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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이야기(23)] 도심의 열린 문화쉼터

    [서울이야기(23)] 도심의 열린 문화쉼터

    올 여름도 무더운 날의 연속이었다. 간혹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 주기도 했지만, 비가 그치자마자 무더위는 계속되었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에 개장한 ‘서울숲’을 최근 방문했다. 햇살이 따가운 한낮의 공원에 의외로 놀이동산처럼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놀이동산과 공원이 비슷하게 인식되지만, 놀이동산에서는 각종 프로그램 및 놀이기구로 분주하게 순회하는 것이 상례이고, 공원에서는 자연 속에서 거닐거나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자연환경을 즐긴다. 한낮의 더운 날씨 탓이기도 하지만, 서울숲은 넓고 다양한 경관을 가지고 있어 자전거로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공원을 선회하다보니 바닥분수에서 물을 즐기는 어린이들, 스케이트 보드로 묘기를 부리는 청소년들, 자연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단체, 시냇물처럼 조성된 곳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 공연준비로 분주한 사람들 등 예전의 도심공원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었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노래방, 빨래방, 놀이방,PC방,DVD방, 찜질방,…. 또 아파트, 빌딩, 상가건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도시는 수많은 방이 얽히고설킨 복잡한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온라인 방까지 가세, 한국은 말 그대로 방의 도시다.” 2004년 제 9회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은 ‘방의 도시’(City of bAng)라는 작품으로 참가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방’을 영어의 ‘room’과 차별시하여 한국의 고유명사로 정의하고 있다. 즉, 다양한 이름의 방들, 방들을 담고 있는 건축물이 일상에서 생겨나고 퍼지는 것을 특유한 한국적 상황으로 설명한 것이다. 한국전시를 총괄한 정기용씨도 “한국의 방을 모르면 한국 도시의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오늘날, 이런 방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며,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미 친숙한 공간이다. 노래방, 빨래방, 놀이방 등 복합어의 명칭으로도 알 수 있듯이 각각의 방들은 고유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다. 이들 공간은 개별적이며, 외부공간과 무관하게 기능변화, 수평적, 수직적 조합이 무한히 가능하다. 작품처럼 방의 무한한 변용 및 조합, 디지털문화의 가능성으로 역동적인 한국 도시의 현주소와 미래를 전망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익명성과 폐쇄성에 대한 질문이 남아 있다. 유럽도시의 매력을 언급한다면, 역사적 기념비, 고풍스러운 건물, 미감이 있는 가로시설물 등 물리적 환경 이외에도 시민들의 생활상을 빼놓을 수 없다. 거리의 작은 카페에서 담화하는 사람들, 광장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음악연주를 하는 사람들 등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도시를 한층 더 아름답게 한다. 혹자는 이러한 외부경관이 기후적 조건으로, 생활방식의 차이로 동양도시에서 발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기능위주의 현대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상실된 것이다. 일본건축을 세계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기쇼 구로카와(黑川記章)는 서양과 구별되는 동양적 공간을 ‘마루’와 같은 건물외부와 내부 간의 중간영역으로 여기고, 자연환경에 열린 전통공간의 가치를 지적하면서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간의 공생관계를 회복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동양도시는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자연과의 유대감을 상실했다. 동양도시는 본질적으로 주변의 자연환경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사상적으로 인간과 일원론적인 자연관을 지니고 있기에, 풍수지리설과 같은 자연과 합일된 구성을 도시이론으로 가지고 있다. 서울의 자연경관이 수려한 것도 이런 자연관과 도시이론에 기인하며, 시민들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은 당연한 귀결이다. 동양의 산수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붓으로 일획을 긋는 듯한 기법의 신비함에도 그 이유가 있지만, 서양화처럼 투시도적 구도화가 아닌 자연에 자신의 감정을 인입하는 상상화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화가의 정신과 삶이 깃들어진 자연과의 대화가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서울이 새로이 변모하고 있다. 아니, 서울이 제 모습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산이 자신의 모습을 찾고, 청계천에 물이 다시 흐른다. 또한, 세운상가는 종묘에서 남산을 잇는 새로운 녹지축으로 바뀔 예정이고, 복개하천의 복원사업이 곳곳에서 추진 중에 있다. 서울의 생태성이 회복되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며, 도심에서의 생태관광이 언급된다. 한강시민공원, 선유도 공원, 월드컵 공원, 서울숲, 서울광장은 Hi Seoul Festival, 강변 물 축제, 좋은 영화 감상회 등의 각종 문화행사와 더불어 이미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시민 휴식처로서의 자연은 도시위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인 행위를 유발한다. 이제 도시는 자연환경에 적극적으로 열린 시민공간을 제공하고자 변화할 것이다. 원활한 교통을 위해 주거지와 한강과의 관계를 절단했던 도로체계는 시민들의 용이한 접근을 위해 개편되고, 개인적인 조망에 중점을 두었던 아파트 개발은 강에서 바라보는 공공의 도시경관 측면으로 수정되려 한다. 도심광장은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 상징이 아닌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즐거움이 되면서 ‘문화서울가꾸기’에 동참한다. 비단 서울의 대표적인 공간이 아닐지라도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 자전거길, 산과 습지대에서의 생태공원 등 생활주변의 자연환경이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시민들을 위해 열린다. 도시의 공간구조뿐만 아니라,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도시생활이 변화하고 있다. 매주 짧은 휴가를 맞이하게 된 격이라 자극적인 ‘밤의 문화’보다는 자연환경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낮의 문화’가 선호될 것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간만에 갖게 된 짧은 휴식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극적이고 일탈적이기 쉽다. 주5일 근무제 이전에 야간유흥업소가 더욱 성행했음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휴식은 순간적인 쾌락보다는 지속적인 음미가 요구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공공장소에서 다양한 여가활동이 활성화된다. 이젠 주말에 가족이 있는 사람에게 예기치 않은 전화를 하는 것조차 ‘센스’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서울이 산업도시에서 벗어나 문화도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산업도시의 단계에서는 인원수에 시간을 곱하면 성과물이 양적으로 산출되지만, 문화도시에서는 물리적 측정이 불가능하다. 성과물의 양보다 질이 중시되고, 질은 문화의 성숙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가 성숙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문화적 체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체험이란 이례적인 일탈이 아니라, 일종의 여가활동처럼 일상의 연속이며, 일상생활 속에 배어난다.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노력만으로 부족하다.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참여가 요구된다. 서울시는 문화도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시민들은 ‘도시만들기’의 주체가 된다. 개인의 이익으로 인해 공공에 대하여 폐쇄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공익이 개인의 이익이 될 수 있는 공동체의식과 방안이 필요하다. 문화도시의 성패는 개인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보다 총체적인 평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파리 센 강변의 카페가 개인의 명칭으로서가 아니라, 그 장소가 지니고 있는 분위기에 의미를 부여받고 있음을 상기할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것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품을 이식하고 늘 새롭게 단장하기보다는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웃과 공유하면서 가치를 키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금 한창 진행중인 서울시의 문화행사들은 문화도시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전제조건이 된다. 문화도시를 완성시키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쉼터 나들이 파란 하늘, 짙은 녹음, 쾌적한 날씨, 어느덧 무더운 여름은 지나가고 완연한 가을이다. 멀리서 이색성을 찾기보다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을 다시 둘러보고 계절을 만끽해보자. 가을정취를 느끼기에 한강시민공원의 코스모스 단지(이촌지구)나 메밀꽃 단지(양화지구)도 괜찮을 듯하다. 자전거를 타고 생태기행을 해도 좋다. 자전거 도로는 한강변뿐만 아니라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안양천, 철새로 이름난 중랑천 등의 지천에도 연결돼 있다. 어린 자녀가 있다면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 생태체험학습을 하거나, 올림픽공원 내의 몽촌토성, 아차산 생태공원에서 자연과 역사문화를 동시에 체험하기를 권한다. 작물재배를 직접 체험하고자 한다면, 서울외곽 곳곳에 있는 주말농장에서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다. 도시의 가치가 물리적, 경제적으로 설명되기 전에 자연과 개인적인 관계를 지니는 산수화처럼 자신과의 교감으로 이해될 때, 어느덧 문화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백승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계획설계부 부연구위원
  • 청계천 양안 보행로 넓힌다

