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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신용등급 전쟁없는 한 이상無”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신용등급에 대북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돼 있어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1일 “최근 미국 뉴욕에서 국제 신평사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우리나라 신용등급에 북한 리스크가 이미 반영돼 있으며 전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은 괜찮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신평사들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매우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차관보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 조짐을 보이자 뉴욕으로 건너가 지난달 25일 무디스에 이어 2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대북 리스크 등에 따른 한국 경제 상황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면담에서 국제 신평사들은 천안함 사태 등 단기적인 대북 리스크보다는 북한의 권력 승계 구도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신 차관보는 “오히려 국제 신평사들의 관심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세습이 미치는 영향, 즉 승계가 잘되겠는지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면담에서 국제 신평사 쪽에서 한국과 관련해 남유럽발 위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면서 “우리 쪽에서 남유럽발 위기가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 등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거의 영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시론] 남북관계 출구는 없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시론] 남북관계 출구는 없나/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천안함이 북한의 선제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허의 위기국면으로 진입했다.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전면적으로 차단됐다. ‘북한=주적’ 개념이 다시 부활하는 등 남북관계는 과거의 냉전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다. 합동조사결과에 자신감을 얻은 남측 정부가 남북갈등의 모든 책임을 북측에 돌리고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면서 봉쇄조치를 전면화하고 있다. 전쟁을 감수한 남측의 대북차단 조치에 북측은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맞선다.’고 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북측은 지난달 26일 남북경협사무소 관계자 추방에 이어 남측이 대북 심리전을 강행하면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하여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대통령의 담화와 안보관계 장관들의 전방위적인 대북압박 조치가 발표되는 날 세계경제는 요동쳤다. 남유럽 경제위기에 한반도 위기가 결합되면서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반복적인 위기를 경험한 국내에서는 대북 강경조치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해외에서는 전쟁발발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한반도를 주시했다. 한반도문제가 단순히 안보중심주의로만 풀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북경협 차단조치로 북에 줄 경제적 봉쇄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세 불안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문제의 부각이다. 경협차단으로 북이 입을 피해는 연간 2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입을 한국경제의 손실이 훨씬 크다. 이런 취약점을 이용, 북한은 위기를 조성해서 남한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으려 할 것이다. 대북 강경정책 등 외부압력이 북한 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북한이 위부 위협을 강조하면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권력승계를 공고히하는 데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압박과 제재가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지만 경제 정책실패의 원인을 외부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게 함으로써 김정일-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남북관계 단절이 지속될 경우 남과 북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북한 비핵화를 지연시킬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6자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현재의 천안함 대처 과정 자체가 비핵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과 미국 정부 일각에선 북한에 3대 세습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핵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북한정권문제 해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천안함 대처과정은 북한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전쟁을 각오한 초강경조치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태 담화문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것은 ‘출구전략’ 차원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도자 중심의 유일체제 또는 수령체제를 운영하는 북에서는 ?혁명의 수뇌부’를 건드리는 것을 가장 불경스럽게 생각한다. 천안함 사태를 김 위원장 책임이라고 거명할 경우 남북관계는 끝장난다는 위기인식이 반영돼 출구전략 차원에서 일단 수뇌부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고 좀더 지켜보자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위원장을 거명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스스로 출구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천안함 격침사건이 북한 최고지도부의 정세 인식과는 달리 북한 해군차원에서 저질러진 도발일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군사맹동주의자’ 또는 ?과격분자’의 과오라고 해명하고 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가장 확실한 출구전략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를 시인·사과하면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다. 북측이 남측에 검열단을 보낼 것이 아니라 먼저 자체 검열을 통해서 공격의 주체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박재범 칼럼] 상식으로 뜯어보는 천안함 폭침 사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두 달 전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것이다. 서울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는 합조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3.3%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과학과 상상을 버무린 각종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식의 눈으로 사실을 통해 진실을 파악하는 일이 본령인 언론도 제각각이다. 현재 제기되는 각종 주장이나 의혹은 크게 서너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노풍을 잠재우기 위한 북풍이라는 주장이다. 복잡한 현상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방법은 팩트만 연결시켜 보는 일이다. 천안함 사태의 팩트는 단순하다. 천안함이 침몰했고, 이후 방중(訪中) 과정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과 무관하다고 밝혔고, 국제전문가들이 참가한 조사에서 북한 공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이 지방선거 운동 시작날인 20일이라는 점에서 북풍설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발표일이 설령 작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사건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없다는 점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라고 본다. 둘째는 경계실패론이다. 단적으로 말해 천안함 사태는 작전의 문제이다. 인천공원에 설치된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려던 세력이 ‘작전의 실패는 용서받아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맥아더의 언급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천안함 사태의 본질이 작전인 이유는 영해 내의 군함이 공격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군함은 주권의 연장이다. 천안함의 배치 이유와 임무를 보면 경계실패론의 허구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천안함은 과거 서해에서 세 차례 벌어진 정규전이 재발할 것을 염려해 배치됐다. 비대칭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천안함이 백령도 뒤편에서 기동한 것도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북한 군함을 막기 위해 자신을 숨기는, 당연한 작전이다. 천안함이 수심 30~40m의 천해(淺海)에서 경계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면 경계실패론이 타당하다. 천해에서는 사이드스캔소나라는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천안함은 비대칭전을 위한 함선이 아니기에 이런 장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해군 사이에는 이런 말이 나돈다. ‘집 마당에서 놀던 아이가 몰래 숨어든 불량배에게 두들겨 맞자, 아이를 타박하는 격’이라는. 어떤 말로 상황을 흐리든 간에 천안함 사태의 본질은 작전 문제이다. 셋째 문책론이다. 핵심은 국방장관이다. 정치권에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어불성설이다. 국방장관은 군정과 군령을 동시행사하지만 군령은 합참의장을 통해 대리행사한다. 장관이 민간복장을 입고, 합참의장이 군복을 입는 까닭이다. 작전은 장관과 무관하다. 군사력 운용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조만간 있을지 모르는 개각에서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분위기 쇄신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나, 문책이라는 굴레를 씌워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사실 이런 일들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김정일의 의도를 정확히 읽는 것이다. 현재 정책 등을 살펴보면 김정일은 건강이 악화돼 있고, 방중은 경제난 극복과 3대 세습을 위한 목적이고, 천안함 사태는 세 차례 해전의 보복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반대로 김정일은 건강이 회복돼 자신감에 충만해 있고, 따라서 평생의 대업을 이루려는 욕구에 가득 차 있어 경제난 극복이나 세습에는 무관심하다고 볼 수는 없을까. 이 경우 전략가 김정일의 저의는 파국 일보 직전까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다, 돌연 민족을 위해 ‘통 크게’ 대화하자고 감성에 호소함으로써 한국 내부에 대란을 촉발시켜 한국의 정권을 취약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감정이 합리성을 휩쓸어가는 그때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북한이 앞으로 끄집어낼 다양한 수단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단호한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jaebum@seoul.co.kr
  • [씨줄날줄]대통령 DNA/이순녀 논설위원

