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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국정조사
    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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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예산안과 현안 연계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자

    새해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시한(12월 2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고질병이 도질 조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처리 시한을 이레 앞둔 어제까지 법인세 증세 등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1987년 개헌 이래 26번의 예산안 중 기일을 지킨 경우는 6번에 그쳤다. 여야가 다른 시국 쟁점을 놓고 드잡이하다 해를 넘겨 건성으로 심의한 예산안에 방망이를 두드린 적도 많았다. 이런 악습을 깨려고 2012년 국회법을 고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표결이라는 안전장치를 뒀다. 그런데도 여야 합의만 있으면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궤변 앞에 ‘국회선진화법’이란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국회는 개정 국회법의 애초 취지에 맞춰 이제부터라도 밀도 있는 예산 심의에 나서기 바란다. 국회선진화법은 그동안 숱한 논란을 불렀다. 당 대 당 합의가 없으면 다수당이라 할지라도 안건 처리를 강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탓이다. 여당이 주도한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세월호 침몰 이후 6개월 동안이나 묶이게 된 것도 야권이 선진화법 조항을 카드로 삼았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뒤늦게 자기 발등을 찍었음을 깨닫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소’하는 등 호들갑을 떤 이유다. 물론 다수결 원리를 무시하는 국회법이 법리상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법이 개정되거나, 최소한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현행 국회법을 지켜야 한다. 이달 말까지 예산안 심사를 끝내고 그러지 못할 경우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회부된다는 조항을 만든 입법부가 시행 첫해부터 이를 어긴다면 이만저만 자가당착이 아니다. 더군다나 예산안 자동 부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려고 동원하고 있는 야권의 논리는 그야말로 이율배반이다. 새정치연합 이윤근 원내대표는 “여야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까지 처리해도 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급한 법안의 다수결 표결을 가로막는 국회법 조항을 고치자는 여당의 주장에는 반대하면서 그 선진화법이 규정한 예산안의 처리 시한은 편의대로 해석하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선진화법이 예산안 처리에만 유독 과반수 원칙을 보장하는 이유가 뭔지부터 곱씹어 보자. 내년도 국가가계부를 논의하는 데 정쟁이 끼어들어서도 곤란하지만, 이로 인해 예산 집행이 지연돼 국민 살림살이에 주름이 져선 안 된다는 취지 아닌가. 예산안 처리 시한도 시한이지만, 차제에 다른 쟁점과 연계하는 구태부터 고쳐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법인세 증세와 누리과정 예산 배정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선 듯하다. 나아가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를 예산안과 연계하려는 낌새다. 물론 법인세를 올려 복지재원으로 충당하는 등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일리는 있다. 그러나 자칫 재벌보다는 중소기업에 타격을 주고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서민을 되레 어렵게 만든다는 여당의 반론도 경청할 소지는 있다. 결국 법인세 문제든, 방산 비리든 그것대로 치열하게 논의·규명할 일이지 예산안과 묶어 무한정 시간을 끌 일은 아니란 얘기다. 예산심의와 다른 현안은 분리해 투 트랙으로 논의하는 것이 국회 선진화의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 ‘공무원연금·사자방 국조’ 빅딜… 與野, 현안 ‘원샷 타결’ 만지작

    ‘공무원연금·사자방 국조’ 빅딜… 與野, 현안 ‘원샷 타결’ 만지작

    여야가 연말 대치 정국의 출구를 찾기 위해 모든 현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원샷 타결’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치 산발적으로 흩어져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현안들이 하나둘 큰 전장으로 집결하는 모양새다. 상대 패를 엿보기 위한 여야 간 눈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를 현재 가장 큰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달 28일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0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를 ‘신신당부’했다. “개혁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2016년 4월 총선 영향권 내에 들게 돼 선거에서 공무원표를 대거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새누리당의 조급증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2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상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 국정조사를 최전방에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 정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여전히 정치권 내 상당수 포진해 있고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는 점 등이 공격 포인트로 인식된다. 이 두 사안은 여야의 정치적 사활이 걸린 현안이기 때문에 ‘빅딜’이 아니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새누리당 내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수용 기류가 감도는 것도 빅딜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4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아무 잘못이 없다면 국정조사가 아니라 그 이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정조사 결과 아무 성과가 없다면 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날아드는 비난을 회피함과 동시에 야당의 주장에 ‘강대강’으로 맞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임위원회별로 대치했던 내년도 예산안과 여야 중점 법안도 빅딜 테이블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협상 권한도 이미 각 상임위에서 원내지도부로 넘어온 상태다. 현재 예산안 처리 시기를 비롯해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예산편성 책임 공방, 담뱃세 인상 관련 법 부수법안 지정 논란, 경제활성화법 처리 등이 서로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현안마다 여야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민감한 정치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보니 개별 사항별 ‘스몰딜’(small deal)로는 타결 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여야가 누리 예산 편성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더라도 또 다른 뇌관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되는 순간까지 ‘예산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여권 인사는 새누리당이 누리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려는 의도에 대해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어야 다수의 진보 성향 교육감을 길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이 담뱃세 인상 관련 법 부수법안 지정에 반대하고 나선 배경에는 법인세 인상을 관철시켜 부자 감세 철회를 이끌어 내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안과 사자방 국조는 한 묶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도 “지난 9월 말 세월호특별법 협상 테이블에 야당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카드와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올랐을 때 이미 연말 정국 빅딜이 예고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25일 주례회동에서 쟁점 현안 타결을 시도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예산·연금개혁… 정국 ‘먹구름’

