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조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반짝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무기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푸른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 팝업
    2026-03-0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937
  •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해를 처음 만나다, 동해 그곳에서

    북방교역의 전진기지이자 환동해권의 중심 도시로 강원 동해시가 뜨고 있다. 인구 9만 5000여명, 면적 180.2㎢의 바닷가 작은 도시지만 이미 동해항에서 금강산 관광의 첫 뱃고동을 울렸다. 지금은 한·러·일을 오가는 크루즈 페리가 운항되고 있다. 동쪽으로는 푸른 동해를,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둘러 바다·산·계곡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갖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무릉계곡 명승지와 동해안 최대 백사장을 자랑하는 명사십리 망상해수욕장, 국내 유일의 석회암 수평 동굴인 천곡천연동굴, 추암 촛대바위,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 등이 대표 관광지다. 묵호항에서 대진항까지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어항에서는 곰치국, 대게, 산오징회, 물회, 해물찜뿐 아니라 수많은 횟감과 러시아산 동해 대게가 관광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바닷가와 인접한 도로를 따라 줄곧 이어지는 명태·오징어 말리는 어촌 풍경 길도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다. 전국 5대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북평민속장에 들러 다양한 지역 특산품과 민속 음식도 즐길 수 있는 정감 어린 동해시로 여행을 떠나 보자. >>볼거리 ●사진작가 사로잡은 일출 명소 ‘촛대바위’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주변의 각종 기암괴석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촛대바위가 감탄을 자아낸다. 추암해변 북쪽 바다에는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형제바위·거북바위·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모양의 기암이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히 촛대바위는 떠오른 태양이 바위 꼭대기에 걸리면 마치 양초에 불을 붙인 것처럼 보여 장관이다. 사진작가들이 단골로 찾는 최고의 출사 장소로 손꼽힌다. 촛대바위 덕분에 추암해변은 동해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돋이 명소로 알려졌다. 해변 남쪽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하게 해를 맞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곳이다. 조선 세조 때 한명회는 강원도 제찰사로 있으면서 추암해변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인의 걸음걸이’라는 뜻으로 능파대라 부르기도 했다. 인근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 시조인 심동로가 관직에서 물러난 후 후학 양성을 위해 건립한 지방문화재 해암정이 있다. ●묵호항의 역사 오롯이 배어 있는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1941년 개항한 묵호항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감성스토리마을에 있다. 논골담길은 묵호항에서 묵호등대로 올라가는 골목길 이름이다. 담 사이로 이어진 길이 좁고 길어 미로와 같다. 최근에는 지역 작가들이 골목길 담에 근래의 역사·문화·생활상을 담은 벽화를 그려 넣어 주목받고 있다. 담에 그린 벽화는 묵호항 개항 이후 판잣집, 어부의 애환, 지천을 이루던 명태·오징어 등 논골담길의 옛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해문화원이 주관한 2010 어르신생활문화전승사업 묵호등대담화마을(논골담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역 어르신들과 예술가들이 참여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제 잿빛 바다라 불리던 묵호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이곳의 사람들은 논골담길이란 이야기로 더 넓은 세상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논골담길을 따라 산비탈을 오르면 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묵호등대에 다다른다. ●금강산 구룡폭포도 부럽지 않은 ‘용추폭포’ 떨어지는 폭포가 바위를 기기묘묘하게 깎아 놓은 곳이다. 용추는 동서 방향의 절리로 형성된 절벽에 따라 소가 형성돼 특이한 경관을 연출한다. 무릉계곡에 나타나는 단애와 폭포 등이 전형적인 화강암 계곡의 침식과 퇴적 지형을 나타내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높은 명승지다. 용이 승천하는 듯한 모양을 지닌 상탕, 옹기항아리 같은 형태의 중탕, 옥색의 큰 소를 이루는 하탕으로 구성돼 있다. 높이가 30m가 넘는 곧게 내리쏟는 폭포의 옆에 서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금강산 구룡폭포에 비견된다. 어느 묵객이 새겨 놓은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대형 석각이 이곳의 자연경관을 대변해 주고 있다. 부사 유한준이 용추(龍湫)라 이름 짓고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수백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 ‘무릉반석’ 무릉계곡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넓은 반석은 석장암동(石場岩洞)이라고도 불린다. 수백명이 함께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은 안반석은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또 암석에 새겨진 갖가지 석각이 이채롭다. 무릉반석 암각서는 동양의 근본 사상인 유불선 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고 인간 만남의 조화, 통일, 일체 화합을 의미하는 글귀로 잘 알려졌다. 반석 위에 새긴 초서체 글자는 높이 3m, 길이 10m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 글씨는 봉래 양사언이 강릉부사로 있을 때 이곳을 찾았다가 썼다는 설과 삼척부사 정하언이 무릉계곡을 찾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동해시는 오랜 세파에 글자가 희미해지고 마모되는 것이 안타까워 1995년 물길이 닿지 않는 곳에 모형 석각을 제작해 놨다. ●4㎞ 넘는 긴 백사장 자랑하는 ‘망상해변’ 얕은 수심, 청정 바닷물, 넓은 백사장, 울창한 송림 등 동해안 제일의 해변을 자랑하는 망상해변은 해마다 600만~700만명의 피서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1등급 관광호텔 등 숙박과 각종 편의시설 확충으로 사계절 관광지로 변모해 가고 있다. 4㎞가 넘는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 떼가 함께하는 조용한 가족 동반 힐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인근에는 국내 최초로 조성된 자동차 전용 오토캠프장이 있다. 울창한 송림과 깨끗한 백사장,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레저 공간으로 캐러밴, 프리텐트촌, 캐빈하우스, 아메리칸코테지 등 안락한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상설캠프장은 자연경관 보존형 시설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가족 단위 휴양 여건이 훌륭히 갖춰진 새로운 레저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국내 유일 도심 속 석회동굴 ‘천곡천연동굴’ 천곡천연동굴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도심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다. 높이 10m, 연장 1.4㎞ 규모의 천연 석회암동굴로 생성 시기는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동굴 내에는 국내에서도 으뜸인 석순과 석주 등이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아직 종유석이나 석순 등 2차 생성물이 있는 동굴 내부는 환상적인 지하 궁전의 세계를 방불케 한다. 동굴은 학술적 가치는 물론 관광 개발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총연장 1.4㎞ 가운데 800m만 단계적으로 개발해 개방하고 나머지 600m는 보존지구로 지정해 관리되고 있다. ●조선시대 문인들 마음의 휴양처 ‘만경대’ 척주팔경의 하나였던 만경대는 광해군 때 김훈이 벼슬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와 창건한 정자다. 정자 서쪽으로는 동해시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는 두타산, 동쪽으로는 동해물류센터 거점 동해항, 정자 아래로는 동해시의 젖줄인 전천이 굽이쳐 흘러 삼척의 죽서루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시인과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삼척부사 허미수가 경관이 수려해 만경이라 불렀고, 이후에 만경대로 바뀌었다. 판서 이남식의 해상명구(海上名區) 현판이 있고 정면에는 향토명필 옥람 한일동 선생의 만경대 액판이 있다.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 ‘동해무릉건강숲’ 동해무릉건강숲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성 질환을 예방하고 교육하는 시설인 강원권역 환경성 질환예방센터다. 하루 1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힐링 숙박동과 테마체험실, 자연식 건강식당, 어린이 건강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다. 무릉계곡에 위치해 최상의 환경 여건을 갖춘 곳이다. 환경성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아토피, 천식 예방관리사업, 건강생활 실천사업 등 건강증진사업과도 접목해 운영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졸중,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는 도심의 오염된 환경을 떠나 몸과 마음의 휴식을 통해 건강을 찾는 전국 제일의 힐링시설로도 운영되고 있다. >>먹거리 ●성인병에 좋은 산지 해산물의 유혹 ‘해물탕’ 동해 연안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대구 등 한류성 어종과 오징어, 꽁치, 고등어 같은 난류성 어종이 풍부하고 어패류도 풍족해 해물을 이용한 탕과 찜 요리가 발달했다. 다양한 어류와 어패류에 갖은 양념과 채소를 곁들여 요리한다. 해산물에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적어 맛이 담백하고 소화도 잘된다. 또한 꽃게, 오징어, 조개류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고혈압, 심장병, 간장병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게에는 핵산이 많이 들어 있어 노화를 방지해 주고, 조개류는 글리코겐과 글리신이 풍부해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시원한 국물을 내는 데 제격이다.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이 한가득 ‘활어회’ 활어회는 동해 청정 지역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동해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주변은 물론 동해안을 따라 2㎞가량 형성된 묵호·어달회타운에서 즐길 수 있다. 대합은 동해에서 흔히 잡히는 조개로 주로 백합이라 불리며 요즘이 제철이다. 호박산이 풍부해 맛이 구수하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청정 동해에서 손낚시로 잡아 올린 가자미 등을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가 제격이다. 작은 생선을 뼈째 통으로 썰어 내면 까슬까슬한 식감과 뼈의 고소함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어 영양에도 좋다. ●한 그릇 후루룩 비우면 숙취 싹 ‘곰치국’ 심해 500m 청정 지역에만 산다는 곰치는 숙취 해소에 좋다. 곰치에 신김치를 같이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면 곰치국이 된다. 곰치는 워낙 살이 흐물흐물해서 씹기도 전에 후루룩 목으로 넘어가는데, 얼큰한 국물과 함께 전날 마신 술이 저절로 해장이 된다. 반찬으로 나오는 가자미회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동해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세조가 세운 ‘깨달음의 사찰’… 연산군 땐 기생 관리 장소로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세조가 세운 ‘깨달음의 사찰’… 연산군 땐 기생 관리 장소로

