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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은 손가락으로 안경 올릴 것”…홍보실장에게 사과한 정용진

    “짧은 손가락으로 안경 올릴 것”…홍보실장에게 사과한 정용진

    “미안하다, 고맙다”…논란되자 한마디홍보실장에게 미안하다고 한 정용진 최근 해당 발언을 연이어 쓰면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8일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앞으로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안경 습관‘을 예로 들며 이러한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난 원래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린다. (손가락이) 길고 편해서”라며 “그런데 우리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 자기 힘들다고. 미안하다 민규(홍보실장 이름)”라고 했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올리면 손가락 욕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그러면서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며 “이젠 제일 짧은 손가락으로 올릴 거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했다.이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쓴 표현이다. 이에 온라인상에선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구를 쓴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 등이 나왔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달 25~26일에는 인스타그램에 우럭 요리와 랍스터 요리 사진을 올리며 “잘 가라 우럭아. 니(네)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다 고맙다”고 했다. 지난 4일엔 인스타그램에 생선 요리 사진과 함께 “Good bye 붉은 #무늬바리 sorry and thank you”라는 글을 올렸다. “미안하다. 고맙다”를 영어로 표현한 것이다. 이어 6일에는 랍스터, 생선 사진과 함께 “오늘도 보내는 그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OOOO. OOO”라고 글을 올렸다. “OOOO. OOO”가 “미안하다. 고맙다”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정 부회장은 7일, 누워 있는 푸들 강아지 위에 흰 종이를 덮어놓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실비 2012 - 2021 나의 실비 우리집에 많은 사랑을 가져다 주었어 실비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OOO OO OOOOO O OO OOO”라고 했다. 정 부회장이 “오해받을 일 하지 말란다”고 한 것은 반려견 사진을 올린 이후 첫 글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정용진, 숨진 반려견 추모 사진에도 “미안하고 고맙다”

    정용진, 숨진 반려견 추모 사진에도 “미안하고 고맙다”

    최근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숨진 반려견을 추모하는 게시물에서 해당 표현을 또 쓰며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7일 밤 정 부회장은 누운 채 흰 종이를 덮고 있는 푸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실비(반려견 이름), 2012 - 2021 나의 실비. 우리 집에 많은 사랑을 가져다 주었어. 실비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 OOO OO OOOOO O OO OOO”라고 썼다. 사진 한켠에 하얀 국화꽃 다발과 함께 추모 사진을 띄워놓은 듯한 모니터 화면 등을 통해 미루어볼 때 숨진 반려견의 장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반려견 장례 소식에 쓰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세월호 분향소 방명록에 썼던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문구에서 갖다 쓴 것 아니냐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문 대통령의 해당 방명록 문구는 ‘세월호 사건이 탄핵과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인정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난을 부른 바 있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에선 종종 해당 문구를 가져다 ‘밈(meme·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글이나 이미지)으로 쓰고 있다.정 부회장은 최근 음식 사진을 올리며 잇따라 “미안하다. 고맙다” 또는 “sorry and thank you”라는 문구를 덧붙이면서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사실상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해당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그는 지난 6일에는 랍스터와 생선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도 보내는 그들ㅠㅠ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네 OOOO. OOO”라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OOOO. OOO’가 ‘미안하다. 고맙다’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측에선 정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용기 있다’며 박수를 보냈지만, 정 부회장이 주로 해산물 사진에 해당 표현을 쓰는 것이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것 아니냐는 반감도 만만찮게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법한 상황에서 반려견의 죽음까지 문제의 논란을 부채질하는 데 쓰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팽나무에 대한 편애

    [안도현의 꽃차례] 팽나무에 대한 편애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는 천연기념물 제400호로 지정된 팽나무가 한 그루 있다. 들판 한가운데서 오백 년 넘게 자리를 지키는 이 나무의 이름은 황목근이다. 봄에 누르스름한 꽃을 피우는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 팽나무 앞에 서면 그 기품에 압도돼 왠지 큰절을 드리고 싶어진다. 안타깝게도 작년에 이 황목근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나무에게도 큰 시름이 있거나 병마가 지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올봄에 찾아갔을 때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 팽나무가 기운을 차린 것 같아서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팽나무 꽃을 알거나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동그랗고 단단한 열매들을 조랑조랑 매달고 있다.팽나무는 느티나무와 수형이 비슷하게 생겼다. 나는 그 생김새의 품격을 따진다면 팽나무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팽나무는 그 자태가 부러울 정도로 호쾌하다. 40년 동안 전주에서 살다가 작년에 귀향했을 때 전주의 선후배들이 팽나무 한 그루를 선물로 보내 주었다. 키가 10미터가 넘고 지름이 30센티미터쯤 되는 잘생긴 나무다. 요즈음 오후의 그늘이 제법이다. 나는 팽나무의 그늘 아래 산다. 팽나무는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특히 잘 자란다. 제주도 여행을 가서 팽나무를 보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가련하게 여긴다. 바닷가와 시골 마을 곳곳에 저마다 다른 체형과 키로 자라는 팽나무는 제주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한림의 명월 개울가에 도열해 있는 우람한 팽나무들, 겨울에 북풍에 맞서느라 효수된 것처럼 윗부분이 비스듬하게 잘려 나간 바닷가 팽나무들, 가지런한 돌담 사이에서 마을을 지키는 수백 살 된 팽나무들…. 제주에서는 팽나무를 ‘폭낭’이라고 부른다. 포구에서 자라는 나무라는 뜻. 가지의 폭이 넓어 그렇게 부른다는 설도 있다. 제주 폭낭은 수백 년의 바람을 견디느라 육지의 팽나무보다 키가 크지 않은 편이다. 수피도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안고 있는 팽목항은 그 주변에 팽나무가 많아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고 한다. 강요배 화백의 그림에는 제주의 팽나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눈 쌓인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까마귀와 팽나무’를 보면 나무의 자리와 사람의 자리가 멀지 않다는 걸 느낀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팽나무의 검은 육체를 감싸고 있어 화폭엔 긴장감이 가득하다. 그는 팽나무에게서 제주의 역사와 시련을 읽어 낸다. 그의 산문집 ‘풍경의 깊이’를 펼치면 “폭낭은 모든 걸 알고 있다. 만 리에서 날아온 바람이 여기 와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문장이 보인다. 화가의 눈은 놀랍게도 팽나무와 바람을 동일하게 여긴다. 바람이 팽나무를 만들고 팽나무가 바람의 존재를 기억한다는 거다. 몇 해 전 그의 작업실에 갔을 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종이와 목탄을 가져왔다. 팽나무에 대한 나의 편애와 집착을 이해하고 동의한다고 했다. 막걸리를 마시는 중에 마당의 팽나무 한 그루가 종이 위로 옮겨지고 있었다. 즉석에서 스케치한 그 그림은 지금도 내 방의 벽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말 살아 있는 팽나무 같다. 내가 자주 드나들던 전북 변산반도에도 눈여겨볼 팽나무들이 많다. 팽나무는 군락을 이루기보다는 스스로 자수성가한 사람처럼 고독하게 성장한다. 길을 걷다가 팽나무를 만나거든 반드시 그 앞에 한번 서 보라. 팽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은 조망점이 좋아 사방이 확 트인 곳이 대부분이다. 사람보다 먼저 좋은 터가 어디인가를 아는 나무가 팽나무다. 변산반도 모항의 방파제 입구에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팽나무는 포구의 등대와 함께 카메라에 담을 수 있고, 곰소에서 영전 가는 길가에 서 있는 팽나무는 전봇대와 전선 때문에 사진을 찍기에 불편하지만 풍채가 아주 멋지고, 도청리 마을 입구의 팽나무는 그늘이 아주 넉넉해서 좋고, 고사포에서 해변도로를 따라 격포 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길가 언덕에 연인처럼 다정하게 서 있는 두 그루의 팽나무는 시샘이 날 정도로 다정하다. 이 팽나무 두 그루에 어떤 이가 눈독을 들였는지 지금은 그 앞에 꽤 큰 숙박 시설이 들어섰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 중 이 두 그루의 나무가 팽나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 10년치 농구 레시피…요리만 남았다

