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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전 흑인의 구호, 아직도 똑같은 이유

    50년 전 흑인의 구호, 아직도 똑같은 이유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제임스 볼드윈 지음/고정아 옮김/열린책들/304쪽/1만 3800원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제임스 볼드윈 지음/박다솜 옮김/열린책들/160쪽/1만 2800원현대 미국 문학사의 한 축이며 뜨거운 민권운동가였던 제임스 볼드윈(1924~1987)의 책 두 권이 함께 번역, 출간됐다. 소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과 에세이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1963)다. 볼드윈은 1960년대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의 대변인으로서 맬컴 엑스, 마틴 루서 킹과 함께 흑인 민권 운동 일선에서 뛰었던 인물이다. 1970년대 미국 할렘의 한 거리, 어릴 때부터 이웃이었다가 함께 미래를 꿈꾸는 연인으로 발전한 티시와 포니가 있다. 둘은 결혼을 약속하고 같이 살 집을 겨우 마련했지만,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쳐 포니를 체포한다. 포니가 감옥에 들어간 이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티시는 포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백방으로 노력한다.소설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이 보여 주는 현실은 다층적이다. 흑인이자 여성인 티시는 먹이사슬에서 최하위권에 있다. 티시가 거리를 다닐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였던 포니는 티시가 백인 남성에게 성희롱을 당하자 여지없이 폭력을 쓴다. 포니를 체포하려 달려온 백인 경찰은 이들 연인을 비호하는 이탈리아 여성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하고, 그날의 일을 앙갚음하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이 무고한 포니가 강간범으로 지목된 까닭이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책의 미덕은 당대의 사회상 고발에 그치지 않고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놨다는 점이다. 볼드윈은 백인이라면 무조건 적대적이었던 의붓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그의 사고는 흑백논리로 닫히지 않았다. 그 자신도 이민자인 소수자이면서도 흑인 연인을 비호하는 이탈리아 여성, 포니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백인 청년 변호사 헤이워드의 존재는 희망적이다. 포니를 용의자로 지목했던 강간 피해자, 로저스 부인을 찾아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간 티시의 엄마 샤론. 샤론이 거기서 목도한 현실은 할렘보다 더욱 누추한 쓰레기 범벅과도 같은 주거지역 파벨라였다.에세이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는 볼드윈이 자신의 이름과 같은 조카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모든 미국인에게 보내는 글로 구성돼 있다. 그는 열네 살 조카에게 애정 어린 말투로 백인들의 사회에서 굳건히 살아남길 당부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일들은 ‘네 열등함의 증표가 아니라 그들의 비인간성과 두려움의 증표’라고 상기시켰다. 사실 백인과 흑인 중 상대를 수용해야 할 주체는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흑인이자 동성애자였고,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조국인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국외자로 살았던 ‘다양한 층위의 소수자’ 볼드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였던지 더욱 너른 품을 가진 인간이었다. 추천사에 소설가 장정일은 “미국은 흑인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의 슬로건을 살짝 돌려 말했을 뿐인데, 심각성이 절절히 와 닿는다. 국가라는 주체가 특정 인간의 목숨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일이 볼드윈 사후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볼드윈의 언설이 여전히 뼈아픈 이유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요시미 슈운야 지음, 서의동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일본은 헤이세이 시대(1989~2019)를 왜 ‘잃어버린 30년’이라 할까. 두 차례의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대참사, 정치개혁 좌절, 샤프·도시바 등 글로벌 기업의 몰락. 일본 사회학자인 저자는 이를 오일쇼크를 극복한 데 따른 안도감에만 사로잡혀 변화를 직시하지 못했던 앞선 쇼와 시대(1926~1989)의 유산이라고 말한다. 348쪽. 1만 3800원.오늘부터의 세계(안희경 외 7인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등 세계적 석학 7인에게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물었다. 재미 저널리스트인 저자에게 내놓은, 경제와 환경, 농업과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답변들이 흥미롭다. 232쪽. 1만 6000원.홉스(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교양인 펴냄) ‘문제적 철학자’ 토머스 홉스에 관한 평전. 홉스의 대표작 ‘리바이어던’을 포함해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책들에 담긴 사상도 아울러 소개한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사회 계약으로 극복한다는 이념으로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은 한편, 전체주의 국가의 사상적 토대를 제시하기도 했다. 632쪽. 2만 9000원.중국 군벌 전쟁(권성욱 지음, 미지북스 펴냄) 청나라 말기부터 중일전쟁 발발까지 20세기 초반 중국 역사를 다룬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할거한 군벌들로 갈기갈기 찢어진 중국을 삼민주의 혁명의 이념 아래 근대적인 국민국가로 통일하려 했던 쑨원과 장제스의 군사적 활약상을 중심으로 개괄한다. 1396쪽. 4만 8000원.한류의 역사(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70여년 한류 역사를 기록했다. 저자는 대중문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식민통치의 상흔 이후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쟁하듯 살아온 한국인들의 역동성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조건 중 하나라고 말한다. 732쪽. 3만 3000원.팬데믹의 현재적 기원(롭 월러스 지음, 구정은·이지선 옮김, 너머북스 펴냄)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기원을 초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찾는 저작. 진화생물학자이자 계통지리학자인 저자는 신종 전염병들의 발상지와 확산 경로, 변형 메커니즘 등을 수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는 방역을 뛰어넘어 공중 보건, 문화적 관습, 정치학 등 다면적인 인프라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400쪽. 2만 4000원.
  • [포토] ‘우아하고 유니크한 모터사이클 구경하세요’

    [포토] ‘우아하고 유니크한 모터사이클 구경하세요’

    이탈리아 명품 모터사이클 브랜드 ‘베스파’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이 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2020년 ‘프리마베라 RED’와 ‘세이 지오르니’를 공개했다. ‘프리마베라 RED’는 레드 드래곤 컬러로 도장된 바디와 휠 림 장식으로 우아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2020년 ‘세이 지오르니’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전면에 낮게 위치한 헤드라이트, 매트 블랙 컬러 타이로 스타일리시한 외관이 특징이다. 2020.7.23 뉴스1
  • [문화마당] 배신의 계절/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배신의 계절/김이설 소설가

    요 근래 우울한 소식이 많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끔찍한 범죄를 부추긴 손정우가 1년 8개월 형을 받았다.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1년 8개월 형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형 선고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갑작스러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도 놀라운데, 권력형 성범죄 의혹까지 불거졌다. 애도와 추모와 별개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의 아픔이 걱정되는 지금이다. 그런가 하면 내가 몸담고 있는 문학계에서도 큰 사건이 있었다. 소설가 김봉곤이 지인과 문자나 메신저로 나눈 사적인 대화 내용을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소설에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통해 작품 윤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게다가 작가와 출판사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독자들의 원성까지 사야 했다(현재 작가의 책 두 권은 판매 중지, 해당 작품으로 받은 문학상은 반납한 상태다). 각기 사건의 경중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벌어진 이 세 가지 사건으로 무기력한 절망감에 빠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각 사건은 모두 믿음을 저버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납득할 수 없는 형을 선고한 제도에 대한 불만, 지지하고 추대하던 사람의 추악한 이면을 알게 된 후의 허망함, 최소한의 문학적 태도도 간과한 동료의 잘못을 마주하며 느끼게 된 실망감의 총체는 일종의 배신감이었다. 사전에 명명된 배신감이란 ‘믿음이나 의리의 저버림을 당한 느낌’이다. 요즘의 심정에 딱 맞는 표현인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위력에 의한 성범죄를 당한 노동자로서 그 권력과의 싸움을 결심하고 완수한 김지은씨의 기록을 담은 ‘김지은입니다’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나의 미투로 세상의 무엇이 바뀔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과 이후가 달라지기만을 간절히 기도할 뿐이었다. 벗어나고 싶었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고 싶었다. 아무리 힘센 사람이라도 잘못을 하면 있는 그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진리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 한 인간의 힘으로 다른 이의 인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면서 ‘막대한 관계와 권력으로 진실을 숨기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의 지엄함을 보여 주십시오’라며 법에 호소한다. 사람은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 곁에 있어야 안심을 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가진 것을 더 늘리기 위해선 거짓과 술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선 누군가의 머리를 짓밟고 올라서야 할 세상인지도 모른다. 내 몫을 늘리기 위해선 일말의 양심도 버려야 하고, 내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인간성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무엇이 필요한 것이다. 그게 법일 수도 있고, 윤리일 수도 있으며, 약속과 신뢰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것을 저버린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재발을 막기 위해 모진 마음을 먹고 잘잘못을 가리는 일 또한 분명히 중요한 숙제가 된다. 사연 없는 이 없다고 하지만, 가해자의 목소리와 피해자의 목소리 중에서 누구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하는지도 중요한 사항이 될 것이다. 적어도 때린 아이가 아니라 맞아 울고 있는 아이에게 먼저 눈길을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아픈 이들을 먼저 보듬고 살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인간으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또다시 이런 배신감을 겪고 싶지 않다. 속는 사람이 되는 건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흔한 옥수수? 알고 보면 비밀투성이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흔한 옥수수? 알고 보면 비밀투성이