    필리핀에서 세계 첫 모자(母子) 대통령이 탄생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은 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정치 가문의 영향력이 막강한 필리핀은 이에 앞서 부녀(父女) 대통령을 배출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10년째 집권 중인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은 1960년대 재임한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이다. 전직 대통령의 딸과 아들이 대권을 주고받는 모양새가 됐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대를 이어 최고 권력으로 선출된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에선 부자(父子)대통령이 두 번 등장했다. 2대 존 애덤스와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41대 조지 허버트 부시와 43대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이 그들이다. 아르헨티나는 두 번의 부부(夫婦) 대통령 기록을 갖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해 남편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대통령에 이어 권좌에 올랐다. 앞서 197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세번째 부인 이사벨은 남편이 사망하자 대통령직을 승계해 최초의 부부 대통령이 됐다. 그런가 하면 형제 대통령을 곧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비행기 사고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쌍둥이 형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전 총리가 6월20일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대로 유명 정치인을 배출하는 정치 명문가의 영향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막대하다. 미국의 케네디가(家), 일본의 하토야마가, 파키스탄의 부토가 등이 대표적이다. 성씨만으로도 주목받는 이점 때문에 정치 세습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엄존한다. 그러나 가문의 후광이 자손의 능력까지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문가 출신 타이틀이 출세의 발판은 될 수 있어도 방패막이가 될 순 없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아무리 부자, 부녀, 모자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나라에서 ‘대통령 DNA’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되어지는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부모 잘 만난 덕에 저절로 권력자가 되는 운좋은 자식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세계 최장기 집권 독재자인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이 사망하자 아들 알리벤 봉고가 권력을 승계했다.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아들을 후계자로 점찍고 권력 세습 작업 중이라고 한다. 중국까지 가서 후계 문제를 상의하며 3대 부자 세습을 꿈꾸는 북한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사설] 김정일에 개혁·개방 권고한 원자바오 총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주 4박5일간의 중국 방문에서 예상대로 후계체제에 대한 지원을 우회적이지만 요청했다. 김 위원장의 귀국에 맞춰 보도한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손수 맺어 키워낸 전통적 우의관계는 시대의 풍파와 시련을 겪었지만 시간의 흐름과 세대교체로 인해 변화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에 대한 지지를 이같이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 주석은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양국이 가진 공통된 역사적 책임”이라고 답변했다. 후 주석의 말은 김정은으로의 후계를 용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원칙론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왕조가 없어진 요즘 같은 시대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을 무리하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점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말한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원 총리가 지난 6일 김 위원장과의 회동에서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건설의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북한의 개혁·개방 수준에 대한 실망감을 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 총리는 인프라와 제도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투자가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점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반면 세계적인 흐름에 소극적인 북한에는 굶주린 주민들만 늘고 있다. 목숨을 걸고 북한 땅을 빠져나오려는 주민들이 줄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중국에 올 때마다 중국인들이 중국 특색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으로 새로운 성과를 이룬 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면서 “중국의 발전은 (북한) 인민들을 크게 고무시키고 격려가 된다.”고 말했다.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겠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그동안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별로 감흥은 없다.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 문화평론가 이택광과 함께 본 연극 ‘광부화가들’

    문화평론가 이택광과 함께 본 연극 ‘광부화가들’