    10년치 농구 레시피…요리만 남았다

    프로농구 서울 SK 전희철(48) 감독은 ‘농구대잔치’의 마지막 세대다. 실업과 대학 14개 팀이 자웅을 겨뤘던 이 대회를 통해 ‘허동택 트리오(허재-강동희-김유택)’를 비롯해 숱한 실업·대학스타가 한국 농구 최대 중흥기를 꽃피웠다. ‘에어본’이라는 별명이 붙은 전 감독도 그 중 한 명이다. ‘에어본’은 강습 낙하 침투를 주임무로 하는 공수부대(원)을 이르는 말이다. 7일 경기 용인 SK 체육관에서 만난 전 감독은 “한 여성팬이 ‘에어 희철’이라 쓴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들고 다녔다. 마이클 조던의 닉네임 ‘에어 조던’을 본 뜬 건데 이게 부르기 쉬운 세 음절의 ‘에어본’으로 바뀌었다”고 기억했다. 낙하 지형을 가리지 않는 ‘에어본’처럼 전 감독도 코트 내·외곽을 가리지 않았다. 농구대잔치 당시 경기가 뒤집힐 조짐이 보이자 혼자 드라이브인 2개와 덩크슛, 3점슛까지 연속 9점을 뽑아내 기어코 승기를 잡은 장면을 떠올리면 그가 왜 ‘에어본’인지 짐작할 수 있다. 1996년 실업팀 동양제과에 입단한 뒤 이듬해 프로농구가 출범하며 대구 동양 멤버가 된 전 감독은 2001~02시즌 팀의 첫 챔피언 등극을 이끈 뒤 전주 KCC를 거쳐 2003년 SK에 둥지를 튼다. 그러나 은퇴가 빨랐다. 그는 “허벅지 부상 때문이었다. 2~3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코트를 떠났다. 그때 나이 서른 여섯이었다”고 돌이켰다. 전 감독은 “2군 감독에 여자팀 감독 제의까지 받았다. 그런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없었다. 고민하느라 두 달 동안 세면대가 새까매질 정도로 탈모가 왔다”며 “결국 제 등번호 13번의 영구 결번을 지켜보면서 코트와 작별했다”고 말했다. ‘에어본’의 화려한 시대를 끝낸 그는 SK 전력분석관, 운영팀장 등을 맡아 코트 바깥에서 3년 가까이 서성댔다. 평생 해본적 없는 접대까지 해야했다. 전 감독은 “갑자기 이방인이 된 것 같았지만 차라리 한꺼풀 벗은 느낌이었다. 농구 선수로서 ‘나 밖에 몰랐었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그 시간이 향후 10년 지도자 경력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2011년부터 문경은 전 감독과 함께 수석코치로 10년을 꼬박 같이 했다. 문 전 감독이 연세대라면 전 코치는 고려대 출신으로 스타일까지 다른 탓에 ‘오래 못 간다. 분명히 깨진다’는 우려가 빗발쳤다. 지금은 ‘어떻게 10년을 동거했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전 감독은 “코트 밖에서 아픈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인생이란게 내가 만들어서 가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농구 인생을 억지로 만들지 말고 물처럼 흐르듯이 가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팀의 부진(정규 8위)을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 탓으로 진단한 전 감독은 “수석코치의 10년 안목을 살리겠다”며 “올 시즌 목표는 일단 4강으로 잡았다. 재료가 어떤 건지 알고 레시피는 이미 나와있는 거니까 조리 과정만 남았다.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세월에 무릎 꿇은 ‘테니스 전설’

    세월에 무릎 꿇은 ‘테니스 전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것일까. 1981년생 동갑내기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왼쪽·스위스)와 ‘흑진주’ 세리나 윌리엄스(오른쪽·미국)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프랑스 오픈 16강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남자 단식 세계 8위 페더러는 7일(한국시간) 마테오 베레티니(9위·이탈리아)와의 남자 단식 16강전을 앞두고 지난해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무릎 상태를 이유로 기권을 선언했다. 페더러는 “두 번이나 수술받고 1년 넘게 재활했다”며 “몸 상태를 살피는 게 중요한데 회복 과정에서 나를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페더러는 전날 대회 32강전에서 도미니크 쾨퍼(59위·독일)를 상대로 3시간 35분 접전 끝에 3-1로 꺾었다. 그러나 하루 쉬고 바로 다음날 베레티니와 경기를 해야하는 게 무리라고 본 것이다. 페더러는 이달 말 시작되는 윌블던 대회에 집중할 전망이다. 여자 단식 세계 8위 윌리엄스는 이날 16강전에서 18살 어린 엘레나 리바키나(22위·카자흐스탄)에게 0-2(3-6 5-7)로 완패했다. 윌리엄스는 딸을 출산하기 전인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이 대회 8강에 오른 적이 없다. 페더러와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각각 21회, 24회의 남녀 메이저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할매, 여 ‘점빵’ 어디 갔는교?