    올 초여름 초당 옥수수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동안 들썩였다. 3~4년 전쯤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 봄 도다리, 가을 전어처럼 초여름엔 초당 옥수수가 공식이 된 듯한 분위기다. 생으로 먹는 옥수수라는 데 놀라고, 설탕즙 같은 짜릿한 단맛이 톡톡 터지는 데 또 한 번 놀란다. 한편에선 익숙지 않은 강한 단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지만 이제 초당 옥수수는 누구나 한 번은 맛보고 싶어 하는 농산물계의 아이돌로 자리잡은 듯하다.초당 옥수수의 이름만 들으면 초당 두부처럼 지역 특산 옥수수라 생각하기 쉽다. 초당은 ‘매우 달다’는 한자어로 단옥수수보다 당도가 더 높다고 붙은 이름이다. 미국에서도 단옥수수, 스위트콘보다 당도가 강한 옥수수를 슈퍼 스위트콘으로 부른다. 사람들에게 옥수수는 별 대수롭지 않은 간식거리지만 식물학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옥수수는 참으로 기이한 식물이다. 일단 혼자서는 살 수 없다. 번식을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옥수수 낟알 하나하나가 씨앗인데 질기고 두꺼운 외피에 쌓여 있다. 다른 식물 열매는 땅에 떨어지면 어떻게든 씨를 뿌려 싹을 틔운다. 그런데 옥수수는 사람이 껍질을 벗겨주지 않으면 씨앗들이 그 안에서 일거에 몰살당하게 된다. 옥수수와 흡사한 식물이 자연에 없고 옥수수의 원산지나 유래에 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는 점도 미스터리다. 멕시코 지역에서 7000년 전부터 이미 재배해 온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옥수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테오신테’라는 식물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옥수수의 크기나 모양과 크게 다르다. 마치 빈약한 수수 이삭처럼 생겼다. 남미 원주민들이 옥수수를 어떻게 지금처럼 개량시켰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또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익을수록 당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이 무르익을수록 당도가 높아지고 물러지는 것과는 반대다. 노화할수록 수분이 점점 줄어들면서 당분이 점점 녹말로 바뀐다. 그래서 옥수수는 풋옥수수일수록 달콤하다. 흔히 쪄먹는 간식용 옥수수는 너무 익기 전에 따는데 수확한 지 20분 정도가 지나면 당도가 서서히 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에는 이런 속담도 있다고 한다. “옥수수 밭에 나갈 때는 얼마든지 어슬렁거려도 되지만 집으로 돌아갈 땐 죽기 살기로 달리는 편이 낫다.”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지 달콤한 옥수수를 맛볼 수 있다는 옛말이다. 미국에서 1950년대 개발된 슈퍼 스위트콘은 돌연변이 유전자로 인해 당분이 녹말로 바뀌는 전환 과정이 중단된 종자다. 늙지 않는 옥수수인 셈이다. 옥수수의 장점들은 대부분 자연적 돌연변이의 결과물이라 열성인자다. 바람을 통해 수분하는 풍매 식물인 탓에 슈퍼 스위트콘을 심었다 해도 주변에 다른 종의 옥수수가 있으면 쉽게 유전자가 뒤섞인다. 최대한 다양한 특성의 후손을 만들어 종족 보존의 확률을 높이려는 옥수수만의 생존법이지만 한 종을 유지하며 키우기에는 까다로운 특성이다. 한국의 초당 옥수수는 단맛이 지속되지는 않아 미국의 슈퍼 스위트콘과는 다소 다른 종자인 것으로 보인다. 스위트콘 종자는 1970년대 국내에 들어왔지만 찰옥수수에 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쫄깃하고 찰진 맛을 더 선호한 것도 이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달큼한 갓 딴 옥수수를 접하지 못했기에 수요가 생기지 않은 것도 한몫을 했다. 오늘날 초당 옥수수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다수의 종자는 일본에서 다시 한번 개량된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초당 옥수수는 외래품종과 국내 개량품종이 혼재해 판매된다. 옥수수에 대한 비밀이 하나 더 있다. 옥수수 하면 알맹이만 먹고 옥수숫대는 버리지만 옥수숫대 속에 달콤한 즙이 들어 있다는 사실. 남미의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이용해 두 가지 술을 만들었다. 하나는 알맹이를 보리처럼 이용한 옥수수 맥주, 그리고 옥수숫대의 즙을 짠 옥수숫대술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초기 정착민들은 이 옥수숫대술을 증류시켜 오늘날 버번위스키의 원형을 만들어 마셨다. 이 때문에 일부 고고학자들은 옥수수가 애초부터 알맹이가 목적이 아니라 사탕수수처럼 즙을 짜내기 위해 재배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 맞아!’ 하고 이마를 탁 쳤다면 분명 알맹이를 다 발라먹고 아쉬운 마음에 남은 옥수숫대를 쪽쪽 빨아먹었던 유년 시절이 떠올라서였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에 눈치 없이 끼는 알맹이보다 옥수숫대를 빨아먹는 쪽이 더 달콤했던 것도 같다.
  • “당연히 해야 할 일” 심정지 70대 살린 울산 천사 간호사 찾았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심정지 70대 살린 울산 천사 간호사 찾았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길에 쓰러진 70대를 보고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해 목숨을 살린 간호사가 감사인사를 전했다. 울산 중부소방서는 22일 자신의 선행이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알게 된 간호사가 소방서로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울산 천사 간호사’로 불린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병동에 근무하는 백모 간호사였다. 백 간호사는 지난 18일 오후 4시 28분 울산시 중구 성안동 옥교공영주차장 인근에서 갑자기 쓰러진 70대 남성을 발견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구조 활동을 도왔다. 당시 백 간호사는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자 자리를 내어주고 환자 휴대전화를 찾아 그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것 같다고 알려줬다. 구급대원들이 “누구시냐”고 묻자, 그는 간호사라고만 답하고 구급대원들을 묵묵히 보조했다. 구급대원들이 이송을 위해 떠난 현장에 남아 구급대가 사용하던 기도삽관 장치, 수액 세트 등을 정리하는 일을 돕고 자리를 떠났다. 주말을 맞아 울산 본가를 찾았다는 백 간호사는 “쓰러진 남성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맥박이 잡히지 않고, 호흡도 비정상적이어서 4∼5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기억했다. 백 간호사는 “중증환자들이 여러 번 제세동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가족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항상 아프고 무거웠는데, 쓰러진 남성이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라고 하니 이제야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간호사의 도움으로 환자는 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맥박이 돌아왔고, 현재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백 간호사는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분이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현장에서 119에 신고해 주신 다른 시민과 현장에 빠르게 도착한 119 대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썼다. 백 간호사는 “앞으로 그날의 긴박한 순간을 잊지 않으며, 제가 담당하는 암 환자 한 분, 한 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간호하겠다”고 밝혔다. 중부소방서는 백 간호사에게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멈춘 환자를 심폐소생술 또는 자동심장충격기 등으로 소생시킨 사람에게 주는 인증서인 하트 세이버(Heart Saver)로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약잘알] “마스크 쓰면 자외선 차단제 안 발라도 되나요?”

