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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펜션 사고에 고3 꼼짝말라는 참 안이한 교육행정

    강릉 펜션 사고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처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수능을 마친 고 3 학생들이 단체로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하자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학교에 강제로 붙들어 두는 등 땜질 대응을 하려는 탓이다. 갑작스러운 교육당국의 지침에 겨울방학을 앞둔 교육현장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펜션 사고가 체험학습 탓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높다. 대부분 고 3학생들은 수시 모집 합격자가 발표된 지난 14일 이후 학교장 승인을 받아 체험학습이나 진로체험에 들어갔다. 각자 여행을 가거나 진로와 진학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학교에서 “등교하라”고 하니 일정을 취소해야 하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동은 지난 18일 강릉 사고 현장을 찾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유 부총리는 “수능 이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점검하겠다”면서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끼리 장기 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렇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고교에 긴급공문을 돌려 사실상 체험학습을 단속하게끔 쐐기를 박았다. 일이 터지면 당장 보여주기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정책의 행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학생들을 일률적으로 통제할 게 아니라 현장체험 프로그램이나 장소를 다양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노력이 우선해야 마땅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모자랄 판에 외양간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교육당국의 안이한 발상은 이번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때 공론화 절차 없이 대뜸 수학여행 금지령을 내렸을 때도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교육행정은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그 조치로 일선 학교들 중에는 사고책임이 두려워 지금까지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복구하지 않는 곳이 많다. 땜질 처방이 능사가 아니다. 입시 전형들마다 시기와 준비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합격생과 수험생이 뒤섞인 고3 교실이 뒤숭숭하다는 걱정은 진작부터 심각했다.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학사 과정을 알차게 메울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입 전형 일정 자체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봐야 한다.
  • 설원, 그 속을 달리다…오로라, 그 아래 서다

