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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 이슈 없이 자성·개혁 ‘몸짓’… 갈등 속 남북교류 ‘물꼬’ 성과로

    큰 이슈 없이 자성·개혁 ‘몸짓’… 갈등 속 남북교류 ‘물꼬’ 성과로

    종교계는 이렇다 할 이슈 없이 자성과 개혁에 힘을 쏟은 한 해였다. 종단·교단별로 분규와 갈등이 이어진 가운데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게 성과로 여겨진다. 크고 작은 기념행사가 줄을 이었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둘러싼 논란과 실천들도 적지 않았다. ●다시 물꼬 튼 남북 교류 한국종교인평화회의와 북한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원 200명이 금강산에서 진행한 ‘민족의 화해와 단결,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모임’이 큰 성과로 꼽힌다. 7대 종단이 2011년 이후 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해 “잦은 교류를 통해 자주적인 통일운동을 추동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남북 종교인들이 국제사회와 연대해 지속적으로 일본에 항의할 것을 다짐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과 천태종은 각각 금강산 신계사와 개성 영통사에서 대규모 법회를 열었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평양에서 열린 ‘평화통일 기원 미사’에 참석했다. 천주교주교회의는 북한에서 조선가톨릭교협회 관계자와 만나 이르면 내년 봄 부활절에 평양 장충성당에 대한 사제 파견을 추진하는 등 북측과 매년 정기적으로 미사 봉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 관심 고조 경찰 수배를 피해 조계사로 피신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종교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정치권과 경찰, 노동계의 대화에 나서 주목받았다. 화쟁위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의 노력으로 제2차 민중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자승 총무원장의 중재로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했다. 천주교와 개신교계의 사형제 폐지와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도드라졌다. 천주교주교회의는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사형제 폐지를 위한 특별법 공동 발의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현직 주교 26명 전원과 수도자·평신도 등 8만 5000여명이 참여한 서명도 국회에 전달됐다. 이 노력으로 7대 종단 대표들이 사형제 폐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 해 내내 분규와 갈등 조계종립대학인 동국대의 이사장과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이 뜨거웠다. 교수회와 학생회 등이 50일 단식농성을 이어 간 끝에 이사회 참석 임원 전원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의 사면복권 논란도 뜨거웠다. 호계원이 승적 박탈된 서 전 총무원장에 대한 재심을 열어 ‘공권 정지 3년’으로 징계를 경감하자 불교계가 반발했고 복권 절차는 보류됐다. 총무원장 인선을 놓고 벌인 태고종 내분도 부끄러운 사건이다. 총무원과 비대위가 일으킨 폭력 공방 끝에 총무원장 도산 스님이 구속됐고 불교종단협의회는 태고종의 회원 자격을 정지했다. 개신교에서는 교회, 목회자 세습을 둘러싼 마찰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자성과 개혁의 몸짓들 조계종은 처음으로 출가자와 재가자가 모여 종단 현안을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다. 총무원장을 비롯한 종무기관장, 교구본사 주지, 중진 스님,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9차례 토론을 벌여 사찰 50여곳의 재정을 일반 신도에게 공개하고, 예산 지출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각 사찰에 전달했다. 개신교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교단 감독회장 선거 파행 역사를 총정리한 백서를 펴내 눈길을 끌었다. 미래목회포럼은 한국 교회에서 제기되는 현안에 대한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건강한 방향성을 제시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를 출범, ‘목회자 윤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종단·교단별 기념행사 봇물 개신교계와 성공회는 각각 선교 130주년과 125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미국 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와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는 한 배를 타고 조선에 들어온 뒤 이해와 협력을 통해 개신교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두 사람이 서울 정동에 나란히 세운 대한예수교장로회 새문안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정동제일교회는 선교 130주년을 맞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성공회는 영국의 존 코프 신부가 한국 초대 주교로 성품돼 선교를 시작한 지 125주년을 맞아 한인 최초의 성공회 사제인 고 김희준 신부의 흉상 제막과 감사성찬례를 열었다. 원불교도 창교 100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면서 성업 100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명성교회의 결단’ 개신교 부자 세습 고리 끊을까

    ‘명성교회의 결단’ 개신교 부자 세습 고리 끊을까

    부자 세습 여부를 놓고 관심을 끌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명성교회가 당분간 김삼환 담임목사의 후임을 청빙하지 않고 임시당회장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목회자 세습과 관련해 개신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명성교회는 지난 12일 당회를 열고 이달 말로 정년(만 70세) 은퇴하는 김삼환 목사 후임 청빙 작업을 서두르지 않는 대신 당분간 교회를 임시당회장 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의했다. 후임은 최대 1년까지 심사숙고해 결정하기로 했다. 명성교회는 이 같은 결의 내용을 지난 13일 주보를 통해 고지하고 오는 20일 주일 찬양예배를 마친 뒤 원로목사 추대를 위한 공동의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삼환 목사는 18세 이상 세례교인, 입교인이 참석하는 공동의회에서 결의를 거쳐 원로목사로 추대될 예정이다. 명성교회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온갖 소문을 부르며 진행해 온 후임 청빙 과정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명성교회는 지난 9월 말 김 목사의 후임 목회자 청빙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한 뒤 회의를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김 목사가 교회 합병 후 아들에게 담임 자리를 물려주려 한다’는 등 추측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장로회신학대 학생들은 학교 게시판에 올린 ‘김삼환 목사님께’라는 글을 통해 “한국 교회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명성교회가 후임 목회자 청빙 유보 결정을 내린 주요인은 아무래도 부자 세습을 향한 사회의 따가운 눈총 때문으로 보인다. 명성교회는 지난 35년 동안 한국 교회에 특별새벽기도회(특새) 바람을 일으키며 등록 교인 6만여명의 교세를 이뤄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로 꼽힌다. 가뜩이나 교회·목회자 세습에 대한 사회적 지탄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한국 최대 장로교회의 세습에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김삼환 목사도 그 같은 상황을 인식해 최근 들어 ‘총회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며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자주 비쳐 온 것으로 전해진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 총회는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 이어 두 번째로 교회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청빙위원회는 결국 후임 목회자 청빙을 위해 1년 동안 더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기간 동안 노회에 임시 당회장 파송을 요청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새노래명성교회 김하나 목사를 후임 목회자 후보군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회의 결정대로라면 명성교회는 예장통합 교회법상의 행정 절차를 따라 서울 동남노회를 통해 임시당회장을 추천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당회장 체제로 1년여 동안 숨을 고르면서 후임 청빙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삼환 목사는 은퇴 후에도 교회 내에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게 개신교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당장 부자 세습 같은 조치는 없겠지만 후임 청빙을 둘러싼 작업은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습과 관련해 눈길을 끌고 있는 대형 교회들이 조심스럽게 명성교회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사설] 결렬된 남북회담 대화 불씨는 살려나가야

