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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부즈맨칼럼] ‘삶의 해결책’까지 주는 보도를/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8·31 부동산 대책은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규제이다. 서울신문은 경쟁지들과 비교했을 때 기사의 양이나 품질면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분야별 정책해설과 영향에 대한 예측 등 입체적인 기획이 돋보였다. 특히,‘분야별 문답풀이’는 독자들이 복잡한 정책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좋은 기사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서울신문이 할애한 많은 기사들은 ‘시장’과 ‘세제개편’과 같은 거시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향후 부동산 가격변동 추이, 공급확대에 따른 투기억제, 그리고 보유세나 양도소득세와 같은 새로운 세제 등을 상세히 다루었다. 기사의 프레임도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해 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번 조치로 승리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즉, 정부와 투기세력간의 전쟁으로 틀 짓고 있다. 서울신문이 보도한 관련 기사들의 대부분은 공식적 소스(관급이나 기관)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도 거시적 측면에 주목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주요 일간지나 방송사들의 보도가 천편일률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대책이 기형적인 부동산 가격을 낮추고 투기를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여기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대책이 시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면밀하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정 소득이 줄어든 퇴직자 가구가 오래 전부터 살아온 8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이들은 연금의 3분의1에 해당하는 보유세를 물어야 할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노년인구의 증가율이 세계 최고인 반면,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제도나 고용률은 매우 낮다. 핵가족화와 가족 개인주의의 확산은 점점 노인가구의 경제적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노후재산관리방법도 바꾸는 것이다. 자식에 대한 부의 세습방식도 바뀔 것이다. 또한 이번 세제개편은 1가구2주택 가구에 대한 규제로 인해 독립가구의 증대를 낳아서 사회통계지표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은 인구학적으로 의미 있는 외부효과이다. 독립가구의 증가는 개인주의 가족문화와 서구와 같은 계약적 가족관계가 증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이번 대책이 가져올 예기치 못한 여러 변화들이 있을 수 있다. 다매체 환경에 노출된 독자들은 모두가 다루는 아이템보다는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앞서 전해주는 것에 목말라 있다. 덧붙여서 부동산 대책에 따른 세제개편 내용을 상세하게 기사로 다루고 있지만, 독자 입장에서 볼 때 이 내용들은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이다. 고려해야 할 변수도 너무 많다. 그렇다고 무한정 사례나 설명을 반복할 수 없는 것이 신문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 경우 인터넷을 통해 조건계산을 하도록 제공해 주면 된다. 캐나다의 벨 글로브미디어(Bell Globemedia)그룹 소속의 일간지인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은 캐나다 연방예산 개편안을 독자들이 상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계산기와 전문가 정보, 그리고 지역간 세제 비교가 가능한 지도 등을 제공한 바 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의 경우, 서울신문에서 개인이 조건식에 맞는 값을 선택할 경우 대략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호작용적 뉴스서비스를 인터넷에서 제공했다면 앞서가는 신문으로 주목받았을 것이다. 이제 뉴스는 단순히 정보를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개인의 삶에 유용하게 적용되고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신문사는 ‘정보(information)´만 주는 곳이 아니라 ‘삶의 해결책(solution)´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황용석 건국대 힌문방송학 교수
  • [열린세상] 내신의 역설/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교수

    최근 한국 영화가 ‘동막골’을 ‘박수치며 떠나’는 ‘금자씨’를 앞세워 순항 중이다. 이 소식이 더욱 반가운 것은 이들 영화들이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옛 속담에 두 마리 토끼를 쫓지 말라는 말이 있다. 목표를 뚜렷이 하고 하나에 매진하라는 말이지만 적어도 한국 영화는 두 마리를 쫓아 모두 잡을 판이다. 두 마리, 아니 여러 토끼를 쫓아야 하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최근 ‘투잡스족’이 많아지는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물론 여러 일을 하는 것이 힘든 것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사정이 좋은 편이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이 서로 상반되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구조조정의 무서운 칼이 신심과 자비심이 많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경우와 같이 현대인은 역설적인 상황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육은 피교육자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사람됨의 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교육은 선발의 기능을 가진다. 학교는 일정 정도의 자격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여 그 능력을 보증하는 증서를 교부하고, 그 소유자들에게 특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지금껏 현대사회는 교육의 역설과 함께 진화해 왔다. 엄격한 선발은 ‘사람됨의 교육’을 방해한다. 학교는 민주적 시민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남을 이기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선발의 필요성을 인정해야만 한다. 신분에 따른 특권의 세습을 막은 것이 바로 능력에 따른 선발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원한다고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련 학자로서, 그리고 평범한(즉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중3학생의 학부모로서 필자 역시 한국 교육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사람됨의 교육’을 무시하는 현재 교육은 아이들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선발이 무시될 수는 없다. 선발은 분명 자격을 제한하는 폭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선발을 통과한 자들에게 인정과 보상을 제공해야, 계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역설적 상황이 언제나 그렇듯이 선뜻 한 쪽을 따를 수는 없다. 역설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면,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입시안에 대한 최근 논쟁은 매우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변별력을 낮춰야 한다는 ‘낭만적’ 주장과 ‘지금껏 해 왔던 대로’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지금껏 해 왔던 대로’의 문제는 명백하다. 하지만 변별력을 낮추자는 주장도 문제이다. 대학진학의 기준으로 실력보다 선호가 중시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내신 비중을 높인다고 한국 교육의 병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신이 대학 입학의 주된 기준이 된다면(이것이 아마도 대세일 텐데) 지금까지 나타났던 학교간 경쟁 양상, 그리고 ‘돈 잔치’ 사교육은 수그러들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지역불균형과 ‘교육특구’ 문제가 해결되어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필자와 같은 무주택자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일 터,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다. 왜냐하면 새로운 조건에서 학교간 경쟁 대신 학급내 경쟁이 격화되어, 전체적인 경쟁이 줄어들거나 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됨의 교육’은 학교의 교과과정뿐만 아니라 학급 구성원과의 관계에서 실현된다. 동료와 일상적인 활동으로 아이들은 ‘사람됨의 교육’을 실천하고 배운다. 그런데 과열된 학급내 경쟁은 아이들을 서로 적으로 만들어 소중한 교육의 장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다면,‘사람됨의 교육’을 중시하는 학부모들은 또 다른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올바른 교육을 망치는 원흉으로 지탄 받는 사교육을 동원하여 ‘사람됨의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 물론 그 사교육에는 적이 아닌 타교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교수
  • [열린세상] 다가오는 일본의 9·11/윤민호 일본금융정보센터 특별연구원

    2005년 9월11일은 일본의 중의원 선거일이다. 우연이지만 뉴욕 무역센터가 테러를 당한 2001년 9월11일과 같은 날이다.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또한 역사적인 9·11 선거 결과가 올해로 창당 50주년을 맞은 자민당의 생존과 일본 정치의 앞날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헌법은 국회를 국가 권력의 최고기관으로, 총리를 국가 권력의 행사자로 삼고 있고, 총리는 국회에서 지명하도록 돼 있다. 또한 국회는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로 선출된 의원으로 중의원(임기 4년)과 참의원(임기 6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번 9·11선거는 임기 도중에 해산이 가능한 중의원 선거이다. 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한 이유는 물론 알려진 대로 자신의 총선 공약이자 현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인 우정민영화 법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된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결단과 지도력에 대해 국민들의 신임을 묻고 나선 것이다. 자민당이 1955년 창당 이후 지난 50년간 여당으로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전국 47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통해 그 지역과 집단을 대변하는 대리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해산된 중의원의 자민당 의원 249명의 출신성분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세습정치가(조부에서 부친, 형, 백부, 장인 등을 계승)가 34%, 시·군·현 등의 지역의원 출신이 26%, 관료 출신이 16%, 의원비서 출신이 14%, 의사와 학자, 신문기자, 변호사 출신이 각각 2%, 기타 출신이 2%이다. 세습정치가, 지역의원, 의원비서, 관료 출신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중의원은 지역에 도움이 되고 중앙정부에 연결이 되는 사람만 선택된다는 실증이다. 이번 우정민영화에 반대한 37명의 의원들도 그 대변자들이었다. 이들 중 34명이 관료, 세습정치가, 지역의원과 비서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자민당의 공천에서 탈락되었다. 총 48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과연 중의원 해산 전의 249명에서 탈락시킨 37명의 자리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와 과반수의 확보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만약 과반수의 의석 확보가 안 되면 중의원 해산 이전과 같이 공명당과의 연립정권으로 정권의 유지를 꾀하여야 한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나, 이미 분배와 안정에 익숙한 국민의 현실 감각이 미래를 향한 이번 선거에 어느 정도 반영이 될지 궁금하다. 2001년 4월에 집권한 고이즈미 총리는 1990년 이후 집권한 9명의 재상 중에서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집권한 직후부터 정적이나 매스컴으로부터 괴짜니 비상식적이라니 하는 혹평을 받아온 가운데서도 개혁에 동참하지 않는 일부의 이익 대변자들을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행동이 일본국민에게는 신선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한 이전의 일본의 정치인들과는 달리 이익을 대변하는 모임인 파벌의 보스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과연 9월11일이 그 개혁의 시작의 날이 될지 아니면 정치 테러라는 오명으로 끝나는 날이 될지 일본 국민의 선택이 궁금하다. 국민성과 선거제도가 우리와 사뭇 다른 일본의 정치를 지켜보면서 새삼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누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우리의 권력 행사자는 지금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가. 윤민호 일본금융정보센터 특별연구원
  • [임영숙칼럼] 삼성의 새로운 시작?

