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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정치와 스포츠 사이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정치와 스포츠 사이 /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밴 쿠버에서 금의환향한 올림픽 선수들, 서울에서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정치인들, 양자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쪽은 국민을 짠하게 감동시키고 속이 뻥 뚫릴 만큼 통쾌하게 해준다. 다른 쪽은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암담한 심정을 갖게 한다. 국민에게 기쁨을 주기는커녕 울화증만 일으키는 한국 정치는 응당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처럼 확실한 승리로 기분을 확 바꿔달라고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한국선수단이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쾌거를 떠올리며 정치도 그처럼 시원스럽게 승부를 내달라고 한다면 무리한 주문, 더 나아가 위험한 주문이 될 수 있다. 정치는 명확한 승부를 통해 한쪽이 이겨 다 가져가고 패배한 다른 쪽은 상실감을 맛볼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충되는 생각과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사람이 폭넓은 대화를 통해 합의를 추구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적 절충과 조정을 시도하는 지난(至難)한 과정이 정치의 본질이다. 정치에서는 승패가 확실히 갈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윈·윈 게임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할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강압적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방식을 따를수록, 그리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할수록 대화·합의·절충·조정이 더 어려워지고 정치의 지난함은 도를 더한다. 이러한 정치가 스포츠처럼 통쾌한 승리로 일순간에 감동과 희열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치가 충실해질수록 결론 내는 데 오랜 시간이 들고, 그 결론이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중간에 머물기 때문에 극적 승리감과 순간적 쾌감을 느끼기 힘들다. 내가 애초 원했던 것이 완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치적 조정을 거쳐 희석될 때 당연히 갑갑한 마음이 들고 찜찜한 느낌이 남기도 한다. 이 처럼 원래 갑갑할 수밖에 없는 정치를 스포츠와 혼동해 승부를 명명백백 하게 내려 할 경우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은 심해진다. 이쪽저쪽 다독이며 중용과 조정의 미학을 실천해야 할 정치를 포기하고 내 입장을 절대적으로 고수, 관철시키려 할 때 다른 사람들이 흔쾌히 따라올 리 없다. 그들도 각자의 입장을 밀어붙여 승리를 얻고자 할 것이다. 서로 이기려는 독선과 독선이 부딪치면 상황은 결국 극심한 대립 국면에 빠지고 한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교착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요즘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이 이를 잘 예시해 준다. 세종시 수정론자들과 원안론자들은 정치를 포기하고 승패 내기에 매몰되어 있다. 전자는 국가 백년대계의 기치 하에 수정안만이 해답이라고 강공을 펼치고 있다. 후자는 약속에 대한 신의를 모토로 삼아 원안을 절대 고수하고 있다. 중간적 절충안은 배신이니, 물타기니, 임기응변이니 양쪽에서 다 매도되고 있다. 양 진영은 자기네가 이겨야 한다는 구호만 외쳐댈 뿐, 서로 마음이 열린 대화를 통해 중간지점을 찾는 정치적 노력은 시도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이기고 상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운동선수 같은 승부사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한, 암담한 대립과 교착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절충하고 양보해야 하는 만큼 정치는 스포츠 같은 흥분을 낼 수 없다. 지루하기도 하고 갑갑하기도 하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이러한 정치를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며 척척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성과주의적 국정운영을 예찬한다. 그러나 승부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이긴 측은 감동과 쾌감을 느끼지만, 패한 측은 억울하고 우울하다 못해 분노로 떨게 된다. 일방적 국정운영으로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측이 있는 반면 불만감, 소외감, 심지어 적개심에 사로잡히는 패한 측도 있다. 정치는 이처럼 승패를 확 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끌어안으며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중간적 조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정치인이 운동선수와 달라야 하는 이유, 정치인이 극적 성취감보다는 차분한 중용의 미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도 성급함보다는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 하겠다.
  • 중진협 친이·친박·중립 2명씩

    세종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한나라당 중진협의체가 4일 윤곽을 드러냈다. 친이·친박·중립계를 대표하는 3선 이상 의원 6명이다. 친이 쪽에선 이병석·최병국 의원, 친박에선 이경재·서병수 의원, 중립파로는 원희룡·권영세 의원이 선발됐다. ‘수정안+7개 헌법기관 이전’을 제안했던 김무성 의원은 친박계의 거부감으로 이름이 빠졌다. 협의체는 늦어도 오는 8일쯤 회동을 갖고 운영 및 논의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계파 간 극명한 인식 차이를 좁히기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많다. 친이·친박 쪽 참여 의원이 하나같이 강성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경재 의원은 “무엇을 생산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친이 쪽은 ‘수정안의 틀을 깨지 않는 절충’을 꾀하고 있고, 친박은 ‘절충안은 또 다른 수정안일 뿐’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선 중진협의체 출범이 계파 간 합의 도출 과정이라기보다 ‘당론변경→국민투표 또는 수정안 포기’라는 출구전략의 중간단계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친이 주류인 박순자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청와대의 동계올림픽 선수단 환영 오찬에 참석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이례적으로 치켜세우며 친박계를 압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법안 부결을 이유로 본회의장에서 철수한 다음날 청와대 행사에 참여한 것은 어려운 결정”이라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초당적 자세, 유연한 사고, 폭넓은 아량”이라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이틀만에 잠복… 靑 국민투표론 득실 득실

