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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조기 국감 사실상 물거품…정기국회 일정 연쇄 차질 우려

    여야가 국정감사를 9월에 조기 실시하기로 한 합의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현재로선 10월 국감이 유력한 상황이다. 새해 예산안 심의와 법안 처리 등 정기국회 일정에도 연쇄 차질이 우려된다. 19일 여야 원내지도부에 따르면 국정감사 시기를 9월에서 10월로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여야는 지난해 1월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며 국감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연 2회에 나눠서 하는 ‘분리 국감’에 합의한 바 있다. 분리 국감을 실시하려면 국정감사법을 고쳐 근거를 마련해야 하지만 지난해에는 세월호특별법, 올해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2년 연속 ‘헛구호’에 그쳤다. 또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7일 국감을 9월 4~23일 열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공수표’로 전락했다. 여당은 조기 국감을 요구한 반면 야당은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연기를 주장하면서 세부 일정 협의가 지연된 탓이다. 여기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복잡한 정치적 셈법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국감을 10월 이전에 실시한 해는 2011년이 유일하다. 현행 국정감사법에 따르면 국감은 9월부터 열리는 정기국회 이전에 마쳐야 하지만 여야는 법보다 관행을 중시하는 셈이다. 정기국회 일정의 도미노 차질도 불가피하다. 국감에 이어 시작되는 새해 예산안 심의도 시간에 쫓겨 졸속 처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여야가 12월 2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여야가 예산안 처리 시한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예산안이나 법안을 놓고 자칫 국회가 파행할 경우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정치적 논란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국감 시기를 고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선박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한다..’세계최초’ 대체 왜?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선박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한다..’세계최초’ 대체 왜?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선박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한다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가 시작됐다. 해양수산부와 수중구난업체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19일 세월호 인양을 위한 첫 수중조사에 착수했다.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착수는 실종자 9명을 남긴 채 수색작업을 종료한 지 281일 만이다. 세월호는 선박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세월호 규모의 선박을 절단 없이 통째로 인양한 사례는 없다. 특히 ‘실종자 9명이 남아있는 배’를 육상으로 인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세월호는 맹골수도 수심 약 44m 지점에 뱃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좌측면이 바닥에 닿은 채 누워 있다. 6825 톤급인 세월호는 침몰 후 조류·뻘 흡착력 등을 고려했을 때 수중 무게가 8500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4월 22일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한 후 인양업체 선정을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거쳐 7월 5일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이달 15일 중국인 잠수사 96명 등 약 150명을 태운 바지선과 예인선을 한국으로 가져와 세월호 침몰 지점에 닻을 내리고 해상 기지를 구축했다. 이들은 응급상황이 없는 한 육지에 오르지 않고, 수온이 낮아져 잠수가 불가능해지기 전인 10월 말까지 해상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중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사진=뉴스 캡처(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사설] 사회 혼란만 부추기는 SNS 괴담

    중국 톈진항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의 후폭풍이 만만찮다. 지난 12일 사고가 발생한 뒤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거 없는 괴담들이 퍼져 나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뜬소문은 중국에서 먼저 번졌다. 중국의 SNS 웨이보와 웨이신 등에는 “사망자가 최소 1000명에 이른다”, “반경 1㎞ 이내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상점들이 약탈당했다” 등의 루머가 나돌았다. 이번 사고로 톈진항 물류창고에 보관했던 시안화나트륨 700t이 외부로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은 루머 확산에 불을 지폈다. 시안화나트륨은 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 성분인 데다 공기를 통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할 가능성마저 제기돼 중국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유독물질이 바람을 타고 160㎞ 떨어진 베이징까지 날아갔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국내 SNS에는 “비가 오면 더 위험하니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대처 요령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왜곡·과장된 루머들까지 나도는 것은 문제다. “주중 미국대사관이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런 내용이 119안전센터 등에 전달됐다”는 등 그럴싸하게 포장된 글들이 SNS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봄철마다 황사 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 국민으로서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당국은 사고 당일 한반도 쪽으로 바람도 불지 않았다는 자료까지 제시하며 이 같은 글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괴담에 쉽게 휩쓸린다. 활자의 신뢰성과 SNS의 신속성이 결합한 결과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괴담이 전염병처럼 번져 사회 혼란을 부추겼지만 나아진 게 없다. 괴담은 괴담에 그치지 않고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고, 세월호 사고 때에도 확인되지 않은 괴담들로 극심한 사회 갈등을 겪었다. 최근 DMZ 내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서는 “(정부의) 자작극이다, 정치적 꼼수다”는 근거 없는 괴담이 나돌기도 했다. 정부는 국민이 괴담에 현혹되지 않도록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처럼 괴담을 유포한 SNS 계정 수백 개를 폐쇄, 정지시킬 수는 없겠지만 거짓 정보로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을 지켜보고만 있어도 곤란하다.
  •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착수, 수색종료 281일 만에..“중국인 잠수사 96명 수중작업”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착수, 수색종료 281일 만에..“중국인 잠수사 96명 수중작업”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착수, 수색종료 281일 만에..“중국인 잠수사 96명 수중작업”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해양수산부와 수중구난업체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이 19일 세월호 인양을 위한 첫 수중조사에 착수했다.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착수는 실종자 9명을 남긴 채 수색작업을 종료한 지 281일 만이다. 세월호는 맹골수도 수심 약 44m 지점에 뱃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좌측면이 바닥에 닿은 채 누워 있다. 6825 톤급인 세월호는 침몰 후 조류·뻘 흡착력 등을 고려했을 때 수중 무게가 8500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 4월 22일 세월호를 인양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식 발표한 후 인양업체 선정을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거쳐 7월 5일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상하이샐비지는 이달 15일 중국인 잠수사 96명 등 약 150명을 태운 바지선과 예인선을 한국으로 가져와 세월호 침몰 지점에 닻을 내리고 해상 기지를 구축했다. 이들은 응급상황이 없는 한 육지에 오르지 않고, 수온이 낮아져 잠수가 불가능해지기 전인 10월 말까지 해상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수중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에 필요한 예산 851억원을 잔존유 제거·유실방지 작업 후 25%, 세월호 선체인양 및 지정장소 접안 시 55%, 육지로 끌어올린 후 20% 등 세 차례로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드디어 시작했구나”,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실종자 잔해라도 찾을 수 있기를”,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중국 인력이네”, “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잠수사 건강에도 유의해야 할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뉴스 캡처(세월호 인양 첫 수중조사)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우릴 공직으로 이끈 건 세월호 사고, 국민안전 위해 역량 발휘… 보람 커”

