부가 예산명세서 시트 작업에 돌입했다”며 “빨라도 오후 7시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때를 전후해 예결 소위와 (예결위) 전체외의에서 의결하고 본회의 상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작은 정성”이라고 약속했던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 원 일괄지원이 만 16~34세와 만 65세 이상의 선별지원으로 바뀌게 됐다. 이번 합의안에서 돌봄비 지급 대상이 당초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로 확대됨에 따라, 중학생에 대해서는 통신비와 돌봄비가 이중지원될 우려가 있어 통신비 지원 대상 나이가 상향 조정됐다. 박홍근 의원과 예결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고등학생부터 만 34세까지는 직장인도 있지만, 대체로 이 시기와 만 65세 이상은 자기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은 계층”이라며 “고등학생부터 청년과 어르신으로 통신비 지원을 줄이면서 5206억 원 정도를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통신비 지원을 연령별로 나눈 데 대해 일각에선 반발 여론이 나오고 있다. 소득·자산 기준이 아닌 연령별 선별지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만35~64세는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연령대인데 세금만 많이 내고 혜택은 못 받는다”, “한 살 차이로 지원을 못 받는 건 억울하다”,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억울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비 전 국민 지원을 주장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해찬 전 대표의 전기 출간 행사에서 “국민께 말씀드렸던 만큼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에 죄송하다”며 “협의를 빨리해서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시간이 늦지 않게 추경을 처리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유흥주점·콜라텍 200만원, 법인택시 100만원 이렇게 절감된 예산은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독감 무상 예방접종 확대, 집합금지업종 중 유흥주점·콜라텍에 대한 200만 원 지원, 법인택시 운전자에 대한 100만 원 지원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박홍근·추경호 의원은 “기존 65세 이상과 고등학생까지, 군인·임산부 등 1900만 명이 독감 무료 예방접종 대상이었다”며 “이번에 의료수급자 및 장애수당 대상자 등 105만 명의 취약계층으로 지원을 확대하기로 해서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합금지업종 중 유흥주점과 콜라텍이 있는데, 유흥업을 장려하자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문을 닫아서 피해가 큰 업종”이라며 “방역에 철저히 협조하느라 피해가 컸고, 방역에 협조한 분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협조 요청을 다시는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와서 검토 끝에 200만 원씩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인택시와 관련해서는 개인택시 하는 분들과 비교해 열악한 상황인데도 지원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며 “법인택시 운전자는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사업을 활용해 소득 감소자를 대상으로 100만 원씩 지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야당이 요구했던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과 관련해서는 장애인연금·수당 수급자 35만명 등 취약계층 105만명을 대상으로 관련 예산을 증액한다. 전 국민 20%(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한 예산도 늘린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통신비 2만원’ 추경 처리 막판 진통 거듭

    ‘통신비 2만원’ 추경 처리 막판 진통 거듭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21일 여야가 9000억원 규모의 13세 이상 통신비 지원 예산을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이어 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이날 통신비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사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업 효과성이 불분명하고 추경 편성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코로나19로 체감 통신비가 증가했다”고 맞섰다. 여야가 쳇바퀴를 돌자 결국 정성호 예결위원장은 “통신비는 여야 간 정치적으로 결단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양당 간사는 지도부, 정부와 협의해 달라”고 공을 넘겼다. 이후 여야 간사는 각각 당 지도부와 협의 후 재협상하기를 반복했으나 난항이 계속됐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법인택시 종사자 추가 지원에는 민주당도 적극 찬성하며 반대 의견을 내 온 정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개인택시와 같은 업종에 속해 있는데 정부의 제도 설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독감 무료 접종 확대 요구는 민주당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말했다고, 대통령이 말했다고 (통신비를) 고집하는 일이 없어야 본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여야 작은 견해 차이가 절박함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지난 15일 여야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본회의를 개최해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금요칼럼] 개혁의 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개혁의 짐/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개혁. 듣기에 좋은 말이다. 실행할 때는 숱한 험산을 넘어야 한다. 도중에 계곡으로 떨어지거나 낙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 산사태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알기 어렵듯이, 어떤 세력이 개혁의 발목을 잡아 부러트릴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처럼 개혁은 무거운 짐을 지고 멀고도 험한 길을 돌고 돌아 뚜벅뚜벅 걷는 길이다. 어쩌면 혁명이 더 쉬울 수도 있다. 학술용어로서 개혁의 고전적 의미는 지배층의 태생적 기득권을 제도의 개정을 통해 축소하는 것이다. 혁명보다 고차원의 정당성과 협상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힘든 여정이다. 조선시대 서자는 과거(문과) 응시자격이 없었다. 법으로 엄히 규정한 일부일처제를 위반한 산물이기에, 사실상 유일한 출세 수단인 과거 응시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흘러 서자 인구가 증가하면서 불만도 들끓었다. 16세기 명종 때 일부 조정 대신은 중국에서는 입현무방(立賢無方)이라 하여 인재를 등용할 때 출신을 따지지 않는데 왜 조선만 그런 천리(天理)을 따르지 않느냐며 개혁을 말하기 시작했다. 조정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때 퇴계 이황은 서출에서 한두 인재를 얻기 위해 나라의 근본을 허물 수는 없다며, 서얼 허통을 위한 개혁 입법에 강력히 반대했다. 우리가 흔히 좋게만 아는 이황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 조선시대 노비는 전체 인구에서 약 40%를 차지하였다. 현재 대한민국 5000만 인구라면 세 명 가운데 한 명꼴로 조상이 노비에 닿는다는 의미다. 그러다가 18세기 후반 정조 때부터 사회경제적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노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러 여건상 노비를 유지하는 데 이득이 없음을 깨닫고 1801년 국가에서는 국가기관이 소유한 관노비를 일거에 해방하였다. 동아시아나 세계사 맥락에서 보면 너무 때늦은 조치였지만, 그래도 한국 역사에서는 의미 있는 개혁이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다산 정약용은 크게 탄식하며 나라의 앞날을 심히 우려하는 글을 남겼다. 그 요체는 이렇다. 나라의 근본인 상하 위계질서를 국가가 먼저 스스로 허물었으니, 이제 나라의 기강은 무너졌다. 윗사람(上)은 약해지고 아랫것들(下)은 강해져서 상하가 문란해졌다. 이로써 상명하복이 깨졌으니, 변란이라도 발생한다면 흙더미가 무너지듯이 나라가 졸지에 와해할 것이다. 이번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어지러워져 끝내 망할 것이다. 노비 인구가 급속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회경제 상태임에도, 정약용은 이미 한물간 명분(名分)과 분수(分數)를 절대 가치로 전제하고는 노비 해방 개혁에 울분을 토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정약용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다. 이처럼 개혁 성향과 보수 성향은 한 개인의 생각 속에 화학적으로 뒤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꽤 진보처럼 보일지라도 다른 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보수적인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진보와 보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가는 것이지, 상종할 수 없는 적대 진영이 아니다. 금슬 좋은 페미니스트 부부가 집회를 마치고 귀가하여 남편이 “여보. 밥 먹자”라고 말하고 소파에 몸을 던지면, 아내가 “그래. 피곤하니 오늘은 대충 먹자”라면서도 저녁 밥상을 차려내는 일이 예전에는 흔했다. 민주화에 투신한 386운동권 세대 안에 강고한 비민주적 가부장적 구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게 바로 우리 안에서 여전히 살아 꿈틀거리는 보수성이자, 익숙함이다. 촛불 한 번 들었다고 해서 사회가 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발 세력이 본연의 모습을 수면 위로 드러낸다. 전공의들이 갑자기 꽹과리를 쳐댈 줄 누가 미리 알았을까? 도도한 개혁의 물결이 분명할수록 우리 안의 퇴계와 다산이 들고일어나기 마련이다. 개혁의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 프랑스혁명도 100년 넘게 걸리지 않았는가?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해양패권 놓고 칼 벼리는 美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해양패권 놓고 칼 벼리는 美中

