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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 세월호 9주기 추모기간 운영…세월호기 게양

    경기도, 세월호 9주기 추모기간 운영…세월호기 게양

    경기도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12일부터 18일까지 1주일간 추모 기간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추모 기간 수원 광교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 수원 팔달구 옛 도청사 등 3곳의 국기게양대에 세월호 추모기를 게양할 예정이다. 세월호기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이라는 문구와 함께 노란 리본 그림을 담고 있다. 도는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아픔, 잊지 않았습니다. 경기도가 함께 하겠습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스탠드형 배너를 각 청사 출입구와 로비 등에 설치하고 같은 디자인의 웹 배너를 경기도청 홈페이지(gg.go.kr)에 게시한다. 광교 신청사 지하 1층 입구와 인근 신분당선 광교중앙역 4번 출구 앞에 대형 추모 현수막도 설치한다. 이와 함께 12일부터 14일까지는 노란 리본 배지와 기억 팔찌 등 추모 물품을 청사 출입구에서 직원들에게 배부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달도록 할 방침이다.
  • “세월호 희생자 잊지 않고 기억할께요”

    “세월호 희생자 잊지 않고 기억할께요”

    광주시교육청이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자 추모기간을 오는 16일까지 운영한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장우삼 부교육감 등 광주시교육청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 행사와 추모식을 갖고 희생자들의 영령을 기렸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세월호 희생자 9주기 기억 행사와 추모식을 열었다. 시교육청은 교육청 화단에 노란 바람개비와 리본을 설치했으며 색소폰 직원 동아리 회원들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 연주, 동영상 시청, 추모사를 낭독했다. 시교육청은 전시와 체험, 캠페인 등을 학생회가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추진할 수 있도록 58개교를 선정해 지원한다. 오는 15일 오후 2시 5·18민주광장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9주기 청소년 추념 문화제도 개최한다. 문화제는 관내 학교와 청소년기관 등이 참여해 다양한 전시와 체험부스를 통해 세월호를 기억한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세월호의 아픔이 남긴 과제가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있다”며 “광주교육은 우리 학생들에게 안전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김동연 ‘4·16 기억교실’ 방문…“별이 된 희생자들 잊지 않겠다”

    김동연 ‘4·16 기억교실’ 방문…“별이 된 희생자들 잊지 않겠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일주일여 앞둔 8일 안산시 단원구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지사는 기억교실 방문 뒤 SNS에 올린 글에서 “영원히 기억될 4·16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오늘 안산 4·16가족협의회와 단원고 4·16 기억교실을 찾았다”며 “언젠가 만날 그리운 가족을 위해 기운 내시고 씩씩하게 사시도록 유가족들께 위로를 드렸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우리 1400만 경기도민 모두 별이 된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며 “영원히 기억될 추모시설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16 기억교실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칸, 교무실 1칸을 구현한 것으로 학교에 보존돼 온 책상, 의자, 추모 물품과 개인 유품을 옮겨 원형 복원했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세월호 참사를 기리기 위해 옛 안산교육지원청 자리에 세워진 경기도교육청 직속 기관이다. 김 지사는 해외투자 유치 등을 위해 도 대표단을 이끌고 9~19일 미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 해외 출장에 앞서 기억교실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 공무원 합격해도 편의점 알바보다 돈 못번다고?…노량진 떠나는 공시생[취중생]

    공무원 합격해도 편의점 알바보다 돈 못번다고?…노량진 떠나는 공시생[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7일 찾은 서울 동작구 만양로에서는 ‘노량진 고시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군데군데 철문을 굳게 내린 고시원을 볼 수 있었다. 2019년 걸어둔 ‘합격 축하’ 현수막을 그대로 둔 독서실도 있었다. 15년 동안 노량진 고시촌을 지킨 한솔고시원도 다음 달이면 사라진다. 공시생(공무원 시험준비생)이 줄면서 건물을 허물고 대신 직장인도 살 수 있는 빌라를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솔고시원을 운영하던 김명숙(79)씨는 “온라인 강의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는 노량진이라는 등식이 깨졌다”며 “예전엔 9급 공무원이나 임용고시 준비생이 많았는데, 지금 노량진에 남은 건 경찰이나 소방 준비생 정도”라고 했다. 노량진에서 만난 김모(72)씨도 “이전엔 독서실 좌석 100개가 꽉 찼는데, 지금은 30명 정도만 꾸준히 온다”면서 “고시원 150실 중 90실은 공실이라 전기요금이 올라도 손님이 나갈까 봐 월세도 못 올린다”고 토로했다.도심 곳곳은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으로 3년 만에 활기를 띠고 있지만, 노량진 거리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컵밥 거리는 절반가량 문을 닫았고, 식당들도 ‘임대’나 ‘휴점’을 내걸었다.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들은 코로나19 유행이 매서울 때보다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아들과 도시락을 파는 유모(71)씨는 “2021년에는 하루에 160~170명은 왔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50개를 팔았다”면서 “평일에도 70~90명만 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노량진 일대에서 30년간 요식업을 한 조모(55)씨의 가게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조씨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험생들이 ‘노량진에 안 가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는 걸 느낀 것 같다”면서 “다른 상권과 달리 노량진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급 경쟁률 ‘31년 만에 최저’…“실질임금 하락” 공시생 감소는 노량진만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011년 93.3대 1에 달하던 9급 공무원 경쟁률은 올해 22.8대 1로 떨어졌다.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지원자는 12만 2000명대로 줄었다. 민간과 공직 간 보수 격차가 벌어지면서 공무원 준비는 점차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로 여겨졌다. 오랜 수험 생활 끝에 합격의 문턱을 넘은 이들조차 박봉을 받고 고된 일에 시달리는 걸 본 수험생들은 노량진을 떠났다. 인사혁신처의 ‘민관 보수수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4년 95.9%이던 민간 대비 공무원 임금은 2022년 82.3% 수준으로 떨어졌다. 노량진에선 “공무원 시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컵밥 거리에서 17년째 컵밥을 파는 60대 김모씨는 “밥을 먹으면서 학생들이 ‘공무원 합격을 해도 돈은 편의점 알바보다 못 번다’고 푸념한다”고 했다. 이는 한국노총이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2018년 9급 1호봉(144만 8800원)은 최저임금(157만 3770원)보다 12만 4970원 낮았다. 올해 9급 1호봉은 177만 800원으로 최저임금(201만 580원)과 23만 9780원 차이가 난다. 2015년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연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서 2016년 이후 입직하는 공무원에겐 연금마저 장점이 아니다. 경찰을 준비하는 조성진(26)씨는 “예전엔 1000명 정원인 현장 강의을 들으려 오전 6시부터 학원 앞에 줄을 섰다는데 지금은 500명 정도만 현장 강의를 듣는다”면서 “물가는 오르는데 연봉은 그대로니 이러다가 ‘나중에 연금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농담도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채용 감소로 포기도… 선발 안하기 전 합격해야” 공무원 채용 규모도 줄어들고 있어 공시생들은 하루 빨리 노량진 고시촌을 떠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올해 국가공무원 채용은 지난해(6819명)보다 423명 감소한 6396명이다. 검찰직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4)씨는 “예전엔 과에서 한 학번에 100명이 검찰이나 법원직 공무원을 준비했다는데 지금은 절반 수준”이라면서 “처우가 좋지 않다 보니 공부를 그만둔 친구가 많지만 검찰·법원직 선발 인원이 줄어들기 전에 합격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고 전했다. 교육행정직을 준비하는 주모(23)씨는 “강사들은 ‘노량진이 비상’이라고 한다”면서 “학원도 없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급해진다”고 했다. 중등 임용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모(24)씨도 “인구 감소로 교사 채용이 줄고 있다”면서 “‘내년이 지나면 선발 인원이 없을 수 있다. 올해를 목표로 끝내라’라는 강사의 말처럼 빨리 합격하고 싶다”고 했다.
  •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는 미국판 박근혜인가/윤창수 국제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는 미국판 박근혜인가/윤창수 국제부 차장