    예산·연금개혁… 정국 ‘먹구름’

    여야의 ‘예산 전쟁’이 종반전으로 접어들었지만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연말 정국의 먹구름은 더 짙어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공방, 담뱃세 인상안 부수 법안 처리 등의 예산 갈등에 공무원연금 개혁,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 국정조사 공방까지 뒤엉켜 결국 올해도 ‘연말 임시국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시한을 둘러싼 논쟁을 이어 갔다. 새누리당은 법정 시한인 다음달 2일 처리를 재차 주장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졸속 심사는 할 수 없다며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다음달 9일까지 처리해도 문제없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2월 2일 처리는 헌법에 규정된 사안인데 국회가 헌법 위반을 11년째 계속했다”며 “식언정치, 식언국회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어떤 경우에도 예산 처리는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며 “법에도 합의한 경우 심사를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고 말했다. 여야가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건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다. 여당은 지방정부에서, 야당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하라며 교착 국면을 이어 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가 이번 주 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이 문제가 전체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여야 원내대표는 25일 주례 회동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부수 법안의 범위도 걸림돌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찬에서 “세출예산 관련 법안도 부수 법안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걸 왜곡하고 있다. 예산 부수 법안이라는 건 세입예산 부수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24일 예산 부수 법안 지정 작업에 나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논란이 되고 있는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여기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져 격심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이 예산안 처리 작업이 지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법안 처리를 위한 연말 임시국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날까지 여야가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법안은 세월호 3법과 국회법 개정안 등 4건이 전부다. 정부, 여당이 강조한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공공부문 개혁 법안은 물론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은 본회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단독] 4대강 관련 6169억도 안전예산… 예비비 2조 포함 ‘뻥튀기’

    [단독] 4대강 관련 6169억도 안전예산… 예비비 2조 포함 ‘뻥튀기’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지목돼 국정조사 요구까지 나오는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이 국민안전을 위한 ‘안전예산’이라고 하면 납득할 만한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안전예산에는 국가하천정비사업과 국가하천유지보수사업이 6169억원이나 책정돼 있다.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폭 증액했다고 주장하는 내년도 안전예산 가운데 적지 않은 규모가 성격 자체가 다른 예산항목을 안전예산에 포함시킨 것이거나 안전을 빙자한 토건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서울신문이 정의당 김제남 의원,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정부가 밝힌 안전예산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도 안전예산은 23개 부처 327개 사업에 걸쳐 모두 14조 6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올해 안전예산 12조 4000억원에 비해 2조 2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예산규모별로는 국토교통부가 27.5%(4조 36억원)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농림축산식품부(16.4%, 2조 3837억원)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객관적으로 안전예산이라고 보기 힘든 항목도 적지 않게 포함됐다. 4대강 관련 예산이 안전예산에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는 이 사업을 통한 기대효과가 ‘국민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둔치 정비’와 ‘문화, 관광자원개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으로 국토 재창조’로 돼 있어 안전과 무관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가 평화의댐 치수능력증대에 331억원을 비롯해 댐건설 사업 10건(3470억원)을 안전예산으로 책정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댐은 홍수예방 기능도 있지만 환경파괴라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자칫 댐건설을 위한 방패막이로 안전예산을 이용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안전예산 규모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한 부풀리기 사례도 있었다. 김 의원은 예비비 2조 97억원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예비비는 사용 목적을 정해놓지 않아 재해가 없으면 불용처리하기 때문에 예비비를 안전예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사업인 뇌과학 원천기술개발의 경우 실제 안전예산에 해당하는 것은 뇌인지 분야 47억원에 불과한데도 전체 사업예산 140억원을 모두 안전예산으로 계산해 버렸다. 국제기구 부담금과 산하기관 출연금을 안전예산으로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교통안전공단,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식품안전정보원 등 5개 산하기관에 대한 재원보전 출연금 736억원을 안전예산에 포함시켰다. 소방방재청은 국내에 유치한 유엔 재해경감 국제전략사무국(ISDR) 동북아사무소와 유엔방재연수원 활동지원을 위한 국제부담금 16억원을 안전예산으로 분류했다. 외교,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등의 예산을 이현령비현령식으로 안전예산에 몰아넣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기념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과 기본설계 명목으로 2억원을 편성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한다면서 기념관이란 이름을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세부 계획 없이 일단 예산만 확보하고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불붙는 정치권 증세론] 우윤근 “법인세 올려 재원 확보해야”

    여야 원내지도부가 11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국정조사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여야가 계속 논의한다”며 “‘사자방’ 국조 문제도 더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회동 전 열린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사자방 혈세 낭비 국부 유출 의혹의 공범임을 자인하는 것”(우윤근 원내대표), “국정조사를 통해 자원외교 부실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홍영표 의원)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새누리당이 결국 외면한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배·보상 문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의하고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중 여야가 합의하는 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최근 ‘증세론’을 꺼내 든 새정치연합은 이날 ‘선(先)법인세율 인상, 후(後)증세’를 강력히 요청했다. 당이 계속 주장해 온 ‘부자 감세 철회’를 증세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관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우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증세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여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며 “법인세를 이명박 정부 감세 이전인 2008년 상태로 돌린 후 그래도 부족하다면 국민에게 ‘담뱃값, 자동차세도 좀 인상해야 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여야 지도부, 세월호 이후 정국 ‘동상이몽’