    설원, 그 속을 달리다…오로라, 그 아래 서다

    한겨울 노르웨이 북부 지역을 여행했다. 북극의 유목민인 사미족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청했고 대구잡이 낚시를 했다. 혹등고래의 꼬리를 쫓아 노르웨이해를 항해하기도 했다. 물론 오로라도 만났다.노르웨이 여행의 시작은 허스키 사파리였다. 오슬로에 도착하자마자 국내선을 갈아타고 알타라는 도시로 갔고 시 외곽에 자리한 개썰매 사파리 캠프로 향했다. 캠프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50여 마리의 썰매 개들이 여행자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개썰매 사파리는 시베리안 허스키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썰매를 운전해볼 수 있다. ●허스키 썰매로 질주하는 눈부신 설원 사파리를 안내해 줄 리더인 터키 출신의 머셔 밀라가 썰매개 하나하나를 소개시켜 주었다. 썰매개들의 리더인 파슈는 보기에도 듬직했다. 그 뒤로 쫑긋한 귀가 예쁜 어셔, 장난꾸러기 매튜, 검은색 털이 매력적인 브라키, 푸른눈의 디키, 약간은 수줍어하는 리바이 등이 서 있었다. 개들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법. 밀라는 파슈팀이 노르웨이 개썰매 대회에서 3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손은 반드시 썰매 위에 얹어 두고 있어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는 썰매 바닥에 달린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면 된다.’ ‘정지할 때는 브레이크 위에 두 발을 딛고 체중을 실으면 된다.’ 썰매 운전을 위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출발. 나무에 묶어 놓은 견인줄을 푼 후 눈 위에 깊숙이 박아 놓은 앵커를 뽑아내자 썰매는 빠른 속도로 튕겨나갔다. 미끄러지듯 설원을 질주하는 썰매. 시속 15~20㎞로 달리지만 체감속도는 제법 빠르다. 눈 덮인 숲속 나무 사이를 달릴 때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을 태운 썰매는 무게만 해도 150㎏ 가까이 나가지만 오르막길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썰매 날과 몸통은 나무 특유의 탄성 덕분에 울퉁불퉁한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흡수했다.10여 분 정도가 지나자 썰매 몰기에 익숙해졌다. 앞 썰매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면 이내 썰매가 기우뚱했다. 밀라는 가끔씩 뒤돌아보며 “어텐션!”이라고 주의를 줬다. 허스키들은 달리는 동안에도 목이 마르면 머리를 숙여 노면의 눈을 입과 혓바닥으로 핥아 먹으며 목을 축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숲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자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들판이 나타났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르고 푸른 하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좋았다. ●시르케네스 얼음 구덩이 속에서 킹크랩 잡이 시르케네스는 러시아 국경과 마주한 노르웨이 동북부의 항구도시다. 오슬로에서 약 2414㎞ 떨어져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스토르스코그 국경은 넘기만 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이민이 가능해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심심찮게 넘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표지판과 상점 간판도 러시아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시르케네스를 찾은 이유는 킹크랩 사파리 때문이다. 얼어붙은 피요르드에 구멍을 내고 킹크랩을 잡아올리는 일종의 얼음낚시다. 킹크랩이 서식하고 있는 곳까지 가는 방법은 배를 타고 가는 것과 스노모빌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영하 20도의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바다가 얼어붙은 까닭에 배를 타고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낚시 포인트까지는 30~40분 정도 스노모빌을 타고 나가야 한다. 여행사에 사무실에 도착하면 우선 든든한 방한복과 방한장화, 방한장갑과 털모자로 중무장을 한다. 노르웨이에 도착해서는 가는 곳마다 방한옷을 입으니 어느덧 익숙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스노모빌의 찬바람을 견디려면 중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사파리라고는 하지만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킹크랩을 잡는 것은 아니다. 얼음 구덩이 속에 가둬놓은 킹크랩 그물을 걷어올려 직접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킹크랩이라고 해서 영덕대게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직접 보는 킹크랩은 크기가 엄청나다. 다리 하나가 닭다리보다 더 크다. 조금 과장하면 거의 돼지족발 크기다. 가이드는 얼음을 깨고 킹크랩을 꺼낸 후 킹크랩의 생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킹크랩 해체쇼’를 보여준다.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킹크랩 시식. 잡은 킹크랩을 스노모빌에 싣고 먹을 수 있는 산장으로 이동하는데, 약 20분 정도의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은 얇은 옷만 입고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따뜻하다. 준비된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킹크랩이 등장한다. 아이 팔뚝만 한 다리가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가위로 껍질을 잘라내면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게살이 가득 차 있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조심조심 발라먹던 게살을 이곳에서는 닭다리 뜯듯 베어 먹는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달콤한 육즙과 향긋한 향이 가득 찬다.●오로라 도시 트롬쇠… 유목부족 사미족과 함께 트롬쇠는 북유럽의 파리라고 불린다. 노르웨이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며 북위 66.5도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기도 하다.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노르웨이 정부가 대피해 임시정부를 꾸렸던 곳이다. 트롬쇠는 오로라 도시로도 불리는데, 연중 200일 이상 오로라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맑고 오로라 빛이 강할 경우 시내에서도 볼 수 있다. 트롬쇠에서는 사미족의 생활을 체험했고 대구낚시를 나갔다. 사미족은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온 유목부족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약 6만~10만 명 정도인데, 아직도 순록 사육과 어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프가 사미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대구낚시는 요트를 타고 해볼 수 있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5㎏이 넘는 대구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서 대가리는 잘라 버리고 몸통 만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트롬쇠는 혹등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한데 낚시를 하다 보면 심심찮게 혹등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미니밴 운전사가 ‘노던 라이트’하며 손가락으로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오로라였다. 초록의 희미한 빛이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현란하고 화려한 모양으로 너울거리는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오로라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번져갔고 수평선 위에서 나타났다가 어느새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있곤 했다. 오로라 아래에서 브라질 이과수폭포의 굉음을 떠올렸고, 벌룬을 타고 항해한 터키 카파도키아의 새벽과 모래바람 속에서 신비롭게 서 있었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생각했다. 자연이 펼쳐보이는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숨이 턱 막혔고 소름이 돋곤 했다.●요트에서 낚시… 5분도 안돼 5㎏ 넘는 대구가 올라와 간혹 어떤 이는 저런 풍경 따위가 뭐냐고 묻는다. 10분만 봐도 지루해지는 게 풍경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일단 경험해 보라고 말해주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행에서 경험했던 엄청나고 압도적인 공간감이, 내 삶을 뒤바꿀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의 어느 부분을 다소 넓혀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집과 도서관과 홍대 거리, 몇몇 카페와 식당, 마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내게 여행 중에 만난 ‘비현실적인 현실’은 뭔가 숨 쉴 틈을 마련해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자연의 규모’ 앞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경험은 분명, 좁디좁은 생활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내부에 몇 평 무(無)의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까. 어쨌든 오늘은 오로라 아래에 섰고, 세월이 지나도 오늘의 풍경만은 기억 속에 퇴색하지 않고 남아 쓸쓸하고 공허한 생을 위로해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약간은 편해졌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여행수첩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터키 이스탄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핀란드 헬싱키, 덴마크 코펜하겐 등을 경유해야 한다. 도쿄나 베이징에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을 타면 코펜하겐을 경유해 오슬로로 갈 수 있다. 오슬로에서 트롬쇠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노르웨이 북부는 산악지대가 많아 육상교통보다 항공편이 잘 연결돼 있다. 노르웨이 북부에서는 겨울이면 오후 3시면 깜깜해진다. 오로라를 사진에 담으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최소 5초 이상 노출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화 단위는 크로네이고 물가는 비싼 편. 1크로네가 200원가량인데 작은 햄버거 세트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노르웨이 관광청 홈페이지(visitnorway.com) 참조. 오로라 투어는 성인 1인당 20만~60만원. 허스키 사파리는 어른 1시간 코스에 성인 25만원 선.
  •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여당에서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다. 연일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몇몇 여당 의원들조차 중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을 표한다. 정말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문제일까? 그들이 왜 이런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은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숙제’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20대 남성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말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별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의 관심이지 사회 문제는 아니다. 대조적으로 20대 여성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그 역시 명확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젊은 여성들의 처지가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은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집약적인 기표에 포함된 이들의 정치적 의식은 단지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선호를 넘어 이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20대 남성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드러낸다.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에는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 두 개의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고 있다. 첫째는 군대다. 20대 남성들의 의식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일종의 정동(情動,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집단적 정서)으로 형성됐다. 계기는 군복무가산점제도의 폐지다. 한국 남성에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는 이제 갓 스물이 되어 성인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로 인식돼 왔다. 청춘의 황금기를 군대라는 규율체제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남성들은 실제 군대 생활이 어떠하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피해의식을 공유해 왔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가산점제도가 폐지되자 분노를 여성에게 투사해 왔다. 여자는 군대도 가지 않으면서 권리 주장만 한다는 생각이다. 군복무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유명 연예인의 군복무 회피 사건이나 운동선수들의 입대 면제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성 혐오와 세월호 유가족 조롱 등 인권 침해적 행위로 비난을 받아온 인터넷 사이트 일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이런 박탈감을 심화시켰을 것이다. 또 다른 맥락은 젠더다. 20대 남성들의 젠더 의식(남성으로서 갖는 정체성)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남성 생계부양자 의식, 폭력적인 섹슈얼리티 등이 깔려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지위가 높고 권한도 많아야 한다,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남자는 성적으로 주도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오래된 의식이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는 낡은 규범인데, 현실에서는 여성을 문제적 대상으로 설정한다. 남성만큼 여성도 지위와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 여성도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여성이 누구와 섹스를 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귀를 닫고 마음을 닫는다. 역설적이지만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이 오히려 반가운 점도 없지 않다. 군복무 경험을 남성들만의 형제애로 미화하거나 여성은 아예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배제해 왔던 기성세대에 비하면 이들은 솔직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 젊은이들이 민주적 변화에 마음을 열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유익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한국당 ‘靑 특감반 논란’ 임종석·조국 檢 고발

    바른미래 “운영위 열어 조국 불러 따져야” 민주 “김태우 범죄자… 감찰 조사가 우선” 비리 의혹으로 원대 복귀한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논란이 국회로 번졌다. 자유한국당은 20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를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또 여야가 김 수사관 사태에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며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 여부를 두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운영위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계속되면 유치원 개혁법안,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 정치개혁특위 활동 기한연장 등을 처리하기로 한 27일 본회의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민간인 사찰 의혹 리스트를 공개하며 총력전에 돌입한 한국당은 조 수석 등에 대한 검찰 고발과 함께 운영위 개최를 요구하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찰 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이 칼을 어느 쪽으로 겨누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는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검찰도 김 수사관에 대해서 수사의 칼을 휘두르려 한다면 결국은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이 모두 미진하게 된다면 국회에서 국조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번 사건을 김대중 정부 시절 ‘옷 로비’ 사건과 비교하며 정부·여당의 안이한 대응을 지적했다. 정 대표는 “옷 로비 사건은 실체적 진실은 별것 아닌 것으로 ‘태산 명동에 서일필’이라는 말처럼 그렇게 드러났지만 그 과정에서 정권이 엄청난 치명상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다만 국조나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당장 운영위를 열어 임 실장과 조 수석을 국회에 불러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즉각 운영위를 열어 당사자인 조 수석을 출석시켜 진위를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운영위 개최 요구에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그것을 보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범죄자 얘기에 근거해 공당이 그런 식으로 하면 되느냐”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관련 사찰,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불법 사찰 등을 거론하며 “민간인 사찰은 이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비정규직이라 일어난 사고… 용균이 동료들은 꼭 살리고 싶다”