    법원에 출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은 한국인에게 낯익었다.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은 지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를 나선 뒤 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하는 모든 순간을 헬기까지 동원해 숨소리까지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2016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내려진 이틀 뒤 청와대를 나서 서울 삼성동 사저로 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거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던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양쪽으로 갈라져서 “미국”을 연호하거나 “잡아넣어라”고 외치는 모습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원에 출석할 때와 판박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포르노 배우와 잔 것이 불법인가? 누가 그러지 않는가?”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전·현직 대통령으로 역사상 처음 기소된 것이 성 추문 때문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탄핵당하지 않은 것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가지 혐의는 모두 ‘사업 기록 위조’로 선거법을 어긴 중범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뉴욕 카운티 검사는 민주당 출신으로 지명된 것이 아니라 공화당 출신 후보를 선거에서 누르고 당선된 선출직이다. 첫 유색 인종 출신 뉴욕 카운티 검사장은 ‘독단적 사이코패스’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저격과 지지자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기소를 끌어냈다. 브래그 검사는 사실 진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 유권자들에게 범죄 행위를 감추기 위해 사업 기록을 반복적으로 위조하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자신의 성 추문을 감추기 위해 돈을 준 기록을 위조해 미국 유권자들을 기만한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다. 내년 11월 열리는 미 대선은 앞으로 19개월 남았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됐던 2020년 선거와 달리 2024년 대선은 분노와 독설이 난무하는 악성 선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뉴욕까지 개인 전용기로 날아가는 ‘법원 출석 쇼’로 공화당 대선 주자 경쟁에서는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 발표 이후 800만 달러(약 105억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브래그 검사는 내년 초 1심 재판을 시작하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 대선 유세 과정 중에 1심 판결이 나서 유죄가 되더라도 법적으로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에 기소된 혐의의 최대 형량은 징역 4년이지만, 줄줄이 기소가 기다리고 있다. 2020년 대선 패배 후 2021년 1월 조지아주 선거에 개입해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의혹에 대한 조지아주 지방 검사장의 기소가 임박했다. 이 외에도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연방 의회를 습격한 사태를 배후에서 선동했다는 의혹과 기밀 문건을 다량 자택으로 빼돌린 사건 등도 수사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인 최서원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탄핵당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유권자들을 속였기 때문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미국인들이 범죄자들만 하는 지문 채취까지 당하면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얼마나 지지할지 지켜볼 일이다.
  •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포토 다큐]

