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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세대] 불행 배틀을 넘어서/한승혜 주부

    [2030 세대] 불행 배틀을 넘어서/한승혜 주부

    며칠 전 일곱 살 큰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좋겠다.” “왜?” 하고 물으니 대답한다. “어른이니까. 나도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어.” 어째서 어른이 되고 싶냐고, 어린이로 지내는 것이 좋지 않냐고 되묻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다. “엄마는 어린이가 얼마나 힘든 줄 알기나 해?” 이게 무슨 말이람. 어른이 되면 고민할 것과 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웃으면서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렇다고, 이 엄마는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다고, 지금이 행복한 줄 알라고 타이르려다가 문득 멈칫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어린이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던가? 어른이 된 지금보다 어릴 때가 더 행복했던가? 갑자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먹고, 자고, 놀기만 하면 되니 객관적인 기준에서 지금보다 행복해야 마땅하던 시절. 그러나 그렇게 보낸 시간이 마냥 즐겁기만 했는가 하면, 정말로 아무런 걱정과 고민이 없었는가 하면 사실 그렇지는 않았던 것이다. 텅 빈 집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며 도무지 돌아가지 않는 것 같은 시곗바늘을 몇 번씩 확인해 봤던 기억과, 나의 의사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 절망하던 시간과,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뒤 그저 간신히 버텨 내던 나날과, 스승의날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호출한 선생님에게 방과 후에 한참 동안 혼이 났던 기억들. 물론 지금 돌이켜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목숨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사건들도, 먹고사는 문제와 관계가 있는 일도 아니었으므로.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흔한 일일지도 모르고. 그러나 감정적인 타격에 있어서만큼은 성인이 된 후 겪었던 괴로움이나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삶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를 힘들게 만든다. 그저 편하고 녹록하기만 한 인생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누군가 고충을 토로하면 그것을 듣고 이해하기 이전에 객관적인 기준에서 충분히 힘들 만한지, 혹시 더 힘든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부터 우선 판가름하고 따지는 것만 같다. ‘너 힘들다고? 나는 더 힘들어. 우리 전부 다 힘드니까 징징대지 마. 예전에는 더 힘들었어,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누가 더 힘든가를 따지는 ‘불행 배틀’은 결국 모두를 패배하게 만드는 싸움이 될 뿐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은 지구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구의 고통도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의 행복을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 더 심한 폭력과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이 내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모든 고통에는 맥락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고통의 경중이나 우열을 따지기 전에 그 맥락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그때서야 우리는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 세월호 구조헬기, 맥박 살아있던 학생 대신 해경간부가 타고 갔다

    세월호 구조헬기, 맥박 살아있던 학생 대신 해경간부가 타고 갔다

    응급 익수자, 헬기 탑승 기회 3차례 놓쳐 원격의료 결과 불규칙한 맥박 살아 있어들것 실려 헬기장까지 갔다가 함정 귀환20분 거리 병원 4시간여 만에 배로 도착 유가족 “첫 발견 때 살아 있었다니” 분노 특조위 “조사 후 혐의 발견 땐 수사 요청”세월호 참사 당일 해양경찰이 맥박이 있는 상태의 익수자를 발견하고도 헬기를 이용하지 않아 병원 이송에 4시간 41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20~30분이면 충분히 후송할 수 있었던 현장의 헬기는 해경청장 등 고위직이 탔다. 익수자는 네 번에 걸쳐 배에서 배로 옮겨졌고, 이송 과정에서 숨졌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문호승 특조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보고드릴 내용은 지금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특조위에 따르면 세 번째 희생자이자 단원고 학생인 A군은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에 발견돼 해경 1010함으로 올려졌고, 6분 뒤 3009함으로 옮겨졌다. 3009함 항박일지에 따르면 해경은 오후 5시 35분 원격의료시스템을 가동해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병원 응급의료진의 지시를 받았다. 당시 영상을 보면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을 ‘환자’로 호칭하며 응급처치를 했다. 5시 59분쯤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병원에 전달된 바이탈 사인(사람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호흡, 체온, 심장 박동 등의 측정치) 모니터에는 불규칙한 맥박과 69% 산소포화도가 나타났다. 박병우 진상규명국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산소포화도가 69%라는 것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100% 사망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헬기를 이용했다면 20~30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지만, A군은 헬기를 타지 못했다. 5시 40분쯤 A군이 올라와 있던 3009함에 해경의 B515헬기가 내렸지만 김수현 당시 서해해양경찰청장만 태워 갔고, 서해청으로 이동한 김 청장은 오후 7시부터 기자회견에 나섰다. 오후 6시 35분에도 B517헬기가 착함했지만, 오후 7시쯤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이 탔다. 같은 시각에 도착한 응급헬기 1대는 착륙하지 않고 회항했다. 응급구조사와 해경 직원 등은 A군을 들것에 들고 헬기장까지 나갔지만 마이크 선내 방송으로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이 나왔고, 헬기는 돌아갔다. 참사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 오던 배다. 해경은 오후 7시 15분쯤 심폐소생술을 중단하고 공식 문서에 A군을 사망자로 기록했다. 결국 A군은 오후 6시 40분 3009함에서 P22정으로 옮겨졌고 오후 7시 P112정으로, 오후 7시 30분 P39정으로 옮겨진 뒤 오후 8시 50분 서망항에 도달했다. 목포한국병원에는 오후 10시 5분에야 도착했다. 특조위는 A군이 헬기를 이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아이가 발견됐을 때는 살아 있었는데, 적절한 조치가 실시되지 않아 희생됐다”면서 “심장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특조위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조사 과정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한국, 박찬주 논란에 시작부터 꼬인 인재 영입

