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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대학생 전세, 판도라의 상자 열다? /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데스크 시각] 대학생 전세, 판도라의 상자 열다? /김성곤 산업부 전문기자

    설(1월 23일) 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곳곳에서 문제가 많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생 전세 입주 대상자가 됐는데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고향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서울로 대학 가서 그것도 어렵게 대학생 전세 대상자가 됐다는데, 집 구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 전세(專貰)가 아니라 ‘전세’(錢說)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출발은 좋았다.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가 지난해 12월 합동으로 내놓은 ‘12·7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에 들어 있던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확대’ 계획은 화려한(?) 규제와 완화 계획 등에 가려져 있었지만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오늘 발표한 것 중 눈여겨볼 사안이다.”라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1000가구 정도의 시범사업에 그쳤던 대학생 전세임대를 1만 가구로 확대한다고? 그래 잘만하면 학부모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최대 70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해 주고, 매달 전세보증금의 2~3%만 받는 이 제도라면 대학생들의 하숙대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려도 없지 않았다. ‘1만 가구에 달하는 전세임대주택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9000여명의 입주대상자를 확정한 뒤 보름여가 지난 지금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의 4분의1 수준인 2317명(2월 5일 기준)만 임대계약을 맺거나 맺을 예정이다. 이 중 계약을 완료한 학생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674명에 불과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줄기는 정부 정책과 현실의 괴리이다. 이번 대학생 전세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주택정책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은 집이 생각처럼 많지 않았다. 부채비율을 80%에서 90%로 완화했지만 개별주택공시가격으로 한다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 중 부채비율이 100~200%를 넘는 주택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시가격 체계의 문제점에서 기인한다. 시세로는 7억~8억원 하는 주택의 공시가격은 2억~3억원인 경우가 태반이다. 이 주택에 담보나 기존 세입자 전세금이 4억원이면 부채비율은 200%로 뛰어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다음으로는 소형 주택은 월세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 정부가 전세대책에 매달려 있을 때 시장(특히 소형)은 월세로 빠르게 진행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또 하나, 고시원 등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고시원은 상당수가 편법을 통해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근생시설인 원룸형 고시원은 대학생 전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부지만 대학생 전세주택이 대학생들 눈높이만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전세금을 지원해 주면서 5000만~6000만원짜리는 찾지도 않는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규정상 120%까지 가능한 점을 활용해 8400만원짜리를 얻고, 나머지 1400만원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대학가에는 최근 8000만원대 대학생 전세 매물이 제법 늘었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전세 임대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문제다. 물론 LH가 적임자이기는 하다. 하지만 3년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100조원이 넘는 빚더미에서 이제 겨우 헤어나올 만한 시점에서 LH에 대학생 전세업무를 떠맡긴 것은 어쩌면 무리인지도 모른다. 재정은 한푼도 지원하지 않고 국민주택기금을 동원했지만 어차피 빚으로 남기는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재정 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대학생 전세가 문제가 있지만 좋은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도 이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에 귀를 닫기보다는 주택정책을 업그레이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sunggone@seoul.co.kr
  • 서울시 뉴타운 원점 재검토 후폭풍 엇갈린 전망

    서울시 뉴타운 원점 재검토 후폭풍 엇갈린 전망

    “언제 철거될지 몰라 조건부로 싸게 들어와 사는데 (뉴타운이 해제되면) 집주인이 당장 전셋값부터 올려달라고 할까 걱정됩니다.”(동작구 흑석뉴타운 주민) “(뉴타운 해제 뒤) 집주인이 월세 수익이 좋은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내쫓으면 임대주택도 보장받지 못한 채 내몰리지 않을까요?”(한남1재정비촉진구역 주민) 서울시가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 대상 1300여곳 가운데 절반가량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시장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량 감소에 따른 부동산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뉴타운 해제에 따른 전세난 심화에도 잔뜩 촉각이 곤두섰다. 지구 해제에 따라 건축규제가 풀리면 집주인들이 앞다퉈 가구별 리모델링이나 신축에 나서 전셋값을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발표 직후 뉴타운 인근 중개업소에는 외지 집주인들의 문의전화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았거나 논란이 큰 지역일수록 통화가 폭주한다. 세입자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로구 창신뉴타운, 영등포구 영등포뉴타운, 용산구 한남뉴타운 등은 6000만~1억원의 비교적 낮은 금액에 소형 단독주택을 임대할 수 있었으나 집주인들이 미뤘던 개·보수에 돌입하면 수리비의 상당액을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인상으로 떠넘길 것이란 걱정이 흘러나온다. 높은 월세수입이 보장된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원룸을 신축해 장기적으로 서민층을 내몰 것이란 지적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뉴타운 해제 등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줄면 중장기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어 해제보다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기우이며 벌써부터 서울시 정책과 전세난을 짝짓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팀장은 “뉴타운 재검토는 전세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뉴타운 해제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약하다.”면서 “뉴타운 개발 이후 오히려 (주택 수가 줄어) 인구밀도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대규모 재개발 포기로 신규 아파트 숫자는 줄지만 기존 지구의 건축규제를 풀면서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이 공존할 여지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비사업의 옥석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되겠지만 서울시가 구체적인 틀이나 재원을 아직 제시하지 않아 단기적인 부작용을 속단하기에도 이르다는 것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아파트 매매시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지만, 전세시장은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움직여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서울시가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느냐에 따라 다양한 주택유형이 (기존 뉴타운지구에) 안착할 가능성이 달라진다.”며 “짧은 기간 (전셋값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장기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조합을 해산시키거나 추진을 포기하는 곳의 윤곽도 올해 말 이후에나 서서히 드러나게 돼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입지가 좋은 지구 내 택지에선 리모델링이 일부 전개돼 전세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나 서울시가 2~3인용 주택수요보다 원룸형 임대주택 등에 치중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내다봤다. 김용진 와이즈자산관리 대표도 “재개발 재검토나 해제가 이주 수요를 줄여 오히려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정책의 불투명으로 약간의 혼선을 줄 수 있으나 예정대로 계획이 진행되면 전세시장에는 상당부분 힘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구 해제에 따른) 전세 물량 부족은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무더기로 뉴타운을 해제하기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꼭 중단이 필요한 곳만 선택적으로 제외시키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가 뉴타운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가운데 다른 대규모 사업지들도 본격적인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 한강변 일대를 개발하는 ‘한강르네상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조만간 이에 대한 재검토 작업도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직격탄은 한강변과 강남의 낡은 재건축 아파트들이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감추어진 삶과 현실에 대한 따뜻한 성찰

