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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13.80원 급등… 987원에 마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달러 매수세가 형성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라 단숨에 990선 턱밑까지 다가갔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13.80원이나 오른 987.80원으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환율이 치솟은 이유를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돌리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주최 강연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구두개입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하루전 박승 한은 총재가 ‘미세조정’에 치중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과 달리, 시장개입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같은 반등세가 ‘반짝효과’로 끝날지 아니면 다음주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환율하락 기술력고도화 기회로”

    “환율하락 기술력고도화 기회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970원대로 내려 앉았지만 이같은 하락세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수출입에 미치는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환율하락을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 산업간 자원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가격경쟁력보다 제품의 질 중요 12일 재정경제부와 국책연구기관 및 학계에 따르면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거론되는 것은 수출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이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수출할 때마다 얼마만큼식 손해를 본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만 생각했을 때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산업은 정보기술(IT) 등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고도화했다. 따라서 기술에 우위가 있다면 환율이 떨어져도 국내외 시장에서 가격을 선도할 수 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임금에 의존하는 산업은 중국 등 외국으로 많이 빠져나가 환율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만큼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올라갈 때 엔화의 가치는 45%나 절상됐다.”면서 “산업이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원화절상(환율하락)은 기술개발을 촉진, 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한계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들으면 기분이 상할 얘기겠지만 환율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은 만큼 환율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수출업자였다면 수입업체로의 전환을 고려한다든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포기하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꼭 문을 닫거나 근로자를 해고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내수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촉매가 돼야 이경태 원장은 “우리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환율이 떨어지면 내수산업 쪽으로 자원이 이동,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격이 싸진 수입품과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내수산업에서도 구조조정의 압력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자원이 몰려 투자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 김종석 교수는 “더 이상 수출 지상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도 환율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고 외부의 일시적인 충격만 흡수하는 미세조정(스므딩 오퍼레이션)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실질소득과 국민생활 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에 정부는 내수 활성화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경제 ‘트리플 악재’] ‘환율 바닥은’ 전문가 진단

    외환당국의 ‘환율 지키기’가 글로벌 달러의 약세라는 세계적인 흐름 앞에서 무력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끝모를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조만간 950원대도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하락폭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한다. 또 “하락 속도가 일부 조정되겠지만 곧 970원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일단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9일 원·달러 환율 980원선이 무너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주말 해외에서의 엔화와 유로화 강세가 그대로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이준규 과장은 “전날 엔·달러 환율이 뉴욕시장에서 114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달러 팔아치우기’ 파도가 서울 시장에 몰아쳤다.”면서 “980원에 환 헤지(위험회피)를 해놓았던 기업체의 달러 물량이 980선이 붕괴되면서 대거 현물로 나와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물량이 출현했지만 970원선을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면서 “심리적 지지선이 950원에서 형성되고 있으며, 이 지지선이 의외로 쉽게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원은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화 등은 장기적인 대책이어서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연중 저점이 훨씬 일찍 찾아와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당국이 과도한 물량 개입에 나서면 투기세력이 달러를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내다팔 수 있는 기회만 주는 셈이어서 현재로서는 미세조정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도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주식시장으로의 달러 유입이 증가되는 등 달러 공급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국 위안화 절상까지 겹치면 세자릿수 환율이 900원대 중반에서 형성돼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경제 ‘트리플 악재’] “추가 하락” 기업 달러매도 급락 부채질

    [경제 ‘트리플 악재’] “추가 하락” 기업 달러매도 급락 부채질

    원·달러 환율이 자고 일어나면 또 떨어지고 있다.‘하락’이 아니라 ‘급락’ 수준이다. 지난 6일 외환당국이 발표한 환율안정대책도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980선까지 무너져 이제 970선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해외거주용 부동산은 무한정 살 수 있게 하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환율급락 사태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부동산 구입 등을 통해 달러공급 우위를 해소하겠다는 대책이 중·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당장 약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책이 발표된 당일에도 990선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외환당국의 일부 개입이 감지됐지만 9일에도 환율은 더 떨어졌다.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형국이다. 올들어 글로벌 달러 약세는 이미 예견됐다. 미국 금리인상 행진이 곧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도화선이 됐다. ‘환투기 세력’의 개입도 원인이다. 여기다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하락을 예상한 기업들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미리 내다 팔고 있는 것도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고 있는 것도 환투기용으로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들이 환율의 추가하락에 대비, 주식매각 대금을 달러로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뉴욕시장에서 12월 미국의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이 114엔대로 떨어지진 것도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환율하락이 기조적인 현상으로 이미 자리잡았고, 하락폭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당초 전망보다 달러 약세가 빨라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970선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하락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에도 악영항을 미치는 만큼 외환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외환당국의 대책은 평소 강조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라는 점만 반복하고 있다. 마지노선을 정해 놓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식의 대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가격경쟁력보다는 품질경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환율하락을 꼭 우려할 필요만은 없다는 일부 지적도 외환당국의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환율급락 사태는 당초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속도인데다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심리적인 영향까지 작용한다고 보면 결국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게 유일한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달러를 사들이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 통화량이 급증하게 되고 통화안정증권을 다시 발행해야 하기 때문에 또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안증권 발행액은 155조 2000억원이나 된다. 지급이자만 6조 1000억원에 달한다.2004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은행이 2년 연속 적자를 겪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다. 잦은 시장개입이 낳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그런데다 현실적으로 ‘달러 약세’라는 대세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고민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25) 미국·유럽으로 간 차

