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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천문학+] 인류를 변화시킨 천체사진 TOP3

    ​[이광식의 천문학+] 인류를 변화시킨 천체사진 TOP3

    인류가 최초로 우주로 진출한 것은 1957년 구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로, 벌써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그로부터 미-소 간에 격심한 우주 경쟁이 막을 올렸고, 1969년 미국은 마침내 달에 최초로 인간을 착륙시킴으로써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후 1990년에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에 올려져 우주를 보는 인류의 의식에 혁명을 가져다주었고, 심우주에서 일어나는 온갖 천문현상과 천체들을 촬영하고 데이터를 전송해 천문학 발전에 단일 장비로는 최고의 기여도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껏 지상과 우주의 망원경, 그리고 우주인들이 직접 찍은 천체사진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도 인류를 변화시킨 가장 유명한 천체사진 TOP3를 뽑아 소개한다. ​ ​1. '블루마블(The Blue Mable)', 저렇게 연약한 지구라니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는 사실을 인류가 맨처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은 1972년 12월 7일이었다. 달로 향하던 아폴로 17호의 승조원들이 지구 지름의 약 3배인 4만 5000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되돌아본 지구의 모습은 '푸른 구슬' 하나가 캄캄한 우주에 둥실 떠 있는 광경이었다. 선장 유진 서넌은 이 광경을 렌즈에 담았고, ‘푸른 구슬’이라는 뜻의 '블루마블'(The Blue Mable)이라는 이름으로 천체사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진으로 등극했다. ​  이처럼 지구나 달 같은 천체들이 공처럼 둥근 것은 중력의 세기가 거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질은 중력으로 뭉쳐지게 되는데, 중력은 물체의 중심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중력의 방향은 항상 물체의 중심으로 향한다. 중심에서 주위의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지지 않는 균형된 중력의 세기를 유지하는 도형, 그것이 바로 구인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다보면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비현실적으로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다. 흙과 돌로 이루어진 둥근 덩어리가 우주공간에 둥실 떠 있는 광경은 참으로 낯설게 보일 것이다. 지구 행성을 휘감고 있는 푸른 바다, 흰 얼음에 덮인 남극대륙과 불그레한 아프리카, 인도양의 사이클론까지 어우러진 광경은 숨막히는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놀라운 사진은 고유명사를 뜻하는 ‘The’를 붙여 '더 블루마블'(The Blue Marble)이라고 불린다. 그 신비하고 아름답다는 느낌 뒤에 바로 따라붙는 것은 '저렇게 연약하다니' 하는 감정이다. 끝 모를 망망대해 같은 흑암의 우주공간에 홀로 떠서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사진 속 작은 지구는 우주의 입김 한 번이면 어디론가 날아가버릴 것같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소중히 지켜줘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진은 ‘지구의 날’(4월 22일) 행사의 상징이 됐고, 환경운동이 널리 확산되는 촉매 역할을 했다.  인류 최초로 한 시간 반이라는 짧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한순간에 ‘소련의 영웅’으로 탄생한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은 인터뷰에서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니 우리가 서로 다투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먼 우주에서 지구와 인류를 돌아보고 느끼는 감정과 충격으로 인해 세계관이나 인생관 등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오버뷰 이펙트(Overview Effect), 조망효과라 한다. 아폴로 17호의 사진이 그토록 유명해진 것은 1970년대 활발했던 환경주의 운동에서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인데, 드넓은 우주 속에서 홀로 남은 지구의 소중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기엔 안성맞춤이기도 했다. NASA의 기록전문가인 마이크 겐트리는 '푸른 구슬'이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접해진 사진이라 강조한 바 있다.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배포된 사진인 블루마블. 이름 그대로 우주 공간에 홀로 떠 있는 지구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구슬을 연상케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장엄한 구슬이라면 최선을 다해 지킬 가치가 있지 않을까.  ​2. '지구돋이(Earthrise)', 달에서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최초의 지구돋이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우주선 아폴로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196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찍은 것이다. 아폴로 8호는 당시 달을 10바퀴 돌면서 촬영한 달의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고 TV로 생중계한 뒤 귀환해 태평양 바다 위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인류가 우주에서 본 지구 모습을 최초로 담은 이 사진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저명한 자연 사진작가 갤런 로웰은 '이제까지의 사진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이다'라고 평가했으며, 가장 아름다운 천체 사진으로 꼽혀 지구 환경 지키기 운동을 촉발하기도 했다.  아폴로 8호는 달 표면에 착륙하지는 않았다. 위의 사진은 앤더스가 달 궤도에서 찍은 것으로, 마치 지구가 달이나 해처럼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보여 '지구돋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달은 지구의 중력에 꽉 잡힌 상태이기 때문에 자전과 공전 주기가 27.3일로 같다. 이를 동주기 자전을 한다. 따라서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만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달에서 볼 때 지구는 하늘의 한 곳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달에서는 지구가 뜨거나 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구돋이’ 사진은 달 궤도를 도는 우주선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마치 지구가 달의 지평선 너머로 뜨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났다.  위의 사진은 지구가 햇빛을 받는 부분만 나타나 마치 상현달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승조원들이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앤더스 : 오 마이 갓! 저기 있는 광경 좀 봐! 지구가 떠오르고 있어. 와우, 예쁘다.!  ​보먼(선장) : 찍지 말라구. 작업목록에 없는 거야. (농담) 앤더스 : (웃음) 컬러 필름 있어, 짐? 컬러 롤 빨리 좀 줘봐. 러벨 : 오, 그게 좋겠군!  아폴로 승조원들은 이 사진을 찍기 전 달 궤도를 돌면서 창세기 1장 1절에서 10절까지를 나누어 읽었는데, 이는 TV로 생중계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을뿐더러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3.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한 점 티끌 지구...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2013년, 인간이 만든 피조물로는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으로 진입한 보이저 1호를 따라 2018년 12월에는 보이저 2호가 두번째로 태양계를 떠나 성간우주로 진출했다. 이들 인류의 두 우주 척후병은 한국어를 비롯한 55개 언어로 된 지구 행성인의 인사말과 사진 110여 장 등이 담긴 골든 레코드를 지니고 있다.  보이저 1호가 출발한 지 13년 만인 1990년 2월 14일, 지구로부터 60억km 떨어진 해왕성 궤도 부근을 지날 때 뜻하지 않은 명령을 전달받았다.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가족사진을 찍으라는 명령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은 천문학 동네의 아이디어 맨이자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었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찮았다. 그것이 인류의 의식을 약간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과학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게다가 망원경을 지구 쪽으로 돌리면 자칫 태양빛이 카메라 망원렌즈로 바로 들어가 고장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이는 끓는 물에 손을 집어넣는 거나 다름없는 위험한 행위라고 나사 과학자들은 생각했다.  이런 상황인지라 칼 세이건도 아쉽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새로 부임한 우주인 출신 리처드 트룰리 신임 국장 "좋아, 그 멀리서 지구를 한번 찍어보자!"며 결단을 내렸다. ​트룰리는 우주의 조망이 인간의 의식에 얼마나 강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몸소 체험한 우주인 출신이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던 보이저 1호가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40AU)나 되는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를 돌려서 찍은 지구의 모습은 그야말로 광막한 허공중에 떠 있는 한 점 티끌이었다. 그 한 티끌 위에서 70억 인류가 오늘도 아웅다웅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보이저 1호가 찍은 것은 지구뿐이 아니었다. 해왕성과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 들도 같이 찍었다. 이 모든 태양계 행성들도 우주 속에서는 역시 먼지 한 톨이었다. 지구 주변의 붉은 빛띠는 행성들이 지나는 길인 황도대에 뿌려진 먼지들이 태양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빛깔이다.  칼 세이건은 이 '한 점 티끌'을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으로 명명하고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라고 시작되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는데, 그중에 "천문학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제껏 찍은 모든 천체 사진 중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면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며, 지구가, 인간이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디작고 연약한 존재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칸 명예 황금종려상’ 조디 포스터 “내 인생을 바꾼…”