    할매, 여 ‘점빵’ 어디 갔는교?

    1960~1980년대 동네 골목길에는 어디나 구멍가게인 ‘점방’이 있었다. 점방은 과자와 사탕,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소주·콩나물·설탕·라면·비누 등 모든 생활용품의 보고다. 아침 일찍 부모님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러 가고, 아이들은 용돈을 받으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서로 내기하듯 뛰어가는 만물상회다. 어른들에겐 퇴근길에 집으로 들어가기 전 이웃 동네 사람들과 막걸리 몇 잔에 그날의 피로를 푸는 활력의 장소였다. 동네 점방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소중한 휴식 장소였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전국에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골목 곳곳에 편의점이 자리잡으면서 점방은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심뿐 아니라 농촌에서도 우리의 희로애락이 담긴 점방이 없어졌다. 어릴 적 소중한 기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련한 추억이 깃든 구멍가게는 세월과 함께 잊혀져 가는 옛 단어가 돼 버렸다. 전국에 몇 개 남지 않은 점방을 돌아봤다. 동네에서 이른 새벽 제일 먼저 불이 켜지고 늦은 밤 가장 늦게 불이 꺼지는 곳이 구멍가게였다. 하루 일과를 마친 마을 주민들은 저녁 어스름이 깔리는 무렵이면 구멍가게의 탁자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막걸리잔을 놓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점빵’ ‘연쇄점’ ‘○○상회’… 추억 속으로 라디오나 TV, 전화가 없고 신문도 귀했던 그때 그 시절 마을마다 바깥세상 소식을 가장 빨리 들을 수 있는 장소 또한 동네 구멍가게였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 지역에서도 마을마다 생필품 공급과 토론의 공간이었던 구멍가게는 사회 변화에 따라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점빵’, ‘연쇄점’, ‘○○상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구멍가게들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돼 버렸다. 인구 감소로 농촌 마을 빈집이 갈수록 늘어나고, 대형유통매장이 시골 마을까지 진출해 구멍가게가 버티며 생존할 수 있는 틈새는 아예 없어졌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농촌 마을에도 승용차를 가진 집이 많아 필요한 물건을 언제든지 인근 도시나 가까운 대형유통매장에서 저렴하고 손쉽게 살 수 있게 됐다. 구멍가게가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24시간 ‘편의점’이 생활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어 영세 상점은 더 설 자리가 없어졌다. 마을의 쉼터이자 뉴스센터 역할을 하던 구멍가게 앞 평상도 사라진 지 오래다. 농촌이나 구도심 경우에는 학생 등 젊은층이 거의 없고, 나이 든 어른들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돌아가신 경우가 많아 동네 점방은 존재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그나마 아주 드물게 남아 있는 구멍가게조차 지키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70~80대 고령층이어서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처지다. 실제로 인구 29만여명으로 광주, 전주에 이어 호남 3대 인구 도시인 전남 순천시에서도 점방이나 동네 슈퍼가 사라졌다. 겨우 동네 가게라는 조그마한 간판만 붙어 있는 곳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지난 6일 오후 3시쯤 시내와 3㎞ 정도 떨어져 있는 옥천동의 한 상점. 혼자 누워 있던 김모(85)씨는 “50년 정도 했는데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막걸리 한잔하러 가끔 오는 경우 말고는 손님이 없다”면서 “이제는 팔 물건도 갖다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라고는 담배를 사러 오거나 막걸리·맥주 한 잔씩 마시러 우연히 들르는 사람밖에 없다고 했다. 가게 안에는 라면 8개, 부탄가스 20여개, 소주, 맥주, 홈키파 5개 등이 휑하니 놓여 있었다. 손님이 없어 경로당에서 놀다 방금 들어왔다는 김씨는 “혼자 살면서 집 지킬 겸 앉아 있다”며 “애들이 장사 그만하라고 하는데 문 닫으면 할 게 뭐가 있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하루에 한 명도 안 올 때도 많다”면서 “노느니 100원이라도 벌려고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번 앉아 있어 보면 손님이 아예 없다는 걸 느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도심에서 5㎞ 거리에 있는 상사면의 광주슈퍼 김모(81)씨 사정도 마찬가지. 60살부터 시어머니랑 같이 장사하다가 지금은 혼자 하고 있단다. 마트와 편의점이 생겨 동네 사람들조차 오지 않고 주변 편의점을 간다고 했다. 간혹 담배를 사러 오거나 여름에는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오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치매 온다고 장사를 계속하라고도 하고, 말동무할 겸 문을 열어 놓고 있다”며 “진작 닫아야 했는데 계속하고 있어 창피하기도 해서 올해 안에는 그만두려고 물건을 안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마을을 몇 시간 돌아다니다 어렵게 찾아낸 시골 마을 구멍가게들에서 “요즘 매출이 어떠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한결같이 “온종일 가게는 지키고 있지만,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고 했다.●“수입 쥐꼬리… 물건 다 빠지면 그만둬야지”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리 삼거리 도로가에서 11년째 구멍가게(삼거리슈퍼)를 하는 박모(55)씨는 “담배나 갑자기 필요한 물건을 사러 오는 동네 단골 주민들을 보고 가게를 계속하고 있지만, 수입은 쥐꼬리보다 못하다”며 “주변 가까이에 하나둘씩 늘어난 편의점이 4곳이나 된다”고 말했다. 박씨 구멍가게에서 100m쯤 떨어진 마을 입구 도로가에는 유리로 된 출입문에 ‘슈퍼’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는 구멍가게를 겸한 허름한 주택 하나가 오래전에 문을 닫은 듯 빈 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강주리 삼거리슈퍼에서 승용차로 한참을 달리다 법수면 백산리 백산보건진료소가 있는 백산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두 개의 구멍가게를 만났다. 두 가게는 50m쯤 떨어져 있었다. 한 슈퍼는 80대 노부부가 젊은 시절부터 시작해 50년 넘게 지키고 있는 구멍가게다. 주인 서모씨는 “주변 마을 주민들이 얼마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노인인 데다 필요한 물건은 가까운 대형유통매장에서 구입한다”면서 “음료수나 생수, 과자를 찾는 사람은 하루 몇 명에 그친다”고 구멍가게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서씨는 “나이 많은 우리 부부가 죽으면 이 구멍가게도 우리와 함께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근 길가에 있는 또 다른 구멍가게도 80대와 70대 노부부가 20년 넘게 지키고 있다. 좁은 가게 안 상품 진열대에는 여러 종류의 담배와 과자, 간단한 음료, 면장갑 등이 진열돼 있었다. 가게 주인 장모(77)씨는 “옛날에는 밤마다 동네 주민들이 술잔을 놓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런 모습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수익도 거의 없어 벌써 그만둬야 했지만 하던 일이라 계속 문을 연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창원 강원식 기자 choijp@seoul.co.kr
  • [속보] 세월호 특검, 서해해경청·목포해경 압수수색

