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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 ‘황금사자’ 머리에 얹다

    김기덕(52)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김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자비를 베푸소서’란 의미의 이탈리아어)는 9일 오전(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베니스·칸(프랑스)·베를린(독일)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은 뒤 51년 만이다.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악마 같은 남자(이정진), 30여년 만에 그 앞에 나타나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조민수)를 통해 용서와 복수, 속죄란 가능한 것인가를 되묻는 김기덕의 강렬한 이야기가 베니스를 홀렸다. 김 감독은 앞서 베니스영화제(‘빈집’)와 베를린영화제(‘사마리아’) 감독상,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해외의 호평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김 감독이었기에 국내 영화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김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피에타’를 선택해 준 모든 이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민요 ‘아리랑’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김 감독은 아리랑을 부른 이유에 대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폐막식에 앞서 이탈리아 18~19세 관객이 뽑은 ‘젊은 비평가상’, 이탈리아 온라인 영화매체 기자들이 뽑은 ‘골든 마우스상’, 이탈리아 유명작가를 기리는 ‘나자레노 타데이상’도 받았다. ‘피에타’와 경합을 벌인 ‘더 마스터’의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이 은사자상(감독상)을,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파라다이스:믿음’의 울리히 사이들, 각본상은 ‘섬싱 인 디 에어’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한편 새로운 경향을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서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최우수 단편영화에 주는 오리종티 유튜브상을 받았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전규환 감독의 ‘무게’도 ‘퀴어 라이온’ 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의 과거·현재를 말하다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의 과거·현재를 말하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353쪽) 중국 현대 소설가를 대표하는 위화(余華·52)가 에세이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펴냄)를 냈다. 2009년부터 단속적으로 써내려 간 비허구성 글을 모아 2010년 프랑스어판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해외판에 이어 2012년 가을 비로소 한국어판을 냈다. 위화는 인민, 영수(領袖),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山寨), 홀유(忽悠)라는 10개의 표제 언어를 제시하고 그와 관련한 자신의 50년 인생 경험을 써내려 간 것 같다. 영수란 마오쩌둥과 관련된 최고의 지도자를 의미하고, 산채는 ‘풀뿌리문화가 엘리트 문화에 던지는 도전장이자 민간이 정부에 던지는 도전장’이란 뜻도 있지만 산채 스타, 산채 유행가, 산채 TV프로그램과 같이 중국 사회의 혼란을 드러내는 가짜, 모조품을 말한다. 홀유는 또 뭔가 싶을 텐데, 수단을 가리지 않고 남을 속이거나 남에게 뭔가를 덮어씌우는 일로 산채와 마찬가지로 현대 중국인들의 처세법으로 이를 활용해 사회적·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현상이란다. 산채가 모조품과 해적판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주듯 홀유도 속임수와 헛소문에 합리성의 외피를 입혀주는 것이다. 위화의 표현에 따르면 이 책이 “열 개의 단어를 열 쌍의 눈으로 삼아 열 개의 방향에서 중국을 응시하는 책”이라고 했는데, 읽으면 면도날로 피부를 살짝 베이는 듯한 예리한 고통이 묻어난다. 그는 이 책의 후기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문화혁명기를 맞아 홍위병이 됐고,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1977년 문화혁명의 끝을 경험한다. 29살이던 1989년 저장성의 작가였던 그는 베이징에서 톈안먼 사건을 경험한다. 중국에서 절대 검색되지 않고, 검열의 단어인 ‘6월 4일’ 아침 그는 침대 열차를 타고 베이징 역에 도착해 총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는 6월 7일 베이징을 떠났다. 그 후 위화는 6월 4일을 ‘5월 35일’로 표현하며 자유롭게 글을 써 왔다. 또한 30년도 되지 않은 세월에 정치지상주의였던 중국과 중국인들이 금권지상주의로 변해 가는 모습을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위화가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통과하면서 겪어내는 고통을 한국인 독자들은 망각하고 떠나 보낸 한국의 1970년대를 떠올리며 고통스럽게 회고할지도 모르겠다. 현재 중국의 과거와 현재가 20~30년의 격차를 두고 그들보다 앞서가는 한국의 과거·현재의 모습과 똑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가 실려 있는 ‘인민’ 편에서 위화는 “1989년 봄과 여름에 가두시위를 경험한 사람들조차도 그 사건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중략) 그로부터 20년 세월이 지나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할 상황이 나타났다. 오늘날 중국의 젊은 세대 가운데 1989년 톈안먼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진 것이다.”라고 했다. 위화의 ‘불안에 떨게 할 상황’에 맞장구를 치며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중국인들은 어떻게 탱크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던 학생들을 짓밟았던 톈안문 사건을 잊을 수 있느냐고. 그러나 이런 질문은 한국의 1980년 서울의 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위화는 이렇게 지적했다. “30여년 동안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란 각종 사회갈등과 사회문제가 초고속 경제발전이 가져다준 낙관적인 정서에 가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국적 상황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오히려 위화처럼 중국이 톈안먼 사건을 잊어버리는 것을 불안해하는 작가가 한국에는 있는지 하고 반문하게 한다. 인민 편에서 위화는 1989년 5월 하순 어느 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한밤중 기온이 뚝 떨어진 베이징 시내를 추위에 오돌오돌 떨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다 멀리서 아무 무기도 들지 않은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에 그는 몸이 와락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들의 피와 살이 움직이면 군대와 탱크도 막아낼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중략)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문화혁명기 시절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 발자크 등 외국작가의 작품이 ‘독초’로 찍혔지만 그 명작들은 몰래몰래 전해져 위화에게도 돌아갔다. 다만, 앞·뒷장이 떨어져 나간 이들 명작은 위화에게 ‘밑도 끝도 없는 작품’이 되고, 덕분에 밑과 끝을 위화 스스로의 상상력으로 이어 붙이면서 위화라는 작가가 탄생했다는 ‘독서’ 편은 낄낄거리지 않고는 읽을 수 없다. 문화혁명기에 읽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읽어야 했던 지겨운 루쉰이 위화의 나이 서른여섯 살이 되던 해 “마침내 하나의 단어에서 하나의 작가로 돌아왔던” 경험을 다룬 ‘루쉰’ 편은 슬프기도 하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프로야구] 주저앉은 ‘KIA 킬러’

    [프로야구] 주저앉은 ‘KIA 킬러’

    ‘KIA 킬러’로 이름을 날렸던 프로야구 SK의 김광현이 KIA 윤석민과의 맞대결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KIA는 7일 광주에서 김주형의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SK를 11-3(7회 강우콜드)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거뒀다. 윤석민과 김광현의 통산 세 번째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지만, 김광현이 2와 3분의1이닝 동안 7실점으로 무너져 싱겁게 끝났다. 김광현은 1회부터 3점을 내주며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선두 이용규와 3번 안치홍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빼앗겼고, 나지완과 김원섭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맞았다. 2회 때도 김선빈과 안치홍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점을 내준 김광현은 3회 완전히 무너졌다. 1사 1·2루에서 김주형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허용한 것. 김광현은 이영욱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힘없이 내려왔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까지 KIA를 상대로 12승4패 평균자책점 2.24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2경기에서 2승을 거두고 11이닝 무실점 탈삼진 10개를 잡아내며 호랑이 킬러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이날은 그간 준 빚을 톡톡히 되돌려 받았다. SK 최정은 5회 2사 1·3루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뽑아냈다. 지난달 3일 한화전 이후 한달여 만에 짜릿한 손맛을 느꼈고,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윤석민은 6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잡고 3실점(0자책)하며 시즌 8승을 달성, 10승 달성을 가시권에 뒀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는 롯데는 사직에서 송승준의 호투로 한화에 5-2 승리를 거두고, 2위를 굳건히 했다. 지난달 5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0.51의 짠물 피칭을 한 송승준은 이날도 6이닝 동안 2점만 내주고 시즌 7승을 따냈다. 롯데 김사율은 시즌 31세이브를 거두고, 선두 삼성 오승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잠실에서는 넥센이 연장 11회 서건창의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탄 득점에 힘입어 두산을 3-2로 꺾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선수’가 인정하는 진짜 기타 고수 내한