    시인 이시영이 5년 만에 펴낸 시집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제목만으로는 박노해 식의 뜨겁고 거친 시어를 토해 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순(耳順)을 넘긴 시인은 천지만물의 이치를 통달해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하는 듯 물 흐르듯이, 때론 압축적으로, 때론 여백을 잔뜩 남긴 시를 풀어놓는다. 생로병사 우주의 이치 때문에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노모 생각에 가슴이 싸하기도 하다. 2010년 1월에 구제역으로 죽은 암소와 송아지를 기억하고, 2009년 1월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발견된 용산재개발지역의 세입자들과 2008년 유모차 시위를 벌인 젊은 엄마들에 대한 기억이 딱딱한 기사체가 아니라 문학적 문체로 다가왔다. 타는 듯한 더위에 뒤덮인 중동 가자지구의 일상적인 폭력과 북극 툰드라에서 봄을 기다리는 북극곰과 새끼의 목마름, 아이티의 독재자 뒤발리에에 대한 회상까지, 대한민국에서 이시영 시인은 독자들에게 지구를 한 바퀴 뺑 돌려 구경시킨다.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이 신작 시집을 두고 “1994년 ‘무늬’ 이후 이어진 짧고 압축된 서정시의 흐름, 2003년 ‘은빛 호각’ 이후 전개된 시대와 인물에 대한 회상 시편, 2007년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에서 선보인 책이나 신문기사를 재구성한 시편 등 다양한 양식적 실험이 종합돼 있다.”고 평했다. 만인보가 살짝 떠오를 뻔한 인물에 대한 회상시를 접하고, 장난 삼아 누가 등장했나 읽어나가며 적어 보기 시작했더니, 상당하다. (김)용택 시인, 도종환 시인, 송기원 소설가와 그의 법명 공릉 스님, (이)용악 시인, 정치인 김상현, 김남조 시인, 문익환 목사와 부인 박 장로, 노향림 시인, 권정생 동화작가…다 적을 수가 없다. 시 속에서 이런 이름을 찾는 것은 소풍날 보물찾기하는 것 같은 묘미가 있다. ‘누군가 내 생을 다 살아버렸다는 느낌! (중략)…잘 구르지 않는 수레에 시커먼 연탄 같은 것을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죽어라 밀고 왔다는 느낌뿐. 그런데 코 밑에 연탄가루 잔뜩 묻은 그것을 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고 63세 시인이 묻고 있다. 1949년에 태어난 시인이나 1980년대나 1990년대에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투덜댄다. ‘전투하듯이 걷고 전쟁하듯이 밥 먹고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몇 위인지나 알아? 조사대상 178위 중 103위야.’ 시보다는 감추어진 세계의 진실을 드러내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시인은 기자보다 훨씬 명징하게 세상을 읽고 기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용산참사 구속자 사면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009년의 ‘용산 참사’와 관련해 구속된 이충연씨 등 철거민 8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2일 청원했다. 자승 스님은 청원서에서 “아직도 용산 참사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종교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참사의 원인에는 세입자의 권리와 철거민에 대한 사전 대비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크며 책임을 온전히 철거민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자승 스님은 “진정한 대화와 소통은 관용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특별사면을 단행하는 조치를 내려주기를 바란다. 구속자 대부분은 이미 형기의 절반 이상을 살았고 하루하루 생존이 버거운 가난한 서민들”이라고 덧붙였다. 자승 스님은 구속된 철거민들에게 위로 편지, 영치금 등을 전달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전·월세 작년 56%가 60㎡이하 선택

