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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만히 있으면 살려준다” 눈앞에서 살인 목격한 피해자 …천안 구인광고 연쇄살인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가만히 있으면 살려준다” 눈앞에서 살인 목격한 피해자 …천안 구인광고 연쇄살인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논밭 한가운데서 발견된 두 구의 시신2006년 1월 14일 오전 11시경 충청남도 천안시 풍세면의 한 도로 공사 현장 굴다리 안에서 흉기에 찔린 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에 탄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당시 안개가 짙게 낀 오전 10시 50분경 현장을 지나던 마을 주민이 나무토막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을 처음 발견했다. 시신은 가족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수의조차 제대로 입히지 못한 채 평소 입던 옷을 덮어 장례를 치러야만 했다. 수사가 난항을 겪던 중 19일 최초 발견 현장에서 불과 50m 남짓 떨어진 논바닥 보온덮개(부직포) 아래에서 또 다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두 번째 시신은 얼굴에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양손이 결박된 상태였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살해 방식으로 유기된 두 사람. 그러나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날짜는 달랐지만 두 피해자가 사망한 날짜는 1월 12일로 동일했던 것이다. 두 여성 모두 20대였으며, 우연의 일치로 고향이 같았을 뿐 일면식도, 어떠한 접점도 없는 사이였다. 달콤한 미끼와 보이지 않는 덫사건의 발단은 생활정보지에 실린 구인광고였다. 범인은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20대 여직원 구함’이라는 가짜 유령 회사의 광고를 내며 구직을 간절히 원하던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수사망을 교란했다. 인터넷을 통해 대포폰을 구입한 뒤 택배로 배달받아 사용했고 광고를 등록할 때는 현직 시청 공무원의 이름을 도용하여 가짜 유선 전화번호까지 기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 당일인 1월 12일 오전 대형마트 앞에서 첫 번째 피해자를 만난 범인 명 씨는 자신의 렌터카에 피해자를 태운 후 미리 물색해 둔 인적 드문 공사 현장으로 향했다. 피해자의 승용차는 범인을 만났던 마트 인근 주차장에 3일 동안이나 방치되어 있다가 뒤늦게 가족들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이동 중에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피해자를 안심시켰으나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돌변했다. 흉기를 꺼내 들고 돈을 내놓으라며 위협했고 돈이 없다고 하자 끔찍한 성범죄를 저질렀다. 통제라는 이름의 폭력…그리고 참극명 씨의 수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피해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통제하려 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다. 그는 첫 번째 피해자를 양손으로 결박한 뒤 “가만히 있으면 집에 보내주겠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라며 헛된 희망을 주어 반항을 차단했다. 피해자를 뒷좌석에 숨겨둔 채 그는 태연하게 두 번째 피해자를 만나러 이동했다. 두 번째 피해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대학 진학의 꿈을 키우며 천안의 한 고시원에 머물던 20대 여성이었다. 사건 당일 오후 3시경 고시원을 나서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인근 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오후 5시 천안의 한 휴게소 근처에서 두 번째 피해자를 만난 명 씨는 다시 흉기로 위협하여 결박했다. 그는 두 번째 피해자의 카드를 빼앗아 은행 콜센터에 대출 한도와 현금 인출을 문의했으나 통장에 잔액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돈을 뺏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명 씨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잔혹한 결정을 내린다. 그는 조수석에 있던 비닐봉지를 주워 뒷좌석으로 넘어간 뒤 첫 번째 피해자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두 번째 피해자의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테이프를 감아 질식사시켰다. 참극을 목격하고 살려 달라 울부짖는 첫 번째 피해자에게는 “시끄럽다”는 이유만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이후 범행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을 굴다리 밑으로 옮겨 인화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였고 두 번째 피해자의 시신은 인근 논바닥에 유기했다. 진화하는 괴물…수면 위로 드러난 여죄이 끔찍한 사건은 명 씨의 첫 범행이 아니었다.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을 살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불과 7개월 만인 2005년 12월 그는 이미 살인을 저질렀다. 당시 그는 생활정보지에서 과외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영어 교육 상담을 명목으로 피해자를 렌터카로 유인했다. 이후 흉기로 위협해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고 피해자의 얼굴을 테이프로 감아 질식사시킨 뒤 야산에 낙엽으로 덮어 유기했다. 경찰은 천안, 아산, 대전에서 차출된 60여 명의 경찰관으로 특별 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은 범인이 단 4일간 사용하고 버린 대포폰의 통화 내역 38건과 수발신 기지국 위치 13곳을 끈질기게 추적했다. 통신사 통화 기록 72만 건을 일일이 분석하며 겹치는 동선을 파악했고 마침내 한 렌터카 업체와의 통화 기록을 찾아냈다. 렌터카 계약자를 추적한 끝에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 명 씨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지던 2006년 4월 10일, 명 씨는 인천에서 또다시 과외 광고를 이용해 네 번째 범행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피해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으면 살려주겠다”는 협박에도 맹렬히 저항하며 렌터카 밖으로 탈출했고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한 택시 기사가 렌터카의 번호판을 외워 경찰에 제보했다. 범죄자의 얄팍한 통제를 깨부순 피해자의 용기와 시민의 기지가 겹쳐지며 명 씨는 마침내 경기도 시흥의 한 고시원에서 긴급 체포된다. 반성 없는 살인마와 남겨진 숙제체포 후 범행을 시인한 뒤에도 명 씨에게서는 진정한 반성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수감 중인 구치소 안에서도 극도의 반사회적 폭력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세 명의 생명을 앗아간 연쇄 살인마 명 씨에게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겨진 유가족들은 딸의 유품을 불태우며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 속에 남겨졌다. 생계를 위해 혹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애썼던 세 명의 선량한 시민은 끝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을 무참히 짓밟은 범인은 아직도 교도소 안에서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간직한 민낯을 유지한 채 살아 있다. 천안 구인광고 연쇄살인 사건은 타인의 절박함을 미끼로 삼는 범죄의 악랄함을 우리 사회에 뼈아픈 기록으로 남겼다.
  • 3년 전 정글로 사라진 남성…뼈만 남은 모습으로 극적 구조 [여기는 동남아]

    3년 전 정글로 사라진 남성…뼈만 남은 모습으로 극적 구조 [여기는 동남아]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남성이 무려 3년 동안 열대우림에서 홀로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발견 당시 그는 피골이 상접해 뼈만 남은 모습이었지만, 기적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은 최근 자바섬 수카부미 지역의 험준한 산악 지대인 살락산 국립공원 깊은 숲속에서 49세 남성 아이 솔레후딘이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그가 정글 속에서 발견된 것은 폭우가 쏟아진 직후였다. 당시 인근 하천의 범람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산을 오르던 현지 주민들은 이끼 낀 바위 위에 초점 없는 눈으로 앉아 있는 그를 우연히 발견했다. 수색 대원과 주민들에 따르면 솔레후딘은 오랜 굶주림으로 인해 심한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는 혼자 힘으로는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으며, 수년 만에 사람을 마주하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말문이 막혀 정상적인 소통도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결국 주민들은 그를 들것에 실어 산 아래 관청으로 이송했고, 지문 채취와 망막 스캔 등 디지털 신원 확인 과정을 거친 끝에 그가 3년 전 치안주르 지역에서 실종 신고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과거 부모님이 잇따라 세상을 떠난 뒤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이후 종종 혼자 숲속을 정처 없이 헤매는 버릇이 생겼는데, 3년 전 어느 날 정글로 들어간 뒤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실종 기간 동안 그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여러 지역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갈 때마다, 그는 야생 동물처럼 정글 깊은 곳으로 숨어버려 애를 태웠다. 가족들은 “다시는 형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살아있어 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오열했다. 현지 의료진은 그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열대우림의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홀로 생존할 수 있었는지 놀라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가 숲속의 야생 과일이나 식물의 뿌리, 계곡물 등을 섭취하며 간신히 버텨온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는 솔레후딘은 점차 신체 기능을 회복 중이며, 가족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심리적 안정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19명의 참전용사들… 호국의 성지서 영웅을 기억하다