    [임영숙칼럼] 삼성의 새로운 시작?

    “이건희 회장은 30대 나이에 이미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총생산과 수출, 고용인구, 땅의 30%를 가지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서울 이태원에 새 집을 지으면서 이웃과 마찰을 빚은 것이 한 모임에서 화제가 됐을 때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이 직접 들었다며 한 말이다. 한 기업인의 꿈의 크기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목표를 대부분 이루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삼성은 국가 수출의 20%, 국민총생산의 17%,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며 세수의 8%, 상장사 매출의 15%와 이익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고려대 총학생회가 이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를 반대해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을 때 보도된 내용이다. 자본과 권력, 검찰, 언론 유착의 심각성과 도청의 문제를 한꺼번에 드러낸 X파일 사건의 한복판에 삼성이 있다. 그 삼성을 경제학자 김기원 교수(방송대)는 ‘소인국의 걸리버’에 비유하는 글을 썼다.“현재 삼성의 위치는 소인국의 걸리버와 같다. 다른 소인국과의 싸움에선 큰 도움이 되지만 걸리버가 술에 취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으면 나라가 위태롭다. 삼성이 술 취하지 않게 하는 게 재벌개혁을 통한 시장경제의 정상화고, 삼성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게 하는 게 부패청산을 통한 민주주의의 견제력 회복이다.” 한 경제전문기자는 “외국 같으면 이 정도 스캔들이면 회장이 도덕적으로 사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사석에서 말했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배임으로 소송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삼성의 이미지가 이런 정도로 심대한 타격을 입는 데 책임이 있을 경우 사임해야 하며 삼성의 기업경영과 소유주가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논의가 X파일이 터진 지 한달이 넘어가도록 크게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항간에서 말하듯 삼성이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워낙 탁월해서인가. 이 회장의 리더십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익이 100억달러를 넘어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신문들은 “삼성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결단력을 일본 경영자들이 배우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탁월한 실적을 낸 경영자라도 그에 못지않은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X파일의 내용만으로도 삼성이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삼성 같은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무노조 경영과 경영권 세습이라는 약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우리 국가 경제의 견인차다. 따라서 삼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삼성 죽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삼성이 ‘술 취한 걸리버’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은 광복절을 전후해 태평로 본관사옥에 ‘광복60 새로운 시작’이란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플래카드는 며칠만에 사라졌지만 ‘새로운 시작’이, 스스로 풀이했듯이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는 것이라면 그 정신에 따른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X파일 사건을 우리 사회의 잘못된 유착구조를 청산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삼성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을 떼게 될 것이다. 광복 60년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이다. 논설고문 ysi@seoul.co.kr
  • [데스크시각] 평준화 정책과 학력 격차/손성진 사회부 부장급

    40대 중후반의 장년층 세대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사실 어느 지역의 어느 학교에 다니느냐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교평준화 첫 세대인 이들이 평준화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비평준화 시절 ‘3류학교’였던 고교들은 평준화로 수준이 고른 학생들을 제자로 받아 열성을 갖고 가르쳐서 한해에 소위 일류대에 몇십명씩 합격시키기도 했다. 대학 다니는 것을 우골탑(牛骨塔)을 쌓는다고 했던 그 때 과외를 받는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지방고교가 서울의 고교와 비교해서도 학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30년이 된 고교 평준화가 적어도 중간쯤 지날 때까지, 즉 1980년대까지는 성공한 듯 보였다. 서울대 진학률에서 지방과 서울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에 들어 지역간, 학교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200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서울 출신이 38.9%인 반면 전남 출신은 겨우 1.3%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비례로 보더라도 격차는 너무 심하다. 서울에서도 강남북의 격차가 커서 서초, 강남, 송파 3개구의 서울대 합격자 비율이 11.5∼12.9%나 된다. 도농간, 경향간에 학력격차가 벌어진 것은 경제적 격차 확대와 연관이 있다. 경제적 격차는 교육 격차, 즉 사교육의 격차와 연결된다. 사교육은 90년대부터 광풍처럼 몰아쳤고 ‘부잣집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시대가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머리에 쏙쏙 들어가게 가르치는 전문 강사들로부터 선행교육을 지속적으로 받는데는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제 아무리 밤새 불을 켜놓고 공부를 해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평준화 논쟁이 일 때면 학력 격차와 저하의 원인이 평준화 정책이라고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농간에 학력격차가 크지 않았던 평준화 전반기에서는 이런 아전인수격 논리가 통하지 않았을 것은 자명하다. 획일적인 평준화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학력 격차와 저하를 부른 절대적 요인은 아니라고 본다. 사교육 방식이 점점 발달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최고 수준의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적은 학비마저 제때 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집안의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받으라는 것은 굶으라는 얘기와 같다. 빈부격차만큼 사교육의 격차가 커지고 학력격차로 이어진다. 이런 현상이 세습되는 것이 더 문제다.‘학력 유전’에 관한 중앙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55.9%였다. 반대로 44.1%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고액의 과외비를 지출하는 곳은 서울 강남과 신도시였으며 가구주의 학력이 높을수록 과외비 지출이 컸다. 사교육은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학력의 차이는 사교육 때문이지 평준화 탓은 아니다. 설령 평준화를 해제해서 학력저하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교육 팽창으로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일류 고교에 가려고 지금보다 몇배나 되는 시간과 돈을 사교육에 투자하려고 경쟁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같은 뜻에서 일부 대학들이 주장하는 본고사 부활 또는 본고사식 논술고사에 찬성하지 못한다. 본고사가 우수한 학생을 판별해서 선발하는 훌륭한 목적을 가졌을지라도 부수적인 희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학력을 철폐한다 어쩐다 하면서 최소한의 교육적 평등조차 무시하려는 식자층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게 괴리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평준화에 반대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대학교수들이다.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온 그들이 교육을 받은 환경은 최상이었다. 우리 주변에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머리는 우수하면서도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서 점수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학생들이다. 당장의 성적은 떨어지더라도 이런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발굴해서 인재로 키워내는 일은 학교와 스승의 책무다. 손성진 사회부 부장급 sonsj@seoul.co.kr
  •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최근 학계의 논쟁 가운데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서울대 이영훈 교수다. 우리의 근대 경제성장이 식민지 때 시작됐다는 주장에 이어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에서 저임금 등의 꼬리표를 떼내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런 주장도 주장이지만 그의 특별함은 여기에 실증적 통계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홀로 맞서고 있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악역을 자처한 까닭은. -나는 실증주의자다. 온갖 오해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신과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은 식민지·박정희 시대에 대한 서술이 사실과 다르며,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자는 것이다. ●70년대 생산성 향상과 임금증가율 비슷 ▶박정희시대 논란은 어떤가. -흔히 저임금과 농어촌·중소기업 배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60년대 데이터를 봤을 때나 맞는 말이다.60년대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 지난 40여년간 고착화됐다. 상황 변화는 70년대의 고미가 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간 산업연계정책인데, 고도성장은 이런 정책으로 가능했다. 저임금 부분도 노동을 한 단위 더 투입하는데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임금 증가율이 비슷하게 갔다는 게 중요하다. ▶전태일은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태일로 70년대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70년대의 임금이 생계비의 절반이었다는데 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그랬다면 빈곤의 세습과 광범위한 슬럼화가 누적되는 이른바 ‘사회적 침전’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분배가 잘됐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통계로 평가할 수 있나.. -통계로 모든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 접근법이어서 수많은 신화와 도덕적 허구를 깰 수는 있다. 그게 통계의 힘이다. ▶허수열 충남대 교수는 통계 수치만 보고 한·일 민족간 차별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그 지적을 높이 평가한다. 허 교수 자료는 식민시기 생활수준이 최소한 수평을 유지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는 수탈론 부정이다. 식민시기 경제성장을 30년대 후반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근본주의·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 ▶경제사 연구에 ‘민족’을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허 교수와 다른 관점인 것 같은데…. -우리는 민족근본주의에 빠져 있다. 모든 기준이 민족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박정희 시대를 민주와 인권으로 평가하면 어떤가. -그것도 다시 봐야 한다.10·26 뒤 사면복권된 사람이 800명도 안된다.4000만 인구 중 일부다. 보통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암울했다기보다 외려 자기실현 과정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렇다면 당시 10%대의 고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800여명을 비용으로 중화학·자동차공업, 철강산업을 일으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시대를 평가함에 있어 도덕적 관점은 무의미하다는 뜻인가. -도덕적 잣대로 국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비판자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나라 만들기’는 장기적 과정이다. 미국 흑인들은 1950년대에야 공민권을 얻었고 조선도 반석에 오르는 데 70년이 걸렸다. 각 시대는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두번째는 헌법이념과 대의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국민이 있느냐다. 조선시대 소농 중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근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 ▶과거사 문제와 관련, 클린턴처럼 먼저 사과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했다. 그리고 부패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했다고 본다. ▶결국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는 관점인 것 같은데. -어떤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성숙한 자세다.20세기 우리 역사도 그렇다. 식민지에, 분단에, 전쟁에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 많았나. 비판할 일이 있으면 해야겠지만 기본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이영훈교수가 주장하는 수량경제사란 이영훈 교수의 접근법은 수량경제사적 관점으로, 이는 서구에서 20세기 초부터 지속되어온 방법이다. 물가, 이윤, 임금 등 장기적인 경제지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서구의 경우 90년대 들어 거의 폐기됐다는 반론도 있다. 통계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다고 발표하지만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언론은 정부가 실체를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하기 일쑤인 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60년대 이후 일본에서 활발히 다뤄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안병직 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수량경제사가 한국의 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90년대 중반.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신력있는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서구 제국과 달리 근대적 의미의 통계가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였으니 그 이전 자료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이에 따라 낙성대팀은 양반가와 촌락의 각종 고문서에서 의미있는 통계치들을 추출해 냈다. 지금의 ‘가계부’ 개념과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등의 연구물도 이들 고문서에서 추출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 즉, 경북 예천의 박씨가 문헌, 전남 영암의 문씨가 계(契)문서 등을 통해 농촌경제를 분석하고, 족보를 분석해 인구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물론 비판도 많다. 일본 학계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또 다른 식민주의 폐해라거나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만큼 해석 역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반론 등이 그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고] 3不정책 폐지 누가 원하는가/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2008학년도 대입제도를 두고 교육계가 들끓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렇다. 내신을 강화하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당국의 의지에 대학측이 자율권 침해라며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교육당국과 대학 측이 사사건건 학생선발권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정작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가뭄에 타들어가는 논처럼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대입제도로 인하여 고1교실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자, 서울대가 먼저 대입 전형안을 내놓았다. 교육의 형평성을 고려한 ‘지역 균형 선발’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2는 특목고 등 소수를 배려한 ‘특기자 선발’ 및 논술 위주의 ‘정시 모집’으로 채운다는 것이다. 역시 서울대다운 발상이다. 전국에 흩어진 우수한 인재를 일차적으로 확보한 다음, 특정 지역과 특목고 학생들까지 싹쓸이하겠다는 발상이다. 챙길건 확실히 챙기겠다는 서울대의 속셈을 타 대학이 나몰라라할 리 없다. 자신들도 독자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겠다고 나섰다. 늘 그랬듯이 선발권의 규제는 대학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로 또다시 교육당국을 압박하며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불허)의 재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 계층이다. 소위 일류대학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방대학이나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가뜩이나 사회적 희소가치(부, 권력 등)의 독점으로 인하여 계층 간의 위화감이 심화되고 있는 마당에 3불정책 폐지는 곧바로 기득권의 세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또한 3불정책 폐지론자들은 틈만 나면 대학의 경쟁력을 거론한다. 세계화 시대에 학생선발권을 묶어놓고 어떻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마치 우리 대학의 초라한 현실이 대학외적 요인에 있다는 소리로 들려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은 선발보다는 학사운영과 연구에 더 큰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교육당국의 보호 아래 내실보다는 외형 부풀리기에만 치중했던 대학이 이제 와서 경쟁력 운운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건져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나 다름없다. 3불 가운데 1불(본고사 불허)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소위 수험생들이 몰린다는 대학들은 본고사 금지라는 불분명하고 추상적인 개념과 이를 어겼을 경우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언어논술, 수리논술, 학업적성논술, 심층면접이란 그럴 듯한 명칭으로 사실상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사고력을 요하는 논술고사와 심층면접의 성격상, 지방에 있는 학교로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매년 입시철이 가까워오면 지방 학생들이 논술과 면접 준비를 위해 서울로 원정 유학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약 본고사가 부활한다면 상대적으로 교육인프라가 취약한 지방 교육은 공동화될 것이 뻔하다. 이처럼 3불정책이 폐지된다면,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교육은 고사될 것이 분명하고, 사교육은 가히 엄청난 위력으로 서민 경제를 강타하며 줄줄히 가계 부도를 일으켜 국가 경쟁력을 위협할 것이 확실하다. 또한 부모의 재력에 따라 대학 간판이 좌우되면서 교육의 공공성과 도덕성은 치명상을 입고 사회는 극도의 혼란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3불정책은 우리 교육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늘의 교육 현실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3불정책이 아니라 학력을 무기로 모든 기득권을 독식하겠다는 일부 세력의 과욕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 교육계도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 데도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온당한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3不정책

