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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주민 인권문제 적극 제기해 北 변화 이끌어야

    북한이 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직후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6발을 쐈다.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번 ‘결의안 제2270호’는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 경제 제재안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동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김정은 정권이 여하한 제재도 감수하면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일 것이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가뜩이나 곤궁한 북한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 그제 북한인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북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서 적극 공론화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때라고 본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은 북한 수출입 화물에 대한 육·해·공 입체 검색을 포함해 촘촘한 제재 방안을 망라하고 있다. 빈틈없는 이행을 전제로 국제사회가 북측에 ‘체제 유지냐, 핵 보유냐’를 선택하도록 압박한 형국이다. 그럼에도 북이 동해상 도발이라는 어깃장을 놓은 배경은 뭘까. 중·러가 결국 뒷문을 열어 줄 것으로 보는 등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습 왕조’나 다름없는 김정은 체제가 변화할 의지가 없다는 게 근본적 요인이란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북측에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라”고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사실 김정은 정권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데 경제 제재로만 충분하지 않음은 불문가지다. 역대 서독 정부가 동독 정권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랬듯이 ‘인권 카드’를 포함한 가용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이 도탄에 빠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은 정권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라고 백번 말해도 쇠귀에 경 읽기였지 않은가. 때마침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문제 등을 의제로 제31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참석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우리의 인권 상황을 지목하는 회의에 더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북측의 이런 인권이사회 보이콧 선포야말로 인권문제가 북한 정권의 급소임을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국제사회에서 북의 인권문제를 우리가 앞장서 제기할 때 경제 제재안도 상승 효과를 얻을 듯싶다. 예컨대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노예노동’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첫 발의 후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그간 우리 내부에서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 이들을 죄다 종북으로 몰아선 안 되겠지만, 북한 정권을 자극하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주민의 1년치 식량을 조달할 돈을 장거리 미사일 한 방으로 날리곤 하는 북한 정권의 행태를 보라.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판 극단적 전체주의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핵문제도, 인권문제도 영구미제로 남게 될지 모른다. 냉전기에 주민을 탄압하던 구소련이나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 정권이 국제 여론의 지탄과 함께 무너진 전례도 있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기 바란다.
  • [글로벌 시대] 인도의 사례로 보는 ‘금수저’ 현상/이옥순 인도문화연구원장