    “우릴 공직으로 이끈 건 세월호 사고, 국민안전 위해 역량 발휘… 보람 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낯선 공직사회에 새로운 삶을 걸게 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국민안전처 민간개방형 직위 ‘4인방’으로 불리는 이들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2층 국무위원식당에서 서울신문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입을 모았다. 서기관급으로 과장직인 변지석(50) 재난보험과장, 이동경(54) 사고조사담당관, 김용상(50) 민관지원담당관, 윤여송(54) 재난대응담당관이 주인공이다. 변 과장은 보험상품 개발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밝다. 미국에서 토목공학 석·박사를 딴 뒤 국내 대기업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원과 방재컨설팅 팀장을 지냈다. 나머지 3명은 지난해 말 안전처 출범과 함께 신설된 특수재난실 소속이라 전문성을 띤다. 이 과장은 인간공학 박사라는 경력을 뽐낸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창립 멤버로 교육실장과 대학 조교수를 거쳤다. 김 과장은 대한적십자사 재난구호 강사 출신으로 자원봉사업무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윤 과장은 1987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안전공학 전공에 도전해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미국 화재폭발조사관 자격증 소유자이기도 하다. ●“공직에서도 진정한 전문가 될 것” 먼저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꾼 까닭을 물었다. 4명은 이전에 비해 월급은 적지만 한층 더 보람을 느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변 과장은 “필요악으로 통하는 보험에 얽힌 것들을 잘 풀어야 문제점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소신을 실현하는 마당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윤 과장은 “기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을 위해 쓰려고 대학 강단에 섰는데, 공직에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만나 지원했다. 학교는 나중에 다시 가면 되는 건데 집안에서 많이 반대해 설득하느라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제3의 길’에서도 진정한 전문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이 공직에 입문한 데엔 특별한 점이 있다. 안전처 관계자는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적십자사에 의뢰해 추천을 받았을 정도로 비중을 뒀던 분야”라고 귀띔했다. 세월호 사고 때처럼 민간과의 협력, 특히 자원봉사 분야를 강화할 참이었는데 적임자를 찾는 데 뜻밖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2011년 경기 북부 지역 수해와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 아이를 찾아 달라거나 나무를 붙잡고 울먹이는 피해자 가족들을 보고 정부와 국민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되뇌었다. 이 과장은 “어느 분야나 사고 땐 빨리 덮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바로 사고 조사에 대한 전문성이며 이론을 강의한 경험을 잘 녹여 기여하고 싶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그는 또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한화케미칼 사고 현장에 갔을 때 고용노동부, 환경부, 경찰, 해당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의 태도에서 나 자신도 컨트롤타워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며 웃었다.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윤 과장은 “2012년 경북 구미시 불산 누출 사고 때 2박 3일간 원인 조사를 맡았는데 초기 대응에 큰 문제점이 있는 것을 발견한 뒤 정부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보람을 느낀 바 있다”고 귀띔했다. 김 과장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종합상황실에서 한달이나 일하며 제대로 공직을 경험했다”며 “특히 감염병 관련 첫 대규모 자원봉사 사례로 전국 4만 4160여명을 기록해 보람이 더 컸다”고 밝혔다. ●“전공?… 접목하지 못할 분야 없어” 4인방은 후배들을 향한 도움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과장은 “무엇보다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데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추세에 비춰 진로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도전할 만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접목하지 못할 분야가 없다. 다만, 안전에 대해 확고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학과를 졸업한 김 과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도 떠올리는데 인문학을 전공했더라도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으면 얼마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과장은 “업체에서 재난 방지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며 안전업무 경력자 공채를 계속 늘리고 지자체도 방재·안전직렬을 우대하는 등 민관 모두에서 인식에 변화를 보이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글 사진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세월호 인양 중국 작업선 현장 도착

    세월호 인양 중국 작업선 현장 도착

    지난 15일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인양 계약을 체결한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소속의 크레인 작업선(1만1706t)인 다리(大力)호와 예인선(450t)인 화허(華和)호가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현장에 도착해 현장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 연합뉴스
  • 자발적 해난구조 실비 보상 검토