    6월 국회에서는 이른바 ‘3불(不)정책’을 놓고 의원들이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3불정책이란 고교등급제와 기여입학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정책이다. 최근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이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의 뜨거운 현안인 대입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여의도 정치현장의 공방 대상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3불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놓을 대입제도 개선안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2012년부터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완전히 주고 기여입학제와 본고사, 고교등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3무(無)정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한나라당이 발의하더라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여당보다 더 강한 태도로 3불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3불정책을 입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최근 내놓았다. ●본고사 도입 논란 본고사는 대학마다 다른 주관식·서술식 시험 문제로 응시생들 해결과정을 보아 능력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제도다. 본고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수능시험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고교간 학력 차이가 나는 현실에서 대학 자체적인 선발 수단을 줘야 한다는 것이 다. 또한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본고사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본고사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을 든다. 또한 본고사를 도입하면 수능시험과 내신외에 또하나의 부담을 학생들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결국 본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사교육에 의존하려 할 것이고 사교육비를 댈 수 없는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부유층 자녀들의 명문대 입학 길을 넓혀줌으로써 사회격차를 더 벌리게 된다. 본고사 반대론자들은 따라서 본고사 부활은 기득권을 가진 계층의 부와 권력의 세습을 위한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이에 대한 본고사부활론자들은 본고사가 폐지된 뒤에도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또한 고교평준화의 뒤를 이은 본고사 폐지는 하향 획일적인 인간을 만들 뿐이라고 한다. ●기여입학제 찬반론 기여입학제란 학교에 물질을 무상으로 기부해 재정적 도움을 준 경우나 대학의 설립 또는 발전에 비물질적으로 기여한 공로가 있는 사람의 직계자손을 대학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입학시켜주는 제도이다. 기여입학제에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배경에 따라 자식의 입학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는 헌법 제31조 1항에 규정된 교육의 기회균등과 평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부유층과 빈곤층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는 쪽에서는 기여입학제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입학할 기회를 침해하지는 않되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여입학제로 대학의 재정이 풍부해진다면 심각한 사학의 재정난을 해소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을 것이어서 위화감 조성보다는 실질적인 평등과 계층간 융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는 ‘돈과 입학을 맞바꿔 부에 이어 학벌까지 세습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70.3%로 나타났다. ●고교등급제 마찰 고교등급제란 학교에 따라 존재한다는 학력의 차이를 대입에서 반영하는 제도다. 고교등급제 반대론자들은 등급제가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면서 학교간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또 학교별로 등급이 매겨질 경우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연좌제식으로 같은 등급을 받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한다. 결국은 과거와 같은 일류고병이 되살아나 지역갈등, 위화감, 부의 세습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학교등급을 정할 경우 낮은 등급의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난 학생이 있을 수 있는데 학교등급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는 억울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든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쪽은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등 학교의 위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나므로 내신 1등급이라고 해서 같은 등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실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는 고등학교는 실력 차이를 입시에 반영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선발과 사교육 폐단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는 모두 대학에 학생선발에 관한 자율권을 얼마나 주느냐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대학의 자율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어느 선까지 인정하느냐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또 평준화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고교등급제를 인정하고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사실상 평준화를 부인하는 것이 된다. 고교 평준화가 시행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고등학교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부인한 평준화정책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돼 보완책이 마련되고 있다.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제도들이다. 당국이 자율권을 100% 보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교육 비대화 때문이다. 일류고등학교와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교육비를 투자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서도 사교육 규모는 줄어들 줄 모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3불정책을 유지하면서 보완책을 시행하는 것으로 사교육이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미봉책으로 100년 대계, 교육을 언제까지 땜질할 수는 없다. 학교의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서 언젠가 학교에 자율권을 되돌려줘야 할 것이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김영만칼럼] 참여정부의 禁忌들은 유효한가