    청계천 양쪽 차도에 최대 폭 15m 의 보행로가 만들어진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청계 3∼9가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단계적으로 청계천 양옆의 편도 2차로를 각각 폭 10∼15m의 보행로로 바꿀 계획이다. 차도는 청계천주변 재개발 과정에서 건물들이 현재 서있는 위치보다 뒤로 물러나 생기는 공간으로 옮겨진다. 청계천변부터 보면 보행로-편도 2차선 도로-건물 순으로 지형이 바뀌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확정된 도심부발전계획에 따라 청계천 일대의 신축건물이나 세운상가 등 재건축 건물은 모두 청계천을 기준으로 현재보다 3∼20m 더 떨어진 곳으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4∼5년 뒤 세운상가 인근부터 청계천옆 보행로가 만들어진 쾌적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새 물길 청계천 주변 높이 뜬다

    대형 호재 앞에서는 ‘8·31 대책’도 무력해진다. ‘8·31 대책’ 이후 전반적으로 토지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값도 빠지는 분위기다. 수요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관심을 끄는 곳이 있다. 청계천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종로·세운상가 주변 부동산이 뜨고 있다. 북핵 리스크 해소로 파주 토지 시장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복원 완공·인근 도심개발 활기땐 추가 상승 청계천 복원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 부동산 시장 판도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복원 공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주변 땅값이 5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값은 흔히 3단계로 나누어 오른다고 한다. 개발 계획이 확정-개발 착수-완공 이후 지역개발 파급 등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상승한다.3단계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정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세운상가 주변은 평당 4000만원짜리 땅이 6000만원으로 뛰었다. 무려 50%의 땅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수동 청계천 길가는 평당 39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올랐다. 땅값 오름세는 청계천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인현동 일대도 3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다른 지역 땅값 상승률과 비교, 배 이상 올랐다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청계천 개발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면서 땅값을 끌어올린 셈이다. 땅값뿐 아니라 아파트 값도 움직였고 사무실 임대료 등도 계속 오르고 있다. 청계 벽산 아파트는 평당 790만원에서 990만원으로 올랐다. 청계천 주변 아파트는 강북 아파트 값이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저조했던 것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임대료도 오르고 있으며, 청계천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권이 뛰어난 건물은 빈 사무실이 없을 정도다. 도심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되고 청계천이 관광 명소로 자리잡아 유동인구가 늘어날 경우 주변 상권도 크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청계천 복원 자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도심개발이 활기를 띨 경우 다시 한번 땅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짙다고 내다본다. ●“개발 가능성 커 연천까지 ‘토지 열풍´ 재시동” 파주·연천 땅값 다시 부상할 것인가. 북핵 문제가 타결되면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남북 긴장감 해소, 개성공단 사업 추진 등의 영향을 받아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몇년 동안 파주·연천 땅값 상승 열기는 전국 다섯 손가락에 낄 정도로 뜨거웠다. 남북화해 무드와 대규모 개발 호재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파주시는 토지거래허가제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자유롭지 못해 투자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거래량도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8·31 대책이 발표되면서 거래는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서 추가 상승을 확신했다. 심리적인 요인과 눈에 보이는 개발 호재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타결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진전될 경우 경기 북부 부동산 시장은 또한번 열기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했다. 파주 LCD공장과 문산 물류센터 주변 부동산은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핵 타결 추가 조치와 LCD공장 가동 등으로 이어지기를 기다리는 투자자도 많다. 경의선 주변,1번 국도 길가 부동산에 장기간 묻어두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거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경매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거래 규제로 묶이지 않은 연천군은 외지인 부동산 거래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여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차일석 前서울신문 사장 회고록 펴내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 자기의 취미와 적성을 잘 살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의 선택여부가 성패의 갈림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일석(75) 전 서울신문사장. 최근 자신의 회고록 ‘영원한 꿈 서울을 위한 증언’을 펴낸 소감이다. 도시행정 전문가로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와 서울시 부시장 등을 지낸 차 전 사장은 제목에서 시사하듯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서울의 현대화에 못다한 미련과 아쉬움을 글로나마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15세때 8·15 광복을 맞았던 일,6·25때 미2사단 통역장교로 근무했던 일화 등을 비롯,66년 김현옥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에 발탁돼 세운상가와 여의도 개발 등 격동기의 수도 서울 발전사의 비화들을 자세히 공개해 눈길을 끈다. 특히 세종로 네거리의 지하도 건설과 관련,1억원이 훨씬 넘는 공사규모였으나 현대건설의 그늘에 가려졌던 대림건설이 단돈 1원만 받고 선뜻 공사에 참여했던 일 등은 지금도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 차 전 사장은 “부시장으로 김현옥 시장과 서울 현대화에 정열을 불태웠던 4년이 인생의 황금기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회고할 만큼 어려울 때 서울시 현대화 작업에 같이 고생했던 고(故) 김 전 시장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또한 서울신문사 사장 시절을 회고하면서 “편집권이 정부의 입김이나 경영진의 의사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98년 10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노사협약에 서명한 것도 매우 보람된 일이었다.”고 말했다.김문기자 km@seoul.co.kr
  • [Zoom in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 1년만에 ‘원점’

    [Zoom in 서울] 세운상가 재개발 1년만에 ‘원점’

    청계천을 빛내기 위해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세운상가 4구역(종로구 예지동 85 일대) 재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설계비 논란이 단초가 됐다.<서울신문 5월14일자 1면> 서울시는 설계비 문제로 사업이 난항을 겪자, 지난 8일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사업 신탁사인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결국 1년 동안 사업은 한 걸음도 진척되지 못한 채 설계비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서울시는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지난 1년 동안 대한토지신탁이 투자한 금액을 전액 보상해줘야 할 입장이다. 현재 구체적인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수십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설계비 과다계상 논란 서울시는 외국 설계회사가 포함된 세운상가 4구역 설계 컨소시엄에 275억원 정도의 설계비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평당 30만원이 넘는 것으로, 설계 컨소시엄에서 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최고 설계비가 평당 10만원 안팎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엄청난 금액이다. 대한토지신탁은 그러나 토지 등 소유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160억원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대한토지신탁보다 100억원 이상 설계비를 높이 책정하고 있다.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과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마포 신공덕동 1-5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설계비가 평당 8만 9000원인 점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시는 이에 대해 세운상가 4구역은 청계천에 인접해 있어 설계비를 많이 주더라도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마포 신공덕동’을 설계한 회사가 세운상가 4구역 설계 컨소시엄에 포함된 M건축회사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같은 회사가 설계했는데도 한쪽은 10만원 안팎에서 결정되고 다른 쪽은 30만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외국계 회사가 포함됐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설계비를 감안하더라도 160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주장한 대로 설계비가 책정될 경우 이 지역 재개발에 대한 이익은 외국 회사가 다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신탁방식 이해부족” 서울시가 대한토지신탁과의 계약을 해지함에 따라 사업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는 이 기회에 신탁사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개발신탁’ 방식을 포기하고,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官)이 주도해 추진하는 재개발 방식이 처음이어서 ‘신탁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 시인한다.”고 말해 사업 표류의 원인이 서울시에 있음을 고백했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사람들은 영세 상인들과 세입자들이다.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치만 잔뜩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재개발된다는 소문에 장사도 제대로 안된 탓이다. 한편 대한토지신탁이 주도하던 사업이 서울시로 넘어오면서 세운상가 4구역 설계비는 275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강남·목동 무선전화 도청

