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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5인 이상 모임/전경하 논설위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 것은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그때부터 “우리가 몇 명이더라” 하고 약속을 확인할 때마다 인원수를 셌다. 모임은 주로 5명은 넘지만 10명 안팎이었다. 친밀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숫자가 10명 안팎인 모양이다. 해가 바뀌어서도 1월 한 달 내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니 12월과 1월의 송구영신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다 저녁에 4명이 모여도 오후 8시 30분이 지나면 식당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서둘러 끝낸다. “날짜 바뀐 것에 불과한데 뭘 유난스럽게 챙기나” 하면서도 이런저런 모임을 했던 예년이 그립다. 알게 모르게 모임에서 흥을 얻었구나 싶다. 오랜 세월 만났으니 특정 사안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어렴풋이 안다. 그래도 각자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니 낯선 경험과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 거기에 박장대소를 하기도, 탄성을 내뱉기도,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몇 명인지 세지 않고, 언제 끝내야 할지 걱정 없이 왁자지껄 떠들고 싶다. 모임에 대한 제한이 풀리는 날, 단골집에 몰려가 진탕 먹고 마시고 떠들어야겠다. 그때까지 단골집이 버텨 주길 바랄 뿐이다. lark3@seoul.co.kr
  • 1년 2개월 수사에도… “세월호 수사외압 없었다”

    1년 2개월 수사에도… “세월호 수사외압 없었다”

    “우병우·황교안 직권남용 보기 어렵다”유가족 사찰 의혹 추가 기소 없이 끝내유족 등 “사찰 사실 밝혀져… 이의 신청”19일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이 출범 1년 2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의 검찰 수사외압 의혹과 유가족 사찰 의혹 등에 대한 추가 기소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다. 세월호 유족 등은 일제히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수단은 이날 세월호 참사 관련 총 17건의 의혹 중 13건을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특수단은 세월호 유족들이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 의혹으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법무부의 대검찰청에 대한 의견 제시가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해경 관계자 등이) 임군이 살았다고 인식하고도 지연 이송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기무사나 국가정보원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혐의가 없다고 봤다. 특수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이 기무사로부터 유가족 동향이 일부 기재된 보고서를 받아 본 사실은 인정되지만 청와대나 국방부가 사찰을 지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나, 미행·도청·해킹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 침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단은 사건 증거가 저장된 세월호 폐쇄회로(CC)TV의 DVR(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 장치) 조작·은닉 의혹에 관해서는 특검 수사가 예정된 만큼 수사 기록을 특검에 인계하기로 했다. 특수단은 앞서 지난해 2월 세월호 승객 구조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기소하고, 5월에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단의 수사 결과에 대해 임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월 특수단과 만나 들은 내용에서 수사 결과가 전혀 진전된 게 없다”며 “해경이 최초로 아이를 발견한 시간에 아이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에 대해서 목격자 진술로만 판단한 건 부실 수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장훈 4·16재단 공동대표도 “기무사 유가족 사찰은 재판에서 다 사실로 밝혀졌는데도 무혐의 처분한 건 모순된다”며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관혁 단장은 “수사단은 최선을 다했지만 법률가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만들 수 없었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유승민 “이낙연·이재명 ‘문비어천가’ 아부 경쟁, 北 방송 보는 줄”(종합)

    유승민 “이낙연·이재명 ‘문비어천가’ 아부 경쟁, 北 방송 보는 줄”(종합)

    유, 文 회견 극찬한 이낙연·이재명 비판“두 사람 민망한 아부 경쟁 목불인견”“친문 지지자 표 얻어 대선 후보되려고”이낙연 “진정성으로 국민 소통하는 시간”이재명 “대통령님 그자리 계셔 얼마나 다행”유승민 전 국민의힘 전 의원이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반응에 대해 “북한 방송을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심한 ‘문비어천가’”라고 싸잡아 혹평했다. 유 전 의원은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벌이는 ‘아부 경쟁’이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비난했다. 문비어천가는 조선시대 세종이 선대인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여섯대 왕의 행적을 칭송하며 노래한 서사시인 ‘용비어천가’를 빗대 표현으로 보인다. 왕을 하늘을 나르는 용에 비유한 용비어천가는 임금이 된다는 것은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을 해 덕을 쌓아 하늘의 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후대 임금은 이렇게 어렵게 쌓아올린 공덕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임을 경계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유 “살아 있는 권력 잘못에 용기 있는비판 나와야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 야권의 대권주자인 유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여권 대선후보라는 두 사람의 아부경쟁이 말 그대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진정성으로 국민과 소통하신 시간이었다”고 문 대통령의 회견을 칭찬했고, 이 지사는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유 전 의원은 “이 두 사람이 보기 민망한 아부경쟁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라면서 “친문 극렬 지지자들의 표를 얻어야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에 대해 권력 내부에서 용기 있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원조 친박’(친박근혜)으로 불렸던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척점에 섰다.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탈당했다.이재명, 지원금 회견 취소한 뒤“문 대통령님 회견에 집중하는 일 중요” 이낙연, 李-朴 사면 거부 방침에도 “대통령 말씀으로 문제 매듭지어야” 이 대표는 새해 첫날 신년 인터뷰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적절한 시기에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히고 사면의 명분으로 “국민통합은 제 오랜 충정”이라며 국민통합론을 내세웠지만 문 대통령이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은 통합의 방식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리더십에 타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당초 문 대통령 회견이 있던 날 ‘전 도민에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 기자회견을 계획했지만 재난소득 보편지원을 둘러싼 당내 반발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일정을 고려해 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이 지사는 취소 이유에 대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당연한 존중의 결과”라면서 “경기도의 기자회견 일정이 확정된 후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님의 신년 기자회견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없었다” 특수단 활동 종료