    미국과 중국 간 ‘해상전력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세 번째 항공모함을 조기 진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중국을 정조준해 ‘게임 체인저’를 표방한 첨단 해군력 증강계획을 발표하며 맞받아쳤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캘리포니아주 랜드연구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중국의 해상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 해군력을 무인·자율 함정과 잠수함, 항공기로 보강하는 야심찬 ‘퓨처 포워드’(Future Forward·미래로 향해) 계획을 발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미 해군력을 보강하기 위해 함대의 함정을 기존 293척에서 355척으로 대폭 확대하는 ’게임체인저‘ 계획을 마련했다”며 “미래 함대는 공중과 해상, 수중에서의 치명적인 효과(공격력)를 투사하기 위한 능력 측면에서 균형을 더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해군력 증강에는 소형 수상함과 잠수함 증강, 선택적으로 유인 또는 무인·자율이 가능한 수상 겸용 잠수정, 다양한 항공모함 탑재용 항공기 등이 추가될 것이라고 AFP는 전했다. 이번 계획은 함대가 고강도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고 전력 투사나 원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에스퍼 장관은 설명했다. 대표적 예로 ‘새로운 유도미사일 프리깃(소형 구축함) 프로그램’이라며 “이는 분산전을 수행하기 위해 치명성과 생존성 등의 능력을 보강한 함정을 제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퍼 장관은 ‘시 헌터’(Sea Hunter)라는 드론을 시험 중이라며 40m 길이의 이 드론은 한번 출격하면 두 달 이상 해상에서 적 잠수함을 자율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미래 함대는 무인시스템이 치명적인 화력을 내뿜고 기뢰를 뿌리는 것에서부터 보급 수행과 적에 대한 정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투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며 “우리가 향후 수년, 수십 년 후에 해상전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AFP는 미 해군력 증강계획에 대해 “지금부터 오는 2045년까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 해군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며 “주적으로 인식되는 중국 해군력에 맞서 우위를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앞서 14일 건조 중인 3번째 항공모함인 ‘003형’이 이르면 연말에 진수할 전망이라고 관영 언론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 군사 전문지 병공과기(兵工科技) 등은 중국이 2018년 11월부터 상하이 창싱다오(長興島) 장난(江南)조선소에서 제작 중인 003형 항모가 이르면 올해 연말에 진수할 가능성이 있으며 늦어도 2021년 초까지는 건조가 끝날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 매체는 “003형 항모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건조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6월부터 선체블럭 조립에 들어가 이미 기본 선형을 완성할 정도로 건조 작업이 급속히 진척됐다”며 “첨단 기법인 대형블럭 조립방식으로 공정 기간을 대폭 단축한 003 항모는 11~12월쯤 완성해 연말 진수하고서 이어 내외장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중국의 세 번째 항모가 될 003형은 전체 길이(전장)가 320m로 추정된다. 중국이 순수하게 독자 개발한 첫 국산 항모이자 두번째 항모인 002형 산둥함(305m)보다도 길고 폭도 미국 신형 제럴드 포드급 핵항모보다 넓다. 추정 만재 배수량은 8만t으로 러시아에서 도입한 첫 번째 항모 랴오닝(遼寧)함(5만 9439t)과 그와 비슷한 산둥함보다 크다. 젠(殲·J)-15전투기 등 30여대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한다. 랴오닝함은 2012년 실전 배치돼 6년 간 운항한 뒤 2018년 7월 랴오닝성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보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12월 실전에 배치된 산둥함은 중국 조선소가 항모 건조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척한 것에 나름 의미가 있지만, 성능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철용으로 들여와 개보수해 취역시킨 001형 랴오닝함을 약간 업그레이드한 수준에 불과하다. 003형 항모의 가장 큰 특징은 함재기를 효율적으로 띄울 수 있는 첨단 전자식 캐터펄트(Catapult·사출기)를 처음으로 장착한 것이다. 항모는 좁은 갑판 위에서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 항공기의 추력을 더해주는 새총 원리의 이륙 보조장비인 캐퍼펄트를 쓴다. 함재기가 갑판 밖으로 거의 내던져지듯 속도를 붙일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캐터펄트 덕분이다. 캐터펄트는 본래 고대 전투에서 적에게 돌을 날리기 위한 ‘투석기’를 뜻한다. 탄성이 좋은 나무와 끈을 이용해 돌을 성벽이나 적진을 향해 던지던 도구가 현대전에 와서는 항모에 탑재된 함재기를 힘껏 밀어 이륙을 도와주는 장비로 의미가 달라진 셈이다. 함재기 동체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실 함재기들은 이 장치에 몸을 싣고 강하게 등이 떠밀리듯 항모를 이륙하는 것이다. 항모는 전장이 300m가 넘지만 실제로 함재기 활주를 위해 사용하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갑판 위에서는 다른 함재기와 각종 전투 장비, 인력들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좁은 곳에서 바다로 떨어지지 않고 이륙을 하려면 캐터펄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첨단 캐터펄트 기종은 대략 90m의 길이가 주어지면 36t짜리 함재기를 이륙시킬 수 있다. 완전히 멈춰 있는 함재기를 단 몇 초 만에 시속 260㎞로 가속해 이륙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캐터펄트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첨단 항모 제럴드 R 포드에만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중국의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적어도 캐터펄트에 있어선 미국과 같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현재 실전배치 중인 랴오닝함과 산둥함은 모두 선수가 치솟은 갑판에서 함재기를 발진하는 ‘스키점프’식을 도입했다. 때문에 항모에서 함재기를 단시간에 대량으로 이륙시키는데 제약이 많은 탓에 운용 효율성은 미국 항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003형 항모가 캐터펄트를 탑재할 경우 최신예 조기경보기 쿵징(空警) 600까지 실어 실제 작전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영국 군사전문지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중국 003형 항모 배수량이 8만 5000t에 이르며 48대의 젠(殲)-15 함재기, 쿵징-600 조기경보기, 대잠 헬기와 수송헬기 등 60~70대 이상을 탑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40대 정도 탑재 가능한 산둥함이나 30대를 탑재가능한 랴오닝호 2척의 함재기 탑재량을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특히 두 번째 중국산 항모 003형 외에도 세 번째 중국 자체기술 항모 004형을 조기에 건조해 최소한 4척으로 3개 항모전단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7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조립이 진행 중인 항공모함과 별도로 새 ‘자매함’의 용골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의 척추와 같은 용골이 설치되는 것은 중국의 004형 항모가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28년까지 미국과 바다 위에서 대등한 경쟁을 위해 원자력(핵)추진 항모를 포함해 6척 이상의 항모, 이지스급 함정 30여척, 원자력추진 잠수함 22척을 확보할 청사진도 마련했다. 다만 현재 건조 중인 중국의 세 번째, 네 번째 항모는 아직 미국처럼 원자력추진 장치를 갖추지는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군사 평론가 량궈량(梁國樑)은 “원자력추진 항모는 아마도 다롄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다섯 번째 항모에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피팅비 봉투’·‘애교 예단’…코로나로 스몰웨딩? 씀씀이는 스멀스멀[아무이슈]

    ‘피팅비 봉투’·‘애교 예단’…코로나로 스몰웨딩? 씀씀이는 스멀스멀[아무이슈]

