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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 수석, 운영위 국감 불출석…야당 “국회 무시, 靑 예산심사 거부”

    조국 수석, 운영위 국감 불출석…야당 “국회 무시, 靑 예산심사 거부”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오는 6일 진행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정부의 잇단 ‘인사검증 실패’를 주장하며 조 수석의 출석을 요구해온 야당은 청와대 비서실 예산심사 거부까지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연합뉴스를 통해 “조 수석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영위 참석을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참모진 다수가 청와대를 비우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 외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권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수석이 제출한 사유서를 보면 먼지 낀 레코드판을 튼 것 같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수석부대표는 “인사검증 문제를 우리 야당과 국민의 입장에서 누구를 보고 따지라는 것이냐”며 “인사참사의 장본인인 조 수석의 출석은 여야 합의에 에둘러 포함됐는데, 이 중요한 국감에 조 수석이 안 나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장과 대통령 비서실장도 하는 국감을 무슨 특권이 있어서 거부하느냐”며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 폐기처분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국정 협조를 요청했는데 말로는 협조를 요청하며 비서실은 국회를 우습게 알고 있다”면서 “오늘 야 3당 수석부대표는 청와대 비서실 예산심사 거부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오만한 청와대를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는 기관증인만 출석한다. 여야는 운영위 국감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시한을 넘겨 일반 증인채택은 불발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청와대 참모들을 증인으로 요구한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현 정부 및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인사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의 경우 세월호 참사 및 국정농단 문제와 관련해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인호 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시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모던 도시’ 경성… 식민시대 지식인의 자조 위에 서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모던 도시’ 경성… 식민시대 지식인의 자조 위에 서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랜드투어’ 제21차 ‘서울의 문학-구보씨의 경성기행’ 편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다동과 소공동, 남대문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답사단은 구보 박태원(1910~1986)의 자전적 도시탐구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주인공의 행적을 쫓았다.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소설가 박태원이 태어나 자란 청계천변 다동 집과 종로 화신백화점(종로타워)을 지나 구보가 들락날락한 소공동 커피 다방 ‘낙랑파라’ 동선을 따라 걸었다. 당대 유일의 모던 도시이자 근대 문학의 고향 경성의 하루를 체험했다. 웨스틴조선호텔로 둔갑한 환구단과 조만간 호텔로 변할 소공동 대관정터, 맞춤양복점촌을 둘러보면서 사라진 것, 사라질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옛 미쓰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과 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옥상가(남대문로4가)를 돌아본 뒤 경성부청(서울시청) 옥상에서 2시간30분의 경성 기행을 마무리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쉽지 않은 문학 여정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모던보이 구보씨가 하루종일 돌아다닌 1934년 어느 날의 경성이라는 식민도시는 일제강점기 서울의 옛 지명이다. 잊어버리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지워 버릴 수 없는 도시다. ‘도시는 근대성의 산실이자 임상실험실이며 도서관’이라는 글귀처럼 경성은 서울의 모태(母胎)다. 서울은 2000년이라는 세월을 버텨 온 오래된 도시이지만 불과 40년에 불과한 단말마의 짧은 시간이 남긴 자취 위에 서 있다. 경성은 도시계획에 의해 물리적으로 태어난 도시다. 산과 고개 그리고 하천으로 이뤄진 무위자연의 도시 한양은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철근 구조물이 지배하는 도시로 개조됐다. 경성은 수도가 아닌 일개 지방도시였다.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였다. 그러나 경성은 중국에서 도입되거나 경유하던 선진 문물이 거꾸로 흐른 첫 도시였다. 일본이 도입한 서구문명을 일본화한 뒤 한국으로 역류시킨 것이 경성 모더니즘의 특징이다. 경성은 일본식 서구문명의 충실한 임상실험실이었다. 이 시기 광화문 앞 육조거리와 황토마루가 사라지고 태평로가 개설됐다. 종묘와 창덕궁을 분리 관통하는 오늘의 율곡로가 개설된 것도 이 시대의 도시계획이다. 경성도시계획의 최종 목적은 왕조의 잔재를 없애고, 대륙침략용 병참기지를 건설하는 데 있었다. 일제는 신도시를 외곽에 따로 건설하는 대신 구시가지를 폭력적으로 왜곡해 건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양도성과 5대궁 등 조선왕조의 상징적 도시 구조와 건축물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방사형 도시 구조를 만들었다. 서울은 경성의 도시계획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기원을 경성에서 찾는 최근 학계의 연구 동향을 부인하기 어렵다. 식민지 자본주의론의 수용 여부를 떠나 중세 성곽도시 한양의 폭발적 팽창은 경성에서 비롯됐다. 경성은 수도를 이르는 보통명사에서 서울을 이르는 지역명으로 선택됐을 뿐이다. 수도를 가리키는 용어는 경도, 경조, 경, 수부, 수선, 도성, 도부, 도, 도읍, 황성, 황도, 왕도, 한도, 사대문안, 경성 등이 두루 쓰였다. 아쉽게도 우리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서울이라는 지명이 언제, 어떻게 생성되고 사용됐는지 경위를 규명하지 못한다. 서울이라는 순우리말 지명은 한자 기록물에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수도의 이름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의 첫 등장은 1896년 4월 7일 발행된 독립신문 창간호 한글판에 ‘서울’, 영문판에 ‘SEOUL’이라는 기록이다. 서울이라는 수도명이 지명으로 공식화된 것도 1946년 9월 28일 미 군정청에 의해서다. 광복 1주년을 맞아 경기도에서 독립돼 특별시로 승격하면서 받은 기념 선물이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소설가 구보씨는 세 번 등장한다. 1930년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씨가 식민 도시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지식인의 상실과 자조를 보였다면 1970년대 최인훈이 동명 소설을 통해 산업화 시대 서울을 관찰했고, 1990년대에는 주인석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라는 작품에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하루를 정밀 스케치했다.1920~30년대 경성은 외형상 근대적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가로등과 전차가 등장하고, 기와집과 초가집밖에 못 본 동시대인에게 화강석을 붙인 철근 콘크리트 고층 건물들은 신세계였다. 경성역(서울역), 경성부청, 조선총독부(중앙청), 조선은행, 미쓰코시백화점이 대표적 건축물이었다. 모든 문예사조를 하나로 묶는 경성 모더니즘의 태동이었다. 빗장 풀린 숭례문은 몰락한 왕조의 상징이었고, 화신백화점의 엘리베이터와 미쓰코시백화점의 옥상 정원은 축복이었으며, ‘도회의 항구’ 경성역은 억압에서 벗어날 유일한 출구였다. 두통과 피로를 느끼며 집을 나섰던 구보는 ‘짝패’ 이상과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종로에서 헤어져 새벽 두 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화두는 “이 식민도시 속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 이상으로부터 “좋은 소설을 쓰시오”라는 충고를 받자 ‘참말 좋은 소설을 쓰리라’라고 다짐한다. 불행한 도시 경성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식민지 작가의 해법이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문학 <2> 근대문학거리 여행 ■일시: 4일(토) 오전 10시 청계광장 ■신청(무료) : 서울시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
  • [단독] 박카스 할머니로 늙은 박카스 아줌마…“기초연금으론 못 살아…20년 넘었죠”