    “세월호 수사 외압·유가족 사찰 없었다” 특수단 활동 종료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 등 혐의점 못 찾아‘유가족 사찰 의혹’ 박근혜·김기춘 ‘혐의없음’DVR조작은 특검에…1년 2개월 활동 종료 옛 국군기무사령부나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장기간 수사 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또 세월호 항적조작 의혹과 참사 당일 해경이 물에 빠진 학생 임모군을 헬기가 아닌 선박으로 옮겨 구조를 방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끝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은 지난 1년 2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특수단 활동을 19일 마무리했다. 특수단은 법무부의 검찰 수사 외압이나 청와대의 감사원 외압 의혹 등 세월호 유가족 등이 제기한 각종 의혹을 살펴봤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피해자가족협의회의 국민청원에 여론의 힘이 실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2019년 11월 설치됐다. 임관혁 단장은 “수사단은 제기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고자 최선을 다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특수단은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 인력들에 승객 구조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겼다. 특수단은 다만 당시 해경이 물에 빠진 임군을 헬기로 조속히 구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해경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군이 바다에 빠진 지 7시간이 지난 상황이었던 만큼 그의 생존 가능성을 알면서도 해경 지휘부가 헬기를 이용하고 임군을 함정으로 이송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수단은 또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 9명을 지난해 5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하지만 기무사나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기무사 관계자 등이 고소당한 사건에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특수단은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행·도청·해킹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권리 침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기무사로부터 유가족 동향이 일부 기재된 보고서를 받아본 사실은 인정되지만, 청와대나 국방부가 사찰을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세월호 폐쇄회로(CC)TV의 DVR(CCTV 영상이 저장된 녹화 장치) 조작 의혹에 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지만, 특검 수사가 예정된 만큼 관련 기록을 특검에 넘기기로 했다. 세월호 항적조작 의혹도 항적이 기록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제출받아 분석했으나 조작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검찰 세월호특수단, ‘윗선 외압’ 밝혀낼까…최종 수사결과 발표

    검찰 세월호특수단, ‘윗선 외압’ 밝혀낼까…최종 수사결과 발표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단장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이 1년 2개월간의 활동을 마치고 19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특수단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그동안 수사해온 세월호 관련 사건들의 처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5년 7개월 만인 2019년 11월 출범한 특수단 수사는 크게 세 갈래다. 우선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의 부실대응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2월 김석균(56)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했다. 두번째는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정부 부처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이다.특수단은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이병기(74)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정택(72) 전 정책조정수석, 현기환(62) 전 정무수석 등 9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아울러 참사 당시 법무부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지난해 6월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형사부를 압수수색해 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이 특수단을 꾸려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검찰은 세월호 참사 원인 자체를 규명하고자 사고 해역 관할인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꾸린 바 있다.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비리 의혹 등은 인천지검에서, 부산·경남권 해운·항만 비리는 부산지검 특별수사팀에서 맡았다. 그 결과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선원, 선주회사 임직원, 안전감독기관 관계자 등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유가족들의 진상 규명 요구도 거세졌고,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자체 조사를 통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특수단이 출범했으며,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수사를 지휘해왔다. 이날 특수단 발표에서는 `수사팀 외압 논란‘ 등 아직 종결하지 못한 남은 의혹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시카고 공항에서 몰래 3개월을 지낸 39세 남성 체포해보니

    시카고 공항에서 몰래 3개월을 지낸 39세 남성 체포해보니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터미널의 보안구역에서 3개월을 몰래 산 남성이 16일(이하 현지시간) 붙잡히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의 실제 주인공은 여권과 비자 문제가 있어 공항 터미널에서 세월을 보내지만 아디탸 싱(36)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겁을 먹어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지 않고 공항 직원 신분을 도용해 검문을 피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영국 BBC가 18일 전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직원 둘이 싱에게 신분을 증명해보라고 했더니 싱은 배지를 하나 보여줬는데 지난해 10월 공항 운영 매니저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배지였다. 공항 경찰은 싱이 지난 10월 19일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시카고로 왔는데 직원 배지를 주운 다음 다른 승객들에게 먹을거리를 얻어 연명했다고 일간 시카고 트리뷴이 캐슬린 해거티 지방검사보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쿡카운티의 수사나 오티스 판사는 이런 일이 가능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녀는 “그래서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면, 공인되지 않고 직원도 아닌 사람이 지난해 10월 19일부터 2021년 1월 16일까지 오헤어 공항 터미널의 안전한 공간에서 검문도 받지 않고 살 수 있었다고 내게 말하는 거지요? 내가 올바로 이해했길 바라요”라고 검사에게 말했다. 국선변호인 코트니 스몰우드에 따르면 싱은 LA 외곽 오렌지 시에서 살아 왔으며 접객 서비스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실직 상태였지만 범죄 이력 같은 것은 없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시카고에 왔는지, 어떤 연고가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공항 제한구역을 불법 침입하고 좀도둑질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항 출입을 금지 당했고 보석 증거금으로 1000 달러를 납부하도록 했다. 오티스 판사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 재판부를 매우 놀라게 만든다. 공항은 절대 안전해야 하며 사람들도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해서 난 그의 이런 행동들이 공동체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시카고 항공부는 성명을 내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우리는 이 신사분이 공항이나 여행객들에게 어떤 위험도 초래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조국 딸 의사자격 획득에 30년 근무 늙은 교사 분노