    개성공단에서 11~12일 열렸던 제1차 차관급 남북 당국회담이 끝내 결렬됐다. 양측은 합의문 발표는커녕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우선하는 우리 측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만 매달리는 북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남북이 어렵사리 타결한 ‘8·25합의’가 실질적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어차피 남북 협상에서 일방이 완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만큼 쌍방이 냉각기를 갖고 내부 조율을 거쳐 대화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배경은 뭔가.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등 인도적 현안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개성공단 3통 문제 등을 주의제로 제기했다. 하나같이 성사되면 세습체제가 흔들릴 걸 우려하는 북측이 쉽게 받기 어려운 어젠다들이다. 반면 달러가 아쉬운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올인’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수용하긴 어려운 과제였다.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관광이 중단된 이후 북측의 핵실험 등 악재가 덧씌워지면서다. 까닭에 이런 복잡한 연립방정식을 단 한 차례 차관급 회담으로 풀기란 애당초 무리였을 법하다. 이는 남북 간 신뢰가 성숙되지 않았음을 가리키지만, 근저에는 체제 개방에 대한 북측의 불안감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환경·민생·문화 3대 통로 개설 등 우리 측 제안은 모두 북한의 진일보한 개방이 대전제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지난한 과제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회담 결과에 지레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게다. 더욱이 12∼14일 베이징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던 북한 모란봉 악단이 공연을 3시간여 남겨 놓고 일정을 취소했다지 않은가. 북한 체제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임을 방증한다. 정부는 북한 내 이상기류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차기 회담을 준비하기 바란다. 차제에 정부는 이번 회담이 꼬인 배경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 해결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의 분리 협상은 원칙적으론 맞다. 특히 정부가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측에 막대한 현금을 쥐여 줄 금강산 관광의 전면 재개를 결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측이 핵 대신에 남북 협력을 택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 우리의 전략 부재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남북 쌍방이 좋든 싫든 머리를 맞대지 않고는 그 어떤 현안도 해결할 수 없다는 자명한 이치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 대북 방송 끈 황병서 뜨고… No.2 최룡해는 추락

    대북 방송 끈 황병서 뜨고… No.2 최룡해는 추락

    한때 북한 권력 2인자로 꼽혔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백두산 발전소 붕괴로 지방 협동농장으로 추방된 반면 지난 8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섰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대북 방송 확성기를 끄게 한 공로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어 대조적이다. 대북 소식통은 25일 “최 비서는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는 것이 확실시된다”며 “이달 초부터 함경도 소재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최 비서는 과거 혁명화 교육을 받았던 북한의 다른 간부들과 마찬가지로 협동농장에서 매일 농장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아비판서도 쓰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4일 최 비서가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중 소식통을 인용해 최 비서가 평양에서 정치 학습을 받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최 비서는 황 총정치국장에게 군 서열 ‘1위’인 인민군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줬다. 최 비서는 북한 빨치산 2세대의 대표 주자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북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사람이다. 비록 1998년과 2004년 비리 혐의로 인해 혁명화 교육을 받은 바 있지만 늘 권력의 주변에 머물렀던 북한판 ‘로열패밀리’다. 일각에서는 그의 실각이 세 번째란 점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책에 이견을 냈던 점을 들어 단시간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최 비서가 추락하는 사이 황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북한 내 2인자로 위치를 굳혀 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원이 밝힌 것처럼 북한은 지난 8·25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을 두고 충돌 없이 남측의 확성기를 중단시킨 것이 ‘무혈부전(無血不戰)의 승리’라며 황 총정치국장을 ‘공화국 영웅’이라 치켜세우고 있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군 장성들의 강등과 승진이 반복되는 가운데 황 총정치국장만이 계속 승진했다. 이를 두고 2000년대 초 김 제1위원장의 친어머니인 고영희와 협력해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주도했던 인연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당신이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 웬만해선 바꿀 수 없다

    당신이 물고 태어난 ‘수저 색깔’ 웬만해선 바꿀 수 없다

    능력주의는 허구다/스티븐 J 맥나미, 로버트 K밀러 주니어 지음/김현중 옮김/사이/336쪽/1만 5500원 이른바 능력주의 시대다. 단어의 뜻이야 좋다. 노력해서 능력만 쌓는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니 말이다. 누구에게도 차별적 특혜를 주지 않고,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며, 타고난 계층이나 부모의 지위와 상관없이 오로지 개인의 능력에 따라 대가가 제공된다는 논리는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한 예로 누가, 어떻게 개인의 능력을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평가자의 관점 등 여러 변수에 따라 개개인이 갖춘 실제 능력 유무가 심하게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책 ‘능력주의는 허구다’의 전체적인 맥락도 이와 비슷하다. 능력주의는 개인의 능력이 성공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지만, 현실에서는 비능력적 요인들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대를 이어 전해지는 유·무형의 ‘상속’은 모든 능력적 요인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다. 우리 사회가 정말 능력 위주로 돌아가려면 모두의 출발점이 같아야 한다. 이를테면 모두가 100m 단거리 주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장거리 계주와 같다. 부모에게 ‘바톤’을 넘겨받는 지점이 사람마다 다르다. 출생과 동시에 결정된 차이는 세월이 흐를수록 격차를 벌린다. 개천에서는 더이상 용이 나지 않고, 자수성가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비능력적 요인이 삶의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능력주의도 설자리를 잃고 만다. 저자들은 이런 현실에서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능력주의의 핵심 동력은 ‘교육’이다. 하지만 오늘날 학교와 교육은 불평등한 삶을 대물림하는 ‘잔인한 매개체’로 전락했다. 교육의 양과 질은 계층에 따라 다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차별적으로 주어진다. 교육의 질적 차이는 성인이 된 후의 직업과 소득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대가 바뀌더라도 개인이 받는 교육의 양과 질은 세습되며, 저소득 가정과 고소득 가정 간의 ‘교육 기회 격차’ 또한 갈수록 커진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를 좀더 능력이 중시되는 곳으로 만들려면 구조적인 불평등, 특히 부와 권력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조세 정책과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세수 지출 프로그램을 세우고 부유층의 좁은 관심사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치, 경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씨줄날줄] 리을설 사망과 북한 권부/구본영 논설고문