    [약잘알] “마스크 쓰면 자외선 차단제 안 발라도 되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착용하는 직장인 A씨. 평소에는 꼼꼼히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발랐지만, 마스크를 쓴 후로 자외선 차단제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스크에 자외선 차단제가 묻어나기도 하고, 얼굴 절반이 마스크에 가려지기 때문에 자외선을 막아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마스크를 쓰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궁금한 것을 ‘약잘알’ 약사에게 물어봤습니다. Q. 자외선 차단제란? 미국에서 피부암 환자가 1년에 60만 명 정도 발생합니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자외선 때문인데요. 자외선 차단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외선을 차단시켜줍니다.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 외에도 미백 효과, 주름 개선 효과 등 부속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Q.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바르고 다닐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자외선 종류에는 UV A와 UV B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UV A 같은 경우는 파장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피부 속까지 깊숙이 침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UV A에 오래 노출되게 되면 까맣게 탄다든지, 피부 탄력을 잃게 만들고 기미나 주근깨 같은 게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UV B 같은 경우에는 피부 겉에 작용하는데요. 에너지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피부에 화상을 입힌다든지 피부암을 일으킨다든지 이런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자외선 차단제에 쓰여있는 ‘SPF’ ‘PA’는 무슨 의미인가요? PA는 protection factor of UV A입니다. 한마디로 UV A에 대한 차단율을 보여주는 건데요. +가 많을수록 차단율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가 하나 증가할 때마다 효과는 2배 정도가 증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SPF라는 수치는 UV B와 관련된 것으로, 보통 SPF 15 정도면 94%, SPF 30은 96%, SPF 50은 97% 정도의 차단율을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Q. 유기자차와 무기자차의 차이는? 무기자차는 피부 겉쪽에 보호막을 형성해서 애초에 자외선이 피부에 닿지 않게끔 하는 게 목적입니다. 피부에 자외선이 안 닿게 하고 튕겨내다 보니까 백탁현상이라는 얼굴이 좀 하얘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요. 그래서 무기자차는 피부가 예민하신 분들한테 쓰시면 좋고요. 대신 이중 세안을 꼭 해주셔야 합니다. 유기자차는 화학물질이 자외선을 흡수해서 좀 해롭지 않은 열로 소멸시키는 형태인데요. 자외선이 열로 바뀌는 과정에서 눈 시림이 조금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랐을 때 발림성도 좋고 세안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유기자차의 경우에는 흡수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외출 30분 전에 바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Q. 2021년부터 하와이에서 자외선 차단제 금지된다? 하와이도 그렇고, 그 옆에 있는 팔라우에서는 수입과 판매 금지는 물론 바다에 들어갈 때 선크림을 바르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놨습니다. 그 이유는 산호초 때문인데요. 자외선 차단제의 일부 성분 때문에 산호초 내부에 공생하는 조류가 파괴돼서 색깔을 잃어버리는 백화현상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와이나 팔라우에 가실 분들은 본인이 갖고 계시는 선크림의 성분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성분이 들어간 선크림은 가져가실 수 없습니다.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옥토크릴렌, 트리클로산, 메탈파라벤, 부틸 파라벤, 벤질파라벤, 페녹시 에탄올, 4-메틸벤질리덴캠퍼 Q. 마스크 쓰면 자외선 차단제 안 발라도 되나요? 자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파장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옷이나 마스크 등을 그대로 뚫고 지나갑니다. 마스크를 썼다고 해도 자외선까지 차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는 꼭 사용하셔야 합니다. Q. 자외선 차단제 추천해주세요 일상생활에서 돌아다니실 때 정도는 SPF 15 정도 이상, PA+ 이상, 장시간 야외활동을 할 때는 SPF 30이상, PA++ 이상 제품을 써주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휴양지나 햇빛에 직접적으로 탈 만한 곳에 가시는 분들은 SPF 40 이상, PA+++, 이상을 써주시는 게 좋습니다. Q. 자외선 차단제 올바르게 바르는 방법 보통 검지손가락 기준으로 한마디 반에서 두 마디 정도 바르거나, 500원 크기만큼 짜서 바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한 번에 바르지 마시고 반 정도를 나눠 피부에 두드리거나 손바닥에 열을 내 흡수를 시켜준 후 남은 양을 한 번 더 같은 방식으로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때 얼굴뿐만 아니라 귀와 목까지 꼼꼼히 바르셔야 합니다. 또 자외선 차단제는 4시간 정도에 한 번씩 덧바르는 것을 권장합니다. 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영상 김민지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보복 소비” 코로나 속 명품불패…‘오픈런’ 차단한다

    “보복 소비” 코로나 속 명품불패…‘오픈런’ 차단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에도 명품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 W컨셉이 20~21일 이틀 간 신라면세점과 손잡고 선보인 보테가베네타·로에베 등 재고 명품은 일제히 매진됐다. 설현·김나영 등이 착용해 화제를 모은 보테가베네타의 ‘BV 트위스트’ 라인은 전 색상이 완판됐다. 이 외에도 보테가베네타의 숄더백·토트백을 비롯해 로에베의 퍼즐 미니백·게이트 미니백·미니 해머백의 일부 색상도 매진이다. 지난달 초 순차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재고 면세품 판매 호조 덕에 명품 업계는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온라인몰에서 첫 재고 면세품을 판매한 에스아이빌리지 웹사이트는 ‘접속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롯데·신세계·신라 등 주요 면세점에서도 재고 면세품을 풀 때마다 접속 폭주로 홈페이지가 마비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오프라인 매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이 재고 면세품을 푼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장맛비를 뚫고 이른바 ‘오픈런’을 위해 줄을 서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신라면세점도 이날 재고 면세품 오프라인 판매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 명품 판매가 유난히 흥행하고 있다”며 “일반 패션 의류·잡화와 달리 고가의 가격 탓에 평소 구매가 쉽지 않았던 인기 명품을 파격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명품을 중심으로 보복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세일’을 표방하는 명품 브랜드 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브랜드는 프라다·발렌시아가·생로랑 등과 달리 재고 면세품 판매에서 빠졌다. 하지만 ‘가격 인상’을 카드를 꺼내들며 소비자들의 조바심을 유발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샤넬·루이뷔통은 올 상반기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5월 샤넬은 클래식백 등 주요 인기 상품의 가격을 20% 가까이 올리고, 루이뷔통도 인기 품목의 가격을 최대 10% 가까이 인상했다.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미룰수록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인 것. 이는 통했다. 가격이 오르기 전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해 ‘오픈런’이 펼쳐지기도 했다. “명품대전 온·오프라인 동시 가동”…‘오픈런’ 없앤다 이러한 ‘반값 명품’의 인기에 힘입어 롯데·신라·신세계 등 3대 면세점은 이번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일제히 명품대전을 재개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7일부터 8월16일까지 명동본점 스타라운지에서 명품 판매를 진행한다. 판매 브랜드는 살바토레 페라가모·생로랑·토즈·보테가 베네타 등 30여개 브랜드의 가방·지갑·신발·시계·선글라스 등이다. 해당 행사는 LVIP와 LVVIP등급 고객에 한해 행사기간 중 단 한 번만 방문이 가능하다. 또한 행사 기간 중 10팀씩 1시간20분 단위로 쇼핑할 수 있도록 배정했다. ‘오픈런’ 사태를 차단한 것. 신라면세점도 21일부터 26일까지 중구 장충동 서울점에서 명품판매 행사를 시작한다. 등급 제한은 없지만 1일 입장객은 400~500명으로 제한한다. 20명 단위로 20분간 쇼핑이 가능하다. 판매 품목은 보테가베네타·로에베·지방시·발리 등 패션 브랜드와 구찌·생로랑·발렌시아가·디올 등 선글라스, 다니엘웰링턴·세이코·로즈몽·페라가모 등의 시계 브랜드다. 신세계면세점 또한 판매 방식과 일정 등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명동점과 강남점 등 서울에서 2곳의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는 행사 라운지와 판매 방식, 품목 등을 최종 확정한 후 조만간 판매에 들어간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판매 전담 쇼핑몰까지 새로 꾸리며 고객잡기에 나섰다. 신세계는 재고 면세품 판매를 전담할 온라인쇼핑몰 ‘SSG스페셜’을 만들었다. ‘롯데온’에서는 이날부터 4차 롯데면세점 재고 면세품 판매 행사에 들어간다. 신라면세점 또한 인터넷면세점내 ‘신라트립’을 통한 면세품 판매를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칠 테면 쳐” 냅다 꽂는 김원중의 강철 멘탈