    [김영만칼럼] 참여정부의 禁忌들은 유효한가

    광화문 정보통신부 건물에 ‘정보화미래전시관’이란 게 있다. 미래 삶의 편리성을 보여주면서, 빈부격차 심화도 예고하는 곳이다. 이곳의 빛나는 상상들 중에는 ‘쇼핑시스템’도 있다. 안내 여직원은 “물건을 하나씩 바코드에 찍지만 3∼4년 뒤에는 쇼핑카터가 계산대를 지나기만 하면 계산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르게 표현해보자.“전국의 쇼핑센터 계산대에서 일하는 수만명의 점원들은 3∼4년 뒤 해고된다.” 미래가 아니다.10년 전부터 우리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만 있는데 대책은 모두 어긋나고 있다. 기술발전이 새 일자리를 만들어 모두가 잘살게 된다고들 했지만, 현실은 배신했다. 지난 1분기 빈부격차는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처럼 분배를 강조할수록 빈부격차는 커지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출호조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데, 서민의 삶은 더 곤궁해지기만 하는가. 연구기관들은 중산층의 몰락으로, 수출호조가 내수로 연결되던 우리경제의 성장공식이 깨져서라고 한다.‘소득보전보다 성장엔진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허망하다. 중산층의 몰락은 이미 대세가 된지 오래다. 현재의 한국 대기업이나 수출증가율보다 더 빨리 성장할 방법도 없을 테니, 성장엔진 운운도 가슴에 닿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확실한 것은 ‘동반성장정책’들이 효과가 없거나 실패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러니 기존의 경제사회정책들을 해체해 재조립해 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의 정책강령 속에 들어 있는 ‘평등과 인권을 위한 금기(禁忌)들’에 오류는 없는가부터 보자. 이들이 실제 평등을 가져오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런 금기들이 실제로는 정책목표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자들은 고액연봉자들과, 재산가들이 수입의 상당부분을 외국에 있는 자녀들의 학비로 쓰지 않는가하는 기초적인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연초에 지급된 엄청난 성과급은 자녀들을 둘러보기 위한 그들 부인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쓰이지는 않았는가. 알부자들이 국내에서는 금지된 은밀한 즐거움을 위해 중국으로, 동남아로 가는 비행기의 편수를 늘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게 사실이라면 기업이 암만 이익을 내도 국내 서민들에게 옮겨질 온기는 없다. 또한 그들이 국내에서 교육과 소비를 하게 하는 것 외에 유효한 동반성장정책도 없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대학입시의 3불정책은 교육기회를 균등히하고, 학력세습을 통한 계급세습을 막는 역할을 하는가. 혹 기여입학제로 부자학생들의 돈을 받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충분한 장학금을 준다면 그게 더 계층이동을 돕는 것은 아닐까. 접대비 규제로 기업경영이 투명하게 되었다는데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돈을 많이 쓰는 것은 나라경제를 위해 나쁜 것일까. 최소한, 접대비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의 성장동력까지 접대비로 소비하는 바보 기업인은 없을 것이다. 섹스 관련 산업의 규제는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 것인가. 경제적 희망이 없어 이혼하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한국경제에서 이런 산업의 봉쇄가 모두의 존엄을 지켜주는가. 밥은 언제나 있는 것으로 아는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기준으로 서민의 생과 도덕을 재단하는 결과는 아닌지 살펴보자. 로스쿨 제도와 입학정원 축소도, 참여정부의 정책목표와는 맞지 않는다. 현재보다 서민들의 신분상승 기회를 줄이게 될 것이다. 상고를 나와 독학으로 사법시험으로 입신한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경우가 법률전문대학원제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빈부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면 난감하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나라가 사는 길이고, 부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서민을 즐겁게 한다는 공식은 틀린 모양이다.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 이사·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사설] 홍석현 대사의 위장전입 고백

    홍석현 주미 한국대사가 730억원대의 재산공개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관련해 고백하고 사과한 것은 착잡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홍 대사가 재산운용 과정에서 위장전입이 있었다고 고백한 것은 마지못해 밝히는 것보다 용기있는 행동이다. 하지만 고백하고 사과했다고 해서 그 허물이 덮여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정서도 변했고,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잣대도 달라졌다. 과거라면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들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더불어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할 것이다. 홍 대사의 위장전입 문제는 청와대의 공직인선 검증과정이 아직도 허술하다는 점과, 공직자로 임명된 사람들의 자가검증 기준이 국민의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부총리 등 4명의 고위공직자가 재산문제로 낙마하지 않았던가. 또 부자들의 재산관리나 부의 세습 방식도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홍 대사는 재벌가 출신이다. 부자가 질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공직의 결격사유가 되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홍 대사의 경우는 부의 관리와 공직의 도덕적 기준 측면 모두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홍 대사는 아버지대에서 자식대에 이르기까지 부의 세습과정에서 가족들이 나서 위장전입까지 했다. 또 청와대 보좌관으로 있을 때의 위장전입 사례도 있다. 부의 세습 방식이 국민감정을 벗어났고 탈법까지 있었다면 공직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적어도 한국을 대표하는 주미대사직이라면 청와대는 물론 본인도 도덕적 판단이 엄격했어야 한다. 국제사회에 체면을 구길 수도 있는 일 아닌가. 여론에 좌우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변화된 시대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미래지향적이고 정의로운 일인가를 청와대나 홍 대사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인간시대]‘…역사와 정치를 본다’ 펴낸 조광권 서울시 교통연수원장

    [인간시대]‘…역사와 정치를 본다’ 펴낸 조광권 서울시 교통연수원장

    ‘몽유청계천도(夢遊淸溪川圖).’ 낭만적인 청계천변을 5년째 꿈꾸는 조광권(59) 서울시교통연수원장은 이른바 ‘청계천 멀티플레이어’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위원, 청계천포럼(www.reseoul.c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청계천 강의를 한다. 최근 ‘청계천에서 역사와 정치를 본다.’는 책을 펴내면서 역할이 또 하나 늘었다. ●‘복원시민위’ 위원·인터넷 포럼 운영·대학 강의… 조 원장이 청계천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소설가 박경리씨 등이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특히 박씨는 문학평론가인 아버지 조연현(81년 작고)씨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알아왔다. “박경리 선생님이 청계천 복원운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울의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에서처럼 청계천이 한때 아낙네들의 빨래터였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오른 거죠.” 조 원장은 이듬해 토지문학관에서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심포지엄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방청객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정책팀장을 맡고 있던 조 원장은 “멋진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행정력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고건 시장은 청계고가 보수에 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시에서도 청계고가를 없애면 교통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란은 뒤로하고 일단 청계천 복원의 필요성 알리기에 나섰다. ●관련 기록·자료 남겨야 2002년 이 시장이 당선된 뒤 조 원장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에서 부위원장으로서 서울시 실무진과 시민들 사이에 다리 역할을 했다. 동시에 일지를 쓰고 관련 자료를 모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다. 청계천 복원 사업의 입안단계부터 일련의 과정을 담은 책을 내기로 마음 먹었다. “굵직굵직한 사업에 대한 기록·자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공문서가 전부죠. 하지만 공문서는 공(功)에 치우치기 쉽고 사업에 대한 배경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개발시대에는 자료를 정리할 여유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 원장은 청계천 복원 과정 이외에도 조선시대 청계천을 준설했던 영조의 정치철학을 책에 담기로 했다.96년 서울시에서의 공직생활을 접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시대 정치인들의 정치철학에 대한 공부를 했던 것과 청계천에 대한 관심을 접목시킨 것이다. 영조가 청계천을 준천하는 과정을 담은 ‘준천사실(浚川事實)’, 준천의 절차 규정인 ‘준천사절목(浚川司節目)’, 영조가 세손인 정조를 대동하고 광통교 석축을 살펴보며 지은 ‘어제준천명병소서(御製浚川銘幷小序)’ 등을 탐독했다. “영조는 개천(開川·청계천의 옛 이름) 준설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백성들을 부려야 한다는 점을 고민했습니다. 절대왕권을 세습한 군주였는데도 백성을 생각하며 공사를 벌였던 거죠. 오늘날 민주주의에서도 백성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되새겨봐야 합니다.” ●주변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야 오는 10월 청계천 복원공사의 준공을 앞두고 소회를 물었더니 “청계천 복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단순한 물흘리기가 아니라 주변 개발을 친환경적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개발 문제를 놓고 이해 관계자들끼리 첨예하게 대립을 할 겁니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청계천의 모습이 시민들의 의식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글 사진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反 무바라크’ 시위 대학가 확산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장기독재에 맞서 비상계엄 폐지와 연임반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가 대학가로 확산, 이집트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카이로와 나일 삼각주 지역의 대학 5곳에선 1만여명의 학생들이 ‘집권연장과 권력세습 반대’ 등을 외치며 비상계엄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했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보안당국이 가두시위를 금지한다고 발표하자 야당 연합체인 ‘키파야 운동’과 이슬람 정치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대학가 시위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야는 ‘이제는 충분하다.’는 뜻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상징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카이로의 이슬람 대학인 알-아즈하르에선 4000여명이 승리를 상징하는 ‘V’자를 그리며 코란을 들고 교내를 행진했다. 카이로의 다른 대학인 아인 샴스와 헬완에서도 1000여명이 정치개혁 등을 촉구했다. 나일 삼각주 지역의 카프르 알 셰이크와 만수르 대학에서는 2000여명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5선 연임을 반대했다. 앞서 4일에는 카이로의 아메리칸대학에서 400여명이 실질적인 민주개혁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교내 시위를 묵인하고 있으나 대학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내로의 진입은 막고 있다. 보안당국은 지난달 31일 가두시위에서 200여명을 연행,60여명을 구금했다. 야당과 학생들은 비상계엄의 철폐와 대통령의 연임제한, 무바라크의 9월 대선출마 포기, 유엔 감시하의 선거실시, 차남인 가말의 권력세습 반대 등을 요구했다. 이집트 정부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이후 24년째 비상계엄을 실시하고 있으며 테러 수사뿐 아니라 반정부 시위 등에도 계엄법을 적용, 대내외 반발을 사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위기의 소니’ 탈출구는 있나