    한양은 유교를 국시로 내세운 조선의 계획도시였으므로 고려시대 절이 남아 있었다고 해도 훼철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000년이 넘은 불교국가의 전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었고, 불덕(佛德)에 의지하는 분위기는 왕실이 더욱 짙었다. 태조는 도성 안 세 곳에 사찰을 세웠다. 곧 흥천사, 흥덕사, 흥복사다. 태조가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인 정릉을 덕수궁 터에 만들고, 명복을 비는 원찰로 세운 것이 흥천사다. 그런데 태종이 배다른 어머니의 무덤을 도성 밖 오늘날의 돈암동 고개 너머로 옮겼으니 흥천사도 돈암동에 다시 터를 잡아야 했다. 흥덕사는 ‘태상왕이 새 전각을 희사하여 사찰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태조가 왕위에서 물러난 이후에 지은 절이다. ●‘불교대호왕’ 세조, 원각사를 조선 불교 거점으로 흥복사는 탑골공원 자리에 있었다. 세조는 흥복사를 넓혀 원각사를 건립하고 불경을 간행하는 등 불교의 거점으로 삼았다. 원각사의 흔적은 지금도 국보 제2호 십층석탑과 대원각사비(大圓覺寺碑)로 남아 있다.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라는 탑골공원은 3·1운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세조는 불교대호왕(佛敎大護王)으로 불릴 만큼 조선왕조에서는 전무후무한 불교 후원자였다. 그가 불교중흥에 힘쓴 것은 흔히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업보(業報)를 씻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어린 단종이 즉위함에 따라 왕권을 제약할 만큼 성장한 신흥사대부를 견제하겠다는 목적이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도성 한복판에, 그것도 주변 어디서나 바라보이는 12m 불탑이 세조 13년(1467년) 완성됐을 때 유신(儒臣)들의 굴욕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시기, 석탑의 8층 이상이 땅바닥에 끌어내려진 것도 그 불쾌감의 일단을 보여 준다. 십층석탑은 1946년 미군공병대의 크레인을 동원하고서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였던 만큼 세조는 원각사를 창건하고자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실록에는 일종의 창건설화마저 등장한다. 효령대군이 회암사에서 원각법회를 베풀자, 여래가 나타나고 신(神)의 음료라고 할 감로(甘露)가 내렸다. 황색 가사를 입은 신승(神僧) 3인이 나타나니 밝은 빛이 일어나고, 채색 안개가 공중에 가득 찼으며, 부처님의 사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분신(分身)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세조는 ‘이처럼 기이하도록 상서로운 일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므로 홍복사를 다시 세워 원각사를 삼고자 한다’고 했다. 원각(圓覺)이란 깨달음의 다른 말이다. 회암사에서 원각법회가 계획됐을 때부터 세조는 도성에 새로 지을 거대 사찰의 성격과 구체적인 이름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흥복사는 세종시대까지도 왕실의 불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세조는 원각사 조성의 명을 내린 이튿날 흥복사에 거둥했는데 왕세자와 효령대군, 임영대군, 영응대군, 영순군 같은 왕실의 핵심 인사들이 앞장선 가운데 영의정 신숙주와 좌의정 구치관, 병조판서 윤자운을 비롯한 관리들을 대동한다. 못마땅한 신하도 없지 않았겠지만,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조는 앞서 회암사의 법회에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부터 대사면령을 내리며 민심을 자기편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13차례에 걸쳐 상서로운 조화가 있었다며 사면령을 내리거나 관계자를 포상했다. 원각사를 인간의 뜻이 아니라, 신의 뜻에 따라 새로 짓는 것으로 뇌리에 각인시키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사림정치 기반 공고해지면서 사찰 명맥 끊겨 하지만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마저 재위 1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데 이어 13세에 불과한 성종이 즉위하자 사정은 달라졌다. 사림정치의 기반이 공고해지면서 성종 5년(1474) 원각사의 백옥불상은 회암사로 옮겨지고 승려들도 퇴출된다. 연산군은 즉위 10년(1504) ‘흥덕사를 원각사로 옮기게 하라’고 전교한다. 이듬해 장악원(掌樂院)을 원각사로 옮기도록 했다. 사찰로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흥덕사와 원각사의 기능도 이때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악(禮樂)을 관장하던 장악원의 기능도 기생과 악사를 관리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사대부가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국가로 만들겠다며 도학정치를 부르짖던 중종시대 원각사터는 집터로 팔려나갔다. 반정으로 중종이 집권한 직후 원각사 건물은 한동안 한성부 관아로 쓰이기도 했다. 이후 명종시대 잇따라 큰불이 나고,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원각사터는 빈터로 남게 된다. 원각사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오늘날까지 십층석탑과 탑비가 남아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임대업으로 큰 부영, 입주민 소송 150여건 추정

    ‘세금포탈 혐의’ 檢 특수부 배당비자금 등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 검찰이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영그룹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했다. 수사가 단순 탈세뿐 아니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21일 국세청이 부영그룹과 이중근(75) 부영 회장을 세금포탈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수1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담당해 온 국세청 고발사건을 특수부가 맡음에 따라 검찰이 당초 예상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특수1부는 서울중앙지검장의 하명을 받아 정·재계 권력형 비리 등을 수사하는 부서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뒤 가장 수사력이 뛰어난 검사가 모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단순히 고발된 부영주택의 법인세 포탈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부영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바탕으로 경우에 따라 정치권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일단 부영그룹이 조세 회피 과정에서 해외법인을 동원했을 가능성, 주력사업인 임대아파트 건설 등 사업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조사에서도 부영그룹이 해외법인에 보낸 일부 자금 중 수상한 흐름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2009년 ㈜부영이 부영주택 등으로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수조원대 자산이 늘어난 과정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영그룹이 임대아파트 사업에서 분양전환가(임대를 일반 분양으로 판매하는 가격)를 과다 책정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이유로 줄소송을 당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관련 입주민 소송이 전국적으로 10만여 가구 150여건, 소송가액만 1조 6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당하게 폭리를 취한 것이 없는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부영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얻어 분양전환가를 정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04년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2008년 광복절 때 특별사면을 받았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檢 ‘평창올림픽 고속철 입찰 담합’ 4곳 압수수색

