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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김정일 은둔/김인철 논설위원

    16년전인 1992년 2월18∼21일 평양에서 열린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했던 남측 대표단은 깜짝 놀랄 만한 경험을 했다. 회담 3일째인 20일 오후 주석궁에서 열린 남측 대표단과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에서 김 주석의 목 뒤편 큰 혹을 남측 사진기자들이 정면으로 포착한 것.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던 김 주석의 신체적 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데 대해 의전 실수가 아닌, 고도의 계산이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3박4일간의 평양체류 중 TV방송에선 ‘할아버지 머리위에 흰서리가 내렸네’라는 노래가 여러 차례 흘러 나왔다. 김 주석의 노쇠함과 병든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임박했음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등 해석이 구구했다. “백두산 마루에 정일봉 솟아 있고…광명성 탄생하여 어느 덧 쉰돐인가…만민이 칭송하는 그 마음 한결같아…” 1992년 2월16일 50회 생일을 맞은 김정일에 대한 ‘송시’의 일부다. 놀라운 것은 지은이가 바로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주석이라는 사실이다.80살 고령의 아버지가 50살 아들의 생일에 송시를 지을 만큼 부자세습 구도가 확고했음을 알 수 있다. 김 주석은 이듬해 8월 백두산밀영에 있는 이 송시비를 배경으로 강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김정일 동지의 영도를 잘 받들라는 의미라고 말할 만큼 권력세습에 적극적이었다.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된 지 18년이 흐른 1992년 아버지로부터 송시까지 받은 김정일은 그러나 김 주석이 1994년 사망한 뒤에도 3년 이상이나 공석에 취임하지 않고 유훈통치를 했다. 혈연·부자세습의 공식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군 제1319부대 시찰 이후 46일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후계문제가 관심사다. 김 주석 사망 때 부자세습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면, 이번엔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이 한반도 안정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와 역설적이다. 후계구도와 관련, 세아들인 김정남(37)과 김정철(27)·김정운(25), 매제인 장성택(62) 노동당 행정부장 등 3세대 세습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김일성-김정일 세습의 지난한 과정에 비춰볼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아소 내각 어떻게 꾸려졌나

    아소 내각 어떻게 꾸려졌나

    |도쿄 박홍기특파원|아소 다로 자민당 총재가 24일 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실시된 총리지명선거에서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아소 총리는 이날 저녁 제92대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역대 59명째 총리다. 아소 총리는 중의원 선거에서 전체 478표 가운데 반수가 훨씬 넘는 337표를 얻었다. 참의원에서는 다수당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총리로 선출됐다. 그러나 양원의 결정이 다를 경우, 거치도록 규정된 양원협의회에서 중의원 우선 원칙에 따라 아소 총재가 총리로 확정됐다. 아소 총리는 이날 저녁 6시30분쯤 취임 회견에서 각료의 명단을 직접 밝혔다. 관방장관이 발표하던 관례를 과감하게 깼다. 또 각료들의 발탁 배경도 세세하게 설명했다. 이른바 ‘대통령형 총리’, 즉 강한 리더십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이례적인 행보다. 뚜렷한 컬러를 보이지 못했던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와의 차별화로 국민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 주려는 의도를 깔고 있다. ‘아소 내각’의 성격은 중의원 선거에 확실하게 맞춰졌다. 한마디로 선거관리내각 체제다. 때문에 내각과 당의 결속을 위한 파벌의 균형,‘아소 컬러’를 뒷받침할 측근, 지방 표밭을 의식한 지명도 및 각료의 참신성 등 갖가지 요소가 골고루 고려됐다. 아소 총리는 총재선거 과정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 파벌을 중용했다.20명의 군소 파벌인 아소파의 수장인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이다.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에서 호소다 히로유키 간사장 대리를 간사장에 기용했다. 고가파의 고가 마코토 선거대책위원장의 유임도 마찬가지다. 포용력도 보여 주었다. 총재선거에서 2위를 한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을 총리 대리 1순위인 부총리로 파격적으로 대우했다. 역시 후보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은 농림수산상으로 기용하는 여유를 보였다.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 등 비지지파의 껴안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후쿠다 내각의 각료 가운데 5명을 재임시켰다. ‘아소 컬러’를 위해 측근들을 서슴지 않고 기용했다.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 나카가와 쇼이치 재정상, 아마리 아키라 행정개혁상은 손이 잘맞는 측근 중의 측근들이다. 때문에 편향된 인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소 내각은 세습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탓에 ‘초명품 내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아소 총리는 외조부가 요시다 시게로 전 총리로 전형적인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오부치 유코(34·3선) 소자녀담당상은 2000년 재임 중 타계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차녀로 역대 각료 중 최연소 입각의 기록을 세웠다. 나카소네 히로부미 외무상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장남이다. 하토야마 구니오 총무상은 조부가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이다. 나카가와 재정상의 부친은 과학기술청장관, 아마리 행정상·모리 에이스케 법무상·하마다 야스가즈 방위상의 부친은 중의원을 지냈다. 세습의원들의 대거 입각은 지역에서 집안 대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습의원들이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 바람을 일으키는 거점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정략적 구상에서 나온 것 같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또 중의원선거가 시기적으로 촉박한 만큼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의 기용이라는 긍적적인 해석도 있다. 반면 경기침체 아래 불안한 국민생활이 최대 쟁점이 된 상황에서 ‘귀공자’인 세습의원들이 제대로 국민들을 파고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hkpark@seoul.co.kr
  • [서울광장] ‘김정일 이후’의 통일 청사진/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일 이후’의 통일 청사진/구본영 논설위원

