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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영, 탈당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

    정동영, 탈당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

    정동영 득표율 정동영, 탈당했지만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 국민모임 정동영(62) 후보가 정치적 재기를 위해 탈당까지 감수하며 배수의 진을 쳤지만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제 1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과거를 뒤로 하고 탈당을 결행, 4·29 재보선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며 정치생명을 건 모험을 결행했지만 결국 3등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앞날이 더욱 어두워지게 됐다. 19대 총선에 이어 거푸 ‘쓴 맛’을 보면서 거물 정치인의 체면을 구긴데다, 결정적으로 이번까지 네 차례나 탈당을 반복하며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다. 정 후보 스스로도 탈당 당시 “정치인생의 마지막 봉사”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특히 정 후보는 27년간 지켜온 관악을을 여권에 넘겨줬다는 야권분열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이다. ’제1야당 심판’, ‘야당 교체’ 등의 구호를 내걸었지만,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에게도 밀리면서 빛이 바랬다. 설상가상으로 탈당 후 정치활동의 기반이 된 국민모임 역시 이번 패배로 존폐기로에 처하면서 그의 재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선거에서 호남출신 유권자들이나 진보진영 유권자들의 지지세를 일정부분 확인한 만큼,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고향’인 전주·덕진 지역 등에 도전하며 활로 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광주 서을에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당선인과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정치인생의 굴곡이 워낙 많은 인물”이라며 “호남 지지세를 동력 삼아 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C기자 출신인 정 후보는 15대 총선 때 전주에서 출마, 전국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정계에 화려하게 입문했다. 이후 야권내 정풍운동을 주도, ‘천·신·정’ 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하는 등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2006년 지방선거 참패 후 구 민주당과의 통합 등 당의 진로를 둘러싼 이견으로 노 전 대통령과 결별했다. 이 과정에서 2003년에는 구 민주당을 선도탈당하며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가 2007년에는 다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는 등 부침을 겪었고, 2004년에는 ‘노인폄하’ 발언으로 설화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7년 대선에서 약 500만표 차이로 낙선하면서부터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2009년 4월 전주 덕진 재선거 때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19대 총선에서 다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애초 중도 실용주의자로 분류됐으나, 2010년 공개반성문을 발표한 후로는 ‘담대한 진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행보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시민사회와 접촉을 넓히며 세월호법 제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관악을에서 오신환 당선인은 3만 3913표(43.89%)를 얻었다.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2만 6427표·34.20%), 무소속 정동영 후보(1만 5569표·20.15%), 무소속 송광호 후보(704표·0.91%), 무소속 변희재 후보(578표·0.74%), 공화당 신종열 후보(71표·0.09%) 등의 순이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기자회견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기자회견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기자회견 문재인 기자회견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4·29 재보선 전패와 관련,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이 시련을 약으로 삼아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 “박근혜정권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어려운 조건에서 끝까지 힘을 모아주신 지지자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 드린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며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선거 참패의 결과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결과는 저희의 부덕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뿐,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며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패를 덮으려 하거나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한다”며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겠다. 특히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별도의 질의 응답은 갖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기자회견, 거취 문제 입장 밝히지 않아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문재인 기자회견, 거취 문제 입장 밝히지 않아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문재인 기자회견 문재인 기자회견, 거취 문제 입장 밝히지 않아 “시련을 약으로 삼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4·29 재보선 전패와 관련,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저희의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이 시련을 약으로 삼아 길게 보면서 더 크게 개혁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정책회의에 참석, “박근혜정권의 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어려운 조건에서 끝까지 힘을 모아주신 지지자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 드린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며 “더 강하고 더 유능한 정당으로 혁신해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선거 참패의 결과에 대해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결과는 저희의 부덕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일뿐,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다”며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민심을 호도하면서 불법 정치자금과 경선 및 대선자금 관련 부패를 덮으려 하거나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으려 한다면 우리 당은 야당답게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축하와 함께 경고한다”며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함께하겠다. 특히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별도의 질의 응답은 갖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준석 선장 살인죄 인정… 항소심서 무기징역 선고