    코로나19로 결혼식을 연기·축소하는 예비 부부들에게 요즘 골칫거리가 하나 더 있다. ‘브라이덜 샤워’부터 ‘피팅비 봉투’, ‘애교 예단’, 스튜디오 웨딩 촬영을 위한 ‘조공도시락’까지. 일일이 다 하자니 부담스럽고 안 하자니 센스없다는 핀잔을 듣게 되는 겉치레들이 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와중에 예비신부들의 마음을 두배로 무겁게 하는, ‘요즘 결혼 문화’를 들여다 봤다.●“입혀주셔서 감사♡”…‘거마비’에 ‘조공도시락’ “요즘 신부님 안 같으시네요. 호호” 박모(28)씨는 최근 드레스 샵에서 ‘눈칫밥’을 먹고 ‘피팅비 봉투’의 존재를 알았다. 피팅비는 5만~10만원 사이의 드레스 시착 비용인데 요즘 ‘센스’있는 신부들은 카드 결제나 현금만 내지 않고 색색의 봉투에 ‘입혀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드레스 피팅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를 곁들여 정성스럽게 피팅비를 건넨다는 얘기였다. 봉투를 받아 든 결혼업체들은 ‘신부님 마음이 너무 예쁘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팅비 봉투’ 인증 샷을 올린다. ‘봉투에 정성을 보일수록 본식 피팅 때 더 예쁜 드레스를 보여 준다’는 이야기가 돌다 보니 예비 신부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다. 그날 지갑에서 현금을 꺼냈던 박씨는 “흰봉투에 이름이라도 써갈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조공 도시락’도 골치다. 지난해 말 결혼한 서모(32)씨는 웨딩촬영 전 당시 웨딩플래너에게 ‘촬영 날 스튜디오 직원과 작가님, 이모님(헬퍼) 등 8분이니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라’는 문자를 받고 도시락 업체를 통해 간식을 준비했다. 서씨 처럼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부가 직접 도시락을 싼 뒤 신부 신랑 삽화나 ‘예쁘게 찍어주세요’등의 문구를 붙이기도 한다. 서씨는 “제대로 간식거리를 안 챙기면 사진도 대충 찍어주고 보정도 신경을 덜 써준다고 들었다”면서 “안 하기도 찝찝해서 8~9만원어치 정도 샌드위치 도시락을 준비 했는데 (촬영 날) 아무도 손을 안 댔다. 아직도 이걸 왜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줄여도 예단은 예단!…브라이덜샤워도 부담 예단 자체는 간소화되는 추세지만 ‘애교 예단’이란 게 슬그머니 생겨났다. 애교 예단은 현금 예단을 담은 자개함에 손거울(편견 없이 예쁘고 좋은 점만 봐달라는 뜻), 귀이개(다른 사람들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좋은 것만 들으라는 듯), 팥 등을 함께 넣어 보내는 형태다. 여기에 고급 화장품이나, 넥타이 등을 덧붙이기도 한다. 가격은 10~50만원 대로 결코 ‘애교’스럽지 않다. 박씨는 “다들 하니 예의상 해야 하나 싶다가도, 형식적인 데다가 가격도 가볍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브라이덜 샤워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오는 11월 결혼 예정인 이모(28)씨는 “최근 친구에게 왜 ‘브라이덜 샤워’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무안했다”면서 “청첩장 식사 비용에, 집들이 비용에 돈 나갈 때가 한 군데가 아닌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브라이덜 샤워는 축의금 문화가 없는 외국에서 신부 가족이나 친구들이 여는 파티다. 방송과 SNS를 통해 유명인, 예비신부들의 브라이덜샤워 모습이 꾸준히 노출되면서 익숙해졌다. 가장 큰 논란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외국에서는 파티 준비를 신부 어머니나, 브라이드 메이드(들러리·신부의 결혼식 도우미 친구들)가 하지만 한국에서는 신부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신부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호텔 방을 빌려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다. 결혼 전 친구들끼리 소소하게 즐기는 모임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무분별한 외국 문화 따라하기, SNS 과시용이라는 비판도 따른다.●센스있는 신부?…‘보여지는 것’ 중요한 2030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화가 SNS상에서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허례허식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사회에서 성취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로 한번 뿐인 결혼은 아무것도 양보 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안 해도 그만이지만 ‘안 챙기면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예비 부부의 우려를 자극해 이를 마치 신부의 ‘센스’나 ‘정성’을 가늠하는 척도처럼 몰아가는 주변 분위다. 실제 지난 4월 결혼정보 컨설팅 회사 듀오웨드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남 488명·여 5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8%는 ‘주변의 이목과 체면’ 때문에 결혼 준비 품목을 생략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를 통해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과시적 소비 트렌드 자주 접하다 보니 이것이 일종의 문화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할머니 고문…그리는 5시간 내내 미안했다” ‘헬퍼’ 사과문[전문]

    “할머니 고문…그리는 5시간 내내 미안했다” ‘헬퍼’ 사과문[전문]

    “모든 약자를 대신해 응징하는 것이 의도”“연출 미흡 탓, 성 상품화 결코 아냐”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켰던 웹툰 ‘헬퍼’ 작가가 사과문을 올리고 “당분간 잠시 쉬며 재정비 시간을 갖겠다”며 휴재를 예고했다. 지난 11일 네이버 인기 웹툰 ‘헬퍼’의 팬카페 성격을 띠는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에는 해당 웹툰에 드러난 왜곡된 여성관을 지적하는 공식 성명 게시글이 올라왔고, 이후 트위터에서는 ‘#웹툰 내 여성 혐오를 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 이에 16일, 네이버웹툰 연재 페이지에 만화가 삭(본명 신중석)은 앞서 ‘휴재에 들어가며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작가는 “만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의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 상처 입은 모든 약자를 대신해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며 “일부 장면만 편집돼 퍼지다 보니 단지 성을 상품화해서 돈이나 벌려고 했던 그런 만화로 오해되고 있지만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는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지만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유료 미리 보기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최신화에서 여성 노인 캐릭터(피바다)가 결박당한 채 맨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강제 투여받는 장면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작가는 “문제가 된 장면은 시즌1과 달리 피바다의 180도 바뀐 정신 변화를 납득 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저 장면을 그리는 5시간 동안 내내 속으로 계속 말도 못하게 미안했다”며 “전(全) 화를 통틀어 가장 전력을 다해 그린 장면이다보니 평소보다 더 세게 전달된 것 같다”고 했다. 시즌1과 크게 달라진 그림체와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성장 속도와 에피소드 분위기에 맞춰 그림체를 계속 조금씩 변형시키며 작업해왔다”며 “이는 제게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시즌1부터 보시던 분들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해 결국 이런 오해까지 만들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네이버웹툰 “민감한 표현 더 주의할 것” 네이버웹툰 측도 이날 사과문을 올려 “작품 내 자극적인 표현과 묘사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할 부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작가 사과문 전문] 휴재에 들어가며 말씀드립니다. 1. 시즌2 작화 관련 대필이라는 의견에 대해 우선 저는 여러 개의 그림체를 갖고 있습니다. 시즌2는 시즌1과는 다른 장르와 세계관이기에 시즌2를 준비하는 동안 기획 의도에 맞춰 그림체를 새로 조합 및 변형했으며, 그 이후에도 등장인물들의 성장속도와 에피소드 분위기에 맞춰 그림체를 계속 조금씩 변형시키며 작업해왔습니다. 이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으나 시즌1부터 보시던 분들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해 결국 이런 오해까지 만들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몇몇 분들이 사실 확인도 없이 저의 작업을 도와주시는 어시스턴트 분들이 대필한 것이라며 억측과 험한 말로 그분들에게 상처를 주시는데, 부디 자제 부탁드리겠습니다. 2. 성 착취나 상품화라는 우려에 대해 시즌2는 만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의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가면 쓰고 있는 악당들이 정말 얼마나 악한지를 알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불편한 장면들도 그려져야 했으며, 이를 위해 전체 관람가였던 헬퍼를 18세 이상 이용가로 변경하는 큰 결정도 하게 됐습니다. 일부 장면만 편집되어 퍼지다 보니 단지 성을 상품화해서 돈이나 벌려고 했던 그런 만화로 오해되고 있지만, 스토리를 구상할 때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능력이 부족하여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지만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피바다(여성 노인 캐릭터) 연출 문제에 대해 ‘헬퍼’ 시즌1 66화를 보시면 광남(주인공)이와 헤어지기 전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긍정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시즌1 80화에서 다시 돌아온 피바다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이며 예전의 피바다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면, 헬퍼 세계관에서 정신력이 가장 강하다고 볼 수 있는 피바다가 이 정도로 변하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일들이 있었을까요…. 아마 이 세상에서 피바다란 캐릭터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저일 겁니다. 문제가 된 시즌2 247화 피바다 정신 세뇌 장면은 피바다의 180도 바뀐 정신변화를 납득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저 장면을 그리는 5시간 동안 내내 속으로 계속 말도 못하게 미안했지만 그러기에 더욱 어설프게 표현하면 실례겠다 싶어 헬퍼 전 화를 통틀어 가장 전력을 다해 그린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평소보다 더 세게 전달된 것 같습니다(일부 장면들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표현된 장면이었지 절대 피바다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드릴 의도는 아니었음을 밝히고, 그만큼 피바다를 사랑해주셨다는 독자님들의 마음을 알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노인 고문이라는 의도는 감히 상상도 못 해본 것이라 그냥 ‘아닙니다’라고 답변하겠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피바다가 광남이에게 맡겨뒀던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다시 피바다에게 돌아가 어느 정도 예전의 피바다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니 너무 걱정하시진 마시길 바랍니다. 선한 영향력은 돌고 도니깐요. 마치며. 성인 등급이었기에 전체 관람대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수위 높은 표현이 나올 때마다 네이버 웹툰팀 담당자분들은 네이버 웹툰에서의 18세 이상 이용가더라도 수위에 주의해야 한다며 매번 독자님들이 불편하시지 않도록 가이드를 해주셨으나 제가 작가랍시고 욕심을 부려 담당자분들의 가이드보다 조금씩 더 높게 표현을 해왔습니다.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해왔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 시키고자 노력해왔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웹툰을 사랑하시는 수많은 독자님들은 물론 여러 작가님들과 좀 더 다양한 만화를 접하고 싶으실 소수의 마니아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약 9년이란 세월 동안 만화를 그리며 먹고 살고 인생을 감사히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부족한 제 만화를 실제보다 더 좋게 해석해주시며 봐주셨던 독자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댓글을 읽지 못했던 이유는 불통하려는 것이 아니라 댓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제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아서 기획했던 그대로의 만화를 독자님들께 보여주지 못할까 걱정돼서였습니다. 당분간 작품은 잠시 쉬며 재정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네이버웹툰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네이버웹툰입니다. ‘헬퍼2: 킬베로스’ 작품을 18세 이상가로 제공하면서 연재 중 표현 수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작품 내 자극적인 표현과 묘사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 해야 할 부분에 대해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님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생후 18일 신생아 학대’ 산후도우미 소속 업체도 실태 조사”