    ‘선수’가 인정하는 진짜 기타 고수 내한

    등수 매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계 3대 기타리스트’ 같은 말을 곧잘 만들어낸다. 하지만 가수나 연주인 등 동종업계에서 인정하는 숨은 고수는 따로 있다. 기타 실력만큼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궁극의 고수들이 이달 한국을 찾는다. 퓨전재즈와 블루스, 록의 경계를 넘나드는 래리 칼튼(64)은 전설적인 가수들이 스튜디오 녹음과 순회공연 때 0순위로 찾았던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1968년 데뷔앨범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로 주목 받은 칼튼은 1970~80년대 주로 세션맨으로 활약했다. 한해 레코딩 숫자만 500장에 이를 만큼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다. 스틸리 댄, 조니 미첼, 빌리 조엘, 마이클 잭슨, 퀸시 존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했다. 솔로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는 한편, 1970년대 재즈록 그룹 더 크루세이더스의 멤버로, 1998년부터 리 릿나워에 이어 재즈그룹 포플레이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다. 칼튼을 흘러간 뮤지션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20여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4개의 트로피를 수집했는데 그중 마지막은 지난해였다. 2010년 일본의 인기그룹 B´z의 기타리스트 마츠모토 다카히로와 함께 작업한 ‘테이크 유어 픽’ 앨범으로 지난해 그래미에서 최고 팝 연주 부문 상을 받았다. 2010년 포플레이를 탈퇴하기 전까지 네 차례 내한공연을 했던 칼튼이 이번에 첫 단독공연을 갖는다. 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무대에서 분신과도 같은 깁슨 ES335 기타로 ‘룸 335’를 비롯한 명곡을 들려준다. 9만9000~11만원. (02)3143-5156 팝, 록, 재즈 등 장르의 구속을 당하지 않는 음악인 웨인 크랜츠(56)는 국내에선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로 통한다. 피아노로 시작해 기타로 전향한 그는 1991년 데뷔작 ‘시그널스’를 시작으로 여러 장의 라이브 앨범을 선보였고,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의 라이브클럽 ‘바55’에서 공연을 했다. 같은 시기 버클리음대(보스턴) 등 미국 동부지역에서 유학했던 한국의 실용음악 유학생들 사이에 ‘바55에 가면 기타 귀신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10년 첫 내한공연 당시 한국에서 기타 좀 친다는 사람은 다 모였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같은 이유였다. 가장 오랫동안 트리오의 구성원으로 크랜츠와 호흡을 맞춘 멤버는 베이시스트 팀 르페브르와 스팅 내한 공연 때 드러머로 참여했던 키스 칼록이다. 하지만 27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무대에는 칼록(드럼)과 네이트 우드(베이스)가 함께한다. 르페브르의 일정이 맞지 않은 탓에 아시아·미국투어의 드러머로 우드를 긴급 섭외한 것. 우드는 요즘 미국 재즈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밴드 가운데 하나인 니바디(Kneebody)의 멤버로 주로 드럼을 두드리지만, 베이스·기타는 물론 앨범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주무르는 만능 음악인이다. 지난 4월 발표한 신작 ‘호위 61’을 비롯한 크랜츠의 대표곡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4만~6만원. (02)941-1150.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프로야구] 보고싶다, KIA의 수호신

    [프로야구] 보고싶다, KIA의 수호신

    프로야구 KIA의 선동열 감독은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전날 사직 롯데전에서 역전패해 4위 두산과 3.5경기 차로 벌어졌지만 “포기는 이르다.”고 했다. 그는 5일 광주 SK전을 앞두고 “지금 1군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적을 이룬다면 중심 타자가 돌아오는 내년엔 전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면서 “어제처럼 선취점을 뽑는다면 우리의 전략대로 풀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KIA는 이날 시작되는 SK와의 3연전을 반등의 기회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결국 선 감독은 고개를 숙였다. SK에 3-6으로 무릎을 꿇으며 이틀 연속 쓰라린 역전패를 맛봤다. KIA는 6위 넥센에 0.5경기 차로 쫓기며 간신히 5위를 사수했다. 문제는 뒷심 부족이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KIA는 공·수·주 모두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SK는 1회 2사 2루에서 터진 이호준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고, 3회에도 1사 만루에서 또 터진 이호준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보태 순식간에 3점을 앞서 나갔다. KIA 역시 3회 1사 2·3루에서 김선비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와 곧이어 터진 안치홍의 1타점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한 뒤 4회에는 조영훈이 솔로포까지 터뜨려 승부는 3-3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8회 1사 1·2루에서 임훈이 진해수에게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다시 앞서자 KIA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공격에서는 찬스를 번번이 놓쳤고, 9회에 추가로 2실점해 간절하던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KIA는 정규리그가 26경기밖에 남지 않은 데다 상대가 1~3위인 삼성·롯데·SK여서 역전 4위를 일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대전에서는 한화가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두산을 6-5로 눌렀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LG를 1-0으로 꺾었다. LG 선발 리즈는 안타는 4개, 볼넷은 3개 내주고 삼진을 9개나 잡으며 완투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썼다. ‘끝판왕’ 오승환(삼성)은 이날 세이브를 추가하며 31세이브를 기록, 이 부문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프로야구] 보고싶다, 하늘의 수호신

    [프로야구] 보고싶다, 하늘의 수호신

    투타의 전설 고(故) 장효조와 최동원의 1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그라운드를 적시고 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왼쪽)가 세상을 떠난 지 7일로 1년이 되고 정확히 일주일 뒤가 ‘무쇠팔 투수’ 최동원(오른쪽)의 1주기다. 삼성은 5일 대구구장에서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경기장을 숙연하게 했다. 또 고인의 아들 장의태씨가 시구해 눈길을 끌었으며 선수들은 유니폼에 ‘레전드(LEGEND) 장효조’라고 적힌 패치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레전드 히터 장효조 0.331’ 패치를 단 채 경기에 임했다. 롯데는 11일 사직구장에서 추모식을 갖는다. 구단 관계자는 이날 “홈 경기 때 고인을 기리는 1주기 추모행사의 세부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생전의 고인과 편하지 않은 관계였던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고인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책으로도 레전드를 기억할 수 있다. 프로야구 레전드 시리즈 1권 ‘타격의 달인 장효조’와 2권 ‘불멸의 철완 최동원’이 곧 햇빛을 본다. 왼손 타자였던 장효조는 현역 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타율 3할을 때린다.”는 말을 들을 만큼 천재적인 타격감으로 이름을 떨쳤다. 1983년 삼성 입단과 동시에 타율 .369를 기록하며 단숨에 수위 타자로 떠오른 그는 네 차례나 타격 1위에 등극했으며 1991년까지 8번이나 타율 3할을 넘겨 ‘영원한 3할 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961경기에 나서 세운 통산 타율 0.331은 국내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이다. 경남고와 연세대부터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려 롯데에 우승을 선사한 불세출의 스타였다. 8년 동안 통산 248경기에 나서 103승74패26세이브(평균자책점 2.48)를 기록했다. 1984년과 이듬해 연거푸 20승을 거뒀고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1000탈삼진 시대를 열었다. 하늘의 레전드들이 바라고 있다는 듯 4일까지 삼성(64승44패2무)과 롯데(58승47패5무)는 각각 페넌트레이스 선두와 2위를 달리고 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131개국 ‘사형 폐지’…국제적 추세

    131개국 ‘사형 폐지’…국제적 추세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의문은 잔인한 처벌이 범죄율을 실제로 낮추느냐 하는 점이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유엔 회의에서 이란 사법부 산하 인권고등위원회의 무함마드 자바드 라리자니 사무총장은 사형 집행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사형집행 건수가 공식발표된 것만 360건에 이르는 세계 2위의 사형 국가다. 그런 이란에서조차 사형의 범죄예방 효과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형을 없애는 게 국제적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폐지론자들은 말한다. 국제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일 기준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폐지국은 96개국이고 한국을 비롯한 35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의 3분의2 이상이 사형을 형벌로 집행하고 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유엔 회원국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전체 193개국의 91%인 175개국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는 미국, 중국, 사우디아라비아의 3개국에서만 사형이 집행됐다. 사형제 폐지의 흐름은 유럽에서 두드러진다. 옛 소련을 포함한 유럽 전체에서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벨라루스가 유일했다. 유럽연합(EU)은 사형제 폐지를 회원국 가입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관계자는 “사형 제도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하고 세계적으로 인권 우선의 가치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로 가는 것이 오히려 강력범죄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프로야구] 롯데 잠수함 정대현 KIA 방망이 묶었다

    [프로야구] 롯데 잠수함 정대현 KIA 방망이 묶었다

    고질적으로 불펜이 약했던 프로야구 롯데.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우완 둘·좌완 둘·잠수함 둘의 완벽한 균형을 갖추며 이른바 ‘양떼야구’로 거듭나고 있다. SK의 ‘벌떼야구’에 양승호 감독의 성을 갖다붙인 롯데만의 불펜야구를 뜻한다. 지난해에 비해 선발진과 타선이 동시에 약화되면서 자연스레 불펜이 중요해진 속사정은 있지만 어쨌든 튼튼해진 불펜진은 롯데의 강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양떼의 중심엔 한때 벌떼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정대현(34)이 있다. 4일 사직 KIA전. ‘가을야구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는 KIA는 승리가 간절했다. KIA 선발 소사는 최근 등판에서 3연패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호투했다. 3회 전준우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지만 6이닝 동안 삼진을 7개 잡고 안타를 4개, 볼넷을 2개밖에 내주지 않으며 승리의 의지를 불태웠다. 반면 롯데 선발 이정민은 4와3분의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한 타자만 상대한 강영식에 이어 정대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정대현의 삼진쇼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정대현은 2와3분의1이닝 동안 안타는 1개만 맞고 삼진을 5개나 잡아내며 안 그래도 식어가던 KIA의 방망이를 꽁꽁 얼려놨다. 정대현은 복귀 이후 가장 좋은 공을 던졌다. 여기에 7회 터진 손아섭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보태며 롯데가 4-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정대현은 시즌 2승째를 올렸고, 세이브를 더한 김사율은 30세이브를 기록, 오승환(삼성), 프록터(두산)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대구에서는 LG가 삼성을 6-3으로 눌렀다. 대전 한화-두산전은 비 때문에 28일로 순연됐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100세시대 연금저축 대항마 ‘IRP’