    이준석 선장 살인죄 인정… 항소심서 무기징역 선고

    승객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관련 항소심에서 이준석(70) 선장에게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살인죄가 적용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반면 기관장 박모씨는1심에서 적용됐던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죄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징역 30년에서 10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광주고법 형사 5부(부장 서경환)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과 청해진해운(법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승객의 목숨을 책임진 이 선장이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한 것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대형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처음 인정한 것으로 향후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또 1등 항해사 강모씨에게 징역 12년을, 기관장 박모씨에게는 징역 10년을, 2등 항해사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관장 박씨에게 적용된 동료 승무원 살인 혐의,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준석, 환자 외면한 당직 의사와 같아… 미필적 고의 성립” 세월호 항소심서 대형사고 첫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인정 28일 세월호 사건 항소심은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첫 판결로 주목된다. 참사 과정에서 이준석 선장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범죄를 인정한 사례로는 1978년 ‘이리역 폭발 사고’가 있지만 당시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가 적용됐다. 1970년 ‘남영호 침몰’ 때도 검찰은 선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승객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결정적인 판단 기준은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 명령을 지시했는가’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들여 검찰이 기소한 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탈출할 당시에도 선내에서는 “대기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온 점 등을 근거로 퇴선 명령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퇴선 방송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승객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행위는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서 책임자가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유일한 야간 당직 의사가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며 “선장의 막중한 권한을 감안하면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자신의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등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30년을 선고받은 박모 기관장에 대해 살인은 무죄로 판단해 10년으로 감형했다. 기관장 박씨는 당시 선내에서 부상당한 조리부 선원 2명에 대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탈출한 점이 살인으로 간주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탈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 등도 모두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낮췄다. 1심과 비교해 승무원 직급, 사고 후 태도 등에 따라 피고인별로 형을 차등화한 결과로 여겨진다. 재판장은 이 선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선고문 낭독을 중단하는 등 울먹였으며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각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 선고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거나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선원들 대부분의 형량이 줄어든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1, 3분의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 가다 1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안산지원 409호 세월호 재판중계법정을 찾은 유족 5명도 증인석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판을 지켜봤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온전한 말도 인간적인 사귐도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온전한 말도 인간적인 사귐도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익어 떨어질 때까지,/만사가 익어 떨어질 때까지,/(될성부른가)/노래든 사귐이든,/무슨 작은 발성(發聲)이라도/때가 올 때까지,/(게으름 아닌가)/익어/떨어질/때까지.’(익어 떨어질 때까지) ‘섬’의 시인 정현종(77)은 반세기 동안 어눌하게 더듬거리며 기다리고 기다렸다. ‘온전한 말’이 익어 떨어졌다. 등단 50년을 맞아 열 번째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문학과지성사)와 산문집 ‘두터운 삶을 향하여’를 냈다. 삶, 글쓰기, 인간관계, 분단 등 여러 주제가 익어 떨어진 말에 담겼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내 청자각에서 시인을 만났다. 성성한 백발이 오후 햇살에 반짝거렸다. 인터뷰 중간중간 터뜨리는 너털웃음이 시원했다. 문답은 2008년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이후 7년 만에 낸 시집을 중심으로 주고받았다. 그는 “말이나 인간적인 사귐은 익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온전한 만남이 되고 온전한 말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공자는 ‘인자한 사람은 말을 더듬는다’고 했다. 그간 말을 하면서, 글을 써 오면서 참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변인 데다 속사포처럼 말하는 건 전부 들을 필요 없다. 진짜 좋은 말, 진짜 옳은 말은 속사포처럼 얘기할 수 없다. ‘더듬는’ 것이야말로 진실, 참됨에 이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태도다.” 시인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내 응접실이자 정원”이라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박물관을 찾는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씩 박물관 주변을 산책한다. 박물관 곳곳을 거닐며 ‘나는 듯이 살짝 올라간/스물여덟 개의 모서리로/높이높이 날아오르고 있는’(석탑의 공기) 남계원 7층 석탑도 보고, 연못도 본다. ‘석불(石佛)이 석양빛을 받으며 환하게 살아나 미소 짓는’(석양 신비) 기이한 체험도 한다. “어느 날은 정원을 거니는데 뒤에서 기척 같은 게 느껴져 돌아봤다. 그 순간 석불이 석양을 받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모든 물상은 빛에 따라 달리 보이는데, 그때는 석불이 자신의 미소를 보라고 기척한 듯했다.” 등단 초기부터 천착해 온 ‘그림자’를 이번에도 파고들었다. 시집 곳곳에 보석 전시회 어두운 방에 가득한 그림자, 시간의 그림자, 화석 그림자, 이 순간에서 저 순간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의 그림자, 우수의 그림자, 구름 그림자 등 여러 모습의 그림자가 양각돼 있다. 그림자는 의식 속에서도 생성되지만 실생활에서도 시인을 따라다닌다. 대학 강단에 있을 때 학생들과 지리산 추성계곡에 갔다. 민박집에서 잠을 자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깼다. 새벽 1시였다. 밖에 나가 보니 학생들이 잡아 비닐봉지 안에 넣어 둔 곤충이 내는 소리였다. 놓아주려고 길을 나섰다. 산이 깎이며 형성된 흙벽에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였다. 길가의 가로등 불빛을 받아 만들어진 그림자였다. 시인은 “그 그림자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내가 화석이 돼 거기에 박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터키에서 버스를 타고 카파도키아로 가는 길에도 그림자가 나타났다. 드넓은 밀밭이 군데군데 검게 그을려 타 있었다. 가만히 보니 불에 탄 게 아니라 구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여기서 발상을 얻어 한 편의 시로 발전한 게 표제작 ‘그림자에 불타다’다. ‘버스 타고/근동(近東) 지방을 구불구불 가다가/드넓은 밀밭을 검게 태운/구름 그림자를 보았다/구름 그림자에 타서! 대지는/여기저기 검게 그을려 있었다.//욕망-구름 그림자/마음-구름 그림자/몸-구름 그림자에/일생은 그을려,/너-구름 그림자/나-구름 그림자/그-구름 그림자/세계는 검게 그을려-.’(그림자에 불타다) 시인은 “그림자는 평생 따라다니는 것 같다. 내 작품의 중요한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림자의 의미는 작품, 문맥, 주제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하나로 뭉뚱그려 말할 순 없지만 모든 뚜렷하지 않은 걸 가리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느낌이나 생각은 뚜렷하지 않은 게 많다. 뚜렷하지 않은 생각, 느낌, 판단, 결정을 통과하는 게 우리의 일생이다.” 지천명, 이순을 넘어 올해 희수를 맞았지만 악(惡)에 대한 분노는 줄지 않는다. 시인은 ‘여기도 바다가 있어요!’에서 2010년 천안함 침몰로 순직한 장병 46명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며 추모했고 ‘장엄 희생’에서 장병들을 구조하다 죽은 한주호 준위의 희생도 기렸다. 눈물 많은 시인은 304명(사망 295명, 실종 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시를 내놓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두 편의 시를 썼는데 분노 때문에 시가 손상됐다. 분노를 좀 가라앉히고 써야 하는데 분노가 너무 표면에 드러나 이번 시집에 싣지 않았다. 세월호 선장은 우리 모두의 삶을 너무 치욕적으로 만들었다, 생명을 그렇게 치욕스럽게 유지해도 되는 건가,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선박회사, 관리들에 대한 분노도 다 있다. 온 국민이 그런 걸로 분통이 터지지 않았나.” 시인이 터득한 인생 공식도 살짝 엿보인다. ‘이뻐 보이려고 나는/썩은 연두색 바지에다/진회색 재킷을 입었다./필경 많은 걸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얻기도 하였겠으나/더 많이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이뻐 보이려고) “삶은 늘 결핍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잃어버리며 산다. 청춘도 가고 수많은 이별도 하고. 괴테는 평생 좋은 환경에서 안정되게 잘살았다. 문학적으로도 성공했다. 그런데도 괴테는 일생 중 근심 걱정 없이 마음이 편한 기간은 일주일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감나는 말이다.” 산문집은 ‘생명의 황홀’ 이후 26년 만에 묶었다. 1987년부터 최근까지 시인이 쓴 글 39편이 실렸다. 동료 문인 등에 대한 에세이, 강연록, 발표문 등이 담겼다. 그는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간은 또 흘러가겠지. 시를 쓰면서 50년 흘렀고 앞으로 몇 년 더 흘러갈지, 시는 또 얼마나 쓸지 모르겠다. 그동안 좋은 시 몇 편을 얻었다면 그걸로 만족스럽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나머지 선원들 형량 보니..