    “칠 테면 쳐” 냅다 꽂는 김원중의 강철 멘탈

    ‘장발의 클로저’ 김원중(27)이 성공적인 마무리 전환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2년 입단해 2015년부터 1군 무대를 밟은 그는 지난해까지 주로 선발로 활약했다. 그러나 선발로서는 19승25패 평균자책점(ERA) 6.44로 좋지 못했다. 올해 장발로 변신해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김원중은 마운드에서 보여 주는 카리스마만큼은 그가 머리를 길렀던 이유인 노아 신더가드, 제이컵 디그롬(이상 뉴욕 메츠) 못지않다는 평가다. 김원중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면 상대도 못 칠 것이란 생각으로 자신 있게 공을 던지고 있다”며 비결을 밝혔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뒀는데. “경기 중엔 몰랐다. 기록을 위해 등판하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동안 선발 성적은 좋지 않았다. “선발로 뛰며 제구가 잘되지 않아 무너지는 모습이 반복됐다. 지난 시즌 후반 불펜으로 뛰며 공격적인 투구에 신경 쓰면서 성적이 나아졌다. 허문회 감독님이 시즌을 앞두고 보직 변경을 제안하셨고 캠프에서 착실히 준비한 끝에 마무리로 뛰게 됐다. 보직이 무엇이든 마운드에 올라가 던지는 것도, 타자를 잡아 이기는 것도 동일하다. 팀이 필요로 하는 보직에서 승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싶다.” -구속이 크게 늘어났는데 비결은. “선발과 달리 마무리는 투구수가 줄어들기에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 타자만 보고 전력을 다해 강하게 던지는 데 초점을 두고 훈련에 임한 것이 구속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마무리로서 경쟁력을 꼽는다면. “시속 150㎞를 웃도는 구속도 구속이지만 패스트볼 회전이 좋다고 하더라. 자신 있는 공은 직구와 포크볼이다. 1이닝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기에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면 상대도 못 칠 것이란 생각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장발 투수들이 요즘 화제다. 팬들은 잘생긴 얼굴 가린다는 불만도 있다. “신더가드, 디그롬 선수가 어느 날 장발을 휘날리며 투구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번 길러볼까’ 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나중에 머리를 자른다고 해도 큰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머리를 기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야구 선수로서 롤모델이 있나. “롯데의 마무리이다 보니 아무래도 손승락 선배가 아닐까 싶다. 산전수전 다 겪었던 뛰어난 마무리 투수였다. 같이 뛸 때도 많은 것을 알려 주셨고 배울 점이 많았다.” -성적이 좋은데 팬들이 없어서 아쉽겠다. “승리 직후의 짜릿함을 팬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하루빨리 일상을 되찾아 팬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추사와 다산, 김환기가 숨쉬는 곳… 현세의 ‘무릉도원’속으로