    조국 딸 의사자격 획득에 30년 근무 늙은 교사 분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3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한 교사의 목소리를 전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고려대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대해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동안 근무한 고등학교 현직 진학부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교사는 “중산층과 서민 자식들인 제 제자들의 박탈감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조 전 장관의 딸이 입학한 2009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논문, 인턴, 봉사활동이 합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조국 교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뻥을 치는 걸 봤다”며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중소도시와 군단위 시골학교 학생들, 내신성적과 수능으로만 대학에가는 자신의 제자들은 노인요양원과 지역 복지센터에서 토요일 오전 내내 봉사하고 딱 2시간 봉사활동 시간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인턴은 꿈도 꾸지 못하고, 논문은 도교육청 주관 소논문대회에 나가 상받은 것을 기록하는데 6개월 이상 동아리 부원들과 열심히 직접 쓴다고 설명했다. 내신성적 1점에 울고 수능 1점 때문에 지방국립대 간호학과에 진학 못 해 울고, 취업 잘 되는 전문대 작업치료학과에 합격했다고 펄펄 뛰고, 치기공학과 가서 일찍 취업하겠다고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30년 경력의 ‘늙은’ 교사는 “교육에 어찌 진영논리가 있겠는가”라며 “이젠 ‘팩트’까지 왜곡시키는 그 사람들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걸 보고 참 허탈했다”고 분노했다. 교사 근무 30년 동안 의대는 딱 3명의 제자만 보내봤다면서 “지금도 집에서 밤을 이기며 청운의 꿈을 꿀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교육에 있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한 의료계에 쓴소리를 했던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는 조 전 장관 딸이 의사 자격을 얻은 것을 축하하며 그의 입학부정은 당시 관행이었다고 강변했다. 이 전문의는 “조 전 장관 딸이 졸업한 한영외고의 당시 학부형들이 자신들 자녀들은 어떤 체험학습도 인턴활동도 생각도 못했는데 오로지 정경심 교수의 딸만 그렇게 했었다면,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끽소리도 없이 조용했을 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부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가만히, 조용히들 있는 것이라며 당시 한영외고 입시 담당자는 자기소개서에 어떤 논문이건 인턴활동이건 다 써서 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의 온가족을 범죄자로 만들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불법수사 불법 기소를 마음대로 하고 양심도 저버린 판결을 서슴없이 하는 와중에 얻은 의사 자격은 축하를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이 의사국시에 응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시험에 합격해 그의 실력이 입증됐다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의 의대가 세번 유급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학칙을 가지고 있는데 조모씨는 두번이나 유급을 당했지만 부산대에서 학칙을 바꿔서까지 진급을 시켰다”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조 전 장관 딸의 의사국시 합격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져야 할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가 권력의 힘에 의해 훼손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존 레넌 ‘이매진’ 제작자-여배우 살해범 필 스펙터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존 레넌 ‘이매진’ 제작자-여배우 살해범 필 스펙터

    존 레넌의 ‘이매진’을 프로듀싱했던 미국의 유명 음악제작자이자 2003년 할리우드 여배우 겸 모델 라나 클락슨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부터 복역해 온 필 스펙터(82)가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캘리포니아 교정재활국은 “캘리포니아 헬스케어 시설 수용자인 필 스펙터가 16일 오후 6시 35분 외부 병원에서 자연사한 것으로 선언됐다. 산호아킨 보안관실의 부검의가 공식 사인을 밝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틀스를 비롯해 라이처스 브러더스, 이케(Ike), 티나 터너 등과 함께 일했던 고인은 1961년부터 1965년까지 톱 40에 든 노래 20곡을 제작했다. 그는 이른바 ‘사운드 오브 월’ 기법이란 것을 선보였는데 현악기와 관악기 연주를 따로 녹음해 소리의 층을 쌓아 오케스트라 소리처럼 만드는 방법으로 비치 보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많은 가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1980년대와 90년대 음악 활동을 그만 둬야 했다. 그러다 2003년 2월 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 자택에서 클락슨이 머리에 총알을 맞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칼과 가위가 난무하는 공포영화에 곧잘 출연했고 영화 ‘바버리안 퀸’에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녀는 몇 시간 전 나이트클럽에서 스펙터를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클락슨이 총에 입을 맞췄는데 그 순간 발사된 사고였다고 재판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네 여성이 스펙터는 술이나 약 기운에 취하면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곤 했다고 증언했다. 1심은 무효가 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급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19년형을 언도받았다. 1939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계 유대인 부모 아래 태어났다. 소년이었을 때 아버지가 살해되자 어머니는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했다. 10대 시절 연주자로 밴드 ‘테디베어스’를 세 고교 친구들과 결성했다. 1958년 아버지의 묘비명 ‘투 노 힘 이즈 투 러브 힘(To know him is to love him)’ 앨범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밴드는 이듬해 해체됐다. 1961년 그는 자신의 레코드 레이블 ‘필리스(Philles)’를 만들어 걸그룹 ‘크리스털스’와 ‘로네츠’ 등의 음반을 제작해 1963년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와 ‘베이비 아이 러브 유(Baby I Love You)’ 등이 히트했다.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유브 로스트 댓 러빙 필링(You’ve Lost That Lovin‘ Feelin’)’과 ‘언체인드 멜로디’도 그의 손을 거쳤다.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와 레넌의 솔로 앨범 ‘이매진’이 그의 프로듀싱 작품이었다. 1970년 비틀스 마지막 앨범을 제작하면서 초창기 로큰롤 사운드로 돌아고 싶던 폴 매카트니와 충돌을 빚었다. ‘롱 앤드 와인딩 로드’에 오케스트라 반주와 합창을 삽입한 것에 격분한 매카트니는 앨범 발매를 막으려고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이상하고 괴이쩍은 그의 행동들이 알려졌다. 레너드 코헨이 앨범 ‘데스 오브 어 레이디스 맨’ 세션 작업을 할 때 그가 머리에 총을 겨누곤 했다는 일화가 대표적이었다. 로네츠의 리드싱어 베로니카 로니 베넷과 두 번째로 결혼했으나 1974년 이혼했다. 그녀가 1990년 쓴 자서전을 보면 그는 몇년이나 약물 남용을 부추겼고 살해하겠다고 겁을 주는가 하면 지하실에 유리로 덮인 관을 놔두고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70년대 초 (그를) 떠났을 때 그러지 않았다면 난 거기서 죽을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몇주 뒤 정말로 클락슨이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스펙터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난 어느 정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악마가 내면에서 나와 싸운다”고 털어놓았다. 록밴드 블론디의 기타리스트 크리스 스타인이 이 인터뷰 기사에 댓글을 달았는데 “1970년대 그의 집을 갔더니 문을 연 그의 한 손에는 마니슈비츠 와인 병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장전돼 있는 것 같은 45구경 자동소총이 들려 있었다. 오래 된 얘기다. 내 생각에 그는 미친놈이었다”고 적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한미동맹의 ‘정치신학’