    눈 덮인 일지암에 새해들어 반가운 손님이 왔다. 자우홍련사 툇마루 앞에 흰 눈 속을 뚫고 홍매화 한 송이가 핀 것이다. 순백의 눈 위로 피어난 홍매화 한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천리향을 품고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답다. 자우홍련사 툇마루를 따라,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풍경을 따라 홍매화향은 천리 만리를 가며 고통스러운 삶에 부대끼는 중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쉬게 한다. 부글부글 끓는 찻물을 하얀 백찻잔에 따라 다시 찾아온 홍매화에 헌다한다. 다시 이곳을 찾아와 생명의 거룩함을 알리는 그 홍매화는 늘 나를 일깨운다. 생명을 피워내기 위한 거룩한 고행이 모든 삶의 첫 출발이라고. 그런 점에서 홍매화는 긴 겨울 안거를 지내며 내 삶의 영혼을 피워올리는 부처인 것이다. 홍매화는 또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봄의 소리를 전해주는 전령사다. 겨울이 가고 곧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가시가 촘촘히 배어난 앙상한 홍매화의 굵은 마디들은 이리저리 굽어지고 휘어지며 세월의 연륜을 안으로 품고 있다. 휘어지며 굽어지며 볼품없는 세월의 연륜을 쌓아가고 있는 매화는 동토의 땅에서 그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찬란한 생명을 피워낸다. 차도 마찬가지다. 초의스님은 동다송의 맨 첫장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하늘이 이 신령스러운 나무를 귤나무의 덕과 짝지었으니, 천명대로 옮기지 않고, 남쪽에서만 자란다네. 우거진 잎 모진 추위와 싸우며 겨우내 푸르고 서리에 씻겨 가을 정취 풍기는 하얀꽃, 고야선녀의 흰 살결처럼 고우며 염부단금 같은 황금꽃술 맺혔네.” 차 역시 긴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며 우리 삶의 일상 속으로 걸어들어온다. 우리가 걸어온 차의 역사는 그런 점에서 많은 일화와 신화를 남기고 있다. 동양에서 꽃핀 차문화는 지금 어디까지 걸어가고 있을까. 매우 궁금한 대목 중 하나다. 중국에서 싹튼 차는 한국을 지나 일본을 건너 지금 미국과 유럽까지 진출해 있다. 현대 기술문명의 이기 속에서 고도로 발달한 철학적 사유체계를 가진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는 서구철학은 그 한계와 모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적 사유, 고도로 발달한 생명공학은 인간의 이성을 싹트게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극대화하는 개인문명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과 미국의 지식인 그룹들은 동양의 철학 속에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이정표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티베트불교, 일본불교, 그리고 한국의 선불교가 미국·유럽의 명문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것은 그같은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지식인 그룹들은 실천적인 불교식 명상에 익숙해지고 있다. 선원과 명상센터를 찾아가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문명과 호흡하기에 여념이 없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서구는 상위문명이요 동양은 하위문명이라는 도식적인 문명론의 환상이 깨지고 자연과 인간, 더 나아가 우주와 함께 유동하는 삶으로서 동양문명에 대해 서구의 지식인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실천적이다 못해 체험적이기도 하다. 얼마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도서전은 그같은 현상을 매우 잘 반영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선(禪)과 차(茶)를 제일과제로 선정해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전에서 선보이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의 결단은 대성공을 거뒀다. 현지 언론뿐만 아니라 참여한 전 언론의 관심사가 바로 선과 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을 통해 차를 배우고 있다. 얼마전 독일에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한국의 차를 보급할 수 있는 차카페를 만들어보겠다는 전화가 왔다. 그곳은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고 일본 차문화를 보급했던 곳이다. 일본은 그 도시재정의 대부분을 담당할 정도로 오랫동안 산업적 성과를 그곳에서 거두고 있다. 일본의 거리에 독일인과 일본인들을 위한 차카페를 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지인의 생각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일본의 차문화가 독일인들과 현지 일본인들에게 호응을 받았다면 그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한국의 차문화 역시 하나의 문화로 호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20년 넘게 무역업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 차문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재원을 투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독일뿐만 아니다. 프랑스, 영국에서 차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단지 그 문화의 흐름을 주도할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지금 유럽과 미국인들 사이에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그들의 문화 속에서 어떤 형태로 재편되어 자리잡아야 하는가는 문화전파자들의 몫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으로 차는 어떻게 전파되었을까. 한가지 유념할 것은 우리와 다르게 유럽과 미국의 차는 역사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유럽에 차가 보급된 것은 17세기 당시 가장 활발한 무역업을 하고 있던 네덜란드인들을 통해서다. 중국의 차가 처음 보급될 무렵 유럽사회는 물과 술을 주음료로 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에서 술의 피해는 심각할 정도였다. 유럽 차 보급은 영국 왕실에서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찰스 2세에게 시집을 간 캐서린 공주는 술에 취하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차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캐서린 공주는 차의 좋은 점을 알리기 위해 ‘티파티’(차회)를 열었다. 캐서린 공주의 차회는 당시 상류사회의 부인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낮밤을 가릴 것 없이 술에 취해 사는 상류사회의 문화에 그 부인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술 없이 담소를 나누며 교류를 이끌어가는 ‘티파티’는 삽시간에 유럽 상류사회를 휩쓸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중요한 소통수단인 티파티는 결국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 폐단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일본의 다도의례를 흉내낸 상류계층의 티파티가 고비용이 드는 호화로움의 극치로 치달았던 것이다. 마치 일본 막부시대 때 황금찻잔을 만들어 화려하다 못해 퇴폐적인 찻자리를 낳았던 것처럼 유럽의 티파티도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1997년 미국의 라이프지가 선정한 지난 1000년간의 100대사건 중 차의 유럽 전래가 보여준 삶의 패턴변화가 28위로 꼽혔다는 사실이 이같은 변화를 입증한다. 차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역사는 바로 고속범선의 출현을 앞당겼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차의 수요가 급증하자 그 운반 속도문제 해결이 큰 고민거리였다. 당시 중국남부에서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북상, 런던으로 오는 무역로는 1년 내지 1년반의 기간이 걸렸다. 긴 항해는 차의 맛을 변질시켰다. 그럼에도 차값은 그 폭발적인 수요를 견디지 못해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것이다. 상인들이 이같은 호재를 놓칠 리 없었다. 범선의 개량에 들어간 것이다.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체를 늘씬하게 하고 바람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돛대와 돛을 키워버린 것이다.‘클리퍼’라 불렸던 이 범선의 출현은 중국과 런던을 오가는 기간을 단 100일로 줄여버리는 신기원을 이룩해냈다. 당시 가장 빠른 범선은 하루에 무려 800㎞를 항해하는 놀라운 일을 해내기도 했다.19세기 중엽에는 ‘차 빨리 운반하기’경쟁이 생길 정도였다. 코스는 늘 똑같았다고 한다. 중국을 출발해 동중국해를 남하하고 인도양을 지나 남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대서양을 거슬러올라가 아조레스 제도를 지나 런던으로 들어온 후에 예인선에 끌려 템스강을 올라와서 선착장에 누가 먼저 찻짐을 내리는가 하는 경쟁은 몇 분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빨랐던가를 알 수 있다. 차가 또 미국 독립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빠뜨릴 수 없다, 18세기 중반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정부가 그들에게 부과하는 과도한 세금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신대륙의 개척자들은 영국의 화물선이 주로 입항하는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무거운 세금에 대해 엄중한 항의를 계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재정의 중요한 창구였던 동인도회사의 경영난을 덜고자 새로운 관세조치인 ‘차조례’를 발표했다. 당시 신대륙의 개척자들에게 차는 섬유 공산품 다음으로 많이 수입되는 중요한 품목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그들은 ‘차조례’를 악법으로 규정하고 광범위한 반대운동을 펼쳐나갔다. 그 운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요항구에서 차가 내리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당시 차는 주요무역품으로서 매우 값비싼 것이기도 했다. 신대륙 개척자들은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배를 습격,350여개에 이르는 차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에 영국정부는 영국의회에 대한 반역으로 간주하고 보스턴항을 폐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를 계기로 영국정부와 식민지간의 갈등은 마침내 1775년 무력충돌로 이어졌고 이듬해 대륙회의는 독립선언을 발표해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차는 이렇게 유럽과 미국사회에 전해졌으며 그후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사회에 차가 본격적인 문화로 자리잡지 못한 것은 커피의 전래때문이다. 커피는 복잡한 의례를 행할 필요없이 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유럽과 미국의 산업기술문명과 결합했고 지금도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차는 지금 또다시 새로운 문화로, 음료로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고 있다. 그 문화의 형태가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차는 하나의 정신문화로서 동서양을 떠나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순한 공간과 문화의 수출이 아닌 차의 정신, 곧 현대적인 삶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삶의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정적인 문화로서 차가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차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차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들은 새로운 영역의 확대에 눈을 떠야 하며 긴 안목으로 세계의 차시장을 바로 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차가 21세기의 새로운 대체음료로서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일지암 암주 ■ 中·英 아편전쟁 발단은 차분쟁 차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은 매우 많다. 아주 우화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신화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봤듯 차는 하나의 삶을 바꾸는 문화로서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영국과 중국이 벌인 아편전쟁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영국의 국운이 걸린 한판 전쟁이기도 했던 아편전쟁의 숨은 공신이 바로 차다. 차인의 입장에서 볼때 아편전쟁을 차의 전쟁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아편전쟁의 핵심은 차 였기 때문이다.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은 19세기 동인도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다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중국을 중심으로한 차시장 분할에 영국이 직접 뛰어든 것이다.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주축으로 삼아 인도에 대규모의 근대적 다원을 열고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적인 차시장에 대해 갖는 독점적인 지위를 깨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중국은 세계 차시장에서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무역의 주 결제수단으로 은을 사용했다. 차 주수입국이었던 영국은 엄청난 양의 은 결제수단을 찾지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영국정부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아편 무역이었던 것이다. 영국은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면서 그 결제를 모두 은으로 했고 그 은을 다시 청나라에 결제해주었다. 중국은 차를 팔아 아편을 사게된 것이었다. 이같은 사실을 안 청나라 정부는 그 같은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청나라 정부는 임금의 특명을 받은 임칙서를 광주로 파견, 영국 상인들로부터 아편 2만상자를 압수해 주강 하구의 해변에서 석회를 부어가며 20여일에 걸쳐 바다 속에 수장시켜버렸다. 이 사건으로 영국과 중국은 아편전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쟁 결과 청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차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야 했던 유럽에서는 직접 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이어졌다.1823년 스코틀랜드 기지 사령관이었던 부르스는 인도의 북동쪽 아셈지방에서 자생하는 차나무를 발견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만 차나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같은 사실을 뒤집은 아셈지방의 자생적 차나무에 대해 유럽은 열광했다.1834년 차위원회를 결성, 인도에서 차를 재배키로 결정한다. 그때부터 유럽은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할 준비를 한 것이다. 세계는 지금 인류의 건강과 정신을 책임질 수 있는 신음료인 차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동양도 마찬가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차의 전쟁이 동양의 대표 삼국인 한국, 중국, 일본 사이에서 벌어질 양상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일본의 차 음료 개발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이같은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 환율급락 투기세력 개입