    지난 9일 오전 9시 30분쯤 전북 부안군 위도 남쪽 4㎞ 해상에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던 어선(7.93t)이 민간해양구조대 소속 선박의 도움을 받아 벌금항으로 안전하게 예인됐다. 앞서 8일 낮 12시 36분쯤 인천 서구 세어도 선착장 앞에서 레저보트(0.5t)가 기관 고장으로 바다 위를 떠돌다 역시 민간해양구조대 선박을 따라 영종도로 무사히 예인됐다. 같은 날 11시 10분쯤 아라뱃길 서해갑문 앞에서는 한강으로 항해하던 세일링 요트가 갯벌에 얹혀 오도가도 못하다 민간 선박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16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민간해양구조대엔 모두 1763척이 참여하고 있다. 7만 2000여척에 이르는 전국 어선 가운데 2.4%를 차지한다. 특히 최근 3년(2012~2014년)간 서해지방해양본부 관할 해역에서 거둔 구조실적 3067건 중 민간구조대가 255건(8.3%)을 맡았다. 해경 2368건(77.2%), 일반 어선 245건(8.0%), 기타 199건(6.5%)이었다. 구조대에 지정되지 않은 어선까지 합치면 민간 구조실적은 전체의 16.3%나 된다. 그러나 최근 발효된 수상구조법(종전 수난구호법)에 따라 민간해양구조대로 지정되지 않거나 해양관서로부터 구조 협조를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 구조활동을 한 경우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문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정 선박에는 유류비 외에 8시간 이하 5만원, 초과 땐 시간당 8000원씩 주도록 돼 있다. 안전처는 민간해양구조대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개선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지역 해역에 밝은 어선의 지원이 절실해져서다. 먼저 자발적으로 해난구조에 참여한 경우 사후 증빙을 통해 실비로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구조의 위험을 감안해 의용소방대(기본수당 시간당 1만 160원) 수준 이상으로 수당을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올 국감 연기론 ‘솔솔’

    여야 원내지도부는 17일 회동을 갖고 당초 9월 초로 예정됐던 국정감사 일정 조율에 나설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여야는 다음달 4일부터 국감을 시행하기로 잠정 협의한 바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보장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 등을 선행조건으로 내걸면서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피감기관 및 증인·참고인 선정을 오는 28일까지 완료해야 잠정 합의대로 다음달 4일 국감을 시작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간은 더욱 촉박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을지연습 기간이 중간에 겹치며 국방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원회는 9월 국감을 준비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면서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5일 국감이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대여 협상엔 연계전략 일관… 당내선 불안한 동거

    대여 협상엔 연계전략 일관… 당내선 불안한 동거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 원내대표의 그간 행보는 대여 협상의 최전선에 있는 원내 수장으로서의 역할과 당내 비주류의 이해관계를 책임져야 하는 역할 사이의 딜레마로 요약된다. 대여 협상에서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에도 연계전략으로 야당의 이익을 관철하려 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는 국회법 개정안 수정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요구를, 총리 후보자 인준 때는 변호사법 개정 요구 등을 연계하는 식이었다. 국회법 수정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정국’으로 이어지며 여권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유의 연계전략과 지연전술 등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무엇보다 실제 얻어낸 것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대여 협상에서 주도권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원안을 대폭 수용하면서도 법인세 인상 등의 요구를 확실히 관철시키지 못했다.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에 세월호 후속 대책과 국가정보원 해킹에 대한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원 해킹 의혹과 경제민주화 등의 이슈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이 원내대표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내 지도부로서는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만 갖고 고민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개혁과 선거제도 개편 등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신당설·탈당설 등 야권의 갈등 문제도 이 원내대표의 또 다른 숙제다.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직 인선에 반발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등 당내 주류와 ‘불안한 동거’를 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오는 17일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각종 현안과 향후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재인 “분단장벽 허물 때까지 미완의 광복..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문재인 “분단장벽 허물 때까지 미완의 광복..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은 적대와 대결을 반복하는 분단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날 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열린 ‘남산 거북이 마라톤’에 참석해 축사에서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남과 북이 다시 하나가 될 때까지 우리에게 광복은 미완의 광복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도 우리는 통일을 향해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사건으로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70년 동안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이뤘지만,그냥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독립을 위한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정신과 민주화를 위한 많은 희생과 헌신,경제성장을 위해 땀 흘린 국민의 근면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복 70년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자축하면서,또 한편으로 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새기면서 70년 전 순국선열들이 하셨던 것과 같은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함께 힘차게 달리자”고 말했다. 행사에는 6·25 참전유공자들도 참석, 문 대표가 다가가 인사하자 유공자 보상에 더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6·25 및 월남전 참전수당,특수유공자와 고엽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전부 ‘민주정부’ 시절 한 일이지만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세월호 유가족에 수십억을 썼는데 연평해전 장병에 대한 보상금이 3100만원에 불과하다“라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연평해전 장병들에게는 국민성금까지 합해서 4억원 이상씩 보상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세월호 사망 12명 배상·위로금 총 41억 7000만원 지급하기로

    정부가 세월호 사고 희생자 12명에 대해 37억원의 인적 배상금과 4억 7000만원의 국비 위로지원금 등 총 41억 7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4·16 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13일 제9차 심의를 열어 배상금과 위로지원금 지급을 의결했다. 경기 안산 단원고 희생자에 대해서는 1인당 4억 2000만원 안팎의 배상금과 5000만원의 국비 위로지원금이 지급된다. 심의위원회는 이날 생존자 6명에 대해 모두 1억 6000만원의 인적 배상금과 1인당 1000만원씩의 국비 위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배상금을 받은 희생자 2명에 대한 위로지원금 8700만원도 의결했다. 이날까지 세월호 희생자 304명 가운데 72명, 생존자 157명 가운데 8명에 대한 배상금 지급이 결정됐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청년층 67% “한국 국민으로 자긍심 있다”