    [이해영의 쿠이 보노] 한미동맹의 ‘정치신학’

    시작은 이러했다. “본 조약의 당사국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희망을 재인식하며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평화기구를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고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이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고립하여 있다는 환각을 어떠한 잠재적 침략자도 가지지 않도록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그들 자신을 방위하고자 하는 공통의 결의를…선언”한다. 1953년 10월 1일 워싱턴DC에서 당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조인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서문이다. 이 낡디낡은 고문서를 지금 보는 것은 웬일일까.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한다. 특히 그 제6조를 읽는 일은 지금도 스릴이 넘친다.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 이 조약의 가조인 직후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이렇게 발표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성립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조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번 공동 조치는 외부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확보해 줄 것이다.” 이 조약을 ‘혜택’, ‘번영’, ‘보호’란 코드로 읽어 이것을 전파했다. 이 ‘전설’은 지금도 유효, 아니 신앙이 됐다. 한미방위조약은 ‘상호’ 조약이다. 즉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일방적으로’ 원조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거엔 그랬다. 뭐 우리가 미국을 ‘원조’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그냥 하는 소리겠지. 그런데 이른바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6위’, 곧 미·러·중·인·일 다음이 한국이다. 이런!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보다 앞에 있다 (이 순위표가 맞는지 여부는 일단 접어 두자). 그래서 오늘 다시 보니 낡은 문서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태평양 지역’이란 개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언제 예컨대 태평양함대 따위를 거느린 ‘해양세력’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여전히 생경하다. 하긴 우리 해군이 내세운 ‘대양함대의 꿈’이 혹 반도라는 우리의 지정학적 ‘치명성’을 일거에 뒤흔들 획기적 기획일지는 모르나 이는 좀 하세월이다.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줄여서 쿼드(Quad)라는 게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외교장관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가지는 외교장관 회담을 말한다. 소위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쿼드를 ‘쿼드 플러스(+)’로 확장해 대서양 나토처럼 아시아판 나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미국이 2018년 이전의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전환한 것이 못내 미심쩍던 차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작계 구역에 ‘태평양’이 처음부터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보니 더욱 불길해진다. 어차피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저 악명 높은 조약의 제4조는 이렇게 돼 있지 않던가.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용(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비록 ‘상호’방위조약이지만 대한민국의 육해공군을 ‘미합중국의 영토와 그 부근’에 배치할 권리를 미합중국이 ‘허여’한 적이 없으므로 우리 군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작전에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를 역(逆)인계철선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 ‘레짐체인지’가 일어났다. 트럼프 레거시 중 하나가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고, 또 한미동맹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즉 한미동맹도 미국 이익에 맞지 않다면 언제든지 종료될 수도 있음을 트럼프는 암시했다. 동맹도 거래 대상이란 말이다. 이승만의 언약 이래 한미동맹은 우리 국제관계의 신성불가침의 ‘소도’였다. 신흥 종교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세속화’의 경로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 우리 군이 그저 ‘동맹’이라는 이유로 ‘태평양 지역’에 호출되는 것은 아닐까.
  • [길섶에서] 여가 활용법/손성진 논설고문

    즐길 만한 유희(遊戱)들이 없어지고 보니 문득 옛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여가를 보냈을지 궁금해진다. 흔히 남자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여가 활동을 주색잡기(酒色雜技)라고 하는데 술, 여자, 도박을 뜻할 것이다. 현대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되도록 피해야 할 그런 것들 말고도 건전한 오락 생활과 운동 수단, 휴식이 있지만 등산 등 실외에서 할 수 있는 활동 말고는 대부분 정지됐다. 휴일에도 먹고 낮잠 자고, 멍하게 TV를 쳐다보고 또 먹는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금쪽같이 귀한 시간인 줄 알면서도 따지고 보면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지금도 유수처럼 지나간다. 가고 나서 뒤돌아 보면서 아쉬워하고 후회할 시간임이 분명한데 흘러가는 시간을 뻔히 보면서도 막상, 딱히 할 것이 없다고 한다. 혼자 있는 시간, 남는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는 게 성현(聖賢)의 가르침일진대 답은 독서와 명상, 그를 통한 자기 성찰이 아닐까 한다. 좋은 책을 골라 하루에 몇 시간씩 읽고 나면 세월이 흘렀을 때 과거를 덜 후회할 듯하다. 방탕에 빠지지 않고 툇마루에 앉아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며 고전을 읽는 옛 선비의 모습을 그리며 배우려 한다. sonsj@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닮아 간다… 인간과 동물도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닮아 간다… 인간과 동물도