    지난해 이사한 전·월세 주택 세입자의 절반 이상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거래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월세 주택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1일 밝혔다. 분석 결과 지난해 거래된(확정일자 건수 기준) 전·월세 주택은 총 132만 1242건으로, 이 중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이 전체의 55.9%인 73만 8603건이었다. 전용 60~85㎡는 37만 7578건으로 28.6%, 85~135㎡는 15만 2366건(11.5%)이었다. 전용 135㎡ 초과는 5만 2695건(4%)에 달했다. 전용 60㎡ 이하 중에서는 40~60㎡가 가장 많은 43만 202건으로 32.6%를 차지했고, 40㎡ 이하가 30만 8401건으로 23.3%였다.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거래량이 65만 177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다가구주택으로 22만 4983건이었다. 이어 다세대주택은 15만 6589건, 단독주택 15만 551건, 연립주택 3만 5673건이 거래됐다. 기타는 10만 1713건이었다. 지난 한 해 전국에서 거래된 전·월세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3.3㎡당 561만원이었다. 아파트가 3.3㎡당 624만원, 아파트 이외 주택은 500만원으로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데 3.3㎡당 124만원이 더 들었다. 서울 주택의 평균 전셋값은 3.3㎡당 811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3.3㎡당 250만원 높았다. 이 가운데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비싼 강남 3개구(강남·서초·송파구)는 평균 전셋값이 3.3㎡당 1119만원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3.3㎡당 308만원가량 비쌌다. 아파트만 보면 강남 3구는 3.3㎡당 평균 전셋값이 1332만원으로 서울시 아파트 평균보다 333만원 높았다. 아파트 이외 주택은 3.3㎡당 855만원 선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전셋값이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3.3㎡당 평균 274만원이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사설]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 신중히 접근하라

    서울시가 그제 뉴타운·정비사업 구역 해제를 추진키로 한 것은 고육책 성격이 강하다. 2002년 ‘강남 수준의 강북 개발’을 내걸고 출발한 뉴타운은 그동안 선심성 구역 지정 남발과 사업추진 공전으로 애물단지가 돼 온 게 사실이다. 무엇 하나 똑 부러진 구석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구역 해제 여부를 분명히 함으로써 사업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소유자보다는 거주자 중심의 구역정비 쪽으로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도 실거주자의 살 권리를 보장한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서울 뉴타운·정비사업의 절반 가까운 610곳이 대거 수술대에 오름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출된 매몰비용 처리 문제다. 엄청난 비용 분담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원순 시장은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이미 ‘수용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박 시장은 “앞으로 새롭게 지정되는 뉴타운은 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일도양단식의 해법은 명쾌할지언정 장기적 안목의 주택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주택공급 물량이 줄면 결국 전세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뉴타운 속도조절론’이 필요한 이유다. 구역 내 거주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복안 또한 실현가능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거주자나 세입자 권리보장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의 신구상은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세계적 추세로 봐서도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주택문제는 다양한 이해가 걸린 복합적 사안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정책의 균형을 잡아 주기 바란다.
  • [뉴타운정책 재검토] 주거도 인권… 소유자 우선서 거주자 보호로 전환

    [뉴타운정책 재검토] 주거도 인권… 소유자 우선서 거주자 보호로 전환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직접 밝힌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은 소유자보다 거주자를 우선하도록 정비사업의 초점을 바꾼 게 핵심이다. 집을 투자 대상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생활 터전으로서 ‘사는 곳’으로 인식한 것이다. 세입자 주거권을 대폭 강화한 것도 특징이다. 주택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시 방침대로 될 경우 2002년 도입된 뉴타운 개발 사업은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추진위 없는 곳은 연내 해제 시는 사업 시행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올해 중 모두 끝낼 계획이다. 추진위원회가 없는 317곳은 7월까지 조사 대상 선정 및 실태조사를 마치고 이후 주민 의견을 수렴해 연내 구역을 해제하거나 재추진할 방침이다. 추진위가 있는 293곳은 실태조사를 10월쯤 시작해 연말까지 진행한다. 시 일정대로 실태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을 할 경우 내년 하반기쯤에는 서울시내 정비 구역의 해제 또는 재추진 여부가 대부분 정해질 전망이다. 이어 서울시는 내년 1월에 미래주거 재생정책 방안을 확정해 실행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입자 주거권 보장 시 방침에 따르면 기초생활 수급자 등 세입자 주거권은 대폭 강화된다. 기초생활 수급자는 세입자 대책 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는다. 세입자의 재정착을 돕기 위해 세입자가 원하면 재개발사업 구역 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한번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금지됐었다. 이와 함께 야간, 호우, 한파 등 악천후와 동절기에는 이주와 철거를 금지하도록 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도울 계획이다. 철거 제한 시기를 명문화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정책이다. 박 시장은 “기존의 뉴타운·재개발은 소유자와 승자만의 논리가 지배하는 구조였다. 투기자본에 내쫓겨 원주민들은 난민이 되고 서민들이 살 집이 없어져 전·월세가 폭등했다.”면서 “뉴타운·재개발로 인한 고통이 사라질 때까지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해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이번 뉴타운 정비 방침으로 기형적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초 뉴타운을 계획할 때 도로나 학교, 공공기관 등의 배치를 큰 틀에서 계획했는데 구역별로 구역 지정을 해제하면 ‘절름발이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매몰 비용이 큰 정비 구역은 시 지원만으로는 사실상 해제 절차를 밟기 힘들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지정이 해제될 경우에는 주민 중심 재생사업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기반시설 설치 지원이나 집수리비 융자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런 비용을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인 정부도 함께 부담하자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던 2002년에 처음 도입됐다. 첫해 시범 뉴타운 3곳을 시작으로 이듬해 2차 뉴타운 12곳이 지정됐다. 이후 오세훈 전임 시장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뉴타운 지정 공약을 남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 뉴타운·재개발·재건축 610곳 원점 재검토

