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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미술품 판친다] (상) 사례별 유통 실태

    [가짜 미술품 판친다] (상) 사례별 유통 실태

    국내 미술시장이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활황을 맞아 들썩거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구조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해 미술 애호가들을 울리고 있다. 거래되는 미술품에 제대로 된 보증서나 출처정보(provenance·작품 소유주에 대한 역사정보)가 없을 뿐더러, 위작으로 인한 피해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위작은 화랑 뿐아니라 경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게다가 위작인지, 진품인지 가려야 하는 전문감정기구와 전문인력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품의 가짜 유통실태에 대해 세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10년만에 호황 속 피해 속출 미술품 1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한모(44)씨는 지난 2001년 지금은 사라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서양화가 권옥연(84) 화백의 6호크기 소녀 그림을 구입했다. 권 화백은 첫사랑의 애잔한 기억을 연상시키는 청회색조의 미인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림은 위작으로 판명돼 한씨는 일주일 뒤 그림값 1000만원을 환불받았다. 그러나 당시 화랑 주인은 “내가 볼 때는 진짜가 맞다.”고 강변했다. 한씨는 “가짜 그림을 팔고 나서도 환불만 해주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A화랑에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소품을,B화랑은 백남준 작품을 지하실에서 제작해 팔았다.”며 위작품 제작에 화랑들이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황필홍(53)씨는 19세기 개화기 미술작품을 수집하고 있으며 개화공정미술(開化工程美術) 대표로 있다. 그도 서울옥션에서 구입한 서예 글씨를 환불 조치받았다. 황씨는 지난해 4월 실시된 서울옥션 101회 경매에서 독립운동가 해공 신익희 선생이 ‘同智相謀(동지상모)’라고 쓴 휘호를 420만원에 낙찰받았다. 하지만 미술품 소장가 협회원들과의 논의 끝에 위작이라고 결론지었다. 여러차례 고미술협회와 서울옥션 간의 소견서에 대한 진위 공방이 있은 뒤 결국 낙찰금을 돌려받았다. 그는 서울옥션에 이 작품이 진품일 수 없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보내주었다. 서울옥션 심미성 부장은 “신익희 선생의 글씨가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7∼8개월 이상 문제가 길어지다 보니 결국 경매를 의뢰한 원 소장자에게 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옥션측은 위작 논쟁으로 낙찰금을 돌려주는 경우는 1∼2년에 한번 있는 희귀한 사례라고 밝힌다. 특히 해공 작품은 소장자와 구매자 모두 가짜라고 확실히 결론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환불해 주면 그만” 의식 사기판매 부채질 황필홍씨는 “위작 문제를 제기하자 경매사에서 양주를 가져와서 진위와 상관없이 돈은 돌려주고, 신익희 선생의 작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그는 “가짜를 팔 수 있고, 문제가 되면 환불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매사의 직무유기이자 사기극”이라며 “위작 문제를 환불로 덮는 것은 사기 판매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씨는 2005년 서울옥션 97회 경매에서 900만원에 낙찰받은 초의대사의 글씨도 위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 후기의 대선사로 추사 김정희와 친구로 지낸 초의대사가 예서(隸書)체로 쓴 오언율시(五言律詩)와 흡사한 작품이 나타난 것. 황씨가 낙찰받은 작품과 필체, 크기, 내용 등이 거의 동일한 작품을 소장한 편영우(67) 중화문화연구원 대표. 초의대사의 글씨를 20년전 전남 순천에서 여학교를 세운 한 갑부로부터 구입했다고 밝혔다. 편씨는 서울옥션에 소장품의 실물 복사본과 두 작품 가운데 어느 것이 진품인지를 묻는 통지서를 보냈으나, 오히려 다른 제3의 작품에 대한 소견서가 왔다고 분개했다. ●감정 능력도 부실 서울옥션은 외부 감정위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작품 판매 이후에는 옥션이 진품임을 보장한다는 보증서를 구매자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근·현대 미술품을 독점적으로 감정하고 있는 한국화랑협회 산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공신력은 국내 유일의 미술품 감정기관이란 위상에 못 미친다. 오지호(1905∼1982) 화백의 초기 석고 데생작품을 구입한 황필홍씨는 미술품감정연구소에 진위를 의뢰했으나 위작이라고 판명받았다. 오 화백이 본명인 ‘吳占壽’를 한자로 쓴 서명을 감정위원들이 알지 못했다고 판단한 황씨는 오 화백의 아들 오승우 화백에게 감정을 다시 의뢰했다. 이에 오승우 화백은 데생작품 뒤에 진품이 맞다고 자필서명을 해주었다. 결국 미술품감정연구소는 위작이라 판정했던 본래 입장을 바꿔 감정불가란 소견서를 재차 보내왔으며, 감정수수료 33만원도 반환했다. 초빙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명석(60) 우림갤러리 대표의 말은 매우 시사적이다.“최근 그림값이 급등한 천경자 화백의 작품에 대한 감정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박수근·이중섭의 작품은 절반 정도가 위작으로 판명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화랑협회의 1982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미술품 감정결과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같은 가짜 작품의 유통량이 평균 29.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여성&남성] ‘호모 컬렉터스’