    청년층 67% “한국 국민으로 자긍심 있다”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전생에 죄가 많으면 조센징으로 태어난다.’ 일부 젊은이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고 비하하며 만든 ‘헬조선’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 중 일부다. 한국의 20·30대는 나라를 개혁하기보다 이민을 떠나려 하거나, 입시·취업·생계의 고통을 ‘헬’(지옥)이라고 표현하며 기성세대에 반발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10명 중 7명꼴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세대 갈등이 심화되기보다 아직도 세대 통합의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13일 통계청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9~29세 중 67%가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30대(64.4%), 40대(69.5%)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60대(80.7%)보다 겨우 13.7% 포인트가 낮다. 심지어 2013년 조사에서 두 연령대의 격차인 14.1% 포인트보다 줄었다. 20·30대 젊은 세대가 이민을 원한다지만 이민도 줄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국적상실자 또는 이탈자는 2010년 2만 2865명에서 지난해 1만 9472명으로 14.8%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는 9340명이었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 말에는 1만 8680명으로 더 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6·25전쟁의 극복이나 1970년대 ‘한강의 기적’ 등 산업화 과정에서 애국심을 느꼈다면, 20·30대 젊은 세대는 월드컵, 한류 등 대규모 문화체육 이벤트를 통해 자긍심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지속적인 경제적 불황이나 세월호·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건 등으로 젊은 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어 사회통합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끼는 비율은 2013년 80%에서 지난해 71.4%로 떨어졌다.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에서 특히 세대 간 차이가 드러난다. 19~29세의 응답 비율은 13.9%로 60~69세(30.8%)의 절반에 못 미쳤다. 역시 일자리와 주거가 문제다. 지난달 20대 고용률은 58.7%였다. 지난해 15~24세 고용률도 25.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9.7%를 크게 밑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결책으로 “정부 등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사회적 신뢰관계가 깨지면 세대 간 갈등도 심화되고 생활 피로감도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OECD 소속 국가 중 세대 간 자원배분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젊은 세대가 불이익을 당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증세의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내년도 예산 덜 늘리고 청년일자리에 더 쓴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덜 늘리기로 했다. 전년 대비 예산 증액 폭은 올해(5.5%)보다 다소 낮은 4~5% 사이로, 총예산은 390조원 안팎에서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예산의 경우 청년 일자리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취업률이 높은 폴리텍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고 지방대 학생들이 방학 기간 폴리텍대학에서 취업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도 만든다. ●올 증액 폭보다 낮은 4~5%… 당정 협의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내년도 예산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 경제 활성화에 예산을 많이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 예산의 증액 폭을 낮게 가져가는 이유는 올해 이미 11조 5639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올해 예산이 ‘안전’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처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년에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던 ‘보건·의료’ 예산은 소폭 증가에 그친다. 이미 추경에 메르스 예산이 대부분 반영돼서다. ●취업률 높은 폴리텍大 지원 예산 늘려 청년 일자리 예산은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 취업률이 85.8%였던 폴리텍대학의 운영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폴리텍대학은 삼성전자 반도체 과정, 현대자동차 과정 등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기업에서 졸업생을 바로 채용하는 이유다. 최근 기재부에 폴리텍대학을 지어 달라는 지자체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폴리텍대학을 신설하면 학생 수가 급감한 지방대의 운영이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부터 지방대 학생이 방학 동안 폴리텍대학에서 실험, 실습을 할 수 있는 취업 교육과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기재부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이날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에 대한 당정 협의를 열었다. 새누리당도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창업,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 예산을 대폭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카드론의 수수료를 내리고 전통시장 전기요금을 깎아 주는 방안도 예산에 넣도록 주문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당정은 청년 취업과 일자리 확충, 취약 계층 보호 강화에 최우선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내년에는 그동안의 국정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4대 구조 개혁,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등의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의정 포커스] “메르스 사태 정신적인 충격…전염병 대응 조례제정 추진”

    [의정 포커스] “메르스 사태 정신적인 충격…전염병 대응 조례제정 추진”

