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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인구단’의 엄지처럼 씩씩한 딸”… “이젠 ‘엄지 아빠’ 만들어 줄게요”

    “‘외인구단’의 엄지처럼 씩씩한 딸”… “이젠 ‘엄지 아빠’ 만들어 줄게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아버지와 딸들의 이야기로 많은 공감을 얻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은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자상한 아버지가 자신의 신념을 흔드는 딸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렸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번 공연에 좀더 특별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무대에 담겼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엄지(39)씨가 아버지와의 시간을 곳곳에 녹였는데, 그 아버지가 만화가 이현세(65) 작가다.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속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을 딸에게 지어준 아버지와 늘 그림 그리던 아버지 등을 바라보며 자란 뒤 무대에서 세상을 그리고 있는 딸. 종이와 무대에, 방법은 다르지만 그림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꾸며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현세씨의 작업실에서 들었다.‘우리 아빠네….’ 엄지씨가 ‘지붕 위의 바이올린’ 대본을 읽고 떠올린 생각이다. “그동안 고전 작품은 잘 안 들어왔는데 신기하게 이 작품이 저를 찾아왔어요. 아빠와 제 이야기 같아 금방 감정이입도 됐죠.” 러시아의 작은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 극에서 아버지 테비예는 땅도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다. 가난하지만 억척스럽게 일하며 아내, 다섯 딸들과 행복한 삶을 일군다. 삶은 지붕 위 바이올린처럼 위태롭지만 전통의 힘으로 굳게 지탱한다. 그러나 딸들은 줄줄이 중매결혼이라는 전통에 어긋나는 사랑을 택한다. 그것도 매우 험난해 보이는 길을 나서겠다는 딸들에게 번번이 화를 내고 배신감을 토로하지만 테비예는 결국 “전통도 바뀔 수 있다”며 평생 지킨 신념마저 뒤집고 진정한 사랑과 포용으로 딸들을 감싼다. 이 작가와 엄지씨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몇 차례나 있었다. “엄지가 진로를 정할 때와 결혼을 할 때 특히 많이 부딪쳤다”고 이 작가가 먼저 기억을 꺼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미국으로 유학 간 엄지씨가 전공을 조소로 바꾸겠다고 한 일이다. “힘이 많이 필요하고 외로운 작업”이라는 게 진로 변경을 말린 이유였다. 그는 “평생 혼자 만화를 그려 온 외로움을 권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후에 무대 디자인을 하겠다는 데 마음이 놓였다. “무엇보다 무대 디자인은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이니 걱정이 덜 됐죠.”엄지씨가 비슷한 일을 하는 짝과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을 때도 이 작가는 몇 번이고 만류했다. 그러나 결국 등산길을 조용히 따라와 응원을 구하는 딸의 손을 잡았다. “딸을 믿는 마음이 더 크기도 하고, 딸을 잃기 싫으니까 져 주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담담하지만 깊었다. “아버지들은 험한 세상을 살아왔으니 가능하면 딸이 편하게 출발하길 바라요. 내가 10리를 뛰어야 했다면 딸은 자동차를 태워서 보내고 싶죠. 그런데 딸들은 비바람 맞으며 달려가 보겠대요. 그 길이 훤히 보이지만 눈에 불을 켜고 자신 있다는 씩씩한 딸을 믿고 지켜볼 수밖에 없죠.” 사랑을 찾아 떠나는 딸들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테비예를 두고 엄지씨는 ‘내가 아빠에게 이런 무게감을 드렸구나. 이럴 때 상처받으셨겠구나’라며 그 마음을 더욱 헤아리게 됐다고 했다. 늘 자신을 믿어 준 아버지의 감정을 비로소 제대로 읽게 된 것이다. 엄지씨가 ‘엄지’였기에 부녀의 애달픈 감정이 훨씬 촘촘하게 짜이기도 했다. “만화를 시작한 때부터 딸 이름을 엄지로 짓겠다고 결심했다”는 이 작가는 “가장으로서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과 작가로서의 신념이 부딪친 결과”라고 부연했다.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인물 작명 이야기를 꺼냈다. “청소년 성장 만화의 기본 덕목을 캐릭터에 담았어요. 까치는 도전, 엄지는 사랑, 백두산은 우정, 승리는 꿈인 거죠.” 특히 엄지에겐 엄지공주처럼 작은 소녀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모험을 떠난다는 의미를 주었다. “딸이 태어나서 부딪힐 세상이 결국 모험의 여정이니 잘 이겨내고 성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같은 이름을 지으려 했죠.” 그러나 4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안에서 첫 손주 이름을 직접 짓겠다는 큰할머니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서 첫째는 주명, 둘째는 엄지가 됐다. 찬찬히 설명하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엄지씨는 “할머니 때문인 건 알았지만 제 이름에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엄지씨에겐 달갑기만 한 이름이 아니었다. 특히 학창 시절에 많이 버거웠다. “선생님들의 관심은 차라리 감사했어요. 학기 초마다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현세 딸이래’, ‘이현세 딸이 저것도 못해?’ 등 눈길을 많이 받았죠. 한 학기가 지나서야 저도 ‘보통 친구’가 될 수 있었고요.” 그 곤혹스러움을 아버지가 모를 리 없었다. 유난히 ‘잘해야지, 욕먹지 말아야지’ 애쓰는 모습이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어딜 가나 ‘네가 엄지냐?’라는 관심을 받으니 늘 실수하지 않으려고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다 알고 있었지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무대 디자이너가 된 뒤에도 한동안 따라붙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엄지씨에겐 당연히 부담이 됐다. 다만 어린 시절과 달리 아버지와의 시간이 한참 쌓인 뒤부턴 생각을 서서히 바꿨다. “그늘을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좀더 잘해서 아빠가 ‘이엄지 아빠’라는 말을 들으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어릴 때 본 ‘외인구단’ 속 인물들이 성인이 된 뒤 다르게 와닿듯, 엄지씨는 성장할수록 그동안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준 아버지 그늘이 얼마나 크고 넉넉했는지 새삼 알아갔다. “돌아보니 아빠는 굉장히 개방된 분이고 항상 제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노력하셨다”면서 “특히 어떤 고민을 할 때 ‘아빠로선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인생 멘토로서의 의견은 이렇다’며 구분을 해서 조언을 해 주셨다”고 엄지씨는 말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니 내 뒤엔 아빠가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주시고, 앞에선 인생 멘토가 끌어주는 것 같아 많은 힘을 얻었어요.” 엄지씨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 이 무대에 아버지를 듬뿍 담았다. 우선 검은색 선들로 배경을 그렸다. “예전 아빠 그림이 오로지 선으로 모든 감정이 표현됐 던 것처럼 무대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흑과 백, 선의 굵기와 질감 차이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검은 선 위에는 빛과 영상으로 쨍한 원색을 비췄다. 아버지와 함께 떠올린 샤갈 그림 때문이었다. “샤갈은 무거운 색을 썼지만 꿈같이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아버지도 무겁지만 큰 그늘이 되어 저를 포근하게 감싸 주셨어요.”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 부녀의 얼굴이 그간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을 가늠케 했다. 엄지씨는 대화 도중 이 작가의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자 “아빠 쉬는 시간”이라고 살뜰하게 챙겼다. 종일 책상에 앉아서 만화를 그리는 이 작가가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몸을 움직이도록 알람을 설정해 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울림을 준 그림을 그린 부녀가 다시 서로를 다독이며 건넨 말들은 아마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많은 아버지와 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도 들린다. “가족도 결국은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에 지은 까치둥지 같습니다. 그 안에서 만사 해결되는 것 같지만 밑에서 보기엔 위태롭기 그지없죠.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볼 때마다 짠한 게 있어요. 부모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들겠다는데 독수리처럼 튼튼하게 시작하는 딸들이 얼마나 될까요. 다 외풍 심한 까치집이죠. 그래도 굳세게 버티고 있는 게 대견해요.” 이 작가는 유독 애틋한 눈길로 엄지씨를 바라봤다. “큰 둥지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신념과 가치, 예술로 든든히 둥지를 지키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잘 지내겠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거야’란 테비예 대사에 많이 뭉클했다는 엄지씨는 “매일 바쁘고 치열한 내가 얼마나 궁금하셨을지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면서 “많이 어렵겠지만 더도 덜도 말고 아빠처럼 늘 옆에서 기다리고 지켜주는 부모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아빠가 큰 나무로 만들어 주신 그늘 덕분에 시원하고 편하게 잘 자랐어요. 이제 제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이엄지 아빠’가 되실 수 있게 열심히 달릴 테니 지금처럼 옆에서 든든히 계셔 주세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불평등 통합 지표 만든다는 정부… 진단만 하다 또 ‘버려질 카드’ 될라

