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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드볼 디펜딩 챔프 SK, 다크호스 서울시청에 여유 있게 첫 승

    국가대표팀 주축인 강경민과 우빛나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핸드볼 H리그 여자부 개막전은 강경민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시즌 우승팀 SK 슈가글라이더즈가 1일 충북 청주 SK호크스 아레나에서 열린 H리그 개막전에서 강경민(6골 8도움)과 유소정(8골 3도움), 강은혜(5골 1도움)의 3각 편대를 앞세워 서울시청을 28-20으로 눌렀다. SK는 개막전 쾌승으로 2연패를 향한 첫걸음을 상쾌하게 내디뎠다. 여자부는 지난해 11월 개막한 남자부와 달리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관련 대표팀 차출로 개막이 늦어졌다. 여자부 개막전은 디펜딩챔피언과 3위 팀의 대결로 막상막하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격과 수비의 조화가 잘 이뤄진 SK가 우빛나(6골 3도움)에만 의존하며 단조로운 공격 형태를 보인 서울시청을 압도했다. 2022~2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강경민을 주축으로 전반부터 유소정으로 연결되는 속공을 시도한 SK는 손쉽게 득점을 이어갔다. 연이어 공격이 성공하면서 SK는 전반 15분 즈음 9-3까지 앞서 나갔다. 반면 서울시청은 우빛나의 단순 돌파에만 의존해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우빛나는 전반 15분 48초에 오예나의 도움을 받아 골을 넣은 것이 이날 첫 득점일 정도로 무기력했다. 전반에 겨우 2득점했다. 이런 분위기는 후반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6점 차 이상 간격을 유지하던 SK는 일본 출신 외국인 선수 레이를 투입하는 등 여유를 부리며 손쉽게 승리를 확정했다. SK 박조은 골키퍼는 28개의 슛 중 12개를 막아내며 42.8%의 세이브 성공률로 경기 MVP에 선정됐다.
  • 여자부 핸드볼 개막전, 강경민 VS 우빛나 대결은 강경민의 완승