    지독한 정기국회 파행을 야기한 세월호특별법 타결을 위해 의기투합했던 여야가 세월호법을 매듭짓자마자 다시 또 서로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공무원 연금 개혁안,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속도전에 나선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헌론과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투트랙으로 정국 주도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지금의 고통 분담은 미래 세대를 위한 황금저축”이라면서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처우 개선책도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 중앙여성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는 “오는 금요일 (공무원 노조를) 만나기로 했다”면서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공무원 연금안을)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예산안 늑장 처리는 국회의 대표적 적폐 중의 적폐”라며 법정 시한(12월 2일) 이내 처리를 주문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가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호흡을 맞추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기본 임무이기도 하지만 최근 김 대표의 개헌론 설파로 소원해진 당·청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동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개헌 골든타임을 놓치면 낡은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어렵다”며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연내 구성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대타협 기구 출범과 국회 정치개혁특위 가동, ‘4대강·자원외교·방산 비리’(사자방) 국정조사 제안 등을 새누리당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은 국정조사 관철 쪽에 압박의 무게를 더 싣고 있다. 김 대표의 최대 약점이 돼 버린 개헌론으로 여당을 코너로 몰아세운 뒤 결과적으로는 국정조사 수용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라는 만만치 않은 카드를 쥐고 있어 국정조사 합의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회의 의무인 예산안 처리를 놓고도 여야는 동상이몽이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예산안 자동부의제와 관련, 새누리당은 담뱃값 인상안 등이 반영된 정부의 세입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면 개정해야 할 관련 부수법안 역시 패키지로 자동부의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부수법안이 정부 예산안과 별도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자동부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세월호 3법 타결] 여야 두 차례 합의…유족 반발에 무산…野, 막판 MB실정 국정조사 압박하기도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후 세월호특별법 최종 협상 시한이었던 31일까지 199일 동안 여야는 대치와 협상을 거듭했다. 여야 대치로 5개월여 동안 국회가 공전했고, 야당 원내 지도부가 중간 협상안에 대한 당내 반발에 기인해 교체되는 파국이 빚어졌다. 참사 한 달 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힌 뒤 여야는 본격적으로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여야는 지난 8월 7일 1차 합의안을, 같은 달 19일 2차 합의안을 내놓았지만 유가족 뜻을 무시했다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유가족들은 지난 9월 30일 여야가 마련한 3차 합의안을 10월 말까지 추가 협상한다는 조건하에 수용했다. 특검 후보군 추천에 참여하겠다던 유가족들의 당시 요구는 이날 여야의 최종 협상안에 일부 반영됐다. 세월호특별법 등 당초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로 한 안건 외에 돌발 변수가 터져나오며 협상 시한인 이날 여야는 4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새정치연합이 돌연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자원외교 실패, 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 실시’란 새로운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야당이 밀린 모양새가 연출되자 추가 카드를 꺼내 들었단 분석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최근 당론 발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처리’ 조건을 내걸고 야당을 압박했다. ‘강 대 강’ 대치 중 “오늘 타결이 어려울 듯하다”란 우려가 새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여야는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을 나중에 별도 논의키로 가닥을 잡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박대통령 시정연설·3자 회동] “예산안 처리” 공감했지만 동상이몽… 공무원연금 개혁도 험로