    아파도 뛴다… 취재 열정 ON[포토 다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는 1200여명의 상시·장기 출입기자가 등록돼 있다. 정당 회의실에 당대표 및 최고위원들이 입장할 때면 복도부터 카메라 셔터 소리가 커지면서 플래시 섬광이 번뜩인다. 당대표의 발언이 시작되면 셔터 소리는 더 빨라지고 발언을 받아 치는 기자들의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는 요란해진다.국회는 편한 출입처로 오해받지만 힘든 출입처 중 한 곳이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면 정장 차림의 취재기자들은 회의실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아 회의가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한국기자협회에 등록된 1만 1000여명의 기자는 사건·사고, 집회, 폭설, 태풍 등의 현장을 비롯해 경찰서, 시민사회단체, 기업, 정부 청사, 국회, 대통령실 등의 출입처에서 취재를 한다. 서울외신기자클럽에 소속된 세계 각국 100여개 언론사 250여명의 외신기자는 한반도 전역에서 현장 취재와 팩트체크를 원칙으로 전 세계에 한국의 소식을 전하고 소통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한때는 선망의 직업이었던 기자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고 있는 언론사 간 경쟁도 치열하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 사건으로 긴장을 늦출 수도 없으며 불규칙한 근무로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건 현장 어디든 기자들은 찾아간다.지난 2월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취재를 한 서울신문 곽소영 기자는 “잠을 잘 곳도, 씻을 곳도 없어 렌터카에서 차박을 하며 취재를 했고”, “무너진 건물 위에서 취재하다가 여진을 겪거나 어렵게 숙소를 구해 잠을 자다가 건물이 흔들려 급하게 대피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한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터라 걱정이 앞섰는데 포격당한 건물 잔해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임시거처에서 포격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돼 버린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눈물이 나와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취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대부분의 기자가 각자 자신이 위치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취재하지만 항상 응원받는 것만은 아니다. 4·16 세월호 참사 당시 무분별한 속보 전쟁으로 유가족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줘 기자를 조롱하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면서 ‘종이신문’의 몰락에 대한 우려가 생긴 지 오래다. 챗GPT가 모든 질문에 답은 하지만 사실 여부는 모른다. 인공지능(AI)도 정보가 있어야 어떤 판단이라도 내린다. 난무하는 가짜뉴스 속에서 치열한 취재를 통해 검증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레거시 미디어’ 기자들은 오늘도 현장에 있다.
  •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대중 곁으로 세계 속으로… 발랄하고 실험적인 K문학 플랫폼 만들 것”[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여성에 대한 억압과 페미니즘에 천착하는 시인은 많다. 형식과 내용에서의 시적 실험과 도전으로 고뇌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 시인들 또한 많다. 이러한 번뇌와 영광이 1969년 등단해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력(詩歷)을 가진 시인의 몫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는 젊은 뭇 시인들에게 극복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 웅숭깊은 사유 체계에 일상 속 존재로서 여성의 욕망을 시어로 덧입힌 시인 문정희(76)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국립한국문학관장을 맡아 한국문학의 체계적 정리와 보전, 전시 등을 통해 대중적 접점을 확대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한국문학의 시각과 방향은 궁극적으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문학을 빼면 세계문학이 허전해질 정도로 위상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지요.” 지난달 27일 ‘문정희 시인길’이 있는 서울 삼성동 경기고 앞에서 문 관장을 만났다. 그의 시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알바니아어, 히브리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됐고, 외국에서만 시집 14권이 출간됐다. 덕분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할 일도 많았다. 그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봤던, 문학을 멋지게 분류하는 방식과 체계 등을 우리 문학으로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서 여전히 변방에 가깝다. 문 관장이야 꽤 주목받는 시인이지만 여전히 세계 문단에서 이름 석 자로 통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우리 문학의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몇 년 전 그는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93)와 함께 중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난징에서 강연과 시낭송회를 한 뒤 중국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함께 자리한 아도니스야말로 매년 단골손님처럼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문 관장은 그때까지 중국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집도 없었다. 한국문학의 중국어 번역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기도 하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겠거니 했는데 한 대학생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시 ‘공항에서 쓸 편지’를 중국어로 낭송했고 이후 질문이 이어졌다. 여러 질문 중 “한국의 젊은 시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즉각 “나보다 젊은 시인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자신이 54년 동안 구축해 온 시 세계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문 관장은 “내 자랑처럼 얘기했지만 한국문학이 우리의 인식보다 위상이 높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시인의 삶보다 ‘문학 행정가’의 삶에 가깝다. 문 관장이 맡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은 아직 ‘실체’가 없다. 한국문학관은 올가을 공사를 시작해 2025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 17명 정도의 직원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건만 당장 문학관으로서의 건물이 없으니 많은 시민에게 존재감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만남 중에도 사무국 직원들의 전화를 연신 받았다. “건축 관련한 공정을 차질 없이 잘 챙기는 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문학 관련 작업들이 한창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집대성해 보관하고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면서 “돌아가신 하동호 공주대 교수, 김윤식 서울대 교수, 일본의 오무라 마쓰오 와세다대 교수 등이 평생에 걸쳐 모은 컬렉션은 한국문학과 관련해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품고 있어 보전 및 정리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한국문학 전공자인 오무라 교수는 지난해 말 90세가 넘는 고령의 나이로 한국을 찾아 문 관장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가진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안타깝게 별세했다. 문 관장이 한국문학가를 대표해 정성 가득한 부의를 보냈음은 물론이었다. 이 밖에도 문학평론가 김용직, 조연현을 비롯해 소설가 이문구, 최인훈 등이 생전에 모았던 주요 자료를 문학관에 기증하기로 해 한국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일궈 낼 예정이다. “이분들의 기증으로 문학관이 더욱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문학을 떠받친 기둥으로서 기억될 수 있도록 문학관 내부에 기둥을 세워 볼까 하지요. 궁극적으로는 시대와 현실과 엉켜 지낸 한국문학이 품고 있는 영광과 상처, 얼룩도 모두 안고 가야죠. 뛰어난 이도, 가여운 이도 모두 우리 문학의 자산입니다.” 시인 서정주(1915~2000)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학의 절대 경지에 올랐음에도 친일과 군사정권 시절의 얼룩진 행적은 그를 뛰어난 시인으로만 기억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복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정주 외에도 친일의 그늘이 드리워진 작가가 적지 않다. 한국문학관이 올해 준비하고 있는 기획전에서도 여전히 고민의 대상으로 남겨진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한국문학관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서촌, 북촌을 근거지 삼아 활동했던 근현대 대표 문인들의 전시회를 가졌다. 이상, 염상섭, 현진건, 윤동주 등의 작품과 초상 등을 비롯해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 등이 전시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면 개방한 청와대가 문학의 공간이 되면서 3주 동안 64만명이 찾은 성대한 문학전이 됐다. ‘지금, 여기’를 사는 시인으로서 현실과 어떤 형태로든 교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 또한 문학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자 했다. 실제 문 관장 역시 크고 작은 형태로 구체적인 현실과의 관계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쓴 ‘이별 이후’는 생때같은 어린 죽음에 대한 어른으로서, 부모로서의 추념을 담았지만 그 슬픔이 쉬 달래질 수는 없다. 1주기 때 ‘봄도 저만치 피멍으로 피어 있다. 호곡! 온몸으로 온 심장으로’라는 추모시를 써야만 했다. 청와대 북악산 뒷길이 완전히 열린 지난해 5월 10일 낭송된 축시 ‘여기, 길 하나가 일어서고 있다’ 역시 문 관장의 작품이다.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상징처럼 돌아와/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노래했다. 더이상 막힘도 가려짐도 없이 열린 새로운 길에 대한 그의 감회가 조금은 남달랐으리라. 과거 군부정권과 얽힌 인연도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정치가들도 시를 좀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군인 출신 대통령이 저녁 초대를 한 날/청와대 뜰로 들어가는/신분증 번호를 대다 말고/나는 그만 돌아서 버렸다’로 시작하는 그의 시 ‘초대받은 시인’은 과거 청와대 초청을 거절했던 사연을 담았다. 문 관장은 노벨문학상과 관련해 우리 안에 응어리진 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문학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문학은 문화와 정신의 심장과도 같은 것인데 억지로 빨리 뛰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컬처라고 부르며 수익 얼마, 판매량 얼마, 무슨 상 수상 등 숫자나 외형적 성과에 연연한다고 되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집 한 권, 소설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 소식만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문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국가대표를 보내 국가 간 경쟁을 하는 식이 아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간 안에 누군가 한 번은 노벨문학상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예컨대 오르한 파무크가 있었기에 세계가 터키 문학을 주목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견해를 밝혔다. “발랄하고 실험적인 우리 문학에 대한 세계의 주목이 분명히 있다”면서 “세계문학 속 한국문학은 그렇게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전국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문학관이 120개에 이른다. 우리 문학이 이룬 위대한 성취의 실핏줄과 같은 존재들이다.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국립한국문학관의 몫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이 본격화되면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의 플랫폼으로서 곳곳에 산재한 문학 자료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서로 연계하면서 문학관이 더욱 건실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취중생]고용부 ‘청년과의 만남’ 그후…그래서 결론 바뀌는건가요