    베일 속 북한 권부의 속살이 슬쩍 드러난 느낌이다. 북한 군부에서 가장 높은 ‘원수’ 계급장을 달았던 리을설이 지난 7일 사망하면서다. 북한 당국이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른다면서 발표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실세급이 누락됐기 때문이다. 리을설은 해방 전 빨치산 시절 김일성의 연락병으로 활약했다. 김일성 주석 때와 김정일 당총비서가 권력을 장악한 초반에 경호실장 격인 호위총국장도 지냈다. 탁월한 군략가라서가 아니라 당번병 시절부터 체화된, 김일성 일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인물이다. 94세로 사망해 소위 ‘빨치산 1세대’로서 드물게 천수를 누렸다. 그의 죽음보다 장의위원 명단이 더 외부의 시선을 끄는 이유다. 그의 장례식장 풍경이 북한 권부의 향방을 가늠케 하는 풍향계란 뜻이다. 김정은의 권력 세습 이후 실세로 분류됐던 최룡해 당비서의 신변이상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이 위원장인 장의위원회에서 ‘물먹은’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하긴 와병 중인 강석주 당 비서 등이 명단에 들어 있는데도 멀쩡한 그가 빠진 것은 이례적이긴 하다. 그는 김일성의 빨치산 선배 격인 최현의 아들로 이른바 ‘혁명 2세대’의 선두 주자다. 하지만 그가 숙청됐다는 관측은 성급한 얘기일 수도 있다. 김정일 집권 때도 그는 일시적으로 철직(해임)됐다가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귀한 적도 있다. 다만 이번 ‘리을설 장례위원’ 명단에서 역시 빨치산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도 빠졌다. 이들이 숙청됐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김정은 시대엔 김정일 세대인 ‘혁명 2세대’들도 더는 안주하기 어렵다는 걸 시사하는 징표로 보인다. 그런 조짐은 오래전에 감지됐다. 김정은이 ‘최고 존엄’으로 추대된 후 3개월 만인 2012년 3월 8일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 오중성의 아들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김정은이 참석한 음악회 무대에 올라 온 가족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북한의 권문세가가 손자뻘 앞에서 ‘재롱 잔치’를 한 꼴이다. 이런 기류는 김정일의 매제 장성택이 ‘건성건성’ 손뼉을 친 죄목으로 처형되고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졸던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이 숙청되면서 더 심해졌다. 지난 6월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을 보라. 현재 북한의 2인자 격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자신이 김정은보다 한 발 앞서 걷고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런 장면들은 3대 세습체제를 다지는 과정에서 불거진, 빙산의 일각 같은 특이 동향일 게다. 하지만 이를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알리는 징후로 보는 건 북의 세습체제 유지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이들의 속단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진짜 걱정해야 할 대목은 내부를 단속하느라 김정은 정권이 문을 더 닫아걸 개연성이다. 그러면 통일의 길도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차원에서.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글로벌 인사이트] 700년간 귀족 증세 반대한 상원… 왜 저소득층 증세 막았나

    ‘307대277.’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이 부결시킨 보수당 정부의 저소득층 증세안은 끝없는 파문을 몰고 왔다. ‘하원 우위의 원칙’이 확고한 영국에서 상원은 법안을 수정하거나 입법을 지연하는 권한만 갖고 있어 관습법(헌법)에 대한 ‘이례적’ 도전이자 용기로 받아들여졌다. 증세안 부결로 굴욕을 당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튿날 상원에 대대적인 ‘칼 대기’를 단행하겠다며 정략적 선언을 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하원이 입법한 세금 관련 재정 조치를 임명직에 불과한 상원의 야당(노동당·자유민주당) 의원들이 부결시켰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캐머런 내각은 주요 결정과 관련해 보수당이 장악한 하원의 영향력을 상원보다 앞세우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장기적 청사진을 갖고 꾸준히 추진해온 기존 ‘상원 개혁’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파성을 앞세운 캐머런 총리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국민적 동의를 끌어낼지도 알 수 없다. 보수당 지도부가 공공연히 상원 개혁을 외치는 배경에는 과거 노동당 정권이 주도한 개혁으로 수백년간 기득권을 유지해온 상원을 송두리째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자리한다. 상원은 이제 귀족들의 사교장이라기보다 국가의 중심을 잡는 비정파적 성격의 원로원 성격이 더 강하다. 내각 책임제인 영국에서 실질적 통치자인 총리와 총리를 배출한 집권당이 하원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보루이기도 하다. 앞서 1911년과 1949년 잇따라 개정된 의회법은 모든 법률안이 원칙적으로 상하 양원을 거치도록 했다. 다만 조세와 재정 지출 관계 법안(Money Bill)은 예외가 인정된다. 상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왕의 재가를 받아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상원은 정부의 세금 감면 철회안을 일반 법안이 아닌 위임안으로 해석해 부결시켰다. 상원의 정식 명칭은 ‘귀족원’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습 귀족들의 모임에서 유래한 상원이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 혜택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과거 의회가 왕과 갈등을 빚을 때 쟁점 역시 세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권층에 대한 ‘부자 증세’가 문제였다. 이번 세금 감면 철회안을 놓고 상원은 4시간 넘는 토론을 벌였다. 복지를 둘러싼 기득권층과 젊은층의 세대 간 전쟁으로 비화된 정부안을 놓고 원칙을 강조하며 약자의 편을 들었다.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분분한 세제 개편안을 밀어붙인 캐머런 총리의 폭주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는 앞선 노동당 정부(1997~2010년)의 상원에 대한 체질 개선 덕분이다. ‘영악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1330명에 이르던 세습 귀족 의원들을 단 92명만 남겨 놓고 퇴출시켰다. 이들은 대부분 보수당 지지자들이었다. 세습 귀족을 몰아낸 빈자리는 총리의 제청을 받아 여왕이 임명한 종신직 의원들로 야금야금 채워졌다. 이는 상원이 보수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보수당이 (정당한) 상원 개혁을 미뤄왔던 점에서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했다. 미리 상원 개혁의 고삐를 잡았더라면 뒤통수를 맞는 일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증세 문제 때마다 갈등 빚어 영국 정치권에서 상원 개혁이 화두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세기 들어 국민 여론은 세습과 특권을 인정받는 상원에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미국처럼 선거를 통해 상원을 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9일 현재 상원에 등록된 정식 의원은 819명에 이른다. 이 중 의원직이 세습되는 귀족이 88명, 성직자가 25명이며 나머지는 종신직(706명)이다. 성직자인 대주교·주교 등은 자리에서 물러날 때 의원직을 상실한다. 정치 성향별로는 여당인 보수당 당적을 지닌 의원은 249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야당인 노동당(212명)과 자유민주당(112명)이 우위를 점한다. 이 때문에 상원은 하원에 비해 정파성이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습 귀족이 대거 퇴장하면서 중도세력이 늘어난 덕분이다. 당적도 고정적이지 않다. 보수당에서 자유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개혁을 추진한 처칠 전 수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다가 1910년대까지도 영국 유권자들은 ‘비국교도=자유민주당’, ‘국교도=보수당’이란 등식 아래 종교적 성향에 따라 투표했다. 영국 의회 홈페이지(www.parliament.uk)는 상원이 의학, 법률, 예술, 경영, 과학, 스포츠, 교육 등 각 분야의 대표성을 갖는 존경받는 직업인들로 구성됐다고 기술했다. 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 연합왕국에 속한 성인이면 누구가 상원 의원이 될 자격을 갖는다고 명기했다. 1295년 완전한 모습을 갖춘 과거의 상원은 귀족과 성직자, 법률가 등이 주축이었다. 17세기 청교도혁명을 이끈 크롬웰이 공화정을 선포해 잠시 폐지되기도 했으나 20세기 초까지 수백년간 예산 결정과 법률 제정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백발의 가발을 뒤집어쓴 채 망토를 착용한 예전 의원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의회법 개정 뒤 실질적 권한 빼앗겨 1900년대 초반부터 잇따라 이뤄진 의회법 개정은 실질적 권한을 대부분 하원에 넘겼다. 의원들의 구성도 귀족보다 전문 직업인에 초점을 맞춰 점차 바뀌었다. 현재 상원은 주요 법안에 대한 토의와 국가 중대사에 대한 위원회 구성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드레스코드’도 변화했다. 의원들은 특별한 행사 때가 아니면 일반적인 정장 차림으로 등원한다. 홈페이지의 갤러리에는 평상복 차림으로 토론에 나선 의원들의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방청객들이 모습이 담겨 있다. 이곳에는 또 신규 의원, 자격 정지 의원, 사망한 의원 등으로 세분화된 신상 정보가 매일 업데이트된다. 지난달에만 41명의 신규 의원들이 임명됐고, 각기 2명의 의원이 사망하거나 은퇴했다. 신규 의원의 당적을 살펴보면 과반이 넘는 21명이 보수당 소속이다. 야당인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은 각각 7명, 1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립이거나 전문직 할당자다. 보수당 정권이 노골적으로 상원에서 세 불리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과거 영국 언론은 노동당 정부의 상원 개혁도 정파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당시 개혁은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이뤄졌다. 어느 정도 보수당과 정치적 합의도 이뤄냈다는 점에서 지금과 달랐다. 영국은 2007년 집대성한 ‘상원 개혁에 관한 백서’에 근거해 꾸준히 개혁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2010년 합의안에 따라 상원의 의석 수를 300석까지 줄이고 80% 이상을 선출직으로 바꾸는 일이다. ●상원의 뿌리 깊은 반정부 정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로드맵에는 세습 귀족 의원뿐 아니라 종신 의원 폐지까지 담겨 있다. 매번 선출되는 의원의 임기는 10~15년으로 5년마다 3분의1을 선거로 물갈이한다. 임명직도 총리의 제청이 아닌 상원 임명 위원회의 제청을 따르도록 했다. 또 무보수 명예직이었던 의원에게는 연간 약 6만 4000파운드(약 1억 1245만원)에 이르는 세비도 지급될 예정이다. 이를 추인할 마지막 선택은 국민 여론에 달렸다. 700년 전통의 귀족원이 ‘원로원’으로 개칭되는 순간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변화가 자칫 총리·상원·하원을 단일 정당이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걱정한다. 견제와 상생이란 영국 정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앵글로·색슨족의 왕국이던 영국은 8세기 말부터 노르만인에게 정복당하면서 차츰 서유럽화했다. 노르만왕조의 혈통이 섞인 프랑스 귀족이 왕위를 이어받았고 존 왕에 이르러선 과도한 세금 부과로 귀족 계층과 대립했다. 이때 존 왕은 귀족들이 강요한 ‘대헌장’(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는 의회 정치의 효시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상원은 정부 정책을 견제하며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정부 정책의 균형을 잡아줬다는 평가도 듣는다. 2002년 정부의 인간배아 복제 법안, 2006년 안락사 허용 법안, 2008년 테러용의자 구금연장 법안에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 6월 하원이 압도적 표 차이로 승인한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시행안도 상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국정화 확정 고시, 국론분열 후유증 최소화해야