    추사와 다산, 김환기가 숨쉬는 곳… 현세의 ‘무릉도원’속으로

    한양도성 순성이 도성 안팎으로 확대될 무렵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으로 둘러싸인 부암동이다. 인왕산 북벽 기슭 청계동천과 북악산 북벽 기슭 백석동천은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 동천복지(洞天福地)를 꿈꾼 곳이다. 그야말로 무릉도원이다. 어지러운 세상 잠시 잊고 꿈꾸듯 무릉도원을 걷는다. 광화문에서 버스를 타고 상명대 앞 삼거리에서 내렸다. 버스 정류장 앞 건널목을 지나면 석파랑(石坡廊)이 나온다. 대원군 이하응의 호 ‘석파’를 딴 이름이다. 1958년 소전 손재형이 석파정에 있던 일곱채 건물 중에서 별당 석파랑만을 현재 위치로 옮겨 지었다. 1819년 대과에 급제한 추사 김정희는 아버지 유당 김노경의 자제군관 자격으로 연행에 나선다. 1820년 1월 추사는 보소재 석묵서루에서 담계 옹방강(1733~1818)을 만난다. 스승 초정 박제가가 세 차례 연행하면서 옹방강과 교류했던 것에 비춰 보면 아마도 초정이 만나라고 권고한 듯하다.추사는 청나라 금석학의 대가 담계 옹방강을 깊이 흠모하면서 당호를 보담재(寶覃齋)라고 짓는다. 전국에 있는 비석을 탁본해 첩을 만든다. 원형을 간직한 우리나라와 중국 비석 글씨를 연구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산에 있는 비석이 진흥왕순수비라는 사실을 밝힌다. 스승 옹방강은 한나라 훈고학과 송나라 성리학을 서로 보완해 경학을 한다. 한송불분론(漢宋不分論)이다. 추사는 스승을 좇아 성리학과 청나라 고증학을 절충함으로써 북학의 틀을 확고히 하고 개화를 준비한다. 그러나 또 한 번 북청 유배길에 오르면서 모든 게 산산이 부서진다. 대신 유배지에서 붓 천 자루를 몽당붓을 만들고 벼루를 열 개나 밑창 내고서 추사체를 완성한다. 추사를 찾아 나룻배를 타고 서귀포까지 온 사람이 있다. 제자 이상적이다. 제자 이상적의 절개에 감복한 추사는 자신의 심경을 한 장 그림으로 표현한다. ‘세한도’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집은 김흥근의 부암동 별서 삼계동산정 별당 월천정(三溪洞山亭 別堂 月泉亭), 즉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의 석파정 석파랑(石坡亭 石坡廊)이다. 송백은 석파정 정원수다. 추사와 이상적이다. 서울미래유산인 석파랑의 주인 소전 손재형은 22세부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연이어 7회나 입선 또는 특선을 한다. 1933년부터 선전 심사위원 연 3회, 광복 후 국전(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연 8회 역임한다. 홍익대 미대 교수를 지냈다. 1944년 미군의 공습이 연일 계속되는 도쿄로 가서 세한도를 되찾아 온다. 세한도에 등장하는 석파정 별당을 옮겨 짓고 석파랑이라 부른다.석파랑에서 다시 도로를 건너 직진하면 도롯가에 멋진 정자, 세검정이 나타난다. 광해군은 어머니 인목대비를 경운궁에 유폐시킨다. 또 인목대비의 아들 영창대군을 강화로 유배 보내고 사실상 살해한다. 폐모살제(廢母殺第)한 광해의 패륜을 응징하기 위해 1623년 인조반정을 단행한다. 김류·이귀·심기원·김경징 등 반정공신들은 세검정에 모여 반정을 모의한 후 칼을 씻으면서 결의를 다진다. 반정군은 모화관에서 심기원의 병사와 합류한 후 창의문을 부수고 창덕궁을 점령한다. 광해군은 역모의 기미를 알았지만 적극 대처하지 않았는데 이는 김개시라는 상궁 때문이다. 실록은 상궁 김개시를 다음과 같이 평한다. “김상궁은 이름이 개시(介屎)로 나이가 차서도 용모가 피지 않았는데, 흉악하고 약았으며 계교가 많았다. 춘궁의 옛 시녀로서 왕비를 통하여 나아가 잠자리를 모실 수 있었는데, 인하여 비방으로 갑자기 사랑을 얻었다.” 실록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자의 용모와 잠자리 비방 등을 직접 거론한다. 김개시는 광해의 총애를 받는다. 그런데도 그냥 상궁으로 머물렀다. 세검정에는 남인 다산 정약용의 흔적도 남아 있다. 목멱산(남산) 아래 명례방(명동) 집에서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1791년 신해년 여름 어느 날 다산이 말을 타고 창의문 밖으로 냅다 달린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세검정에 올라 자리를 벌이니 비바람이 크게 일어나 산골 물이 사납게 들이친다. 그날 다산이 세검정에서 벗들과 노닐었던 기록, ‘유세검정기’에서 세검정을 이렇게 즐기라고 일러 준다. “세검정의 빼어난 풍광은 오직 소낙비에 폭포를 볼 때뿐이다. 그러나 막 비가 내릴 때는 사람들이 옷을 적셔 가며 말에 안장을 얹고 성문 밖으로 나서기를 내켜 하지 않는다. 비가 개고 나면 산골 물도 수그러들어 버린다. 이 때문에 정자가 저편 푸른 숲 사이에 있는데도 성중의 사대부 중에 능히 이 정자의 빼어난 풍광을 다 맛본 자가 드물다.” 세검정에서 하천을 따라 걸어가다가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별서 터가 나온다. 그야말로 서울 시내에 있는 보물이다. 별서 터에는 사랑채와 안채 등 두 채 집터와 연못 두 개와 정자 한 개 그리고 우물 등이 있다. 처음 별서정원을 가꾼 사람은 연객 허필(1709~1768)이다. 표암 강세황과 절친했다. 두 사람 다 시서화에 능했기 때문에 연객이 그린 그림에 표암이 시를 짓기도 하고 표암이 그린 그림에 연객이 찬하기도 했다. 연객 허필이 이곳에 별서를 조영했을 때는 그저 소박한 띠집이었다. 사랑채와 안채, 연못과 정자를 조영한 사람은 추사의 생부 유당 김노경이다. 연객과 유당에 이어 이곳 백석동천에 별장을 소유했던 사람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아들 박종채(1780~1835)다. 한 가지 궁금하다. 1935년까지도 멀쩡하던 연못 정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나?별서 터에서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 길가에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각자한 바위가 나온다. 백석동천에서 말하는 백석은 열선도(列仙圖)에 등장하는 신선 백석생(白石生)이 들어가 살았던 백석산(白石山)이다. 백석생은 백석을 삶아 식량 삼아 먹으면서 백석산에서 살았다. 하늘로 오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늘 위 신들의 세계라고 해서 인간세계보다 반드시 즐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해서 돼지 살 돈도 없었던 백석생은 양을 사서 십여 년 길렀다. 많은 돈을 벌어 내단약 금즙(金液)을 사서 먹고 백석산으로 들어갔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보다 오래 사는 것을 더 귀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노불사의 신선이 노니는 동천복지(洞天福地)를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동천이라 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다고 믿었던 신선들이 사는 별천지를 일컬어 동천복지라 한다. 일반적으로 속세와 격리된 산속 살기 좋은 땅을 뜻한다. 백석과 동천을 서로 엮으면, 백석산 깊은 곳 백석생이 사는 동천복지와 같은 별천지가 된다. 그야말로 신선이 노니는 도교적 이상향, 백석동천이 바로 이곳이다. 백석동천의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커피프린스’를 촬영한 카페가 나온다. 북악산 성곽과 인왕산 성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오른쪽 골목길 아래로 돌아들면 환기미술관이다. 김환기는 1913년 2월 27일 전남 신안군 기좌도에서 태어났다. 김환기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광복부터 한국전쟁까지다. 1948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한다. 서울대 미술학부를 만든 동양미술사학자 근원 김용준과 교유하면서 우리 고미술과 한국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산 중턱에 걸린 달, 길게 날아가는 학, 매화 긴 가지 등 한결같이 예서를 방불케 한다. 파리 시기를 통해 오히려 한국미를 확신한다. 김환기에게는 기좌도도, 서울도, 파리도 작았다.전환점은 1963년부터 1974년까지 뉴욕 시기다. 파리가 아닌 뉴욕에서 정점을 찍는다. 1969년 김환기는 뉴욕에서 절친 김광섭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주제로 마지막 시구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제목으로 전면점화(全面點畵)를 그린다. 환기미술관에서 김환기 그림을 다시 본다. 김환기의 점화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가득 메운 고구려 사람들이 입은 땡땡이 옷이다. 도교사원 운주사를 가득 메운 석탑과 석상이다. 김광섭의 시를 가득 메운 별이다. 김환기, 그림, 별, 김광섭 그리고 시! 한양성곽 4소문 중 하나로 북소문 창의문을 만든 것은 1396년이다. 임진왜란 때 타고 없는 문루를 1741년 중수하기는 했으나 4소문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원래 위치를 지키는 문이다. 사람들이 창의문을 기억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이 이 문을 지나 창덕궁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광해군 15년 1623년 세검정에서 결의를 다진 반정군과 능양군(훗날 인조)의 친정군이 합류해 창의문을 깨고 창덕궁으로 들어간다. 광해는 역모의 상소를 읽었지만 무시했다. 반정군이 창의문 밖에 모여 있다는 밀고까지 받았지만 반정군에 합세한 훈련대장 이흥립의 소극적인 대처로 이 또한 무효였다. 어머니 인목왕후를 폐위하고 동생 영창대군을 죽였다는 게 반정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광해의 가장 큰 실책은 ‘왕기(王氣)가 있다’는 이유로 동생 정원군(인조의 친부)의 아들 능창군(인조의 동생)을 유배 보낸 것이다. 유배지 강화에서 능창군은 목매 자결한다. 결국 광해가 능창군을 죽인 셈이다. 능창군의 형 능양군이 가만히 있다면 그게 패륜이다. 둘째는 이곳의 유명한 치킨집과 연관시켜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는 아름다운 그림 때문이다. 분명 봉황인데 사람들은 자꾸만 닭이라고 한다. 봉황 모가지를 닭 모가지처럼 그리기도 했다. 창의문 밖에서 바라본 부암동 형상이 마치 지네와 같아 지네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지네의 천적인 닭을 길렀다. 그래서 부암동에는 독특한 맛으로 유명한 치킨집이 많다. 글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그 외 부암동 일대의 서울미래유산 세이장 1974년 지어진 주택이며, 건축가 김수근이 직접 살기도 한 건물 체부동 성결교회 벽돌 쌓기 방식으로 1920년대 건립된 교회 서촌 한옥밀집지역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들로 구성된 독특한 경관이 형성돼 있는 마을 통인시장 각 점포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전시 등 문화와 예술이 함께하는 재래시장 김봉수 작명소 1958년쯤 개업해 같은 지역에서 2대째 가업을 이어 오고 있는 작명소 이상의 집 시인 겸 소설가 이상이 1912년 백부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기거했던 가옥의 터 ●다음 일정 : 제9회 잠실의 추억●출발 일시 : 25일 오전 10시 출발●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20일 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사망 사건 관련해 41개 시민단체가 모여 ‘철인3종 선수 사망 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처벌, 스포츠 구조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한 자리에서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은 8월 출범을 앞둔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 최숙현 선수 인권 침해 관련 관계 기관 대책 회의’를 연 뒤 “스포츠윤리센터가 확실한 체육계 내의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면서 “스포츠 분야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전 위원장은 이날 “스포츠윤리센터의 정체성이 아직도 불분명하다”고 비판하면서 “윤리센터는 경찰이나 인권위 같은 기구 대신 스포츠 분야의 피해 선수들이 쉽게 접근해서 피해를 신고하고 상담을 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가 지난달 올린 스포츠윤리센터 직원 채용공고를 보면 25명이라는 턱 없이 적은 인력도 문제이지만, 자격요건 상 피해자가 직접 법률 조언을 구할 변호사나 의료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이에 대해 문 전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자, 혁신위 권고안 내용의 하나였던 ‘스포츠윤리센터’에서 함께 일할 사람들에 대한 최종 면접까지 다 끝낸 상태로 알고 있다”며 “스포츠윤리센터가 대한체육회의 클린스포츠센터, 스포츠인권센터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며 되물었다. 최 선수는 경주시청, 경주시체육회, 경주경찰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철인3종협회 등 6곳의 관계 기관에 진정을 넣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 위 관계 기관들이 가해자측이 부인한다는 등의 이유로 최 선수에게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 하는 등 지지부진하게 진행하자 최 선수는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혁신위가 지난해 발표한 1차 권고안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가 미국 ‘세이프 스포츠(Safe Sports)’처럼 체육계 내부에서 완전히 독립돼 전문성과 신뢰성을 담보한 기관으로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요구권, 체육단체 등의 조사 및 징계 거부 또는 신고 의무 불이행 시 체육 단체 재정 지원 중단 권한을 가지는 등 효과적 이행 방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전문적이고 책임감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상담은 스포츠 및 성평등, 인권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감수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필요시 경찰, 아동보호기관, 성폭력상담소, 해바라기센터, 국가인권위원회 등 적절한 기관으로 직접 연계하도록 권고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15년 전에도 꺼낸 ‘무관용 원칙’…대한체육회, 故 최숙현 사건 대책 발표