    “이번에 메르스 사태를 겪고 보니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해 우리가 너무 손 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2일 도봉구의회에서 만난 박진식 구의원은 “메르스 등 전염성 질병 대응을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올해 안에는 성과물이 나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부터 지역의 의용소방대 활동을 해 온 박 의원은 유난히 안전에 관심이 많다. 도봉산 등반로의 안전시설이나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대책 등에 앞장서 온 박 의원이다. 그에게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대형 안전사고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충격은 그의 안전에 대한 시야를 넓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에 이어 올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다”면서 “특히 우리가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어 정부와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메르스 방역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때도 안전기금을 써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시간이 지체됐다.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이런 부분을 명확하게 할 것”이라면서 “현재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과 함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문제에 대한 시선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지역 안전지킴이로 소문난 박 의원이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환경’이다. 특히 우이천 생태복원에는 자신도 한몫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의정활동을 통해 우이천에 생활오폐수가 유입되지 못하게 막는 정화조 보수작업을 진행하게 만들었다”면서 “그 결과 현재 우이천에선 잉어, 붕어는 물론 모래무지, 버들치 등 물고기 1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왜가리와 쇠백로, 청둥오리 등 다양한 조류도 볼 수 있게 됐다. 박 의원은 “잘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그 기본이 되는 안전과 환경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독박(讀博) 육아일기](21) 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 올해 초, 복직을 앞두고 드디어 미용실에 갔다. 모유 수유도 끝냈겠다, 2년여 만에 파마를 하기로 결심했다. 단발머리가 예쁜 연예인의 이름을 말하며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슬쩍 말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어떤 종류의 파마를 할 것인지 물었다. 셋팅이냐, 디지털 펌이냐 그런 질문이었다. 듣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 “무조건 오래 가는 거요” 아차, 너무 아줌마 같았다. 내가 이런 답을 할 줄이야. 미용실에 자주 갈 수가 없으니 예전처럼 “더 자연스럽고 예쁜 거요”라는 말 대신 다른 말이 나와버렸다. 결국 처음 말했던 연예인은커녕 그냥 흔한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됐다. #.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아줌마처럼 안 보여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무심코 튀어나오는 행동들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허겁지겁 먹던 버릇이 들여져서 한 시간 동안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데도 왠지 마음이 급하다. 배가 부른데도 밥을 남길 수가 없다. 여럿이 차를 마시러 갔을 때 혹시 챙겨온 빨대나 플라스틱 숟가락이 남게 된다면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에서 우유를 사면서 한 개씩 받는 얇은 빨대를 안 쓰고 가방에 넣어두기도 한다. 아이에게 요구르트를 먹일 때 쓰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막상 필요할 때는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많다 보니 뭔가 여유가 있을 때 ‘쟁여두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 아기를 낳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생아를 데리고 혼자 마트에 갈 수는 없었고, 스마트폰 하나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배달되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 게다가 택배기사의 친절한 배송문자는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것은 순전히 집에서 아이를 보는 엄마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추측했다. 복직을 한 뒤 초반에는 도저히 동네 슈퍼마켓도 갈 여유가 없었기에 더욱 온라인 쇼핑에 의존했다. 4월 어느 날 출근길 ‘대박’ 쿠폰이 떴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20여분 만에 기저귀 세 팩, 아기 세탁세제 두 개, 아기 바디위시 두 개, 아기 로션 두 개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까지 끝내니 딱 광화문역에 도착했다. 그게 어찌나 뿌듯하던지. 마치 엄청나게 어려운 기사를 마감 시간에 맞춰 다쓰고 데스크까지 가뿐하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 같았다. 분명히 출근길이었는데 그 날 할 일을 다 끝낸 것 같았다. 그 기분이 너무 생소해 바로 SNS에 남겼다. #. 아기 아빠가 된 지 얼마 안 된 지인과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다 “와이프가 왜 이렇게 택배를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퇴근하고 보면 집에 매일 새로운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고 황당해 했다. 너무 뜨끔했다. 어제도 우리 집에는 택배가 세 상자나 왔다. 물티슈 한 박스와 아이가 마실 우유 두 박스, 그나마 나머지 하나는 내가 읽을 책이었다. 오늘은 기저귀 한 박스가 또 올 예정이다. 아마 우리 남편도 가끔 퇴근길에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져다달라는 메시지에 “도대체 만날 뭘 이렇게 사들이는 거야”라고 투덜댈 거다. 육아용품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해서 오프라인에서 한 번에 사기가 쉽지 않다. 거리가 좀 있는 대형 육아용품 매장을 찾아가야 하는데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짬을 내 스마트폰으로 장을 본다. 계속해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지만 정작 내 것을 사는 일은 별로 없다. 할인쿠폰이 떴다는 정보가 지역 카페에 올라오기만 하면 곧바로 출산·유아동 코너에 접속하게 된다. 기저귀와 물티슈가 이미 쌓여있으면 목욕용품, 로션, 주스, 우유, 장난감까지 휙 훑는다. 아, 내 옷을 산 일도 한 번은 있다. 집에서 입을 넉넉한 면 티셔츠와 레깅스였다. 합쳐서 1만원이 조금 넘었다. 그렇다고 나를 위해 아예 돈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돈을 열심히 모으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백화점에 구경가서 여성복이 있는 3층은 건너뛰고 무조건 유아·아동 관련 매장이 있는 5층부터 올라가는 게 큰 변화라면 변화다. 다 둘러보고 나면 곧바로 지하 식품관으로 이동하는 것도 그렇다. 예전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돈 1만원, 2만원이 결코 쉽게 생각되지 않는다. 그 돈이면 아이의 장난감을 중고로 사줄 수도 있다. 꽤 오랫동안 즐겁게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만원의 행복’을 맛봤다. 그렇다 보니 가끔 내가 1만원이라도 손해볼 일이 생기면 혹시나 다시 받을 일이 없을까 온갖 궁리를 하고, 2000원짜리 상품권도 귀하다. 온·오프라인의 각종 쿠폰과 적립금이 소중해졌다. 며칠 전에는 못 받고 놓쳤던 적립금을 전화를 걸어 다시 받기도 했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이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소시지 반 조각이라도 집어먹으면 아주머니께 죄송해서 무조건 그 상품을 사들고 왔던 나는 이제 시장에서 할머니들에게 깎아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장을 보고 짐이 양손에 한 가득인데도 안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번쩍 안아들고 집까지 도착하면, 그 순간 내가 슈퍼우먼이 된 것 같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많이 달라졌고, 계속해서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지만 점점 내가 ‘아줌마’라는 말에 가까워지고 있음도 실감한다. 