    19명의 참전용사들… 호국의 성지서 영웅을 기억하다

    워싱턴 DC는 그저 한 나라의 수도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어떻게 스스로를 정의하는지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어디를 가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돌과 건물에 새겨져 있고, 기념비의 형태로 서 있다. 그 바탕을 지지하는 건 호국과 보훈의 정신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나라를 단일한 목표와 비전 아래 묶기 위한 필수적인 가치다. 이번 여정의 테마도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워싱턴은 기념비와 박물관의 도시다. 한 집 건너 커피숍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상징 공간 중 유독 한국과 관련된 곳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역시 피는 더운 법이다. ●102년 만에 되찾은 조선의 외교 중심 주미대한제국공사관부터 찾는다. 요즘 ‘K컬처’만큼이나 ‘힙’했던 조선 말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후 1889년 고종이 내탕금 2만 5000달러를 들여 매입했고,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강탈당하기 전까지 우리 외교활동의 중심 무대였다. 1910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사들였다가 헐값에 되판 걸 102년 만인 2012년에 우리 정부가 재매입했다. 이후 복원 작업을 거쳐 2018년 전시관으로 재개관했다. 공사관은 백악관에서 북쪽으로 1.5㎞ 정도 떨어진 로건 서클에 있다. 유서 깊은 건물들이 밀집한 역사 지구다. 공사관은 당대의 ‘핫플’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개관 당시 워싱턴 조야의 유명 인사 등 2000여 명이 내부 장식 등을 돌아보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공사관은 빅토리아 양식의 3층 건물이다. 국내외에서 발견된 당대 각종 문헌과 사진을 바탕으로 재현됐다. 워낙 꼼꼼하게 원형을 회복한 덕에 2024년 미국 정부가 국가사적지로 공식 등재했다. ●한국전 참전한 병사 기리는 ‘내셔널 몰’ 내셔널 몰로 발걸음을 옮긴다. 워싱턴을 상징하는 거의 대부분의 랜드마크와, 살면서 한 번은 들었을 명문들이 밀집된 곳이다. 가장 가슴 저릿한 공간은 당연히 한국전쟁 기념공원이다. 바로 옆이 미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링컨기념관과 워싱턴 기념비란 걸 생각하면 미국인들에게도 6·25전쟁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은 듯하다. 기념공원은 전장을 상징하는 삼각형과 추모를 의미하는 원형이 결합된 형태로 조성됐다. 그 안에 다양한 의미를 담은 조형물을 배치했다. 대표적인 게 스테인리스 강철로 제작한 ‘19명의 병사상’이다. 한국의 험준한 산악지형을 행군하는 육·해·공군과 해병 등 군종별 이미지를 조각했다. 병사들이 입은 우의(판초)는 한국의 혹독한 날씨를, 바닥의 키 낮은 관목들은 한국의 산악 지형을 상징한다. 삼각형 끝자락의 모서리 바닥엔 황동 재질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조각상만 보며 가다간 지나치기 십상이다. 내용은 이렇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국가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거의 매 순간 잊고 살지만, 우리가 딛고 선 토대는 이런 희생 위에 세워졌다. 그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 작은 조형물 하나하나가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조각상 바로 옆은 화강암 벽화가 자리한다. 2400여 장의 실제 전쟁 사진을 샌드블라스팅 기법으로 새겼다. 샌드블라스팅은 돌이나 유리 등 단단한 재료에 그림이나 글자를 새길 때, 조각칼 대신 모래 입자를 고압 공기로 쏴서 원하는 부분을 마모시키는 기법이다. 안개가 낀 듯한 흐릿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할 때 흔히 쓴다. 이 벽에 ‘19명의 병사상’이 반사된다. 병사들의 투영은 날씨나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이 덕에 19명의 조각상이 38명이 되고, 이는 38선과 38개월 동안 치러진 전쟁의 은유로 이어진다. ●‘공짜로 얻어지는 자유는 없다’는 교훈 추모를 상징하는 원형의 작은 공간은 물로 채워졌다. 벽면에 ‘프리덤 이즈 낫 프리’,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졌다. 이 역시 이 일대를 장식하는 명문 중 하나다. 그 너머로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있다. 한때 한국인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상실감을 느꼈던 곳이다. 현재는 6·25전쟁 중 전사한 4만 3000여 명의 미군과 한국인 카투사 이름이 새겨져 있다.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한다” 내셔널 몰 서쪽 끝, 포토맥 강을 등지고 선 링컨기념관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기념물 중 하나다. 그리스 신전 양식의 흰 대리석 건물 안에는 1922년 봉헌된 높이 5.8m의 에이브러햄 링컨 좌상이 있다. 건물 내·외부에 저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글귀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으로 평가받는 나라를 꿈꾼다’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문, ‘여럿이 모여, 하나’라는 미국 건국 이념 등 무수한 명문이 새겨져 있다. 반사 연못(리플렉팅 풀)을 사이에 두고 동쪽 끝에 워싱턴 기념비가 솟아 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기념물이다. 높이 169m의 오벨리스크로, 완공된 188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엘리베이터로 전망대에 오르면 내셔널 몰 일대와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예약이 쉽지 않다. 자세히 보면 기념비 하단 3분의 1 지점에서 대리석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남북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다른 채석장의 돌을 사용한 탓이다. 미국의 굴곡진 역사가 이 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석·노예제… ‘세계 박물관의 수도’ 이제 박물관을 돌아볼 차례다. DC는 ‘세계 박물관의 수도’라 불릴 만하다. 스미소니언 협회 소속 박물관만 17개, 여기에 국립미술관 등을 더하면 20개가 넘는 국립 박물관·갤러리가 있다. 대부분 무료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은 공룡 화석부터 45.52캐럿의 ‘호프 다이아몬드’까지 1억 4600만 점의 소장품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국립미술관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뉘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피카소, 모네까지 서양 미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2016년 개관한 국립아프리카계미국인역사문화박물관은 노예제부터 민권운동, 현대 흑인 문화까지를 아우르는 전시로 DC에서 가장 주목받는 박물관 중 하나다. 인기가 높아 예약이 필수다. ●낮과 밤이 다른 두 개의 얼굴 가진 DC DC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낮에는 정치와 역사의 도시, 밤에는 의외로 활기찬 문화와 음악의 도시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이 도시가 살아 숨 쉬는 방식이 보인다. 다만 방문을 자제해야 하는 지역도 있다. 한 현지 교포는 “DC가 미국 내 다른 도시들에 견줘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국회의사당 오른쪽은 우범지대라서 현지인들도 잘 찾지 않는다”고 전했다. DC는 정치의 도시이기 전에 음악의 도시였다. 그 심장이 ‘U 스트리트’다. 재즈의 거장으로 꼽히는 듀크 엘링턴이 걷던 길로, 한때 ‘블랙 브로드웨이’로 불렸던 곳이다. 뉴욕의 할렘에 앞서 ‘U 스트리트’가 흑인 문화의 진원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R&B의 전설 마빈 게이, ‘라떼 세대의 음악’이었던 ‘고고’의 대부 척 브라운 등이 이 도시 출신이다. 1968년 마틴 루서 킹 암살 이후 폭동으로 무너졌다가 수십 년에 걸쳐 되살아났다. 조지타운은 DC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로 꼽힌다. 19세기 붉은 벽돌 건물들이 남아 있는 거리를 따라 트렌디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포토맥강에 있는 워싱턴 하버에서 강변 풍경을 보며 식사하는 것도 이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여행수첩]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전시물 교체 등을 위해 15~24일 휴관한다. 무수히 많은 영화의 촬영지였던 ‘리플렉팅 풀’은 현재 부분 공사 중이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이전 재개방할 예정이다. -링컨 좌상, 워싱턴 기념비 등은 연중무휴로 24시간 개방한다. 성탄절에만 쉰다. 대부분의 박물관처럼 입장료는 없다. -크랩케이크는 DC의 솔 푸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틀 걸러 한 번씩 먹었다는 음식이다. 하지만 과연 예전 그 맛일까 의문이다. 현지인도 많이 소비하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가세한다면 식재료가 남아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DC 중심지를 돌아보려면 ‘메트로+전기자전거’ 조합을 고려할 만하다. 메트로는 DC와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등 인근 세 지역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교통 시스템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환승된다. 2달러짜리 카드를 구입한 뒤 충전해 쓴다. DC뿐 아니라 교외 지역을 돌아보기에도 유용하다.
  • ‘세 낀 집’도 거래 숨통…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 29일부터 시행

    ‘세 낀 집’도 거래 숨통…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 29일부터 시행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주택 거래 시 매수자에게 실거주 의무 이행을 유예해주는 대책이 29일부터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이 29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비거주 1주택자가 임대한 집을 매입하는 무주택자도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날(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개시일을 미룰 수 있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토지거래허가 이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은 세입자가 있는 경우 매수자가 즉시 입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전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다주택자가 매각하는 주택에 대해 이 의무를 유예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책을 활용하려면 이달 29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매도자는 대책 발표일(이달 12일) 당시 임대하거나 전세권이 설정된 주택을 매각해야 하고, 매수자는 대책 발표일부터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경우로 한정한다. 또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입주해야 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12일 시행된 실거주 유예 조치가 일부 다주택자에게만 적용된 데 따른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갭투자를 불허한다는 원칙은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 집 필요한 신혼 느는데 죄다 월세 전환… 서울 ‘전세 대란’ 오나