    ‘칸 명예 황금종려상’ 조디 포스터 “내 인생을 바꾼…”

    할리우드 배우이자 감독인 조디 포스터가 다음달에 열리는 제74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는다. 명예 황금종려상은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지 못했지만, 영화계에 큰 업적을 끼친 감독이나 배우에게 비정기적으로 주는 특별상이다. 칸 영화제 측은 2일(현지시간) “조디 포스터는 잔 모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제인 폰다, 장 폴 벨몬도,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장 피에르 레우, 아녜스 바르다, 알랭 들롱에 이어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훌륭한 예술적 발자취를 인정 받게 됐다”면서 “그는 우리 시대의 주요 문제에 대한 겸손하지만 강한 헌신과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스터는 14살이던 1976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로 처음 칸 영화제에 참석했다. 이후 50여편 작품에 출연하고 장편 영화 4편을 연출했다. ‘피고인’과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 받았고,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모리타니안’으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포스터는 명예 황금종려상 선정 소식을 접한 뒤 “칸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축제”라며 감사를 전했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6∼17일 열린다. 공식 초청작은 3일 오후(한국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착각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착각

    “당신이 먹은 것이 무언인지 말해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들어 봤을 이 말은 19세기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한 이야기다. 그는 이 문구가 후세에 수없이,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회자될 거란 걸 당시 짐작이나 했을까. 브리야사바랭의 말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인다. 특히 식품 판매자들이 즐겨 사용하는데 그들은 ‘먹는 것이 곧 나다, 그러니 건강하고 좋은 식품이나 식재료를 사서 먹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그의 말은 먹는 것이 중요하니 잘 먹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음식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신분이나 경제력을 알 수 있다는 게 본래 뜻이다. 즉 고상한 미식가라면 상대방이 먹는 음식을 통해 어떤 신분 또는 소양을 가진 사람인지 금방 유추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관점에서는 다소 속물적으로 들리지만 당시엔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어떤 음식이 좋고 훌륭하고 그것을 어떻게 먹고 즐겨야 하는지에 관한 ‘미식 행위’는 프랑스 혁명 후 자본과 함께 권력을 획득한 부르주아의 다양한 유흥거리 중 하나였다. 기존의 지배층을 대신해 새롭게 사회적 영향력을 손에 쥔 부르주아들은 그들과 다른 이들을 구분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취향이었다. 취향은 문화 계급을 나누는 유용한 수단이었고, 그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음식이었다. 음식이 단지 허기를 채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사회적 지표가 된 것이다.음식으로 사람을 규정한다는 발상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무리 생활을 하는 순간부터 위계가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게 역할과 직업, 신분에 따라 다른 음식을 먹어 왔다. 수렵 같은 고된 일을 하는 이들에게 지방과 단백질 같은 큰 에너지원이 돌아갔고, 채집과 농사일을 하는 이들에겐 탄수화물이 주된 식단이었다. 공동체마다 규칙이 있겠지만 대개 무리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더 잘 먹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음식의 역사를 훑어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끊임없는 탐식의 역사라는 사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빈자들은 언제나 굶주렸고 부자들은 과식했다. 빈자들은 언제나 부자처럼 더 먹길 원했고, 부자들은 빈자들이 먹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면서 색다른 걸 맛보고 싶어 했다. 유럽에서 향신료는 중세까지 고가의 사치품이었다. 원재료의 맛이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로 향신료를 많이 넣은 음식은 부의 과시이자 신분의 상징이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부유해진 중산층이 상류층의 음식 관습에 따라 향신료를 많이 소비하자 상류층은 향신료에 급속히 흥미를 잃었다. 점차 향신료를 덜 넣은 자연스러운 음식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마치 유행의 변화와도 같다. 유행을 주도하는 쪽은 언제나 소비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고 대다수는 뒤쫓아 간다.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지금은 모두가 먹는 것에 있어 평등한 시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 와인이나 벨루가 캐비어, 화이트 트러플을 즐겨 맛보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 맛은 물론 존재도 인지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력에 따라 자녀가 경험하는 음식 종류와 범위도 달라진다. 해외 경험을 통해 많은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본 이와 낮은 경제력으로 음식의 스펙트럼을 넓혀 가려는 이 사이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부의 대물림마냥 미각도 대물림되는 현실인 셈이다.다행스러운 건 특별한 것을 먹었으니 나도 특별하다는 전근대적 사고를 하는 건 이제 우스워진 세상이 됐다. 자기만족이나 과시를 위한 소비는 스스로 속물이라는 정체성을 보여 줄 뿐이다. 이제는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생각을 갖고 음식을 대하느냐가 그 사람의 경제적,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시대다. 가급적 환경친화적인 식품을, 맛보다 가치를, 개인보다 공동체를 더 생각하는 음식 소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요즘 트렌드이자 앞으로의 방향이다. 이 시대의 부르주아들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어떻게’(How)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2025년이 되면 브리야사바랭이 그 유명한 말을 실은 ‘미각의 생리학’이 출간된 지 200주년을 맞는다. 브리야사바랭이 아직 살아서 현대를 경험해 본다면 아마 이렇게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을까. “당신이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겠다.”
  • “탄압 멈춰라” 법정서 자해한 野인사, 독재 꾸짖다

    “탄압 멈춰라” 법정서 자해한 野인사, 독재 꾸짖다

    반정부 시위 조직 혐의 체포된 라티포프“가족 거론 자백 강요”… 펜으로 목 찔러 ‘강제 착륙’ 등 야권인사·언론인 잇단 체포루카셴코, 푸틴과 밀월 앞세워 탄압 지속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가 수십년간 이어진 벨라루스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과 야권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반정부 인사를 붙잡기 위해 민간 항공기를 강제 착륙시켜 국제적으로 비난받았는데,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체포와 구금이 끊이지 않으며 야권 활동가가 자해를 시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유로뉴스 등은 1일(현지시간) 벨라루스 활동가 스테판 라티포프가 수도 민스크에서 재판을 받다가 서류 더미에 놓인 펜으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시위를 조직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붙잡힌 그는 재판 도중 법정 벤치에 올라가 “수사관들이 유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가족과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펜으로 스스로 목을 찔러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은 국가의 테러, 억압, 고문의 결과”라며 “당장 멈추라”고 일갈했다. 루카셴코는 1994년부터 집권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대선에서 80% 이상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며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 논란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십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며 참가자와 반정부 성향의 언론인,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심해졌다. 라티포프가 병원으로 실려간 이날 언론인 마리나 졸로토바는 재판에서 탈세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벨라루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매체로 독자가 330만명에 달하는 ‘투트바이’의 편집장이다. 졸로토바의 지지자들은 루카셴코가 평화 시위를 폭력 진압한 것을 보도하자 이에 보복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지난달 투트바이 사무실과 졸로토바의 자택을 급습해 그를 체포했다. 졸로토바는 기소된 지 하루 만에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정부는 극단적 표현을 게시했다는 혐의로 인터넷 뉴스 매체 ‘흐로드나라이프’의 편집장 알리아크세이 쇼타를 체포하기도 했다. 최근엔 야당 정치인이 감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이유로 조사받던 10대가 16층 건물에서 몸을 던져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후 3만 5000명 이상이 구금됐고 수천명이 고문, 구타당했다. 현재 수감 중인 정치범 수는 454명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벨라루스 정부의 인권 탄압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강하게 비판했지만, 벨라루스는 옛 소련 동맹인 러시아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계속 철권통치를 이어 나가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루카셴코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흑해 연안에서 보트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앞서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 이후 유럽연합(EU) 등이 벨라루스 국적기의 역내 영공 비행과 공항 접근을 금지하고, 현지 정치인들에 대한 추가 제재까지 고려했으나 러시아는 유일하게 벨라루스를 두둔하며 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시위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며 10억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백신접종 후 70여개 어떤 해열진통제라도 좋습니다”