    환율급락 투기세력 개입

    ‘환율급락의 뒤에는 ‘투기세력’이 있다.’ 외환당국이 최근 환율급락 사태의 주범을 일부 ‘환투기 세력’이라고 보고 사실 여부를 조사해 엄중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해 벽두부터 원·달러 환율이 예상을 넘어선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쏠림’ 현상을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고, 경기회복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환율이 요동치자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대규모 역외 헤지펀드가 준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2차관도 6일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고, 지난 5일에는 마지막 15분에 5원이 하락하는 등 일부 투기세력이 있는 듯하다.”면서 “환투기 세력이 있다면 이를 가만히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하루 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45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들어 무려 50억달러가 늘어난 5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환투기 세력’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최근의 환율 급락세는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라면서 “확인하긴 어렵지만 일부 환투기 세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당국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환투기 행위가 포착되면 올해부터 처음 시행하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검사권 발동을 통해 엄중하게 대처하기로 했다. 다만, 아직까지 환투기 세력의 실체에 대해서는 국내인지, 외국인지조차 구분을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시스템을 토대로 국내 외환시장을 실제로 움직이는 20여명의 외환딜러들의 외환거래를 중심으로 ‘환조작’ 가능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드러나면 금감원에 제재할 것을 통보해 외환거래정지 조치 등의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투기 외에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늘어난 것도 달러 공급이 증가하며 환율 급락을 부추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올들어 벌써 3000억원에 달한다. 외환당국은 이날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라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넘쳐나는 달러를 해외로 퍼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개장 초 한때 급등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돼 99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때문에 당국의 대응책이 단기적 쏠림 현상을 바꿔 놓을 수는 있지만,‘원화 강세, 달러 약세’라는 대세를 빠른 시일 안에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환율900시대] “달러화 적극 매수보다 미세조정 주력”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의 약세가 충분히 예상되고 국내로의 달러화 공급이 느는 상황에서 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시장이 앞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한국은행은 일단 단기적인 환율 변동보다 연평균 환율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달러화를 적극 매수하기보다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4일 “지난해 초에도 환율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국 1060원까지 올랐다.”면서 “환율은 등락을 반복하는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시장안정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연초부터 환율이 급락하자 올해 경제운용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연평균 환율을 1010원으로 밝힌 것이 시장에서의 환율급락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환율이 국내 경제상황이나 국제 외환시장의 추이와 괴리돼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우리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보다는 시장 대응에 한발 더 나가 있는 셈이다. 재경부는 환율은 시장상황에 따라 결정되지만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채산성에 큰 문제가 생기고 대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성장의 핵심인 수출이 흔들리면 올해 5% 성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경부 관계자는 “1차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화가 자본수지 적자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화보다 많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국내자본이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도록 제도 개선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백문일 김성수기자 mip@seoul.co.kr
  • 관세청 첫 여성 세관장 탄생

    관세청 최초로 여성 세관장이 탄생했다. 관세청은 1일 “2일자로 단행될 관세청 조직개편에서 본청 마약조사과 심갑영(46) 사무관이 우리나라 관세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세관장에 임명된다.”고 밝혔다. 경기 의정부 세관장을 맡게 될 심 사무관은 경남 마산 출신으로 마산여고, 성균관대 영문과와 무역대학원을 거쳐 지난 1977년 9급으로 관세청에 입문했다. 본청의 관세조사과와 평가1과, 서울세관 심사관실 등에서 일했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1)끝. 새날의 희망