    북한 정권수립 60주년을 맞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 노농적위대 열병식장의 주석단은 썰렁해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병설 속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조명록 총정치국장 등 노쇠한 인민군 고위간부들의 모습이 외려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나 기자는 곧 감상에서 화들짝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열병식에 이어 열린 횃불행진에서 수만명의 인파가 ‘인간 전광판’인양 ‘김정일’과 ‘2012 강성대국’이란 글귀를 아로새기는 장면을 보면서다. 분단 60주년을 맞았건만, 남북간 체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아야 했다. 물론 오늘 북한의 초상화는 남루하기 짝이 없다.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인 남한에 비해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36분의 1에 불과하다. 만성적 식량난에 탈북 행렬도 꼬리를 물고 있다. 영양 결핍으로 북한의 일곱살 어린이의 키가 남한 아동보다 평균 20㎝나 작다는 게 뜬소문이 아닐 게다. 올해도 얼마전 유엔식량계획 (WFP)이 대북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이런 판국에 절대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건강마저 적신호라면 북한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게다. 한 동안 잠잠했던 북한 붕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리처드 핼로란은 최근 기고에서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광범한 사회적·정치적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미 의회조사국도 “비참한 경제상황이 김정일 정권에 잠재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불만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합리적 인과관계에 기반을 둔 듯한 서방적 시각에도 맹점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도 많은 관측통들이 세습체제가 짧으면 6개월, 길어도 3년 이내에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후 십수년이 흘렀지만, 김정일 체제는 여전히 건재했지 않은가. 까닭에 60년 부자 세습체제가 저물더라도 수년 안에 북한에서 과거 동구권의 ‘붕괴 도미노 현상’ 같은 사태를 예견하긴 어렵다는 게 현실적 판단일 듯싶다. 이를 막기 위해서 북한도 핵카드에 기대어 생존을 도모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 주민을 살릴 본격적 개혁·개방을 주저해온 게 아닌가. 우리가 10년 넘게 ‘햇볕’을 쪼였건만,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낡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선군(先軍)주의란 갑옷을 더 껴입고 있지 않은가. 이는 통독 과정과는 전혀 다른 상황 전개다. 월등한 국력의 서독이 꾸준히 동독과 교류협력에 나서자 동독의 지도부와 주민들은 마침내 체제를 버리고 서독에의 흡수통일을 선택했었다. 더구나 김정일 정권 이후 북한내 친중정권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분단 고착화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탓이다. 하지만 어쩌랴. 실패했지만,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듯한 북한체제와 더 오래 공존해야 하는 게 동족의 업보라면. 우리는 과거 서독이 그랬듯이 경제력뿐 아니라 복지와 인권 등 모든 면에서 내실을 다지면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북한정권의 개혁·개방을 돕는 일이 우리에게도 이롭다는 신념에 회의를 품을 이유는 없을 듯 싶다. 좋든 싫든 우리의 통일정책에 ‘김정일 이후’까지 내다보는, 창조적 상상력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김정일 건강이상설] 주목 받는 北 후계구도

    [김정일 건강이상설] 주목 받는 北 후계구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북한 정권의 후계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는 김정일의 세습체제가 확고했었다. 현재는 두드러지는 승계자가 없어 불안정성이 더 높은 것이 차이다. 군 고위관계자도 10일 “뚜렷한 후계구도의 그림이 나오고 있지 않다.”면서 “이로 인한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66세인 김정일 자신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이 62세 때 후계자로 선정됐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10일 후계 구도로 부자 세습, 국방위원회 중심의 군부 통치, 군부 및 노동당 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지금 당장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군부 및 노동당 지도부의 집단지도체제 가능성이 가장 높다. 확실한 2인자가 오랫동안 없었던 것도 이유다. 김 위원장 통치 14년 동안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조해오면서 군부에 힘을 실어왔다. 정상적인 정치·경제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에서 군을 앞세워 사회를 지탱해온 것이다. 비상계엄 형태로 군이 전면에 나서 단기간은 위기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북한의 봉건적·가부장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부자세습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세 아들인 정남(37), 정철(27), 정운(24)도 후계자로 거론된다. 장남인 정남과 삼남인 정운의 가능성이 차남 정철보다 높다. 정철은 ‘여성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고, 마약 중독설도 나돌고 있다. 특히 정남은 거주하던 베이징을 떠나 지난 7월 말부터 평양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계작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송혜교 美 진출작, 부산영화제서 첫 공개

    송혜교 美 진출작, 부산영화제서 첫 공개

    배우 송혜교의 할리우드 진출작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당초 ‘패티쉬’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송혜교 주연의 이 영화는 ‘시집’(Make Yourself at Home)이라는 제목으로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공개된다. 영화 ‘시집’은 한ㆍ미 합작영화로 사진학박사 출신이자 뉴욕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손수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송혜교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황진이’를 본 뒤 송혜교에게 호감을 느낀 할리우드 캐스팅 디렉터 수전 숍메이커에 의해 캐스팅 됐다. ’시집’은 세습 무당의 핏줄을 타고난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 와 재미동포와 결혼하지만 운명을 피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로 송혜교는 무녀 숙희 역을 맡아 복잡미묘한 여성의 심리를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송혜교는 영화 ‘퍼니 게임’의 주인공 아르노 프리스치와 호흡을 맞추며 대사의 80%를 영어로 소화해냈다. 한편 송혜교는 현빈과 함께 KBS2 미니시리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촬영 중이다. 사진=영화 ‘파랑주의보’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청춘 노숙’ 늘고 있다

    ‘청춘 노숙’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줄어들던 노숙자 수가 최근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26일 조사됐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20∼30대 ‘젊은 노숙자’들이 급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신문이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전국 12개 노숙인 봉사단체와 공동으로 노숙자를을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신규 노숙자가 증가했다. 서울 영등포역 주변의 노숙자는 지난해 5월 600여명에서 올해 5월 1050여명으로 늘었다. 서울역·용산역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노숙자는 각각 1000여명·300여명으로, 지난해 5월과 비슷했다. 봉사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서울역·용산역 거리급식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많은 노숙자들이 영등포역 주변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서울·용산역으로 나온 노숙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노숙자가 없던 경기 군포시에는 1년새 20여명의 노숙자가 나왔다. 지난해 5월 60여명이던 성남역 노숙자는 올해 100명을 넘어섰다. 수원역은 150여명에서 170여명으로, 안양역은 50여명에서 70여명으로 늘었다. 여름에는 노숙자가 서울·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여왔지만 최근에는 남부지역에서도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 대전역 노숙인 상담센터는 지난해 5월 하루 평균 0.8명을 상담했지만 올해는 1.5명을 상담해 2배가량 늘었다. 부산역 노숙자는 지난해 300여명에서 올해 380여명으로 늘었다. 자원봉사단체들은 “최근 고물가로 인한 생계곤란과 비정규직 문제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에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0년 전 노숙자가 된 아버지의 대를 이은 ‘세습형 노숙자’나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 폭력을 통한 ‘가족해체형 노숙자’, 그리고 삶의 목표가 없는 ‘무기력 노숙자’ 등도 속출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의 ‘실직형 노숙자’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정원오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노숙자 정책을 펼쳤지만 세습된 노숙자까지 발견된 것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급증하는 노숙자] “환란때 아버지처럼 거리생활”