    “백신접종 후 70여개 어떤 해열진통제라도 좋습니다”

    대한약사회, 회원·전국 약국 포스터 배포“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제제 복용을”당국 ‘타이레놀’ 콕 찍어 품귀… 뒤늦게 진화‘타이레놀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해열진통제라도 좋습니다.’ 대한약사회가 2일 약사 회원들과 전국 약국에 긴급하게 포스터를 만들어 보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는 가운데 약국에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초기에 해열진통제 복용을 안내하며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을 언급한 바 있다. 약사회는 “보건 당국이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근육통이 있으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했어야 하는데 특정 다국적 제약회사의 상품 명칭인 타이레놀을 콕 찍어 얘기하는 바람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약사회는 회원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백신 접종 후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구매 관련 포스터를 전국 약국에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포스터에는 ‘일부 품목이 품절되더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해당 제제가 70여개나 되니 약사와 상담하면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백신 접종 이후 굳이 타이레놀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같은 성분의 다른 약을 복용해도 된다는 의미다. 약사회는 “다수의 해열진통제가 있는데도 국민은 약국에서 타이레놀만 사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뒤늦게 관련 안내 공문을 보건소 등에 발송했지만 여전히 약국 현장에서는 진통제 대란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정부는 ‘허가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제품을 안내하며 특정 해열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의 제제를 복용할 것을 권한다. 복합 성분의 소염진통제 등은 백신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나상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엔세이드 성분의 소염진통제가 포함된 약은 항염증 효과가 있어 백신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면역 반응에 영향을 덜 끼치는 아세트아미노펜 약제를 1차적으로 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아우디맨’ 독일 전 총리, 한국인 아내 전 남편에 3천만원 물어줘야

    ‘아우디맨’ 독일 전 총리, 한국인 아내 전 남편에 3천만원 물어줘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현재 한국인 아내의 전 남편에게 이혼의 원인을 제공한 대가로 3000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영국 더 텔래그래프는 2일 슈뢰더 전 총리의 부인 소연 슈뢰더 김씨의 전 남편인 성형외과 의사는 2017년 김씨가 슈뢰더와 관계를 끝내는 조건으로 이혼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혼하고 일년도 채 못 되어 슈뢰더 전 총리와 김소연씨는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전 남편의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면서, 자신이 슈뢰더와 만났을 때는 이미 별거 상태였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슈뢰더의 다섯번째 부인으로 24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2018년 결혼했다. 당시 슈뢰더는 74살, 김씨는 50살이었다. 슈뢰더와 김씨는 2015년 서울에서 열린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만났고, 당시 김씨는 통역사로 일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김씨는 결혼한 상태였으며, 2019년 김씨의 전 남편은 슈뢰더가 결혼을 파탄 상태로 만들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불륜은 2015년까지는 불법으로 2년형의 구금까지 가능했다. 지금까지 5만 3000만여명의 한국인이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까지 처벌을 받았다.김씨는 2018년 “만약 나처럼 어렸을 때 결혼생활을 시작해 이혼으로 끝난다면 원인은 두 배우자 모두에게 있다”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별거를 했고, 결혼 파탄의 책임으로 제삼자를 탓해서는 안되며 미스터 슈뢰더는 이혼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슈뢰더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전직 총리로 수많은 스캔들에 얽혀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처럼 그는 해외 기업의 로비스트로 일했다는 의혹을 샀고 정치인으로 일하는 동안 거대한 부를 쌓았다. 슈뢰더는 러시아 에너지 회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로비스트란 의혹이 제기됐지만, 부인했다. 그는 2014년 크림 반도의 러시아 병합에 있어 푸틴 대통령 손을 들었으며,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슈뢰더가 푸틴 대통령의 ‘심부름꾼’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나발니를 독살하려 시도했으며, 현재 나발니는 러시아에서 수감 중이다. 독일에서 슈뢰더의 별명은 네 번의 결혼때문에 네 개의 얽혀있는 동그라미를 로고로 사용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에 빗대어 ‘아우디맨’이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마존, 미 애틀랜타시에 최초의 ‘재난구제 허브’ 개관

    아마존, 미 애틀랜타시에 최초의 ‘재난구제 허브’ 개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적십자 등과 손잡고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대응할 구호 물품을 신속히 전달하는 ‘재난구호 허브’를 개설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1일(현지시간) 적십자 등 6개 국제 인도주의 구호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연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재난구호 허브를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에 문을 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 구호·비상팀이 전 세계의 인도주의 구호기관과 손잡고 세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시간을 개선하기 위해 아마존의 큰 규모를 이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난구호 허브는 아마존이 기부한 재난구호 물품 50만여개를 비축하고 있다가 미국이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버진아일랜드, 남미, 카리브해 지역 섬에 재해가 닥치면 긴급 물자를 아마존 항공기에 실어 신속히 전달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구호·비상팀은 보유한 비상물자를 파악하고 추가로 필요한 물자를 조달한 뒤 이를 합쳐 포장하고 재난지역에 보내다 보니 며칠이 소요된다. 아마존은 이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 4년 간 재난지원 데이터를 연구하고 전략을 수립했다. 허브의 입지를 애틀랜타시로 결정한 것은 이곳이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가장 자주 보는 지역과 가깝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시는 허리케인 시즌에 가장 피해가 큰 멕시코만 해안에서 498㎞, 바하마제도에서 1181㎞, 푸에르토 리코와 카리브해 지역으로부터 2470㎞쯤 각각 떨어져 있는 도시다. 이번 재난구호 협력 사업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받은 편지 한 통이 계기가 돼 시작됐다. 편지를 보낸 한 루이지애나주 주민은 “아마존은 미국의 가장 오지에 물건을 전달하는 데 최고인데 어떻게 물품을 받도록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재난구호 허브와 1차 협력할 6곳의 세계 인도주의 구호기관은 미국 적십자사, 다이렉트 릴리프, 국제 적십자 연맹 및 적신월사 연맹, 국제 메디컬 코 (International Medical Corps) , 세이브 더 칠드런, 월드 센트럴 키친 등이다. 적십자 측은 새 사업이 적십자의 재난 대응 경험과 아마존의 배송 노하우를 접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물류 전문성을 지렛대 삼아 재난구호 물자·자원을 보내기 어려운 곳에 적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양현종 소속 텍사스, 베테랑 좌완 르블랑과 마이너계약…양현종 영향 받나

    양현종 소속 텍사스, 베테랑 좌완 르블랑과 마이너계약…양현종 영향 받나

    양현종(33)의 소속팀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가 좌완 선발투수 요원 웨이드 르블랑(37)과 계약 했다. 이에 최근 저저한 성적으로 허덕이는 양현종의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존 블레이크 텍사스 홍보담당 부사장은 2일(한국시간) 트위터에 “텍사스가 르블랑과 계약하고, 그를 마이너리그 트리플A 라운드록 익스프레스로 보냈다”고 전했다. 좌완 베테랑인 르블랑은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그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빅리그 개인 통산 246경기에 출전해 46승 48패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59를 올렸다. 르블랑은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이날 라운드록 선발로 솔트레이크 비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산하)와의 트리플A 경기에 등판했다. 양현종은 올 시즌 7경기(선발 4경기)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5.53으로 승리가 전무한 상태다. 직전 등판인 지난달 31일 시애틀전에서 3이닝 5피안타 3실점 하며 3경기 연속 패배를 당해 팀내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경덕 “日, 독도가 일본 땅인 것처럼 꼼수...성화 봉송 때 야욕 드러내”