    ‘위기의 소니’ 탈출구는 있나

    일본의 자존심 소니가 지난 7일 창업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에 선임하면서 ‘소니 위기’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물론 각 국 언론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과연 소니의 위기돌파 전략은 무엇인가. 소니가 침몰로 가지 않고 위기에서 벗어날 역량은 남아 있는가. 전망은 엇갈리지만 ‘이단아 소니정신’은 여전히 탐구의 대상이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 겸 그룹CEO는 물러나기로 결정한 뒤에도 경영진 대폭 교체를 ‘일본 경영 사상 최초의 대쇄신’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룹 재건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이데이 전 회장은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새로운 소니를 보여주기 위해 2선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사상 첫 외국인 CEO 구원 등판 소니측은 위기의 원인을 “전기·전자분야 사업환경이 극적인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데서 찾는다. 소비자 가전업계가 특히 네트워크나 반도체 같은 최첨단 기술분야의 빠른 진전으로 새로운 경쟁 상대가 하루가 다르게 출현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물론 인도나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이른바 ‘대경쟁 시대’에 돌입했고, 고객의 요구도 무척 다양화되고 있다고 현재의 시장상황을 진단한다. 이에 따라 소니의 새로운 경영진은 14일 “소니는 전자와 게임산업을 그룹내에 두고 있는 세계에서도 희소한 기업으로서 그 특징을 충분히 살려 매체간 융합전략을 펴나갈 것”이라며 “디지털가전, 소비자가전 등을 한층 네트워크화해 생활의 편리성과 즐거움을 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히트상품의 고갈 등으로 소니가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마다 마미 계장 등 소니 직원들은 “소니는 도전하는 정신을 높이 사는 문화”라고 강조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 성장해 왔다고 역설한다. 이데이 회장 체제의 위기가 부각된 것에 대해선 “이데이 체제에서 사외이사들의 ‘경영감시기능’이 강화됐고, 그로 인해 경영진 쇄신을 통한 위기돌파를 시도 중”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사회 구축에 승부 건다 세계적으로 가전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소니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 상품으로 앞으로도 승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직도 비디오카메라 핵심기술이나 게임산업 등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말 시판을 시작한 ‘이동하는 오락실’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가 이달 말까지 전세계에서 300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하는 등 통계치까지 제시하며 소니가 게임기 시장 최고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창업 60주년 소니신화 다시 쓴다” 아울러 영화산업이나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점도 미래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한다. 이마다 계장 등은 “지난해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 MGM을 매수,MGM이 갖고 있는 007시리즈 등 소프트웨어 확보전에서 우위를 점했다.”면서 “적은 투자로 효과를 극대화하려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계 가전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당초 2007년 3월 회계연도까지 목표했던 영업이익률 10% 달성에 큰 차질을 빚었지만 “위기 때 소니 유전자가 발휘된다.”는 전통을 살려, 창업 60주년인 2006년 ‘불멸의 소니신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소니는 현 위기를 가전업계 전체의 위기로 보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TV와 오디오 등을 위주로 출발했던 가전업계들이 일제히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에 대응하는 스피드와 내용물에 따라 위기의 강도 자체는 달라지겠지만, 어떤 전기·전자업체도 위기가 상시화됐다고 한다. ●“미래를 낙관한다” 그러면서 소니는 한국 삼성과의 크로스라이선스 협약 체결 등 유연한 경영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주)소니 홍보센터 직원 야마베는 “삼성과 전략적인 크로스라이선스를 활용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적으로 중요한 차별화 기술의 유출을 방지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소니측은 “소니의 위기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래를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소니는 위기돌파 전략으로 ▲원천기술 강화 ▲독자상품 개발 박차 ▲글로벌 경영전략 강화 등을 꼽는다. 한마디로 창조적 ‘파괴 정신’이 가장 큰 위기돌파 무기다. 또 중국 생산비중의 증가로 중국시장이 흔들릴 때 경영상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시장 겨냥용”이라면서 “전세계적인 경영전략에서 보면 소니의 국내 및 해외 생산비율은 50대50 정도로 경영 위험요인도 분산시켰다.”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소니의 현주소 |도쿄 이춘규특파원|소니는 그래도 여전히 강한가. 지난달 발표된 일본 10대 전기·전자업체들의 지난해 10∼12월 영업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004년도 실적전망도 하향조정됐다(표). 일본의 경우 3월말에 전년도 경영실적이 최종집계된다. 특히 이들 10대 업체의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모두 합해도 한국 삼성전자(10조 8000억원) 1개사의 순이익에도 훨씬 못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소니는 아직 세계 최강자로서의 저력이 소멸된 게 아니라는 평이 적지 않다. 매출은 7조 1500억엔(약 71조원)으로 일본 업계 3위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500억엔으로 일본 업계 전체에서 1위로 저력을 과시했다. 예상보다 400억엔 늘어났고 전년도보다 순익이 증가했다. 회사측은 세금관련 이익 등으로 순이익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게임과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도 영화 ‘스파이더맨 2’의 흥행 성공으로 소니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버팀목이 됐다. 게임기나 배터리, 화상처리장치, 소형액정모니터 등 아직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다수 갖고 있다. 소니의 ‘위기 대응력’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세습경영이나 일본인 경영을 고집하지 않고, 구원투수로 하워드 스트링거라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할 정도로 ‘글로벌기업’에 걸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이다. 향후 소니의 전망은 엇갈린다. 영화 등 영상및 네트워크 분야의 강점을 살리고,TV와 오디오 기기를 비롯한 가전사업부문의 약점을 보완하면 언제든 세계 최강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영상사업 등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 그룹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taein@seoul.co.kr ■ 나카다 인사담당 이사 일문일답 |도쿄 이춘규특파원|소니는 사원채용이나 재교육 등 인재운용 정책이 독특하다.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학력 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채용방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소니 인사센터 총괄부장 겸 그룹 인사를 담당하는 소니휴먼캐피털 나카다 겐이치로 이사는 ‘소니정신’‘소니유전자’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니의 실력제일주의 역사는. -소니는 창립때부터 ‘소니정신’을 중시했다. 개성을 강조해왔다. 이것이 소니의 유전자(DNA)다. 학력중시 풍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1991년부터 채용때 출신대학란을 보지 않았다. 실력위주다. 많은 일본기업이 배워가고 있다. 채용문화가 바뀌고 있다. 그러면 적임자를 어떻게 판별하나. -면접을 3번 한다.1번에 40분 정도 걸리는 심층면접이다.1차는 계장급이 하고,2차는 전문분야의 부장급이 한다.3차를 임원급에서 한다. 명문대 역차별 불만은 없나. -학력란을 보지 않아도 명문대생들이 많이 채용된다. 다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문대 출신 비율이 적을 뿐이다. 대학에서 교수가 할당해 이런저런 기업에 가게 하는 채용방식은 문제가 있어 이를 피하는 의도도 담겨있다. 개성을 어떻게 발견해내나. -면접을 통해 학생시절 특장을 발휘한 분야를 발견해 낸다. 클럽활동, 자원봉사활동, 취미생활 등을 중시한다. 한국, 중국에서 채용이 늘면서 국내고용을 외면한다는 불만은 없나. -한국 등과 일본내 채용은 목적이 다르다. 한국과 중국 등은 국제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채용이다. 채용시험에서도 국경을 없앴다. 국경없이 활약한다. 사원재교육은 어느 정도 하나. -재교육은 전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실시한다. 사내대학에서 실시되는 재교육에 회장, 사장 등이 직접 참석, 소니DNA를 전수한다. 혁신과 시대변화 적응 능력을 최우선으로 교육한다. 조기 퇴직자의 재취업 교육은. -회사가 비용을 부담, 실시한다. 절반정도가 혜택을 본다. 기본적으로 퇴직자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간 상시채용은 어떤 방식인가. -예를 들면 올해 800명 정도를 채용하는데 경력과 신입 비율이 절반씩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적응키 위해서다. 다른 회사에 비해 경력 비율이 높다. 신입사원은 수시로 뽑아 인재확보경쟁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니가 위기라는 얘기가 많다. -소니에 대한 기대가 워낙 높다. 워크맨 등 세계가 놀랄만한 상품을 많이 내놓았다. 요즘은 워낙 경쟁이 심해 그게 안된다. 가전은 과거 압도적 1위였지만 지금은 조금 약화된 게 사실이다.‘소니의 신화가 붕괴된다.’는 얘기는 3년에 한번 꼴로 나온다. 하지만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니는 이미 일본기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소니 주식의 40%이상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익이 나는 곳에서 세금을 낸다. 일본에서도 이익 내고, 미국서도 이익을 낸다. 크게 봐야 한다. taein@seoul.co.kr
  • [사설] 재벌, ‘일본’도 버린 소니서 배워야