    [급증하는 노숙자] “환란때 아버지처럼 거리생활”

    “노숙마저 세습되는 서글픈 현상이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25일 밤 노숙자 상담을 위해 서울역·용산역을 찾은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이형운(43) 팀장은 “젊은 노숙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20∼30대 젊은이들이 노숙자였던 아버지의 길을 걷고 있거나 삶의 목표를 잃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인생 망쳤다” 원망 용산역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노숙 생활을 하는 ‘부자 노숙자’를 만났다. 역사 뒤편 계단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들 서모(26)씨는 아버지(54)씨를 원망했다. 그는 “아버지는 맨 정신에서도 어린 나를 때렸다. 아버지가 나를 망쳤다.”고 힘없이 말했다. 노숙 생활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했다.“이젠 아버지를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다.”며 갑자기 소리치면서 몸을 떨었다. 용산전자상가 골목에서 만난 아버지 서씨는 치아가 다 빠져 있었고, 축 늘어져 묻는 말에 대답조차 못했다. 이 팀장은 “아버지 서씨의 치아는 전기감전 때문에 빠졌고, 지난 4월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꿰매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1999년부터 노숙을 시작했고 아들은 지난해 말에 거리로 나섰다. 서울역 광장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숙자 50여명을 만났다. 이 팀장은 “술을 먹으면 간이 안 좋아져 사망에 이르고, 마시지 않으면 정신적인 고통을 못 이겨 정신질환이 온다.”면서 “그래도 술을 끊고 재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활도 근로경험이나 근로의욕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젊은 노숙자들은 취업조차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 경우가 많다.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28)씨에게서는 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와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했다. 그는 “그냥 거리로 나왔다.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IMF형 노숙자들은 공공근로를 통한 재활이 가능했지만 젊은 노숙자들은 어떤 제안도 거절한다.”면서 “삶의 가치를 찾도록 상담하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젊은 노숙자들을 걱정했다. 그는 “1997년부터 서울역에서 지냈는데 요즘처럼 갑자기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처음 본다.”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가 10명 정도를 거느렸는데 요즘은 30여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가정 불화로 노숙자가 된 사람도 있었다.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최모(48)씨는 “술 때문에 10년이나 함께 살던 아내와 헤어지고 나서 거리로 나왔다.”면서 “거리 생활을 하다가 절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지만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일하다 올해 거리로 나선 한 노숙자는 “이게 다 외국인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서 생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노숙자 담당직원 단 한명 이 팀장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노숙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언제라도 일용직 일자리가 끊기면 거리로 나올 ‘잠재적 노숙자’가 수없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고물가로 생활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최근 하루 7000원 쪽방값을 대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간헐적으로 눈에 띄는 노숙자까지 합치면 서울역 부근에만 1만 5000명의 노숙자가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잠재적 노숙자’를 포함한 노숙자 전체 규모를 파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숙자수 측정방법도 거리에 나온 이들을 세는 ‘아웃 리치’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노숙자·부랑자 담당 직원은 단 1명이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우리말 여행] 하룻강아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한다. 철 모르고 함부로 덤빌 때 비유적으로 쓴다. 여기서 ‘하룻강아지’는 한 살 된 강아지다.‘하릅강아지’가 변해 ‘하룻강아지’가 됐다. 하릅은 소, 말, 개 등 짐승의 나이를 나타내는 말로 한 살을 뜻한다.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하릅 외에 ‘두습, 세습, 나릅, 다습, 여습, 이롭, 여듭, 아습, 열릅’이 있다.
  • “흔들리는 교회 성경으로 바로 잡자”

    “흔들리는 교회 성경으로 바로 잡자”

    ‘흔들리는 한국 교회를 바로잡는 길은 성경뿐’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위해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을 벌여 주목된다. 다음달 2일 개신교 신학자들이 백범기념관에서 갖는 ‘성경을 통한 재정향, 한국신학자 100인 선언’. 감리교와 장로교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교단에 소속된 현장 선교자와 신학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성경 바로 읽기와 올곧은 해석, 그리고 성경적 삶을 천명하는 행사로 개신교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경적 삶 통해 개혁·갱신 특히 교단이나 신학자 단체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움직임’이 아니라 신학계와 현장 사목자들이 순수하게 성경적 삶을 통한 교회 개혁을 주창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란 점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100인 선언’이 시작된 것은 감리교신학대 박종천 교수와 한시미션의 조병호 박사가 만나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을 모으면서부터. 조 박사는 이른바 보수 진영 장로교 대표로, 박 교수는 진보측인 감리교 대표로 만나 “보수, 진보의 진영적 대결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성경적으로 교회와 신학, 신학교육이 거듭나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의 뜻에 성결교, 순복음교단, 장로교 통합·합동·기장측 현장 사목 인사들이 동참했고 신학대에서도 감신대, 장신대, 서울신대, 한세대, 나사렛대 교수들이 가세해 ‘100인 선언’을 하게 됐다. ●성직자 비리 등 교회 일탈 심각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교회 안팎에서 불거지는 문제들. 담임목사 세습을 비롯해 성직자 비리, 무리한 해외선교에 쏟아지는 일반인들의 비난과 교회 자체의 일탈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자성이 모여진 것이다. 지난해 평양대부흥회 100주년을 맞아 한국 교회의 반성과 개혁을 겨냥한 목소리와 행사들이 많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위기론’도 한몫 했다. 따라서 신학자들이 ‘100인 선언’에 담을 내용도 철저하게 교회의 갱신과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통전적 성경읽기. 그동안 성경읽기와 해석이 부분적으로만 이뤄져 신자들이나 목회자들이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만 인용해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하느님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고 깨닫는 데 소홀했다.’는 반성이다. ●성경통독 의무화·신학교육 개편 이를 위해 성경통독 의무화 등 성경에 대한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성경 통독을 통해 하느님의 마음을 알게 하는 신학교육 도입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신학과 신학교육의 방향전환도 중점사안. 그동안 서구신학의 양극단에 치우쳐 보수진영은 근본주의로 치닫고 진보측은 성서비판학을 남용해 성경 권위가 상실됐다는 주장이다. 양극단적 성경해석을 넘어 한국교회의 신학이 성경을 교회의 정경으로 권위를 인정하고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주체적으로 성경을 읽고 해석해 성경대로 살자는 새로운 신학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신학자들은 이 선언을 시작으로 신학대 교육과정 개편작업을 신학대별로 추진하는 한편 신학 연구와 출판사업을 벌여나가기로 했다.1910년 영국 에든버러선교대회의 100주년이 되는 2010년 ‘성경을 통한 재정향 글로벌대회’도 열어 성경적 기독교 운동을 세계교회에 전파한다. 박종천 교수는 “신학과 신학교육이 교회와 세상에 빛이 되지 못함을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한국 교회가 성경을 통해 기독교의 근본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 신학자들이 뜻을 모았다.”며 “세계 교회에 모범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주체적인 성경읽기를 통해 성경 안에서 교회가 연합되고 일치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조석래 전경련 회장 “상속세 폐지 주장 일리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상속세 폐지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동조했다. 또 오너경영의 장점을 강조하면서도 자식에게 무조건 경영권을 넘기는 경영권 세습은 반대했다. 조 회장은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한·중재계회의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의 반은 팔아야 한다.”면서 “세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상속세 폐지를 거들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과거에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을 때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세수에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돈 있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본유치 차원에서 아예 폐지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사제단·김용철씨 3일간 단식 돌입