    [취중생]고용부 ‘청년과의 만남’ 그후…그래서 결론 바뀌는건가요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10시 퇴근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약 2개월 간 지속됐고 24세 정도의 어린 나이였는데도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회복하는 데 너무 힘이 들고 괴로웠습니다. 단순히 사회 발전만 생각하는 법안보다는 취약한 근무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세요.”(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20대 A씨) “개편안에 대한 여러 우려에 정부는 선한 의도를 통해 논의되고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선한 의도를 통해 결정된 개편안이라면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규제 또한 함께 논의돼야 합니다. 정부의 믿음보다 사업주는 선하지 않으며, 노동자는 법적인 규제가 있더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100인 미만 사업장서 근무하는 20대 B씨) 15~39세 노동자로 구성된 청년유니온이 지난 18~22일 소규모·무노조 사업장, 구직자, 프리랜서 등 청년 노동자 222명을 상대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관련 의견을 수렴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청년들은 현행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꼬집으며 정부의 선한 의도가 과연 이 불합리한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충전하면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번 달에만 병원 4번 갔습니다. 사무직인 저도 이 정도인데 몸으로 일하시는 분은 69시간씩 어떻게 일할까 싶습니다”는 글에선 청년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얼마나 방전돼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청년유니온은 24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 때 이 같은 청년들의 의견을 공개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용부가 전날 갑작스럽게 비공개 통지를 해왔다는 게 청년유니온 측 설명입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고용부의 일방적인 간담회 비공개 결정, 간담회 당일 급작스런 장소 변경 등 고용부의 행보, 간담회 직전 경찰병력을 입구에 배치해 위화감을 조성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청년들과 소통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정책을 발표한 뒤 반발이 거세자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지만 고용부 장관이 뒤늦게라도 다양한 업종의 청년을 만나는 것은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는 차원에서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왕 청년들을 만난다면 청년들 목소리가 제대로 알려지도록 하는 게 정부가 할 일 아닐까요. 청년유니온은 고용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모든 사업장에 주 40시간제 안착이 원칙”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합니다. 개편안 ‘보완’이 아니라 ‘폐기’에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앞서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고용부 장관을 만난 뒤 지난 22일 “연장근로시간 유연화를 원하는 노동자는 없을 것”이라며 개편안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신문이 지난 15~16일 서울 광화문, 종로, 여의도, 강남 등에서 만난 2030 직장인 중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힌 직장인이 대다수였습니다.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정보기술(IT)업계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쉬는 시간이 있겠지만 저는 바쁜 일이 끝나고 계속 똑같이 바쁘다”면서 “일은 일대로 하고, 휴가는 못 쓰는 사태가 올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IT업계 종사자 김모(30)씨도 “휴가를 가더라도 마음대로 쉴 수 없고 계속 연락 주고받다보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면서 “IT업계에 좋아 보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는 불편한 개편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다양한 업종의 특성을 아우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25)씨는 “우리 회사만 유연근무를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면서 “해외 거래처와 미팅을 할 때는 정해진 요일, 시간대에 한다. 유연근무는 우리 업종에선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교육업계에서 일하는 김모(29)씨도 “정부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면서 “기준 자체가 전형적인 사무직을 위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물론 모든 청년들이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낸 2030 직장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과로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달 장기 휴가를 갈 수 있으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먼저”라고도 했습니다. 개편안을 놓고 정부 안에서 혼선이 생겨 정책 신뢰가 크게 떨어진 것도 정부로선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고 했다가 다시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거리에서 만난 한 청년은 “앵커링 효과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앵커링 효과는 행동경제학 용어로 배가 닻(앵커)을 내리면 연결된 밧줄의 범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듯이, 어떤 숫자가 첫 기준점이 되면 이후엔 그 범주에서 왜곡된 판단을 한다는 것입니다. 100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은 옷을 본 뒤 10만원짜리 옷을 보면 싸다고 느끼는 게 대표적입니다. 이 청년은 “애초 60시간을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 “69시간을 얘기한 뒤 60시간으로 줄이면 ‘이 정도는 가능하겠네’라고 여론이 받아들이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고용부가 ‘청년과의 만남’ 이후 그 결론을 어떻게 짓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그저 만남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의견을 반영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지는 온전히 고용부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외쳐도 현장이 외면하면 정책이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입니다.
  • [취중생]국수본부장 공석 길어지는 이유…檢출신 외부인사 물색하나

    [취중생]국수본부장 공석 길어지는 이유…檢출신 외부인사 물색하나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정순신 변호사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한 이후 전국 3만여명의 수사 경찰을 총괄해야 할 자리가 3주째 비어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7일 “이달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인선과 검증 절차 등을 감안하면 국가수사본부장 공석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윤 청장은 이날 충북경찰청을 방문해 “대통령이 (일본에서) 돌아오면 늦어도 이달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경찰 내부 인사로 할지, 외부로 갈지 두 가지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 조직 안에서는 내부 인사로 가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대통령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지나친 수사권 확대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고, 전문성을 높이고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 변호사는 자녀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임명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사임했다. 현재 국가수사본부는 김병우 수사기획조정관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마약이나 조폭은 물론 전세 사기, 건설 현장 불법행위, 부동산·중고차 허위 매물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일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장 외부 공모는 ‘필요가 있을 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공모를 통한 모집, 내부에서 후보를 발탁하는 방법 모두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 서열 2위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전국 3만명의 수사 경찰을 총괄한다. 정보·경비 등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이 지휘하고, 부패·사기·살인 등 범죄 수사는 국가수사본부장이 책임지는 구조다. 정 변호사가 낙마한 이후 국가수사본부장 인선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후임 인사도 검찰 출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 변호사 임명 당시 검찰 출신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셌지만, 정부의 검찰 출신 선호 경향에 경찰이 다시 코드를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지호 경찰청 차장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외부임용을 기본으로 하는 입법 취지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국가수사본부장에 또다시 검찰 출신이 임명되면 경찰 내부는 크게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 인사가 아닌 검찰 출신 인사 가운데 적임자를 찾느라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린다”며 “내부에서 발탁하려 했다면 이렇게까지 인선이 늦어질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검찰 출신이 온다면 구성원들의 상실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인선이 늦어지는 만큼 적합한 인물이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올지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 ‘정부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켜’ 가짜뉴스 인식도 가장 높아...바른언론 창립 설문조사