    정부는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황 총리는 “현행 검정 발행 제도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또 “더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국정화 추진 배경을 밝혔다. 황 총리는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6·25 전쟁 부분이나 3대 세습, 주체사상 등 북한과 관련해 현행 한국사 교과서들의 편향성을 집중 거론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 건국 세력 등에 대한 평가절하 기술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공박했다. 황 총리는 현행 검정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을 수정 권고했고, 이 가운데 33건에 대해 법정 다툼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헌법 가치에 충실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정화 안이 확정 고시됨에 따라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원회는 교과서 집필진을 구성하고 편찬 작업에 착수한다. 내년 12월 감수와 현장 적합성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예상대로 야당을 비롯해 역사학계 등 각계각층의 반발은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저지를 위한 항의 농성 돌입에 이어 향후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를 이슈화해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갈 방침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19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빈손으로 막을 내리고 내년 4월 총선까지 국론은 두 갈래로 찢어지고, 무덤 속에 들어갔던 망국적인 이념 갈등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다.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다. 현행 교과서 편향성 문제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정부가 국정화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하겠다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국정화 자체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도 찬반이 시소게임을 하듯 갈려 있다. 역사 자체는 원래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 영역이고 한 가지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발상이다. 국정화가 자칫 주자학적 관점 이외의 모든 해석을 학문과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세웠던 조선조나 오로지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역사를 독점하는 사회주의 체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볍지 않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통해 사고의 창의성을 키운다는 역사 교육의 취지나 반대편의 목소리도 포용하려는 민주주의 정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모든 국가적 현안을 제쳐 놓고 매달려야 할 사안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당장 국정화라는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가 처한 국가적 난제를 고려하면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경제와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교과서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더 현명한 방법을 모색하는 대승적이고도 의연한 자세를 보여 주기 바란다.
  •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심각한 부의 양극화, 그래도 길은 있다/김성수 논설위원