    [속보] 세월호 특검, 서해해경청·목포해경 압수수색

    2014년 4월 16일 배가 침몰해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한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이현주 특별검사팀이 서해지방해양경찰청과 목포해양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세월호참사 당시 해경이 세월호 DVR(CCTV 저장장치)을 수거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과 일지 등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세월호 특검팀은 서해해경청과 목포해경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이날 오전 11시부터 압수수색에 나섰다. 압수수색은 서해해경청은 오후 9시 25분쯤까지, 목포해경은 오후 7시쯤까지 진행됐다. 지난달 출범한 세월호 특검은 세월호 CCTV 복원 데이터 조작 의혹과 세월호의 블랙박스 격인 DVR 본체 수거 과정 의혹, DVR 관련 청와대 등 당시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최근까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관계자 등을 조사해 왔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VR 디스크 원판 조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월 무상?… 40세 페더러·윌리엄스, 프랑스오픈 16강 나란히 탈락

    세월 무상?… 40세 페더러·윌리엄스, 프랑스오픈 16강 나란히 탈락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것일까. 1981년생 동갑내기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3436만7215유로·약 469억8000만원) 16강에서 나란히 탈락했다. 페더러는 7일(한국시간) 지난해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무릎 상태를 이유로 기권했다. 페더러는 “두 번이나 무릎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했다. 나의 몸 상태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를 무리시키고 싶지 않다”며 이날 예정된 마테오 베레티니(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 기권하겠다고 밝혔다. 페더러는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3회전에서 도미니크 쾨퍼(독일)를 상대로 3시간 35분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하루 쉬고 바로 다음날 베레티니와 싸워야 하는 게 무리라고 본 것이다. 페더러는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윔블던 대회에 집중할 전망이다. 윌리엄스는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여자단식 16강전에서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에게 0-2로 패했다. 리바키나는 윌리엄스보다 18세 어리다. 윌리엄스는 딸을 출산하기 전인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8강에 오른 적이 없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전우애는 국경도 세월도 없다… 현충원에 울려퍼진 美 노병의 ‘아리랑’

    전우애는 국경도 세월도 없다… 현충원에 울려퍼진 美 노병의 ‘아리랑’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90세를 훌쩍 넘긴 한미 노병의 화상 만남이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미군 공수부대원으로서 6·25에 참전해 오른팔·다리를 잃은 윌리엄 빌 웨버(96) 대령은 영상 편지에서 ‘아리랑’의 첫 대목을 노래한 뒤 “국군 전우 여러분, 한국전 그리고 이후 지속된 전우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장병들과 친분을 맺고 함께 싸우고, 슬프게도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지켜봤다”면서 “함께 복무한 카투사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많은 국가들을 돕기 위해 참전해 왔지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 분들은 한국인”이라며 “양 국민은 형제자매가 됐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이어 6·25에 카투사로 참전한 김재세(94) 하사가 단상에 올라 답장을 낭독했다. 김 하사는 1953년 2월 미군 중대장 지휘로 적진 한복판에서 전사한 카투사 2명을 찾아낸 일화를 소개하며 “중대장님은 우리를 형제로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형제의 자유를 지켜 주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우정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대한민국과 전우들을 기억해 줘 감사드린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했다. 김 하사는 거수경례 뒤 부축을 받아 무대를 내려왔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 하사를 안으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신원확인센터를 방문, “미발굴 전사자 12만여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제거된 전방 철조망과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굴한 나침반으로 만든 기념패를 봉헌했다. 패에는 ‘이 땅에 다시 전쟁의 비극은 없습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친필 문구가 각인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취중생]산업재해 사망으로 전해진 부고들

    [취중생]산업재해 사망으로 전해진 부고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돌아가신 분이 제 고등학교 동창 같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메일 하나를 받았습니다. 홈플러스에 2019년 3월부터 배송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달 11일 출근을 준비하던 중 쓰러진 뒤 지난달 25일 숨진 최은호(47)씨를 찾는 내용이었습니다. “몇년 전 연락이 끊겨 소식을 알 수 없는 ○○고등학교 동창과 나이와 이름이 같습니다. 친구들이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최씨의 유족에게 연락했습니다. 최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유족들에게 이들의 연락처를 전달했습니다. 하루 뒤 최씨를 찾던 이들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유족들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친구가) 50도 안 된 나이에 갑자기 과로사했다는 비보를 접한 동기들이 많이 안타까워하고 다들 허탈한 마음입니다.” 일하다 사망한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또 있습니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일을 하다 숨진 이선호(23)씨의 친구들은 그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한 달 넘게 이씨의 빈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친구 김벼리씨는 “산업재해가 내 친구의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원청이) 불법파견을 안했다면, 안전교육을 했다면, 컨테이너 불량을 점검했다면, 안전관리책임자나 신호수만 있었다면 선호가 살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경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지난 4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인 동방 관계자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노동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달 중 확정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영책임자 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재계는 궈한이 있는 안전보건 책임자를 두면 경영자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보고, 1년 이상의 징역형도 상한형으로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이선호씨가 사망한 뒤 산업현장에서 최소 48명이 숨졌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또 다른 일터의 죽음을 줄일 수 있을까요.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열린세상] 수도권 187만명 출퇴근길, 광역버스도 돌보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열린세상] 수도권 187만명 출퇴근길, 광역버스도 돌보자/양동신 건설 인프라엔지니어