    “풀잎들이 사람을 닮아 있다/한 녀석은 고개를 외로 꼬고 배시시 웃고 있고/또 한 녀석은 입을 벌려 말을 건네고 있는 눈치다/바람이 불어오자 둘이는 함께 몸을 출렁인다/사람들이 풀잎을 닮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날이 내게 있었다.” ‘풀꽃’이라는 시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의 ‘풀잎을 닮기 위하여’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영향을 줘 닮게 된다고들 한다. 오랜 세월 해로한 부부들은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도 비슷하게 변해 간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들끼리 닮아 가는 것을 넘어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사람과 다른 생물체 간의 유사성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인간행동·생태·문화연구분과, 킬 세계경제연구소 산하 국제개발연구센터, 본대학 경제학과, 뮌헨 공과대 생명공학 및 지속가능연구센터, 영국 브리스틀대 경제학부 공동 연구팀이 같은 공간환경에서 사는 인간과 포유류, 새는 비슷한 방법으로 행동하고 사회집단을 조직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15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동북지역에 살고 있는 음부티족과 같은 전 세계의 수렵채집집단 339개를 대상으로 각각의 생활양식과 이들의 거주지에서 반경 25㎞ 내에 살고 있는 포유류와 조류의 생활양식을 비교했다. 부계씨족사회 형태의 음부티족은 추장 같은 지도자가 없고 분쟁이 생기면 사람들이 모여 협의해 해결하며 수렵채집한 것들의 일부를 이웃 농경민에게 주고 농작물, 철기구, 옷 등과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수렵채집집단들은 각각의 환경에 맞는 생활양식을 고수하고 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같은 생활양식이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가’였다. 환경이 개별 생물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있었지만 사람과 포유류, 조류 등 다양한 종에 대한 비교분석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같은 환경에서 사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종은 먹이를 찾고 번식하고 양육하고 사회집단을 조직하는 모습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교 대상이었던 15가지 생활양식 중 14가지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채집보다는 사냥을 하는 집단이 있는 곳 근처에는 육식동물이나 조류가 더 많고, 물고기 어획을 하는 집단 주변에는 비슷한 먹이 획득 방식을 가진 동물이 더 많다는 것이다. 먹이를 구하는 방식 같은 것처럼 환경에 직접 관련된 행동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에 덜 의존하는 번식, 양육, 집단 조직 같은 행동까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간은 수렵채집집단에 따라 결혼 연령이나 첫 아이를 낳는 연령대가 다른데 주변에 사는 포유류나 새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아이를 낳는 나이가 빠른 집단 주변에 사는 동물들의 경우 역시 생식 및 번식 시기가 인간 집단과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진화생태학자 디터 루카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난 동물과 인간의 공진화(coevolution)에 대한 결과”라며 “인간, 포유류, 조류의 행동 유사성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환경조건을 통해 행동과 진화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생태계나 지구가 인간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려 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나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처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지구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모든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여섯 번째 생물 대멸종’이 더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dmondy@seoul.co.kr
  • [취중생]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내 몸이 증거”

    [취중생]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내 몸이 증거”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조순미(51)씨는 2008년부터 2010년 2월까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과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습니다. 곳곳에서 “물만 넣어 쓰는 것보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는 게 좋다”고 홍보했고, 제품에 적힌 “인체에 무해하다”는 안내문구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9년 말쯤부터 천식, 발작과 호흡곤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한번도 걸릴 적 없던 폐렴은 1년에 7~8번씩 걸리곤 했습니다. 2010년에는 죽을 고비도 넘겼지만, 그 후유증으로 잠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스테로이드 약물 등을 다량으로 투여한 탓에 각종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신의 기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아요. 그렇다고 한 번에 길게 잠들 만큼 약을 먹을 수도 없어요. 폐기능이 잠을 자는 도중에 더 저하되면 돌연사할까봐요. 밤에 잠을 자다가도 중간에 일어나서 약을 나눠서 먹어요.” 조씨는 하루 4차례에 거쳐 80여개 알약을 먹습니다. “약을 가장 많이 먹었을 때는 하루 11번에 나눠 먹을 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외출을 할 때면 9㎏ 무게의 산소공급기를 메고 다녀야 합니다. 몇년 전부터 갑자기 척추협착증이 발생했습니다. 면역체계가 약해진 그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도는 시기에는 병원에 입원해 수술치료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부신이 기능을 못하고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크게, 자주 받다보니 인지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 몸의 장기는 서로 보완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이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4등급(관련성 거의 없음)’ 피해자로 판정한 조씨의 몸에서 지난 10여년간 일어난 일입니다. 조씨는 “결국 수많은 3~4등급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회상했습니다. 옥시는 정부가 선별한 1~2등급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피해 배상을 택했기에,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쓴 조씨는 제대로 된 사과도, 배상도 받지 못했습니다.그리고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가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조씨는 재판 결과를 듣고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한 애경과 옥시를 믿고 사용한 뒤 삶을 잃었는데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증거인멸은 유죄가 나왔는데 어떻게 전원 무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사법부마저 저희에게 등을 돌리다니 억울하고 가슴이 미어져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민주당 “국민의힘 비리종합세트”…정의당 “‘강기윤 의원직 사퇴해야”

    민주당 “국민의힘 비리종합세트”…정의당 “‘강기윤 의원직 사퇴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받고 있는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의 편법 증여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특권의힘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비리종합세트 정당”이라고 말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세월이 흘렀지만 권력형 비리 행태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며 이같이 논평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1% 특권층만을 위한 의정활동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들은 이번에도 꼬리자르기 탈당으로 사건 무마를 시도할 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강기윤 의원은 최근 공익사업을 위한 땅은 양도세를 전액 면제해야 한다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그런데 알고보니 강 의원은 공원 예정 부지에 땅 약 2100평을 소유 중이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향후 이 땅을 처분할 때 본인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 언론은 강 의원이 가족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회사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강 의원 일가가 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며 이해충돌 문제를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아들 회사의 빚을 갚는데 주주인 아버지가 돈을 대줬다면 현행법상 명백한 증여이기에 증여세를 내야 한다”며 “그런데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선 이 내용을 삭제했다. 강 의원과 가족 회사가 직접적 수혜 대상이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또 “강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기에 이해충돌과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라며 “소속 상임위와 전혀 무관하게 강 의원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파면 팔수록 계속해 문제가 나온다”며 “그 끝이 무엇일지 더 이상 예측도 안 된다. 국민의힘의 지난 전적들을 미뤄볼 때, ‘탈당으로 꼬리자르기’가 예정된 수순으로 보여 깊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사퇴가 답”이라며 “강기윤 의원은 책임을 통감하고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속보] 문 대통령, 감사위원에 세월호 수사 조은석 변호사 임명