    “비정규직이라 일어난 사고… 용균이 동료들은 꼭 살리고 싶다”

    “열악한 작업환경 본 뒤 싸우기로 결심…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명예회복 해줘야” 관련법안 통과 촉구 등 고통 속 강행군“용균이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아들을 잃고 뼈가 녹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고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요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거듭나고 있다. 아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에 온 아들딸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한 명 한 명씩 안아 주고 있다. 2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숨진 김모(당시 19세)군의 동료, 4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법안들은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생전에 꼭 통과시키려 했던 것이기도 하다. 아들 전태일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고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를 자처했던 이소선 여사의 심정이 지금 김씨의 마음이었으리라. 김씨는 20일 아침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섰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 등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두 법안의 국회 통과를 호소했다. 계속되는 일정으로 지친 김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아들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의료원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태안화력발전소 전면 작업 중지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의 노동단체 참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대전고용노동청으로 차를 돌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대전고용노동청으로 가면서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우리 아들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죽었어요. 용균이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만날 수가 없잖아요. 저는 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만 기억하고 그 뜻대로 살아갈 겁니다.” 전화 속 음성은 차분하고 담담했다.‘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아들의 인증사진은 영영 이뤄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어머니가 그 뜻을 이어받았다. 김씨는 지금 아들 대신 대통령을 만나 아들의 피켓에 쓰여 있는 대로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하자는 요구를 하고 싶어 한다. 김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1일 탄가루가 묻은 아들의 얼굴을 태안의료원 영안실에서 봐야 했다. 늦둥이 외아들의 카카오톡 아이디가 ‘가정 행복’일 정도로 어머니에겐 한없이 살가운 자식이었다. 12일 첫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아들의 동료들과 ‘김용균법’을 위해 앞장설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튿날 아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한 발전소 작업 현장을 직접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싸우기로 했다. 현장 조사 후 김씨는 용균씨의 동료들에게 “너희들은 꼭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며 오열했다. “발만 헛디뎌도 죽을 수 있는 곳에서 아직 용균이 동료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내 아들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지만 다른 아이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씨가 아들이 일했던 9, 10호기뿐 아니라 1~8호기의 작업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아, 제발 (일단 1~8호기도) 멈춘 다음에 제대로 정비해서 사고가 안 나도록 해놓고 가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분노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억울하게 죽은 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더 분노하고 더 싸워야 한다고 다짐한다. 김씨 역시 안정치 못한 비정규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해 온 노동자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였다”고 소개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를 투사로 만든 건 암울한 사회일지도 모른다. “10여일 동안 노동청을 돌아다니다 보니 사회가 썩었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유가족의 말에는 귀부터 막는 것 같았어요. 내가 믿던 나라가 ‘우리 아이들을 죽이는 나라였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우리는 힘이 없어요. 그래도 우리가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면 조금씩 조금씩 세상도 바뀔 거라 믿어요.”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산업화로 인해 수질오염 심화…듀벨 ‘녹물제거필터’로 개선

    산업화로 인해 수질오염 심화…듀벨 ‘녹물제거필터’로 개선

    산업화로 인해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마시는 물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하지만 샤워용 물에는 무딘 경우가 많다. 만약 겨울철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피부가 따갑고 가려운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수돗물 수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은 정수처리시설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깨끗하게 정수된다. 미네랄 수준도 생수 못지 않게 유지된다. 문제는 수도배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하지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녹물이나 배관이물질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물을 장기간 사용하다 보면 피부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도꼭지에 녹물과 배관이물질을 걸러주는 ‘녹물제거필터’ 제품을 설치해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돗물 정수과정에서 염소(Cl)라는 소독약품을 사용해 살균을 하며 수돗물이 공급과정에서 재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급수지역 말단 지점, 즉 가정까지 적어도 0.2㎎/ℓ 이상의 염소(유리잔류염소)가 유지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사람에게 유해한 염소의 농도는 1000㎎/ℓ 정도로 수돗물에 남아 있는 잔류염소(0.2㎎/ℓ)는 마셔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염소는 휘발성이 강한 화학물질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물의 열성으로 염소 성분이 휘발되어 수증기 형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되고 이때 피부 모공을 통해 잔류염소가 흡수될 수 있다. 염소는 피부 표피의 지방을 제거해 피부 속 수분을 증발시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심할 경우 피부가 가려운 ‘피부 소양증’을 일으키고,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온수 사용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는 녹물과 잔류염소가 끼치는 영향이 여름철 보다 더 크기 때문에 정수기로 물을 정수해서 마시는 것처럼 수돗물 속 녹물과 잔류염소를 제거해 주는 ‘녹물제거필터’를 사용해 씻는 물도 정수해서 사용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현명하다. ‘수도애’, ‘싱크애’, ‘샤워애’ 등 녹물제거필터 제품을 제조·판매해 온 생활수 필터, 샤워기, 정수기 및 연수기 전문기업 듀벨(Dewbell) 관계자는 “가족 건강을 위해서는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씻는 물도 중요하다”며 “녹물제거필터 제품은 무엇보다 오랜 세월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과 지속적인 제품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 집안 수도꼭지에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듀벨의 다양한 정수필터 제품은 ‘듀벨쇼핑몰’을 통해 확인 가능하며, 12월을 맞아 현재 다양한 가격 할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균미 칼럼]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김균미 칼럼]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안타깝다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한 사고가 그제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발생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체험학습차 강릉에 여행 온 서울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거나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3년 동안 짓눌러 왔던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친한 친구들과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나며 한껏 들떠 있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수시 결과를 확인한 뒤 정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허용된 길지 않은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이 걱정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사고 치지 말고 재미있게 놀다 오라’며 배웅했던 부모들은 사고 소식에 열일 제치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가슴 치며 후회했을 것이다. 다시는 웃는 아들을 볼 수 없다는 말에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던 엄마가 끝내 혼절한 모습을 보면서 할 말을 잊었다.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현장조사가 진행중이라 정확한 사고 원인은 기다려야 하지만, 학생들의 발견 당시 상황과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치의 8배 가까이 검출된 것으로 봤을 때 안전사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총리와 행정안전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서울시교육감 등이 대거 강릉으로 내려가 사고 수습에 나섰다. 교육부 차관을 반장으로 상황점검반을 운영하며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지원하고 경찰도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 규명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행안부는 19일 전국 펜션의 안전 실태를 긴급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안전사고가 터지고 나서 뒷북 전수조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수능시험 이후 한 달여간 마땅한 프로그램도 없이 방치된 고3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정과 고교생 10명이 2박3일 여행을 가는데 보호자나 지도교사가 동행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다. 타당한 지적이고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이지만, 엄밀히 따져 이번 사고의 본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고는 4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대한민국’을 수없이 외쳐 왔지만, 최근 잇따라 터지는 안전사고들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유치원 건물 붕괴 사고가 석 달 전인 9월의 일이다. 새벽에 붕괴해 다행히 아이들은 위험을 모면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 종로의 고시원 화재 사건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과 청년들이 고시원을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전가되는 계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양의 저유소 화재, KT 통신구 화재, 일산의 지하 온수관 파열 사고, KTX 탈선 사고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만들어진 그 많은 대책은 다 어디로 갔나. 안전점검 담당 기관들은 제대로 일을 해 왔나. 개인 사업자들은 관련 법규를 제대로 지키고 있나. 우리 어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전 규칙들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나. 반성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 강릉 펜션 사고처럼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거나 아이들이 다친 뒤에야 뒤늦게 점검한답시고 법석을 피우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펜션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부모들은 가장 먼저 자녀들에게 펜션에 놀러 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대신 안전한 콘도에 가라고. 이런 부모들의 ‘충고’를 아이들이 귓등으로나 들었을까. 싱크홀에다 지하 열수관 파열 사고 걱정에 돌아다니지 말고 집 안에만 있으라고 하면 말이 되겠나. 정상적인 사회와 어른이 있다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맞다. 지은 지 30년도 안 된 서울 강남의 건물이 붕괴 위험에 놓여 응급 보강공사를 하는 마당에 학교를 비롯해 더 노후한 건물들의 안전도 걱정된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신규 투자도 중요하지만, 기존 시설들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강 역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절대로 밀려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정책이 어디에 있나. 안전은 불편할 정도로 따지고 비용을 들여야 비로소 바뀌기 시작한다. 사고가 난 뒤에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변명은 이제 더이상 하지 말자. 아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kmkim@seoul.co.kr
  • 하청노동자에 카톡으로 ‘툭’… 불법파견, 그 험한 일에 내몰았다