    몇 해 전 늦은 저녁 서울 강남에서 인천을 가려고 광역버스를 탄 적이 있다. 서울과 인천ㆍ경기를 오가는 광역버스를 타려면 보도 경계석에 있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줄을 서야 한다. 기다리던 버스는 왔고 차례대로 버스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줄을 서지 않은 중년 여성이 허겁지겁 버스에 타려고 뛰어오는 게 아니겠는가. 광역버스 탑승 규칙을 모르는 분이었던 것 같았는데, 뛰어오다 보니 내 앞에 줄을 선 젊은 여성의 팔을 쳤고, 그분의 휴대폰이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었다. 그때부터 갈등은 시작됐다. 일단 차는 떠나야 하니 두 분이 광역버스에 같이 탑승했고 말싸움이 시작됐다. 45인승 버스 안에서 언성을 높이니 두 분의 언쟁을 모두가 들어야 했고, 버스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으니 누구도 내릴 수 없었다. 휴대폰 액정이 깨지니 장유유서고 뭐고 없었으며, 막말과 고성이 계속 오고 갔다. 결국 두 사람은 인천에서의 첫 번째 정류장에서 같이 하차했고, 경찰서로 가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다. 늦은 저녁 서울의 주요 광역버스 정류장에 가 보면 이처럼 버스 번호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광경을 볼 수 있으며, 매일같이 갈등이 발생한다. 상기 사례와 같이 승객 간 갈등이 있기도 하고, 줄을 선 승객과 길을 지나가는 행인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매일 버스를 이용하는 분과 어쩌다 그 버스를 이용하는 분의 갈등도 빈번하다. 매일 이용하는 분들에게 암묵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새로 이용하는 분들에게는 낯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입석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고 대대적인 입석 단속에 나섰지만, 인프라 확충이 없는 단속은 소리 없는 메아리였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일일 광역버스 이용 인구는 약 62만명에 이르는데, 첨두시간 광역버스 최대 노선 입석률은 29.7%이다. 폭이 1~2m밖에 되지 않는 보도에 수십대의 광역버스가 줄을 서는 것도 모자라 버스에선 1~2시간을 서서 간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해당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인천시민 혹은 경기도민이나 해당 문제를 해결할 지방정부는 서울시이기 때문이다. 버스와 같은 인프라를 광역적으로 해결할 어떤 조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고, 이 중 60% 이상은 서울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 2010년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매일 서울과 인천ㆍ경기를 오가는 인구가 187만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교통복지 사각지대는 이렇다 할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의 실마리는 홍콩이나 호주 브리즈번 등에 있는 대규모 복합환승센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무려 2600만명에 이르는 수도권에 이렇다 할 복합환승센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복합환승센터가 있다면 굳이 보차도 경계석에 희미하게 쓰인 버스 번호를 볼 필요도 없고, 버스 대기선과 행인의 마찰이 발생할 일도 없어진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쾌적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으며, 처음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탑승할 수 있다. 물론 서울에 이런 대규모 복합환승센터를 지을 땅이 없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다. 하지만 도시의 3대 축만 보더라도 여의도의 여의도공원, 시청의 서울광장, 강남의 서리풀공원 등이 있듯이 지하를 개발하고 그 위를 그대로 공원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들이 어렵다면 용산공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의 오래된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하며 소규모 지하 광역버스 탑승구를 만드는 일도 대안일 수 있다. 대중교통망의 확대는 탄소중립과 보편적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수십조원의 예산과 장기간의 사업 기간이 수반되는 광역철도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하지만 훨씬 적은 예산과 단기간에 시민 삶의 질과 안전을 증대시킬 수 있는 광역버스 인프라 개선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부디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 광역 교통망의 해결 없이는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리 만무하다.
  • 호주의 친구였던 중국, 중국에 조종당한 호주

    호주의 친구였던 중국, 중국에 조종당한 호주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많은 공을 들이는 영역 중 하나가 남극대륙이다. 과학 연구, 미래 자원 확보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 뒤엔 군사적 목적도 있다. 남극에 기지국이 있으면 미사일 공격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베이더우 위성항법시스템 기지국을 남극에 짓는 건 그 때문이다.남극에 땅 한 평 없는 중국에 선선히 자신의 등을 내준 나라는 호주다. 호주령 남극 지역은 남극 전체 면적의 42% 정도라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넓다. 그러니 이른바 ‘베이징의 남극 정복 계획’은 호주의 호의가 없었다면 애초 진행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그만큼 밀접했던 호주와 중국이 지금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 전략을 파헤친 책이다. 호주의 대학교수인 저자가 호주의 현실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호주는 중국에 상당히 경도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호주 매체는 서평에서 “중국이 호주의 일상에 미친 악의적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는 거의 하루가 지나가지 않는다”고 썼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한술 더 떠 “호주는 중국이 조종하는 국가가 됐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홍콩의 독립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한 대학생에게 정학 처분을 내리는 일이 빚어지고,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 등 수많은 중국 인사들이 “13~14세기 원나라 시대의 탐험가가 호주를 발견했다”는 요지의 말을 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책은 이처럼 도무지 믿기지 않는 내용들로 가득하다.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경제 제재를 무기로 정치, 외교 등 각 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내는 한편, 고위직 인물과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저자가 꼽은 호주의 대표적인 ‘중국의 친구’는 밥 호크, 폴 키팅 등 전 총리다. 특히 호크 전 총리에 대해 “10년 넘는 세월 동안 중국 기업의 계약 체결을 돕는 일에 집중해 2000년대 중반 재산이 5000만 (호주) 달러(약 430억원)에 달하는 부자가 됐다”며 맹공을 퍼붓는다. 두 총리 시절에 입각한 관료와 정치인, 학자, 기관장 등은 수를 헤아릴 수없이 많다. 문화계,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 부문에 ‘중국의 친구’들이 스며든 형국이다. 그런데 왜 호주였을까. 중국 대외 전략의 기본은 육상 국경을 맞댄 나라들을 중립화하려는 ‘전체적 주변’ 전략이다. 한데 팽창을 거듭하면서 ‘전체적 주변’이 남중국해 전 영역까지 확대됐고, 호주 역시 ‘전체적 주변에 포함된 이웃’이 됐다. 여기에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서구 진영의 약한 고리’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저자는 중국의 호주 침공이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공급 기지 확보”, “미국과 호주의 동맹 관계 악화” 등이 목표였다. 이를 통해 “호주를 미국에 감히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제2의 프랑스’로 만들고 싶어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한국에 대한 지적도 거침없다. 저자는 “한국 사회 전반에 베이징의 만족이 유일한 목표인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자리잡고 있다”며 “첩보 공작원까지 동원해 대규모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책엔 객관적인 근거와 사적 견해들이 뒤섞여 있다. 호주 내에서 “매카시즘과 닮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의 동맹 정책에 대해 “독립을 포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시선으로 봐야 할 듯하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나우뉴스] 79세 할머니의 끔찍한 고독사…반려묘들이 시신 훼손

