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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군 1점 감점’…불이익 주지 말라 법도 바꿨는데 결석 처리 논란[취중생]

    ‘예비군 1점 감점’…불이익 주지 말라 법도 바꿨는데 결석 처리 논란[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최근 서울대에서는 한 교양필수 선택 과목에서 교수가 예비군 훈련에 따른 결석에 대해서도 감점하겠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예비군 훈련을 이유로 학생에게 불이익을 준 경우 교직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이 강화됐지만, 대학가에선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의 한 교양필수 선택 과목 수업에서 교수는 2026학년도 2학기 강의계획서를 통해 “(정상) 출석 2점, 사유 있는(질병, 가족상사, 학과 답사, 교내외 행사, 생리, 예비군…) 결석 1점”이라고 안내했습니다. 질병, 가족상사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한 결석에도 감점을 하겠다고 한 것인데, 특히 눈에 띄는 건 ‘예비군’이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예비군 훈련을 이유로 결석한 학생에게 출석·성적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여러 차례 논란이 됐기 때문입니다. 서울대에서는 2023년에도 공과대학 한 수업에서 예비군 훈련일에 진행된 퀴즈를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되자 서울대는 즉시 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2024년에도 자연대학 수업에서 예비군 결석계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서울대는 당시 국방부·교육부·병무청이 실시한 합동 실태조사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고려대에서도 2022년 예비군 훈련으로 퀴즈에 응시하지 못해 0점 처리를 받은 학생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고, 한국외대에서는 2023년 성적 1등을 한 학생이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 때문에 수석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자 정부와 국회는 예비군 훈련 기간 해당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지난해 예비군법을 더욱 엄격하게 개정했습니다. 예비군에 동원된 학생에 대해 그 기간을 결석 처리하거나 불리하게 처우하지 못하도록 했고, 위반시 학교장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교직원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또, 불리한 처우가 발생한 경우 국방부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습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예비군도 군 복무의 일부인데 훈련으로 수업에 빠졌다는 이유로 감점까지 받으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군 복무에 대한 예우와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다른 수업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결석한 뒤 강의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대학생 최모(26)씨도 “녹화·녹음본을 줄 수 없다며 원래는 결석 처리해야 하지만 봐준다는 식으로 말해 허탈했다”며 “원해서 수업을 빠진 것도 아닌데 그로 인한 부담까지 학생이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논란이 된 서울대 교양필수 강의를 맡은 교수는 뒤늦게 강의계획서를 수정하고, 예비군의 경우 출석으로 인정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가면서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 수학여행 가는 학교 절반 이하… 아이들 체험 기회가 막혔다 [홍희경의 탐구]

    수학여행 가는 학교 절반 이하… 아이들 체험 기회가 막혔다 [홍희경의 탐구]