    [박대통령 시정연설·3자 회동] “예산안 처리” 공감했지만 동상이몽… 공무원연금 개혁도 험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29일 회동에서 내년도 예산안 및 세월호 3법 등 각종 법안 처리를 ‘명목상’ 다짐했다. 분위기는 밝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합의’는 없었다. 각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서 만남을 마무리했다. 여야 지도부가 이날 예산안의 헌법규정 시한 내 처리에 대해 대통령과 공감대를 이루긴 했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회동 결과 발표문을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반발 기류가 터져 나오자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이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 처리한다는 것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며 부인한 탓이다. 회동 직후 야당 내에서는 “지나치게 여당에 끌려다녔다”는 비판론이 들끓었다. 남은 국회 일정 동안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예산안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긴 하겠지만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국회선진화법상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부담은 더욱더 크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전날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당론 발의하긴 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야당도 큰 틀에선 연금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나 내용·추진방식을 놓고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시한에 쫓겨 졸속 처리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여당 내에서도 공무원 반대표를 의식한 불만여론이 내재돼 있는 데다 연금삭감 방식, 기금 적자 해소율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원도 적지 않다. 반면 난항이 예상되던 정부조직법 협상은 새정치연합이 해경 폐지가 핵심인 정부안에 대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백재현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해경 폐지 반대를 끝까지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역시 해경본부를 두는 안 등 대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예산안과 정부조직법안 중 최종 쟁점을 여야 원내 지도부가 막판 패키지딜 형식으로 한데 묶어 처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특별법과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은 전망이 밝은 편이다. 세월호법은 여·야·유가족 간 이견이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알려져 앞서 여야 합의대로 10월 내 처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사위 계류 중인 유병언법도 ‘제3자 재산권 침해’ 논란만 해소되면 회기 내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사실상 올해 안에 빛을 보기 힘들지 않겠나’라는 관측이다. 여야가 정무위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기로 했지만 부정청탁·금품수수 등 징계대상·범위를 놓고 정치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데다 법안소위도 아직 구성되지 않은 탓이다. 국정감사는 끝났지만 사이버 검열·감청 논란과 4대강 비리, 해외자원 개발사업 국정조사 이슈는 연말 정국의 휘발성 있는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사설] 대통령과 여야 더 자주 더 깊이 대화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를 찾아 새해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하고 여야 지도부와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지난해 정기국회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로, 대통령 시정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게 관례가 되다시피했던 과거 정부와 비교해 진일보한 행태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특히 정부 예산안에 담긴 새해 국정 방향과 나라 안팎의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 것은 정국 흐름을 대립과 파행에서 대화와 상생으로 돌려놓을 초석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당3역,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새정치민주연합 당3역은 어제 1시간 남짓 이뤄진 회동에서 실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새해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오는 12월 2일까지 처리한다는 원칙과 세월호특별법 등 이른바 ‘세월호 3법’도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이달 안에 처리하기로 하는 등 몇 가지 합의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현안에 있어서는 대통령과 야당이 세간에 알려진 자신들의 입장을 거듭 제기하는 선에 머문 게 사실이다. 새정치연 측이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성을 강조한 데 반해 박 대통령은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힌 데서 보듯 사안마다 서로의 보는 결이 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합의가 없었다고 해서 어제 대화가 지닌 무게와 가치를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 보도나 아랫선의 보고를 통해 상대의 입장을 전해듣는 대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양측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고 소통의 문은 넓어지게 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자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대화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합의라도 철저히 이행하는 관례를 만드는 일이다. ‘세월호 3법’ 이달 처리와 새해 예산안 12월 2일 처리가 그 첫 과제다. 인위적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춘 새해 예산안은 유례없이 많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야의 면밀한 심사가 요구된다. 올해 정부의 국채발행 잔액이 이미 500조원을 넘어선 만큼 우리 후대가 떠안을 부담을 줄이려면 팽창예산이 효과적인 경기부양으로 이어지도록 할 최선의 방안을 여야가 찾아야 하며, 단 한 푼의 국민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상임위별로 꼼꼼하게 예산을 따지고 조정해야 한다. 혹여라도 의원들이 과거처럼 제 지역구 살림 챙기기에만 급급해한다면 그 폐해가 나라 전체와 국민 개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여야는 특히 유념해야 한다. 지금 국회엔 예산안 말고도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과 ‘김영란법’과 같은 공직비리 근절 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필두로 한 국민안전 관련 법안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즐비하다. 정부로서는 모두 야당의 협력이 절실한 사안들이다. 대통령이 적극 나서 야당을 설득하고 야당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타결이 가능한 일들이다.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와 별개로 원활한 국정을 위한 정치지형을 구축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는 점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더 자주 만나 더 깊이 대화하길 바란다.
  • [뉴스 분석] 13개월 만에 회동… 쌓인 현안 돌파구 없었다

    [뉴스 분석] 13개월 만에 회동… 쌓인 현안 돌파구 없었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1시간이 너무 짧았다. 첨예한 이견을 좁히기에는 마음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 등 여야 지도부는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1시간가량 회동한 뒤 15개항의 발표문을 내놓았다. 양당 정책위의장이 취재진에게 밝힌 발표문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처리하고, 세월호 관련 3법은 여야의 기존 합의대로 이달 말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비롯해 여야가 각자 처리를 요구하는 법안들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회동한 것은 1년 1개월 만이다. 하지만 나머지 발표문 내용의 대부분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것이었다. 그나마 거의 유일한 합의사항으로 여겨진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의 경우 발표 30분 만에 새정치연합 대변인실이 “합의한 게 아니라 노력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향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예년과 같이 극한 대치 등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캐나다, 호주와 각각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 동의를 요청했고, 야당은 “적극 협조는 하되 축산 농가 보호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김영란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여야 지도부는 “정무위에서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방위사업 부실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방위산업 비리에 대해서만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2조 2000억원의 국비 지원 대책 마련, 담뱃값 인상분의 지방 소방예산 반영 등도 요청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문 위원장은 “합법적인 감청은 국가 유지에 꼭 필요하지만, 그 범위를 넘는 과도한 감청은 절대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공공기관 개혁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둘 중 하나만 성공해도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와 관련해 미군 부대가 주둔 중인 동두천과 용산 주민에 대한 배려 등을 요청했다. 문 위원장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국감 하이라이트] 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 장관직 거는 결기 보여라”

    [국감 하이라이트] 김무성 “공무원연금 개혁, 장관직 거는 결기 보여라”