    [속보] 문 대통령, 감사위원에 세월호 수사 조은석 변호사 임명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제청한 검찰 출신 조은석(56) 변호사 임명을 재가했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최종 심의하는 자리로 조 위원은 지난해 4월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후임이다. 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9회에 합격해 검찰에 27년간 몸담았다. 그는 대검찰청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왔다. 감사원은 조 내정자에 대해 “2014년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참사 수사를 원리원칙과 소신대로 지휘하는 등 냉철한 상황 판단과 강직한 성품이 강점이라는 것이 정평”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검찰 내부 상하 관계에 있어서도 합리적 의견 개진과 소탈하고 따뜻한 화법으로 소통해 검찰 조직문화를 건강하고 유연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여권은 감사위원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검토했지만 최 원장이 김 전 차관의 ‘친여 성향’을 이유로 제청을 거부하며 인선이 지연됐다. 특히 월성1호기 감사 문제와 맞물려 인사 지연이 장기화돼 9개월째 공석이었던 자리가 이날 채워진 것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최재형, 신임 감사위원에 ‘세월호 검사’ 조은석 제청

    최재형, 신임 감사위원에 ‘세월호 검사’ 조은석 제청

    감사원은 15일 최재형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검찰 출신 조은석 변호사(56)를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최종 심의하는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지난해 4월 퇴임한 이준호 전 감사위원의 후임으로 9개월째 공석으로 있었다. 조 내정자는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29회)에 합격한 후 27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대검찰청 형사부장, 청주지검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거쳐 2019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왔다. 감사원은 조 내정자에 대해 “2014년 형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월호 수사를 원칙과 소신대로 지휘하는 등 냉철한 상황 판단과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 재직시 내부 상하관계에서 합리적 의견 개진과 소탈하고 따뜻한 화법으로 소통해 조직문화를 건강하고 유연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초 여권은 감사위원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임명을 추진했지만 최 원장이 ‘친여 성향’을 이유로 제청을 거부하며 갈등 속에 인선이 지연됐다. 더욱이 월성1호기 감사 문제와 맞물려 지연이 장기화됐다.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eremony/이수진·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eremony/이수진·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1 주전자를 보고 있었지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어 평화롭고 햇살은 따스하고 행복하다 해도 좋은데 그저 주전자를 보고 있었어 텅 빈 몸으로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2 내가 주전자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 줄 알았어 창밖에 하얀 눈 오는 날 난로 위의 주전자 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주전자의 작은 코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퐁퐁 솟아오르면 방 안 공기가 음악처럼 촉촉해져요. 창에는 물기운이 어룽댑니다.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글자들을 쓸 수 있지요. 엄마, 기적, 선물, 사랑해, 눈사람, 시….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씩 적어 가는 동안 세월도 한 페이지씩 늘어났겠지요. 어린 시절은 마법처럼 사라지고 난로 위의 주전자도 볼 수 없게 됐지요. 아세요? 연인들은 가장 사소한 순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주전자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마음 안에선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걸 모르는 순간 난로도 주전자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곽재구 시인
  • “독립운동가 대충 살아” 윤서인 막말에 與 분노…“자괴감과 부끄러움”

    “독립운동가 대충 살아” 윤서인 막말에 與 분노…“자괴감과 부끄러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대충 살았던 사람’이라고 폄훼한 만화가 윤서인씨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씨의 발언을 거론하며 “어이없는 막말에 분노에 앞서 저런 자들과 동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함께 밀려온다”며 “저 자의 망언에 독립운동가 후손분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찢길런지”라고 개탄했다. 송 위원장은 “우리가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을 했다면 어찌 저런 반민족적이고 반사회적인 언동을 버젓히 해댈 수 있겠냐”며 “나라와 민족을 팔고 배신한 자들을 단죄하지 못한 채 그 후손에게 부와 명예가 이어지는데 도대체 그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 또다시 희생을 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친일 청산과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는 것이 이 나라에 민족정기와 정의를 세우는 일”이라며 “다시 새해를 맞이했지만 친일 청산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자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 김한 선생의 외손자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독립운동가에 대한 막말에 분노가 치민다”며 “친일부역자들이 떵떵거리고 살 때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숨어 살아야만 했고 그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친일 부역자와 독립운동가의 이런 처지는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그의 왜곡된 가치관은 결국 일제와 친일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않고서는 이런 토착왜구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다”라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한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제대로 보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앞서 윤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한 사진을 올리고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사는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것일까”라며 “사실 알고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논란이 일자 윤씨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앞서 윤씨는 고(故) 백남기 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지난해 벌금 700만원형을 선고 받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조롱하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으며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를 희화화한 만화를 그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낙연 “박근혜, 국민에 진솔히 사과해야”…정의 “사면 말 그만해”(종합)

    이낙연 “박근혜, 국민에 진솔히 사과해야”…정의 “사면 말 그만해”(종합)