    집 필요한 신혼 느는데 죄다 월세 전환… 서울 ‘전세 대란’ 오나

    최근 혼인 증가 추세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차단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전세대란’이 가시화했다. 이재명 정부는 ‘공급 속도전’으로 대응에 나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 326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2024년에는 14.8% 늘었다. 특히 서울은 2024년 4만 2471건으로 전년 대비 16.9%, 지난해는 4만 9374건으로 16.3% 급증했다. ‘혼인 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증가 추세다. 혼인 증가는 ‘신혼집 마련’이란 관점에서 보면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신혼부부 9만쌍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수요자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금 부담이 큰 서울에선 신혼 생활을 월세보다 전세로 시작하려는 부부가 많다. 월세라는 고정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자산 형성을 속도감 있게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갭투자를 차단하고, 대출까지 조이면서 신혼부부에게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지난 10일 부활한 것도 전세 매물 잠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4로 2021년 9월 12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매물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계약 만기 후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을 줄이고 매달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임대차 시장은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70.5%까지 확대됐다. ‘전세 대란’이 사실상 가시화한 셈이다. 정부는 전세 매물 품귀에 따른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고자 ‘공급’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신속한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잘 인식하고 있다”며 “(1·29 공급 대책의) 주요 사업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은 당초 계획인 2030년보다 1년 앞당겨 2029년 착공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주 가능한 주택을 단기에 공급하고자 서울 강서 군 부지, 노후 청사 복합 등 약 2900호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내년에 착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무용수의 화가 넘어 ‘기록가’ 드가를 만나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무용수의 화가 넘어 ‘기록가’ 드가를 만나다[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30여권 수첩은 화가의 ‘실험 일지’구상·재료 실험·인물 관찰 등 담겨그림, 치밀하게 계산된 ‘범죄’ 비유집요한 관찰·기록으로 완벽 재구성파스텔을 독립적 회화로 끌어올려누드화, 여신 아닌 ‘현실의 몸’ 묘사말년에는 ‘시력 악화’ 시련도 극복 조각의 고정관념 깨뜨린 걸작 남겨흔히 무용수의 화가로 불리는 인상주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에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바로 지독할 만큼 집요한 기록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평생 수많은 편지와 카르네라고 불리는 30여권의 수첩을 남겼다. 특히 1853년부터 1886년까지 33년에 걸친 흔적이 담긴 그의 수첩들 속에는 작품 구상과 재료 실험, 인물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선이 실험 일지처럼 세밀하게 적혀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드가가 찰나의 빛을 좇던 인상주의 화가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는 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면서도 탄탄한 인체 데생, 치밀한 화면 구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예술가였다. 이제 드가가 남긴 명언들을 따라가며 그의 기록들이 캔버스 위에서 위대한 걸작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다. 첫 번째 명언 “그림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큼이나 많은 교활함과 악덕이 필요한 일이다.” 예술가를 범죄자에 비유하다니, 처음 들으면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범죄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그만큼 치밀하고 계산적인 행위라는 의미에 가깝다. 범죄자가 현장의 흔적을 지우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짜듯이 화가 역시 화면 속 모든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정교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드가는 인체 근육의 미세한 떨림, 무대 조명이 만들어 내는 인공적인 빛과 어둠의 대비를 포착하기 위해 범죄 현장의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관처럼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작업실로 돌아와 수첩 속 스케치와 기억, 반복된 수정과 계산을 바탕으로 화면을 완벽하게 재구성했다. 드가는 영감이나 즉흥성에 기대는 예술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만큼 스튜디오에서 철저히 계산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없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거장들을 연구하고 성찰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드가는 청년 시절 루브르 미술관의 공식 모사공으로 등록해 옛 대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베끼며 화가로서의 기본기를 다졌다. 그는 고전 거장들의 구도와 기법, 인체 표현 방식을 흡수한 뒤 무용수, 경마장, 오페라 극장처럼 현대적인 삶의 장면에 적용했다. ‘발레 수업’①은 회화란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일이 아니라 가장 완벽한 가짜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드가의 예술관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화면 속에는 당시 위대한 안무가였던 쥘 페로의 지도 아래 수업이 막 끝나갈 무렵의 발레 연습실 장면이 펼쳐져 있다. 언뜻 보면 드가가 연습실 한편에서 우연히 포착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작업실에서 수많은 스케치와 기억들을 정교하게 조립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나를 무용수의 화가라고 부르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드가에게 무용수는 아름다운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인체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피사체였다. 그는 예쁘게 멈춰 선 자세보다 근육이 팽팽하게 수축하고 몸이 비틀리며 균형이 흔들리는 순간에 더 매료되었다. 하품을 하거나 토슈즈 끈을 묶는 사소한 동작 속에서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와 운동감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본 것이다. 드가는 다른 화가들이 놓쳤던 화려한 무대 뒤편의 진실을 포착했기에 무용수의 화가를 넘어 현대적 삶의 움직임을 기록한 독보적인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 두 번째 명언 “나는 선을 통해 색채를 구현한다.” 보통 우리는 선은 형태를 잡고 색은 그 안을 채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가에게 선은 색이고 색은 또 하나의 선이었다. 이런 드가의 예술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매체가 파스텔화이다. 분말 안료를 점착제와 섞어 막대 형태로 굳힌 파스텔은 아름답지만 연약하고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다. 드가는 이 섬세한 재료를 종이 위에 직접 긋고, 문지르고, 눌러 쌓아 올리며 색을 입히는 도구이자 선을 긋는 도구로 활용했다. 직접 개발한 특수 고착제를 사용해 파스텔 가루를 화면에 단단히 고정시킨 뒤 그 위에 다시 파스텔을 덧칠하고 쌓아 올리는 독보적인 적층 기법을 발전시켰다. 때로는 유화 물감이나 구아슈를 함께 섞어 화면의 밀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겹겹이 쌓인 색층은 가볍고 부드러운 일반적인 파스텔화와 달리 인물의 입체감과 거친 에너지를 뿜어냈다. 드가는 유화를 위한 밑그림이나 보조 수단에 머물던 파스텔을 독립적인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혁신가였다. 대표 작품이 ‘모자 상점에서’②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파리의 세련된 유행과 소비문화를 엿볼 수 있는 모자 가게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화면 전경에 화려한 모자들이 놓인 탁자를 배치하고 이를 과감한 대각선 구도로 강조했다. 인물보다 색채의 리듬이 화면 전체를 이끌어 가도록 치밀하게 설계한 것이다. 드가는 모자를 장식한 붉고 푸른 리본, 부드러운 깃털, 천의 섬세한 주름을 통해 파스텔이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했다. 화면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짧게 끊어진 선, 손가락으로 문지른 색면, 겹겹이 쌓인 파스텔 가루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서 그의 파스텔화는 ‘색으로 드로잉하는 회화’라고 불린다. 세 번째 명언 “마치 열쇠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드가가 자신의 누드화를 두고 한 이 말은 아일랜드의 비평가였던 조지 무어가 그와 나눈 대화를 기록한 글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열쇠 구멍이라는 말 속에는 서양 누드화의 전통을 뒤흔든 드가만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전까지 세계 유명 미술관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누드화를 떠올려 보라. 신화 속 비너스처럼 우아하게 누워 있거나 관객을 향해 유혹하는 듯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모델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누드는 관객의 시선을 전제로 한 보여지기 위해 연출된 몸이었다. 드가의 여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그저 몸을 씻고, 머리를 빗고, 수건으로 몸을 닦을 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누드는 항상 관객을 전제로 한 자세로 표현되어 왔다. 내 그림 속 여성들은 육체적인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소박하고 정직한 존재들이다.” 드가가 말한 열쇠 구멍이라는 표현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특징인 거리 두기와 엿보는 듯한 관음적 시선을 설명해 준다. ‘욕조 속 여인’③은 드가의 열쇠 구멍 시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면 속 여인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등을 둥글게 만 채 오로지 몸을 씻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있다. 관객에게 아름답게 보이려는 의도적인 포즈도 시선을 의식한 표정도 없다. 이 작품에서 누드는 신화 속 여신의 이상화된 몸이 아니라 씻고, 구부리고, 움직이는 현실의 몸으로 제시된다. 시점 또한 독특하다. 우리는 지금 목욕하는 여인을 높은 곳에서 훔쳐보는 듯한 위치에 서 있다. 열쇠 구멍 시선이 화면 속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드가의 적나라한 표현 방식을 추하다고 비난했지만 오늘날에는 전통 누드화의 관습을 뒤집고 근대적 인간의 일상과 신체를 새롭게 포착한 혁신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드가는 또 이런 말도 남겼다. “25세엔 누구나 재능이 있다. 어려운 것은 50세에도 재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을 대변하는 말이다. 진정한 거장이란 반짝이는 재능으로 시작해 지치지 않는 끈기로 재능을 완성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드가에게 운명은 가장 가혹한 시련을 안겨 주었다. 말년에 접어들며 그의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남은 시야마저 뿌연 안개 속에 갇힌 듯 흐려졌다. 평생 세상을 집요하게 관찰했던 드가에게 시력을 잃어 간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고 눈이 아닌 손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실험하는 길로 나아간다. ‘열네 살의 작은 무희’④는 그가 자신의 회화적 재능을 조각으로 확장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드가는 조각이란 대리석이나 청동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 그는 조각에 실제 인간의 머리카락을 붙이고 천으로 만든 발레 치마, 리본, 리넨 슈즈를 입혔다. 심지어 당시 조각가들이 기피했던 해부학용 밀랍을 주재료로 선택했다. 드가는 조각에 실제 사물을 도입하며 원하는 효과를 위해서라면 어떤 재료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 작품의 모델은 벨기에 이민자의 딸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학생 무용수로 살아가던 열네 살의 소녀였다. 소녀의 자세를 자세히 보겠다. 두 손은 등 뒤로 깍지를 낀 채 뻗어 있고 턱은 앞으로 꼿꼿이 들려 있다. 반쯤 감긴 눈과 굳은 표정에서는 고된 연습 뒤의 피로와 세상을 향한 반항심이 엿보인다. 드가는 대중이 기대했던 우아한 발레리나의 환상을 걷어내고 무대 뒤편에서 혹독한 훈련과 가난을 견뎌야 했던 19세기 파리 하층민 출신 무용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조각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관객과 비평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의 미적 기준과 사회적 편견을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이다. ‘열네 살의 작은 무희’는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한 작품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에는 조각의 표현 가능성을 확장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전에 그는 “유명해지면서도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는 역설적인 소망을 남겼다. 대중의 박수보다 작품 자체로 평가받고 싶었던 예술가의 자부심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오늘날 우리는 드가를 관찰의 천재,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이룬 화가, 20세기 거장들의 스승이라 부르며 뜨겁게 그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집 필요한 신혼 느는데 죄다 월세 전환… 서울 ‘전세대란’ 오나

    집 필요한 신혼 느는데 죄다 월세 전환… 서울 ‘전세대란’ 오나

    최근 혼인 증가 추세와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차단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에 ‘전세대란’이 가시화했다. 이재명 정부는 ‘공급 속도전’으로 대응에 나섰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 326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2024년에는 14.8% 늘었다. 특히 서울은 2024년 4만 2471건으로 전년 대비 16.9%, 지난해는 4만 9374건으로 16.3% 급증했다. ‘혼인 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증가 추세다. 혼인 증가는 ‘신혼집 마련’이란 관점에서 보면 최근 2년간 서울에서만 신혼부부 9만쌍이 주택시장의 새로운 수요자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자금 부담이 큰 서울에선 신혼 생활을 월세보다 전세로 시작하려는 부부가 많다. 월세라는 고정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자산 형성을 속도감 있게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갭투자를 차단하고, 대출까지 조이면서 신혼부부에게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지난 10일 부활한 것도 전세 매물 잠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4로 2021년 9월 12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매물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계약 만기 후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을 줄이고 매달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임대차 시장은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70.5%까지 확대됐다. ‘전세 대란’이 사실상 가시화한 셈이다. 정부는 전세 품귀에 따른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고자 ‘공급’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5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신속한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잘 인식하고 있다”며 “(1·29 공급 대책의) 주요 사업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은 당초 계획인 2030년보다 1년 앞당겨 2029년 착공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주 가능한 주택을 단기에 공급하고자 서울 강서 군 부지, 노후 청사 복합 등 약 2900호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내년에 착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거주 1주택 매물, 연내 세 낀 집 사도 실거주 의무 유예