    이달 3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오르는 연극 ‘광부화가들’. 좁게 보자면 예술 교육엔 그만이다.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지, 광부들 스스로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다. 크게 보자면 노동계급의 자율성에 대한 작가 리 홀의 깊은 애정이 배어 있다. 이택광(42)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와 공연을 보고 얘기를 나눴다. 이 교수는 영국 셰필드대에서 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돌아온 뒤 대중문화 전반에 관해 거침없는 ‘입담’을 쏟아내는 평론가다. ‘근대 그림 속을 거닐다’ 등의 책을 통해 서양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극 마지막에 광부들이 선언하는 ‘사람을 위한 예술(art for people)’은 ‘인민을 위한 예술’이 정확한 번역 아닐까요. -민감한 문제라 부드럽게 한 것 같습니다. 19세기 영국 사상가 존 러스킨(1819~1900)은 이미 예술을 통한 인간의 감화를 주장합니다. 그런 전체적인 흐름을 봤으면 합니다. 우리는 사회주의 하면 곧장 소련을 떠올리지만 영국에서는 흐름이 다양합니다. 기독교 사회주의라는 것도 있지요. 가령 19세기 영국 북부 탄광 지역에서 번성했던 감리교는 지역 노동자를 위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입니다. 노동운동 하면 좌파 취급이나 하고, 개별 목사나 교회의 영광에 매몰돼 대를 이어 부를 세습하는 우리 교회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모습이지요. 영국에서는 페이비언 사회주의처럼 굳이 마르크스가 아니어도 되는, 그런 사회주의 전통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맥락을 모르면 연극 막바지에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예언하는 대목은 뜬금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영국의 정치적 흐름은 어땠습니까. -애싱턴그룹이 결성되는 1930년대는 노동당이 제도권 정당으로 발돋움했던 시기입니다. 노동당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것은 2차대전 뒤지요. 당시 영국에서는 50만명이 가입한 독서그룹이 조직됩니다. ‘좌파 독서그룹(leftist reading group)’이란 건데, 단순하게 말하자면 의식화 교육인 셈이죠. 이를 발판으로 전후 30여년간에 걸친 노동당 시대가 열립니다. 승리 선언은 이를 상징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후 1980년대 대처리즘이 몰아쳤고, 1995년에는 노동당마저 신노동당 선언(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전·현 총리가 영국판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면서 이끈 운동)을 통해 공동생산·공동분배라는 사회주의 원칙을 폐기합니다. 연극 마지막에 이 문제가 자막으로 처리되는 것은 작가 리 홀의 비판적인 관점이 반영된 듯합니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과거 노동당의 전통을 제대로 계승한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혹, 사회주의적 언급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작품성이 가려지지 않을까요. -영국에서 그 정도 표현은 보편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연극은 지적인 장르이지만, 영국에서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장르입니다. 그래서 우리로 치자면 학예발표회하듯 만드는 연극이 엄청 많습니다. 극중에서 라이언 선생이 처음 강의할 때 르네상스 작품에 대해 “교회 돈을 받아 이교도인 그리스 신들을 그렸다.”고 소개해요. 참 상징적인 말인데, 우리는 되레 그렇게 못하고 있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광부화가들이 부자의 후원 제안을 물리치고 광부로 남기로 결정하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맞습니다. 광부들이 예술을 알아가는 것이 연극의 한 축이라면, 예술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자들의 위선을 대비시키는 것도 연극의 또 다른 축입니다. 넘쳐나는 돈으로 후원을 약속했던 미스 서덜랜드가 나중에는 도자기로 취미가 바뀌었다고 말하지요? 또 가장 좋아했던 올리버의 작품을 나중에는 혹평합니다. 광부들을 가르쳤던 라이언 선생도 애싱턴그룹의 명성 덕에 학계에서 자리잡지만 결국 갈라섭니다. 같이 시작했으나 달리 갈 수밖에 없는, 노동자계급은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얘기가 정치적이라 몹시 무겁네요. -전형적인 영국식 코미디입니다. 정치적 색채가 있지만, 심각하게 여기기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장난을 즐겼으면 합니다. →예술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겁니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가 19세기 잡지에 투고된 한 노동자의 글을 보고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 사람은 스스로 방을 만들었는데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 보니 아름답다는 걸 느꼈다는 겁니다. 예술이란 특별한 이들이 만들고 특별한 이들이 즐기는 게 아니라 관조적 거리를 확보해 미학적 쾌감을 느낀다면, 일상의 누구라도 가능하다는 거죠. 우리에겐 상징주의 시인으로만 각인된 보들레르 역시 우리의 일상도 고전(classic)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입니다. 그게 그림으로 옮아온 게 인상파입니다. 거창한 영웅이나 신화 속 인물 대신 우리 주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 보자는 것, 그게 바로 인상파의 작업입니다. 바로 지금 현재를 포착해 내자는 근대 리얼리즘적 사고방식이지요. 덕분에 이 연극은 연극적인 맛뿐 아니라 근사한 미학책 한 권을 읽은 듯한 기쁨을 주네요.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황장엽 암살기도, 60억원 불꽃놀이 北

    북한이 보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조가 체포됐다고 한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997년 남쪽으로 망명한 황씨를 암살하기 위해 북측이 남파한 2인조 간첩이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천안함 참사의 충격파에 휩싸여 있는 마당에 섬뜩하면서도 서글픈 느낌이 든다. 최근 10년 사이 남북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했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선 여하한 대남 도발도 서슴지 않는 북측의 자세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북측이 황씨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는 망명 후 줄곧 북의 아킬레스건인 세습체제를 비판해 왔다.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구축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린을 건드린 형국이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작전부와 인민무력부 정찰국 등을 통합해 정찰총국이란 대남공작기구를 만들어 ‘황장엽 암살조’를 지휘토록 했다고 한다. 문제는 암살조에 황 전 비서 제거 명령을 내린 지난해 11월쯤 북측은 우리 측에 정상회담을 타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유화 제스처를 쓰는 한편 은밀히 대남 테러도 준비했다는 얘기다. 북측의 이런 이중 행보는 여전히 핵포기를 통한 대남·대외 관계개선보다는 체제 유지에 최우선적으로 매달리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 추론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최근 잇단 이상 징후의 의미가 짐작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민주평통 북미주 자문위원 오찬에서 “북한이 백성들은 어려운데 (김일성)생일이라고 해서 60억원을 들여 폭죽을 터뜨렸다.”고 비판했다. 허기진 주민들에게 옥수수를 사주는 대신 불꽃놀이에 외화를 탕진할 정도라면 북측의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밤새 폭죽을 터뜨린다고 흔들리는 체제가 공고해질 리 있겠는가. 이 대통령은 흡수통일 의사가 없음을 거듭 천명했다. 북한체제의 점진적 개혁으로 평화적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게다. 그러나 우리는 혹시라도 북 스스로 쌓아온 모순으로 급변 사태가 닥칠 개연성에 대해서도 눈을 감지 말고 소리 없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 [열린세상] 역린의 위기에 빠진 선군정치 북한/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