    불평등 통합 지표 만든다는 정부… 진단만 하다 또 ‘버려질 카드’ 될라

    정부가 자산과 교육, 노동시장, 부동산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한다. 소득수준이나 지역, 계층 등에 따른 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표를 개발하고 진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불평등 완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사회통합 지표 개발계획’을 논의했다. ‘사회통합 지표’는 자산이나 교육, 건강 등 삶의 주요 영역에서 나타나는 계층 간 격차와 계층 간 이동의 가능성 등을 진단하는 지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이 다층적으로 발생하고 심화되는 반면 이를 진단할 기존의 사회통계는 단편적이라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교육부는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교육 공정성 지표’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서울신문 2019년 11월 12일자 1면>, 교육 분야를 넘어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표는 계층 집단 간 상대적 격차를 진단하는 ‘사회적 포용성’ 지표와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측정하는 ‘이동성’ 지표,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신뢰도를 측정하는 ‘사회적 자본’ 지표로 구성된다. 삶의 주요 영역을 ▲소득과 자산 ▲고용 ▲교육 ▲주거 ▲건강·위험 등 5가지로 나누고, 연령과 소득수준, 성별, 지역 등 다양한 집단들이 이들 영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교차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소득 수준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지방 대학에 비해 수도권 대학에서 신입생 중 저소득층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등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현황을 진단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저소득 가구의 빈곤 탈출률’, ‘취약계층의 학업 중단율 추이’, ‘가구 소득에 따른 취업률과 첫 일자리 임금 수준 비교’ 등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 지표에는 국세청의 각종 소득 데이터와 통계청의 인구·가구·주택 데이터,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교육부의 학적 정보 등 관계 부처의 데이터가 통합, 연계된다. 교육부는 올해 세부적인 지표를 설계하고 시범 분석을 거쳐 2023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지표를 공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표 개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진단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육 격차 분야 전문가인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이 소득이나 교육수준 같은 개인정보 공개를 꺼려 교육 격차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면서 “국세청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에 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이 도입된 전례가 있듯 ‘격차 해소’라는 정책 기조가 영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노형욱, 경부선 한남~동탄 지하화 시사

    노형욱, 경부선 한남~동탄 지하화 시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상습 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울 한남대교~경기 화성 동탄 구간을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후보자는 경부고속도로 한남 IC∼양재 IC 구간 등 상습 정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묻는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의 질의에 “그 구간이 문제가 되고 있어서 지금 추진하는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에 강남~동탄 구간을 입체적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차량 정체 해결을 위해 해당 구간을 지하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택정책에 대해서는 청년주택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의 내 집 마련 꿈을 반드시 이뤄드리고 싶다”며 “부동산 가격이 안정적이어야 하겠고, 청년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급되는 공공자가주택 등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2·4 부동산 대책’도 이어 가겠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대책 발표 이후 컨설팅받은 곳이 1000곳이 넘고 후보지도 많이 나오는 등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아 임대수입 재테크를 했다는 지적에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자식들을 위장 전입했다는 지적에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에 대해 일부 시인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현 정부 들어서 25~26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비정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횟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분명 노력도 많이 했고 주거복지에선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주택값이 많이 올라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일시적 물가 상승” 인플레 선 긋는 정부