    여자부 핸드볼 개막전, 강경민 VS 우빛나 대결은 강경민의 완승

    국가대표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주축인 강경민과 우빛나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개막전은 강경민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SK슈가글라이더즈는 1일 충북 청주 SK호크스 아레나에서 열린 핸드볼 H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강경민(6골8도움)과 유소정(8골3도움), 강은혜(5골1도움)의 3각편대를 앞세워 서울시청을 28-20으로 눌렀다. 개막전에서 서울시청을 상대로 쾌승을 거둔 SK는 이번 시즌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상쾌하게 내디뎠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남자부와 달리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로 개막이 늦춰진 여자부 이날 경기는 지난 시즌 우승과 3위를 차지한 팀의 대결로 막상막하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공격과 수비의 조화가 잘 이뤄진 SK가 우빛나(6골3도움)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형태를 보인 서울시청을 압도했다.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강경민을 주축으로 전반부터 유소정으로 연결되는 속공을 시도한 SK는 손쉽게 득점을 이어갔다. 이들의 공격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전반 15분을 넘어서 9-3까지 앞서 나갔다. 반면 우빛나에게 공격이 집중된 서울시청은 단순 돌파에만 의존해 이렇다 할 득점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우빛나는 전반 15분48초에 오예나의 도움을 받아 득점한 것이 첫 득점일 정도로 무기력했다. 전반에 겨우 2득점에 그쳤다. 21개의 슛을 시도해 9개만 성공할 정도로 슛 성공률도 낮았다. 이런 분위기는 후반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6점차 이상을 앞서던 SK는 일본인 용병 레이를 투입하는 등 여유를 부리며 손쉽게 승리를 확정했다. SK박조은 골키퍼는 28개의 슛 중 12개의 슛을 막아내며 42.8%의 세이브 성공률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광주도시공사에서 SK로 이적한 뒤 처음 출전한 박조은은 “팀을 이적한 뒤 처음으로 경기를 뛰면서 부담이 많았는데 동료들의 응원이 도움이 됐다”며 “올 시즌 부상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8개 팀이 출전하는 여자부는 새해 첫날부터 4월까지 정규리그 3라운드, 팀당 21경기를 소화하며 4위까지 포스트 시즌에 나간다. 개막전은 충북 청주에서 펼쳐지고 대구, 광주, 경기도 광명, 서울, 부산, 강원도 삼척 등 7개 시도를 돌며 경기가 열린다.
  • 포르노그래픽 디오라마 - 김언희론 1)/신은조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이노센트’에서 등장인물 마리 조셉 상송은 조소한다. “정치는 남자들끼리 독점하고 있으면서 기요틴 앞에서는 여자와 애들도 평등하다 이거로군.” 물론 처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을 가능케 하는 법령이 평등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인간이 처벌받는 이유는 법이 인간을 보호할 수단이기 때문이지, 법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어떤 법이 오직 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행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상송의 조소는 푸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여성과 아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원칙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만화가가 프랑스 대혁명 시대 여성의 입을 빌려 내뱉은 이 대사가 현 한국 사회를 향한 진단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주의의 모순에 매몰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과하며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규범이 가부장적 시선을 기반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 구조의 단면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이와 같은 구조와 규범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젠더 갈등, 갈라치기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기 일쑤인 근래의 정황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일컫는 일은 이와 같은 압제에 대한 저항의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처형하는 칼날의 집행 주체가 비단 남성이나 가부장적 시스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겠다. 걸 밴드 QWER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언행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이른바 “벗방” BJ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두된 이래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QWER의 메인스트림 데뷔가 여성 인권의 하락을 촉진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의 몸을 재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벗방”의 본질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여성들이 “벗방”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QWER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각각 “그녀들이 진행한 방송은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벗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옷을 벗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금전을 취했으므로 벗방, 더 나아가 성매매 종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부딪치며 격화되고 있다.2) 물론 QWER을 향한 비판이 전부 그녀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지점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방 BJ의 양지 진출”이 토론의 주된 쟁점인 이상 해당 토론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의 보존이 아닌 “여성 인권”인 이상 진정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벌거벗은, 음란한,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 여성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은 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따사로운 빛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지의 여자”들에게 줄곧 주목해 왔던 시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과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집을 읽을 수 없으며, 시집을 읽고 난 후 온갖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인. 김언희의 시에는 난도질당한 여성 육체의 단면이 가감 없이 삽입되어 있으며 음부와 성기, 성교와 폭력의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시집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미쳐 마치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시어와 심상 너머에 외설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섬뜩한 문구를 적어 둘 근거로는 충분하리라. 기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리겠다 엄포 놓는 목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그래서일까. 지금껏 수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김언희의 시에 달아 둔 각주들은 크게 두 가지의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김언희 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여성 이미지를 발굴한 이해운3)이나, 김언희 시의 여성을 서발턴으로 정의하는 장서란4)은 김언희의 시를 남성 중심적 현실을 전복할 에너지로 대우한다. 반면에 임지연5)은 김언희 시가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남성/여성이라는 근대적 시스템을 보존함으로써 기존 문제 틀에 갇힌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두 시점의 맹렬한 대립은 김정란과 남진우 사이에서 벌어졌던 설전을 펼쳐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찍이 김정란은 김언희 시가 “여성에 의해서 여성 육체에 가해지는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란이 엄격한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김언희 시의 벌거벗은 몸들을 체제의 프로파간다로 독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6) 하지만 남진우는 그에 대해 김언희의 시선은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는 남근적 응시가 아니라, 거기 붙들린 사람을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인 혼돈으로 초대하는 메두사적 응시”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시가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자아/세계의 추악한 실체를 메두사의 형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시인의 시를 읽는 사람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앞에 두고 그러하듯이 “시 앞에서 분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7) 두 의견은 일정 부분 타당하고, 그래서 여태까지도 그 시비를 팽팽히 겨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이 여성들이 성폭행범이나 메두사에게 필적할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그녀들의 고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난도질당하고 있다. “육회와 수육/ 창창한/ 육절기(肉切機)의 세월”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태어나보니’). “시인”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서서 걷는 것과 같”다는 독백으로부터 드러난다(‘Eleven Kinds of Loneliness’).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이 비명 지르는 것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한 화자들의 비명을 듣고 있노라면, 전성기의 메두사보다는 차라리 사후의 메두사가 더 떠오른다. 눈을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수많은 영웅을 쓰러뜨렸던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 방패의 장식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의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는다. 이렇듯 단죄의 칼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여성과 아이들의 목도 평등하게 잘라 버리는 기요틴처럼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견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메두사도 영웅의 칼날 앞에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이 전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거나, 김언희의 작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언희의 작업을 절대 방어하려는 의도 또한 아니다. 단지 이 여성들의 “육체 전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숭고한 의미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비평이라 하는 장르가 언제나 작품에서 문학적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이고, 김언희 시의 위계-모독이 여성의 몸을 중핵으로 삼아 작동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적 읽기는 불가피한 일이리라.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 엄격한 문학적·사상적 잣대를 들이밀기 이전에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 시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여성의 몸을 횡단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은, “음지”에서 뒤척이는 몸과 그에 잇따르는 감각을 시의 최종 심급으로 두고 있는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는 일과도 같다.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다양하고, 어떻게 여성은 삭제되는가. 물론 대화 없는 공감은 언제까지고 모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하는 이 독해가 모독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언희의 화자가 실감 나게 들려주는 증언을 통하여 여성이 스스로 몸을 전시하는 일이 무슨 의미일 수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것은 오독이다. 여성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이 단순한 욕망 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독이다. 그 모독적 오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김언희의 첫 시집 ‘트렁크’는 “가죽 트렁크”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가죽 트렁크. 그것에 담겨 있는 것은 “토막난 추억”이다. 짧은 진술을 통해 이 트렁크를 둘러싼 진실들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누가 어디로 보낸 것인지, 트렁크를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는 “토막난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렁크가 수취를 거부당한 이유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것이 너무나도 흉측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가야 할 곳으로부터 거절당한 후 갈 곳을 잃은 가죽 트렁크. 이것의 이미지를 김언희의 시와 같이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 적혀 있듯, 김언희는 시가 고통뿐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검출하는 작업이라고 여겨지는 보편적 인식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트렁크”를 시인의 작업물 그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로 김언희의 시는 “토막”난 것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때 토막 나는 대상은 다양하다. “고기”, “개구리”, “당신” 등 수많은 생명이 시에서 도륙되지만, 가장 빈번히 유린당하는 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무형의 관념인 “고요”마저도 도살하고 도살당하기를 반복하는 이 “백정의 나라”에서 김언희는 참수도를 다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고요의 나라 1’).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의자였는데’ 안락하고 편안한 사물이어야 할 “의자”와 “베개”도 내가 베기만 하면 “도마”와 “작두”가 되어 버리는 정황은 김언희의 화자가 탑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다른 시의 진술을 경유해야만 하겠다(‘태어나보니’). 나를 낳은 “엉덩짝”이 갈고리에 걸려 있고, 심지어는 그 엉덩짝의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식품부”의 “냉장고 속”으로부터 비롯된 고백을 참조해 보자. 이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비로소 명료해지지 않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비체는 언제나 주체의 의도에 귀속된다. 인간이 도마 위에 앉으면 도마는 의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일련의 심상들은 화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나를 공격하고 재단하는 상황을 “막다른 데”라고 일컫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언술 행동이겠지만, 나에게서 뽑혀 나온 “거미줄”에 의존해 위태롭게 이곳저곳을 오가야 하는 상황까지 읽어내고 나면 이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에서 김언희가 채택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세계의 작동 방법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이다.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허불허불한’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직후 “불어터진 음부”로 변환된다. 이 회음은 “시”의 것으로, 시가 전적으로 화자에 의한 발화라는 것을 견지한다면 직후 들어오는, 왜 세상은 “외설조차 하지 않”느냐는 탄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화 방식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화자 자신에 대한 통렬한 메타인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언희에게 있어 세계란 외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니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동이다.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이 그렇듯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착취하면서 성립하는 세계다.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에 “전신이 가려워”지는 방식으로 세계와 몸이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몸의 시 쓰기는 모독과 외설, 배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의 몸에서 복숭아의 일각을 발견하는 상황에서 고통이 창작을 추동한다는 오래된 격언 또한 폐기를 피할 수 없다(‘복숭아’). 이렇듯 김언희에게 몸과 세계는 서로 공명한다. 지독한 자기도취로도 보이는 이 세계 인식이 쾌락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공명이 상처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언희의 시가 성감을 전면에 내세워 시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지만, 앞선 표현을 참조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금기 내지는 윤리를 깨뜨리기 위해 성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기보다는 몸과 감각에 대한 탐구에 치중하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의 일환으로 성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 쓰기와 배설이 살아남기 위한 외설의 표현으로 동등한 위치를 획득할 때, “봉합되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타액처럼 시가 흘러나오며 김언희의 세계-자기 인식은 완성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아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왜 모조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항문을 쩝쩝 다시”는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몸과 세계의 미적 판단 기준이 불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의 교란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생명력 넘치는 도다리까지 모두 화자의 몸을 통과하며 똥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부터 김언희의 화자가 갖추고 있는 소화 능력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함축한다는 결론 또한 도출할 수 있다. 김언희의 몸을 통해 세계는 모독의 대상이 되어, 역겹고 끔찍한 형상으로 변환 출력된다. 그러므로 배설은, 시 쓰기는 무서운 일이다. 대상이 미륵이건 나발이건 고려하지 않고 제 식대로 씹어 삼키는 방식은 그 원리의 측면에서 세계가 화자를 착취해 온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그 칼날이 휘두르는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미륵과 하느님. 언젠가 재림하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선지자와 절대자 그 자체. 또는 규범의 화신. 그들을 욕보이는 행위가 화자의 자긍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그 행위에 혁명이나 대항, 자기표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김언희의 화자가 외설과 배설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화자들이 흉측하기 때문이다. “늙은 창녀”, “주검”, “미친년”과 같은 멸칭으로 묘사되는 화자들은 모두가 그 자체로 금기시되는 존재로, 이와 같은 꺼림칙한 감각은 김언희의 화자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시어와 제시하는 정황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사항이다. 트렁크는 수취 반송되었고, 고기는 잘려서 매달렸다. 이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권위에 상처 입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누가 그녀들을 가공하고, 왜 그녀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가. “아버지”, “하느님”, “당신”으로 호명되는 착취의 수혜자들.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저 여자가 죽지 않는다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쬐그만 구멍, 그 한 잎의 구멍을 사랑했네. 그 구멍의 솜털, 그 구멍의 맑음, 그 구멍의 영혼, 그 구멍의 눈물,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구멍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구멍만을 가진 구멍, 구멍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구멍, 구멍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구멍, 눈물 같은 구멍, 슬픔 같은 구멍, 병신 같은 구멍, 시집 같은 구멍,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구멍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 나밖에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구멍,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가혹한 구멍 ‘한 잎의 구멍’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는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치환된다. 이때 기묘한 것은 오규원의 시에서 “여자”가 화자와 철저히 구분되는 타자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인 시의 “구멍”은 화자 자신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김언희가 여성 시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대명사로서 기용되는 구멍은 다분히 여성의 성기처럼 읽힌다는 지점에서 앞선 독해에서 줄곧 발견해 왔던 “모독에 의한 모독”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언희는 이 “덮어씀”을 통해 기존 남성 권력이 선사하는 여성에의 사랑을 비웃음과 동시에 자신-여성마저도 비웃고 있다.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고, “내 시에 대고 수음을 했느”냐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행동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채택했던 수단인 모독이 효과적인 이상, 상대를 색출해야만 모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불려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걸려 있는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들고 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 세계 규범의 화신과 같은 존재이다. 시집의 한 부 전체가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계 관계를 뒤집고, 기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메워져 있는 것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시인은 주님, 아버지, 오빠 등 남성적 주체들에게 여성의 음부와 행위를 오려 붙임으로써 그것의 권위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시적 전략은 ‘보고 싶은 오빠’를 비롯한 이후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거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겠다. 거울이란 세계를 비추는 시선임과 동시에 내가 나를 자각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미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를 다시 읽어 보면, 거울 속의 “아버지”는 여성의 신체를 하고 내 남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 같다. 다시 말해, 김언희의 화자들은 아버지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근중심주의적 관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독이 가질 수 있었던 승리의 감각은 피로스의 승리로 격하된다. 내 얼굴로부터 매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녀를 고기와 구멍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설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시 쓰기는 이 시점에서 오독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상가”로 가도 “카바레”가 나오고, “꽃집”으로 가도 “족발집”이 나오며, 발걸음한 “예식장”은 “도축장”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세웠던 모독의 바리케이드가 되려 여성 자신을 음란함에 가두게 된다는 모순이다(‘피치카토’). 이 책이 소리를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비명을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피를 전부 빨아먹는다 육절기로 썰어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혓바닥이다 흠씬 피를 빨아먹은 페이지 페이지, 면도날로 밑줄을 친 붉은 밑줄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책이 ‘이 책’ 김언희는 시에 발린 “마요네즈”, 즉 “아버지를 내포하는 몸”을 경멸한다. 그래서 김언희의 시는 재생산이나 자신만만한 자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히려 소화이며, 소비다. 먹어서 없애야 하는, 똥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무엇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파내드릴게”라고 이야기하는 김언희. 내 몸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버지의 좆대가리”에서 자신을 “벗겨내 달라”는 요청의 수행적 표현임과 동시에 화자를 포박하는 사상과 논리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벗겨내주소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이 탈각이 모독으로써는 정복될 수 없는 무인도이기 때문이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을 때까지 그녀들은 죽을 수 없다(‘그 섬에 가고 싶다’).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삶의 결말을 유보하고 있는 이 화자들의 태도는 의미 없는 감각과 침탈을 반복하면서 이중의 모순을 안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폭로를 위해 오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살을 취하기 위해 뼈를 줄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음부”밖에는 없는 세상에서 “외설”로만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와 같은 몸부림을 다만 윤리적 잣대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 그에 대한 사유의 약진이 김언희의 근작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 -인격이라는건온도와습도에따라변하는거야고환처럼 -1은홈리스II는섹스리스III는홈리스에섹스리스너에게는좆밖에없고나에겐그마저없고 -니체고시체고나랑맞바꾼개는잘커?네터럭이목구멍에엉겨죽을뻔한그개? - 죽여준다정말죽여줘新옥보단3D로보니온세상이肉蒲團之極樂寶鑑이네 -30년동안카데바노릇을하고있어6개국어로거짓말하는카데바그게나라고 -저개하지도못하고짖지도못하는저개엊저녁에광견병접종을하고온저개이제는미칠수도없게된저개 -난죽은년조차아냐시체조차도없어난내눈에도안보여 -정색은질색이야난잠을자면서도하품을해잠을자면서도존다고가래침이야말로내인생의토핑이지 -모든것을포기하고미쳐버리면시간이절약되지않을까 -나무젓가락같은잣대로젓대로나좀들쑤시지마지뢰를밟고선자만이경멸할수가있는거야똥밟은자를 -개가뒷다리로일어서서걷는것과같소…… 여자가시인이된다는것은 -내주여저는알알이익었나이다새까만악의의포도송이로나의모든사랑을다해나의모오든화냥을다해 ‘Eleven Kinds of Loneliness’ “까마귀에게 있어서 까마귀 자신만큼 불길”한 것이 또 없듯이, 여성의 몸은 그것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오독을 거치고 있다(‘미얀마’). “죽은 년조차도 아니고,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개하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하는 개”라는 호명은 그것이 비체화되고 있음의 표상이다. 기실 세상만사가 각각 결핍을 갖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법이라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너”에게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다는 화자의 토로는 화자 본인이 너보다 더 다중적인 압제 밑에 억눌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발화다운 발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이러한 치욕과 모멸의 세상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성교, 폭력뿐이다. 이 화자가 “사랑”과 “화냥”을 병치하면서, “새까만 악의 포도송이”만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날 때부터 고기로 다루어졌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여자들에게 걸려 있는 저주들이 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여성에게 씌워져 있는 성적 필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 자신의 성분을 근거로 성기게 맥락화되는 상황을 여럿 마주쳐 왔다. 말이 말로만 판단될 수 없는 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여성이 더욱 취약할 것임은 당연하다. 다시, 이 지점에서 김언희 화자의 발화가 일차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급되는 양상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김언희의 무력한 화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발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여성의 발화가 받아들여지던 방식이다. 오로지 자궁의 병 탓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히스테리처럼, 멸시가 멸시를 낳고 오독이 오독을 낳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을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촘촘히 짜인 의미망으로 기능하는 몸. 구멍과 음부와 외설로 대변되는 여성의 몸. 그러한 관점에서 의도가 없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시체”는 역설적으로 여성 화자가 갈망해야 하는 종착점임에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몸은 그야말로 죽어야만 해방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과 “어처구니없는 삶”과 “죽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죽음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의 화자는 지속적으로 “6개국어로 거짓말하는 카데바”, 자라면서 뇌를 버리는 “멍게”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의 달성을 꿈꾼다(‘Endless jazz 19’). I 혓바닥에 검은 털이 빡빡이 돋아나고 있어 입속의 검은 구두 솔 구두거나 귀두거나 모조리 光내줄 수 있어 막창에서 밑창까지 II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고 말다니 만인의 黃狗가 영원히 삭제 불가능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1초도 혼자 있을 수가 없어 1초도 혼자 있을 데라고는 없어 아무도 날 잊어주지 않아 단 1초도 더 이상 혀를 못 놀리게 된 자만이 진짜 죽은 자라고 발화의 욕구는 성욕보다 백배는 강해 귀를 대주라고, 언니, 뒤를 대주듯이 III 세 번이나 하고도 한 기억이 전혀 없어 이제 난 어제 한 거짓말도 기억이 안 나 난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아 말매미처럼 내 손으로 내 등짝을 가르고 ‘황색 칼립소’ ‘황색 칼립소’에서 “입”은 “구두 솔”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여성 성기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구두”와 “귀두”를 광내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지점에서 여성 몸의 현주소를 선고한다.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 평생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체의 끝이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이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내 발화들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언희의 화자는 “발화의 욕구”가 “성욕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을 통해 스스로가 이러한 무용한 반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귀를 대주”는 것보다 “뒤를 대주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니”도 여성이고 화자도 여성인 이상 자신의 발화를 순수한 자신의 발화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김언희의 시는 이 시집이야말로 “엽색”과 “치정의 끝”이라는 발화를 통해 모독이 모독당할 수밖에 없고, 오독이 오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 폭로한다(‘격에게’, 96쪽). 이 시집은 모리스 블랑쇼의 “오늘 밤 나를 죽여주지 않으면 당신은 살인자요”라는 책망으로 끝을 맺는다. 모리스 블랑쇼는 여러 격언을 남겼지만, 이 시점에서 들여오기에 적합할 만한 다른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쫓겨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이었던 앞선 발언은 김언희와 맞닿았을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빗나가 버리는 오독의 광경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게 된다. 이조차도 원 의미를 왜곡하는 오독이지만, 김언희의 화자가 오독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오독당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인의 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해석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은 그 불가역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일 수 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완결되어 있는 내 몸의 의미.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함과 동시에 탄생하는 시. 타자에의 침탈에 맞서는 이 힘 있는 비명이 어떻게 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언희에게 폭력에 대한 감상은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독해가 옳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벗어던져야 하는 마지막 실오라기”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과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는 진술이 서로 호응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쌍십절 2’).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리스의 남성 영웅 카이네우스는 본디 카이니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여성이기를 포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그녀가 포세이돈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설이다. 그녀는 자신을 차지하고자 했던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이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분노에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모든 불행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당했으며, 여성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욕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포세이돈에게 남성이 되기를 청했고, 그렇게 카이네우스가 되어 신화에 이름을 새긴다. 우리가 카이니스와 카이네우스의 신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며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일 테다. 어떤 폭력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면, 어떤 여성들이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아님”을 소망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여성 아니게 되는 것이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여성”이라는 범주가 그 위신을 공고히 할수록, 오히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힘이 허약해진다는 것과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 기실 이것은 김언희 시에서도 “종이 고환”을 단 “여류 시인”의 이미지와(‘어지자지’),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 아닐까” 되묻는 자조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아닐까’).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 범주를 부정하며 여성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동일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은 가능하며, 되려 여성만이 페미니즘을 허락받을 때 이론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수행 뒤에 수행자는 없다”는 명제다. 바꾸어 말하자면, 젠더와 성 정체성 등의 “범주”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자아의 본질이나 골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성이 여러 가지 속성들이 화합하고 상충하면서 교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거니와,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미국 동부 해안의 레즈비언/게이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현재까지도 투쟁하고 있는 젠더퀴어들에게 감응하고, 그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개정판 서문 (1999)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이와 같은 착안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학계라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지평의 수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8) 연거푸 강조하지만, BJ의 노출과 김언희의 비명을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시될 수도 없거니와, 동일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어떤 폭력이 페미니스트이기에 가해지고 있고, 자신의 주변이 그러한 폭력을 기꺼이 휘두를 자들로 가득하다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종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물론 이 사실을 주지하고서라도 자신을 “반페미”라고 지칭하며 몸의 이미지를 판매했던 QWER 일부 멤버들의 행동을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또한 순수히 그녀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란 결국 여성 해방을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만약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 또는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성질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자의 완성이 얼굴”인 나라에서(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르 흘레 드 랑트르꼬트’) 페미니즘마저 여성을 불순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 여성들의 사활을 건 투쟁도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니, 설령 그것을 포르노라고 일컫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참작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침투를 불허하고 “음지”에 잠재우는 것은 “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와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 또한 그녀들과 함께 영영 잠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폭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불가능하도록 맥락을 거세하는 것이 폭력이며, 알몸과 외설만을 보는 것이 포르노다. 그래서 포르노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해석된다. 이것이 도발적이고, 충격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너머에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을 실로 포르노로 만든다. 여성의 알몸과 성교를 그저 “외설적”이라고 말하면 그것들은 모두 외설로 남는다. 여성의 목소리를 그저 비명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비명에 머무른다. 그러나 여성의 알몸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외설적인 알몸을 넘어 저항의 표현이 된다. 기실 비평은 언제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약자에게 견고한 법령에 틈입하는 몸짓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언희의 시 세계를 톺으며 오독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닌 모호의 세계에 잠자는 여자를 깨우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감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음부로, 분뇨의 입구로 태어나지 않은 입으로. 1) 이 글에서는 김언희의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 ‘GG’(현대문학, 2020)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위의 시집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해당하는 제목만 표시하며, 맥락상 구분이 필요한 경우나 다른 시집에서 인용된 시의 경우 시집명이나 쪽수도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2) 이정수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여캠 BJ들… “벗방이랑 뭐가 달라” 시끌’, 서울신문, 2024년 8월 12일, https://v.daum.net/v/20240812113303539 3) 이해운, ‘현대시에서의 그로테스크’, 한국문학과 예술 9(2012,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4) 장서란, ‘김언희 시의 서발터니티 연구 -‘말하는-죽음’과 ‘여성-괴물-되기’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연구(2022, 한국현대문학회). 5) 임지연, ‘1990년대 여성시의 이상화된 판타지와 역설적 근대 주체 비판’, 한국시학연구(2018, 한국시학회). 6) 김정란, 남진우, 이희중, ‘특별좌담/올해의 시를 말한다’, 월간 현대시 56호, 1997년 12월호. 7) 남진우, ‘메두사의 시- 김언희의 시세계’, 계간 문학동네 25호, 2000. 8)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2006, 문학동네) 58~61쪽 참조.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원초적 감각과 세련미, 스테이크의 맛있는 두 얼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원초적 감각과 세련미, 스테이크의 맛있는 두 얼굴