    [열린세상] 역린의 위기에 빠진 선군정치 북한/유호열 고려대 북한학 교수

    금년들어 북한의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정세가 어려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북한의 각종 행태는 기존의 북한을 이해하는 잣대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년 하반기부터 원자바오 총리를 비롯한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였고 북한 측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명분 축적과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그의 방중에 대한 국내외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러나 1월 말, 2월 말, 3월 말, 그리고 이제는 4월 말 방중설이 그럴듯한 이유와 함께 널리 유포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북한 경제는 지난해 말 실시된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100대1로 화폐개혁을 실시했으나 공급부족으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환율 역시 화폐개혁 이전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북한돈 가치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폐쇄 조치는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하고 화폐개혁의 실패 책임을 지고 당 재정계획부장 등 실무책임자들이 총살당했다는 소문도 파다하지만 대안은 없는 것 같다.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되면서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이나 교류협력에도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문제도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사업장 동결 조치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13일 자로 우리 정부 시설자산인 금강산 면회소와 소방대는 물론이고 관광공사 소유인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을 일방적으로 동결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하는 조치를 집행한다고 통보하였다. 나아가 현대아산 대신 새로운 사업자를 모색하고 있으며, 남측 당국이 대결적 자세를 계속할 경우 개성공단사업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 군부도 남측의 대북 전단살포가 중단되지 않으면 동·서해지구 통행 관련 군사보장합의를 전면 재검토하는 등 결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오늘날 북한이 난국을 수습하지 못한 채 이처럼 돌출적 도발행동을 일삼는 것은 선군정치의 근본적 모순 때문이고 이제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해야 살 길이 열리는데 선군정치는 핵을 포기하는 순간 무너지기 때문에 진퇴양난인 셈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는 시급히 후계구도를 안착시켜야 하는데 선군의 주력인 군부를 세습후계자 김정은이 감당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금년도 신년공동사설이나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농업과 경공업의 비약적 발전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군수공업 우선정책이 근간인 선군정치 하에서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에 반발하여 핵무기 보유를 더욱 늘려 나가겠다고 맞받아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될리 만무하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외화수입이 급감하자 극단적인 조치들을 해법이라고 내놓고 있으나 북한의 무리수는 관광 재개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대외신인도를 극도로 악화시켜 해외투자유치사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과거처럼 남한 정부를 압박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극심한 식량난 등 체제붕괴의 위기를 선군정치로 극복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위기관리방식인 선군정치가 일상화됨으로써 북한체제는 심각한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서야 하는데 선군정치의 족쇄를 풀지 않고는 해법이 없다. 지금은 외부의 적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만 민생파탄과 세습의 부당성 등 선군정치의 기만성을 깨달은 대항 엘리트와 일반 주민들의 밑으로부터의 좌절과 분노가 폭발할 때 북한 정권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도 시한폭탄과 같은 북한 정세 변화 움직임을 그 어느 때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치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열린세상]북한 급변사태와 중국/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북한 급변사태와 중국/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월터 샤프 주한 미 사령관은 지난달 24일 미 의회증언에서 북한 내 불안정 사태가 초래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미 양국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프 사령관은 “전투에서부터 불안정 가능성, 인도적 지원 및 심지어 대량 살상무기 제거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등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 태평양사령부는 우리 국방당국에 북한 급변사태 대비 연합훈련을 제안했다. 북한급변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유관 국가와 어떤 문제를 어떻게 공조하려 하는지 알아야 북한의 불안정 사태를 예방하고 발생 시 긴밀한 공조를 통해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다행히 최근 중국이 북한 상황의 긴박성을 인정하고 정보 공유와 대비계획을 한국·미국과 협의하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한·미·중 3국의 국방기관 전문가들이 베이징, 서울, 호놀룰루에서 잇따라 회의를 하자고 합의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전문가들이라 하지만 의제의 성격으로 보아 자국 정부의 공식 의견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일차적 관심은 북한에서 발생 가능한 비전통 안보분야의 두 가지 사태에 모아지고 있다. 첫째, 핵, 생물, 화학무기의 오염 방지 문제이다. 북한의 핵 시설, 핵 실험 장소는 북·중 국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시 발생한 지진으로 중국 변경 내의 수많은 학교에서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북한이 핵실험 실수를 하거나 인위적 폭발을 시도할 때 중국 동부지역과 연해지역의 대기와 토양, 지하수가 핵 오염의 피해를 입게 된다. 중국은 핵, 생물, 화학무기의 오염방지 기술과 사태 발생 시 응급지원, 핵 시설안전, 환경보호, 탐지방법 분야의 공동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둘째, 기아, 기타 체제 불만을 이유로 발생하는 대량난민 사태이다. 이들 북한 난민들의 월경은 중국 국경 안전을 해칠 뿐 아니라 북한 내부의 무정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은 1400㎞에 이르는 국경을 봉쇄하기가 쉽지 않으며 단독으로 월경 난민을 인도적 지원하기도 버겁다. 또 중국은 북한 국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단독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일이 쉽지 않고, 이를 빌미로 한·미 연합군이 군사 개입하는 사태도 막아야 한다. 중국은 북한 안정화 임무를 띤 군대의 파견은 북한 당국의 승인과 유엔의 보호 아래 국제법에 따라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에 안정이 유지되는 한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서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중국 공산당이 북한의 권력 세습을 반대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또 중국이 북한의 체제 변화에 앞장서지 않을 것이나 북한 내부에서 추진되는 체제 변화는 반대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불안정 사태를 이유로 어느 3국이나 3국 연합이 북한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제를 목표로 개입하려 한다면 중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이 경고, 그리고 수십만명의 탈북자들이 남쪽을 향해 군사 분계선을 넘도록 내버려 둘 북한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할 때 북한 급변사태를 통일의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북한의 핵무기와 프로그램 및 핵 물질 제거를 위해서도 북한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북한 정권이 경제 발전에 전력투구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한·미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 지금 북한의 심화되고 있는 총체적 체제위기는 북한의 핵 개발 우선정책으로 야기된 것이 아닌가. 중국은 핵 없는 북한과의 장기적 우호관계 유지가 쉽지 않을까.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시 북한 비핵화와 북한체제 안정을 연계시키기 위해 중국 외교력을 발휘할 때이다.
  • [씨줄날줄] 골프황제의 복귀/이춘규 논설위원