    “‘생후 18일 신생아 학대’ 산후도우미 소속 업체도 실태 조사”

    생후 18일 된 신생아를 학대한 혐의로 산후도우미 A씨를 입건한 경찰이 A씨가 소속된 업체의 관리·감독 실태도 조사할 계획이다. 15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A씨의 소속 업체 대표 등을 불러 A씨의 범행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A씨가 피해자 외에 다른 신생아를 학대했는지도 파악 중이다. 경찰은 그동안 A씨가 방문했던 가정을 대상으로 학대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오전 10시쯤 대전시 중구의 한 가정집에서 생후 18일 된 신생아의 발목을 잡은 뒤 거꾸로 들거나, 얼굴을 때리면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을 당한 신생아 몸에서는 멍 자국도 발견됐다. 그의 학대행위는 신생아 부모가 집안에 설치한 CCTV에 범행 모습이 찍히면서 확인됐다. 해당 신생아의 산모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생후 18일된 아기를 거꾸로 들고 학대한 산후도우미를 엄벌해주세요’란 제목으로 청원을 제기했다. 청원인은 “골절이 의심돼 신생아가 엑스레이를 수십장 찍었다. 어깨 날개뼈 골절이 확인됐고, 두 돌까지 발달에 이상이 없는지 계속 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아이의 상태를 전하며 “단 20분간의 외출 당시 증거밖에 없어 산후도우미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엄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15일 오후 5시 30분 기준 5300여명이 동참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모님 따라 강남 간 화랑… 가로수길에 예술이 피어났다

    사모님 따라 강남 간 화랑… 가로수길에 예술이 피어났다

    서울미래유산 투어로 가는 길. 지하철 속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모습으로 핸드폰 화면에 고개를 박고 있지만 보고 있는 것은 제각각이다. 지하철 한 칸이라는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은 핸드폰 화면을 통해 가까이는 집에서부터 학교, 일터, 부산, 먼 이국으로 가 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만나는 투어를 앞두고 있어서일까? 공간에 가득 이어진 가상의 선들이 보이는 듯했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6회 ‘백남준 만나기’는 비 내리는 한남대교를 바라보며 시작됐다. 예술로 소통을 시도했던 백남준의 투어를 소통의 관문인 한남대교에서 시작한 전혜경 해설사의 선택이 탁월했다.●서울미래유산 지정된 ‘제3한강교’ 한남대교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는 서울 강남 시대를 여는 출발점인 교량이고,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돼 서울과 전국이 소통하는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다리는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 사이를 잇는 한강에서는 네 번째로 건설된 교량이다. 개통 당시 광진교를 제외한 인도교 중에서 세 번째로 지어졌기 때문에 제3한강교로 불려서 1979년 가수 혜은이가 부른 ‘제3한강교’라는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했다. 1985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하면서 한남대교로 이름이 변경됐다. 한남대교는 한양과 삼남(충청·전라·경상) 지방을 연결하는 선상에 위치한 교통 요충지로 한양의 ‘한’, 삼남의 ‘남’에서 한 글자씩을 따와 붙여진 명칭이다. 경부고속도로의 종점은 양재IC이지만 한남대교 남단이 경부간선도로의 종점이다 보니 일반적으로 경부고속도로 입구라고 부른다. 투어단 일행은 발걸음을 옮겨 길 입구에 노란 은행잎 문양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가로수길로 들어섰다. 1980년대 중반 자발적으로 길가에 심은 은행나무 때문에 가로수길이란 명칭을 얻게 됐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중요한 특색은 갤러리와 패션 관련 업종의 입점을 들 수 있다. 갤러리는 신사동 가로수길 형성 과정에서 문화적 이미지 활성화의 촉매 역할을 했다. 미술품을 향유하던 부유층이 강남 지역으로 대거 이동하자 인사동 지역의 화랑들도 강남으로 이전했다. 1997년 17곳이던 갤러리는 신사동 가로수길이 문화 브랜드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미술품 수요가 사라지면서 강남의 미술품 수요가 위축됐고 화랑들은 다시 강북으로 회귀하게 된다.●파리 패션전문기관 에스모드 분교 개교 패션 관련 업종으로 프랑스 파리의 패션 전문교육기관인 에스모드(ESMOD)가 1989년 신사동에 서울분교를 개교했고, 1991년에는 서울모드 패션전문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신사동 가로수길 일대는 패션 디자이너 지망생과 해외 유학을 다녀온 디자이너들이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패션 거리’, ‘디자이너 거리’로 불리게 됐다. 2011년에는 패션 관련 업종이 45.7%를 차지할 만큼 가로수길의 상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가로수길처럼 자생적인 변화를 겪어 온 장소들은 대부분 일정한 변화의 패턴을 거친다. 먼저 특정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건을 찾아 모여든다. 두 번째 단계는 이들이 선호하는 예술적 분위기를 가진 카페, 다양한 외국 음식점 등이 생겨난다. 이용자들의 특색에 맞춰 형성된 독특한 분위기에 매혹된 다수의 일반인들이 유입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방문자의 증가가 지역 상권 확대로 이어지며 지대와 임대료를 끌어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를 부담할 수 없는 업소는 결국 떠나게 된다. 사람들이 가로수길로 모이는 이유는 분위기 때문인데, 현재 가로수길에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들어서며 예전의 독특한 매력과 정체성을 지닌 분위기는 사라졌다. 압구정로에서 가로수길로 들어서 잠시 걷다 보면 오른편에 거대한 캔버스를 연상시키는 예화랑이 보인다. 예화랑은 1978년 개관해 백남준 관련 작품전을 기획했고, 강남의 첫 화랑으로서 신사미술제를 개최하는 등 강남 지역의 미술문화를 선도한 화랑으로 지난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예화랑 건물은 장운규 건축가가 설계했다. 이 건축물은 2006년 한국건축가협회상,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제24회 서울시건축상 등을 받았다. 외벽을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한 입체적인 건축물은 벽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입체 조각물이다. 정면보다 골목을 돌아 측면에서 봐야 외벽 사이 공간으로 새로운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건물 자체가 예술이다.●화랑 ‘강남 시대’ 연 이숙영 관장 우리나라 화랑의 강남 시대를 연 어머니 이숙영 관장의 뒤를 이어 예화랑을 이끄는 2세대 김방은 관장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을 지향한다. 갤러리 공간 안에서의 전시기획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 환경을 조성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외부 전시 기획, 기업과의 문화 마케팅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층에는 니콜라스 보데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계단 사이로 비추는 빛과 조도를 달리한 조명등에 보이는 작품들은 공간과 소통하는 듯 생생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 이날 참석자들은 2016년 백남준 타계 10주년을 기념해 예화랑에서 개최했던 특별전 ‘백남준 쇼’ 관련 영상을 3층 영상실에서 보면서 김 관장의 특별해설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상황에서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소통’인데, 백남준은 50여년 전부터 ‘참여와 소통’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한국의 무속이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소통이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굿쟁이’로 규정하며 예술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무당에 비유했다. 백남준의 여권 번호는 7번이었다. 그만큼 해외로 나가기 어려웠던 시절에 일찍부터 일본과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한다. 1958년에는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를 만나 인생과 예술세계에 일대 전환을 맞는다. 이후 1963년 독일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TV’로 비디오아트의 선구적 활동을 전개하고, 1964년 뉴욕에서 음악, 퍼포먼스, 비디오를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디오아트에 관심이 많았던 백남준은 TV 기술 연구에 몰두해 영상제작 기계인 비디오 신시사이저를 개발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기술과 예술을 합친 비빔밥이라고 칭한다.이러한 백남준의 경력은 그를 세계적 예술가로 평가하게 하는 데 손색이 없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하지만 백남준은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은 사상이나 예술의 바탕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모두 흡수했고 자신의 뿌리는 한국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은 예술 창조에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추도록 부추기는 굿하는 장면은 그가 작품을 만들 때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고백한다. 한 예로 샴페인을 구두에 따라 마시기 같은 해프닝은 어린 시절 새참과 함께 나온 막걸리를 고무신에 받아 마시는 것을 봤던 기억에서 비롯된 의식이라고 한다.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은 ‘많음’의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수신(受信)의 절대 수’, 즉 커뮤니케이션을 뜻한다. 차별 없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열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말하고 들으면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결국 현대의 소통 부재인 조직의 혁신까지도 가능하게 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처럼 백남준은 일생 ‘참여와 소통’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예술로 승화시켰다. 백남준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과감하게 예술에 도입해 새로운 장르들을 열며 시간을 앞서간 개척자다. 이는 그가 예술뿐 아니라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예술과 기술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각 영역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추구한 점에서 그는 ‘현대예술의 르네상스 맨’으로 평가받고 있다.이날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도산공원이었다. 도산공원에는 도산기념관과 도산 안창호 선생 내외 묘소, 동상이 있다. 도산 안창호 기념관은 코로나19로 관람할 수 없었는데 입구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앉아 있는 포토존 벤치가 마련돼 있다. 16세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했다는 안창호 선생의 애국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백남준과 안창호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 이들이다. 업적의 경중을 따지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보여 준 열정에서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글 이소영 동화작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제17회 풍납동 전설 ●일시 : 9월 19일(토) 오전 10시 ●신청: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91번째 슈퍼매치… ‘슈퍼 뉴 페이스’ 누굴까