    24일 국회 안전행정위의 공무원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새누리당은 정부보전기금 급증에 따른 재정 문제를 부각하며 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 방안을 지지한 반면, 야당은 공무원에 대한 적절한 사기진작 방안의 부재 등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일반 국민이 볼 땐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을 계속 보전해 주는 형태가 되고, 또 (보전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니까 문제”라면서 “개혁을 하지 않고는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도 “불균형 수급 구조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 증가 등으로 국민과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어서 연금제도 개혁을 더는 늦추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은 “그간 공무원연금 개혁론자들이 내세운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에 비해 공무원이 3배 가까이 많이 받는다’는 주장에 근본적인 함정이 있다”면서 “2010년 공무원연금법을 적용, 9급 공무원퇴직연금을 계산해 보면 20년 가입 기준 72만원에 불과해 더 내려가면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으로부터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한 보고를 들은 뒤 기자들에게 “안행부 장관에게 직을 걸고 하겠다는 결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실패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야당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했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비스트 정유공장에 투자해 손실을 본 사실과 관련해 “최 부총리는 지경부 장관 취임사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한 당사자”라며 “그런데 지금은 도의적 책임밖에 못 느끼겠다니 국민이 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정조사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최 장관은 “하도 소설을 써제끼니 무엇부터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당시 자원외교 총괄은 국무총리실에서 했고 개인의 방침이 아니라 정부의 주요 국정 목표였다”고 반박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는 세월호 참사 후 제기된 정부의 ‘해양경찰청 폐지’ 방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새누리당은 해경과 소방방재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지만 새정치연합은 필요성을 강조하며 맞섰다. 새정치연합 박민수 의원은 “선박의 기능 고장과 이로 인한 사고에 대응하고자 해경이 출동한 횟수가 연평균 450건”이라며 “이래도 해경을 해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 4명은 농해수위가 두 번째 발부한 동행명령장 집행에 응하지 않았다. 여야는 외교통일위 통일부 국감에선 민간단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 내 혼선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답변 태도를 놓고 한목소리로 비판을 가했다. 경찰이 전단 살포를 막을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류 장관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자 여야 모두 일관성 유지를 주문했다.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와 경찰이 다른 입장이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월호 국정감사] “타성에 젖어 허점 못 짚어” “대형선박 조난사고 훈련 부족했다”

    “세월호 사고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유승우 무소속 의원) “돌이켜 보면 업무 처리 과정에서 좋지 않은 관행도 있었고 타성에 젖어 허점을 미리 짚지 못했다.”(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 대한 묵념으로 무겁게 시작됐다. 이 장관은 수염은 깎았지만 이발하지 않은 긴 반백발에 검은 양복, 노란 리본 차림으로 등장했다. 유가족들도 출석해 방청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구조 실패를 둘러싼 정부의 오판과 부실한 대응, 해피아 의혹을 제기하기 바빴다. 세월호 선박 개조 및 검사, 해양경찰청 해체 등도 차례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날 주요 증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특위를 이미 거친 마당이긴 했지만 맥 빠진 국감이 됐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해경 해체로 구조 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해경을 발전적으로 확대 재편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석균 해경청장은 해경 해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여러 의원의 질문에 머뭇거려 김우남 위원장으로부터 “왜 이렇게 소신이 없냐”는 질타를 듣기도 했다. 김승남 새정치연합 의원은 해경의 구조, 수색과 관련해 “해경 매뉴얼에는 소형 선박과 관련된 몇 가지 내용만 있을 뿐 전복 중인 대형 여객선 인명 구조에 대한 내용은 없다”면서 “해경, 정부, 청해진해운 할 것 없이 초기 대응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규성 의원은 한국선급이 세월호에 발행한 선박검사증서의 변조 가능성을 제기하며 “청해진해운이 인천항만에 제출한 것과 해수부가 세월호 국조특위에 제출한 선박검사증명서의 증빙 번호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형 선박 조난사고 대비 훈련이 부족했다는 김 청장의 진술에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은 “그런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호통쳤다. 실종자 수색이 마냥 길어진다는 지적에 이 장관은 “정확한 (수색 완결) 날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며칠 정도(걸린)다”라면서도 “인양을 검토한 적은 있지만 인양 여부를 거론하기에는 좀 이르다”고 답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세월호법 합의 이후] 인양론 불지피는 與… 파열음 어수선한 野

    [세월호법 합의 이후] 인양론 불지피는 與… 파열음 어수선한 野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일 경기 안산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대책위를 차례로 찾았다. 박 원내대표가 먼저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을 면담한 데 이어 이 원내대표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전 위원장, 유경근 대변인 등을 만났다. 유가족 측은 1시간 30분에 걸친 간담회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특검 후보군 추천에 유족들의 즉각 참여, 유족 동의를 거친 특검 후보 추천’ 등 두 가지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에 앞서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가장 슬픈 법이 가장 슬프게 되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원내대표는 1시간 10분여의 면담이 끝난 뒤 “유가족이 섭섭한 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여러 상황 설명을 드렸고 유가족 입장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들과 얼굴을 맞댄 직후 한동안 눈물을 쏟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통화에서 “제가 주책을 부려 그분들이 당황하셨다”면서 박 원내대표가 전해받은 요구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요청을 들은 바 없지만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은 특검 후보로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선 이날 세월호 인양론이 제기되는 등 세월호 국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기류가 엿보였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가족들을 향해 “여야는 중립적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시스템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국회 세월호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지낸 심재철 의원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이 필요하지만 세월호를 언제까지 바닷속에 계속 놔둘지 정부는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여야 합의안에 대한 내부 비판론이 제기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정세균 비상대책위원은 “우리가 능력이 있으면 뭔가를 얻어낼 거고 능력이 없으면 못 얻어내고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족함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의원은 “속임수 정치에 낯을 들 수가 없는 날”이라고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인 문재인 의원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 “협상안에 여러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인정한다”며 “앞으로 한 고비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정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유족들을 설득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징벌적 과징금 전자금융거래법 등 90개 통과