    비거주 1주택 매물, 연내 세 낀 집 사도 실거주 의무 유예

    서울·경기 등 수도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주택을 사들이는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가 최대 2년간 유예된다.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로 나타날 수 있는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매수자는 ‘무주택자’로 제한되며, 12일 이후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된 사람은 유예 대상에서 배제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토허구역 실거주 유예’ 방안을 발표했다. 김 차관은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지 못하는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혜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다주택자가 처분하는 주택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었다. 현재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사면 거래 허가 이후 4개월 이내에 입주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임차인이 있다면 4개월 내 퇴거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임대차계약 기간이 길게 남은 주택은 매수자가 바로 입주하기 어려워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가 종료되기 전 다주택자가 내놓는 주택 중 임차인이 있고, 매수자가 무주택자일 때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계약 종료 때까지 최장 2년 유예했다. 그러자 토허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정부는 실거주 의무 유예를 ‘세입자가 있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유예 혜택을 받으려면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올해 12월 31일까지 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는 허가 이후 4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 실거주 유예 기간은 계약에 따라 최대 2028년 5월 11일까지 미뤄진다. 매수자 요건은 ‘발표일(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을 유지한 자’로 한정한다. 이날 이후 유주택자가 실거주 유예 혜택을 받으려고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돼도 적용받지 못한다. 상급지의 세 낀 매물을 저렴하게 사들이는 ‘갈아타기 갭투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고강도 대출 규제를 유지해 갈아타기 목적의 수요를 억제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비거주 1주택자의 잠재적인 매도 가능 물량이 늘어나 ‘매물 잠김’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다주택자를 줄이고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후속 조치를 통해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가 더욱 활성화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제기되는 각종 부작용을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갭투자 가능성에 대해 “발표일 현재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해서만 실거주를 유예하는 것이므로 갭투자를 새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월세난 심화에 따른 ‘주거사다리’ 붕괴 우려에 대해선 “시장 전체로 보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수요도 동시에 줄어드는 상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한 매수인에게는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또 토지거래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허가 취소 시 매도자는 거래대금을 반환해야 하고 매수자에게 추가 배상 책임이 발생한다.
  • 비거주 1주택 ‘세 낀 거래’로 퇴로… 갭투자 허용엔 선 그었다

    집 사는 사람은 무주택자로 한정입주는 최대 2년, 기존 임차 뒤로 李대통령 “갭투자 허용? 과하다”‘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자극 우려전문가 “강남권 중심 관망세 전망”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매물에 대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전세 보증금을 끼고 살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를 예외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국토교통부가 형평성 보장을 위해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세입자 있는 1주택자에게도 매도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매수인은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매수인은 기존 임차인의 잔여 임차 기간이 지난 후에 입주할 수 있게 허용하되 그 기간은 최고 2년을 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사실상 ‘매도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해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제기된 ‘매물 잠김’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주장은) 소위 억까(억지로 까기)에 가깝다”며 “잔여 임대 기간, 그것도 최대 2년 이내에 보증금 포함 매매 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하는 건 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통상적인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갭투자는 데드라인 없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활용해 차익 실현을 노리지만, 이번 조치는 유예 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되고 단기 양도세율도 높아 매수자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 의도와 달리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강남 3구(서울 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급지의 비거주 1주택 ‘똘똘한 한 채’ 매물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직전 실거래 가격 대비 호가 상승이 크지 않은 일부 한강벨트 지역들의 경우 중하위 지역 매도자들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세 낀 매물’ 거래를 열어둬 상급지 갈아타기 현상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세제 개편까지 앞둔 만큼 당분간 시장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남 연구원은 “직전 실거래 가격과 매물 간의 괴리가 큰 강남권 고가 지역 중심으로 한동안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며 거래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거주 1주택 ‘세 낀 거래’로 퇴로…갭투자 허용엔 선 그었다

    비거주 1주택 ‘세 낀 거래’로 퇴로…갭투자 허용엔 선 그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 매물에 대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고 전세 보증금을 끼고 살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를 예외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국토교통부가 형평성 보장을 위해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세입자 있는 1주택자에게도 매도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매수인은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매수인은 기존 임차인의 잔여 임차 기간이 지난 후에 입주할 수 있게 허용하되 그 기간은 최고 2년을 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사실상 ‘매도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를 일정 기간 유예해 ‘세 낀 매물’ 거래를 허용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제기된 ‘매물 잠김’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사실상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주장은) 소위 억까(억지로 까기)에 가깝다”며 “잔여 임대 기간, 그것도 최대 2년 이내에 보증금 포함 매매 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갭투자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하는 건 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도 통상적인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인 갭투자는 데드라인 없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활용해 차익 실현을 노리지만, 이번 조치는 유예 기간이 최대 2년으로 제한되고 단기 양도세율도 높아 매수자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 의도와 달리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강남 3구(서울 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상급지의 비거주 1주택 ‘똘똘한 한 채’ 매물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직전 실거래 가격 대비 호가 상승이 크지 않은 일부 한강벨트 지역들의 경우 중하위 지역 매도자들의 갈아타기 움직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세 낀 매물’ 거래를 열어둬 상급지 갈아타기 현상을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세제 개편까지 앞둔 만큼 당분간 시장 관망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남 연구원은 “직전 실거래 가격과 매물 간의 괴리가 큰 강남권 고가 지역 중심으로 한동안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며 거래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집 파느니 자식한테”…양도세 중과 전 증여·직거래 급증

    “집 파느니 자식한테”…양도세 중과 전 증여·직거래 급증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달 서울 지역의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월별 기준으로 3년 4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자녀에 대한 증여성 저가 양도 목적으로 보이는 직거래 비중도 크게 늘었다. 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오피스텔 등)의 증여로 인한 등기 건수는 총 198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1345건보다 47.2% 증가한 수준으로 2022년 12월(2384건)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전국 기준 증여 건수도 총 5560건을 기록해 역시 2022년 12월(9342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단순 증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달 9일까지 임차인을 낀 매도가 허용된 만큼 자녀에게 부담부 증여 형태로 넘겨주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구별로는 지난달 송파구 집합건물의 증여가 1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월(82건)에 비해 2배 가까이(96.34%) 증가한 수치다. 양천구 135건, 노원구 118건, 서초구 115건, 용산구 106건, 강남구·동작구 각각 104건, 광진구 100건 등의 순으로 증여 거래가 많았다. 용산구는 전월(54건) 대비 증가폭이 95.3%로 가장 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4월 직거래 건수는 234건으로 올해 2월 109건에서 3월 185건을 크게 웃돈다. 4월 거래 신고분 4544건 가운데 5.15%가 중개사무소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로 계약을 한 것이다. 구별로는 서초구가 15.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강남구(7.8%), 영등포구(7.3%), 광진구(7.3%) 등의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일부 직거래는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가족이나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저가 양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 李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5월9일 신청분까지 허용 검토”

    李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 5월9일 신청분까지 허용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까지 ‘매매 계약’건 외에 ‘토지거래 허가 신청’만 한 경우도 유예를 적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6일 지시했다. 양도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더 주며 공급 확대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9일 계약분까지 4~6개월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를 완료하고 계약을 해야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4월 중순이 되면 더이상 매각이 불가능하다, (토지거래) 허가 신청 또는 허가 승인 절차까지 시간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5월 9일이라는 시한은 지키되,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 신청한 경우에는 허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해석을 명확하게 하든지 아니면 규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다주택자들이 세입자를 낀 매물을 내놓은 경우 무주택자가 이를 매입할 수 있도록 최대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키로 한 방침에 대해서도 “1주택자들도 세 놓고 있는 집 팔고 싶은데 왜 우리는 못 팔게 하느냐, 다주택자한테 왜 혜택을 주고 1주택자에게는 왜 혜택을 안 주느냐 이런 반론들이 많다”며 1주택자 매물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이른바 이달 중순쯤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매물 잠김’ 현상을 완화하고 추가 매매 거래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 5501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발표된 지난 1월 23일(5만 6219건) 이후 34.2% 증가했다.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쌓이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핵심지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서울 중하위권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상승세인 상황도 감안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매물은 늘었지만 생각보다 집값이 금방 잡히지는 않자 다주택자들에게 20일 가까이 시간적 여유를 더 주면서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로 매물이 더 쏟아지고 거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4~5월 안에 새로운 매물이 더 나와 전체 매물의 모수가 커지기는 어렵고 시간에 쫓겨서 거둬들이려던 매물을 조금 더 내놓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李대통령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5·9 신청까지 허용 검토”