    이틀간의 ‘해프닝’으로 끝나나, 아니면 일정한 효과를 거뒀나? 청와대발(發) 세종시 ‘국민투표’론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일단 정지’ 신호를 보내면서 휴지기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8일 이동관 홍보수석의 “때가 되면 중대결단” 발언으로 불거진 이후 외견상 이틀간의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묘한 시점에 청와대가 세종시 해법으로 마지막 카드(국민투표)까지 열어보인 것을 놓고 청와대와 여권 주류 쪽의 득실(得失)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가 국민투표 문제를 공론화하면서 관심끌기에 성공한 것은 ‘득’으로 볼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투표 대상이 되는지, 또 된다면 언제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 안팎에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국민투표 추진이 여론파악을 위한 청와대의 ‘애드벌룬 띄우기’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 지명 이후 6개월을 넘기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여 가던 세종시 논의에 다시 한번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눈에 띄는 가장 큰 긍정적인 효과는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진검(眞劍)승부’할 것이며, 결코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대목이다. 마지막에 수정안 포기냐, 국민투표냐 하는 양자택일에 몰렸을 때 이 대통령이 결국 국민투표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세종시 출구전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누렸다. 반면 잃은 것도 많다. 청와대에서 국민투표론이 흘러나오면서 청와대·여권 주류와 친박(박근혜)계의 불신의 골은 더 깊어졌다. 친박계에서는 미리 결론(국민투표)을 다 내놓고, 당에 공을 넘기는 시늉만 했을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타이밍도 나쁘다. 세종시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당의 중진협의체가 구성되기도 전에 국민투표설(說)이 터져 나왔다. 세종시 논쟁의 ‘전장(戰場)’이 확대된 것도 반길 일이 아니다. ‘여여(與與)갈등’으로 일관하던 세종시 논쟁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민주당 등 야권이, 국민투표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내부의 불협화음과 이견이 드러난 것도 대표적인 ‘실(失)’로 꼽을 수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3일 “청와대 내에서 국민투표를 검토한 것은 1월 말~2월 초의 일로 이미 끝난 얘긴데, 지금 검토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한 것”이라며 “그러잖아도 ‘뒷조사’설까지 제기하며 불만이 많은 친박계에, 절충안을 거부할 수 있는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6·2 지방선거 현장] 전북지사 민주후보 3파전 제주지사엔 여야6명 나서

    [6·2 지방선거 현장] 전북지사 민주후보 3파전 제주지사엔 여야6명 나서

    ‘6·2지방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예상자들이 마음을 굳히고 있다. 현직 지사가 불출마를 선언한 제주에서는 3일 우근민(68·민주당) 전 제주지사를 비롯해 강택상(60·한나라당 입당 예정) 전 제주시장, 강상주(56·한나라당)전 서귀포시장, 김경택(55·한나라당) 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고계추(65·한나라당 입당 예정) 전 제주개발공사 사장, 고희범(57·민주당) 전 한겨레 신문 사장 등이 출사표를 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현명관(69) 삼성물산 고문, 김한욱(61) 전 제주도행정부지사, 김우남(57)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복 前장관 “충남지사 도전” 전북지사 민주당 후보는 3파전을 띠고 있다. 김완주 지사와 정균환 전 의원에 이어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민주당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유 교수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전북의 발전과 민주당을 살리려고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당선되면 전북을 동아시아 지중해 시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종근 전 지사의 친동생인 그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경제자문 역할을 할 정도로 국내외 경제통으로 통한다. 충남에서는 이태복(59)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자유선진당 입당과 함께 충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최근 중국의 급격한 추격으로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정부의 대처가 미흡해 풍전등화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충남도정을 맡아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도민생활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도지사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약으로 복지충남 실현, 10만개 일자리 창출, 16개 시·군 영농사업단 조직 등을 내놓았다. ●참여정부 靑참모 2명도 출사표 전직 청와대 참모들도 가세했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차성수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3일 민주당에 입당, 6·2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처장은 “이명박 정부 심판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방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뛰겠다.”며 성남시장 선거 출마 뜻을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때 부처별로 설치돼 있던 기자실을 정부청사 합동브리핑센터로 통합하는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도입했다. 부산 동아대 교수로 재직해온 차 전 수석은 서울 금천구청장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충북지역에선 출마자들이 민주당으로 몰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충북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예비정치인들이 당선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제1야당을 선택하는 것이다. 현직 기초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사례도 있다. 도내 12개 시·군 기초단체장 선거 예비후보 등록자는 총 8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민주당, 1명이 한나라당이다. ●충북 기초단체장 후보 민주당에 몰려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 28개 선거구에서 48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는데 한나라당이 12명에 그친 반면 민주당이 29명으로 2배 이상 많다. 기초의원 후보는 한나라당 35명, 민주당이 25명으로 여당이 다소 많다. 한나라당 소속 한 도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당선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 등으로 인해 충북민심이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리면서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며 “민주당 인기가 올라가면서 음성군수 후보의 경우 공천신청자가 8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청주 남인우기자 kkhwang@seoul.co.kr
  • [사설] 민생 외면하고 보좌관 늘린 몰염치 국회