    한국, 박찬주 논란에 시작부터 꼬인 인재 영입

    윤봉길 장손녀 윤주경 전 관장도 제외 황교안 “오늘 경제… 안보 부문 기회 있어” 당내 “박찬주 제외 당 결정 신중치 못해” 박지원 “신앙심 깊어 황 대표와 죽 맞아”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인재를 31일 처음 공개했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시작부터 꼬인 모양새다. 황 대표는 3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제1차 영입 인재 환영식’을 열고 영입 인사를 일일이 소개한 뒤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하게 만들어 온 자유 우파가 이제는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경제 분야와 탈원전, 여성, 언론인, 청년 등을 고루 발탁했다고 밝혔다.황 대표가 영입한 인사는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등 8명이다. 윤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아이돌그룹 엑소(EXO) 멤버 ‘수호’의 아버지다. 행정고시 출신인 김 전 부사장은 산업자원부 과장 등을 거쳤다. 백 대표는 지난 8월 2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집회에 연사로 올랐다가 변상욱 YTN 앵커와 ‘수꼴’ 발언으로 공방을 벌였다.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 출신인 장 대표는 화장품 기업 정원에이스와이를 맡고 있다. 양 회장은 여성 후보자 지원 활동에 노력한 여성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이 전 사장은 걸프전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MBC 보도본부장 시절 세월호 보도 은폐·축소 의혹 논란에 휩싸였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 탈원전 정책에 저항하며 주목받았다. 당초 명단에 포함됐던 안병길 전 부산일보 사장,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도 이날 영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 전 관장은 영입 인사로 보도된 후 주변에서 말이 많아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은 발표 보류인가 영입 취소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영입 취소가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영입하고자 하는 분들,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다. 오늘은 경제에 주력한 첫 번째 행사였다. 앞으로 안보 부문도 (영입 행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장 제외 여진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당 신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전 대장을 명단에 넣었다 제외한 당의 의사결정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전 대장이 굉장히 기독교 신앙이 깊으며 군인도 기독교 정신으로 하겠다는 분이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하고 죽이 맞은 듯하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해경, 세월호 환자 늑장 이송… 골든타임 놓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응급 환자를 늑장 이송해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 심상정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하자”

    심상정 “국회의원 세비,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하자”

    국회 비교섭단체 발언 연설 통해 주장한국당 선거제 개혁안에 “꼼수” 비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석에서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없애자는 자유한국당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꼼수”라고 비판하며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심상정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비교섭단체 발언에서 이렇게 밝히며 “그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 불모의 양당 정치를 이젠 끝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으로 다당제, 협치의 제도화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대표는 “30년 넘게 지속돼 온 양당 중심의 대결 정치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면서 “정치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 처참한 낡은 정치 체제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역사 속으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양당독점 정치 구조에서 벗어나 다당제 하에서 협력의 정치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진 민주정치로 나가야 한다”면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준연동형 선거제도 개혁안이 통과되면 민심과 정당 간 의석 수의 현격한 불비례성을 줄여 국민을 닮은 국회로 한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의당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오랜 세월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을 거부해 온 자유한국당의 ‘밥그릇 본색’”이라며 “선거제 개혁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한국당은) 국회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제는 아예 없애자고 한다.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현행 253석인 지역구를 270석으로 17석이나 늘리겠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불공정한 선거제도에 기대지 말고 작년 12월 15일 나경원 원내대표도 합의한 대국민 약속에 따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에 동참하라”면서 “이제라도 패스트트랙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국회법에 따라 개혁입법 처리에 협력하기 바란다”고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세월호 참사 때 해경 헬기 응급환자 안 태우고 해경청장 태웠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 헬기 응급환자 안 태우고 해경청장 태웠다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해양경찰이 응급환자를 헬기로 이송하지 않고 헬기보다 느린 배로 이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헬기는 응급환자 대신 당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양경찰청장만을 태우고 현장을 떠났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 내용’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A군은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A군은 그날 오후 5시 30분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졌다. 당시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을 응급처치했다. A군 학생의 산소포화도 수치는 69%였다.박병우 특조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산소포화도가 69%라는 것은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나 사망이라고 판정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A군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A군을 함정으로 이송한 해경은 오후 5시 35분쯤 원격의료 시스템을 가동했고, 모니터를 통해 A군 상태를 살핀 인근 병원 응급 의료진은 심폐소생술(CPR)을 지속하며 A군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인근 병원까지 헬기로 이동하는 데 약 20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날 오후 5시 40분쯤 해경의 B515 헬기가 해경 3009함에 내렸다. 그런데 이 헬기는 오후 5시 44분쯤 A군이 아닌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이후 오후 6시 35분쯤 해경 B517 헬기가 도착했지만 A군 대신 오후 7시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결국 A군은 오후 6시 40분쯤 3009함에서 P22정으로 옮겨졌고 오후 7시쯤 P112정으로, 오후 7시 30분쯤 P39정으로 옮겨진 뒤 오후 8시 50분쯤 서망항에 도착했다. A군은 오후 10시 5분쯤이 돼서야 병원에 도착했다. 헬기로 약 20분 만에 갈 병원을 4시간 4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것이다.박병우 국장은 “당시 영상을 보면 오후 6시 35분쯤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는 방송이 나온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라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은 원격의료 시스템을 통해 의사로부터 이송조치를 지시받은 상태인 만큼 헬기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A군이 제때 해경 헬기를 이용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추가로 조사해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 현장에 참석한 장훈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 특조위의 발표는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고 의사 지시대로 헬기에 태웠으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내용”이라면서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음 달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자의 재수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포토] ‘세월호 참사 대응 부적절’ 발표에 분개한 장훈 위원장