사실 아줌마스러운 게 뭘까, 콕 찝어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도 문득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받아들이는 일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아기를 낳으면서부터다. 그런데 썩 나쁘지 않다. 지금 나는 ‘아줌마’라는 말의 경계에서 점점 기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기를 품고 있을 때에만 하더라도 “출산을 해도 아줌마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 뜻은 아마도 몸무게가 잔뜩 불어있는 채로 자기 관리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이 오로지 아이에게만 매달리며 집착하는 엄마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으리라.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기관리는커녕 나조차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말이다. 또 억척스럽고 어디서나 목소리를 드높이는 그런 모습을 막연하게 아줌마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시절 엄마가 시장에서 “깎아달라”고 말하는 게 왜 그렇게 창피하던지. 아마 그 모습을 두고 ‘아줌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미혼 여성들의 왠지 모를 싱그러움이 여성이라면 당연히 지속해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내 몸 밖으로 나오면서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살이 찌고 온 몸이 쳐져버려서 겨우 두 계절 전에 입던 옷이 안 맞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는 있지만, 솔직히 외모를 제외한 나의 변화들이 때로는 반갑다. 몸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마음가짐도 새로워졌다. 뱃살에서 인격이 나온다더니, 바람빠진 풍선 같은 배에서 어떤 깨달음이라도 나오고 있는 것인가. 아줌마가 뭘까, 내가 어떨 때 아줌마 같다고 느끼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생각과 행동의 모든 우선순위가 아이에게 있다는 점이다. 쇼핑을 해도 아이 것 먼저, 밥을 먹어도 아이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르 듯이 아이의 존재는 내 생활의 소소한 부분부터 일을 하는 데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아기를 하루종일 남의 손에 맡기고 일을 하는 엄마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굳이 일을 계속하려고 붙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컸을 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였다. 나에게 ‘자아실현’은 이제 나 혼자 잘나는 게 아니다. 내 아이가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 큰 목표가 됐다. 가장 어리고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이 때 하루종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지만, 몇 년이 지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성장하다 보면 엄마의 일이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아이를 위해서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회사 생활도 예전과 달라졌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좀 더 개념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된다는 부담감도 생겼다. 만약 내가 일에 소홀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것은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향한 것이 될 수도 있다. 후배들에게 “저 선배 애는 되게 불쌍하다” 이런 말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밖에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OO엄마’로서의 것이 된다. 나의 가벼운 행동들이 나중에 우리 아이에게 화살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조심스럽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는 내 앞에 주어진 일에만 급급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같은 회사 선후배들과 따로 만나 밥 한 번 먹기도 어려웠다. 아쉽기는 했지만 내 앞가림하기도 정신이 없었기에 이런저런 핑계로 넘겼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고 모든 관계가 단절됐을 때, 나는 같은 회사 사람, 취재원들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했던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 때는 밥을 먹는 시간마저 취재를 해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고, 어쩌다 한 번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혼자 샌드위치를 사먹는 게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해 나는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먹는 것이 간절했다. 모처럼 외출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아기를 안고 서서 밥을 먹었을 때에는 그토록 어렵고 불편했던 시어머니의 얼굴까지 떠올랐다. 회사 후배라고, 또 출입처의 기자라고 해서 나를 만났을지라도 일부러 나에게 연락을 해서 날짜를 잡고 귀한 시간을 내 한 시간 남짓 한 식탁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했던 모든 일이 새삼 고마웠다. 휴직 중인데도 아기와 함께 나오라며 밥을 사준 선배와 취재원들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다시 사회로 돌아오니 모든 관계가 소중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내내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게 후회가 될 수 없었다. 이제는 고마우면 고맙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연락을 걸어 약속을 잡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솔직히 얘기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서운하다고 뒤에서 마음 꽁하게 있지 않을 것이고, 풀리지 않을 오해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꼬지도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운 만큼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 뿐 아니라 회사 선배들은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후배들은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자녀들이다. 감히 가볍게 여기고 함부로 대할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인간관계라는 게 이렇게 마음 먹는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전에는 이런 생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전히 누군가 “아줌마 안 같다”고 말해주면 자동적으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외적인 문제인 것 같다. 사실은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쭈뼛거리며 제대로 말도 못 했던 소심한 성격에서 조금씩 용기가 붙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하는 게 너무 즐거워 깔깔거리며 아줌마 웃음을 내뱉는 내가 좋다. 보고싶었던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고 하고싶었던 말을 전하면서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나 싶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어떤 아줌마가 돼있을지도 궁금하다. 계속해서 뱃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며 안간힘을 쓰겠지만, 살과는 별개로 내 삶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성숙해진다는 것이 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갖게 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아줌마가 되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12)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13)온종일 놀면서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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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작 vs 신작… 하반기 뮤지컬 시장 판세는 어디로