    정략보다 민생을 뒷전에 놓는 국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그제 고용보험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을 대부분 처리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다. 그 와중에 용케도 의원 보좌관 증원 법안은 여야가 한통속이 돼 통과시켰다. 민생을 살피는 데는 게으르면서 자체 권익 증진에는 발빠른, 몰염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까지 추태를 연출했다. 민주당 측이 내놓은 학교체육법안이 본회의 파행의 불씨가 됐다. 한나라당 측이 법안심의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제동을 걸자 민주당이 반발해 퇴장하면서다. 더욱 딱한 일은 거여(巨與)인 한나라당이 재적 과반인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본회의를 자동 유회시킨 점이다. 학생인 운동선수가 일정 학력수준에 미달할 경우 대회 출전을 제한토록 한 학교체육법안은 그다지 시급한 법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로 인해 여야는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68건 중 겨우 28건만 처리하고 말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비본질적 기싸움을 한 꼴이다. 여야는 이토록 비생산적인 회기를 마치고 뒤늦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방전을 벌였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지난달 초 여당이 회기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중점처리법안 114건을 포함해 여야가 발표한 민생법안은 208건이었다. 그러나 외교통상위를 통과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큰 북한인권법안은 차치하고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 민생법안이 부지기수였다. 회기 내내 세종시 공방으로 허송세월하다 이중 겨우 19건을 처리했을 뿐이다. 회기 마지막날 본회의 파행은 방학 내내 놀다 개학 하루 전에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게으른 학동들보다 더 한심한 행태가 아닌가. 더욱 혀를 찰 일은 세종시 문제로 치고받으면서도 의원들의 숙원이었던 보좌관 증원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사실이다. 낯뜨거운 드잡이를 하다가도 세비를 올리거나 외유에 나설 때는 쉽게 의기투합했던 구태 그대로다.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놓고 슬그머니 제 주머니를 채운 형국이다. 말로만 민생 우선을 운위하면서 당략과 의원 개인의 잇속을 앞세우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의회민주주의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 다시 빼든 민주 ‘水攻카드’

    민주당에 ‘4대강’은 안타까운 ‘카드’이다. 전국적인 반대 여론을 등에 업고도 지난해 말 예산 국회에서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을 막지 못했다. 이후 정국은 세종시 국면으로 흘렀고,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간 충돌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시민단체·종교계와 연일 반대집회 그러나 6·2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민주당이 다시 4대강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찬반 여론이 팽팽하지만 4대강 사업은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고, 시민단체 및 종교계와 손을 잡을 수 있어 선거 쟁점으로 밀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고 민주당은 판단한다. 특히 국내 최대 유기농산물 단지인 한강 팔당 지역에선 민주당과 시민단체, 종교계가 공동으로 연일 반대 집회와 종교 행사를 열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최근 회의에서 “공사가 진행될수록 정부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더 많이 드러날 것이고, 인접 지역 단체장이 공사 및 퇴적토 처리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어 해당 지역에선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사에 따른 수질악화와 중금속에 오염된 오니토(퇴적오염토) 문제, 홍수 등 환경 파괴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4대강 사업 예산을 확보하느라 복지·교육·일자리 예산이 삭감됐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작정이다. ●“낙동강 오니토 발암물질 20배” 민주당이 예산 국회 이후 구성한 ‘4대강 사업 저지 특별위원회’의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위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낙동강 공사 현장에서 채취한 오니토 수질검사 결과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이 기준치의 20배 이상 검출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지난 1월 낙동강 함안보 근처에서 채취해 부산 동의대학교 등에 의뢰해 나온 분석 결과를 보면, 디클로로메탄이 하천수질환경기준(건강보호기준) 0.02㎎/ℓ의 20.7배인 0.414㎎/ℓ 검출됐다. 디클로로메탄은 유기 할로겐 화합물에 속하는 독성의 무색 휘발성 액체로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발암 가능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부유물질(SS)은 2127.6㎎/ℓ, 총질소는 32.07㎎/ℓ로 각각 기준치의 85배, 80배를 넘었으며, 오니토 내 수분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각각 기준치의 3.45배, 17.24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위 집행위원장인 이석현 의원은 “오니토의 양은 낙동강에서만 남산 크기의 8.5배나 될 것”이라면서 “오니토를 깨끗한 모래층이 덮고 있는 만큼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세종시 국민투표의 함정