    [포토] ‘세월호 참사 대응 부적절’ 발표에 분개한 장훈 위원장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장훈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책상을 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해경이 희생자를 발견하고도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41분이 걸리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스1
  • [포토] 세월호특조위 방해 조윤선 항소심 첫 공판 출석

    [포토] 세월호특조위 방해 조윤선 항소심 첫 공판 출석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군 전역 후 복학해 23세에 졸업… 친구의 마지막 뒷모습 잊지 못해”

    “군 전역 후 복학해 23세에 졸업… 친구의 마지막 뒷모습 잊지 못해”

    일시 1997년 10월 22일 장소 인천학생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이규원 치과 3층) 대담 이세영(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 이경종(인천학생6·25 참전관 설립자) 이규원 치과원장 (이경종 큰아들) ■ 내가 겪은 6·25 전쟁우리 집은 화도 고개를 넘어 화수동 225번지였으며 우리 집 길 건너편에는 화동병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나는 송림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인천상업중학교에 진학하였다.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6·25전쟁이 일어났다. 인민군이 인천을 점령하고 얼마 있으려니까 중학생이나 청년들을 인민의용군으로 잡아가기 시작했는데, 모두 실종되어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 화수분대에 등록 1950년 9월 15일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우리 인천은 공산군으로부터 해방이 됐다. 그러나 전시(戰時)라 학교는 휴교 상태였다. 이때 형과 나는 인천학도의용대 북구지대 화수분대에 등록하고 학도의용대원이 됐다. 1950년 12월 중순경 연락 오기를 인천학도의용대가 남쪽으로 내려가니까 며칠에 어디로 준비를 하고 모이라 하는 것이었다. 1950년 12월 18일 축현국민학교에 모여 그날 오후에 남쪽으로 출발하였다.부산 육군 제2훈련소 입소 20일간 걸어서 우리들은 마산에 도착하였고, 국민방위군 제3수용소(통영충열국민학교)로 들어갔다가 통영에서 며칠 지내고 난 후 통영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부산 부두에 상륙한 후 육군 제2훈련소(부산진국민학교)에 입소하였다. 1951년 1월 그믐께 육군 제2훈련소(부산진국민학교)를 마친 나는 부산육군통신학교로 가게 되었다. 당시 육군통신학교는 동대신동에 있었는데 그때 육군 제2훈련소에서 육군통신학교까지는 밤늦게 전차를 타고 갔다. 부산육군통신학교를 졸업하고, 통신병으로 배치받은 곳이 육군 5사단이었다. 강원도 5사단 27연대 1대대 통신병 그때 나는 강원도 중동부전선 5사단 최전방 27연대 1대대 통신병으로 갔다. 당시 무선통신병은 개인 개인마다 고유번호가 있었으며 서로 무선으로 통신할 때 고유번호만 대면 서로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1대대 무선통신병으로 대대장한테 신고를 마쳤을 때 대대장은 나이 어린 신병(新兵)이 무선통신반장으로 온 것을 우습게 여기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무선통신에 대한 기술이 만만치 않은 것을 얼마 뒤에 알고는 그 후로부터는 나를 신임하게 되었다. 그것은 당시 최전방 일선 전투지역의 보병 대대(Infantry Battalion) 무선통신병은 대대가 움직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1952년 4월경이었으며 이때 처음으로 보상휴가를 얻어 군에 입대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 인천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뵙게 됐다. 집 떠난 지 4년 4개월 만에 명예제대 처음 입대하여 후방부대에 배치받았을 때 전쟁이 뭔지 전방이 뭔지도 잘 모르고 전방을 지원했다가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5사단 27연대 1대대 통신대 선임하사로 있다가 만기제대하였을 때가 1955년 5월 9일이다.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 재학 중 15세 때 군인이 되어 전쟁터에서만 지내다 제대했을 때의 내 나이는 20세의 청년이 되어 있었으며 군대생활은 만 4년 4개월을 하였다. 1955년 5월 9일 제대한 날 막 집에 도착하니까 아버지께서 공부는 한 시도 늦출 수가 없으니까 내일 학교를 찾아가서 복학 절차를 밟자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인천고등학교에 복학 그래서 아버지하고 같이 제대하고 이튿날인 1955년 5월 10일 인천고등학교 교무실에 들어가 복학 수속을 하였다. 그날 복학 수속은 무사히 마치었다. 이렇게 하여 이튿날부터 고등학교 1학년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으며 이날이 제대한 날부터 3일 만이었다. 그때 1학년 학생들은 4월 달에 입학하여 수업에 들어간 지 1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또한 나와 동급생이 된 학생들은 625가 났을 때는 국민학교 6학년생들이었으며 나이로나 학년으로나 나보다 4년 후배들이었다. 모든 면에서 뒤떨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이러한 나의 성실함과 군(軍)경력이 인정된건지 2학년에 올라가서는 당시 고등학교마다 있었던 학도호국단 2학년 담당 중대장을 맡게 되었으며. 이후 다시 3학년에 올라가서는 인천고등학교 학도호국단 연대장이 되었다. 1957년도에 인천고등학교 57회로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이때가 내 나이 23세였다. 