    [여성&남성] ‘호모 컬렉터스’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젊은 여인들이 연이어 목졸려 숨진 채 발견된다. 천재적인 후각을 지닌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여인의 향기를 ‘수집(?)’한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주인공 그루누이의 광기는 도를 넘어섰지만 한번쯤 수집에 빠져 본 이들이라면 그루누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우표 수집에 올인하던 구세대 컬렉터들과 달리 향수와 마우스, 구두,DVD, 밀리터리 피겨 등 훨씬 다양해진 ‘20&30’들의 컬렉션을 들여다봤다. ●향수 수집은 기억을 모으는 것과 같다 회사원 김지은(27·여)씨는 10여년째 향수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처음에는 언니가 가진 미니어처(소형 모형) 향수병이 예뻐서 모으기 시작했지만 어느덧 ‘향수 예찬론자’가 됐다.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향수를 사고 그 향기에 대한 느낌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향기가 주는 분위기와 느낌을 모으는 거죠. 향수를 고를 때의 고민과 기다리는 설렘, 박스를 열어 처음 펌핑했을 때 풍기는 분자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천국을 엿보는 것 같아요.” 그의 향수 예찬론은 멈출 줄 모른다. 그는 “지난 기억들은 잊어 버리지만 코끝에서 맴돌았던 향기는 잊혀지지 않아요. 향수를 모으는 일은 기억을 모으는 것과 같죠.”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요즘도 특정 브랜드를 정해 놓고 꾸준히 사모으며 한달에 10만원 정도 투자한다. ●다운로드는 DVD진열의 기쁨 몰라 정석한(29·회사원)씨가 DVD광이 된 것은 좋아하는 영화를 곁에 두고 싶다는 욕망 때문.DVD 구입에 매월 20만∼25만원 가량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다운로드를 받으면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왜 비싼 돈을 들여가며 DVD를 사냐.’는 비아냥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리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소장해 진열해 놓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말도 못한다.”고 말했다. 개봉작은 수집은 기본이고 40∼50년대 고전영화 DVD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발품, 손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알음알음으로 중고시장을 뒤져 구하거나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건지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소장품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모음이다.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3년이 걸렸다. 정씨는 “힘들게 모아서 그런지 혼자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볼 때 기분은 정말 끝내 줍니다.”라고 말했다. ●우울할땐 와인코르크에 남은 추억을 회사원 강수정(31·여)씨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와인 코르크 마개를 모으는 재미에 와인바를 찾는다. “누구와 어디서 마셨는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코르크마개를 하나 둘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알고 보니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선 의식처럼 통하더라고요. 일부 마니아들은 와인병 라벨까지 떼어 모은다던데 ‘귀차니스트’라 그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죠.” 그는 기분이 우울할 때면 커다란 유리컵에 담아둔 코르크마개를 꺼내 코르크 껍질향과 다 날아간 듯하면서도 아련하게 남아 있는 와인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보통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이나 강남의 와인바에서 친구들과 만나는데 요즘은 서로 코르크마개를 가져가려고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털어 놓았다. ●전쟁모형 사는 과정이 진짜 전쟁 김병구(30·회사원)씨는 ‘밀리터리 피겨(병사나 병기를 실제 비율로 축소해 놓은 인형)’ 마니아다.2001년 우연히 12인치 군인 피겨를 보고 완전히 빠져 버렸다. 국내에서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하기 쉽지 않아 미국, 유럽, 일본에서 구해야 한다. 수입 사이트에 예약하고 바로 입금하지 않으면 ‘닭 쫓던 개’가 되기 쉽상이다. 그는 “피겨를 사 모으는 일이 제겐 피말리는 전쟁이죠. 전세계 쇼핑 사이트를 다 뒤져야 합니다.”라면서 “운송료, 관세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는 한정 없이 가격이 올라가기도 합니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동안 ‘미국 레인저(수색대) 우드랜드 버전’을 가지고 싶어서 전세계 쇼핑몰을 다 뒤졌다.“지방 출장을 갔다가 모형숍에 이 제품이 있는 걸 발견해 뛸 듯 기뻤는 데 꿈이더라고요.”라고 멋쩍어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결국 외국 쇼핑몰에서 12만원에 ‘보물’을 얻었다. 그는 요즘도 한달에 20만원 정도를 투자한다. “주위에선 어른이 장난감 모은다고 타박하죠. 하지만 어렵게 피겨를 구입해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완성했을 때의 기분은 하늘을 나는 것 같답니다.” ●구두는 수선만 잘해도 저절로 모인다 패션 감각이 빼어난 미시족 박진혜(34·여·회사원)씨는 구두 수집광이다.“옷도 중요하지만 정작 신발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해요. 패션의 마무리는 신발인데 그걸 몰라요.”라며 답답해 했다. 그렇다고 그가 충동구매나 분수에 맞지 않는 명품 수집을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꼭 맘에 드는 디자인 두 켤레, 유행을 타는 디자인 한두 켤레, 부담없이 신을 수 있는 싼 구두 한 켤레 등 4∼5켤레를 사는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구두도 다른 물건처럼 신는 사람의 정성이 중요해요. 아낌없이 막 신지만 수선도 정성스럽게 하죠. 굽은 한 달 반마다 갈아주고 긁히면 바로 구입한 상점에 수선을 맡긴 답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구두를 모으기 시작한 그는 현재 60여 켤레를 소장하고 있다. 그나마 많이 구조조정을 한 덕분이다.‘말끔한 구두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 준다.’는 징크스를 가진 박씨는 첫 월급을 타고 명동의 한 제화점에서 맞춘 검정색 수제 하이힐을 특별한 날 신는다고 말했다. ●마우스 마구 모으다 보니 얇아진 지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임모(33)씨의 짝사랑 상대는 컴퓨터 마우스다.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겨하던 그는 보다 좋은 감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우스를 찾다가 하나씩 모으게 됐다. 처음에는 용산전자상가에서 발품을 팔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 동호회나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한다.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마우스는 400개를 훌쩍 넘는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1만원짜리부터 10만원짜리 MX300까지 있다. 마니아들 사이에 ‘마구’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구형 볼마우스는 골동품으로 간주돼 6만∼6만 5000원에 거래된다.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다른 수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여서 ‘가랑비에 옷 젖듯’ 지갑이 얇아진다. 임씨는 “대충 따져봐도 800만∼900만원 정도는 쓴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처음에는 몰랐지만 갈수록 중독되는 느낌이다. 지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얼마전 가지고 있는 마우스를 모두 창고에 넣고 꺼내보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카페 ‘수집본색’ 운영자 한주영씨 “지를땐 쾌감 모이면 행복 시세차익 덤” 도대체 ‘디나르’가 뭘까? ‘코루나’‘스토팅키’‘메티칼’‘탱게’는? 이 생경한 단어들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불가리아, 체코, 모잠비크, 카자흐스탄의 화폐란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는 걸로는 성에 안 차 수십개씩 모아 정성스레 닦고, 앨범에 꽂으며, 만면에 미소짓는 사람이 있다. 화폐 수집광 한주영(38)씨다. 그는 1만 3000여 수집 마니아들의 아지트인 온라인 카페 ‘수집본색’의 운영자다. “수집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 마음을 이해 못한다.”는 한 마디에 수집광의 ‘본색’이 집약돼 있다. 그는 “수집에 열을 올리기 전엔 홈쇼핑에서 물건 사는 주부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나도 마음에 드는 수집품을 만날 때면 ‘지름신’이 강림해 충동구매한 적이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요즘 수집의 대세는 화폐”라고 말한다. 수집가들마다 취향은 각기 다양하지만, 화폐가 구미를 당기는 까닭은 투자가치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시세차익을 노리고 화폐 수집을 시작하는 큰손도 적지 않다. 그는 이런 경향을 매우 경계한다.“수집은 취미로 할 때라야 즐거운 것인데, 돈벌이 개념이 끼어드는 순간부터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사업이 된다.”는 것이다. 한씨도 9000여개의 화폐로 컬렉션 리스트를 꾸민 화폐 마니아지만, 화폐를 모으는 이유는 “그저 행복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일로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동전을 정리하면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진정한 수집 마니아라면 돈벌이가 아닌 수집 자체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미래 잃은 이라크 아이들

    미래 잃은 이라크 아이들

    패자만 있고 승자없는 전쟁. 그러나 분명한 최대 희생자는 어른들의 전쟁에 연약한 몸과 정신을 고스란히 앗긴 이라크 어린이들. 미국의 이라크전 침공 4주년을 이틀 앞둔 18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전쟁과 어린이들’이란 제목의 기획물을 보도했다. 사드르시 시아파 난민촌 황폐한 길거리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고함소리. 그들은 하나같이 장난감 총을 들고 ‘무장세력 죽이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를 코너에 몰아넣고 “죽여!”를 외친다. 저항세력을 붙잡은 미군의 모습 그대로다. 이라크 인구 2600만명의 절반이 18살 이하다. 지난 4년간 어린이들은 고아가 되고, 길거리에서 혹은 시장통에서 학교에서 폭탄테러와 미군의 공습을 받아 공중으로 흩어졌다. 지난 2월 말 라마디의 한 공원에서 축구공을 차던 소년 18명이 차량 폭탄테러로 숨졌다. 폭발음과 폭력, 납치, 피의 보복전은 그들에겐 일상의 게임처럼 비쳐지고 있다. 난민촌에서 땀을 흘리며 ‘저항세력 죽이기 게임’을 하던 무스티카 하림(8살 정도)은 “미군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며 “가장 좋아하는 놀이”라고 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삼촌이 수니파 무장단체에 의해 자신의 눈앞에서 살해당한 모습을 설명하던 무스티카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바그다드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더 알 하시미 박사는 “이라크의 어린이 특히 바그다드 시내 어린이들은 대부분 평생 장애로 남을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CNN이 소개한 어린이들의 심리 상태는 충격적이다. 여덟살 된 자하는 이웃집에 폭탄이 터진 뒤 발작증세에 시달리고 있고, 열세살 소녀 키타는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엄마를 때리는 증세를 보인다. 열여섯살 소녀 사만의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학교앞에서 무장 단체에 9일 동안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사만은 함께 납치된 20명의 소녀들과 창문없는 방에서 지냈다. 사만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친구 시체 옆에서 잠을 자야 했다. 부모는 거액을 주고 사만을 구했다. 그 뒤 사만은 밤마다 울부짖고 고함을 친다.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의 BBC는 얼마 전 집안에만 갇혀 지내는 바드다드 시내의 아이들, 텅빈 놀이터의 그네를 통해 이라크 어린이들의 실상을 보여줬다. 아침밥을 먹다가 졸지에 폭탄세례를 받고 병원으로 실려간 아이들의 처참한 모습도 소개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울부짖었다.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는 세차례 전쟁을 치렀다.1980년대 이란과의 8년 전쟁,1991년 걸프전, 그리고 4년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걸프전 이후 계속된 12년간의 유엔경제제재 희생자들도 역시 어린이들이었다. 지금 이라크 어린이들이 당하는 고통은 ‘5세 이하 어린이 25%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8분의 1이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유엔아동기금)는 통계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탈출할 능력이 없이 인간사의 가장 추악한 전쟁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라크 어린이들. 그들의 희망과 이라크의 미래는 폭탄 소리가 한번 터질 때마다 파괴되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한·미 ‘쇠고기 협상’ 결렬

    한국과 미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고위급 협의까지 벌였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났다. 미국산 쇠고기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게되면서 8차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측은 자체적으로 ‘뼛조각 부분 반송’방식을 이달 중 시행해 쇠고기 통관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미 양국은 오는 19∼21일쯤 서울에서 다시 고위급 협의를 개최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7일 농림부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쇠고기 수입 검역 2차 기술협의’에서 미국은 한국이 제시한 ‘뼛조각 부분 반송’제안을 또 다시 거부했다. 이날 협의에는 우리나라는 민동석 통상차관보, 미국은 리처드 크라우더 무역대표부(USTR) 수석농업협상대표(차관급)가 각각 대표로 참석했다. 우리측은 미국측에 “뼛조각 발견 부위와 상자를 뺀 나머지 물량의 수입은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수정안을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미국산 소는 광우병 위험과 무관하기 때문에 뼛조각은 물론 뼈 전체의 수입이 허용되지 않으면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미국은 어차피 5월이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등급 평가 결과에 따라 뼈붙은 갈비(LA갈비)의 수입까지 완전 재개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면서 “굳이 뼛조각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인 ‘뼛조각 부분 반송’ 방식을 서둘러 수용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농림부는 미국이 우리측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더라도 ‘뼛조각 부분 반송’ 방식을 도입해 이달 중 미국산 쇠고기의 통관 재개를 꾀한다는 방침을 미국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부분 반송 방식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작년 세차례 미국산 쇠고기 반송사례를 경험한 미국업체들이 실제로 수출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미 FTA의 성패를 가를 8차 협상이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다. 농산물과 자동차, 의약, 무역구제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치열한 막판 공방이 예상된다. 김균미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007 자치구 핫이슈](23)강북구 자전거도시 조성