    황제(皇帝)는 제국의 세습군주를 칭한다. 왕국의 군주인 왕보다 상위 개념이다. 중국에서 황제라는 명칭은 진의 시황제 영정이 처음 사용했다.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각국에서 수많은 ‘왕’이 난립, 왕보다 권위있는 칭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황제’라는 칭호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양에서는 로마제국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과 칭호에서 비롯했다. 영어 ‘엠퍼러(emperor)’와 독일어 ‘카이저(Kaiser)’ 및 러시아어 ‘차르(tsar)’ 등으로 불렸다. 중화(中華) 사상에서 독자적인 연호(年號)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당, 송, 원, 명, 청 등 황제국뿐이었다. 그 아래 제후국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할 수 없었다.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다는 것은 황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주독립 국가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간주됐다. 조선은 청나라가 기울어 가던 1894년 청나라 연호를 폐지했다. 1897년에는 대한제국을 수립하여 황제로 칭하고 일제에 국권을 잃을 때까지 13년간 연호를 사용했다. 21세기에도 입헌군주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있지만 시민권이 성장하면서 절대군주제의 황제를 칭하는 나라는 사실상 없다. 1975년 에티오피아가, 1979년 이란이 제정을 폐기한 것이 마지막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황제는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황제라는 칭호는 스포츠나 문화계의 걸출한 스타들에게 그 분야의 최고라는 의미에서 사용되며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전설적인 축구스타 펠레는 축구황제로 호칭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팝스타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제로 불렸다. 부정적인 의미에서 범죄계의 거물을 밤의 황제라고도 칭한다. 골프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황제로 추앙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교통사고 뒤 불미스러운 성추문이 연쇄적으로 폭로되면서 황제의 지위를 영원히 잃는 듯했다. 전세계의 골프 인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 골프황제 우즈가 복귀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우즈가 4월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복귀한다고 밝히고 나서자 전세계가 난리다. 미국언론들은 그의 복귀전 시청률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식에 필적, 사상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광고주도, 도박사들도 신났다. 다만 팬들은 냉담하다. “미안하다.”는 말로 면죄부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란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복귀가 이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골프황제의 복귀식이 논란 속에 치러질 것 같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부고] 동해안별신굿 김유선 보유자 별세

    [부고] 동해안별신굿 김유선 보유자 별세

    중요무형문화재 제82-가호 동해안별신굿 명예보유자인 김유선씨가 26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75세. 1949년 동해안 무속에 입문한 고인은 1985년 동해안별신굿 보유자로 인정받았고, 지난 2005년 공연 및 교육활동이 불가능해지자 명예보유자가 됐다. 동해안별신굿은 부산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에서 1~3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마을굿으로 전문 사제집단인 세습무들이 전승했다. 빈소는 부산 성심병원, 발인은 28일 오전 8시. (051)746-4447.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김정일의 초읽기 심리/구본영 논설위원

    어차피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다. 자연인의 수명이든, 절대적 지배자가 누리는 권력이든 매한가지다. 그래서 인생 황혼기나 권력 말기에는 누구든 초조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요즘 “신경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국정원은 그제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김일성의)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자탄하는 등 현안 해결에 대한 초조감을 많이 피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100% 신빙성 있는 정보분석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러나 그럴듯한 정황적 근거는 많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은 “이(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을 베풀겠다.”는 수사로 요약된다. 하지만 북한의 보통사람들은 여전히 강냉이밥으로라도 허기를 못 채우는 상황이 아닌가. 김 위원장도 건강이상설에 시달리며 후계구도와 국제사회와의 핵게임 등으로 인한 중압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도 아사히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혈맹인 중국조차 지난해 북 정권의 세습을 반대하고 핵포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최근 남북관계나 북한 내부 노선이 오락가락하는 양상이 김 위원장의 ‘초읽기’에 몰린 듯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상회담을 타진하면서 서해상에 해안포를 쏴대는 일이 그렇다. 전격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해 시장을 폐쇄했다가 다시 푸는 등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도 마찬가지다. 조훈현이나 이창호 같은 바둑 고수도 초읽기에 몰리면 왕왕 실수를 하는 법이다. 문제는 신산(神算)의 절대 고수라도 임기응변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초반 포석이나 행마가 근본적으로 잘못됐을 경우다. 중국 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은 생전에 김일성과 모두 11차례 만나 개혁·개방을 권유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중앙문헌연구실이 편찬한 ‘덩샤오핑 사상연보’ 등에 나오는 비화다. 김일성이 “창문을 열면 신선한 바람과 함께 모기(체제에 위험한 외부사조)도 들어온다.”며 소극적 반응을 보였다는 것은 알려진 얘기다. 결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오늘날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G2 반열에 올려놓았음은 불문가지다. 이제라도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유훈 관철에 매달리기 전에 이를 위한 수단인 노선 선택부터 잘못됐음을 알았으면 싶다. 북한주민에게 쌀밥을 주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북한체제의 지속을 위해서라도 개혁·개방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中, 작년 北에 개방·세습반대·핵포기요구”

    │도쿄 박홍기·베이징 박홍환특파원│중국 정부가 지난해 5월 25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에 개혁개방, 세습반대, 핵포기 등의 3개항을 요구했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중국의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강경 입장에 북한은 지난해 6월 1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유력한 3남 정은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토록 해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한 데다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때문에 북한의 중국에 대한 유연한 태도는 북한의 최대 원조국이자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압력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을 낳았다. 북한은 지난해 5월초 김 위원장의 후계자 지명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중국에 파견했다. 또 핵실험 직후인 5월말 상황 설명을 위해 장 행정부장이 다시 중국을 찾았을 때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만 장 부장과 면담, 개방개혁 등 3개항을 제시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중국은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나 대표단의 북한 파견을 취소하는 한편 중국의 기업과 대학에 체류하던 일부 북한의 연구자와 직원을 출국시키는 등 북한에 압력을 행사했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북한이 지난해 6월 10일 김정은과 장 부장을 방중시켜 세습에 반대하는 중국 측에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핵실험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hkpark@seoul.co.kr
  • [오늘의 눈] 스티브 잡스와 김정일/김상연 정치부 차장