    ‘정감록’ 연재도 막바지라 맺음말이 없을 수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의 예언문화를 다각도로 다루려 노력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화제는 조선후기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정감록’이 등장했고, 그것이 한동안 정치 및 종교운동의 모태가 되었다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엔 이른바 ‘정감록’ 사건이 참 많기도 했다. 그런데 ‘정감록’은 과연 무슨 사상을 담고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때가 많다. 아무리 ‘정감록’을 읽어봐도 어떤 체계라든가 사상성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설사 ‘정감록’에 예고된 정진인(鄭眞人)의 세상이 된다 해도, 그것은 또 하나의 왕조일 뿐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은 예수의 재림이 가져다 줄 인류역사의 완성을 예언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정감록’은 기껏해야 왕조교체를 논하는 수준이란 평가다.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니다.‘정감록’이란 텍스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정감록’을 읽는 나의 방법은 적혀 있는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문화적인 맥락에 비추어 읽는 방식이다. 텍스트의 안과 바깥을 부지런히 오가며 ‘정감록’을 읽는 것이다. 그러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정감록, 지배이데올로기에 맞선 대항이데올로기 ‘정감록’은 조선시대의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 이데올로기였다. 이 점은 19세기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여러 신종교의 가르침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동학·증산교 및 원불교는 하나같이 곧 밝아올 새 세상을 노래했다. 그들이 선포한 새날은 ‘정감록’이 민중에게 약속한 새 나라였다. 그것은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왕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새 하늘, 새 땅이었다. 새 날의 모습은 성리학자들이 추구해온 목가적 이상세계와는 달랐다. 그것은 ‘정감록’으로 빚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핵심이었다. 연재 가운데 이미 검토된 사실이지만 동학과 같은 새 종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17세기 이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런 운동은 ‘정감록’을 매개로 평민 지식인들이 주도했다. 신종교 운동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름대로 조직적 경험과 이론을 확립해갔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는 동학이란 교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해 민중에게 널리 지지를 받았다. 최제우의 동학은 ‘정감록’운동의 터전 위에서 창립된 것으로,‘정감록’없이는 동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이 옳다. 나중에 동학의 교명을 천도교로 바꾼 손병희 같은 지도자도 ‘정감록’을 무척 중시했다. ●오만년 대운, 전환기의 괴질 동학을 비롯한 여러 신종교에서는 조선왕조가 망하고 나면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바로 ‘정감록’에 예언된 정진인의 나라다. 그때가 되면 문자 그대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롭고 복된 사회가 건설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오만년대운(五萬年大運)이 새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동학의 경전 ‘용담유사’에는 ‘오만년’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용담가’에 “한울님 하신말씀 개벽 후 오만 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열린 지 오만 년 만에 최제우가 큰 가르침을 열었다는 말이다. 최제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이상적인 종교를 창립했다며,“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 운수로다. 만세일지 장부로서 좋을시고”라고 했다. 불교와 유교는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이제는 인류 최상의 가르침인 동학을 통해 새 세상을 건설할 때라는 것이다. 최제우는 동학의 유행을 천운(天運)이라 했다. 그러면서 보통사람들은 근심걱정 없이 이러한 시운에 따라 최제우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했다. 최제우에 앞서 세상이 바뀔 거란 점을 누누이 강조한 것은 ‘정감록’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사람들은 최제우의 주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정감록’엔 새 세상이 밝아올 때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전쟁과 질병과 굶주림이 그것이다. 최제우는 ‘정감록’ 예언을 대폭 수용해 과도기의 징후를 ‘몽중노소문답가’에서 이렇게 정리한다.“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개벽 아닐는가.” 여기서 말하는 십이제국이란 문자 그대로 열두 나라가 아니라 온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온 세상이 정체불명의 질병으로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곳에서 그는 ‘삼년괴질’이니 ‘연년괴질’과 같은 말을 한다. 요컨대 여러 해 동안 인류가 조류독감이나 에이즈와 같은 질병으로 시달린 다음에 “개벽”이 완성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마치 성경에서 말세에 큰 환란을 겪은 뒤 예수가 재림한다는 식이다. 조선 후기엔 천주교가 수용되어 종말론이 널리 전파되었다.‘정감록’에 기록된 환란도 그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최제우의 동학 역시 마찬가지다. 동학은 이름부터 천주교(서학)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지만, 그 주장이 꼭 대립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학을 계승한 증산교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증산교의 창립자 강일순은 한국에 출생하기 전에 로마 교황청 꼭대기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서양신부 마테오리치를 중국으로 파견한 장본인이라고도 했다. 이런 증산교도 전환기에 찾아올 환란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강일순의 생각은 동양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괴질의 원인을 과거의 모든 악업(惡業)과 신명들의 원한과 보복이 쌓인 것이라 했다. 악업과 신명을 강조한 점에서 그의 생각은 다분히 불교적이다. 강일순은 괴질의 발생을 사계절과 비교한다. 봄과 여름에는 큰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죄업에 대한 인과응보가 가을에 접어드는 환절기에 병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세에는 이런 식으로 큰 병이 세상을 휩쓸게 되는데, 한국에서 최초 발병자가 나오며 병을 치료할 구원의 도(道) 역시 한국에서 일어난다 했다. 괴질은 전라북도 군산과 순창에서 발생해 49일 동안 전국을 휩쓸고는 외국으로 건너가 3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다. 이것이 강일순의 예언이다. 그는 한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간주했는데 이런 사고방식은 ‘정감록’에서도 확인된다. 동학의 최제우 역시 오만년 대운을 열 새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함으로써, 한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여겼다. 19세기 한국은 내우외란이 겹쳐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종교적인 면에서도 외래종교인 천주교가 들어와 전통사상이 도전에 직면했다. 이런 판국이라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예언은 더욱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말세의 환란과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가 꽃을 피웠다. 동학과 증산교의 등장이 바로 그 보기다. ●새 세상은 미륵세상 최제우의 글에는 새 세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강일순의 경우는 달라 다가올 세상을 비교적 자세히 예고했다. 언제나 발뒤꿈치를 땅에 붙이고 살기 마련인 사람들도 하늘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했다. 새 세상은 밤도 낮처럼 환해지며, 들에는 백가지 곡식이 풍성하고 만 가지 과일이 다 굵고 커, 음식이 풍성하게 된다. 아름다운 옷도 무척 흔해진다. 강일순이 꿈꾼 새날은 의식이 풍족하고 교통이 편리하게 되며 어둠이 사라진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선 거짓이 사라지고 온갖 차별도 없어지며 수명이 늘어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강일순의 예언이 적중했다고 말한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얼마든지 하늘을 날게 되었고, 전깃불로 밤을 밝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할인마트에는 국산과 외국산을 막론하고 음식과 과일 그리고 의복이 넘친다. 헐벗고 굶주리던 옛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인권이 잘 보장되며 평균수명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강일순이 예고한 새 세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미륵세상이다.‘미륵하생경’에 비슷한 모습이 더욱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새 세상이 되면 거리마다 번화하기 짝이 없고, 밤마다 향수가 가랑비처럼 내린다 했다. 길바닥은 거울처럼 맑고 깨끗하고 평탄하며, 식량이 풍족해 인구도 번창한다. 보배가 무수하고 감미로운 과일나무, 향기로운 풀과 나무도 무성하다. 기후는 늘 온화하고 화창하며, 계절의 변화가 순조롭고 사람들은 착하고 고운 말만 서로 주고받는다.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 닫혀 아무런 냄새도 안 난다.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보통 8만 4000세까지 살게 된다. 이것이 지금 도솔천에서 수행 중인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건설할 새 세상의 모습이다. 물질이 지극히 풍족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답고, 누구나 심신에 고통을 받지 않고 오래 사는 이상향이다. 불교신자라면 누구나 이런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불교는 오랫동안 한국의 국교였다.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까지 늘 그랬다. 상하를 불문하고 모두 불교를 믿었다. 조선시대에야 사정이 달라졌다.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아 불교를 업신여기는 풍조가 유행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했다.19세기에 강일순이 미래의 이상향을 언급하면서 미륵세상을 사실상 그대로 옮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미륵세상은 한국사람 누구나가 지향한 이상향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조선후기 신종교운동을 펼친 평민지식인들이 이상세계를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정감록’에 미래사회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 때는 누구나 미륵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정감록’이든 또는 동학의 경전이든 이상향에 관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다. 조선시대 민중이 궁금했던 것은 이상향의 모습이 아니라 과연 언제 새날이 밝느냐는 문제였다.‘정감록’이 선포한 새 세상은 미륵세상이란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미륵이 얼마나 중시됐는가는 전국각지에 미륵신앙이 퍼져 있다는 사실에 나타난다. 일제시대 함경도 함흥에서 수집된 무가(巫歌)를 보면, 미륵은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로 인식될 정도였다. 바로 그 “미륵님 세월에는 섬(石)으로 말(斗)로 밥을 배불리 많이 먹고 인간 세월이 태평하였다.” 과거 미륵세상이 태평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다가올 미륵세상이 그러리란 기대를 역으로 투사한 것이다. ●정감록은 후천세계로 귀결 다가올 미륵세상을 신종교에서는 후천(後天)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인류의 역사를 양분해 지난 세상은 선천(先天), 다가올 세상은 후천으로 설명한다. 선천은 각종 모순이 쌓여 불합리하고 상극이 되어 충돌하던 어두운 세상, 후천은 상생의 논리가 지배하는 밝은 세상으로 본다. 원불교 교조 박중빈은 이미 선천과 후천이 교대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 후천세계는 평화롭고 평등한 문명 세상이다. 그것은 온갖 종류의 차별과 대립이 사라진 지상낙원인데, 한국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정감록’이 기약했던 정진인의 나라는 결국 후천세계로 귀결되었다. ■ 정감록과 임진왜란 ‘정감록’이 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임진왜란이었다. 선조25년(1592)에 일어난 왜란의 여파는 무척 컸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안 돼 전쟁에 관한 예언이 수집되었다. 일종의 사후 약방문인 셈인데, 그것은 뒷날 ‘정감록’에 녹아들었다. ‘조선금석총람’ 하편을 보면 세조5년(1459) 원각(圓覺)이란 승려가 81세를 일기로 입적하며 앞날을 예언했다. 자기가 죽고 130여년이 지난 뒤 고래 같은 도적(왜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의지할 곳을 잃게 된다고 했다. 그 때가 되면 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이고 피가 천리를 적시는데 서쪽(중국) 병사들이 와서 구원하리라 했다. 임진왜란 발생과 경과를 대강 맞춘 셈.‘산과 냇물에 시체가 쌓인다.’는 식의 표현은 ‘정감록’에도 보인다. 원각은 참혹한 전쟁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늘의 신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란 것이었다. 그는 향불을 태우며 무릎꿇고 관세음보살의 주문을 외우면 화를 입지 않게 되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당시 유행한 예언서에 “적은 부산에서 일어나 부산에서 그친다.”라고 돼 있었다 한다. 임진왜란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경상도 부산포에서 시작돼 어찌보면 거리가 매우 먼 평안도 부산에서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보통은 잘 모르고 있지만 평양 서쪽 30리에 부산 고개라는 곳이 있다. 그 왼쪽 언덕에는 사람 모양의 석상이 있는데 언제 누가 무슨 일로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한다. 임진년(1592년) 봄, 석상이 피를 흘려 이웃한 부산 고개까지 흘러 내렸다. 전쟁이 일어날 징조였다. 전라도 광양에선 돌에 적힌 예언서가 발견되었다. 쇠무덤(鐵叢)이라 알려진 곳에서 출토된 예언서에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동쪽으로 시오리 되는 곳에 황금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발견하면 만 배 이익이 될 것인데 그리 되면 아들은 능지기가 되고 노비가 능 주인이 되어 상하가 뒤집힌다. 승려가 승려노릇을 그만 두고 선비가 붓과 먹을 버리게 되며, 베 짜는 여인이 베틀을 버리고 농부가 쟁기를 버린다.” 상하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않는 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예언이었다. 비슷한 표현이 ‘정감록’에도 있다. “임진년에는 나라가 셋으로 갈라졌다가 계사년에 다시 평정되리라. 말해 또는 양해에 다시 태평하여질 것이다. 두류산에 들어가 난을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호서는 조금 편안하고, 한양에 도읍하면 마땅히 팔백년을 갈 것이다. 당나라 병사가 임진강을 건너면 국운이 2백년은 더 하리라.” 이 대목은 ‘정감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삼국으로 갈라졌다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 말해와 양해가 대길하다고 예언한 것은 모두 ‘정감록’에 수용되었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한 번 나온 예언은 어떤 식으론가 계승되게 마련인 것을 알 수 있다. 선조 때 명신인 이항복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 겨울날이었다. 이항복이 퇴궐해 막 집에 도착하자 청지기가 뛰어 나와 어느 괴상한 남자가 뵙자고 야단이라 하였다. 그 사나이는 헤진 갓에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몸에 걸쳤고 좁은 바지 자락은 정강이까지 돌돌 말아 올렸는데 얼굴은 큰 돌 같았고 키가 무척 컸다. 붉은 입을 괴물처럼 열고 한참 동안 무슨 말인가를 늘어놓은 뒤 갑자기 사라졌다. 이웃집에 살던 이덕형이 이를 목격하고 사정을 캐물었다. 이항복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그 사나이는 자칭 백악산의 야차(범어의 yaksa, 두억시니)라고 하는데 장차 내년에 큰 난리가 터질 텐데 아무도 걱정하는 사람이 없어 이렇게 내게 알려주러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차는 10세기 초 철원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토성 신을 연상케 한다. 그는 고려태조의 등극을 알리는 ‘고경참’을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돼 있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日경제 세금인상에 ‘휘청’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국민들이 내년부터 세금 등의 부담이 크게 늘면서 허리가 휘어질 전망이다. 당장 소득세, 주민세의 감면혜택이 내년 1월부터 반으로 줄고 2007년엔 폐지된다. 기업에 대한 감세조치도 반감된다. 담뱃값과 맥주세도 오른다. 의료비, 의료보험료, 고용보험료도 오른다.2007년부터는 소비세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자민·공명당 등 일본의 연립여당은 15일 소득세와 주민세의 정률감세를 2007년부터 모두 폐지하는 등의 ‘2006년 세제개혁대강’을 결정했다. 경기가 악화될 경우 “재검토를 포함,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긴 했지만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에 적지않은 악영향이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16일 “정부가 불경기에 대한 대책으로 펴온 감세정책 기조에서 증세 기조로 전환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증세규모는 2조엔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연립여당은 이날 경기호전을 들어 기업들의 법인세 감세 조치도 큰폭으로 축소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정기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핵심인 세제개정 관련 법안을 제출,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구상이다. 정률감세는 본래 지불해야 할 납세액으로부터 소득세를 20%(상한 25만엔), 주민세를 15%(상한 4만엔) 공제하는 조치로, 감세 규모는 연간 3조 3000억엔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감세폭이 반감하고,2007년부터는 완전히 감세가 폐지되기 때문에 그만큼 국민들의 세부담은 늘어난다. 기업들의 세부담도 는다. 내년 3월 시한이 끝나는 정보기술(IT) 투자 촉진 세제는 연장되지 않고 폐지된다. 연구개발촉진을 위해 실시됐던 감세조치도 내년 3월에 폐지된다. 주세체계도 바뀌어 일부 맥주가격이 오르고, 담뱃세도 한 개비당 1엔씩 오른다. 현행 손해보험료 공제조치도 폐지된다. 일본 정부·여당이 경기가 회복과 침체의 갈림길에 선 민감한 시기에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증세정책으로 돌아선 것은 재정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앙·지방정부의 채무가 800조엔에 육박, 재정재건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60%대로 OECD국가(평균 76.4%, 미국 63.4%)중 최악이다.taein@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휴대전화로 은행·주식거래 서비스