    서경덕 “日, 독도가 일본 땅인 것처럼 꼼수...성화 봉송 때 야욕 드러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일본이 도쿄(東京)올림픽 성화 봉송에서도 시마네(島根)현 오키(隱岐)섬을 의도적으로 코스에 넣는 등 독도를 자기 땅인 것처럼 꼼수를 썼다”고 밝혔다. 2일 서 교수는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있는 성화 봉송 영상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16일 성화 봉송 주자들이 독도를 자기 땅으로 우기는 근거지인 오키섬과 시마네현청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자료실’을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성화 봉송 주자들이 해당 코스를 뛰는 장면은 도쿄올림픽 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 됐다. 현재 녹화된 영상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영상에는 성화 봉송 주자들이 오키섬과 다케시마 자료실을 지날 때 의도적으로 안내판 등을 비추는 모습이 담겼다. 서 교수는 “섬 전체가 독도 왜곡 전시장이라 불리는 오키섬과 매년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리는 다케시마 자료실이 성화 봉송 코스에 포함한 것은 독도를 자기땅으로 만들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교수는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조직위원회에 홈페이지에서 독도 표기를 삭제하라는 항의 메일을 보냈다. 앞서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공식 홈페이지에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일본 지도에서 시마네현 북쪽 해상에 독도에 해당하는 위치에 작은 점을 찍어 마치 독도가 자국 땅인 것처럼 표시했다. 조직위는 지난 2019년 7월 우리 정부로부터 독도를 일본 땅인 것처럼 표기한 것과 관련해 한 차례 시정 요구를 받은 뒤, 이를 삭제하지 않고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작은 크기의 점으로 독도를 표시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 1일 외교부는 외교부 청사로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미국식 소주’ 만들어 아시아계 돕는 美 한인교포 2세의 사연

    ‘미국식 소주’ 만들어 아시아계 돕는 美 한인교포 2세의 사연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를 겨냥하는 혐오범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식 소주’로 AAPI(아시아계 미국인 및 퍼시픽 아일랜더)를 돕는 교포 2세의 사연이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미국 ABC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인 굿모닝아메리카에 소개된 주인공은 교포 2세이자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캐롤린 김(41)이다. 김씨는 지난 2015년 역시 한국계인 남편 제임스 금과 함께 프리미엄 소주를 직접 만들어 론칭했다. 100% 포도를 증류해 물에 희석한 이 소주는 국내에서는 증류주에 속하지만 미국 및 해외에서는 소주로 통한다. 부부가 만든 소주는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막걸리를 대체할 만한 술을 찾던 중 떠올린 아이디어로 시작됐으며, 한국계 미국인이 외국에서 만든 최초의 소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15년에는 '뉴욕 인터내셔널 스피릿 캄퍼티션 2015'에서 '올해의 소주'로 선정됐고, 현재 50개 주 중 15개 주의 고급 레스토랑과 홀푸드 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김 씨는 굿모닝아메리카와 한 인터뷰에서 “와인과 같은 증류주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전통적이지 않은 소주를 만들어 기회로 활용하고 싶었다”면서 “시작이 쉽지는 않았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한 것을 개척하고 싶었다”고 사업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가족의 뿌리인 한국 문화와 내가 사는 미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소주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작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한국적인) ‘정신’을 팔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많은 회의론이 있었다”고 밝혔다.실제로 미국에서는 소주 소비율이 높지 않고, 이는 와인 등 주류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에서 선택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 남편 역시 미국 내 소주 시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초반에는 아내의 사업을 반대했다. 하지만 김 씨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및 아시아계 차별과 맞서는 사람들을 위해 사업 수익금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김 씨가 판매하는 소주의 수익금 일부는 혐오범죄의 타깃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한 단체에 기부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회된 지역 사회를 돕기 위한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무료 식사 제공 사업을 돕고 있다. 김 씨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성장하고 이민자의 자녀로 성장한 이러한 다양한 경험은 내가 법조인이 되고자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어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다른 그룹과 협력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107세에 춤추는 호주 크레이머 할머니 “‘old’와 ‘age’란 말 꺼내지도 마”

    107세에 춤추는 호주 크레이머 할머니 “‘old’와 ‘age’란 말 꺼내지도 마”

    우리 나이로 107세인데도 생의 어느 때보다 활동적으로 사는 할머니가 있다. 그녀의 하루는 매우 바쁘다. 수십년 동안 해외에서 살다 99세에 고향인 호주 시드니로 돌아온 에일린 크레이머는 노인 돌봄시설에서 살면서 세 권의 책을 썼고,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전에 출품도 했다. 또 그녀가 평생 최고의 탤런트로 여기며 열정을 기울여 온 무용 장면이 들어가는 여러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과 호흡한다. 아직도 춤을 춘다. 물론 나이가 있어 상반신만 이용해 우아하고 극적인 움직임을 연출한다. 최근 들어선 안무를 맡았다. 애들레이드와 브리즈번에서 열린 댄스 축제에 참여했다. 영화 ‘신의 나무(The God Tree)’에도 출연해 춤사위를 보여줬다. 크레이머는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기자와 만나 “시드니로 돌아온 뒤 오히려 더 바빠졌다.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조금 남아 당신과 인터뷰하네”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며 그 나이에도 춤을 추는 비결이라도 있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자신의 사전에서 ‘나이듦(old)’과 ‘나이(age)’ 같은 단어들을 없애 버렸다며 인터뷰 도중에라도 그런 단어들을 쓰지 말라고 했다. ”난 늙지 않았으며 그저 여기 오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들을 만들어내는 내 태도는 어렸을 적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요근래 크레이머는 크라우드 펀딩을 해 안무를 맡아 자신의 인생을 그린 여러 편의 무용 작품을 만들었다. 시드니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좌절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춤 동영상도 절반쯤 제작했다. 대신 생각해낸 것이 영화를 만들며 있었던 일들을 책을 쓰는 것이었다. 영화는 몇 장면만 더 찍어 편집과 음악을 앉히는 등 후반작업을 해야 한다. 출판사 ‘베이직 세이프스(Basic Shapes)’ 사장으로서 영화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책을 연말에 낼 계획이다. 100세를 넘기면서 단편 콜렉션 ‘코끼리들과 다른 얘기들’을 출간해왔다. “코로나바이러스 따위는 마음에도 둬본 적이 없다. 외롭다거나 갇혔다는 느낌도 갖지 못했다. 책을 쓰는 일은 일종의 친구가 된다.” 그녀는 살고 있는 엘리자베스 베이 외곽의 유명인이 됐다. 지난해 11월 106번째 생일날에는 춤을 함께 추는 이들이 찾아와 생일 파티를 열었다. “놀랍고 기뻤으며 아주 감명 깊었다. 그들이 만이 바라보이는 창문 옆에 놓는 의자를 고쳐주고 풍선을 흔들며 환호해줬다.”104세 때 누드 모델로 나서 이 나라에서 가장 알아주는 아키발드 상에 출품한 것도 관습을 거부하고 뭔가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안주하는 일을 거부하는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시드니의 모스만 베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춤 교육을 받고 10년 동안 보덴와이저 발레단과 함께 호주 전역을 돌았다. 그 뒤 인도를 거쳐 파리에 머물렀다가 뉴욕에서 99세가 될 때까지 살았다. 4대륙에서 한 세기를 살아본 그녀는 늘 첫 사랑을 만난 것처럼 설레었다고 털어놓았다. “인생 대부분에 춤꾼 동료들을 만나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다. 나와 달리 일부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유럽으로 돌아갔다. 난 춤꾼 인생의 불편함을 모두 가득 채웠다.” 파리에서 지낼 때 방세를 내려고 화가의 모델 노릇을 했다. 짖궂은 화가들에게 괴롭힘도 당한 것 같았다. 누드 모델 일은 예술의 한 영역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호주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여전히 피시 앤드 칩스를 먹고 있는 등 그다지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어 기뻤다. 다만 애보리진 문화를 더 인정하는 것 같아 무척 반가웠다. 지금까지 받아 본 인생 조언 가운데 최고의 것은 보덴와이저 발레단의 창립자인 마담 보덴와이저로부터 받은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춤꾼이 전국을 돌며 공연하다 불륜에 빠졌다가 버림 받은 사연을 들려주며 “각광 받는 여자가 남자를 선택했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게 된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크레이머에게서 “살아 있는 역사로부터 인생 경험을 배운다”고 털어놓은 수 힐리는 “그녀는 호주의 현대무용 초기를 손에 잡힐 듯이 연결해준다. 내게 그녀의 안무는 황금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통제해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크레이머는 “일부 노인처럼 아프거나 하는 일에는 관심도 둬본 적이 없다. 의사가 먹으라고 권한 비타민제 외에는 약 한 번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노크 소리가 들려 중단됐다. 코로나 예방 접종을 위해 집에 찾아왔다. “겁나네!”라고 너스레를 떤 그녀는 “하지만 난 아플 겨를도 절대 주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결승타 날린 ‘대타’ 유한준… 호랑이 두 번 잡은 마법사