    [나우뉴스] 79세 할머니의 끔찍한 고독사…반려묘들이 시신 훼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홀로 살던 할머니가 끔찍한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배고픈 반려묘들이 시신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끔찍한 고독사가 발생한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 경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간 아파트에서 이곳에 살던 독거노인 클라라 이네스 토본(79)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한 지 최소한 3개월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끔찍한 건 할머니 시신의 상체였다. 당시 시신을 본 경찰은 “경찰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이렇게 끔찍한 사체는 처음 본다”며 “키우던 고양이들 때문에 시신의 상체에 온전한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에 무게를 두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할머니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1996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왔다. 오랜 세월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머니는 평소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였으며 외출도 잦은 편이었다. 주민들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러 매일 외출을 하곤 하셨다”고 말했다. 그랬던 할머니의 외출이 뜸해진 건 몸이 불편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해부터였다. 할머니가 올해 2~3월부터 보이지 않자 이웃들은 초인종을 눌러보기도 했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당장 이때 신고를 했겠지만 이웃들이 신고를 미룬 건 코로나19 탓이었다. 한 이웃주민은 “집에도 안 계시고 전화도 받지 않아 이상했지만 코로나에 걸려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웃들이 경찰을 부른 건 할머니의 집에서 풍기기 시작한 악취 때문이다. 할머니와 같은 층에 사는 한 이웃은 “할머니가 고양이를 많이 키워 냄새가 나긴 했지만 최근 집에서 나기 시작한 악취는 보통 때의 냄새와 달랐다”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고를 했는데 끝내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옛 용산철도병원, 역사박물관 재탄생

    옛 용산철도병원, 역사박물관 재탄생

    1928년에 지어진 옛 용산철도병원(등록문화재 제428호)이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서울 용산구는 내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구는 용산철도병원 건물을 복원하고 개보수하는 작업을 거쳐 박물관으로 용도를 바꾼다. 100년 가까이 된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건립 당시 모습을 참고해 붉은색 외벽 벽돌 성능을 회복하고 병원 내부의 창호와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한다. 또 박물관 용도에 맞춰 구조를 보강하고 냉난방 설비와 재난·소방시설, 노약자·장애인 편의시설 등을 새로 설치한다. 구 관계자는 “기존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복원과 재생을 동시에 할 계획”이라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작업을 신중하게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건물 총면적의 40%를 차지하는 전시실은 1·2층 상설전시실, 2층 기획전시실로 나뉘며 ‘보더리스(Borderless·경계없는) 용산’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건물 옥상과 2층 테라스는 방문객을 위한 녹색 쉼터로 바꾼다. 수장고는 건물 내외부에 들어선다. 대부분 유물은 박물관 남측 신축 건물 지하에 조성되는 외부 수장고에서 보관할 예정이다. 구는 현재까지 전시 유물 3000여점을 모았다. 구는 2017년 말 박물관 건립 계획을 세운 이후 박물관 건립추진자문단 구성, 박물관 자료 공개 구입, 전시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이어 왔다. 지난해 착공 전 최종 단계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공립 박물관·미술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박물관을 통해 근현대 격변의 세월을 거쳐 지금의 용산이 되기까지 용산 사람들의 생활사를 중심으로 한 ‘사람과 도시 이야기’를 종합해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79세 할머니의 끔찍한 고독사…반려묘들이 시신 훼손

    79세 할머니의 끔찍한 고독사…반려묘들이 시신 훼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홀로 살던 할머니가 끔찍한 고독사로 생을 마감했다. 할머니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배고픈 반려묘들이 시신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끔찍한 고독사가 발생한 곳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아파트. 경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간 아파트에서 이곳에 살던 독거노인 클라라 이네스 토본(79)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망한 지 최소한 3개월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끔찍한 건 할머니 시신의 상체였다. 당시 시신을 본 경찰은 “경찰로 일하기 시작한 이래 이렇게 끔찍한 사체는 처음 본다”며 “키우던 고양이들 때문에 시신의 상체에 온전한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명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에 무게를 두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할머니는 콜롬비아 출신으로 1996년부터 이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왔다. 오랜 세월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머니는 평소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였으며 외출도 잦은 편이었다. 주민들은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러 매일 외출을 하곤 하셨다”고 말했다. 그랬던 할머니의 외출이 뜸해진 건 몸이 불편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난해부터였다. 할머니가 올해 2~3월부터 보이지 않자 이웃들은 초인종을 눌러보기도 했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답이 없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당장 이때 신고를 했겠지만 이웃들이 신고를 미룬 건 코로나19 탓이었다. 한 이웃주민은 “집에도 안 계시고 전화도 받지 않아 이상했지만 코로나에 걸려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이웃들이 경찰을 부른 건 할머니의 집에서 풍기기 시작한 악취 때문이다. 할머니와 같은 층에 사는 한 이웃은 “할머니가 고양이를 많이 키워 냄새가 나긴 했지만 최근 집에서 나기 시작한 악취는 보통 때의 냄새와 달랐다”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고를 했는데 끝내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나치에 빼앗긴 작품 되찾으려다 포기 “귀도 안 들리고”