    하청노동자에 카톡으로 ‘툭’… 불법파견, 그 험한 일에 내몰았다

    원청→하청 직접 지시 금지됐지만… 용균씨 동료에게 ‘낙탄 제거’ 등 시켜 생전 열악한 작업장 담은 영상도 나와 광화문서 추모객 300여명 ‘행동의 날’ “더이상 청년 노동자를 죽이지 마라”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소속된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된 정황이 공개됐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카톡에는 지난 9~11월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 A씨가 태안화력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원청)의 관리자 B씨와 C씨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받은 내용이 담겼다. ‘파견 근로자 보호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카톡 캡처 이미지에 따르면 지난 9월 11일 오전 8시 16분 B씨는 A씨에게 낙탄이 쌓여 있는 작업장 사진을 보내며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제거 부탁드린다”는 카톡을 보냈다. 1시간 뒤 A씨는 “지금 시작하겠다”고 답을 보냈다. B씨는 같은 달 16일과 10월 29일에도 업무 지시를 내렸다. C씨도 9월과 11월에 A씨에게 “평탄 작업 부탁한다” 등의 카톡을 보냈다. 대책위 관계자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모든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당장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또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열악한 노동 조건을 증명하는 동영상”이라며 용균씨가 생전에 작업장에서 찍은 영상 2개도 공개했다. 지난달 24일과 이달 6일 용균씨가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 묻은 분진을 닦으며 찍은 각각 7초, 30초짜리 영상에는 낙탄이 튀는 컨베이어벨트와 컨베이어벨트 부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저녁 용균씨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추모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동의 날’ 행사가 열렸다. 대책위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너는 나다, 우리는 모두 김용균”, “더는 청년 노동자를 죽이지 마라”,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왜 죽어야 합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었다. 용균씨의 직장 동료들과 어머니 김미숙씨도 함께했다. 김씨는 추모 발언을 한 아들의 동료들을 껴안고 위로하며 “오늘도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용균이의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 용균이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 사고가 난 9·10호기가 아닌 1∼8호기도 가동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말로 다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다른 부모들은 겪지 않기를 바란다”며 “돈만을 추구하지 말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행사를 마친 추모객들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앞서 김씨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안전사회 토론회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우리가 선출해 나라 살림을 맡긴 당신들은 진실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안전불감 공화국’ 한걸음도 못 나갔다

    ‘안전불감 공화국’ 한걸음도 못 나갔다

    농어촌 민박 2만 6578곳… ‘주택’ 분류 보일러 점검·가스경보기 설치 의무 없고 전수조사 안 해… ‘안전 사각지대’ 위험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교 3학년생 10명이 지난 18일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스러진 사고의 원인이 ‘안전 점검 소홀’로 드러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분노는 치솟았지만, 안전망 구축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농어촌 민박 안전관리실태 점검표’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유독 가스가 배출된 보일러는 점검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 점검 대상 가스 설비는 ‘가스레인지’뿐이었다. 점검을 하더라도 월 1회 가스가 새지 않는지 비눗물로 확인하는 게 전부였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펜션과 같은 농어촌 민박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한 농어촌정비법 시행규칙 어디에도 보일러실 관리 규정은 없었다. 강릉소방서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학생들이 머물렀던 아라레이크 펜션 201호는 보일러실이 실내에 있는 구조였다. 인근 펜션 주인 김모(57)씨는 “펜션 보일러실을 외부에 설치하도록 규제했다면 가스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참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민박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되는 호텔이나 모텔과 달리 ‘주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스경보기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연면적 230㎡ 미만의 주택에서 소화기를 1개 이상 갖추고 객실마다 화재 감지기만 설치하면 누구나 펜션을 차릴 수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안전관리 실태 점검은 동절기와 하절기에 각 1회씩 진행하며, 화재위험 여부나 피난시설, 건물 균열, 전기 시설의 이상 여부를 점검한다”면서 “민박은 소화기와 화재경보기만 확인해 이상이 없으면 영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박의 안전 점검은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로 진행된다. 강릉 지역에만 630개 펜션이 있는데 200곳을 임의로 선정해 점검하는 식이다. 사고 펜션은 지난 7월 24일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안전 점검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점검은 소방서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농어촌 담당 부서나 보건소가 맡는다. 농가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장려된 농어촌 민박은 전국에 2만 6578개나 된다. 전국 지자체의 펜션 안전 관리는 강릉과 엇비슷해 관광객 누구든 질식사의 위협에 내몰려 있었던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표본점검 기간을 연장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3명의 학생이 숨진 뒤 내놓은 ‘뒷북 대책’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농어촌 민박의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농어촌 민박이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들어서다 보니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안전 기준도 함께 완화됐다”면서 “농어촌은 소방서로부터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므로 법 개정보다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에 얼마나 무지했고, 재난 안전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고”라면서 “안전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고, 특히 호텔이나 펜션 관리자들은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릉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서울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용균씨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노동자와 시민을 죽게 만든 기업은 망하게 만들자”