    100세시대 연금저축 대항마 ‘IRP’

    퇴직연금제도에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7월 26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모습을 드러낸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다. 바뀐 법에 따라 회사를 옮기거나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퇴직금이 자동으로 IRP에 옮겨가게 된다. 개인의 성향에 맞게 IRP에 들어간 돈을 예금, 펀드 등에 넣어 다양하게 굴릴 수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소득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IRP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IRP는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의 진화된 형태이다. IRA는 퇴직일시금이나 중간정산금을 적립하고 운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만드는 저축계좌다. 이직이나 중간정산으로 받은 목돈을 노후자금으로 모을 수 있도록 도입됐지만,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계좌를 만들고 직접 돈을 입금해야 했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하지만 IRP가 도입되면서 퇴직금 수령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전 직장의 퇴직금이 IRP로 들어가게 됐다. 퇴직금을 받으려면 IRP 계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앞으로 IRP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지난 5월 말 4조 800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규모의 9%에 불과한 IRP 시장이 2015년 말 27조 9000억원, 2020년에는 80조 7000억원(전체의 42%)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年 1200만원까지 추가 납입 가능 IRP 가입은 쉽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에서 계좌만 만들면 된다. 퇴직금 외에 별도로 연 1200만원까지 더 납입할 수 있다. 퇴직자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연 최대 1200만원을 IRP에 적립해 돈을 굴릴 수 있다. 2017년 7월부터는 자영업자도 IRP 가입이 가능해진다. IRP는 여러 금융상품이 들어 있는 큰 바구니와 같다. 예금, 펀드, 보험,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퇴직금을 나누어 담아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 IRP의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보통 퇴직금을 한꺼번에 타면 퇴직소득세(6~38%)를 제하고 난 나머지만 받게 된다. 하지만 IRP에 넣어 55세까지 보존하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를 ‘과세이연’이라고 한다. 세금으로 나갈 돈도 원금에 포함돼 장기간 굴리기 때문에 최종 수익이 커지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른 개인연금과 IRP 합산액을 기준으로 400만원까지만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모든 퇴직금이 IRP로 자동 이전되지는 않는다. 55세 이후에 퇴직할 경우 일시금으로 탈 수 있다. 또 급여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갚아야 하거나, 퇴직금이 150만원 이하의 소액일 경우 IRP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IRP는 특정 시점까지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강제성은 없다.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만 찾을 순 없다. IRP를 해지한 뒤 필요한 돈을 쓰고 남은 돈은 즉시연금 등의 개인연금 상품에 가입해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IRP에 넣어둔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매달 일정액을 받거나 일시금으로 탈 수 있으므로 개인의 사정을 고려해 수령방법을 정하면 된다. ●55세 이후엔 연금·일시금 중 선택 IRP 자금을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투자성향과 연령대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정기예금처럼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과 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 상품을 적절히 섞을 필요가 있다. 박준범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부장은 “20~30대라면 펀드나 ELS 편입 비중을 키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퇴직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40~50대는 예금과 채권 등 안정적 상품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IRP는 노후준비 성격의 자금이므로 변동성이 큰 주식의 편입비율이 40%로 제한된 채권형 펀드에만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IRP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에 나섰다. 우리투자증권의 ‘100세시대 IRP’는 분할매수 기능을 지원하는 오토바이(auto-buy)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단 안전자산으로 목돈을 굴리면서 매달 일정금액을 펀드 등에 투자해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는 기능이다. 기간과 금액을 다양하게 정하는 맞춤형 연금지급 서비스도 제공한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추구형부터 고수익형에 이르는 4가지 형태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삼성증권은 업계 절반 수준인 연 0.35%의 저렴한 운용 수수료를 내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은퇴학교’를 운영 중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IRP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가입금액이 많은 고객 10명과 추가적립금 IRP 가입고객 10명(선착순)을 매일 선정해 모두 520명에게 영화관람권을 준다. 이 은행은 만기일을 자유롭게 정하고 중도해지할 때도 1년 기본금리를 주는 IRP 특화 정기예금을 출시해 고객 모으기에 한창이다. 산업은행도 IRP 가입상담을 받거나 계좌를 개설하고 퇴직금을 납입한 고객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과 주유할인권 등을 나눠준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교통사고 ‘사망’ 남자, 벌떡 일어나 황당 프러포즈

    교통 사고로 사망(?)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여성에게 청혼하는 황당 프러포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애인을 ‘시험’에 들게 한 남자는 러시아 옴스크에 사는 알렉세이 비코브(30). 그는 애인인 이레나 콜로코브와 결혼을 결심하고 그녀가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교통 사고. 그는 콜로코브가 실제 교통 사고라고 믿게 하기 위해 영화감독, 스턴트맨,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심지어 작가까지 고용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그는 콜로코브를 교통 사고가 준비된 장소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녀의 눈앞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피범벅이 된 남자친구를 본 콜로코브는 눈물을 쏟아냈다. 이같은 장면을 본 그는 곧바로 일어나 그녀에게 프러포즈 했다.    콜로코브는 “구조 대원까지 나타나 ‘사망했다’고 말해 너무나 깜짝 놀랐고 슬펐다.” 면서 “장난친 걸 알았을 때 정말 다시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살아 돌아온(?) 남자 친구의 황당 이벤트에 결국 콜로코브는 청혼을 승낙했다. 비코브는 “그녀에게 내가 없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면서 “이번이 내가 죽는(?) 마지막이라고 약속했다.” 며 웃었다. 한편 이들 커플은 지난주 결혼했다.   인터넷뉴스팀 
  • [일본통신] 일본에 왜 이대호 같은 토종 우타거포 없을까?

    [일본통신] 일본에 왜 이대호 같은 토종 우타거포 없을까?