    이준석 세월호 선장, 나머지 선원들 형량 보니..

    ‘이준석 세월호 선장’ 세월호 이준석(70) 선장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했던 승객 살인을 인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서경환)는 28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준석 선장에 대한 ‘살인’ 등의 혐의를 인정, 원심을 파기하고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이 골든타임에 선장으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등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을 방치했다”며 “이 같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꽃다운 나이에 삶을 마감했고,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 생존자 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슬픔과 공포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장과 선원이 퇴선 할 때에도 선내에는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이준석 선장에게서 퇴선명령 지시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퇴선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해역을 떠난 뒤에도 스스로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며 “승객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만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관장 등 간부 선원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지휘를 받아야 해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기 어려웠던 점 등을 이유로 승객 살인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1등 항해사에게는 수난구조를 하지 않은 혐의를 인정, 특가법상 선박사고 후 도주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인 1등 항해사에게는 징역 12년, 기관장에게는 징역 10년, 2등 항해사에게는 징역 7년을 내렸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다른 승무원들 감형된 이유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다른 승무원들 감형된 이유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다른 승무원들 감형된 이유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항소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이 탈출하기 전 승객 퇴선명령을 지시한 것을 전제로 한 1심의 판결은 정당하지 않다며 승객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행위는 고층빌딩 화재현장에서 책임자가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유일한 야간 당직의사가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면서 “선장의 막중한 권한을 감안하면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자신의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등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며 이 선장에 대한 양형사유를 설명하던 중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 기관장의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1등 항해사 강모(43)씨에게 징역 12년, 기관장 박모(55)씨에게 징역 10년, 2등 항해사 김모(48)씨에게 징역 7년, 나무지 승무원 11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징역 5년이 선고됐다. 이 선장을 제외한 승무원 14명은 모두 감형됐다. 1심과 비교해 승무원 직급, 사고 후 태도 등에 따라 피고인별로 형을 차등화한 결과로 여겨진다. 앞서 1심에서는 이 선장 외에 기관장 박씨가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받는 등 나머지 14명은 징역 5~30년을, 청해진해운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고 각각 항소했다. 광주고법 201호 법정과 재판이 생중계된 수원지법 안산지원을 찾은 유가족은 승무원들에 대한 감형 선고가 있을때마다 “다 풀어줘라”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한 유가족은 “살인죄가 인정된 점은 환영하지만 승무원들이 감형돼 아쉽다”며 “선체 인양 후에 보다 명확한 진실 규명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건강/문소영 논설위원