    스테이크란 단어는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이가 아니고선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은 대부분 고향이 있다. 그렇다면 두툼한 스테이크의 국적은 어디일까. 어떤 이들은 모 스테이크 브랜드의 이미지 때문에 호주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지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굳이 근원을 따지자면 고기를 무자비하게 먹는 식문화는 북유럽과 게르만 민족의 문화에서 비롯됐고, 현대적 의미의 스테이크의 국적을 논하자면 영국을 비롯한 영미권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경 세계 각국의 여행자이자 여행작가들은 저마다 타국의 식문화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테면 ‘요란하게 먹는 프랑스인, 파스타만 먹는 이탈리아인, 소박하게 먹는 독일인, 고기만 먹는 영국인’과 같은 식이었다. 그만큼 고기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착은 전 세계 식문화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주로 상류층의 음식이었던 스테이크가 주류 요리이자 대중요리로 자리잡게 된 건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세기 후반부터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하고 철도망이 확충되자 미국의 중서부 평원에서 사육된 대규모 소들이 대도시로 빠르게 운송됐다. 이로 인해 가격이 비교적 내려가면서 소고기가 점차 귀한 음식이 아닌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고급 식재료가 됐다. 스테이크 전문점을 뜻하는 스테이크하우스 역시 이 시기에 속속 등장했다.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의 도시에서 이름난 스테이크하우스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소금과 후추만으로 단순하게 간하는 미국식 조리법이 널리 퍼지게 됐다. 이렇게 발달한 스테이크 문화는 해외로도 전해져 점차 ‘서양식 고급 육류 요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스테이크란 음식은 단순히 고기를 불에 굽는다는 정의를 갖고 있지만 지역과 식문화 그리고 요리사들의 창의력과 특별함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청으로 인해 다양한 스타일의 스테이크가 지구상에 존재하게 됐다. 스테이크의 맛을 좌우하는 건 첫 번째로 소의 품종과 사육 방식, 숙성 방식 등이 결합된 고기의 퀄리티다. 어떤 품종인지, 어떤 사육 환경에서 자라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지방 함량은 어떤지, 숙성 기간이 얼마나 됐느냐에 따라 고기의 맛은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두 번째는 조리법이다. 특히 어떤 열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조리 온도가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열전달은 어떻게 되는지, 어떤 향이 입혀지는지 결정된다. 숯불이나 장작불은 특유의 훈연 향과 함께 비교적 고온으로 인해 겉면을 바삭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기나 가스를 쓰는 그릴은 온도 제어가 용이하고 숯에 비해 연기나 다른 부가적 풍미가 아닌 고기 자체의 맛을 섬세하게 살리는 데 유리하다. 좀더 먼 거리에서 스테이크 요리를 살펴보자면 오늘날 스테이크의 요리법은 두 축으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영미권이나 남유럽, 남미에서 주로 선호하는 소금과 후추 그리고 버터나 올리브유와 같은 유지를 곁들이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방식과 섬세함이나 세련됨을 추구하는 프렌치식이다. 핵심은 스테이크를 어떻게 먹느냐의 차이다. 영미권 스테이크는 소금·후추로 간한 뒤 고온에서 빠르게 익혀, 육즙과 그릴 풍미를 직접 즐기는 편이며 필요한 경우 그레이비소스나 버터, 본매로라고 하는 골수 소스를 살짝 곁들인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고기 자체도 중시하지만 소스가 맛을 완성하는 화룡점정이라고 여긴다는 차이가 있다. 주로 레드나 화이트 와인을 베이스로 한 소스나 베아르네즈 소스, 후추로 만든 포브르 소스 등 다양한 소스를 곁들여 풍미를 복합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 발달해 있다는 게 특징이다. 리브아이처럼 지방 함량이 높아 기름진 부위에는 새콤하거나 크리미한 소스로 균형을 맞추고 안심처럼 담백한 부위에는 풍미가 강한 레드 와인 베이스나 버섯, 브랜디 등을 가미한 소스로 풍미를 더하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는 일부러 이 스테이크를 먹으러 피렌체를 찾을 만큼 인기 있는 관광 상품이지만 이탈리아 전통 요리가 아니라는 걸 알고 먹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미신 같은 유래가 많지만 르네상스 시대 이후 무역과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토스카나를 찾은 많은 영국인 여행자와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요리라는 게 정설에 가깝다. 그렇다 해도 역사가 200년이 넘는 만큼 전통음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스테이크는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토스카나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아직 스테이크 하면 미국과 유럽을 떠올리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테이크는 남미의 아르헨티나 스테이크다.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의 식민지 시절에 들여온 소 사육 문화가 토착 환경과 결합하면서 남미에서 소 방목이 대규모로 이뤄졌고 불에 천천히 오래 구워 먹는 일종의 바비큐인 아사도로 유명하다. 한때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기가 고기 중 가장 저렴하다고 불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말도 옛말이 됐다는 슬픈 소식이 들린다.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 여객기 참사에…軍, 사고기종 참고한 군용기 점검 나섰다