    서울의 강남지역과 목동 등 오피스텔에 반경 300m를 도청할 수 있는 광대역 수신기를 설치해 놓고 사생활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구입한 400만원대의 장비로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주로 도청해 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2일 고급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불특정 다수의 통화내용을 도청한 뒤 가정주부 2명의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6500만원을 뜯어낸 권모(41)씨 등 3명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강남구 도곡동과 양천구 목동 인근의 아파트단지 등의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공중파 수신이 가능한 광대역수신기와 안테나, 통화를 녹음한 MP3 파일을 저장하는 컴퓨터, 스피커 등 도청 장치 일체를 설치했다.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인 광대역수신기는 반경 300m 이내의 잡음이 청취된다. 도청 기술자인 권씨가 수신기의 주파수를 맞추는 순간 잡음이 사라지며 통화 내용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신기를 통해 900㎒ 이상의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모두 도청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2개의 주파수 대역이 있으며 구형인 46∼49㎒,900㎒ 두개가 있다. 도청과 청취를 담당한 권씨가 통화를 분석했으며 통화자의 인적사항이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나오면 그때부터 통화자를 집중 도청했다. 이를 통해 통화 내용 중 불륜 등 사생활의 약점이 잡히면 협박을 하고 돈을 뜯어내는 팀을 가동시켰다. 권씨 등은 고급아파트 거주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해 말 장비를 구입한 이들은 3월부터 양천 지역에서 활동하다 지난 6월 강남 도곡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근처의 고급아파트 방향으로 안테나를 설치했다. 이들은 고급 아파트 인근의 오피스텔 입주를 위해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80만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도청을 시작, 통화 내용 분석이 끝난 5월부터 주부 김모(42)씨 등 피해자를 협박하기 시작했다.“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모두 65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경찰의 미행을 우려, 접선 장소를 수차례 바꾸며 택배사 직원으로 위장해 피해자와 접촉했으며 노숙자 명의의 대포통장으로도 송금받았다. 도청 기술자인 권씨 등 일당은 모두 대전교도소에서 만난 동기이며, 권씨의 주도로 청취팀과 협박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도청된 통화 내용은 컴퓨터로 저장됐거나 일부 내용을 편집해 CD로 제작하기도 했다. 청취를 맡은 권씨는 수배자 신분으로 식사 및 수면시간을 제외하고는 도청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길씨, 정계에 청계천 로비”

    청계천변 재개발 특혜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는 19일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로RED 대표 길모(35)씨 부자가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회사에서 빼낸 71억원이 정·관계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길씨로부터 로비자금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전 성남중원지구당위원장 김일주(53)씨는 전날 구속적부심에서 “길씨가 회사에서 빌린 71억원을 여야 중진의원 2명의 후원금, 로비자금, 리베이트 등으로 사용한 뒤 내게 14억원을 줬다고 강변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은 기각됐다. 한편 검찰은 지난 4일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속기록 분석 결과, 도계위원장인 양윤재(56·구속) 서울시행정2부시장이 세운상가구역 32지구의 층고제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회의를 이끈 정황을 확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U사 대표 불러 1억 출처 조사

    청계천변 재개발 특혜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는 양윤재(56·구속)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설립한 도시설계용역 벤처업체인 U사 대표 김모(31)씨를 상대로 U사의 수주 내역 및 양 부시장 집무실 등에서 발견된 김씨 명의 통장 2개에 입금된 1억원의 출처 등을 집중 조사했다. 양 부시장의 제자인 김씨는 2003년 12월 U사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며 양 부시장의 추가 수뢰 혐의가 알려진 뒤 잠적했다가 이날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검찰은 또 세운상가구역 32지구 재개발 시행사인 H사 대표 장모(50)씨가 양 부시장 친구의 동생인 광고업체 대표 서모(52)씨를 통해 양 부시장에게 로비를 한 정황과 관련, 양 부시장 집무실에서 발견된 서씨의 청탁메모에 적힌 대형 건설업체 P사 간부의 개입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메모 앞면에는 용적률 확대와 (심의)일정단축 등의 내용이 적혀 있고, 뒷면에는 시공사인 P사 임원 이름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부시장이 건축설계업체인 N사에서 1억여원을 받은 정황을 추가 포착, 돈의 성격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N사 대표 박모씨는 지난 11일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청계천 신화’ 무너지나

    “회장님,e머신즈가 미국 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저가(低價) 시장에서는 1위였답니다.”외환 위기의 ‘후폭풍’이 여전히 기세를 떨쳤던 1999년 여름, 삼보컴퓨터 회장실은 미국에서 전해온 낭보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용태 삼보컴퓨터 명예회장이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승부수로 던졌던 e머신즈가 신제품 출시 1년 만에 미국의 저가 PC시장을 석권한 것이다. 그러나 2년 뒤, 삼보컴퓨터는 저가 PC로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저가 마케팅’이 타이완 및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와 세계 PC시장의 침체와 맞물리면서 결국 ‘부메랑’이 된 것. 악재는 연달아 터진다고 했던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초고속인터넷 두루넷마저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상도의에 어긋난 한전 탓에 실패하면서, 삼보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과 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를 돌파하려 했지만 대규모 영업 적자는 줄곧 삼보의 회생을 가로막았다. 삼보컴퓨터가 끝내 자금난으로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18일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1980년 7월, 서울 청계천 4가 세운상가의 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자본금 1000만원 규모로 출발해 ‘청계천 신화’를 일궈냈던 삼보가 증시에서 퇴출되는 비운을 맞이한 것이다. 기업가치는 지난 2000년 1조원 수준에서 현재 1000억원대로 10분의 1이나 급락했으며,2000년 4조원을 웃돌았던 매출액은 지난해 2조 1812억원으로 지난 99년(2조 2199억원)보다 더 떨어졌다. 한국 PC산업의 선구자였던 삼보컴퓨터가 몰락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저가 정책에 따른 낮은 마진율과 무리한 사업 확장,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급격한 ODM(제조업체설계생산)의 매출 감소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회생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해 말 선보인 노트북 브랜드 ‘에버라텍’이 선전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PC인 ‘루온’을 앞세운 데스크톱 PC사업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 삼보측은 “앞으로 수출과 금융 등 해외영업 부문에서 당분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술력과 전국 규모의 유통망이 건재하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많은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보컴퓨터가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홍순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이 회장은 삼보컴퓨터 지분을 3.84%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오늘의 눈] ‘문닫기’ 바쁜 서울시/송한수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지난 6일 서울시 양윤재 행정 2부시장이 긴급체포됐다. 서울시는 양 부시장 체포 이후 보름 가까운 기간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언론보도에 사사건건 대응하며 ‘말문 닫기’에 허둥거렸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건 초기만해도 서울시는 수사중인 사안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수사 중인 사안에 너무 민감하게 맞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 의혹을 제기하는 사안이 생길 때마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5·18경축’이라는 홍보탑 문구 등 여당의 반응에 서울시 홈페이지에 반박의 글을 올리는 등 ‘과민반응’하는 것도 어색한 느낌을 주고 있다. 서울신문이 14일자에 시에서 세운상가 4구역 설계비를 부풀려 중재를 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13일 밤 10시에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18일 오전에도 시청 기자실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도시계획위원회의 일정을 앞당겨 검찰이 의혹을 갖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회수하느라 직원들이 각 언론사 부스를 돌며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해명자료 회수 이유는 보도 일시를 17일자에서 18일자로 바로 잡는다는 것이어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더 위험(?)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업자 길모씨가 시장을 면담했다는 보도와 관련, 사실관계를 해명하면서 한 방송국 기자의 이름을 들먹였다가 며칠 뒤에야 대변인이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겹치면서 일주일에 두 차례씩 가지기로 했던 대변인의 시정 브리핑은 최근 열리지 않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의 명예를 해치는 언론보도에 서울시가 공익을 위해 따끔하게 맞서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러나 수사중인 사건에 대한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들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시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야 한다. 고질 민원인들의 출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시청 정문 출입문의 셔터는 내려져 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처럼, 자꾸 입을 막으려고만 하다가는 ‘꽉 막힌 서울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송한수 지방자치뉴스부 기자 onekor@seoul.co.kr
  • ‘고도완화’ 20억 광고로비 의혹