    ‘흙수저’란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게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자기가 흙수저인지 아닌지 따져 보는 게임도 인터넷에 있다. 대다수는 흙수저다. 씁쓸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듣는 어감도 나쁘다. 반대의 뜻인 ‘금수저’, ‘은수저’와는 또 다르다. 젊은 층에겐 절망과 동의어다.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난 젊은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봤자 신분상승이 어렵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富)가 쌓인다. 부의 양극화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 다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심각하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에 따르면 하위 50%가 갖고 있는 자산은 고작 2%에 불과하다. 반면 자산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6%를 갖고 있다. 피케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속도를 크게 앞선다. 숟가락 색깔이 한 번 정해지면 좀처럼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신(新)계급사회의 도래다. 여성들이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보다 아버지가 부자인 ‘파파리치’(papa+rich)를 더 좋아할 만하다. 우리 사회의 부의 양극화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도 크다. 내가 가난한 건 참겠지만 내 자식에게까지 가난을 대물림해야 한다는 사실은 못 참는다. 처음부터 출발선이 다르니 결과도 다르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이다. ‘헬조선’ 닷컴사이트에 내걸린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도 그런 뜻을 담고 있다. 현실은 공정하지 못하며 죽창 앞에서야 평등하다는 뜻이다. 현실이 이런데 기성세대가 “노력도 해보지 않고 숟가락 탓만 할 거냐”고 훈계해 봤자다. ‘꼰대’ 소리만 듣는다. 여당 의원을 모아 놓고 강연했던 누군가와 다를 바 없다. 젊은 층(학생)이 대한민국을 헬조선, 희망이 없는 나라, 특권층만 잘사는 나라로 인식하고 불평과 남 탓을 하며 패배감을 갖는 것은 우리의 역사 교과서뿐 아니라 경제, 문학, 윤리, 사회 교과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다.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느끼는 것은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지 교과서에서 배운 게 아니다. 부의 불평등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교육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기회의 불평등도 생긴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에 따르면 작년 서울대 합격생 가운데 강남구 출신이 강북구 출신보다 무려 21배나 많았다. 부모의 소득과 사교육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공교육을 살리고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거나, 소득분배를 정교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부유층한테서 거둔 세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다.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라 어떤 대책도 한계는 있다. 그렇더라도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정부나 사회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고소득층의 자발적인 양보도 해결책이 된다.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지난 4월 미국 카드결제 대행사 그래비티페이먼츠의 최고경영자(CEO) 댄 프라이스는 100만 달러(약 11억 3210만원)가 넘는 자기 연봉을 7만 달러(약 7924만원)로 대폭 깎아 직원들의 최저 연봉을 5만 달러(약 5660만원)로 맞춰 줬다. 우리만큼 부의 쏠림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고려대가 내년부터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이를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돌리기로 한 사례가 있다. 부모가 잘살아서 성적장학금이 없어도 학교에 다니는 데 문제가 없는 학생 대신 장학금이 없으면 당장 학업을 그만둬야 할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는 좋은 해법이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고시도 대표적인 ‘계층 이동의 사다리’이다. 로스쿨과 함께 ‘투 트랙’으로 계속 운용하는 게 오히려 공정한 일이라고 본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기 실력으로 노력해 기회를 잡겠다는 것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1년 뒤 미국 대선이나 2년 1개월 남은 우리 대선에서나 ‘부의 불평등’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표심을 잡기 위해 어떤 기발한 공약들이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sskim@seoul.co.kr
  •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김성호 기자의 종교만화경 21] 징검다리 세습

     우리 개신교계에서 세습은 가장 고질적이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악습의 병폐로 꼽힌다. 그 승계의 방법도 종전 직계 자녀에게 담임 목사직을 곧바로 물려주는 직접 세습과는 달리 다양한 변칙의 승계가 횡행한다. 얼핏 열거해도 그 변종의 세습 양상은 천차만별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정도 다른 사람에게 담임을 하게 한 다음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을 비롯해 지교회를 세워 아들을 담임목사로 가게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아버지 목사가 개척한 여러 교회 중 하나를 아들 목사에게 맡기는 ‘분리 세습’. 그런가 하면 아들이 개척한 교회에 아버지 교회가 통합한 후 그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통합 세습’이며 아버지 목사가 자신과 가까운 목사에게 교회를 형식적으로 이양한 다음 이를 다시 아들 목사에게 물려주는 ‘쿠션 세습’까지 등장했다. ● 2013년 6월 이후 122개 교회 ‘세습’... 85개가 아들에 직접 세습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이 지난 5월 공개한 ‘변칙 세습 현황조사’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세습 방식의 다양한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그 규모가 충격적이다. 2013년 6월 29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세습 사례를 수집한 결과 총 122개 교회가 세습했으며 그중 85개 교회가 담임목사 직을 아들에게 직접 물려주는 직계 세습을, 37개 교회가 법망을 피한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지도 하기 어렵다는 소수의 개척 교회를 빼면 세습을 하지 않는 교회가 어느 교회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어떤 형식을 띠건 교회의 세습이 일반의 지탄을 받는 이유는 극명해보인다. 무엇보다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 물질과 권력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세속화에 대한 경계일 것이다. 담임목사직과 교회의 자본을 대물림하는 ‘교회 사유화’와 ‘목사의 귀족화’는 교회가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니라 일개 가족과 특정 개인을 위한 사기업임을 공인하는 격이라는 게 보편적인 견해로 통한다. ● 교단들 잇단 방지법에도 변칙세습 이어져... 식지않는 세습 욕망  그 세습을 향한 경계와 지탄의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교회 안과 바깥에서 높아져왔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자성과 개선의 몸짓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대형교회 세습 원조’로 낙인된 충현교회의 고(故) 김창인 원로목사가 작고하기 몇 달 전인 2012년 6월 세습을 회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게 대표적인 예이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임목사로 세운 게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라면서 하나님께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 여파인지 일부 교단에서 세습 반대의 목소리와 바꾸자는 작은 노력들이 이어졌다. 2012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개신교사상 처음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데 이어 이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기장)이 정기총회에서 잇따라 세습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변칙의 세습이 교단들의 순차적인 세습금지법 마련 이후에 더 기승을 부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반연측은 세습방지법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변칙 세습의 비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개탄한다.  개신교 교단중 처음으로 지난 2012년 세습 방지를 결의했던 기감이 변칙세습에도 제동을 걸고 나서 화제가 되고있다. 지난달 29일 총회 입법의회에서 이른바 ‘징검다리 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2012년 세습방지법을 통해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 동일교회의 담임자로 파송할 수 없다’고 명시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부모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나 자녀의 배우자를 10년간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고 정한 것이다. 500명 정원의 총대 중 411명이 투표해 찬성 212표, 반대 189표, 기권 10표가 나와 23표 차로 결의됐다고 한다. 그런데 법안에 대한 총대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교회에서 담임자를 결정하는 교회 의회제도의 결정권까지 박탈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지금 이땅 목회자들의 보편적인 의중을 대변하는 입장들로 비쳐져 안타깝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시론] 역사교과서 논란, 핵심은 내용에 있다/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시론] 역사교과서 논란, 핵심은 내용에 있다/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역사 교육의 위기는 좌편향된 교사와 역사가들에 의해 점령된 교과서 출판시장 독점의 횡포 때문만은 아니다. 좌편향 교육 탓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위기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위중한 것이다. 이런 사태를 뒤늦게나마 파악한 정부가 헌법에 보장된 정상 국가로 만들기 위한 책무를 행사하려는 것은 정당하다. 2007년부터 시행된 검인정 제도는 출판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인 학교와 교사 및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선한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재작년의 경우 새로운 시각의 교재인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방송을 통해 ‘친일과 독재 미화’의 딱지를 붙여 교육 현장에서 채택하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방해했다. 내용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안중근이 테러리스트로 서술되었다’는 등 오도된 내용이 방송에서 보도돼 채택에 부담을 주었고 전화 협박, 동문회, 선배라는 이름으로 채택 반대를 강요했으며 결국 1개 학교(부산의 부성고)만 선택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런 방식은 출판시장에서 공정한 자유경쟁 체제를 파괴하고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 헌법에 보장된 자유민주적 시장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폭거였다. 8종 교과서 중에서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내용을 보면 왜 이 교과서들이 시장을 독점하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대부분 좌편향된 친북 민중사관을 통해 ‘민중해방’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왜곡, 깎아내리면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그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거론하는 것이다.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 활약상을 이승만과 김구 등 자유진영 독립운동에 비해 과대 평가하고 있으며, 북한의 3대 세습의 공산독재 체제를 옹호, 미화해 면죄부를 주고 있다. 또 1948년 8월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정부 수립이란 용어만 사용하고 있다. 또 87체제 이전을 ‘민주주의의 시련기’로 묘사해 67년 동안 이룩한 ‘한강의 업적’을 헐뜯는 등 한결같이 반(反)대한민국 내용이 서술돼 있다. 또 개방·개항 이후 기독교의 개화독립운동과 교육에 미친 영향력을 누락시키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 경제의 발전에 나름대로 공헌한 대기업가와 재벌들의 노력을 외면하고 전태일 분신 자살 사건을 대문짝만 하게 기술해 반자본주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재 대한민국의 발전상은 누가 어떻게 해서 달성됐는지는 오리무중이고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라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인식되게 됐다. 역사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나라의 자긍심을 심어 주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희생할 수 있는 애국적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런 역사 교육으로는 국가 발전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가 없다. 현재 논의의 초점은 빗나갔다. 검인정이냐, 국정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 데 어느 제도가 바람직한가가 중요하다. 7년 이상 계속된 검인정이 다양성이란 외피로 가면을 쓴 채 좌편향을 결과했다면 실패한 것이고, 국정화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과 휴전 상태의 특수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적어도 한반도 통일이 될 때까지 건전한 국가관의 확립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립은 필요하다. 국정화 반대론자들은 국정 교과서로의 회귀에 대해 ‘친일’이나 ‘독재 미화’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집필진도 구성되기도 전에 그런 억지주장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세계적 추세가 검인정인 것이 분명한데 왜 과거 유신으로 회귀하나”라고 항변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현재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처럼 자기 나라의 건국을 부정하고 이토록 자기 나라를 헐뜯으면서 교육자 행세를 하는 경우가 우리나라 외에 또 있는지를 묻고 싶다.
  • [취재 현장에서] 탈북 기자가 본 이산가족 상봉