    흥행작 vs 신작… 하반기 뮤지컬 시장 판세는 어디로

    해마다 전통 있는 공연제작사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지던 연말 뮤지컬 시장이 올해만큼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에 대형 신작을 쏟아 내던 제작사들은 신작 대신 기존의 흥행작들을 내놓는 반면 연예기획사 등 외부 업계가 새롭게 뮤지컬 시장에 뛰어든다. 공연계의 불황 속에 기존 제작사가 ‘안정’ 노선을 걷는 가운데 신생 제작사의 ‘도전’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여름 한차례 ‘뮤지컬 대전’을 치른 제작사들은 하반기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8월부터 연말까지 공연 예정인 대극장 뮤지컬 중 신작은 ‘신데렐라’(엠뮤지컬컴퍼니), ‘오케피’(샘컴퍼니) 정도다. 9월 라이선스로 초연될 예정이던 프랑스 뮤지컬 ‘1789 바스티유의 연인들’(마스트엔터테인먼트)은 현지 제작사 측의 문제로 취소됐고, 11월 막을 올리려던 대형 창작뮤지컬 ‘마타하리’(EMK뮤지컬컴퍼니)는 완성도를 위해 내년 초로 미뤄졌다. 대신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시카고’, ‘베르테르’, ‘레미제라블’ 등 각 제작사의 대표 레퍼토리들이 대극장을 채운다. ‘형제는 용감했다’(PMC프로덕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오디뮤지컬컴퍼니) 등 중극장 작품들이 3년 만에 돌아오며 지난해 라이선스 초연된 ‘원스’(신시컴퍼니)와 2009년 마지막으로 공연된 ‘로미오 앤 줄리엣’(마스트엔터테인먼트)은 내한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들여올 만한 해외 신작이 더이상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원인이지만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에도 흥행하는 공연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서 “투자 유치에도 용이한 인기 레퍼토리들로 불황을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연예기획사와 영화제작사 등이 침체된 뮤지컬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뮤지컬계 ‘블루칩’인 JYJ 멤버 김준수가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자회사 씨제스컬쳐를 설립하고 뮤지컬 ‘데스노트’를 제작해 전석 매진을 이어 갔다.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는 지난해 첫 제작 작품 ‘싱잉 인 더 레인’에 이어 다음달 자사 소속 아이돌들을 대거 출연시킨 ‘인 더 하이츠’를 국내 초연한다. 뮤지컬배우 옥주현과 김무열을 보유한 프레인글로벌은 뮤지컬헤븐 박용호 대표를 프로듀서로 영입해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에 나선다. 첫 작품은 뮤지컬헤븐의 대표작이었던 ‘넥스트 투 노멀’(12월 개막)이다. 신생 제작사들의 이 같은 도전이 뮤지컬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는 “새롭게 뛰어드는 연예기획사들은 자금력과 마케팅 노하우, 스타 매니지먼트, 해외 네트워크 등에 강점이 있다”면서 “변화가 필요한 뮤지컬 시장에 전문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손익분기점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스타를 앞세워 공연을 올려도 큰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제작사의 뮤지컬 도전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영화배급사 뉴가 2013년 제작비 50억원을 쏟아부어 내놓은 대형 창작뮤지컬 ‘디셈버’는 낮은 완성도로 혹평을 받았다. 영화사 명필름이 제작해 경기도 파주에 있는 자체 공연장에서 이달 말 초연할 예정이었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공연장 시설 문제로 개막 3주를 앞두고 취소됐다. 이 교수는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는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기존의 제작 방식과 노하우를 존중하는 것이 성공의 전제”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사설] 세계 꼴찌의 신뢰도, 사법부는 뭘 어떻게 할 건가

    사법제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그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제도를 신뢰한다는 우리 국민은 27%에 그쳤다. 10명 중 7명은 사법제도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 대상 42개국 중 꼴찌에 가까운 39위로 우리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등 3개국뿐이다. 무법천지로 인식되는 콜롬비아와 신뢰 수준이 거의 동급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야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까지 초라한 좌표를 드러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민 83%가 자국의 사법제도를 믿고 지지한다는 덴마크나 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딴 세상 이야기로만 들린다. 국민 불신의 골이 이렇게 깊어진 것은 사법부 스스로 자처한 결과다. 무엇보다 법조계의 뿌리 깊은 악습인 전관예우를 결정적인 불신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수소문해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그들의 입김이 판결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관행이 좀처럼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전관이란 이름으로 전화 한 통, 소송 서류에 도장 한 번 찍어 주는 것만으로 수천만원을 받는 풍토로는 법치국가라고 말하기조차 낯뜨겁다. 이 지경이니 사회적으로 가장 존경받아야 할 대법관 자리마저 퇴임 후 돈방석이 보장되는 요직쯤으로 여겨지는 판이다. “돈을 덜 써서 재판에 졌다”는 말이 공공연히 통하고, 국민들 입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와 비난이 끊이지 않는 이상 사법부와 사법제도가 존경과 신뢰를 회복할 길은 없다.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역시 34%로 민망한 성적이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한 민낯과 뿌리 깊은 관피아 유착,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공직 비리 등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메르스 사태가 이어진 올해 조사였다면 더 참담한 성적이 나왔을 수도 있다. 민생을 떠받쳐야 할 버팀목들이 국민 걱정거리가 돼 있다.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인식이 계속 이런 딱한 수준이라면 누가 무슨 수로 국가 발전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4대 개혁이 힘을 받기 위해서라도 국민 신뢰 회복은 발등의 불이다. 사법부의 부조리 악습 개혁, 정부의 대국민 소통 의지가 더 물러날 여지 없이 절박하다.
  • [씨줄날줄] 회장님의 침묵/주병철 논설위원