    [김형준 정치비평] 세종시 국민투표의 함정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주 닷새 동안 세종시 문제를 다루는 의원총회를 가졌다. 의총 이후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 대신 중진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어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기류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세종시 국민투표 시사’ 발언이 나오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지금처럼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계속 흐지부지하면 (대통령이) 적절한 시점에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세종시 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대체로 이 발언을 “세종시 수정안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설 이후 정부 기대와는 달리 수정안 찬성 비율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지만, 세종시 해결책으로 국민투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이런 발언의 배경일지 모른다. 여기에 세종시 원안 당론 변경이 결코 여의치 않고, 6월 지방선거 이후 ‘제한적 개헌’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을지 모른다. 수정안 관철을 위해 우회 상정하려고 하는 정부의 고충을 알겠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투표’는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고 세종시만 부각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이로 인해 공천은 졸속으로 이뤄지고, 비전과 정책보다는 연고와 인물에 투표하는 전근대적인 행태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 밖에도 정당정치가 훼손되고 부정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한 안건을 국민투표로 가져간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세종시 수정안은 법률을 제·개정해야 하는 문제로 국회가 전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수정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국회에서 다시 표결처리해야 하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투표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60.7%)였다. 다만, 절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56.6%가 찬성했다. 이런 맥락들을 종합해 볼 때 한나라당이 지방선거를 앞둔 현 단계에서 세종시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친이-친박 모두 한발짝씩 양보해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 3월 말을 시한으로 중진협의체에서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절충안은 원안의 정신을 살려 행정부처 이전 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수정안의 핵심인 행정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절충안이 3월 안에 도출되더라도 당론 투표나 국회 표결은 지방선거 이후로 미룰 필요가 있다. 무리한 표결 시도나 강제적 당론은 당을 엄청난 분열사태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책과 비전이 사라지면 불행한 일이다. 한편, 3월까지 절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세종시 논의를 중단하고 4월부터는 지방선거에 전념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정당과 후보들은 경선과 본선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몇 시간이고 토론하자고 공식 제안할 필요가 있다. 토론 내용을 전국에 생중계해서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공적이다. 토론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박 전 대표의 결단에 달려 있다. 세종시 문제를 통해 대통령만이 아니라 박 전 대표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리더십을 검증받고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논쟁이 생기면 측근들을 통해 간헐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신비주의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과 대담하게 소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의원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있는 토론이 성사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야당과 친박을 자극하는 국민투표 거론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지방선거는 뒷전으로 밀리고 세종시만 부각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 청와대發 국민투표설 요동

    청와대發 국민투표설 요동

    청와대발(發) ‘세종시 국민투표설(說)’에 2일 여의도가 요동쳤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야당이 들썩였다. 친이 주류는 파문 차단에 애쓰면서도, 청와대의 미숙한 정무 대응 능력을 나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진화에 나섰다. 친박 의원들은 “한쪽에서 운 띄우고 다른 쪽에선 발 빼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고 비난했다. 한선교 의원은 사안의 진원지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명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과거 ‘외신 보도파동’ 등을 거론하며 “사퇴시킬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가세했다. 친박 성향 중립인 이한구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의 국민투표 회부는 국회를 부정하는 자세이자 비겁한 생각”이라면서 “수정안이 결정되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다음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최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9.7%까지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청와대에 확인했는데 (국민투표는) 사실무근이고, (발언을 한) 청와대 관계자도 세종시 상황이 너무 답답하니까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 그냥 해프닝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태근 의원도 “대통령 의사를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거들었다. 고승덕 의원은 “친박계에 대해 너무 반대만 하지 말라는 압박용이지 문제해결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청와대 참모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모든 게 수순이 있다. 어렵사리 끝장 토론을 마치고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일을 꾸려 가려는데, 다 망쳤다.”며 혀를 찼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간 주례회동에서 ‘한나라당 내 세종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6·2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추가로 보도되자, 이 대통령이 나서 “현재 국민투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당에 위임한 상태인 만큼 당이 치열하게 논의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다.”며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국민투표 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도 했다. 다만 ‘현재’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청와대가 ‘중대 결단’ 운운했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으로, 정권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면서 “세종시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단할 것은 백지화 선언 철회”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국민투표의 정확한 개념도 모르고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이 국민투표를 함부로 떠들고 다닌다.”면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이더라도 입법으로 제·개정할 수 있는 중요 정책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는 무모한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2월 국회’도 민생 허탕