    서울 뉴타운·재개발·재건축 610곳 원점 재검토

    서울 지역 뉴타운·정비사업 구역 상당수의 사업 시행 여부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주택값 하락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30일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대상 1300곳 중 사업 시행 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아파트 재건축 제외)에 대한 실태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중구 서소문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 서울시 정비(촉진)구역 현황 (307개소) 바로가기 ☞ 서울시 정비예정구역 현황(246개소) 바로가기 ☞ 서울시 존치정비구역 현황 (57개소) - 추진위 미구성 바로가기 박 시장은 “뉴타운 사업으로 아파트 공화국이란 오명을 얻고 공동체 가치가 송두리째 훼손됐다.”며 “영세 가옥주·상인·세입자 등 사회적 약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정비사업 관행을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는 공동체·마을 만들기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구역이 해제되는 곳에 대한 사업비 보전 등과 관련해 중앙 정부에 비용 분담을 강력하게 건의했다. 신정책구상에 따르면 뉴타운·재개발·재건축 구역 1300곳 중 434곳은 이미 준공됐고 866곳이 정비 예정 구역과 정비(촉진) 구역으로 지정돼 사업 준비 또는 시행 중인 상태다. 시는 이 가운데 사업 시행 이전 단계에 있는 610곳에 대해 실태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구역별, 상황별 맞춤형 해법을 찾기로 했다. 610곳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정비구역 83곳과 정비 예정 구역 234곳 등 317곳에 대해서는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구청장이 의견 수렴을 한 뒤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추진위에서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75%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30%로 정한 것이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293곳은 토지 등 소유자 10~25% 이상이 동의하면 구청장이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이후 추진위나 조합이 주민 여론 수렴을 거쳐 취소를 요청하면 시가 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몰제도 적용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기간 신청 주체가 다음 단계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으면 구청장이 재정비 촉진 구역이나 정비(예정) 구역에 대한 취소 절차를 밟는다. 반면 주민 간 갈등이 없고 대다수 주민이 사업 추진을 원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의 50%를 지원하는 등 각종 행정 지원과 제도 개선을 통해 원활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기초생활수급자는 임대주택을 공급받는 등 세입자 주거권이 보장된다. 한편 시는 재산권과 관련이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사업 여건이 달라 갈등을 빚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의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50명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주거재생지원센터’(가칭)를 운영하기로 했다. 조현석·강병철기자 hyun68@seoul.co.kr
  • 재건축단지 1억미만 전세 보인다