    국민은행과 제휴해 휴대전화의 ‘통합 칩’ 하나로 은행거래와 주식매매를 모두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주식매매, 시세조회, 차트 분석, 예금조회, 이체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칩은 국민은행 각 지점에서 무료로 장착할 수 있다.단 SK텔레콤 이용자는 월 7000원,KTF 이용자는 6000원,LG텔레콤 이용자는 3000원의 이용료를 부담한다.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내년 1월31일까지 이용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노트북,MP3, 영화예매권 등을 준다.전용 프로그램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이용자에겐 30분 무료 통화권도 준다.
  • [5만원의 행복] 단풍구경 못한 당신 달래며 은행나뭇잎 비가 내리네

    [5만원의 행복] 단풍구경 못한 당신 달래며 은행나뭇잎 비가 내리네

    꼭 멀리 가야만 여행이 아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서울 근교에도 훌륭한 여행지가 많다. 특히 경기도 양평 주변에는 넉넉한 가을을 느끼기에 좋은 운길산 수종사, 아이들의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서울종합촬영소, 우리의 영 원한 학자인 다산 정약용 생가, 물고기 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경기도 민물고기연구소와 각종 갤러리 등 많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가을 끝자락을 붙잡는 수종사·여유당 ●일찍 일어나야 더 멋진 여행을∼ 일단 양평일대는 차량 정체로 소문난 곳이다. 특히 당일 여행의 경우 무조건 아침 일찍 출발해야한다. 그래야 차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동네에서 파는 1000원짜리 김밥이라도 좋다. 김밥 6줄과 음료수, 과자 등을 사서 출발, 차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시간을 절약함과 동시에 돈도 아낄 수 있다. 북한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제일 먼저 들를 곳이 다산 정약용생가. ●학자의 숨결을 느끼며 아침 9시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도 없고 한적해서 좋았다.“아빠, 이게 수원 화성을 쌓을 때 썼던 거중기예요.”라는 아이. 역시 어젯밤에 여행을 위한 사전공부의 효과가 있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자리잡은 다산 생가는 정약용이 태어나 유년시절과 말년을 보낸 곳이다. 생가로 가는 길가에선 목민심서 글귀를 새긴 나무기둥과 수원화성 축조에 쓰인 거중기와 녹로의 모형을 볼 수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다산의 생가 ‘여유당(與猶堂)’이 눈에 들어온다.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과 선이 아름다운 여유당의 어울림은 은은한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홍수에 떠내려갔던 여유당을 1975년 복원했다. 낮은 돌담 너머로 보이는 생가는 ㅁ자의 전통 한옥으로 고풍스러운 맛이 그대로 남아 있다.40여평 규모의 다산전시관에는 목민심서·흠흠신서 등 다산의 저서와 서화, 수원화성을 쌓을 때 이용한 거중기 모형이 전시돼 있다. 다산 생가에는 가을이 한창이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어른들은 의자에 앉아 따뜻한 캔커피를 한잔 하며 여행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주차장·입장료 무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 휴무.(031)576-9300. 30∼40분 정도 돌아보고 떠나자. 정약용의 묘역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동방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사찰 수종사로. ●동방의 아름다운 사찰 다산 생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운길산 수종사가 있다. 입구부터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아이들과 걸어 간다면 1시간은 더 걸린다. 차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일반 승용차로 갈 수는 있지만 순탄치않다.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하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길에 차를 세워놓아 운전하기도 쉽지않다. 하지만 차로 오르다 보면 길가에 주차할 만한 공간이 곳곳에 있다. 어린 아이를 업고 올라가느라 힘들지 않으려면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올라가야한다. 오전 10시쯤 차를 중턱에 세워놓고 5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걸었다. 정말 이젠 가을의 끝이다. 파란 하늘과 도도히 흐르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걸었다.10분을 걷자 “아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업고 가.”라며 아이가 주저앉는다. 할 수 없이 아이를 업었다.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생각보다 힘들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흙길을 따라 걸으니 수종사 입구가 나온다. 단풍이 좋다는 산이나 사찰에 많이 가보았지만 이렇게 운치있고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다. 옅은 파스텔처럼 번지는 단풍의 아름다움, 저 멀리 보이는 북한강, 고즈넉한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사찰 역시 조선의 문호 서거정이 ‘동방에서 제일 아름다운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칭송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조선시대 세조가 북한강 뱃길로 한양으로 향하다가 맑고 은은히 퍼지는 종소리를 듣고 운길산을 뒤졌으나 절은 안 보이고 작은 암굴에 모셔진 16나한을 발견한다. 그때 세조가 들은 종소리는 굴 천장에서 떨어진 물소리의 울림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절을 지을 것을 명하니 바로 수종사(水鐘寺)다. 이런 전설을 가진 수종사에는 유명한 것이 두개 있다. 첫번째가 물(水)이다. 입구에 있는 석간수 샘은 이래저래 수종사 최고의 보물이다. 물 맛을 알아본 다산 정약용이 시인묵객들을 모아 수종사에 머무르며 석간수로 우린 차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찻물로 이름이 높다. 대웅전 마당에 있는 다실‘삼정헌’에서는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차를 나누어준다. 북한강의 장쾌한 경치를 바라보며 마시는 차맛은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두번째는 수종사 쌍은행나무다. 세조가 절을 짓고 기념으로 심었다고 한다. 나무 아래는 525년 되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위세가 당당하며 긴 세월동안 모진 풍파를 다 겪었지만 아직도 위태로운 벼랑끝에 꼿꼿하게 버티고 서 도도히 흐르는 북한강과 남한강을 지키고 있다. 바람이 불자 은행나무 비가 내린다. 황홀감이 느껴졌다. 파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가지 밑에는 노란 양탄자가 깔려 있다. 수많은 은행잎이 떨어져 만든 그림이다. 은행을 찾아 줍는 이,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여유를 즐기는 이, 디카를 꺼내 연신 연인의 표정을 담는 사람들…. 오르기가 힘들어 중간에 포기했으면 정말 아쉬웠겠다. 배가 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서둘러 하산한다. 내려오는 길은 편하다. 서 있어도 자동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비탈이기 때문이다. ●양수리의 맛집 오전 10시에 수종사에 올라갔다 오니 12시가 지났다. 자동차로 5분 거리의 ‘죽여주는 동치미국수’로 갔다. 얼음이 버적버적 얼큰한 동치미 국물에 쫄깃한 국수를 말아준다. 별로 맵지 않아 초등학생 정도면 먹는 데 지장이 없다. 함께 나오는 동치미 국물에 씻은 배추김치 같은 김치도 맛이 그만이다. 어른 둘, 아이 둘이면 국수 셋에 녹두전 하나면 OK. 국수 5000원, 녹두전 1만원.(031)576-4070. 빨리 먹고 오후 1시까지 서울종합촬영소로 가자.‘월컴투동막골’을 무료로 볼 수 있다. ■ 내친김에 들러보는 서울종합촬영소·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 ●신난다, 재미있다 10분 거리에 한국영화의 메카인 서울종합촬영소가 있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모두 1만원.(031)579-0605.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오후 1시쯤 도착했다면 바로 매표소 옆에 있는 시네극장으로 가자. 오후 1시부터 영화가 무료로 상영된다.11월은 ‘웰컴투 동막골´이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1시·3시 두번, 평일에는 오후 1시30분에 한번 상영한다. 영화를 보았으면 무조건 영상지원관 2층으로 가자. 제일 재미있는 곳이 영상체험관. 유료시설로 입장료와 별도로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아이들이 좋아한다. 엘리베이터와 영상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고층 빌딩 안 영화제작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스튜디오X-prees’부터 청색스크린 앞에서 촬영한 후 암벽이나 다리 같은 배경화면을 합성하는 ‘매직박스’, 타임터널 등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매시 15분마다 입장할 수 있다. 그다음 미니어처 체험전시관으로 가자. 무료. 매시 정각과 30분에 입체영화를 상영한다.‘원더풀데이즈’라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3D로 만들어 특수안경을 쓰고 본다.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영상에 아이들이 손을 내밀어 허공을 휘젓는다. 스케일은 작지만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보는 것과 같다. 이제는 오후 4시면 야외 세트장이나 1층 전시실을 둘러보고 돌아가든지 아니면 내친김에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로 가자. ●팔뚝만한 잉어를 맨손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031-772-3480)는 무료이며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다. 서울종합촬영소에서 빨리 움직여야한다. 학습관 1층 수족관에 들어 있는 황쏘가리, 어름치 등의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쉬리와 각시붕어 등 우리나라 토종물고기들이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공짜’라는데…. 살아 있는 물고기들로 가득찬 1층 전시실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첨단 전자장비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시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물고기를 판박이 할 수 있는 ‘내가 만든 물고기’, 박제 물고기에 낚싯바늘을 대면 물고기 이름이 나오는 ‘낚시체험’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야외에서는 좁은 수로의 야외수족관에 잉어, 붕어, 피라미 등을 풀어 놓아 누구나 잡을 수 있게 만든 ‘터치 풀’이 인기.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팔을 걷어 붙이지만 피라미나 붕어 등 작은 물고기는 도저히 잡을 수 없고 가장 큰 잉어를 노렸다. 족히 60㎝이상 될 크기의 잉어들의 몸놀림도 예사롭지않다. 결국 아빠들 몇 명이 마음을 합했다. 두 사람은 물고기를 몰고 한 사람은 구석에서 기다렸다. 몇 번을 허탕 친 끝에 간신히 잡았다.“우와∼.”아이들의 탄성에 아빠들도 힘이 난다. 가을이 아쉬워 떠난 여행, 이렇게 하루가 아쉽게, 그러나 재미있게 지나갔다.
  • [열린세상] 적당히 나쁜 사람들의 사회/김화진 미국변호사·고려대 경영대 겸임교수