    ‘2월 국회’도 민생 허탕

    세종시 논란만 부각돼 민생 현안이 외면당했던 2월 임시국회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여야가 이번 회기를 시작하면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민생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야 의원들의 숙원이던 보좌관 증원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돼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는 당초 회기 마지막날인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 68건을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학교체육법안’ 부결에 항의해 퇴장, 법안 39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본회의가 유회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철거 시 철거민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에 관한 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1년 만에 본회의에 넘겨졌지만 무산됐다. 용산 재개발지역 화재 참사 이후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었다. 박람회장 건설기간을 줄이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2012 여수세계박람회 지원특별법 개정안’도 안건으로 올랐지만, 역시 처리되지 못했다. 박람회장 완공까지는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민생법안의 처리율도 매우 낮았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초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점처리법안’ 114건을 발표했다. 민주당도 ‘브랜드 법안’과 ‘중점추진법안’ 등 94건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주로 일자리, 서민, 복지, 경제활성화 등과 직결된 법안들이다. 하지만 여야가 발표한 민생법안 208건 가운데 이번 회기에 처리된 법안은 19건에 그쳤다. 100점 만점으로 치자면 9점 밖에 안 되는 ‘낙제’ 수준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세종시 논란이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을 집어삼켰다.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열릴 시간에 각 당이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나 토론회를 진행해 정족수 부족 등으로 법안처리가 지연되기 일쑤였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18세 이상 장애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는 장애인에게 매달 연금을 주는 ‘장애인연금법안’ 등은 일정 수준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논의 부족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여야가 회기 중 합의한 ‘일자리 특위’도 첫 회의조차 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을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때는 6월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회는 이날 본회의 정회 직전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재석 188명 가운데 164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4~9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보좌직원을 현행 6명에서 7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경남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세 번째로 처리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출범 앞둔 與중진협의체 시나리오

    한나라당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논란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친이계에서는 몇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정태근 의원은 2일 원안에 대한 수정논의가 중진협의체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당 지도부에 표결을 건의하는 방법과 친이계와 중립 진영 의원들의 의견만으로 새 당론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예상했다. 친박계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하는 것도 가능성의 하나로 제시했다. 김영우 의원은 “중진협의체가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절차를 정해 줄 수 있다는 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내부적으로는 중진협의체가 중재에 실패하더라도 절차적인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창구로서의 의미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 관련 5개 법안을 철회한 뒤 중진협의체를 만들면 모를까 이미 입법예고까지 마쳐 놓고 당장 내일이라도 법안을 국회로 보낼 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눈에는 중진협의체가 속임수로 비칠 수 있다.”고 일축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친이계가 중진협의체를 징검다리 삼아 ‘당론변경 표결→국민투표 부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친이·친박 간 인식 차가 극명한 가운데 당 최고위원회는 3일 중진협의체 구성 방안을 처음으로 논의한다. 당 지도부는 주내 10명 안팎의 중진협의체를 띄울 생각이다. 협의와 중재안 도출의 시한은 대체로 이달 중순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진협의체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 내에서는 지난주 중진협의체를 제안할 때만 해도 6~9명 선에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틀이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이날까지도 중진협의체의 성격이나 활동방법은 물론 구성 방법 등이 면밀하게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최고위원도 “지도부에게 중진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MB연설문 키워드 ‘국민통합·화합’

    MB연설문 키워드 ‘국민통합·화합’

    이명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국민통합과 화합’이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이 대통령 앞에는 세종시 논란을 비롯, 최근 불거진 ‘제한적 개헌론’ 등 여러 난제가 놓여 있지만, ‘통합의 정치’를 통해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연설 곳곳에서 이런 기류가 읽힌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가 되어 더 큰 가치 속에 화합하는 공화(共和)의 정신”, “숱한 대립과 분열을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국민통합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왔다.”, “3·1운동의 대승적 화합정신을 계승·승화하는 길” 등을 강조한 대목들이다. 3·1운동 당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또 천도교, 기독교, 불교신자들이 종교의 차이를 넘어 ‘조국 광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투쟁했던 역사를 자세히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해법을 못 찾고 있는 세종시 문제 역시 국민통합의 연장선상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세종시’라는 단어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조화’, ‘화합’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설명할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나왔던 ‘국가 백년대계’라는 표현도 세 번이나 나왔다. 당초 청와대에서 검토한 연설문 말미에는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있었다.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 커다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28일 저녁 이 대통령이 최종 원고를 점검하는 독회과정에서 ‘최종 결과에 승복함으로써’라는 문구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실제 연설에서도 빠졌다. 한나라당 내 친박(박근혜)계가 수정안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최종결과에 승복할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어 친박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남한을 진정한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핵을 포기하는 대신 상생발전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남북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 현안을 진지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기념사 전반에 흐르는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1절 기념사에 구체적인 대일(對日) 메시지가 담기지 않은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 대통령의 실용노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올 기념사에서는 ‘사회통합’과 ‘공존공영’의 정신 두 가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일본에 대한 메시지는 이미 취임 후 여러 차례 (대통령이) 밝혔고, 진정한 과거사 해결과 청산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이미 일본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지금의 백년대계 논쟁 극복할 것”