    [2007 자치구 핫이슈](23)강북구 자전거도시 조성

    강북구는 ‘자전거 도시’를 꿈꾼다. 서민층 거주지인 이 지역의 경우 지하철과 연계되는 교통이 불편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구민들이 많다. 자전거 도시의 필요 충분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김현풍 구청장이 우이천을 끼고 삼각산(북한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자전거 길을 만드는 것을 비롯, 자전거 도시 조성에 ‘올 인’하는 까닭이다. ●삼각산에서 한강까지 달린다 김 구청장은 5일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고 쾌적한 동네, 힘들어도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돕고 원칙을 중시하는 동네를 만들고 싶다.”면서 “환경과 교육에 대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훗날 살기 좋은 부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북구에는 송파구나 양천구처럼 반짝반짝 윤이 나는 자전거도로가 없다. 지하철4호선 수유역 입구에는 늘 수백대의 자전거가 어지럽게 주차돼 있지만, 이는 지하철역까지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고 좁은 골목길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가피한 교통수단이다. 김 구청장은 “자전거 애용은 학생들에게 환경보호 의식을 심어 주는 실천사례”라고 말한다. 우선 삼각산∼우이천∼중랑천∼한강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로 했다. 관할 지역인 삼각산 그린파크호텔에서 우이천 드림랜드 주변까지의 전용도로(6.9㎞) 가운데 미설치 구간 3.8㎞를 포장해야 한다. 다만 우이천을 끼고 전용도로를 만드는 데는 토목공법상 연구가 더 필요하다. 수유역 7번 출구 주변에 350㎡(105평) 넓이의 전용 실내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올해 공사에 착공한다. 약 1000여대의 자전거를 2층3단 철골조 설비에 주차할 수 있다. 아울러 자전거 대여와 수리, 세차도 할 수 있는 ‘자전거 토털서비스 주차장’을 만든다. 신일, 영훈 중·고교를 자전거 시범학교로 지정, 교내에 전용도로를 만들고 보관소를 설치한다. 타이어 공기주입기 등 이용설비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각산을 생태관광지역으로 북한산으로 불리는 ‘삼각산’의 지명을 되찾아 주는 일에도 열성이다. 그 삼각산을 생태의 중요성을 깨닫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관광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2009년말까지 우이동 계곡 17곳에 생태연못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2곳에 양서류와 곤충, 수생식물이 자라는 연못을 조성한다. 생태연못은 산불이 났을 때 소방급수로 쓰이고, 토사유출에 따른 산사태도 예방할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더불어 삼각산 박물관, 강북 향토관, 청소년 유스호스텔 등에 대한 설립계획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주변에서 케이블카, 관광열차를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는 고민을 더 할 부분이다. 오는 5월말에는 4억 3000만원을 들여 공사중인 솔밭공원이 정비를 마친다. 소나무 주변에 화양목 등을 심고 산책로, 나무의자, 체력단련장을 만들고 있다. 삼각산 주변에서 거의 연중으로 문화축제를 열고 또 삼각산을 활용한 테마상품을 만드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거리다. 김 구청장은 “모든 면에서 모범구가 되도록 내실있는 구정을 꾸려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中 녹색식품·캠퍼스시장 노려라”

    녹색식품·캠퍼스 시장을 노려라. 코트라(KOTRA)는 4일 최근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마경제’ 7개 분야를 소개했다. 테마경제란 특정한 사회·경제적 조류가 소비문화로 연결되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은 황토물 등으로 식중독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특히 음식문화가 발달해 녹색시장 규모를 크게 키워가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 2064개 기업에서 생산되는 5676개 제품이 녹색식품 인증을 받았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조원을 넘었다. 코트라는 전국적으로 600만명이 넘는 대학생과 50여개 대도시의 대학가의 간식·여가문화 경제도 눈여겨볼 것을 권했다. 이른바 ‘캠퍼스 경제’분야다. 또 주목해야 할 분야로 통신 및 부가서비스를 포함한 ‘엄지경제’를 꼽았다.중국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지난해 4억 5000만명을 돌파했다. 연간 시장규모는 12조원대다. ‘자동차 관리’시장도 급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자동차 보급률이 급증,2010년까지 2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세차, 인테리어, 도난 방지, 유지 보수, 중고차 판매, 주차장업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이밖에 창조적인 능력이 중시되는 디자인, 아트 갤러리,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 경제’, 패션과 차별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주요 타깃인 ‘손수제작(DIY)경제’도 투자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페트(pet)경제’도 유망한 산업으로 봤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재태크 칼럼] 2주택자는 양도 시기를 유의하자

    올해부터 새롭게 중과대상 범주에 포함된 2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양도하면 50%의 단일 중과세율을 적용받고, 대신 장기 보유에 따른 공제는 받을 수 없게 돼 세부담이 급증한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범위가 2주택자로 확대된 여파다. 이에 따라 양도차익이나 향후 주택상승 여력이 작은 주택을 우선 팔거나, 증여 등의 우회수단이 유력한 절세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세법에서는 실제 두 채의 주택을 보유했더라도 양도 순서에 따라 2주택자의 불이익을 면제해 주는 경우가 있다. 먼저 기준시가 1억원 미만 소형주택을 소유한 경우다. 실제 2주택을 보유했더라도 광역시의 군지역과 경기도 읍·면지역, 수도권 외 지방주택으로 기준시가 3억원 미만 주택은 주택 수로 보지 않아 세법상 2주택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투기수요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있고, 일률적인 제도 도입이 지방의 주택경기 침체 등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1주택 보유자의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수도권 소재 1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수에는 포함되지만 해당 주택을 우선 양도하면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9∼36%의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단, 소형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일반 주택을 양도하면 중과세율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상속주택과 농어촌주택을 소유한 경우도 2주택자의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일반주택을 양도하면 1주택 비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상속주택을 먼저 양도하면 상속개시일을 기준으로 5년 내 양도했을 때 9∼36%의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5년이 넘어가면 50%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농어촌주택은 상속주택(피상속인이 5년 이상 거주)이나 이농주택(취득 후 5년 이상 거주한 주택), 귀농주택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속이나 실제 거주 목적 취득분에만 국한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연로한 부모 부양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따로 살던 두 가구가 합가하는 경우 각각 1주택을 보유했다면 가구 기준으로 주택 수는 두 채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경우 비과세 조건을 충족한 주택을 합가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먼저 양도하면 비과세해 준다. 또 합가 주택 중 하나를 5년 이내 양도하면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밖에 조특법상 신축주택(1998년∼2003년 사이에 지어진 감면대상 신축주택)을 포함한 2주택자는 공동주택에 적용돼 온 양도세 비과세 특례 혜택이 올해 말까지만 유지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올해까지는 취득시점부터 5년까지 양도소득세가 100% 감면되는 것은 물론 감면대상 주택 외 일반주택을 양도해도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3년 보유, 일부지역 2년 거주)만 갖추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는 시세차익에 따라 9∼36%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감면주택을 먼저 양도하면 5년간 발생한 양도소득을 감면받는 동시에 잔여 일반주택에 대해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여 양도하면 추가로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다만 내년 이후에 양도해도 올해부터 2주택자에게 물리는 양도세 50% 중과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신축주택의 양도세 감면혜택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신규 하나은행 PB영업추진팀 세무사
  • ‘만취구토 세차비’ 내야하나

    `택시에 구토를 했을 때 청소비를 내야 할까?’ 서울 중부경찰서는 22일 ‘택시 안에 구토를 했으니 청소비를 내라.’고 요구하는 택시 기사를 폭행한 모 방송국 성우 임모(36)씨를 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술에 만취해 귀가하던 임씨는 지난 21일 오후 11시 30분쯤 택시 안에서 구토를 했다.이에 택시기사 김모(47)씨가 “차 안에 구토를 했으니 청소비를 내라.”고 요구하자 중구 신당6동 길거리에 차를 세우게 한 뒤 실랑이를 벌이다 김씨를 주먹으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구토를 했다고 무슨 청소비를 내느냐. 택시비 외에는 못주겠다.”고 버텼고, 김씨는 “차 안에 구토를 해 운행을 중단한 뒤 청소를 해야 한다.”며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상) 외면 받는 일본의 공교육