    91번째 슈퍼매치… ‘슈퍼 뉴 페이스’ 누굴까

    ‘레전드’ 박건하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긴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이 강등 위기 탈출에 도전한다. 그것도 ‘슈퍼매치’를 통해서다. 사령탑 교체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은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K리그1 20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K리그 통산 91번째 슈퍼매치다. 팬덤이 강한 수원과 서울의 대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슈퍼매치’라 불리며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전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두 팀의 성적이 하강 곡선을 그리며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두 팀 모두 하위권에 머무르는 올 시즌이 특히 그렇다. 지난 7월 초 수원에서 열렸던 90번째 슈퍼매치에서 두 팀은 세 골을 주고받으며 비겼다. 당시 서울은 9위, 수원은 10위였다. 현재도 서울은 9위, 수원은 11위로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7월 말 최용수 감독이 사퇴하고 김호영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은 서울은 이후 3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3경기에서 2무1패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파이널A(상위 스플릿) 진출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강원FC를 비롯해 7위 광주FC, 8위 성남FC와 승점이 21점으로 같다. 다득점에 밀려 9위를 달리고 있지만 20라운드 결과에 따라 순위를 최대 6위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슈퍼매치에서 패한다면 10위까지 미끄러질 수 있다. 수원은 7월 중순 이임생 감독 사퇴 뒤 주승진 수석코치 대행 체제가 이어졌지만 그간 2승1무5패를 거두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수원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에 승점 3점 차로 추격당했다. 조성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한 인천이 최근 4경기에서 3승(1패)으로 약진하며 꼴찌 탈출에 시동을 건 것이다. 상위 6개 팀과 하위 6개 팀이 갈리는 22라운드까지 3경기가 남았다. 수원 또한 강원 등과의 차이가 승점 4점에 불과해 파이널A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인천에 따라잡히지 않을지 걱정이 더 큰 상황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중국이 처음 재사용한 우주선, 그런데 궤적이 수상하다

    중국이 처음 재사용한 우주선, 그런데 궤적이 수상하다

    중국이 지난 4일 재사용 우주선을 발사한 가운데 미국 등 서구국가에서 이 우주선의 임무에 대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 우주선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금지시킨 탓이다. 9일 BBC방송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4일 간쑤성 주취안 우주센터에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실험용 우주선을 창정2호F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재사용 우주선은 일정 기간 지구 궤도를 여행한 뒤 6일 귀환했다. 중국 정부는 이 우주선의 역할에 대해 “평화로운 우주 이용을 위한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임무는 소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우주선에 대한 외관과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심지어 착륙 장소까지 함구했다. 미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의 천문학자 조나단 맥도웰은 “이번 임무는 우주선의 시스템을 시험하고 다시 지구로 진입해 올바르게 착륙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우주선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확인되면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지구 궤도에 우주선을 진입시킨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재사용 우주선 발사 장소를 방문한 직원과 방문객에게 발사 장면을 촬영하거나 소셜미디어(SNS)에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면서 “중국의 새 우주선은 미국의 초음속 우주선 X37B와 비슷하다”고 전했다. X37B는 미군의 첨단 우주선으로 태양광을 동력으로 이용한다. 지구 궤도를 돌며 씨앗과 기타 물질 등에 대한 우주 방사선 영향, 태양광을 극초단파 에너지로 전환해 지구로 전송하는 방법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유사시에는 적의 위성과 우주정거장, 지상 표적을 제거할 수 있는 무기로도 쓰인다. 워낙 속도가 빨라 탐지나 요격이 어렵다. 중국 정부가 발사한 재사용 우주선도 X37B와 마찬가지로 우주 무기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맥도웰 역시 “중국이 이번 비행을 비밀에 부치려는 것은 이 우주선이 군사 프로젝트의 일환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입증하듯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도) 미 X37B가 하는 것처럼 30분 안에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 우주선이 X37B에 맞대응하고자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종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김금숙의 만화경] 종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어릴 때 교회에 다녔다. 고흥에서 서울 서초동으로, 다시 변두리로 이사를 했다. 집 앞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우리 식구는 그 작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9살 내게 목사님의 설교는 길고 지루했다. 설교 중에 한 번씩 손을 들고 소리를 지르면 어른들은 “주여!” 하고 맞받았다. “믿습니다” “할렐루야” 혹은 “아멘”을 외치기도 했다. 어린 나는 졸다가도 정신이 화들짝 나서 어린 수탉이 여물지 않은 목소리로 꼬꼬댁을 외치듯 한 박자 늦게 “주여”를 외쳤다.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에 갔다. 나는 갈 데가 교회밖에 없었다. 교회에 가면 초코파이도 먹고 피아노도 배울 수 있었다. 성탄절에는 연극도 했다. 선생님은 예수의 엄마인 마리아 역할을 권했지만, 나는 그가 태어났을 때 예물을 바친 동방박사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을 택했다. 마리아는 대사가 제일 많고 재미가 없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성탄절 이브 때 밤 12시 예배를 드리고 새벽녘에 신도들 집을 돌며 사탕과 과자를 받는 것은 최고로 재미있었다. 여름에는 교회에서 단체로 수영장도 갔다. 교회 선생님들은 주로 동네 언니들과 친구들 엄마였다. 급여를 받고 우리를 돌보았던 것이 아니라 재능 기부와 봉사였다. 소극적이었던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용기가 생긴 건 아마도 교회에서의 활동들이 큰 역할을 했지 싶다. 중학생이 되면서 사춘기가 왔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회에서는 십일조, 감사헌금, 교회건축성금 등 별별 항목으로 신도들에게 성금을 걷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종류별로 성금 봉투가 있었고, 반드시 그 봉투에 이름을 적어 내야 했다. 우리 동네에는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지만, 아무리 가난해도 헌금을 냈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목사님은 예배가 끝나기 전 봉투에 적어 낸 신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으며 축복의 기도를 드렸다. 목사님과 전도사님은 설교 중에 늘 죄 많은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지난 일주일간 지은 죄를 회개하는 간절한 기도를 주님께 올렸다. 예배와 기도는 주일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의 삶이 교회 위주로 구성됐다. 나는 의문이 생겼다. 교회 재건축을 위한 헌금은 그 교회에 다닐 때부터 걷었다. 그런데 왜 수년 후에도 건축 헌금을 내라고 여전히 부추기는 걸까? 왜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기도를 하라고 하는 걸까? 정말 목사님 말씀처럼 그래야 하나님이 더 잘 들으시는 걸까? 왜 자꾸 전도를 하라고 하는 걸까? 전도를 해서 사람을 데려오는 신도는 집사에서 더 높은 자리를 얻은 후 정말 천국에 가는 걸까? 교회 안에 걸린 예수님의 초상화는 갈색 머리의 백인이다. 정말 예수님은 저렇게 생겼을까? 어쩌면 중동 사람의 이미지에 더 가깝게 생기지는 않았을까? 성경을 번역한 이는 누구일까? 혹시 잘못 번역한 것은 아닐까? 병이 든 신도에게 목사님은 “사탄아, 마귀야 예수의 이름으로 물러가라” 하며 그의 등을 쳤다. 나는 중학교 3학년이 되자 더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게 목사님도 사람이니 사람을 믿지 말고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어릴 적 다녔던 교회의 소식을 들었다. 목사님은 돌아가셨고 교회 측은 재건축을 위해 땅을 구입하지 않았으며 사모님과 그 아들들은 다른 교회의 목사님으로 재직 중이라고 했다. 어느 날 한국에 처음 여행 온 외국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저 하늘의 수많은 붉은 별은 뭐니?” 나는 그가 가리키는 것을 바라보았다. 교회의 십자가였다. 그는 한국에 이렇게 많은 교회가 있는 줄 몰랐다며 놀랐다. 교회의 수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목사가, 신도가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속이고 악용한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거리를 거닐면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종종 내 앞을 가로막는다. “교회에 나가십니까? 하나님을 믿으세요.” 나는 되묻고 싶다. “당신이 믿는 하나님은 누구입니까? 종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나는 삼한의 원수를 갚았노라”… 대만서 떨친 23세 청년의 항일투쟁