    검찰이 평창동계올림픽 기반시설 구축 사업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서 대형 건설사가 담합한 단서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4·13 총선 이후 검찰이 처음으로 착수한 대기업 비리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19일 사업에 참여한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KCC건설 등 건설사 4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60여명을 보내 4개 회사의 담당 부서에서 회계장부와 입찰 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내년 개통을 목표로 2013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이 공사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과 강원권을 고속철도망으로 잇는 사업이다. 전 구간 길이가 58.8㎞에 이르고 사업비만 1조원이 투입됐다. 검찰은 현대건설 등 4개 건설업체가 입찰 당시 전체 4개 공사 구간 중 1개 구간씩 수주하는 방식으로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배당된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금액을 써내는 수법으로 담합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각 기업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한 실무진과 임원을 조만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선조사, 행정처분 및 검찰 고발, 검찰 수사 착수 등으로 이어지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검찰이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3년 4월 철도시설공단은 4개 건설사가 담합 행위를 한 단서를 잡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1개월이 지난 지난해 1월에야 조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현재 공정위에 계류돼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수십억대 탈세 혐의 부영그룹 전격 수사

    檢, 이중근 회장 소환 조사할 듯 총선 후 사정정국 신호탄 관측도 검찰이 재계 21위인 부영그룹 이중근(75) 회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표면적으로는 국세청의 탈세 혐의 고발에 따른 것이지만, 재계에 대한 사정당국 수사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19일 국세청이 이 회장과 부영주택 법인 등을 탈세 혐의로 고발해 옴에 따라 이 사건을 3차장검사에게 배당했다. 3차장 산하의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특수부에 배당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이 회장과 부영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부영주택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 온 국세청은 부영주택이 법인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잡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검찰은 정부 지원이 많이 들어가는 공공 임대주택 사업에 부영주택이 장기간 참여하면서 안정된 수익을 창출했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영이 세금 포탈 과정에서 해외법인을 동원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국세청 조사에서도 부영이 현지사업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보낸 자금 중 수상한 흐름이 일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은 베트남의 ‘부영비나’, 라오스의 ‘부영라오’, 캄보디아의 ‘부영크메르’, 미국의 ‘부영 아메리카’ 등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30여년간 임대·분양주택 사업에 집중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4월 기준 계열사는 15개, 총자산 규모는 16조 8073억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관련기사 9면
  • [글로벌 인사이트] 더블 선거서 개헌 노리는 아베… ‘공공기관 이전’ 지방 껴안기

    [글로벌 인사이트] 더블 선거서 개헌 노리는 아베… ‘공공기관 이전’ 지방 껴안기

    일본 소비자청, 총무성 통계국이 오는 7월부터 도쿠시마현 가미야마, 와카야마현 등에 각각 일부 직원을 보내 현지에서 한 달가량의 ‘테스트 근무’를 시킬 예정이다. 오는 8월 부처 이전 결정을 앞두고 최종 점검을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14일부터 반도 구미코 청장을 비롯한 소비자청 직원 9명은 도쿄를 떠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에서 나흘 동안 출장 근무를 하면서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직원들과 화상 회의를 여는 등 원격 업무를 테스트했다. 이들은 원격 회의와 정보시스템 작동 등을 확인하고 근무 조건 등을 점검했다. 이들의 ‘이동 근무’도 소비자청 이전을 위한 시험 근무였다. 소비자청은 도쿠시마현이, 통계국은 와카야마현이 각각 이전을 받겠다고 요구해 아베 신조 총리의 최종 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아베 정부는 “오는 8월 소비자청과 총무성 통계국의 지방 이전 문제를 최종 결정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역 주민은 “이변이 없는 한 이전이 확정적”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정부 부처와 함께 아베 정부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 등 정부 산하 연구 및 연수 담당 기관 23곳의 전면 또는 일부 지방 이전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립건강·영양연구소의 오사카부 이전이 결정됐고, 주류종합연구소는 히로시마현으로 옮겼다. 아베 정부의 이 같은 부처와 산하기관 지방 이전 시도는 표밭인 지방의 불만을 다독거리고 끌어안고 가기 위해서다. 한국을 본떠 선거와 지방 활성화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크다. 지방 인구가 줄고 기업들은 활력을 잃은 채 추락하고 있는데도 ‘도쿄 일극화 추세’가 심화돼 지방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는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인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최근 일본 국세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도쿄도와 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등 도쿄 주변 3개 현을 합친 수도권 인구는 3612만 6355명으로 일본 전국 인구의 28.4%다. 5년 전보다 50만 7791명이 증가했다. 반면 지역경제의 대명사로 전통적 상공업도시인 오사카부의 인구는 68년 만에 줄었다. 지난해 말 조사 결과 인구는 2010년에 비해 0.3%, 2만 6337명이 줄어든 883만 8908명이었다. 전통적 제조업이 쇠퇴하는 추세인 데다 아베노믹스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든 결과다. 도쿄 주변에 포진한 수출 위주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대조적으로 내수 지향의 중소기업들은 높아진 수입 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효과로 더욱 어려워져 문을 닫고 있다. 오사카 인구 감소는 1950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경제 부흥이 본궤도에 올랐던 1965년에 20.94% 증가한 것을 비롯해 1990년 이후에도 1% 미만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꾸준했다. 오사카의 인구 감소는 더욱 어려워진 지방의 상황을 상징한다. 지방 재건과 활성화 등 ‘지방 창생’ 슬로건을 내세워 온 아베 정권은 부처 이전을 지방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고 간판 정책으로 선전하고 싶어 한다. 아베 정권은 “2020년에는 도쿄권으로 들어오는 전입자 수를 제로(0)로 만들고 과밀화를 시정하겠다”고 선전해 왔다. 나가노현은 법인 사업세를 3년간 95%, 도야마 및 이시카와현은 90% 감액하고 있는 등 지자체들은 아베 정책에 발맞춰 기업의 본사 기능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지방 이전 움직임은 크지 않다. 도쿄 일극으로의 돈, 권력, 일자리 집중이 더욱 확연해지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중의원까지 합쳐 ‘더블 선거’로 치러 개헌선을 확보하겠다는 아베 정권에는 지방 균형 발전을 내세워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끌어올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크다. 아베 정권은 일단 도쿄의 라이벌 도시로 ‘일본 정신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가져 온 교토에 “문화청의 전면 이전”이라는 선물을 줬다. 지난달 22일 아베 총리가 본부장으로 있는 총리 산하 ‘마을·사람·일 창생본부’가 최종 승인했다. 문화청은 예산 규모 1000억엔에 직원 233명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는 한정적이지만 교토 및 주변 지역민들에게 자부심을 줬다고 평가된다. 본격적인 부처 및 관련 기관 이전에는 아베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리 측은 지방 요구와 관료 저항이라는 상반된 상황 속에서 조심스럽게 주판알을 튕기며 지역 이전의 말판을 놓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현장 블로그] ‘천재’ 진경준, 스스로 발목 잡았나

    “법조계에서도 천재로 꼽히는 진경준 검사장이 이런 사태가 일어날 거라는 걸 왜 내다보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서울 지역 법원 모 부장판사) 공직자 재산공개가 이뤄진 이달 1일 이후 법조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진 검사장(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주식 대박’입니다. 그는 2005년 당시 비상장 상태이던 게임업체 넥슨 주식을 4억여원에 사들여 12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뒀습니다. 이와 관련, ‘그 배경에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과의 친분 관계가 자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올해 48세로 서울대 법대 86학번인 진 검사장은 3학년 재학 도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곧이어 5급 공무원시험(행정고시)도 통과하며 ‘양과(兩科) 소년급제’를 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유학 생활도 했습니다. 법무부 검찰과 검사와 국제형사과장, 형사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요직’만 거쳤습니다. 그를 잘 아는 수도권 지역 검사는 “원래 집안이 유복한 데다 처가도 상당한 재력가”라며 “연수원 21기 중 선두주자로, 뭐 하나 빠질 게 없으니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와 가까운 법조인들은 주식 투자와 관련한 그의 행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수도권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검사장이 되기 전에 주식을 정리하든지, 재산을 지키고 싶었다면 검사장이 되기 전 사표를 내는 게 당연했다”고 말합니다. 이번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진 검사장이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2000년대 초반 업무 중 주식 투자를 한 사실이 대검 감찰부에서 적발된 적이 있었다”며 “평소 주식에 관심이 많아 큰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상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주식 투자의 위법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를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서울 지역 검찰 관계자)는 의견도 일부 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검찰에 먹칠을 했는데 어떻게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진 검사장에 대한 검찰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이른바 ‘엘리트 검사’와 ‘비(非)엘리트 검사’ 간 반목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와 대검의 상당수 고위직들은 일선 검찰청에서 ‘고생’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고, 이에 대해 많은 검사의 불만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한 비수도권 지역 부장검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이너 서클’ 안에서 스스로 인사를 내는 속칭 ‘귀족 검사’들의 행태에 대한 조명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신협 경쟁자엔 IT도 포함된다… 한국 모바일 뱅킹 벤치마킹을”