    [글로벌 시대] 인도의 사례로 보는 ‘금수저’ 현상/이옥순 인도문화연구원장

    지난해부터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일종의 사회풍자로 거기엔 기회균등이 박탈된 젊은이들의 깊은 자조와 절망이 들어 있다. 금수저는 부모의 재력과 능력으로 풍족하게 살거나 비교적 쉽게 성공 가도로 들어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반면에 이른바 흙수저는 좋은 배경에서 태어나지 못해 아무런 사회적 자본을 갖지 못한 채 금수저들과 경쟁해야 하는 계층을 지칭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갈등의 일면을 드러내는 이런 표현을 언어의 유희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순 없다. 가족주의와 지연, 학연 등 연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 현실에서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전자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사회적 장치까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건 희망과 동기 부여를 박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이 미래에 무엇을 이루겠는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로 불리며 선진국 못지않게 민주주의를 일궈온 인도의 사례를 통해 이런 경향을 들여다보자. 인도는 불평등이 기반인 식민통치를 마감하고 홀로 서면서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고 교육과 기회의 균등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중단 없는 보통선거를 실시하며 70년간 민주주의를 지켜온 인도에서도 능력주의와 부모의 부, 권력을 세습하는 신봉건주의의 갈등이 키를 키운다. 2004년 4월 12일 자 한 시사주간지는 정치인 부모의 후광으로 대를 이어 정치에 입문한 세습정치의 사례가 전국에서 100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지방에서 볼 수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4년의 한 통계를 보면, 40세 미만 하원의원의 60%가 유명 정치인의 후손이었고, 30세 미만의 의원은 세습의 비율이 100%에 이르렀다. 나이가 많은 의원일수록 세습의 비율이 낮았다. 시간이 갈수록 금수저 정치인이 증가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와 그의 딸 인디라 간디, 네루의 손자 라지브 간디가 모두 총리를 지낸 것이다. 정치 세습은 지금도 큰 영향력을 가진 라지브 간디의 아내 소냐 간디, 오래전부터 미래의 어느 날에 총리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그의 아들 라훌 간디로 이어진다. 각 지방의 사정도 비슷해서 아버지의 명성을 잇거나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은 금수저 주수상들과 주의원들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지의 세계인 영화계에서 더욱 심하다. 볼리우드의 대스타를 부모로 둔 아들과 딸들이 다시 유명배우로 자리매김한 사례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렇게 정치인이나 영화배우의 대물림이 용이한 건 경제력과 네트워크, 인지도와 언론의 조명 등 여러 면에서 그들이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평등한 민주사회에서 개천 출신의 ‘용’이 나오지 않는 불평등의 역설이 생겨난다. 인도보단 덜 뚜렷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인 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해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선거란 금수저든 흙수저든 모두 1인 1표의 권리만 갖기 때문에 불리한 좌표를 차지하는 다수의 유권자가 금수저의 위상과 영향력이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곧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야 모두 공천룰을 갖고 주류, 비주류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권뿐 아니라 피선거권의 기회가 공정한지도 따져볼 때다.
  • [사설] 소모적 갈등 멈추고 대북 제재 초당적 대처해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 그간의 대북 정책을 사실상 유보하면서 통일·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천명했다. 즉 “이대로 변화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 중인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과 함께 북핵 포기를 끌어내는 노력에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다. 우리는 현시점에서 대북 정책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이제 ‘가 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야권이나 국민과의 소통으로 초당적·범국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믿는다. 북한의 핵무장은 발등의 불인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이 새해 벽두에 4차 핵실험을 한 뒤 국제 제재가 논의되는 와중에 탄도미사일 실험까지 감행하면서다. 우리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경제적 인센티브를 쥐여 주면서 적당히 압박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가 철저히 어그러진 셈이다. 그런 만큼 종전과 다른 특단의 정책이 절실한 건 불문가지다. 굳이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꺾을 수 없고, 북한의 핵 능력만 고도화시킨다”는 대통령의 언급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을 뿌리치고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날 한반도에 사는 구성원 모두의 안위가 벼랑 끝에 서게 된다. 이런 악몽의 시나리오를 막는 데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순 없다. 초당적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야권의 자세가 아쉬운 이유다. 어제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중단 배경을 설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부정 일변도로 평가하면서 북한 핵 포기를 이끌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았기에 하는 말이다. 물론 핵무장론 등 정부·여당의 설익은 북핵 대응책에 대해 야당으로서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또 개성공단 임금이 북의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된 증거가 있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 자칫 우리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다는 논리로 연결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야권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 지도부로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해선 곤란한 일이다. 야당이 집권한 참여정부 시절 개성공단 임금의 대종이 북한 노동당으로 들어갔다는 당시 산업자원부 공문이 국감 자료로 나돌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북풍’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야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올 들어 핵실험 등으로 연이어 메가톤급 북풍을 일으킨 것은 우리 정부가 아니라 북한임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겠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전쟁광 히틀러가 이끈 독일의 침공이 임박했는데도 유화론으로 발목을 잡는 인사들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즉 “악어에게 먹이를 주면서 자기를 맨 나중에 잡아먹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북 세습정권이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지렛대로 우리 국민을 인질 삼아 체제 유지를 꾀하려는 속내가 명백해졌다. 이런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고도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며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프레임으로 대북 제재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몰이만 할 것인가. 지금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 국론을 모을 때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김현주 옮김, 푸른지식 펴냄) 식물 신경생리학계 권위자인 저자가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사랑한 식물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발견한 찰스 해리슨 블랙클리, 최초로 식물을 해부한 마르첼로 말피기, 생전에는 이해받지 못했으나 후대에 ‘유전학의 창시자’로 불린 그레고어 요한 멘델 등의 삶과 연구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로 씨앗은행을 세운 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는 독재 정권 아래서 옥살이와 굶주림을 겪다 세상을 떠나는 등 유명한 식물학자들의 삶을 감동적으로 서술했다. 248쪽. 1만 4500원.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손기태 지음, 글항아리 펴냄) ‘비운의 철학자’ 혹은 ‘고독과 은둔의 철학자’로 알려진 스피노자의 생애와 사상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한 책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유대교의 보수적 분위기에 반항하다가 파문당했고 심지어 암스테르담에서도 쫓겨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는 그러나 은둔과 도피의 생활 속에서도 신의 사랑과 삶을 확신하며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철학적으로 추구했다. 책은 ‘고용한 폭풍’ 속에서 살아간 스피노자의 생애 속으로 들어가 그가 보여준 참된 행복을 찾아가는 철학적 사유의 과정을 좇는다. 300쪽. 1만 6000원. 장성택의 길(라종일 지음, 알마 펴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3대 세습 체제 안에서 ‘2인자’로 살다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장성택의 삶을 조명하며 북한 현대사의 민낯을 드러낸다. 저자인 라종일 한양대 석좌교수는 국가정보원 해외 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주일대사 등을 지낸 북한 전문가다. 책은 장성택의 파란만장한 정치 행적과 권력 다툼,그리고 끝내 조카에 의해 맞게 되는 비참한 최후를 마치 소설처럼 생생하게 그려 나간다. 장성택은 숙청 후 시신이나 무덤조차 남기지 못했다.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상상력도 일부분 가미돼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 280쪽. 1만 6000원.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책담 펴냄) 유럽 최고의 석학으로 꼽히는 저자가 인류 초기 사회부터 미래 세계까지 시대별로 한 사회가 이상향으로 추구했던 미래상의 변화를 추적하고, 위대한 인물들과 그들의 사상을 ‘모더니티의 세계관’으로 꿰어낸다. 아탈리는 인류에게 가장 기본적 가치인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이 한순간 다른 가치들로 대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특히 인류가 유전공학적 인공물로 변화한 끝에 소비재가 되고 마는 ‘하이퍼 모더니티’의 세계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 책에서 모더니티는 한 사회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가리킨다. 256쪽. 1만 5000원. 방법으로서의 중국(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 산지니 펴냄) 근대 중국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적 평가를 비판한 책 ‘중국의 충격’으로 잘 알려진 일본 사상가 미조구치 유조(1932∼2010)의 첫 저서다. 저자는 서구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특히 문화혁명을 비롯한 중국의 근대사는 ‘진보-보수’, ‘사회주의-자본주의’, ‘선진-후진’과 같은 서구의 이원론적 시각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중국을 하나의 방법으로 삼아 중국, 나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이른바 ‘자유로운 중국학’을 주창했다. 296쪽. 2만 5000원.
  • [시론] 통일은 이미 ‘진행형’이다/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시론] 통일은 이미 ‘진행형’이다/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모두 2만 8759명이다. 3만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리고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올해로 만 19년이 됐다. 이 법은 탈북민 정착 지원 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통일부로 이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탈북민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부터 ‘함께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로 보는 인식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통일’이라고 하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영토 통일과 제도 통일을 의미하는 ‘유니피케이션’(Unification)과 통합을 뜻하는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이다. 여기서 통합은 언어 통합, 역사 통합, 교육 통합, 복지 통합 등 남북 7500만 민족이 언어공동체·역사공동체·문화공동체로 완전히 하나로 되는 것을 말한다. 유니피케이션이 ‘물리적 통일’을 뜻한다면 인티그레이션은 ‘화학적 통일’을 의미한다. 동·서독 통일처럼 유니피케이션은 정치적 결단으로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이후의 통합은 대략 30년 정도에 해당하는 한 세대가 걸린다. 화학적 통일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이 된 지 26년이 된 독일의 경우 아직도 통합이 진행 중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1997년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지만, 탈북민의 우리 사회 안착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지원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경제·사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70%에 이른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남한 주민과 비교해 각각 6.1% 포인트, 1.4% 포인트가 낮다. 평균 소득은 남한 근로자의 3분의2 수준이다. 변화 추세를 보면 희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탈북민 고용률은 2013년 51.4%에서 2015년 54.6%로, 같은 기간 실업률은 9.7%에서 4.8%로 개선됐다. 한국에 와서 자신의 소득에 만족한다는 탈북민 비율은 27.6%(남한 국민 11.4%), 소비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23.8%(남한 국민 13.9%)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전반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탈북민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남한 국민들의 탈북민들에 대한 수용성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탈북민들을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정권이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초등학생 탈북민 자녀가 학교에 가면 ‘빨갱이’로 따돌림을 당하는 게 현실이다. 탈북민 엄마는 가슴에 피가 맺힌다. 우리 주변의 경상도 사람, 전라도 사람 대하듯이 탈북민들을 함경도 아지매, 평안도 아저씨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민 3만명 시대라고 하지만 5000만 남한 국민의 0.06%에 불과하다. 이 정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2400만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수용하겠는가. 북한 전체주의에서 살아온 탈북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자기 힘으로 자립·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남북하나재단도 교육, 취업·창업, 건강·의료 분야에서 꾸준히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 속도는 너무 느리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40개의 탈북민봉사단이 발족했다.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은 우선 12개 단체를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고 있다는 뜻인 ‘착한(着韓) 봉사단’으로 선정하고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탈북민들의 사회봉사 참여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해 조사 결과 자원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탈북민은 23.5%로, 남한 국민의 평균 18.2%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정착을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해 온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국민들이 탈북민들을 그냥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다. 탈북민들을 진정 ‘먼저 온 통일’로 받아들이려면 우리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오는 6월 호국 보훈의 달이 오면 필자는 탈북단체장들과 함께 헌혈하러 갈 생각이다. 많은 탈북민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 [씨줄날줄] ‘비대칭 문화 무기’/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비대칭 문화 무기’/구본영 논설고문