    “나는 삼한의 원수를 갚았노라”… 대만서 떨친 23세 청년의 항일투쟁

    황해도서 태어나 공직생활 접고 일본행日서 차별·멸시 겪으며 항일 의지 다져1년 남짓 日 생활 이후 대만서 점원 취업 타이중 방문 日 육군대장에게 단도 던져일제, 사건 의미 축소 위해 보도 통제도속전속결식 재판 끝에 사형장에서 순국 “나는 삼한(三韓)의 원수를 갚았노라. 죽음의 이 순간을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다만 조국 광복을 못 본 채 죽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저세상에 가서도 독립운동은 계속하리라.”(조명하 의사가 대만 타이베이의 일제 처형장에서 순국 직전 남긴 유언) 조명하. 이역만리 대만에서 일왕의 장인이자 육군대장을 척살(刺殺)하려 했던 독립운동가다. 그러나 생소한 이름이다. 평범한 청년이 오직 자신의 의지만으로 단독 거사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사이토 조선 총독을 죽이려 했던 송학선 의사와 똑 닮았다. 당시 대만은 조선처럼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조 의사(義士)는 1905년 4월 4일 황해도 송화군 하리면 장천리 310에서 부친 조용우와 모친 배장년의 4남 1녀 가운데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본관은 함안인데 강직한 성품으로 때로는 고집불통이라는 평판을 듣는 가풍이었다고 한다. 8대조인 조형은 광해군 때 무과에 급제했지만 벼슬을 거부하다 인조반정 이후에야 장수가 돼 병자호란 때 수많은 적을 물리쳤다. 한학에 조예가 깊었던 의사의 부친 조용우는 아들이 사형을 당하자 “사나이 대장부가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죽었다”며 슬픈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친 “대장부가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죽었다” 이런 가문에서 자란 의사는 비록 가난했지만 성품이 강직하고 의협심이 강했다. 보통학교라도 아무나 다니기 어려웠던 시절에 송화보통학교에 들어가 1920년 졸업한 의사는 1924년 송화읍의 친척이 운영하는 한약방에서 한약 조제와 처방법을 익혔다. 여기서 나중에 척살에 사용하는 독극물 제조법을 습득한 것으로 보인다(독검 사용에는 논란이 있다). 1925년 의사는 오금전 여사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는데 유일한 핏줄인 조혁래다. 의사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자 황해도 신천군청 지방서기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의사가 공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순종의 승하와 6·10만세운동으로 일제에 저항하는 외침이 온 나라를 뒤덮을 때였다.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의사는 6개월 만에 서기직을 버리고 갓 태어난 외아들과 아내는 남겨둔 채 일본이라는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갔다. 의사의 일본행이 거사 계획을 염두에 둔 일이었는지는 확인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인 오씨는 1987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떤 계획도 말하지 않아 공연히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도 한 인간이었기에 부모에 대한 효성과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 대한 애착이 없을 리 없다. 그러나 그의 굳은 뜻은 아무도 가로막지 못하였다. 결심의 그날은 자꾸만 가까웠다.” 1926년 9월 의사는 가족도 모르게 일본행 배에 올랐다. 의사는 오사카에 도착해 건전지 공장과 속옷 공장에서 잡역부로 일하고 야간에는 상공학교와 상공전수학교에 다니며 주경야독했다. 일본어에 능통했던 의사는 일본인 행세를 하는 게 취업과 학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명하풍웅(明河豊雄)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사용했다. 일본으로 간 목적이 곧 독립운동의 준비가 아니라 단순히 견문을 넓히고 돈을 벌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본에서 민족 차별을 경험하고는 항일 활동의 의지를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의사가 집으로 편지를 보내면서 바로 소각하라고 한 것은 행적을 일제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생각이었다. 의사가 대만으로 간 것도 1년 남짓 일본에서 생활하며 겪은 차별과 멸시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 한쪽에서는 언젠가 일제를 응징하는 거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대만은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일제에 할양함으로써 우리보다 먼저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우리 못지않게 항일투쟁이 격렬했다. 대만에도 한인들이 진출해 주로 어업과 상업,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한인들은 대만 노동자들에게도 탄압을 당하는 등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었다. 1927년 11월 대만에 도착한 의사는 부귀원이라는 일본인 차포(茶鋪)에 점원으로 취업했다. 이듬해 5월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이자 일본 정계의 거물인 육군대장 구니노미야가 육군특명검열사 자격으로 타이중시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접하고 응징할 것을 결심했다. 1928년 5월 14일 오전 주 청사 건물을 떠난 구니노미야의 차량 행렬은 타이중역으로 향했다. 9시 55분 의사는 타이중시 중구 자유로 2단 2호 앞의 나무 밑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차량이 커브를 돌자 10대 가운데 두 번째 차에 타고 있던 구니노미야에게 단도(독검)를 던졌다. 그러나 단도는 운전사의 왼쪽 어깨만 스치고 결과적으로 처단에는 실패했다.●조 의사 부친·형도 경찰서에 갇혀 ‘고초’ 의사는 경비병과 사복 경찰에게 붙잡혔다. 일제는 관련 인물들을 밝히려고 먼저 고국의 가족을 연행했다. 의거 사실을 전혀 몰랐던 부친은 한 달, 형은 석 달 동안 경찰서에 갇혀 악독한 심문을 받았다. 의사는 속전속결식 재판 끝에 거사 다섯 달 만인 1928년 10월 10일 오전 10시 사형장에서 순국했다. 의사의 나이 겨우 23세였다. 일제는 총리가 직접 나서 한 달간 보도를 통제할 정도로 큰 사건으로 취급했다. 재판부는 완전히 우발적이며 사상적 배경이 없고 외국생활의 외로움과 비참함이 동기였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거사 직전 자살을 하려다가 우연히 구니노미야의 동선을 알게 돼 죽이려 했다고도 했다. 이는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일제의 의도임이 명백하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조 의사의 거사는 계획된 항일 의거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주장도 사료가 뒷받침돼야 한다. 의사가 ‘독검’(毒劍)을 던졌는지, 구니노미야가 맞았는지, 맞은 것이 원인이 돼 사망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보훈처는 공훈록에 “구니노미야가 의사가 던진 단도에 목을 맞았고 중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싣고 있는데 근거가 부족하다. 구니노미야가 칼을 맞아 후유증으로 8개월 만에 사망했다는 주장도 검증이 필요하다. 구니노미야의 사망 원인은 단지 복막염이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비록 송학선 의사처럼 조 의사가 척살에 실패했더라도 거사의 의미는 퇴색될 수 없다. 정부는 1963년 의사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조 의사 선양사업은 대만 한인들이 먼저 시작해 1978년에 의거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타이베이 한국학교에 흉상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새 동상(입상)을 제막했다. 1985년에는 사단법인 조명하의사 기념사업회가 창립됐고 의거 60주년을 맞은 1988년에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도 동상을 건립했다. 외아들 조혁래 선생도 부친의 공적을 밝히는 데 힘을 보탰다.●대만서 선양사업…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조 의사의 유해는 순국 3년 만인 1931년에 환국,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혀 있다. 현재 기념사업회장은 이자욱(전 대일고 교장) 서경대 초빙교수가 맡고 있다. 조경환(조 의사의 장손)·장병원(세림기전 대표)·한사홍(정선명주 대표)씨가 이사로 돕고 있고 김준식(전 대일외고 국어교사)·유단희(전 홀트학교 근무)씨는 감사를 맡았다. 연구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대만에서도 연구회장인 김상호 교수 등이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해 최근에 거사 지점을 정확히 밝혔다. 단검 사진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만 슈핑과기대에 재직 중인 김 교수는 “당시 하늘을 찌를 기세를 가진 구니노미야는 자신의 딸을 왕태자와 약혼시켰으나, 아들에게 색맹이 있음을 알게 된 왕실에서 파혼을 요구하자 파혼하면 ‘가족을 다 죽이고 가만 있지 않겠다’고 왕실을 향해 으름장을 놓을 정도의 인물이었다”면서 “의사의 척살 사건은 훗날 이봉창 의사 폭탄 의거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인도 케랄라주 사원 코끼리들 온몸에 피멍, 정신착란, 눈 멀어