    “신협 경쟁자엔 IT도 포함된다… 한국 모바일 뱅킹 벤치마킹을”

    저금리·고령화 등 어려움 직면… 20대 고객 잡는 상품 발굴해야 “신협의 경쟁자는 은행만이 아니라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포함됩니다. 고정된 틀에 갇혀 안정적이고 제한적인 수익만 좇아서는 생존할 수 없어요.” 앤 코크란 신협세계협의회(WOCCU·이하 워큐) 회장은 지난 6일 개막해 11일까지 한국에서 열리는 워큐 이사회에 참석해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서 신협의 생존 방안을 역설했다. 코크란 회장은 1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협은 저금리·저성장과 조합원의 고령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를 금융에 접목해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군을 발굴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큐는 현재 전 세계 105개 회원국과 5만여개 조합, 2억명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금융협동조합이다. 자산 규모는 2014년 말 기준 1조 8000억원(약 1997조원)이다. 지속 성장을 위해 20~30대 젊은 조합원 유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weCU2’ 프로그램이다. 코크란 회장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활용해 밀레니엄 세대(최신 IT에 민감한 20대 청년층)에게 신협을 홍보하고 있다”며 “20대부터 금융 관리의 필요성을 교육하고 이들이 본격적인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30대에 이르면 신협 조합원으로 유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에선 대학생 1인당 평균 부채 규모가 약 3만 5000달러(2015년 말 기준)이다. 학자금 대출 부담으로 1인당 평균 1506만원(30세 미만 가구주, 2015년 말 기준)의 빚을 지는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자칫 금융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20대에게 저리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 안착을 돕겠다는 게 신협의 목표다. 이런 차원에서 코크란 회장은 한국 신협의 모바일 뱅킹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한국 신협에선 영세 조합이라도 중앙회가 구축한 전자금융서비스를 통해 조합원에게 모바일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금융 서비스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신규 조합원을 창출할 수 있는 채널”이라며 세계 신협이 벤치마킹할 부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워큐는 이번 이사회 기간 중인 지난 9일 ‘영세조합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제주 금빛신협을 견학하기도 했다. 금빛신협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78억원의 소규모 농촌신협이다. 하지만 연체율 0.23%, 순자본비율 (NCR) 4.4%, 당기순이익 1억 5800만원의 강소형 신협으로 꼽힌다. 신협이 도농 직거래, 위탁판매 등 농산물 유통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며 조합원들의 경제적 성공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워큐 이사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철상 신협중앙회장은 지난해 워큐 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2017년까지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검사장 대박’ 거래자 조사도 못하는 윤리위

    ‘검사장 대박’ 거래자 조사도 못하는 윤리위

    진경준(49)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의 게임업체 넥슨 비상장 주식 매입 특혜 의혹에 대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가 지난주 조사에 착수했지만, 제대로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진상 규명을 지시한 이번 사안에 대해 윤리위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지적 속에 윤리위의 조사 시스템 자체도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시스템 부재·소극적 자세 논란 10일 법조계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윤리위가 진 검사장 의혹과 관련해 내린 조치는 지난 6일 소명 요구서를 보낸 게 현재까지는 전부다. 공직자윤리법 8조 3항에 따르면 윤리위는 의혹이 있는 공직자에 대해 ▲서면 질의 ▲자료제출 요구 ▲조사 등 3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진 검사장에 대해 직접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데도 윤리위는 이를 회피하고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인 서면 질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윤리위는 진 검사장 본인 또는 관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리위를 운영하는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서면 질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사자와 직접적인 접촉은 필요 없었다”며 “소명 요구서를 진 검사장 자택에 우편으로 발송했으며, 그쪽에서 이를 수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윤리위 조사의 맹점 중 하나는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 등 의혹 규명에 필수적인 인물들의 강제 출석 요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김 회장뿐 아니라 박모 전 넥슨홀딩스 감사, 이모 전 넥슨 미국법인장 등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공직자윤리법 8조 6항에 따라 ‘재산등록 사항 관계인’으로 비(非)공직자인 김 회장 등을 불러 조사할 수는 있지만, 관련자들이 출석을 거부하면 그뿐이다. 검경 수사와 달리 이를 강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로 치자면 ‘참고인 조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윤리위가 무턱대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직자윤리법 8조 7항은 해당 공직자에 대한 검찰 조사 의뢰의 조건으로 “재산을 거짓 등록하였거나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상당한 혐의가 있을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윤리위의 조사 기간은 기본이 3개월이고, 필요하면 추가로 3개월을 더 할 수 있다. 최장 6개월이다. 윤리위는 이번 의혹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조사를 최대한 서두른다는 방침이지만 ‘강제 조사 없는 6개월’은 필요 시 증거 인멸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지고 수사 의지만 약해질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검찰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공직자 재산 검증 과정에서 ‘오류’를 저지른 윤리위가 이번이라고 제대로 검증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일고 있다. 윤리위는 지난해 초 진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했을 때 그가 보유한 넥슨 주식에 대한 주식백지신탁 직무관련성 심사를 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2009~2010년 증권·조세 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지낸 진 검사장의 100억원대 주식 보유를 허가한 셈이다. 부실 검증의 책임은 청와대에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관급인 검사장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검사장 인사권의 최종 검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기구다. 사무국 역할은 인사혁신처 윤리과가 대신하고 있다. 윤리과 소속 공무원 중 재산등록이나 심사 등 업무를 맡는 사람은 약 10명에 불과하다. ●10여명이 13만 공무원 검증 업무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인사처 윤리과의 심사 자체가 대부분 전산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대면조사 등 역량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한 사회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지금의 윤리위 시스템으로 13만명에 이르는 공무원의 등록 재산을 면밀히 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독립 사무국이 독자적인 조사권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다산이 반한 산영루 끼고 도니 김시습 절개 어린 중흥사 눈앞