    ‘정부가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켜’ 가짜뉴스 인식도 가장 높아...바른언론 창립 설문조사

    지난달 출범한 시민사회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바른언론)이 창립 기념으로 11개 이슈를 추려 각각의 항목에 대한 사람들의 ‘가짜뉴스’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 관련 보도를 거짓으로 본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바른언론 ‘트루스가디언’이 1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1개 항목에 대한 ‘가짜뉴스 인식도’ 조사에서 ‘세월호는 정부에서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가짜 뉴스’라고 답했다. 전체 항목 중 가장 높은 ‘거짓’ 응답률이다. 14%는 ‘진짜’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원자력 발전은 경제성이 없다’가 69%의 ‘거짓’ 응답률을 나타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량의 금괴를 숨겼다’(65%), ‘서해안 피살 공무원은 자진 월북하려 했다’(55%), ‘소득 주도 성장은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된다’(50%) 순으로 ‘거짓’ 응답률이 높았다. 조사 대상 중 거짓 인정 비율이 가장 낮은 항목은 ‘검찰이 노무현재단을 내사했다’(사실 43%, 거짓 31%)였다. 가짜뉴스의 주요 생성주체 및 전파경로로 ‘유튜브’가 각각 62%와 6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가 각각 46%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트루스가디언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바른언론은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건전한 언론 환경과 여론 형성을 도모할 목적으로 지난달 22일 출범했다. 초대 대표는 오정근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형철 전 이데일리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맡았다. 바른언론은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빅데이터 기반의 ‘가짜뉴스 아카이브’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를테면 특정 사안에 대한 주요 인사의 발언 내용을 모두 수집해 데이터 검색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뉴스 이용자가 해당 주장의 일관성과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 [취중생]수술대 오른 주 52시간제…진일보냐 퇴행이냐

    [취중생]수술대 오른 주 52시간제…진일보냐 퇴행이냐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이번 입법안은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이 평가했습니다.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의 획일적·경직적 제도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번 개편은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게 목표이고 그렇기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정부는 주장했는데 경영계는 ‘환영’ 입장을, 노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1주 기준 근로시간이 35시간인 프랑스처럼 실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이 먼저 정부 정책을 반겨야 할 텐데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개편안 발표 사흘 만인 9일 의견문을 내고 “연장근로 관리단위(1주→월·분기·반기·연 단위) 확대는 역사적 발전 과정의 역행 내지 퇴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안을 놓고 정부는 ‘진일보’, MZ노조는 ‘역행’이라고 했으니 그 간극을 줄이는 것도 정부 몫이 됐습니다.고용부는 지난 6일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산업 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3년 만에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 많은 기업들이 위법과 적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 약정 방식을 오·남용해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용부 설명대로라면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헷갈립니다. 고용부가 2021년 12월 28일 발표한 ‘주 52시간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근로자의 4분의 3 이상(77.8%)이 주 52시간제 시행을 “잘한 일”로 평가했습니다. 당시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이번 결과는 국민들이 주52시간제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고용부는 이 발표 자료에서 “주52시간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를 개선해 ‘국민의 건강권’을 회복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오랜 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니다. 하나의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 숙의 과정이 있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한다는 제도를 바꿀 때는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말이 직장인들에게 와닿지 않는 건 ‘제도와 현실의 격차’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제도의 형식을 잘 갖춰 놓아도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직장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정부는 자꾸만 “개편안은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 9일 기자실을 찾아 “실근로시간 단축이 목표”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근로시간이 줄어들려면 휴가를 많이 써야 한다. 주 평균 근로시간을 잘 관리하고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면 과로가 많이 없어지고 생산성도 굉장히 올라갈 것으로 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권 차관 말처럼 휴가를 많이 쓴다면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사용)도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고용부는 연차 사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2021년 기준 전체 기업의 40.9%가 연차 휴가를 모두 소진하고 있어 근로시간저축계좌제 활용 유인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기업·공기업·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연차 사용률이 높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동 환경의 양극화로 그렇지 못한 사업장이 훨씬 많습니다. 규모가 영세하거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선 노동시간만 늘어날 뿐 이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에 다니는 박순철(59)씨는 “근무인원 7명인데 1명이 빠지면 나머지 6명에게 업무량이 몰려 오래 연차를 쓸 수 없는 구조”라며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쉬는 것은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다”고 한숨을 내쉽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고모(58)씨도 “지금도 1명이 이틀 이상 연차를 가면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없는 인력 구조”라고 말합니다. 전문가들도 실근로시간이 줄어들 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주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는 (사용자와 근로자대표의) 서면 합의를 통해 가능했는데 개편안대로라면 합의 없이도 1년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사용자 입장에선 도입 요건이 완화되는 것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불규칙성이 증대되고 노동 강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추상적이고 근사한 담론으로 제도의 효율성만 내세워선 현장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존버씨의 죽음’ 저자인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이란 노동 과정, 조직 내 분위기, 동료간 관계, 업종의 특성 등이 다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제도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번 개편안이 현장 상황을 반영해 현실과 제도의 격차를 줄일 때 국회 문턱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 제출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 의견을 더 많이 수렴했으면 합니다.
  • [마감 후] 전당대회의 추억/이재연 정치부 차장