    프랑스 할머니 레오네 놀레 메이어(81)는 2012년 미국 오클라호마대학 갤러리에서 낯익은 그림 하나를 보고 얼어붙었다. 양부모가 나치 독일에게 약탈당한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양을 데려오는 여자 목동’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41년 프랑스 남서부에서 나치 장교들이 약탈한 수많은 그림 중의 하나였다. 오랫동안 행적이 묘연했는데 알고 보니 미국에 건너가 있었다. 미국인 가족이 매입해 2000년 오클라호마 대학 프레드 존슨 주니어 미술관에 기증한 사실을 알게 됐다. 메이어의 친부모와 가족은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 그녀는 입양돼 이본느와 라올 메이어 부부 손에서 자라났고 그들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2년이나 지나 막무가내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2016년 자신도 공동 소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대신 미국과 프랑스를 3년마다 오가며 전시하기로 타협했다. 프랑스에서는 자신이 갤러리나 미술관을 임대해 전시회를 열어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만약 메이어가 사망한 뒤 그녀의 권리를 대신 주장할 프랑스의 갤러리를 찾지 못하면 다시 오클라호마 대학이 오롯이 소유권을 갖기로도 합의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메이어는 당한 것만 같았다. 지더라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타협을 강요당했으며 순회 전시를 위해 두 나라를 오가는 운송 비용이 너무 들어 프랑스에서 갤러리를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며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결국 미국 법원은 메이어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합의에 동의해놓고 이제와 딴소리를 한다고 공박했다. 현재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이 그림은 7월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를 막으려던 노력이 허사가 됐다. 오클라호마 대학은 그녀가 법적 행동을 계속하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메이어는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끝내 두 손을 들었다고 영국 BBC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녀는 이날 성명을 내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말도 알아들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싸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지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다른 어떤 선택도 남아 있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아예 소유권 주장마저 포기하고 대신 오클라호마 대학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프랑스에 교환 전시할 수 있게 하고, 작품 밑에 명판을 만들어 한때 메이어 가족 소유였음을 명시하게 하는 조건만 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6.25 전사자 故 윤덕용·강성기 일병 희생 추모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6.25 전사자 故 윤덕용·강성기 일병 희생 추모

    장현국 의장(더불어민주당·수원7)이 31일 오후 파주 임진각 6·25전쟁 참전 기념비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 참석해 전사 7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고(故) 윤덕용·강성기 일병의 희생을 기렸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최종환 파주시장, 한양수 파주시의회 의장, 유가족 및 학생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장현국 의장은 헌화와 분향으로 고인에 예를 갖추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그는 “전쟁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 한 편이 아려온다”며 “70년 넘는 세월을 건너 오늘 비로소 가족 품으로 귀환한 두 분의 호국 영웅이 이제 편안히 잠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바쳐야 했는지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영웅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가보훈처와 국방부에서 계속해 힘 써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에 귀환한 고 윤덕용 일병과 고 강성기 일병은 지난 1951년 6·25 주요 격전지 중 하나인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백석산 전투에서 전사한 후 지난 2017년 6월 유해발굴감식단과 육군 21사단 장병에 의해 수습됐으며, 유가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하면서 올해 신원이 확인됐다.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164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향기 대신 딱정벌레 썩는 냄새나는 꽃의 비밀

    [핵잼 사이언스] 향기 대신 딱정벌레 썩는 냄새나는 꽃의 비밀

    꽃은 좋은 향기와 맛있는 꿀로 곤충을 유혹한다. 수많은 곤충이 이 꽃꿀과 꽃가루를 얻기 위해 꽃들 사이를 분주히 오간다. 식물이 꿀을 제공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곤충을 이용해 꽃가루를 운반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같이 진화한 식물과 곤충은 이제 서로가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 벌이나 나비처럼 일반적인 곤충이 아니라 파리처럼 좀 다른 곤충에 의존하는 식물은 향기 대신 악취를 풍기는 경우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인 라플레시아가 대표적이다.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 파리를 유혹해야 하는 경우 향긋한 냄새보다 음식이나 시체 썩는 냄새가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 관점에서 향기나 악취일 뿐 모두 곤충을 유인하기 위한 냄새라는 점은 동일하다. 그런데 드레스덴 대학의 과학자들은 그리스에 서식하는 한 식물이 냄새뿐 아니라 모양까지 시체를 모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악취를 풍기는 식물인 아리스톨로치아 미크로스토마(Aristolochia microstoma)의 꽃이 매우 못생겼을 뿐 아니라 근연종과는 달리 땅 근처에 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리를 유인하는 식물이라도 날아다니는 곤충인 만큼 식물의 위가 아니라 아래에 꽃이 핀다는 사실은 특이했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이 꽃이 풍기는 악취의 원인 물질은 2,5-디메틸피라진(2,5-dimethylpyrazine)으로 확인됐다. 이 물질은 척추동물의 사체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딱정벌레 같은 곤충 사체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땅 근처에 갈색으로 피어나는 꽃이 딱정벌레 모습을 모방한 것이고 냄새 역시 마찬가지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꽃 주변에 모이는 곤충 1457마리를 수집했다. 가장 많이 채집한 곤충은 딱정벌레 사체를 좋아하는 벼룩파리였다. 연구팀이 조사한 곤충 가운데 꽃가루를 옮길 수 있는 곤충은 벼룩파리뿐이다. 따라서 못생긴 갈색 모양과 독특한 악취, 그리고 땅 근처에 피는 이상한 꽃은 모두 벼룩파리를 유인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인 셈이다. 이 식물은 꽃의 목적이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종족 번식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눈에 예쁜 꽃이나 못생긴 꽃 모두 본래 목적은 사람이 아닌 곤충의 시선을 끄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상해 보이는 아리스톨로치아의 꽃 역시 목적에 맞는 가장 완벽한 꽃이라고 볼 수 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우주를 보다] 세월이 가듯…큐리오시티, 화성 하늘 흘러가는 구름 포착