    여야는 30일 세월호특별법 타결이 늦어지면서 오후 7시 30분에서야 본회의를 열고 85개 법률안을 포함해 오래 묵혀 뒀던 90개 안건을 처리했다. 여기에는 경제활성화법, 세월호 사고 후속 입법 등 여야 중점 법안은 대부분 빠져 있었지만, 국회 정상화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이 이날 통과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인 경우 정보보호 최고 책임자의 겸직을 제한하고,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도 처리됐다. 카드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들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도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회생절차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회사의 경영자가 회생 절차를 남용해 채무를 감면받은 후 다시 정상화된 기업을 인수해 경영권을 회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런 방법을 통해 회사의 빚을 탕감받은 바 있다. 이 밖에 외국 공무원의 업무 수행을 촉진할 목적으로 이익을 줄 경우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의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등 85개 법률안이 처리됐다. ‘일본 정부의 고노 담화 검증 결과 발표 규탄 결의안’,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3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와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도 채택됐다. 다만, 서비스산업발전법,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송파 세모녀법(국민기초생활보장법),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 주요 민생 법안은 아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 이날 처리되지 않았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세월호 참사 5개월, 대립과 갈등만 남았다

    내일이면 세월호 참사 5개월을 맞는다. 304명의 무고한 목숨이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속절없이 스러지고, 대신 켜켜이 쌓인 이 나라의 적폐가 검은 바다 위로 흉체를 드러낸 지 다섯 달이 되는 날이다. 달라져야 한다고 다짐했고,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여전히 세월호에 갇혀 있다. 세월호 침몰은 분명히 이 나라를 개조하고 혁신할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최소한의 안전마저도 무시한 해운업계의 불법·비리에서부터 나라 구석구석에 쌓인 적폐를 도려낼 기회였다. 나라의 안전체계와 각자의 안전의식을 되돌아볼 기회였고, 더욱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이념과 정파, 계층을 떠나 손을 맞잡을 기회였다. 그러나 304명의 희생이 우리에게 적폐와 맞서 싸워 이기라고 명했건만 지금 이 나라는 적폐는 제쳐놓고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려 서로에게 손가락질만 해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온 나라가 옴짝달싹을 못하는 지경에 놓인 가운데 세월호 침몰을 자양분 삼아 분열과 대립, 갈등이 만개해 가는 현실에 자괴감을 떨치기 어렵다. 부질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참사 이후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올곧이 함께하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했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 불신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유족들 편에 서서 과감하게 적폐와 맞서 싸울 모습을 보였더라면 지금처럼 가해자인 양 취급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문책조차 하지 못하며 정부 스스로 신뢰를 걷어찬 것이다. 정치권의 책임은 더 크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논의 과정 등에서 정부를 감싸는 데 급급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공방의 타깃을 ‘적폐’에서 ‘정부’ 쪽으로 옮겨놨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정부의 무능을 파고드는 데에만 골몰했을 뿐 더 큰 틀에서 나라의 적폐를 파헤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일은 뒷전으로 미뤘다. 정략적 행태를 떨치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무능과 정치권의 무책임이 빚어낸 그늘은 너무나 심각하다.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치킨파티’가 벌어진 현실은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로 인해 국민이 사분오열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안전시스템 강화를 위한 정부조직개편과 ‘관피아’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민생·경제 법안들이 세월호특별법 논란에 가로막히면서 민생의 주름도 날로 깊어가는 형국이다. 세월호 앞에서 나라가 갈라지고 주저앉는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치부터 깨어나야 한다. 세월호 논란에 막혀 나라가 질식사할 수는 없다. 새정연은 다수 여론을 받들어 세월호 논란과 관련 없는 민생현안 처리에 즉각 임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여론을 등에 업고 야당만 압박할 게 아니라 유족들 설득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세월호법 논란을 풀지 못하는 한 정국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세월호 유족들도 이제 민생을 걱정하는 다수 여론을 헤아려 대승적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세월호 극복은 정부에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적폐 청산에 힘을 모을 때 가능하다는 인식 아래 꽉 막힌 정국에 물꼬를 트는 용단을 검토해야 한다.
  • 與 ‘광화문 집회’ 금지 추진 논란

    새누리당이 사실상 세월호 참사 유가족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의원 10명은 심재철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 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은 같은 장소에서 연속해서 30일을 넘어 집회·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문화재로부터 100m 이내 장소는 집회·시위 금지 구역으로 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집회·시위 후 현수막 등을 철거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광화문광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집회·시위가 불가능해진다. 도로 바로 건너편에 사적 171호 ‘고종 어극 40년 칭경기념비’가 서 있기 때문이다. 또 법 시행 후부터 한 달 넘게 같은 자리에서 집회를 벌이면 경찰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출신인 심 의원이 유가족의 행동을 제약하는 법안을 낸 셈이라 야당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논의할 가치도 없는 법안”이라며 “유가족을 막는 법을 국조 특위 위원장 출신이 낸 것도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지난 1월에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집회를 금지한 경찰 조치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하려다 미뤘다.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분향소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 의원은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 발생 전부터 준비했던 법안”이라며 “유가족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데스크 시각] 거중약경의 지혜/오일만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거중약경의 지혜/오일만 정치부장