    청계천변 재개발 사업과 관련, 양윤재(56·구속)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게 광고를 미끼로 재개발 사업자가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세운상가 32지구 로비 정황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는 17일 세운상가구역 32지구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H사가 양 부시장과 친분이 있는 광고업자에게 20억원대 분양광고를 몰아주는 대가로 양 부시장에게 고도제한을 완화해 주도록 로비를 했다는 정황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H사 대표 장모(50)씨 등에 대한 조사에서 이같은 단서를 포착했으며 광고업체인 S사 대표 서모(52)씨를 불러 양 부시장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분양광고를 수주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들 업체간에 아직 돈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 4일 회의에서 세운상가구역 32지구의 고도제한을 85m(지상 21층)에서 109m(지상 32층)로 완화해주고, 용적률도 789%에서 1000%로 높여주는 안건을 승인했다. 검찰은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회의가 4일로 앞당겨진 경위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양 부시장,“타워팰리스 100층은 올렸어야” 검찰은 양 부시장이 학계에 있을 때부터 ‘도심 고층화론’을 주장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 부시장과 절친한 사립대교수 O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도심개발과 관련,20∼25층짜리 건물을 병풍식으로 짓지 말고 40층 정도의 건물을 타워형으로 쌓고 중간중간 공원 등 트인 공간을 만들자는 게 양 부시장의 구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양 부시장은 타워팰리스(42∼69층)도 최소한 80∼100층으로 지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고 덧붙였다. ●층고완화 과정에 ‘입김’? 양 부시장은 2002년 초 청계천복원 관련 연구포럼에서 건물을 높이 짓게 하되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자신의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시의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 과정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날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온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정모 연구위원은 “지난해 3월 서울시 주택국이 갑자기 모든 도심재개발 지역에서 고도제한 완화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이 방안은 청계천복원추진본부 등을 거쳐 같은 해 9월 확정됐다. 당초에는 전략재개발지역(미래로RED의 을지로2가 5지구 등)에만 고도제한 완화의 인센티브를 주도록 돼 있었는데 서울시가 ‘공공용지를 제공할 경우, 기준 높이의 최대 50%까지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 층고제한 완화가 모든 도심재개발 지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정씨는 당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가 해당 연구에서 배제됐다. ●U사 역할 궁금 양 부시장이 2001년 5월 설립한 U사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U사는 주로 주상복합아파트 사업자, 아파트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단지 설립계획, 도시환경계획 등의 연구용역을 수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서울시에 발탁된 이후에는 제자인 정모씨가 운영을 맡아왔으며 그는 이번 사건 수사 이후 잠적했다. 검찰은 또 다른 제자 명의 통장 2개에 입금된 1억원과 U사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장부에 기재된 1억원 등 2억원의 출처를 쫓고 있다. 또 양 부시장과 함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 사립대 교수가 U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사실을 확인,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김유영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서울시 자체 설계규정 어겼다

    서울시가 청계천 주변 재개발사업에 외국 설계회사를 참여시키면서 스스로 정한 현상설계규정을 어기고 외국 회사에 더 많은 설계비를 책정해 주도록 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지역 설계비 과다계상이 문제가 되자 외국설계사가 낀 것 치고는 인근 건축물보다 설계비가 저렴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상설계규정에 따르면 서울시는 설계비를 중재하거나 언론보도를 해명하면서 이러한 기준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임의로 산출한 설계금액은 스스로 만든 국내규정에 따라 산출한 설계비보다 약 115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세운상가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상설계규정’에 따르면 현상설계에 당선된 외국 회사는 국내 법률규정을 준수하도록 명문화돼 있다. 이 규정은 지난해 9월 시가 세운상가 재개발에 대한 국제지명현상설계 당선작 선정을 앞두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마련했다. 겉표지에 부시장 간인(間印)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외국 건축설계회사 4곳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세운상가 재개발 합동설계단의 설계비는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국내 기준인 ‘건축사 용역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외국계 회사가 포함됐다. 일부 토지 소유자들은 300억원까지도 설계비를 지불하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275억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국내 기준으로 설계비를 책정할 경우 160억원이면 충분하다.”면서 “서울시가 스스로 마련한 규정까지 어겨가며 외국 회사에 더 많은 설계비를 지급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탁사는 설계비가 포함된 총공사비가 많아지면 더 이익”이라면서 “그러나 잠재적 위탁자인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시가 만든 현상설계규정은 설계비 지급기준까지 국내 규정을 따르도록 세부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사업시행자인 종로구청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대한토지신탁에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대한토지신탁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설계비를 둘러싼 공방이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 대한토지신탁은 최근 사정기관에 서울시의 비리를 투서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심층분석] 도심재개발·재건축 비리