    자본주의 경제와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평균적인 부정적 인간형은 이른바 ‘적당히 나쁜 사람(Moderately Bad Person: MBP)’이다. 이 MBP는 살인이나 방화, 절도 등과 같은 범죄와는 애당초 거리가 멀고 그런 범죄자들을 혐오하며 처벌의 강화를 적극 지지한다. 이 MBP는 음주운전은 하지 않지만 급하면 종종 불법 유턴을 한다.MBP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끔 회사 돈을 개인 용도에 지출하고 주식 내부자거래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며 길거리의 불법 DVD를 구입하기도 하는데 막상 큰 재벌기업의 불법사례에 대해서는 비난의 열변을 토하고 중국에서 우리 나라 가수들의 불법 CD가 대량 유통되는 데 대해 분개한다. 어떤 MBP는 회사의 상당히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회사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몇 가지 위법한 일들이나 거래처와의 불법거래에 참가하기도 하고 그로부터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어떤 MBP는 승진하기 위해 상사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적극 돕고 ‘회사를 위해’ 분식회계에 가담한다. 그러나 대개의 MBP들은 집에 돌아와서는 엄한 가장이고 효자이며 거짓말하는 자녀들을 호되게 꾸짖고 성실과 정직의 덕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불우이웃 돕기에도 힘을 보탠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갖가지 문제들이나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이런 MBP들이 무수히 연루되어 있다. 거꾸로 말하면,MBP의 수가 줄어들면 분식회계나 시세조종, 횡령과 배임 같은 범죄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MBP는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모른다. 증권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에 관한 교육을 담당해본 경험에 의하면 고학력의 전문직 종사자들마저 그 카테고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런 경우의 문제는 교육을 통해 잘 해결될 수 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강화한다면 기업지배구조나 자본시장에서의 문제들을 상당부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은 자본시장은 물론이고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서도 최상층에 위치하므로 그 파급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는 MBP들도 물론 많이 있다. 이 경우는 법의 집행을 엄격히 하는 것이 처방이 될 것이다. 법을 어기고도 잘 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MBP가 양산된다.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반칙하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 MBP들이 잘못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내 전역에 CCTV를 설치해서 감시할 필요가 있는가? 효과는 좋겠지만 비용이 너무 크다.MBP들은 경제활동에서와는 달리 근본적으로 선량하고 대부분 소심한 사람들이다. 마음 좋은 우리 친구요 동료들인 것이다. 이들은 사회 전체의 준법 상태가 좋아지면 바로 MBP에서 졸업한다.CCTV가 불필요하다. 잠재적인 불법을 방지하기 위해 환경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비싼 방법보다는 우리 공동체 다수 구성원들의 심성을 신뢰하고, 규칙 위반자들을 확실하게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경제범죄에도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지켜져야 할 것이지만 기소율이나 실형선고의 비중이 의외로 낮다고 한다(약 20%). 물론, 결과 책임을 묻는 일은 극력 피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내부자거래금지 규칙의 제정이 시장에서 주식을 발행한 기업들의 자본비용 감소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본비용의 감소는 그 법이 실제로 집행되어야 발생하며 그 규모는 약 5%이다. 나아가,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은 그 자체 시장참가자들의 행동에 변화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법령의 집행이 시장참가자들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 정비와 자본시장 질서의 개선에 사법부가 합당한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 김화진 미국변호사·고려대 경영대 겸임교수
  • 경북 영주 고치재, 오솔길