    다산이 반한 산영루 끼고 도니 김시습 절개 어린 중흥사 눈앞

    고양시, 道와 세계문화유산 추진 경기도와 고양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북한산성에 문화유적 답사길이 생겼다. 곳곳에 있는 다양한 문화유적과 북한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고양시는 산을 찾는 사람에게 북한산성의 가치 및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북한산 문화유산 답사길’을 만들었다고 7일 밝혔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연간 1000만명이 북한산을 찾지만, 곳곳에 많은 문화유적과 그 문화유적에 얽힌 이야기 등을 알면서 산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북한산에 있는 문화유적 및 역사, 이야기 등을 적극 활용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서문에서 시작해 하창~중성문~노적사~산영루~중흥사지를 거쳐 태고사에 이르는 답사길을 걸어 봤다. 북한산성은 백제 때 축조해 고려시대 때 증축했다. 조선 숙종조에 대대적으로 축성했다. 길이가 12.7㎞인 북한산성은 고양시와 서울시 경계에 쌓은 석축산성이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오르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북한산에 둘러싸여 있다. 북한산의 주통로이며 정문인 대서문은 북한산성의 여러 출입문 중 가장 먼저 복원한 서쪽 문이다. 현판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 친필로 알려졌다. 대서문에서 무량사를 거쳐 오르면 만남의 광장이 나타난다. 북한산성의 여러 창고 중 가장 아래에 있어 하창이라고 부른다.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조그만 북한동역사관이 있다. 백운대 가는 길과 대남문 가는 길로 갈라지는 곳이라 늘 탐방객들로 넘쳐 난다. 이곳에서 보는 백운대, 영취봉, 만경봉이 일품이다. 하창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범용사 입구를 지나 400여m를 걷자, 나뭇가지 사이로 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중성문이다. 북한산성 안쪽에 있는 내성이다. 이곳에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신을 옮기는 수구문이 있다. 중성문을 통과하자마자 왼쪽으로 돌아가면 보인다. 문루에 올라서면 노적봉, 백운대, 북장대가 멋지게 보인다. 숲길을 따라 300m를 오르면 노적사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고 이를 지키는 석사자상은 고양시 문화재다. 내려와서 대남문 방향으로 5분가량 걷자 왼편에 해서체로 백운동 입구라는 ‘백운동문’(白雲洞門)이라 쓴 암각문이 보인다. 한 글자당 폭은 약 1.5m로, 3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한다. 200여m 더 오르자 용학사 갈림길이 보인다. 가파른 언덕길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보니 계곡 가장자리에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누각인 산영루가 보인다. 누각 위로 떠오른 보름달이 산과 함께 계곡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북한산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다산 정약용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이 글을 남겼다. 1925년 을축 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고양시가 2014년 복원했다. 몇 걸음 산속으로 들어가면 이름 모를 들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부근에는 조선시대 북한산성 수비를 맡은 총융청 지휘책임자 총융사들의 선정비 30여기가 남아 있다. 일부 공덕내용은 산영루 뒤편 거대한 암반에 새겨져 있다. 5분가량 더 오르면 산수유가 유난히 많이 피어 있는 중흥사가 나온다. 북한산 사찰을 관리하던 큰절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홍수와 일본군 탄압 등으로 훼손돼 복원이 추진된다. 생육신 한 분인 김시습 선생이 세조의 왕위찬탈에 항거해 과거를 포기하고 전국 유랑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바로 위 태고사에는 보물로 지정한 조계종의 중시조이며 태고종의 중조인 태고 원증국사 보우의 사리를 안치한 승탑(부도탑)과 승탑비 등이 있다. 이 승탑은 고양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크다. 승탑비는 고양시에서 가장 소중한 금석문 중 하나다. 목은 이색 선생이 태고 원증국사의 일생과 업적을 기록했다. 용의 머리를 닮은 거북받침돌을 비롯해 글씨가 비교적 선명하다. 태고사에서는 앞쪽으로 나월봉과 증취봉, 의상봉 등의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다. 승탑 뒤로 이어진 숲길은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북한산 단풍길로 유명하다. 이 길을 따라 산에서 내려올 수 있다. 북한산에는 이처럼 선조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들도 남아 있다. 안내판 글을 읽고 산세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는데도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봄을 맞아 가족끼리 찾아가 볼만한 길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4~5년 뒤에는 ‘여성 부장검사 시대’

    4~5년 뒤에는 ‘여성 부장검사 시대’

    평균 근속은 男 10.9년·女 6.7년 현재 검찰 조직은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2045명인 전국 검사 중 72.0%인 1472명이 남성이다. 여성은 573명, 28.0%에 불과하다. 하지만 4~5년 뒤에는 간부급 중 여성 비율이 급격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수가 크게 증가한 사법연수원 34기가 부장 등 주요 보직을 맡는 시점이다. 7일 법무부의 ‘기수별 남녀 검사 비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직 최고 기수인 10기부터 20기까지 남성 검사는 모두 75명이다. 여성은 조희진(54·19기) 의정부지검장이 유일하다. 21기에서 30기까지도 남성 검사는 적게는 기수별 28명(22기), 많게는 83명(29기)까지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데 반해 여성 검사는 기수별로 많아야 2~3명에 불과하다. 올해 부장검사로 승진한 30기가 14명으로 그나마 여성 검사가 늘었다. 하지만 34기 남성 검사는 77명, 여성 검사는 32명으로 집계됐다. 이전 기수인 33기가 남성 검사 75명, 여성 검사 17명인 데 비해 여성 검사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34기는 4~5년 뒤에는 간부인 부장검사로 승진할 여지가 높아 여성 검사의 간부급 진출이 급증하게 된다. 여성 검사 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검찰 역시 우수 여성 검사를 리더로 양성하는 데 적극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말 인사에서 여성 검사를 주요 보직에 적극 기용했다. 박지영(46·29기) 검사를 총무부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박성민(41·31기) 검사를 공안2부 부부장검사로 기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공안부에 여성 검사를 배치한 전례가 있으나 부부장검사급 간부는 개청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평검사 중 최고참으로 각 부의 수석 검사에 해당하는 여성 검사도 6명이나 나왔다. 주요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특수3부 수석검사로는 최영아(39·32기) 검사가 보임됐다. 최 검사는 지난해 특수3부에 배치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도 참여했다. 구태연(44·32기), 김향연(43·32기), 한진희(44·33기) 검사는 각각 조사1부, 공정거래조세조사부, 여성아동조사부 수석검사로 배치됐다. 여전히 검사 1인당 평균 근속 연수에서는 남녀 간 차이가 컸다. 지난해 말 기준 검사 1인당 평균 근속 연수는 9.7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별로 따져보면 남성 검사는 10.9년, 여성 검사는 6.7년에 불과했다. 재경지검의 한 여성 검사는 “10여년 후에는 더 많은 여성 검사가 간부급으로 진출하면서 검찰 조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봄꽃과 함께하는 북한산 문화유적 답사길