    [심층분석] 도심재개발·재건축 비리

    요즘 술자리에선 ‘청계천’과 ‘재개발’이란 말이 가장 많이 오르내린다. 지난 6일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이 검찰에 긴급 체포된 뒤 청계천 주변 도심재개발사업은 연일 언론의 주요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관계자들의 구속 행렬은 그치지 않고 있다. 청계천의 ‘구린 물’이 어디까지 더렵혀졌는지 현재로서는 쉽사리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더구나 청계천 주변 재개발을 둘러싼 용어와 절차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한국사람은 정치전문가는 많아도 정치학자는 없다.’는 정설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이번 서울인에서는 재개발과 도심재개발, 그리고 논란이 되는 고도제한완화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본다. ●도심재개발이란 재개발 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하고 노후 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다. 반면 재건축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 불량건축물이 몰린 지역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꾀하는 사업을 말한다. 집을 다시 짓는다는 것은 똑같지만 도로나 공원 등 정비기반시설의 건설 여부에서 차이가 난다. 재개발이 재건축보다 큰 개념이다. 현재 뉴타운사업도 일종의 재개발사업에 속한다. 도심재개발은 말 그대로 도심부를 재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 현대적인 도심이 출현한 것은 일제시대부터다. 수십년이 지나자 도심은 노후 건물과 무계획적인 개발의 후유증으로 슬럼화를 겪어야 했다. 이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1978년 처음으로 교통, 환경 등 도심재개발의 밑그림인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5년마다 이를 갱신했다.90년대까지는 높이 160m, 최대 1000%의 용적률을 적용했다. 그러나 2000년 6월 도심부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도심부관리 기본계획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행정계획이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법정계획인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의 가이드라인이다. 여기서 높이 90m, 최대 800%의 용적률을 적용받도록 강화됐다. 결국 도심재개발 기본계획도 2001년 10월 높이 90m, 최대 1000% 용적률로 변경됐다. 도심재개발이 탄력을 받은 것은 2002년 7월 이명박 시장 취임 뒤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다.2001년의 기본계획은 청계천 사업이 고려되지 않은 틀이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과 강북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기본계획 수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2004년 9월 행정계획인 도심부 발전계획이 나왔고, 결국 2005년 2월 도심재개발 기본계획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이때 높이 110m, 상한 용적률 1000%로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청계천 주변 7개 구역 재개발 도심재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조합 등 사업자가 해당 구청에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구는 구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이를 심의한 뒤 시에 신청하게 된다. 시 도계위는 심의를 거쳐 구의 안을 심의한다. 시 도계위에서 통과되면 ▲조합설립추진위 결성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시공사 선정에 이어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청계천 주변 도심재개발 구역들은 모두 7곳. 구역은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몇 개의 지구로 나뉜다.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M사의 사업지구가 속한 을지로2가 구역 13개 지구(미개발 9개 지구)를 비롯,▲세운상가가 속한 세운4 구역 1개 지구(미개발 1개) ▲청계7가 구역 7개 지구 ▲장교 구역 11개 지구(미개발 10개) ▲다동 구역 17개 지구(미개발 7개) ▲서린 구역 12개 지구(미개발 5개) ▲무교 구역 12개 지구(미개발 4개) 등이다. 이가운데 세운4구역은 도심재개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관공서가 시행사가 되는 전략사업구역이다. ●고도완화로 수조원대 개발이익 이들 구역의 총 면적은 8만 8000여평. 이 가운데 미개발 지구의 비율을 절반만 잡아도 모두 4만 4000여평에 달한다. 평당 4000만원씩만 잡아도 전체 땅값이 1조 7000여만원에 이른다. 특히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을지로2가 구역의 이익은 막대하다. 양 부시장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진 M사는 지가 시세 차익으로만 2000억원 가까이 건졌다. 개발 이익만 3000억원 이상이다. 단 이는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기준에다 공공용지 부담에 따른 인센티브분을 합쳐 높이 148m 1000%의 용적률을 적용받았을 때에 국한된다. 청계천 주변 재개발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을지로2가 구역이 세운상가와 회현동 일대와 더불어 사업성이 가장 뛰어난 지역이고, 구역 전체가 다 개발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청계천 주변 재개발의 이익은 수조원 단위에 이른다. 반면 높이 90m, 최대 1000% 용적률인 2001년 기준으로는 을지로 2가 구역뿐 아니라 청계천 주변 도심재개발의 사업성 자체가 없다고 서울시와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이 이곳에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방증이다. 이두걸 고금석기자 douzirl@seoul.co.kr ■ 흙탕물 청계천 진실은? 청계천 도심 개발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굴비처럼 엮이고 있다.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이 지난 8일 건축업자에게 2억원+α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청계천 수사에 대한 신호탄이 올랐다. 이어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김모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모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전 과장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 사업에 대한 검찰·서울시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양윤재 부시장 60억 요구설 검찰은 양 부시장이 2003년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으로 일할 때 삼각·수하동 지구에 건물 신축을 추진하는 M사 길모씨에게 “M사가 재개발로 엄청난 이익을 얻는데 60억원 정도는 줘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M사 건물의 개발이익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양 부시장은 “청계천 개발 아이디어가 60억원의 가치를 지녔다고 얘기한 것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면서 부인했다. 일부에서는 양 부시장이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출신으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디벨로퍼’인 부동산업자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양 부시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양 부시장은 지난 4월20일 M사 건물 건립안이 올라온 6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공원 터 확보를 위한 경비는 누가 부담하느냐. 공원 터는 M사가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다시 검토해 다음 위원회에 올려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일 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이 안이 상정되는 것조차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디자이너로서의 양 부시장의 소신이며, 양 부시장이 돈을 받지 않은 증거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은 양 부시장이 요구한 60억원을 길씨가 주지 않아서 생떼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양 부시장이 검찰 수사를 감지하고 결백의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길씨,‘제2의 김대업’인가 이런 가운데 사건의 핵심에 서있는 길씨 진술의 신빙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가 지나치게 길씨 부자의 진술을 통해서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는 김대업씨의 진술에만 의존했던 병풍비리 사건과 비슷하다.”고 반발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일주일쯤 수사를 했으면 수사 밑그림이 나오게 마련인데 아직 모르겠다.”면서 “검찰도 사안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측은 이같은 의견이 어디까지나 서울시의 희망사항일 뿐 수사차원에서 청계천 주변 도심 재개발 사업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담당하는 데다 이례적으로 검사 10여명이 달라붙어 수사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해초부터 내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칼날, 이명박 겨누나 실제로 검찰 수사는 2004년 8월 도심 재개발 사업의 밑그림을 마련한 시정연의 ‘도심부 발전계획안’용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양윤재 부시장의 개인비리뿐만 아니라 청계천 전반의 문제를 건드린다는 전면전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검찰은 서울시의 도심부 발전계획안에 나온 고도제한 완화 과정을 집중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M사 길씨가 수천만원의 금품을 김모 전 시정연 선임연구위원, 박모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전 과장에게 각각 3000만원을 제공했지만, 건축업자 한 사람의 민원만으로 도심부 전체의 고도제한이 풀렸다고는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추가 혐의가 드러날 경우 당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이었던 양 부시장에게 다시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찰이 이 시장과의 면담 주선의 대가로 M사 길씨에게 14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일주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을 구속한 것도 이 시장과의 연결고리를 파헤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이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며 2002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김씨가 고대 출신 정치권 인사들을 모아 이 시장 캠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최고 책임자인 이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세운상가 재개발도 내사

    세운상가 재개발도 내사

    서울 종로구 주도로 추진중인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에 서울시가 시세보다 100억원 이상 높은 설계비를 합동 설계단에 지불하도록 권고한 사실이 포착돼 검찰이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운상가 4구역 합동설계단에는 최근 구속된 서울시 양윤재 부시장의 친구가 운영하는 D사가 포함돼 ‘서울시가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건축설계회사 편든 서울시?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은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 세운상가 4구역에 2009년까지 건물 8개동을 짓는 것이다. 사업시행자는 종로구청장이며, 땅을 신탁받아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완공 뒤 신탁자들에게 분양을 해 주는 신탁사로는 대한토지신탁㈜이 선정됐다. 현재 10개 건축설계회사들이 합동설계단을 구성, 설계를 진행중이다.4개 업체는 외국계 회사이고, 양 부시장과 중·고교 동창으로 절친한 L씨가 운영하는 D사도 포함돼 있다. 합동설계단은 설계비로 396억원을 요구하고 있고, 대한토지신탁은 160억원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가 이 과정에 개입, 올 1월11일 공문을 통해 279억 700만원의 조정 금액을 양측에 제시했다. 조정권고 공문에는 발신자가 서울시가 아닌 종로구청장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종로구에서 설계비에 대한 시의 의견개진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설계비를 산출했다.”면서 “서울시는 종로구와 이 지역 재개발에 대한 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설계단은 서울시의 조정액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한토지신탁은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한토지신탁 관계자는 “서울시가 업자들에게 휘둘려 상식을 넘는 금액을 조정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도 “시세보다 100억원 이상의 조정액을 낸 서울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담당부서인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고위관계자는 “외국계 회사가 포함된 합동설계단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조정금액이 문제가 된다면 제3의 기관에 원가분석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확대되는 재개발 수사 서울시의 세운상가 설계비 개입 의혹은 검경의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서울시가 설계업자들의 로비에 휘둘리고 있다.’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검·경 등에 제출했고, 경찰에서 이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도 수사 대상”이라고 이날 밝혔다. 한편 청계천변 재개발 특혜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는 이날 양윤재 서울시 부시장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역삼동의 도시설계용역회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양 부시장의 사무실에서 이 회사 이름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국립대교수 김모(52)씨와 청계천복원추진본부 간부 출신인 모 구청 도시관리국장 박모(52)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로RED측으로부터 중구 삼각동·수하동 주상복합건물 신축 사업의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챙긴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재개발 관련 토론회 등에서 “개발인센티브가 필요한 전략재개발지구의 용적률을 1000%까지 풀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이 시행사측의 금품로비와 관련이 있는지 캐고 있다. 박씨는 청계천복원 추진본부에서 고도제한 완화 결정의 결재라인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미래로측이 대표이사에게 대여한 71억여원이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김기용 홍희경기자 kiyong@seoul.co.kr
  • 청계천 재개발 고도제한 완화 주무부서 반대의견 무시