    체험활동 인솔 교사 ‘유죄’ 판결 후작년 초등 수련회 48%… 대전 4%일부 지역 강화된 현장 매뉴얼 제시국회, 책임 쪼개기 3차례 법안 손질독일 “공무원 과실 국가 책임” 명시미국, 합리적 주의 다한 교사 면책대구교육청, 안전 인력 등 직접 배치작년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 100%청소년 경험 지원 정책 곳곳에 분산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부처 있어야 #1 사라지는 소풍·수학여행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온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전세버스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버스 기사와 담임교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회부했다. 체험활동 인솔 교사에게 주의의무 위반 형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였다. 지난해 2월 1심은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11월 선고유예로 감형됐지만, 유죄라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이 기소와 판결은 코로나19 이후 재개되던 수련회·수학여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육부가 충북 외 전국 초등 실시율을 집계한 결과 2024년 57.2%까지 오르던 수치가 지난해 48.1%로 떨어졌다. 대전(3.97%), 서울(7.72%), 경기(9.68%) 등지의 실시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국회는 법을 세 번 손질했다. 2024년 12월 교사 면책 조항을 학교안전법에 신설했고, 이듬해 12월 기준을 구체화하는 2차 개정을 했다. 올해 5월에는 “고의·중과실이 아닌 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3차 개정안이 발의됐다. 행정부도 움직였다. 4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교육부가 면책 강화와 전담 변호사 지원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5월 초등교사노조가 2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96.2%가 수학여행 실시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적 책임 불안(49.8%)과 학부모 민원 스트레스(37.0%)가 주요 기피 원인이었다. #2 처벌·점검·면책… 빗나간 대응 학창 시절 추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수학여행의 경험이 사라지는 동안 이를 저지할 노력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입법·행정·사법, 3권이 각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소경이 코끼리 만지듯, 셋 다 일부만 더듬었을 뿐 온전한 수학여행을 그려내는 데는 실패했다. 사고가 나면 누구를 처벌할지(사법), 사고 예방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지(행정), 사고에 대한 면책 범위를 얼마나 넓힐지(입법)에 골몰했으나 어떻게 하면 교사가 요즘 아이들이 원하는 수학여행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입법·행정·사법 권력이 적극 나설수록 일선에선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교사가 정면을 주시하느라 자신이 선 자리에서 9m 떨어진 버스 후미에서 벌어진 사고를 알아채지 못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결한 법원이 시작이었다. 교사의 눈이 사방을 동시에 감시해야 한다는 기준이 하급심 판례로 성립하자 일부 교육청은 강화된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을 교사 보호 장치라며 제시했다. 즉 수학여행을 가기 전 교사가 전세버스 타이어의 재생 여부와 마모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차량에 불법 구조변경이 있는지 확인하고, 운전자 음주 측정을 해서 문제가 없는지 서명하고, 숙소에서는 완강기가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숙소 조리사의 자격증까지 검수하면 현장체험 중 사고가 났을 때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매뉴얼을 제시했다. 교사가 소방관이자 차량 검사원이자 위생 감독관 업무를 다할 수 없어 수학여행을 포기하겠다고 하자 나온 게 3차례 국회 입법 시도다. 대부분 교사 면책 조항을 다듬거나 타이어 공기압 측정은 버스 회사가 하게 하는 식으로 책임을 쪼개는 내용이었다. #3 교사 책임 묻지 않는 美·英·獨 아쉽게도 수학여행 안전에 대응해 우리 권력기관들이 작동한 방식은 주요국의 접근과 거리가 멀다. 독일은 우리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과 민법에 “공무원의 과실은 국가 책임”이라고 명시했다. 교사는 소송 당사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2001년 개정 연방 교사보호법을 통해 합리적 주의를 다한 교사를 면책한다. 영국 역시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한 교사에게 사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사를 처벌할 기준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입법·행정·사법의 역량을 쏟는 게 아니고 교사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밖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교육 당국이 교사 보호에 집중한 지역에선 수학여행 기회가 줄지 않았다. 대구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체험학습을 갈 때 안전 인력을 교육청이 직접 배치하고 버스 계약이나 타이어 공기압 체크와 같은 안전점검도 교육청이 맡았다. 사고가 나도 교사가 처벌될 위험을 줄이며 체험학습을 독려한 결과 지난해 대구 초등학교의 숙박형 체험학습 실시율은 100%였다. 하지만 이런 지원 체계가 없는 대다수 지역에서는 수학여행을 떠받치던 현장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체험활동을 안 하자 청소년 수련시설, 전세버스, 여행사, 지역 숙박 등 수학여행 산업 생태계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되고, 코로나19 기간 멈추고, 속초 판결로 다시 발이 묶이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타격을 입고 있다. 이곳들이 문을 닫으면 나중에 학교들이 체험학습을 되살리겠다고 해도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어진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긴커녕 외양간 자체가 사라지는 형국이다. #4 소 잃자 외양간 없애는 사회 무너지는 현장을 지킬 예산이 있는지 들여다보면 사정은 더 암담하다. 학교 체험학습은 교육부 소관이지만 수련시설과 청소년 활동 인프라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는 성평등가족부다. 이 부처의 내년 예산안은 2조 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지만 증가분 대부분이 결혼하면 100만원씩 지원하는 혼인지원금 신설(1663억원)에 쏠렸다. 전년보다 64억원(2.4%) 삭감된 청소년 정책 예산 2626억원도 상담센터, 쉼터, 방과후아카데미 같은 보호·복지 시설 운영비가 대부분이고, 증액된 85억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이나 자살·자해 심리클리닉 같은 위기 대응에 쓰인다. 청소년이 밖에서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쪼개져 흩어졌고, 어느 부처든 청소년에게 ‘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주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복지부는 자살 예방과 마약 중독관리에 예산을 투입하고 성평등가족부는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과 위기 상담, 경계선지능 청소년 지원에 돈을 쓴다. 교육부는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법으로 금지하고 마음건강 과목을 신설했다. 막고, 금지하고, 치료하는 사업들이다. 유·청소년 체육활동에 42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문화체육관광부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빼앗는 대신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경험과 활동을 제시하는 정책을 찾기 어렵다. 청소년 시기에 어떤 경험을 쌓고, 어떤 활동을 통해 자라게 할 것인지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부처가 어디인지 묻는다면 지금으로선 답하기 어렵다. 홍희경 논설위원
  • “‘침묵 시위’ 최초 제안한 것 맞나”…용혜인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

    “‘침묵 시위’ 최초 제안한 것 맞나”…용혜인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언더조직’의 성차별 묵인 의혹과 비례대표 의원직 겸직 문제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용 후보자는 이날 오전 8시 55분쯤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의원직 겸직에 대한 의사는 변함없나”, “세월호 침묵 시위 최초 제안자가 방송에 나왔는데 하실 말씀 없느냐”, “언더조직의 성차별 지침을 묵인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해명하지 않았다. 앞서 2018년 원외정당인 노동당 내 비공개 조직이 ‘알바 노조’, ‘청년 좌파’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성 활동가들에게 ‘낙태 금지’, ‘혼전 순결’ 등 반여성적 사상 교육을 했으며, 노동당이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용 후보자는 당시 ‘청년좌파’의 대표였고, 용 후보자의 배우자인 박기홍씨는 직전 대표였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지난 4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가장 중요할 때 용 후보가 입을 다물었고 성차별주의자들의 편에 섰다”고 폭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또한 용 후보자의 대표적인 정치 이력인 세월호 참사 ‘가만히 있으라’ 침묵시위를 자신이 처음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유가족과 움직이자는 취지로 반어법으로 제안했다”면서 “박씨가 ‘용혜인이 안산 출신이니 무조건 용혜인으로 가자’고 주장해 성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 발달장애인 경찰 조사 ‘특칙’ 만들고도…보호조치 이행 확인 장치 여전히 미흡[취중생]