    여객기 참사에…軍, 사고기종 참고한 군용기 점검 나섰다

    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국방부가 모든 군용기에 대해 자체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해군은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 여객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포함한 모든 항공기에 대해 지난 30일부터 오는 1월 4일까지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P-8A는 현존하는 최신예 해상초계기로서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해상정찰·탐색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 해군이 지난 7월 인수한 P-8A 6대는 전력화 훈련을 거쳐 내년 중반부터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해군 관계자는 “포세이돈은 사고 기종과 동일한 게 아니라 해당 기종을 바탕으로 해서 해상초계기 임무수행에 적합하게 비행기를 만들어냈다. 항공기 구조를 명확히 설명드릴 수는 없고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점검이 끝난 항공기는 특별안전점검 기간에도 정상 운영할 예정이다. 공군도 보잉 737-700 여객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항공통제기 ‘피스아이’를 포함해 모든 항공기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육군은 고정익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회전익 항공기도 점검하라는 국방부의 지침에 따라 보유 헬기에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토교통부도 국내 항공사의 보잉 737-800 기종에 대한 전수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보잉 737-800은 보잉 737-700의 동체 연장형으로 최대 189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다. 1997년 출시돼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000대 이상 팔렸다. 이 기종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대부분이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 국내에 총 101대가 있다.
  • ‘만 40세’ 제임스 은퇴 질문에 “5~7년 더 할 수 있지만…”

    ‘만 40세’ 제임스 은퇴 질문에 “5~7년 더 할 수 있지만…”

    몸싸움이 거칠고, 체력 소모가 많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만 40세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자기 관리가 그만큼 철저하다는 것이다. ‘NBA 전설’ 르브론 제임스(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가 30일로 만 40세가 됐다. ‘에이징 커브’를 한참 지난 제임스는 ‘언제 은퇴할 것이냐’는 물음에 “내가 원한다면 높은 수준의 경기를 5년이나 7년 더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AP통신이 31일 전했다. 제임스는 재산이 10억 달러(1조 4700억원)가 넘지만 구체적인 은퇴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18세 때 NBA에 들어왔는데 40세가 되어 22년 커리어의 베테랑이 됐다”며 “30대를 10년 보냈는데 깨어보니 ‘맙소사 40세야’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제임스는 지난 10월 아들 브로니(18)와 함께 NBA 사상 첫 부자가 출전하기도 했다. 제임스에겐 또 다른 의미의 시간 흐름일 터다. 제임스는 빈스 카터(47·은퇴)와 동률로 NBA 최장인 22시즌째 코트에 나서고 있다. 제임스는 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경기에 만 40세로 출전한다. 유일한 NBA 40대 현역이다. 그는 NBA에서 40대에 출전한 선수로는 32번째가 된다. 제임스는 또 NBA 사상 첫 10대~40대까지 출전하는 선수가 된다. 이런 출전 기록은 야구와 하키에서는 있었지만 NBA에선 처음이고, 미국프로풋볼(NFL)에선 없다. 이와 관련,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나는 위대한 선수들을 많이 봤지만 제임스는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오후에도 쉬지 않는다. 항상 운동하며 뭔가에 집중하거나 어떤 장치를 달고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는 연간 150만 달러 이상을 몸에 투자하고, 항상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통해 점검한다. NBA 개인 통산 4만 3000점을 넘겨 최다 득점자인 제임스의 이번 시즌 28경기에서 평균 35분 출전 23.5점, 7.9리바운드, 9.0리바운드로 올스타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번 시즌 계속된다면 만 40세 이후 기록도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만 40세 이후 마이클 조던(61)은 30경기 평균 22.4점, 칼 말론(61) 42경기 13.2점, 카림 압둘자바(77)는 156경기 12.4점, 존 스탁턴(62)은 94경기 11.6점을 기록했다. 10대와 20대에 제임스보다 많은 득점을 한 선수는 없다. 30대 시절 득점에서 제임스를 능가한 선수는 말론과 압둘자바뿐이다. 40대에 제임스가 우승 반지를 낄 수 있을까. 레이커스는 30일 브루클린 네츠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디안젤로 러셀과 맥스월 루이스, 신임 지명권 3장을 내주고 도리언 핀니 스미스와 세이크 밀턴을 받았다. 레이커스 전력이 크게 보강됐다. 하지만 제임스는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팀이 됐지만 당장 우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개선할 여지가 많고, 새로 온 선수들이 팀에 얼마나 잘 융합될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제임스의 은퇴 그늘이 짙어질수록 40대에 작성할 기록에 대한 관심도 폭발하고 있다.
  • 마약 투옥된 러 축구 국가대표의 최후…사면 위해 참전했다 전사

    마약 투옥된 러 축구 국가대표의 최후…사면 위해 참전했다 전사

    러시아의 전 축구국가대표 선수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중 사망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알렉세이 부가예프(43)가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29일 전사했다고 보도했다. 부가예프 부친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아들의 사망 소식은 사실로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가예프는 모스크바 출신으로 토르페도 모스크바 등 여러 프로팀에서 활약했으며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수비수로 유로 2004 대회에도 참가한 유명 선수다. 2010년 29세 나이로 은퇴한 그는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지난해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안겼으며 결국 지난 9월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렇게 투옥됐던 그가 엉뚱하게도 전장에서 사망한 것은 사면을 대가로 군에 입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잘 알려진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사면과 약 2000달러에 달하는 월급을 미끼로 많은 전과자들을 용병으로 활용해왔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죄수 출신 용병들이 대표적이다. 앞서 바그너그룹의 수장으로 지난해 8월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022년 중반부터 러시아 전역의 교도소를 돌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6개월 간 싸운 뒤 살아 돌아온다면 사면과 자유를 약속한다며 용병을 모집한 바 있다. 이같은 관행은 프리고진의 사망 이후에도 러시아 국방부가 전과자들로 구성된 ‘스톰-Z’를 운영하며 이어왔다.
  • 한국인 최연소·센터백 최초 EPL 출전기록 쓴 김지수, 선발 출전은 언제할까