    [취재 현장에서] 탈북 기자가 본 이산가족 상봉

    북한을 떠난 지도 어느덧 10여년의 세월이 흘쩍 넘었다. 2003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던 때가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입국 당시 떠오르던 첫 생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10년 내 통일되면 고향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기대가 앞섰다. 그땐 ‘김정일 정권이 가 봤자 10년이나 가겠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세습을 거쳐 김정은 정권이 안정화 단계로 진입한다는 내외의 평가가 나온다. 누구랄 것 없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상봉 ‘로또’… 가족들은 애간장 이산가족 상봉 기간(20~26일) 내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앉아 금강산에서 오는 이산가족 상봉 기사들을 팩스로 받아 봤다. 기사 속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울컥했다. 헤어졌던 가족과의 만남이 훗날의 내 모습과 겹쳐지며 북한에 남겨진 친척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이제는 잔영밖에 남지 않았지만 친구들의 얼굴도 스치듯 지나갔다. 그들과도 볼 날이 있겠지….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30년 뒤에도 이산 상봉을 하려나?’ 끔찍하다. 지금부터 30년 뒤면 2045년, 한반도 분단 한 세기가 된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65년 만의 재회로 여한(餘恨)을 풀기도 했지만 ‘만나자 이별이니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장탄식도 숨기지 않았다. 한 할아버지는 작별 상봉을 앞두고 “이럴 거면 왜 보느냐”고 한탄했다. 실제로 이산 상봉 뒤 가족들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인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에서도 가족들과 상봉을 마친 노인들이 미련 없이 하늘나라로 가는 모습을 종종 봤다. 독재 체제의 핍박에서도 질긴 목숨 이어 온 이유가 가족과의 마지막 대면이었다는 듯…. 이산가족 상봉이 또 다른 고통을 수반하는 것에는 남북 모두의 책임이 있다. 역대 정부에서 이산가족 상시 상봉, 고향 방문, 서신 거래, 화상통화 등을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된 것은 없다. 세월은 빠르게 흐르는데 상봉 행사는 띄엄띄엄 열리고 상봉 기회도 ‘로또’에 가까운 탓에 가족들의 애간장만 녹는다. 아직도 상봉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만명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도 초기 ‘통일대박’을 통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줬다. 이젠 기대감으로 머물지 말고 결과로 보여줄 때다. 이산 상봉 정례화를 실현시켜라. ●잇속만 챙기는 北… 변화 기대 북한도 이산 상봉을 선심 쓰듯 내놓으며 ‘상봉의 장’을 김정은 ‘찬양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심하다. 더이상 이산가족의 아픔을 볼모로 잇속을 챙기는 짓은 중단해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남북 관계로 나아가는 길이다.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기대해 본다.
  • 전통 깬 영국 상원, 저소득층 증세 막았다