    15년 전에도 꺼낸 ‘무관용 원칙’…대한체육회, 故 최숙현 사건 대책 발표

    사건 터질 때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솜방망이 징계 사건조사는 미적미적 반복한번도 제대로 실현한 적 없는 ‘탁상대책’대한체육회가 지난 19일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어난 뒤 뒤늦게 관련 대책을 쏟아냈지만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보여주기식 대책 나열보다는 단 하나라도 의지를 갖고 제대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체육계 폭력 지도자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중대한 사안의 경우 영구제명)’가 대표적이다. 스포츠계 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되어온 방안이다.지난 2005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체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폭력 지도자를 체육계와 격리시켜 선수들을 보호하겠다며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체육회는 1번 적발시 지도자 자격 5년 정지, 2번 적발시 10년 정지, 3회 적발시 영구제명 등의 징계 양정 기준을 개정하고 “5년 정지는 실질적으로 지도자 지위가 없어지는 일”이라며 사실상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다름 아니라고 홍보했다. 2007년 여름 한 여자 프로농구 감독의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대책에도 성폭력 지도자에 대한 영구제명 조치가 포함돼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가 지도자를 상습 폭력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발생하자 문체부는 이듬해 ‘폭력 지도자 원 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포함한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2014년에도 문체부는 경찰청과 함께 종목 사유화, 횡령, 폭력, 성폭력 등을 4대악으로 규정짓고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을 운영하며 ‘무관용 원칙’을 언급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술집에서 후배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문체부가 발표한 ‘폭력 방지 대책’에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 언급된다. 지난해 스포츠혁신위원회 1차 권고에도 미국 ‘세이프 스포츠’ 사례와 같이 체육계 내부와 독립된 강력한 독립기관이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 따르면 체육회 산하 종목 단체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감경하고 사건 조사를 지연시키는 등의 구태가 여전했다. 최근 5년간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주요 체육단체의 구제 기구에서 처리한 폭력·성폭력 사건 349건 가운데 부실 처리 의심 사례가 132건(38%), 특별한 사유 없이 조사가 1년 이상 지체된 경우도 28건(8%)이나 됐다. 또 상당수 종목 단체 징계위원회는 △징계 혐의자가 국위를 선양해서 포상을 받았다거나, △지역 유망주라거나 △징계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징계 혐의자가 받을 피해가 크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양형 기준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경란 전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장은 “체육회가 가해자 엄벌과 감시 체계 강화를 요지로 한 대책을 내놨지만 한국 스포츠계 구조 개혁과 인적 카르텔의 뿌리를 깨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최 선수 사건은 끊임 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나홀로 5타점’ 오재일 폭발한 두산, KIA 꺾고 원정 위닝시리즈

    ‘나홀로 5타점’ 오재일 폭발한 두산, KIA 꺾고 원정 위닝시리즈

    두산이 KIA에게 2연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다. 두산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오재일의 2타점 역전 적시타에 힘입어 8-4 승리를 거뒀다. 오재일은 홀로 5타점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페르난데스가 3타점 홈런으로 화력을 보탰다. 시리즈 첫 경기에서 KIA 선발 브룩스에 막혀 패배로 시리즈를 시작했던 두산은 전날 선발 최원준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에 힘입어 복수에 성공한 데 이어 마지막 경기까지 잡아내면서 이번 시즌 KIA 상대 전적을 7승2패로 만들었다. 양팀 선발의 호투 속에 1, 2회는 무실점으로 지나갔지만 3회부터 본격적인 난타전이 시작됐다. 선취점은 두산이 냈다. 두산은 3회 정수빈과 박건우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만들어진 1사 2, 3루의 찬스에서 페르난데스가 이민우의 초구 직구를 그대로 담장 밖으로 보내며 순식간에 3-0 리드를 만들었다. KIA에게도 4회 기회가 찾아왔다. 나지완의 볼넷 출루에 이어 김민식과 유민상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무사 만루가 됐다. 이어지는 타석에서 나주환이 좌중간 1루타를 날리며 2명의 주자가 들어와 점수 차가 1점으로 줄었다. 박찬호의 타석 때 유민상의 홈 세이프 판정과 관련해 윌리엄스 감독이 비디오 판독 신청 여부를 놓고 4분여간 항의가 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KIA는 이창진이 2타점 3루타를 날리며 경기를 뒤집었다. KIA의 리드도 잠시 두산은 5회 곧바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박건우와 페르난데스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에서 오재일이 적시타를 날리며 4-4 동점이 됐다. 5회까지 4실점한 이영하를 내리고 불펜진을 가동한 두산은 7회 재역전에 성공했다. KIA가 홍상삼 카드를 꺼냈지만 첫 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흔들렸다.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잡으며 잠시 한숨을 돌렸지만 오재일이 홍상삼의 4구를 2루타로 연결시키며 앞선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두산은 6-4로 앞선 9회에도 오재일이 또다시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IA는 이형범, 이현승, 홍건희, 함덕주로 이어진 두산 계투진에 막히며 홈에서 2연패를 당했다. LG가 한화에게 승리함에 따라 KIA는 LG와 순위를 바꾸게 됐다. 광주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알아서 척척 ‘더샵 디어엘로’, 똑똑한 아파트로 조성