    “일시적 물가 상승” 인플레 선 긋는 정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지난달에 국한된 것이지만 한국은행의 연간 목표치 2.0%를 웃돌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저효과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 고공행진을 계속한 ‘밥상 물가’가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같은 긴축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와 한은이 주의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2.5%)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0.4%에 그쳤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1.1%) 1%대를 회복한 뒤 계속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2.8%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건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4월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0.1%에 그쳤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탄 원인도 있다. 지난해 4월 배럴(158.9ℓ)당 20달러에 턱걸이했던 두바이유는 현재 60달러대를 형성 중이다. 지난해 수해와 겨울 한파,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으로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13.1%나 상승하는 등 강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주목받는 건 한은의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2.0%)를 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계속 2%를 웃돈다면 기준금리(현재 0.5%)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농축산물 가격 강세가 둔화되고 국제유가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돼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2분기의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로 확산되지 않도록 물가안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당장 긴축을 고려할 때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와 공급적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물가상승 폭이 컸지만 연간으로 봤을 땐 한은 목표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저금리와 함께 재정지출 증가로 인해 과거보단 인플레이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 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에도 1%대(1.4%)로 한은이 통화정책 변화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식품과 생활물가가 높게 나온 건 정부가 공급확대 정책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4월 물가 2.3% 껑충… 서울 수도요금 인상

    4월 물가 2.3% 껑충… 서울 수도요금 인상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이 뛰었다. 지난달에 국한된 것이지만 한국은행의 연간 목표치 2.0%를 웃돌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저효과와 함께 국제유가 상승, 고공행진을 계속한 ‘밥상 물가’가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같은 긴축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와 한은이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서울시가 9년 만에 수도요금을 올려 공공요금 인상 우려도 가중됐다. 4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2015년=100)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2.5%)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0.4%에 그쳤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1.1%) 1%대를 회복한 뒤 계속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2.8%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건 기저효과가 작용한 측면이 있다. 비교 대상인 지난해 4월엔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이 0.1%에 그쳤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탄 원인도 있다. 지난해 4월 배럴(158.9ℓ)당 20달러에 턱걸이했던 두바이유는 현재 60달러대를 형성 중이다. 지난해 수해와 겨울 한파,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주요 농축산물 가격이 13.1%나 상승하는 등 강세가 지속됐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주목받는 건 한은의 올해 물가안정 목표치(2.0%)를 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계속 2%를 웃돈다면 기준금리(현재 0.5%)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개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상당수 위원들은 물가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한은) 관련 부서는 앞으로 물가의 흐름이 어떠할 것으로 보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중 일시적으로 2% 내외로 커졌다가 다시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다만 기저효과나 공급 측 요인의 영향이 꽤 크기 때문에 하반기 중 물가 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잠재한 상태”라고 답했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농축산물 가격 강세가 둔화되고 국제유가도 안정될 것으로 전망돼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당장 긴축을 고려할 때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 주는 근원물가는 지난달에도 1%대(1.4%)로 한은이 통화정책 변화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식품과 생활물가가 높게 나온 건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의회는 수도요금을 연평균 t당 73원씩 3년에 걸쳐 총 221원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수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사용분부터 인상된 수도요금이 적용된다. 가정용은 t당 360원에서 390원으로 오름에 따라 4인 가족 기준으로 월평균 720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염종현 경기도의원 “남북관계 개선,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

    염종현 경기도의원 “남북관계 개선,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

    경기도의회 염종현 의원(더불어민주당·부천1)은 3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경기도 국제평화교류위원회에 참석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경기도 차원의 노력을 강조했다. 국제평화교류위원회는 지난 1월 8일 시행된 ‘경기도 국제평화교류 지원 조례’에 따라 국제평화교류 지원 관련 주요 사항에 대한 자문을 위해 신설됐다. 공동위원장으로 위촉된 이재강 평화부지사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비롯해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염종현 의원, 정희시 의원 등 국제정치·공공외교 등 분야별 전문가 27명이 초대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을 개시했다. 회의에서는 ▲경기도 국제평화교류 지원 계획 ▲2021 Let‘s DMZ 평화예술제 추진 현황 ▲2021 국제개발협력사업 ▲2021 국제평화토론회 등 현안 사항에 대한 집행기관 보고 후 정책 자문 및 제언이 이뤄졌다. 염 의원은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신뢰관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에서부터 인도주의적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경기도의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염종현 의원은 경기도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경기도의회 남북교류 추진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대표발의했으며, 결의안이 지난달 29일 제35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특별위원회 구성 및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만화로, 무대에서, 그림으로 세상 만나는 아빠와 딸