    [단독] 박카스 할머니로 늙은 박카스 아줌마…“기초연금으론 못 살아…20년 넘었죠”

    “나라에서 주는 기초연금 20만원으론 먹고살 수가 없어.”1일 서울 종로구 종묘광장공원에서 만난 할머니 A(75)씨는 피로개선 음료를 들고 공원으로 나온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A씨는 20년 넘도록 ‘장사’를 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세월이 흘러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는 어느덧 ‘박카스 할머니’가 돼 있었다. A씨는 “이제 60대도 젊은 나이다. 80대도 박카스 들고 많이 나와 있다”고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성매매’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종묘 일대에서 경찰 단속이 뜸해진 틈을 타 ‘박카스 아줌마·할머니’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종묘 인근 골목에서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한 손에 음료를 들고 배회하는 모습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난 9월 새 단장을 마친 다시세운상가(세운상가) 주변에서도 옆구리에 작은 가방을 하나씩 낀 여성들이 노인들에게 말을 걸며 음료를 건네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종묘 인근의 한 주점 주인은 “단속을 꾸준히 안 하니까 다시 예전처럼 많아졌다”면서 “박카스 할머니들이 손님으로 온 노인들을 데리고 나가 장사에 방해가 된다”고 불평했다. ●종로3가역 인근서도 버젓이 이뤄져 종로3가역 인근에서도 노인들의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짙은 화장을 한 60대 여성 B씨는 “몇 만원씩 벌어서 먹고사는 처지에 단속이라도 걸리면 몇 배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모텔에 가서 받은 돈을 빼앗기고 지갑까지 털린 적도 있지만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한 외국인 가운데 이곳에서 노인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1월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CNA)는 ‘한국의 할머니 매춘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경찰의 노인 성매매 적발 건수도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이 강화됐던 2013년 전국 183건에서 지난해 603건으로 3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났다. 경찰은 단속을 통한 형사처벌보다는 상담센터를 통한 계도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점 때문에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도에 무게 둔 탓에 근절 어려워”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관계자는 “경찰과 연계해 상담 업무를 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실제 상담 건수는 얼마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 스스로 혐의를 인정하고 상담을 받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이런 노인 성매매 문제가 단순히 성 욕구의 문제가 아닌 ‘빈곤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법적 부양 의무가 있는 자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대상이 되지 못하는 노인들은 경제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일반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활지원책이 노인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경로당이나 복지관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질적인 노인 집단을 위한 맞춤형 여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외환위기 20년 무너진 국민 삶 바로잡아야…‘국가역할론’ 강조

    외환위기 20년 무너진 국민 삶 바로잡아야…‘국가역할론’ 강조

    1일 국회 연단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외환위기 상처를 끄집어냈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20년 상처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왔지만 정작 위기 극복의 주역인 ‘국민’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 모순과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제 경제의 큰 틀을 ‘기업’에서 ‘사람’으로 바꿔야 하며, 그 변화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이끌겠다는 게 대통령 시정연설의 핵심이다.문 대통령이 ‘국민’(70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게 ‘경제’(39번)였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성장’(15번), ‘일자리’(13번), ‘사람 중심 경제’(8번)를 수차례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시스템 개혁에 특히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을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인 1997년 외환위기로 연설을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공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화된 시장만능주의와 양극화라는 업보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 냈고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꿔 놓은 사회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계승자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아픈 구석’을 먼저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면서 “이제는 재정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과 실업이 고착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그 해결의 책임을 무한경쟁과 과로로 상징되는 개인에게 묻지 않고 국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큰 정부론’이다. 문 대통령이 사람 중심 경제를 ‘양극화 해소 처방전’을 넘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해법”이라고 설명한 것이나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 중심 경제를 끌어가는 네 바퀴는 ▲일자리 성장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다. 일자리를 늘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혁신을 보태면 소비와 투자가 다시 살아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갑이 을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불공정 구조와 채용 비리 같은 특권·반칙 구조도 근절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도 다시 북돋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수출 대기업이 잘되면 그 과실이 내수기업·중소기업·중산서민층으로 흘러내려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잘 작동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거꾸로 밑에서 올라가는 ‘분수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보다는 사람,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에 J노믹스(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문 대통령은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이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며 ‘반쪽짜리 성장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에 총 1조 5000억원을 배정하는 등 (새해 예산안에) 혁신성장 관련 내용을 중점 반영했다”며 “사람 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양극화 해소,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가 화두였다”면서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세계도 공감하고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성공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문 대통령, 시정연설서 “사람중심 경제” 강조…‘개헌 공약’ 재확인