    [불붙는 선진국의 교육개혁] (상) 외면 받는 일본의 공교육

    세계 각 국은 지금 ‘교육 혁명’ 중이다. 느슨해진 공교육의 고삐를 바짝 조여 “초·중·고생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자.”는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공교육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토대라는 인식에 따라서다. 특히 주입식 과잉 교육 폐해를 반성, 학생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며 30년전 이른바 ‘여유있는(유도리) 교육’을 도입했던 일본이 여유 교육 폐지를 통해 학생들의 학력증진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유럽 각국도 이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 주요국의 학력증진 방안을 세차례에 걸쳐 집중조명, 논란많은 한국교육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2월중순까지 중·고등학교 입시철이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사립중학, 중학생은 사립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같은 계열고교까지 계속 다닐 수 있는 소수 명문 중·고 공립교도 마찬가지다. 사립학교 입시경쟁이 치열한 것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공립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실력이 뒤처진다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립중은 전체 중학교의 6% 정도다. 최근의 입시열기는 이를 적절히 보여준다. 지난 1일 이른 아침 도쿄 아라가와구 니시닛포리 명문 가이세중학 정문 앞에는 학부모와 입시학원 관계자 수백명이 수험장으로 들어가는 초등 6년 수험생들을 열띠게 응원했다· 일부 학원관계자들은 전날 저녁 10시쯤 “필승 기원” 격려전화를 하는 등의 만전을 기했다. 이 중학은 올해 387명을 뽑았는데,1157명이나 지원했다. 도쿄는 물론 멀리 간사이 지역의 우수 학생들까지 몰렸다. 이 사립중학이 인기인 것은 중학에 입학하면 수년간 일본 명문 도쿄대 합격생 수를 가장 많이 배출, 신흥 명문고로 떠오른 같은 계열 가이세고교에 시험없이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같은 날 아자부중학 등 수도권의 명문 공립일관·사립중학에서도 일제히 입학시험이 있었고 3일엔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학부모들은 공립과 달리 주 6일제 수업이고, 맞춤형 교육을 받아 명문고에 갈 수 있다며 공립중학보다 학비가 3배 비싼 사립중학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애쓴다. 주일 한국대사관 이진석 교육관은 “평준화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본의 경우는 대개 사립의 경우가 소위 명문학교로 운영된다.”고 소개했다. 이런 사립중학 지원 경향이 강해지면서 올해 도쿄 등 수도권 4개 광역단체에서 초등학교 6학년 전체 학생의 20%에 가까운 5만 2000여명이 사립중학교에 지원했다. 출산율 저하로 전체 아이는 줄고 있는 반면 사립중학교 지원자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명문 사립중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원도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초등학교 때 명문 사립학교를 못간 학생들은 고교입시에서 다시 치열하게 경쟁한다. 전체 고교의 24% 정도인 사립고교나 소수 명문 공립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일본 공립중등학교의 학습량은 1977년 여유교육 도입 이후 반으로 줄었다. 이에 학부모들이 공립을 외면하면서 이달초부터 입시준비학원들은 벌써 내년 입시에 대비, 우수학생 유치 경쟁을 뜨겁게 전개하고 있다. 도쿄시내 주요 전철안 등에는 명문 입시학원이 ‘사립 X중 00명 합격,Y중 0명 합격’‘S고 0명 합격,T고 00명 합격’ 등의 광고가 눈에 띈다. 홈페이지에서도 치열한 우수학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간사이지역은 물론 일본내 최고의 중학입시 학원으로 알려진 노조미학원(學園)은 ‘K중 16명,S중 5명’ 등 올해 이른바 수도권 명문중에 64명을 합격시켰고, 간사이지역 명문중학에도 762명을 합격시켰다고 광고한다. 11일에는 공개 학원 입학시험을 치렀다. 국어, 산수, 과학, 사회 등 중학입시 4과목 수험료만 4200엔(약 3만 2000원)이지만 인기는 높았다. 이처럼 사립학교 입학경쟁이 뜨거운 것은 공평한 기회를 강조하는 공립학교의 교육은 하향평준화로 부실화됐다는 인식 때문이다. 비싼 사립중학에는 아예 못가는 가난한 학생도 많아 교육격차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일본에서 30년전에는 여유교육 도입에 거의 모두가 공감했었다. 하지만 총체적 학력저하로 이어지자 “경제의 잃어버린 10년보다 공교육의 ‘잃어버린 30년’이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를 나오면서 여유있는 교육은 지금 도마에 올라 본격적으로 수술의 순간을 맞고 있다. taein@seoul.co.kr
  • [데스크시각] 위기의 정부/박정현 기획탐사부장

    문민정부가 끝날 무렵. 언론계 출신으로 차관을 지내던 이에게 1년여 동안 고관을 지낸 소감을 물어봤다. 차관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말도 마. 우리는 완전히 허깨비야.”라는 것이다. 고위 관리로서 잘 지내 놓고 볼멘소리를 하는 데는 직업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국·과장과 사무관들이 결재 서류를 들고 오면, 차관은 미심쩍은 생각에 “왜 이런 일을 추진해야 하느냐.”고 꼬치꼬치 묻는다. 간부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대답하면, 결재를 해주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직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만 사인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간부들이 속이고 있든지, 그의 기자 출신다운 날카로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불신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불신은 직업공무원과 외부 출신간에 그치지 않는 듯하다.40여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행정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전직 고관은 결재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으면 ‘了”자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완료할 때의 ‘료’자다. 정식 결재가 아니고, 결재 서류를 봤다는 표시다. 나중에 ‘게이트’로 번질 경우에 대비한 자기보호책인 듯하다. 2005년 여름을 달궜던 행담도 개발 의혹은 당초에 동북아위원회가 아니라 균형발전위원회에 맡겨졌다. 말썽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균형발전위는 일처리에 미적지근했고, 그러는 통에 행담도 사업은 동북아위원회로 넘겨졌다. 의혹사건으로 번지면서 문정인 위원장과 정태인 비서관이 자리를 내놔야 했다. 무죄판결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행담도 의혹을 보면 결재 서류에 사인하지 않거나, 휘둘리는 느낌을 가졌던 고위 관리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핵심으로 한 1·11 부동산대책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평가한다. 집값이 잡히기만 하면 정부와 시장간 4년여 동안 끌어온 전쟁은 정부의 승리로 끝날 참이다. 1·11대책을 놓고 정부는 마치 대단한 정책인 양 홍보를 해대고, 건설업체들은 죽는 소리를 쏟아낸다. 그런데 알고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에 가깝다. 건설사는 지방자치단체에 건설관련 비용을 세차례 신고한다. 그중에서도 감리자모집단계에서만 건설비용 관련 자료가 공개된다. 감리 입찰을 위한 불가피한 절차다. 무려 58개 항목이 공개된다. 이런 자료가 있는데도 정부는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한다는 1·11 대책을 발표했다.7개 항목은 그물이 듬성듬성한 광주리쯤에 해당된다.‘무늬만 원가공개’다. 참여정부 4년 동안 퍼부은 부동산대책을 비웃듯 집값은 폭등했던 이유가 이해된다. 오죽했으면 과천청사 공무원조차 “원가공개가 아닌데, 언론이 그리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했을까. 정부 대책은 시장과의 심리전에 불과하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는 어제도 1·11 대책이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집값 폭등 가능성을 거론했다. 원가공개 방침을 발표하면 집값이 겁먹고 내려갈 거라는 순진한 기대가 깔려있다. 정부도 국회도, 건설사도 제대로 된 원가공개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불쌍한 국민만 몰랐다. 원가공개를 지시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 궁금해진다. 지금 정부는 카오스의 경계선을 걷고 있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경계선에서 조금만 오른쪽으로 기울면 집값이 다시 폭등할 거고, 왼쪽으로 쏠리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 집값을 잡을 수 있지만 거품붕괴라는 나락이 도사리고 있다. 집값이라는 빈대 잡으려다 나라경제라는 초가를 태우는 꼴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정작 위험스러운 장면은 정부가 불신이라는 카오스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점이다. 불신의 골짜기에서 국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더 이상 결재 사인을 해 주지 않을는지 모른다. 박정현 기획탐사부장 jhpark@seoul.co.kr
  • 종로구 물청소 ‘우리가 최고’

    종로구(구청장 김충용)가 서울시에서 지난 1∼2일 연 ‘2007도로물청소 경진대회’에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과학적 원리를 응용해 도로 청소작업의 효율성을 높인 점을 인정받았다. 숨은 공은 ‘물푸미’라고 이름을 붙인 물청소 개조차량의 활약 덕분이다. 보통 자동차도로의 물청소 작업은 대형 살수차와 노면차가 맡고 있다. 이에 착안해 청소행정과 직원들이 만든 기계가 물푸미다. 우선 손수레에 전동기를 달고 600ℓ짜리 물통을 실었다. 여기에 자동차 세차장에서 사용하는 고압전동식 물세척기를 달았다. 환경미화원은 물푸미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면서 버튼 하나로 힘차게 물을 뿌리며 청소를 하게 됐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용인 구성 휴먼시아 7일부터 청약 “시세차익 노리세요”