    발달장애인 경찰 조사 ‘특칙’ 만들고도…보호조치 이행 확인 장치 여전히 미흡[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경찰이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고려해 조사 과정의 인권을 보호하는 ‘특칙’을 신설합니다. 전담경찰관이 조사를 맡고 신뢰관계인 동석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보호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이뤄졌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 및 관리할 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장애인계에서는 “형식적인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경찰청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지난 2일 제출한 개정훈령안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 ‘발달장애인 조사에 관한 특칙’을 신설했습니다.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으며 이달 중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특칙 신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인권위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발달장애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경찰에 발달장애인 조사규칙 제정과 전담 수사관 제도 점검을 권고했습니다. 전담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통계를 수집·분석해 정기적으로 공개하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경찰은 이를 수용해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별도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특칙 제49조의2는 경찰관이 발달장애인의 장애 특성과 의사소통 어려움을 고려해 수사 과정에서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명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수사 절차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의 역할도 명문화했습니다. 제49조의3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발달장애인법에 따라 지정된 전담경찰관이 발달장애인 조사를 맡도록 했습니다. 전담경찰관은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지식과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신뢰관계인 동석 등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과 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도 규정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에서는 특칙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전담경찰관이 조사를 맡았는지, 신뢰관계인이 동석했는지, 의사소통 지원이 제공됐는지 등을 별도로 기록·관리하는 규정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호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입니다. 장애인단체가 관련 기록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 인권보호 규정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존 훈령에도 장애인이 조사받을 때 신뢰관계인의 동석을 알리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3월 전국 교정시설을 직권조사한 결과 발달장애인 127명 가운데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은 사람은 27명에 그쳤습니다. 단독으로 조사받은 발달장애인 가운데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6월 발달장애인 2명이 1500원 상당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에서도 이 가운데 1명이 전담 수사관에게 조사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인단체에서는 특칙이 시행되더라도 보호조치 이행 여부를 기록·관리하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기존과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결국 훈령 이행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빠졌다”며 “시각·청각 장애인이나 통역이 필요한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조사 과정을 영상 녹화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이번 개정에서도 명시되지 않아 ‘반쪽짜리’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호 규정이 현장에서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제도가 잘 작동하지 못한 건 훈령이 없어서가 아닌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의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훈령을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 전담경찰관 육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박근혜 7시간’ 보도 산케이 前서울지국장 日 CIA 전문관으로

    ‘박근혜 7시간’ 보도 산케이 前서울지국장 日 CIA 전문관으로

    세월호 보도로 기소 후 무죄“한반도 정세 분석 맡을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받은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일본판 중앙정보국(CIA) 전문관으로 기용됐다. 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일 가토 전 지국장을 국가정보국 내각정보분석 전문관으로 임명했다. 지난 7월 출범한 국가정보국은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국가정보회의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며 정보 수집·분석을 담당한다. 요미우리신문은 그가 한반도 정세 분석 등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칼럼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그러나 2015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확정 뒤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왜 나는 한국에 이겼나, 박근혜 정권과의 500일 전쟁’을 펴내 한국 사법체계를 비판했으며, 2021년 국가정보국의 전신인 내각정보조사실에 합류해 내각심의관 등으로 일했다.
  • [프로필] 첫 1990년대생 장관 후보자…성평등가족부 용혜인

    [프로필] 첫 1990년대생 장관 후보자…성평등가족부 용혜인

    이재명 정부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30일 지명된 용혜인(36)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는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탁된 1990년대생 장관 후보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민운동에 뛰어든 뒤 기본소득과 노동·인권, 사회적 약자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재선 의원이다. 36세인 용 후보자의 발탁에는 내각에 젊은 이미지를 더하고 2030세대에 변화와 세대교체 메시지를 보내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인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용 후보자는 경기 부천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성장했다. 경안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수료했다. 대학생이던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자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을 제안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시위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선 유가족들을 지켜본 것을 계기로 정치 참여를 결심했다. 2020년 모든 국민에게 매달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고 상임대표를 맡았다. 같은 해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제21대 국회에 입성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비례대표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한 야권 공조에 참여했다. 선명한 메시지와 의제 설정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수정당 소속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 왔다. 용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정책 의제인 기본소득을 공유하며 일찍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를 찾아 용 후보자 등과 간담회를 했다. 용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도왔다. 장관으로 임명되면 성별 갈등을 완화하고 임신중절약 ‘미프진’ 도입,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여성 안전, 한부모·다문화가족 지원, 청소년 보호 등 성평등가족부의 주요 현안을 풀어야 한다. 시민운동과 의정활동을 통해 쌓은 정책 경험을 행정과 조직 운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꼽힌다. ▲경기 부천(36) ▲경안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수료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제21·22대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국민생명안전포럼 대표의원
  • ‘약물살인’ 김소영 1심 선고로 본 사형 선고의 요건과 의미 [취중생]

    ‘약물살인’ 김소영 1심 선고로 본 사형 선고의 요건과 의미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20대 남성들에게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탄 음료를 건네는 식으로 2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김소영(21)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애초 사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사형이 “예외적 형벌”이라며 김소영에 대한 사형 선고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 오병희)는 지난 27일 김소영의 살인·특수상해·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다만 애초 검찰 기소에 반영된 피해자 6명 가운데 1명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소영은 그간 “피해자들을 재우려 했을 뿐 숨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으나,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김소영은 범행 전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챗GPT에 약물과 술 동시 복용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검색했는데,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김소영이 약물로써 사망에 이르는 조건을 인식하게 됐다고 본 겁니다. 이번 1심 선고의 쟁점은 애초 검찰이 요청했던 사형 선고의 필요성이었습니다. 검찰은 지난 19일 결심공판 당시 “죄질이 불량하고 범행을 전혀 반성치 않고 있다”며 김소영을 사형에 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며 “그 선고는 범행의 책임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언급한 사형 선고의 요건은 ▲피고인의 나이 ▲직업 ▲지능 정도 ▲피해자와의 관계 ▲사전 결의 여부 ▲범행 준비 정도 ▲범행 수단과 방법 등입니다. 이 요소를 모두 고려해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어야만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임 병장’ 이후 10년째 사형 확정 없어“존엄성 훼손” vs “선언적 선고 필요”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합니다. 한국도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2007년부터 이 목록에 포함됐습니다. 똑같은 수법으로 2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김소영이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비껴가면서, 사형 선고와 관련된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사례는 최근 반복됩니다. 지난 1월에는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2월에는 서울 관악구 피자 가게에서 3명을 살해해 사형을 구형받은 김동원(42)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6월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에서도 사형이 확정된 마지막 사례는 2016년 2월로, 2014년 강원 고성군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도빈 병장이 그 대상입니다. 올해까지 10년째 사형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형 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다음 날 성명을 내고 “사형 구형은 인권에 대한 명백한 후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기본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했고 책임 규명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사형 구형은 법치주의가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큽니다. 실제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집행하진 못하더라도 ‘법정 최고형’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사형 구형·선고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소영 사건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는 남언호 변호사는 1심 선고 후 취재진을 만나 “사형이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하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현행법상 사형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그 집행을 정책적으로 유보할 수는 있지만 사법적 판단만큼은 선언적으로나마 선고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하는 아쉬운 의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지난 21일 사형 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2개월 만인데, 대상은 2016년 형이 확정된 다카미 스나오(58)입니다. 다카미는 2009년 오사카의 한 파친코 가게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혔습니다. 히라구치 히로시 법무상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검토한 끝에 사형 집행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 황인구 서울시의원, ‘서울시 시민 생명안전 기본 조례안’전국 최초 발의