    [오늘의 눈] 스티브 잡스와 김정일/김상연 정치부 차장

    스티브 잡스 애플사(社) 최고경영자(CEO)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비교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두 사람 모두에게. 하지만 뇌의 전전두엽(前前頭葉)을 작심하고 활성화시킨 뒤 생각하면 둘의 유사점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두 사람 다 독재적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들이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밑에서 감히 거스르지 못할 만큼 자기확신이 강하다. 행사 또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 치밀한 연출의 산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종교적 찬양(디지털 현자, 경애하는 지도자)으로 숭배된다. 양복을 입지 않는 전략적 유미주의도 닮았다. 실은, 다음과 같은 얘기가 하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잡스의 것이었다. 그는 매혹적인 디자인과 간편한 기능을 갖춘 MP3로 음악을 듣는 문화를 창출했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시장조사를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라는 그의 사자후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무한(無限)을 보여준다. “우주를 뒤흔들자.”고 기염을 토하는 이 ‘디지털 구루(guru)’는 오늘날 아이작 뉴턴 이래 가장 기념비적인 사과(애플)의 주인이 됐다. 김정일은 세계 주류 리더들과 반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문을 걸어잠그고도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사과나무에서 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3대(代) 세습을 목표로 플루토늄을 부여안고 줄타기하는 모험술은 별로 바뀔 기미가 없다. 닮은꼴 하나 더. 김정일의 ‘다르게 살아가기’ 정책에 볼모가 된 많은 북한 주민이 배를 곯고 있다. 잡스가 출시한 아이패드와 아이폰, 아이팟을 매집하느라 숭배자들의 지갑은 자꾸만 홀쭉해지고 있다. carlos@seoul.co.kr
  • [서울광장]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함혜리 논설위원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단연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본다.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KBS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술에 취한 채 세상을 향해 내뱉는 대사다. 이 코너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가족들이 모두 함께 보는 프로그램에서 남자와 여자 두 취객을 등장시켜 뭘 하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180도 바뀌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실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바탕 웃게 만드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개그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박성광의 술 취한 개그가 인기를 끌고 혀 꼬인 대사가 유행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내용에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일등만 기억하고 최고만 대우를 해 준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취직하기도 힘들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더 힘들다. 끼리끼리 끌어 주고 챙겨 주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기도 어렵다. 기업들도 그 분야에서 최고만 알아준다. 책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최고로 예쁘고 잘생기고 재능 있는 연예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올림픽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따면 눈물을 흘린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은 설 곳이 없다. 일등이 아니면 모두가 ‘루저(패배자)’고 흑싸리 쭉정이다. 그러니 모두들 일등이 되고, 최고가 되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일류대학 들어가겠다고 유치원생부터 사교육을 받는다. 조금 더예뻐지겠다고 성형외과 문을 두드린다. 남자들은 몸짱 소리 듣겠다고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높은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러운 세상’을 탓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욕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등을 부러워한다. 어려서부터 비교하면서 자란 탓에 일등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최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를 짓밟고,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며 심지어 법을 어기기까지 한다. 최근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문제유출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이런 일등 만능주의가 여실히 드러난다. 삼류고등학교인 병문고를 재건하기 위해 투입된 강석호 변호사가 제시한 첫 번째 목표는 학생들을 천하대(극중 최고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드라마에 따르면 천하대는 곧 기회다. 학문을 연마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곳이 아니다. 특별반 학생들은 그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데 열중한다. 지극히 비교육적인 설정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들은 결국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뼛속까지 물든 일등 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친 학벌주의, 대학입시전쟁과 사교육비 문제, 특권층의 권력세습, 청년 실업, 외모지상주의 등.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희망이 없다. 잠재력이나 발전 가능성이 있어도 일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꼴이다. 재능과 학식이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릴 수 있다. 다양성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사라진다. 좋은 정치란 일등이 아닌 사람도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lotus@seoul.co.kr
  • [박재범컬럼] 경술국치 100년, 세종시와 통일 논의

    [박재범컬럼] 경술국치 100년, 세종시와 통일 논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민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가적 현안이 세종시 하나만 존재하는 듯한 형국이다. 과연 한국의 과제는 세종시 하나뿐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분단과 통일의 문제도 절실한 과제라고 본다. 새해 들어 한반도 주변의 상황 전개가 심상치 않다. 해묵은 주제가 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관측은 북한과 중국의 움직임을 연결시키면 자못 힘을 받는다. 우선 김정일은 두 번 풍을 맞았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풍을 두 차례 맞으면 수명을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은 1997년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벌일 때 나 몰라라 했다. 그러던 중국은 김정일이 병에서 회복한 직후인 작년 하반기 뜬금없이 원자바오 총리를 북한에 보냈다. 요즘엔 김정일의 방중설이 나돈다. 3대 세습의 태자인 20대의 김정은이 동행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같은 현상이라도 특별한 사건 다음에 벌어지는 것은 맥락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북한처럼 병영체제이자, 유일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문제는 민주국가에 비해 함축된 뜻이 다르다. 추종자들의 생사가 엇갈릴 수 있는 중대사인 탓이다. 바야흐로 분단과 통일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 내려질 순간이 갑자기 다가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현재의 분단상태를 겉으론 아닌 척하면서 수용하느냐, 아니면 반드시 통일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가적 스탠스를 분명히 해놓아야 한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통일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조선시대 지도층의 공허한 논쟁으로 나라가 결딴났고, 이후 선열들이 독립을 되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당대 글로벌 파워의 이념을 제각기 따른 결과로 분단이 됐다는 식으로 과거사 파헤치기 형태의 분석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60년 전 한국전쟁으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책임론을 거론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한국이 ‘더 큰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준비를 철저히 가시적으로 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압축하면 경술국치 이후 100년만에 재연되는 예측불허의 시기에 이 시대의 지식층과 지도자들이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G2 중의 하나인 미국에 ‘한국은 통일을 진정으로 원한다.’는 메시지를 확고하게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어느 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대학의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미국 학자가 남한은 통일을 원하는가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런 우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60년 전 나라를 세울 때 ‘진짜로 독립된 나라를 원하십니까.’라고 누가 물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한국은 통일을 방해하면 죽기 살기로 나올 거요.’라는 인식을 새겨놓아도 통일은 될까 말까하다. 현상태의 유지를 원하는 북한과 중국이 상호 우의를 다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못지않게, 한국은 미국에 새롭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처럼 추이에 따라 ‘미국보다 중국’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반통일적이다. 미국 식자층에서 ‘한국은 통일이 안 되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같은 G2인 중국과 척지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고, 중국과 북한은 지금처럼 분단상태로 지내려 할 것이다. 한국은 통일을 이루고자 해도 우군이 아무도 없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각종 궤변과 농간이 판치면서 시간은 시나브로 흐르고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100년 전 매국노 이완용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나라를 팔아먹으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을 사는 지도층과 지식층은 아차하는 순간 제2의 이완용으로 100년 뒤 후손들에 의해 손가락질당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 지도자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시점이다. 주필 Jaebu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알렉산더-한니발의 교훈/김경운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알렉산더-한니발의 교훈/김경운 산업부 차장