    李대통령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5·9 신청까지 허용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6일 다음 달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일까지 토지거래 허가를 신청한 경우로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종료일까지 계약을 하면 4~6개월 중과를 유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를 완료하고 계약을 해야 된다고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4월 중순이 되면 더 이상 매각이 불가능하다, 허가 신청 또 허가 승인 절차까지 시간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5월 9일이라는 시한은 지키되, 5월 9일까지 허가 신청한 경우에는 허용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해석을 명확하게 하든지 아니면 규정을 개정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무주택자가 토지거래허가 구역 내에 있는 다주택자 매물을 살 때 세입자가 있다면 최대 2년간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받도록 한 데 대해서도 1주택자 매물까지 확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들도 세놓고 있는 집 팔고 싶은데 왜 우리는 못 팔게 하느냐, 다주택자한테 왜 혜택을 주고 1주택자에게는 왜 혜택을 안 주느냐, 왜 불이익을 주느냐 이런 반론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에는 이게 소위 단기간이나마 갭투기를 허용하는 꼴이 돼서 다주택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부여했다”며 “왜냐하면 이게 수요를 자극하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상황은 수요를 자극하기보다는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수요 늘리는 효과가 더 클지 아니면 공급을 늘리는 효과가 더 클지를 객관적으로 잘 판단해달라”며 “특히 1주택자도 세 주고 있는 집 팔겠다는데 왜 못 팔게 하느냐는 항변도 상당히 일리가 있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서 시행령 개정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신속한 세제·금융 정비와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그는 “중동 사태 때문에 바쁘긴 한데 우리가 해야 될 일 놓치면 안 된다”며 “대한민국 부동산 투기공화국 탈피라는 국가 과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금 체제는 ‘부동산이 필요해서, 쓰기 위해서 보유하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남의 돈을 빌려서 부동산 구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 제도를 철저하게 손보는 것, 그리고 주택 공급 계획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게 차질 없이 신속하게,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좀 더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남들 열심히 일하는데 적당히 머리 써서 남의 돈으로 규제와 제도를 탈피해서 꼼수로 돈 벌고 이러면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라며 “이 나라가 제대로 가는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불로소득을 줄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력하는 거 없이 약간 규제를 탈피하거나 아니면 남의 돈을 이용하거나 이런 걸로 돈 버는데 별로 세금도 없고 이런 거는 이상한 거 같다”며 “그것도 역시 사람들의 성실한 노력, 욕구를 감소시키지 않는가. 그런 것도 다 고쳐야 한다”고 했다.
  • 17일부터 다주택자 주담대 연장 못 한다

    17일부터 다주택자 주담대 연장 못 한다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동시에 정부는 무주택자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일시적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또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는 지난해(1.8%)보다 낮은 1.5%로 결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하다”며 이런 내용의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 차단’이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의 만기일시상환 주담대는 원칙적으로 연장이 막힌다. 사실상 “갚거나 팔라”는 신호다. 대출을 조이는 방식으로 다주택자의 매물이 수도권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다주택자에게 대출 연장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하냐’고 공개 지적한 이후 한 달 반 만에 나온 조치다. 다주택자 만기 일시상환 주담대는 약 4조 1000억원 규모로, 이 중 올해 만기 도래분만 2조 7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예외도 뒀다. 매도 계약이 체결된 주택이나 미분양 주택 등은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세입자가 있는 경우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는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눈에 띄는 부분은 ‘무주택자 규제 완화’다. 무주택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살 때 올해 말까지 허가 신청을 접수하면 ‘세 낀 집’도 살 수 있다. 실거주 의무도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까지 미뤄준다. 원래는 집을 산 뒤 4개월 안에 직접 들어가 살아야 했지만, 이 요건을 풀어 거래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전세에 묶여 거래가 막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가계부채 관리도 한층 강화된다. 올해 대출 증가율 목표는 1.5%로 낮췄고, 정책대출 비중도 30%에서 20%로 줄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추정되는데 2030년까지 이 비율을 80%로 낮추겠단 계획이다. 은행권에는 가계대출 관리목표 외에 주택담보대출 관리목표가 신설돼 사실상 ‘이중 규제’가 적용된다. 지난해 목표를 초과한 금융사는 올해 대출 총량에서 그만큼 차감된다. 새마을금고는 사실상 신규 가계대출이 막히는 수준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는 가계대출 잔액이 5조 3000억원 증가해 관리 목표인 1조 2000억원을 네 배 이상 초과했다. 대출규제 위반 등 탈법·편법적 대출 행위도 집중 점검한다. 특히 사업자대출 용도 외 유용 행위가 적발되면 현재는 해당 금융사 신규 사업자대출이 최대 5년간 제한됐으나 앞으로는 전 금융권 모든 대출이 최대 10년간 제한된다.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 주담대에도 2일부터 규제지역 40%, 비규제지역 70%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된다. 주택 가격별 대출한도 규제 적용도 의무화돼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 주담대 위험가중치(RWA) 상향, 전세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의 카드는 남겨뒀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가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 총량 관리까지 엄격해지며 매물이 나와도 거래 체결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그동안 대출 규제가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며 주택 가격 안정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대출 규제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낙조에 흘려보낸 못난 마음… 그래서 당신은 잘 지냈나요[박상준의 문장 여행]

    한 편의 영화 같은 봄날‘파반느’ 스크린에 비친 도시고가 아래 이화달팽이길가로등 불빛 아래 나눈 진심용기와 희망을 품은 동네한 줄의 사랑 담은 책방방산종합상가 A동 132호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곳그래서, 그곳 이름이 ‘그래서’“사람들이 말하는 꿈같은 일이란 실은 별다른 일이 아니야. … 그냥 살아가듯이 그냥 사랑하는 거야. 기적 같은 사랑이란 그런 거라구. 보잘것없는 인간이 보잘것없는 인간과 더불어…누구에게 보이지도, 보여줄 수도 없는 사랑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나가는 거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中 외롭고 막막하여 단단한 벽, 자꾸만 세상의 바깥으로 떠미는 원심의 힘. 이데올로기가 된 외모와 그마저 수정 가능한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설 속 요한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구심은 사랑을 상상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향한 맹목의 사랑은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므로. 거친 숨을 내쉬며 낙산의 계단을 오르다가, 가쁜 숨들이 오가는 시장을 거닐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나를 닮은 그들이 있다. ●사뿐사뿐 이화동 영화 ‘파반느’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꺼내 읽는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위즈덤하우스)는 못생긴 ‘그녀’, 상처를 가진 ‘나’ 그리고 요한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박민규 작가는 “아주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했겠느냐”라는 아내의 질문을 받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품 안에 못생긴 상처 하나씩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 그녀를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말을 빌리면,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세상의 묵시와 그러므로 더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망의 이면에는 우리 각자의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난 마음”이 있다. 영화 ‘파반느’는 영상에 익숙한 오늘의 세대와 같이 도시 속을 거닐며 그 상상을 조금 더 익숙한 언어로 풀어놓는다. 소설 속 그 무대는 1980년대의 서울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도시가 정확히 어디인지, 어느 시대를 살아가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장면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이종필 감독은 오늘의 서울에서 용기와 희망이 되는 장소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이화동, 방산시장, 신촌의 창전동 골목, 주인공들이 배드민턴을 치던 연희동 궁동공원, 신수동 도프레코드 같은 쌈지의 장소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서울의 동네다. 그래서 영화가 그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도시는 노란색 조명처럼 따뜻하다. 그 가운데 이화동은 나(영화 속 경록)와 그녀(영화 속 미정)의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으로 인해, 가장 밝게 빛난다. 영화 속 미정의 집은 이화달팽이길 위쪽 골목이다. 이화달팽이길은 그 모양이 달팽이 집 문양과 비슷해 달팽이길이다. 높은 옹벽을 마주한 채 다리 아래에서 위로 나선을 그리며 오른다. 경록과 미정이 가로등 불빛 아래, 봄 햇살 같은 진심을 주고받던 장소는 이화달팽이길 위쪽의 충신4나길과 낙산성곽서길 사이 콘크리트 계단 앞이다. 그리고 다음 날, 미정은 나비처럼 손끝을 팔랑거리며 이화동 계단을 경쾌하게 내려온다. 찬란한 하루의 시작, 그때 미정은 처음으로 고개를 든 채 걷는다. ●한양도성 그리고 고궁을 걷는 길 미정의 집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낙산성곽서길이다. 서울 한양도성 가운데 비교적 걷기가 편하고 전망이 빼어나며 쉼터가 많은 구간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장면의 바깥에서, 미정과 경록은 한양도성을 동무 삼아 낙산 정상과 한양도성박물관 사이를 반복해 오래 걷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으며 내 사는 도시의 전경을 곁에 두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길은,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이 서로를 곁눈질하고 발을 맞추기에 알맞다. 또 해 질 녘에는 서로의 수줍은 마음을 붉게 물든 노을 속에 숨길 수 있다. 그 길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래서 서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의 연인들은 낙산 정상에서 곧장 창신동 쪽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낙산5길의 채석장전망대 카페 낙타는 옛 채석장 산기슭에 기댄 ‘十’자 모양의 건물이다. 카페 낙타의 ‘一’자에 해당하는 내부에서는 창신동과 숭인동 군락과 동망봉이 보인다. 동망봉(東望峰)은 슬픈 역사가 깃든 장소다. 그 이름은 동쪽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동쪽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도 나오는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가리킨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82세까지 동망봉 정업원(청룡사)에서 지내며 단종을 그리워했다. 동망봉 반대편은 옛 한양의 압도적인 풍경이 금세 그 쓸쓸함을 지운다. 성곽을 곁에 두고 걷기에는 이화동 낙산성곽서길이 좋지만 한양도성을 포함한 전망은 한양도성 일대보다 낙산5길이 낫다. 한양도성과 남산 위 N서울타워와 시가지 전경은 들뜬 마음을 한껏 더 부풀게 한다. 그래서 주변의 카페나 식당은 하나같이 그 전망을 품고 있다. 옥상 전망대, 테라스의 난간, 실내의 통창, 주택을 개조한 자그마한 방 등 형태가 다양해 선호대로 택할 수 있다. 영화 ‘파반느’가 이화동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택한 장소는 고궁이다. ‘가고 싶은 곳 없어요?’라는 나의 말에 그녀는 얼마간 머뭇거리다 ‘고궁’이라고 답한다. ‘어느 한가한 도서관을 열 배는 확장’시켜 놓은 옛 궁궐을, 두 사람은 자주 찾는다. 그때 고궁을 걷는 그녀의 마음은 사랑에 대한 믿음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 왕녀와 시녀 중 어느 쪽에 속했을까. 소설에 고궁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고궁을 나와서는 화랑에 들렀고 드립 커피를 마셨다고만 쓰여 있다. 궁궐을 따라 걷는 코스는 정동길이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는 사간동 일대가 운치 있다. 그러나 소설의 두 사람에게는 사람이 적어 한적한 창덕궁 서쪽 원서동이 적당하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원서동빨래터까지 700m 남짓한 거리는 북촌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골목이다. 곧 창덕궁 후원의 숲과 맞닿아 푸르고 길이 끝날 즈음에는 종로구립 고희동미술관이 반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이 40여 년간 머문 옛집에는, 고희동 화백과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방자재(群芳自在)’는 고희동 외 일곱 명의 작가가 같이 그린 작품이다. 매화와 국화와 수선화가 계절과 무관하게 한데 피어 있어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한다. 봄날에는 창덕궁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궁의 봄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봄꽃으로만 치자면 단연 창덕궁이다. 특히 성정각 담을 낀 후원의 입구는 매화의 천국이다. 겹겹이 붉은 자시문 앞 만첩홍매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낙선재 쪽으로 가지를 드리운 수양벚나무는 이르지만 여느 꽃들은 3월 하순이면 활짝 피어난다. 그즈음 성정각 안쪽에서는 담 위로 높게 자란 살구꽃이 곱다. ●그래서 책방, 방산시장의 숨은 발견 영화와 소설에는 세 사람이 근무하는 백화점 ‘유토피아’와, 멀지 않은 단골 술집 ‘켄터키HOPE’가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유토피아를 나와서 희망(HOPE)을 찾아가는 길로 방산종합시장을 택한다. 어느 날 경록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보다 비를 상대하는 게 쉽다는 미정 쪽으로 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기울이며 걷는다. 그 또한 방산종합시장 동남쪽 오거리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방산종합시장은 6·25 전쟁을 전후해 미군의 식료품이 거래되는 ‘양키시장’이었으나 1976년 옛 방산국민학교 터에 시장이 개설되며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류와 인쇄, 포장 재료가 주를 이루고 판촉물 가게가 여럿이다. 다른 존재를 빛나게 하는, 주연보다 조연들의 시장인 셈이다. 이종필 감독이 방산시장을 택한 건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빛나지 않는 존재들의 반짝임. 그리고 시장 안에는 정말 그런 장소가 숨어 있다. 박민규 작가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요한의 입을 빌려 “인간은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 같은 존재”라고 썼다.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서로를 발견해야 한다고. 방산종합상가 A동 2층 132호에 있는 책방 ‘그래서’는 방산시장의 발견이다. 상가는 무뚝뚝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라벨, 인쇄, 포장 자재를 다루는 사무실과 작업실이 마주한다. 그 틈에 뿌리내려 7년을 살아낸 책방은 낯설어 진귀하다. 이현행, 오주현 씨는 책방 안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만 묻는다.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지내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래서, 책방의 이름이 ‘그래서’다. 작고 사소한 존재들을 응원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책방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하는 쇼룸과, 워크숍이 이뤄지는 워크룸까지 포함한다. 때로는 방산시장에서 남은 자투리 종이처럼, 쓸모를 다한 것들을 지역 예술가와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는 전시로, 워크숍으로 그리고 다시 기록으로 남겨져 순환한다. 그렇게 책방과 연을 맺은 작가들이 방산시장 안에 하나둘 자리를 잡고 연대한다. 아직은 대여섯 곳에 불과하지만 첫 프로젝트로 6월 서울국제도서전 기간에 맞춰 ‘서울자체도서전’을 열 계획이다. ●두릅과 귀여운 할머니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좋은 여름)’를 쓴 하정 작가의 여름맨션(A동 3층 78호)도 그중 한 곳이다. 작가의 작업실이지만 책이나 굿즈를 파는 곳이기도 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작가가 여행 중에 덴마크 모녀를 만나 빚은 추억의 기록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삶을 밝히는 이야기라 좋다. 그렇게 방산시장을 오가다 보면 간판 하나, 상자 하나, 라벨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 작은 것들의 반짝임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주인공 그녀는 스스로를 오래전 “마음속에서... 얼굴을 도려낸 여자”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인간은 서로를 사랑하는 한 “스스로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동물”이다. 그녀 또한 사랑을 추억하므로 소설의 바깥에서 귀여운 할머니로 늙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방산시장을 나와서는 ‘희망’으로 옮겨간다. 퇴계로 방면으로 10여 분 거리에는 두릅이라는 술집이 있다. 영화 ‘파반느’에서 세 사람의 단골 술집 켄터키HOPE의 외관이 두릅을 빌려왔다. 켄터키HOPE의 간판이 빛나던 자리에는 다시 두릅의 한자인 ‘吻頭(문두)’가 걸려 있다. 김도현 씨는 작은 선술집을 내고 싶어 주류 도매업체와 기획사에서 일하며 두릅을 준비했다. 두릅 하면 자연스레 나물이 떠오르는데 실은 이유 없이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로마자 표기는 Dureup에서 ‘eu’(이유)가 없는 Durp다. 영화 ‘파반느’에서는 호프(HOP)에 ‘E’가 붙어 희망(HOPE)이 되었던가. 자신의 가게에 ‘세월이 묻는 게 좋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파반느’의 두 주인공이 즐겨 찾기에는 힙(hip)한 술집이기는 하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단독]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단독] 자산가 37% vs 개미 1%… 수익률 양극화… 돈이 돈을 벌었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