    북한의 핵·미사일이 진짜 위험한 이유는? 답은 정밀하지 못해 어디로 날아와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북서 계절풍을 타고 날아오는 북한의 삐라로 인한 각종 사고를 보면 웃어넘기기도 어렵다. 그제 북한이 날린 전단지 뭉치가 수원의 한 빌라 옥상의 유리창과 물탱크를 파손했다지 않나. 얼마 전엔 일산 주택가의 차량 지붕도 부서졌다.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사례다. 그제 군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포럼에서 나온 결론이다. 즉 북측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미련한 대남 심리전을 펴고 있다는 얘기다. 삐라의 내용도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 비방하는 조악한 수준이지만, 비닐 속 전단지 뭉치가 통째로 떨어지니 무슨 효과가 있겠나. 그나마 봄이 오면 이런 허튼짓도 소용없다. 제갈량이 없어도 동남풍은 불어오게 마련이니….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엊그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릅쓰고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 수순을 착착 밟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민이야 굶어 죽든 말든 핵을 움켜쥐고 3대 세습체제를 지키려는 도박이다. 문제는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킬 체인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고, 사드를 도입하려니 중국의 통상 압력이 걱정된다. 미국의 핵우산을 빌리기보다 핵무장이 나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외교 지형상 비현실적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미사일이란 ‘비대칭 전력’으로 남북 간 총체적 국력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미망(迷妄)에서 끝내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그제 비공개 포럼에서 다수 전문가들이 북 정권이 더 합리적인 지도부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리적 타격으로 북한판 정권교체를 시도할 순 없으니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바깥세상의 사정을 북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말이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의 아이디어가 그럴싸하다. 북의 비대칭 무기에 맞서 ‘비대칭 문화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우리의 경제력과 문화 콘텐츠로 북한 정권의 ‘비(非)김정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북 체제를 비판하지 않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한류 드라마를 접하게 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게다. 북한 당국이 남북 간 언론 교류에 응할 리도 만무하거니와 외부 세계와 인터넷 연결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강국답게 방법을 찾으면 왜 없겠는가. 예를 들어 휴전선 근처의 고지에서 우리의 지상파 TV를 북한의 PAL 방식으로 송출한다면 그 효과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게다. 이왕 하려면 우리의 대북 심리전이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금수저 흙수저는 사실이었다”…부모 학력·직업 대물림 심해졌다

    최근 학력과 계층, 직업의 세대 간 대물림이 더 굳어져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사라졌다’, ‘금수저 흙수저 계급이 존재한다’는 등의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Ⅱ’ 연구보고서(책임 연구자 여유진·정해식 등)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이른바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를 거쳐 정보화세대로 넘어오면서 직업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2015년 6~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만 75세 이하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소득 계층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을 면접조사 했다.특히 세대 간 사회이동의 변화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대상자 중에서 현재 직장이 있는 25~64세 남자 1342명을 산업화세대(1940년생~1959년생, 181명), 민주화세대(1960년생~1974년생, 593명), 정보화세대(1975년생~1995년생, 568명) 등 3세대로 나눠 부모의 학력과 직업, 계층, 본인의 학력이 본인의 임금과 소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우선 아버지 학력과 본인 학력을 교차분석한 결과 대체로 아버지의 학력이 높을수록 본인의 학력도 높았따. 특히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일 경우 본인의 학력도 중졸 이하인 비율이 16.4%에 달했다. 반면 아버지의 학력이 고졸 이상이면서 본인 학력이 중졸 이하인 비율은 0%에 가까웠다. 아버지가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면 아들도 대학 이상의 고학력자인 비율이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대에서 각각 64%, 79.7%, 89.6%로 최근 세대로 올수록 고학력 아버지의 자녀가 고학력일 확률이 더 높아졌다.아버지의 직업(단순노무직, 숙련기능직, 서비스판매직, 사무직, 관리전문직)과 아들 직업을 교차분석을 한 결과는,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직업이 관리전문직이면 아들의 직업도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42.9%로 평균(19.8%)의 2배가 넘었다. 세대별로는 관리전문직 아버지를 둔 아들이 관리전문직인 비율이 민주화세대에서는 56.4%로 평균(23.3%)의 약 2배에 이르렀고, 정보화세대에서는 37.1%로 역시 평균(18.2%)의 2배 정도였다.특히 정보화세대에서는 단순노무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단순노무직인 비율이 9.4%로 평균(1.9%)의 약 5배에 달해 정보화세대에서 직업의 세습이 매우 강하게 일어나고 있었다.또한 15세 무렵 본인의 주관적 계층(하층, 중하층, 중간층, 중상층, 상층)과 현재 주관적 계층 간의 교차분석 결과, 아버지 세대의 계층과 무관하게 자식 세대가 하층 또는 중상층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구체적으로 아버지의 계층에 따라 아들이 특정 계층에 속할 확률을 살펴보니, 정보화세대에서 특히 아버지가 중상층 이상일 때 자식 또한 중상층 이상에 속할 확률은 아버지가 하층이었던 경우 자식이 중상층 이상이 될 확률보다 거의 무한대로 더 높았다.다시 말해 정보화세대에서 중상층과 하층에서의 계층 고착화가 매우 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일정 이상의 상향 이동은 사실상 매우 힘든 상황이 돼 가고 있다는 뜻이다.민주화세대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계층 고착 정도는 정보화세대보다 낮았다. 반면, 산업화세대는 중상층까지의 이동은 상대적으로 더 활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민주화세대에서는 부모의 학력이 본인 학력과 더불어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확인됐으며, 정보화세대로 오면, 부모의 학력과 함께 가족의 경제적 배경이 본인의 임금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보화세대로 올수록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재산축적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인적자본 축적(학업성취), 직접적으로는 노동시장 성취(임금과 직업)에 더 많은 영향을 줬다는 의미다.산업화세대에서는 본인의 학력이 임금에 영향을 주는 거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변수일 뿐, 부모의 학력과 계층은 임금수준에 어떠한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인건비 절감 목적 비정규직 확대해선 안 돼”

    “인건비 절감 목적 비정규직 확대해선 안 돼”

    지속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준수 당부 “일반해고는 최후 수단 오남용 말아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8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임원(CHO) 간담회를 갖고 현안인 노동개혁과 관련해 “인건비를 절감할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 운영의 유연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9·15 노사정 대타협 합의 내용인 상시·지속적 업무에 가급적 정규직을 고용한다는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올해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모든 사업장의 근로감독 과정에서 비정규직 차별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일반해고는 현저히 업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처럼 법·판례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야 정당성이 인정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지침 내용을 왜곡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오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 인상 자제로 인한 절감 재원이 확실히 청년 채용 확대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정년 60세 시행과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청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일자리 때문에 고통이 클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가능한 한 많은 인재를 채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총파업은 명백히 불법이며 기업들도 법과 원칙이 확립되도록 하는 데 동참해 달라”면서 “고용 세습 등 잘못되고 청년을 절망하게 하는 단체협약의 독소조항도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열린세상] 커가는 세대갈등을 해소하려면/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열린세상] 커가는 세대갈등을 해소하려면/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