    1933년 취임해 뉴딜 정책으로 미국에서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39살의 나이에 뒤늦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가 무척 불편했다. 하지만 재임 중 휠체어에 앉아 있거나 지팡이를 짚은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적인 인기를 위해 정력적으로 거침없이 일하는 강인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열적이고 방종한 연애 이력에도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세계 최초로 진행된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에서 젊고 싱싱한 이미지로 공화당의 닉슨 후보를 눌렀다. 당시 TV 화면에 비친 닉슨이 창백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병색이 완연해 보였던 탓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케네디가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부족으로 발생하는 에디슨병으로 평생 고통받았다. 만성적인 요통 증세가 있었고 두 차례 허리 수술을 받았다. 수시로 대장염에 노출됐으며, 요도염 재발도 잦았다. ‘미드웨이 해전’에 따르면 케네디는 1942년 태평양전쟁에 해군 장교로 참전했고, 건강 문제를 은폐하고자 입영 서류를 조작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도 다량의 진통제와 항생제 처방, 물리치료사의 치료를 받았다. 체중의 급격한 감소로 고생했지만, 건강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가 그가 46살 때 암살되자 한참 만에 평전 등을 통해 드러났다. ‘머리를 빌려 쓴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경호원들과 함께 새벽에 조깅을 하며 건강을 과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되자 한국 나이로 일흔을 넘긴 탓에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악성 루머가 돌아다녔다.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증명하려고 그는 고령에도 전국의 유세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이후 대통령 임기 후반에 오후 일정을 완전히 비워 뒀다는 소문들이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에 앞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남몰래 했는데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가 슬쩍슬쩍 됐고, 이해찬 전 총리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자 언론은 “주요 국가 정보 관계자들이 그 부분을 주목했을 것”이라며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인 4월 16일 출발해 12일간의 남미 순방을 떠나 27일 새벽에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인두염과 위경련 등으로 1~2일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오늘까지 아무런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했다. 과문(寡聞)해서 그런지 역대 현직 대통령 중 아프다는 발표는 물론 병으로 일정을 비워 뒀다는 청와대의 공식적인 입장도 처음 듣는 듯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병환이 없이 건강해서 그런 발표가 없었다기보다 대통령의 건강이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사안이라 극비에 부쳐졌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와병에 대한 공표는 신선한 발상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치유 불가능한 상처”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치유 불가능한 상처”

    이준석 세월호 선장, 서경환 부장판사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치유 불가능한 상처”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 판사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 이틀 뒤인 지난 1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 배석판사 2명, 재판연구원 등 4명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었다. 판결문 초고가 작성돼 사실상 재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28일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을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선장에 대한 양형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비난했다. 몇차례 헛기침을 하고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서 부장판사는 잠시 멈췄다.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학생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분노에 신음하는 부모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도는 실종자 가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줬다”고 말을 이었다. 서 부장판사는 또 “언론을 통해 지켜본 국민에게는 크나큰 공포와 슬픔, 집단적 우울증을 안겼고 국가기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은 곤두박질쳤다”며 “선장의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고 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안식을 바라며 30여분간 선고를 마쳤다.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는 공소유지를 맡은 부장검사도 1심 첫 재판에서 이 선장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다가 울먹인 바 있다. 유가족도 울었다. 재판을 방청한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차라리 풀어줘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1심과 달리 선장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승무원 14명이 감형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하나 둘 법정을 떠나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깊은 상처줬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깊은 상처줬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서경환 부장판사 이준석 세월호 선장 꾸짖던 서경환 부장판사 눈물 “깊은 상처줬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 판사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 이틀 뒤인 지난 1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 배석판사 2명, 재판연구원 등 4명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었다. 판결문 초고가 작성돼 사실상 재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28일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을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선장에 대한 양형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비난했다. 몇차례 헛기침을 하고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서 부장판사는 잠시 멈췄다.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학생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분노에 신음하는 부모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도는 실종자 가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줬다”고 말을 이었다. 서 부장판사는 또 “언론을 통해 지켜본 국민에게는 크나큰 공포와 슬픔, 집단적 우울증을 안겼고 국가기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은 곤두박질쳤다”며 “선장의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고 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안식을 바라며 30여분간 선고를 마쳤다.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는 공소유지를 맡은 부장검사도 1심 첫 재판에서 이 선장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다가 울먹인 바 있다. 유가족도 울었다. 재판을 방청한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차라리 풀어줘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1심과 달리 선장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승무원 14명이 감형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하나 둘 법정을 떠나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박근혜식 정치개혁의 허구/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식 정치개혁의 허구/오일만 논설위원