강원도 횡성에서 전사한 친구 김동기 송림동에 살았던 김동기는 인천상업중학교 1학년 3반 같은 반 친구였었다. 김동기도 나하고 함께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일 때 같이 남쪽으로 내려가 나와 같이 무선통신병이 되었다. 5사단 35연대에서 같이 군(軍) 복무 했었던 내 친구 김동기가 1951년 3월 봄날에 무전기를 고치고 다시 전선으로 가는 것을 본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내 친구의 뒷모습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다른 통신병들로부터 “김동기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나라와 고향을 위해 전사한 6·25 참전 인천학생들 15살 어린 나이에 나라와 고향을 지키겠다고 떠난 길이었는데 나라와 고향을 지켰지만, 그 어린 친구들의 죽음은 이 나이가 되도록 내 가슴에 상처로 있고, 이제는 고향에서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 같아 슬프다.처참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는데, 오랜 세월 파묻혔던 우리의 이야기를 이렇게 찾아주고 들어주어서 이경종규원 부자(父子)께 고마울 뿐이다. “동창생 경종아 고맙다!” 라고 말하면서 전사한 같은 반 친구 김동기를 떠올린 이세영은 눈물을 흘렸다.글 제공 :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관 ▶다음호에 29회 계속
  •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프랑스 왕정체제를 허문 시민혁명 프랑스대혁명(1789)의 뿌리는 계몽주의 사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가들과 비평가들은 그 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을 풍자에서 찾는다. 왕실에 만연한 사치와 향락, 특히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탕과 성적 문란을 향한 대중들의 분노. 거리에 뿌려지는 앙투아네트의 문란상을 담은 포르노그래피며 시·소설, 낙서…. 그 풍자로 분노한 대중은 결국 콩코드광장에서 두 사람을 처형했고 공화정 체제를 이끌어 냈다. 프랑스대혁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풍자는 ‘비판적 웃음’의 속성을 갖는다. 현실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부정과 모순된 현실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통한 이상 세상의 구현을 노린다고 할까. 하지만 풍자는 사회통념에 크게 역행하지 않는 시각과 사회 발전을 향한 냉철한 시선을 가질 때 빛을 발한다. 거꾸로 지나친 왜곡과 특정 집단의 이익에 기울 때 사회적 공감은커녕 부메랑의 참극으로 끝나기 일쑤임을 역사는 역력히 보여 준다. 풍자의 역풍은 근래 우리 정치계에서도 또렷하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이 국회의원회관에 걸려 논란을 빚었고, 이에 앞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한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해 말썽을 빚었다. 나체로 풍자된 박 전 대통령 곁에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침몰하는 세월호를 곁들인 풍자화 ‘더러운 잠’은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끝에 전시를 주최한 민주당 의원은 6개월 당직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고 ‘육××놈’, ‘불×값’,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같은 비속어가 동원됐던 연극 ‘환생경제’도 결국 ‘여의도’ 대표였던 한나라당 의원의 사과로 매듭지어졌다.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식의 진영 싸움 중에 불거졌던 일그러진 풍자는 모두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아 불쾌한 여운만 남긴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풍자 만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화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자유한국당이 안데르센 동화를 패러디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선 문 대통령이 간신들 말에 속아 실체가 없는 ‘안보 재킷’과 ‘인사 넥타이’를 착용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면서 국민들의 비웃음을 산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둘 수 없지.” “차라리 우리 집 소가 낫겠어.” 영상 안에서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의 비난 목소리도 등장한다. ‘천인공노할 내용’이라거나 ‘비판에도 품격을 지키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 논란을 빚었던 꼴사나운 풍자 세태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된 듯해 씁쓸하다. 장원급제하고도 방방곡곡을 떠돈 김삿갓은 숱한 방랑기를 남겨 여전히 회자된다. 일부 문학계에선 ‘한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칭송까지 받는 김삿갓의 세상 풍자록인 방랑기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욕심 없는 청빈과 사심 없는 절제 때문이 아닌가. 대중들의 풍자는 정치인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kimus@seoul.co.kr
  • 詩적이고 영화 같은 그녀만의 K스릴러… 13개국이 반했다