    “지금의 백년대계 논쟁 극복할 것”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1일 “지금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혜롭게 극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 수정안이 긍정적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91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숱한 대립과 분열을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 국민통합의 발전과 원동력으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다양한 생각은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뤄야 한다.”면서 “이것이 3·1운동의 대승적 화합정신을 계승, 승화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정신은 국민의 민생 향상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 존중하며 생산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실용주의 정신이기도 하다.”면서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대립과 갈등으로 국민이 분열돼선 선진화의 길을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살리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오기도 한다.”면서 “오늘의 변화 없이는 내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 “남북 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단지 경제협력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되어야 하며 당사자인 남북간의 여러 현안을 진지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그랜드 바겐(북핵 일괄타결)’도 함께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뉴스&분석] 세종시 ‘마침표 찍기’ 나섰나

    [뉴스&분석] 세종시 ‘마침표 찍기’ 나섰나

    1일 정치권에서는 세종시와 관련한 전날 청와대의 ‘중대 결단’과 ‘절차적 추진’ 발언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세종시 수정 문제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한나라당내 친이계와 친박계는 제각각 해석을 달리하며 복잡한 셈법에 들어갔다. 두 계파 간 공통된 해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결론을 짓기 위한 수순밟기에 나섰다.’는 정도다. 세종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주에 가동될 중진협의체의 논의 과정에서 계파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 절차적 해법의 필요성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친이계는 중진협의체에서도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내 자율 조정 능력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고, 그때가 되면 ‘대통령의 결단’이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친이계 진수희 의원은 “중진협의체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들 말하지만, 그래도 논의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3월 중진협의체 논의 지지부진→4월 청와대 결단’이란 시나리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는 역으로 중진협의체에서 두 계파가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온다면,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만남으로 극적인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다만 중진협의체 논의 이후 세종시 국민투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친이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국민투표가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이나 반(反)MB 투쟁 연대로 비화할 수 있고, 국론이 분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이계 김영우 의원은 “청와대는 차기 대선에서 세종시 문제가 더 이상 공약화될 수 없도록 문제를 종결짓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지금의 정치권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란 시각에서 국민투표를 생각했을 것”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친박계는 청와대의 기류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와해시키려는 정치공학적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본다. 국민투표론이 세종시 출구전략인 동시에 ‘박근혜 죽이기’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얘기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청와대는 세종시에서 개헌으로 이미 말을 갈아탄 상황”이라면서 “국민투표는 수정안 철회를 극적으로 선언하기 위한 성동격서 차원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친박 성향의 중립파인 이한구 의원은 “수정안은 정부가 국민투표 운운하며 밀어붙일 성격이 아닌데도 무리하게 추진하려 들기 때문에 ‘음모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국민투표의 현실화 가능성에도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고 있다. 유정복 의원은 홈페이지에서 “‘절차적 추진’이 국민투표를 시사하는 것이라면 정부가 국정혼란과 국론분열을 일으키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나라가 거덜날 수도 있는 판단 오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남경필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의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행정부처는 물론 청와대·국회·대법원까지 모두 옮기는 수도이전을 연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사설] 세종시 해법 ‘여의도 정치’ 포기하긴 이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돼 온 세종시 국민투표론이 급기야 청와대로 옮겨붙었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그 가능성을 들고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대통령의 중대 결단’이라고 했을 뿐 국민투표란 말을 한마디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아닌 절차’ ‘수정안이 되는 방향’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국민투표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언급을 했다. 그는 “때가 되면”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중대 결단’ 운운하는 자체부터 아직 때가 아니다. 국민투표는 정치적 파괴력이 워낙 엄청난 사안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투표를 선호하는 응답이 더 많다. 하지만 정치권이든 청와대든 국민투표를 결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나 국론 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국민투표 대상이 되느냐를 놓고 헌법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찬반이 팽팽한 게 현실이다. 헌정 사상 치러진 6차례의 국민투표 가운데 정책 사안을 결정하기 위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자칫 정치 분열을 국민 분열로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청와대에서 “국민투표 검토는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그 파장을 우려해서가 아닌가. 중진협의체가 이번 주부터 가동된다. 친이-친박-중립 의원 등 3자간에 윈-윈할 수 있도록 솔로몬의 해법을 모색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마지막으로 만나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중진협의체에서 단초를 찾아내는 게 주어진 역할이다. 벌써부터 고개를 드는 ‘중진협의체 무용론’을 무색하게 하도록 실천적 노력을 내보여야 한다. 청와대발(發) 국민투표론을 놓고 진의냐 아니냐,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건 또 다른 소모전일 뿐이다. 국민투표론은 정치권이 자초했다. “오죽하면 국민투표까지 거론되겠느냐.”는 청와대 측 토로가 오히려 솔직하게 들린다. 정치권은 세종시와 관련된 모든 논란의 원인 제공자임을 인식하고 대오각성해야 한다. 국민투표론은 그 논란을 하루빨리 종결지으라는 경고이자 촉구다. 청와대의 기세를 보면 결단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 전에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 때까지 여의도 정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 기념사 정치권 반응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야권은 1일 이명박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의 대승적 화합 정신’을 강조하자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포기하라는 압박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 말씀은 지당하다.”면서도 “진정한 조화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정도(正道)로 갈 때 가능하며, 더욱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며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반면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대통령 말씀은 원론적인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민주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이념논쟁 중단’, ‘서로를 인정, 존중’이라고 말한 것은 세종시 백지화 추진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3·1운동은 범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이지 이념논쟁을 중단하자는 운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 대로 서로를 인정, 존중한다면 일본제국주의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노영민 대변인은 대통령이 3·1운동의 정신을 ‘관용과 포용’으로 정의한 것에 대해 “식민지 백성이 일본제국주의를 포용하고 관용해야 했나.”면서 “과거와의 분명한 단절 없이 미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세종시 수정안을 꺼내 들어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국민화합을 방해한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투표를 암시하는 듯한 중대결단설까지 퍼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바로잡지 않으면 반동의 역사가 거듭된다는 게 인류사의 교훈”이라면서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호시탐탐 도발을 획책하는 몰염치한 국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홍성규기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디자인 서울’과 드레스덴/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1995년 통독 과정 취재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다. 엘베강의 유람선에서 바라본 고도 드레스덴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먼 발치 풀밭에서 전라로 해바라기를 하는 여인들도 눈에 들어왔다. 혹시 야릇한 상상을 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정작 놀란 일은 따로 있었다. 2차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유적들이 철거되기는커녕 검게 그을린 벽돌 한 장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15년여 세월이 흐른 지금. 드레스덴은 세계적 첨단기업도시가 된 모양이다. 얼마전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의 모델로 언급할 정도였으니까. 당시 총리실은 세종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드레스덴과 미국의 RTP(Research Triangle Park) 등을 꼽았다. RTP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인 롤리 등 3개 도시를 잇는 연구단지를 가리킨다. 이후 쏟아진 국내언론의 르포 기사에서 드러난 드레스덴의 발전상은 가히 눈부셨다. 막스프랑크 연구소 등 세계적 연구기관들에다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 유수의 기업들을 유치해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로 탈바꿈해 있었다. 히틀러 치하의 상흔이나 동독 시절의 황폐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드레스덴이 첨단기업도시 ‘그 이상’임은 뒤늦게 알았다. 며칠 전 서울시의 세계디자인수도(WDC) 서밋 행사가 끝난 직후. 인사동에서 국제자문단 인사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옆자리의 유럽 공공디자인 전문가에게 “도시 디자인의 관점에서 서울에서 무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느냐?”고 묻자 “바로 이 꼬불꼬불한 인사동 골목”이란 답이 돌아왔다. 무릎을 쳤다.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흐르는 디자인이야말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인 서울의 디자인 혁신에 승부를 건 오세훈 시장의 개발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다. ‘성냥갑 아파트’ 건축을 억제하고 흉물스러운 간판을 정비하면서 도시 외양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쳐선 안 된다. 역사적 아이콘마저 단지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갈아엎고 그 자리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세우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드레스덴의 유서 깊은 프라우엔 교회가 폭격으로 타버린 돌조각을 모아 2005년 60년 만에 복원됐다고 한다. 드레스덴이 독일 최대 관광도시가 된 게 우연이 아닌 셈이다. 모쪼록 서울도 역사와 녹색, 그리고 첨단이 적절히 버무려진 도시로 디자인되길 빌 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戰雲 감도는 6월공천