    만화로, 무대에서, 그림으로 세상 만나는 아빠와 딸

    만화 거장 이현세 작가와 무대 디자이너 엄지씨“아빠 떠올리며 ‘지붕 위의 바이올린’ 무대 그려”아버지와 극 중 테비예 연결지은 특별한 무대“험한 세상에서 굳세게 버티고 선 딸 대견해”‘기다리고 지켜주는 부모 되고파…아빠처럼“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아버지와 딸들의 이야기로 많은 공감을 얻으며 오랜 시간 사랑받은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진심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자상한 아버지가 자신의 신념을 흔드는 딸들의 선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뭉클하게 그렸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창단 6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번 공연에 좀더 특별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가 무대에 담겼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엄지(39)씨가 아버지와의 시간을 곳곳에 녹였는데, 그 아버지가 만화가 이현세(65) 작가다. 대표작 ‘공포의 외인구단’ 속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을 딸에게 지어준 아버지와 늘 그림 그리던 아버지 등을 바라보며 자란 뒤 무대에서 세상을 그리고 있는 딸. 종이와 무대에, 방법은 다르지만 그림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꾸며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부녀의 이야기를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현세씨의 작업실에서 들었다. “이거 우리 아빠인데….” 엄지씨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대본을 읽자마자 이 작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동안 고전 작품은 잘 안 들어왔는데 신기하게 이 작품이 저를 찾아왔어요. 아빠와 제 이야기 같아 금방 감정이입도 됐죠.”러시아의 작은 유대인 마을을 배경으로 한 극에서 아버지 테비예는 땅도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다.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억척스럽게 일하며 아내, 다섯 딸들과 행복한 삶을 일군다. 그에게 지붕 위 바이올린처럼 위태로운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은 바로 전통이었다. 대대로 내려온 길을 따라야만 삶의 균형이 맞춰진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딸들은 줄줄이 중매결혼이라는 전통에 어긋나는 사랑을 택한다. 그것도 매우 험난해 보이는 길을 나서겠다는 딸들에게 번번이 화를 내고 배신감을 토로하지만 테비예는 결국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전통도 바뀔 수 있다”며 평생 지킨 신념마저 뒤집고 진정한 사랑과 포용으로 딸들을 감싼다. 이 작가와 엄지씨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몇 차례나 있었다. “엄지가 진로를 정할 때와 결혼을 할 때 특히 많이 부딪쳤다”고 이 작가가 먼저 기억을 꺼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 미국으로 유학 간 엄지씨가 전공을 조소로 바꾸겠다고 한 일이다. “조각은 힘이 많이 필요하고 외로운 작업이라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한참 말렸다”는 그는 “평생 혼자 만화를 그려 온 외로움을 권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후에 무대 디자인을 하겠다는 데 마음이 놓였다. “무엇보다 무대 디자인은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이니 걱정이 덜 됐죠.”엄지씨가 비슷한 일을 하는 짝과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을 때도 이 작가는 몇 번이고 딸을 만류했다. 그러나 결국 등산길을 조용히 따라와 응원을 구하는 딸의 손을 잡았다. “딸을 믿는 마음이 더 크기도 하고, 딸을 잃기 싫으니까 져 주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담담하지만 깊었다. “아버지들은 험한 세상을 살아왔으니 가능하면 딸이 편하게 출발하길 바랍니다. 내가 10리를 뛰어야 했다면 딸은 자동차를 태워서 보내고 싶죠. 그런데 딸들은 비바람 맞으며 달려가 보겠대요. 내 눈에는 그 길이 어떨지 훤히 보이지만, 눈에 불을 켜고 자신 있다는 씩씩한 딸을 믿고 지켜볼 수밖에 없죠.” 사랑을 찾아 떠나는 딸들의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테비예를 두고 엄지씨는 ‘내가 아빠에게 이런 무게감을 드렸구나. 이럴 때 상처받으셨겠구나’라며 그 마음을 더욱 헤아리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딸을 낳은 뒤 하루하루 부모 마음에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늘 자신을 믿어 준 아버지의 감정을 비로소 제대로 읽게 된 것이다.엄지씨가 ‘엄지’였기에 부녀의 애달픈 감정이 훨씬 촘촘하게 짜이기도 했다. 위로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있는 엄지씨에게 이토록 특별한 이름이 붙은 데 대해 이 작가는 “가장으로서 전통을 지키려는 마음과 작가로서의 신념이 부딪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만화를 시작한 때부터 딸에게 엄지라는 이름을 지어 주기로 결심했다”는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등장인물 작명 이야기를 꺼냈다. “청소년 성장 만화의 기본 덕목을 캐릭터에 담았어요. 까치는 도전, 엄지는 사랑, 백두산은 우정, 승리는 꿈인 거죠.” 특히 엄지에겐 엄지공주처럼 작은 소녀가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기며 모험을 떠난다는 의미를 주었다. “딸이 태어나서 부딪힐 세상이 결국 모험의 여정이니 잘 이겨내고 성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같은 이름을 지으려 했죠.” 그러나 4대가 함께 살던 대가족 안에서 첫 손주 이름을 직접 짓겠다는 큰할머니 뜻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래서 첫째는 주명, 둘째는 엄지가 됐다. “당시 꼬맹이들에게 사랑보다 우정이 앞섰다면 우리 세대는 가족이 사랑을 앞섰던 것”이라고 말한 이 작가를 보며 엄지씨는 “할머니 때문인 건 알았지만 제 이름에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은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사실 엄지씨에겐 달갑기만 한 이름이 아니었다. 특히 학창 시절에 많이 버거웠다. “선생님들의 관심은 차라리 감사했어요. 학기 초마다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현세 딸이래‘, ‘이현세 딸이 저것도 못해?’ 등 눈길을 많이 받았죠. 한 학기가 지나서야 저도 ‘보통 친구’가 될 수 있었고요.” 그 곤혹스러움을 아버지가 모를 리 없었다. 유난히 ‘잘해야지, 욕먹지 말아야지’ 애쓰는 모습이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어딜 가나 ‘네가 엄지냐?’라는 관심을 받으니 늘 실수하지 않으려고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다 알고 있었지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대 디자이너가 된 뒤에도 한동안 따라붙는 아버지의 그림자가 엄지씨에겐 당연히 부담이 됐다. 다만 어린 시절과 달리 아버지와의 시간이 한참 쌓인 뒤부턴 생각을 서서히 바꿨다. “그늘을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좀더 잘해서 아빠가 ‘이엄지 아빠’라는 말을 들으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죠.”어릴 때 본 ‘외인구단’ 속 인물들이 성인이 된 뒤 다르게 와닿듯, 엄지씨는 성장할수록 그동안 자신을 든든하게 지켜준 아버지 그늘이 얼마나 크고 넉넉했는지 새삼 알아갔다. “돌아보니 아빠는 굉장히 개방된 분이고 항상 제 이야기를 들어 주려고 노력하셨다”면서 “특히 어떤 고민을 할 때 ‘아빠로선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인생 멘토로서의 의견은 이렇다’며 구분을 해서 조언을 해 주셨다”고 엄지씨는 말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니 내 뒤엔 아빠가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주시고, 앞에선 인생 멘토가 끌어주는 것 같아 많은 힘을 얻었어요.” 엄지씨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 이 무대에 아버지를 듬뿍 담았다. 우선 검은색 선들로 배경을 그렸다. “예전 아빠 그림이 오로지 선으로 모든 감정이 표현됐던 것처럼 무대도 입체가 아닌 평면으로 흑과 백, 선의 굵기와 질감 차이를 드러냈다”는 설명이다. 검은 선 위에는 빛과 영상으로 쨍한 원색을 비췄다. 아버지와 함께 떠올린 샤갈 그림 때문이었다. “샤갈은 무거운 색을 썼지만 꿈같이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아버지도 무겁지만 큰 그늘이 되어 저를 포근하게 감싸 주셨어요.”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 부녀의 얼굴이 그간 두 사람의 대화 시간을 가늠케 했다. 엄지씨는 대화 도중 이 작가의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자 “아빠 쉬는 시간”이라고 살뜰하게 챙겼다. 종일 책상에 앉아서 만화를 그리는 이 작가가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몸을 움직이도록 알람을 설정해 둔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울림을 준 그림을 그린 부녀가 다시 서로를 다독이며 건넨 말들은 아마도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많은 아버지와 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도 들린다. “가족도 결국은 흔들리는 나무 꼭대기에 지은 까치둥지 같습니다. 그 안에서 만사 해결되는 것 같지만 밑에서 보기엔 위태롭기 그지없죠. 딸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볼 때마다 짠한 게 있어요. 부모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들겠다는데 독수리처럼 튼튼하게 시작하는 딸들이 얼마나 될까요. 다 외풍 심한 까치집이죠. 그래도 굳세게 버티고 있는 게 대견해요.” 이 작가는 유독 애틋한 눈길로 엄지씨를 바라봤다. “큰 둥지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면서 신념과 가치, 예술로 든든히 둥지를 지키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잘 지내겠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거야’란 테비예 대사에 많이 뭉클했다는 엄지씨는 “매일 바쁘고 치열한 내가 얼마나 궁금하셨을지 그 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면서 “많이 어렵겠지만 더도 덜도 말고 아빠처럼 늘 옆에서 기다리고 지켜주는 부모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아빠가 큰 나무로 만들어 주신 그늘 덕분에 시원하고 편하게 잘 자랐어요. 이제 제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어요. ‘이엄지 아빠’가 되실 수 있게 열심히 달릴 테니 지금처럼 옆에서 든든히 계셔 주세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흙수저 청년 내집마련 몇년 걸리나” … 사회 격차 진단 ‘사회통합지표’ 나온다