    “삼성의 문제는 특검 수사 결과 발표와 쇄신안 공개로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사제단은 권력과 자본의 결탁사례를 세상에 알리고 호소하는 일을 계속 해 나가겠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가 특검의 수사 결과 및 삼성의 쇄신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24일부터 사흘 동안 단식 기도를 벌이기로 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팀에 뇌물 수수검사 명단을 추가로 제시했으나 특검팀이 학연 등을 이유로 조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제단과 김 변호사는 23일 오후 3시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이 절차민주주의의 원년이었다면 삼성 비자금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를 경제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물신풍조에 적극 대항하지 못하고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돌보지 못한 게으름을 참회하는 뜻으로 24일부터 사흘 동안 단식기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제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전종훈 신부는 “특검팀은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 및 불법로비에 대해 범법 당사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모조리 무혐의처리했다.”면서 “특검은 삼성의 경영권 부자세습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제단 총무인 김인국 신부는 “앞으로의 재판과정을 포함해 국가권력과 삼성이 어떤 노력을 펼치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구체적인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쇄신안에 대해 “시인이나 반성은 없고 차명자산을 실명화하고 승계를 공식화한다는 내용을 담는가 하면 심지어 삼성카드 소유의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선심쓰듯 밝혔는데 이는 이미 법률상으로 주어진 의무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면서 “이건희 회장 일가의 범죄가 완전하게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검 조사에서 뇌물 수수검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검의 수사의지 부족을 꼽았다. 김 변호사는 “이미 공개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명단을 다 달라고 해서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더니 특검쪽에서 ‘방법이 있다.’고 해 추가로 검찰 고위직 수사라인에 있는 분들을 더 거명하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면서 “다음날 갔더니 수사주체가 또 바뀌어 있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검사가 너무 많이 나와 수사 못 한다. 연수원 동기고, 고등학교 동기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제기동성당 앞에서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회원 등 10여명이 김 변호사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여 한때 소동이 빚어졌다. 앞서 특검팀은 이날 오전 해단식을 갖고 105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에 수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준웅 특검은 24일부터 본인이 속한 법무법인 세광과 같은 건물에 사무실을 빌려 공소유지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 특검보와 특별수사관 등이 이를 돕는다. 이 회장 등의 공판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검법은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3개월 이내에,2·3심은 전심의 선고일부터 2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제단 “경영세습 부분 빠졌다”

    22일 삼성그룹의 쇄신안 발표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은 중요한 경영권 세습 문제는 여전히 비켜 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제단 대표 전종훈 신부는 이날 “가장 큰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세습인데 관련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서 “해외 근무 등의 방법으로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혁 시민단체 찬·반 엇갈려 사제단 총무를 맡고 있는 김인국 신부 역시 “삼성이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국민에게 어떤 죄를 왜 저질렀는지, 이 사회를 어떻게 오염시켰는지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다.”면서 “이건 참회가 아니라 형식적인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은 진작부터 불법을 저질러 아들에게 경영권을 세습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자신이 물러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죄상을 낱낱이 밝혀 법의 처벌을 구하는 것만이 진심어린 회개의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제단은 이르면 23일 향후 계획 발표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고발한 참여연대 역시 “지주회사 전환 문제를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안하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삼성의 구조적 문제는 내부 감시자가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도 노조 인정 등 내부적 비판을 수용할 방법에 대한 개선된 입장도 일절 없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최광식 사무총장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삼성이 쇄신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투명경영을 약속하는 등 예상보다 강도높게 쇄신안이 발표돼 추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특검 “수사 결과 반영” 평가 한편 삼성특검팀 관계자는 “특검 수사 결과가 어느 정도 쇄신안에 반영된 것 아니냐.”면서 “(쇄신안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제단 “이건희 회장 언제든 복귀할것”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는 23일 오후 3시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결과와 삼성 쇄신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자식(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법률상 지배권도 넘어가 있고,이건희 회장은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쇄신안에 시인이나 반성은 없고 차명자산을 실명화하고 승계를 공식화한다는 내용을 담는가 하면 심지어는 삼성카드 소유의 에버랜드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선심쓰듯 밝혔는데 이는 이미 법률상 주어진 의무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난한 뒤 “이번 쇄신안은 법정구속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에서 조사받을때 뇌물 수수검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특검의 수사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공개한 인물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지 않으면서 명단을 다 달라고 하기에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더니 특검쪽에서 ‘방법이 있다’고 해 추가적으로 검찰 고위직 수사라인에 있는 분들을 더 거명하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갔더니 수사주체가 또 바뀌어 있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검사가 너무 많이 나와 수사 못한다.연수원 동기고 고등학교 동기고 그렇다.’고 했다.”며 특검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 대표를 맡고 있는 전종훈 신부는 “삼성 특검팀은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 및 불법로비에 대해 범법 당사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모조리 무혐의처리했다.”며 “특검은 삼성의 경영권 부자세습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 최고경영진 역시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막연히 용서만 구했는데,이것이 얼마나 진지한 참회였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사제단은 “1987년이 절차민주주의의 원년이었다면 삼성 비자금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를 경제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물신풍조에 적극 대항하지 못하고 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을 돌보지 못한 게으름을 참회하는 뜻으로 24일부터 사흘 동안 단식기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단식기도에는 김용철 변호사도 동참하기로 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앞으로의 재판 과정을 포함해 국가권력과 삼성이 어떤 노력을 펼치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구체적인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제기동성당 앞에서는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의 회원 10여명이 김 변호사를 비난하며,김 변호사의 사진이 붙은 피켓을 불태우는 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 김상인VJ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 고강도 쇄신안, 양형 결정엔 큰 영향 없을 듯