    재건축단지 1억미만 전세 보인다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이 설 연휴 직후 꿈틀대면서 세입자들의 관심이 값싼 전세아파트에 쏠리고 있다. 서울 곳곳에 숨어있는 소액 전세 아파트와 새 입주물량이 쏟아진 수도권 신도시 지역이 대상이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난 전세시장의 무게 중심은 소액 전세아파트로 기울었다. 전셋값이 조만간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3주간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셋값 동향을 분석한 결과, 전세 보증금 1억원 미만 아파트는 0.03%, 1억~2억원 미만 아파트는 0.02%가량 전셋값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급한 전세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상승 폭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억~2억원 미만의 전세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다소 넓다. 대부분 지역에서 이 가격대의 전세아파트를 찾아볼 수 있다. 동작구에서는 사당동 현대아파트(82㎡)의 전셋값이 1억 85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강서구 등촌동 주공3단지(79㎡)의 전셋값도 1억 7000만원 선이다. 동작과 강서는 지하철 9호선의 수혜지로 교통도 편리하다. 보증금 1억원 미만의 아파트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서울 노원구와 강서구, 구로구, 관악구, 강동구, 송파구, 강남구 등 곳곳에 숨어 있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들이라서 낡고 비좁은 불편함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35㎡)의 평균 전셋값은 7250만원이다. 바로 옆 주공3단지(42㎡)도 8750만원대다. 강동구 고덕동의 주공2단지(46㎡)와 상일동의 주공3단지(46㎡)의 전셋값도 평균 7500만원 안팎이다. 준공 30년을 넘긴 집들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중앙화곡하이츠(66㎡)는 8750만원, 가양동 가양2단지성지(49㎡)는 925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8단지(52㎡) 역시 9250만원 선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서울지역 역세권의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도권에도 눈여겨볼 만한 곳들이 널려 있다. 최근 부천, 구리, 남양주 등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으나 아직 서울보다는 싸다. 수도권에만 올해 5만여 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중대형 전셋짒을 구하기도 유리하다. 김포 한강신도시의 우미린(105㎡)의 전셋값은 1억원, 파주신도시의 파주힐스테이트 1차 단지는 9000만~1억 2000만원 선이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검단2차 아이파크(145㎡)는 1억 1000만원 안팎, 청라지구의 엑슬루타워(132㎡)는 9000만원 선이다. 다만 이들 지역에선 대형 마트나 병원, 학교, 대중교통 등이 아직 부족하다.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쉽지 않은 곳도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가격에서는 청라가, 서울과의 접근성에선 김포가 다소 나은 편”이라며 “전세금이 부족한 세입자라면 이곳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주택부채비율 80→90%로 대학생 임대 보증조건 완화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을 위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모집 조건이 크게 완화된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보증기금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 물건에 적용하던 부채비율을 80%에서 90%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부채비율이란 해당 주택의 근저당과 선순위임차보증금, 본인이 지불할 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이 집값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예컨대 5억원짜리 단독주택에 기존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이 2억원, 집주인이 금융권으로부터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2억 5000만원이라면 예전 조건(부채비율 80%)대로라면 보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90% 이하로 완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주택을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이 기준으로 삼는 최우선변제보증금이 방 한 개당 최소 2500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임대용 방이 7~8개 이상인 다가구주택은 부채로 잡히는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80%를 넘어서는 곳이 많다.”면서 “학생들이 집을 조금 더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해 지난 27일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강남 하락·신도시 급등 ‘이상기류’

    강남 하락·신도시 급등 ‘이상기류’

    설 연휴를 보낸 전세시장 곳곳에서 예년과 다른 ‘이상기류’가 엿보이고 있다. 학군 수요로 붐벼야 할 서울 강남 지역에선 전세 수요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반면 일부 신도시에선 일찌감치 수요가 몰리며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6000만~8000만원씩 급등했다. 서울 강동과 강북 지역에선 각기 다른 이유로 전셋값이 이미 상한가를 치고 있다. 설 직후 거의 모든 지역의 전셋값이 꿈틀대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등 진앙지에서 발원한 전세난이 인접 지역으로 퍼지던 예년과 달리 지역별로 전셋값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탈동조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 초 전세시장에선 ‘지역 차별화’가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역별로 거래량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매매시장에선 지난해 수도권과 부산의 아파트값이 제각기 내림세와 오름세를 보이며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달 초 서울 강동과 강남의 전세 수요와 가격이 따로 움직이며 가시화됐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린 강동에선 전셋값이 폭등한 반면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구축된 강남에선 수요가 사라지고 값도 하락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E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맘때는 겨울방학 학군 수요로 바쁠 시기인데 이상할 만큼 찾는 사람이 없다.”면서 “지난해 여름 한때 4억 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은마아파트(76㎡)의 전셋값이 현재 2억 5000만원 선까지 주저앉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광교신도시에선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서 전형적인 전셋값 상승 패턴이 나타났다. 새 학기 개학을 앞두고 신도시로 이주하려는 전세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제한된 탓이다. 지난해 말 1억 1000만원 선이던 광교 e편한세상(85㎡)은 요즘 1억 6000만원을 주고도 전세를 얻기 힘들다. K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입주가 시작된 울트라 참누리아파트(85㎡)의 전셋값은 지난해 말보다 8000만원가량 올랐다.”면서 “높은 가격 탓에 인근 용인이나 수원으로 수요가 흩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들은 수도권의 전셋값이 이달 중순 일찌감치 오름세를 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주 부천(0.39%), 시흥(0.26%), 고양(0.22%) 등의 전셋값이 전주보다 크게 올랐다. 신도시에선 강남 접근성이 좋은 판교(0.07%)와 분당(0.04%)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부동산1번지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인 서울 고덕시영의 이주로 수요가 몰린 강동구와 경기 지역 봄 전세 수요자들의 발 빠른 움직임 탓”이라고 해석했다. 서울 강북과 동작구에서도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평균 2000만원 이상 올랐다. 하월곡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는 “두산위브(59㎡)의 경우 지난해 말 1억 8000만원까지 내렸다가 2억원 수준을 회복했다.”면서 “다음 달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전셋값 추이가 예년과 다르게 진행되는 데는 재건축 이주 수요 외에 세입자들의 불안심리, 지난해 지나치게 급등한 전셋값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신도시는 인근 새 아파트 입주 물량에 따라 제각각 움직이고, 서울 강북 지역은 전셋값이 비교적 싸고 소형 아파트가 많아 수요가 꾸준하다.”고 분석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도 “강남은 지난해 전셋값이 지나치게 급등해 최근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박근혜 “출총제 보완… 재벌 남용 막겠다”