    詩적이고 영화 같은 그녀만의 K스릴러… 13개국이 반했다

    글밥만 32년. 1987년 대학 졸업 후 줄곧 라디오·예능 프로그램의 작가 등으로 활약하며 자기가 쓴 소설을 직접 드라마·희곡 시나리오로 각색했다. 2010년 한국에서 출간한 소설 ‘잘 자요 엄마’는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러시아 등 전 세계 13개국에서 번역 출간을 준비 중이다. 지난 6월에는 ‘다운튼 애비’ 등을 만든 영국 드라마 제작사 카니발 필름과 영상화 판권 계약을 마쳤다. 이 전방위, 혼종의 작가를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추리 소설의 여왕’ 서미애(54) 작가다. 해외에서 잘나가는 이유부터 물었다. “제 소설 보고 ‘유니크하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렇게 받아들일까 생각해 봤는데, 순문학 느낌도 있고, 어느 정도 시적이면서도 영화적인 느낌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시적이면서도 영화적인 느낌’에는 이유가 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담임 선생님 다섯 분이 국어 선생님이었다는 작가는 ‘대학에 국문과밖에 없는 줄 알고’ 단국대 국문과에 진학했다. 1986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1994년에는 스포츠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두 신문춘예 사이, 그는 스스로 산문형 인간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제가 쓴 시에 대한 평을 들으면, 제 뜻이 이렇게 오도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웃음) 저는 그것보단 스토리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추상적인 것보다는, 글을 읽으면서 풍경들이 그려지게 쓰는 게 좋더라고요.” 시에서 소설의 세계로 전향했지만, 시를 썼던 근육은 소설을 쓰는 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를 들어 한국과 대만에서 출간된 소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세상에서 제일 슬픈 남자 얘기를 해 보자’는 시 같은 메모 한 줄에서 시작됐다. “그 후에 우연히 세월호 희생 아이들의 빈방 전시회를 보게 됐어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사람은 아이가 없는 빈방을 바라보는 부모겠구나’ 싶더라고요.” 모종의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에 막상 세월호 얘기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를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은 뭘까. 인간의 어두움에 대한 지독한 탐구다. 작가는 트릭이나 반전 위주의 셜록 홈스보다는 범죄 배경에 주목하는 애거사 크리스티를 더 좋아한다. 예상치 못한 범인의 등장으로 허를 찌르는 작가의 소설 ‘잘 자요 엄마’, ‘목련이 피었다’ 등은 이들을 잉태한 사회에 더욱 주목하는 작품들이다. “악마도 열심히 달려왔고요. 점점 더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에 나타나고 있어요. 사이코패스는 유전적이냐, 환경적이냐를 따지고 보면 어느 한쪽이라고 선뜻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우주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인간’이라고 얘기한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작가는 과학 수사 다큐멘터리의 구성 작가로 일하며 부검의와 검시관, 프로파일러 등 한국 최고의 범죄 수사 베테랑들을 취재했다. 그 덕에 그가 그리는 범죄 현장은 사실적이다. 일선 경찰서 형사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7~8년 전만 해도 작가는 문예지에서 청탁을 받아 글을 썼다가 장르문학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할 뻔한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도서전에서 한국의 장르소설만 출간하겠다는 프랑스 출판사를 만날 만큼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단다. “우리나라는 순문학의 영향이 있어서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심리적인 걸 많이 묘사하다 보니까 동적이지 않죠. 장르가 대세가 되는 이유는, 영상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미지화가 잘되는 장르 소설을 훨씬 더 편하게 여기기 때문인 거 같아요.” ‘요즘 대세’의 길을 일찌감치 선택했지만, 본인 스스로 휘발성이 강한 웹소설은 맞지 않다고 여겼다는 작가. 그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벨기에영사관으로 쓰인 남서울미술관 유럽 정취 물씬