    고대 그리스-로마의 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영웅이 있다. 기원전 356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알렉산드로스)와 기원전 247년 카르타고의 한니발이다.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제국을 비롯한 터키, 이라크, 이집트, 아프카니스탄, 인도 북부 등을 점령하고 성숙한 그리스 문명을 전파했다. 한니발은 초기 로마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포에니전쟁의 주역이다. 원하지 않았더라도 그 역시 위대한 로마문명의 주춧돌이 된 셈이다. 두 영웅은 109년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공통점을 지녔다. 우선 둘 다 탁월한 군사지도자인 아버지 밑에서 어릴 적부터 전쟁을 직접 겪으며 자랐다. 알렉산더는 선왕인 필리포스2세로부터 잘 조직된 마케도니아군을 물려받았고, 한니발은 절대권력의 장군 하밀카르에게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병사들을 지휘하는 장군에 오른 나이가 두 영웅 모두 18살이다. 알렉산더는 암살당한 선왕의 뒤를 이어 20살에 왕위에 오르고, 한니발은 부친이 전사하자 26살에 총사령관이 된다. 어린 나이에 큰 권한을 쥔 그들이 술렁이는 주변을 제압하면서 권위를 빠르게 인정받는 방법은 아무도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외국 원정길에 오르는 길뿐. 알렉산더는 등극 6개월만에 페르시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과감하고 기발한 기병전술 등을 앞세워 월등한 군사력의 대제국을 결국 무너뜨리고 만다. 한니발은 아프리카 코끼리를 전투용으로 변신시키고 야만족을 용병으로 끌어들이며 눈덮인 알프스를 넘었다. 기적이 아닐 수 없는 일을 강인한 의지력으로 밀어붙여 로마군의 허를 찌른 것이다. 연말연시 주요 대기업들이 단행한 인사의 큰 틀은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체제 강화와 전문경영인의 세대교체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이 일제히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회사를 이끌었던 원로 경영인들이 물러나고 50대 새 경영진이 중용되면서 뉴 리더 그룹의 진용을 갖췄다. 그리고 화두로 꺼낸 것이 공격경영과 글로벌 마케팅 확대이다. 이 대목에서 2000여년 전 알렉산더와 한니발의 선택이 새삼 머리에 떠오른 것이다. 3세대 젊은 오너들은 부모 세대보다 더 놀라운 경영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답게 과감하고 기발하면서도 책임자답게 신중하고 치밀해야 할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환경도 비교적 어느 때보다 밝다고 하니 그동안 익혔던 경영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젊은 오너들은 ‘경영권의 변칙세습’이라는 비난의 꼬리표를 뗄 수가 있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일류 기업의 부하 직원들이 따르고, 지켜보는 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다. 이미 부모세대 경영인들은 반도체 등 전자산업, 굴지의 자동차산업, 대형할인점 사업 등을 통해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 나라 국민들이 그래도 ‘재벌(財閥)’에 대해 너그럽게 여기고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쟁의 폐허국에서 반세기만에 수출강국으로 이끈 것이 이들 대기업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알렉산더와 한니발에게도 비운이 찾아든다. 연전연승에 취한 나머지 알렉산더는 아버지의 옛 측근이자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노장군을 모함에 속아 제거하고 만다. 한니발은 전승 소식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국내 의회를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로마군에게 팔아 넘겨지는 꼴을 당한다. 결국 알렉산더는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과 나라를 모두 잃고 에게해의 판도를 로마와 카르타고에 넘긴다. 한니발 역시 조국 카르타고의 흔적을 북아프리카 땅에서 영원히 찾을 수 없도록 만들고 말았다. 이 대목은 총수 일가의 젊은 오너들이 가슴에 담아 둘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는가. kkwoon@seoul.co.kr
  • [신년사설] 새로운 10년, G10으로 웅비하자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이 밝았다. 우리는 지난 한 해를 힘들게 보냈다. 세종시와 새해 예산 등으로 극심한 국내 정치적 갈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국제 금융위기 극복의 모범국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 주요 20개국의 모임인 G20정상회의를 유치했다. 400억달러에 이르는 원전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처음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경인년 새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지난해보다 더한 격동을 예고한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등장했다. 글로벌 파워의 균형에 지각변동 조짐이 강해지고 있다. 나라 안에서는 연초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을 해소하고 경제 도약을 이뤄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도 대두돼 있다. 우리는 역량을 모아 눈앞의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지난 10여년간 뒷걸음질치던 선진국 진입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G20에 안주하지 말고 G10 진입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새해 개최할 G20회의는 나라의 면모를 크게 일신할 기회가 될 것이다. 공허한 이념대결 대신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국격을 다져야 한다. 변방의 패배주의를 떨치고 대립과 분열의 닫힌 자세를 소통과 상생의 열린 자세로 전환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2008년 14위에 이어 2009년 15위로 해마다 한 단계씩 하락한 한국의 경제력 순위를 상승세로 반전시킬 수 있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는 우리의 잠재력을 가다듬는 시험대이다. 지역의 일꾼을 뽑아 실질적으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에 매몰된 낡은 정치가 발붙이지 못 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유권자만이 할 수 있다. 선거를 혐오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민을 두려워하도록 정치개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이런 지난한 일들을 가능케 할 추동력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다. 극단적 대치에서 비롯되는 국력의 소모를 슬기롭게 막고 그 에너지를 서민의 주름을 펴 주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 공직자의 부패비리 척결과 탄탄한 경제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의 상을 세워야 하고 부패비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메스를 대야 할 것이다. 또 성장률 5% 목표를 채우되, 고용 없는 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해 1997년 환란 이후 최악인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저탄소 녹색 산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미뤄 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모든 노력의 종착점은 서민생활의 안정과 향상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서민의 행복을 지선지미의 푯대로 삼아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현실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서민의 시름을 더하는 사교육비는 줄여야 한다. 나아가 교육 정책을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편에서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대학입시 제도를 다양화하고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 창의성이 꽃필 수 있도록 토대를 쌓아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해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저출산은 생산가능인구와 직결된다.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미 100만명을 넘어선 국내 거주 외국인이 한국사회의 이방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북핵과 남북문제는 일대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3대 세습을 둘러싸고 북한사회의 불가측성이 극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안보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럴수록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며 평화를 지킬 자주적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밖으로 뻗어나가야만 생존을 보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지리적 숙명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 점에서 국가브랜드 파워를 제고하는 일이 중요하다. 폭력과 시위만능에서 벗어나야 경제력에 걸맞은 선진국가의 브랜드가 형성된다. 경술국치 100년과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100년간 겪은 한반도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떠야 할 시점이다. G10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아 이번에 맞는 10년 동안 기필코 웅비하자. 깨끗한 공직상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가치를 정립하고, 낙후된 정치와 노사문화를 합리적 행태로 치환해 보자. 모험을 회피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과, 나눔과 섬김의 리더십이 넘쳐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실천의 대장정에 나서자.
  • [아파트와 인간의 군상-소설 3選] 강남 안의 이방인 좌절과 욕망