    한나라당 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 내홍이 오는 6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또다시 부각될 조짐이다. 기초단체장 공천이 관건이다.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의 지역구가 같은 기초단체장 선거구에 속해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선거구는 서울 도봉갑(친이 신지호)-도봉을(친박 김선동), 서대문갑(친박 이성헌)-서대문을(친이 정두언), 강서갑(친박 구상찬)-강서을(친이 김성태), 서초갑(친박 이혜훈)-서초을(친이 고승덕), 강동갑(친박 김충환)-강동을(친이 윤석용)을 비롯, 전국적으로 10곳 안팎에 이른다. 한 당직자는 28일 “세종시 정국에 가려 있어서 그렇지, 벌써부터 해당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 간, 당협위원장과 현직 기초단체장 간 갈등과 잡음이 들려온다.”고 전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계파 간 ‘텃밭 다지기’ 성격도 띠고 있어, 공천 작업이 구체화하면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지난주 세종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을 거론하며 ‘공천 학살’이라고 공언하는 등 한차례 앙금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초단체장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간 충돌 조짐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작업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 지도부와 당내 당헌·당규개정특위가 국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친박계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중앙당 국민공천배심원단이 기초단체장 공천심사에 참여하도록 한 게 화근이 됐다. 친박계는 “시·도당의 공천 권한을 중앙당이 가로채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난했다. 당헌·당규개정특위에서는 친박계 의견을 감안, 기초단체장 공천 심사를 시·도당 배심원단에 맡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정몽준 대표 등 지도부의 반대로 최초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신 당협위원장의 의견 개진권을 보장하고, 전략공천 지역과 당협위원장간 의견이 엇갈릴 때만 중앙당 배심원단의 심사권을 유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명문화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시·도당 공천심사위에서 여론조사 등 확실한 원칙을 갖고 풀어가면 될 문제를 왜 중앙당 문제로 확대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의도를 감추기 위해 국민공천배심원제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라면 패자의 승복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공천 불복→무소속 출마→당선 뒤 복당’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暗雲 드리운 중진협