    “흙수저 청년 내집마련 몇년 걸리나” … 사회 격차 진단 ‘사회통합지표’ 나온다

    정부가 자산과 교육, 노동시장, 부동산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을 진단하는 지표를 개발한다. 소득수준이나 지역, 계층 등에 따른 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다각도로 분석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표를 개발하고 진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인 불평등 완화 정책을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사회통합 지표 개발계획’을 논의했다. ‘사회통합 지표’는 자산이나 교육, 건강 등 삶의 주요 영역에서 나타나는 계층 간 격차와 계층 간 이동의 가능성 등을 진단하는 지표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불평등이 다층적으로 발생하고 심화되는 반면 이를 진단할 기존의 사회통계는 단편적이라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교육부는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교육 공정성 지표’ 개발을 추진해 왔으나<서울신문 2019년 11월 12일자 1면>, 교육 분야를 넘어 사회 영역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표는 계층 집단 간 상대적 격차를 진단하는 ‘사회적 포용성’ 지표와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측정하는 ‘이동성’ 지표, 사회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신뢰도를 측정하는 ‘사회적 자본’ 지표로 구성된다. 삶의 주요 영역을 ▲소득과 자산 ▲고용 ▲교육 ▲주거 ▲건강·위험 등 5가지로 나누고, 연령과 소득수준, 성별, 지역 등 다양한 집단들이 이들 영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교차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청년들이 소득 수준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 마련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지방 대학에 비해 수도권 대학에서 신입생 중 저소득층 비율이 얼마나 낮은지 등 사회 전반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현황을 진단할 수 있다. 교육부는 ‘저소득 가구의 빈곤 탈출률’, ‘취약계층의 학업 중단율 추이’, ‘가구 소득에 따른 취업률과 첫 일자리 임금 수준 비교’ 등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 지표에는 국세청의 각종 소득 데이터와 통계청의 인구·가구·주택 데이터,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교육부의 학적 정보 등 관계 부처의 데이터가 통합, 연계된다. 교육부는 올해 세부적인 지표를 설계하고 시범 분석을 거쳐 2023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지표를 공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지표 개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지표를 가지고 진단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교육 격차 분야 전문가인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들이 소득이나 교육수준 같은 개인정보 공개를 꺼려 교육 격차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면서 “국세청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에 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이 도입된 전례가 있듯 ‘격차 해소’라는 정책 기조가 영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생선 주문했는데 감감무소식…” 지난해 노인 소비자상담 15.5% ↑

    “생선 주문했는데 감감무소식…” 지난해 노인 소비자상담 15.5% ↑

    한국소비자원, 고령소비자 상담 분석2020년 8만 5986건…전년비 15.5% ↑생활·여가 증가폭 가장 커…건강 관련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노인 소비자의 불만 상담도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4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고령소비자 상담 및 이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고령소비자 상담은 모두 8만 5986건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상담건수도 연평균 5.3% 늘어났다. 최근 3년간 접수된 고령소비자 상담 6개 품목군 가운데 생활·여가 품목군이 연평균 20.5% 증가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식서비스, 외식, 국외여행에 대한 소비자상담이 늘면서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건강·의료·식품(14.1%), 금융(10.9%) 순으로 이어졌다. 건강·의료·식품 품목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보건·위생용품 관련 상담이 증가율 상승을 이끌었다. 코로나19 외 품목 중에선 선어(생선) 관련 상담이 134.5%나 증가했다. 케이블 방송 등 유사홈쇼핑을 보고 구매했으나 배송이 지연되거나 상품 품질이 광고와 다르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 외에 과도한 요금이 청구된 이동전화서비스, 계약해지 및 환불이 제한된 모바일정보이용서비스와 투자자문(컨설팅) 등과 관련해서도 상담건수가 많아졌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정보를 생산·제공하여 주요 광역시도 지자체별 고령소비자 시책 마련과 피해 예방 활동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고령소비자 상담 빅데이터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인포맵을 제작하여 게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그린벨트에 수소차·전기차 충전소 설치 허용

    그린벨트에 수소차·전기차 충전소 설치 허용

    -내수면 가두리 양식장 면허 연장 불허 보상 실시 앞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수소차·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확대된다. 내수면 가두리 양식장 폐업에 따른 보상도 시행된다. 국토교통부는 수소차·전기차 충전소 설치 규제 완화를 담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이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시행령은 그린벨트 택시·전세버스·화물차 차고지에 수소차,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허용했다. 주유소와 LPG 충전소 내 부대시설로 설치하는 수소차·전기차 충전소는 소유자가 아니어도 설치할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환경부·산업자원통상부 등 관계부처가 현장애로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 회의 논의를 거쳐 마련했다. 신보미 국토부 녹색도시과장은 “탄소 중립 실현을 대표하는 전기차·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 사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국민과 기업의 불편을 없애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그린벨트를 지정 목적에 맞게 관리하면서 국민불편을 없앨 수 있도록 입지제도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수면 가두리양식업 보상법 시행령 제정령안도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 시행령은 1991년부터 맑은 물 공급대책에 따라 내수면 가두리 양식장 면허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피해를 본 양식업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보상금을 신청하려는 사람은 양식업을 할 당시 발급받은 내수면 어업면허증 사본, 어장의 위치와 수면의 구역도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 폐업에 따른 시설물 잔존가액, 철거비, 종묘폐기 비용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내야 한다. 해수부는 보상금 지급액이 22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홍원식 회장 사퇴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 급등