    [마감 후] 전당대회의 추억/이재연 정치부 차장

    지난 8일 치러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과는 전신인 새누리당의 2014년 7월 전당대회와 묘하게 겹치면서도 사뭇 다른 부분이 있다. 현직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전당대회, 그리고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주자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는 점에서는 그림이 똑같다. 2014년 당시엔 이른바 ‘박심’(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가 문제였다면, 이번 전당대회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때문에 막판까지 계파 간 논란이 일었다. 다른 점은 당대표 선출 결과다. 2014년엔 ‘박심 후보’로 출전했던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제치고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당선됐다. 강력한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거는 시점이던 집권 2년차, 당청 관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며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당청 불일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일찌감치 망조로 접어들었을까. 그렇지 않다. 물론 청와대 속내야 달랐겠지만, 적어도 당청은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운명체로 기능했다. 여당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개혁 보수’ 기치 아래 때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보다도 과감한 행보를 했다. 세월호 참사 정국 속에서도 그해 예산안은 12년 만에 법정 기한 안에 처리되는 등 대야 관계도 비교적 매끄럽게 흘러갔다. 이듬해 봄 유승민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중부담ㆍ중복지’를 주창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정치권에서 아직도 회자되는 명연설이다. 청와대와의 적절한 긴장 아래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역동적으로 굴러갔던 이 시기는 역대 여당 최고 전성기였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탄핵의 망조로 접어든 서막은 ‘진박 논쟁’이었다. 2년 가까이 대통령만 쳐다보며 당과 대표를 흔들던 친박계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심과 무관하게 ‘진박 후보’로 당을 좌지우지하는 사천(私薦)을 시도했다. 급기야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옥새(당 직인) 들고 나르샤’로 명명된, 정당사에 유례없는 ‘공천파동’ 참사가 빚어졌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새누리당의 참패였고, 그로부터 11개월 후 박 대통령은 탄핵됐다. 9년이 흘러 윤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여당 대표는 ‘대통령실과 원팀’이라는 명제 아래 윤심에 힘입은 김기현 대표로 낙점됐다. 국민의힘이 ‘용산 대통령실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새누리당 시절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집권 초기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에서 소신과 배신은 한 끗 차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윤심의 눈 밖에 날까 노심초사인 것 같다. 하지만 공천파동과 탄핵의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신임 당대표와 의원들이 읽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국민의 의중이다. 신임 김 대표는 당선 후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뜻을 무조건 따르는 건 안 된다”며 “대통령의 뜻과 국민의 뜻이 다른 경우엔 당연히 국민이 우선”이라고 했다. 빈말로 남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윤 대통령도 “첫째도 국민, 둘째도 국민, 셋째도 국민”이라는 전당대회 연설대로라면 먼저 나서서 총선 공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야 한다. 내년 총선 승패를 향한 경주는 이미 첫발을 뗀 셈이다.
  • 홍보 제로, 보편성 프로… ‘이심전심’ 소설 완판

    홍보 제로, 보편성 프로… ‘이심전심’ 소설 완판

    8년간 투병 끝에 심신 추슬러지난해 16년 전 단편 묶어 출간우생학·재택근무 등 세태 담아인기 끌면서 7개월 만에 매진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 벌써 매진이라니,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나우주 작가가 자신의 소설집 ‘안락사회’(북티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길게는 16년 전 쓴 단편을 담은 책은 큰 홍보 없이 7개월 만에 모두 나갔다. 책을 펼쳐 보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 작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2007년 영목문학상을 받았고, 표제작 ‘안락사회’는 2014년 토지문학상을 받았다. 나머지 단편들 역시 여러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것들이다. 나 작가는 “마음에 들 때까지 문장을 고치고 고치느라 1년에 한 편 정도밖에 쓰지 못한다”고 했다. 특히 2014년 이후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몸에 이상이 생겨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부터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책을 보면 소름이 끼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8년 동안 마음의 병과 싸운 뒤 지난해에야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편 ‘봄의 시’를 덧붙여 책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유명 서평 인스타그래머가 릴레이로 추천하는 ‘올해의 책’으로 지난해 유명세를 탔다. 나 작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소설을 쓴 지 16년 만에 첫 ‘북토크’도 해 봤다.그는 자신의 단편이 여전히 인기를 끄는 이유로 보편성을 꼽았다. 대표작 ‘안락사회’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이 주인공인데,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더 구체화했다. ‘국회의원 아들 한 명만 배에 있었어도 구조가 저리 늦어졌을까’라는 생각은 근대까지 횡행하던 우생학으로 연결됐다. 작가는 “안락한 사회를 위해, 쾌적한 사회를 위해 가난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제거되고 있다는 생각이 지금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2008년 쓴 단편 ‘코쿤룸’은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그래픽디자이너가 가족을 버린 채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다. 집에 갇혀 인터넷으로 일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코로나19를 예견했던 것일까 싶을 정도다. 나 작가는 “재택근무가 현실화하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편하게 일하려고 만든 기계에 거꾸로 예속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소설은 작가의 삶, 살아왔던 경험과 환경, 작가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와 끊임없이 연결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보편성이 현재의 독자들에게 의미를 얻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 “작품 보편성 때문에 인기”···‘안락사회’ 나우주 작가

    “작품 보편성 때문에 인기”···‘안락사회’ 나우주 작가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 벌써 매진이라니,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나우주 작가가 자신의 소설집 ‘안락사회’(북티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해 9월 나온 책은 7개월 만에 매진이 돼 현재 2쇄를 준비 중이다. 길게는 16년 전에 쓴 소설이 이제야 담긴 점, 홍보를 거의 안 했는데도 책이 다 팔린 점도 이례적이다. 책을 펼쳐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 단편 ‘클리타임네스트라’는 2007년 영목문학상을 받았다. 표제작 ‘안락사회’는 2014년 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머지 단편 역시 발표 때 호평을 받았거나 여러 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랐던 것들이다. 작품 편수로만 따지면 글이 느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 작가는 “마음에 들 때까지 문장을 고치고 고치느라 1년에 단편 하나 밖에 쓰질 못한다”고 했다. 오래 공들인 단편을 두고 ‘압축적’이라는 서평이 많다. 단단한 문장이 촘촘한 서사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느낌을 준다. 다만 2014년 이후 작품을 아예 쓰지 못했다.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 활동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제법 수강생이 많았어요. 당시 대학원에서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고, 평론도 썼던 참이었죠. 지나친 욕심과 바쁜 활동에 몸이 버티질 못한 거 같아요. 어느 날 숨을 쉬지 못할 정도가 됐고, 책을 보면 소름이 끼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생긴 마음의 병이 무려 8년을 괴롭혔다. 상을 받고도 책을 내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닌듯해 2021년 한 출판사와 함께 책을 냈다.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4개월 만에 모두 팔렸고,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다시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단편 ‘봄의 시’를 덧붙여 ‘안락사회’가 출간됐다.나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작품이 지닌 보편성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단편 ‘안락사회’는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견이 주인공인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좀 더 구체화했다. ‘국회의원 아들 한 명만 있었어도 구조가 저렇게 늦어졌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근대까지 횡행하던 우생학으로 연결됐다. 작가는 “안락한 사회를 위해, 쾌적한 사회를 위해 사회적 약자들이 보이지 않게 제거되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쓴 ‘코쿤룸’은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가 가족을 버린 채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다. 집에 갇혀 인터넷으로 일하는 모습이 마치 코로나19를 예견했던 것일까 싶은 정도다. 작가는 “디지털 사회가 점점 심화해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다. 편하게 일하려고 만든 기계에 거꾸로 예속되는 우리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소설은 작가의 삶, 살아왔던 경험과 환경, 작가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회와 끊임 없이 연결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획득한 보편성이 독자들에게 의미를 얻는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책은 유명 책 서평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릴레이로 추천하는 ‘올해의 책’으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리렸다. 1월엔 교보문고 기획전 ‘색깔있는 책’으로도 뽑혔다. 지인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써보라 권해 글도 쓰고 있다. 번아웃된 자신을 소재로 삼아 ‘변덕죽을 끓이는 마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썼고, 출판사 몇 곳에서 연락이 오고 있다. 이를 묶어 곧 단행본으로 낼 계획이다. 8년 동안 두문불출을 끊고 이제야 봄을 맞은듯 나 작가는 “힘을 빼고,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로 다시 글을 써보겠다”고 웃었다.
  • 유정인 서울시의원, 서울시에 불법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촉구