    경북 영주 고치재, 오솔길

    무작정 걷고 싶다. 아니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고 싶다. 햇살이 색바랜 나무에 닿아 하얗게 부서지고 노랗고 붉은 낙엽이 바람에 춤추는 그런 곳으로…. 굽이치며 끝없이 흘러가다 파란 하늘에 맞닿을 것 같은 산속의 오솔길 끝에 있는 가을을 찾아 헤맸다. 소백산 끝자락에서 경북 영주와 충남 단양을 잇는 고치재 길은 가을의 달콤함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강하진 않지만 은은한 동양화 색깔처럼 노랗게 변해버린 이깔나무, 강렬한 빨강으로 온 산에 생기를 불어넣는 단풍나무와 가을에도 변하지 않는 푸른 침엽수들이 고치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 글 사진 영주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북 영주 좌석리에서 시작되는 고치재에 첫모습은 어린시절 외딴 외가집을 찾아가는 그런 시골길 같다. 순흥면에서 좌석리·마락리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해 오르면 옥대리. 길 오른쪽으로 커다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차례로 나타난다.700년 이상 살아오며 고치재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나무들이다. 단산저수지를 지나 5㎞ 남짓 오르면 삼거리. 상좌석, 연화동 그리고 미락리로 갈라지는 좌석리의 중심이다. 좌석리에서 위좌석으로 오르다 보면 사과밭이 즐비하다. 연분홍빛의 사과를 주렁주렁 매단 가지가 도로까지 손을 내밀며 낯선 이방인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겨운 동네다. 사과밭에 앉은 집채만 한 바위가 보인다. 이름하여 앉은바위.‘좌석리’라는 마을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정월 초정일(初丁日)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제를 올리는 바위다. 삼거리에서 고치재 쪽으로 좀더 오르면 갈림길. 왼쪽이 연화동, 곧장 가면 고치재다. 연화동에는 두개의 예쁜 폭포가 있다. 마을 구경을 끝내고 이제 본격적으로 고치재로 향한다. 연화동 갈림길부터 울창한 숲길을 따라 고치재로 오른다. 거의 정상부근까지 포장이 되어 승용차도 쉽게 오르는 길이다. 차창을 열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길이 너무 좁아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길 옆으로 흐르는 풍경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아차’하면 사고가 나겠다 싶어 아예 차를 한편에 세워놓고 내렸다. 길섶에 나무들은 제각기 다른 얼굴로 부서지는 햇살을 맞으며 몸을 흔든다. 나무 끝에 매달린 파란 하늘까지. 정말 아름답다. 굽이치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나도 한 마리 다람쥐인 양 길가에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저 밑에 두고온 ‘자동차’생각이 났다. 오늘처럼 차가 귀찮게 느껴질 때는 없었다. 되돌아 내려와 다시 차를 몰고 천천히 고치재를 올랐다. 비포장도로를 한 10여분 달렸을까. 껑충한 장승들이 반겨주는 널따란 광장이 나온다. 여기가 바로 해발 760m의 고치재 정상이다. 백두대간의 주능선으로 태백산이 끝나고 소백산이 시작하는 곳이다. 그런 연유로 여기엔 태백산신과 소백산신을 함께 모셨다는 ‘국사서낭당’이란 조그만 당집이 있다. 당집 안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산신은 단종 임금과 금성대군이다. 단종이 노산군으로 격하돼 영월에 유배됐을 때 세조의 동생이자 단종의 삼촌이었던 금성대군은 영주 순흥도호부 부사와 함께 단종 복위운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금성대군의 밀사들은 단종 복위를 꿈꾸며 영주와 영월을 잇는 가장 빠른 길인 고치재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관노의 밀고로 복위운동은 물거품이 되고 단종은 영월, 금성대군은 안동에서 생을 마감했다. 복위운동의 근거지였던 순흥도호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꿈을 품고 이 험한 길을 다녔던 단종의 밀사들도 고치재에서 이마의 땀을 식혔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고치재의 단풍에서는 서글픈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고개를 넘어 마락리로 향한다. 말이 떨어져 죽을 정도로 계곡이 깊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내려가는 길은 흙길이다. 차를 세웠다.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갖가지 노란색으로 물든 잎갈나무의 아름다움을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소백산을 넘는 지름길로 방물장수나 봇짐을 짊어진 보부상들이 다녔지만 이제는 찾는 이가 없다. 가끔씩 백두대간 종주자들이 들를 뿐. 마락 청소년야영장이 나타났다. 여기는 1991년까지 옥대국민학교 마락분교였다. 폐교가 되면서 청소년야영장으로 바뀌었다.1964년 개교한 미락분교는 1991년까지 27년 동안 14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한다. ‘경상북도 경계’표지석을 지나면 의풍리에 이른다.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속하는 마을이다. 여기서 우회전해 남대리를 지나 마구재를 넘으면 부석사 쪽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의풍1리 삼거리에서 오른쪽 비포장길로 10여분을 가면 영월 김삿갓마을이 나온다. 삼거리 왼쪽 길은 배틀재 넘어 단양으로 가는 길인데 무척 험하다. 의풍리에서 도계까지 도로확장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까지가 고치재 여행의 종점.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오롯이 묻어 있는 고치재 길의 늦가을 풍경은 남달랐다. 경북 영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석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손꼽히는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서기 67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사찰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있다. 노란 은행잎이 흩날리는 길을 10여분 걸어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 앞에 이르렀다. 무량수전은 ‘배흘림기법’이란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가운데가 볼록한 기둥의 아름다운 선으로 유명하다. 여인의 치맛자락을 살짝 올린 듯한 지붕 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석사는 늦은 오후가 제격이다. 소백산을 넘어 온 노을이 은행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 아늑한 절집에 내려앉으면 세상 시름도 잠시 잊게 된다. 운좋게 황금빛 노을을 무량수전 앞에서 본다면 금상첨화. 첩첩이 허리를 포개고 늘어선 백두대간의 황홀함에 빠지게 된다.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 영주의 선비촌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민속놀이와 다도, 붓글씨 등 선비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막걸리와 파전을 먹을 수 있는 토속음식점과 대장간, 한지, 도예품 등을 만드는 공방 등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3000원, 주차료는 무료. 혹시 하루를 영주에서 묵고 갈 요량이라면 선비촌에서 머물 수 있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문살 창호지를 간지럽히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2인 기준 2만원부터.(054)638-7114,www.sunbitown.com 영주에는 소문난 먹을거리가 별로 없지만 순흥묵집은 한 번쯤 찾을 만하다. 따뜻한 육수에 신 김치를 썰어 넣고 쫄깃쫄깃한 묵을 말아준다. 값은 4000원. 이밖에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다가 육수와 묵을 넣어먹는 ‘태평초’도 맛있다.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마음에 들 듯.1만 5000원.(054)632-2028. ■ 찾아가는길 영동고속도로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풍기나들목으로 나오면 된다. 나오자마자 우회전해 첫번째 사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부석사 가는 931번 지방도. 부석사 방향으로 계속 달리다 단산면 옥대리 삼거리에서 좌석리·마락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고치령 길이다. 좌석리 소백산 매표소를 지나면 고치령 옛길이 시작된다. 좌석리에서 고치령 정상까지는 약 5㎞, 정상을 넘어 마락리까지는 4㎞ 정도.
  • 강남 재산세 인하 무산

    관심을 모았던 부자동네 서울 강남의 재산세 인하조치가 무산됐다. 서울 강남구의회는 31일 임시회를 열어 강남구청이 재의를 요청한 ‘강남구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적 3분의 2에 못미치는 13명이 찬성하는 데 그쳐 부결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탄력세율 적용을 통해 9월30일로 납기가 끝난 재산세의 ‘소급 인하방안’이 무산돼 주민들은 원안대로 세금을 물게 됐다. 이번 강남구의회의 결정은 재산세 인하를 추진중인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세금인하를 추진했던 구의회가 강남구의 재의를 받아들여 이를 무산시킨 것은 부자동네 사람들에게만 세금을 깎아준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강남구는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 내년에는 재산세 탄력세율 30% 인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강남 재산세 탄력세율 소급 적용될까

    서울 강남구의 재산세 탄력세율 소급적용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강남구의회(의장 이재창)는 31일 임시회를 열고 재산세 50% 탄력세율 적용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강남구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표결처리한다. 개정조례안은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효력이 발생하는데 강남구의회의 결정이 타 자치단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조례안은 지난 4일 의회가 찬성 18명, 반대 7명으로 의결했으나 강남구는 지난 26일 재의를 요구했다. 강남구는 재의 요구안에서 “의회의 요구대로 재산세 탄력세율을 적용할 경우 중소형 아파트는 세금감면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반면 대형·고가아파트가 혜택을 받아 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급입법에 따른 공신력 저하와 세수감소로 인한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의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회측은 “집행부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며 “주민 대다수가 세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탄력세율적용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배드 컴퍼니(OCN 오후 3시10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관록파 앤서니 홉킨스와 ‘떠벌이’ 크리스 록이 뭉쳤다. 스크린에 자주 악역으로 등장하던 앤서니 홉킨스로서는 오랜 만에 좋은 역할을 맡았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에 크리스 록의 입답을 첨가한 코믹 액션물. 솔직하게 말하면, 미국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이 저조했으며,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화와 TV시리즈에서 미다스로 군림하고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고 하면 일단 시청자들도 안심이 될 듯. 그의 제작 리스트 가운데 이 영화는 ‘베버리힐스캅’(1985),‘나쁜 녀석들’(1995)의 계보를 잇고 있다. 뻔히 보이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점심 먹고 나른해진 오후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영화다. 조엘 슈마허가 연출했다. 배드 컴퍼니는 범죄자들이 CIA를 일컫는 속어란다. 제이크(크리스 록)는 뉴저지에서 암표를 팔거나 내기 체스로 돈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 그런 제이크에게 CIA로부터 제의가 들어온다.CIA가 제이크에게 접근한 이유는 그의 쌍둥이 형이자 CIA 1급 요원이었던 케빈이 무기거래 수사를 하다가 살해당했기 때문. 베테랑 요원 옥스(앤서니 홉킨스)로부터 9일 동안 집중 훈련을 받은 제이크는 핵무기 거래를 무난히 성사시킨다. 하지만 무기 밀거래 조직간의 암투로 상황이 급변하는데….2002년작.117분. ●팜비치 스토리(EBS 오후 1시50분) 지난주에 이어 소개되는 할리우드 초창기 코미디의 천재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 작품이다. 단순한 스크루볼코미디라기보다는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사회에 대한 풍자와 시니컬한 시선이 녹아 있다.2차대전 동안에도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놀고 먹었던 당시 졸부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조롱하고 있는 것. 코믹한 오프닝에서부터 사람들은 웃을 준비를 한다. 남녀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이 나온 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자막이 뜬다.‘정말 그랬을까요?’라는 자막이 뒤를 잇고, 그 대답으로 ‘아니오!’라는 자막이 다시 뜬다. 결혼 5년차인 톰(조엘 맥크레)-제리(클로데트 콜버트) 부부. 발명가인 남편 톰은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해 아파트 월세조차 못 낼 형편이다. 아내 제리는 돈 많은 남자와 재혼해 톰이 발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주기로 한다. 부자들 집합 장소라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가는 기차를 탄 제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로 알려진 존 하켄새커 3세(루디 발리)를 알게 되고, 하켄새커는 제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선물 공세를 퍼붓는데….1942년작.88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놀기 좋은날은 꼭 구민의 날