    프로야구 kt 위즈가 2연승을 달리며 단독 2위에 올랐다. kt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초 대타 유한준의 결승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이로써 25승 20패로 승률 0.556을 기록한 kt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 2-4로 패한 삼성 라이온즈(26승 21패, 승률 0.553)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0.003 앞서 단독 2위가 됐다. kt 윌리엄 쿠에바스와 KIA 이민우가 선발 대결을 펼친 경기에서 kt가 먼저 3점을 뽑아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5회까지 무안타로 끌려가던 KIA는 6회말 공격에서 연속 볼넷과 적시타 3개를 묶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팽팽하던 균형은 9회초 깨졌다. kt는 선두타자 조일로 알몬테가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신본기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대타 유한준이 중전안타를 날려 결승점을 뽑았다. 쿠에바스를 구원해 1과3분의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주권이 시즌 첫 승(2세이브)을 거뒀다. 마무리 김재윤은 11세이브(3승 1패)째를 수확했다. 한편, 이날 경기 뒤 KIA의 옛 에이스 윤석민은 2019년 12월 은퇴 이후 1년 반 만에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오던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위로는 하늘… 옆으론 작품, 살아 숨 쉬는 핫플, 통하다

    위로는 하늘… 옆으론 작품, 살아 숨 쉬는 핫플, 통하다

    우리가 살아 숨을 쉬는 것처럼 건축물도 숨을 쉬어야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이 드나들고 빛과 바람이 통하는 건물은 살아 있는 건물이다. 반대로 빛과 바람이 드나들지 못하면 죽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사방이 꽉 막힌 창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와중인 지난해 11월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문을 연 ‘이이남 스튜디오’는 빛과 공기를 불어넣어 새 생명을 얻은 건축물이다. 기능을 다하고 몇 년째 비어 있던 제약회사 창고 건물이 최첨단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핫플레이스로 바뀌면서 건물뿐 아니라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양림동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죽은 건물이 숨을 쉬도록 숨통을 틔워 준 건축가 박태홍(건축연구소.유토 대표)을 만나 리모델링 비법을 들어봤다.광주를 거점으로 작업하는 이이남 작가는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일종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동서양의 고전 명화에 디지털 기법을 가미해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이어 주는 그의 작품은 익숙함과 낯섦의 묘한 충돌과 함께 신선한 예술적 감동을 안겨 준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상생과 공존을 키워드로 작업해 온 작가가 대중들과 좀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1960~1970년대 지어진 나지막한 주택들이 오르막길에 비좁게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들어선 양림동 주거 지역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무생물의 공간이던 제약사 창고 변신 광주에서 활동한 선교사들의 사택 등 근대문화유산 등으로 광주시가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한 양림동은 최근 들어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맛집과 카페가 늘어나면서 주목받고 있지만 오랫동안 낙후돼 있었다. 몇 년째 비어 있는 창고 건물은 낙후함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 작가는 작업실과 전시 공간을 가진 스튜디오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양림동의 창고건물을 매입했다.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고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 몇 차례 착오를 거친 뒤 제대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건축가를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박 대표를 만났다.박 대표는 “리모델링 작업은 처음이었고, 기존 건물은 도면도 없어서 그 안의 구조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자유롭지 못했지만 완전히 다른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원래의 건물이 약품 상자, 즉 무생물을 위한 공간이었던 반면 새로 들어설 이이남 스튜디오는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이렇게 용도가 상반될 때에는 리모델링의 어려움이 배가되지요.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카페를 만들고,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을 보여 주기 위해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건물은 몇 년째 죽어 있는 공간이다. 무생물이 점유하는 공간은 그저 넓기만 할 뿐 채광도 환기도 부족하다. 그런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도전 과제였다. 무생물과 생물의 차이를 어떻게 바꿔 낼 것인지, 살아 있는 작가를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했다. 그는 건물에 빛과 공기를 들여 놓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 기존 건물의 드라이비트 외벽을 뜯어내고, 골격은 살리되 벽에는 창문을 내고 슬래브 천장을 뚫어 두 개의 구멍을 내는 대수선이었다. 박 대표는 “천장을 뚫는다는 것은 사실 대범한 수선 방식인데 이 작가가 다행히 제안을 선뜻 받아들여 준 덕분에 죽은 건물에 숨통을 터 주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방문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는 이 작가의 작품 ‘다시 태어나는 빛-피에타’가 설치된 나선형 계단이 빠지지 않는다. 건물 천장에 낸 두 개의 구멍 중 하나가 변신한 것이다. “1층의 카페와 2층 카페를 연결하는 주동선으로 열린 흐름을 만들어 내고 싶었습니다. 두 개 층을 관통하는 나선형 계단을 만들어 각 층의 동선을 연결하고 천장과 사방 벽을 뚫어 낮에는 외부의 빛을 들이고, 밤에는 내부의 빛이 외부로 번지는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공간 전체에 퍼지고 피에타의 성모상 얼굴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설계 초기부터 이 작가의 작품에 맞춰 계획된 나선계단 공간은 건축과 조각의 협업인 셈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차용해 만든 이 작가의 작품으로 아래층에는 성모상이, 2층에는 성모의 품을 떠난 예수가 걸려 있어 밤에 조명을 받으면 공중에 예수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선형 계단은 원형 동선을 따라 움직이면 내부와 외부, 근경과 원경 등을 번갈아 인식할 수 있는 건축적 산책로로서 작동한다. 다른 하나의 숨통은 전시 공간이 위치한 건물 중앙에 뚫었다. 전시구역의 중앙에 원통형 공간인 로툰다를 배치해 실내에서도 외부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공간을 왜 쓸데없이 낭비하느냐고 시공사에서도 반대했지만 작가가 원하는 대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디자인적 파격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면 가운데 천창으로 하늘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원형으로 만들어진 서가가 보인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2층 서가는 학구열 높은 이 작가가 소장한 자료와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 그 뒤편에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해 있다. 박 대표는 이 작가의 작업실 한쪽 벽에 큰 창을 내어 외부의 경치를 들여놓았다. “작업실에선 현재 진행형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카페와 기획전시장에선 완성된 작품을 보여 주도록 했습니다. 소통이란 단순한 채광이나 환기뿐 아니라 환경과의 소통, 혹은 작가와 관람객과의 소통까지 포함하거든요. 관람객들은 이 공간을 통해 작가의 결과물뿐 아니라 작가가 거주하고 작업하는 공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야가 탁 트인 옥상 공간이 있는 2층 건물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유리로 투명하게 처리된 1층에는 카페와 전시 공간이 위치하고 2층에는 카페와 이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조각부터 미디어 아트까지 이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와 전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물 흐르듯 자유로운 동선이 만들어져 건물은 살아 있는 것 같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마당에 사열하듯 나란히 서 있는 오래된 향나무들은 분명히 알고 있을 테지만 리모델링 전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저녁에 프로젝션 투사되는 작품 야외극장 건물의 기조가 되는 색은 백색이지만 단조롭지 않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정면 파사드를 불투명, 투명, 반투명 등 세 가지 물성의 대비로 구성해 건축물에 변화와 리듬감을 준 결과다. “전면의 가장 큰 부분은 불투명으로 처리해 미디어 파사드로 활용하도록 했습니다. 극장의 간판 같은 역할이 되겠죠.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건물에 이 작가의 미디어 작품을 보여 주면서 활기를 불어넣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미디어 파사드의 불투명하고 플랫한 면을 중심으로 관람객의 시선 높이인 하단과 상단은 투명한 통유리로 돼 있다. 유리를 통해 보이는 미디어 아트 작품과 관람객의 움직임이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저녁 무렵에는 내부의 프로젝션 화면에 투사되는 작품이 마치 야외극장처럼 보인다. 건물 2층은 파이프들로 구성된 반투명한 면을 만들어 불투명한 파사드와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건물 본체에서 뻗어 나와 뒤집힌 ‘ㄷ’자 모양의 관문(웰커밍 매스)이 자연스럽게 전면 마당으로 이어진다. 박 대표는 “웰커밍 매스는 건물 본체와는 달리 이용자의 접촉 범위에 있는 만큼 연한 회색의 벽돌을 사용했다”면서 “선교사 사택에 쓰인 벽돌과 비슷한 질감과 색상을 가지고 있어 그 흔적을 재현한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광주시에도 개발 열풍이 불어 고층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지만 경사지에 위치한 양림오거리 일대의 주민 주거 지역은 시행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오르막 끝, 트럭들이 좁은 골목을 드나들며 약품을 실어나르던 창고는 용도를 다한 뒤 한동안 방치됐다. “현대도시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테렌 바그(terrain vague·무기능 상태로 방치된 공간) 현상입니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기능을 다한 창고가 문화예술을 위한 장소로 거듭나면서 양림동의 미래나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코로나에 드러난 경제 격차… 日젊은층 ‘자본론’ 탐독