    누군가 좋은 일이 있으면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을 초대해 한바탕 음식을 대접하고 대접받은 이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는다. 어려운 사회생활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즐거운 시간이어서 필자도 그런 자리엔 가능한 한 참석하려고 한다.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자녀의 일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족의 연대를 중시하고 세대(世代) 사이가 끈끈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그럼 자녀의 어떤 일이 부모들로 하여금 지갑을 활짝 열어 한턱내게 만들까? 자녀가 자랑스러운 일을 했을 때 그러는 훌륭한 부모도 있지만, 드디어 자녀 부양에서 손을 떼도 된다고 여겨지는 일이 있을 때 그러는 솔직한 부모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들에게 한턱내는 일이란 자녀를 경제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일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의 간접적 표현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친구나 동료들을 위해 지갑을 과감히 여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미있는 것은, 부모가 한턱내게 만드는 자녀의 좋은 일이 최근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자녀의 대학 입학은 이미 취업에 자리를 내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교육이 더이상 생계의 보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 교육을 받아도 취업이 매우 어려워 졸업을 몇 년씩 미루는 자녀들도 많으니 대학 입학은 부모에게 한턱낼 만한 해방감을 주지 못한다. 우리 경제가 오랫동안 지지부진해서 나타난 씁쓸한 변화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지해 사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캥거루세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우리 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젊은이가 일찍 독립하는 나라로 알려진 미국도 2014년 기준으로 18~34세 청년 중 약 3분의1이 부모 집에 살고 있다 한다. 이미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부모와 자녀 세대가 경제적으로 하나의 단위로 묶이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부가 세습되고 빈부격차가 더욱 커질 뿐 아니라 취업이 제로섬게임이 되어 세대 사이 갈등이 커지게 된다. 자신의 노후만이 아니라 자녀세대의 생활까지 떠맡은 부모세대는 오랫동안 돈벌이를 할 수밖에 없고, 일자리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은 불가피하게 젊은이들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미 일자리를 두고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공자의 말씀을 빌려 비유하자면, 젊은이들이 “집에 들어가면 부모께 효도하고 밖에 나가면 어른께 공손”한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돼야 예의를 지킬” 텐데 그렇지 못해 세대 간 갈등이 증폭되는 불안정한 사회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연령에 따라 종사할 직업군이 뚜렷이 나뉘는 것도 아니니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다. 좀 엉뚱한 생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경제적으로 묶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정에서만 그럴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그런 특성을 좋게 활용하면 어떨까 한다. 곧 하나의 일자리 혹은 업무를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공유하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부모는 나의 부모가 아니고 자녀는 나의 자녀가 아니다. 그렇지만 자기 가족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의 구성 논리를 사회로 확대할 때 진정한 공존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한다. 중세의 도제제도가 그랬듯이 젊은이들이 사회의, 직업의 부모를 갖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일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아름답지 아니한가? 가족에 소홀하면서까지 성장시대를 열심히 살며 습득한 부모세대의 지식과 경험에 별 어려움 없이 자라면서 키워 온 자녀세대의 꿈과 열정을 버무려낸다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사이 갈등도 줄이고 어려운 경제를 헤쳐 나가는 훌륭한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구본영 칼럼] 북한이 ‘핵 인질극’을 멈추게 하려면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예전엔 대도시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판이었지만, 현대에는 공중전과 핵무기로 인해 시민이 인질이 됐다”고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보고 그의 혜안에 새삼 경탄했다. 수소폭탄 실전 배치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 목표라면 이 좁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모두 그의 인질이니…. 김정은은 “수소탄 실험은 자위적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해 남북한 구성원 전체를 인질로 삼겠다는 얘기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이를 막기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여하한 시도도 무위에 그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 지원을 쏟아부었지만, 북한이 몰래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면 그 종잣돈을 대준 형국이 아닌가.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5차례 유엔 결의안으로 압박했지만 역시 별무소용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의 핵무장을 막는 데 햇볕도, 채찍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일부 햇볕론자들은 우리가 지원만 하면 북이 핵을 포기하고 주민들을 살리는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오지 않을 고도(Godot)를 기다리는 것처럼 무망한 일이다. 김정은이 개혁·개방으로 유일 체제의 허구성이 주민들에게 알려질 걸 두려워하는 딜레마에서 헤어났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남북 간 국력 차와 재래식 무기의 열세를 뒤집기 위해 핵무장에 집착하고 있는 그다. 국제 제재도 안 먹힐 조짐이 벌써 나타났다.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은 “‘조선’이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강경한 자세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공들인 ‘톈안먼 성루 외교’의 효과도 거기까지인가. 윤병세 외교장관이 대북 제재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하자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며 발을 뺐다. 결정적 국면에서 북에 뒷문을 열어 주던 관성을 못 버리는 꼴이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동북 3성을 넘어 ‘도미노 불안정’으로 번지는 걸 저어하는 중국도 반쯤 북핵의 인질이 됐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 낼 방책은 대체 뭘까. 김정은이 더 유연한 지도자로 탈바꿈하리란 희망은 거의 접어야 할 것 같다. 2인자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무릎걸음으로 설설 기는 사진을 보라. 북한 내 누가 그의 면전에서 핵 포기를 진언하겠나. 그는 이번 ‘수소탄 실험’을 회심의 ‘게임 체인저’로 볼 게다. 단숨에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착각이다. 무릇 인질극을 수습하는 데는 대화가 기본이다. 필요하면 식음료를 반입하면서 달래야 한다는 말이다. 전기와 수도를 끊어 인질범을 압박해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도 필수다. 그래도 안 통할 때 최후 수단이 뭐겠나. 인질들의 안위를 살피면서 인질범을 조용히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 인질극’을 한 방에 끝낼 묘책이 있을 리는 없다. 세습 정권이 바뀌기 전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새해 벽두다. 압박과 대화를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 한민족의 공멸을 부를 북의 핵무장을 입체적으로 저지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을 보다 합리적 지도부로 교체하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도 국제사회가 배제할 수 없는 옵션이다. 물론 이 카드가 주효하려면 전제가 있다. 첫째, 중국의 태도 변화다. 이를 위해 ‘김정은 이후’에도 친중 정권이 상당 기간 존속할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둘째, 어디까지나 테이블 밑 ‘히든카드’라야 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그랬다. “무슨 일이든 상대를 절망에 몰아넣는 일은 사려 깊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미리 패를 보여 주지 않아야 북핵 인질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레짐 체인지 드라마의 궁극적 주역은 북한 주민들임을 유념할 필요도 있다. 통독의 실제 주역도 동독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서독으로의 편입안에 투표한 동독 주민들이었다. 북 주민들이 북핵의 진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대화와 협력을 마지막까지 중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인질범에게 흉기를 쥐여 줄 ‘벌크 캐시’, 즉 대규모 현금 지원은 극히 조심해야만 할 것이다. 논설고문
  • [세종로의 아침] 장징궈를 떠올린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장징궈를 떠올린다/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장징궈(蔣經國·1910~1988) 대만 총통은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의 맏아들이다. 장징궈는 그러나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다. 반제국주의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상하이 푸둥(浦東)중학에서 퇴학당해 1925년 소련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다. 이곳 중산(中山)대에서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그의 나이 열여섯, 덩샤오핑은 스물두 살 때였다. 장징궈는 프랑스에서 중국 공산주의 청년동맹 유럽지부에서 활동하다 온 그를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덩샤오핑도 그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중국 공산당을 뿌리째 뽑아 버리려는 아버지와의 결별을 택한 그는 소련 홍군에 자원 입대하는 등 온 몸에 붉은 물을 들였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잔뜩 화가 난 장제스는 아들과 코민테른 극동지역 책임자를 교환하자는 소련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 버렸다. 이 때문에 장징궈는 농촌으로 쫓겨나 온갖 간난신고를 겪어야 했다. 1937년 2차 국공합작이 성사돼 소련에서 귀국했다. 천륜(天倫)을 저버릴 수 없던 그는 아버지와 화해하면서 국민당 정권에서 중책을 맡았다. 1949년 공산당에 대만으로 쫓겨난 뒤 대만 정부의 군과 정보기관의 책임자로 국민당을 지휘했다. 국방부장·행정원장(총리) 등 요직을 거친 뒤 6~7대(1978~1988) 총통을 지냈다. 장제스 사후 총통직을 세습한 탓에 국내외의 따가운 시선이 쏠렸지만 장징궈는 고도 성장을 이끌어 대만을 ‘아시아의 4룡’의 선두주자 올려놓았다. 대만의 동서를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닦아 관광산업을 일으키고 낙후 지역 개발, 서민생활 수준 향상, 기업입국 토대를 구축하는 등 대만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 정부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정실(情實)인사도 배격했다. 1987년 장제스를 따라 대만으로 이주한 노병(兵)들의 소원인 고향 방문의 길을 터 주는 탐친법(探親法)을 제정했고, 38년간 선포됐던 계엄령도 해제해 민주화의 기틀도 마련했다. 그가 죽기 전에 “장씨 가문의 정치는 나로서 끝낸다”며 세습 정치도 포기했다. 그의 자리는 리덩후이(李登輝) 국민당 주석이 물려받았다. 대만 출신인 그는 총통제를 직선제로 바꾸고 1996년 사상 처음 실시된 총통선거에서 중국의 거센 미사일 바람을 뚫고 민선 총통에 당선됐다. 덕분에 장징궈는 세상을 떠났으나 ‘양안삼지’(兩岸三地·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만 총통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통 후보 세 사람은 장징궈와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멀찍이 앞서 달리는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후보는 그로부터 총통직을 물려받은 리덩후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차이 후보를 뒤쫓는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는 국민당 직계 후보이고, 제3당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그의 총통 재직 시절 비서관으로 재직했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여야 세 후보 모두가 그의 후광을 더 얻고 싶어 하지, 꺼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처럼 진영 논리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존경받는 전직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khkim@seoul.co.kr
  • [씨줄날줄] 피로사회와 박카스/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피로사회와 박카스/박홍기 논설위원