    유정인 서울시의원, 서울시에 불법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촉구

    서울시의회 유정인 의원(국민의힘·송파 5)은 지난 2월 22일 제316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서울 시내의 각종 집회 및 추모공간 등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혼란을 지적하며, 서울시가 좀 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날 유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그간 급증한 집회와 시위 사례, 그리고 이에 서울시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지적하며 “서울시민들은 각종 집회와 시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데, 정작 서울시는 미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집회와 시위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라며 서울시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먼저 유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기습시위를 지적하며, “지나 2022년 12월부터 시작된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기습시위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장애인이동권 보장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민들의 발목을 인질로 잡는 이러한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서울시는 좀 더 엄정하게 법집행해 더 이상 이런 시위가 일어날 수 없게 해야 한다”라며 서울시에 단호한 결단과 법집행을 요청했다. 또한 유 의원은 지난해에 있었던 TBS 지원 폐지 조례안 통과를 언급하며,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이 정치적 편향성을 띄어 논란이 되어 왔었는데 정작 서울시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며 “그 결과 마땅히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서울시의회가 주도해 TBS 지원 폐지가 이뤄지게 됐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유 의원은 “매주 불법적이고 변칙적인 시국집회, 노동집회 등으로 인해 국격은 추락하고 있으며 각종 소음과 쓰레기, 혼란으로 인한 문제로 시민들의 고통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라며 다시 한번 서울시에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함을 강조했다.유 의원은 세월호기억공간과 이번 시청 앞 이태원분향소 설치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유가족의 슬픔과 비통함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나 모든 행정에는 원칙과 절차가 있는데, 광장이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방법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서울시는 유가족과의 협의도 중요하지만 더이상 온정주의에 얽매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을 해주길 요청하는 바”라며 서울시가 원칙에 따라 해결하기를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유 의원은 지금까지 들었던 사례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장님께서 앞으로 여론을 의식하기보다 법과 원칙에 행정을 집행해주기를 요청드리기 위해서라며 “서울시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통해 시민들이 더이상 불법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라고 발언을 마쳤다.
  • [마감 후]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다시 또 만나요.”/이두걸 전국부 차장

    [마감 후]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다시 또 만나요.”/이두걸 전국부 차장

    “집에 오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했다. … 딸은 아이들을 태우고 시골길로 차를 몰고 간 제 남편 걱정을 하는 눈치고, 나는 아들의 무덤이 비에 젖을 생각을 한다.”(‘한 말씀만 하소서’ 중) 참척(慘慽)은 우리말 중 가장 잔인한 단어일 것이다. 자식을 앞세운 부모의 심정이라니. ‘참혹하게 슬퍼한다’는 뜻도 남겨진 이들의 간장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고 박완서 선생의 ‘한 말씀만 하소서’는 아들을 떠나보낸 슬픔을 담은 일기문이다. 참척의 고통은 스스로의 목숨을 단축시키리라 여겼으나, 육신은 끼니 때만 되면 배고픔을 호소한다. 이런 스스로를 두고 그는 “육신에 대해 하염없는 슬픔과 배신감을 느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읊조렸다. 159명의 생명이 불과 40m 골목 안에서 희생된 이태원 참사 이후 넉 달 가까이 지났다. 주지하다시피 유족들은 지난 4일 추모 행진 중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서울광장을 관장하는 서울시는 이태원 분향소를 지난 15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지만, 유족 측은 이를 거부했다. 전격적으로 ‘파국’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시는 20일에도 “(유족과의) 대화 기한을 정해 놓고 있지는 않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마다 분향소 주변 경찰 병력들을 지날 때마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한쪽의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별로 없다. 다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서울시가 애초 추모 공간으로 제안한 녹사평역 지하는 음습한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 이용객이 지난해 9742명에 불과할 정도로 인적이 뜸한 곳이라 추모 공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시가 처음부터 참척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의 처지와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렸더라면, 조금만 더 허리를 숙였더라면 어땠을까. 행정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사법의 영역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의 영역에 보다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법률에 의해서만 기본권을 제한하고(37조 2항), 집회에 대한 허가제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21조 2항)고 명시하고 있다. 관혼상제의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규정 대상도 아니다(집시법 15조). 하지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6조는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공유재산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광장 조례도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상위법 우선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셈이다. 더구나 서울광장에선 과거 ‘세월호 기억공간’이 자리했던 옛 광화문광장과 달리 사시사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그렇다면 4대문 안에서 적절한 열린 공간을 다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파국이나 망각이 아닌, 제대로 된 추모를 위해 당장 필요한 건 대화가 아닐까. 꽃샘추위가 불어닥친 20일 오전 서울광장 앞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옆으로 시민들은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을 치며 지나갔다. 몇몇 시민은 줄을 선 채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내려놨다. 사진 속 청년들은 밝게 웃는 낯이었다. 순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철거 가림막과 분향소에 씌어 있는 글귀가 머릿속에서 함께 겹쳐졌다.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다시 또 만나요.”
  • 대구지하철참사 20년…생존자들 “눈앞 참혹한 잔상, 아직도 남아 있어”