    인도 케랄라주 사원 코끼리들 온몸에 피멍, 정신착란, 눈 멀어

    인도 남부 케랄라주 출신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상기타 아이어라고 해요. 어릴 적에는 인도 사원에 딸린 코끼리들이 행진하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답니다. 한참 어른이 돼서야 그들이 아주 불쌍하게 지낸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주 많은 코끼리들이 엉덩이에 상처를 갖고 있고 커다란 종양, 발목 부근에 피멍이 들어 있어요. 쇠사슬이 늘 그들의 살을 베고요. 또 많은 코끼리들이 눈이 멀어요. 6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털어놓았듯이 전 인도 사원에 소속된 코끼리들이 당하는 끔찍한 처우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사슬에 묶인 신들(Gods in Shackles)’을 제작했어요. 힌두교와 불교 전통에 따르면 코끼리들은 매우 높은 지위를 누려요. 해서 몇 세기 동안 사원들과 수도원들은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코끼리들을 이용했지요. 참배객들은 코끼리들에게 기도를 올리기도 한답니다. 몇몇 코끼리들은 명성을 얻어 지상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오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해요.예를 들어 케랄라의 유명한 구루바유르 사원 근처에 가면 케사반(Kesavan)이란 코끼리의 실물 크기 모형이 장식돼 있고, 그의 상아가 사원 입구가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케사반은 1976년 72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원 주위를 돌다 쓰러졌다고 사람들이 얘기해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코끼리라도 죽으면 신도들이 모여 사람들의 장례식 비슷하게 추모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코끼리들은 사람들이 고문해 죽인 것이에요. 죽은 뒤 사람들은 등불을 밝히고 악어의 눈물을 비치며 슬퍼하는 척하는 것일 뿐이죠. 인도 어디를 가나 사원들에 코끼리가 있지만 특히 케랄라주에 많아요. 대략 2500마리의 포획된 코끼리 가운데 5분의 1이 이 주에 있다고 해요. 구루바유르 사원에만 50마리가 넘게 소속돼 있어요. 사원 코끼리는 소유한 사원이나 개인에게 돈을 벌어줘요. 어떤 코끼리는 축제가 열릴 때마다 1만 달러 정도를 번대요. 축제 주최측이나 가게 주인들이나 영주들이 돈을 낸답니다.가장 유명한 코끼리가 테칙콧투카부 라마찬드란(Thechikkottukavu Ramachandran)인데 아시아의 포획된 코끼리 가운데 가장 키가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이제 56살이며 부분적으로 눈이 멀었어요. 위키피디아에 따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요. 트리수르(Thrissur) 축제에 매년 초대돼 사람들을 끌어모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여러 차례 정신착란을 일으켜 지난해에는 두 사람을 죽이고 말았죠. 그러자 지방 당국은 축제에 코끼리를 동원하지 말도록 했다가 나중에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더군요. 힌두교 신자인 전 캐나다에 살다가 2013년 잠깐 고국을 찾았을 때 처음으로 장식을 하지 않은 코끼리의 민낯을 봤어요. 쇠꼬챙이나 징 달린 사슬, 갈코리가 달린 길다란 장대 등으로 무자비하게 코끼리들이 가장 아파하는 관절 부위 등을 찔러대더군요. 라마바드란이란 코끼리는 하도 심각한 상황이라 인도 동물복지위원회가 안락사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사원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의식에 써먹었어요. 코가 마비돼 물을 들이 마시지 못하는 코끼리도 있어요. 코끼리는 사회성이 높은데 타밀 나두의 사원들은 암컷만, 케랄라주의 사원들은 수컷만을 키우는 것도 문제랍니다. 아시아 코끼리는 수컷들만 상아가 있는데 케랄라주에서는 상아를 귀하게 여겨 수컷을 선호하는 반면, 인도 남부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암컷을 좋아한대요.2014년에 전 잡힌 지 얼마 안 된 락시미를 만나 첫눈에 반했어요. 서로를 만지며 둘이 통하는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일년 뒤 다시 만났을 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어 있었어요. 코로 자신을 문지르며 스스로 다독거리고 있더군요. 락시미가 음식을 몰래 가져가니까 마후트(mahout, 조련사)가 엄청 화를 내며 무자비하게 체벌하더군요. 쇠꼬챙이로 눈을 찔러 멀게 했어요. 마후트들은 길들인다며 거의 고문을 하고 자신의 힘으로 안되면 더 지독하게 다루는 훈련장으로 보낸답니다. 그들은 묶어 두고 때려요. 72시간을. 영혼을 파괴해 그저 마후트가 말하는 대로 따르게 해요. 그들은 좀비 같아요. 많은 코끼리들이 그저 해골처럼 살아요.당국은 이제야 사원 코끼리들을 쉬게 하고 의학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타밀 나두와 케랄라주에 재활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케랄라주 정부는 포획된 코끼리들을 규제하는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느리기만 해요. 전 사원이 더욱 코끼리에게 가혹한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일부는 딱 잡아떼요. 우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잡아 떼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랍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모든 사진 상기타 아이어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 흑인 남성을 얼굴덮개로 질식사시킨 미국 경관 7명 정직

    흑인 남성을 얼굴덮개로 질식사시킨 미국 경관 7명 정직

    미국 뉴욕주에서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에게 ‘스핏 후드(Spit hood)’를 씌워 질식으로 숨지게 한 경찰관 일곱 명이 모두 정직됐다. 지난 3월 23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정신이 온전치 않은 대니얼 프루드(41)를 체포하는 과정에 얼굴에 스핏 후드를 씌웠다가 일주일 뒤 그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스핏 후드는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 침을 뱉거나 피를 다른 사람에게 튀기는 일을 막기 위해 쓰는 망사 덮개다. 비극적인 사건이 처음 알려진 2일 로체스터에서 100여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다 아홉 명이 체포됐고, 다음날에도 항의 집회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을 비판하고 경찰 개혁과 예산 삭감을 촉구했다. 러블리 워런 로체스터 시장은 프루드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가족의 슬픔을 함께 하며 나도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는데 다음날 곧바로 문제의 사건에 연루된 경관 일곱 명을 정직시켰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밝혔다. 앞서 지역 시민운동가인 애슐리 간트는 “프루드는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고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며 “사람을 죽인 경찰관들이 여전히 우리 지역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론 싱글터리 로체스터 경찰국장은 사건 영상이 너무 늦게 공개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은폐하려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 4월부터 조사에 착수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워런 시장은 최대한 빨리 수사를 종결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지난달 말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의 총탄 세례를 받아 하반신을 못 쓰게 된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에 이어 로스앤젤레스(LA)와 워싱턴DC에서도 최근 흑인 남성이 잇따라 경찰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흑인생명도소중해(BLM)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로 사태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고 있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이 곤두 서 있다. 커노샤와 포틀랜드에서는 시위 도중 총격 사건으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사태의 와중에 빚어진 폭력 양상을 부각하며 ‘법과 질서’를 선거 키워드로 삼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찰 개혁과 인종차별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경합주의 한 곳인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찾아 피해자를 만나지 않고 블레이크 사건으로 야기된 폭력과 방화 현장을 둘러본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커노샤를 찾아 블레이크와 15분 정도 통화하고 아버지 등 가족을 90분 정도 만나 위로했다. 바이든 후보는 한 교회에서 주민들과 만나 “블레이크는 어떤 것도 자신을 패배시키지 않을 것이며 다시 걷게 되든 아니든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극우세력이 주도한 샬러츠빌 유혈 충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어떤 대통령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 뒤 “그게 모두 그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인종차별 시위 커노샤 찾은 트럼프 “흑인 총격 경찰은 ‘썩은 사과’일 뿐”