    지금은 시간이 지났지만 돌이켜 보면 김태균(한화 이글스)이 일본 프로야구의 러브콜을 받고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김태균이 지바 롯데에 입단 할수 있었던 건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의 맹활약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김태균은 일본에서 기대할 만큼 매력적인 선수는 아니였다. 왜냐하면 당시 지바 롯데 구단이 원했던 타자는 한방 능력이 뛰어난 선수였고 그것은 곧 정통적인 개념의 4번타자감을 찾기 위한 나름대로의 포석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진출하기 전까지 김태균은 일본에서 원하는 홈런타자는 아니였다. 프로 입단 이후 김태균은 한국에서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두차례 뿐이었고 이것은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국야구 수준을 감안하면 슬러거로서의 위용을 뽐내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한국보다 수준이 낮은 대만야구에서 30홈런을 친 타자를 가리켜 홈런타자라고 말할수 없는 것도 리그에 따른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30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한국 프로야구에 뛰어든다 할지라도 그것이 곧 완벽한 홈런타자의 지표가 될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리그 수준이 낮은 곳에서 활약한 타자이기에 그보다 더 높은 한국야구에서 그것이 곧 그 타자의 수준을 판가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한국과 일본을 놓고 비교해 보면 분명 김태균은 일본에서 원하는 4번타자가 아니였다. 하지만 당시 지바 롯데는 김태균을 잡는데 노력했고 결국 3년간 계약금 포함 1년에 5억 5천만엔+@ 초대박 계약을 성공시키며 김태균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김태균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1년 시즌 도중 국내로 돌아왔고 올 시즌 4할 타율을 향해 뛰고 있다. 한때 일본야구는 외국인 슬러거가 득실거릴만큼 용병 타자의 전성기를 보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익숙한 이름인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비롯해 터피 로즈나 알렉스 카브레라와 같은 선수는 홈런에 특화된 선수였고 상대적으로 에버리지도 높은 타자였다. 좀 더 시간을 뒤로 돌리면 부머 웰스(한큐)나 랜디 바스(한신)와 같은 타자들은 일본 리그를 폭격했다 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홈런타자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은 왜 정통적인 개념의 4번타자(한방 능력이 뛰어난 타자)를 국내 선수들로 충당하지 못하고 외국인 타자에 의존하게 됐을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유행처럼 번지게 된 기형적인 ‘우투좌타’ 타자들이 득세했기 때문이다. 타격의 원론적인 그리고 기술적인 면만 따진다면 이것은 매우 이질적인 행태다. 실제로 일본은 수비는 우투를 하지만 타석에서는 좌타자로 나서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국내팬들에게도 유명한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나 후쿠도메 코스케(전 화이트삭스) 카와사키 무네노리(시애틀) 그리고 스즈키 이치로(양키스)와 같은 일본인 메이저리거 뿐만 아니라 아베 신노스케,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이상 요미우리) 모리노 마사히코(주니치) 타나카 켄스케(니혼햄)와 같은 톱클래스급 선수들은 모두 우투좌타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곧 홈런에 특화된 타자의 출현을 방해하는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오른손으로 밥을 먹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왼손으로 식사를 하게 되면 부자연스럽듯이 원래 왼손보다 오른손의 파워가 더 뛰어난 선수를 인위적으로 좌타석에 들어서게 한 그 자체가 비거리에서 손해를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이런 선수는 에버리지(타율)형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거나 지금도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반대로 홈런에 특화된 선수의 출현은 그만큼 드물수 밖에 없었다. 2010년대 들어 일본야구가 안고 있는 고민 중에 하나는 우타 홈런타자의 급감이다. 12개 구단의 타자들 중 유달리 좌타자가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당시 일본의 타자 분포도를 보면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상당히 많았다. 당시 일본의 모 언론에서 우려했던 것도 우타자에 비해 지나치며 많은 좌타자 일색의 타순을 고민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들어 일본이 나카타 쇼(니혼햄)나 마츠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와 같은 우타거포의 출현을 반기는 것도 향후 일본야구를 이끌어 갈 젊은 선수들 중 좌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타 거포가 오랜만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카타 쇼 같은 경우는 올 시즌 매우 빈약한 타율(.235)이지만 한방 능력(18홈런. 3위)은 기존의 우타자들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4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균은 물론 이대호가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이들이 일본에서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우타 거포에 부합됐기 때문이다. 물론 타격의 원론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김태균과 이대호는 진정한 슬러거형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일본에는 이대호와 같은 토종 우타거포조차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올 시즌 양 리그 전체 홈런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티엔(26홈런), 레이스팅스 밀레지(이상 야쿠르트, 20홈런) 토니 블랑코(주니치, 18홈런) 알렉스 라미레스(요코하마, 17홈런)는 센트럴리그 홈런 5위에 포함된 선수들이고 모두 우타자이며 외국인 선수들이다. 또한 퍼시픽리그의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 22홈런) 이대호(오릭스, 21홈런)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 18홈런) 나카타 쇼(니혼햄, 18홈런) 역시 모두 우타자이며 이 선수들은 현재 홈런 부문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야구는 우타 거포의 출현이 드물었기에 우타 외국인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으며 실제로 지금 일본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 중 홈런 생산 능력이 뛰어난 타자는 대부분 우타자들이다. 결론적으로 2년전의 김태균이나 지금의 이대호는 실력 외에 일본에서 선호하는 조건(우타자)에 매우 부합된 타자들이라고 볼수 있다. 그만큼 일본 토종 우타자가 실종돼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 대회 참가 여부가 결정된건 아니지만 다가오는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이 대표팀 선수를 구성할때, 지난 2회 대회때의 고민을 또다시 할 가능성이 크다. 당시엔 무라타 슈이치(요미우리), 쿠리야마 켄타(히로시마)와 같은 우타거포 4번타자가 있었지만 4년이 흐른 지금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지 알수 없다. 이러한 원인이 발생하게 된 가장 이유는 인위적으로 변경한 ‘우투좌타’가 유행처럼 번졌던 과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프로야구] 사도스키 “굿바이 8월”

    [프로야구] 사도스키 “굿바이 8월”

    8월 들어 부진에 빠졌던 프로야구 롯데의 사도스키가 오랜만의 호투로 2위 다툼을 하느라 바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롯데는 2일 사직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사도스키의 6과3분의1이닝 무실점 호투를 바탕으로 7-2 완승을 거뒀다. 2위 롯데는 이날 두산에 무릎을 꿇은 3위 SK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리며,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순항을 계속했다. 사도스키가 제자리로 돌아온 게 반가웠다. 사도스키는 7회 1사까지 3안타 1볼넷만 내주며 LG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삼진은 9개나 잡아냈으며, 5회 2사 후 정의윤에게 2루타를 맞은 것 말고는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상대 도루를 3차례나 잡아낸 게 큰 도움이 됐다. 시즌 7승(6패). 롯데 리드오프 전준우는 홈런 2개를 쏘아올리며 팀의 완승을 거들었다. 사도스키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7월 26일 한화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후 5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8월 들어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가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2패 평균자책점 5.18에 그쳤다. 2010년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인 사도스키였지만, 이날 호투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반면 LG 선발 주키치는 4와3분의2이닝 동안 5실점(5자책)하며 시즌 7패째를 기록했다. 대전에서는 KIA가 홈런포 3방과 선발 전원안타를 몰아치며 한화를 13-2로 완파하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KIA는 1회부터 김선빈의 홈런과 나지완의 적시타를 앞세워 3점을 뽑는 등 한화 선발 박찬호를 무너뜨렸다. 박찬호는 8월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52로 페이스가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3이닝 7실점(7자책)으로 부진했다. KIA 김상훈은 6회 1사 만루에서 신주영의 3구를 밀어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올 시즌 18번째이자 개인통산 6호 만루홈런. 대구에서는 삼성이 넥센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2007년 데뷔 후 아직 승리가 없는 넥센 선발 장효훈은 6회 1사까지 2-1로 앞서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으나, 최형우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까지 10경기만 출전할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던 장효훈은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4패 1세이브만 기록했을 뿐이다. 삼성 오승환은 9회 1실점했으나 시즌 30세이브를 거두며 두산 프록터와 나란히 선두로 올라섰다. 4위 두산은 잠실에서 치열한 공방 끝에 SK를 6-4로 제쳤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일본통신] ‘타격 주춤’ 이대호 부진 원인은?

    [일본통신] ‘타격 주춤’ 이대호 부진 원인은?