    [흥미진진 견문기] 벨기에영사관으로 쓰인 남서울미술관 유럽 정취 물씬

    사당역 관악 예술인마을은 관악산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집결지 바로 옆 시립 남서울미술관 붉은 벽돌건물은 왠지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들어졌다. 튼튼한 기둥들과 세로로 길게 난 창이 다른 건물과는 많이 달랐다.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당시 이 건물이 벨기에영사관으로 쓰여 유럽의 고딕양식을 따라 일본인의 기술력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내부 정비를 마치고 문을 열어 ‘모던로즈’라는 이 건물의 과거 쓰임에 대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한국 땅 안에서 유럽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공간이었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국화 옆에서’라는 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시다. 미당 서정주의 생가터에서 시인의 육성으로 시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지역의 유일한 미래유산인 서정주 생가터 내부는 깔끔했다. 생전에 걸쳤던 옷가지며 책, 그가 남긴 작품들이 벽에 걸려 있어 시인의 유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관악구에는 22개의 동이 있는데, 그중에서 강감찬 장군과 관련된 동 명칭이 5개나 될 정도로 고려를 빛낸 장군의 업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빌라촌이 즐비한 마을 한쪽에서 생가터를 만났다. 특히 올해는 귀주대첩이 일어난 지 1000년이 되는 해로, 대대적으로 장군을 기리는 행사가 크게 열렸다고 한다. 장군을 모신 사당인 안국사는 조용했다. 생가터에 서 있던 고려시대 삼층석탑이 이곳에 옮겨져 있었다. 훼손돼 정확한 양식을 알 수 없어 안타깝지만 다양한 각도로 추정한 끝에 두 층을 복원해 세워 놓은 돌탑이라고 했다. 황 지도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우리는 10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유산 앞에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사당에서 시작해 관악산 자락으로 이어진 해설코스를 되짚어 보며 황 지도사가 미리 준비한 송창식의 ‘푸르른 날’을 함께 들었다. 서정주의 시에 노랫가락을 붙인 곡이라는데, 정말 가사처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다. 그리운 사람을 떠올려야 할 것만 같은 가사의 서정성에 몸을 맡기며 자연의 축복을 느꼈다. 이지현 책마루독서교육연구회 연구원
  • 황교안이 공들인 ‘인재 1호 박찬주’… 당 반발에 막판 제외

    황교안이 공들인 ‘인재 1호 박찬주’… 당 반발에 막판 제외

    자유한국당의 내년 총선 1차 인재 영입 리스트에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불명예 퇴역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포함돼 30일 논란이 일자 황교안 대표가 영입식을 하루 앞두고 박 전 대장을 명단에서 제외했다. 황 대표는 당초 31일 국회에서 인재영입식을 열고 1차 영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당 안팎의 비판에 박 전 대장 영입을 보류했다.한국당 핵심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박 전 대장을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계획대로 31일 발표할 것”이라며 “박 전 대장은 추후 다른 형식으로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입 철회 수순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며 “당 대표가 직접 영입한 사람인데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자신이 직접 영입한 박 전 대장을 1차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최고위원들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조경태·김광림·김순례·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맹우 사무총장과 회의를 열어 인재 영입과 총선기획단 구성을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의견을 황 대표에게 전했다. 한 참석자는 “박 전 대장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고,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분을 굳이 인재 영입 대상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당내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황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공정’을 고리로 청와대를 맹공하고 정작 갑질 논란 인물을 ‘1호 영입’으로 추진한 데 대해서도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적폐 수사’의 피해자”라며 “다만 영입 1호로는 부족하고 1차 명단의 3, 4순위로는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다른 중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조국을 우겨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지만 중도층을 잃은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조국 표창장’ 논란처럼 오만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난 5월부터 박 전 대장 영입에 공을 들여 왔다. 박 전 대장은 이날 통화에서 “황 대표가 총리일 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책임자로 만났었고, 개인적 연은 없다”며 “지난 5월 황 대표가 나라가 어려울 때 당에 들어와 같이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갑질 논란에 대해선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돌파하겠다”고 했다. 그는 고향인 충남 천안 또는 논산·계룡·금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보도본부장 재임 시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이 있는 이진숙 전 MBC 보도국장 등은 예정대로 인재영입식을 진행한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문 대통령 “어머니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 남겨…영원한 안식 누리시길”

    문 대통령 “어머니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 남겨…영원한 안식 누리시길”

    어머니 강한옥 여사를 여읜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당신이 믿으신대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나 다시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한다”면서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1년 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신앙 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는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과거를 떠올리며 “특히 제가 정치의 길로 들어선 후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제가 서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 이제 당신이 믿으신 대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할 뿐”이라는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어머님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고 강한옥 여사는 전날 향년 9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을 치를 예정이며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법정으로 간 ‘타다’, 법으로 미래산업 규제해선 안 된다