    일본 소니사가 창립 6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2000년 이후 소니를 이끈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이 물러나고 하워드 스트링거 부회장 겸 미국법인장을 내정한 것이다. 워크맨 신화로 세계 정상의 가전업체로 군림했던 소니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세습·혈통은 물론 CEO의 국적까지도 개의치 않는다는 무한대의 기업우선 원칙을 보여준 것이다. 소니는 ‘기술대국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의 자존심’이다. 이런 기업이 외국인 CEO를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최근 5년간 주가가 4분의1 토막으로 곤두박질치고, 핵심분야인 가전부문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현 경영진으로는 세계적 명성을 되찾는 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닛산자동차는 6년 전 프랑스인 카를로스 곤을 CEO로 영입해 다 죽어 가던 회사를 살려냈다. 지난해 순익 1조엔을 기록한 도요타자동차도 ‘잘 나갈 때 새 공기를 불어넣는다.’며 최근 경영진을 전격 교체하는 등 경영혁신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생존과 변화의 몸부림은 우리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창업 이후 2∼4세로 경영을 대물림하는 데만 집착하고 있다. 기업을 사유물로 여기는 탓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우량기업들이 사라졌는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2~4세 중에는 뛰어난 수완을 보이는 경영인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인 성공 사례가 비합리적인 세습경영을 정당화하는 논거는 될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의 3·4세들이 임원이 되는 나이는 평균 33세,CEO에 오르는 나이는 38세라고 한다. 대물림을 위해 이들에게 스파르타식 경영수업을 시킨다고 하나, 대개 능력과 관계없이 총수의 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의 중임을 맡기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이며 국민과 함께 발전·성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세습 문제를 짚어 봐야 할 것이다.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사회 환원, 윤리 경영, 노사 공동체….’ 요즘 들어 기업마다 부르짖는 ‘모토’지만 국내 기업 가운데 이를 충족시켜 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의 양심과 경영 이념은 곧잘 눈앞의 이익에 밀려 뒷전인 탓이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80년간 이를 고지식하게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출이 3000억원대에 불과한데도 수십조원 매출의 거대 재벌 못지않게 많은 관심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또 대(代)를 이어가며 경영권을 세습하는 국내 기업 문화 현실에서 36년째 전문경영인 체제를 고수해 소유구조 측면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남들은 더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큰(Big) 회사보다 좋은(Good)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 임직원과 손잡고 한발 한발 전진하는 것이 기업 발전의 지름길입니다.” 유한양행만의 독특한 전통을 이어가는 차중근(59) 사장의 경영 철학이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부문에서 43위를 차지했다. 차 사장은 1974년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2003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집안의 ‘복덩이’ 차 사장은 1945년 8월20일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그의 출생 덕분에 가족은 친가인 평양에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서 터전을 잡았다. 이후 38선이 그어지고 한국전쟁이 터졌다. 그가 집안의 ‘복덩이’로 불린 연유다. “부모님이 갓난이인 저 때문에 객지인 횡성을 떠나지 못했어요. 당시 친가인 평양으로 돌아갔더라면 아마도 북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겠지요.”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군입대 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 당시 군 보직은 항공 통제 업무. “근무가 4교대로 이뤄지다 보니 점점 안일함과 나약함에 빠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계속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래서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베트남전 지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패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가 베트남에서 경험한 것은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었다. 교수의 꿈을 접고 유한양행에 입사한 계기가 됐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에서 부대원들은 지휘관의 통제를 철저히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티 한 점 없이 순진무구해 보이는 베트남 아이들의 눈동자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 힘이 없지만 훗날에는 반드시 남을 돕는 일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회사의 ‘기둥’으로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CEO에 오르기까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1974년 영업 사원으로 입사해 경남 마산에 배치를 받았다. 그의 성실과 정직함이 통했는지 당시에 생소했던 인센티브를 받고, 지점장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또 그를 눈여겨본 연만희 전 사장은 1988년 그를 본사 공장으로 발령냈다. 공장 업무는 특성상 물품을 제조하고, 납기일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 외에도 잔업이 적지 않았다. 특히 늘 납기일에 쫓기고, 직원들을 설득해 잔업을 진행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1989년 유한양행은 당시 소련에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컨테이너 10대 분량으로 금액으로는 30억원대 규모. 다만 4개월이라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유한양행의 신용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다. 시간이 촉박한 데다 공장설비가 자동화되지 않은 탓에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루 8시간 근무에 익숙한 직원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기일을 못 맞추면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신용의 상징’인 유한양행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었죠. 덕분에 납기일을 겨우 맞출 수 있었습니다.” ●CEO로서의 첫 발 그가 사장 취임 직후 가진 첫 행보는 현장속으로였다. 이를 위해 종업원 중시, 현장 중시, 실천 중시를 강조하는 ‘100일 작전’을 진행했다. “현장을 모르고는 전략을 세울 수 없으며,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또 실천 경영을 위해 ‘균형성과 관리제’를 도입,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수치로 사원들을 평가토록 했다. 이와 함께 분기마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1100여명 직원의 ‘고민 해결사’로 나섰다. “‘유한’이라는 울타리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것이 사장으로서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도태되기 쉬울 뿐 아니라 생존조차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그는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CEO 혼자만 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 직원이 일치단결해 각자 세운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합니다.CEO는 직원들에게 개인과 기업의 입장, 앞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유한양행은 노노(勞勞) 기업” 차 사장은 1주일에 한차례씩 노조위원장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눈다. 각종 경영 현황과 목표에 대한 정보 등을 보고회에서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 직원들의 의사를 가감없이 전달하는 ‘사원운영위원회’를 가동, 공동운명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노사합동연수회’와 성과급 분배 등은 유한양행이 ‘노사 기업’이 아닌 ‘노노 기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직한 기업활동, 건전한 기업 윤리,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 등 유한양행만의 전통은 노사 화합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사안이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기업 문화에 깔려 있다고 봅니다.” 차 사장이 올해 힘을 쏟는 사업은 신약개발과 R&D(연구개발) 부문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국내 시장을 상당 부문 잠식하는 상황에서 토종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한은 현재 궤양 치료제인 신약의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소화성궤양 치료제의 국내 시장 규모는 4000억원 규모로 신약인 ‘레바넥스’가 출시되면 연간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매출액 대비 5∼6% 수준인 연구개발비를 앞으로는 10%까지 늘릴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내부적으로는 2010년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고자 합니다.” 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위해 80년간 외길을 달려온 유한양행. 그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차 사장은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원과 주주, 소비자, 언론 등 모든 관계자들의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 운명체 관계로 ‘윈-윈’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유한양행은 어떤 회사 유한양행은 고 유일한 박사가 ‘건강한 국민만이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26년 설립한 국내 대표적인 제약회사다. 전통에 걸맞게 ‘삐콤씨’,‘안티푸라민’ 등 국내 대표 의약품을 생산해 지금은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설립자인 고 유 박사는 기업 경영권을 자식이 아닌 사내 직원에게 넘겨 국내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도했다. 전 재산을 공익법인(유한재단)에 넘겨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에도 앞장섰다. 내년에 창사 80돌을 맞는 유한양행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완공 예정인 충북 오창산업단지의 신공장은 모든 공정이 국제적 품질기준인 ‘CGMP(의약품 제조 관리기준)’에 적합한 시설로 건설되고 있다. 경기도 기흥에는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인 연구소가 올 하반기에 문을 연다. 또 자체개발 신약인 소화성 궤양치료제 ‘레바넥스’는 이르면 올해 출시될 예정이다. 에이즈 치료제 원료인 ‘FTC(항바이러스제)’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앞선 기술력과 견실한 경영,80년간 지켜온 설립자의 기업이념을 기반으로 향후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원료의약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종합보건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3831억원, 영업이익은 1.2% 증가한 490억원으로 잡았다. ■ 차중근 사장은 ▲1946년 8월20일 출생 ▲64년 2월 숭문고등학교 졸업 ▲68년 2월 동국대 상학과 졸업 ▲74년 10월 유한양행 입사 ▲93년 1월 기획실 부장 ▲95년 1월 기획관리실 이사 ▲95년 3월 기획관리실장 겸 재정담당 이사 ▲96년 1월 총무담당 상무 ▲97년 3월 전무(기획관리본부장) ▲2002년 7월 부사장 ▲2003년 3월 유한양행 사장
  • [클릭 이슈] 日 라이브도어-후지산케이 ‘언론전쟁’

    [클릭 이슈] 日 라이브도어-후지산케이 ‘언론전쟁’