    청계천 재개발 고도제한 완화 주무부서 반대의견 무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H사의 사업 추진과정에서 서울시가 주무부서인 도시계획과의 의견을 무시하고 건물 고도제한을 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심부 발전계획안 역시 주무부서인 도시계획과가 아닌 청계천복원추진본부가 마련한 것이어서 청계천 주변 도심 개발 사업 전체에 대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체 개발이익만도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H사는 세운상가 구역 32지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 도시계획위원회는 지하 7층, 지상 32층, 층고 109.5m에 1000%이하 용적률을 적용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H사의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관련부서 협의 과정에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은 ‘정비 기본계획상 109m까지 지을 수 있지만 향후 미시행 사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 100m 이하의 범위에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전반적인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다루는 도시계획과도 “이 지역이 남산과 가깝기 때문에 ‘최고고도지구 5층이하(18m 이하)’,‘최고고도지구 3층이하(12m 이하)’,‘남산공원’ 등으로 높이를 제한하고 있어 높이 완화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반대했다. 이같은 의견은 끝내 반영되지 못했으나 서울시 측은 해당자료를 통해 “관련부서의 의견을충분히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도시계획과를 배제한 도시계획 ‘도심부 발전계획’을 청계천복원추진본부에서 담당하게 된 것도 의문이다. 향후 20년 앞을 내다보는 ‘…발전계획’은 도시계획국이 5년마다 작성해 모든 도심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 업무가 2002년 양윤재 부시장이 청계천복원추진 본부장으로 영입되면서 청계천본부로 이관됐다. 서울시 측은 청계천이 도심재개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도심공동화를 막기 위해 도심부의 고도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양 부시장의 ‘아이디어’가 ‘…발전계획’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7월 당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이었던 양 부시장이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이같은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청계천 전체 개발이익만 1조 이상 청계천 주변 도심재개발 지역은 청계천 양쪽으로 약 7㎞ 구간에 해당한다. 대부분 상업지역이다.1978년에 마련된 도심재개발기본계획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다. 청계천 주변의 재개발 대상 구역은 모두 7곳으로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여러 개의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현재 로비 의혹이 일고 있는 M사의 사업지구가 속한 을지로2가 구역에도 13개 지구가 있다. 이들 구역의 총 면적은 5만 5000여평.7곳 가운데 미개발 지구의 비율을 절반만 잡아도 모두 2만 2000여평에 달한다. 땅값만 시세로 따져 8800억여원에 이른다. 시는 M사의 경우 개발이익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틀이 잡힌 을지로 2구역과 세운 4구역이 알짜배기 땅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전체적으로는 1조원 대의 개발이익이 예상된다. 특히 ‘재개발 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세운4구역에는 국내외 설계사 10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양 부시장과, 양 부시장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M사의 길모씨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D설계사가 참여하고 있어 또다른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설계비만 275억원에 이른다. 이두걸 김유영 고금석기자 douzirl@seoul.co.kr
  • 둔촌주공 재건축 12~15층으로

    말도 많았던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결국 12∼15층 높이로 재건축된다. 또 노후·불량주택 밀집 지역인 은평구 불광동 일대 3만 3000여평이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강동구 둔촌동 170 일대 17만여평 규모의 둔촌주공 1∼4차아파트 부지에 대해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수정 가결했다고 6일 밝혔다. 현재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고 10층, 용적률 89%로 돼 있다. 강동구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2년 전부터 둔촌주공에 대해 층고 제한없이 용적률 250% 이하를 적용하는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평균 200% 이하의 용적률과 기부채납을 했을 때 최대 높이 15층, 안 했을 때 최대 12층 이하로 제한받게 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3·4단지는 이미 10층 규모의 개발 상태가 반영됐기 때문에 3종으로의 종상향이 불필요하다.”면서 “길동 신동아나 청담동 홍실 등 2종으로 지정된 비슷한 여건의 단지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은평구 불광동 1의200 일대 불광 6구역 3만 3000여평도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불광6구역은 5층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과 7층까지 건립 가능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도계위는 모두 15층 이하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 결정했다. 분양·임대아파트 등 모두 792가구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주변 은평뉴타운 등과 함께 대단위 주거타운을 형성하게 됐다. 도계위는 또 충무로4가 79 세운상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변경안도 의결, 세운상가의 용적률을 789% 이하에서 1000% 이하로 대폭 상향했다. 이에 따라 층수도 지상 21층, 지하 6층 이하에서 지상 32층, 지하 7층 이하로 각각 완화됐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Zoom in 서울] 동물 뛰노는 서울 만든다

    [Zoom in 서울] 동물 뛰노는 서울 만든다

    “아빠, 오늘은 족제비를 봤어요.‘다솜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줬어요.” 서대문구 무악재고개 기슭에 사는 30대 회사원 김모씨의 6살 난 딸아이는 집밖에서 종종 야생동물과 친구가 된다. 김씨 역시 생태육교를 걷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북악산-창덕궁-종묘-세운상가-남산 등 현재 단절된 24개 서울의 생태녹지축 연결사업이 완료되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이야기들이다. 자연 녹지와 야생 동물, 그리고 서울시민과의 행복한 ‘동거’가 시작되는 셈이다. ●2010년까지 3000억들여 조성 서울시는 “북악산-창덕궁-남산 등 현재 단절된 24개 녹지축을 생태통로로 연결, 서울 도심과 외곽의 녹지를 하나로 묶는 생태녹지축 연결사업을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3일 밝혔다. 예산만 3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최근 선보인 뚝섬 서울숲에 이어 서울의 ‘녹색지도’를 다시 그리게 된다. 서울의 생태녹지축은 급격한 산업화와 무분별한 도로의 개설로 70년대 대부분 끊겼다. 생태녹지축 연결사업의 핵심은 단절된 서울의 녹지를 원래 모습에 가깝게 연결, 서울 도심부까지 녹색의 그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연결로의 형태는 생태육교나 녹지 도로, 산책로 등이 있다. 시민들이 연결로를 통해 기존 녹지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은 물론, 야생 동식물이 자유롭게 번식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서울시에는 산과 산이 서로 연결되는 환상녹지축, 산과 평지가 연결되는 남북육경축 등 두 개의 녹지축이 출현한다. 환상녹지축은 북한산에서 시작, 수락산-아차산-길동자연생태공원-대모산·청계산-우면산-관악산-천왕산-우장산-덕양산-봉산-안산에서 다시 북한산으로 돌아온다. 서울을 감싸 안은 형태로 서로 연결된다. 역시 북한산에서 출발하는 남북육경축은 세 줄기로 나뉜다. 덕수궁-남산-용산기지-보라매공원-관악산까지의 한 줄기와 종묘-세운상가-남산-국립묘지-낙성대-관악산, 그리고 낙산에서 동대문운동장을 거쳐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이 그것이다. ●다람쥐·족제비 도심 출현 녹지축이 연결되는 지역은 모두 24곳. 서대문 무악재고개와 북악산-창덕궁-종묘-세운상가-남산 등 도심과 서초 양재고개, 송파대로, 강북 오동근린공원 등 시 외곽을 망라한다. 서초 반포천 등 5개 하천의 생태계도 복원된다. 매봉산-월드컵경기장 등 10곳은 최근 녹지축이 연결됐다. 서울시는 올해 관악산-현충묘지공원 지역의 관악산과 까치산근린공원 사이 80.2m, 남산 지역의 매봉산∼금호산공원 사이 32m 길이에 폭 15m의 생태육교를 설치한다.60억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도심 지역은 지상에 폭 30m 정도의 녹지 도로와 옥상 녹화사업 등을 통해 연결된다. 한강 주변과 다리도 생태적으로 조성,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한다. 연결로에는 먼저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 나무들을 심어 곤충의 이동을 유도한다. 이렇게 되면 꿩, 참새, 딱새 등 녹지에서 살던 새들이 날아든다. 이어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오소리 등 소형 포유류가 도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정상적인 생태계가 도심까지 이식되는 셈이다. 마지막 단계까지는 완공 뒤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협조로 5년 내 완료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24곳의 녹지축을 연결하는 데에만 3000억원 가까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또 세운상가 등 도심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개발 논리에 맞서 녹지축 연결로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완전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육교 대신 막대한 예산이 드는 터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100억원씩을 투자해도 20∼30년이 걸린다.”면서 “시의회 등의 협조로 집중 투자,2010년까지는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빌딩 X파일] 잠실 시그마타워