    한국인 최연소·센터백 최초 EPL 출전기록 쓴 김지수, 선발 출전은 언제할까

    김지수(브렌트퍼드)가 역대 한국인 축구선수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전 기록을 쓰면서 이제 관심은 선발출전 시기로 쏠리고 있다. 김지수는 지난 28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EPL 18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원정경기에서 후반 33분 교체로 출전해 무실점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교체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벤치에 있던 김지수는 선발출전한 수비수 벤 미가 부상을 당하면서 꿈에 그리던 EPL 데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브렌트퍼드 입단 18개월 만이다. 향후 벤 미의 부상 정도가 변수가 되겠지만, 그라운드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만큼 선발출전 기회도 곧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수는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기 사진을 올리면서 “길고 긴 시간, 멀고 먼 길이었다”면서 “이 순간만을 꿈꾸며 지금까지 땀을 흘려왔고 그 순간이 마침내 이루어져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적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지수는 18세이던 2022년 성남FC에서 K리그1에 데뷔했으며, 2023년 6월 브렌트퍼드로 이적했다. 2군 팀에서 뛰며 적응기를 거친 뒤 이번 시즌을 앞두고 1군으로 승격했다. 지난 9월 18일 레이턴 오리엔트(3부리그)와 만난 2024~25 카라바오컵(리그컵) 3라운드(32강) 안방경기에서 후반 32분 교체로 나서며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김지수는 EPL 경기를 뛴 15번째 한국 선수다. 최초 출전 기록을 세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시작으로 이영표(토트넘), 설기현(울버햄프턴), 이동국(미들즈브러),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 조원희(위건), 이청용(볼턴), 지동원(선덜랜드),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스완지시티), 윤석영(퀸스파크 레인저스), 김보경(카디프시티),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이 EPL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 가운데 중앙수비수는 김지수가 최초다. 김지수는 2004년 12월 24일생이기 때문에 기존에 지동원이 갖고 있던 최연소 출전기록(20세 3개월)도 갈아치웠다. ‘제2의 김민재’로 불리는 김지수가 EPL에 안착한다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중앙수비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지수는 지난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7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출전을 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표팀 명단에 들기도 했다.
  • <신간> 조현철 에세이 ‘꽃바람 꽃비’, 가족의 사랑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신간> 조현철 에세이 ‘꽃바람 꽃비’, 가족의 사랑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다

    우리가 살아가며 무엇이 가장 소중할까. 유독 초유의 일들로 우리를 우울하게 했던 황망한 2024년, 그 끝자락에 선보인 한 권의 책이 새삼 삶의 소중한 덕목을 일깨워 준다.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궈낸 조현철 전 대명레저 사장이 삶의 긍정 에너지를 듬뿍 담아 펴낸 잔잔한 에세이 ‘꽃바람 꽃비(바람 맞고 비에 젖어도)’를 출간했다. 저자는 오랫동안 보관해온 일기와 편지를 기반으로 삶의 진리와도 같은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그는 오늘의 대명 신화를 일궈낸 장본인이다. 평생 샐러리맨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 온 그는 제약회사 ㈜녹십자를 거쳐 국내 최고 규모의 리조트 기업 ㈜대명레저 대표이사 사장, ㈜이지웰 대표이사 회장, ㈔한국스키장경영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대명리조트 사장 재임 시절, 주말 지방 리조트 점검에 나설 때에는 현장 직원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리조트 인근 모텔에서 숙박을 하는가 하면, 외동딸 결혼식마저도 회사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저자는 뛰어난 수완과 추진력,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리더였다. 그가 속한 조직은 계속 승승장구했고 그 과실을 구성원들과 고루 나누면서 점점 더 발전했다. 특히 그는 ‘편지 쓰는 CEO’였다. 그는 회사의 구성원들에게 편지를 통해 진심을 전달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일터에 서라’며 늘 솔선수범했다. 자연스럽게 리더의 진심이 전달되어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그가 ‘편지 쓰는 CEO’가 되기까지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 편지를 주고받은 경험이 주효했다. ‘꽃바람 꽃비’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이 장성해서 박사학위를 따고, 배필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손자를 안겨주기까지의 30여 년의 짧지 않은 시간이 담겨 있다. 개인의 작은 역사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가족을 향한 진실 된 마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의 사랑은 공기처럼, 물처럼 늘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오히려 잊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가족이 주는 사랑의 힘은 무엇보다 크고 강하다.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그 힘을 다시금 깨우치고 이것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아울러 저자가 편지로 딸에게 전하려던 당부는 독자들에게도 귀한 지혜의 선물이 되어 준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가족이다. 이 책은 아내를 위해, 남편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오늘도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우리 모두에 대한 헌사이며 응원이기도 하다. 또 일상의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기억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면, 닥쳐올 세찬 비바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꽃바람 꽃비’는 부부의 합작품이다. 남편은 글을 쓰고, 화가 아내는 삽화 그림을 담당했다. 부인 이희옥씨는 평소 자연과 식물을 사랑하여 꽃 그림을 그려왔다. 가족을 향한 마음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꽃 그림들은 저작에 신선함을 더한다. 생각의닻, 256쪽, 1만6000원.
  • GV80, 출시 5년째인 올해 내수 최다 판매

    GV80, 출시 5년째인 올해 내수 최다 판매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국내 SUV 선호 추세에 부분변경 모델 출시, 쿠페형 모델 추가로 상품성을 높인 것이 최다 판매로 이어졌고,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되면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9일 현대자동차 IR에 따르면 제네시스 GV80은 올해 1∼11월 국내 시장에서 모두 3만 6810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GV80 첫 출시 후 연간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수치다. 이전 최다 판매기록인 2020년의 3만 4217대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이 차량은 지난해 10월 GV8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판매가 뚜렷하게 늘었다. GV80 부분변경 모델은 라디에이터 그릴(전면 통풍구)에도 두 줄 다이아몬드 패턴을 입혀 고급 이미지를 강조했고, 실내에 27인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넣어 주목도를 높였다. 올해 1월부터 출고를 시작한 GV80 쿠페도 누적 판매량이 2951대에 이른다. GV80의 경쟁 차종인 BMW X5와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각각 5660대, 4300대 수준이다. GV80을 비롯한 제네시스 SUV의 인기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내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기로 한 바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내놓은 2.5 터보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내년 초 선보일 팰리세이드에 처음 탑재되는 가운데 제네시스에 맞는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이르면 내년 말 개발될 전망이다.
  • 디아지오 ‘책임음주 캠페인’ 전개… 건전한 음주 문화 이끈다

    디아지오 ‘책임음주 캠페인’ 전개… 건전한 음주 문화 이끈다

    디아지오가 책임 있는 음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7일 디아지오에 따르면 디아지오가 지속적으로 펼치는 ‘책임음주 캠페인’은 ‘의식적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다. 의식적 웰빙은 소비자들이 신체적 건강만이 아니라 정신적 웰빙까지 포괄하는 전체적 관점의 접근을 한다는 트렌드로, 음주를 통해 더 풍부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디아지오가 지난 2월 K팝 그룹 ‘엑소’의 리더이자 연기자로 활동하는 수호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책임감 있고 절제된 음주 문화 장려를 위한 책임음주 캠페인을 전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수호와 함께하는 책임음주 캠페인 ‘인조이 더 플로우, 세이버 에브리 모먼트’는 수호가 직접 부른 곡과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영상 등을 통해 절제된 음주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아지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연말연시 음주 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함께 ‘비음주 운전 vs 음주 운전’ 게임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는 이번 게임 캠페인은 음주 운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책임감 있는 음주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디아지오의 비음주 운전 vs 음주 운전 게임은 다섯 가지 미니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참여자는 게임을 통해 음주가 운전자에게 끼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 형식을 통해 보행자와의 충돌, 방향 및 속도 감각 상실 등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음주 운전 사고의 위험성도 이해할 수 있다. 앞서 디아지오는 2023년 연말에 글로벌 책임음주 캠페인 ‘절제된 음주의 마법’(The Magic of Moderate Drinking)을 공개한 바 있다. 해당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더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더 잘 마시는 것이 모든 순간과 상황을 즐기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네스, 조니워커, 텐커레이 0.0 등 제품이 등장하는 캠페인 영상을 통해 절제된 음주의 마법을 체험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책임감 있는 음주가 각 개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려줬다. 한편, 디아지오는 2009년부터 차세대 바텐더를 발굴·지원하는 ‘월드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디아지오 월드클래스는 매년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바텐더가 참가한다. 디아지오는 매해 최고의 바텐더들을 모아 가장 뛰어난 바텐딩 지식과 기술, 창의력, 서비스 정신 등의 역량을 갖춘 바텐더를 발굴하며 전 세계 ‘파인 드링킹’ 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디아지오의 이런 노력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소비자들의 책임 있는 음주 라이프스타일 추구를 지원하고 건전한 음주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략적 접근으로, 앞으로도 디아지오가 혁신적인 캠페인을 통해 건전한 음주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4년 12월 27일