    문 대통령, 시정연설서 “사람중심 경제” 강조…‘개헌 공약’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 시기에 그때까지 합의되는 과제만큼은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로,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일정을 헤아려 개헌을 논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개헌은 내용에서도, 과정에서도 국민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한다”면서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길 희망한다”면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사람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그는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이고,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라면서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이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서는 “일자리 예산과 국민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면서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환경·안전·안보 분야 예산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번 예산편성에서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부분은 ‘국민참여예산제’의 시범 도입으로, 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 사업들”이라면서 “500억원의 범위에서 여성안심 임대주택 지원사업 356억원, 재택 원격근무 인프라 지원 20억원 등 6개 사업이 편성됐는데 앞으로 재정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하고 국민참여예산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국민과 함께하는 예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의 의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다. 국민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면서 “보다 민주적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로, 저는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른 욕심이 없다.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 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정치 모두가 적어도 이 책무만큼은 공동 책무로 여겨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국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우리 국민이 살고 있고 살아갈 삶의 공간으로,안전하고 평화로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북한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구축 위한 원칙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루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이기에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다”면서 “우리도 핵을 개발·보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식민·분단처럼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운명이 결정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고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이라면서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권력이 국민의 기회를 빼앗는 일도 없어야 한다. 최근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절망하는지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공공기관이 기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구조적인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다.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해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공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우택 “흥진호 나포 의혹 국정조사 추진할 것”