    코로나19로 경제 격차, 환경 파괴 등 사회문제가 대두되면서 150여년 전 등장했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자본론’을 해설한 책이나 자본주의 사회를 주제로 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출판된 사이토 코헤이 오사카시립대 준교수가 쓴 ‘인신세(人新世)의 자본론’이라는 책이 인문학 서적임에도 이례적으로 30만부나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구 환경에 과부하를 거는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자본주의하에서 지구온난화와 경제 격차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논한 책이다. 사이토 준교수는 “자본주의가 풍족함 속에서도 폐해가 더 드러나고 있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를 자신의 일이라고 받아들인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자본론’의 내용을 무게감 있게 해설한 교토세이카대 시라이 사토시 교수의 ‘무기로서의 자본론’, 현대사회의 노동 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데이비드 그레이버 교수의 ‘불시트 잡스’ 등이 관심을 끌면서 서점에서는 이 책들을 모은 특집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도쿄도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NHK에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자본론’에 대한) 반향이 커서 놀랐다”며 “경제 격차와 환경 악화는 당면한 문제로 사회가 이대로 괜찮을지 생각하거나 의식하는 게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리 잡은 재택근무도 소득에 따라 차별을 보이는 등 새로운 ‘계급사회’가 드러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내각부의 지난해 말 조사 결과 연봉 300만엔(약 3040만원) 미만 노동자의 재택근무 비율은 12.7%로 연봉 1000만엔(약 1억 140만원) 노동자의 재택근무 비율 51%의 4분의1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 비율을 7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감염 노출 가능성도 급여에 따라 달랐던 것이다. 도쿄 노동조합종합서포트유니언에는 올해 재택근무 차별 상담이 약 80건 접수되기도 했다. 기업은 기밀 누설, 비품 분실 등의 우려로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유니언 측은 전했다. 금융 공기업에 근무하는 40대 비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중에서는 원칙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등 (코로나19 감염 시) 위험성이 높은 사람만 재택근무 대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39년 전 콜로라도주 눈보라 속 구조된 남자, 알고 보니 두 여성 살해범

    39년 전 콜로라도주 눈보라 속 구조된 남자, 알고 보니 두 여성 살해범

    1982년 1월의 어느날 밤, 앨런 리 필립스(70)는 눈보라가 몰아 치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험준한 산악 도로에 갇힌 픽업 트럭 안에서 채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으로 구조됐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그는 차 헤드라이트를 모르스 부호처럼 컸다켰다 하면서 구조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마침 이곳 상공을 지나던 비행기 승객이 이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해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구조된 직후 바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눈보라를 만났으며 “처음에는 182m 밖에 안되는 스키장까지 걸어갈까 생각했다가 너무 추워 안되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39년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필립스가 브레켄리지란 산악 마을 근처에서 두 젊은 여성에게 총을 쏴 그들을 숨지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그렇게 위험한 길을 택했을지 모른다고 경찰이 밝혔다. 뒤늦게 DNA 분석을 실시한 결과 그는 아넷 슈니와 바버라 조 오버홀처를 살해하고 폭행, 납치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월 기소됐다. 파크 카운티 보안관실의 웬디 키플(56)은 “그 고갯길은 겨울철에는 이용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방금 저지른 범죄로부터 달아나려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덴버 서쪽 클리어 크릭 카운티에서 반쯤 은퇴한 정비공으로 살고 있던 그는 파크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국선 변호인이 붙여졌는데 일체의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필립스가 단순히 조난돼 구조된 것이 아니라 살인범인지 모른다고 먼저 KUSA TV가 이번 주에 보도했다. 이 사건은 오랜 세월 여러 다른 수사기관과 사립탐정들이 규명하려고 매달렸던 사건이다. 서밋 카운티에서 자라나 이 사건 당시 여고생이었던 키플은 30년 이상 이 사건 수사를 해왔다. 그녀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누가 왜 그랬는지 알아내야 했다”고 말했다. 오버홀처는 당시 스물아홉 살의 일하는 주부로 남편과 함께 알마의 부지에 말목장을 지으려고 열심히 설계를 하고 있었다. 딸을 하나 뒀는데 당시 열한 살이었다. 슈니는 당시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로 프리스코에 있는 할리데이 인 객실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밤에는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승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같은 달 6일 브레켄리지의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받은 뒤 9㎞ 떨어진 블루 리버의 집에 돌아가려고 히치하이크를 한 것이 비극을 불러왔다. 오버홀처는 몇몇 친구들과 브레켄리지의 바에서 자신의 승진 파티를 즐겼다. 친구들이 태워주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일찍 떠나 알마로 돌아가기 위해 히치하이크를 했다. 당시 브레켄리지에서는 히치하이크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부자 스키족들이 승용차를 구입할 감당이 안되는 지역 주민들을 태워주는 일이 흔했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후시어 패스 정상 근처 9번 고속도로 길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총알을 두 군데나 맞았다. 플라스틱 줄이 손목에 묶여 있었다. 6개월 뒤 슈니의 시신이 파크 카운티 새크라멘토 크릭에서 얼굴을 땅에 묻은 채로 발견됐다. 그녀는 등에 총상을 입었다.경찰은 오랜 세월 살인범을 찾아 헤맸지만 한 명도 체포하지 못했다. 경찰은 오버홀처의 주검 근처에서 발견된 장갑과 휴지 등 두 군데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이 동일범 소행임을 가리킨다고 했다. 1998년 수사관들은 알려지지 않은 한 남성의 DNA를 확인했다.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돌려봤지만 일치하는 DNA가 없었다. 이대로 미궁에 묻히는가 싶었다. 3년 전에 이 사건을 집요하게 수사해온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생전의 부친이 모아온 이 사건 관련 신문 기사들을 전직 검사이며 유전정보를 포렌식하는 유나이티드 데이터 코넥트를 공동 창업한 미치 모리세이에게 보냈다. 모리세이는 지난 3월 취재진에게 살해된 두 여성이 “캄캄한 곳에서 총상을 입은 뒤 눈밭에서 얼어 죽은 채로 누워 있는” 주검을 본 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의문의 남성과 한 혈통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 숫자만 1만 2000명이었다. 키플은 이들에게 DNA 샘플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협조했는지, 필립스도 자발적으로 샘플을 제공했는지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2월 24일 필립스를 몇주째 감시해 온 경차은 클리어 크릭 카운티의 한 정류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필립스가 두 여성을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어떤 살해 동기를 갖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오버홀처의 남편 제프는 성명을 내고 필립스 검거가 “그 오랜 세월 끝에 이 끔찍한 악몽이 끝나고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슈니의 어머니 에일린 프랭클린(88)은 오래 살아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봐 안심이 된다며 “지상을 떠나기 전에 사건이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거진 40년이 됐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누구나 될 수 있고 모두가 되어 가는,,, 지금, 관계, 가족