    올해 32세인 신흥 인터넷기업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과 거대언론사 ‘후지산케이그룹’이 벌이는 언론전쟁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호리에 사장이 일본 6대 일간지 중의 하나인 산케이신문과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를 일거에 삼키겠다는 야심찬 ‘도발’을 감행, 일본 재계, 정계, 언론계와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일본 정부가 관련법을 개정,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하려는 것도 이 사건 때문이다. |도쿄 이춘규특파원|후지산케이그룹은 왜소한 니혼방송이 규모가 5배나 큰 후지TV 등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뒤틀린 기업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니혼방송 주식을 통제하면 그룹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약점을 호리에 사장은 파고들었다. 도쿄대 문학부를 중퇴한 호리에 사장은 지난달 8일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에서 800억엔(약 8000억원)의 자금을 조달, 하루만에 니혼방송 주식 35%를 사들이고 “후지산케이그룹을 경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안개속 난전 거듭 이후 전광석화처럼 지분을 4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놀란 후지산케이측은 비상수단을 동원했다. 니혼방송을 앞세워 주식 수를 현재(3280만주)의 2.5배인 최고 8000만주까지 늘리기로 하고 신규 주식인수권을 후지산케이가 갖겠다고 23일 발표했다.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켜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주를 대량 발행하면 일본 상법상 위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후지산케이측은 “기업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브도어는 위법이라면서 즉각 법원에 후지측의 신주인수권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도쿄지방법원이 1일 1차 심리에 들어갔다. 앞으로 장기적인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우선 법원이 후지산케이측의 손을 들어주면 후지TV가 니혼방송 주식의 70% 정도를 확보, 경영권을 방어하게 된다. 반면 라이브도어는 20%선으로 떨어진다. 이 경우 라이브도어가 주주로서 손해를 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진흙탕 싸움이 될 게 뻔하다. 반면 법원이 라이브도어의 손을 들어주면 후지산케이측으로서는 주식 공개매집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무엇보다 양측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여 ‘끝없는 소모전’이 예상된다. ●쿠데타로 창업주 몰아낸 히에다 후지산케이그룹은 1954년 니혼방송의 개국이 뿌리다. 재계의 후원으로 당시 니혼게이자이렌 시카나이 전무가 니혼방송 경영에 참여한다. 시카나이는 집안내 암투에서 승리, 실권 장악과 함께 사장 자리에 오른다. 이후 시카나이는 경영수완을 발휘,57년에는 후지TV를 설립한다. 비슷한 시기에 경영위기에 빠진 산케이신문사를 재계 요청 수락형식으로 인수했다. 라디오,TV, 신문의 3대 매체를 장악한 시카나이는 후지산케이그룹의 초대 의장에 취임했다.85년에는 장남이 2대 의장에 올라 세습을 시도하지만 3년 뒤 장남이 42세의 나이에 급사한다. 이에 당시 일본 흥업은행에 다니던 사위를 데려다 89년에 그룹 의장에 취임시킨다. 하지만 92년 7월 산케이신문사 일부 중역들이 창업주측을 “언론인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기업을 사물화한다.”며 몰아낸다. 이 때 뒤에서 조종한 인물이 당시 후지TV 사장이었던 히에다 히사시 현 후지TV 회장이라는 게 통설이다.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지다 전격적인 쿠데타로 창업주 일가를 몰아냈지만 니혼방송 주식은 창업주 일가의 수중에 있었다. 여전히 니혼방송의 최대주주였다. 당시 니혼방송은 후지TV의 주식 51%를 보유, 창업주측이 반격하면 히에다가 밀려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히에다 회장은 “창업주의 지배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니혼방송과 후지TV의 상장을 택했다고 한다. 상장을 통해 시카나이 집안의 주식 소유비율을 끌어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96년 니혼방송,97년 후지TV의 상장이 각각 이뤄진다. 이후 히에다 회장측의 의도대로 니혼방송과 후지TV 주식의 창업주 일가 소유비율도 낮아진다. 급기야 지난해 시카나이 가문이 다이와증권 등에 주식을 모두 팔아버린 것이 밝혀져 시카나이 집안의 복권 우려는 해소됐다. 이에 여유를 찾은 후지산케이그룹측은 “니혼방송 주식을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고 완전독립을 성취하겠다.”며 니혼방송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장가격보다 헐값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패착이었다. 대량 주식 보유 주주를 상대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려 했지만 아무도 후지산케이측에 팔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쿄 중심부인 록폰기힐스의 모리타워 38층에 사무실을 둔 라이브도어가 같은 건물 31층에 사무실이 있는 리먼 브러더스의 자금을 동원, 기습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라이브도어가 외자를 끌어들이면서 니혼방송 사태는 복잡해졌다. 방송에는 외국자본이 간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도 ‘저질의 머니게임’,‘도전과 파괴정신’이라는 비난과 찬성으로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회사 주가도 춤을 추듯 출렁이고 있다. taein@seoul.co.kr
  • 아프리카 ‘피플파워’ 바람

    아프리카에 ‘피플 파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집트가 26일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으며, 대서양에 접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에서는 쿠테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25일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다. 호스니 무바라크(76) 이집트 대통령은 국영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헌법 개정을 의회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놀라움을 표시했고, 야당은 환영하면서도 “정당만 후보를 내게 한 것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이집트는 의회 의원 3분의2 찬성으로 임기 6년의 단일후보를 내고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확정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이후 이같은 방식으로 24년간 집권했음에도 오는 9월 다섯번째 임기에 도전할 뜻을 비쳐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바라크의 장기집권 의도에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각종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신생 야당 알 가드의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이만 누르가 창당신청서 위조혐의로 연행되면서 정치적 위기는 고조됐다. 미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다음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집트 방문을 연기, 압박을 가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결국 직선제 개헌요구를 수용했다. 의회는 9주 내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통과되면 올해 처음 이집트의 직선 대통령이 탄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이 무바라크를 이길지는 미지수다. 25일 사임한 파우레 그나싱베(39) 토고대통령은 지난 5일 군사쿠데타로 집권했다.38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아버지 에야데마 그나싱베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죽은 직후다. 그러나 토고 국민들은 ‘독재의 세습’을 거부했다.11일부터 수도인 로메에서는 매일 수백에서 수천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나싱베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정치활동을 즉각 금지했고 시위대에 강력 대응하라고 보안군에 명령했다. 의회에는 2008년까지 아버지의 임기를 자신이 맡도록 압력을 가했다. 급기야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자 10여명이 죽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19일엔 토고 국민 550만명 가운데 2만여명이 대규모 시위에 가세, 헌정질서 회복을 외쳤다. 다급해진 그나싱베는 정치활동 금지를 풀고 60일 이내로 대통령선거를 치르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 OWAS)와 아프리카연합(AU)까지 토고에 제재를 가했고,AU 의장인 나이지리아는 그나싱베의 사임을 요구했다.‘3주 천하’로 끝났으나 그나싱베는 4월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연대·고대 2006 수시모집요강 발표

    연세대는 2006학년도 수시 2학기 전형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20명에게 대학 전과정 전액 장학금과 도서비를 지급하는 ‘한마음 장학 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수시 1학기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실시해 서울 및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지역 고교 출신 가운데 108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06학년도 입시안을 각각 발표했다. 연세대는 특히 내신반영 비율을 10% 높은 70%로 올리기로 했다. 전형 비율은 내신성적 70%, 서류전형 15%, 면접구술전형 15%가 된다. 이 대학은 또 392명을 모집하는 수시 1학기 전형에서 영어로 전과목을 강의하는 ‘언더우드 국제학부’도 신설해 50명을 선발한다. 연세대 박진배 입학처장은 ‘한마음 장학 전형’을 신설한 배경을 “저소득계층에 문을 열어 빈곤의 세습화를 막는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신설하는 고려대는 할당인원을 시·군 지역별 고교 3학년 재학비율로 정하기로 했다. 전형은 학생부 교과성적 70%, 논술 30% 비율로 선발한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86)-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나는 선원에게 내가 찾아온 목적을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선원은 귀를 기울여 들은 후 내게 말하였다.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군청에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선원은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며 쪽빛으로 푸른 호수를 바라보았다. 관광객들은 쉴 새 없이 계단을 내려와 표를 사고 유람선에 차곡차곡 승선하고 있었다. ―사실이었을까. 나는 눈부신 봄 햇살이 끓어오르고 있는 수면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이퇴계와 두향의 사랑은 과연 사실이었을까. 불과 9개월의 짧은 재임기간 동안 퇴계와 기생 두향의 상사(相思)는 과연 무르익을 수 있었을까. 퇴계가 그처럼 다정다감한 풍류객이라 할지라도 두향은 한갓 미천한 신분의 기생.9개월의 짧은 만남이 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세기의 로맨스가 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이는 과장된 후세의 조작이 아니었을까. 이퇴계는 당대 최고의 거유이자 명신으로 ‘해동공자(海東孔子)’라고까지 불렸던 성인이었다. 그러한 이퇴계가 쉰에 가까운 ‘지천명(知天名)’, 즉 ‘하늘의 뜻을 알았던 나이’때 미천한 기생 두향과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하였을까. 퇴계언행록에 기록된 대로 ‘남녀간의 사랑이 비도 오고 바람이 부는 만물의 생성(生成)’과도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퇴계는 과연 엄격한 신분을 초월할 수 있었을까. 만약 퇴계와 두향의 상사가 떠도는 풍문에 불과한 것이라면 나는 지금 헛소문을 따라서 두향의 무덤을 찾아가고 있음이 아닐 것인가. 그때였다. 문득 내 머릿속으로 하나의 상념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인도 특유의 세습적인 신분제도인 카스트를 능가하는 엄격한 조선의 신분계급 속에서도 비교적 너그럽고 자유로웠던 이퇴계의 에피소드였다. 인간에 대한 박애정신으로 가득 찼던 휴머니스트 이퇴계. 율법과 형식에 초월하였던 자유주의자 이퇴계. 이퇴계의 그러한 면모를 엿보게 하는 야사 하나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며 그 야사의 내용을 더듬어 보았다. 퇴계가 단양의 군수로 부임한 것은 1548년 정월. 그러나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이퇴계는 뜻밖의 불행을 겪게 된다. 이때의 고통을 이퇴계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몸이 쪼개지듯 아프다. 지탱하기 힘들다. 원통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퇴계를 이처럼 고통스럽게 하였던 것은 다름 아니라 그의 둘째아들 채가 21세의 젊은 나이로 갑자기 급사하였기 때문이었다. 퇴계가 둘째아들 채의 죽음을 특히 슬퍼하였던 것은 채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생모이자 퇴계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허씨가 죽어 유모 손에서 고아처럼 자랐기 때문이었다. 성장해서는 퇴계와 떨어져 외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감독하며 농사꾼으로 외롭게 자랐다. 그런데 더욱 슬픈 것은 정혼을 해 놓고도 혼례를 올리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이때의 비통함을 퇴계는 조카사위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하고 있다. “단양군에 와서 좋은 일이라고는 없고 자식을 잃어 병만 더욱 심하다.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두세 번 감사에게 사직을 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는다.”
  • [이젠 사람입국이다] 12. 캐나다의 평생학습