    고황이라는 말이 있다. 심장과 횡격막 사이의 부분인 고(膏)는 가슴 밑의 작은 비계이고 황(?)은 가슴 위의 얇은 막(膜)이다. 이곳에 병이 침입하면 예부터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으로 여겼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런 고황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 50년간 지탱해 온 관성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다시 미래의 비전을 가로막는 악순환 구조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터를 잡은 이 악성 종양은 이제 도려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환부 깊숙하게 뿌리를 내렸다. 과거와 현재의 모순이 뒤엉켜 미래를 향한 한 치 앞의 전진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른바 ‘현대판 고황’이다. 현대판 고황이 온몸에 퍼져 메스조차 대기 어려운 곳이 바로 정치 권력이다. 우리 사회 먹이사슬의 최상층에서 온갖 권력의 악취를 풍기는 정치권이야말로 망국병으로 지탄받은 지 오래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이런 민낯을 살짝 드러낸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개혁과 새로운 정치문화를 화두로 던졌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지연과 학연, 인맥 등으로 얽힌 우리의 정치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공허하다.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연루 의혹을 받는 마당에 갑작스런 개혁 드라이브라니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정확하게 43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을 선포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새로운 정치문화 창달’이었고 뒤를 이은 전두환·노태우 정권도 정치개혁을 전가의 보도로 써 먹으며 정권 유지에 활용했다.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경제민주화 실현, 한국적 복지 구현 등이 취임 선서 몇 달 만에 줄줄이 폐기되고 4년 중임제 개헌 약속은 ‘블랙홀’이라는 말로 논의조차 막아 버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개혁 역시 그동안 선보인 현란한 구호와 유체이탈 화법의 이중주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통렬한 자기반성과 고통스런 성찰 없는 변신은 허구다. 진정성 없는 변화 역시 말의 성찬일 뿐이다. 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그 지난한 길에 나서기 앞서 진정성과 비장함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난 9일 국회 연설은 통렬한 보수진영의 반성이라는 측면에서 진정한 정치개혁의 단초를 열었다는 평가다. 그는 보수의 정의를 가진 자와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닌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선 용감한 개혁이라고 규정했다.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의 꿈을 이야기했다. 난치병으로 청력을 잃어 가면서 ‘딸의 뼈라도 껴안고 싶어’서 인양 촉구 시위를 벌이는 세월호 유족, 다윤이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보수색 짙은 새누리당을 향한, 그의 외침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원내대표의 정치개혁은 분명 공존의 정치를 향하고 있다. 그가 친노 세력의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치를 공개 석상에서 인정하고 현 정권의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를 비판한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여당과 야당이,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이분법적 진영 문화의 창조적 파괴다. ‘아스팔트 진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부 진보세력 역시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뾰족한 대안 없이 길거리에서 ‘박근혜 타도’를 외치는 그들에게서 많은 국민들은 ‘골통보수’의 민낯을 떠올리며 눈살을 찌푸린 지 오래다. 야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른바 친노 세력들도 진보의 통렬한 반성 대열에 합류할 차례다. 3김 정치(김대중·김영삼·김종필) 이후 보수와 진보의 본격적인 이념 대결로 전환되면서 진영 논리는 더욱 강화됐고 대결은 더욱 격렬해졌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지난한 여정에서 양분된 보수와 진보 세력의 대치는 이제 우리 사회를 출구 없는 정쟁으로 몰아가며 망국적 상황으로 가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산층이 튼튼한 경제를 뒷받침하듯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포용하는 정치문화가 개혁의 출발점이다. 국민들은 서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시대 흐름에 맞춰 한 발씩 다가서는 그런 공존의 정치를 기대한다. 내부적 혁신을 통한 정치개혁이 어렵다면 국민적 심판을 통해서라도 분열의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oilman@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 무기징역 선고” 세월호 탈출=살인 실행 ‘이유 보니’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 무기징역 선고” 세월호 탈출=살인 실행 ‘이유 보니’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 무기징역 선고” 세월호 탈출=살인 실행 ‘이유 보니’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28일 광주고법 형사 5부에 따르면 세월호 승무원 15명과 세월호 침몰 당시 기름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청해진해운(법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은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탈출 전 승객 퇴선명령을 지시한 것을 전제로 한 1심의 판결은 정당하지 않다며 승객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면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는 고층빌딩 화재현장에서 책임자가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유일한 야간 당직의사가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며 “선장의 막중한 권한을 감안하면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은 “자신의 선내대기 명령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등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하던 중 감정을 주체 못해 울먹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재판부는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 기관장의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1등 항해사 강모(43)씨에게 징역 12년, 기관장 박모(55)씨에게 징역 10년, 2등 항해사 김모(48)씨에게 징역 7년이, 나머지 승무원 11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징역 5년이 선고됐다. 네티즌들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살인죄 맞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당연하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의사가 환자 버린 거 맞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이준석, 환자 외면한 당직 의사와 같아… 미필적 고의 성립”

    “이준석, 환자 외면한 당직 의사와 같아… 미필적 고의 성립”