    서울 강남, 그리고 압구정동.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한국사회의 자본주의가 개개인 삶의 영역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공간이다. 그 자체가 배경이 되고, 계급이 된다. 크리스마스 이브. 딱 하루지만 괜스레 설레는 시간이다. 아파트가 없어도, 번듯한 직장이 없어도, 반짝거리는 불빛들을 보노라면 온세상에 평화와 은총이 넘쳐나는 듯한 넉넉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홍이 그려내는 소설 ‘성탄 피크닉’(민음사 펴냄) 속 현실은 이러한 공간과 시간을 배반한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608호에서 살인에 이은 전기톱 시체 유기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의 실타래는 때로는 역순으로, 때로는 과거 어느 한 시점과 현재를 오가며 조금씩 풀려나간다. 참극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세 남매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을 잡지 못해 회사 면접만 수십 차례 보고 있는 첫째 은영도, 돈 많은 강남 오빠들의 돈을 뜯어내며 강남식 소비와 탐욕의 끈을 이어나가는 둘째 은비도, 게임중독에 빠져 있는 무기력한 막내 은재도 모두 ‘강남에 사는 비(非) 강남인’들이다. 은영의 곁에는 부를 세습받을 수 있음은 물론 명문대까지 나온 ‘성골’ 강남 출신들이 있고, 은비 곁에는 강남식 탐욕의 가장 추악함을 상징하는 친구 지희가 있다. 모두 은영과 은비의 ‘비강남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이들이다. 다만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소설 끄트머리 즈음 시종 무기력했던 은재 곁에 불륜의 이웃집 여인이 남기고 떠난 갓난아이가 또 다른 새 가족의 구성을 희미하게 예고하고 있을 뿐이다. 참극의 씨앗은 꼬박 4년 전인 200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뿌려졌다. 로또번호 6개가 모두 맞았고, 경기도 성남 산동네에서 압구정동 한양아파트로 이사했다. 어머니 기에 눌려 살던 아버지는 이혼한 뒤 당첨금의 20분의1을 떼어받았고, 어머니는 홍콩 딤섬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재개발 수익을 노리는 ‘성골 강남들’ 앞에서 세 남매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강남을 떠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강남 복판에서 섬으로 남은 이들이다. 2년 전 첫 장편소설 ‘걸프렌즈’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는 등 문단에 참신한 충격을 던지며 등단한 이홍의 두 번째 장편소설-사실은 원고지 500매 안팎의 경장편-이다. ‘걸프렌즈’를 뛰어넘는 톡톡 튀는 구성과 함께, 문인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높은 성벽 안쪽으로 여겨지던 ‘강남’을 핍진하게 그렸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북한의 크리스마스는

    북한의 크리스마스는

    북한 주민들도 크리스마스 연휴를 즐길까. 북한에서 12월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생일이자 김 위원장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성탄절인 25일 전국 천주교 성당과 개신교 교회에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와 예배가 진행됐지만 휴전선 이북에는 ‘아버지 장군님의 대를 이어야 한다.’, ‘만경대의 혈통을 이어가는 것이다.’와 같은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문구들만 무성하다. 북한 당국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며 평양에 교회와 성당을 세우고 1만 3000여명의 기독교 신자가 활동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 김일성 유일사상 체제라는 테두리 속에서 종교는 미신으로 간주된다. 종교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와 탄압에도 각 가정과 지하교회에서 기독교를 믿는 신자수는 40만∼50만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매년 비밀리에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 국제기독교 단체 ‘오픈 도어즈(Open Doors)’에서 북한 선교를 담당하는 폴 에스타브룩스 목사의 말을 인용, “북한 주민들에게 성탄절은 그저 평범한 하루와 다르지 않지만 지하교인들은 성탄절 이브에 가족끼리 만나 비밀리에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 주민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것과 달리 중앙당 간부나 부유층의 자제들이 많은 평양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고 즐기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 NK’는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의학대학, 경공업대학 등에 다니는 학생들은 김정숙 탄생일 기념 경축행사를 마친 뒤 대학기숙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성탄절 이브를 즐긴다.”고 보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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