    정우택 “흥진호 나포 의혹 국정조사 추진할 것”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일 흥진호 납북 사건에 대해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 가능성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세월호 당시 좌파가 들이댔던 기준과 주장대로 이번 사안을 바라본다면 흥진호 7일의 의혹은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대통령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위정자들이 흥진호의 실종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된 시점은 언제인지, 대통령 지시사항은 언제 무슨 내용인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흥진호 나포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친정이 해군출신인 송 장관은 책임을 돌리지 말고 왜 해군작전사령부가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달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고영주 방송문회진흥회 이사장에게 “강간 추행범에게 성희롱 받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정 원내대표는 “국회법 제146조에 모욕 등 발언의 금지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윤리위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전문] 문재인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국민과 국회에 직접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한 가지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을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정확히 20년 전입니다. 그것은 어느 날 불쑥 날아든 해고통지였고, 가장의 실직이었으며, 구조조정과 실업의 공포였습니다.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가해진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경제적 충격만이 아니었습니다. 심리적·정서적 충격이 국민의 삶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매우 건실해졌습니다.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 되었습니다. 금융과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나아졌습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던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힘이 컸습니다. 국민들은 대대적인 금모으기 운동으로 국가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살렸습니다. 그야말로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냈고,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국민들의 삶을 바꾸어버렸습니다.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었고,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습니다. 송두리째 흔들린 삶의 기반을 복구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능력과 책임에 맡겨졌습니다.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습니다. 과로는 실직의 공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나의 실패를 내 자식이 다시 겪지 않도록 자녀교육과 입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선배 세대들의 좌절은 청년들로 하여금 전문직이나 공공부문 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열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무한경쟁사회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은 상식과 원칙이 아니더라는 생각도 커져갔습니다. 한번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구조에서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외환 위기가 바꾸어놓은 사회경제구조는 이렇듯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습니다.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지난 세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한꺼번에 드러낸 공론의 장이었습니다.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개인의 힘만으로는 고단한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었습니다.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선언이었습니다.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힌 이정표였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라다운 나라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보다 민주적인 나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는 국민이 요구한 새 정부의 책무입니다. 저는 이 책무를 다하는 것을 저의 사명으로 여깁니다. 저는 다른 욕심이 없습니다. 제가 이 책무를 절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저의 시대적 소명을 다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감히 바라건대 국회도,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 모두가 적어도 이 책무만큼은 공동의 책무로 여겨주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은 누구나 자기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도록 정책을 혁신해야 합니다.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합니다. 저와 정부는 지난 6개월,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정의롭게 혁신하기 위한 국가혁신의 기반을 마련해 왔습니다. 경제를 새롭게 하겠습니다.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습니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가 아닙니다. 바로 이런 절박한 현실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사람중심 경제’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는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놀라운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사람중심 경제’는 우리 자신과 우리 후대들을 위한 담대한 변화입니다. 저는 바로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고 믿습니다. 20년 전 우리는 국가부도를 막고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스스로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또한 변화의 기대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세계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의, IMF,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다보스 포럼에서도 양극화 해소와 포용적 성장 그리고 사람중심 경제가 화두였습니다. 유엔총회도 ‘사람을 중심으로(Focusing on people)’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저는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선구적으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국민들과 함께 ‘사람중심 경제’를 이뤄내면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중심 경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입니다. 일자리와 늘어난 가계소득이 내수를 이끌어 성장하는 경제입니다. 혁신창업과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입니다. 모든 사람, 모든 기업이 공정한 기회와 규칙 속에서 경쟁하는 경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축으로 말씀드려 왔습니다. 혁신적 도전과 성공에 대한 확신이 우리 경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고, 사람중심 경제를 힘차게 추진하겠습니다. 경제와 사회가 따로일 수 없습니다. 경제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불공정과 특권의 구조를 바꾸겠습니다.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습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입니다.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입니다. 국정원(국가정보원)은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해외와 대북 정보에만 전념하도록 개혁하겠습니다. 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검찰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하늘처럼 무겁습니다.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것입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입니다.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법제화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권력이 국민의 기회를 빼앗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최근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우리 청년들이 무엇 때문에 절망하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공공기관이 기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구조적인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습니다.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하여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습니다. 정부는 국가기관과 공공부문, 더 나아가 사회전반의 부정과 부패, 불공정이 국민의 삶을 억압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갈 것입니다. 더 이상 반칙과 특권이 용인되지 않는 나라로 정의롭게 혁신하겠습니다. 그 일에 국회가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한반도는 우리 국민이 살고 있고 살아갈 삶의 공간입니다. 안전해야 합니다. 평화로워야 합니다. 이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책무이기도 합니다. 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안보환경에서 출범했습니다. 정부는 당면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출범 이래로 지금까지 확고하고도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에 임해왔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첫째, 한반도 평화정착입니다. 우리가 이루려는 것은 한반도 평화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됩니다.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습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입니다.  남북이 공동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용납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입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식민과 분단처럼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우리 운명이 결정된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입니다. 제재와 압박은 북한을 바른 선택과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 정부의 원칙에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도 인식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확보해야겠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국제사회와도 적극 공조하겠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상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민과 헌법 앞에 선서한 대로 국민을 보호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북핵문제 앞에서 정부와 국회, 여와 야가 따로일 수 없습니다.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초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정부는 ‘사람중심 경제’를 본격 추진하고, 민생과 튼튼한 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18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429조원입니다.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한 예산입니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정건전성 유지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11조5천억원의 지출을 줄였습니다. 5조5천억원의 추가 세수가 확보되도록 세법개정안도 제출했습니다. 국가채무는 GDP 대비 39.6%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제개편안은 ‘일자리’, ‘가계소득 증대’, ‘혁신성장’, ‘국민안전과 안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먼저 일자리 예산을 대폭 증액했습니다. 올해보다 2조 1천억원 증가한 19조 2000억원입니다. 우리 국민들, 특히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예산입니다. 요즘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데, 고용상황이 개선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입니다. 공공부문이 고용창출을 선도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찰, 집배원, 근로감독관 등 민생현장 공무원 3만 명을 늘리고,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1만 2000개 만들겠습니다. 민간부문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한명 분 임금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추가채용 제도를 내년에 2만 명으로 늘리겠습니다. 고용을 늘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했습니다.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했습니다. 예산안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은 1인당 전환지원금과 세제지원이 대폭 늘어납니다. 임금을 인상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도 2배 확대됩니다. 둘째,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습니다. 가계의 기초소득을 늘리고, 생계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소비나 저축에 여력이 생기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서민층의 소득증대는 소득주도 성장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를 인상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현실화하겠습니다. 저소득층 청년들이 활용하도록 청년희망키움통장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가계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줄이고 국가 책임을 높였습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고, 치매안심센터와 요양시설 등 치매국가책임제 시설을 확충하도록 했습니다. 5세 이하 아동의 아동수당을 도입하여 내년 7월부터 월 10만원씩 지원하겠습니다. 아이들 양육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노인 빈곤율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으로 인상하고 지급대상을 확대하겠습니다. 어르신 일자리 지원 대상을 51만 4000명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장애인연금을 기초연금과 함께 25만원으로 인상하고, 장애인 일자리도 1만 6000명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지원도 확대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고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일자리 안정자금을 2조 9704억원 편성했습니다. 1인 영세자영업자에게는 2년간 고용보험료 30%를 지원합니다. 국가유공자 예우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참전수당과 무공수당을 월 8만원씩 인상했습니다. 참전수당은 월 2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참전유공자 의료비 감면율도 60%에서 90%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지금까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독립유공자 후손들께는 최대 46만 8000원까지 생활비를 지원할 것입니다.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과 과표 2000억원 이상 초대기업의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서민·중산층,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자와 대기업이 세금을 좀 더 부담하고, 그만큼 더 존경받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4차 산업혁명과 벤처창업으로 새로운 성장기반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혁신성장 예산을 중점 반영했습니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총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습니다. 특히, 중소기업간 공동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스마트 공장 지원 등 지능정보화에 착수하겠습니다. 성장동력을 찾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혁신창업에 특히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추경을 통해 8천억원을 추가 출자한 중소기업지원펀드에 이어서 내년에는 투융자 복합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재도전 성공패키지 지원대상을 늘리겠습니다. 사내창업프로그램 지원을 새로 도입하고, 민관합동 창업지원, 사회적기업 창업지원도 대폭 확대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창업으로 연결시키는 핵심기반으로 한국형 창작활동공간을 75곳 설치하겠습니다.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혁신도시를 대단지 혁신클러스터로 발전시키겠습니다. 넷째,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환경・안전・안보분야 예산을 확대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이며, 나라다운 나라의 출발점입니다. 국민들의 염려가 큰 미세먼지 등 환경 개선을 위해 노후경유차와 화물차 조기폐차를 늘리고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해 국가도 책임을 함께 하겠습니다.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받는 데 차질이 없도록 가습기 특별구제 계정에 정부가 100억 원을 신규 출연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살생물제 안전관리 예산 183억도 반영하였습니다. 먹거리 안전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농수산물 안전성 조사를 확대하여 안전관리를 강화하겠습니다. 되풀이되는 가축질병에 조기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확대했습니다. 재해와 재난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덜어드리겠습니다. 연례적 가뭄에 대비한 저수지간 수계연계사업을 실시하겠습니다. 버스와 화물차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첨단안전장치 장착을 지원하겠습니다. 국방예산은 자주국방능력을 갖춘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6.9%를 증액하였습니다. 특히, 방위력 개선 예산을 10.5%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습니다. 아울러, 병사 봉급을 병장기준 월 21만 6000원에서 40만 6000원으로 대폭 인상하여 사병 복지와 사기를 높이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국민은 희망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려울 때 국가가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이유입니다. 한 사람의 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방예산, 안전예산, 일자리예산, 아동수당, 창업예산 등이 씨줄 날줄로 엮여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이며,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이번 예산은 당면한 우리 경제・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입니다. 이번 예산편성에서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부분은 ‘국민참여예산제’의 시범적 도입입니다. 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된 사업들입니다. 500억원의 범위 안에서 여성안심 임대주택 지원사업 356억원, 재택 원격근무 인프라 지원 20억원 등 6개 사업이 편성되었습니다. 앞으로 재정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하고 국민참여예산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예산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번 예산사업에는 지난 선거에서 야당이 함께 제안한 공통 공약사업도 많습니다. 청년대책, 비정규직 문제, 아동수당 도입, 육아휴직 확대,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입니다. 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국정과제와 지난 대선의 공통공약, 안보 문제에 대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를 특별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대답해야 합니다. 나라답고 정의로운 국가를 돌려드리겠다고 대답해야 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그동안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국민들께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합니다.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운영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개헌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입니다.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합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개헌은 내용에 있어서도, 과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합니다.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저는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들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에서 일정을 헤아려 개헌을 논의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이 완성되길 기대하며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국회의원 여러분. 지난 10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시민참여단은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배려하며 통합과 상생의 힘을 보여주셨습니다.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참으로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언제나 정치의 변화를 주도해 왔습니다. 지금도 국민들은 정치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 삶을 바꾸는 정치를 요구하며 스스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이 국민의 의지를 받들어 실천할 때입니다. 우리 정치가 뒤처지지 않고 협력하여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은 국가적 과제입니다. 오늘은 그리스에서 출발한 성화가 도착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반도의 평화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국회와 의원님들께서 관심을 갖고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상식과 정의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나라, 양보와 타협,연대와 배려가 미덕이 되는 나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위해 국회가 함께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국민의 희망이 반드시 국회에서 피어나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11월 1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 [유세미의 인생수업] 사랑이 뭐길래