    황인구 서울시의원, ‘서울시 시민 생명안전 기본 조례안’전국 최초 발의

    서울시의회 황인구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5)은 지난 10일 ‘서울시 시민 생명안전 기본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례안은 지난 6월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서울시 차원에서 시민의 안전권을 한층 두텁게 보장하기 위해 추진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만에 마련된 상위법에 발맞춰,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안전하게 살 권리’를 기본권으로 확립하고 이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문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장의 생명안전 정책 추진 책무 ▲시민생명안전위원회 설치 ▲생명안전종합계획 수립 ▲피해자 권리 보장 및 지원 ▲생명안전교육 및 안전문화 조성 ▲관계기관·민간과의 협력 거버넌스 구축 등이 담겼다. 특히 이번 조례안은 ‘생명안전기본법’에 기반해 광역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적인 생명안전 기본 조례를 전국 최초로 발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황 의원은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권리라는 공감대가 마련됐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며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민의 생명이 최우선으로 존중받는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 데 튼튼한 제도적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황 의원은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방 단계부터 시민의 안전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행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이번 조례안의 핵심”이라며 “서울시가 안전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고, 안전사고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조례안은 9월 중 서울시의회 제339회 임시회에서 관련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 “상처 회복도 벅찬데”…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 조롱한 50대 징역 1년

    “상처 회복도 벅찬데”…세월호·이태원 참사 유족 조롱한 50대 징역 1년

    세월호·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관한 허위 정보를 반복해서 퍼뜨리고 이들을 모욕한 5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판사 김진성)은 2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모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강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일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동일인이라는 취지의 글과 이태원 참사가 특정 조직이 계획한 사건이라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 등에 반복해서 올린 혐의를 받는다. 세월호 유가족을 지칭해 모욕적인 게시물을 작성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참사의 희생자 또는 유가족으로, 참사로 인한 상처를 회복하기에도 벅차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바로 세우기에도 사회의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근거 없는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게시해 유가족들을 고통에 빠뜨렸을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을 현혹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강씨가 유튜브 조회수와 구독자를 늘려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허위 내용을 게시했다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영상을 게시할 당시 유튜브 수익 창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실제 수익도 얻지 못한 만큼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5주년 현충원 참배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5주년 현충원 참배

    - 광복 81주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 방문…“독립 영웅 숭고한 뜻 계승해야”- 2021년 유해 봉환 특사단장 인연…우원식 기념사업회 이사장 주관 행사 참석 최근 과거사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평생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도 극심한 가난과 척박한 삶을 감내해야 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청렴 정신이 새삼 주목받는 가운데, 5년 전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직접 모셔 온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더불어민주당 진해지역위원장)이 광복 81주년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장군의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을 기렸다. 황 위원장은 지난 15일 우원식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주관으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홍범도 장군 귀환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했다. 황 위원장은 국가보훈처장이던 2021년 대통령 특사단장을 맡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안장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광복절인 8월 15일 국내로 봉환한 주역이다. 이국땅에서 극장 수위 등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 가면서도 오직 조국 광복만을 좇았던 장군의 애국과 청렴의 생애는, 올바른 역사를 찾으려는 시민들에게 깊은 성찰을 안겨 준다. 이날 참배를 마친 황 위원장은 “오늘은 광복 81주년이자 2021년 홍범도 장군님을 카자흐스탄에서 대한민국으로 모셔 온 지 5주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라며 “당시 특사단장으로서 국민적 환영 속에 장군님을 모시고 왔던 벅찬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국땅에서 평생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신 장군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최근 시민들께서 스스로 역사적 진실에 관심을 가지시듯, 우리 후손들이 장군의 청렴하고 숭고한 뜻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이어 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제30대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황기철 위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을 지휘해 피랍 선원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구조를 위해 소신 있게 통영함 투입을 지시했으며, 이후 통영함 납품 비리 혐의로 기소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며 제복의 청렴성을 입증했다.
  • 승소 쌓이는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 구제는 ‘안갯속’[취중생]