    독일 작가 마르크스 피카르트는 ‘침묵의 세계’라는 책을 통해 침묵을 이렇게 정의했다. “침묵은 인간을 포함해 세상 모든 것의 존재를 증명하는 제3자의 언어와 같다. 침묵은 말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말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우리는 침묵이란 언어를 잊고 있었을 뿐이다.” 뇌의학의 관점에서 침묵은 가치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지식 혹은 정보가 뇌에 입력될 때까지는 시간(침묵)이 필요한 데 쉴 새 없이 또 다른 지식이나 소음이 들어가면 이전의 지식과 정보는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또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 중의 하나인 충동과 욕구를 잘 조절해 주는 데도 침묵이 도움이 된다. 침묵은 때론 위력적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1월 13일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인 투손을 방문해 30분이 넘는 추모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우리 민주주의가 9살 난 최연소 희생자 크리스티나 그린이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는 대목에 이르러 그만 감정에 북받쳐 연설을 중단해야만 했다. 감정을 추스르느라 입을 다물었고 눈물을 보였다. 51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뉴욕타임스는 ‘국민과 소통한 극적 순간’이라며 극찬했다. 프레젠테이션의 귀재로 불렸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제품 설명 도중 말을 툭 끊는 것으로 유명했다. 청중의 관심을 끄는 ‘의도된 침묵’으로 늘 성공했다. 지난해 5월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 도중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다 말문이 막힌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도 눈길을 끌었다. 침묵은 반대로 난처하거나 사실을 숨기려 할 때 괜찮은 무기로 활용된다.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을 때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질문을 요구받는 누구라도 이를 애써 외면하지 못한다. 한때는 독재자들이 침묵을 방패막이로 활용했다.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저서 ‘건전한 사회’에서 “실제적인 관점에서 진리보다 침묵이 더 위대하다. 지도자들은 어떤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거나 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사실이나 쟁점을 처칠이 말한 ‘철의 장막’으로 둘러쳐 대중이 그것을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아주 떠들썩하게 반박하거나 논리적 반증으로 견강부회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고 했다. 침묵의 또 다른 얼굴이다.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에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요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러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 일각의 우려처럼 건강 이상설 등으로 말을 못 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왕자의 난’ 때 아들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걸 보고 얼른 문을 닫았다고 한다. 말도 잘 못 하고 정신도 오락가락했지만 본능적으로 다투는 모습을 외면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후문이었다. 적어도 신 회장도 ‘말의 침묵’보다는 ‘생각의 침묵’을 택했을 수 있다. ‘욕망의 침묵’은 아닐 테고.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배우 박해진 등 기부천사 40명 보건복지부 ‘행복나눔인’ 시상

    배우 박해진 등 기부천사 40명 보건복지부 ‘행복나눔인’ 시상

    ‘밥공장 사장님’ 임순자(82·여)씨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시장을 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임씨는 22년째 노인·장애인 무료급식소인 ‘자비의 집’에서 매일 250~300명분의 점심밥을 짓고 있다.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재옥(89)씨는 15년째 빈 병과 폐지를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틈틈이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매년 100만원씩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있다. 이씨는 15년간 모두 1500만원을 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렇게 나눔과 봉사 정신을 실천해 온 40명을 ‘행복나눔인’으로 선정해 10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복지부 장관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행복나눔인에는 세월호와 부산 수해 피해자를 후원하고 아동양육시설 수리비와 학원비로 5000만원을 기부한 배우 박해진(32)씨도 포함됐다. 나눔인 가운데는 소위 ‘잘나가는’ 사업가보다 형편이 어려운 데도 소외계층을 위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사람이 많았다. 건축폐자재처리업을 하는 김금주(46)씨도 결혼 후 화재로 하반신 전체에 화상을 입은 뒤 자신과 비슷한 고통을 겪은 화재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119행복기금’을 마련하고 2000만원을 기탁했다. 복지부는 “나눔 문화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도록 나눔기본법 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광복 후 국민이 생각하는 역사적 사건 1위는?

    광복 후 국민이 생각하는 역사적 사건 1위는 무얼까. 1950년 6·25전쟁 발발(72.2%)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최근 광복 70주년 특별사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광복 이후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꼽고자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국사편찬위원회 자료를 토대로 지난 70년간의 역사적 사건 390개를 선정한 뒤 통계전문 기관에 의뢰해 추출한 30개를 제시하고 응답자(성인 남녀 3천16명)가 그중 5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설문 조사는 이뤄졌다. 조사 결과, 국민이 생각하는 역사적 사건은 1950년 6·25전쟁 발발(72.2%)이 1위를 차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대회 개최(64.1%)와 1945년 8·15 광복(62.7%)은 각각 2, 3위를 차지했으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62.6%)과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개최(62.6%)는 공동 4위에 올랐다. 이어 2014년 세월호 침몰(60.0%),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59.5%),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58.1%), 1950년 6·25전쟁 인천상륙작전(57.0%), 1945년 38선 남북 분단(56.8%)이 10위 안에 들었다. 그렇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몇위 안에 들까. 언론은 설문 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10위가 넘어가는 역사적 사건은 언론 보도에서 볼 수가 없었다. 광복 이후 많은 역사적 사건이 있었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기사에 보이지 않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7위(51.7%)를 기록했기 때문에 ‘TOP 10 언론보도’에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 6·25 전쟁 이후 ‘동족 간 총뿌리를 겨눠’ 최대 희생자를 낸 사건인데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국민 사이에서 제대로 인식되고 평가 받고 있는지 광복 70년을 맞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돌려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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