    [빌딩 X파일] 잠실 시그마타워

    지난 1990년대 중반 당시 서울 잠실 주변에 살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때만 하더라도 상가와 아파트가 결합된 주상복합의 개념은 낯설던 시절, 기껏해야 종로 낙원상가·세운상가 등 ‘슬럼화’된 주상복합이 전부였다. 잠실 시그마타워가 업무공간과 거주공간이 균형을 이룬 1세대 최첨단 주상복합 빌딩이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그마타워는 지상 30층 지하 7층 연건평 2만 600여평 규모로 잠실롯데월드 대각선으로 맞은편 송파구 신천동 7의19에 지어졌다.93년 착공해 96년 10월 완공됐다. 당시로는 최첨단의 환경시설을 갖춰 ‘국내 최초의 환경아파트’라는 호칭이 뒤따랐다. 시그마타워에는 중앙집중식 청정공기 정화시스템, 자동쓰레기 처리장치 등 당시 거주공간에는 처음 적용되는 환경시설을 갖췄다. 특히 중앙집중식 청정공기 정화시스템은 실내 공기의 오염물질을 없애는 것은 물론 실내습도 조절, 정전기 방지기능까지 하면서 당시 언론의 초점이 됐다. 또 중간층인 12층에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식공간,30층 옥상에는 전망대도 설치돼 서울 동남부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당시 소유주인 한라그룹은 96년11월 대치동 사옥에서 이곳으로 대거 옮겨왔다.89평 등 주거공간의 83가구는 당시로서는 최고급인 평당 900만원대의 분양가로 입주했다. 그러나 시그마타워의 앞날은 평탄치 않았다.97년말 경제 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한라그룹이 99년 싱가포르투자청에 평당 400만원에도 못 미치는 330억원에 팔았다. 지난해 초 다시 500억원에 부동산투자회사인 K-1리츠로 넘어간 상태다. 시그마타워는 1∼12층까지 사무공간이다. 그중 7∼10층까지는 ㈜한라건설 등 한라그룹이 사용하고 있다. 이어 외환은행, 교보생명,LG카드 등 10여개 업체 지점과 국민건강보험 송파지사 등이 들어서 있어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13층부터 29층은 아파트에 해당한다. 따로 출입문을 만들어 사생활을 보장했다. 지하 1층 상가에는 30여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다. 대부분 음식점들이다. 주변에 사무실들이 제법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음식점은 별로 없는 편이라 점심 시간이면 발디딜 틈없이 붐빈다. 백반부터 칼국수, 감자탕, 추어탕, 삼겹살, 중화요리 등 대중적인 음식을 4000∼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밖에 스포츠클럽, 당구장, 약국 등도 입주해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현금영수증 10% 더 내라니…

    현금영수증 10% 더 내라니…

    결혼을 앞둔 이모(28·여·회사원)씨는 지난 24일 혼수 장만을 위해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가전제품 매장에서 TV, 세탁기, 냉장고 등 740만원어치를 고른 뒤 현금을 주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더니 종업원은 대뜸 “영수증을 받으려면 대금의 10%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위해 영수증을 달라고 계속 졸랐지만 종업원은 “그렇게 하면 내가 해고당한다.”며 버텼다. 너무 화가 난 이씨는 다른 가게를 찾았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악덕 상혼에 소비자만 피해 잇따라 올해부터 현금영수증 제도가 도입됐지만 악덕 상혼이 기승을 부리면서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소득 노출에 따른 세금(소득세·법인세 등) 증가를 피하기 위해 업소들이 영수증 발급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 영수증 발급의 대가로 웃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올들어 발급거부, 웃돈요구 등 현금영수증 관련 소비자 신고가 24건이나 접수됐다. 서울신문 사건팀이 용산전자상가, 아현가구단지, 종로세운상가 등지의 상점 30곳을 취재한 결과 전체의 4분의1도 안 되는 7곳에서만 현금영수증을 정상적으로 발급하고 있었고 나머지 23곳에서는 영수증 발급을 아예 거부하거나 발급의 대가로 최고 10%의 웃돈을 요구했다. 서대문구 아현가구단지내 한 가구점에서 이탈리아산 대리석 식탁의 가격은 380만원이었지만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자, 가게주인은 “10%인 38만원을 더 내라.”고 했다. 그는 “현금영수증을 받기 위해 침대, 소파, 식탁 등 2000만원어치를 현금으로 사가고 200만원을 더 낸 손님도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밀수품 유통지역은 더욱 심각 특히 밀수품 유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카메라,CD플레이어,MP3 등은 현금영수증 발급이 훨씬 더 어려웠다. 가격흥정 때부터 현금판매만 고집하던 가게주인은 “카드는 5%, 현금영수증은 10%를 추가하는 게 이 동네의 철칙”이라고 말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4∼5% 정도를 떼어야 하지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판매내역이 바로 국세청에 보고돼 부가세 10%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에 과세표준(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소득액)이 커져 세금이 불어나기 때문에 가격을 올려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준다고 해서 웃돈을 요구할 근거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대대적 지도단속계획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을 일부러 기피하거나 발급대가로 웃돈을 요구하는 업소 등은 ‘잠재적 탈세자’로 보고 다음달부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국세청 조세과 김철민 과장은 “별다른 이유 없이 고의로 발급을 기피한다면 당국으로서는 탈세 혐의가 있다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법상 현금영수증의 발급은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조사·단속 과정에서 마찰도 예상된다. 국세청 부가가치세과 양철호 사무관은 “현재 법적 논란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다음주 안으로 구체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금영수증제도 현금으로 5000원 이상 구매한 사람에게 업소에서 영수증을 떼어주는 제도. 개인은 이를 통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유영규 이효연기자 whoami@seoul.co.kr
  • [안동환기자의 현장+] 에로비디오 촬영현장을 가다