    용균씨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노동자와 시민을 죽게 만든 기업은 망하게 만들자”

    “가슴이 타 틀어가 터질듯한 느낌입니다. 다른 부모는 꼭 겪지 않길 바랍니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19일 “오늘도 아연실색할 만큼 위험한 곳에서 우리 용균이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씨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가 중구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안전사회 토론회에 참석해 ‘제2의 용균씨’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이렇게 말했다.김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향해 “우리가 선출해 나라 살림을 맡긴 당신들은 진실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용균이의 동료들을 살리기 위해 나머지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공유정옥 활동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주제로 발언을 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사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19)군과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모(19)군 등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튼튼한 이들의 목숨이 노동자의 삶을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같은 우리 일터에서는 청년이든 고령 노동자든 죽고 다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제와 시혜, 노동력 관리로서의 안전 보건이 아니라 인권으로서 노동자의 건강권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유해·위험 요인들을 알권리, 위험한 작업을 회피하거나 안전 관련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치료하고 재활할 권리,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김씨는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언을 경청했다. 특히 “유엔 인권조사관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와 관련해 정보를 내놓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사기, 기만, 착취, 강제노동이라고 했다”, “노동자와 시민을 죽게 만드는 중과실을 낸 기업은 망하게 만들자”, “인명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고가 나도 괜찮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기관은 노동자가 죽는 게 큰일이 아니라 기업이 멈추는 게 더 큰일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등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하태경 “강릉 펜션 희생자 조롱한 워마드 싸그리 수사해 감옥보내라”

    하태경 “강릉 펜션 희생자 조롱한 워마드 싸그리 수사해 감옥보내라”

    “세월호 희생자 오뎅 비하 일베 회원, 감옥갔다”“이들 이야기, 혐오가 난무하는 열등감 커뮤니티”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9일 ‘강릉 펜션 사고’ 피해 학생을 조롱한 극단적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워마드’를 비판하고 나섰다. 강릉 펜션 희생자를 조롱하는 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워마다의 폐쇄를 주문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 [색다른 인터뷰] “남혐, 여혐의 리액션일 뿐… 기계적으로 나눈 ‘양성평등’의 산물”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릉 펜션 희생자를 모욕한 워마드 일당은 싸그리 수사해서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하 의원은 “몇 년전 세월호 희생자를 오뎅으로 비하한 일베 회원이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 간 사건이 있었는데 똑같은 일이 워마드에서도 일어났다”며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더 이상 이 범죄 집단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하 최고위원은 페미니즘을 표방한 워마드를 ‘피해망상 집단’으로 지칭했다. 그는 “워마드는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모르고 아무렇게나 지껄이면서 그것을 여성 여권 신장이라고 자위한다”며 “이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인권신장이나 차별극복 같은 건전한 토론이 아니라 혐오가 난무하는 열등감의 커뮤니티이고, 페미니즘이 아닌 피해 망상 집단일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국민을 분노케 한 워마드 회원을 즉각 수사해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 “위마드는 여러 남자 관련 사건이 있으면 조롱하고 혐오를 한다”며 “최근 강릉 펜션 사건에서도 조롱하며 피해자분들 험오와 명의 훼손등 하고 있으며 세월호 사건에서도 혐오를 하면서 남자들을 물고기라고 놀리고 있다. 제발 사이트 폐쇄 시켜달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18일 워마드 게시판에는 사고 피해 학생들을 희화화하거나 글로 옮기지 못할 정도의 파렴치한 표현으로 모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화로 알려주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이야기로 떠나자 세계 한 바퀴’ 출간

    동화로 알려주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이야기로 떠나자 세계 한 바퀴’ 출간

    동화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책 ‘이야기로 떠나자 세계 한 바퀴’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24개국의 전래동화를 한 편씩 읽고 나면 그 나라의 위치와 역사, 문화를 알기 쉽게 예쁜 그림을 곁들여 소개해준다. 동화의 내용도 아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엄선했다. 원숭이 엉덩이는 왜 빨개졌으며, 개구리 꼬리는 왜 짧아졌는지, 또 캥거루는 어떻게 아기 주머니를 갖게 되었는지 등 아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또 뿌리가 하늘을 향해 뻗게 된 모습으로 변한 바오바브나무 이야기까지 모두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어 술술 읽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것은 그 속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래동화에 이어 소개되는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 이야기도 아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물감 총에 맞아도 화를 내기는커녕 더 즐거워하는 사람들, 7층 높이의 어마어마한 인형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며 삼바 리듬에 맞춰 온 나라가 들썩거리는 축제 이야기, 또 비밀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30분 이상 쳐다보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이구아수 폭포와 지상 최대의 동물 왕국 세렝게티 등을 이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고 든든하게 해줄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첫사랑이 준 이별선물 열지도 않고 보관한 노인, 48년 후 개봉

    첫사랑이 준 이별선물 열지도 않고 보관한 노인, 48년 후 개봉

    지난해 여러 외신은 물론 국내에도 소개돼 화제가 됐던 한 캐나다인 할아버지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캐나다 앨버타주(州) 에드먼턴에서 사는 에이드리언 피어스(65)는 학창시절 온타리오주(州) 토론토에서 살 때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동갑내기 여학생 비키 앨런과 사귀었다.그런데 첫사랑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듯 그의 첫사랑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1970년 크리스마스 직전 끝나고 만다. 여자친구가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며 이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차인 것이었다. 화가 난 채 집에 돌아온 그는 선물을 거실에 있던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팽개쳤다. 그러고나서 그는 “앞으로 이 선물을 절대 열어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처음에 그는 첫사랑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선물을 간직하며 크리스마스 때마다 트리 밑에 꺼내놨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세월이 흐르며 첫사랑은 추억으로 남았고 그 역시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그래도 그는 선물을 버리거나 열어보지 않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트리 밑에 꺼내놨다.이에 대해 그는 “선물을 열어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열지 않고 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 됐다”면서 “내 본심은 아마 열고 싶지 않고 내용물을 모르는 편이 좋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를 아내 역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선물을 열어보자고 하는 탓에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꺼내놓는 일은 그만두고 하나의 추억으로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지난해 그는 이 같은 사연을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이는 많은 사람에게 화제를 모아 현지언론에 소개됐다. 그후 그는 많은 사람이 그녀를 한 번 찾아보라는 조언에 창고에서 오래된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이를 단서로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도 검색해 브리티시컬럼비아주(州)에 사는 같은 이름의 여성을 찾아 전화했지만, 상대는 91세의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던 최근 어느 날 두 사람을 함께 아는 한 친구가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사는 그녀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녀 역시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었기에 그에게 연락했고,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들과 지인들을 초대해 선물 내용물을 알아맞히는 자선행사를 열어 불우이웃을 돕기로 했다.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지난 6일 에드먼턴에 있는 한 자선행사 장소를 빌려 행사를 진행했고 이날 선물 내용이 48년 만에 밝혀졌다. 선물은 ‘러브 이즈’(Love Is: New Ways to Spot That Certain Feeling)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한 권의 책이었다. 아마 젊은 날의 그녀는 자신이 이별을 고했던 그가 새로운 사랑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양측 가족은 서로 친구가 돼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할 말은 다하지 못했는데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할 말은 다하지 못했는데