    승차공유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됐다. 검찰이 그제 ‘타다’의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회사가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하고, 자동차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운송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타다를 렌터카가 아닌 ‘불법 택시’라고 판단했다. 현재 타다의 차량 수는 1400여대, 기사 수는 9000여명이다. 이번 기소는 지난 2월 택시단체가 고발한 뒤 8개월여 만이다. 앞서 택시업계는 승차공유 서비스에 반발해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일부 택시기사는 분신 자살했다. 갈등이 고조되자 정부는 지난 7월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택시 면허권을 인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타다의 사업 방식은 제외돼 추가 협의를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타다 측이 최근 ‘영업차량 1만대 확대’ 계획을 발표하자 갈등의 골은 더욱 깊게 파였다. 검찰의 이번 기소는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혁신경제를 사법처리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서 검찰은 2014년 12월에도 타다와 유사한 우버를 기소했으며, 법원은 지난해 6월 유죄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행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보완하지 못했다는 경위가 참작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이 제도 보완을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1년 넘게 허송세월하는 형국이다. 타다의 기소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혁신 생태계 조성 방침에 어긋난다.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한국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서 뒤처질 수 있다.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손놓고 기다리면 늦는다. 제도 보완을 위해 정부는 물론 국회도 나서야 하고, 모빌리티 관련 업계는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다 쓴 공연·영화 관람권 주면 책으로 바꿔 드려요

    다 쓴 공연·영화 관람권 주면 책으로 바꿔 드려요

    내일 서울·전주서 ‘도깨비책방’ 새달엔 지역서점 저자·명인 만남 이번 달 ‘문화가 있는 날’인 30일 전후로 전국에서 문화행사 2736개가 열린다. 특히 깊어 가는 가을을 맞아 책 관련 행사를 눈여겨볼 만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도록 정해 운영한다. 공연, 전시, 영화 유료 관람권과 지역 서점 구매 영수증을 도서로 교환해 주는 ‘도깨비책방’이 30일부터 나흘간 서울 마로니에공원과 전북 전주 롯데시네마 전주점에서 열린다. 이달 5000원 이상 현금 또는 신용카드로 결제한 관람권이나 영수증으로만 도서를 교환할 수 있다. 온라인 도깨비책방 ‘서점온’(booktown.or.kr)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저자, 출판사, 표지 등 주요 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책’ 교환 행사도 있다. 다음달 2일엔 지역 서점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경남 밀양 청학서림은 명인들의 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어디간다고(go)? 서점간다고(go)!-김지립과 함께하는 우리 춤 이야기 편’을 연다. 김지립류 살풀이춤 나르리와 익산 한량춤을 볼 수 있다. 광주 검은책방흰책방에선 지역 예술가와 주민이 만나 낭독 공연을 꾸미는 ‘당신의 밤과 꿈에 빛과 파도로 만날’을 진행한다. 충남 당진 책방 허송세월은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축제인 기지시 줄다리기를 이용한 그림책과 짚공예를 소개한다. ‘모두 모두 의여차’를 쓴 한선예 작가와 만나고, 기지시줄다리기보존회와 함께 짚으로 달걀 꾸러미를 만든다. 이 밖에 커피와 함께 음악을 즐기는 ‘제29회 탐스테이지’가 30일 서울 탐앤탐스 블랙청계광장점에서 열린다. 관련 정보는 지역문화진흥원의 문화가 있는 날 홈페이지(culture.go.kr/wday)를 참고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2심 벌금형… 의원직 유지

    ‘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2심 벌금형… 의원직 유지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이정현 의원이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이 의원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다. 형량이 줄면서 의원직 상실 위기를 일단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 김병수)는 28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 의원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의원의 행위는 방송편성 간섭에 해당하고 청와대 홍보수석이라 해도 방송법을 위반하는 것을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해당 지위에서 이러한 행위가 관행처럼 이뤄져 가벌성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21일 KBS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 가자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항의해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에서는 이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국가 권력이 언론에 관여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시스템의 낙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 “이 의원은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선거법 위반 외 범죄를 저질러 금고형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유승민 “안철수 계속 기다릴 수 없다”

    유승민 “안철수 계속 기다릴 수 없다”

    “한국 보수는 자나깨나 자유만 외쳐”중도보수 세력 연대를 추진하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계 복귀를 미루고 있는 안철수 전 의원을 “계속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28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에서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으로부터 오랫동안 답이 없는 것으로 봐서 생각이 다를 수 있겠다고 짐작만 하고 있다”며 “중도보수정치를 새롭게 해보겠다는 뜻이 있으신 분들과 같이 먼저 행동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전 의원의) 답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고, 12월 초라고 한 저희의 계획이 크게 영향받을 일은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또 손학규 대표가 중도개혁 세력의 밀알이 되겠다고 말한 데 대해 “당 안에 남아서 개혁을 해보려는 시도는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 했고 그게 안 됐다는 결론이 났다”며 “그분이 뭐라 그래도 이제는 제가 제 갈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당 정신에 따라 ‘개혁적 중도보수’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지키는 당으로 다가가길 바랐는데 지난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게 안 됐다”며 “이 당에는 더는 미련이 없다”고 부연했다. 또 유 의원은 “한국의 보수는 자나 깨나 자유만 외치면서 정의, 공정, 평등, 법치, 인권, 환경, 여성과 같은 문제를 전부 다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진보에 떠맡긴다. 보수의 큰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날 특강에서 “표 때문에 국민들에게 달콤한 말만 하고 국민연금 개혁과 같은 필요한 일은 하지 못하는 게 정치권”이라며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진짜 필요한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월드피플+] 세상 떠난 아빠에게 매일 문자보낸 딸에게 4년 만에 답장 온 사연