    한국 사회는 얽히고설킨 탓에 콕 집어 정의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을 던졌다. 이 때문에 위험사회, 분노사회, 닫힌 사회, 권위사회, 절벽사회, 탐욕사회, 절망사회라는 등의 표현이 자주 입길에 오르내렸다. 피로사회는 무한경쟁과 성과경쟁 속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다. ‘존재하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사는 사회를 일컫는다. 그렇기에 시대와 상황에 맞춰 해석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밑바닥에 ‘최고, 1등’을 좇는 의식이 짙게 깔려 있는 까닭에서다. 한마디로 지친 사회다.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한병철 교수는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성을 근간으로 삼던 규율사회가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지배하는 성과사회로 바뀌었다고 갈파했다. 능력과 성과를 통해 주체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 사회라는 게 한 교수의 논리다. 자신이 자발적으로 착취하는 까닭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성과사회는 능력주의와 맞닿아 있다. ‘능력=성과·성공’이라는 등식이 통용되는 이유다. 보편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보듯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은 그리 흔치 않다. 용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사회학 교수 스티븐 J 맥나미는 책 ‘능력주의는 허구다’에서 “능력주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역설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배경, 부의 상습, 특권의 세습, 교육 시스템, 사회적 구조의 변화 등 비능력적인 요인이 이겨 버리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오늘보다 소중한 내일이 있기에’, ‘투명 아빠들, 피곤하시죠. 대화회복은 피로회복부터’라는 광고가 있다. 약 같기도 하고 음료수 같기도 한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 문구다. 시대와 현실을 버무린 전략 광고다. 피로를 마케팅에 이용한 셈이다. 감정회복, 공감회복, 관계회복 등 평범하되 느낌이 있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 박카스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술과 추수의 신 바쿠스를 우리 어감에 맞게 지은 상표다. 지난 1961년 정제 형태로 처음 출시된 이래 앰풀형을 거쳐 1963년 8월 현재와 같은 드링크 타입으로 진화했다.박카스가 지난해 국내 매출 20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 단일 제품으로 2000억원 돌파는 처음이다. 피로사회의 덕을 본 까닭일까. 약이 많이 팔리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약이 덜 팔리더라도 활력을 찾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트럼프의 김정은 칭찬? “젊은 나이에 군부 숙청해 권력 장악 놀라워”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4차 핵실험을 단행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그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트럼프는 9일 오후(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오텀와에서 열린 유세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의식한 듯 북한과 이란 핵을 언급하다가 “북한을 보면 이 친구(김정은), 그는 미치광이와 같다”면서도 “그러나 그(김정은)를 칭찬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그(김정은)는 아버지(김정일)가 죽었을 때 26세나 25세였다-그런 다루기 힘든 장군들을 갑자기 장악하겠나. 그것을 생각하면 대단히 놀랍다. 그는 어떻게 그것을 하나”며 감탄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것(세습)이 (북한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그는 (권력 내부로) 들어가서 권력을 장악하고 보스가 됐다. 그것은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는 삼촌(장성택)을 숙청하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숙청했다. 이 친구는 장난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장성택과 군 고위층을 숙청하고 권력을 공고화한 것을 칭찬해야 한다는 논리로, 전 세계가 비난하는 3대 세습과 숙청을 통한 권력 다지기를 높게 평가함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그와 장난할 수가 없다. 그가 진짜 미사일과 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언제나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것으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중국에게 말할 것이다”며 중국이 북한을 다뤄야 한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미 언론은 “트럼프는 김정은도,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 대통령)도 칭찬하는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루비콘 앞에 선 김정은 비서에게/박홍환 논설위원