    알아서 척척 ‘더샵 디어엘로’, 똑똑한 아파트로 조성

    대구광역시 동구 동신천연합 주택재건축 사업인 ‘더샵 디어엘로’가 격이 다른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똑똑한 아파트를 선보인다고 밝혀 주목된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자사의 주택분야 스마트기술인 아이큐텍(AiQ TECH)’의 ‘AiQ home 시스템’을 도입해 입주민의 주거쾌적성을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 AiQ home 시스템은 포스코건설이 건설업계 최초로 론칭한 주택 분야 스마트기술이다. 인공지능(AI)과 지능적인 감각(IQ)을 융합한 기술로, 더샵 클라우드 플랫폼을 중심으로 카카오, SKT, 삼성전자 플랫폼과 연동돼 다양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대 내 각종 기기와 네트워크 시스템 정보를 음성인식 앱이나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어할 수 있고, 안전 시스템, 에너지 절감 시스템등이 도입된다. 더샵 디어엘로의 AiQ home 시스템은 크게 ‘AiQ Convenience(컨비니언스)’, ‘AiQ Safety(세이프티)’, ‘AiQ Health(헬스)’로 구분된다. 먼저 AiQ Convenience(컨비니언스)는 편의 시스템이다. 다양한 플랫폼 연동 서비스를 통해 음성이나 문자제어(카톡)로 조명이나 난방, 환기 제어, 주차위치, 택배도착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테블릿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세대기기제어 및 정보확인이 가능하며, 공동현관 출입 자동인식과 지하주차장 주차위치 인식 및 확인도 가능하다. AiQ Safety(세이프티)는 입주민의 안전을 365일 지켜주는 특화 보안 시스템이다. 단지 출입부터 가구 출입까지 단계별 3선 보안체계를 구축한 ‘더샵 지키me’ 서비스를 비롯해 승강기내 범죄예방에 최적화된 승강기 안전시스템, 지능형 영상 분석이 가능한 CCTV등이 도입된다. 마지막으로 AiQ Health(헬스)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입주민의 건강한 주거환경을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세대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확인 및 절감가이드를 제공하며, 사용하지 않는 가전기기에서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통합스위치를 통해 자동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승강기 미 운행 시 미세한 바이러스 및 세균을 제거하는 UV-C LED 살균조명 시스템과 환기와 공기청정을 동시에 실현하고, 초미세먼지까지 막아주는 빌트인 청정환기 시스템(유상옵션), 공기의 통로인 덕트를 깨끗하게 해주는 항균 황토덕트 등이 적용된다. 실제 단지는 다양한 특화설계가 도입된 조경설계와 커뮤니티를 선보인다. 먼저 조경은 ‘녹음 가득한 힐링문화단지’를 콘셉트로 석가산, 페르마타 가든, 팜가든, 어린이 물놀이장 등을 구성한다. 또 커뮤니티 시설로는 실내골프연습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 힐링필라테스존, 어린이집, 키즈라이브러리, 맘스카페 등을 제공한다.한편 더샵 디어엘로는 포스코건설이 올해 대구광역시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더샵 아파트다. 지상 최고 25층, 12개동, 전용면적 59~114㎡, 1,190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일반분양 물량은 760세대다. 단지는 대구의 새로운 중심이자 신흥주거타운으로 떠오르는 동대구역세권과 수성구생활권을 모두 누릴 수 있어 쾌적한 주거여건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KTX/SRT 동대구역, 대구 지하철1호선, 버스터미널 등이 있는 복합환승센터와 가깝고, 인근에는 효신초등학교가 도보권에 자리해 안심 통학이 가능하다. 또 수성구 학원가가 인접하고, 대구의 금융, 의료, 행정, 법률 인프라가 밀집된 범어네거리도 가까워 더욱 편리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샵 디어엘로의 견본주택은 대구광역시 동구 신천동(대구지하철 동대구역 2번 출구 또는 신세계백화점 인근)에 마련되며, 이달 중 오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과 열심/김신회 지음/민음사/248쪽/1만 3000원 작가는 ‘나를 지키는 글쓰기’라 했다. 편집자는 ‘심심과 열심’이라 했다. 심리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심심해 보이지만, 실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 보죠?” 13년 동안 13권, 캐릭터 에세이의 대표 주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를 쓴 김신회 작가의 신간 에세이 ‘심심과 열심’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에게 ‘매년 한 권’의 비결을 물었다. “글로 먹고살고 싶었어요. 회사원들한테 회사 맨날 왜 가냐고 묻지 않듯, 직업인으로서 글을 썼고요. 하고 싶은 얘기가 그때그때 있었고, 그 이야기를 엮으니까 한 권의 책이 됐고, 그런 식으로 13년을 이어 왔습니다.”‘심심과 열심’은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써 온 에세이스트의 얘기다. 어렵지 않아 거의 모두에게 가닿는 ‘김신회 에세이’의 이유가 다 들어 있다. 그의 ‘읽기 쉬운 글’은 10여년 방송작가 경험과 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소녀 김신회’에서 비롯됐다. “방송 일 할 때 ‘초등학교 6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웬만하면 쉽게 쓰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요. 학창 시절부터 편지도 많이 쓰고, 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프리랜서 노동자로서의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적었다. 가령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 침실 옆 ‘작업방’으로 출근한 뒤 하루 5~6시간은 일한다. ‘사장(작가 자신)이 복지에 힘쓸수록 직원(역시 작가 자신)은 신나서 일한다’(98쪽)는 모토하에 스스로에게 보너스나 인센티브, 퇴직금을 지급한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대원칙은 ‘마감 지키기’다. 편집자와 약속한 마감 한 달 전을 자체적인 마감 시한으로 두고, 한 달간은 꼬박 글을 퇴고한다. 원고 마감이 어렵겠다 싶을 때는 최종 마감일 바로 다음날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를 끊을 정도로 지독한 면(?)도 있다. 작가에게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다. 물론 직업인이기에 대중의 요구도 의식하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한 게 먼저다. 글의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쓴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어려워요.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고, 글 안에 메시지가 있어야 할 거 같은 강박도 있죠. 제가 항상 검토하는 건 ‘이거 진심이야?’ 하는 거예요. 진짜 이 문장을 쓰고 싶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죠.” 최근에는 교훈이나 다짐 같은 ‘바른 소리’보다 글 한 편을 마무리하는 것 자체에 더욱 중점을 둔단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 글은 쓸수록, 고칠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남한테 글을 보여 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글을 안 보여 주면 일기가 되는 거고, 보여 주면 에세이가 되는 거거든요.” 그게 어려워 보인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볍게 영화 감상이나 일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자기 글을 쓰고픈 사람, 책을 내려는 사람에게 14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썼던 작가의 ‘생활 조언’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거대도시 서울 철도(전현우 지음, 워크룸프레스 펴냄)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둘러싸고 전국의 도시로 뻗어 있는 철도를 총망라했다. 런던, 도쿄, 파리 등 전통적인 거대도시 철도는 물론 자동차와의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미국의 철도, 신흥 철도 강자 중국 등 대표 도시 50개를 선발, 그 도시들의 철도를 분석했다. 552쪽. 2만 7000원.부부 건축가 생존기, 그래도 건축(전보림·이승환 지음, 눌와 펴냄)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한 부부 건축가의 직업 에세이. 건축 설계의 가치, 작은 건축사사무소의 현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건축 실무와 함께 건축가의 역할을 돌아본다. 공공 건축의 의미와 중요성, 건축 현실의 문제점 등 우리 사회, 동네를 배경으로 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건축을 이야기한다. 252쪽. 1만 3800원.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산골기업, 군겐도를 말하다(모리 마유미·마쓰바 도미 지음, 정영희 옮김, 이유출판 펴냄) 인구 500명, 한때 일본 최대의 은 산출량을 자랑하던 이와미 은광이 폐광하며 쇠락한 산골 마을. 이곳에서 100여명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 군겐도가 태어났다. 군겐도 리더 마쓰바 도미가 일본 환경보존활동가 모리 마유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328쪽. 1만 8000원.볼라르가 만난 파리의 예술가들(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이세진 옮김, 현암사 펴냄)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 예술가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세계적인 미술상이 남긴 파리 미술계에 대한 세밀한 기록. 19세기 말 볼라르는 많은 인상파 무명 화가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개인전을 열어주었고, 위대한 화가들도 그 앞에서는 한 인간으로서 울고 웃고 질투하며 자신을 드러냈다. 512쪽. 2만 2000원.좋은 여자들(박향 지음, 강출판사 펴냄)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중견 작가의 소설집. 그의 소설에는 고통에 몸서리치고 허우적대면서도 그 시간에 머묾으로써 해당 시간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여자들이 있다. 고통에 찬 여자들에게 작가는 기꺼이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304쪽. 1만 4000원.빛(브루스 왓슨 지음, 이수영 옮김, 삼천리 펴냄) 문학과 예술, 종교와 철학, 과학과 인문학을 아울러 ‘빛’에 관해 서술한 평전. 인류가 남긴 신화와 경전, 에술과 문학 작품, 과학 논문과 실험 자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연구와 독서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파헤쳐 온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브루스 왓슨이 썼다. 456쪽. 2만 5000원.
  • [그 책속 이미지] 추억이자 그리움 같은 쉬어가라 하는 것 같은

    [그 책속 이미지] 추억이자 그리움 같은 쉬어가라 하는 것 같은

    돌아갈 집이 있다/지유라 지음·그림/메이트북스/212쪽/1만 6000원 한쪽에 세워둔 고무 대야와 줄지어 놔둔 화분 몇 개, 파란 철문과 그 옆에 놓인 고무장화가 정겹다. 기다란 평상에 꾸둑꾸둑 말라가는 생선에서는 기분 좋은 비린내가 날 듯하다. 2층 양옥집은 ‘엄마의 집’이라는 제목 때문인지 왠지 그리운 느낌이 든다. 책은 ‘나무에 집 그리는 화가’로 알려진 지유라 작가가 9년 동안 그린 작품과 이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따뜻한 그림 에세이다. 추억이 담긴 집, 여행길에서 만난 집, 친구의 집, 그리고 상상의 집을 그렸다. 종이나 캔버스가 아니라 나무 위에 그린 낡은 집은 쫓기듯 살아온 이들에게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돌아갈 집이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저 행복한 일일 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뉴노멀, 다르게 살기] “퇴사하고 뭐하니?” 진은정 스푼잉글리쉬 대표