    전 재산 투자한 20대 수익률 -42%자산가는 5억 증여받아 50억 운용 코스피가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숫자가 모두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몇 차례 거래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올리고 누군가는 수십 번을 사고팔고도 마이너스다. 자산 규모에 따라 정보 접근력, 투자 방식, 위험을 견디는 여력이 달라지면서 수익률 격차가 뚜렷해졌다. 서울신문은 증권사와 투자자들을 심층 취재해 정보·시간·네트워크가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적 현실을 점검하고, 자본시장이 모두를 위한 성장의 무대가 되려면 어떻게 거듭나야 할지 4회에 걸쳐 짚는다. 김성현(27·가명)씨는 고시원에 살며 아르바이트 세 곳을 전전한다.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주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만원짜리 종목이 3만원이 되며 자신감이 붙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미국에서 신약 허가가 나온다’는 인터넷 글을 보고 1년간 총 1500만원을 바이오주에 투자했지만 현재 수익률은 -42%다. 투자금은 그의 전 재산이었다. 10억원 이상 자산가의 모습은 달랐다. 30대 스타트업 사업가 송세원씨는 부모에게 5억원을 증여받아 투자로 자산을 불렸다. 현재는 약 50억원을 운용한다. 그는 증권사 전담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자산을 나눠 관리한다. 40%는 공격적으로, 나머지는 장기 투자로 묶는다. 특히 상장 전 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는 ‘프라이빗 딜’ 기회도 고액 개인 투자자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다.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 그 차익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구조다. 벤처캐피털(VC), 고액 투자 네트워킹을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서도 유망 종목이나 상장 정보 등을 듣는다. 그는 “정보와 네트워크가 곧 수익”이라고 했다. 이런 투자 격차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10억원 이상을 굴리는 자산가는 지난해 평균 40%에 가까운 수익을 낸 반면 1000만원 미만 소액 투자자의 수익률은 1%대에 그쳤다. ‘돈이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정보·네트워크가 곧 수익전문 PB에게 받는 체계적 자산 관리상장 전 장외 거래 ‘프라이빗 딜’ 기회지인에 유망 종목·상장 정보 얻기도서울신문이 23일 국내 대형 증권사에 의뢰해 고객 100만명의 지난 한 해 연간 수익률(잔고 기준·2024년 말 대비)을 분석한 결과 이 증권사 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수익률은 평균 37.4%였다. 전체 분석 대상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투자자의 수익률은 1.5%에 그쳤다. 2%대 예금 금리만도 못하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2.1%)에도 못 미친다.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봐야 한다. 2025년은 코스피가 75.6% 오른 해였지만, 자산이 가장 적은 구간에서는 상승장의 온기를 거의 누리지 못한 셈이다. 같은 시장에서 출발했지만 도착 지점은 달랐다. 올들어 지난 두 달여간 코스피가 40% 가까이 오른 만큼 이런 추세라면 투자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수익률 자료를 제공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 구간별 수익률은 공모주 관련 출금 금액을 제외한 데이터로 이를 포함할 경우 수익률은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외 투자자 수익률은 구간별로 ▲5000만~1억원 미만 31.4% ▲1억~3억원 33.2% ▲3억~ 5억원 미만 32.0% ▲1000만~5000만원 미만 29.1%였다. 격차는 ‘거래 방식’에서도 드러났다. 주식 거래 횟수를 보면 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수익률 평균 37.4%)의 회전율은 421%였다. 회전율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보여 주는 지표다. 100%면 한 번 사고판 것이다. 421%는 약 네 번 거래했다는 뜻이다. 적게 사고 오래 들고 가는 전략으로 37% 수익을 냈다는 의미다. 반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투자자의 회전율은 1만 6634%였다. 160번 넘게 사고판 셈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1%대였다. 적은 돈으로 수익을 내려다 보니 ‘짧게 자주’ 거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시장에서는 이를 ‘패닉 매매’라고 부른다. 하락장에서 손실을 만회하려다 매매 횟수만 늘어나는 현상이다. 울산에 사는 박모(48)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2019년 말 직장 생활로 모은 돈을 다 털어 공업 단지를 낀 목 좋은 자리에 편의점을 차렸다. 이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막막해진 그는 ‘전기차가 뜬다’는 온라인 글을 보고 빚까지 얻어 한 코스닥 전기차 기업에 2억원을 투자했다. 주가는 2021년에 고점을 찍고 미끄러졌지만 ‘버티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생각에 3년 넘게 50번(1억원가량)이나 물을 타며(추가 투자) 폭풍 매매를 했다. 해당 종목은 지난해 상장 폐지됐다. 가맹 계약을 채우지 못해 3000만원 웃돈을 주고 편의점 문을 닫은 박씨는 현재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부의 대물림 만드는 ‘시간’1000만원 미만 구간선 ‘폭풍 단타’수익률 1.5%… 물가상승률 못 미쳐10억 이상 고객은 회전율 낮은 ‘장투’증권업계 관계자는 “같은 3% 수익률이라고 해도 100억원을 투자하면 3억원, 100만원을 투자하면 3만원의 수익이 나니 투자자의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시드머니가 적은 이들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지만 주가가 내릴 때는 크게 고꾸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산가들에게는 전문가가 전담으로 붙어 부의 대물림을 돕는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대외 경제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주식·부동산·채권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도록 조언한다. 최성훈(51)씨는 부모에게 강남 집을 증여받기 전 서울 강남구의 PB팀을 소개받았다. 그는 “주식 투자뿐 아니라 규제가 완화될 부동산 지역 추천이나 장기 투자 상품, 적금 특판 상품, 상속과 증여 등 가족 재산까지 종합 관리해 줘 자녀에게도 연결해 줬다”고 했다. 자산가 가정에서는 투자 교육도 빠르다. 20대 대학생 김가온씨는 중학생 때부터 부모가 만든 계좌를 통해 투자했다. 현재 시드머니는 4억원, 수익률은 약 30%다. 그는 “부모님이 ‘왜 이 회사를 사야 하는지’를 보고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가치 투자를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 ‘세 낀 집’ 실거주 최대 2년 유예… 압구정 신현대 40억 낮춘 급매