    경기도와 고양시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북한산성에 문화유적 답사길이 생겼다. 절터, 암각문, 보물 등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하고 곳곳에서 북한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는 길이다. 고양시는 산을 찾는 사람에게 북한산의 아름다움과 북한산성의 가치 및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해 ‘북한산 문화유산 답사길’을 만들었다고 7일 밝혔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은 “연간 1000만평이 북한산을 찾고 있지만, 곳곳에 산재한 많은 문화유적과 그 문화유적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면서 산행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북한산에 있는 문화유적 및 역사, 이야기 등이 적극 활용돼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답사길은 많은 옛 이야기를 간직한 다양한 문화유적들을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산속에 피는 각종 봄꽃과 북한산의 빼어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교육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날 대서문에서 시작해 하창~중성문~노적사~산영루~중흥사지를 거쳐 태고사에 이르는 답사길을 순서대로 걸어 봤다. 북한산성은 백제 때 축조해 고려시대 때 증축했다. 이후 조선 숙종조에 대대적으로 축성해 오늘에 이른다. 12.7㎞인 북한산성은 고양시와 서울시 경계에 쌓은 석축산성이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찾아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오르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북한산에 둘러싸여 있다. 북한산의 주 통로이며 정문인 대서문은 북한산성의 여러 출입문 중 가장 먼저 복원한 서쪽 문이다. 현판글씨는 이승만 전대통령의 친필로 알려졌다. 대서문 부근에는 큰 벚나무가 있어 4월 중순 절경을 이룬다. 대서문에서 무량사를 거쳐 조금 더 오르면 넓은 만남의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을 하창이라 부른다. 북한산성의 여러 창고 중 가장 아래에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과거 불법음식점들이 많았으나 모두 공원 내 민가들과 함께 철거됐다.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조그만 북한동역사관이 있다. 백운대 가는 길과 대남문 가는 길로 갈라지는 곳이라 늘 탐방객들로 넘쳐 난다. 이곳에서 보는 백운대, 영취봉, 만경봉이 일품이다. 하창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범용사 입구를 지나 400여m를 걷자, 나뭇가지 사이로 또 하나의 문이 나타났다. 중성문이다. 북한산성 안쪽에 있는 내성(內城)이다. 이곳에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수구문(시신을 옮기던 문)이 감춰져 있다. 중성문을 통과하자마자 왼쪽으로 돌아가면 보인다. 문루에 올라서면 노적봉, 백운대, 북장대가 멋지게 보인다. 본래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으나 1990년대 중반 일반에 공개됐다. 중성문에서 숲길을 따라 300m를 오르면 노적사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있고 이를 지키는 석사자상은 고양시 문화재다. 노적사에서 내려와 다시 대남문 방향으로 5분가량 걷자, 왼편에 해서체로 ‘백운동문(白雲洞門)’이라 쓰인 암각문이 보인다. 한 글자당 폭은 약 1.5m로, 3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이 과거 ‘백운동이란 마을의 입구’였음을 알려준다. 200여m를 더 오르자 용학사 갈림길이 보인다. 가파른 언덕길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보니 저만치 높은 계곡 가장자리에 누각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누각인 산영루다. ‘아름다운 북한산의 모습이 물가에 비친다’ 해 이름 붙여졌다. 누각 위로 떠오른 보름달이 산과 함께 계곡물에 비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북한산의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다산 정약용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문인들이 글을 남겼다. 1925년 을축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고양시가 2014년 복원했다. 등산로에서 몇 걸음 산속으로 들어가면 이름 모를 들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산영루 부근에는 조선시대 총융사(북한산성 수비를 맡은 총융청의 지휘책임자)를 지낸 인물들의 선정비 30여기가 남아 있다. 일부 총융사의 공덕내용은 산영루 뒤편 거대한 암반에 암각돼 있다. 산영루에서 5분가량 더 오르면 산수유가 유난히 많이 피어 있는 중흥사가 나온다. 북한산 내 여러 사찰을 관리하던 큰절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홍수와 일본군의 탄압 등으로 훼손돼 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생육신 한 분인 김시습 선생이 세조의 왕위찬탈에 항거해 과거를 포기하고 전국 유랑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중흥사 바로 위 태고사에는 조계종의 중시조이며 태고종의 중조 이신 태고 원증국사 보우의 승탑(부도탑)과 승탑비 등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승탑비는 태고사 대웅보전 우측에 있다. 고양시에서 가장 소중한 금석문(쇠나 돌에 새겨진 글) 중 하나다. 목은 이색 선생이 태고 원증국사의 일생과 업적을 비문으로 기록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용의 머리를 닮은 거북받침돌을 비롯해 글씨가 비교적 선명하다. 위쪽 옥개석에는 용과 구름이 새겨져 있다. 태고사에서는 앞쪽의 나월봉과 증취봉, 의상봉 등 빼어난 경관을 볼 수 있다. 대웅전에서 뒤로 약 50m 오르면 보물로 지정된 원증국사의 부도 승탑이 있다. 원증국사의 사리가 안치돼 있다. 이 승탑은 고양지역에서 가장 아름답고 크다. 이곳에서 백운대, 노적동, 용암봉이 보인다. 승탑 뒤로 이어진 숲길은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북한산 단풍길로 유명하다. 이 길을 따라 산을 내려올 수 있다. 북한산에는 나무와 암석뿐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들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흔적들에는 수많은 옛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안내판 글을 읽고 산세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더니 대서문에서부터 1시간 30분가량 걸렸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120억 차익 얻은 진경준 수사 나서야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 취득으로 120억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거둔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진씨에게 넥슨의 주식 투자를 권유한 인물이 김정주 NXC 대표와 친분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이들의 친분 관계가 주식 거래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씨의 사표로 이번 일을 아무 일 없듯이 덮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그가 부당하게 불법 이득을 얻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첫째, 진씨의 주식 매입과 직무관련성 여부 때문이다. 그가 넥슨의 주식을 산 시점은 2005년으로 당시 그는 금융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직후였다. 주식 취득 후인 2009~2010년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재직했다. 그의 이런 경력만으로 그의 주식 취득 자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한다면 그의 넥슨의 주식 취득 및 보유는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직무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는 불가피하다. 둘째, 진씨의 주식 투자 과정이 의혹투성이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식 매입 경위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투자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이 주식을 샀다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넥슨 주식을 같이 산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누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들은 외국계 컨설팅사에 근무하던 박성준씨의 주선으로 주식을 샀다고 한다. 이들 모두 대학 동문이긴 하지만 박씨가 수많은 동문 중 하필 법조인인 그들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한 경위도 석연찮다. 검사 신분에 4억원이라는 거액을 한 주식에 몰방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진씨는 당시 주당 10만원을 줘도 매물이 없던 우량주를 4만원에 1만주를 샀다. 일반인들의 거래가 거의 원천 봉쇄됐고, 주식이 거래돼도 김 회장의 재가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넥슨 주식 매입은 그 자체가 특혜다. 진씨의 특수한 신분과 모종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검사 개인의 단순한 주식매매 행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공직자의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 ‘주식 특혜’ 의혹 진경준 검사장 사퇴

    ‘주식 특혜’ 의혹 진경준 검사장 사퇴

    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특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결국 사의를 밝혔다.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검사장)은 2일 오후 검찰 출입기자단에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진 검사장은 올해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게임회사 넥슨의 주식 80만여주를 팔아 지난해에만 37억 9000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고, 넥슨 주식 투자로만 10년 만에 120억원 내외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진 검사장의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비상장 넥슨 주식을 어떤 경위로 어느 정도 가격에 샀는지, 넥슨 회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정주 넥슨 대표와는 연관이 없는 것인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진 검사장이 주식 보유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 근무한 이력과 주식 취득 이후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재직한 경력 등도 주식 취득 및 보유의 적절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진 검사장은 친구인 지인의 권유로 제3자로부터 주식을 주당 수만 원에 매입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검찰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진 검사장은 이날 법무부에 사직서를 내고 기자단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언론에 전한 ‘입장문’을 통해 “지난 며칠동안 저의 거취에 관해 깊이 고민해왔다”면서 “관련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점을 깨닫고,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가 없다고 판단해 오늘 오후 장관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어려운 국가적 시기에 저의 재산 문제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 검사장은 또 “저의 재산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면 자연인의 입장에서 관련자료를 모두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툇마루 끝까지 늘린 창호, 옹색한 임시 궁궐의 흔적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툇마루 끝까지 늘린 창호, 옹색한 임시 궁궐의 흔적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피난을 떠났던 선조는 전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한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은 불타버려 남아 있는 전각이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이 과정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적었다. 선조 25년(1592) 4월 14일의 기록이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 대신 월산대군 사저로 ‘궁성에 불이 났다. 임금이 탄 수레가 의주로 떠나려 할 즈음 간악한 백성이 먼저 내탕고에 들어가 보물을 다투어 가졌는데, 이윽고 난민(民)이 크게 일어나 먼저 장례원과 형조를 불태웠으니 두 곳에 공사 노비의 문적(文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궁성의 창고를 크게 노략하고 불을 질러 흔적을 없앴다’ 이듬해 10월 1일 아침 벽제역을 출발한 선조는 저녁 무렵 서울의 월산대군 집에 들었다. 월산대군의 후손이 살고 있었다. 이날 월산대군 사저를 행궁(行宮)으로 삼았다는 기사는 ‘선조실록’의 ‘수정실록’에 보인다. 행궁으로 공식화하는 절차상 문제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왕실과 조정이 쓰기에 월산대군 집만으로는 당연히 좁았다. 이웃 계림군의 집도 행궁에 포함시켜 각 관서를 들였다. 청양군 심의겸의 집은 세자궁(東宮)으로 삼았다. 그러니 세자가 임금에게 문안을 드리려면 민가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 입궁해야 할 만큼 옹색했다. 1597년 일대에 목책을 둘러치고 문을 달면서 임시 궁성은 모습을 갖추었다. ●규모 갖춘 덕수궁은 대한제국 성립 이후에야 덕수궁의 역사는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됐다. 오늘날 대한문으로 들어가면 정전인 중화전을 중심으로 편전인 경효전과 침전인 함녕전이 규모 있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대한제국 성립 이후의 역사를 보여줄 뿐이다. 임진왜란 당시 행궁의 흔적은 중화전 뒤편 단청도 입히지 않은 석어당(昔御堂)과 즉조당(卽祚堂)에 남아 있다. 행궁의 정전(正殿)으로 쓰인 즉조당의 규모는 세도가의 사랑채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비좁은 즉조당에서 열린 조회(朝會)는 초라했을 것이다. 당시의 옹색한 처지는 석어당과 즉조당, 그리고 즉조당과 이어붙인 준명당(浚明堂) 뒤편으로 가면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비좁은 전각을 최대한 넓게 쓰려는 듯 오늘날 아파트 베란다를 확장하듯 창호를 툇마루 끝까지 늘려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월산대군은 세조의 큰아들인 도원군의 큰아들이니 세조의 큰손자다. 도원군은 세자로 책봉됐지만 18세에 죽는 바람에 세자빈 한씨는 궁궐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때 왕실에서 지어준 집이 훗날 월산대군 사저다. 한씨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곧 월산대군과 자을산군이다. 자을산군이 성종으로 등극하고, 한씨도 입궐하자 월산대군 후손이 대를 물려 살았다. 임시 궁궐은 정릉동 행궁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미국대사관저 언저리에 태조의 제2비인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종은 등극 1년 만에 이 배다른 어머니의 묘소를 당시 양주땅인 오늘날 돈암동 고개 너머로 옮기고 석재는 광통교 복구공사에 쓰게 했다. 이장에 앞서 능역(域)을 크게 축소했는데, 이때 조선왕조 개창 공신들이 다투어 땅을 차지하고 왕실도 상당 면적을 확보할 수 있었던 듯하다. 지금의 중구 정동이다. ●문화재청, 29일부터 석어당 등 전각 내부 공개 선조는 정릉동 행궁에 16년을 머물다 즉위 41년(1608) 승하한다.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것도 훗날 영조가 즉조당으로 이름 붙인 행궁의 서청(西廳)이었다. 광해군은 한때 창덕궁에 환궁했다가 정릉동 행궁으로 돌아와 경운궁이라 이름 짓고 한동안 머문다. 인목대비가 유폐된 서궁(西宮)도, 반정(反政)으로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가 즉위한 곳도 여기다. 중화전을 비롯해 행궁 권역을 둘러싼 전각은 1902년 완성됐다. 하지만 석어당과 즉조전은 물론 중화전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각은 1904년 대화재로 주저앉고 만다. 석어당과 즉조전의 복구는 즉각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역사성은 어쩔 수 없게 훼손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덕수궁이라는 이름은 고종이 1907년 순종에게 양위한 뒤 이곳에 살면서 붙인 것이다. 마침 문화재청은 오는 29일부터 4월 3일부터 석어당 등 덕수궁 전각의 내부를 공개하는 ‘궁궐 내부를 엿보다’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즉조당은 지금도 정면에서 내부를 볼 수 있다. 글 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핑크 호수’ 비밀 풀렸다…원인은 소금 좋아하는 미생물