    [뉴노멀, 다르게 살기] “퇴사하고 뭐하니?” 진은정 스푼잉글리쉬 대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켠에 ‘퇴사의 꿈’을 안고 삽니다. 날이 좋아서, 점심시간 슬슬 걸어가 본 서점의 가판대 위에 놓인, 퇴사 에세이를 괜히 훑어 보고는 대리만족이나 위안을 얻은 뒤 사무실로 복귀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면서 수년 전부터 불어닥친 ‘퇴사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달 날아오는 각종 고지서들을 앞에 두고 막상 새로운 길로 방향을 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현실의 벽을 넘어 퇴사를 ‘질러 버린’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래서 끝내 행복해졌을까요? 만나고 싶었습니다. 퇴사 후 창업에 성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룬 유명인이 아닌, ‘로또’를 맞아 상사에게 사표를 던져버리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사는 행운아도 아닌, 퇴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더 큰 도약을 꿈꾸면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주변에 있을 법하지만 흔치는 않은 우리 시대 ‘퇴사자의 희망’을요. 수소문 끝에 다음, 컨버스코리아, 현대카드 등에서 약 12년간 직장인으로 살다가 2015년 ‘자유의 몸’이 된 진은정 스푼잉글리쉬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나 물었습니다. “퇴사하고 뭐하니?”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5년 전 마지막 직장이었던 현대카드를 나와 개인별 맞춤 튜터를 연결해 주고 관리해 주는 영어교육업체 ‘스푼잉글리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아티스트(화가, 뮤지션, 배우, 포토그래퍼,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터들이 주로 다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누구나 오셔서 원하는 분야의 영어를 익히고 다양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는 곳이에요. 가수 장기하, 혁오밴드의 오혁, 배우 남주혁 등도 오랜 회원이고요. 최근에는 건물 지하에 ‘마음이 약해서’라는 바(Bar·일명 마약바)를 오픈해 다양한 주제의 문화, 예술 클럽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어 주고 있고요. 동시에 한국에 거주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매니지먼트하는 ‘스푼테이너’도 이끌고 있습니다. 직장 다닐 때도 일복이 많은 편이어서 바빴는데, 관두고는 ‘스리 잡’을 뛰느라 하루하루 정신이 없네요.” -사람들이 선망하는 회사들만 다닌 ‘커리어우먼’이셨어요. 직장에선 어떤 일을 하셨나요. “‘브랜드 마케팅’ 일이었어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들어간 다음에서 온라인 마케팅 업무로 커리어를 시작했죠. 재미있었고 성과도 좋았지만, 주말에 팀끼리 등산을 가야 하고 회식에 필참해야 하는 조직 생활이 사회초년생 시절엔 힘들게 느껴져 2년을 못 채우고 캐나다로 떠났죠. 돌아와 재취업한 컨버스코리아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클 수 있었어요. 스트리트 문화의 상징인 컨버스는 젊고, 창의적이면서 독립적인 인디 정신 뚜렷한 브랜드 캐릭터를 지향했는데 도전적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제 성향과 맞아 행복하게 일했죠. 컨버스 이미지와 어울리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각종 축제들을 기획하는 과정을 통해 인맥도 쌓았고요. 이후 음악 담당 마케터를 찾고 있던 현대카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와 4년을 더 회사에 다녔습니다. 여기서 국내 뮤지션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이 하고, 뮤직 라이브러리 기획부터 론칭까지 도맡았어요. 대기업이라는 풍요로운 환경에서 제 역량을 하얗게 불태운 뒤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습니다.”-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사업 구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컨버스에서 일에 미쳐 있던 어느 날 불현듯 ‘이 루틴한 삶을 내가 평생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패턴’이잖아요. 아무리 창의적인 업무를 맡는다 해도 결국 비슷한 일을 반복하게 돼 있죠. ‘회사를 나온 나’를 상상해 봤습니다. 번지점프 대에 서 있는 심정이더군요. 스스로 뛰어내리려고 높은 점프대까진 올라갔는데, 막상 발길이 떨어지진 않는 상태요. 회사 다니면서 1년 반 동안 저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나와야 한다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무엇을 원하는 인간인지 알아야 할 것 아녜요. 주말을 반납했어요. 나가서 책 읽고, 관심사 생기면 자료 찾아보고, 이에 관련한 사람들 만나고, 과거도 돌아보고 그러다 깨달았죠. ‘아, 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함께 놀 때 심장이 터지는 사람이구나.’ 컨버스가 1년에 두 번씩 미국 보스턴과 홍콩에서 글로벌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모임을 주최하는데, 다양한 개성과 경험을 가진 이들과 클럽에서 밤새워 놀다 보면 일에 대한 영감이 솟아나곤 했어요. 영어를 좀 한다는 이유로 콘텐츠가 엄청나게 확장되는 경험을 한 거죠. 영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고 서로 어울려 노는 ‘판’을 깔아 주고 궁극적으로는 나도 그 안에서 놀고 싶다. 그럼 재밌게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현실적인 문제들은 어떻게 하셨나요.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시장조사하고, 펍에 가서 닥치는 대로 외국인 만나면서 괜찮은 튜터 알아보는 요령 익히고, 지인들 대상으로 사전 연습하고, 자리 알아보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퇴사하는 데 4~5년이 걸렸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현실적인 부분은 크게 두렵진 않아요. 제가 관둔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랐어요. 저는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었고, 일하느라 새벽에 퇴근할 때도 잦았죠. ‘이러다 상무 되겠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회사 일에 집중한 덕분에 경험이 쌓였고, 역량이 생겼어요. 이를 바탕으로 퇴사 후 계획을 설정할 자신감도 얻은 거예요. 여기에 최소 6개월은 생존할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 초반 무너지지 않을 정신력도 갖춰 놓으면 완벽하겠죠.” -퇴사 후 ‘현타’(현실 타격) 온 적도 많았을 것 같아요. “조직이라는 울타리 없이 벌거벗겨진 내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기가 쉽지 않아요. 회사에선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되잖아요. 회계는 재무팀이 해 주고, 시설관리는 시설팀이 해 주고요. 그런데 세금 내는 것, 사무실 청소하는 것, 사람 뽑는 것, 광고·홍보하는 문구 제작하는 것 등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니까 죽겠더라고요. 아직도 힘겹게 해내고 있어요. 특히 사람 쓰는 게 제일 머리 아프더라고요. 직장 생활이 편하긴 하죠.”-그럼에도 퇴사하려는 이들에게 뼈 때리는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내 삶의 핵심 키워드를 찾아야 합니다. 내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지, 나의 욕망을 욕망하는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퇴사를 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성취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탓에 이걸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아요. 예를 들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안정’에 있고, 시스템 속에서 안온함을 느낀다면, 혹은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오래 해야겠죠. 그런데 인간은 제각각이잖아요. 모두가 똑같은 삶의 방식에서 행복을 느낄 순 없어요. 왜 내가 이 삶이 불만족스러운지, 내가 결핍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한 뒤 퇴사라는 선택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퇴사 결심을 했다면 주말에 누워 있지 마세요. 이제부터 이를 악 물고 준비해야죠. 더 부지런해지고, 바빠져야 합니다.” -결론, 그래서 행복한가요. “제 삶의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과 자유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한 재미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제가 깔아 놓은 판에 멋진 사람들이 모이고 저도 이들과 놀면서 비즈니스도 하며 살고 있기에 행복해요. 또 하나. 다음날 기상 알람을 맞춰 놓지 않고 잠들어도 된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르시죠? 제 다음 프로젝트는 다양성과 자유를 담을 더 큰 공간과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그래야 베풀 수 있으니까요.”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예정대로 유관중, 이번 주 최종 결정”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예정대로 유관중, 이번 주 최종 결정”

    코로나19의 미국 내 재확산 우려에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갤러리 입장을 노크하고 있다. 마침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메이저리그(MLB)의 ‘제한적 관중 입장 가능성’ 발언이 나온 터라 더욱 주목된다.미국 골프닷컴은 16일 “다음달 초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하루 2000명의 갤러리 입장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이번 주 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틀간 프로암도 진행할 것”이라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의 말도 덧붙였다. 골프닷컴은 “LPGA 투어가 이달 말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으로 약 5개월 만에 투어를 재개한다”면서 “마라톤 클래식에 갤러리가 들게 되면 미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첫 종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회는 16일 밤(한국시간) 개막한 미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같은 오하이오주에서 열린다. 메모리얼 대회는 당초 오하이오 주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갤러리를 입장시킬 계획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라 무관중 대회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2019~20시즌 마지막 대회인 9월 첫째 주 투어챔피언십, 2020~21시즌 첫 대회인 9월 둘째 주 세이프웨이오픈까지 무관중을 확정한 PGA 투어도 이후 US오픈부터 다시 갤러리 입장을 타진하고 있다. 제이 모너핸 커미셔너는 이날 “미국골프협회(USGA)가 개최지인 뉴욕주와 유관중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파우치 소장은 이날 볼티모어 지역 방송인 MASN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감염률이 정말 낮다면 야구장 관중 입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면서 “100%는 불가능하지만 띄어 앉기로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 개막 예정인 MLB에 제한적인 관중 입장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워싱턴 내셔널스 팬으로 알려져 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망막변성환자들 쓰는 인공망막 성능 높이는 방법 찾았다

    망막변성환자들 쓰는 인공망막 성능 높이는 방법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망막변성 환자들이 사용하는 인공망막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공동연구팀은 망막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인공시각 신경신호 변화 패턴이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전자전기엔지니어학회에서 발간하는 ‘IEEE 신경계 및 재활공학’이라고 말했다. 망막색소변성, 노인성 황반변성 같은 망막변성질환은 빛을 전기화학적 신경신호로 변환시켜주는 광수용체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실명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망막변성 질환은 치료약물이 존재하지 않고 망막은 수정체나 각막과 달리 복잡한 신경조직이어서 이식도 불가능하다.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 뒤쪽 뇌로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절 세포는 살아남기 때문에 안구 내에 마이크로전극을 이식해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인공망막장치는 망막변성질환으로 실명한 환자들의 시력 회복을 위한 유일한 시력회복 방법이다. 그러나 인공안구 이식환자마다 성능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사람처럼 망막색소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생쥐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실명한 생쥐와 정상 생쥐를 대상으로 각 신경세포에 동일한 전기자극을 여러 번 반복했을 때 발생하는 신경신호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정상 망막에서는 신경신호가 매우 비슷해 높은 일관성을 보였지만 망막변성은 진행됨에 따라 일관성에 크게 줄어들고 불규칙해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임매순 KIST 박사는 “이번 연구는 “좋은 품질의 인공시각을 위해서는 망막변성 진행 정도를 면밀하게 검토해 인공망막장치 이식 대상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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