    일본 진출 후 짝수 달의 부진을 홀수 달에 만회를 하던 이대호가 9월 들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30. 오릭스 버팔로스)는 2일 일본 미야기현 클리넥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쿠텐 골든이글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상대 선발 타나카 마사히로(24)의 호투에 밀리며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어느새 타율은 .286(426타수 122안타)로 떨어졌고 타격 순위는 퍼시픽리그 10위로 하락했다. 상대 선발 타나카는 연장 10회까지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지난 8월 26일 지바 롯데 전에서 10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10이닝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날 양팀은 연장 11회까지 점수를 뽑지 못하며 0-0으로 비겼다. 최근 5경기에서 20타수 3안타(1할 5푼)를 기록 중인 이대호는 최근 부진으로 인해 각 부문 공격 지표 선두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미 나카무라 타케야(세이부)에게 홈런 선두를 내준 이대호는 출루율도 .373으로 4위로 내려 앉았고 5할 장타율을 넘나들던 장타율도 .488(3위)까지 떨어졌다. 이날 라쿠텐을 상대로 두번의 득점권 찬스에서 무안타를 기록하는 바람에 한때 .340가 넘었던 득점권 타율 역시 정확히 3할로 하락했다. 현재 이대호가 공격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타점으로 77타점을 유지, 2위 나카무라(65타점)에 앞서 있다. 올해 이대호는 유달리 짤수 달에 부진하고 홀수 달엔 거짓말처럼 타격 페이스가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적응기였던 4월을 걱정으로 보낸 이대호는 5월 들어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일본 진출 후 첫 ‘월간 MVP’에 올랐다. 하지만 6월 들어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다시 7월에는 5월과 같은 타격 상승세를 보이며 또 다시 ‘월간 MVP’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지금까지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월간 MVP를 두차례나 수상하는 선수가 된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이대호 개인으로서는 그만큼 일본야구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게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8월에 접어 들며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8월 한달을 3홈런 15타점에 그쳤고 8월 월간 타율 역시 .234에 그쳤다.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때 페이스를 끌어 올려야 할 8월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게 공격 부문 각종 타이틀 선두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준 원인이 된 셈이다. 최근 이대호의 부진 원인은 이렇다 할만한게 없어 보인다. 올 시즌 지금까지 다소 부침이 있는 성적을 보이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동시에 보여줬었지만 슬럼프 기간의 간격을 줄이며 반등했던 걸 감안하면 최근 부진 역시 대수롭지 않을수 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금방 치고 올라갔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릭스 팀 구성원을 보면 이대호 역시 체력적인 면에서 지쳐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올 시즌 지금까지(9월 2일 기준) 오릭스 야수들 가운데 전 경기를 소화 한 타자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117경기를 치른 오릭스는 이대호 이외에 116경기를 뛴 외국인 타자 아롬 발디리스, 그리고 올해 ‘근심 덩어리’로 변신한 주장 고토 미츠타카(111경기), 오비키 케이지(103경기)를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전 한 선수가 없다. 이것은 그만큼 전력이 떨어져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걸 증명하고 또한 감독이 꾸준히 믿고 맡길만한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오릭스에서 이대호를 대신해 1루 자리를 맡을수 있는 선수는 많다. 주포 T-오카다는 원래 외야와 1루를 번갈아 맡을수 있는 선수이며 타카하시 신지 역시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에는 1루수가 주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카하시 타격을 보면 절대로 1루 자리를 맡을수 없는 수준이며 T-오카다 역시 팀 사정상 외야수로 나설수 밖에 없다. 즉, 이대호를 대신해 선발 1루수로 경기에 나설만한 선수가 없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대호는 승패와 상관 없는 경기 후반에 대주자로 교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경기를 쉬며 몸과 마음을 추스릴수 있는 시기가 없었다. 체력은 몸의 휴식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휴식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신이 아니면 해결 할 선수가 없는 것과 자신이 아니면 팀이 패한다는 강박관념 역시 이대호를 힘들게 했던 시즌이다. 오릭스의 성적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이대호가 해 온것 역시 박수를 받아도 모자름이 없다. 지금 이대호가 주춤하고 있는게 실제로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맞물렸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뛸 때 이대호는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타격이 지닌 사이클, 즉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는 것처럼 지금 이대호는 잠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 경기 일정상 휴식없이 9연전을 치르고 있는 오릭스의 경기 일정 역시 이대호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수도 있다. 오릭스는 8월 28일부터 9월 5일까지 휴식 없이 경기를 치른다. 3일(월요일)에는 다른 팀 모두 휴식일이지만 이날 오릭스는 라쿠텐과의 경기가 예정 돼 있다. 오릭스는 앞으로 2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포스트 시즌 진출은 물 건너 갔기에 지금 시점에선 어떻게 리그 꼴찌에서 탈출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큰 포부를 안고 시작한 오릭스이기에 지금의 성적은 구단이나 팬들 역시 납득하기 힘들다. 다만 외국인 선수 이대호는 올해만 뛰는게 아니기에 내년을 위해 유종의 미는 반드시 거둬야 한다.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남는게 개인 성적이기 때문이다. 항상 홀수 달이 되면 뜨거웠던 이대호의 방망이가 9월에도 불을 뿜을지 그리고 잠시 멀어진 개인 타이틀 역시 원래 위치로 되돌려 놓을지 궁금하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AUSTRALIA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머드 & 버블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에코 비치의 투어 프로그램이다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서호주Western Australia는 여전히 생소한 여행지다. 얼마 전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방송에서 벙글벙글과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소개됐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 이번에는 브룸Broome과 피너클스Pinnacles에 다녀왔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서호주관광청 http://kr.westernaustralia.com 브룸에서 찾은 ‘진주’들 우리로 따지면 작은 시골 마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브룸Broome은 엄연히 서호주 제2의 도시다. 서호주에서도 북서부 지방의 중심도시 역할을 담당하는 브룸이 도시로 태동한 시기는 1861년 브룸의 로벅 베이Roebuck Bay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핑타다 맥시마Pinctada Maxima·백엽조개’가 발견되면서부터다. 핑타다 맥시마는 진주 굴조개 중 한 종류인 백엽조개다. 이때부터 세계 각지의 진주잡이들이 브룸으로 찾아들었고, 브룸은 단순한 미사여구를 너머 ‘북방의 진주Pearl of the North’가 됐다. 도시로서의 브룸은 킴벌리 아웃백 여정의 출발지다. 벙글벙글과 같은 킴벌리 아웃백으로 여정을 꾸리는 이들은 브룸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아웃백으로 떠난다. 브룸의 ‘진주’로는 케이블 비치Cable Beach가 있다. 색과 모양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진주처럼 케이블 비치는 시시각각, 때에 따라 색과 모양을 달리한다. 아름다운 케이블 비치의 석양은 브룸을 유명한 휴양 도시로 만들었다. 브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에코 비치Eco Beach는 브룸의 숨은 진주다. 세상과 절연絶緣하며 또 다른 작은 세상을 이룬 에코 비치에는 아웃백이나 케이블 비치와는 다른 매력이 흐른다. 에코 비치에는 ‘에코 비치’라는 이름의 리조트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에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우선 리조트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태양에서 얻는다. 빌라와 텐트에 마련된 집열판에서 태양열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태양열은 시스템을 통해 분배된다. 직접 모은 전력만을 사용하는 까닭에 객실 안에는 텔레비전도 헤어드라이어도 없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전력을 아끼려는 의도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이뤄지며 닭과 채소도 직접 길러 소비한다. 스스로 생산해서 소비하는 ‘절연’은 세상과는 또 다른 작은 세상을 만든다. 서쪽 바다 한 귀퉁이로 해가 떨어지는 소박한 일몰이 끝나면 에코 비치에 밤이 깃든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간이다. 객실에서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에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못 쓰는 플라스틱 병에서 탄생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뭇결을 그대로 지닌 길이 정갈하다. 최소한의 조명을 밝힌 길은 어두운 사위에 묻혔다가 나타나길 반복하지만 적당한 어둠에 눈은 금방 적응한다.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밤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리조트에서도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이라 객실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리조트에 묵는 모든 이들이 밤이면 한자리에 모인다. 왠지 모르게 들뜬 분위기는 레스토랑 한 켠의 캠프파이어로 이어지고 밤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마지막 맥주를 주문해야 하는 밤 9시경, 이미 밤하늘의 별은 쏟아질 것만 같다. 네온사인과 절연한 밤에는 자연의 빛이 한층 빛난다. 에코 비치에서는 일출도 일몰과 같다. 서쪽 바다를 품듯 동쪽 바다를 품은 에코 비치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소박하게 뜬다. 해가 완전히 하늘로 떠오르는 아침 7시, 에코 비치의 드래곤플라이 생추어리Dragonfly Sanctuary에서는 요가가 시작된다. 요가로 여는 아침은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처럼 상쾌하다. 잠자리가 많은 시기, 에코 비치에는 모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에코 비치의 낮은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즐기면 된다.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도, 객실 침대에서 온종일 뒹굴어도 좋다. 불통不通인 휴대전화 또한 세상과의 절연을 도와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온전한 휴식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드 & 버블Mud and Bubbles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프로그램.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누워 눈을 감으면 에코 비치의 바다 내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잭스 크릭 익스피리언스 투어Jack’s Creek Experience Tour는 차를 타고 에코 비치를 신나게 달리며 시작된다. 차가 도착한 곳은 호수처럼 잔잔한 에코 비치의 끝. 낚싯대를 담그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물 반, 고기 반의 바다다. 문의 +61 8 9193 8015 www.ecobeach.com.au 1 하늘에서 바라본 서호주 북서부의 모습 2 에코 비치를 바라보고 선 에코 비치 리조트 3 에코 비치의 머드 & 버블 투어 프로그램 4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에코 비치의 일몰 5 뷰캐니어 군도의 수평 폭포. 바다가 만들어 내는 폭포는 하늘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6 앤더슨 스테이션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낙타 경비행기와 낙타의 묘한 조화 경비행기를 타고 서호주의 하늘을 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호주는 때로는 쓸쓸할 정도로 광활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브룸에서 더비Derby 방면으로 날아 바다를 만나기 전까지 서호주의 북서부는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서호주의 북서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은 땅이다. 태양에 그을린 것처럼 붉게 물든 땅은 간신히 풀과 나무를 길러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그들은 가축을 쳐 가죽과 먹거리를 얻었다. 더비에서 동남쪽으로 126km 지점. 마운트 앤더슨 스테이션Mount Anderson Station에는 전통적인 양털 깎기 공장을 운영하는 호주 원주민들이 살아간다. 원주민의 우두머리는 해리 왓슨Harry Watson. 지금은 때묻지 않은 호주의 자연을 감상하고 원주민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원주민 마을에서는 낙타를 탄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 봉착. 있는 힘껏 다리를 벌려 낙타의 등에 오르니 평소에 쓰지 않던 두 다리 아래 근육이 먼저 놀란다. 놀란 근육을 추스르고 몸을 한껏 뒤로 젖혀 자세를 잡으면 낙타가 일어설 차례. 생각보다 큰 낙타의 키에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터진다. 재미보다는 공포가 앞서는 이 순간만큼은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낙타도 사절이다. 1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인 헤이 스트리트. 거리 악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 퍼스의 볼거리 중 하나인 벨 타워 3 피너클스 투어의 사륜구동 트럭형 투어 버스는 사막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4 1만5,000개의 석회암 기둥이 서 있는 남붕 국립공원의 피너클스 5 석양 무렵 란셀린의 모래 언덕 타닥타닥. 낙타는 수풀을 헤치며 잘도 나아간다. 등에 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거침 없는 전진에 반바지를 입은 다리가 다 쓸린다. 낙타를 이끄는 원주민들은 이런 길을 반바지에 맨발로 걷는다. 수백 번은 걸었을 이 길, 이 땅에 적응한 그들의 발에는 낙타처럼 단단한 발굽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낙타 사파리의 종착점은 붉은 돌산 앞 동굴이다. 동굴에는 원주민들이 그린 벽화가 여럿 있는데 뱀 그림도 있다. 지금도 동굴에는 뱀이 살아간다. 벽화나 뱀보다 흥미로운 건 원주민 아주머니가 구워 낸 빵이다. 순수 밀가루만 사용해 만들었다는 빵은 특별한 손맛 덕분인지 우리네 쌀떡처럼 맛있다. 뜨거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따뜻한 홍차와도 잘 어울린다. 경비행기가 더비로 접어들면 하늘 아래의 색은 푸르게 물든다. 푸른빛의 정체는 바다. 깊이를 달리하며 저마다의 푸르름을 보여주는 바다는 섬과 섬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뷰캐니어 군도Buccaneer Archipelago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뷰캐니어 군도에는 섬과 섬이 만들어 내는 바다의 폭포가 자리했다. 이름하여 수평 폭포Horizontal Waterfalls. 두 개의 커다란 바위섬 사이로 비집고 흘러내리는 파도의 포말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비로소 폭포의 모습을 보인다. 원주민 마을에 이어 진주 양식장인 시그닛 베이 펄 팜Cygnet Bay Pearl Farm에 들른 경비행기는 이후 쉬지 않고 브룸으로 날아간다. 해안선을 따라 붉은 땅과 푸른 바다의 향연이 이어져 서호주 북서부를 두 가지 색으로 기억하게 한다. 문의 경비행기 킴벌리에비에이션 www.kimberleyaviation.com.au 아주 가까운 아웃백 피너클스 서호주 제1의 도시는 퍼스Perth다. 서호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퍼스와 연결되고, 퍼스에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아웃백은 피너클스다. 피너클스는 퍼스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남붕 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에 자리한다. 퍼스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라 투어 프로그램으로 찾는다 하더라도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Caversham Wildlife Park’와 ‘란셀린Lancelin 샌드 보딩’이 포함된다. 퍼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는 열린 동물원이다.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서는 코알라, 캥거루 등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들과 금세 친구가 된다. 손에 먹이를 놓으면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 캥거루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친근하다. 곰 같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한 웜뱃Wombat도 캐버샴의 인기 동물 중 하나다. 사육사 품에 안긴 웜뱃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이들이 많다. 점심식사는 로브스터 섹Lobster Shack에서 해결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로브스터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로브스터를 맛보려면 따로 주문해야 한다. 로브스터에 관한 영상물을 보거나 로브스터 섹을 한 바퀴 돌며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일은 덤이다. 투어 버스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피너클스에 도착한다. 그렇지 않아도 노란 모래사막은 피너클의 그림자 외에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감춘 채 뙤약볕을 한아름 안고 샛노랗게 익어 있다. 이름처럼 사막 위, 석회암 기둥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피너클스는 가보지 않은 외계의 행성을 떠올리게 한다. 피너클스의 석회암 기둥은 조개껍데기에서 유래됐다. 세월을 보내며 부서지기를 거듭한 조개껍데기는 모래가 돼 내륙으로 날아왔고 높은 모래언덕을 형성했다. 모래 속에 섞여 있던 석회석 성분은 빗물에 녹아내리며 단단한 석회암 덩어리로 굳었고, 나무뿌리에 의해 균열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이 든 나무는 생명을 다해 사라지고, 석회암은 다시 가루가 돼 바람에 날아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석회암 기둥이 1만5,000개나 되는 ‘피너클스’다. 사람의 일생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기나긴 세월. 그렇게 탄생한 피너클스는 지금도 바람에 제 모습을 바꾸고 있다. 퍼스로 돌아오는 길, 란셀린의 모래언덕에 이르면 사륜구동의 트럭형 투어 버스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래언덕의 정상부에 올랐다가 급하강하는 일명 ‘듄 드라이빙Dune Driving’은 바이킹의 하강만큼 짜릿하다. 나무 보드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는 샌드 보딩까지 마무리하자 란셀린 사막은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되었다. 문의 +61 8 9417 5555 www.pinnacletour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See in Broome 펄 러거스Pearl Luggers 로벅 베이Roebuck Bay와 가까운 차이나타운에 자리했다. 브룸의 진주잡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진주잡이 초기에 사용되던 배 두 척을 복원해 전시한다. 상당한 무게의 다이빙 헬멧과 부츠를 신어 보거나, 고가의 진주를 구경하고 만져 볼 수 있다. 쇼룸에서는 몇십 달러에서 몇천 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진주 액세서리를 전시, 판매한다. 문의 +61 8 9192 0022 www.pearl luggers.com.au Stay in Broome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Cable Beach Club Resort & Spa 브룸의 진주 케이블 비치를 온전히 즐기려는 이들 덕분에 22km에 달하는 백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케이블 비치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해거름 즈음. 해변을 걷는 낙타의 행렬이 해변에 반영되는 시간이면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는 잘 가꾼 정원과 동양적인 데코레이션이 돋보이는 리조트. 네 개의 레스토랑과 스파, 두 군데에 마련된 수영장 시설도 훌륭하다. 문의 +61 8 9192 0400 www.cable beachclub.com Eat in Broome 맷소스 브룸 브루어리Matso’s Broome Brewery 1997년에 미술관, 카페와 함께 선보인 맥주 양조장. 건물 자체는 1910년에 세워진 것으로 브룸에서는 역사적으로도 꽤 의미가 깊다. 맷소스는 브룸은 물론 서호주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맥주. 여행자들에게는 생강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진저 비어Ginger Beer가 인기다. 캥거루, 악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내어 놓는 아웃백 플레이트, 어육 완자 요리인 차이나타운과 같은 메뉴는 안주는 물론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문의 +61 8 9193 5811 www.matsos.com.au ▶travie info walk in perth 헤이Hay & 머레이 스트리트 몰Murray Street Mall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는 헤이 스트리트 몰과 머레이 스트리트 몰은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의류와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 카페, 레스토랑도 꽤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으며, 거리 한 켠에서는 무명의 연주자나 여행자들의 공연이 이어져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트리트에서 뻗어나간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아케이드가 형성돼 있다. 그중 런던 코트London Court는 영국 튜더 왕조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주의할 점은 쇼핑 거리의 가게들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 금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walk in perth CATCentral Area Transit 고양이가 그려진 CAT는 퍼스 시내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다. 빨강, 파랑, 노랑색의 세 가지 노선으로 운행되며, 퍼스 다운타운을 비롯해 스완강, 킹스 파크 등 주요 지점에 정차한다. 다운타운에서 스완강까지는 걸어서 20분 이내의 거리이므로 10~2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CAT는 그보다 조금 먼 거리로 이동할 때 유용하다. fly to west australia 항공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항공사마다 홍콩, 싱가포르 등지를 들러 퍼스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한다. 한국에서 바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브룸 국제공항은 국제 노선이 없는 국제공항. 퍼스에서 브룸까지는 콴타스 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2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www.qanta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씨줄날줄] ‘루게릭 호킹’/진경호 논설위원