    ‘세 낀 집’ 실거주 최대 2년 유예… 압구정 신현대 40억 낮춘 급매

    무주택 매수자만 한시 갭투자 허용‘매매계약 체결’까지로 예외 확대세금폭탄 전 퇴로… 호가 하락세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예고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조치의 ‘5월 9일 종료’가 12일 확정됐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물은 늘었지만 중과 면제 시한에 다가설수록 더 싼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매수자들의 기대에 강남에서 호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에서는 이날 전용면적 183㎡가 88억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128억원을 기록했던 데서 호가가 40억원이나 내렸다. 지난 7일에도 92억원 매물이 나왔고, 다수 매물이 95억~100억원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둘째 주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2%로 직전 주(0.27%)보다 줄었고, 강남구는 0.02%로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다주택자가 ‘세금 폭탄’을 맞기 전에 집을 팔 수 있도록 정부가 퇴로를 연 것도 매물 증가와 호가 하락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종료를 앞둔 양도세 중과 면제에 대해 궁금증을 짚어봤다. Q. ‘양도세 중과 유예’ 왜 종료하나. A. 양도세 중과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 때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보유한 주택 수에 따라 20~30% 포인트를 더 얹어 무겁게 과세하는 것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과 동시에 이 제도를 1년간 한시적으로 총 3차례 유예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이재명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 조치가 집값 상승을 초래했다고 보고 종료하기로 했다. Q. 다주택자 매도 퇴로 어떻게 열어주나. A. 5월 9일까지 잔금을 내고 등기 이전까지 마쳐야 중과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을 5월 9일 전에 매매계약만 체결하면 중과하지 않는 것으로 조정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있는 주택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지난해 10월 16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6개월 이내에 양도를 마무리하면 최고 ‘82.5%’ 세율의 과세를 피할 수 있다. 단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받은 사실이 서류를 통해 입증돼야 한다. Q. 임차인이 있는 주택은 어떻게. A. 서울 전역을 포함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사려면 4개월 내 전입신고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임대 기간이 남은 집은 당장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임차인이 있는 주택에 대해 12일 현시점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서상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2년 후인 2028년 2월 11일까지는 반드시 입주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도 전입신고 의무가 완화된다. 현재는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했지만 앞으론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계약 종료일로부터 1개월’ 중에서 더 늦은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혜택은 무주택 매수자에게만 적용된다. 무주택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갭투자’를 허용한 셈이다. Q. 1주택자가 상급지로 갈아탈 수 있나. A. 신규 지정 조정대상지역에서 임대차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집은 매수인이 무주택자가 아니어도 허가받아 매수할 수 있다. 다만 임대 중인 주택에 대한 실거주 및 주택담보대출 전입 의무 유예 혜택은 받지 못한다.
  • 임신한 아내 두고…女화장실 몰카 찍다 들킨 27세 남성 [핫이슈]

    임신한 아내 두고…女화장실 몰카 찍다 들킨 27세 남성 [핫이슈]

    중국의 한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 촬영을 시도하던 27세 남성이 현장에서 적발돼 행정구류 처분을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망은 10일 상하이 공안국 푸둥분국이 사생활 침해 행위를 한 남성 A씨에게 행정구류 열흘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최근 상하이의 한 사무용 빌딩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공안 문서에는 A씨가 칸막이 위쪽을 통해 내부를 엿보는 방식으로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적시됐다. 당시 화장실 칸에 있던 여성은 위쪽에서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가 남성과 눈이 마주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칸막이를 넘어 휴대전화로 촬영을 시도하다 발을 헛디뎌 범행이 드러났다. 여성의 추궁이 이어지자 얼굴을 가린 채 사과하면서도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공안은 사생활 침해 혐의를 적용해 행정구류 10일 처분을 내렸다. ◆ 결혼반지·아내 사진까지…“임신 중인데” 현장 영상과 후속 보도에 따르면 그의 손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휴대전화 배경화면에는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설정돼 있었다. 당시 아내는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특히 “임신 중인 아내를 두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점이 부각되며 공분이 커졌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사건 이후 그는 회사에서 해고됐고, 건물 측은 화장실 칸막이 높이를 조정하는 등 보완 조치를 진행했다. ◆ 국내에서도 반복된 유부남 성범죄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과거에는 유부남 직장 상사가 여성 직원의 집에 몰래카메라가 내장된 시계를 설치해 침실을 촬영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고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상점에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처벌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사건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남편이나 연인의 모습이지만 외부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중생활’이라는 점에서 공분을 낳았다. 이번 사건 역시 결혼반지와 아내 사진이 확인된 상태에서 여자 화장실 범행이 적발됐다는 점이 알려지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철마랑 달린다