    ‘핑크 호수’ 비밀 풀렸다…원인은 소금 좋아하는 미생물

    서호주 리처치 군도에 있는 가장 큰 섬 미들 섬에는 한폭의 그림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곳에는 ‘힐리어 호수’라는 이름을 가진 밝은 분홍빛 호수가 있는 데 지난 수년 동안 관광객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을 매료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이 호수가 어떻게 특유의 분홍빛을 띠게 됐는지 그 비밀을 밝혀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스트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eXtreme Microbiome Project·XMP)라는 연구조사에 참여 중인 과학자들은 최신 조사를 통해 힐리어 호수가 분홍색을 띠게 된 원인이 소금을 좋아하는 미생물들에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호수 곳곳에서 물과 침전물을 수집해 ‘유전자 메타 분석’을 시행했다. 이는 DNA에서 추출한 유전 정보로 미생물의 종을 식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호수 안에 호염성의 푸른 미세조류인 ‘두날리엘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미세조류는 오랫 동안 분홍 호수의 요인으로 생각돼 왔는 데 또 다른 분홍 호수인 세네갈의 레트바 호수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날리엘라 살리나는 카로티노이드로 불리는 색소 화합물을 생산하며 이는 태양광 흡수를 돕는다. 이런 색소 화합물은 이 미세조류가 붉은색에 가까운 분홍색을 띠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미세조류가 단독으로 힐리어 호수만의 독특한 색상을 내는 데 기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연구팀은 발견했다. 이들은 호수 표본에서 ‘살리니박터 루버’(Salinibacter ruber)로 불리는 극호염성 고세균류를 포함한 다른 붉은색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힐리어 호수의 미생물군집이 20세기부터 이어져 왔다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팀은 ‘디클로로모나스 아로마틱’(Dechloromonas aromatic)로 알려진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박테리아도 발견했다. 이런 박테리아는 벤젠과 톨루엔과 같은 화합물을 먹어서 분해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화합물은 화학용제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이 정보를 사용해 힐리어 호수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었고 문헌에서 1900년대 초에 이 호수가 가죽을 무두질하는 곳으로 쓰였던 사실도 확인했다. 즉 힐리어 호수만의 특유의 분홍빛은 소금을 좋아하는 미세조류와 고세균류, 그리고 벤젠 등 화학물질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등 여러 미생물이 우여곡절 끝에 함께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한편 전 세계에 있는 분홍빛 호수로는 서호주의 힐리어 호수와 세네갈의 레트바 호수 외에도 캐나다의 더스티 로즈 호수(Dusty Rose Lake), 살리나스 드 토레비에하(Salinas de Torrevieja), 칠레의 레드 라군(Red Lagoon) 등이 있다. 사진=위키피디아(CC BY-SA 4.0·Kurioziteti123, 위), XMP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공공분야 비리 없앤다” 부패특수단 이달 첫 수사

    “공공분야 비리 없앤다” 부패특수단 이달 첫 수사

    검찰이 공공분야의 구조적 비리를 올해 특별수사의 중점 타깃으로 정하고 수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최근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횡령·배임에 대한 입증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검찰총장 직속 조직으로 올해 출범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도 이달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29일 전국 18개 지검의 특수부장 등 35명이 참석해 전국 특별수사 부장검사 회의를 열고 올해 수사 방향과 대상, 수사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3대 중점 수사 대상으로 ▲공공분야 비리 ▲재정·경제 분야 비리 ▲전문직역 숨은 비리를 선정했다. 특히 공공분야 비리가 척결 대상의 우선순위로 꼽힌다. 공기업의 분식회계나 비자금 조성 등 자금유용 행위, 대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금품을 주고받거나 사업비를 부당하게 늘리는 행위가 1차 수사 대상이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첫 타깃도 공공분야 비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범죄행위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된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배임 등 기업 재산범죄,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 교란 행위 등을 엄벌해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주된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가보조금 비리도 지난해에 이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역 비리로는 교원·교직원 채용 및 승진 등과 관련한 교육현장의 비리, 법조 브로커 비리, 방위산업 비리 등이 꼽혔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회의에서 “그동안 검찰의 부정부패 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부정부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뇌물죄로 입건된 피의자는 2006년 1430명에서 2015년 2428명으로 10년 새 1.7배 늘었다. 김 총장은 “모든 특별수사 사건은 부장검사가 주임검사로서 수사 초기부터 공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하는 등 급변하는 사회 현실에 발맞춰 특별수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참석자에게 말했다. 횡령·배임죄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만 갖고는 법원에서 횡령죄로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일선 청 단위에서 횡령 등에 대해 더욱 명확히 입증하도록 증거를 철저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日인구 감소 시대로

    일본 인구가 5년마다 실시되는 정부 조사에서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인구조사 속보치에 의하면 지난해 10월 1일 기준 일본 인구는 1억 2711만 47명(외국인 포함)으로 집계돼 5년 전 조사 때에 비해 0.7%(94만 7305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HK가 2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1920년부터 5년 단위로 국세조사를 실시한 이후 인구 감소세를 보인 것은 처음이다. 유엔이 추계한 작년 기준 각국 인구와 비교하면 일본은 10위다. 또 인구 기준 상위 20개국 중 2010∼15년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일본뿐이었다고 교도통신은 소개했다. 총무성은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웃도는 자연 감소가 외국인 증가 등 사회적 인구 증가보다 큰 것이 주된 원인”이라며 “일본은 인구 감소 국면에 확실히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수도권인 도쿄권(사이타마·지바·가나가와현 및 도쿄도) 인구는 약 3613만명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51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의 공동화가 극명하게 대비됐다. 아울러 가구당 인구는 2.38명으로 1970년 이후 최소치를 경신해 세대의 소규모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유일호 “경제 하방요인 G4 리스크로 확대”