    김정은 제1비서, 이 공개 편지가 제대로 전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입길로라도 김 비서의 귓가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노트북PC를 켰습니다. 모쪼록 거슬리는 표현이나 듣고 싶지 않은 충고가 있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루비콘강 앞에 서 있는 위태로운 모습이 안타까워 몇 글자 두서없이 적어 봅니다. 이번 4차 핵실험, 그쪽 주장으로 수소탄 시험을 승인하는 최종 명령서의 오른쪽으로 45도 정도 기운 글씨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서체를 쏙 빼닮았더군요. 이쪽의 한 필적 전문가는 도전적 성향이 강해 보인다고도 분석했습니다. 김 주석의 모든 것을 닮고 싶어 하는 김 비서의 무한 욕망이 느껴졌습니다. 하긴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이 김 주석의 영웅적 무용담을 듣고 무소불위의 통치 기록을 봐 왔겠습니까. 외모조차 흡사하니 스스로 김 주석의 최고 권위가 자신에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합니다. 그럼으로써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은 3대 세습의 당위성도 부여하겠지요. 그러고 보니 베이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인 2010년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해 8월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김 비서의 방중은 없었던 것으로 돼 있지만 당시 김 위원장이 후계 수업을 받던 김 비서를 대동했을 것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천안함 폭침이 있었던 그해 김 위원장은 두 차례 방중했는데 베이징이 아닌 동북 지방에서만 맴돈 8월의 두 번째 방중이 특이했지요. 특별열차의 첫 기착지인 지린(吉林)성 지린에서는 위원(毓文)중학과 베이산(北山)공원의 약왕(藥王)묘를 찾았습니다. 김 주석은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위원중학 재학 당시인 10대 청소년기에 약왕묘에서 비밀리에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 결성을 주도했다고 적었지요. 김 위원장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린성 창춘(長春)에는 20대 청년 김 주석이 주체사상을 처음으로 설파했다는 카룬마을이 있는데 지린에서 창춘으로 이동하면서 할아버지가 주재했던 ‘카룬회의’ 현장을 차창 너머로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는지요.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하얼빈(哈爾濱)이나 무단장(牡丹江)에서도 동북항일연군 관련 시설물을 참배하는 등 김 주석 흔적 찾기에 여념이 없지 않았습니까. 그때 방중을 통해 후계체제를 인정받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혁명혈통 계승의 정당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핵 도발로 국제사회는 더욱 견고하고도 엄혹한 제재에 나설 것입니다. 초등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등의 직접적 피해에 화들짝 놀란 중국도 격앙하고 있어 속도를 내던 양국 경협이 중단될 가능성도 크다고 합니다. 제7차 당대회를 앞둔 수소폭탄 실적 과시, 미국을 상대로 한 대화압박 등 대내외 ‘노림수’의 대가는 상상 이상으로 혹독할 것입니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루비콘강 앞에 서 있는지 김 비서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린과 창춘, 하얼빈 등의 할아버지 유적을 순례하며 배운 게 고작 장난처럼 핵실험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습니까. 그토록 사랑한다는 북한 인민의 운명을 이렇게 한순간 내동댕이칠 수 있는 것인가요. 진실 여부를 떠나 김 주석은 그래도 혁명과 항일에 대한 열의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좌충우돌하는 김 비서에게서는 한 조각 진지함조차 엿보이지 않는군요.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요? 그만 혹세무민하기 바랍니다. 그동안 핵과 미사일 개발에 쏟아부은 30억 달러 넘는 돈을 식량 구입에 사용했다면 적어도 북한 인민들이 3년 동안은 굶주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 비서의 잘못된 주사위 선택은 곧 북한 인민들에게 쓰나미 같은 재앙으로 닥칠 것입니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인민들을 속여 가며 ‘고난의 행군’을 독려할 생각인가요. 하지만 인간의 인내심은 화수분 같은 게 아닙니다. 언젠가는 인내심이 바닥을 칠 수밖에 없고, 분노는 끓어오르게 마련입니다. 경제봉쇄로 또다시 수백만명의 아사자, 수만명의 탈북자가 속출한다면 안팎으로 레짐체인지의 욕구가 임계점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도발로 루비콘강을 건널 생각은 이쯤에서 접기 바랍니다. stinger@seoul.co.kr
  • [사설] 4차 핵실험으로 살길 찾겠다는 북한의 미망

    북한이 사상 초유의 ‘수소폭탄 실험’이라면서 어제 오전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4.8의 인공 지진이 관측될 때까지 우리도, 국제사회도 낌새를 파악하지 못한 기습 도발이었다. 오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어차피 우리의 독자적 대응 여지는 넓지 않다. 북한이 핵클럽 가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사태가 국제적 안보 이슈로 번지면서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동참과 남북 대화 단절을 막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목표 사이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 대북 정책을 재점검할 때다. 북측은 “반만년 민족사의 대사변”이라며 이날 오전 10시 수소폭탄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추가적 분석을 해봐야겠다”며 신중한 반응이었다. 지난달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의 성공 여부에 대해 북한의 기술 수준을 고려해 유보적 평가를 내린 연장선상이었다. 그러나 플루토늄으로 1·2차, 고농축우라늄으로 3차 핵실험을 마친 북측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의 입으로 수폭 실험을 예고한 바 있다. 분명한 건 성공 여부를 떠나 수폭 실험을 할 만큼 북한이 핵기술을 고도화했고, 특히 탄도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화·경량화 기술 확보를 기도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북이 외부 지원을 얻기 위한 ‘바게인 칩’으로 핵카드를 구사한다는 관측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바깥세상에서 보면 자멸의 길인데도, 핵 보유를 통한 세습체제 유지가 그들의 지상 목표임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나 국제사회가 지원하든, 제재하든 무관하게 이번 사태는 예정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거론하지 않자 얼치기 전문가들은 올해는 핵 모험 대신에 대중·대남 관계 개선을 택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외려 남중국해 사태로 미·중, 중·일 관계가 악화된 시점이라 일사불란한 제재가 어렵다고 보고 허를 찔렀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당분간 ‘8·25 합의’에 따른 남북 대화 모멘텀 유지에 연연하기보다는 국제 공조에 주력해야 한다.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을 달랠 카드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3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094호는 북의 추가 도발 때 곧바로 중대 조치를 취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안보리의 제재 조치가 실효를 거두려면 우리의 입체적 외교 노력이 긴요하다. 늘 그랬듯이 중국이 북핵을 반대하면서도 고강도 제재를 거부할 때 우리의 선택도 중요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가 우리의 최종 선택이 되기 전에 중국이 북핵 억지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설득하는 대안도 검토할 만하다. 북측이 제재를 각오하고 레드라인을 넘어선 만큼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소지도 적잖다. 우리는 정부가 북 추가 도발-국제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북한 체제의 예기치 않은 불안정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물밑 남북 대화 채널은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본다.
  • 전지명 새누리당 광진갑 당협위원장 7일 출간기자간담회