    인종차별 시위 커노샤 찾은 트럼프 “흑인 총격 경찰은 ‘썩은 사과’일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방문해 세 아이 앞에서 제이컵 블레이크에게 총격을 가한 경찰을 한낱 ‘썩은 사과’로 비유하며 두둔해 구설에 올랐다. 앞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져 문제가 됐을 당시 썼던 표현을 한창 흑인 시위가 격렬한 현장을 찾아 또 사용한 것은 지지세 결집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블레이크 가족과 만나지 않았다. 그의 방문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흑인 시위대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산발적인 충돌을 벌이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커노샤의 한 고등학교에서 “반경찰, 반미 폭도들이 커노샤를 파괴했다”면서 “최소 25개 사업장에 해를 입혔고 공공건물을 소실시켰으며 경찰에게 돌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난폭한 극좌 정치인들이 파괴적인 메시지를 계속 발신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흑인 총격에 대해서는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경찰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불공평하다. 썩은 사과가 있을 뿐”이라며 극소수의 우발적 사건으로 취급했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린 채 질식해 사망한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서도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결정을 내리다 보면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다. 가끔은 질식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주방위군 투입을 통해 커노샤의 치안을 빠르게 바로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뉴욕타임스는 250명이던 주방위군을 1000명으로 늘린 건 토니 에버스(민주당) 위스콘신 주지사라며 트럼프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행이 “증오와 분열을 부채질했다”고 비난했지만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분열 전략이 먹히면서 보수층이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현장 유세를 중단했던 바이든 후보는 5개월 만에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대면 연설을 시작했다. US뉴스&월드리포트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 역시 조만간 커노샤를 방문할 계획이지만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접전지인 위스콘신 유세가 필요하지만 자신의 방문 또한 극우파 백인과 흑인 시위대의 충돌을 촉발할까 우려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88세 로레타 린, 49세 키드 록을 “품절시켜 미안, 아가씨들”

    88세 로레타 린, 49세 키드 록을 “품절시켜 미안, 아가씨들”

    영화 ‘광부의 딸’로 유명한 미국 컨트리 음악 레전드 로레타 린(88)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미안해요 아가씨들, 그는 제가 데려갑니다!”라고 적었다. 린이 지난 주말 결혼한 사실을 이렇게 재미있게 밝혔다고 일간 USA 투데이 등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신랑은 로커 겸 래퍼인 키드 록(49, 본명 로버트 제임스 리치)이다. 린의 아들 어니스트(69)보다 스무 살 아래다. 린은 어니스트가 크리스탈과 재혼하는 예식을 지켜본 뒤 충동적으로 록과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얼마 전부터 둘이 곧 예식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결혼은 아름다운 것이며 모든 것이 그래야 한다. 결혼은 늘 쉽지 만은 않다. 도대체가 늘 아름답지도 않다. 하지만 사랑은 여러분을 묶고 어려운 나날을 밀어내고 좋은 날들을 즐기게 한다. 난 자랑스럽고 행복한 세월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언제 결혼할지 상황을 보고 있었다. 마침 목사님이 이미 계셔서 우리는 상황을 즐기려 했다”고 덧붙였다. 린은 남편 올리버와 결혼해 50년 가까이 부부로 지냈는데 1998년 사별했다. 손녀 타일라 린은 인스타그램에 “결혼”이 “시골뜨기 연회(hillbilly soir?) 같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어 “할머니와 키드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이해하셔야 한다. 그들은 서로 존경하는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어질어질해 한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 같다. 경계심을 풀고 모두 많이 행복해 한다”고 덧붙였다. 키드는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과 2006년 7월 결혼한 뒤 4개월 만에 이혼 소송을 청구해 이듬해 2월 모든 것을 정리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포토] 홍진희의 40대 누드 화보 비하인드

    [포토] 홍진희의 40대 누드 화보 비하인드

    배우 홍진희(58)가 누드 화보 비하인드와 스폰서 루머를 해명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는 홍진희가 출연했다. 이날 홍진희는 45세 때 찍었던 누드화보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그는 “세미 누드 화보라고 해서 고민을 했는데 가족들이 괜찮다 (해줬다)”며 “그때가 45세 때였으니까 그런 거 하나 좀 남겨놓으면 어떻겠나 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나이 때 그걸 남길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은 일이겠다, 나한테는 참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며 “지금 가끔 봐도 ‘내가 이때 이렇게 예뻤구나’ 보면서 만족한다”고 웃었다. 과거 홍진희는 40세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당시 사망설, 실종설 등 루머가 떠돌았고, 뒤를 봐주는 유력자의 아이를 낳으러 갔다는 스폰설까지 돌았다. 이에 대해 그는 “마흔이 넘어서 유력자 아이를 어떻게 낳나. 필리핀에 가도 한국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꾸 그런 소문들이 돌았다. 그래서 질려서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고 해명했다.한편 홍진희는 1981년 MBC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독특한 목소리와 연기력으로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 ‘짝’ 1988년 ‘조선왕조 오백년 -인현왕후’, 2011년 영화 ‘써니’ 등에 출연했다. 미혼으로 지난 2015년에는 SBS‘불타는 청춘’에 출연해 배우 서태화, 박세준 등과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스포츠서울
  • 84세 노모와 아들 3개월간의 고행… 가는 길 자체가 카일라스

    84세 노모와 아들 3개월간의 고행… 가는 길 자체가 카일라스

    카일라스는 티베트 고원 남서부에 위치한 산이다. 불교에서 언급되는 세계의 중심 수미산의 실제 모델로 알려져 있어 해마다 많은 순례자들이 카일라스를 찾는다. 이곳 주위를 돌면서 기원하면 업이 소멸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니까 불교 신자가 카일라스를 목적지로 삼아 떠나는 여행은 드물지언정, 특별한 사건인 것은 아니다. 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도 심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에 해당한다. 주인공부터 예사롭지 않다. 카일라스로 향해 가는 3개월의 고된 여정에 기꺼이 도전한 사람은 이춘숙. 여든네 살 할머니다. 이춘숙의 아들이 이 영화를 연출한 정형민 감독이다. 그는 노모와 함께 불교 성지를 순례한 면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편집해 ‘카일라스로 가는 길’을 완성했다. 이쯤에서 분명히 해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작품의 주제가 종교 포교, 이를테면 불교 숭배나 성지 순례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형민은 말한다. “목적지까지 간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길을 걷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목표였습니다.” 이춘숙의 목표도 다르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모자(母子)는 카일라스로 가는 최단 루트 대신 바이칼 호수, 고비 사막, 알타이 산맥, 파미르 고원을 지나는 우회 루트를 짰다. 강조점은 카일라스가 아니라 ‘가는 길’에 찍힌다.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는 것은 일의 결과보다 과정이다. 순례도 마찬가지다. 신은 자신이 있는 장소에 얼마나 빨리 도착했느냐가 아닌, 어떤 마음가짐으로 여기까지 왔느냐로 순례자의 정성을 평가할 테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춘숙은 A+를 받을 게 틀림없다. 순례 내내 그녀는 부처의 자비와 예수의 사랑을 언행으로 실천했기 때문이다. ‘제도로서의 종교’에 대비되는 ‘본질으로서의 종교적인 것’이다. 이춘숙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안녕을 빈다. 그리고 고향에 있는 고양이들의 안부를 걱정하고, 험지를 뛰노는 산양들의 생명력을 예찬한다. 온 존재가 그녀에게는 평등하게 귀하다.타국에서 이춘숙은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그녀와 마주한 모든 이들은 그 메시지를 알아듣는다. (비)언어적 표현에 담긴 진심은 어디에서든 통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이춘숙에게는 생명을 보듬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다. 덕분에 그녀는 ‘카일라스 가는 길’을 특별한 사건으로 만들어 낸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설명을 잘해 주는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내레이션을 통한 정보 전달조차 없다. 타국에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이춘숙 같다. 그러나 그녀가 외국인에게 그랬듯 ‘카일라스 가는 길’도 관객과의 소통에 성공한다. 자비와 사랑이라는 종교적인 것을 속 깊게 공유해서다. 카일라스는 티베트에만 있지 않다. 카일라스는 이춘숙이 가는 길 곳곳에 있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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