    “생각보다 대외 환경 어려워… 국제 금융 당장 큰일 안 나지만 잽 계속 맞으면 KO… 유념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하방 요인에 대해 “주요 2개국(G2) 리스크가 아닌 G4 리스크가 가장 큰 위험요소”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1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자총협회 주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2016년 경제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미국·중국(G2)과 함께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중국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이 크고, 미국은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 것으로 봤다가 오히려 횟수는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일본도 상상하지 못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도 여전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유가 등 대외 위험요소 중 예상했던 것도 있지만 일본의 상황 등 예상보다 조금 더 나쁜 것도 있다”며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제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시장이 큰일 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권투에서도 잽을 계속 맞아 누적되면 케이오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피해가 계속돼 진짜 피해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 만큼 국내외 금융시장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유 부총리는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에서 너무 급격한 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금융시장 자체가 조금 혼란스러운 모습”이라며 “지난달 수출 둔화가 큰 충격이었지만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한 외환 건전성 제도에 대해서는 “제도는 웬만큼 만들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라고 답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29억 대이동·500만 마리 돼지… 어마어마한 춘제

    베이징·상하이 ‘유령 도시’로… 전국 고속도로·기차역은 전쟁터로… 해외여행도 무려 600만명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 시즌이 돌아왔다. 공식적인 춘제 연휴는 7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이지만, 춘제 특별 운송 기간을 뜻하는 춘윈(春運)은 이미 지난달 24일에 시작됐다. 3월 3일까지 40일 동안 이어지는 춘윈 기간에는 연인원 29억 1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3.6% 늘어난 수치로 중국인 한 사람이 평균 2.1회 여행하는 셈이다. 해외여행도 6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는 유령 도시로 변하고, 전국의 고속도로와 기차역은 귀성 행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국인들에게 춘제는 무슨 의미일까? 춘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진나라 때 ‘상일·원일’이라 불려 중국의 음력 정월 풍속은 역사가 깊다. 진나라 때는 상일(上日)·원일(元日)이라 불렀고, 한나라 시대에는 세단(歲旦), 위진남북조는 세조(歲朝)·원수(元首), 당·송대에는 세일(歲日)·신원(新元)이라 했다. 청대 들어서면서 원단(元旦)·원일(元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12년 쑨중산(孫中山·쑨원) 중화민국 임시대총통은 음력을 폐지하고 양력 사용을 선포했다. 이때부터 양력설은 원단(元旦), 음력설은 춘제가 됐다. 장제스(蔣介石)는 1929년 춘제 폐지를 선포했다. 하지만 민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춘제를 최대 명절로 여겼다. 공산당은 춘제를 활용해 민심을 잡았다. 국민당 군대에 밀려 징강산에 쫓겨온 마오쩌둥(毛澤東)은 춘제 3일 연휴를 선포하고 병사들에게 돼지고기를 배급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후에는 춘제를 3일간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온 가족이 마오쩌둥 초상 아래에서 상호비판과 자아비판을 실시하기도 했다. 1983년부터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설 특집 대형 연예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을 방영하기 시작했다. 중국 연예인들은 춘완 출연을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른 자본주의가 심화하면서 춘제 선물을 빙자한 뇌물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또 1980~90년대 급속한 도시화로 농민공이 급증하면서 춘제 ‘인구 대이동’이 시작됐다. 1999년 아시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국무원은 ‘전국 명절·기념일 휴가 조치’를 공포했다. 춘제, 5·1 노동절, 10·1 국경절 기간을 7일에 이르는 ‘황금주’로 지정해 내수를 진작시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강력한 반부패 운동이 펼쳐지면서 ‘춘제 뇌물’도 거의 사라졌다. ●돼지들의 수난… 돼지고기값 물가상승 견인 춘제가 되면 모든 상품 가격이 오른다. 그중에서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올해 춘제 기간의 돼지고기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5.27%로 예상됐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비중에서 돼지고기의 가중치는 10%로, 단일 품목으로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보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3배나 크다. 섣달 그믐에 빚는 만두를 비롯해 수많은 춘제 음식에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중국 전역에서는 4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한 해 도살되는 돼지는 모두 5000만 마리다. 이 중 10%인 500만 마리가 춘제 기간에 명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도 시골에서는 춘제가 되면 돼지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서부 지역은 돼지를 잡는 게 중요한 풍속이다. 간쑤성 가오란현 헤이스촌에는 200가구가 모여 사는데 100마리의 돼지를 잡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돼지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접어들었고 소비자 물가지수마저 뚝뚝 떨어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마당에 춘제를 맞아 돼지고기가 전체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시는 대추목걸이… 광둥은 꽃 선물 중국의 춘제 풍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산둥성 황현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 아낙네가 빨간 초를 들고 집을 구석구석 비춘다. 어둠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방문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세 번씩 탄다. 이렇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둥성 자오둥현의 새댁들은 새해 첫날 남편의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세배를 한다. 이 행위를 ‘자건’(剳根·뿌리를 내리다)이라고 부르는데, 남편 외조부를 찾아가 절을 하면 이혼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산시성 북부 지역에서는 아이들에게 빨간 줄에 대추와 엽전을 엮어 만든 ‘대추 목걸이’를 걸어 준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부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산시성 관종현은 정월 초하루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척들도 만나지 않으며, 부인들은 친정에도 가지 않는다. 날씨가 따듯한 광둥성에서는 “꽃을 받지 않으면 춘제를 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춘제에 꽃을 많이 선물한다. ‘진’()과 발음이 같은 감자수나 ‘지’(吉)와 발음이 비슷한 귤도 많이 선물한다. 이 선물은 반드시 짝수여야 한다. 푸젠성 민난현에서는 집집마다 등나무 땔감으로 모닥불을 피운다. 남자들은 나이순으로 모닥불을 건너뛴다. 지난해의 액운을 쫓아내고 새해의 행운을 맞이하는 궈녠(過年) 의식이다. ●훙바오 전쟁… 모바일 세뱃돈 1조원 넘어 중국 어른들은 빨간 봉투(훙바오·紅包)에 세뱃돈을 담아 아이들에게 준다. 이 훙바오가 모바일 인터넷에 등장한 것은 2년 전 춘제 때이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위챗(한국의 카카오톡)으로 한번에 0.01~5000위안(약 9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 훙바오 서비스를 처음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전자화폐인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개시하며 텐센트와 알리바바 간 ‘훙바오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해 춘제 기간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세뱃돈을 주고받은 사람 수는 23억 1000만명(중복 계산)에 이르렀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가족·친구·동료들이 훙바오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 출시에 머물지 않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현금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훙바오를 뿌리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춘제 때 두 기업이 시장에 뿌린 세뱃돈 금액만 100억 위안(약 1조 800억원)이 넘었다. 올해는 ‘포털 공룡’ 바이두도 모바일 세뱃돈 서비스를 내놓았다. 바이두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2일 정월 대보름까지 모두 60억 위안(약 1조원)어치의 ‘복주머니’를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바이두 지갑’을 통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의 모바일 결제시장 주도권 다툼이 춘제를 맞아 정점으로 치달은 셈이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알리페이로 훙바오를 전달한 1억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1회 평균 송금액은 59.1위안(1만 7500원)이었다. 이용자 중 지우링허우(90後·1990년대생)가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바링허우(80後·80년대생)가 40%를 차지해 20~30대가 주류를 이뤘다. 훙바오를 가장 많이 발송한 도시는 ‘경제 수도’ 상하이였고 항저우, 베이징, 광저우, 선전, 청두, 쑤저우가 뒤를 이었다. 중국인들은 훙바오를 보내면서도 행운을 나타내는 숫자를 선호했다. 재물운이 터진다는 의미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한 ‘8’이 들어간 8.88위안, 88.88위안씩 보내는 게 대부분이었고 13.14위안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1314는 이성이스(一生一世·한평생)와 발음이 비슷하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