    전지명 새누리당 광진갑 당협위원장 7일 출간기자간담회

    전지명 새누리당 서울시 광진갑 당협위원장이 7일 오후 3시 서울시 광진구 중곡2동 사무실에서 출간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전 위원장은 최근 ‘세습3대 김정은시대 북한의 미래’ ‘전지명의 세상보기’ 등 2권의 책을 출간했다. ‘세습3대 김정은시대 북한의 미래’는 70여년 전 김일성의 등장에서부터 현재 김정은의 세습체제까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어 우리나라가 대북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본정보와 향후 통일한반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초자료를 담았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사설] 자수성가 토양 만들어야 청년들 희망 품는다

    세계적인 경제지 블룸버그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부호 400명에 우리나라 부호는 5명이 들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다. 모두 재벌 2~3세, 그러니까 세습 부자들이다. 미국은 사정이 크게 달랐다. 400대 부호 명단에 든 부자 가운데 스스로 창업해 부(富)를 일군 ‘자수성가형’이 71%나 됐다. 가까이 중국만 해도 명단에 오른 97%가 자수성가 부자였다. 우리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다. 블룸버그의 통계에 우리가 민감해지는 까닭은 분명하다. 부모 재산에 자녀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좌우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빈말이 아닌 꼴이기 때문이다. 생계를 해결할 기본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차라리 숨기고 싶은 통계다. 부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돼 수저계급론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10년, 20년 뒤라고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중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공무원, 교사 등 안정 지향적인 직업 일색이다. 물려받은 기반 없이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듣고 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패기로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모험을 하기에는 사회적 토양이 척박해도 너무 척박해졌다.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창조경제센터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파악했더니 전국 17개 센터의 창업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1건도 되지 않았다.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은 결과로는 초라하다. 창업 희망자와 중소기업이 왜 호응하지 않는지, 창업제도 전반의 불신 탓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창의력과 의지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청년들을 꿈꾸게 할 수 있다. 그런 성공 사례가 자주 터져 나오게 해야 주눅이 든 젊은이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희망 없이 살아가느니 차라리 금수저 물고 환생하는 편이 낫다”는 기가 막힌 자조가 더 깊어져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창업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장애물을 찾아 없애 나가야 한다. 재벌과 대기업에 가로막혀 선순환하지 못하는 기업 생태계부터 찬찬히 뜯어 봐야 할 것이다.
  • [사설] 北, 새해에는 주먹 펴고 대화의 손 맞잡길

    새해에는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것인가. 신년 벽두 남북이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신호를 발신했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김정은이 인민생활 개선을 거론한 대목을 주목했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당면한 경제난과 주민들의 생활고를 덜려면 남북 협력 이외에 왕도(王道)가 없음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권력 승계 5년차인 김정은은 올해 노동당 대회를 열어 3대 세습체제를 굳힐 참이다. 그간 그는 김정일 시대의 실세들을 처형하거나 직위를 박탈하는 공포정치로 집권 기반을 다져 왔다. 이로 인해 직언할 만한 측근도 없는 터라 ‘유일 조타수’인 그가 방향을 잘못 잡으면 북한 주민들의 질곡은 깊어지고 남북 관계도 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신년사에서 그가 핵·경제 병진노선을 입에 올리지 않고 경제강국 건설을 다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가 당장 핵을 포기하리라고 보긴 어렵다. 북한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 새로 갱도를 건설 중이라고 한다. 우리 군 당국은 이를 핵융합 무기 실험을 위한 포석이라고 관측한다. 지난해 김정은은 수소폭탄 보유 발언으로 중국 지도부를 자극하면서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철수 사태를 빚지 않았나. 결국 그가 핵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대중 관계를 겨냥한 전술적 후퇴일 뿐 핵에 의존해 체제를 지키려는 전략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북이 새로 내건 경제강국 슬로건도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인민생활 개선이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 제1국사”라며 오는 5월로 예정된 7차 당대회에서 “이를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북 스스로의 개방 결단과 우리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이루기 힘든 꿈임을 알아야 한다. 다만 북한도 이 시점에서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을 극구 강조한 데서도 그러지 않고는 세습체제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그렇다면 차제에 김정은 정권을 대화의 장으로 확실하게 견인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를 위한 지렛대로 더 창조적인 남북 경협 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신년 특별좌담] 김형오 前국회의장·한덕수 前총리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길’을 말하다 - 본사 이경형 주필 사회