    李 “사면 건의할 거라 말했지만 국민 공감·당사자 반성 중요하다는 당 입장 존중”대법, 오늘 朴 재상고심서 징역 20년 확정정의 “더는 朴사면 논하지 말라, 법 앞의 평등” “오로지 민심 명령 있을 때만 사면 행사 가능”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등 원심 선고를 수용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사면 건의를 언급했던 이 대표를 향해 “더 이상 박근혜씨에 대한 사면을 논하지 말라”며 박 전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렀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촛불 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선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그에 대해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與 “朴, 국민 앞에 사죄, 통렬히 반성해야”대법, ‘국정농단·특활비’ 朴 원심 확정 신영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국민이 받은 상처와 대한민국의 치욕적인 역사에 공동 책임이 있다”고 논평했다. 대법원은 이날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35억원의 추징금도 함께 확정됐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 국고 손실 등 나머지 혐의에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해 총 22년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파면’이란 불명예를 겪은 박 전 대통령은 두 번의 대법원 재판 끝에 결국 네 번째 전직 대통령 기결수가 돼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뇌물·알선수재·수뢰·배임·횡령 등 부패 범죄에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었다.정의당 “박씨 사면, 더 이상 논하지 말라”“한 차례도 출석 안해, 반성에 의구심 ” 한편 정의당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과 관련해 “한때 최고의 권력자라도 법 앞에 평등할 때만이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박근혜씨에 대한 사면을 더 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논평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차례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박근혜 씨는 오늘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과연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사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오로지 민심의 명령이 있을 때만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낙연 “李-朴 사면 건의는 제 충정”“국민통합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야” 1일 “적절한 시기에 文에 건의”“당이 좀더 적극적 역할해야”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일 언론에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면서 “지지층의 찬반을 떠나서 건의하려고 한다.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앞으로 당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3일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건의와 관련, “국민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제 오랜 충정을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정치 또한 반목과 대결의 진영정치를 뛰어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는 정치로 발전해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일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보겠다”며 청와대와 사전 교감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은 대법원의 재상고심 선고 이후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의 입장과 국민 여론을 보고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할지 여부를 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李 “제 이익만 생각했다면 사면 말 안했다” “의견 수렴 없이 한 건 아쉬운 일이나수렴 어려운 사안, 질책 달게 받겠다” 이 대표는 4일에도 KBS TV ‘뉴스9’에 출연해 “저의 이익만, 유불리만 생각했다면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를 용서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방법으로써 검토할만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의견 수렴 없이 한 것은 아쉬운 일이나 의견 수렴이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저에 대한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 제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에서 밀려 지지부진하자 승부수를 던지려다 자충수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지율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논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냐는 질문에 “정리를 한 셈”이라고 했다. 지난 3일 민주당 지도부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대해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었다. 이 대표는 “세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지나고 있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전쟁을 치러가는 데 국민의 마음을 둘 셋으로 갈라지게 한 채로 그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충정에서 말씀드렸다”고 거듭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민주 친문강경파·野, 이낙연 동시 비판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면론을 두고 ‘국민통합을 위한 용단’이라는 입장과 ‘문 대통령을 배신한 것’이라는 친문 강경파의 반대론이 맞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사면 제안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와 반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거론해서 진정성이 훼손됐고 본인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새해 벽두 사면 논란이 참 안타깝고 국민들, 당원들과의 소통이 없이 제기된 사면 복권이라 당황스럽다”면서 “공수처가 곧 출범되면 세월호 진실이나 부정은닉 재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는데 사면 복권 주장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선거라는 것은 지지층을 일단 결집하는 게 중요한데 집토끼가 달아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이명박·박근혜 사면 관련“나쁜 일 했으면 책임 지는 게 당연” “형평성 고려해야 하고 응징 효과 있어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 소식에 기자들과 만나 “사면 이야기는 안하기로 했다”며 말을 아꼈지만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형벌을 가할 나쁜 일을 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이 지사는 지난 12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잘못한 바 없다고 하는데 용서해주면 ‘권력이 있으면 다 봐주는구나’ 할 수 있다.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른 사람들이 ‘나도 돈 많으면 봐주겠네’ 하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다른 면으로 절도범도 징역을 살게 하는데 그 사람들은 왜 살아야 하느냐.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고 응징의 효과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조건부 사면에 대해 비겁하고 잔인한 정치 행태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박대출 의원은 “애초 본인의 지지세 하락에 승부수로 이용해보려다가 포기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전직 대통령들에게 공을 떠넘기는 것은 정말 비겁하고 잔인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은 “발언 철회도 아니고, 조건부를 운운한 것은 비겁한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했고, 장제원 의원은 “중차대한 사면 문제를 던졌다가 당내 반발에 다시 주워 담는 모습이 가관이다. 벌써 레임덕이 온 것이냐”고 비난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2021년 노트북 시장에 출사표 던진 인텔과 AMD

    [고든 정의 TECH+] 2021년 노트북 시장에 출사표 던진 인텔과 AMD

    인텔과 AMD는 오랜 경쟁자로 매년 x86 CPU 시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한동안 인텔은 서버, 데스크톱, 노트북, 임베디드 등 모든 시장을 장악하며 경쟁자를 완전히 몰아내는 듯했으나 AMD가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스레드리퍼, 에픽 CPU를 내놓으면서 상황을 반전시켰습니다. 인텔이 14nm 공정과 구형 아키텍처에서 주춤하는 사이 AMD는 젠 아키텍처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14nm에서 12nm, 7nm로 미세공정을 빠르게 올려 승기를 잡았습니다. 아키텍처와 미세공정 모두에서 상대를 압도한 AMD는 인텔의 아성이 가장 공고했던 노트북 분야에서도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최초의 7nm 노트북 CPU인 라이젠 모바일 4000 시리즈는 얇은 노트북에서도 8코어 16쓰레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게이밍 노트북은 물론 일반 사용자를 타겟으로 한 노트북에도 널리 채택되었습니다. 물론 노트북은 데스크톱과 달리 저전력 기술이 중요해 이 부분에서 기술을 축적한 인텔에 유리한 분야이지만, AMD 역시 저전력 기술을 개선하고 7nm 공정을 채택해 인텔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AMD의 공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21년 초 AMD는 Zen 3 코어를 넣은 라이젠 모바일 5000 시리즈(코드명 세잔)을 출시해 인텔을 더 거세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인텔의 반격은 10nm 공정과 CPU 및 GPU를 완전히 갈아엎은 11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타이거 레이크)입니다. 작년에 등장한 타이거 레이크 CPU는 경량 및 일반 노트북을 위한 TDP(열 설계 전력, 높을수록 전력 소모와 발열량이 많음) 12-28W급 제품과 초경량 노트북 및 태블릿 PC를 위한 TDP 7-15W급이었습니다. 발열량이 낮아 얇고 가벼운 노트북에 적합하지만, 4코어 8쓰레드까지만 지원해 8코어 제품을 들고나온 AMD에 비해 멀티 쓰레드 성능이 떨어졌습니다. 인텔은 최대 8코어 16쓰레드까지 지원하는 H 시리즈를 추가해 이 한계를 극복할 계획입니다. 11세대 인텔 코어 H 시리즈는 최대 5GHz의 부스트 클럭과 8코어/16쓰레드의 CPU 코어, 그리고 아이리스 Xe 내장 그래픽을 탑재하고 올해 1분기 출시됩니다. 구체적인 스펙과 가격까지 모두 공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아키텍처로 무장한 CPU를 5GHz까지 끌어 올린 만큼 최대 4.8GHz인 라이젠 모바일 5000 시리즈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됩니다. 두 회사가 클럭과 코어 숫자를 비슷하게 끌어올린 만큼 싱글과 멀티 쓰레드 벤치마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노트북 시장에서 8코어 제품을 먼저 선점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AMD는 5000시리즈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라인업인 H 시리즈를 더 세분했습니다. 본래 게이밍 노트북에서 표준인 45W TDP급 H 시리즈와 TDP를 35W로 줄인 HS 시리즈가 있었는데, 더 성능을 높인 HX 라인업을 추가한 것입니다. 최상위 제품인 라이젠 9 5980HX는 베이스 클럭 3.3GHz, 부스트 클럭 4.8GHz으로 데스크톱 버전에 근접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HS 버전인 라이젠 9 5980도 베이스 클럭만 3.0GHz로 낮췄을 뿐 부스트 클럭은 4.8GHz로 동일해 상당히 높은 성능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리사 수 AMD CEO는 CES 2021 기조 연설을 통해 라이젠 5000 시리즈가 인텔 최상위 프로세서인 코어i9-10980HK보다 더 빠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싱글 쓰레드 기준으로도 시네벤치 R20에서 13% 더 빨랐고 패스마크 기준으로도 35% 성능이 높았습니다. 심지어 35W 버전인 HS 시리즈로도 이런 성능을 냈습니다. (그래프 참조) AMD의 도발에 대해서 인텔은 즉각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타이거 레이크 H 시리즈를 통해 최소한 싱글 쓰레드 왕좌는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5GHz의 클럭을 유지하면서 성능이 훨씬 높은 윌로우 코브 코어를 탑재한 만큼 실제로 벤치마크를 해보기 전까지는 누가 이길지 장담하기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AMD는 모바일 라이젠 3000 시리즈가 70개 제품에 탑재되고 4000 시리즈에서는 100개 제품에 탑재되었지만, 라이젠 5000 시리즈에서는 150개의 모바일 시스템에 탑재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날 때마다 점유율을 확대하는 모습은 인텔에게 매우 큰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ARM 진영과 AMD의 거센 공세에 시달리는 인텔이 오랜 세월 키운 호랑이인 타이거 레이크를 통해 노트북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문화마당] 찬란하지 않은 때는 없다/송정림 드라마 작가