    [김동완의 오늘의 운세] 2024년 12월 27일

    쥐 48년생 : 손재수가 있으니 분실물 주의. 60년생 : 뜻밖의 횡재수 있다. 72년생 : 재운과 문서에 큰 이익 있다. 84년생 : 무리하게 행동하지 마라. 96년생 : 뜻밖의 일로 인정받겠다. 소 49년생 : 예상이 빗나가겠으니 주의하라. 61년생 :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 73년생 : 가족의 의견을 존중하라. 85년생 : 바빠도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97년생 : 지나친 계획은 문제 발생. 호랑이 50년생 : 가족 의견을 존중하라. 62년생 : 크게 투자하지 않는 게 좋다. 74년생 : 정신적인 고통이 따르겠다. 86년생 : 아랫사람으로 인한 어려움 있다. 98년생 : 기분이 즐겁고 만족한 하루. 토끼 51년생 : 도와줄 사람이 많이 나타난다. 63년생 : 북쪽은 불리하니 명심하라. 75년생 : 자기 사업은 잘 진행된다. 87년생 : 정신적인 고통이 많이 따르겠다. 99년생 : 감언이설에 넘어가기 쉬운 날. 용 52년생 : 공연히 조바심을 낼 필요 없다. 64년생 : 필요 이상의 지출을 줄여라. 76년생 :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라. 88년생 : 지출이 과다하니 조심하라. 00년생 : 이동하면 별 소득 없다. 뱀 53년생 :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간다. 65년생 : 이동의 변수가 생기겠구나. 77년생 : 귀인이 와서 도와주겠다. 89년생 : 이득이 많지 않아 성취감 없다. 01년생 : 구설 때문에 괴로움 있겠다. 말 54년생 : 기쁜 일 중에 궂은일 있으니 조심. 66년생 : 다른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78년생 : 계획은 여유 있게 세워야 하겠다. 90년생 :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마라. 02년생 : 기회를 놓치지 마라. 양 43년생 : 몸과 마음이 편안한 하루. 55년생 :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라. 67년생 : 허황된 착각에 지지 마라. 79년생 : 하는 일이 더욱더 번창하겠다. 91년생 : 귀인들의 도움으로 횡재운 있다. 원숭이 44년생 : 참으면 상당한 도움 생긴다. 56년생 : 구설 때문에 괴로움이 있겠다. 68년생 : 재물운이 왕성한 날이다. 80년생 : 끝마무리에 조금 더 노력하라. 92년생 : 하는 일은 더욱더 활발하다. 닭 45년생 :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소식 온다. 57년생 : 이웃과 함께 하라. 69년생 : 조금만 더 노력하면 대길. 81년생 : 친한 사람이 시비를 건다. 93년생 : 꾀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 개 46년생 : 북쪽은 길하고 남쪽은 좋지 않다. 58년생 : 상대 의견을 존중하라. 70년생 : 정신을 바짝 차리면 길운 넘친다. 82년생 : 시간과 노력을 낭비 마라. 94년생 : 구설수 따르니 힘든 고비가 있다. 돼지 47년생 : 손재수가 있으니 주의하라. 59년생 : 조용히 지내면 별일 없을 것이다. 71년생 : 고통은 서서히 물러간다. 83년생 :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진다. 95년생 : 크게 발전하는 운세이다.
  • ‘푸른피’ 원태인 독립선언

    ‘푸른피’ 원태인 독립선언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이 점수를 내주고 고개를 숙이자 어김없이 ‘베테랑 포수’ 강민호(39)가 마운드 위에 올라왔다. 패배 위기에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강민호가 “끝나고 뭐 먹을래? 오늘 박살 날 것 같은데 형이랑 맛있는 거나 먹자”라고 농담을 건넸고 굳었던 원태인의 얼굴엔 미소가 되살아났다. 올 시즌 초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 적응에 고전했던 원태인이 다승상(15승)을 쟁취한 배경엔 “어떻게 항상 잘 던지냐. 재미있게 웃으면서 하라”며 독려했던 버팀목이 있었다. 그러던 원태인이 독립을 선언했다. 그는 24일 대구 경북고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호 형은 세 자녀를 돌보듯이 저를 다스린다(웃음).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두 경기 부진하면 뭐가 문제인지 신기하게 다 알고 달래준다”면서도 “2~3년 지나면 민호 형의 은퇴 시기가 다가올 텐데 혼자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내년부턴 홀로서기를 실천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계획은 베테랑의 공 배합을 머릿속에 담는 것이다. 지난 정규시즌에서 269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원태인이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든 건 두세 번에 불과했다. 그는 “가끔 주도해서 뜬금없는 커브를 던지는데 결과가 엉망이더라. 반대로 민호 형이 예상과 다른 구종을 선택했을 땐 타자들이 꼼짝 못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채찍을 통한 동기부여는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의 전설 오승환(42)에게 얻는다. 제구력에 중점을 두는 원태인은 마에다 켄타(디트로이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의 투구 자세를 참고하면서 일본 프로야구(NPB) 진출 꿈을 키웠다. 원태인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도 오승환 선배님은 ‘9회까지 다 던져야 한다, 안주하지 말라, 큰 무대에 가고 싶지 않냐’고 자극해 주신다. 그 말을 듣고 근력 운동, 러닝까지 더 치열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는 처음 경험한 한국시리즈였다. 지난 10월 21일 KIA 타이거즈와의 1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던 원태인은 닷새 뒤 4차전에선 어깨를 다쳐 3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의 전의가 꺾인 순간이었다. 그는 쓰린 표정을 지으며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고 억울했다. 고 돌아봤다. 상대가 정규 1위였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다만 그를 놀라게 한 건 ‘최고의 타자’ 김도영(21)이 아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선빈(35)이었다. 원태인은 “KIA가 강팀이지만 컨디션만 좋으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김선빈 선배님은 (3월 MLB 서울시리즈에서 맞붙은)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보다 위협적이었다. 어떤 공도 다 칠 것 같았다”고 놀랐다. 어깨 부상을 털어낸 원태인은 지난달 기초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121명의 중대원을 이끄는 중대장 훈련병을 맡기도 했다. 그는 “사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는데 조교가 솔선수범하라는 의미로 감투를 씌웠다. 덕분에 우수 훈련병에 선정됐다(웃음)”고 말했다. 내년엔 아리엘 후라도(28), 최원태(27) 등 선발진에 새 얼굴이 합류하지만 에이스가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그대로다. 원태인은 “올해 10승을 달성하고 나서 즐거운 야구를 해보려고 했는데 한두 점 내주니까 다시 긴장도가 높아지더라. 프로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은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곽빈(25·두산 베어스), 문동주(21·한화 이글스) 등 국가대표 우완 투수 간 경쟁도 성적 향상의 원동력이다. 원태인은 “같이 성장하는 관계지만 지기 싫은 마음은 똑같다. 두 선수 모두 구위가 강력하나 제 강점도 뚜렷하다. 정확한 제구력으로 낮은 코스를 공략하는 안정감을 앞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기 목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최근 부진한 국제 대회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고 훈련소에서 (예선 탈락) 소식만 들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웠다”며 “세대교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1000만 관중 시대에 걸맞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아피찻퐁부터 박찬욱까지…거장의 스크린을 읽어내다

    아피찻퐁부터 박찬욱까지…거장의 스크린을 읽어내다

    사회학자이자 예술평론가 김홍중‘헤어질 결심’ ‘엉클 분미’ 등 통해현대적 ‘사랑’ ‘인간’ ‘고통’ 재해석영화의 철학적 의미, 문장으로 풀어 옛 영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뜨겁고 생생했던 스크린의 잔상은 기억에 남아 차분하게 내려앉는다. 그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황과 뒤섞이며 차가운 ‘의미’로 재탄생한다. 사회학자이면서 예술평론가로도 활동하는 김홍중(53)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영화 에세이집 ‘세계에 대한 믿음’은 아피찻퐁 위라세타꾼부터 박찬욱까지 현대 거장들의 영화를 찬찬히 곱씹고 철학적 의미를 길어 올린다. 지나간 영화를 리뷰한 글이니만큼 시의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문장은 아름답고 통찰은 반짝인다. 영화를 읽는 것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 주는 에세이 7편이 실렸다. “아피찻퐁의 영화는 사랑의 기쁨과 그 심연에 대한 명상이다.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는 왜 고통을 멸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응시다. 생명 속에서 지속하는 삭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긍정, 언제나 회귀하는 공허를 직시하게 하는 유혹이다.”(‘침잠의 미학’·16~17쪽) 태국 영화 거장 아피찻퐁은 김홍중의 시선과 문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2000년 다큐멘터리 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로 데뷔한 아피찻퐁은 그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태국의 영화 미학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2010년 ‘엉클 분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이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은 상당하다. 원숭이, 말, 앵무새, 코끼리, 토끼 등 다양했던 부처의 전생 이야기를 모아 놓은 텍스트 ‘본생경’을 소개하며 아피찻퐁의 세계로 들어간 김홍중은 그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정글’의 이미지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아피찻퐁에게는 정글이 있다. 그것은 동물/인간, 죽음/삶, 과거/현재, 상상/현실이 뒤섞이는 무대다. 거기서 존재자는 모두 평등해진다. 인간-너머의 세계가 열린다. … 정글은 인간적인 것의 바깥이다. 그것은 하나의 영혼이 다른 영혼과 만나는 공간,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힘들이 얽히고 펼쳐지는 곳이다.”(‘침잠의 미학’·19~20쪽) 김홍중은 러시아 영화의 아버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호명하며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의 접점을 만든다. 김홍중은 들뢰즈의 영화론에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 언급된 부분을 찾아 타르콥스키의 영화와 이어 보인다. 활자로 된 문학의 세계에 탐닉하고 그 환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를 ‘구텐베르크적 인간’으로 규정하는 김홍중은 ‘영화적 인간’에게 ‘안티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는 꿈을 꾸지도, 구성하지도, 해석하지도 않는다. 세계를 자신의 의지대로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세계에 대한 믿음’·49쪽) 그리고 영화가 ‘세계에 대한 믿음’을 준다고 본다. 요컨대 믿음은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것이다. 믿음은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처럼 감염되는 것이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나란히 놓고 읽으며 오늘날 ‘사랑’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사유하는 마지막 에세이 ‘붕괴와 추앙 사이’도 탁월하다. 김홍중은 ‘헤어질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 분)가 어눌한 한국어로 읊는 대사 “완전히 붕괴됐어요”를 현대적 사랑의 한 증후로 읽는다. 그에 따르면 우리 시대 사랑은 욕망도 성애도 구원도 아니다. 그저 ‘불가능한 어떤 것’으로서 완성되지 않고 ‘리스크’로만 남는다. 사랑은 ‘위험한 것’이다. 여기서 박해영의 ‘나의 해방일지’가 끼어든다. 2022년 불현듯 나타나 한국 사회에 “날 추앙해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던 드라마. 사랑이 위험해진 시대에 인간은 추앙한다. 김홍중은 추앙을 ‘기관 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무슨 말일까. “기관 없는 사랑은 사랑의 순수 수단성이다. … 이 사랑은 눈이 없어서 사랑하는 자를 볼 수 없고, 귀가 없어서 그의 말을 들을 수 없고, 혀가 없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성기가 없어서 성교할 수 없고, 심장이 없어서 사랑을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없다. … 아무런 목적도 효용도 없는 추앙으로 누군가를 살려 낸다.”(‘붕괴와 추앙 사이’·218~219쪽)
  • ‘열정페이’는 그만… 한국 1세대 佛 번역가의 통찰과 호소