    [이젠 사람입국이다] 12. 캐나다의 평생학습

    |오타와·에드먼턴(캐나다) 전경하 특파원|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準)주로 이뤄진 연방제 국가다. 교육에 관한 정책결정 권한은 각 주가 갖지만 연방정부가 큰 틀을 정한다. 각 주정부는 교육장관협의회(CMEC·The Council of Ministers of Education,Canada)에 참여, 교육정책을 공유한다. 연방정부에서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인력기술개발부(HRSD)는 토의 주제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만 참여한다. 대신 HRSD는 322개의 지방사무소를 통해 지방과의 협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생학습이 잘돼야 세금도 늘어 HRSD는 평생학습이 국가경쟁력 차원에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국민일수록 정부 지원금은 적은 반면 이들이 내는 세금은 많다. 또 범죄 발생률도 낮고 빈곤이 세습되는 것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버트 사우더 HRSD 학습·전략정책 담당국 부국장은 “공부를 해도 직장을 얻지 못한 경우가 있지만 이는 노동력에 대한 투자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정부의 평생학습 초점은 크게 세가지다.▲현재 인력을 기술변화에 맞춰 생산적으로 만들고 ▲노령화된 노동력을 재교육해 일하도록 하며 ▲이민자들의 언어(영어)사용 능력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캐나다도 저출산율(1.6명) 영향으로 노동력의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이민에 적극적이다 보니 이민자들의 영어능력 향상이 산업안전과 사회통합에 필수 요소가 됐다. 이를 거울삼아 동남아 등으로부터 인력을 받아들이는 한국 정부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중앙은 수단, 지방은 내용 제공 연방정부는 평생학습의 접근 용이성에 중점을 둔다. 지난 96년 온라인학습을 지원하는 지역사회 학습네트워크를 설립, 이를 통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뒀다. 연방정부가 지역사회 학습네트워크 자금의 50%를 지원하며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각 주의 대학이나 산업체와의 협력관계를 구축시키기 위해서다. 또 연방정부는 PLAR(Prior Learning Assessment and Recognition) 프로그램을 운영, 구직자들의 시간을 절약해준다.PLAR란 졸업장이나 학위가 아니라 일하면서 얻은 노동자의 능력을 정부가 나서 인증해주는 제도다. 이를 통해 특정 능력을 갖고 있는 인력 풀(pool)이 조직되는 장점이 있다. 주와 지방정부에서는 평생학습을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을 발굴·조직한다. 각 주의 평생학습은 지역별로 조직된 지역성인학습협회가 주도한다. 주로 대학, 특히 2년제 대학(커뮤니티 칼리지)이 평생학습의 중심이 된다. 지역성인학습협회는 이민자들의 언어 지도를 위한 주민들의 자원봉사활동도 조직한다. ●대학의 중심이 되는 평생학습 캐나다에서 평생학습이 가장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앨버타주의 경우 지역내 2년제·4년제 대학, 직업훈련기관 등이 갖고 있는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과목별, 기간별로 분류해 놓은 안내책자를 발간하고 있다. 각 대학에서의 주차·탁아 서비스 가능 여부도 포함돼 있다. 대학들도 평생학습으로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부족을 메우고 있다. 지식기반 경제에서 새로운 일자리는 보다 높은 교육수준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25세 이상 인구와 이들 가운데 시간제로 대학에 등록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대학들은 보고 있다. 90여년이 넘게 평생학습을 위한 단과대학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앨버타대학은 프로그램 다양화로 수요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프로그램마다 고용주, 학생, 공공부문 지도자 등 다양한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있기 때문이다. 응용과학, 교양과목, 경영, 공공분야 등 7개 분야에서 200여개에 육박하는 프로그램이 학기마다 열리고 있다. ●대학, 강의를 팔아라 앨버타대 평생학습단과대학이 수업료와 관련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600만캐나다달러(50억원 정도)나 된다. 이런 수익은 앨버타대의 끊임없는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평생학습단과대학 마케팅담당자인 아누 바르사바는 “대학이 앉아서 학생을 받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면서 “강의를 상업적으로 팔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앨버타대학은 특정 수요 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에드먼턴시 경찰국의 고위직 퇴직자가 90년대 후반들어 늘어나자 업무 연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생겼다. 앨버타대는 이에 부응,5개 과목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2003년부터 경사 이상으로 승진을 할 경우 의무적으로 들어야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또 앨버타대는 60년대부터 앨버타 주정부와 계약해 지방공무원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교과과정 전체를 온라인(www.govsource.net)으로 배울 수 있게 되자 캐나다 전역과 전 세계의 학생을 받고 있다. 올해에는 멕시코와 아프리카의 공무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 모범사례 에드먼턴개발공사 |에드먼턴(캐나다 앨버타주) 전경하 특파원|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는 지난 1993년 에드먼턴개발공사(EEDC)를 설립, 시의 경제개발과 관광기능을 전담시켰다. 자금은 에드먼턴시가 100% 지원하고 시의회가 운영을 감독한다. 캐나다에서 경제개발과 관광기능을 별도의 공사를 설립해 전담시킨 예는 에드먼턴이 유일하다. 에드먼턴은 캐나다에서 ‘현명한(smart) 도시’라는 별명이 붙은, 주민들의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곳이다. EEDC의 홍보를 맡고 있는 짐 루돌프는 “기업가들이 시청과 직접 상대하다 보면 관료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느끼는데, 이를 없애기 위해 공사를 설립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공사는 관광업무를 전담하게 되면서 그동안 독립적으로 운영됐던 컨벤션센터도 공사 소속으로 뒀다. 에드먼턴에 국제회의를 유치, 참가자들이 이곳에 와서 ‘돈을 쓰게’하는 것이 EEDC의 기능 중 하나다. EEDC안에는 13개 산업집적군 조정위원회가 있다. 산업성격에 따라 위원수가 다르지만 75% 이상을 산업계에서 맡는다. 이 위원회는 당면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도록 돕는다. 필요한 자금은 연방·주정부에서 받는데, 규모와 구성비는 산업별, 사업별로 다르다.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사업은 농산물 운송체계 정비다.EEDC가 집합 장소를 결정하고 농민들이 이곳에 상품을 가져오면 목적지까지 일괄배송되도록 처리한다. 루돌프는 “자영업자들의 비용절감은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내는 측면이 있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에드먼턴에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EEDC의 몫이다.EEDC는 최근 세계 1위 PC회사인 델컴퓨터의 소비자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오는 7월 센터가 세워지면 5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EEDC는 밝혔다. 델컴퓨터가 에드먼턴에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는 에드먼턴의 교육수준이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계 회사 게코도 북미지역에서는 가장 큰 재활용 공장을 에드먼턴에 세울 예정이다. 투자자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기업가를 연결시키는 중개기능도 EEDC의 역할이다. 부유한 퇴직자들을 등록, 그룹을 만든 뒤 이들 앞에서 혁신적인 생각이나 기술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설명회를 갖도록 한다. 설명회에 앞서 젊은이들의 발표 및 의사소통 기술 향상 교육을 진행한다. ■ 활발한 자영업 육성 |오타와(캐나다) 전경하 특파원|캐나다 연방정부의 고용보험은 기술개발, 자영업 지원, 고용창출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 및 임금 보조 등 네가지로 나눠진다. 주정부마다 개별 항목에 대한 지원방법이나 비중은 다르지만 기술개발에 많은 자금이 집행되는 편이다. 투입자금 대비 효율성에서는 자영업 지원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크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성공률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인력기술개발부에서 고용보험을 총괄하는 헤더 자름 인력개발프로그램·서비스국 부국장은 “창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다른 경우보다 동기 부여가 잘 돼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름 부국장은 자영업은 다른 고용보험 혜택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있어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용실 가내수공업 등 지원대상에 대한 특별한 제한은 없다.17세 이상이며 고용보험대상으로 실업자가 됐으나 자신의 사업을 하려는 사실만 증명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자금지원은 최대 52주(장애인은 78주)까지다. 또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각종 조정단체로부터 사업영위에 필요한 기술적·경영적 조언을 최대 3년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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