    ‘내 안에 내가 갇히는 천형(天刑)’… 루게릭병이다. 의식과 감각, 지능은 말짱하지만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 인해 점점 온몸의 근육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 폐 기능 손상으로 숨조차 쉬지 못하면서 3~5년, 길어야 10년 안에 대부분 죽음을 맞게 되는 끔찍한 병이다. 우리나라에도 1500여명이 앓고 있지만,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다. 현존 최고의 이론물리학자 영국의 스티븐 호킹(1942~)이 루게릭병과 투병한 지 50년을 앞두고 있다. 1963년, 21세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호킹은 이후 살아가는 것, 살아 있는 것조차 기적일 세월 동안 블랙홀의 성질과 양자역학, 막(brane) 이론 등의 기초를 제공하며 우주의 기원을 파헤치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지대한 업적을 이뤘다. 135억년 전 빅뱅과 함께 탄생한 이 우주가 전부가 아니며, 또 다른 우주가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다중우주론과 우리를 비롯해 모든 물질이 입자이자 파장이라는 가설에 바탕을 둔 평행이론 등 최신 물리학의 토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호킹은 이런 과학적 업적을 컴퓨터 기술과 인지공학을 활용해 현실화했다. 1985년 기관지 제거로 목소리를 잃게 되자 컴퓨터 모니터에 떠다니는 낱말을 눈깜빡임으로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음성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연구활동을 기록해 나갔던 것이다. 최근 호킹의 병세가 악화돼 눈꺼풀조차 움직이기 어렵게 되자 뇌신경과학까지 동원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필립 로 교수 연구팀이 호킹의 뇌파를 영상과 문장으로 변환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호킹이 장미를 생각하면 모니터에 장미가 나타나도록 한다는 것이다. 30일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장애인올림픽, 즉 패럴림픽 개막식에 호킹이 섰다. 8만여 관중 앞에서 호킹은 컴퓨터가 합성한 금속성 음성으로 세기의 연설을 했다. “발 밑을 내려다보지 말고, 하늘의 별들을 올려 보라.”고 했다. “한계가 없다는 것보다 세상에 더 특별한 일은 없다. 인간의 노력엔 한계가 없다.”고도 했다. 우주의 나이를 1년으로 환산한 미국의 물리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우주달력에서 인류의 등장은 12월 31일 밤 10시 30분에 이루어졌다. 인류 문명의 토대가 된 문자는 이보다 한참 뒤인 11시 59분 45초에 나왔다. 이 찰나의 인류 가운데 가장 먼 우주를 보고, 가장 먼 과거를 깨달은 인류가, 제 안에 갇혀 50년을 살아온 스티븐 호킹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그들이 온다, 축제는 계속된다