    28일 세월호 사건 항소심은 대형 인명 사고와 관련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 첫 판결로 주목된다. 참사 과정에서 이준석 선장처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부작위’에 의한 범죄를 인정한 사례로는 1978년 ‘이리역 폭발 사고’가 있지만 당시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파열죄가 적용됐다. 1970년 ‘남영호 침몰’ 때도 검찰은 선장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승객에 대한 살인죄를 인정한 결정적인 판단 기준은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 명령을 지시했는가’였다. 1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진술을 받아들여 검찰이 기소한 살인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탈출할 당시에도 선내에서는 “대기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온 점 등을 근거로 퇴선 명령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퇴선 방송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승객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의 행위는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서 책임자가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하고, 유일한 야간 당직 의사가 병원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같다”며 “선장의 막중한 권한을 감안하면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장은 “자신의 선내 대기 명령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등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아 승객들을 끔찍한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며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돼 30년을 선고받은 박모 기관장에 대해 살인은 무죄로 판단해 10년으로 감형했다. 기관장 박씨는 당시 선내에서 부상당한 조리부 선원 2명에 대해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탈출한 점이 살인으로 간주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탈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 등도 모두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낮췄다. 1심과 비교해 승무원 직급, 사고 후 태도 등에 따라 피고인별로 형을 차등화한 결과로 여겨진다. 재판장은 이 선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선고문 낭독을 중단하는 등 울먹였으며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각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 선고될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거나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유가족은 기자회견을 열어 선원들 대부분의 형량이 줄어든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1, 3분의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 가다 1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안산지원 409호 세월호 재판중계법정을 찾은 유족 5명도 증인석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판을 지켜봤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준석 선장 살인죄 인정… 항소심서 무기징역 선고 승객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관련 항소심에서 이준석(70) 선장에게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살인죄가 적용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반면 기관장 박모씨는1심에서 적용됐던 동료 승무원에 대한 살인죄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징역 30년에서 10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광주고법 형사 5부(부장 서경환)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과 청해진해운(법인)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승객의 목숨을 책임진 이 선장이 퇴선 방송을 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한 것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대형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처음 인정한 것으로 향후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또 1등 항해사 강모씨에게 징역 12년을, 기관장 박모씨에게는 징역 10년을, 2등 항해사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관장 박씨에게 적용된 동료 승무원 살인 혐의, 1등 항해사와 2등 항해사에게 적용된 승객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오늘의 눈] ‘1년짜리 국회의원’에 대한 걱정/한재희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1년짜리 국회의원’에 대한 걱정/한재희 정치부 기자

    29일 밤 4명의 국회의원이 새로 탄생한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펼쳤던 4·29 재보선 후보 16명도 이제 겸허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됐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1주년’과 ‘성완종 파문’ 등 국정을 흔드는 이슈들이 재보선 판을 휘감으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아마 새로 금배지를 달게 되는 4명의 ‘편입 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환희의 밤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편입 의원들의 임기는 내년 5월 29일까지로 ‘1년짜리’다. 당선자들이 의정 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폄훼할 의도는 아니지만 과연 이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의정 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합리적인 의구심일 것이다. 이들은 선거 기간 동안 대선 후보인 양 앞다퉈 ‘뻥튀기 공약’을 쏟아냈다. 경전철 조기 착공, 지하철 유치, 연륙교 건설 등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들이다. 지역 실정과 상관없는 재벌 개혁이나 사회복지세 도입, 최저임금 1만원 등 거대 담론을 주장하는 후보도 있었다. 지역구 의원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다. 이 때문에 “1년짜리 국회의원이 공약은 대선 후보급”이라는 눈총이 적지 않다. 지역 유권자들도 이들의 공약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선자들이 서둘러 기본 업무를 파악하고 공약 실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본회의 통과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천문학적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속전속결로 이뤄지기는 난망하다. 어쩌면 국회 한쪽에 서류 뭉치로 쌓여 있다가 결국 폐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19대 국회에 발의된 의원 법률안 1만 3200여건 중 70%가량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은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에 열중하느라 입법 발의는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공약(公約)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끝날 수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국감이 시작되는 9월까지 상임위의 현안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상임위원은 수십 곳에 달하는 피감 기관의 오랜 병폐와 최신 정책의 장단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국감장에서 피감 기관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작은 문제점 하나라도 개선하려는 땀이 밴 노력을 보일지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거짓 공약과 거창한 구호만 부르짖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낭비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는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특권 의식이 아니라 소명 의식을 갖고 국민에게 헌신할 의원이 필요하다. “1년만 써 보라”고 외치는 후보들 속에서 ‘1년 후에도 쓰고 싶은 후보’를 가려내야 한다. 경기 중반에 투입돼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구원투수’ 같은 의원들이 당선됐다는 평가를 기대해 본다. jh@seoul.co.kr
  • 5·18 기억한 다섯해 무대는 매일 새로웠다