    승소 쌓이는데 일제 강제동원 피해 구제는 ‘안갯속’[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2018년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의 불법성과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뒤, 피해자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 승소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42년 일본제철 가마이시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일했던 고 민문식씨의 자녀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아들 민병조(66)씨는 “아버지께서 직접 승소 판결을 보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이번 판결의 최대 쟁점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인 소멸시효였습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그동안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낸 추가 소송에서는 소멸시효의 기준점을 둘러싸고 법원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23년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피해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하기 어려운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소멸시효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법리가 제시된 것입니다. 17건 승소·42건 진행 중…피고 기업 13개사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승소하는 사례는 더 쌓일 가능성이 큽니다. 15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 대상 손해배상 소송은 총 42건입니다. 현재까지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을 받은 사건은 민문기씨 사례를 포함해 17건입니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연구소를 찾아 소송을 제기하고 싶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피고 기업도 기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3개사에서 니시마츠 건설, 구마가이구미 등을 추가해 13개사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1월에는 일본 건설사 ‘구마가이구미’의 유족 배상 책임을 대법원이 인정하는 등 일본 군수기업뿐 아니라 후방 전범기업으로까지 책임 인정 범위 또한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원고 숫자는 사건 수보다 더 많아서 추정 배상액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日 반발에 멈춘 배상…‘제3자 변제’도 기금 부족그러나 승소 판결이 곧바로 배상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잇따라 반발하고, 일본 기업들도 배상 이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강제노역 피해자 유족의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자,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반한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3자 변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 등의 기여금으로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재단은 지난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금 부족으로 확정판결 피해자 67명 중 41명에게 약 97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가해 기업의 직접적인 사죄와 배상 책임 이행이 빠졌다는 비판도 큽니다. 기금 지원과 일본 기업 참여 ‘투트랙 전략’ 필요전문가들은 한일관계를 급작스럽게 긴장시키는 공개 압박이나 국제소송보다는 ‘피해자 지원’과 ‘일본 기업 참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한일청구권협정의 국내 수혜 기업들의 기금 참여를 이끌어 고령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서두르는 한편,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제하지 않고 일본 정부가 기업의 변제를 묵인할 수 있도록 물밑 외교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본인들은 배상 책임을 완료했고, 다른 아시아 국가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완고하게 버티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제3자 변제를 수용한 만큼, 고령인 피해자들에게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의 협정 수혜 기업들이 피해 회복에 참여할 수 있게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이대로 면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쓰비시 같은 경우엔 일부 변제를 희망하는 기류도 있지만 일본 정부가 예외를 두지 않으려 막고 있다”며 “여론전과 같은 명분 싸움 대신,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변제를 묵인하도록 설득하는 치밀한 ‘물밑 외교’가 요구된다”고 덧붙였습니다.
  • ‘쿠데타 거론’ 사관학교 통합에… 野 “안보 위협하는 국방농단”

    이재명 대통령이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군사 쿠데타’ 주범으로 꼽으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에 힘을 싣자 야권이 들끓었다. 야권은 6일 “국방 농단”이라며 이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 자격까지 거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합동성 강화다’, ‘융합형 인재다’ 그러더니 결국 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 ‘사관학교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탈영 의혹과 ‘빈 총 경계’, 이 대통령의 골프 의혹 등을 싸잡아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는 국방 농단”이라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관학교는 국방과 안보의 뿌리인데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정치 프레임에 엮어서 졸속으로 추진해서야 되겠는가”라며 “검찰 해체에 이어 마음에 안 들면 일단 없애 놓고 보자는 파괴적 맹동주의가 검찰에 이어 육사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관학교 통합이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국방 개혁이라면 군사적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국민 앞에 직접 제시하라”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군의 정치적 중립은 사관학교 통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 때 ‘고심 끝에 해경 해체’와 비슷한 것 아닌가”라며 “국민들은 이런 징벌적 통합에 대해서는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는 “사관학교 제도를 건드릴 때는 오로지 국가의 국방과 향후 군의 운용을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되는 것”이라며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안 장관에 대한 거취 정리 요구도 이어졌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최전방 일반전초(GOP) 빈총 경계, 미군 무인기 오인 사태까지, 지금 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탈영 의혹으로 리더십이 무너진 국방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장윤기 사건 둘러싼 경찰 내부 진실공방…칼끝은 지휘부로 [취중생]

    장윤기 사건 둘러싼 경찰 내부 진실공방…칼끝은 지휘부로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4) 사건이 경찰 내부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초동수사를 맡았던 수사팀은 장윤기의 살인과 성폭행 사건을 병합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를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수본의 초동 판단이 옳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장윤기 범행의 ‘성적 의도’가 보완수사를 거쳐 밝혀진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광주지검은 지난달 2일 경찰에서 일반 살인 등 혐의로 송치한 장윤기에 대해 보완수사를 벌였고,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성폭행·살인미수 등 혐의로 그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경찰 송치 후 광주지검 수사팀의 전면적인 보완수사로 드러난 성범죄 목적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 혐의”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초동수사를 맡았던 광주 광산경찰서 경찰관들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합니다.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자신들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장윤기는 5월 5일 여고생 이채원양을 살해하기 이틀 전인 5월 3일 베트남 국적 여성 A씨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광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은 이틀 간격으로 터진 장윤기의 성범죄와 살인 간 연관성을 파악해 병합수사 의견을 냈는데, 이를 보고받은 국수본이 ‘분리수사’를 반복 지시했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박 경정은 5월 12일 ‘광산서 내 합동수사팀 구성 추진안’까지 작성해 경찰서장에게 보고했지만 국수본의 분리수사 방침이 유지된 데다 검찰 송치 기한(5월 14일)이 임박해 실제 시행되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광산서는 5월 14일 장윤기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때 ‘추가 수사결과 보고서 첨부’로 이를 갈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송치 하루 전 작성된 이 문서에는 ▲장윤기의 원룸에서 훼손된 리얼돌이 발견된 점 ▲장윤기 휴대전화에서 여학생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점 ▲살인 전 A씨를 성폭행한 점 ▲범행 당시 피해자를 여성으로 인식한 점 ▲피해자를 바로 살해하지 않고 목을 졸라 제압하려 한 점 등을 볼 때 장윤기의 이채원양 살해가 ‘성적 목적 범행’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수사 전문성’ 강조한 국수본…설립 취지까지 ‘흔들’일련의 상황에서 쟁점으로 두드러지는 건 국수본이 분리수사 방침을 유지한 배경입니다. 결과적으로 국수본이 초동수사 당시 장윤기의 성범죄와 살인 분리수사를 지시해 장윤기의 범행 의도 파악이 지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일선에서 사건을 수사하는 광산서 경찰관과 상급 기관인 광주청까지 병합수사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설득했는데도, 이를 보고받은 국수본이 두 사건을 분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는 겁니다. 국수본 강력계장인 최모 경정까지 ‘장윤기의 성적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A씨에 대한 성범죄와 이채원양 살인 사건의 병합수사가 필요하다’고 대면 보고했지만 박성주 당시 국수본부장이 이를 반려했다는 의혹도 최근 불거졌습니다. 국수본은 2021년 정부가 경찰 수사의 독립과 전문성을 목적으로 설치한 조직입니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에서 국수본 수뇌부가 성범죄·살인 분리 수사를 반복한 ‘오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설립 목적인 수사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찰이 경찰 초동 수사팀의 의견을 받았던 것이라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 규명이 온전히 검찰의 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국수본이 사건 초기 판단을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전문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 사상 초유 사퇴 요구 직면한 인권위원장…“검증 애초부터 부족” [취중생]