    용인 기흥 구성지구에서 평당 800만원대의 주공 아파트인 휴먼시아 765가구에 대한 청약이 7일 시작된다. 평당 1200만원대인 주변 용인 동백지구내 단지들과 비교할 때 가격이 싼 편이어서 실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대한주택공사는 구성택지지구에서 29평형(전용면적 74㎡) 144가구는 기준층 기준 평당 800만∼806만원에,33평형(전용면적 84㎡) 621가구는 평당 818만∼826만원에 7일부터 분양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10년간 전매할 수 없다. 입주는 2009년 8월. 접수 첫날인 7일은 3자녀 특별공급 및 노부모부양 우선공급 대상자만 상대한다.8일은 용인 및 수도권 1순위자로 청약저축 800만원 이상,9일에는 용인 및 수도권 1순위자로 청약저축 60회 이상 가입자가 대상이다. 접수는 구성지구내에 마련된 모델하우스에서 한다. 주공 홈페이지(www.jugong.co.kr)에서 해도 된다. 택지개발지구인 용인구성지구에는 약 30만 8000평에 5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지어진다. 인근에 경부고속도로 수원 인터체인지가 있다. 동백∼죽전∼분당간 도로가 택지지구의 중심을 통과해 남북방향으로 지나간다. 영동고속도로 및 연수원∼삼막골간 도로가 지구의 남측을 동서방향으로 통과하는 등 교통이 편리한 편이다. 분당선 전철 연장선(2011년 개통 예정)과 용인 경전철(2009년 개통 예정) 등이 신설된다. 죽전∼동백간 자동차 전용도로도 이 사업지까지 2008년 말쯤 개통될 예정이어서 서울로 진출입하는 게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첨자 발표는 오는 3월2일. 계약은 3월20일부터 3일간이다.1588-9082,(031)250-8380∼6.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책꽂이]

    ●프리메이슨(폴 제퍼스 지음, 이상원 옮김, 황소자리 펴냄) 프리메이슨은 국내에선 주로 반그리스도와 사탄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다. 역사상 가장 유서 깊은 비밀결사체인 프리메이슨을 모르고서는 서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프리메이슨은 서양에선 신화적 상상력의 보고이자 역사이해의 키워드로 여겨져 왔다. 그 조직과 비밀의식에 뿌리를 둔 중세의 신화적 판타지는 게임, 영화, 소설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프리메이슨의 기원과 역사, 여러 의혹 등을 설명한 책.1만 4900원.●알자스(신이현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프랑스와 독일 국경의 조용한 산골 마을 알자스에 관한 이야기. 알자스 지방은 프랑스에서 바다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이다. 하지만 해산물과 가장 잘 어울리는 포도주는 아이로니컬 하게도 알자스산이다. 알자스 백포도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흰 꽃향기는 신기할 정도로 바다 생선이나 조개와 잘 어울린다. 붓을 팽개치고 피렌체의 한 식당에서 평생 주방지기로 보내고자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가 꿈꾸던 이상적인 부엌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알자스 마을의 부엌 풍경이 인상적이다.1만 2000원.●저우언라이 평전(바르바라 바르누앙ㆍ위창건 지음, 유상철 옮김, 베리타스북스 펴냄) 중국 역대 지도자 중 가장 인자한 인물로 꼽히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의 숨겨진 모습을 조명. 저우언라이의 지하활동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배신자 가족을 무자비하게 처벌한 일화를 소개한다. 책은 저우언라이가 공산주의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정치적 생애를 시작했지만 결국 폭군에 종사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비판한다.1만 8000원.●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라 쿠바(최미선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거리에 음악이 흐르면 청소하던 할아버지도, 순찰을 돌던 경찰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쿠바.‘카리브해의 진주’ 쿠바는 헤밍웨이에겐 제2의 고향이다.1928년부터 1960년 미국으로 추방되기 전까지 헤밍웨이는 이곳에서 자신의 문학을 숙성시켰다. 아바나 시내에서 약 12㎞ 떨어진 ‘헤밍웨이 박물관’은 그가 살았던 집이자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곳. 여행작가인 저자는 쿠바를 한마디로 ‘로망’을 안겨 주는 곳이라고 말한다.1만 5000원.●신념과 비전의 정치가 글래드스턴(김기춘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19세기 후반 영국 자유당의 리더로 총리를 네차례나 역임한 윌리엄 글래드스턴의 사상과 현실정치를 고찰.23세에 국회의원이 돼 85세에 정계를 은퇴한 글래드스턴은 영국의 번영기인 빅토리아시대 전 기간에 걸쳐 줄곧 영국 정치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글래드스턴의 아일랜드 자치정책에 대해서도 소상히 다룬다.2만 7000원.●우리말 부사사전(백문식 지음, 박이정 펴냄) ‘엄청시리’는 ‘엄청’의 경남지역 방언이고 ‘과루룩’은 많은 양의 액체가 세차게 쏟아질 때 나는 소리인 ‘꽈르르’의 제주 방언.2만여개의 부사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고 뜻을 풀이했다. 부사는 문장의 필수성분이 아닌 부속성분이지만 말과 글을 한층 풍요롭고 맛깔스럽게 해준다.4만원.
  • “우리 부부 문화재 전통미에 취했지요”

    “우리 부부 문화재 전통미에 취했지요”

    “직장생활을 계속했다면 지금쯤 하향곡선에 접어들어가기 시작하는 나이겠지요. 하지만 문화재 수리기술자로는 앞으로 최소한 30년은 현장에서 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김문성) “옛그림이 참 좋았습니다. 옛그림과 가까이할 수 있는 일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단청기술자는 특히 어디에 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좋아요.”(정은정) 김문성(43)씨와 정은정(35)씨는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나란히 다니는 ‘학생 부부’이다. ●美 CPA 자격증 놔둔 채 재입학 김씨는 전통조경학과 1학년, 정씨는 전통미술학과 4학년이다. 김씨는 서울대 인류학과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부산하기관 연구소에서 일하다 미국 공인회계사(ALCPA) 자격증을 취득했다.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탄탄대로에서 스스로 이탈한 그는 지난해 전통문화학교에 입학한 데 이어 조경분야의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을 취득했다. 정씨는 호남대 사학과 출신으로 2005년 단청 분야의 문화재 수리기술자 자격을 땄다. 자신의 표현처럼 ‘정해진 코스대로 살아왔던’ 김씨의 인생은 송강 정철의 문학적 체취가 담긴 식영정(息影亭)과 이웃한 담양 지실 출신인 정씨와 1998년 결혼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음을 던졌고, 그도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0년 직장에 사표를 던진 김씨는 지실의 농가를 세얻어 한해를 살았고, 이듬해 정씨의 뜻에 따라 부여로 이사한다. 이때만 해도 김씨는 “실력을 더 쌓아 세계로 나가보자.”고 각오를 다졌는데, 정씨가 공부하는 내용을 지켜보고 있자니 왜 이런 것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문화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정씨에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하고 불안감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말은 “기왕 늦었으니까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이 다섯 명이 용기 줘 김씨와 정씨는 아이 다섯을 낳았다.1999년 희망이에 이어,2000년 유나,2003년 벼리,2004년 동이, 지난해 미르를 얻었다. 정씨는 전통문화학교에 재학하는 동안에만 세차례 출산한 셈이다. 학원강사와 과외선생을 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김씨는 “우리를 한심하게 보는 사람이 참 많다.”면서 “가끔 막내를 데리고 실습장에 가기도 한다.”고 웃었다. 정씨는 “어디를 가든 우리 가족을 기억한다는 것이 즐거움”이라면서 “아이들이 많아 오히려 더 용기를 낸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전통문화학교는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고민할 계기와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이다. 다양한 관련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다, 공부에 필요한 각종 지원도 적극적이다. 김씨는 “문화재 수리기술자로 문화재를 기술적으로 보존하는 데 참여하고, 다음으로는 우리 문화의 상징성과 의미를 풀어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사람들에게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씨도 “학문적으로는 고건축이라고 부르는 것도 조상들이 생활하던 공간이 아니겠느냐.”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부여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세계의 싱크탱크] (19) 워싱턴의 한국연구소들