    [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 고강도 쇄신안, 양형 결정엔 큰 영향 없을 듯

    ■ 삼성 전격 발표 3색 반응 (1) 충격 휩싸인 재계-경영 차질 생길까 우려 22일 발표된 삼성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재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퇴진은 지금까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논평을 통해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국민정서를 고려한 고뇌의 결단이라고 생각하며 (그 강도에 대해서는)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일사불란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있어 ‘관리의 삼성’으로 불리던 삼성의 관리책임자(이 회장)가 사라진 이후 의사결정과 경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이 국민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의 투명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남아 있는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로잡는 중요한 전기(轉機)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삼성의 용단에 공감하며 앞으로 삼성이 대·중소기업간 동반자적 상생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으로서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시켜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한 이건희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대해 우려와 아픔을 같이 한다.”고 했다. SK 관계자는 “삼성의 쇄신책이 생각보다 강력하고 범위도 포괄적이다.”면서 “이번 조치가 삼성에 대한 국민의 염려, 반(反)삼성 정서가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태균 김효섭기자 windsea@seoul.co.kr (2) 의견 갈린 정치권-결단 높게 평가 vs 눈가리고 아웅 정치권은 2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 등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을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삼성의 쇄신의지를 높이 평가한 반면, 자유선진당·민노당 등은 “일시적 눈가림”이라고 폄하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삼성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며 “세계 초일류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더 큰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과 국가경제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만시지탄이지만 경영쇄신 의지를 확인한다.”며 “경영권 승계나 불법 로비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여전히 남은 만큼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자기 쇄신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김창수 대변인은 “자칫 삼성에 쏠린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 기피 수단이거나 이미 기소된 삼성 가족들의 면피용 제스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혹평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번 쇄신안에는 암암리에 황제식 경영권 세습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상임대표는 서면브리핑에서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이 아니라 백의퇴군(白衣退軍)해야 하며 삼성 비자금 사태의 재발을 막는 길은 삼성재벌 해체뿐”이라고 주장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릇된 재벌문화가 성숙한 공동체문화로 거듭나고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건강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종락 구동회기자 jrlee@seoul.co.kr (3) 향후 행보 주목하는 외신 “충격적… 대주주 영향력 여전할 것” |도쿄 박홍기특파원·서울 송한수기자|22일 발표된 삼성의 혁신안에 대해, 외신들은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충격적”이라며 중점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회장의 사임을 국제 뉴스로 자세히 다루면서 이 회장이 떠난 삼성에 관심을 보였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회장에 대해 “1987년 취임,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다.”며 가족사까지 다뤄 눈길을 끌었다. 교도통신은 “불투명한 경영체질로 비판을 산 삼성이 경영체제 쇄신을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세금 스캔들에 대해 사과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특히 재계의 말을 빌려 이 회장 등 최일선 경영진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은 이른바 재벌로 불리는 한국의 거대기업은 나라를 전쟁의 잿더미에서 아시아 네번째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으나, 최고 경영진을 둘러싼 온갖 의혹 속에서도 수년간 변화가 없다는 비난이 국민들 사이에 드셌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의 사임은 놀라운 결정이라고 전했다.AFP도 이 회장의 사퇴발표 기자회견이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BBC는 “이번 사태는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이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kpark@seoul.co.kr ■ ‘재벌 봐주기’ 꺼릴 가능성 높아 ●법원 판결에 변수될까 22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은 이건희 회장 퇴진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강도 대책’으로 평가되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법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에게 건강상의 사유,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당연히 ‘재벌 봐주기’,‘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이 따랐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 11일 정 회장에 대해 항소심이 선고한 사회봉사명령을 파기환송한 사례에서 보듯 최근에는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삼성 역시 쇄신안 발표로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경(在京)지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삼성의 쇄신안 발표가 물론 양형에 유리한 인자로 작용하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모든 양형에서는 범죄 성격이나 그 자체의 중대성이 관건”이라면서 “범죄를 저지른 뒤 반성한다고 봐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배임액이나 조세포탈액 규모를 볼 때 아무리 죄를 뉘우친다고 해도 판단 본류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에 임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의 빛을 보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반성이 이 회장 등이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넘어설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판사는 “이번 쇄신안을 어떻게 평가할지, 판결에 반영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면서 “당장 내가 재판을 맡게 된다고 하더라도 판단이 쉽지 않을 만큼 어려운 문제”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은행진출 안하면 증권·보험으로 실질 금융업무 가능 ‘삼성은행’은 없다. 삼성그룹은 22일 발표한 그룹 쇄신안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삼성으로서는 금융규제 완화로 제기됐던 우려를 감수하며 은행에 진출할 이유가 없게 된 셈이다.‘삼성은행’을 만들지 않겠다는 얘기다. 내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삼성증권에서 소액지급결제가 가능하다. 삼성증권에 계좌가 있는 고객은 송금, 공과금 납부, 지로이체 등 은행에서 보던 업무를 증권사에서 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수년 동안 매매중개보다는 고객자산관리에 집중해왔다. 소액지급결제 허용으로 고객이 느끼는 편리함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클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고객예탁자산 기준으로 업계 1위다. 보험업계는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사에도 소액지급결제를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올해 보험업법 개정도 예정돼 있고 소액지급결제는 검토과제로 올라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업계 1위이며 2위와의 격차도 크다. 경제개혁연대는 “비록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는다 해도 실질적 은행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 계열사의 주요 주주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은 지난해 말 현재 27.59%다.36.87%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36.87%)에 이어 2대 주주다. 삼성화재 지분은 10.36%, 삼성증권 지분은 11.38%씩 소유해 각각 최대 주주다. 삼성전자 보유지분도 7.26%로 삼성계열사와 이건희 회장 일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보험지주사 설립 가능성을 점쳐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보유지분이 문제가 됐다. 금산분리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5%를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됐다. 그러나 금융위는 비은행지주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제조업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비은행자회사에 대해서 금융위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중요 내부거래를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저소득층 자녀 학원비 무이자 융자