    전통 깬 영국 상원, 저소득층 증세 막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상원 의원들의 ‘세금전쟁’이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원은 관습을 깨고 정부가 발의한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 축소 법안을 이례적으로 부결시켜 보수당 정부의 일방적 복지 축소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보수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은 재논의를 거쳐 다시 법안을 상원에 올릴 계획이지만 2002년과 2008년 정부의 인간배아복제 법안과 테러 용의자 구금 연장 법안에 상원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시킨 바 있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등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간) 상원이 44억 파운드(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표결에 부쳐 307대277로 부결했다고 전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당의 패트리시아 홀리스 상원 의원은 “(저소득 가구에) 성탄절을 앞두고 선물은 주지 못할망정 연간 1300파운드(약 225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낼 순 없다”며 법안 연기를 호소했다. 비선출직인 소수 세습귀족과 법관 등으로 구성된 상원은 관례상 정부 법안을 수정할 수 있어도 부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원은 이번 감세 축소안이 법령이 아닌 위임 입법안이기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극빈층 보호에 앞장서 온 영국의 전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헌법의 관례가 깨졌다”며 위헌 논란에 불을 지폈고,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상원은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세금 공제 축소 법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캐머런 총리가 직접 상원 공청회에 출석해 세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마이동풍이 된 셈이다. 보수당 정부가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칼을 빼든 것은 표면적으론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다. 노동당 정부 때 입안된 세금 공제 탓에 연간 30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부담이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국의 국가 부채는 1조 4800억 파운드(약 2566조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가 넘는다. 세금 공제 축소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 중인 긴축재정의 핵심이지만 노동계급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말았다. 저소득 다자녀 가구 감면과 25세 이상 저소득 노동자 감면을 없애는 데 무게를 두면서 연간 300만 가구가 넘는 저소득층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부과를 면제해 온 최저 소득 구간을 현행 6420파운드(약 1113만원)에서 내년 4월까지 3850파운드(약 668만원)로 줄이기로 했고, 공공노조는 저소득 가구당 연간 1500파운드(약 26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국민을 빚더미에 몰아넣을 순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당의 반격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은 지난 7월 보수당 정부의 130억 파운드(약 22조 5400억원) 규모의 복지 예산 축소안을 무기력하게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이어졌지만 해리엇 하먼 당시 노동당 임시 대표는 기권을 종용했다. 앞선 총선에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탓이다. 그러나 지난달 강성 좌파인 제러미 코빈 대표가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빈 대표는 “정부의 복지 축소에 제동을 걸 것”이라 공언했고, 첫 실력 행사에 나섰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현재로선 ‘세금 전쟁’의 승자는 노동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인세율은 인하하면서 복지예산을 줄이는 정부의 반서민·친기업적 행태를 여론의 도마에 올려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영국 상원, 정부 저소득 감세법 부결...100년 전통 깼다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와 상원 의원들의 ‘세금전쟁’이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상원이 100여년 전통을 깨고 이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금 감면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 법안을 부결시키면서 보수당 정부는 정치적 타격을 입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등 외신들은 26일(현시시간) 상원이 44억 파운드(약 7조 6000억원)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법안을 전날 표결에 붙여 307대 277로 부결했다고 전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노동당의 패트리시아 홀리스 상원 의원은 “(저소득 가구에) 성탄절을 앞두고 선물은 주지 못할망정 연간 1300 파운드(약 225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편지를 보낼 순 없다”고 호소했다.  비선출직인 소수의 세습귀족과 법관 등으로 구성된 상원은 관례상 정부 법안을 수정할 수 있어도 부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원은 이번 감세 축소안이 법령이 아닌 위임입법안이기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독일, 프랑스와 달리 극빈층 보호에 앞장서 온 영국의 전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헌법의 관례가 깨졌다”며 위헌논란에 불을 지폈고,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냈다.  앞서 상원은 지난 21일 정부가 내놓은 세금 공제 축소 법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상원이 예상 밖의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정부와 하원은 당황했고, 캐머런 총리가 직접 상원 공청회에 출석해 세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당 정부가 여론의 역풍을 무릅쓰고 칼을 빼든 것은 표면적으론 ‘재정 건전성’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노동당 정부 때 입안된 세금 공제 탓에 연간 300억 파운드(약 52조원)의 부담이 지워졌다는 설명이다. 현재 영국의 국가부채는 1조 4800억 파운드(약 2566조원)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80%가 넘는다.  세금 공제 축소는 보수당 정부가 추진 중인 긴축재정의 핵심이지만 노동계급의 아킬레스를 건드리고 말았다. 저소득 다자녀 가구 감면과 25세 이상 저소득 노동자 감면을 없애는 데 무게를 두면서 연간 300만 가구 넘는 저소득층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부과를 면제해 온 최저 소득 구간을 현행 6420파운드(약 1113만원)에서 내년 4월까지 3850파운드(약 668만원)로 줄이기로 했고, 공공노조는 저소득 가구당 연간 1500파운드(약 26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며 맞섰다. 보수당 내에서조차 “열심히 일하는 국민들을 빚더미에 몰아넣을 순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노동당의 반격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당은 지난 7월 보수당 정부의 130억 파운드(약 22조 5400억원) 규모의 복지 예산 축소안을 무기력하게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대대적 반대 시위가 이어졌지만 해리엇 하먼 당시 노동당 임시 대표는 기권을 종용했다. 앞선 총선에서 보수당에 과반 의석을 내준 탓이다.  그러나 지난달 강성 좌파인 제러미 코빈 대표가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코빈 대표는 “정부의 복지 축소에 제동을 걸 것”이라 공언했고, 첫 실력행사에 나섰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법인세율은 인하하면서 복지예산을 줄이는 정부의 반서민 친기업적 행태를 도마 위에 올리면서 결국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⑪작은 교회들의 신선한 반란