    대구지하철참사 20년…생존자들 “눈앞 참혹한 잔상, 아직도 남아 있어”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0분. 대구지하철참사 생존자 류모(41)씨에게 이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군 입대를 앞두고 “노느니 돈이나 벌자”는 친구의 말에 따라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그날도 지하철로 출근하던 길, 1호선 중앙로역을 지나던 전동차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벌어졌고 그때부터 눈앞엔 지옥도가 펼쳐졌다. 19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51명의 부상자를 낳은 참사는 18일로 꼭 20년을 맞는다. 20대 청년이 가장이 되고, 40대 장년은 어느새 환갑을 훌쩍 넘길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생존자들은 여전히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류씨는 “쾌활하고 밝게 생활하다가도 어느 순간 문득 불안해진다”며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안 좋은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가 수습된 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지하나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심장이 쿵쾅거렸다. 갇혀 있다는 느낌이 두렵고 싫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잘 타지 못했고, 누가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류씨는 “몸을 다치면 수술하거나 고치면 되는데, 마음을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는 몰랐다”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상을 치유하는 게 낯설고, 모두가 서툴렀다”고 돌아봤다. 어머니 잃은 아들 “유골 수습도 못해…아픔 현재진행형” 다른 생존자 정모(62)씨는 그날, 전동차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이 녹는 냄새, 매캐한 공기와 자욱한 연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주위 사람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 채, 기적적으로 살아나온 뒤에도 참혹한 잔상은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정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소나무의 옹이 같은 것”이다. 그는 “상처가 조금 아물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더라.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거나 그 일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며 “아마 옹이처럼 평생 안고 갈 것 같다”고 했다. 20년 전 어머니를 잃은 유족 황모(54)씨에게도 아픔은 생생히 남아 있다. 처음 화재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는 “전동차 그 쇳덩어리가 불에 탈 수가 있겠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에 간다던 어머니 소식이 그날 밤늦게까지 들려오지 않으면서 불안함은 공포로 변했다.현장이 전소된 탓에 신원 확인 작업은 더디고 지난했다. 사고 후 한 달만에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유류품과 시신을 겨우 인도받았는데, 가족이 수습한 어머니 유골은 두개골과 허벅지뼈 일부뿐이었다. 황씨는 “유골이 남은 게 거의 없다 보니 휴지로 사람 형태를 겨우 갖춰서 관에 모셨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가족들이 다 그랬다”며 “처음 커다란 천막을 친 곳에서 유골을 확인하는데, 옆 천막에서 차례대로 울려퍼지던 오열과 통곡 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며 말을 흐렸다. 이런 큰 고통 탓에 수년 간은 제사를 지내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얘기 자체를 꺼내지 못했다. 황씨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며 “그러다가 트라우마 치유 방법 중 대화하거나 글로 적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태원 분향소 갈등, 우리 때와 똑같다” 눈물 특히 생존자와 유족들은 2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시민과 정부와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씨는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세월호, 핼로윈 이태원 등 사회적 참사가 계속 벌어졌는데, 어떻게 20년 전보다 대처가 더 엉망인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고 회피만 하는 게 더 상황을 악화시킨다. 사회가 더 발전하고 선진국이 되려면 시민들과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위정자들이 정면 돌파하지 않고 상황을 축소하고,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최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서울시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우리 때와 똑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황씨는 “대구 참사 때도 참사에 대한 기록이나 백서가 없었고, 6년이 지나 만들어진 추모 공원은 ‘시민안전테마파크’라는 이름만 달았을 뿐”이라며 “사회적 참사를 다루는 정부의 대응이 2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 반성했다면 조금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20주기 앞두고 기자회견 “잊혀져야 할 과거 아냐”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20주기 앞두고 기자회견 “잊혀져야 할 과거 아냐”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들이 오는 18일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제대로 된 추모사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2003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발생한 방화로 지하철 탑승객 등 19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2·18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위원회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와 대구시는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들과 약속한 추모사업을 제대로 실행하라”고 밝혔다. 추모위는 “제대로 된 사고조사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했다면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등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추모위는 대구시가 추모비와 추모 공간에 ‘대구지하철참사’, ‘2.18’, ‘추모’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대구지하철 참사를 빨리 잊혀져야할 과거로만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오선근 추모위 상임집행위원장은 “참사 6년 만에 조성된 추모 공원은 테마파크로, 희생자 위령탑은 안전 조형물이 됐다”며 “희생자 32구가 안치된 추모묘역에는 안내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청 앞 분향소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추모위는 참사 원인,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백서’를 만들 계획이다. 또 참사 20주기인 오는 18일까지 추모 사진전, 문화제 등을 진행한다.
  •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2심도 무죄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2심도 무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박근혜 정부의 해경 지휘부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한기수·남우현)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계자들의 증언과 기록에 따르면 서해해경 상황실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는 세월호가 50도가량 기울었다는 점과 세월호에서 승객 비상 탈출을 문의한다는 등 제한적인 것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당시 ‘세월호 침몰이 임박해 즉시 퇴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승객들이 퇴선 준비 없이 선내에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쉽사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전 청장은 선고 직후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허위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과 똑같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 출동해 정보를 바로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구조를 지휘하는 것이 지휘부의 역할”이라며 “당시 해경 지휘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들에게 책임을 면제해 주는 판단을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사법부는 범죄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2심도 무죄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 2심도 무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박근혜 정부의 해경 지휘부가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한기수·남우현)는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관계자들의 증언과 기록에 따르면 서해해경 상황실에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는 세월호가 50도가량 기울었다는 점과 세월호에서 승객 비상 탈출을 문의한다는 등 제한적인 것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당시 ‘세월호 침몰이 임박해 즉시 퇴선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승객들이 퇴선 준비 없이 선내에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쉽사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전 청장은 선고 직후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함께 기소된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허위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심과 같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 출동해 정보를 바로 파악하고 이에 기초해 구조를 지휘하는 것이 지휘부의 역할”이라며 “당시 해경 지휘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들에게 책임을 면제해주는 판단을 하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사법부는 범죄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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