    사상 초유 사퇴 요구 직면한 인권위원장…“검증 애초부터 부족”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향한 내부 반발이 간부층의 보직 반납을 넘어 전 부서로 번지고 있습니다. 임명 과정에서부터 인권위원장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전 사무처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전방위적 압박을 받게 됐습니다. 앞서 지난달에 간부 6명이 보직 반납을 선언한 데 이어 내부 반발이 전 직원으로 확산된 것입니다. 내부 직원들의 첫 반발은 지난달 15일이었습니다. 김재석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은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 3월 과장 보직을 반납하고 평직원으로 발령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7월 초 전보 인사에서 반영해달라”고 밝혔습니다. 김 과장은 그 이유로 “지난해 안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처리 과정에서 ‘직원들은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안건을 통과시킨 후 미리 준비한 찬성의 이유를 읽어내려갔는데, 이는 직원들의 신뢰를 저버린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5명의 인권위 간부들이 줄줄이 보직 반납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8일부터는 부서 단위의 입장 표명도 시작됐습니다. 인권위 기획재정담당관실 직원들을 시작으로 14일 인권위 인권교육운영과 직원들까지 내부 게시판에 안 위원장의 ‘사퇴 요구’ 글을 게시하며 인권위 전체 30개 부서가 모두 동참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집단 반발의 배경에는 취임 전부터 이어진 안 위원장의 누적된 논란과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적격성에 대한 비판이 취임 전후로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안 위원장은 임명 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동성애 반대’ 등을 표명한 과거 저술·발언이 확인됐고, 2017년부터 매년 참석해오던 서울퀴어문화축제에도 2년 연속 불참을 선언하며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해 2월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안건이 통과되면서 내부 반발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피진정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 직원이 안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을 이유로 직접 진정을 제기한 것입니다. 인권위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9일부터 3일 동안 안 위원장의 언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30여 건의 댓글이 달렸고 그 가운데 반인권적 언행 관련 내용은 40여 건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인권위원장에 대한 검증이 ‘애초부터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위원장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3년의 임기가 보장돼 더욱 철저한 검증이 요구됩니다. 그럼에도 인권위원장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검증 절차는 제한적입니다. 현재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국회가 4명(상임 2명), 대통령이 4명(상임 1명), 대법원장이 3명을 각각 선출·지명하면 대통령이 이를 최종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며, 국회 인사청문은 실시하지만 동의 절차는 없습니다. 실제 안 위원장 임명 당시 국회는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안 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위원들의 자격을 판단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한계라는 지적입니다. 시민사회가 후보추천위에 참여하지만, 배수 추천 구조로 짜여 있어 부적격 인사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후보추천위는 통상 대통령실, 시민단체, 법조계 인사로 구성돼 3~5배수의 후보를 추천합니다. 결국 철저한 후보 검증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18년 인권위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과거 혁신위 권고 이후 대통령의 인권위원(장) 지명 시 공개모집과 서류·면접 심사를 거치는 절차가 정착되긴 했으나, 이는 ‘부적격 인사’의 추천을 다소 까다롭게 만드는 수준에 그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홍 교수는 “제도를 무력화하는 무도한 정치가 있다면 어떤 제도든 견뎌낼 수 없다. 이번 위원장 인선 역시 기존 제도가 무력화된 산물”이라며, “부적격 인사가 선정되지 않도록 정치권 자체의 성숙한 인권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생년월일 ‘20140416’ 병원 앱 파문…개발사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 구하겠다”

    생년월일 ‘20140416’ 병원 앱 파문…개발사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 구하겠다”

    한 대학병원 애플리케이션(앱)에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문구가 표출돼 파문이 일어난 가운데, 해당 앱의 개발사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개발사인 레몬헬스케어는 전날 홍병진 대표이사 및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올려 “화면을 마주하실 분들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책임은 변명의 여지 없이 당사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레몬헬스케어가 개발·운영하는 대학병원 환자용 앱에서는 가족의 의료비 대리 결제 서비스를 위한 등록 화면에 생년월일을 입력하도록 하면서 입력 예시로 ‘2014년 4월 16일’이 표기돼 있는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졌다. 2014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해당 문구는 ‘2026년 7월 14일’로 수정됐다. 이에 대해 레몬헬스케어는 “경위를 조사한 결과 해당 문구는 과거 앱 개발 과정에서 처음 작성된 이후 화면 개편을 거치면서도 검증 없이 그대로 복사돼 재사용돼왔다”면서 “최초 작성 경위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하고 있지만, 경위가 어떠했든 국민 모두의 아픔인 날짜가 서비스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지금까지 걸러내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저희 회사의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없이 이 화면을 열어보고 검토하면서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만 살폈을 뿐, 그 날짜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아픔으로 다가올지는 헤아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자사의 환자용 앱을 사용하는 전국의 140여 개 주요 종합병원에 누를 끼쳤다며 “병원은 이에 관여한 바 없으며, 전적으로 저희 회사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레몬헬스케어는 “환자용 앱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의 화면 문구와 소스코드 내 텍스트를 전수 조사해 국민 정서를 해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 없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면서 “향후 대표이사가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과 이행을 직접 관장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릴 기회를 주신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를 구하겠다”면서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살피는 것을 업으로 하는 회사가 정작 가장 잘 살폈어야 할 아픔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플랫폼 개발 업체인 ‘레몬헬스케어’는 서울 지역 주요 병원의 앱 개발·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 생년월일이 ‘2014년 4월 16일’?…병원앱 외주업체 ‘세월호 연상 문구’ 논란