    [김성호기자의 종교만화경] ⑪작은 교회들의 신선한 반란

     한국 개신교의 발전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이다. 개신교가 전래된 지 100년이지만 그 성장과 확산의 추세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이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단일 교회로는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한다. 순복음교회 말고도 대형 교회들은 여전히 지교회를 늘려가고 있고 예배도 평일 예배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한켠에선 한국 개신교의 성장 추세가 꼭지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않다. 1·2세대 목회자들의 전성시대를 딛고 3세대 목회자들이 맹활약중이지만 교회를 떠나는 ‘종교 썰물’의 현상에 대한 우려가 개신교계에 퍼져있다. 그래서 대형 교회들은 포화 상태의 국내 시장(?)을 떠나 앞다투어 해외로 해외로 진출한다. 무리한 해외 선교와 그 후유증이 터져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의 무리한 전도와 교세 확장은 외국의 교회들마저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지칠 줄 모르는 선교 열정’과 ‘의심없는 믿음’이란 말로 미화하는 한편으로 부정의 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양적 성장에 치우친 외형의 중시 탓일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기독교 교세가 급속히 쇠태해 교회 건물이 잇따라 사라지고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그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예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 박람회’가 최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열렸다. 올해로 세번째란다. 성서연구와 영성수련, 마을 지역운동 등 13개의 소주제로 나눠 진행된 박람회가 제법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성장이 아닌 성숙’을 모토로 삼았다는 박람회 주최측의 귀띔이 신선하다.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의 세 가지 기치도 눈에 쏙 든다.지금 대형 교회들의 지향과는 사뭇 다르지 않은가.  사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성장 지상주의와 세속화에 대한 반성, 개선의 목소리는 꾸준히 있어왔다. 담임목사 세습이며 매매, 금권선거, 목회자 범법행위, 탈세 같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자성의 몸짓과 개선의 연대운동이 번졌지만 언제나 그 때 뿐이었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10% 정도의 대형 교회 빼곤 대부분의 교회가 유지하기도 힘들만큼 교세가 영세하다. 신학교를 졸업한 신학생들의 10%만이 정규직 목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자립 교회들은 전국에 넘쳐난다. 따져보면 종교인 과세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일반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곳도 10%의 대형 교회일 것이다.  다행히 작은교회 박람회 첫 행사 이후 전국의 작은 교회들이 성장 아닌 성숙의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한 미니 박람회가 줄을 잇는단다.권위주의의 교회가 아닌, 신도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교회를 지어가자는 새로운 전환의 물결이다. 특히 신학대학원 신대원생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니 희망의 싹이 보인다.  교회는 복음이 있는 ‘하느님의 집’이다. 진정한 하느님의 종, 하느님의 일꾼이 되어보자는 작은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좌편향 교과서 주체사상 미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별도의 박스에서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이 창시하고 김정일이 이론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혁명 사상으로, 북한의 통치 이념이며 모든 정책 결정과 활동의 기초’라고 썼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교육과정은 한국사 교과의 학습요소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 천리마운동, 7·4 남북 공동 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與 “北 선동논리 ‘주체사상’ 서술 신중해야”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면서 여론 형성을 위해 ‘매카시즘’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비판했다. 현행 교육부 교육과정에는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을 반드시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부터다. 이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검정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한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은 금성출판사 교과서다. 금성출판사는 ‘북한 세습체계를 구축하다’ 단원에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가 확립되고 자주 노선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주체사상이 등장하였다’고 서술했다. 천재교육 교과서에는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고 돼 있다. 미래엔 출판사 교과서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김일성 유일 지배 체제를 확립하였다’고 기술했다. 해당 교과서들은 주체사상에 대해 기술하며 ▲‘김일성 주의’로 천명되면서 반대파를 숙청하는 구실 및 북한 주민을 통제하고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다(금성출판사)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천재교육) ▲이 과정에서 거대한 동상과 기념비를 세우고 생가를 성역화하는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진행되었다(미래엔)와 같이 문제점도 함께 기술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북한에서 쓰는 ‘자주’와 ‘주체’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전·선동 논리”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은 물론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주체사상은 반드시 기술토록 돼 있어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이념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편향’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도 “김일성은 1962년 12월부터 4대 군사노선을 내걸고 군사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통치하면서 독재 권력을 강화해 갔다. 이때 독재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주체사상이었다”라고 기술했다. 양정현(부산대 교수)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은 “현재 교육과정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치도록 돼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를 꼬투리 삼아 검정교과서가 마치 종북 서적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유럽의 독재자’ 벨라루스 대통령 21년… 5년 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1)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임기를 5년 더 연장했다. 5선 연임으로 1994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까지 무려 26년간 통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선거 부정, 야권 및 언론 탄압, 인권 침해 등을 일삼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혹평을 받는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83.49%의 득표율로, 민주화 운동가로 야권 대선 후보인 타티야나 코로트케비치(4.42%)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투표율은 86.75%에 달했다. 1993년 벨라루스 의회의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루카셴코 대통령은 현직 의회 의장, 총리 등 70여명의 고위 공무원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부패 척결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이듬해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독립한 후 처음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6년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단행했고 2004년에 다시 헌법을 고쳐 초대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았다. 권위주의적인 통치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이유는 ‘성공적인 경제 관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다른 동유럽 국가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급격하게 체제 전환을 꾀하면서 마이너스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영기업을 존속하는 등 소련 연방 시절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제를 관리했다. 벨라루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루카셴코 대통령 임기 2년째인 1995년 332달러에서 2014년 8041달러로 약 24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2.8%에서 0.5%로 떨어졌다. 최근 루카셴코 대통령은 복역 중인 정치범을 석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 협상을 주최하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혼외 자식이자 막내아들인 니콜라이 루카셴코(11)를 정상외교 무대에 데리고 다니는 등 후계자로 준비시키며 북한식의 권력 세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수상 소감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유럽의 독재자’ 벨라루스 대통령 21년… 5년 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61) 벨라루스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임기를 5년 더 연장했다. 5선 연임으로 1994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루카셴코 대통령은 2020년까지 무려 26년간 통치하는 기록을 세웠다. 선거 부정, 야권 및 언론 탄압, 인권 침해 등을 일삼아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혹평을 받는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83.49%의 득표율로, 민주화 운동가로 야권 대선 후보인 타티야나 코로트케비치(4.42%)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투표율은 86.75%에 달했다.  1993년 벨라루스 의회의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루카셴코 대통령은 현직 의회 의장, 총리 등 70여명의 고위 공무원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부패 척결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이듬해 벨라루스가 소련에서 독립한 후 처음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1996년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단행했고 2004년에 다시 헌법을 고쳐 초대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철폐하면서 장기 집권의 길을 닦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선거 부정, 정적 및 언론인 탄압을 비난하며 2011년 벨라루스에 경제제재를 단행했다.  권위주의적인 통치에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이유는 ‘성공적인 경제 관리’에 있다는 분석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다른 동유럽 국가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급격하게 체제 전환을 꾀하면서 마이너스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보였다. 반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영기업을 존속하는 등 소련 연방 시절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경제를 관리했다. 벨라루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루카셴코 대통령 임기 2년째인 1995년 332달러에서 2014년 8041달러로 약 24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2.8%에서 0.5%로 떨어졌다.  최근 루카셴코 대통령은 복역 중인 정치범을 석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 협상을 주최하면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혼외 자식이자 막내아들인 니콜라이 루카셴코(11)를 정상외교 무대에 데리고 다니는 등 후계자로 준비시키며 북한식의 권력 세습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수상 소감을 통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北노동당 70주년 기념식 관전 포인트

    北노동당 70주년 기념식 관전 포인트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으로 예상된다. ① 김정은 연설하나… 세습 정당성 강조할 수도 최우선 관전 포인트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설 여부다. 북한은 2011년 말 김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네 차례의 열병식을 거행했지만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 열병식 때만 20분간 연설했다. 하지만 올해는 김 제1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지도력을 과시할 기회라는 점에서 육성 연설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외 관계보다 대내적으로 3대 세습에 대한 확고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외적으로 핵과 미사일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② 북·중 관계 전환점 맞나… 격 높은 사절단 행보 중국 축하사절단도 관심의 대상이다. 중국에서는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201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때는 권력 서열 9위인 저우융캉(周永康) 당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했다는 점에서 격이 높아진 셈이다. 류 상무위원이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한을 공식 방문한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북·중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③ 새 무기 보이나… 함정·잠수함 기동 가능성도새로운 무기의 공개 여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북한은 2012년 열병식 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을, 2013년 7월 열병식 때는 방사능 표식이 있는 배낭을 멘 부대의 존재를 처음 공개했다. 대규모 인원과 무기가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열병식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사거리가 1만㎞를 넘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가 100㎞를 넘는 300㎜ 신형 방사포(다연장로켓)가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된다. 북한이 열병식이 열리는 김일성 광장 인근 대동강에서 함정과 잠수함이 기동하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도 있다. ④ 주석단 자리 바뀌나… 권력 지도 확인 기회 열병식 행사장의 귀빈석인 주석단 자리 배치도 눈여겨봐야 한다. 주석단 중앙에는 김 제1위원장이 앉고 당·정·군 간부들은 공식 권력 서열에 따라 자리가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일단 최측근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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