    5·18 기억한 다섯해 무대는 매일 새로웠다

    “이 연극을 5년 동안 해 왔는데 왜 지금도 새로운 감정이 솟아나는지 모르겠어. 정말 희한해.” 지난 24일 연극 ‘푸르른 날에’ 연습이 한창인 서울 중구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난 배우 정재은(45)은 고개를 저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첫 장면부터 주인공 민호가 계엄군에게 고문을 받기까지 1시간 분량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저희 어제 연습하면서 다들 울었거든요. 어제 오셨으면 좋았을걸.” 2011년 5월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한 ‘푸르른 날에’는 그해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5·18의 아픔을 웃음으로 보듬는 연극은 매년 5월마다 같은 배우, 같은 극장으로 돌아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계엄군의 총탄이 두려워 투항했던 청년 민호와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키워온 정혜가 견뎌온 30년의 세월을 관통하며 살아남은 이들의 오늘을 기억해 왔다. 5·18이 할퀴고 간 청춘의 이야기는 배우들도 쉬이 감내하기 힘든 고통이다. 배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든다”고 입을 모은다. “작품의 출발은 그 시대에 우리가 겪었던 비극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죠. 초연 때는 배우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며 울고 웃고 격분하곤 했어요. 이제는 배우들이 아예 극중 인물들이 돼 살아가는 것 같아요.”(정재은·나이 든 정혜 역) 젊은 민호를 연기하는 배우 이명행(39)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펼쳐들었다. “속세를 떠나 스님이 된 민호는 30년 뒤 딸을 마주하지만 가버리라고 하죠. 아이 둘을 키우는 아빠로서 그 아픔이 가늠이 되지 않아요. 매년 공연에 집중하고 공연이 끝나면 놓곤 했는데, 5·18의 아픔은 계속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5·18을 이야기하는 연극이지만 이제는 세월호 참사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됐다. 나이 든 민호 역의 배우 김학선(44)은 연극 말미에 나지막이 전하는 용서와 화해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에 빠졌다. “과거와 화해하고 용서하는 게 아니라 이제 겨우 마주할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해는 쉽게 이뤄지지 않아요. 번민하던 민호가 속세를 떠나 살다가 딸과 마주했듯 광주도, 세월호도 고통 속에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푸르른 날에’는 올해를 끝으로 잠시 쉼표를 찍기로 했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초연부터 함께한 배우들이 작별을 고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도 새로운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을 쉽게 놓을 수 있을까. “5년 동안 해 온 모든 공연과 연습 중에 어제 연습이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이제 막 어떤 선을 넘은 것 같달까요?”(정재은) 이명행은 대본을 펼쳐 전날 적어놓은 연습 노트를 읽어내려갔다. “어제 고선웅 연출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씀하셨어요. 5년 동안의 힘이 이제 숙성된 것 같다. ‘신화’가 될 거다,라고요.” 29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3만원. (02)577-198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시론] 한국 정치와 소통의 복원/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시론] 한국 정치와 소통의 복원/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표현했다. 문득 이 구절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대한민국의 4월에도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1주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와 정경유착의 검은 거래를 폭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회장 사건의 여파로 온 나라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소통의 부재라는 한국 정치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실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는 한국 정치를 보자면 냉소를 넘어 정치가 백해무익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독일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로부터 구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정치행위란 언어를 매개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이며, 인간은 정치행위를 통해서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따라서 아렌트에게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권력 획득의 도구적 수단이 아니라 공공 영역에 참여한 시민들 간에 이루어지는 의사소통 행위다. 아렌트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정치가 정치인들의 사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아렌트가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 시민참여와 소통의 원칙이 정치 시스템 내에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다. 성 전 회장 사건은 정치가 사적인 이해관계에 복무할 때 어떤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 준다. 망자에 대한 예의와 그가 한 폭로의 공적인 가치를 잠시 잊고 냉철하게, 그리고 양비론을 경계하며 이 사건을 바라보자. 억울하게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폭로한 부패의 공모자이자 수혜자였다.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했던 성 전 회장은 돈으로 매수한 정치권력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데 이용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원망하며 정죄하고 싶어 했던 부패의 숙주(宿主)들이 괴물로 자라는데 그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하기보다 은밀한 거래를 통해 권력을 얻고자 할 때 이미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아닌 것이다. 4월 16일로 1주년을 맞은 세월호 참사 역시 우리 정치가 소통이라는 정치의 본원적 가치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잘 보여 준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앞에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던 한국 사회는 하나의 마음이 됐다. 어른들의 탐욕으로 꽃 같은 아이들의 생명이 희생됐고, 더이상은 이렇게 살아가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대통령이 흘린 눈물은 이러한 열망을 국가 개조를 통해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다짐이었을 테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가 개조는커녕 진상 규명을 통한 유가족과 희생자들의 해원(解?)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화와 관용적 배려를 통해 시민적 덕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세월호 이슈는 정파적 이해와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인들에 의해 사회 갈등과 분란의 원인으로 폄훼됐다. 잔인한 4월의 끝 무렵에 선 우리에게 두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권력만 추구하는 정치인과 이들에 기생하는 모리배에게 정치를 맡기고 사적인 삶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편한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정치적 냉소주의를 떨쳐 버리고 참여적 시민의 삶을 살아가는 수고스럽지만 가치 있는 길이다. 어떤 길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길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소통의 시민정치를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서로 비난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다양성과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을 바로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민 한 명 한 명이 소통의 주체로 나서 ‘그들만의 리그’인 한국 정치를 개혁하는 것, 그것이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 버리고 한국 사회를 생명과 희망의 땅으로 만드는 길이 아닐까.
  • 서경환 부장판사 울먹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모두가 울었다