    [우주를 보다] 세월이 가듯…큐리오시티, 화성 하늘 흘러가는 구름 포착

    화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지구와 닮은 행성이지만 묘하게 다른 특징도 갖고있다. 화성 역시 대기가 있고 수증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름이 형성될 수 있는데 최근 이에대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탐사로보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촬영한 흥미로운 사진을 공개했다. 마치 지구의 그랜드캐니언 같은 협곡에서 촬영한 듯 보이는 이 사진들은 지난 3월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들의 주 대상은 바로 구름이다. 먼저 지난 3월 19일 3063솔(SOL·화성의 하루 단위으로 1솔은 24시간 37분 23초로 지구보다 조금 더 길다) 일몰 직후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하늘의 일부를 하얗게 물들어 놓은 구름이 한 눈에 확인된다. 큐리오시티 카메라에 담긴 또다른 사진에서도 화성의 구름 이동 모습이 보이는데 이는 촬영된 여러 사진을 가공해 움직이는 이미지(GIF)로 만든 것이다.다만 화성에서의 구름은 지구처럼 쉽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화성의 대기권 농도는 지구보다 100배 정도 옅으며 주요 구성 성분도 다르다. 지구의 대기권에는 78%의 질소와 21%의 산소 그리고 약간의 이산화탄소 등이 있는 반면 화성은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다. NASA에 따르면 화성의 구름은 대부분 60㎞ 상공 위를 넘지않으며 얼어버린 이산화탄소나 드라이아이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태양빛을 받으며 밝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지금은 '후배'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에 관심을 뺏긴 큐리오시티는 지난 2012년 8월 화성 게일 크레이터 부근에 내려앉아 임무를 시작했다. 그간 큐리오시티는 화성의 지질과 토양을 분석해 메탄 등 유기물 분석자료를 확보하고 미생물이 살만한 조건인지를 조사해 왔다. 실제로 큐리오시티는 오래 전 화성 땅에 물이 흐른 흔적, 생명체에 필요한 메탄가스와 질산염 증거를 발견하는 큰 업적을 남겼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39년 전 콜로라도주 눈보라 속 구조된 남자, 알고 보니 두 여성 살해범

    39년 전 콜로라도주 눈보라 속 구조된 남자, 알고 보니 두 여성 살해범

    1982년 1월의 어느날 밤, 앨런 리 필립스(70)는 눈보라가 몰아 치는 미국 콜로라도주의 험준한 산악 도로에 갇힌 픽업 트럭 안에서 채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으로 구조됐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그는 차 헤드라이트를 모르스 부호처럼 컸다켰다 하면서 구조해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마침 이곳 상공을 지나던 비행기 승객이 이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해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구조된 직후 바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눈보라를 만났으며 “처음에는 182m 밖에 안되는 스키장까지 걸어갈까 생각했다가 너무 추워 안되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39년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필립스가 브레켄리지란 산악 마을 근처에서 두 젊은 여성에게 총을 쏴 그들을 숨지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그렇게 위험한 길을 택했을지 모른다고 경찰이 밝혔다. 뒤늦게 DNA 분석을 실시한 결과 그는 아넷 슈니와 바버라 조 오버홀처를 살해하고 폭행, 납치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 2월 기소됐다. 파크 카운티 보안관실의 웬디 키플(56)은 “그 고갯길은 겨울철에는 이용할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방금 저지른 범죄로부터 달아나려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덴버 서쪽 클리어 크릭 카운티에서 반쯤 은퇴한 정비공으로 살고 있던 그는 파크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국선 변호인이 붙여졌는데 일체의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8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필립스가 단순히 조난돼 구조된 것이 아니라 살인범인지 모른다고 먼저 KUSA TV가 이번 주에 보도했다. 이 사건은 오랜 세월 여러 다른 수사기관과 사립탐정들이 규명하려고 매달렸던 사건이다. 서밋 카운티에서 자라나 이 사건 당시 여고생이었던 키플은 30년 이상 이 사건 수사를 해왔다. 그녀는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누가 왜 그랬는지 알아내야 했다”고 말했다. 오버홀처는 당시 스물아홉 살의 일하는 주부로 남편과 함께 알마의 부지에 말목장을 지으려고 열심히 설계를 하고 있었다. 딸을 하나 뒀는데 당시 열한 살이었다. 슈니는 당시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로 프리스코에 있는 할리데이 인 객실을 청소하는 일을 했다. 밤에는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어머니에 따르면 승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같은 달 6일 브레켄리지의 약국에 들러 처방전을 받은 뒤 9㎞ 떨어진 블루 리버의 집에 돌아가려고 히치하이크를 한 것이 비극을 불러왔다. 오버홀처는 몇몇 친구들과 브레켄리지의 바에서 자신의 승진 파티를 즐겼다. 친구들이 태워주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일찍 떠나 알마로 돌아가기 위해 히치하이크를 했다. 당시 브레켄리지에서는 히치하이크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부자 스키족들이 승용차를 구입할 감당이 안되는 지역 주민들을 태워주는 일이 흔했다. 그녀는 다음날 아침 후시어 패스 정상 근처 9번 고속도로 길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총알을 두 군데나 맞았다. 플라스틱 줄이 손목에 묶여 있었다. 6개월 뒤 슈니의 시신이 파크 카운티 새크라멘토 크릭에서 얼굴을 땅에 묻은 채로 발견됐다. 그녀는 등에 총상을 입었다.경찰은 오랜 세월 살인범을 찾아 헤맸지만 한 명도 체포하지 못했다. 경찰은 오버홀처의 주검 근처에서 발견된 장갑과 휴지 등 두 군데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들이 동일범 소행임을 가리킨다고 했다. 1998년 수사관들은 알려지지 않은 한 남성의 DNA를 확인했다.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돌려봤지만 일치하는 DNA가 없었다. 이대로 미궁에 묻히는가 싶었다. 3년 전에 이 사건을 집요하게 수사해온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이 생전의 부친이 모아온 이 사건 관련 신문 기사들을 전직 검사이며 유전정보를 포렌식하는 유나이티드 데이터 코넥트를 공동 창업한 미치 모리세이에게 보냈다. 모리세이는 지난 3월 취재진에게 살해된 두 여성이 “캄캄한 곳에서 총상을 입은 뒤 눈밭에서 얼어 죽은 채로 누워 있는” 주검을 본 뒤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의문의 남성과 한 혈통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 숫자만 1만 2000명이었다. 키플은 이들에게 DNA 샘플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협조했는지, 필립스도 자발적으로 샘플을 제공했는지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2월 24일 필립스를 몇주째 감시해 온 경차은 클리어 크릭 카운티의 한 정류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필립스가 두 여성을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어떤 살해 동기를 갖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오버홀처의 남편 제프는 성명을 내고 필립스 검거가 “그 오랜 세월 끝에 이 끔찍한 악몽이 끝나고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슈니의 어머니 에일린 프랭클린(88)은 오래 살아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봐 안심이 된다며 “지상을 떠나기 전에 사건이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거진 40년이 됐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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