    ‘열정페이’는 그만… 한국 1세대 佛 번역가의 통찰과 호소

    ‘번역가’라는 단어가 한국 장삼이사들에게 명징하게 맺히기 시작한 건 대략 2016년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강 작가가 영국의 저명한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타던 해다. 그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인이 함께 이 상을 타면서 번역가의 몫이 새삼 강조되기 시작했다. 번역가는 흔히 ‘작가의 동반자’라고 불린다. 작가와 작품을 잘 이해하고 그에 못지않은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는 바로 그런 번역가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36년간 프랑스에 거주하며 25년 동안 한국문학을 번역해 온 한국 1세대 번역가 임영희의 고백과 통찰 그리고 호소가 녹아 있다. 저자는 원래 교육학도였다. 1988년 이 분야의 학위를 얻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 갔다가 1999년 조정래 작가의 소설집 ‘유형의 땅’을 번역하면서 번역가로 방향을 틀었다. 저자가 프랑스에 전한 한국 작품은 250종이 넘는다. 조정래, 황석영, 공지영, 편혜영, 김영하, 정유정 등 유수한 작가들의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쳐 프랑스어로 번역돼 나왔다. 김진경 작가의 ‘고양이 학교’는 유서 깊은 앵코립티블 문학상을, 김탁환 작가의 ‘방각본 살인사건’은 저명한 카멜레온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등 외국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번역가로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는 내가 번역가의 길에 처음 들어섰던 1990년대 말에 비해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10배 이상 높아졌다”면서도 “일개 번역가로서 한국 도서를 소개하는 일이 그만큼 더 쉬워지지는 않았다”고 탄식했다. 그는 “특히 한국문학 번역의 경우 번역거리가 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번역료는 20년이 넘도록 제자리이거나 하락하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작품을 옮기는 프랑스 번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 웹툰을 번역하는 한 프랑스 여성은 그를 만나 “번역료를 거의 노동 착취 수준인 도급제로 지급하는 데다 최근 판매가 저조해 그 가격조차 더 내려간 상태”라며 울상을 지었다고 한다. 이른바 한국의 ‘열정페이’가 프랑스로 건너가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한국 재단들이 현지 번역료를 커버하지 못할 정도로 대폭 줄인 지원금을 복원하고, 지원금 역시 프랑스 출판사 계좌가 아닌 번역가에게 직접 전해 달라”고 읍소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지옥: 신의 실수(류시은, 박서련, 조예은, 최미래, 함윤이 지음,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치겠다는 기도였다. 신부님은 두 손을 높이 쳐든 채 말했다.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당시 그는 의미도 전혀 모른 채 그 문장을 따라 해 보았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원작 만화 ‘지옥’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소설집.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함윤이 등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사자, 고지, 시연, 부활 등 세계관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풀어 펼쳐 낸 세계는 혼돈을 마주한 이들의 심연 가장 깊숙한 곳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지옥사자가 불시에 들이닥치고 죽음의 기운이 수시로 엄습하는 이야기의 중심엔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240쪽, 1만 7000원. 우리 할머니는 나를 모릅니다(야크 드레이선 지음, 아너 베스테르다윈 그림, 김영진 옮김, 주니어RHK) “할머니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네가 그 노래를 어떻게 아니? 엄마가 대답합니다. 내가 가르쳐 줬죠. 난 옛날에 엄마한테 배웠고요. 할머니가 페트라에게 부탁합니다. 한 번만 더 불러 줄래?” 치매로 인해 자기 딸과 손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와 이를 받아들이며 다가가는 가족의 가슴 아픈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내면서도 페트라와 할머니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세대를 이어 온 노래가 서로를 연결하는 따뜻한 순간들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달한다. 32쪽, 1만 4000원. 나무(고다 아야 지음, 차주연 옮김, 책사람집) “서로 꾸불꾸불 얽히고설켜 땅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뻗어 가기도 하는 뿌리를 보면서 강대한 힘을 느끼는 동시에 몹시 배배 꼬인 것, 고집불통, 복잡함, 추악함과 괴상함을 느꼈다.” 특유의 관찰과 섬세한 감성으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받았던 일본 작가 고다 아야가 말년에 북쪽 홋카이도에서 남쪽 야쿠시마까지 나무를 찾아 정성껏 기록한 책. 첫 번째 에세이 ‘가문비나무의 갱신’에서 마지막 작품 ‘포플러’가 집필되기까지 13년 6개월이 걸렸다. 추천사를 쓴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의 말처럼 “에세이 같기도 하고, 도감 같기도 하며, 긴 시와 같기도 한” 책이다. 232쪽, 1만 6800원.
  • 구사일생 트럼프가 돌아왔다… 올해 지구는 가장 뜨거웠다[2024 글로벌 10대 뉴스]

    구사일생 트럼프가 돌아왔다… 올해 지구는 가장 뜨거웠다[2024 글로벌 10대 뉴스]

    1. 트럼프 귀환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하면서 4년 만에 백악관으로 재입성하게 됐다.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 도중 토머스 매슈 크룩스의 총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 사건 1주일 뒤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하는 등 판도를 뒤집고자 승부수를 던졌지만 트럼프 후보는 7개 경합주를 모두 휩쓸며 역대 최다 득표로 승리했다. 미국에서 대통령 ‘징검다리 당선’은 131년 만이다.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선전해 4년 만에 상·하원을 모두 차지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구호로 내건 트럼프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무역·외교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2. 바이든 사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과거부터 고령으로 인한 인지력 논란에 시달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 사퇴론에 불을 댕겼다.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암살 미수 사건 뒤 지지율이 급등하자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인물이 중도 사퇴한 것은 미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선을 100여일 앞두고 후보를 급하게 바꾼 민주당 진영은 큰 혼란을 겪었고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29세 나이로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부통령을 거쳐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정치 역정도 막을 내리게 됐다. 3. 5선의 푸틴 핵무기 기준 완화 ‘차르 본색’‘21세기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대선에서 ‘집권 5기’에 성공해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선거 한 달 전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사망했지만 그는 역대 가장 높은 87.3%의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됐다. 임기는 2030년까지로, 이오시프 스탈린 옛소련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1953년)을 뛰어넘는다. 6선 도전도 가능한 만큼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34년(1762~1796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의 통치 기간도 넘어선다. 그는 핵교리를 개정해 핵무기 사용 기준을 완화했다. 우크라이나에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도 발사하는 등 서구에 대한 위협 수위도 높이고 있다. 4. 하마스 약화 이스라엘, 주요 지도부 제거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 지역 사망자가 4만 4000명을 넘었고 주민 대다수도 난민으로 전락하는 등 인도적 위기가 불거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1인자 이스마일 하니야뿐 아니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뇌부 등 주요 인사를 제거했다. 이 과정에서 헤즈볼라의 근거지 레바논까지 침공해 기간시설을 대거 파괴했다. 이로 인해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은 빈사상태에 빠졌다. 이란은 대리세력이 파멸 위기로 몰리자 이스라엘을 직접 공습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타격은 미미했다. 되레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군사 인프라가 크게 훼손됐다. 중동 내 힘의 균형은 이스라엘 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5. 알아사드 철퇴 시리아 53년 독재정권 망명중동의 또 다른 화약고로 불리던 시리아에서 13년째 이어진 피비린내 나던 내전이 반군의 깜짝 승리로 마무리됐다. 53년에 걸쳐 2대째 철권통치를 이어 온 알아사드 정권은 지난 11월 27일 시작된 반군의 공세로 주요 도시를 빼앗겼고 12월 8일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함락되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가족과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24년간 독재자로 군림하던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를 무차별 유혈진압해 내전의 불씨를 댕긴 아사드 정권은 50만명 넘는 희생자와 6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남기고 사라졌다. 폐허가 된 시리아는 이제 반군의 과도 정부가 넘겨받았다. 열강들은 무주공산이 된 시리아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고자 애쓰고 있다. 6. 금리 인하 美연준 4년 반 만에 정책 전환주요 국가들은 2020년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팬데믹 그림자 경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난 9월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인하하며 4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 전환에 나섰다. 연준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자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지급했으나 물가 폭등과 경기 과열 등 부작용이 불거지자 2022년 3월부터 18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동결했다. 반면 일본은 17년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3월에 해제하고 0~0.1% 범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7월에는 0.25%로 재차 끌어올렸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충격파로 세계 금융 시장이 출렁였다. 7. 日여당 참패 30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 일본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경제 정책 부진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임을 포기했다.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거쳐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정국 전환용으로 던진 10월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참패해 초반부터 위기에 몰렸다. 자민당은 12년 만에 중의원에서 단독 과반 수성에 실패했다. 일본 정치권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여소야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시바 내각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과의 정책 협력으로 급한 불은 껐으나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와 도쿄도 의회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내각 불신임 결의나 자민당 내부의 이시바 퇴진 움직임이 본격화해 정국 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8. 유럽 극우돌풍 유럽의회 원내 3당에 극우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 ‘슈퍼 선거의 해’에 지구촌 민심은 정권심판론으로 답했다. 주요국에서 줄줄이 집권당이 참패해 향후 국제질서에 적잖은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 극우 정치 그룹이 원내 제3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집권 여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에 나섰지만 야당에 국정 주도권을 내줬다. 내년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앞둔 독일도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이 갈수록 우경화되면서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된다. 실물경제 악화와 반이민 정서 확산,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대의민주주의 위기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9. AI 시대 엔비디아 돌풍에 노벨상 석권2022년 말 챗GPT 열풍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계와 의료계, 교육계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했다.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기술 투자도 폭증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점유한 엔비디아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하고 미국 주요 주가지수인 다우지수에서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 빠진 것은 정보기술(IT) 업계가 AI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지난 10월에는 AI 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구글 AI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48) 등이 노벨화학상을 거머쥐는 등 AI 시대의 도래가 현실이 됐다. 10. 들끓는 지구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관측 이래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기후정상회담 ‘COP29’에서 WMO는  올해 1~9월 지구 지표면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년 이전) 평균 기온보다 1.54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구 평균 기온이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이로써 올해는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의 목표치를 벗어난 첫해가 될 전망이다. 파리협정 당시 국제사회 196개국은 1850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치를 2도 아래에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1.5도 목표선을 지키려면 화석연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줄여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 ‘푸른 피’ 원태인 “최대 행운은 버팀목 민호 형 만난 것…배움 토대로 성장하겠다”