    [문화마당] 찬란하지 않은 때는 없다/송정림 드라마 작가

    새해가 덜컥 당도했다. 나이를 묻는 질문이 더 언짢다. 세월 빠르다는 소리가 말의 틈 사이마다 후렴처럼 새어나온다. 빠른 솜씨를 뽐내며 달리는 세월에 발이라도 탁 걸어 버리고 싶다. 세월이 안타까운 데는 두려움이 있다. 그 공포는 따져 보면 외모 지상주의와 함께 서양에서 물 건너온 정서다. 우리 선조는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젊은 사람은 힘든 세월을 거쳐 온 어른을 무조건 존경했고, 그들에게 모든 특권과 영광을 돌렸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나이 든 걸 죄짓는 일처럼 부끄럽게 여기게 됐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일수록 더 강했는데, 우울증과 싸우며 노년을 외롭게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생일을 따져 축하하기를 좋아하는 독일 사람들도 나이 예순이 넘으면 생일잔치도 안 했다고 한다. 나이 먹은 것을 부끄럽고 슬프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환갑이나 칠순 잔치를 크게 차리고 동네방네 소문 내며 함께 모여 축하했다. 삶을 관조하면서 순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느긋한 동양적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나이 먹는 것이 언제부터 죄가 됐을까. 왜 나이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돼야 할까. 앙드레 모루아는 그의 저서 ‘나이 드는 기술’에서 늙음의 문제는 육체가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고 단언했다. 이미 때는 늦었다고, 승부는 끝나 버렸다고, 무대는 완전히 다음 세대로 옮겨 갔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노화’라는 것이다. 그는 나이 드는 ‘기술’에 프랑스어인 ‘아르’(art)를 썼다. 소양, 기술, 기교, 그리고 예술을 포괄하는 단어가 ‘아르’다. 잘 나이 들어가는 것은 예술만큼 가치가 있고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잘 늙어 갈 수 있는 것일까. 우선 자신의 육체에 대해 체념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감정적인 면도 결코 단념하지 말라고 한다.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기대 역시 놓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지적인 활동을 멈출 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며 몽테뉴의 이런 말도 적어 놓았다. “마치 기생목이 말라 죽은 떡갈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살듯이 인간의 지성은 노년에야말로 꽃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된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67세 때 처음으로 자전거 타기를 배웠다. 그 나이에 자전거를 배웠으면서도 그는 “사흘 배웠는데 코 한번 안 깼다”고 좋아하며 자랑했다. 이제 와서 뭘 배워, 단념하는 마음을 꾸짖는 일화다.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7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지막 7막에 이르면 ‘제2의 천진함’을 갖게 된다고 했다. 7막에 그런 희망이 놓여 있다는데, 우리는 5막이나 6막쯤이 되면 벌써 막을 여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세월이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은 참 많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철학까지, 그리고 인생의 매력까지 알려 준다. 더 넓어진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더 깊어진 생각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하고, 더 맑아진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는 일, 그게 나이를 먹는 일이라면 늙음은 더이상 슬픈 일이 아니다.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은 기자가 연세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나이를 세 가지로 나눠 먹습니다. 생각은 열 살이고, 마음은 서른 살이고, 몸은 또 여든이 훨씬 넘었어요.”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고, 소년소녀처럼 설레고, 청년처럼 뜨거운 나이, 그 나이는 결국 세월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얻는 것이다. 인생에서 찬란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세월을 이기는 유일한 기술은 ‘희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면, 아직도 배우고 있다면, 뭔가를 시도한다면 나이를 떠나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난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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