    [세계의 싱크탱크] (19) 워싱턴의 한국연구소들

    워싱턴에는 ‘한국’이라는 이름을 내건 싱크탱크가 두 곳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와 한·미연구원(US-Korea Institute)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두 기관은 워싱턴에서 한국을 알리고 한반도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한·미 연구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지난 25일 저녁 워싱턴 시내의 매사추세츠 가에 자리잡은 존스홉킨스대학 국제학대학원(SAIS)의 케니 오디토리엄에서 워싱토니언들에게 매우 이채로운 행사가 열렸다.‘영화속의 DMZ’라는 주제로 한반도 분단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였다. 메릴랜드대학 영화학과의 민현준 교수가 오디토리엄을 가득 채운 미국인들에게 ‘쉬리’와 ‘JSA’ ‘괴물’ 등 영화 세 편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미연구원이 주최한 ‘현대 한국문화 시리즈’의 첫 행사였다.26일에는 한국 음악에 대한 강좌가 있었고,3월에는 한국의 미술과 북한 영화가 소개될 예정이다. 한·미연구원은 지난해 10월 SAIS 내에 설립됐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돈 오버도퍼 SAIS 교수가 원장을 맡았다. 연구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원한 4억원으로 출범했으며, 내년부터 3,4년간은 우리 정부가 매년 40만∼50만 달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뒷받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연구조사, 네트워킹, 강의 등 세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또 앞으로 활동결과를 묶어 정책 제안도 할 계획이다.SAIS의 일부로서 한·미연구원은 2006년 가을 학기에 세 강좌를 열었다. 국무부 한국과장과 일본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교수가 ‘두개의 한국’을, 국무부에서 한국을 분석했던 존 메릴 교수가 ‘한반도와 미국의 외교정책’을, 켄트 칼더 교수가 ‘한·일 비교 정치경제학’을 각각 강의했다. 올해 봄 학기에는 주제가 바뀐다. 프리덤하우스에서 북한 인권 개선운동을 벌였던 구재희 박사가 ‘남북한의 인권’을, 곽승영 하워드대 교수가 ‘한국경제’를 가르치게 된다. 한·미연구원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미래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젊은층과의 네트워크이다. 한반도에 관심있는 미국 젊은이들의 모임인 ‘세종 소사이어티’와의 연대가 대표적이다. 세종 소사이어티는 SAIS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던 애틀랜타 출신 스태퍼드 워드가 만든 연구 모임이다. 워드는 현재 국무부에서 들어가 외교관으로서 인도네시아에 근무하고 있지만 대표 역할을 계속 맡고 있다. dawn@seoul.co.kr ■ 한·미 경제연구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미경제연구소(KEI)는 20여년 동안 워싱턴에서 한반도 전문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기관이다.1982년 설립된 KEI는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KEI의 역할은 ▲한국의 발전과 한·미관계의 현황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한국의 경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한국의 정부 관리들에게 미국 외교 및 경제 정책의 변화와 흐름을 전해주는 것이다. KEI는 한국 정부 등 국내 기관이나 단체가 미국에서 개최하는 대부분의 공식 행사를 지원한다. 또 주미 한국대사와 주한 미국대사의 미국내 동반 ‘투어’도 주관한다. 국제교류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국내 각 대학의 한국 연구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KEI의 소장은 미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를 지낸 찰스 프리처드 전 대사가 맡고 있다. 프리처드 소장은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정부와 공화당 출신인 조지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모두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KEI로 오기 전까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아시아 문제를 연구하기도 했다. 또 미 재무부의 국제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제임스 리스터 부소장을 비롯해 KEI에는 6명의 상근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직원 가운데 선임인 플로렌스 로-리(한국명 이명화) 재정 및 출판 담당자는 KEI의 월간 뉴스레터인 ‘코리아 인사이트’에 한국과 북한의 경제와 사회 이슈를 분석하는 글을 쓴다.KEI는 한국의 경제와 관련해 연례적으로 보고서를 출판하며, 특별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한다. 제임스 앨비스 홍보 담당자는 ‘코리아 클럽’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코리아 클럽은 한반도에 관심을 가진 워싱턴 지역 인사들의 모임으로 한반도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행사를 개최한다. 오공단 미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제임스 켈먼 미 국무부 국제안보 및 비확산국 부과장이 앨비스 연구원과 함께 코리아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의 강연 초청자 가운데는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테러금융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dawn@seoul.co.kr ■ 돈 오버도퍼 한·미 연구원장 인터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미연구원은 워싱턴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여러 기관들의 활동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미연구원의 돈 오버도퍼 원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원이 워싱턴의 각종 커뮤니티에 한국을 넓고도 깊이있게 알리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다른 싱크탱크, 대학의 한국 연구 기능과 비교할 때 한·미연구원의 특징은 무엇인가. -다른 싱크탱크나 대학에서 하는 것은 하지 않고, 하지 않는 것은 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이달부터 한국 영화와 음악, 그리고 북한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다른 한국 관련 기관에서는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학대학원(SAIS) 소속이어서 학술적인 측면도 강한데. -올해부터 SAIS와 한·미연구원 공동으로 한반도 학위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오는 9월 한국을 전공한 전담 교수를 임용할 계획이다. 이제부터 SAIS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생들도 중국 연구자나 일본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담당 교수는 어떤 분이 임용되나. -지금까지 3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3월 안에 그 가운데 한 분을 선택할 예정이다. 심사 과정에서 특별한 전공을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정치, 역사,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전공자들을 심사할 것이다. 어떤 분야든 최고의 학자를 임용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또 한국인이든, 한국계 미국인이든, 또는 순수 미국인이든, 임용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 ▶그렇다면 한·미연구원은 싱크탱크인가, 학술기관인가. -두가지 측면이 다 있다. 우선 연구원이 소속된 SAIS가 학교이니 만큼 학술적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한·미연구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한국과 관련한 워싱턴의 각종 커뮤니티들에 손을 미치기 때문에 싱크탱크의 성격도 강하다. 쉽게 말하면 학술과 싱크탱크의 ‘퓨전’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 한국 관련 연구 분야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미는. -연구원을 맡기 전에 한반도 전문가로서 각종 연구소 등으로부터 초대를 받곤 했다. 그런데 많지 않은 한국 관련 프로그램인데도 날짜가 겹쳐서 한 곳은 가고, 한 곳은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자주 생겼다. 한국 관련 프로그램 간에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10월 한·미경제연구소(KEI), 조지타운 대학과 공동으로 워싱턴에서 한반도 관련 프로그램을 가진 기관들의 담당자를 초대했다. 대학과 싱크탱크를 포함해 모두 17곳에서 참석을 했다. 이날 참석하지 못한 기관을 합치면 모두 20여개 기관이 한국 관련 연구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에서 이런 식의 모임은 처음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인터넷에 공동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사이트에 각 기관이 구상하는 행사를 날짜와 함께 올리면 다른 기관들은 행사를 기획하면서 그 날짜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국 관련 싱크탱크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가. -일반적인 느낌은 10년전과 비교할 때 한국에 대한 관심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우선 한국이 경제적·정치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플레이어가 됐다는 이유가 있다. 또 하나는 북한 문제다. 갈수록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미국에 좋은 싱크탱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정부 기관이 다른 나라 정부보다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에서는 싱크탱크나 대학이 연구에 필요한 경우 정부 관리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함께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러나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선을 긋는 것이 아닌가 싶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오버도퍼 원장은 1953년 포병 장교로 한국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의 대표적인 외교 담당 기자로 활약했으며, 한반도와 관련한 최고의 역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두 개의 한국(Two Koreas)’ 저자이기도 하다. 북한도 세차례 방문했다. dawn@seoul.co.kr
  • ‘두바퀴 천국’

    ‘두바퀴 천국’

    서울 강북구 수유4동 오서울(35)씨는 요즘 출근길이 즐겁다.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수유역까지 달린다. 수유역에 ‘자전거 토털 서비스센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길가에 세워두고 지하철을 탈 때면 뒤가 돌아다 보였지만 이제는 걱정이 없다. 서비스센터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어 도난당할 염려가 없다.1000대를 주차할 수 있어 자리도 넉넉하고 자전거 수리·세차·대여까지 가능하다. 서울시와 구청이 운영하는 곳이라 관리비도 저렴하다.(2008년 12월 강북구 수유동과 번동 주민이 체감할 ‘두바퀴 천국’의 미래상이다.) 서울시는 28일 “올해를 녹색 교통수단인 자전거 생활교통수단 원년으로 선포하고 ‘서울, 자전거 천국’의 꿈을 단계적으로 이뤄나가기 위해 자전거 생활교통수단 사업 5개년 계획을 수립, 발표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은 거대도시여서 집과 회사까지 출퇴근하는 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그러나 대중교통수단과의 연계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철 역세권·학교·시장·문화시설 등 생활권에서 자전거 이용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자전거 예산의 2.5배인 145억원을 확보하고 교통국에 녹색교통팀을 신설했다. 자전거 토털센터는 수유역에 이어 단계적으로 시 전역으로 확대된다.2호선 홍대역과 6호선 망원역에는 300대 규모의 대형 자전거 주차장이 건설된다. 또 상반기에는 자전거 활성화 조례가 마련되고, 하반기에는 자전거 생활교통수단 사업 5개년(2008∼2012년)계획이 발표된다.5개년 계획에는 자전거 주차장 운영 방안, 자전거 도난방지책 등이 포함된다. 도난방지책으로는 자전거에 전자칩을 부착해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이용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전거도로·자전거 대수 등 자전거 이용시설 현황과 활용도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 91%가 시설 등 환경이 갖춰지면 자전거를 이용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회사원 김수정(42·여)씨는 “자전거 도로만 만들어지면 광화문 직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 참여를 높이고자 자전거 동호회 회원 500명으로 구성되는 자전거 시민순찰대를 발대한다. 지난해 도입한 자전거 시범학교도 꾸준히 확대한다. 시범학교에는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고 저소득 학생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보급한다. 지난해까지 35개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했으며 올해 25개를 추가 지정한다. 자전거도로도 자전거 토털센터가 건립되는 생활권 중심으로 30㎞가 확충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박재규 前통일장관 특별인터뷰