    [유세미의 인생수업] 사랑이 뭐길래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작은 시골 초등학교 안으로 단정하게 투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들어온다. 스치면 금방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가을 하늘 아래 그녀는 코스모스 들길을 따라 그렇게 그에게 왔다. 가르치는 초등생들과 별반 차이도 없을 듯이 앳된 신임 여교사, 그녀를 학교에서 맞은 당직 교사인 청년. 그렇게 그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학교에서 만나 볼 빨갛게 서투른 연애를 시작했다.그녀는 체육 시간에 펄쩍 뛰어 시범을 보이기에 힘이 딸리고, 풍금도 서툴렀다. 그런 그녀를 위해 교실을 바꿔 그는 풍금을 치고 운동장을 보란 듯이 날아다녔다. 남자는 못하는 게 없었고 여자가 미처 부탁하기도 전에 그림자마냥 도왔다. 그녀라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청년의 수줍은 뒷모습을 보며 색종이를 오리고 붙여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예쁜 교실을 만들어 놨다. 더 파랗게 하늘이 높아진 일 년 후 가을날에 그들은 결혼을 했고 연년생으로 딸 둘을 낳았다. 딸만 여섯 있는 집의 맏이였던 여자는 또 딸이라는 소리에 사흘 연달아 울었고, 아들만 넷인 집 둘째였던 남자는 또 딸이라는 소리에 헤벌쭉 창피한 줄도 모르고 몇날며칠 좋아 웃고 돌아다녔다. 어린 부부는 한 구멍짜리 연탄불에 밥도 하고 아기 기저귀도 삶아야 하는 단칸방에서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다. 아기 엄마가 근처 두부 집에서 뜨끈한 두부를 사다 찌개를 끓이고 콩나물을 무칠 때면 아직 총각 같은 아빠가 두 아이를 안고 업고 좁은 방안을 돌아다니며 자장가를 불렀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다. 그사이에 딸들이 자라고, 남자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큰물에서 놀아 큰 사람으로 성공할 거라는 말에 여자는 두말없이 따랐으나 그의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유산은 야금야금 줄었고 큰딸이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나자 기다렸다는 듯 여자가 디스크 수술로 드러누웠다. 그 와중에 둘째딸은 내리 전교 1등만 하더니 그 후에도 쭉 엘리트코스를 밟아 나갔다. 남자의 사업은 경제뉴스마냥 이리저리 널을 뛰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좋고 나쁜 일들이 교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부부는 타고난 초긍정 천성으로 그들 앞에 벌어진 인생사를 함께 품어 안으며 미소 지었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마치 골짜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하다. 협곡을 건널 때면 함께 걷는 이를 원망하고 미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손을 놓게 되면 그 험한 여정을 홀로 걸어야 한다. 이 부부는 발 디딜 데 없이 험한 곳을 지날 때조차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사랑의 노래를 기꺼운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들려줬다. 그리고 50년 전 그때처럼 눈부시게 푸르른 날 그들은 드디어 금혼식(金婚式)을 올렸다. 기쁘게도 그 아름다운 부부는 바로 내 부모님이다. 정원이 예쁜 레스토랑을 빌려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식탁이 차려졌다. 턱시도를 입은 백발의 아버지와 꽃분홍 한복을 날아갈 듯 맵시 나게 입은 엄마. 가족과 사랑하는 지인들이 모여 50년간 가꾸어 온, 또 앞으로 이어 갈 결혼의 역사를 온 마음으로 축복했다. 이혼은 흔해 터지고 졸혼이라는 수입 용어까지 당당하게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사랑의 완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 햇살 아래 신부 화관을 쓴 엄마의 미소가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토록 곱던 그녀가 주름진 모습이 되기까지 사랑이 뭐길래 세월 속의 온갖 풍상을 견뎌 낼 수 있었을까. 사랑이란 누리는 기쁨보다 희생하고 인내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야 완성된다는 아주 클래식한 문구가 새삼스러운 날이다.
  • ‘금연아파트서 흡연’ 과태료 5만원

    이달부터 금연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5만원을 물게 된다. 정부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시·군·구청장이 지정한 공동주택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면 1차 5만원, 2차 5만원, 3차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연아파트는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됐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의 절반 이상이 동의하면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4곳에 대해 자율적으로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올해 9월 기준 전국에 모두 264곳이 금연아파트로 지정돼 있다. 당초 정부는 금연아파트에서의 흡연 과태료를 공공장소에서의 흡연과 마찬가지로 10만원으로 책정하려 했으나 ‘자율규제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의견을 고려해 5만원으로 낮췄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세월호 미수습자의 추가 수중수색 비용과 선체수습 비용으로 117억원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및 후속 조치를 위한 소요경비’ 지출안도 처리했다. 세월호 침몰해역 2·3차 수중수색 비용 52억원과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에 추가 지급할 63억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해양경찰청 신설에 따른 정보시스템 구축경비 30억원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도 심의, 의결했다. 한편 이 총리는 회의에서 ‘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과 관련해 “복지 등의 이름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이 얼마나 부실하게 집행되고 있는지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행정부로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금니 아빠는 후원금을 12억 8000만원이나 모집하고 있던 기간 중에도 기초생활 수급비로 1억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며 “각종 보조금의 허술한 집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보조금을 받아내는 ‘전문 선수’들이 도처에 서식하고 있다. 기관장과 정권이 바뀌어도 그분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보조금이 나가는 모든 부처는 부정수급 문제를 끝장 낸다는 각오로 실태를 점검하고 상시적인 심사·관리 체계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법원 “유대균, 세월호 배상 책임 없다” 정부 1878억訴 패소