    생년월일이 ‘2014년 4월 16일’?…병원앱 외주업체 ‘세월호 연상 문구’ 논란

    한 외주 개발업체가 관리하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에 2014년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문구가 표출됐다가 뒤늦게 수정돼 논란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한때 고려대학교병원 앱의 ‘가족등록 환자조회’ 기능에서 생년월일 입력란 예시에 ‘2014년 4월 16일 시 20140416으로 입력’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2014년 4월 16일은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승객 304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참사 발생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 일부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희생자와 유족을 조롱하는 일이 이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려대 의료원 관계자는 “플랫폼 개발 업체 측에서 해당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파악한 뒤 곧바로 수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문구는 현재 이날 날짜인 ‘2026년 7월 14일’로 수정된 상태다. 플랫폼 개발 업체인 ‘레몬헬스케어’는 고려대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 등 서울 지역 주요 병원의 앱 개발·관리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가족이 경찰이면 수사는 어떻게…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사각지대[취중생]

    가족이 경찰이면 수사는 어떻게…장윤기 사건이 드러낸 사각지대[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지난 5월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따라가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23)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이 수사관들과 소통하면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속속 발견되면서인데요. 피의자 가족이 현직 경찰관이면 수사 정보와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 경감은 경찰 조사에서 증거물을 폐기한 경위와 수사팀과 소통 정황 등을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주지검도 장윤기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물인 케이블타이를 장 경감이 가져간 경위 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장윤기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장은 케이블타이 등 증거물을 증거인멸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초동 수사팀원 일부도 장 경감과 여러 차례 통화한 정황 등으로 피의자로 전환됐습니다. 또 장 경감의 형이자 장윤기의 큰아버지도 경찰 간부로 파악돼 수사팀과의 연관성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초기 수사를 맡았던 광산경찰서 지휘부도 수사선상에 올랐죠. 문제는 현행 제도가 이런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막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은 경찰관 본인이 피의자나 피해자의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경우 ‘수사직무(조사 등 직접적인 수사 및 수사지휘를 포함한다)의 집행에서 제척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건 담당 수사관이나 수사지휘자를 배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의자 가족이 경찰 내부 인맥이나 조직망을 통해 사건 정보에 접근하는 상황까지 막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찰관 가족이 피의자인 사건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3년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외삼촌인 현직 경찰관이 범행 사실을 숨기고, 현장 유류품을 치우거나 차량을 세차하라는 취지로 조언했습니다. 당시 해당 경찰관은 친족 특례로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감봉 1개월 징계만 받는 데 그쳤습니다. 2020년 인천에서도 경찰 간부가 아들의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접수한 뒤 신고 사실과 수색 상황을 알려줬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실제 개입을 넘어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상황까지 이해충돌로 보고 폭넓게 관리합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경찰은 이해충돌을 ‘잠재적 충돌’, 즉 외부에서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인지된 충돌’까지 포함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도 경찰관의 사적 이해관계나 개인적 관계가 직무와 충돌하거나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는 경우를 ‘개인적 이해충돌’로 규정합니다. 경찰은 뒤늦게 수사 신뢰 회복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장윤기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할 예정입니다. 또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와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 비리 수사대’를 각각 만들기로 했습니다. TF는 위원 과반수를 외부 인사로 구성됩니다. 경찰은 경찰 수사 제도의 허점을 검토하고 신뢰 회복 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과연 경찰의 자정 노력을 믿고 맡겨도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미국 출장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한 뒤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며 “유가족 여러분께 또다시 씻기 힘든 상처를 드리게 된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이번엔 될까” 세 번의 희망, 세 번의 허탕…체육단체 화살은 선관위로[취중생]

    “이번엔 될까” 세 번의 희망, 세 번의 허탕…체육단체 화살은 선관위로[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이번엔 정말 사무실을 되찾는 줄 알았습니다. 봉쇄 이후 경기장 문이 열린 건 처음이잖아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4일로 30일째를 맞으면서, 이곳에 사무실을 둔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5일부터 직원들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임시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오가며 업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기장 안에 남겨둔 컴퓨터와 각종 서류, 대회 운영 장비도 꺼내오지 못해 업무는 임시방편으로 버티는 수준입니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내외 대회 준비, 자격시험 등도 크고 작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조특위 현장조사에 27일 만에 열린 셔터40분 만에 문 닫히며 사무실 복귀는 불발정치권의 세 번째 개입에도 변화는 없어그만큼 지난 2일은 체육단체 직원들에게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안겨준 날이었습니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현장에 진입하면서 굳게 닫혀 있던 셔터가 천천히 올라가자, 이를 지켜보던 직원들의 표정에도 기대감이 번졌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끝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현장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봉쇄 이후 27일 만에 처음 열린 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국조특위의 현장 조사가 끝나자 셔터는 다시 내려왔고, 출입문 앞에는 시위 참가자들이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문이 열려 있던 시간은 40분 남짓. 체육단체 직원들은 결국 건물 안으로 한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 같은 기대와 좌절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합의 직전 “개표함 지켜야” 한마디에 무산시위대 거센 반발에 의원들 15분 만에 철수 첫 번째는 지난달 16일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현장을 찾아 체육단체들이 경기 준비에 필요한 물품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섰습니다. 상당수 시위 참가자가 동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지만, 마지막 순간 한 참가자가 “개표함을 지켜야 한다”며 출입을 막아서면서 합의는 무산됐습니다. 희망은 바로 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체육회 관계자들과 업무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의 거센 반발에 가로막혀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체육단체들이 기대했던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핸드볼경기장 출입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습니다. 출입구마다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경찰은 질서 유지에 필요한 인력만 배치한 채 현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국정조사는 진행 중이지만 투표함 반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고, 봉쇄 해제 시점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봉쇄 해제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체육회 대응 기조 변화…선관위 책임 따진다전문가 “불법 여부 판단, 법적 조치 검토할 때”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투표함만 옮기면 되는데 이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임시방편으로 버텨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체육회는 전날 국조특위 현장 조사 이후에도 사무실 복귀가 또다시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아울러 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적 책임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법률 자문에 착수했으며, 결과에 따라 필요한 법적 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까지는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선관위의 관리 책임 여부까지 검토하는 방향으로 대응 기조가 옮겨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공방보다 체육단체들이 업무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출구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체육단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행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초기와 달리 현재는 불법 집회 여부를 판단하고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 있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 강제해산도 방치도 난감…잠실 시위에 소진되는 ‘대화경찰’[취중생]