    |도쿄 박홍기특파원|일본 도쿄도가 이르면 9월부터 저소득층의 진학을 앞둔 중·고교생들에게 학원비를 무이자로 융자해 주기로 했다.부모의 경제 형편이 자녀들의 학력 차이로 연결되지 않도록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다. 1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는 중학교 3학년에게는 연간 15만엔(약 1450만원), 고교 3학년에게는 연간 20만엔을 상한으로 학원비를 대출해줄 방침이다.나아가 고교나 대학에 입학하면 학원비 대출금의 상환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고교 3학년에게 대학과 전문학교 응시료 3만 5000엔도 빌려줄 계획이다. 대상은 3인가족 기준 연간소득 320만엔 이하,4인가족 연간소득 380만엔 이하인 가정의 중·고교 3학년생들로 55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도는 지난 2005년부터 생활보호 대상자들의 초등학교 자녀들에 대해 학원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도쿄도 측은 “도내 전체 학생의 70∼80%가 학원에 다니는 만큼 공교육만으로 학력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학생들의 혜택 범위를 넓혀 진학 기회를 줌으로써 소득 격차에 따른 학력 세습을 끊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hkpark@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스포츠계 ‘폭력의 일상화’ 이제 그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계의 인권 침해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폭력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스포츠계의 폭력은 폐쇄적인 조직 구조와 엄격한 위계 집단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구조적으로 누적된 문제다. 특히 운동 말고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형편 때문에 그 폭력의 구조는 가히 봉건적 상태로 서열화되어 있다. 인권위의 발표는 사실 만시지탄의 감마저 있다.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일선 지도자들은 ‘폭력의 불가피성’을 이유로 내세운다.‘적당한 힘’이 가해져야 아이들이 움직인다는 것이다.‘개인보다는 조직 전체를 위해서’라는 그럴 듯한 명분도 앞세운다. 취업 상태가 불안정한 현장 지도자로서는 성적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모든 항변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될 말들이다.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수단, 혹은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고도 뜻한 바의 목적을 이루는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긍하기 어렵다. 인간은 자신의 창의적 에너지로 충분히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그것을 계발하고 촉진시키는 게 바로 ‘지도자’인 것이다. 더구나 폭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강자와 당하는 약자 사이의 불공정한 힘의 관계가 기본이다. 폭력은 이를 지속화하고 재생산한다. 폭력은 합리적 구조와 질서에 대한 희망을 배신한다. 또 ‘고참 형’이나 ‘선배 언니’에 대한 굴욕을 강요하기 마련이고 이들은 또 다시 폭력의 악순환이라는 고리에 얽히게 되는 것이다. 현장의 ‘일상 폭력’이 그저 ‘평범한 일’이거나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고 있다면, ‘악행’이 아니며 심지어는 성적을 내는 ‘효과적인 지도 방법’으로 용인되고 있다면, 그건 오로지 ‘폭력의 일상화’와 ‘악의 세습’에 지나지 않는 무시무시한 형벌의 조건만 악화시키는 꼴이다. 폭력에 의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 철 지난 옛 노래도 이젠 그만 불러야 한다. 스포츠 선진국 어디서도 폭력으로 성적을 냈다고 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으며, 그런 경우 그 지도자는 그저 ‘열심히 해보려고’ 한 사람이 아니라 ‘범죄자’가 된다는 걸 우리 스포츠계도 인식해야 한다. 축구를 포함해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이제는 예전의 물리적인 폭력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구조적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만약 지금도 누군가가 단 한 명의 마지막 피해자로 남아 있다면 그를 위해서도 스포츠계 폭력 문제는 마땅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매 맞으면서 훈련하고, 그러다가 선수 생활을 포기하게 되면 이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당사자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총선 D-5]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경제