    누구나 될 수 있고 모두가 되어 가는,,, 지금, 관계, 가족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가족’이라는 용어로 바꾸고, 비혼·동거 커플도 가족으로 인정하는 등 민법상 가족의 정의와 범위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선언이다. 다양한 가족의 등장과 함께 비혼 출산, 동성혼 등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 대한 물음에 대한 정부의 답이다. 4차 계획의 의의, 한계와 함께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5일 두 사람을 만났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와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 사랑)관계를 맺고 있는 홍승은 작가다.-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순남 저는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로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호주제 폐지 이후인 2006년 시민단체와 변호사, 학자 등이 모여서 가족을 둘러싼 불평등을 의제화하자는 취지의 연구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기존의 가족 개념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판단됐던 2019년 1월 연구소로 전환됐고요.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뜨거워 너무 바빠졌어요. 아직은 낯선 개념인 ‘가족구성권’을 모두가 아는 그날까지 투쟁할 각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승은 저는 집필노동과 강연노동을 하는 홍승은입니다. 가족에 대해 말하는 자리니까 함께하는 식구를 소개하고 싶어요. 저는 달걀부리라는 마을에서 저를 포함한 반려인 넷, 반려견 넷, 반려식물 넷 총 열두 식구와 가족을 이뤄 살고 있어요. 반려인 두 명은 저와 애인 관계이기도 하고, 함께 활동하는 동료인 우주와 지민이고요. 나머지 한 명은 동생 홍승희 작가예요. 주위에서 ‘4인 가족’ 중에 가장 특이한 가족이라고 놀림 받기도 해요.(웃음) 홍 작가는 강원 춘천에서 인문학카페 ‘36.5도’를 운영했고, 동생 홍승희 작가는 2016년 ‘효녀연합’으로 소녀상 시위를 하며 ‘청년사회예술가’로 세간에 알려졌다. 페미니스트인 홍 작가는 폴리아모리 관계를 맺은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더욱 음험한 시선과 편견에 시달렸다. 애인인 지민씨는 폴리아모리와 동성애, 페미니즘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한동대 재학 중 무기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정학 처분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들과 함께 지내며 홍 작가가 가족구성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2016년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페스티벌에서 만난 김 대표와 인연을 이어 왔다. 지난해 출간된 홍 작가의 에세이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에 추천사를 쓴 이가 김 대표다.-지난달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어떻게 보시나요. 의의와 한계를 얘기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있어요. 김 기존의 가족 정의가 협소하다는 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이번 4차 계획이 처음이에요. 가족을 더이상 기존의 배우자, 혈연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생활을 공유하는 단위라는 걸 공식화한 거죠. 그런데 앞으로 폐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같은 경우도 출생 중심, 인구 정책 중심의 패러다임을 버리겠다고 선언해야 해요. 몇 명의 사람들이 제도가 말하는 가족에 속하는지 숫자로 호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계적 시민권에 중점을 둬야 하는 거죠. 여기서도 이성애자냐 동성애자냐, 사실혼이냐 동거냐를 논하며 인구 출생의 가능성이 있는 관계는 포섭하고, 재생산권과 연결이 안 된다고 생각한 관계는 포섭하지 않는 식의 긴장이 있어요. 국가는 인구 출생으로만 접근하지 않아야 해요. 고립감이 인간을 가장 불행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미 연결돼 있는 관계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라는 거죠. 이 관계가 인정돼 현재가 행복할 때에만 다음 단계를 상상할 수 있는데 계속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면 어떻게 우리가 다음 삶을 상상할 수 있겠어요. 홍 아주 오래전부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많이 늦었지만 조금이라도 응답한 것에 환영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발표를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기본 전제가 비혼·동거 커플, 출산 장려, 돌봄 지원 같은 단어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설정된 주체가 비장애인, 비청소년, 내국인, 이성애자, 유성애적 접근이라는 점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져요. 더불어 아직도 공공 정책(주거 정책, 의료 결정권, 복지, 사소하게는 휴가까지) 대부분이 덩어리째 개별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보장되고 있죠. 저는 가족구성권 논의에서 필요한 것은 차별 없이 자기가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와 함께 언제든 관계를 벗어날 권리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별하고 혼자 살아가도 삶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토대가 필요하죠. 그래서 가족 논의만큼 개인에 대한 노동권(고용차별 금지, 임금 불평등 해소 등)과 주거권, 복지 제도 등의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야 또 다른 형태의 폐쇄적 가족주의가 반복되지 않고, 국가도 복지와 제도적 권리를 개개인에게 떠넘기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2014년에 논의되다가 발의되지 못했던 생활동반자법 얘기도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특정 한 명과 동거하며 부양, 협조하는 관계를 맺은 성인을 ‘생활동반자’로 규정하고,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었죠. 김 저희 연구소는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에요. 생활동반자법은 제도적인 가족, 제도가 인정하는 관계만이 가족으로 인정받는 독점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봐요. 홍 분명 의미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도가 중요해요. 비혼·동거 커플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계획,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구 정책 관점은 아니어야겠지요. 사실 지금 두 명의 애인과 함께 살고 있는 저로서는 특정 1인이라는 제한이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아요. 단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며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관계는 유기적이고, 우리는 여러 관계 속에서 돌보며 살아가죠. 기존의 가족 담론에서 배우자 한 사람에게 모든 삶을 ‘몰빵’하는 식의 흐름이 형태만 바뀌고 내용은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성인’이라는 제한과 ‘배우자에 준하는 대우’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리는데요. 청소년과 아동에게도 선택권, 이동권 등의 권리가 주어지길 바라고, 유성애적 커플의 관점으로만 생활동반자법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 생활동반자법 얘기를 하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해요. 최근에 서울시의 ‘사회적 가족’과 관련된 조례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1인가구 중심의 개념이었지만 연구 결과 동거 관계, 공동체, 네트워크형 등 세 가지 유형의 가족이 있더라고요. 가족이라고 해서 꼭 한 집에 살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일상의 돌봄을 실천하기도 하고요. 네트워크형 가족의 경우 커플들끼리 살고 있지만 커플 중심으로 독점적 관계가 아니라 돌봄 관계망으로 더 느슨한 네트워크를 같이 유지하고 있는 거죠. 이러한 유형들에 기반해 서울시 조례 개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아이를 안 낳는 관계나 퀴어 여성들을 사회적으로 이기적이라고 바라봤는데 이기적인 게 과연 있나요. 돌봄과 연결되는 책임이야말로 가족적인 것이고, 가족은 ‘실천’이라는 개념으로 쓰는 게 맞죠. 그런 여러 관계를 하나의 모양으로 만들면 만들수록 많은 폭력과 억압과 위계가 생기는 거예요. 홍 무엇보다 기존의 가족에게 돌봄과 부양을 전부 떠넘긴 복지 정책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관계로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면 안 되니까요. -이번 발표로 가족 정책의 큰 방향이 제시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무엇부터 다뤄져야 할까요. 김 민법 개정과 변화가 필요해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민법 제799조에 규정된 가족의 정의가 240개의 개별법에 영향을 주더라고요. 연금이나 의료보험, 장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실종됐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사람도 민법에 명시된 사람만 가능하잖아요. 호주제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가족 정의는 계속 변화해 왔죠. 부모와 조부모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이 보편적이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지금처럼 핵가족으로 살았던 시간은 굉장히 짧죠. 성평등과 민주적인 요구가 일어나는 시점에 ‘포스트 호주제’의 시험대가 사회에 놓여 있다고 봅니다. 홍 차별금지법이 올해는 꼭 제정돼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그 안에는 다양한 이슈가 포함돼 있죠.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등의 교차적 권리가요. 여전히 정부 산하기관에서 가족구성권 관련 행사를 기획할 때 동성 커플 이야기는 배제하는 분위기가 있지요. “당신 동성애 지지해?”라는 말이 사상 검증처럼 정치판에서 대놓고 들리는 일이 2021년에도 반복되고요. 동성애로 대표되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장애 유무, 나아가 비인간 동물과의 관계까지요. 어떻게 관계의 위계와 차별의 연쇄를 끊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 지금 가족 정책의 방향과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껴져요. 지난 24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에서 ‘10만 시민 청원 운동’을 시작했는데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대담은 두 사람이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를 묻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 대표는 “가족은 ‘무엇’이 아니라 ‘실천되는 것’이고 ‘돼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정부가 개인의 존엄을 생각할 때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 작가는 반려동물, 식물 등 비인간들의 얘기도 같이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 기후위기 등 같이 살 수밖에 없는 시대에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면서. 두 사람을 만나고 난 뒤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애초의 물음으로 되돌아가면 ‘지금, 여기의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젠더연구소 기자 seulgi@seoul.co.kr
  • “예뻐서 얻었어요” 뉴욕의 모델, 공짜로 받은것 자랑