    거중약경(擧重若輕). 복잡하고 무거운 사안을 단순 명료하게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찍이 신중국 창시자인 마오쩌둥은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을 거중약경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중국 인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 역시 덩을 평하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대담하고 과단성이 크다고 칭찬했다. 10년 동란으로 불리는 문화대혁명의 깊은 상처와 갈갈이 찢긴 중국 사회를 치유하면서 개혁개방이란 해법을 도출한 것도 덩의 이런 정치 리더십 때문에 가능했다. 1976년 문화대혁명이 막을 내린 뒤 당시 중국은 마오의 극좌 노선으로 인해 인민의 삶은 피폐했고 산업시설은 대부분 가동이 멈춘 최악의 상태였다. 덩은 주모자 4인방을 처단하고 총연출가인 마오에 대해 ‘공(功)은 7이요 과(過)는 3이다’라는 명쾌한 평가로 자신과 공산당 그리고 마오 모두가 사는 길을 열었다. 개혁개방 반대파에 대해서는 ‘사회주의가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면돌파했다. 덩은 늘 측근들에게 “인민의 편에 서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충고했다. 국민들과의 공감 속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능력, 그것이 바로 덩의 리더십의 요체다. 최근 탄생 110주년을 맞아 창업군주(마오) 이상의 존경을 받으며 새롭게 재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세월호특별법 해법 도출 과정에서 복잡하게 돌아가는 여야 간 갈등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와 국회의 존재 가치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난다. 지난 4월 16일 사고 발생 이후 5개월째로 접어들었지만 우리 사회는 사분오열로 분열되는 양상이다. 여야와 유가족의 3자가 뒤엉키면서 해법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는 첫 단추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인데 애초부터 정치권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더 관심이 많았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의 과도한 ‘세월호 마케팅’에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야권이 참패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정한 대화는 공감하는 능력을 요구한다”는 지적도 이제 소귀에 경 읽기가 되는 양상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겠다던 국정조사특위는 증인과 기관보고 대상 선정을 놓고 공전됐고 세월호 청문회도 유야무야 무산됐다. 이완구·박영선 여야 원내대표 간에 이뤄진 두 번의 합의도 유가족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정치권이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자신들의 이해득실에 분주한 상황에서 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유가족들의 주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당사자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운운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세월호 갈등을 종결짓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개조론 역시 힘을 받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온갖 병폐를 도려내 국가를 재건한다는 청사진이 시작도 하기 전에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가는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풀기 위해 덩샤오핑식의 거중약경의 지혜가 절실하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여당의 주장처럼 사법체계를 허물게 된다면 특검 추천권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oilman@seoul.co.kr
  • [꽉 막힌 세월호정국] 국조특위, 청문회도 못 열고 ‘빈손’

    30일이 활동 시한인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출범 초기부터 기관 보고 일정·대상,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막바지에는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 처리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대로는 보고서도 못 만들고 끝날 판”이라며 “진상 규명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려 했지만 정치 공세로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증인 채택, 자료 요구 등의 과정에서 국정조사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특위 활동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요구하는 배경이 됐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29일 단독으로 토론회를 열어 특위 성과를 정리한다. 심 위원장은 특위가 파행된 8월 한 달간의 활동비 600만원을 경기 안산 단원고에 장학금으로 전달키로 했다. 지난 6월 2일 구성된 특위는 기관 보고 대상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실명을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갈등하다 6월 30일에야 첫 보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참사 당일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세월호 대책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사실 등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위원의 실언·막말을 두고 사퇴 공방을 반복했고 증인 채택을 둔 줄다리기로 시간을 보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고 차후에라도 특위 활동 연장을 합의하면 극적으로 특위 활동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활동이 곧이어 시작되는 데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이견이 커 활동이 제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서울광장] 세월호, 무엇과의 싸움인가/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세월호, 무엇과의 싸움인가/진경호 논설위원