    [안동환기자의 현장+] 에로비디오 촬영현장을 가다

    미국에 ‘할리우드 키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청계천 키드’가 있었다. 친구들과 숨죽여 보던 에로물은 한 시대 사춘기의 통과의례였다. 에로물의 집산지였던 서울 청계천 세운상가를 기웃거린 경험이 있다면 ‘어우동’,‘뽕’,‘애마부인’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에 붙은 ‘빨간딱지’를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대’의 에로물은 이제 ‘박제된 추억’에 가깝다. 업로드와 다운로드,P2P가 활개치는 시대에 에로 비디오는 충무로에서도 ‘멸종동물’취급을 받는다. 기자는 지난달 17일 Y프로덕션의 에로 비디오 제작에 음향담당이자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활로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에로 비디오의 촬영현장으로 들어가 본다. “너도 벗냐.”는 사진부 선배의 노골적인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셔츠 단추를 목덜미까지 단단히 여미고 있다.“아무나 벗나요?”서울 근교의 모텔 한개 층을 빌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다음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이날 찍은 ‘작품’은 불륜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두 20개신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15개가 베드신으로 한 신에 40분에서 1시간이 걸렸다. 리허설에 분주한 15년 경력 이필립(40) 감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에로 비디오도 대본이 있기는 하지만 대사의 상당 부분은 애드리브로 해결한다. 에로시장의 축이 인터넷 동영상과 모바일 서비스로 옮겨지면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극영화 수준의 작품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고백한다.“넌 유부녀야.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정사를 나누며 느끼는 죄책감이 표정에 그려져야지. 자, 시선을 위로 올려봐. 콧소리는 너무 내지 말고…. 그래∼그렇게 가는 거야.” 6㎜ 디지털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한다.“자!가자. 레디∼액션.” 남녀 배우는 대사를 주고 받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전라가 된다. 고난도의 연기와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용 스틸 카메라 기사도 연신 자리를 잡기에 바쁘다. 에로물의 지상 목표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지만 심의라는 ‘장애물’을 무사히 넘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 감독은 “작품성을 따질 여유도,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심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노출 수위를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너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르노와 경쟁해야 하는 에로물의 고민이 배어 있다. 촬영은 ‘체모와의 술래잡기’다. 감독은 ‘꼭꼭 숨어라.’를 외치는 술래와 같다. 남녀 배우 누구든 ‘헤어(체모)’가 카메라에 잡히면 여지없이 ‘컷’사인이 떨어진다. 체모 노출은 심의 규정상 철저히 금지된다. 소문으로 떠도는 배우들의 ‘실제 상황’은 99.9% 불가능하다. 중요 부분을 가리는 ‘공사’가 치밀한 탓이다. 남자 배우는 해당 부위를 스타킹이나 양말로 두르고 고무줄로 묶는다. 여배우는 살색 테이프에다 팬티 라이너를 오려 붙인다. 눈물을 쏟아낼 만큼 고통스러웠다는 옛날식 ‘청테이프 공사’는 사라졌지만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격렬한 정사신에서도 공사가 허물어지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드물다. 배우들에게 베드신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편집없이 긴 시간 찍는 롱테이크로 배우들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베드신이지만 중간 중간 쉬지 않으면 탈진하고 만다. 전라의 배우들이 눈 앞에서 펼쳐 보이는 정사신이 민망한 것도 한 순간. 하루 종일 반복되는 베드신은 갈수록 고문에 가까워졌다. 감독의 주문이 많아지자 기자도 바빠졌다. 붐 마이크를 들고 지시에 따라 침대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인다. 마침내 한 컷이 끝나자 누구랄 것 없이 “수고하셨습니다.”는 말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국내의 에로배우는 남녀 합쳐 60명 안팎이다. 불과 한두편만에 사라지는 배우도 많아 부침이 심한 세계이다. 에로배우의 수입은 영화배우와는 달리 개런티가 아닌 일당제.4∼5일이던 제작기간이 하루로 단축되면서 도입된 일당은 여배우가 60만∼70만원, 남자 배우는 20만∼30만원이다. 여배우는 일당도 많지만 출연 기회도 많다. 남자 배우는 한마디로 찬밥이다. 에로 비디오 수요자의 절대다수가 남성인 만큼 배역 자체가 적다. 대부분의 남자 배우는 ‘투잡스족’. 현역 남자 배우 가운데 가장 고참이라는 8년 경력의 한석봉(예명·36)씨도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다. 출연한 에로물만 500여편에 이르는 그는 이제 ‘한물 간’ 배우가 됐다. 한씨는 “비디오 시장이 전성기였을 때는 에로배우로 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한달에 한편 출연하기도 어렵다.”면서 “에로배우라는 자부심과 자존심마저도 이 바닥에서는 사라졌다.”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6년째 활동하는 강성민(예명·29)씨는 “나는 본업이 배우”라면서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한다. 강씨는 “공중파 방송에 재연 배우로 출연하지만 같은 연기자끼리 따돌릴 때는 서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여배우는 신선한 이미지를 갖춘 신인일 때가 ‘몸값’이 가장 비싸다. 여배우의 수명은 비디오 10편이 분기점. 이번 비디오가 세번째 출연작이라는 진아(예명·23)씨도 신인이다. 백화점 직원이었던 그녀는 “수입이 낫다는 생각에 배우를 시작했지만 오래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에로 비디오 업계는 자신들의 표현를 빌리자면 망했다. 한때 60개에 육박했던 제작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 활동하는 제작사는 2∼3곳. 국내 에로 비디오의 편당 제작비는 평균 500만원 안팎. 업계는 한편의 신작 에로 비디오가 대여점에 팔려나가서 불과 15명의 ‘최종 소비자’를 만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피 비용과 인쇄비 등을 제외해도 편당 매출액은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사양산업’이다. 프로덕션의 수입조차도 모바일과 인터넷 동영상 및 사진 서비스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몰락의 주범은 인터넷으로 융단폭격하는 불법 포르노물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토종 에로물이 불법 포르노와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업계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포르노는 방치한 채 국내 에로물만 ‘음란’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1세대 제작자인 유병호(47) 유호프로덕션 사장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활동하던 제작자들이 해외로 나가 포르노를 손대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종 에로물을 두둔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일본 성인물과 지하시장에서 유통되는 포르노를 대체하는 순기능을 봐달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섹슈얼리티의 과잉시대, 에로 비디오는 인터넷과 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신기술로 판로를 찾고 있다. 에로 비디오는 살아 남을 것인가. 글쎄…. 그들도 나도 알 수 없다는 게 정답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한 가지 고백하자면, 기자는 이날 온 몸을 중무장한 납치범으로 출연했지만, 어색한 연기로 결국 편집됐다. sunstory@seoul.co.kr ■ 에로물·업계 변천사 에로비디오는 35㎜ 필름으로 제작되는 극장용 영화와는 달리 적은 인원이 6㎜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다. 요즘은 소수 인원이 1000만원을 넘지 않는 초저예산 제작방식으로 만든다. 에로비디오의 뿌리는 물론 영화다.1982년 개봉된 ‘애마부인’에 이어 1986년 관객 50만명을 동원해 ‘벗기기’ 전성시대를 연 ‘어우동’이 에로비디오 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극장용으로 개봉된 뒤 오히려 비디오대여점에서 더욱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80년 중반 비디오 데크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에로물은 1995∼1999년 전성기를 맞았다.‘젖소부인 바람났네’의 여배우 진도희 등 ‘에로스타’도 본격 등장했다.‘젖소부인 바람났네’의 2만개 출시 기록은 아직도 업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2000년부터 에로물 업계는 추락했다.10대의 세계를 그린 학원물이 등장했고, 일본 AV(adult video) 배우도 출연했지만 4000개 정도라는 손익분기점도 채우지 못했다. 에로비디오의 주요 소비처인 비디오대여점도 한때는 4만곳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7000곳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에로물도 오프라인 시장격인 비디오대여점에만 매달리는 데서 벗어나 ‘원소스 멀티미디어’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케이블채널과 성인인터넷방송, 인터넷성인사이트, 모바일 서비스 등 온라인 시장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생존에 부심하고 있다.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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