    박근혜 “출총제 보완… 재벌 남용 막겠다”

    박근혜(얼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를 보완, 재벌의 사익 남용을 막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막고 성장동력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출총제를 폐지했지만 대기업들에 의해 남용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출총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지난 1987년 처음 도입됐으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기업의 자율 경영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폐지됐다. 박 위원장은 출총제 보완 방법과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생각 중”이라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에 대해서는 “논의된 적이 없으며,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집권하면 현 정부에서 통폐합된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또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 빌린 전세자금의 대출이자를 절반 수준으로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세자금 대출이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은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2금융권에서 빌린 현행 14% 정도의 고금리 대출을 7% 안팎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소득 4500만원 이하 세입자가 대상이다. 비대위는 또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현행 업계 최저 수준인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서울 전셋값 35개월만에 내렸다

    서울 전셋값 35개월만에 내렸다

    서울지역 전셋값이 3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겨울 전셋값이 많이 오를 것을 우려한 세입자들이 미리 전셋집을 구하면서 벌어진 단기급등 현상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3일 국민은행의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지역 주택 전세가격은 전월보다 0.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월별 전세가격이 하락한 것은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강남구와 성북구는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되면서 전세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각각 0.4% 떨어졌다. 서울지역에선 가장 큰 낙폭이다. 도봉구와 동작구도 수요 감소와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영향으로 전셋값이 0.3% 하락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겨울방학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는 조바심에 미리 계약하는 선(先)소비 현상이 나타난 데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경기침체에 따른 고가 전세주택 수요의 감소 등으로 전셋값이 다소 내려갔다.”고 분석했다. 국민은행은 전세시장의 근본적인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하락세가 오래 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2010년보다 10.8% 올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 전세가격 변동률은 12.3%를 나타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주택매매 취득세 감면·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올해부터 달라지는 부동산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해에만 모두 6차례의 부동산 관련 대책이 쏟아지면서 일반 서민들은 바뀌는 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재테크와 내 집 마련을 위해 꼼꼼히 따져봐야 할 다양한 혜택들을 모아봤다. 취득세 감면 혜택 연장 지난해 말 일몰 예정이던 주택거래의 취득세 감면 혜택이 올해에도 9억원 이하, 1주택자에 한해 적용된다. 애초 올해부터 세율 4%를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서민 주거 지원과 세 부담 급증을 우려해 연말까지 절반인 2%를 적용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금리 인하 지난달 26일부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가구주에게 적용하는 금리가 기존 4.7%에서 4.2%로 인하됐다. 지원기간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됐다. 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 아울러 일반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구입자금 지원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완화됐다. 전·월세 소득공제 확대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빌릴 때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전·월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종전 근로소득 요건인 총급여 3000만원은 50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부양가족이 없는 ‘나홀로’가구에도 적용된다. 오피스텔 전세금 대출 지원 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등의 세입자에 한해 지원됐던 전세자금이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까지 확대된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대출조건은 기존 전세자금과 동일하다. 저소득가구에는 최저 2%의 혜택이 주어진다. 월 최저 생계비의 2배보다 적은 소득을 올리는 가구주로 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서민 근로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라면 연 4.0%의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다. 공공임대 입주자 선정시 자격요건 강화 오는 2월부터 영구·국민·매입 임대 등 공공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선정 시 자격요건 심사가 강화된다. 지금까지 소득과 부동산, 자동차만을 확인했으나 앞으로 금융·보험 자산까지 따진다. 올 1월부터 국민임대에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도입 7년 만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된다. 기본세율 6~35%가 적용된다. 그동안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60%를, 2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를 각각 부과하도록 했으나 한시적으로 기본세율이 적용돼 왔다. 다주택자 장기보유 공제 올해부터 다주택자가 양도하는 주택의 양도소득세 부과 시 장기보유공제가 적용된다.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팔 경우, 연 3%씩 최대 30%의 양도차익 공제 혜택을 받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국회 민생법안] 근로장려공제 50만원 확대…대상 가구 2배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서민 지원용 세제 개편안이 무더기로 상정될 예정이다.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거나 세금환급을 늘려주는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당초 정부안보다 세제 혜택의 수혜범위와 지원폭을 늘렸다고 29일 밝혔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11개 세법 개정안이 상임위 의결대로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저소득 가구에 세금환급 형태로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공제 혜택이 늘어난다. 2인 자녀 기준으로 현행 1700만원 이하이던 근로장려금 신청 소득기준이 2100만원으로 늘어나고, 지급액은 현행 120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금 지원 규모는 올해 4020억원에서 내년 8900억원으로 늘고, 수급 대상자는 52만 가구에서 110만 가구로 확대된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나홀로 세입자’에 대한 혜택도 늘어날 전망이다. 월세소득공제 대상을 규정할 때 배우자나 부양가족 유무를 떠나 독거노인·미혼자와 같은 1인 세입자를 공제 대상에 포함시킨 소득세법 개정안이 상정되기 때문이다. 아파트 내 어린이집에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을 주는 등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획재정부는 프로판가스(LPG) 관련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을 수정한다. LPG에 대해 현재 1㎏당 20원씩의 개별소비세율이 적용되는데, 내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 1㎏당 14원씩만 부과하도록 했다. 최근 환율과 국제 LPG 가격 상승으로 국내 가격이 오름에 따라 서민과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창출투자세액의 공제율 범위를 최대 7%까지 허용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통과를 앞두고 있다. 4%의 기본공제율에 고용창출투자에 상응하는 추가 공제율 3%를 부과하는 것인데, 중소기업의 고용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개정안이다. 창투조합의 소득공제율이 10%에서 20%로, 공제한도는 30%에서 40%로 각각 확대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아파트당첨자 중 고령자·장애인 1층 분양 원하면 우선 공급키로