    [월드피플+] 세상 떠난 아빠에게 매일 문자보낸 딸에게 4년 만에 답장 온 사연

    4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자신의 일상을 문자 메시지로 알려온 미국의 한 20대 여성이 얼마 전 답장을 받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돌아올 수 없는 답문이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23일 아칸소주(州) 뉴포트에 사는 23세 여성 체스티티 패터슨은 여느 때처럼 아버지의 옛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아버지의 네 번째 기일을 하루 앞둔 탓에 그녀는 “아빠 나야, 내일은 또다시 (내게) 힘든 날이 될 거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작성해 전송했다. 거기에는 그녀가 지난 세월 홀로 대학에 진학하고 암을 극복한 과정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얼마 뒤 아버지의 옛 휴대전화 번호로부터 답장이 온 것이다. 4년 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문자메시지를 보내왔지만,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그녀는 누군가가 아버지의 번호를 사용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지 말라는 예상 가능한 답장과 달리 그녀에게 온 답장은 마치 아버지가 보내온 것처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을 브래드라고 소개한 번호 주인은 5년 전쯤인 2014년 8월 자동차 사고로 어린 딸을 잃었다고 밝히면서 지난 4년간 그녀가 보내온 메시지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신의 메시지는 신에게서 온 것으로 생각했다. 당신이 그렇게 가까운 사람을 잃게 돼 안타깝지만, 지난 몇 년간 난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 당신이 성장하며 겪어온 일을 지켜봐 왔다”면서 “당신에게 답장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를 천사라고 부르며 잘 자라준 것을 칭찬했다. 그는 “당신은 특별한 여성이며 만일 내 딸이 살아있다면 당신 같은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매일 당신의 일상을 전해줘 고마웠다”면서 “당신은 내게 신께서 존재하고 내 딸이 세상을 떠난 것이 가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해줬다”고도 말했다. 이어 “난 이날이 올 줄 알았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니 당신은 자신을 믿고 나아가 신께서 준 빛으로 세상으로 비추길 바란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안타깝지만,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당신이 매우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패터슨은 이처럼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남성의 답장에 매우 놀라고 감격했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남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한 스마트폰 화면 이미지를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했다. 그러자 해당 게시물은 금세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놀랍다” “슬프다” “믿기지 않는다” 같은 반응을 보였는데 댓글 개수는 2만 개가 넘었으며, 게시물을 공유한 횟수는 무려 28만 회를 넘어섰다. 한편 이후 패터슨은 자신의 아버지가 친부는 아니었지만, 평범한 아버지로 자신은 물론 마을의 많은 아이에게 롤모델이 됐었다고도 밝혔다. 사진=체스티티 패터슨/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 1000만원…징역형 집유서 감형

    ‘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 1000만원…징역형 집유서 감형

    대법 확정시 방송법 위반 처벌 첫 사례李 “오보에 항의…정당한 직무집행”2심 “방송 영향 중대…독립 엄격히 보장”2014년 4월 16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61·무소속) 의원이 2심에서는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김병수 부장판사)는 28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이 의원의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해경이 구조 작업에 전념하도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보도를 시정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또 “청와대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런 행위가 종전부터 관행으로 이어져 가벌성(처벌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통상 선거법에서는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형사사건은 선거법과는 다르다.이 의원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 등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의원은 당시 자신의 행동을 두고 “친분이 있는 사이에 오보에 대해 항의한 것이고, 홍보수석의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과 김시곤 국장의 지위와 둘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보면 단순한 항의나 오보를 지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해경을 비난하는 보도를 당분간 자제해달라거나 보도 내용을 교체·수정해달라고 방송 편성에 간섭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또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해도 방송법에 금지된 행위를 하는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항소심에서 방송법이 금지한 ‘간섭’ 개념이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다른 언론기관과의 평등 원칙에 반해 위헌적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간섭이란 굳이 정의하지 않아도 그 의미와 방송법의 체계에 비춰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죄형 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다른 언론매체에 비해 방송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해 그 자유와 독립을 엄격해 보장해야 하고, 방송 보도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비평하거나 정정보도를 요청할 절차적 수단이 마련돼 있다”면서 “이런 점에 비춰보면 방송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다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1심의 형이 다소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 판단을 유지한 채 벌금형으로 형량을 낮춰줬다. 이 의원은 선고를 받은 뒤 유죄 판단이 유지된 데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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