    홍원식 회장 사퇴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 급등

    홍 회장 사과 기자회견에 장중 23% 급등“자녀에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자사의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던 남양유업의 주가가 회장의 사퇴 소식에 장중 급등했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홍원식 회장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거래일 대비 23.7% 급등한 40만 95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하락해 오전 10시 40분 현재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9.8% 오른 36만 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결정이 늦어져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을 다시 한번 믿어 주시고 성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로 남양유업의 당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다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LH,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 본격 추진

    LH,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 본격 추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정부가 추진하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선도지구 20곳에서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양천·종로·중구·성동·중랑·강서구와 경기 성남·수원·동두천시, 인천 부평구, 대전 동구, 광주 북구 등 20곳을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해 1만 7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은 대규모 정비가 어려운 10만㎡ 미만의 소형 저층 주거지를 신속히 정비하기 위해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건축규제 완화·국비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사업이다. 주민설명회, 지자체 관리계획 수립, 주민 의견공람 절차를 거쳐 관리지역으로 지정된다.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주민 주도로 추진하지만 LH가 공동사업 시행자로 참여해 전문성을 보완하고 사업비 융자, 신축주택 매입 확약, 재정착 지원, 주거 품질 관리 등을 지원한다. LH는 선도사업지 해당 지자체의 관리계획 수립·제안을 지원하고 거점사업 개발 구상에 참여해 사업 총괄 자문을 해준다. 거점사업은 가로주택·자율주택 정비사업 등으로 추진되며 LH는 공공 거점사업을 추진한다. LH는 주민 요청으로 사업 개발구상을 시작한 서울 금천·양천·중랑구를 비롯해 공공 거점사업이 결정되지 않은 후보지에 대해서도 주민·지자체와 협의해 사업을 발굴하고 개발 구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LH는 이달 중 LH 참여형 가로주택과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공모할 계획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4월 소비자물가 2.3%↑…“농산물·국제유가에 3년 8개월만 최대 상승”

    4월 소비자물가 2.3%↑…“농산물·국제유가에 3년 8개월만 최대 상승”

    통계청, 2021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파 가격 270.0% 상승, 달걀 가격 36.9% 상승월세 6년 반만에 최대 상승…전세도 3년만 최고“농산물 오름세 둔화, 국제유가도 확대 안될듯”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2.3% 증가하면서 3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뿐만 아니라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가격 오름세가 이어진 영향이다.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39(2015년=100)으로,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2017년 8월 2.5% 상승한 이후 4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물가 상승률이 2%선을 넘어선 것도 2018년 11월 2.0%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월(1.0%)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0%대와 마이너스를 오가던 소비자물가는 올 2월 들어 1.1%를 기록하면서 10개월 만에 1%대에 들어섰고, 3월(1.5%)을 거치며 지난달 2%대까지 치솟았다. 물가가 급격히 오른 데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이 작황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 오름세가 지속됐고, 석유류 가격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많이 올랐다”면서 “개인서비스 가격도 오름세 지속하는데다 지난해가 낮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상승폭이 비교적 많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하면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파 가격은 270.0%나 상승했다. 어 심의관은 “여전히 생육부진 원인이 크다”면서도 “출하지역이 확대되면서 상승세는 둔화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달갈 가격도 36.9% 증가했는데, AI 여파가 남아있는데다 산란계가 아직 연령대에 도달하지 못해 오름세가 지속됐다. 집세는 2017년 12월(1.1%) 이후 가장 높은 1.2% 올랐다. 전세는 2018년 4월(1.7%) 이후 가장 높은 1.6%를, 월세는 2014년 10월(0.7%) 이후 최대치인 0.7%를 기록했다. 공업제품은 2.3% 상승했는데, 석유류(13.4%)가 2017년 3월(14.4%)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데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 전기·수도·가스는 4.9% 하락했다. 서비스는 1.3% 올랐는데, 개인서비스는 2.2% 오른 반면 공공서비스는 1.0% 하락했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도 외식 물가는 1.9% 급등했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일각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됐지만, 어 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경제심리가 개선되는 등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상승요인 있고, 기저효과도 있어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난달부터 상승세 둔화되고 진정되는 모습이 보이고,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국제유가 오름세도 확대되지 않을 듯하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 안정세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뮤지컬 프로듀서가 알려주는 ‘프로듀서 A to Z’

    세종문화회관이 진행하는 문화예술을 애호하는 리더들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과정인 ‘세종ACE-뮤지컬 CEO’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선 뮤지컬 분야 대표 프로듀서들과 전문가들이 특강을 하고, 주제에 따라 뮤지컬 배우들의 시연도 이어진다. 장르 특성상 젊은층도 관심이 높아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분야 종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뮤지컬 CEO’ 과정은 지난달 13일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가 단역 배우에서 뮤지컬 프로듀서가 되기까지 과정과 성공 비결을 설명하며 첫 문을 열었다. 박 대표가 발굴한 뮤지컬 배우 아이비와 김호영이 ‘노래가 있는 뮤지컬 여행’을 주제로 오프닝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과 예술단원들에게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장면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오는 6월 15일까지 매주 화요일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신동원 에스앤코 대표 프로듀서, 윤홍선 에이콤 대표,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등 대작 뮤지컬로 국내 시장을 이끈 프로듀서들이 치열한 공연예술 시장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여 온 철학과 노하우를 공개한다. 또 박병성 월간 더뮤지컬 국장, 원종원 뮤지컬평론가,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 등 전문가들과 뮤지컬 장르를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보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콘텐츠의 비결을 짚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코로나 직격탄… 中企 취업자 11년 만에 줄었다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가 1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조치로 음식·숙박업 자영업자들이 종업원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2690만 4000명 가운데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는 2423만 1000명으로 전체의 90.1%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10월 89.9%를 기록해 사상 첫 90%를 밑돌았고, 지난 3월(89.6%)까지 6개월 연속 90%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중소기업 취업자 수는 전년(2452만 9000명)과 비교해 29만 8000명(-1.2%) 줄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5인 미만 소상공인은 15만 8000명(-1.6%), 5~299인 중소기업은 14만명(-1.0%) 줄었다. 반면 지난해 종사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 수는 267만 3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 9000명(3.0%) 증가했다. 대기업은 지난해 하반기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회장은 사과, 대표는 사퇴… ‘불가리스’ 탈 난 남양유업