    [총선 D-5]이젠 정책부터 따져보자-경제

    ■금융산업 규제 완화 한나라 “국제경쟁력 강화” 민주 “기업 사금고화 우려” 기업의 은행소유 등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정책’ 완화에 대해 각 당은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계적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사금고화 우려와 세습수단 악용 등 부작용이 많은 만큼 현행 유지 입장을 보였다.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 기업 규제 완화 측면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한 한나라당은 “제2금융권에 대한 금산분리의 우선 완화와 금융감독기능 강화를 전제로 은행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금산분리 원칙은 단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은행 소유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보다 많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박연대도 “외국 투기자본과 비교해 국내 자본이 역차별받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의견을 냈다. 다만 금융감독기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통합민주당은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 소유는 내부거래에 대한 견제 기능 축소와 산업과 금융의 동반부실 가능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면서 “대기업의 은행 경영권 장악을 허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자유선진당은 사금고화와 세습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 역량강화와 제도 보완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국내 은행의 70%가 외국계 자본 소유인 현실에서 적대적 M&A 등 외국계 투기자본으로부터 금융권을 지켜 내기 힘들다.”면서 “제조업만으로는 1인당 소득 3만∼4만달러 선진국에 오를 수 없고 금융산업의 대형화,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규제는 완화, 폐지해 금융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산업자본이 주요 은행을 지배하는 사례가 없다.”면서 “선진국에서는 (금산분리가)경영권 세습을 위한 지배구조 강화에 동원될 우려가 있어 지금까지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창조한국당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간 매각안을 철회하고 오히려 공기업 은행자산 비중을 높여 중산층 서민의 낮은 이자 대출 등 은행활용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수 평택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나라당은 기업 규제를 풀자는 대원칙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다른 당들은 기업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환경은 이해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라면서 “한나라당은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해 대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중소기업과 상생 협력을 이끈다는 입장이며, 열린우리당 등은 금산분리 완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주종관계를 심화시키는 만큼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 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수도권 규제 완화 대체로 표 의식 ‘조건부 당론’ 민노당만 반대 입장 뚜렷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규제완화’를 주창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토지개발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나라·창조한국·친박연대 ‘조건부 찬성´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각 당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한나라당·창조한국당·친박연대는 ‘조건부 찬성’, 통합민주당·자유선진당은 ‘조건부 반대’, 민주노동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민노당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당론이 명쾌하게 수렴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워낙 입장차가 커 각 정당에서 표를 의식해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한나라당은 “좋은 일자리 창출 능력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수도권에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대신 지방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지출확대 정책으로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창조한국당은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되, 성장관리권역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는 공장 신·증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연대는 “국토균형발전의 기조는 유지하되, 내·외국인의 역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균형발전 비전제시 미흡” 반면 통합민주당은 “수도권 규제는 중앙정부·수도권과 지방간의 합의에 의한 수도권·지방 상생정책이 바람직하다.”며 조건부 반대의사를 밝히면서도 “수도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산업, 동북아 허브구축을 위한 금융 및 물류산업 등을 위한 규제완화 방안 연구가 필요하다.”고 수도권 표심을 겨냥한 발언도 잊지 않았다. 자유선진당은 “지방경제 공동화와 수도권·지방간 갈등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건부 반대했다. 민주노동당은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100대 기업 본사의 92%, 벤처기업 77%, 중앙행정기관 84%, 주요대학 65%가 집중되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한다면 각종 개발사업이 쏟아져 인구집중과 환경오염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서문석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간 합의 등 고민의 흔적이 없는 공약”이라고 비판하면서 “집중화를 통한 효율보다 균형발전이 의미있게 논의되는 현실에서 각 정당이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없이 정리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부동산 보유세 인하 각 당 보수적·소극적 태도 한나라는 입장 표명 유보 경제분야 총선 공약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인하 문제는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참여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며 보유세를 강화, 일부 납세자를 중심으로 ‘세금폭탄’ 논쟁이 제기된 사항이다. 당별로 일부 시각차가 있긴 있으나 부동산 공약은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측면이 강하다. 다른 분야 공약들에 비해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보유세만 놓고 볼 때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친박연대는 완화 또는 과세 대상 축소 입장을 밝혔다. 대선 때 완화 입장을 밝혔던 한나라당은 총선에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투기 방지 위해 필요 vs 1가구1주택자 완화 부동산 보유세 인하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부동산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주택가격의 변화율을 감안해 종합부동산세율, 기준시가, 재산세율의 적정한 조정방안이 필요하다.”며 조건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보유세 인상은 왜곡된 세금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 중 하나이며, 오히려 투기로 인한 소득을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인상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1가구1주택 법제화를 공약하는 등 다른 당들과 확연하게 대비된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종부세 면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1가구1주택 장기거주자, 노령자에 대해 종부세를 감면해 주는 등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찬성의견을 냈다. 창조한국당도 “부동산 보유세의 과표 적용을 고가 보유자와 저가 보유자로 나눠 적용해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했다. 친박연대도 투기적 요인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단서아래 조건부 찬성했다. ●보수적이고 구체성없는 공약 많아 한나라당은 대선 과정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총선에서는 “종부세의 근간을 유지하되 과세 대상을 축소하고 장기보유 1가구1주택에 대한 부담완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재산보유세 증가에 맞춰 등록세와 취득세의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밝혔으나 찬반 입장은 유보했다. 노태욱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관련 공약들을 하나하나 뜯어 보면 재정부담이 많기 때문에 구체성이 더 요구되지만 각 당들의 공약은 당의 성향에 맞춰 각색된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각 당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측면에서 소극적인 공약을 내세워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큰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부탄, 민주주의 도입 첫 총선

    티베트 독립시위 사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티베트와 이웃한 부탄에서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정치 실험이 진행돼 대조를 이루고 있다. 1907년부터 왕정 체제를 유지해온 부탄은 24일 민주주의 도입을 위한 첫 총선을 실시한다. 지난 1월 선거에서 상원을 구성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하원 47명을 선출하면 신생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이채로운 것은 세습왕조 국가가 민주주의 전환 과정에서 흔히 겪는 갈등이나 투쟁이 없다는 점이다. 부탄의 4대왕인 지그메 싱계 왕추크는 사망하기 한 해 전인 2005년 민주주의 도입을 발표했고, 그의 뒤를 이어 즉위한 영국 유학파 출신 지그메 케사르 왕추크는 부친의 유지를 그대로 따랐다. 이웃국가인 네팔의 왕조가 피플 파워에 떼밀려 권력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배경에는 부탄 왕조에 대한 국민들의 존경과 믿음이 있다.1971년 즉위한 지그메 싱계 왕추크 국왕은 국민총행복(GNH) 개념을 도입,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전통적 가치와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을 펼쳤다. 부탄은 한 해 외국 관광객을 2만명으로 제한하는 등 폐쇄적인 정책 탓에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히말라야의 낙원’으로 칭해지기도 한다. 부탄에는 거지가 없고, 실업률도 낮다. 보건과 교육 여건이 뛰어나고, 범죄율은 제로에 가깝다. 향후 경제발전 가능성도 높다.세계은행은 부탄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14%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부탄의 민주주의 도입이 오히려 기존의 국민총행복 개념을 훼손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3일 보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곳곳에 우편향 역사인식… 논란 불가피