    법원 “유대균, 세월호 배상 책임 없다” 정부 1878억訴 패소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 및 피해보상에 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 대균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정부는 2015년 9월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이미 지출한 구조료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라며 유씨에게 430억 9495여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정부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해 소송액을 1878억원으로 올렸다.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국가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8월 말 기준으로 1878억원을 지출했고, 향후 지출할 것으로 예정된 돈까지 포함하면 4389억원에 이른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이원)는 이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31일 밝혔다. 정부는 유씨가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대주주로서 세월호 운항에 관한 지시를 했고 유 전 회장과 공동으로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해온 만큼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과다한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회사가 부실해져 자금난에 시달렸고 이것이 상시적으로 화물을 과적하게 된 결과로 이어져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씨가 실질적으로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의 지위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유씨가 세월호의 수리, 증축 및 운항 등 청해진해운의 경영과 관련해 업무집행지시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이었던 유 전 회장과의 청해진해운 공동 경영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이 계열사의 주요 업무보고를 받고 최종 결정을 하며 경영을 총괄했다”면서 “유씨가 유 전 회장의 업무집행지시에 가담했거나 공동으로 청해진해운 경영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아 횡령한 범행에 대해선 “사고와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유씨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청해진해운 등 세모그룹 계열사 7곳에서 상표권 사용료(35억 4000여만원)와 급여 명목으로 총 73억 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다만 “이번 재판은 유씨 자신이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지에 관한 판단만 한 것”이라면서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운항 등과 관련해 책임을 부담하고 자녀들이 그의 채무를 상속했음을 전제로 한 청구는 별도 사건으로 심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운항 책임 관련 재판은 정부가 2015년 12월 유 전 회장의 자녀인 대균·혁기·섬나·상나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1878억원대 구상금 소송으로, 12월 22일 다음 기일이 열린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세월호 교사 4명은 순직군경 같은 유공자”…2심도 유족 승소

    “세월호 교사 4명은 순직군경 같은 유공자”…2심도 유족 승소

    법원, 보훈처 항소 기각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교사들을 국가유공자인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받게 해달라며 유족 측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서울고법 행정4부는 31일 고 최혜정(당시 24·여) 씨 등 경기 안산 단원고 교사 4명의 유족이 국가보훈처 경기남부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최 교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자 탈출하기 쉬운 5층 숙소에서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살피다가 자신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교사는 당시 “내가 책임질 테니 다 갑판으로 올라가”라며 많은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교사 3명도 부모와 통화에서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고 말하고 급히 끊거나 남자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어서 미안하다”는 등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끝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앞서 1심은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의 구조활동에 매진함으로써 통상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했다”며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국가유공자법을 보면 순직군경이 되려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지만 시행령에는 ‘공무원으로서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해 일반 공무원도 해당할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교사는 2014년 7월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됐지만, 국가보훈처는 순직군경에 준하는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순직군경 유족으로 등록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이듬해 6월 거부했다. 보훈처는 “법에 따라 순직군경은 직무 목적이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거나 통상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에 지속·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이 상존하는 직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경우로 한정된다”며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직군경과 순직공무원은 처우에도 차이가 있다. 순직군경으로 인정되면 현충원에 대부분 안장되며 유족 보상금도 나온다. 순직공무원은 국립묘지법이 정한 직무에 준하는 위험한 직무수행 중 사망 또는 부상해 안장대상심리위원회에서 대상자로 인정받아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고 유족 보상금도 나오지 않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부 ‘세월호 수습 비용’ 1878억원 유대균에 청구했지만 패소

    정부 ‘세월호 수습 비용’ 1878억원 유대균에 청구했지만 패소

    정부가 세월호 참사 수습 및 피해 지원 비용 책임을 물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장남) 대균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일부가 1심에서 정부의 패소로 결론이 났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이원)는 정부가 대균씨를 상대로 제기한 1878억원대 구상금 청수소송에서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5년 9월~올해 5월 총 5회에 걸쳐 세월호 참사 책임이 있는 유병언 일가 등을 상대로 약 1878억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중 대균씨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대위소송은 국가 일부승소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패소한 소송은 정부가 2015년 9월 제기한 소송이다. 정부는 2015년 9월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이미 지출한 구조료 등 사고 수습비용 등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라며 대균씨를 상대로 430억 9400여만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 측이 청구 취지를 변경해 소송액을 약 1878억원으로 올렸다. 현행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특별법)은 국가가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을 제공한 자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대균씨가 세월호의 소유자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로서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국가가 지출한 구조료 등 사고수습 관련 비용이나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지급했거나 지급할 손해배상금에 대한 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균씨 측은 청해진해운과 관련해 구체적인 업무집행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을 5500억원으로 추정했다. 민사재판과 별도로 대균씨는 2002∼2013년 청해진해운을 비롯한 세모그룹 계열사 7곳에서 상표권 사용료와 급여 명목으로 73억 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돼 형사재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부, 세월호 추가 수색·수습비용 117억원 지출 의결

    정부, 세월호 추가 수색·수습비용 117억원 지출 의결

    정부가 세월호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추가 수중수색 비용과 선체수습 비용으로 약 117억원을 의결했다.정부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및 후속 조치를 위한 소요 경비’ 지출안을 심의·의결했다. 일반예비비에서 지출되는 이번 예산은 세월호 침몰해역 2차·3차 수중수색비용 52억원과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에 추가로 지급할 63억원이며 나머지는 현장수습본부 운영비 등이다. 정부는 앞서 세월호 침몰해역 1차 수중수색 비용 68억원은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나, 이후 미수습자가족·선체조사위원회의 요구로 2차·3차 수중수색이 진행됨에 따라 비용을 사후 정산하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지난 3월 코리아쌀베지와 6개월간 선체를 정리하기로 40억원에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나 그동안 수색구역이 확대되고 복잡해지면서 5월에 20억원 추가 지출안을 의결했고, 이날 63억원을 더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각나눔] ‘세습’이 관행인 별정우체국, 운영 개선 없이 처우만 개선?