    강제해산도 방치도 난감…잠실 시위에 소진되는 ‘대화경찰’[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6·3 지방선거 이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2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 투입된 ‘대화경찰’을 바라보는 경찰 안팎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서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찰이 대화경찰을 투입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지만, 권한이 약해 실질적인 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현장에는 하루 평균 24명의 대화경찰이 투입되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한체육회가 경기장 진입을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강제 조치에 나서는 대신 대화경찰을 보내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물리력 동원에 따른 사태 격화 및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로우키(Low-key)’ 대응을 선택했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대화경찰의 부담만 가중되는 형국입니다. 집회 94% 투입되지만…‘무주최 시위’엔 무력대화경찰은 지난 2018년 스웨덴의 ‘다이얼로그 폴리스(Dialogue Police)’ 제도를 참고해 국내 도입됐습니다. 2016~2017년 촛불집회 이후 경찰개혁위원회가 집회·시위 자유 보장과 경찰 대응 패러다임 전환을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집회 시작 전 단계부터 주최측과 사전에 소통하는 ‘협의 관리 모델’을 기초로 합니다. 이들은 통상 형광색 조끼를 입고 2인 1조로 활동하며 위험물 발견 시 조치를 요청하고 참가자 간 마찰을 중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맡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도 도입 7년 차인 2024년에는 전국 집회 8만 8823건 중 8만 3585건에 대화경찰이 투입돼 배치율이 94.1%에 달할 정도로 운용이 일상화됐습니다. 하지만 잠실 시위처럼 주최자가 없는 경우는 소통창구 자체가 모호해집니다. 개별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탓에 “부정선거 규탄”, “재선거”, “정권 규탄” 등 요구가 뒤섞여 있어 경찰이 누구와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지 가닥을 잡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잠실 사태는 개별적인 돌발·우발 시위라 대화할 여건 자체가 마련되기 어렵다”며 “앞으로 발생할 다양한 형태의 집단행동을 상정하고, 정제된 훈련을 거친 전문 요원을 투입하는 전면적인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한 없는 중간자’…소음·폭언 속 정서적 소진 심각 실질적인 조율 권한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지난 2월 발표된 ‘집회, 시위 시 갈등 유형별 대화경찰의 효과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화경찰의 지위와 임무·권한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찰청 훈령인 ‘정보경찰 활동 규칙’에 근거해 운영되는 탓에 현장의 대화경찰은 실질적인 절차 이행을 조율할 권한이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권한 없이 시위대 달래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집회 참가자들에게 ‘얘기만 들어주는 사람’으로 인식돼 신뢰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감정노동 문제도 해결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대화경찰 직무환경 분석 및 정책적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화경찰은 집회 현장의 70~90dB(데시벨)에 달하는 소음 속에서 반복적인 욕설과 조롱에 노출됩니다. 아울러 기본적인 보호장비와 휴식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찰 지휘부가 눈치 보기식 대응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 압력과 사고 우려로 현장 경찰관들의 절차적 애로가 큰 상황”이라며 “장기화될수록 안전 우려가 커지는 만큼 지휘부가 해산명령 등을 포함한 대안 노선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대화경찰은 경찰버스 한 대조차 치울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퇴직 전 정보경찰이나 보직을 받지 못한 인력을 임시방편으로 투입해 방치할 것이 아니라, 상시 보직화 해 소수 정예 전문가를 육성해야 현장 경찰관들의 정서적 소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李대통령, 세월호 생존학생 비보에 “참담하고 괴로워… 충분치 못했던 국가 책임 다할 것”

    李대통령, 세월호 생존학생 비보에 “참담하고 괴로워… 충분치 못했던 국가 책임 다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A씨가 최근 세상을 떠난 데 대해 “참담하고 괴로운 마음”이라며 명복을 기원했다.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엑스(X)에 A씨의 비보를 전한 기사를 인용하며 “12년을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내셨을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연애도 하고. 남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보통의 일상을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인가”라며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도 가족과 지인들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애써 괜찮은 척하셨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를 웃으며 보냈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무거웠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상처는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며 “충분히 애도하지 못한 채 아픔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사회는 결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또한 “마음의 상처 역시 오래 방치될수록 더욱 깊어지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 여러분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히 듣고, 충분하지 못했던 국가의 책임을 반드시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 엄정 대응할 것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상처를 후벼 파고 그 위에 기름 붓는 일,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존자들을 향해 “먼저 떠난 이들을 대신해 특별하고 대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스스로에게 지우지 않아주시길,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지루할 만큼 무난한 일상을 살아주시길, 죄책감은 내려놓으시고 사랑하는 이들과 눈앞의 소소한 행복을 누려주시길”이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12년 동안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게 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너무나 송구하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9일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근 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1일 SNS에 “세월호 참사 직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여러 번 친구들을 따라가려고 했던 A씨가 결국 안산 하늘공원 친구들 곁으로 갔다”며 “떠나간 친구를 보며 여전히 숨어서 아파하고 있을 생존 학생들을 생각하면 참 많이 미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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