    한 해가 빨리 저물고 있다. “마음속의 할 말을 다하지 못했는데(寸心言不盡), 앞길에는 해가 지려고 하는구나(前路日將斜)”라고 한말에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던 철종의 사위 박영효가 말했다.마치 한 해를 보내는 우리들의 초조한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나이 탓인지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빠르다는 것을 다른 어느 때보다 실감하게 된다. 한 것도 없는 것 같고, 할 것도 없는 것만 같다. 그래도 해가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을지 모른다.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김정희가 그랬다. 그는 자기보다 20세나 위였던 선운사의 백파선사와 편지로 논쟁을 벌인다. 한국 선종사의 대표 논쟁으로 기록되는 이 자리에서 김정희는 ‘스님같이 무식하고 경솔한 무리들’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노망든 증거가 15가지나 된다며 백파를 한껏 공격한다. 젊었을 때 우리들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김정희는 제주 유배를 끝내고 올라가면서 백파에게 정읍에서 만나고자 했다. 모르긴 해도 해가 가기 전에 그를 만나 자신의 지나침에 대해 사죄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그만 폭설이 내린다. 아마도 김정희는 “마음속의 할 말을 다하지 못했는데, 앞길에는 눈이 내리는구나”라고 넋두리를 했을 것이다. 얼마나 눈이 많이 왔던지 백파는 하루를 기다리다 산사로 돌아가고 김정희는 한양으로 올라간다. 그 후 만나질 못하다가 백파가 입적을 하자 김정희는 사죄와 존경의 뜻을 담은 비문을 써 보낸다. 인생이란 게 묘하지만 그런 것이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해가 가기 전에 꼭 마음속의 할 말을 다하고 싶어도 사람은 기다려 주지 않고, 계획은 다른 피치 못할 일로 늘 헝클어지기 마련이다. 이즈음 창밖의 헐벗은 겨울풍경을 한번 내다보라. 그리고 지난 일들을 조용히 돌이켜 보라. 그러면 기쁨보다 후회가 앞설 것이다. 부모님 그리고 자식들, 친구들과 연인, 동료들을 생각해 보면 밀려드는 것은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뿐이지 않은가. 그래서 미련은 먼저 나고 슬기는 나중 난다고 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공부(治心)가 더 필요한 것이다.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정약용도 “점차로 하던 일을 거둬들여 정리하고 이제는 마음공부에 힘쓰고 싶습니다. 스스로 살날이 길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한결같이 바깥일에만 마음이 시달리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우리가 늘 그랬다. 한결같이 바깥일에만 마음이 시달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은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였다. 심지어 살날이 길지 않은 것을 알게 되는 날마저도 그러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공자는 절사(絶四)라고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를 강조했다. 즉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고, 함부로 단언하지 말며, 자기 고집만 부리지 말고, 따라서 아집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 공자의 요지를 하나로 묶자면 제대로 나이를 먹으라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런데 제대로 나이를 먹으려면 몸만 건강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새해부터는 다른 무엇보다 마음공부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갑산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정호는 “늙어서 공부하는 것은 밤에 촛불을 켜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불로초도 나이 드는 것을 물리치지 못한다. 촛불이 없다면 나이 드는 것은 캄캄한 절망이요 절벽일 뿐이다. 마음공부를 하는 것은 그 절망과 절벽 앞에 촛불을 켜는 것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이제 공부의 촛불을 환히 켜 보도록 하자.
  • ‘사람이 좋다’ 환희-브라이언, 매니저 사망부터 불화설까지 ‘플투의 20년’

    ‘사람이 좋다’ 환희-브라이언, 매니저 사망부터 불화설까지 ‘플투의 20년’

    오늘(18일)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1999년 데뷔한 실력파 R&B 남성듀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를 만난다. ‘Day By Day’, ‘Missing You’, ‘Sea of love’ 등 수많은 명곡으로 사랑받은 그들이 데뷔 20년 차를 맞이했다. 곧 마흔을 앞둔 싱글남 환희와 브라이언. 최근 평택으로 이사 간 브라이언의 집들이에서 두 사람은 플라이 투더 스카이의 다사다난했던 20여년의 세월을 털어놨다. 4집 ‘Missing You’ 성공으로 최전성기를 맞이했지만, 그들에게는 두려운 노래였다고. 4집 활동을 시작해 첫 무대를 마치고 오던 길 빗길 교통사고로 절친했던 매니저를 잃고 만 것이다. 이후에도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활동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5년 대형기획사와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소속사로 옮기던 시점, 두 사람을 두고 해체설과 불화설이 돌기 시작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화설과 해체설에도 2014년 다시 ‘너를 너를 너를’을 발표하며 플라이 투 더 스카이만의 길을 걸어간 환희와 브라이언. 이후 매년 앨범을 발표하며 ‘플라이 투 더 스카이’라는 이름을 지키고 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살아가고 싶은 꿈으로 바쁘게 사는 브라이언과 공연이나 방송 스케줄이 없는 이상 집에만 있는다는 연예계 대표 집돌이 환희.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불화설을 이겨내고 남성 듀오로서 2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플라이 투더 스카이의 우정 이야기를 오늘(18일) 오후 8시 55분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1심 불복해 항소

    ‘KBS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1심 불복해 항소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이정현(60·무소속) 의원이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변호인은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재판부에 17일 항소장을 냈다. 이 의원으로선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항소가 불가피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는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무당금파의 ‘아리랑 굿’ 열린다