    暗雲 드리운 중진협

    한나라당이 이번주에 세종시 논쟁 2라운드의 막을 올린다. ‘끝장토론’에 이어 이번에는 ‘중진협의체’가 뇌관이다. 정미경 대변인은 28일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오는 4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등에서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최고위원·중진회의서 본격 논의 당 주류는 수정안 관철을 원칙으로 하되, 수정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면 절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자세다. 친박은 절충안 역시 ‘수정안의 아류’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친이계와 친박계 양쪽 모두 비관적이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중진협의체에서 큰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친박 쪽에서 수정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절충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당론변경을 위한 표결절차를 밟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다음 단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중진협의체가 구성되면 친박계에서도 일단 참여는 하겠다는 분위기이지만, 결국 당론 변경을 위한 표결이라든지 수정안 관철을 위한 수순에 불과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의원은 “친박계는 절충안을 만들겠다는 시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결국 시간을 벌기 위한 중간단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중진 박종근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많은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참여는 할 것으로 보지만 그래도 당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 중진협의체를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친박계에서도 누가 참여할지 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아예 “어떤 기구를 만들 건 세종시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3월 둘째주 표결說 솔솔 이 같은 인식 때문인 듯 친이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3월 둘째주 당론 표결 강행’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군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협의체를 구성·운영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당론은 의원 개개인의 의사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친이계 의원은 “협의체가 구성되고 2~3차례 회의를 하면 (절충이) 잘 안 되는 걸로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면 이달 둘째주 정도에는 우리가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협의체를 당론변경 표결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영남의 한 친박계 의원은 “당론 표결을 강행하려는 구실은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면담을 주선하거나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특위 같은 기구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라면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세종시 국민투표 시사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8일 세종시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때가 되면 세종시와 관련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종시 발전안(수정안)이 되는 방향으로, 절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대 결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라는 직설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그간 공식 부인해온 국민투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최근 한나라당 주류 일각에서 ‘국민투표’가 세종시 해법으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이 관계자는 “당의 중진협의체에서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겠지만, (결과가) 지지부진하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친이(이명박)계와 친박(박근혜)계의 의견조율이 어려워지면서, 친이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로 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 원안을 ‘수도분할’로 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헌법 72조)는 항목 중 ‘국가안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물론 민주당 등 야권은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당론조차 마련하지 못한 사안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도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다음주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뒤 충남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세종시와 관련한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대통령 주재 여야 토론 국민이 지켜본 美 정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국을 보라.’고 하지만, 정말 봐야 할 주체는 우리이며, 봐야 할 대상은 미국, 특히 미국의 정치인지 모른다. 어제 백악관 영빈관에서 장장 7시간30분 동안 펼쳐진 역사적 토론은 왜 미국인지, 왜 미국 정치인지를 보여 준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공화당의 상·하원 원내대표, 그리고 각 상임위원장 등 40여명의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미국 사회의 최대 쟁점인 건강보험 개혁에 대해 말 그대로 끝장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CNN과 MSNBC 등 주요 뉴스채널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정치 이벤트에 불과하다거나 접점을 찾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으나 우리가 새겨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그들은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으면서도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켰고, 토론의 룰을 따랐다. 시시콜콜하다 싶을 정도로 건강보험 개혁안의 세부내용에 대해 논란을 벌이면서도 토론 사회를 본 오바마 대통령은 양측이 동의하는 내용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접점 쌓기에 진력했다. 의견이 다르다 싶으면 토론은커녕 아예 네 편 내 편을 갈라 빗장부터 걸어 잠그는 우리 정치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문화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닷새간의 세종시 의원총회를 어제 끝냈다. 비록 친이·친박 진영의 접점 없는 공방 속에 친박진영 뒷조사 논란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도 나왔으나 나름의 의미도 컸다고 본다. 대치와 충돌에 익숙한 우리 정치문화에서 그나마 양측이 머리를 맞댔을뿐더러 중진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하는 등 소득도 거뒀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집권세력이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중지를 모아 나가는 과정은 비단 그들의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을 넘어 한국 정치의 격과 직결되는 일이다. 모쪼록 ‘한국 정치를 보라.’는 말이 나올 만한 대화와 타협, 승복의 정치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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