    놀기 좋은날은 꼭 구민의 날

    “구민의 날을 아시나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각각 ‘구민의 날’이 있다. 모든 자치구는 구민의 날을 조례로 정하고 있으며, 구민의 날이 되면 연예인을 초청하는 등 각종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구민의 날은 대부분이 ‘놀기 좋은’ 5월과 10월에 몰려 있다. 자치구의 한 공보담당자는 “구민의 날을 제정할 당시, 먼저 봄·가을로 정하기로 하고 그 다음에 의미를 꿰맞추는 식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쨌든 ‘먹고 놀기’위한 구민의 날이 아니라는 항변을 하기 위해서, 자치구들은 그럴듯한 구민의 날 선정 명분을 만들어 내야만 했다.‘구민의 날 선정이유는 자치구마다 각양각색이다. 서울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는 역사와 전통이 긴 자치구답게 구민의 날 선정 사유도 조선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종로구는 구 이름의 유래가 된 종각이 1468년(세조 14년) 5월9일 현재 위치로 처음 자리한 날을 기념해 구민의 날을 정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고문서들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날”이라면서 “직접 구민의 날 선정작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택일’하기 위한 고된 작업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밝혔다. 서울 금천구(구청장 한인수)는 좀더 특이하다. 금천구 역시 10월의 ‘좋은 날’을 구민의 날로 선정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1416년 10월15일 조선 태종이 ‘금천’이란 지명을 처음 하사한 날을 기념해 구민의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구청장 이기재)의 구민의 날 선정 이유는 ‘과감’하다. 자치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한글날(10월9일)을 구민의 날로 정한 것이다. 관계자는 “잊혀져가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10월9일을 구민의 날로 정했다.”면서 “한글날도 기리고 청명한 가을날 구민들도 즐기는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5월1일이 구민의 날인 서울 도봉구(구청장 최선길)와 관악구(구청장 김희철) 관계자는 “주변에 산이 있는 지리적 요건을 감안해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의 첫날로 구민의 날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구민의 날이 10월1일인 강북구(구청장 김현풍)와 10월2일인 구로구(구청장 양대웅) 관계자도 “문화행사나 축제를 치르기 좋은 10월로 구민의 날을 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구로구는 지난해까지 영등포구에서 분구된 날을 기념하는 4월1일이 구민의 날이었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올해 조례를 개정해 10월2일로 구민의 날을 옮겼다. 서울 송파구(구청장 이유택)와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봄·가을에 구민의 날을 맞추면서 독특한 의미도 갖추고 있다. 송파구는 88서울올림픽 개막일인 9월17일을 구민의 날로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송파구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면서 “송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그 날을 구민의 날로 정했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구의 명물인 ‘아차산’이 사적으로 지정된 5월25일을 구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 성북구는 구의 대표적 축제인 ‘선잠제(先蠶祭)’ 날인 5월7일을 구민의 날로 정했다. 서울 동작구(4월1일), 강서구(9월1일), 강동·은평·강남구(이상 10월1일)는 분구(分區)된 날을 구민의 날로 정하고 있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는 지난 1980년 대통령령 제9630호에 따라 관악구에서 분구된 날인 4월1일을 구민의 날로 하고 있다.4월이 행사를 치르기엔 너무 춥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까지 그 ‘의미’를 좇아 4월1일을 고수하고 있다. 또다른 의미를 찾아 구민의 날로 정한 경우가 있다.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 총무과 관계자는 “동대문구는 1919년 9월27일 일제 경성부 조례로 현 동대문지역에 동부출장소가 만들어진 날을 기념해 구민의 날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대문’이란 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동대문지역이 처음 행정구역의 중심이 됐다는 측면에서 보기에 따라 의미있는 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민 김모(25·대학생)씨는 “‘동대문’이라는 지명이 나오지도 않는데,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을 기념해 구민의 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아하다.”면서 “좀더 의미있는 날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울 강남구 - 구 의회 稅분쟁 2라운드

    서울 강남구와 구 의회간 재산세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강남구는 26일 지난 4일 구의회가 재산세에 대해 50%의 탄력세율을 적용키로 의결한 ‘강남구세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구의회 임시회에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청은 재의 요구안에서 “의회의 요구대로 재산세 탄력세율을 적용할 경우 세부담 상한제(전년 대비 50%)를 적용하기 전의 원래 재산세에서 탄력세율만큼 감액하도록 돼 있어 중소형 아파트는 세금감면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반면 대형·고가아파트가 혜택을 받아 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구는 또 재산세 납부기한이 지난 9월30일로 이미 끝난 상황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으로 법적 공신력과 안정성을 해친다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특히 세율 인하로 280억원의 세수 감소가 초래돼 이로 인해 각종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어려워지고, 경로당·어린이집에 대한 운영지원이나 저소득층 지원사업 등에 차질이 빚어진다며 재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구의회는 오는 31일 표결을 통해 재의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강남구의회는 지난 4일 구의원 26명 가운데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력세율 50%를 적용, 재산세를 50% 깎아주는 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8명, 반대 7명으로 통과시켰었다. 집행부가 재의를 요구했을 때는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발언대] 인구주택 조사항목 더 늘려야/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오는 11월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되는 ‘인구주택 총조사’는 우리나라 인구, 가구, 주택, 주거형태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주택 총조사가 처음 시작된 곳은 미국이다. 그러나 ‘센서스’의 역사는 성경에도 기록될 만큼 오래됐다. 로마시대에는 국가조직이 발달하면서 과세와 징병을 목적으로 5년마다 실시했다. 인구주택조사를 의미하는 센서스라는 말은 ‘과세한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도 고조선 시대와 삼국시대부터 인구와 국경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국가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우리나라 인구조사의 시작인 셈이다. 특히 신라 장적에는 토지가 종류와 면적을 기준으로 기록됐고, 사람은 인구·가호·노비의 수와 3년 동안의 사망, 이동 등 변동 내용이 기재됐다. 이같은 전통은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전국적인 호구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됐다. 근대 들어 인구조사는 일제가 식민지배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1925년부터 5년마다 국세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순수한 의미의 인구조사는 광복 후인 1949년에 처음으로 실시됐다. 신생국 설계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1년을 앞당겨 실시했다. 하지만 이듬해 터진 6·25동란으로 전체적인 인구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뒤 1960년에 들어와 인구조사에 주택조사가 함께 실시되면서 지금까지 16차례의 인구 총조사와 9차례의 주택 총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는 모두 11만여명의 조사인력이 투입돼 내외국인을 포함한 전국의 약 1600만가구를 대상으로 성별, 나이, 아동 보육 상태 등 44개 항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특히 초혼 연월, 총 출생아수, 추가계획 자녀수, 고령자 생활비 원천 등 저출산·고령화 및 주거의 질, 복지(장애) 등에 대한 조사항목이 새로 채택됐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자체별 통계자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시·도별로 3개의 특성항목이 별도로 선정됐다. 맞벌이 및 1인 가구 등 면접조사가 어려운 계층에 대한 인터넷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항목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본다. 우선 국민보건에 관한 사항으로 가구내 환자 유무와 그에 따른 병명과 치료 상태 등을 조사해야 한다. 도시 가정이 키우고 있는 애완견이나 농촌의 사육가축의 종류나 사육두수, 심지어는 어촌의 양식 어종과 숫자도 조사에 포함시켜야 한다. 최근의 인구조사는 단순히 인구의 정태적 크기나 구조 파악을 주목적으로 하는 데에서 나아가 점차 경제활동과 관련된 종합조사의 성격을 띤다. 인구조사가 국가의 잠재력을 망라하는 국세(國勢)조사로 정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통계에 많은 인력과 29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만큼 좀더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항목을 확대, 실생활과 현실에 맞게 다양화된 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5년에 한번씩 실시해온 통상적인 인구주택조사와는 달라 조사에 특히 정성을 쏟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팽창된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구축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통계조사 결과가 일류국가·복지국가 및 정보화 국가의 기초 자료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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