    [인터뷰 플러스]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무당금파의 ‘아리랑 굿’ 열린다

    새해 1월 26일… 한국 무당으로서 첫 역사적 무대 새해 1월 26일 오후 5시,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에는 코리안 샤먼(무당)의 ‘아리랑 굿 콘서트(ARIRANG GOOD CONCERT)’가 열린다. 카네기 홀에서 샤먼의 굿, 한국 샤먼의 굿 공연은 130년 카네기홀 역사상 처음이다. 첫 역사적 무대의 주인공은 ‘금파 운바기선원 원장(예명: 무당금파)’이다. 금파원장은 “천대받는 무당도 세계적인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룬다”며 “고난의 삶으로 지친 분들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 내게 주어진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홍익인간을 나누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은 무대 위에서 만이 아니라 뉴욕의 길거리, 카네기 홀 주변에서도 이뤄진다. 지신밟기라고 하는 세경돌기이다. 태극기를 비롯한 수십 개의 만장을 앞세우고 풍악을 울리는 ‘아리랑 행진’이다. 이 순간 뉴욕의 거리에 한민족의 가락과 춤, 한복 입은 사람들의 신명가락이 울려 퍼진다. 게다가 하루 앞선 25일에는 ‘6.25 참전용사위령비’와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 앞에서 ‘감사의 위령제’도 열린다. 금파원장은 “1월 초 미국 뉴저지주지사로부터 미국명예시민증서를 받기로 돼 있다”면서 “뉴저지주 뉴욕과 팰리세이드파크시 상하원으로부터 감사패도 수여 받기로 약속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민족의 비상과 웅비가 이번 뉴욕 카네기홀의 공연을 통해 ‘아리랑 가락’으로 세계인의 해원과 희망을 한 품으로 품게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한국 무당(코리안 샤먼) 최초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엽니다. 그것도 2019년 새해의 첫 달인 1월입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카네기 홀은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기부로 설립된 뉴욕 최고의 음악 공연장으로서 예술인들의 꿈의 무대로 알려진 곳입니다. 한국의 굿을 한국전통예술로 승화시켜 공연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카네기 홀’ 공연을 기획하고 추진한 특별한 계기와 이유가 있는가요. -젊은 시절에 연극을 전공했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예술인들에게 카네기 홀이란 세계 정상에 서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연극을 한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까닭에 카네기 홀은 남다른 의미였던 거죠. 그러던 차에 제가 황해도 굿을 접하면서 ‘이것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전통예술이다’고 느꼈고, 때가 되면 우리 전통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마음으로 내면화시켰는데요. 미주한인회 뉴욕지부의 주선으로 이룰 수 없는 꿈만 같았던 카네기 홀 공연이 이룰 수 있는 현실로 제 앞에 와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미국 뉴욕에 계시는 노인분들은 고국에 대한 향수가 깊습니다. 그분들 가슴 속에는 아리랑 가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고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새해를 맞이하시라는 의미로 준비했습니다. →굿은 한국 무당을 대표하는 신행인데요. 무당의 신행을 전통예술로 재해석하게 된 사연이 있으신가요. ‘아리랑 굿’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4년 전쯤 중국 쓰촨성 구채구를 여행할 때 그곳에서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공연은 티베트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중국어 공연이었는데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우리말 가락이 나오는 거였습니다. 그 순간 뇌리에 번쩍하는 섬광이 스쳤습니다. ‘아리랑은 우리 것이면서 또 세계인의 것이구나’하는, 저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 ‘환웅시대, 배달환국시대’를 떠올렸습니다. 치우천황도 스쳐 지나갔습니다. 우리 한민족과 함께 동이민족, 나아가 동서양을 아우르는 가락은 ‘아리랑’이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그때 저는 ‘아리랑으로 세계로 나가자’고 마음의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얼마 지나 KBS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로, 겨레의 노래 아리랑’이라는 주제로 ‘아리랑 특집’ 방송했는데, 외국인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을 시청하게 됐습니다. 그때 또 ‘아리랑은 민족을 넘어서고 종교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애환과 희망뿐만 담은 것이 아니라 세계인을 품고 있고, 그래서 지구촌 최고의 가락임을 재확인 한 거죠. 우리말 ‘아리랑 굿’의 영문 표기를 ‘ARIRANG GOOD’으로 한 것은 ‘아리랑 좋다’, 좋다는 뜻을 전하고 싶어섭니다.→한국 굿 가운데서 ‘황해도 굿’을 모티브로 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저는 젊은 시절에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사회에 나와 노래하며 음반도 취입했고, 무용도 했는데요. 성공을 못 했습니다. 인생의 우여곡절 끝에서 신을 만나 무당이 됐는데요. 무당이란 하늘의 소임을 받아 조상의 얼을 기리며. 한을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 드리는 제사장이었다는 점에서 보면 무당은 단군의 얼을 계승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무당이 돼서 처음으로 접한 굿이 ‘황해도 굿’이었습니다. 황해도 굿은 우리가 예술이라고 하는 춤과 노래, 음악과 연극, 미술과 의상이 모두 담겨진 종합예술입니다. 촬영이라는 영화적 요소만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가뭄이 깊었던 2015년 5월 24일과 2016년 5월 24일에 서울 광화문에서 ‘날아라 통일굿’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두 차례 황해도 굿으로 기우제를 올렸습니다. 이 경험이 자신감을 갖게 했고,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아리랑 굿 콘서트’를 공연하는 힘이 됐습니다. →‘카네기홀의 아리랑 굿 콘서트’가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대략 한 달가량 남았습니다. 준비과정은 어떻습니까. -우선,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를 지난 11월 20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프로덕션 측에 따르면 김장훈의 독도는 우리 땅,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방탄소년단(BTS) 광고에 이어 4번째라고 합니다. 당초 계약은 4개면 중 전면의 한 면으로 했는데요. 나머지 3개 면을 서비스로 제공해 주어 ‘1+3’이 됐습니다. 동시에 카네기 홀 측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아리랑 굿 콘서트’ 공연 관람 예약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저와 스텝이 30명가량 가야 합니다. 공연비자로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공연에 하루 앞선 1월 25일, 팰리세이드파크시의 ‘6·25 참전 용사 위령비와 평화의 소녀상 기림비’ 앞에서 위령제를 치르는데요. 어떤 취지와 의미인가요. -미국은 우리나라 암울했던 시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새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특히 한국전쟁 때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청춘의 생명을 바쳤습니다. 위령제는 그 덕분으로 한국은 핍박과 고난의 세월을 넘어 발전해 왔고, 세계 속에서 비상하며 웅비한 데 대한 ‘감사 뜻’을 담았습니다. ‘감사의 위령제’라고 하겠습니다. 이날 이 취지를 안 뉴욕과 뉴저지주 상하원의 의회에서 제게 ‘대한민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선구적으로 알려주고 공연해 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감사패를 수여하겠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민들, 재외 동포들, 그리고 세계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홍익인간 제세이화입니다. 사람답고, 인간답게 사는 것. 한마디로 ‘사랑’입니다. 종교를 떠나 내 안에 사랑의 생명이 있듯이, 내 안에 하나님도 계시고 부처님도 계십니다. 내 안의 사랑을 키우면 좋겠습니다. 나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린 연주자, 성악가와 같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문화예술인이 아닙니다만, 우리나라에서 ‘천박하다’. ‘미신이다’하는 무당으로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섭니다.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한국 샤먼의 아리랑 굿 콘서트’ 광고영상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천대받는 한국 샤먼, 무당도 ‘꿈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만큼 어떤 어려움과 난관이 오더라도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많은 응원 당부드립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이상열의 메디컬 IT] 걸그림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이상열의 메디컬 IT] 걸그림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필자는 2000년대 초 모교인 경희대병원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했다. 당시 1년차 전공의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콘퍼런스 준비였는데, 정해진 시간에 회의가 시작되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다. 프로젝터와 노트북 등 장비를 잘 준비해 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老)교수들은 옛 방식의 강의 자료를 가져와 다시 의국을 뛰어다닐 때도 있었다.우리 1년차들은 혁신적인 장비를 콘퍼런스에 처음 도입해 의국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로는 상당한 거금을 투자해 전자상가에서 구입한 32MB(메가바이트)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였다. USB로 파일을 처음 열었을 때 모든 의국원들이 웅성거리던 순간은 1년차의 여러 기억 중 꽤 재미있었던 순간으로 남아 있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널리 확산되면서 기존의 데이터 저장·보관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의 데이터 서버(클라우드)에 프로그램을 두고 그때그때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에 불러와 사용하는 웹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다. 일반적인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는 서버에 저장된다. 사용자들은 전문 지식이 없거나 기기를 제어할 줄 모르더라도 인터넷을 이용해 손쉽게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단말기 비용이 저렴해지고 휴대성과 가용률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컴퓨터 이외에 스마트폰 등 다양한 단말기의 사용이 가능하게 돼 한 가지 자료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신뢰성 높은 서버에 안전하게 보관하면서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서버가 공격당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재해 등으로 서버 데이터가 물리적으로 손상되면 미리 백업하지 않은 정보는 되살리기 힘들다. 또 특정업체 고유의 규격을 사용해야 해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필자는 선배들이 어떻게 콘퍼런스를 준비했는지 궁금해 노교수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교수님은 커다란 전지 묶음으로 만든 ‘걸그림’(족자)이 콘퍼런스 준비 필수품이었다고 했다. 몇 날 밤을 새워 걸그림을 제작해야 했고, 글씨를 잘 쓰는 인턴이나 전공의들은 색색의 매직펜과 사진들을 쌓아두고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고 한다. 교수님은 “매직펜으로 정성스럽게 쓴 걸그림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고 표현했다. 불과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자료의 저장과 전송을 위해 걸그림부터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놀라운 발전이 일어난 것이다. 새삼스레 이런 발전을 직접 체감하고 사용할 수 있는 우리들이 축복받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은 병원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중요 정보에 대해서도 그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 관련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갈지 사뭇 기대가 크다.
  • ‘미우새’ 박주미 “가족애와 주변의 고마움 둘러본 소중한 시간”