    그들이 온다, 축제는 계속된다

    지난 여름 팝 팬들은 행복했다. 어느 해보다 풍성했던 록페스티벌에서 마음껏 소리지르고 발을 굴렀다. 록페스티벌이 끝났다고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9월에는 영국과 미국의 대표 음악상인 브릿어워드와 그래미어워드의 신인상을 받고 월드스타가 된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 이어진다. 지난해 그래미 신인상은 전 세계 오빠부대의 우상 저스틴 비버가 찜을 한 줄 알았다. 하지만 트로피를 챙긴 건 재즈 베이시스트 겸 가수 에스페란자 스팔딩(28)이었다. 53년 그래미 역사상 재즈가수가 신인상을 차지한 건 그가 처음이다. 스팔딩은 1984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스스로 그곳을 ‘게토’(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격리구역)라고 떠올릴 만큼 끔찍한 동네였다. 다섯 살 때부터 독학으로 바이올린을 배웠고, 재즈 기타와 오보에, 클라리넷도 곁눈질로 익혔다. 14세 때 콘트라베이스의 깊은 울림에 끌려 재즈의 매력에 빠진 스팔딩은 학교를 그만두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고졸 검정고시 격인 ‘GED’를 통과한 뒤 19살 때 버클리음대를 졸업했고, 곧바로 모교 강단에 섰다. 스팔딩은 특히 라이브에서 빛을 발한다. 찰리 헤이든, 팻 메스니, 마커스 밀러, 패티 오스틴 등 거장들이 함께 무대에 서기를 원하는 까닭이다. 200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축하무대에 오를 아티스트로 그를 꼽아 노르웨이에 동행하기도 했다. 노래와 연주,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실력인 데다 예쁘기까지 한 그가 새달 7일 서울 악스코리아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9만 9000~11만원. (02)563-0595. 팝록 밴드 마룬5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브렌우드고교 동창생 애덤 리바인(보컬·기타), 제스 카마이클(키보드), 미키 매든(베이스 기타), 라이언 더식(드럼)이 1995년 결성한 스쿨밴드 카라스 플라워에서 비롯됐다. 2002년 메이저 데뷔앨범 ‘송 어바웃 제인’은 ‘하더 투 브리드’, ‘디스 러브’, ‘선데이 모닝’, ‘시 윌 비 러브드’ 등 4곡이 히트하면서 전 세계에서 1000만장이 팔려나갔다. 2005년 그래미어워즈에서 최우수신인 등 3개 부문을 휩쓴 것은 당연했다. 록밴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면 이들을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비트에 리바인의 섹시한 목소리가 얹혀진 마룬5의 승승장구는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함께 부른 ‘무브스 라이크 재거’로 팝 시장을 강타했고, 지난 6월 정규 4집 ‘오버익스포스드’로 차트를 석권했다. 마룬5가 2008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내한공연을 한다. 새달 14일 부산 사직체육관, 15일에는 서울 올림픽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공연한다. 국내에서 2회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제이슨 므라즈와 마룬5 정도다. 6만 6000~13만 2000원. 1544-1555. 얼터너티브록 밴드 킨은 1997년 영국 이스트석세스의 작은 마을 배틀에서 결성됐다. 동네친구 혹은 기숙학교 동창생의 인연으로 엮인 팀 라이스 옥슬리(피아노·베이스)와 톰 채플린(보컬·기타), 도미닉 스콧(기타), 리처드 휴스(드럼)가 의기투합했다. 2001년 스콧은 런던정경대(LSE)에서 학업을 계속하려고 탈퇴했고, 3인조로 데뷔 앨범을 녹음했다. 2004년 대표곡 ‘에브리보디스 체인징’이 담긴 ‘호프스 앤드 피어스’로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듬해 영국의 그래미상 격인 브릿어워드에서 최우수 앨범상과 최우수 신인상을 휩쓸었다. 밴드들이 기타를 전면에 앞세우는 데 비해 킨은 건반(혹은 피아노)을 내세우는 새로운 스타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언더 더 아이언 시’(2006)와 ‘퍼펙트 시메트리’(2008)에 이어 4집 ‘스트레인지랜드’까지 모든 정규앨범을 영국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올 초 베이스와 퍼커션 담당 제시 퀸을 영입해 4인조로 재편한 킨의 모습은 새달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9만 9000~12만 5000원. (02)3141-3488.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김기덕감독 부른 베니스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김기덕감독 부른 베니스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해마다 8월 말이면 전 세계 영화인의 눈은 이탈리아의 리도섬으로 쏠린다. 한때 프랑스 칸영화제를 뛰어넘는 세계 최고(最高)였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最古)이자 ‘2인자’가 된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새달 8일까지 열리는 제69회 베니스영화제는 내실에 힘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0여년 만에 집행위원장에 복귀한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이번 영화제를 “더 수수하게, 덜 화려하게”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부문 상영작 수도 줄었다. 2010년 22편, 2011년 21편에서 올해는 18편이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란 뜻)도 포함됐다. 그의 네 번째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작인 ‘피에타’는 악마와 같은 사채업자(이정진 분)와 어느 날 엄마라며 찾아온 낯선 여자(조민수 분)가 만나며 겪는 수상한 사건을 담았다. ●김기덕에게 선물을 안길까 한국 영화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지 못했다. 1987년 ‘씨받이’의 강수연(여우주연상), 2002년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감독상)과 문소리(신인배우상),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출국에 앞서 2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을 준다면 거절할 것 같진 않다.”면서 “수상 여부에 앞서 동시대 영화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수업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로피의 종류가 문제일 뿐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거라는 게 완성된 ‘피에타’를 본 영화인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찬일 프로그래머는 “최고작은 아니지만, 김기덕만의 펄떡거리는 힘이 유지되면서도 성숙함을 더했다.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과거보다 여유롭고 따뜻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리랑’에서 (한국영화계와 옛 제자 장훈 감독 등에게) 독설을 내뱉었던 게 실제로 치유의 기능을 했고, 후속작 ‘아멘’에서 엿보인 성숙함·포용력은 더 깊어졌다. 베니스에서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집행위원장 교체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전임 마르코 뮐러 위원장은 유럽 영화계의 대표적인 ‘친중국파’였다. 막판에 경쟁부문 추가작(서프라이즈 필름)은 늘 중국·홍콩 영화의 몫. ‘피에타’의 경쟁부문 진출은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7년 만일 만큼 한국 영화는 베니스에서 소외당했다. 반면 바르베라 위원장은 1999~2001년 집행위원장 시절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김 감독의 ‘섬’과 ‘수취인불명’을 공식 초청했던 인연이 있다. 또 2005년 토리노 영화박물관에서 김기덕 감독 특별전을 열었다. 일부에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거론됐던 ‘피에타’가 베니스로 방향을 튼 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피에타’의 상영 날짜가 폐막 나흘 전인 새달 4일이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최 측에서 김 감독을 폐막까지 붙잡아 놓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테렌스 맬릭, 폴 토머스 앤더슨 등 거장들의 향연 올해 경쟁부문의 화두는 변화다. 18명의 경쟁부문 감독 중 12명은 베니스가 처음이다. 신진 감독이 대거 포함됐다. 테렌스 맬릭, 폴 토머스 앤더슨, 올리비에 아사야스, 기타노 다케시 등 스타 감독도 베니스보다 칸이나 베를린과 각별했다. 바르베라 신임 집행위원장의 속내가 엿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지난해 ‘트리 오브 라이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할리우드의 은자(隱者) 테렌스 맬릭의 ‘투 더 원더’다. 후반 작업이 늦어지면서 칸 대신 베니스를 선택했다. 2010년 10월 촬영에 돌입할 때부터 ‘테렌스 맬릭 제목 미정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스페인의 명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필두로 벤 에플랙과 레이첼 맥애덤스, 레이첼 와이즈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자원 등판했다. 멜로 영화로 알려졌지만 맬릭이 고만고만한 사랑 이야기를 했을 리 없기에 호기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막차로 경쟁부문에 오른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도 강력한 경쟁자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신흥종교 교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 호아퀸 피닉스, 에이미 애덤스 등이 출연했다. 앤더슨 감독은 2002년 ‘펀치 드렁크 러브’와 2008년 ‘데어 윌 비 블러드’로 각각 칸과 베를린 감독상을 받았다. 맥애덤스의 신작이 또 한 편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적자로 평가받는 브라이언 드팔마가 5년 만에 내놓은 ‘패션’이다. 프랑스 영화 ‘러브크라임’을 다시 만들었다. 한 여자가 직장 상사와 멘토에게 아이디어를 도둑 맞은 뒤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스릴러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출발해 갱스터 영화의 스타로, 다시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우뚝 선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아웃레이지 비욘드’,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섬싱 인 디 에어’ 등도 주목할 만하다. 한편 유민영 감독의 단편 ‘초대’는 오리종티 부문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어로 지평선을 뜻하는 오리종티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향을 선보이는 비경쟁 부문이다. 전규환 감독의 ‘무게’는 베니스데이즈 부문에 초청됐다. 베니스데이즈는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해당하는 주요 섹션으로 한국 영화로는 처음이다.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타운’ 시리즈와 ‘바라나시’로 해외에서 호평받은 전 감독의 작품으로 인간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아픔을 담아 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日 문책안 의결… 노다 ‘식물총리’ 전락