    앞으로 아파트 당첨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본인이 원할 경우 아파트 1층을 우선 배정받는다. 또 직계 존비속이 없는 소년·소녀가장도 임대주택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30일 입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약단계에서 고령자와 장애인은 아파트 1층 분양권을 우선적으로 받는다. 일반 청약자들은 해당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를 대상으로 추첨 방식으로 공급받는다. 아울러 형제, 자매 등을 부양하는 20세 미만의 소년·소녀 가장에게도 임대주택 특별공급권이 주어진다. 종전에는 철거 주택의 세입자로 직계 존비속이 없는 가구주가 임대주택을 공급받기 위해선 만 20세가 넘어야 했다. 수도권 청약시장 침체 등을 고려해 내년 3월 말로 끝나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당첨일로부터 1~5년 청약금지) 한시 배제 기간도 2013년 3월 말까지 1년 더 연장된다. 지방의 주택청약지역은 ‘도’ 단위로 확대된다. 현재 지방은 아파트가 공급되는 해당 시·군 거주자만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으나 앞으로 도 단위로 확대해 동일 도지역 거주자가 모두 청약할 수 있게 된다. 해당 도에 인접해 있는 광역시 주민들도 청약이 가능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비정규직 임대주택 우선공급… 고지서 없이 지방세 납부

    [새해 달라지는 것들] 비정규직 임대주택 우선공급… 고지서 없이 지방세 납부

    새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일부터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의 자동차세가 1000㏄는 2만원, 2000㏄는 4만원 내린다. 수도요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고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도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만 12세 이하 아동의 예방접종 비용이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1만 50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아진다.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일부 면제 대상자를 제외하고 입국심사 시 지문과 얼굴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2012년에 달라지는 각종 법규와 제도를 정리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새해 달라지는 것들] 수도요금 카드로… 국제선 유류할증료 경감

    ▲실내 공기질 적용대상 다중 이용시설 추가 지하역사, 지하도상가, 도서관 등 기존 17개 시설 외 영화관, 학원, 전시장, PC방 등 4개 시설도 실내 공기질 적용대상 다중이용시설에 추가된다. ▲저황유 공급·사용지역 확대 중유 중 황 함유량이 경기 동두천·양주·파주시 3개 지역은 기존 0.5%에서 0.3% 이하, 경기 가평군 등 63개 시·군은 1% 이하 지역에서 0.5% 이하 지역으로 강화된다. 저황유 사용 사업장에서는 1개월 이내에 해당 저황유로 교체·사용하여야 하며, 위반 시 2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수도 사용료 등 정보공개 제도 시행 4월 6일부터 공공하수도관리청은 하수도 사용료가 정해지면 1개월 이내에 공공하수도처리원가, 부과단가, 재원부족액, 충당계획 및 전년도 집행실적을 공고해야 한다. ▲수도요금 등의 납부방법 개선 1월 29일부터 수도요금 및 원인자부담금을 현금 납부와 계좌 이체 외에도 신용·직불카드, 전자결제 등으로 낼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 2012년 말까지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납부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지자체별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음식물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144개 시·구가 대상이다. ▲매매·전월세 실거래 공개범위 확대 아파트 외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해 인터넷으로 손쉽게 실거래가 확인이 가능해진다. 전·월세 실거래가 정보는 지난 3일부터 제공되고 있으며, 매매 실거래가는 3월에 확인할 수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국민임대주택 우선공급 이르면 1월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 우선공급 대상에 비정규직이 포함된다. 사업주체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국민주택기금 지원 확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이 2012년 말까지 1년 연장되며 지원금리는 연 4.7%에서 4.2%이다. 지원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확대되며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에 대해서도 국민주택기금에서 금리 2~4%의 전세자금이 지원된다. ▲공공건설 임대주택 거주자 실태조사 도입 8월 5일부터 임차인의 실제 거주 및 임차권 불법 양도·전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민간이 공급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은 관할 시·군·구청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공급한 임대주택은 사업주체가 조사를 실시한다. ▲지적측량 바로처리센터 운영 8월 1일부터 시·군·구 또는 지적공사를 방문하지 않고 지적측량 바로처리콜센터(1588-7700)를 통해 24시간 무방문 지적측량 상담 신청이 가능하다. 지적측량 바로처리 포털을 통해 온라인 지적측량 상담 신청·접수는 물론 진행상황·결과 확인, 다운로드 등이 가능해진다. 측량 신청 준비서류인 지적도,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건축허가서, 등기부등본은 바로처리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건설근로자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추진 상반기 중 공공공사의 발주자와 원·하수급인이 공사대금 중에서 노무비를 따로 구분·관리하고 매월 실제 임금을 지급했는지 확인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개발제한구역 생활비용보조금 지급방법 개선 7월 31일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저소득 원주민에게 지급하는 생활비용보조금(가스료·전기료·건강보험료 등 가구당 연 60만원)을 사회복지통합전산망(행복e음)을 통하여 신청하고 지급받을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전산망과 행복e음 간 시스템 연계로 신청서류 없이 온라인으로 신청 자격 조사가 가능하다. ▲목포~광양 간 고속도로 개통 2012년 말에 개통 예정이었으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4월 조기 개통된다. 이에 따라 주행거리 39.6㎞, 주행시간 46분이 줄어든다. ▲여객선 승선신고서 제출 의무화 하반기부터 여객선을 탈 경우 출항 전에 승선신고서를 작성해 사업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신분증 제시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승선을 거부할 수 있다. ▲선원의 근로 및 생활기준 개선 2월 5일부터 상시 근무자 20인 미만 사업자에 대하여 주 40시간 근로제를 도입하고 5t 미만 선박도 항해선에 해당할 경우 선원법이 적용돼 선원의 근로조건 및 생활기준이 개선된다. ▲해상에서 휴대전화 통달거리 확대 해상에서 휴대전화 통달거리가 연안 10~20㎞ 이내에서 50~80㎞로 확대된다. ▲국제선 여객 유류 할증료 개편 해외 항공 여행 시 여행객이 부담하는 유류 할증료 부과노선이 4개에서 7개로 세분화되고 유류 할증료 변경주기가 2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든다. 전체 여행객 차원에서는 연간 약 5.6%(약 1356억원)의 유류 할증료 경감 혜택이 있을 전망이다.
  • ‘거사’ 전날 “큰일난다”며 만류했다던 국회의장 前비서, 디도스 공격 앞두고 전세 빼 돈 마련