    ‘푸른 피’ 원태인 “최대 행운은 버팀목 민호 형 만난 것…배움 토대로 성장하겠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24)이 점수를 내주고 고개를 숙이자 어김없이 ‘베테랑 포수’ 강민호(39)가 마운드 위에 올라왔다. 패배 위기에 몰린 절체절명의 순간, 강민호가 “끝나고 뭐 먹을래? 오늘 박살 날 것 같은데 형이랑 맛있는 거나 먹자”라고 농담을 건넸고 굳었던 원태인의 얼굴엔 미소가 되살아났다. 올 시즌 초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 적응에 고전했던 원태인이 다승상(15승)을 쟁취한 배경엔 “어떻게 항상 잘 던지냐. 재미있게 웃으면서 하라”며 독려했던 버팀목이 있었다. 원태인은 24일 대구 경북고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호 형은 세 자녀를 돌보듯이 저를 다스린다(웃음). 마운드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한두 경기 부진하면 뭐가 문제인지 신기하게 다 알고 달래준다”면서도 “2~3년 지나면 민호 형의 은퇴 시기가 다가올 텐데 혼자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내년부턴 홀로서기를 실천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구체적인 계획은 베테랑의 공 배합을 머릿속에 담는 것이다. 지난 정규시즌에서 269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원태인이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든 건 두세 번에 불과했다. 그는 “가끔 주도해서 뜬금없는 커브를 던지는데 결과가 좋지 않더라. 반대로 민호 형이 예상과 다른 구종을 선택했을 땐 타자들이 꼼짝 못 한다”며 “낙담할 땐 둘이 나눴던 대화를 되새긴다. 모든 걸 자산 삼아 계속 배우는 중이다. 강민호라는 포수를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승환 선배님이 일본 진출 조언해줘”채찍을 통한 동기부여는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의 전설 오승환(42)에게 얻는다. 제구력에 중점을 두는 원태인은 마에다 켄타(디트로이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등의 투구 자세를 참고하면서 일본 프로야구(NPB) 진출 꿈을 키웠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까지 나아간 오승환이 최고의 모범 사례인 셈이다. 원태인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도 오승환 선배님은 ‘9회까지 다 던져야 한다, 안주하지 말라, 큰 무대에 가고 싶지 않냐’고 자극해 주신다. 그 말을 듣고 근력 운동, 러닝까지 더 치열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 대해 여쭤봤을 땐 ‘구단들이 안 보는 듯해도 다 관찰하고 있으니까 매 경기 집중하라’고 답해주셨다. 가능성을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큰 힘이 된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장밋빛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는 처음 경험한 한국시리즈였다. 지난 10월 21일 KIA 타이거즈와의 1차전에서 5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던 원태인은 닷새 뒤 4차전에선 어깨를 다쳐 3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왔다. 삼성의 전의가 꺾인 순간이었다. 그는 쓰린 표정을 지으며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고 억울했다. 1차전에 빗속에서 온 힘을 다해 던져 몸에 무리가 왔다”고 돌아봤다. 상대가 정규 1위였지만 자신감은 충만했다. 다만 그를 놀라게 한 건 ‘최고의 타자’ 김도영(21)이 아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선빈(35)이었다. 원태인은 “KIA가 강팀이지만 컨디션만 좋으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김선빈 선배님은 (3월 MLB 서울시리즈에서 맞붙은)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보다 위협적이었다. 어떤 공도 다 칠 것 같았다”고 놀랐다. “후라도, 최원태 등 합류하지만 책임감 그대로”어깨 부상을 털어낸 원태인은 지난달 기초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121명의 중대원을 이끄는 중대장 훈련병을 맡기도 했다. 그는 “사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다녀오고 싶었는데 조교가 솔선수범하라는 의미로 감투를 씌웠다. 덕분에 우수 훈련병에 선정됐다(웃음)”며 “1주 차엔 어색했던 훈련병들이 한두 명씩 팬이라고 다가오더라. 생활관에서 마피아 게임, 병뚜껑 치기를 하면서 추억을 쌓았다”고 말했다. 내년엔 아리엘 후라도(28), 최원태(27) 등 선발진에 새 얼굴이 합류하지만 에이스가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그대로다. 원태인은 “올해 10승을 달성하고 나서 즐거운 야구를 해보려고 했는데 한두 점 내주니까 다시 긴장도가 높아지더라. 프로로서 부담감과 책임감은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곽빈(25·두산 베어스), 문동주(21·한화 이글스) 등 국가대표 우완 투수 간 경쟁도 성적 향상의 원동력이다. 원태인은 “같이 성장하는 관계지만 지기 싫은 마음은 똑같다. 두 선수 모두 구위가 강력하나 제 강점도 뚜렷하다. 정확한 제구력으로 낮은 코스를 공략하는 안정감을 앞세우겠다”며 “경쟁을 이겨내고 내년 연말엔 시상대 위에 직접 올라 상을 받고 싶다. 기초군사훈련이 없으니 머리카락을 예쁘게 기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기 목표는 태극마크를 달고 최근 부진한 국제 대회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고 훈련소에서 (예선 탈락) 소식만 들었는데 굉장히 안타까웠다”며 “세대교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선 1000만 관중 시대에 걸맞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쌍둥이 동생 죽었는데…5년간 ‘목소리 연기’로 조부모 속인 언니, 왜

    쌍둥이 동생 죽었는데…5년간 ‘목소리 연기’로 조부모 속인 언니, 왜

    한 여성이 조부모가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5년 전 사망한 쌍둥이 자매 행세를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현지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계 캐나다인 인플루언서인 애니 니우(34)는 일란성 쌍둥이였던 동생이 5년 전 사망한 사실을 조부모에게 숨겼다. 조부모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명절 때마다 조부모와 통화하면서 쌍둥이 동생 흉내를 낸 것이다. 니우의 쌍둥이 동생은 5년 전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니우는 자신과 동생의 목소리가 비슷한데다 자신과 동생이 10살 무렵 부모님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조부모를 속이는 게 비교적 쉬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야 니우의 쌍둥이 동생 연기는 끝났다. 당시 니우의 아버지는 할머니가 눈을 감기 전 “손녀가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니우의 할아버지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니우는 “조부모님이 모두 92세이고, 아버지가 두 분을 가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의 사망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니우의 사연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약 7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현지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니우의 행동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조부모님이 어떻게 5년간 모를 수가 있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중국에서는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길한 일로 여긴다. 중국 문화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니우를 옹호하는 반응도 나왔다. 니우처럼 조부모님의 건강 악화를 우려해 가족의 사망 사실을 숨겼다고 밝힌 네티즌들도 있었다.
  • 걸그룹 멤버와 결혼한 국가대표…“클럽 여성과 불륜” 충격

    걸그룹 멤버와 결혼한 국가대표…“클럽 여성과 불륜” 충격

    일본 프로야구 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의 내야수 겐다 소스케(31)가 불륜설에 휘말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본 매체 분슌은 25일 “겐다가 도쿄 긴자의 고급 클럽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 A씨와 1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겐다 본인이 해당 사실을 인정했으며, 프리미어12 대회 중 대만에서도 밀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겐다와 그의 매니저는 50분간 취재진과의 면담에서 불륜 사실을 시인하고 참회했다. 겐다 소스케는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7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3년 WBC 우승에 기여했으며, 최근 프리미어12 대회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사생활 논란이 커지며 야구 팬과 대중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의 부인인 인기 걸그룹 노기자카46 출신 에토 미사(현 겐다 미사)의 팬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겔다와 에토는 2019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은 그간 TV 프로그램 등에서 화목한 모습을 자주 공개하며 주목받아 왔다. 이번 사건은 에토 미사에게 또 한 번 큰 상처를 안겼다. 2년 전에는 구단 동료의 아내가 보낸 악의적인 DM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DM에는 그녀의 집 주소와 개인 정보까지 포함돼 경찰 수사가 진행됐고, 발신자는 팀 동료 야마다 하루카의 아내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야마다 하루카는 니폰햄 화이터즈로 트레이드됐고, 현재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뛰고 있다. 당시 에토 미사는 첫 아이를 임신 중이었으며, 남편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건 대응을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겐다의 논란은 일본 대표팀 유격수 자리를 두고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전임자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사카모토 하야토(36)는 2022년 20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낙태를 종용한 혐의로 비난받았다. 이후 대표팀에서 물러난 사카모토에 이어 겐다까지 구설에 오르며, 일본 야구 대표팀의 유격수 자리는 잇단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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