    돌이켜보면 오늘의 분열은 이미 세월호 침몰과 동시에 잉태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이튿날인 4월 17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구조작업을 독려할 때 진작 조짐이 보였다.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박 대통령은 “침몰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했다. 지당한 발언인 듯했으나, 반응은 지당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남 얘기하듯한다’는 각 선 반응이 나왔다. 조짐은 정부가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살려내지 못하면서 뚜렷해졌다. 지난 4월 29일 국무회의는 이 사태가 어떻게 갈라질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낳은 나라의 적폐를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가 적폐’와 ‘대응 실패’가 세월호 참사를 낳고 키운 양면이겠으나 여야 정치권과 정파성으로 무장한 언론은 제각각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찾기 시작했다. 그 뒤로 유병언 일가의 행각이 드러나고 관피아, 정피아, 법피아 같은 각종 신조어들이 구석구석의 썩은 환부와 정부의 무능을 거듭 드러냈지만 엇갈린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그렇게 ‘국가 적폐가 낳은 참사’와 ‘현 정부의 무능이 빚은 참사’로 쪼개졌다. 이 둘이 자웅동체라는 진단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을지언정 처방에서만은 서로가 제 입맛을 놓지 않았다. 검·경 합동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펼쳐졌지만 이미 제각각 대오를 정비한 두 엇갈린 시선엔 자기강화를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도 그 대립 전선을 흐트리지 못했다. 오히려 여야의 엇갈린 성적표는 상대를 겨눈 시위를 더 팽팽히 당겨놓았다. 크나큰 불행이지만 세월호 참사는 병든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일 수 있었다. 반듯한 내일을 위해 질곡의 어제가 만든 피폐한 오늘과 싸워 이겨낼 기회였다. 무사안일과 보신주의가 공직자의 최고 덕목이고, 뇌물과 인맥은 사업의 필수적 요소이며, 원칙과 규범은 깨라고 있는 존재가 돼 버린 이 나라의 구조악(惡)을 한 번쯤은 뒤엎어볼 기회였다. 검·경 수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이 과적에서 비롯된 사실이 드러났다면 이제 그런 과오를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가 무엇이고 제2의 세월호는 지금 어디 있는지, 물에 잠겨가는 그 많은 생명 앞에서 구조당국이 속수무책이었다면 대체 무엇이 잘못돼 이들의 손발이 얼어붙게 된 것인지, 법과 제도는 무엇이 잘못됐고, 이를 운영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인식은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하나하나 짚고 따져 오늘과는 분명 다른 내일을 후대에 물려줄 기회가 우리에게 있었다. 세월호 진상조사로 그저 ‘박 대통령의 7시간’을 뒤지고 정부 당국자 몇몇의 여죄를 묻고 미국 잠수함 충돌설의 진위나 가리고 마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거둬낼 대안을 찾는 공론의 장을 만들 책무가 있었다. ‘적폐와의 전쟁’은 종적을 감추고 ‘정치적 극한대치’만 남은 이 현실이 더 두려운 건 세월호 논란의 끝이 무엇일지 경험적으로 가늠되기 때문이다. 바로 불신과 자조(自嘲)다. 지금의 대립과 갈등은 필연코 각 정파와 정치진영 간 반목의 장벽을 한층 더 높일 것이다. 불신사회와 위험사회가 악순환되는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우리는 계속 새로운 적폐를 생산해 내게 될 것이다. 적폐와 싸워야 할 우리가 지금 우리와 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적폐를 청산하자면서 또 다른 적폐를 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여야부터 일체의 정치적 계산을 멈춘다면 출구는 열린다. 정부의 대응 실패는 세월호 참사의 ‘주범’이 아니라 ‘종범’이며, 따라서 종범만 놓고 싸우다 적폐라는 주범을 놓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원칙을 무시해 벌어진 참극을 조사한다며 또다시 원칙을 허무는 자가당착은 삼가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가능하다. 진도 앞바다에 잠든 아이들이 함께했을 후대를 위해 분열의 적폐만은 지금 거둬야 한다. jade@seoul.co.kr
  • [오늘의 눈] 세월호 가족과의 대화, 그렇게 어렵나/오상도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세월호 가족과의 대화, 그렇게 어렵나/오상도 문화부 기자

    33년 전의 일이다.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근무하던 삼촌이 유명을 달리했다.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GP로 복귀하던 길이었다. 흉사가 겹친 집안은 쑥대밭이 됐다. 촉망받던 육사출신 소위였던 삼촌의 싸늘한 시신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현충원에 안치됐고, 국가는 중위 특진과 수백만원의 돈을 보상으로 내놓았다. 불과 며칠 사이 남편과 자식을 잃은 할머니의 고통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주어진 보상금마저 도로 국가에 기부하셨던 당신의 손에선 지금도 묵주가 떨어지지 않는다. 아들을 위한 기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에 올랐다가 광화문 광장의 낯선 천막들과 조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농성장이었다. 천막 사이로 새어나온 불빛 너머로 한 여성의 젖은 눈망울이 눈에 들어왔다. 망연자실 허공을 응시하던 모습은 33년 전 마주했던 할머니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식 잃은 어미의 소리없는 탄식이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이면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유가족의 요구가 자리한다. 편 가르기에 능한 정치권과 일부 국민은 독설을 쏟아낸다. 단식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원색적 비난은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한 배우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식하다 죽어라”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쌀 한 톨 입으로 넘길 수 없는 그 처절함을 두고서 말이다. 또 누군가는 연평해전 순국장병들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교한다. 해운 사고 희생자들에게 국가의 배상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항간에 떠도는 배상액과 관련된 소문은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리기조차 했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과도한 것일까. 유가족들의 간곡한 호소로 어렵게 성사된 세월호 국정조사를 되돌아보자. 90일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기까지 불과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인 청문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여야는 증인협상 기간 내내 ‘누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도) 응할 수 없다’는 지리한 논쟁만 이어갔다. 어쩌면 유가족들은 정치색에 함몰된 게 아니라 이런 정치권을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특검, 진상조사위 활동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모자람이 없다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허황되게 들릴 게다. 이 시점에 순국선열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짝짓는 사람들의 사고체계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 나라의 후진적인 보훈체계가 도마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지리한 논쟁에 당장 종지부를 찍는 해법은 없을 것이다. 특별법의 내용이 어떠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쉬 꺼내기 어렵다. 다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엄숙히 귀 기울이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무리한 욕심일까.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수년 전 강론에서 눈물조차 잊은 세상을 향해 ‘우리는 죄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예수님이 먼저 가르치신 것은 서로를 만나라, 만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만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던 그분의 목소리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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