    ‘거사’ 전날 “큰일난다”며 만류했다던 국회의장 前비서, 디도스 공격 앞두고 전세 빼 돈 마련

    지난 10·26 재·보궐선거일 벌어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전후해 피의자들에게 전달된 1억원에 대한 성격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모(30)씨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전셋집까지 내놓고 이사한 구체적인 사실이 검찰과 경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면서 디도스 공격의 사전 공모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선거일 전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인 주범 공모(27·구속)씨와 가진 술자리에서 디도스 공격 사실을 처음 안 뒤 “큰일난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경찰에서 지난 6일과 7일 두 차례, 검찰에서 16일 한 차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달 6일까지 살았던 서울 성동구 D아파트의 폐쇄회로(CC)TV까지 조사하고도 결과를 밝히지 않아 ‘부실수사’에 이어 ‘축소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21일 검경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31일 성동구 D아파트로 이사했다. 전세금은 3억 2000만원에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6개월 만에 집을 내놨다. 재·보궐 선거 15일 전인 10월 11일 세입자와 계약, 선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금은 계약금의 10%이다. 김씨는 10월 20일 고향 후배인 공씨를 통해 1000만원을 디도스 공격을 맡았던 K커뮤니케이션 대표 강모(25·구속)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공씨에게 월 25만원씩 이자를 받기로 하고 빌려준 돈”이라고 진술했다. 또 김씨가 디도스 공격날인 26일 청와대 행정관 박모(38)씨의 계좌에 500만원을 이체했다가 지난달 29일 400만원을 돌려받은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경찰은 수사결과 발표 때 1000만원은 K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의 급여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파트 계약금이 디도스 공격의 착수금일 가능성이 큰 만큼 사전 공모의 정황 증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6일 성수동 D아파트 세입자로부터 잔금을 받았다. 선금을 뺐다면 2억 98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경기 고양시 S아파트로 이사했다. 고양시 부동산 중개업소 확인 결과, 전세 시세는 1억 6000만~2억원 수준이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고양시로 이사한 만큼 적어도 1억원 이상의 돈이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뒤인 지난달 11일 김씨는 문제의 9000만원을 강씨의 계좌에 넣었다. 이 중 8000만원은 불법 도박사이트 업체로 송금된 것으로 경찰수사에서 확인됐다. 김씨는 “빌려준 돈이다. 디도스와 관련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지만 거짓말탐지기는 ‘거짓’이라고 판명했다. 경찰은 김씨의 성동구 D아파트의 CCTV 자료를 모두 조사하고도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자금 흐름과 함께 이 같은 조사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 한 야권 관계자는 “사이버테러 수사는 검찰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경찰이 부실수사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면 청와대 등의 개입 정황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준·신진호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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