    ‘미우새’ 박주미 “가족애와 주변의 고마움 둘러본 소중한 시간”

    배우 박주미가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 미모와 입담을 뽐냈다. 어제(16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 스페셜 MC로 출연한 박주미는 등장과 동시에 ‘모벤저스’들과 따뜻한 케미를 보였다. 금세 긴장을 풀고 편안한 분위기에 적응한 박주미는 솔직 담백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터놓으며 패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이목까지 집중시켰다. 이어 박주미는 세월을 무색하게 한 동안 외모로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신동엽과 과거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농담으로 빚어진 에피소드를 공개했는가 하면 서장훈에게는 “장훈이는 아직도 아기 같다. 그저 예쁘고 귀여운 동생이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방송으로 보여준 가족들에 대한 애정과 겸손함으로 모벤저스의 감탄어린 칭찬을 한 몸에 받은 박주미는 방송 후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며 다시 한 번 가족애를 느끼고, 주변의 고마움을 둘러 본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박주미, 겸손한 태도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닌데 솔직히 감동이었다”, “역시 원조 ‘방부제 미모’! 역대급 동안 배우!“, “박주미, 미모부터 성격까지 정말 닮고 싶은 사람!“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박주미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SBS ‘미운 우리 새끼’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5분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부선, 고소 취하 심경 “증거 부족…다 내려놓고 싶었다”

    김부선, 고소 취하 심경 “증거 부족…다 내려놓고 싶었다”

    배우 김부선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 일부를 검찰 소환조사 도중에 취하한 데 대한 심경을 고백했다. 김부선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이 고소도 취하하고 서울을 떠나 어디서든 이젠 좀 쉬라고 간곡히 애걸했다”면서 “고통스러운 지난 세월을 떠올리는 게 구차스럽고 다 내려놓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고, 오래된 딸의 요구를 이제야 받아들이게 되니 미안하고 한편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딸이 참으로 고맙다”면서 “(변호인인) 강용석 변호사는 구속되어 있고, 11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이재명 혼내준다고 조사받았는데 갑자기 다 놓고 싶더라. 날 괴롭힌 아파트 주민이 오버랩 되면서 치가 떨렸다. 어떤 놈이 도지사를 하든 대통령을 하든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살고 보자 이런 마음으로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정적인 건 내가 증거 부족으로 독박·피박 쓸 거 같아 쫄았다. 분당서에서 도시바 노트북을 싱가포르에서 찾아줄 거라 기대했지만, 여기는 미국이 아니더라.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난감했고 고민 많이 했다”면서 “힘든 시간이 지속되겠지만 이겨내겠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 취하했지만 당장 이기는 게 이기는 것은 아닐 거다. 여러분들은 이미 승리했다. 그간의 격려와 지지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씨는 지난 14일 이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관련 혐의와 관련해 소환조사를 받던 중, 이 지사가 자신을 허언증 환자로 몰며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을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이와 관련한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고소취하장을 제출했다. 김씨는 9월 18일 “(이 지사에게) 허언증 환자로 몰려 정신적·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며 이 지사를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이 지사가 6·13 지방선거를 앞둔 TV 토론회에서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부인한 것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담겼다. 검찰은 고소장에 명시된 혐의 2개 중 명예훼손에 관해서는 김씨가 처벌 의사를 철회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나머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수사를 계속했으나 스캔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지난 11일 불기소 처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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