    박재규 前통일장관 특별인터뷰

    박재규(전 통일부 장관) 경남대 총장은 “쌀·비료 같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6자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수용이라는 9·19합의의 초기 이행조치를 약속하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총장은 28일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실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은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 요인을 그들이 제공했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며 지난해 평양에서 충분히 설명해줬다.”면서 “6자회담의 긍정적 방향이 잡히면 지원이 재개될 것으로 북측이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북한에 가 이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박 총장은 “초기 이행조치 약속과 함께 9·19합의문에 대한 이행 스케줄을 짤 무렵이 되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 남북장관급회담을 시작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좋다.”면서 “다만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 국민에게 오해를 사지 않도록 그 시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6자회담에 보이는 미국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핵 해결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최근 미국 가서 많은 분들과 대화해 보니 부시 행정부 초기와 달라졌다. 이라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중간선거에도 져, 북한이 의지만 보인다면 조금 양보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느꼈다.9·19합의대로 이행하는 의지를 북한이 보이면 부시는 해결에 전력을 쏟을 것이다. 클린턴 정부 말기에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낸 것처럼 부시 정부도 2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하노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갔을 때 “필요하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6자회담에서 핵이 순조롭게 풀리면 양국의 관계정상화도 부시 임기 내에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핵문제를 풀 진의가 있는가. -긍정적으로 본다.1990년대 초 핵개발은 체제방어를 위해 시작했다. 미국이 체제를 보장해 주고 다른 4개국과 함께 경제지원한다는데 김 위원장이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미국과 기싸움한 이유는, 북한 설명을 빌리자면 미국이 약속을 하고도 지키지 않고 체제와 지도자를 비판하니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확실한 체제보장, 경제지원 약속이 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아버지의 유훈이고 그걸 지키겠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체제유지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 핵보유를 끝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핵포기는 김 위원장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권이다. 내가 김정일 위원장과 세차례 만나 나눈 대화, 그 밑의 참모들과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해 준다면 핵무기를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올해 북한의 공동신년사설을 보면 알지만 안보는 해결됐으니 경제문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가 있다. 북한은 올해 북·미 관계를 푸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다. 모처럼의 기회를 북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6자회담 전망은.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를 포함한 동결자금 중 합법적인 부분을 풀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동결, 사찰을 수용하기로 합의가 된 것 같다.BDA 풀어서 6자회담에 복귀하는 것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보장은 아니다. 회담이 열려 9·19합의를 이행해 가는 스케줄 협의가 이뤄지는 과정에 부시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로 가자든가, 북한은 못 받겠다는 그런 굴곡은 있을 수 있다. 험악한 산을 여럿 넘어야 우리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합의문이 나올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6자회담 결과 연동론을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정상회담 필요성도 주장하는데. -북에서 어떤 목적이든 간에 정상회담을 하자면 받아들여야 한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회이고 동서독 같은 정례화의 틀을 만드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칫 선거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오해 안 받게끔 투명하게 추진한다면 괜찮다. 과거처럼 전격적으로 하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북측 고위 관계자들은 아직은 “적절한 시기가 안 됐다.”고 한다. ▶평양 가서 본 북한의 식량·전력난은 어땠나. -전력 사정은 4∼5년 전에 비해 좋아졌더라. 조그만 발전소도 여러 곳에 지었고 특히 평양 근교 발전소의 부품을 많이 교체해서 발전용량이 늘었다고 하더라. 식량은 지난 2∼3년간 평년작을 해 모자라지만 견딜 만하다고 했다. 계속적인 지원은 필요하다고 했지만 90년대 중반의 심각한 아사 위기 같은 일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아껴서 올해를 넘길 식량은 준비돼 있는 것 같았다. 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산이좋아 산으로] 제주도 한라산

    [산이좋아 산으로] 제주도 한라산

    섬이 산이고, 산이 섬이다. 이 말은 제주도 한라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약 120만년 전, 이 땅의 남쪽 끝자락에서 불기둥이 솟았다. 아직 제주는 세상에 없었다. 북쪽 백두산에서 용솟음친 대륙의 기운에 화답이라도 하듯 남쪽 끝에서 끓어오르던 거대한 용암덩어리. 육지와 한몸이었을 그 땅은 온몸으로 불꽃을 뿜어 올리며 들끓었을 것이다. 첫 폭발 이후 한라산은 네 번이나 크게 몸을 떨었다. 처음 두 번에 걸친 폭발이 펑퍼짐한 용암대지로 굳어 기반을 다졌고, 섬이 제모습을 갖춘 다음에는 그간의 응축된 힘을 모아 한가운데서 크게 솟구쳤다. 한라산을 멀리서 살펴보면 전체가 다소 완만한 삼각형 모양을 이룬다. 등산길은 이 경사면을 따라 동쪽의 성판악 코스와 서쪽의 영실 코스와 어리목 코스, 북쪽의 관음사 코스, 그리고 남쪽의 돈내코 코스 등 총 5개의 등산로가 나 있는데 돈내코 코스는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지정되어 현재는 출입할 수 없다. 한라산의 산길은 산행기점이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산행 거리가 짧고 등산로가 잘 나있어 길을 잃거나 조난당할 우려는 적지만, 기상변화가 심하고 바람이 세차 철저한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를 이용하면 동릉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 백록담을 볼 수 있다. 정상보다 17m 낮은 이곳은 현재 한라산에서 오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이다.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 동쪽 코스로 경사는 완만한 반면 거리는 가장 길다. 서어나무 등 활엽수가 우거져 있어 철마다 변화하는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 중간 지점에 있는 성판악휴게소(064-722-0509)에서 시작해 속밭∼사라악 약수∼사라악 대피소∼진달래밭 대피소∼동릉 정상으로 이어지는 9.6㎞를 오르는데 4시간30분여가 걸린다. 관음사 코스는 8.7㎞ 거리에 편도 5시간이 소요된다. 한라산 북쪽에서 오르는 코스로, 관음사 야영장부터 구린굴∼탐라계곡∼개미목∼용진각대피소∼왕관릉∼동릉정상으로 이어진다. 동릉 정상까지 해발고도 차이가 크고 산행시간이 길어 일반 등산객보다는 전문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코스다. 야영장에서 3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용진각대피소 서쪽 사면 장구목은 해외 원정 훈련장으로 즐겨 찾는 곳. 눈사태로 인한 사고가 빈번한 지역이다. 한라산은 규모가 크고 대피소에서 숙박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제한을 두고 각 지점에서 더 이상 등산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성판악을 기점으로 출발했을 경우 오전 9시에 등산로 입구에서 더 이상 출입을 막는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는 정오가 되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통제된다. 관음사 코스도 입구에서 오전 9시부터 출입이 통제된다. 정상을 거치지 않을 것이라면 윗세오름 대피소까지만 개방되어 있는 영실 코스와 어리목 코스로 올라도 된다. 윗세오름 대피소부터 정상까지는 자연휴식년제로 막혀있다. # 여행 정보 제주도와 한라산 여행은 비행기나 배를 이용할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배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7시 출항하는 ㈜청해진 해운의 오하마나호를 이용하면 된다. 제주까지는 13시간이 걸린다. 배 안에는 식당과 이벤트홀, 매점, 샤워실 등의 시설이 되어있고 저녁시간에는 노래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금요일 출발하는 배는 탑승객이 많아 복잡하므로 토요일 아침식사까지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비용도 줄이고 선내 식사를 위해 기다리는 불편함이 없다. 배삯 3등실기준 편도 5만 3500원. 글 이영준 김범수(월간 마운틴 기자)
  •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월드 이슈-세계의 大選 (상)] 시동 건 ‘2008 美 대선’ 주자와 관전 포인트는