    ‘반민반관’ 형태인 별정우체국 소속 직원 3700여명도 공무원처럼 일정 기간 근무하면 자동 승진하는 근속승진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우체국 운영권을 ‘대물림’하는 문제 등이 선결 과제로 지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근속승진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별정우체국 인사규칙’ 개정안을 곧 예법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별정우체국 직원도 공무원급 대우” 별정우체국 제도는 도서·산간 지역에 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61년 도입됐다. 정부 재정이 부족한 탓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것이다. 전국 2500여개 우체국 중 30%가량인 750여개가 이러한 별정우체국이다. 운영 책임은 민간인 신분인 별정우체국장이 맡고, 정부는 인건비 등 경비를 지원하는 구조다. 별정우체국 소속 직원들은 일반우체국 소속 공무원과 하는 일은 같지만 처우가 달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존에 별정우체국별로 이뤄져 논란이 됐던 직원 선발 방식도 2012년부터는 시·도 단위 공개 채용으로 바뀌어 선발 과정이 투명해졌다. 문제는 ‘당연 퇴직’ 조항이다. 별정우체국장이 비리 등으로 파면되면 소속 직원들도 모두 그만둬야 한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당연 퇴직 조항은 현대판 ‘연좌제’인 만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친인척 채용 등 문제 해결 필요” 지적 당연 퇴직 조항을 손볼 경우 별정우체국장직 ‘세습’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 책임자인 우체국장은 해당 직위를 배우자나 자녀, 친인척 등에게 물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체국장이 바뀐 별정우체국 직원의 절반 가까이는 기존 우체국장의 자녀나 친인척 등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정우체국장 승계 제한법은 ‘하세월’ 과기부는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우체국장의 지위 승계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별정우체국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우체국장들의 단체인 별정우체국중앙회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19대 국회 때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세월호 ‘첫 靑 보고 9시 30분’ 입증 문건 또 발견

    재난본부 9시 35분 첫 회의 소집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청와대에 최초로 보고한 시점이 오전 9시 30분임을 입증하는 문건이 추가로 발견됐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참사 당일 오전 9시 30분에 최초 상황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NSC)와 사회안전비서관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문건에 따르면 해경은 보고서를 청와대 2곳 이외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종합상황실, 해수부 종합상황실 등 총 31곳에 발송했다. 상황보고서에는 목포해경서가 오전 8시 55분 ‘인천에서 제주로 항해 중인 세월호가 침몰 위험에 있다’라는 신고를 받았다는 내용과 ▲목포·완도해경서 경비함정 긴급 이동 지시 ▲수색항공기 이동 지시 및 인근 항해선박, 해군함정 협조 요청 등의 조치 사항이 적혀 있다. 이 상황 보고를 받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초 상황 판단 회의를 오전 9시 35분에 소집했고, 9시 45분 중대본 가동 결정을 확정했다. 하지만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규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정조사 등에 출석해 최초 박근혜 대통령 보고 시점이 오전 10시라고 수차례 증언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한 문건을 근거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보고 시간을 당초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퍼블릭 詩IN] 노란 미소

    [퍼블릭 詩IN] 노란 미소

    길가 보도블록 틈새로 노란 민들레꽃 한 송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세월이 곱게 내려앉은 얼굴로 할머니는 신문지 좌판 위에 봄나물 한 줌씩 쥐어놓고 손님을 마냥 기다린다 오가는 이 없는 한낮 봄볕에 할머니와 민들레꽃은 미동 없이 묵도 중, 무료한 듯 신문지가 심술궂은 바람에 펄럭거리자 잠시 휘청거린 나물이 민들레꽃을 덮친다 놀란 할머니는 손님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멋쩍은 듯 민들레꽃에게 눈길을 보낸다. 생의 간증이 이는지 패트병 물 한 모금 마시는 할머니, 민들레꽃에게 한 모금 적시자 해바라기처럼 노란 미소가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환한 빛의 출구가 열리고 있다윤상선 (前 광주광역시 공무원교육원 서기관)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입선 수상작
  • 정치인 지지·비방글에 댓글도 ‘안 돼요’… 시장 등 선출직은 정치적 표현 ‘돼요’

    ‘페이스북·네이버 게시글에 ‘좋아요’도 클릭하면 안 된다.’ 지난 5월 19대 대통령 선거 전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는 이렇듯 ‘손가락 주의령’이 떨어졌다. 선거를 관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무원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보낸 것은 물론 경찰은 “공무원으로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SNS에 게시하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전달했다.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SNS에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가 본인은 물론 소속 기관까지 구설에 오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좋아요’를 누르는 것까지 시시콜콜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공무원 신분 드러낸 글 올렸다가 벌금형 받기도 그렇다면 공무원은 온라인에 어떤 글은 써도 되고, 어떤 글은 쓰면 안 될까. 우선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특정 후보나 정치인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3조 제2항 등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 공무원 신분을 드러내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2014년 서울시 7급 공무원 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이 박원순으로 바뀌니 많이 바뀌더라. 편지를 썼더니 오세훈은 한 번도 답장을 안 하더라. 그런데 박원순은 꼬박꼬박 한다. 늦은 밤에 또는 이른 새벽에 하더라”는 글을 올렸다가 25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특정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올리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다만 같은 공무원이더라도 선출직 공무원은 비교적 자유롭다.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SNS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을 올리는 것 외에 댓글을 다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장 고모씨는 다른 사람이 SNS에 쓴 글에 댓글로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 내용을 썼다가 ‘공무원의 중립 의무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 정치 중립 의무… 일각 “정책 관련 표현 확대를” 정부 정책과 관련된 글은 상황마다 다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세월호 사건 등 사안이 첨예한 경우 그 표현의 수위나 발언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반복성 등 여러 가지를 따져 봐야 한다”면서 “같은 글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책 관련 표현의 자유를 좀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공무원이 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공익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정치 운동만을 금지하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코믹드라마의 슬픔, 시즌 1, 2