    곳곳에 우편향 역사인식… 논란 불가피

    현행 고등학교용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와 ‘해방 전후사의 인식’으로 대표되는 기존 역사서를 ‘좌파적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하는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대안교과서’를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하는 ‘교과서포럼’은 23일 기존 역사 서술의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 곳곳에 보이는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기파랑 펴냄)를 펴냈다. 이 책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 등에 대하여 일본에 의존한 경거망동으로 식민지화 위기만 불러일으켰다는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달리 청나라에 대한 조공과 문벌폐지 등을 시도했다는 점을 들어 근대화를 추구했던 선각자로 적극평가를 요구했다. 반면 ‘동학란’ 당시 농민군이 요구했다는 탐관오리 처벌 등의 폐정개혁안은 1940년 출간된 ‘역사소설 동학사’에 수록된 내용일 뿐으로, 실제 봉기는 유교적인 근왕주의(勤王主義)에 입각하여 서민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성격이 강했다고 언급했다. ●“동학은 혁명아니라 복고운동에 불과” 또 일제 지배체제인 1910∼1945년은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식민지 시기’로 ‘정치적 차별과 억압을 동반한 야만의 정치체제’였지만, 일제의 지배는 총칼로 한국인의 재산을 빼앗는 전근대적 폭력적 수탈이 아니라 근대적 재산제도와 시장경제의 원리에 준하는 것이었다고 서술했다. 앞서 ‘대안교과서’ 편찬은 시작단계에서부터 반발에 부딪혔다.‘교과서포럼’이 2006년 11월30일 학술심포지엄을 열었으나, 군사정권과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4·19 관련단체 회원들이 몰려들면서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문제가 됐던 4·19는 민주혁명,5·16은 쿠데타로 정리했다.10월유신은 정변으로 박정희의 비타협적 귄위주의의 정점이었으며, 정통성에 치명적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12·12는 하극상,5·18은 민주화운동으로 서술했다.6·25는 남침전쟁으로 규정하고, 북한은 세습왕조나 다름없는 체제이고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정치집단이라고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제주 4·3사건은 좌익무장 반란” 역사용어의 선택도 파격적이어서 ‘명성황후’는 ‘민왕후’로 격하시켰고, 여순사건과 제주 4·3사건은 ‘좌파세력의 무장반란’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 책은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후쇼사 교과서의 한국판”이라면서 “이들의 주장은 한국 근현대사를 오로지 경제시장주의와 반공주의로만 설명하려는 것으로 과거 조선총독부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 책의 필진으로는 이영훈 교수를 비롯하여 김재호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세중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12명이 참여했다. 서동철 이문영기자 dcsuh@seoul.co.kr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아시아의 용으로 키운 이는 리콴유(李光耀·85) 전 총리다.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그를 가리켜 “수에즈 운하 동쪽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지의 오랜 의문에 후자라는 해답을 준 이”라고 극찬했다. 광둥 하카(중국대륙을 떠나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에서 ‘건국의 아버지’가 된 리 전 총리. 그는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리콴유 개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국가 생존’이었던 것이다. ●국가생존 전략 ‘12345 비전´ 서른여섯에 그가 총리가 된 1959년, 싱가포르자치령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40여만원)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13%를 넘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툭하면 폭동과 파업이었다. 그나마 자원이 있는 말레이시아에 기대 살아보려고 1963년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했지만 이내 인종 갈등으로 쫓겨났다.‘원치 않는 독립’이었다. 1965년 싱가포르공화국을 세운 변호사 출신의 젊은 엘리트 총리는 ‘12345비전’을 내걸었다.1명의 부인,2명의 자녀,3개의 침실,4바퀴 달린 승용차,500달러 주당 소득이라는 야심찬 청사진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연상시킨다. 문제는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단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돈도 자원도 없었다. 마실 물조차도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 형편이었다. 리 총리는 ‘없으면 오게 하자.’고 생각했다. 돈, 물건, 사람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면 유인책이 필요했다. 규제부터 대폭 풀었다. 외국기업이라도 사업설명서를 제출한 뒤 승인만 받으면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했다.2차 오일쇼크의 와중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국제공항을 지었다.1981년 개항한 창이 국제공항이다. 정부 주도의 투자회사(GIC)와 국부펀드(테마섹홀딩스)도 만들었다.GIC는 훗날 우리나라의 한국투자공사(KIC) 모델이 됐다. 의사소통(영어)이 되는 인력자원,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편리한 교통, 빗장 푼 규제 등은 싱가포르에 돈과 사람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던 1990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1만 2200달러)은 취임 당시보다 무려 30.5배나 불어났다.‘(말레이시아에서)버림받은 작은 섬’이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로 변신한 것이다.2006년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 유치액(242억달러)은 우리나라(112억달러)의 두 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난해 싱가포르(2위)는 우리나라(29위)보다 훨씬 앞섰다. ●강력한 리더십 근간은 실용·반부패 리 총리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단행했던 것은 부패 척결이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신설,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최측근이자 절친한 친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2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은 오랜 동지였던 리 총리의 단호한 태도 앞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렴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리 총리는 공무원 월급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지금도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132만달러·13억원)은 미국 대통령(약 44만달러)의 3배, 한국 대통령(2억 4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대신,‘파인(벌금) 공화국’ ‘태형의 나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구 45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가 거대 미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공공기물을 파손한 미국인 청년(마이클 페이)에게 기어코 곤장 6대를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리 총리는 포커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때문에 도박을 지독히 혐오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2005년 싱가포르 정부의 카지노산업 허가를 지지했다. 이같은 실용주의와 원칙주의는 그가 퇴임한 후에도 강력한 ‘그림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근간이 됐다. 물론 정치 인생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따른다. 그는 부유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유학(영국 케임브리지 법대)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이후 노동운동가로 변신, 좌파와 연대해 권력을 잡은 뒤 좌파를 몰아내고 화교자본을 끌어들여 정권을 지켰다. 그의 통치철학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는 것은 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런 그도 벌써 여든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나라의 위대한 거인’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90년대 DJ·리콴유 사상논쟁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벌인 사상논쟁이다. 리 전 총리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거부하고 자주적 정치체계를 만들려 애썼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과 ‘닮은꼴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근간이 바로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였다. DJ는 아시아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의 폐해에 눈돌렸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지도자들간의 이례적 사상논쟁이었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지금도 종종 국제 심포지엄 화두로 오르내린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리 전 총리가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평가절하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우니 도달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아시아적 가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리콴유 업적’ 빛과 그림자 정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익에 도움되면 누구와도 손잡는다는 실용주의 표방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외국인 고문을 영입한 MB(이명박 대통령)정부는 리콴유 정부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1950∼1960년대 일반 대중이 무지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것이 리콴유 개혁이었다.”며 “지금은 사회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우리나라에)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는 “(리콴유의)강력한 리더십과 부패청산 의지 등은 MB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지만 지나친 엘리트주의, 국익 앞에 개인을 희생시킨 전제주의 등 부정적 유산도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소수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엘리트주의는 가뜩이나 작은 도시국가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다. 엘리트와 열패자 사이의 위화감이 심각하다. 국내 금융계조차 싱가포르투자청(GIC) 사람들의 엄청난 엘리트의식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나친 원칙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억압하기도 했다. 청렴했다고는 하지만 독재자란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2001년 홍콩 중문대가 리콴유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주려 하자 학생들이 “독재자”라며 거세게 반대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권력 세습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싱가포르 현 총리(리셴룽)는 그의 장남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테마섹의 최고경영자(호칭)는 그의 며느리다. 그 자신 지금도 싱가포르투자청(GI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싱가포르 열풍이 요즘보다 더 극심했던 적이 있다.YS(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때다.‘리콴유-권력과 리더십’ 책을 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싱가포르를 배운답시고 어찌나 많이 갔던지 싱가포르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업무에 지장이 많으니 자중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리콴유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가부장적 철권통치를 휘두른 사람”이라며 “작은 도시국가이기에 리콴유식 개혁이 가능했던 대목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사회구조의 틀도 다른 만큼 옥석을 가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지속 성장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싱가포르 경제가 1987년에 과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는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소유는 국가가 하고 경영은 민간에 맡기는 싱가포르식 공기업 민영화 모델도 ‘노사정위원회 위상 강화’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GIC와 테마섹이 꼭 잘한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싱가포르식 모델 도입에)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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