    서경환 부장판사 울먹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모두가 울었다

    서경환 부장판사 서경환 부장판사 울먹 “세월호 선장의 무책임한 선택으로…” 모두가 울었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 판사들은 세월호 참사 1주년 이틀 뒤인 지난 1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전 국민의 관심을 끈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항소심을 맡은 재판장, 배석판사 2명, 재판연구원 등 4명은 팽목항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안식을 빌었다. 판결문 초고가 작성돼 사실상 재판에 대한 심증을 굳힌 상태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28일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을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선장에 대한 양형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서 부장판사는 “선장은 선내대기 명령과 안내방송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기하던 어린 학생 304명을 방치하고 이른바 골든타임에 선장으로서 아무 역할을 안해 승객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르게 하고 먼저 탈출했다”고 비난했다. 몇차례 헛기침을 하고도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는지 서 부장판사는 잠시 멈췄다.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선장의 무책임한 행위로 꽃다운 나이에 꿈도 펼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학생들, 생때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분노에 신음하는 부모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팽목항을 맴도는 실종자 가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생존자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줬다”고 말을 이었다. 서 부장판사는 또 “언론을 통해 지켜본 국민에게는 크나큰 공포와 슬픔, 집단적 우울증을 안겼고 국가기관과 사회질서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은 곤두박질쳤다”며 “선장의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고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중한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우리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 부장판사는 선고 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의 안식을 바라며 30여분간 선고를 마쳤다. 세월호 재판 과정에서는 공소유지를 맡은 부장검사도 1심 첫 재판에서 이 선장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다가 울먹인 바 있다. 유가족도 울었다. 재판을 방청한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차라리 풀어줘라”, “이렇게 끝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원성을 쏟아냈다. 1심과 달리 선장에 대한 살인죄가 인정됐지만, 나머지 승무원 14명이 감형된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하나 둘 법정을 떠나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통을 터뜨렸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살인죄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1심에 비해 형이 2분의 1, 3분의 1로 축소됐다. 재판부의 판단은 안전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30여명은 기자회견 후 비가 내리는 광주고법 현관 앞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침묵을 이어가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을 떠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무기징역 선고하나? ‘형량은 얼마나?’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무기징역 선고하나? ‘형량은 얼마나?’

    ‘이준석 세월호 선장’세월호 이준석 선장에 대한 살인죄가 적용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광주고법 형사 5부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과 세월호 침몰 당시 기름 유출과 관련해 기소된 청해진해운(법인)에 대한 항소심을 연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핵심 쟁점은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탈출 직전 퇴선 명령을 내렸는지 여부다. 만약 살인죄가 인정되면 사형까지, 도주선박죄가 인정되면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형이 무거워진다. 이준석 선장은 세월호에서 탈출하기 직전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 선장이 퇴선명령 없이 승객을 방치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준석 세월 선장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유기치사ㆍ상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법정 최고형인 징역 36년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살인과 도주선박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사진 = 서울신문DB (이준석 세월호 선장)뉴스팀 seoulen@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된 결정적 근거 네 가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된 결정적 근거 네 가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살인죄 인정된 결정적 근거 네 가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28일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이날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선장에 대한 살인죄 인정에는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지시했는지가 결정적 판단 근거가 됐다. 이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핵심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다고 네가지 근거를 들어 판단했다.   ① 승객들에 “선내 대기” 안내방송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를 탈출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승객들에 대해 선내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찍힌 영상의 음질을 개선해 항소심 재판 중 증거로 제출한 검찰의 입증 전략이 주효했다. 선장의 선내 대기 방송은 사무부 직원에게 전달돼 안내가 이뤄졌지만 퇴선 방송 지시는 사무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않았는데 비슷한 시기 후자만 사무부 직원에게 전달되지 않은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②퇴선방송 지시 이후 조치 없어 선장의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면 해경이나 인근에 대기하던 둘라에이스호 등 구조세력에 대한 승객 구조 요청, 승객 퇴선 확인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했지만 당시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③재판부 “선장 진술 믿을 수 없어” 재판부는 퇴선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선장, 1등 항해사 등 승무원의 진술을 믿지 않았다.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고 반면 중립적 지위에 있는 필리핀 가수, 승무원이면서도 비난을 감수하고 퇴선방송 지시가 없었다고 털어놓은 3등 항해사 등의 진술은 믿을 만 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④2등 항해사 교신 해석 달라 재판부는 1심에서 퇴선방송 지시를 했다는 근거로 삼은 사고 당일 오전 9시 37분 2등 항해사의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에 대해서도 1심과 해석을 달리했다. 2등 항해사는 “지금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 방송했는데…”라고 진도 VTS와 교신했다.  재판부는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일단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퇴선명령과도 맞지 않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함께 승객 살인 혐의가 적용된 승무원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였고 일부는 승객 구호에도 동참한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10년 전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 했지만…”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 10년 전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 했지만…”

    이준석 세월호 선장 무기징역 선고…10년 전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 했지만…” 이준석 세월호 선장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살인죄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그가 10년 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준석 선장은 지난 2004년 1월 1일 제주의 한 매체 사회면에 인터뷰를 통해 처음 배를 운항하게 된 계기와 선장으로 살아온 30년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준석 선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배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다”면서 “배에서 내릴 때면 섭섭한 마음에 다시 한번 배를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처음 탄 배가 원목선이었는데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배가 뒤집혀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출해 줬다”며 “그때 만일 구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바다에서 태풍을 만났을 땐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 생각이 없어져 지금까지 배를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고법 형사 5부(서경환 부장판사)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선장에 대해 징역 3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탈출 전 이 선장이 승객 퇴선명령이나 퇴선방송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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