    2007년 세기의 대선(大選)레이스가 펼쳐진다. 오는 4월 여성 대통령 탄생 여부를 두고 ‘혁명 선거’의 기운마저 일고 있는 프랑스, 연말 대선을 치를 한국과 인도·베트남·아르헨티나 등 모두 24개국에서 무한 경쟁 시대를 헤쳐갈 지도자를 뽑는다.2008년 11월 치러질 미국의 대선도 유력 대선 주자들의 탐사위원회 출범이 잇따르면서 본격 점화됐다. 국제사회 정치·외교 지형의 방향을 가를 미국의 대선 동향과 ‘21세기 혁명’을 앞둔 프랑스 대선, 그리고 각국 대선 관전포인트를 상·하로 나눠 소개한다. 16일 미 정계의 검은 핵(核) 배럭 오바마(46·일리노이주·민주당) 상원의원이 대선 출마를 위한 탐사위원회 구성을 공식 발표하면서 2008년 11월 제 44대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한 전쟁에 불이 붙었다. 같은 민주당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60·뉴욕주) 상원의원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전망이다.2008년 미 대선의 화두는 ‘미 국민의 상처난 자존심 회복’. 이라크전 실패 등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으로 추락한 미국의 이미지를 복원할 지도자가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넘쳐 나는 ‘최초’의 가능성 여성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217년간 지속돼온 와습(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개신교도)출신 대통령 전통이 깨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 40대의 오바마와 70대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앨라바마)간 세대간 대결 가능성도 화제의 중심에 있다. 또 1928년 이후 처음으로 현직 정·부통령이 출마하지 않은 채 치러진다. 공화당 후보들의 군웅할거가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빌 클린턴 42대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41·43대 조지 부시 가문의 부자 대통령에 이어,42·44대 대통령을 클린턴 가문의 부부가 맡게 된다. ●공화·민주 4강 후보로 압축 지난해 중간 선거 이후 여론 조사 결과로는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공화당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존 매케인 의원,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으로 압축됐다. 민주당내 최대 강자는 지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백악관 안주인 역할을 한 힐러리다. 퇴임후에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후원은 큰 자산.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의 당선은 빌의 3선이며, 한표로 두 대통령을 가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힐러리의 장점은 많은 경력과 언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금 동원 능력이다. 오바마는 그가 가진 신선함 덕분에 날로 힘을 얻고 있다.4년 전 그는 이라크전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나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구절을 반복하는 연설은 유명하다. 흑백 통합 이미지로 돌풍을 몰고 있는 오바마는 백인 어머니와 미국에 유학온 케냐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두살때 케냐로 돌아간 뒤 하와이, 인도네시아를 전전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 법대학원 졸업 뒤 시카고로 돌아가 빈민 지역민을 위한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주 상원의원으로 7년간 일한 뒤 2004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힐러리에 비해, 경험 부족이 최대 약점이다. 힐러리 대통령, 오바마 부통령 연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최대 강력 주자는 존 매케인 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63) 전 뉴욕시장이다. 고희를 맞는 4선 의원 매케인은 베트남전에 참전,5년여 포로 생활을 했다. 가족 대대로 군대에 복무했고, 본인도 23년간 군대생활을 했다. 이라크전에는 부시 정책과 입장을 같이 한다. 이민개혁법안 등에서 좌파적 입장을 취하고, 우파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막말을 하는 언행으로 골수 보수파의 불신을 얻기도 하지만 초당파적 드라이브로 힘을 결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11 테러 당시 뉴욕시장으로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미국의 시장’이란 명성을 얻은 줄리아니 전 시장은 동성결혼, 낙태 등에서 공화당 주류와 다른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세차례의 결혼과, 도나 하노버와의 결별시 불거진 혼외정사 등 사생활 문제로 정통 보수표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사이에서 미트 롬니(59)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정동 보수의 이미지로 도전장을 냈지만, 모르몬교도란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역대 대통령의 주요 외교정책 2008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의 정치·외교 지형도가 다시 그려지기 때문이다. 냉전부터 베트남 전쟁, 소련 붕괴, 중동 사태와 북한 핵문제까지 미국의 군사·외교 정책의 중심엔 ‘총사령관’인 대통령이 있었고, 미 국익 극대화를 중심에 둔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지구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집권 초기인 2001년 일어난 9·11 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對)테러전 수행을 위한 ‘선제공격론’과 ‘일방주의’로 집중됐다.‘네오콘(신보수주의 강경파)’의 노선은 베트남 패전 후 미 외교의 주류가 된 ‘현실주의 외교’에 대한 반발이 그 뿌리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도덕적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그는 외교에선 탁월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닉슨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핑퐁외교’ 등 실용 노선을 견지했다. 닉슨은 미·소 군축을 통한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경제 분야의 낙제점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주창했지만 대외 정책에서 큰 성공은 맛보지 못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강력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며 강경일변도의 대외 정책을 구사했다. 그는 소련과의 대결 구도로 신냉전을 열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3세계 분쟁에 적극 개입했던 그의 외교정책은 집권 후반기 소련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추진, 소련의 개방 정책을 이끌어 낸다. 레이건 행정부의 외교노선은 현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외교의 주축으로 삼았다. 전임자인 레이건의 정책을 견지했다.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체제 구축이 주요 외교전략이었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가 벌인 이라크전의 전초전인 걸프전쟁(1990-1991)을 감행한 주역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한 행정부가 됐다.1994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 일련의 핵 위기가 난제가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제네바 합의를체결했지만, 핵은 제거하지 않은 채 북한 요구에 굴복, 당근(중유와 경수로 제공)만 줬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시달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클린턴 때 한 것 빼고는 다 한다.”는 이른바 ‘ABC’(Anything But Clinton)에서 출발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美대통령 어떻게 뽑나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이들을 선거인으로 뽑아 선거인단 숫자로 대통령을 결정한다. 때문에 미국 대선은 각 당이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예비선거와 유권자가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본선거 등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민주, 공화 양당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예비선거는 1월 아이오와주,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6월까지 각 주에서 전당대회에 참가할 대의원들을 뽑는다.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당직자회의를 통한 당대회(코커스)와 유권자 투표로 결정하는 예선대회(프라이머리)로 구분된다. 이어 각 당은 8·9월중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공식후보를 지명한다. 11월초 대통령 선거일에 유권자들은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각 당이 내세운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여기서 뽑힌 선거인단이 12월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을 선출한다. 선거인 538명중 과반수를 얻는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다. 선거인단은 미리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기 때문에 사실상 승패는 선거인단 투표일에 결정난다. 미 대선 제도의 또다른 특징은 승자독식제도. 한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이 때문에 전체 유권자 득표율이 높아도 선거인단 수 확보에서 밀려 패배하는 경우가 생긴다.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에 비해 전체 유권자로부터 53만여표나 더 얻고도 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누가 있냐고… ‘경제후보’ 찍을 밖에”

    “누가 있냐고… ‘경제후보’ 찍을 밖에”

    오전 내내 짙은 안개로 모든 국내선 항공편이 결항됐다. 안개가 걷힌 뒤 광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구름이 조금 낀 비교적 맑은 날씨였지만 대선을 둘러싼 광주 민심은 안개에 휩싸인 공항을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일부 시민 “심리적 공황상태” “솔직히 고건 전 총리도 (대선 후보로는) 약했지. 근데 이제는 진짜 누가 있냐고.”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인 17일, 광주 시민들은 외지에서 온 기자에게조차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던 40대 시민은 “고 전 총리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포기해 버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는 1997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 바람의 진원지이자 2002년 대선 당시 ‘노풍’(盧風)의 출발점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 보트를 쥔 형국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고 전 총리가 지난해 공식적으로만 광주를 세차례나 방문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자는 지난달 15일 고 전 총리와 함께 광주에 왔었다. 당시 시민들은 겉으로는 환영했지만 돌아서서는 “뭔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막상 고 전 총리가 사라지자 위축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모르긴 몰라도 일시적 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오죽하면 민주당이랑 한나라당이랑 합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은 많지만 인물이 없다 차기 범여권의 유력한 후보에 대해서는 누구도 단언하지 않았다. 고 전 총리의 포기로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비롯한 현재 거론되는 여권 후보들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이영남(66)씨는 “정동영, 김근태, 강금실은 무게감이 없다.”면서 “이런 식이면 조순형이든 누구든 민주당이 후보 내면 찍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광주를 찾았다. 집권여당 당의장의 방문을 맞는 광주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썰렁했다. ●“경기 살려 준다면…” “광주 오시니까 어떠세요?대도시라는 느낌 안 나시죠?” 대학생 이모(26)씨는 대선에 대해 묻자 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무리 찍어 줘도 광주가 발전하지 않으니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있냐.”면서 “취업 앞둔 광주 대학생 상당수는 경기만 살려 준다면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찍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투표소 들어가면 지역보고 찍는 게 광주지만 추진력 있는 이명박한테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40대 시민은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왔을 때 근처 광장을 꽉 채울 정도로 광주 사람들이 지지했지만 결국 광주가 얻은 게 뭐가 있냐.”면서 “여권에 적당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광주 경기를 살려줄 사람한테 몰표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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