    회장은 사과, 대표는 사퇴… ‘불가리스’ 탈 난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로 논란은 빚은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 밀어내기 갑질, 경쟁사 악플 비방, 창업주 외손녀 마약 사건 등 잇단 악재에 이어 이번 사태로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홍 회장이 직접 수습에 나서는 것이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이 4일 오전 10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사과 입장을 내놓는다고 3일 밝혔다. 불가리스 논란이 시작된 지 21일 만이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동물·인체가 아닌 세포 실험 결과라고 밝혔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가는 불가리스 발표 후 30% 가까이 급등했다가 폭락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어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이에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30일 경찰도 남양유업 서울 강남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자진 사퇴를 알린 이 대표는 “최근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성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보직 해임됐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에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의혹을 받아 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차원”이라면서 “사실관계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종아리 때리기, 왜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종아리 때리기, 왜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언론에 보도되는 중대 사건은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는 반면 말을 듣지 않아 종아리를 때리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고 여기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된 사례들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나 화를 참지 못해 아이를 때렸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장은 “아동학대는 사후 대응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양육 기술을 체계적으로 전파하고 익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시기 바깥 활동이 줄면서 아동 방임과 학대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원장은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볼 때 아이들이 학교나 돌봄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면 부모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아동학대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방과후 보호시설이나 어린이집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교사 등의 신고 비율이 떨어져 학대 사건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거치면서 돌봄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며,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지 체감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다만 윤 원장은 “학대 행위자가 주로 부모라는 점에서 문제 해결의 초점은 예전이나 코로나19 때나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올해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졌다. 민법 915조의 부모 징계권 조항 삭제와 학대 피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 시행이다. 윤 원장은 “그동안 아동학대를 ‘훈육’이라고 강변하는 데 민법의 징계권 조항이 이용돼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3년간 유지된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올해 1월 삭제돼 이젠 어떤 종류의 체벌이라도 폭력이므로 행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1970년대 스웨덴에서 아동학대 체벌 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현재 전 세계 70개국에서 이미 아동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규모를 볼 때 한참 뒤처진 부분”이라고 했다. 지난달 시행된 즉각분리제도는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아동을 부모와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원장은 “부모와 같이 살 권리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생명과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면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조사와 평가에 따라 아이의 복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울 양천구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는 “아이를 분리하는 것은 부모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상황을 안정시키고 가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아동을 좀더 안전하게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30년 이상 아동 문제를 연구한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로, 지난해 1월 아동권리보장원 초대 원장에 취임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여행 즐기고 선물도… 비대면 관광트렌드 모바일 스탬프투어!

    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관광지를 살리기 위해 모바일 스탬프투어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정된 관광지를 방문해 스탬프를 모으면 상품권 등을 받는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지자체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객은 여행을 즐기며 선물도 받을 수 있어 인기도 높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대부분 실외관광지를 상품으로 묶어 안전한 여행상품이기도 하다. 강원 강릉시는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8개월 동안 ‘모바일 스탬프투어 이벤트’를 한다고 3일 밝혔다. 시는 41개 관광지에서 스탬프 존을 운영한다. 시는 매달 스탬프 5개 이상을 찍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15명에게 5000원권 편의점 상품권을 준다. 강릉시민은 제외된다. ●강릉, 11월까지 스탬프 존 41곳 운영 스탬프투어를 위해 이웃 지자체들이 손을 잡기도 한다.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4개 지자체는 공동으로 ‘대세충청 스탬프투어’ 이벤트를 한다. 기간은 지난 26일부터 오는 7월 31일까지다. 휴대전화에 ‘올댓스탬프’ 앱을 다운받아 GPS를 활성화한 뒤 관광지에 가면 스탬프가 자동으로 발급된다. 도는 거리두기가 가능한 청주 청남대,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 충남 서산 해미읍성, 세종 고복자연공원 등 실외 관광지 40곳을 정했다. 스탬프 수에 따라 모바일 쿠폰을 받는다. 40곳을 모두 방문하면 13만 9000원에 상당한다. 쿠폰은 CU편의점, 파리바게트, 스타벅스, 롯데리아 등에서 쓸 수 있다. 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간, 연인 간 국내여행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행하며 받은 스탬프로 관광지에서 음식을 사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충남·대전·세종 ‘대세’ 이벤트 반응도 괜찮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지난 3월 2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하는 ‘리멤버 4·3’ 다크투어리즘 모바일 스탬프투어’는 이미 목표인원을 넘었다. 방문지는 제주4·3평화공원, 항일기념관 등 지정유적지 11곳과 주변관광지, 카페 등 20곳이다. 지정유적지 2곳, 관광지와 카페 1곳씩을 방문하면 머그컵을 받는다. 제주도 관계자는 “1500명 참여를 목표로 했는데 시작 4주 만에 2000명이 넘어섰고 150여명이 머그컵을 받았다”며 “그동안 4·3유적지 단체관광객을 모집한 여행사에 인센티브를 줬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스탬프투어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경기서부권 일부 쿠폰 소진 되기도 부천·안산·화성·평택·시흥·김포·광명시로 구성된 경기서부권문화관광협의회가 지난달부터 11월까지 벌이는 경기서부7길(둘레길) 스탬프투어는 일부 쿠폰이 소진돼 현재 조정하고 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지갑 속으로 얼씬도 안 하시는 세종대왕님