    철마랑 달린다

    ‘무진장’의 가을이 궁금했다.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 전북 무주와진안, 그리고 장수. 세 도시가 나란히 경계를 맞대고 있는 곳이다. 사실 여기서 무주와 진안은 빼도 무방하다. 이미 무수한 관광 명소와 문화유산들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그럼 장수는? 거기 뭐가 있지? 이 물음에서 시작된 여정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가는’ 장수. 하지만 이 계절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진안 모래재와 마이산의 서늘한 만추 풍경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그래서 택한 코스가 진안을 거쳐 장수까지 가는 것. 혹시 장수 출신이라는 논개님께서 버선발로 맞아주시지 않으려나. ●진안 모래재와 마이산 놓치면 후회 장수는 전북의 동남쪽 끝자락에 있다.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타고 접근하는 게 가장 알기 쉽지만, 여행의 측면에선 그리 권할 방법이 못 된다. 특히 만산홍엽의 시즌엔 더 그렇다. 이웃 도시 진안에 속한 모래재와 마이산이란 강력한 볼거리를 놓치기 때문이다. 모래재는 완주와 진안을 연결하는 고개다. 예전엔 요긴한 도로였으나 지금은 다르다. 아래쪽에 넓은 도로에 터널까지 놓여서다. 그러니 이 옛길을 찾는 이라면 십중팔구 나들이객이다. 완주 쪽에서 가다 보면 단풍 터널이 먼저 나와 객을 맞는다. 평일에도 도로 갓길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 이들로 꽤 북적댄다. 진안 쪽 모래재는 더 근사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더디 물든 메타세쿼이아숲에 늦가을의 정취가 소복이 내려앉았다. 이맘때면 안개도 자주 낀다. 주변에 물줄기가 많아서다. 이른 아침, 안개를 뚫고 숲길 사이로 볕이 쏟아질 때면 신비한 느낌마저 든다. 메타세쿼이아숲을 나서면 멀리서 마이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말이 귀를 쫑긋 세운 것처럼 암마이봉(686m)과 수마이봉(680m)이 나란히 섰다. 마이산은 멀리서 볼 때 더 빼어나다. 주변에 견줘 독특한 산세가 한결 도드라져서다. 부귀산에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산 중턱까지 승용차로 간 뒤, 10분 남짓 산을 오르면 너른 전망대가 나온다. 이른 아침에 찾으면 산허리에 안개가 걸린 마이산의 절경과 마주할 수 있다. 진안군청 옆의 성산정, 익산~포항간 고속도로 진안휴게소 전망대 등도 마이산 전망 포인트다. 초행길의 장수. 혹시 선 굵은 가야 무사의 동상이 반겨주려나. 준마 위에 앉아 고대 도시로의 입성을 묵직하게 알려주는 모습 말이다. 뭐 기대는 기대로 끝났지만, 그래도 생경한 곳은 공기의 맛부터 다르다. 논개 생가지부터 찾는다. 장수 북쪽 장계면에 있다. 논개는 설화와 실제 사이 어디쯤 놓인 인물이다. 논개 하면 대개는 경남 진주부터 떠올릴 터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과 함께 몸을 던진 촉석루가 진주 남강에 있어서다. 장수는 그가 나고 자란 곳이다. 그러니까 의기(義妓) 이전의 삶이 장수 땅에 오롯이 남아 있는 거다. 지금 그 뒤안길을 돌아보려는 참이다. 장수군 누리집과 여러 안내서 등에 따르면, 논개는 장계면 대곡리 주촌마을에서 아버지 주달문과 어머니 밀양 박씨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주논개’라 불러야 옳겠지만, 여기선 익숙한 이름인 논개라 부르기로 한다. 논개(論介)는 4갑술, 그러니까 개의 해, 개의 달, 개의 날, 개의 시에 태어났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4갑술은 사주에 ‘개 술(戌)’자가 4개나 들었다는 뜻이다. 겨우 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읜 논개는 한마을에 살던 숙부 집에 몸을 의탁하게 된다. 하지만 숙부는 노름빚에 몰려 논개를 풍헌 벼슬을 하는 김모에게 민며느리(혼례 전부터 데려다 기르는 여자아이)로 팔아넘겼고, 논개는 이를 피해 달아나다 붙잡혀 재판받게 된다. 당시 재판관이 장수 현감 최경회였다. 훗날 둘은 부부의 연을 맺는다. 논개가 17세 되던 해다. 당시 최경회(1532~1593)와 논개(1574 추정~1593)의 나이 차는 무려 42세. 비록 정실이 아닌 측실로 들였지만 당시 관습으로는 엄연한 부부였다.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병마절도사로 제2차 진주성 싸움에 나선 최경회는 성이 함락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승리에 도취한 왜군은 칠월칠석날 남강 촉석루에서 거나하게 술판을 벌인다. 이때 그야말로 ‘역사적인’ 한 장면이 펼쳐진다. 관기로 위장해 술자리에 들었던 논개가 적장과 함께 남강에 몸을 던져 산화한 것이다. 당시 우두머리를 잃은 왜군 졸개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원래 논개가 태어난 곳은 대곡호 조성 당시 수몰되어, 지난 2000년 그의 조부가 살았던 곳에 생가지를 조성했다고 한다. 논개의 초가집 생가, 의랑루, 논개 동상, 논개 부모묘 등이 있다. ●구전 떠돌던 논개 실재 했던 인물 논개를 기리는 사당(의암사)은 장수읍에 있다. 1955년 군민들의 성금으로 남산에 사당을 건립한 뒤, 1974년에 현 위치로 옮겼다. 사당 초입에 ‘촉석의기논개생장향수명비’가 서 있다. 1846년 당시 장수 현감이던 정주석이 “죽음 보기를 마치 집으로 돌아가듯” 한 논개의 충절을 추모하고 “이후 늘 그녀의 영향을 따르기를 원하며” 세운 비다. 이 비를 통해 구전, 민요 등으로만 떠돌던 논개가 ‘장수 출신의 실재하는 여성’이란 게 사실상 처음 알려졌다고 한다. 의암주논개정신선양회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42년 부서져 매장될 뻔했으나 가까스로 화를 면하고, 1945년 광복 닷새 뒤인 20일에 군민들에 의해 발굴됐다고 한다. 변영로 시인의 시 ‘논개’의 한 구절을 새긴 문학비도 공원 곳곳에 세웠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학생 시절에 책으로 본 그 문장을 이제야 실물로 ‘알현’한다. 논개사당 앞은 의암호다. 호수 주변으로 홍예교, 목재 데크 등을 조성해 뒀다. 호수 인근에 가야 고분군인 ‘동촌리 고분군’ 등 볼거리가 무척 많다. 인증샷 찍을 곳도 수두룩하다. 원래 1945년에 ‘동만3지’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저수지다. 주변에 논개 공원이 들어서면서 이름도 의암호로 바뀌었다. 이제 장수 가야를 말할 차례다. 몇 해 전 ‘가야 열풍’이 불었다. 신라, 백제, 고구려로 굳어진 ‘삼국지’ 역사에 마침내 균열이 오는가 싶었다. 가야와 터럭만큼이라도 연결된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내세워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전북 몇몇 곳에서도 가야 시대의 유산이 발굴돼 화제를 모았다. 장수도 그중 한 곳이다. 역사 문외한이 보기에도 철기 문명은 이전 청동기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단지 도구의 재질이 아닌 기술과 문화, 사회사 등 전 단계에서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듯하다. 당시 철은 신소재였다. 요즘의 ‘반도체’ 정도였을까. 일제가 ‘임나일본부’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가야의 철기 문화를 자기네 역사에 복속시키려 했던 것도 아마 이 앞선 문물에 대한 선점 욕망 때문이었지 싶다. 의암호 한 편에 장수 가야홍보관이 있다. 문헌에 등장한 20여 개 남짓의 가야 소국들 가운데 ‘봉수 왕국’이자 ‘철의 제국’이었던 장수 가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장수승마레저파크 다양한 경험 ‘신선’ 1993년 밭을 갈던 장수 삼고리의 시골 노인에게 ‘긴목항아리’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1500년 동안 묻혔던 장수 가야는 여전히 기억되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이후 우리나라 가야 고총으로는 최초로 편자(말발굽)가 출토됐고, 백제권역으로 인식됐던 전북 지역 곳곳에서 제철 유적, 봉수대 유적 등이 발견되며 ‘전북 가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그중 장수 가야는 80여개소의 봉수로 상징되는 봉수왕국이었다. 장수군에 드러난 제철 유적지도 60여개소로 국내 최대 규모라도 한다. 장수향교도 가볼 만하다. 논개와 더불어 ‘장수 3절’로 꼽히는 정경손이 지켜낸 역사 유적이다. 전국에 향교는 많아도 상당수가 근현대에 개축된 것이다. 반면 장수 향교는 500여년의 풍상을 겪으면서도 원형에 가깝게 보존됐다. 특히 대성전은 구조가 특이해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정경손은 향교지기였다. 정유재란 때 왜적이 칼로 목을 겨누며 길을 트라 할 때도 “여기는 성전이니 들어갈 수 없다. 나를 죽이고 들어가라”며 앙버텼다. 그의 호기에 감복한 왜장은 “이 성역을 침범하지 말라”(本聖域勿犯, 본성역물범)는 신표를 써주고 물러갔다. 그 숱한 전란 속에서 장수 향교가 살아남은 이유다. 마지막 ‘장수 3절’은 순의리 백씨다. 주인으로 모시던 현감이 꿩 소리에 놀란 말에서 떨어져 죽자 이를 자책하며 바위에 ‘타루(墮淚)’라는 혈서를 쓰고 자결했다는 인물이다. 천천면 장판리에 그의 절개를 기리는 타루비가 세워져 있다. 장수승마레저파크도 가볼 만하다. 승마 체험 등 레저와 말 박물관 등의 문화 시설, 숙박 시설 등이 갖춰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승마 강습과 체험은 물론 깡통 열차와 카트 투어, 말 먹이 주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 형태의 펜션도 있다. 가야 고분군이 발견된 곳이 마봉산(馬峰山), 최초의 가야 유물도 말 편자(말발굽), 장수 3절의 한 명에게 눈물을 안긴 것도 말이었다. 거기에 말 테마파크까지.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장수는 말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인 듯하다. ●여행수첩 -장수는 한우로 유명하다. 장수군청 아래 장수한우명품관이 알려졌다. 한우 관련 메뉴가 풍성하다. -장수군청 안에 의암송이 있다. 논개 관련 설화보다 그 자체로 빼어난 소나무(천연기념물)다. -읍내 논개사당에서 논개 표준영정을 볼 수 있다. 왜색 논란이 있던 이전 영정을 교체한 것이다. -논개묘는 이웃한 경남 함양 서상면 방지마을에 있다. 구전에 따르면, 진주에서 장수로 운구하다 부패 등 문제로 육십령 아래 묻었다고 한다.
  • 10·15 역풍에 천장 뚫린 전셋값… 개포자이 2.5억 껑충

    10·15 역풍에 천장 뚫린 전셋값… 개포자이 2.5억 껑충

    10·15 정부 대책 시행 이후 규제 대상에 편입된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한 달 새 2% 넘게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부동산 중개·분석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데이터를 토대로 10·15 대책 시행 전후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된 서울 21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구의 평균 가격이 대책 시행 전보다 각각 2.8%, 2.0% 상승했다. 분석은 ‘삼중 규제’(조정지역·투과지구·토허구역)가 모두 시행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대책 시행 전(9월 20일~10월 19일)과 시행 후(10월 20일∼11월 19일) 각각 한 달 동안 동일 단지·동일 면적에서 각 1건 이상의 전세 거래가 발생한 아파트(1층 제외)를 대상으로 했다. 여기에서 ‘상승률’은 전체 전셋값 평균의 단순 계산이 아니라 각각의 단지별 상승률의 평균을 낸 개념이다. 앞서 집토스는 같은 방식으로 10·15 대책 시행 이후 한 달간 규제지역·토허구역으로 편입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1.2%)을 도출했는데 서울의 경우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 상승률의 두 배를 웃돈다. 지역별로 보면 종로구(14.0%), 금천구(9.4%), 양천구(7.0%), 강동구(4.1%), 서대문구·중구(4.0%), 용인시(3.9%), 강서구(3.6%), 안양시(3.5%) 순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롯데캐슬 천지인 전용면적 111.73㎡는 지난달 24일 7억 7250만원(3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해당 면적 신고가를 기록했다. 종전 보증금(7억 5000만원)보다 2250만원 올랐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부영3차 전용 95.99㎡는 지난 7일 12억원(18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인 지난 6월 13일의 10억원(17층)과 비교해 5개월 새 2억원이 오른 것이다. 10·15 대책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차단되자 전세 매물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0·15 대책 이전부터 규제지역·토허구역이었던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대책 발표 이후 전셋값이 2.7% 상승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102.57㎡는 지난달 26일 20억원(11층)에 전세 신규 계약서를 썼다. 지난 8월 전세 최고가인 17억 4300만원(16층)보다 2억 5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매매 시장을 잡기 위한 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수급 균형을 무너뜨려 전세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며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을 해소할 퇴로가 열리지 않는 한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난과 가격 상승세는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매가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11월(10월 13일~11월 10일)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올라 2020년 9월(2.00%)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18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2년 실거주 의무 부여로 거래가 위축되고 매물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소수 매물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동작구(3.94%)가 2018년 9월(4.4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성동구(3.85%), 광진구(3.73%), 마포구(3.41%) 등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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