    “예뻐서 얻었어요” 뉴욕의 모델, 공짜로 받은것 자랑

    “예뻐서 공짜로 받았어요” 미국 뉴욕의 한 모델이 틱톡을 통해 공짜로 받은 것을 자랑하다가 비난을 사고 있다. 리즈 세이버트는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틱톡을 통해 패션쇼 출연은 거절당했지만, 모델 에이전시인 웰헤미나와 계약을 맺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 18일 세이버트는 단지 하루 동안 얼마나 공짜로 즐길 수 있는지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공짜 세례는 모델을 위해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인 ‘뷰티 패스’를 통한 것이었다. ‘뷰티 패스’는 모델과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모델 네트워킹 앱이다. 일단 모델로 ‘뷰티 패스’에 등록되면, 여러 특전이 제공되며 기업의 물품이 공짜로 제공되기도 한다. 세이버트는 우선 코로나 백신접종 카드를 보여주고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공짜로 받았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사는 코로나 백신 캠페인의 일환으로 접종을 한 사람에게는 매일 두개씩 공짜 도넛을 제공한다. 이어 15달러(약 1만 7000원)짜리 샐러드 두개와 약 9달러의 컵케이크 두 개를 거저 받아 남자친구와 함께 먹었다. 또 체육관인 ‘인플루언서 짐’으로 가서 남자친구와 함께 운동을 한 다음 소규모 극장에서 코미디쇼도 공짜로 즐겼다. 세이버트가 자신의 미모와 공짜 세례를 자랑한 비디오는 약 200만회의 시청횟수를 기록했으며, 이날 하루 그녀가 무료로 얻은 가치는 정확하게 157.89달러(약 17만원)였다. 그녀의 영상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는데, 한 네티즌은 “영상의 제목을 ‘미모 특권이 있는 모델이 뉴욕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자”고 조롱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싸구려 상술이지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160명 선발...1년 뒤 심사거쳐 공무원 임용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160명 선발...1년 뒤 심사거쳐 공무원 임용

    올해 지역인재 7급 국가공무원 수습직원 선발시험에 160명이 최종 합격했다. 인사혁신처는 27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www.gosi.kr)를 통해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지역인재 수습직원 추천채용 제도는 지방 대학의 우수 인재를 추천받아 시험을 거쳐 선발한 뒤 1년간 부처 수습 근무, 심사 후 일반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제도다. 학교 추천을 받은 학과성적 상위 10% 이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필기시험(PSAT·헌법), 서류전형, 면접시험을 거쳐 선발한다. 이 제도는 우수 지역인재를 공직에 유치해 중앙-지방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대학 활성화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2005년 6급 공무원부터 도입됐다. 지난 3월 필기시험을 거쳐 발표된 올해 최종 합격자는 전년(145명)보다 15명 늘어난 160명(행정분야 100명, 기술분야 60명)이다. 평균 연령은 25.6세이고, 여성 합격자 107명(67%), 남성 합격자 53명(33%)이다. 합격자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게시된 공고문을 참고해 오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후보자 등록을 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 중 공직 적응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기본교육을 이수한 뒤 중앙행정기관에서 1년 간 수습 근무 후 임용 여부 심사를 거쳐 일반직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CNN “‘프렌즈’로 영어 배운 RM…BTS, 새 이정표 만들 것”

    CNN “‘프렌즈’로 영어 배운 RM…BTS, 새 이정표 만들 것”

    방탄소년단(BTS)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뜬 인기 시트콤인 ‘프렌즈’의 토크쇼 특별판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지 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CNN은 BTS가 지금껏 쌓아 온 많은 업적의 목록에 또 다른 이정표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CNN은 26일 보도에서 “미국 음악시장과 (최근 한정판 메뉴 판매를 시작한) 맥도날드를 장악한 BTS가 ‘프렌즈: 더 리유니언’(Friends: The Reunion) 까메오로 출연한다”면서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사다 준 DVD로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한국어 자막으로 보기 시작하다가 영어 자막으로 전환, 후에는 모든 자막을 없애고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익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프렌즈’는 RM이 태어난 1994년 시작한 시트콤”이라면서 RM과 프렌즈의 ‘남다른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실제로 RM은 이번 주 현지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프렌즈 등장인물인) 로스, 챈들러, 모니카 등은 미국에서 온 나의 영어교사나 마찬가지였다”면서 “이번에 공개되는 ‘프렌즈 스페셜’이 매우 기대된다. 정말로 이들과 친구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힌 바 있다. CNN은 “BTS는 눈길을 사로잡는 음악, 매끄러운 안무, 완벽하게 준비 된 외모와 스타일링이 어우러지면서 글로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서 “‘프렌즈: 더 리유니언’에 출연하는 BTS는 많은 업적의 목록에서 또 다른 이정표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RM은 21일 ‘버터’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스포일러를 하면 방송국에서 좋아할 것 같지 않다”면서도 “촬영은 다 했다.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직접 시청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한편 BTS가 외신의 극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일은 이미 익숙하다. 새 디지틀 싱글 ‘버터’(Butter)가 공개된 뒤, 미국 유력 음악 매체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는 22일 “‘버터’는 모두가 기다려 온 히트곡”이라고 전했다. 미국 패션 전문 매체 리파이너리29는 “언론과 대중은 아리아나 그란데, 비욘세, 조나스 브라더스에게는 하지 않는 질문, 즉 ‘왜 인기가 있나?’라는 질문을 방탄소년단에게는 여러 해 동안 던져 왔다. 이제는 방탄소년단에게도 그런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교정 공무원-수범상] 김종우 진주교도소 교감

    [교정 공무원-수범상] 김종우 진주교도소 교감

    2017년 심정지 수용자를 병원으로 응급 후송하던 중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을 소생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등 교정사고방지 유공으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2005년 의료과에서 폐결핵 업무를 전담하며 결핵 예방 및 퇴치사업 공로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자격 취득 및 의료과 정신진료와 보안과 정신질환 수용동 담당 등의 업무를 통해 정신질환 수용자의 관리 및 의료처우 향상에 기여했다. 2011년부터 진주실버센터에 정기후원하며 나눔을 실천, 불우수용자에게 보관금 지원 등 안정적인 수용생활 유도에도 힘쓰고 있다. 또 직장 동호회에서 ‘행복한 직장 만들기’ 조성에도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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