    나는 지난겨울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 속의 드라마가 더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멜로드라마를 보면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속을 메스껍게 하는 공포영화는 좋아하지 않지만,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배설 위험이 있는 스릴러는 가끔 본다. 가장 좋아하는 건 웃기다 울리고 긴장 속에 떨게도 하는 코믹 스릴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 지지자들의 사차원적 사고와 행동거지는 시쳇말로 ‘대박’이었다. 멜로와 스릴러와 코미디 모두를 합친 새로운 장르가 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지난 1년간 장기 공연 중인 드라마 제목은 ‘정치보복은 내게서 멈추기를.’ 감독 최순실, 주연 박근혜. 조연은 너무 많아서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연배우가 펼친 이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인기 미드보다 더 예측을 불허한다. 오직 나라 사랑밖에는 모르는 지도자인데, 오랜 절친을 무한 신뢰한 치명적 결함으로 인해 비극의 주인공이 된 대통령. 그분을 도와 나라의 문화융성을 도모하고자 했을 뿐인데, 굶주린 늑대같이 달려드는 불순세력들의 마녀사냥과 그 희생양이 된 대통령의 절친(감독이 연기도 해서 재미가 더해졌다). 드라마가 흥미진진하려면 간교한 계략과 권모술수에 능한 악역들이 빠질 수 없다. 그들은 오랜 세월 여러 정권에서 권력을 향유한 왕 실장, 그에 버금가는 권력 장악의 달인인 정무수석. 이들의 자세와 표정,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악역 연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이 창조한 당당한 위선자의 전형이 아닐 수 없고 진정 악인 연기가 드라마를 빛낸다. 여기에 비극적 주군에 대한 무한 충성을 보이고, 주군과 추락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충정 어린 신하도, 상 위의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온갖 악행의 도구 노릇을 하는 어리석은 신하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여기까지인 줄 알았다. 기억의 정치라는 성채 안에서 저주에 처한 공주의 비극적 운명으로 시즌 1의 대단원의 막이 내릴 줄 알았는데, 웬걸 드라마는 첫 시즌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2를 시작한단다. 첫 시즌이 멜로에 가깝다면 시즌 2는 범죄 스릴러라 할 수 있다. 국회, 검찰,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무시무시한 권력기구와 기업들까지 등장하며 감청, 정치보복, 선거개입, 언론장악, 경제범죄, 정경유착 등이 모두 등장한다. 국민소통수석이라는 정겨운 직위를 가진 사람이 만든 화이트리스트는 세상을 밝게 만들기 위해 능력과 열정을 갖춘 사람들을 선발했단다. 웬만큼 할리우드의 범죄 스릴러에 익숙한 사람도 그 음침하고 복잡한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만만치 않다. 시즌 1이 독일과 승마를 재미 장치로 끌어들이더니 이번에는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삼각 고리에 중국 베이징 자동차 납품업체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지’ 사장과 실소유자라는 역할 분담까지 정말 정경유착과 기업 라마의 면모까지 갖추었다. 정말 “다스는 누구 건가요?” 신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악마를 만들어 인간들 옆에 두었다고 한다. 이들을 우리의 삶으로 내려보낸 신께 감사할 일이다. 내가 웬만한 악행을 저질러도 이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안도감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지만 우리 보통 람들이 이들의 눈에는 미욱하고 미천한 존재, 버러지 정도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돼 울화가 치밀게 한다. 지난 거의 1년간 시즌 1과 2를 보면서 드라마의 겹겹이 복잡한 플롯과 다층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 끝없는 반전과 반전에 경탄하면서도 염증과 분노, 배신감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게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를 안개처럼 덮고 있는 슬픔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악몽과 같은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끝내고, 내가 평소에 즐기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기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 [단독] 세월호 보존 연구 용역 또 유찰… “이론·기술 부문 나눠 재공고”

    [단독] 세월호 보존 연구 용역 또 유찰… “이론·기술 부문 나눠 재공고”

    교육용 복원 범위·운송 방법 분리 응찰업체 책임 분산… 부담 덜기로세월호 선체 활용에 관한 연구용역 공모 마감 결과 지원업체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보존 연구’라는 무게감이 업체에 부담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용역을 발주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원형 보존 여부에 관한 이론적 부문과 운송·거치방식·비용 등 기술적 부문으로 용역을 쪼개 다시 공고하기로 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조위원장은 29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세월호 처리를 두고 원형 보존, 조타실 등 절반가량만 보존, 특정 상징물로 보존 등 여러 주장이 난무해 연구용역을 공모했으나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재공고까지 했으나 역시 지원업체가 전무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용역에 대한 문의조차 없는 것으로 보아 업체들의 부담이 상당한 것 같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용역을 이론과 기술 두 부문으로 아예 쪼개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책임이 분산돼 업체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설명이다. 이론적 부문은 말 그대로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보존할지, 절반가량만 보존할지 등을 다룬다. 인문학적 측면에서 ‘안전을 위한 교육용 복원’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초점이다. 반면 기술적 부문은 ▲세월호를 어떤 방식으로 운송할지 ▲육지에 거치할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 여부 ▲해상에 거치할 경우 태풍·해일 등에 대한 대비 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지난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초청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달라”고 건의하자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조위에 계획을 잘 짜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첫 연구용역부터 벽에 부딪힌 상태다. 유가족들의 바람대로 원형 보존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수백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용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조위 부위원장인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명예교수는 “세월호가 외관밖에 안 남아 (교육용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부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막대한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구용역 결과 절반 또는 특정 상징물로 보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면 ‘원형 보존’을 약속한 청와대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천안함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이다. 경기 평택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는 1220t으로 세월호(1만 7000여t)의 10분의1 수준인데도 내부 복원을 하지 않았다. 김 명예교수는 “천안함 같은 작은 규모의 배도 내부 복원이나 활용을 하지 못하고 전시에 그치고 있는데 10배나 더 큰 세월호의 내부를 복원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선조위 관계자는 “비용은 일단 차치하고 원형 보존 주장과 반대 주장을 모두 경청하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계산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촛불 1주년 광주에서는 시민 5000명 운집

    촛불 혁명 1주년을 기념하는 시민대회가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도 열렸다. 지난해 ‘박근혜 퇴진 광주운동본부’를 결성해 광주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65개 단체 회원과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이 운집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시작으로 촛불집회 의미와 과제를 되짚는 발언과 문화공연 등을 이어갔다. 사전행사로 개최한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시민문화제’에서 공연한 가수 김장훈은 시민들에게 통닭 150마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유경근 세월호 4·16연대 집행위원장도 무대에 올라 “촛불 시민혁명이 추억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 자리가 서로에게 축하를 건네는 동시에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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