    일본 야당이 29일 노다 요시히코 총리 문책 결의안을 의결, 정국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참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제1 야당인 자민당과 국민생활제일당 등 7개 야당이 제출한 총리 문책 결의안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표결 결과는 참의원 정원 242석 가운데 22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9표, 반대 91표였다. 역대 총리 가운데 문책 결의를 받은 총리는 자민당 정권 당시의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에 이어 세 번째다. 총리 문책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노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을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로 국정 파행이 불가피하다. 다음 달 8일이 시한인 정기국회가 공전하면서 각종 법안 심의와 처리가 중단돼 노다 총리의 국정 운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노다 총리는 올해 예산 확보에 필수적인 특별공채 발행 법안과 선거제도 개혁 법안 등 현안을 처리한 뒤 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도 중의원 해산 시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는 등 ‘시간 끌기’로 일관하다 결국 ‘식물 총리’로 전락한 꼴이 됐다. 참의원에서 문책을 당한 총리는 두세 달 안에 사퇴한 전례가 있는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노다 총리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및 중국과의 외교분쟁에 더해 야당의 집중 공세와 당내 반발 기류 등 국내외적으로 노다 총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노다 총리가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민주당 대표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내 인기도가 높은 마에하라 세이지 정조회장이 지난달 노다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현재 노다 총리에게는 뚜렷한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 “노다 총리로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대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항마’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노다 재선’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경선도 오리무중이다. 최근 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대표적 보수 강경파 정치인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급부상하면서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다음 달 26일쯤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자신이 속한 계파인 마치무라파의 전 회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에게 출마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중적 인기가 제일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아베 전 총리와 총선에서 공동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일본은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우경화 길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일본통신] 최고 마무리 이와세-후지카와의 엇갈린 행보

    [일본통신] 최고 마무리 이와세-후지카와의 엇갈린 행보

    홈런 타자에게 있어 경기에서 쏘아 올린 홈런은 그것이 곧 팀 승리와 직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 하나하나가 곧 팀 승리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팀 전력이 강해지려면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 못지 않게 뒷문을 확실하게 믿고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필수적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최근 몇년간 리그 강자로서, 그리고 올 시즌도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한 삼성 라이온스 역시 오승환이라는 철벽 투수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1990년대 초반 투수 분업화가 정착된 이후 훌륭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은 틀림없이 그해 성적이 좋은 팀이 많았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의 투수들 중 이와세 히토키(38. 주니치 드래곤스)와 후지카와 큐지(32. 한신 타이거즈)는 일본야구의 대표적인 전문 마무리 투수이다. 이와세는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313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이고 후지카와 역시 올 시즌까지 6년연속 20세이브를 돌파하며 마무리 투수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두 선수는 닮은 점이 많다. 프로 초창기때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다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과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역시 둘이 동시에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그동안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도 닮았다. 이와세는 2005년, 그리고 후지카와는 2007년에 각각 46세이브를 올리며 역대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은 전혀 달랐다. 이와세의 소속 팀 주니치는 꾸준히 리그 강자로서 포스트 시즌 단골 팀이었지만 후지카와 소속 팀인 한신은 해마다 부침이 심한 성적으로 강자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팀이다. 후지카와는 29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20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후지카와는 6년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남겨진게 아무것도 없다. 마무리 투수가 되고 난 후 한번도 우승을 못했다.”며 올해도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 한 사실을 곱씹었다. 물론 아직 한신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건 아니다. 하지만 팀이 30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현재(29일 기준) 3위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8.5경기 차로 뒤지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3위까지 허락하는 포스트 시즌 진출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후지카와는 지난해 41세이브를 올리며 구원왕을 차지했고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잔류할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선수다. 후지카와는 일본 최초로 100세이브-100홀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후지카와는 최고 153km 직구(포심 패스트볼)와 위력적인 포크볼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와세보다 나이가 어리기에 지금까지 이와세가 기록한 통산 세이브 숫자 역시 그의 손으로 다시 써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후지카와가 마무리 투수가 된 후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반면, 이와세는 개인 뿐만 아니라 팀 역시 막강한 전력을 뽐내며 언제나 리그 강팀으로 불렸다. 이와세가 본격적으로 마무리로 돌아선 2004년부터 주니치는 그해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지난해까지 세차례 더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제나 주니치 우승에는 이와세가 마운드에 버티고 있었는데 2005년부터 올해까지 8년연속 30세이브 달성이란 놀라운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동안 5시즌이나 40세이브 이상을 기록 하기도 했다. 또한 1999년 입단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50경기 이상을 등판했는데 이 기록은 역대 일본 프로야구 최고 기록이다. 이렇듯 이와세와 후지카와는 현역 최고 마무리 투수이기는 하지만 둘이 걸어온 길은 달랐다. 이와세는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 역시 거의 매 시즌 포스트 시즌에 진출(2005년 제외)했는데 반대로 후지카와는 개인 성적은 빼어났지만 팀은 반대의 길을 간 시즌이 많았다. 프로 선수에게 있어 개인 타이틀은 팀 성적과 비교하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개인 성적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목적 중 최고의 가치를 ‘팀 우승’에 두고 있기에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후지카와의 푸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올 시즌 현재 이와세는 30세이브(평균자책점 2.43)로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 1위를 달리고 있고 후지카와는 20세이브(평균자책점 1.48)로 이 부문 4위에 머물러 있다. 이 페이스대로 시즌을 끝마치게 되면 이와세는 2년만에 후지카와에게 빼앗긴 구원왕 타이틀을 손에 쥘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관악 나눔문화 1번지 ‘나눔의 거리’

    관악구에는 이웃에 위치한 상점들이 힘을 모아 나눔 문화를 만들어 가는 특별한 거리들이 있다. ‘나눔의 거리’라고 이름 붙인 이곳에서는 3분의 1이 넘는 상점들이 자율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29일 관악구에 따르면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서민생활 필수 소비재 점포가 집중된 곳을 위주로 나눔의 거리를 지정해 기부업체를 발굴해 왔다. 서울대입구역 일대 2곳, 낙성대역 주변, 신림역 일대 등이 나눔의 거리로 조성됐으며 총 177개 점포 중 36%인 64개 업소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디딤돌사업은 사회복지시설을 거점으로 민관에서 기부한 서비스 및 물품을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관악구에는 서울 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 중앙사회복지관 등 8개 거점기관이 있다. 나눔의 거리에 위치한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물품은 디딤돌사업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된다. 구는 최근 미성동 세이브마트 주변과 대학동 관악청소년회관 주변을 나눔의 거리로 새로 지정했다. 두 지역은 주택 밀집지역에 가깝고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음식점, 미용실, 안경점 등 필수 소비재 점포가 집중적으로 위치해 있다. 이곳에 위치한 104개 업소 중 현재 9개 업소가 디딤돌 사업에 가입해 나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구는 새달말까지 참여율을 40%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민·관이 협력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가 조성될 수 있도록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가까운 거점기관이나 구청 복지정책과로 문의하면 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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