    지갑 속으로 얼씬도 안 하시는 세종대왕님

    2011년 4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마늘밭에서 5만원권 현금다발이 무더기로 발견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40대였던 이모씨 형제가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땅속에 묻어 둔 것을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이 발견했다. 이들이 플라스틱 통 24개에 나눠 마늘밭에 숨긴 현금은 무려 110억 7800만원이나 됐다.종이돈 시대가 점차 저물어가면서 이 같은 일도 사라질 전망이다. 밀레니엄 세대인 대학생 A(20)군의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그의 안주머니에는 카드만 넣을 수 있는 작은 지갑이 전부다. 그마저 집에 놓고 나오곤 한다. 휴대전화만 들고 나와도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식사, 대중교통 이용, 생필품 구매, 이체 등 모든 금융거래를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용카드와 모바일 뱅킹 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예 지갑을 소지하지 않는 게 트렌드가 됐다. 이런 현상은 30~40대 직장인들에게도 일반화됐다.자영업자들도 현금을 만져 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소액 결제를 하는 편의점과 커피숍 등에서도 점차 현금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금이 사라지면서 걸인도 동냥 깡통 대신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의 걸인은 동냥을 받을 때 QR코드나 바코드로 받는다. ●코로나에 현금기피 현상 더 두드러져 신용카드부터 직불카드까지 각종 ‘플라스틱 머니’가 현금 거래를 대체한 지 오래다. 모바일 결제 솔루션까지 가세하면서 현금 수요는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현금 실종을 가속화했다. ‘바이러스가 지폐에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면서 현금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현금 뭉치가 두둑한 지갑이 부의 상징이던 시대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됐다. 계산대 앞에서 뭉칫돈을 세면, 한 세대 전에서 온 사람이거나 뒤가 구린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광풍까지 몰아쳐 종이돈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다.지갑 속 현금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디지털 시대를 앞서가는 젊은층일수록 현금을 적게 가지고 다닌다. 반면 장년과 노인들은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화폐가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남녀 265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국민이 가지고 다니는 현금은 5만 3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8만원에 비해 2만 7000원이 줄어든 것이다. 나이별로는 50대가 평균 7만 1000원을 가지고 다니지만 20대는 2만 5000원으로 3분의1 수준이다. 화폐는 역사의 변천에 따라 변해 왔다. 물물교환을 했던 원시시대는 곡식이나 가축이 화폐 구실을 했다. 이후 소금이나 옷감, 가죽 같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 화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물 다음으로 발전한 화폐는 금속이다. 청동기시대는 청동검이, 철기시대는 철전이, 그 뒤에는 금·은이 사용됐다. 이후 지폐가 발명·통용됐다. 지폐 역시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미 현금보다 디지털 화폐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전이 먼저 퇴출당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향후 추진 과제의 하나로 ‘동전 없는 사회’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거스름돈을 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로 이체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과도기적 방안일 뿐, 결국 동전은 물론 종이돈도 사라질 것이라는 예고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언이다.●유럽 ‘현금 없는 국가’로 진일보 실제로 유럽 여러 나라는 ‘현금 없는 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2014년부터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지 않는 대신 최소의 필요량만 위탁 생산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현금 없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종이돈 없는 세상이 SF소설 속에 나오는 얘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게 한다. 그 하나가 모든 거래가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화폐로 거래되는 세상이다. 여러 국가는 투명성과 정확성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디지털 화폐는 거래내용만 추적하면, 그 돈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디지털 화폐를 쓰면 탈세와 뇌물 공여 등 뒷거래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화폐 개혁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반면 국가가 모든 개인의 거래를 파악할 수 있어 국가 권력이 미치는 영향력과 범위가 급격히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는 디지털 거래 기록을 남기면서도 익명성을 보장한다. 비트코인은 중앙의 서버 없이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에 국경도 없다. 국가가 관리할 수 없는 디지털 화폐인 셈이다. 현금 이후 시대인 디지털 화폐 세상을 예고하는 두 개의 화폐 체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기반의 디지털 화폐와 익명의 개인 네트워크로 이뤄진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화폐가 그것이다. 이제는 동전(coin)의 시대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동전은 금속으로 만든 돈이 아니라 네트워크 속에서 진화하는 화폐들이다. 지갑에서 사라진 현금들이 또 다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금을 세거나 카드로 계산하는 대신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시대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직무 관련 공직자·배우자·가족 부동산 보유·매수 땐 신고해야

    직무 관련 공직자·배우자·가족 부동산 보유·매수 땐 신고해야

    2년 이내 퇴직자와 골프·여행도 신고미공개 정보로 이득 취하면 최고 7년형퇴직 후 3년 미만 행위까지 법률 적용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공직자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에 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조항과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조항이 추가된 데 따른 것이다. 공직자의 부패 행위와 부당한 사익 추구를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 19대 국회 당시 처음 제출됐으나 법 적용 대상인 국회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인 지난달 가까스로 21대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행위를 지난해 마련한 법안에서는 8개로 규정했으나 최종 국회 통과안에서는 최근 공분을 산 LH 사태의 재발을 예방하고자 10개로 늘렸다. 추가된 내용은 공공기관 직무 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조항(제6조)과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조항(제15조)이다. 제6조는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는 공공기관 공직자와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이들의 직계존비속이 업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매수하는 경우 신고하도록 했다. 부동산을 직접 취급하지 않는 공공기관 소속 공직자라 하더라도 택지개발이나 지구 지정 등 부동산 개발업무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제15조인 퇴직자 사적 접촉 신고 조항은 소속 기관의 직무 관련 퇴직자와 골프, 여행, 사행성 오락을 하는 경우 적용된다. 공직을 떠난 날로부터 2년 이내인 퇴직자가 대상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3일 “LH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반영해 지난해 마련한 법안에서 2개 행위 유형을 새로 추가했다”면서 “퇴직자의 경우 현직에 있는 공직자를 통해 직무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사례들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처벌 규정도 담겼다. 직무상 비밀이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해당 이익은 몰수추징하도록 했다. 퇴직 후 3년 미만의 행위까지 적용되며 이익을 얻은 제3자도 처벌된다. 법 시행은 내년 5월부터다. 권익위는 연구용역과 입법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시행령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준비하고 있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기적과 같은 일이 현실화됐다. 200만 공직자들이 지켜야 할 이해충돌방지 행동규범의 법제화가 첫발을 내디뎠다”면서 “여론조사에서 국민 85% 이상이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등 한 차원 더 높은 청렴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현재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공공부문의 부패 예방을 위해 회원국들의 이해충돌방지제도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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