    2016년 새해를 맞아 서울신문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한덕수 전 총리를 초청해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나- 성찰과 비전 그리고 제언’을 주제로 31일 특별좌담을 가졌다. 김 전 의장은 현재 부산대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 전 총리는 주미대사와 한국무역협회장을 거쳐 (재)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작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 ‘한국 정치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다녀왔고 한 전 총리는 파리기후협약 체결 현장에 민간 대표로 다녀왔다. 두 사람은 과거의 경력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조언을 하는 국내 최고의 멘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좌담은 본사 이경형 주필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경형 주필: 2016년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주제로 두 분이 제언을 하면 좋겠습니다. 먼저 대내외 상황에 대해 전망해 주십시오. -김형오 전 의장: 대내적으로 우선 총선이 있습니다. 미국엔 대선이 있고요. 국내외 환경이 그야말로 녹록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에 대한 잠재적 기대치가 굉장히 떨어져 있습니다. 거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먹구름이 쉽게 걷힐 것 같지 않습니다. 정치 분야를 필두로 모든 분야에서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는 게 우리를 답답하게 합니다. -한덕수 전 총리: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제로금리를 유지하던 미국이 지난해 말에 금리를 올렸고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기축통화의 하나가 됐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창출하는 은행이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이 모든 세계 경제의 중요한 섹터가 됐으나 정책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슬람국가(IS) 문제, 테러 문제, 미·중에서 지지받는 극단주의 포퓰리즘 등이 다 겹쳐서 올해는 국제정치적, 경제적으로 굉장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이 주필: 지난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타계하며 남긴 유지가 통합과 화해였습니다. 새해 우리 국민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 화두로 던질 만한 핵심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김 전 의장: 좋은 말들이 깊은 자기 성찰과 실천을 담보하지 않고 입으로만 뱉다 보니 식상해 버린 느낌입니다. 통합, 얼마나 좋습니까. 하지만 하도 많이 하니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관철하는 수단적 용어로 전락해 버린 측면이 있어서 이 말을 쓰기에 주저할 때가 많습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편협함을 초월하고 아우르는 포용입니다. 올해는 정치권을 필두로 사회 각 분야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전 총리: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소통 잘하고 중도적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그러려면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돼야 합니다. 세계화 추세에 뒤떨어진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또 능력 없고 아픈 사람들을 전체 사회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 결국 극단이 아닌 중도로 가야 합니다. →이 주필: 19대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여의도 정치를 성찰하고 어떻게 하면 진정한 대의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또 국회, 정부, 청와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디지털시대에 사회는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국회는 말 그대로 회의체 기관이라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체제가 아닌 것입니다. 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이라 하면 우리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를 말하는데 그건 그 시대에 필요했던 리더십이었습니다. 민주화 시기에는 그런 영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국회 구성 요소들의 리더십이 총체적으로 발휘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못하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발현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당에서 국회가 하는 모든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노동개혁 입법도 헌법기관인 의원 한 명 한 명의 타협이 아니라 정당 대 정당으로 붙어서 소수 지도자 간 싸움을 하니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은 겁니다. 정당이 국회를 이끌고 가는 비정상적 구조 탓에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판 국회가 된 겁니다. 여당과 청와대 관계를 보면 일종의 상하관계가 됐습니다. 여당이 맥이 없고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처럼 보이고, 청와대가 너무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여당 내에도 정책 조율 과정에서 다원화, 다양화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처럼 된 겁니다. 국회와 청와대 관계는 헌법상 3권 분립이 보장된 관계인데 국회가 권한과 책임을 다했느냐는 반성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 전 총리: 좀더 창의적, 혁신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훨씬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개혁 과제는 쉬운 건 대충 끝났다고 봅니다. 어려운 것만 남았습니다. 이걸 행정부 혼자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정부와 입법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시민사회, 학계, 언론 등이 방향을 잡아 줘야 합니다. 최종 입법을 하는 국회에서 국민 전체 이해집단의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중간점에서 타협해야지 극단으로 가는 건 적절치 않고 열등한 정책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중도적 입장에서 협력하려면 소통을 잘해야 합니다. 지금 국회선진화법 같은 조항이 미국은 상원에만 있지 하원에는 없습니다. 미 상원은 전국적 규모를 가진 데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돼 특정한 영향력에서 탈피해 투표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단원제인데 60% 규칙을 적용하니 중요한 결정을 못 할 수 있습니다. -김 전 의장: 제가 선진화법 주장을 가장 오랫동안 했습니다. 전에는 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덮어놓고 반대를 했습니다. 여당은 직권상정을 하지 왜 국회의장이 우물쭈물하냐고 하고 야당은 직권상정만은 막아 달라 해서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미국처럼 하자고 해서 가져온 겁니다. 그러고는 제 임기 이후 논의가 됐는데, 미국은 예외적인 것에 주로 적용하는 반면 우리는 선진화법에 일반적인 사항은 다 들어가고 예산안 등만 예외로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필: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5년 단임제입니다. 4년 중임제 등 새 정치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개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전 의장: 현재는 선거 주기 불일치로 매년 선거를 하다시피 하고 그러면서 공약이 남발돼 ‘정치 인플레이션’이 심해집니다. 한 명만 뽑기 때문에 불만 계층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20년에 한 번 같은 해에 총선, 대선을 치르게 되는데 국가적 낭비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전을 잃었다는 겁니다. 중장기 전망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겁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비전을 제시하지만 바뀌면 그만이니 국민이 받아들이질 않고 또 관성의 법칙에 따라 레임덕이 빨리 오게 됩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5년 단임제의 한계입니다. 개헌은 우선 빨리 하고 적용하는 시기는 합의하에 정하면 됩니다. 그러면 새로운 헌법 체제하에서 중장기 비전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 전 총리: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제도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잘하면 8년, 10년쯤은 갈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수가 지지하는 모든 정책이 성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을 입안하고 준비하는 과정, 이후 진행하는 과정 등을 생각하면 현행 단임제로는 불가능합니다.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반드시 10년 정도 톱 리더의 권위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에 총선이, 내년에는 대선, 그다음 해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올 4월 총선에서 다당제 정치의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또 대선과 관련해 바람직한 지도자의 덕목이나 리더십의 방향은 어떻게 돼야 합니까. -김 전 의장: 사회는 다양화, 다원화되는데 정치 인식은 오랜 관습인 양당제에 고정돼 있습니다. 다당제로 가야 한다는 게 시대적 추세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국회가 중앙집권적 명령 중심의 정당정치를 고치지 않으면 다당제가 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지금 모든 사회가 가진 핵심 문제는 한마디로 독선과 기득권입니다. 스스로 완벽하다는 착각에 기득권은 내놓지 않고, 자기를 따르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라 합니다. 20대 총선에서는 그런 분열상이 더 노정될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리더십은 2가지, 자기 희생과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먼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 같은 헌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자기는 소통하지 않으면서 자꾸 뭐라 하면 반발이 세집니다. 청와대로 오라고 해야 합니다. 야당도 독선에서 빠져 나오는 총선이 되길 바랍니다. -한 전 총리: 협력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중도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유권자들은 현명합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성장·번영하기 위해 리더들이 협력·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해당사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주필: 올해 우리 외교의 역점을 어디에 두면 좋겠습니까. -한 전 총리: 세계화시대의 외교는 전방위 외교입니다. 모든 나라와 잘 지내야 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주요 2개국(G2)인 미·중 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두 나라의 요구와 관련 있는 정책을 추진할 때 서로 충돌하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나라에 항상 우리나라 지지 세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겁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과거 같은 최빈국이 아니라 세계 15위 경제대국이고 세계가 필요로 하는 행동에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파트너가 될 여지가 있으므로 아시아 내 대국과의 경쟁 관계에 잘 대응하고 우리의 진의가 의심받지 않도록 지지 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우리가 지금 시점에 통일된다고 하면 중국이 원하겠습니까. 저는 원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한반도가 흡수통일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통일이 되더라도 중국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대(對)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오랜 한·미 동맹의 축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와 중국이 윈윈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확신이 있지 않는 한 중국은 대한민국 중심의 통일을 원치 않을 겁니다. →이 주필: 북핵 문제는 남북 문제로만 풀 수는 없고 국제 공조로 가야 합니다. 또 대북 정책은 어느 시점에서 통일 정책과 맞닿게 됩니다. 그럼 대북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또 그 연장선에서 ‘통일 대박’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같은 구상들은 어떻게 연결되겠습니까. -김 전 의장: 저는 북한의 현실을 좀 인정했으면 합니다. 3대째 세습으로 내려오는 게 도덕·인권의 문제가 아니고 현실의 정치 체제라는 얘깁니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이 말한 ‘1국 양제’처럼 한반도 내에 2개 체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 체제를 인정하니 북한도 우리를 자극하지 말라는 겁니다. 나아가서 북 체제가 당장 무너지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 차원에서 낮고 높은 차원의 교류를 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습니다. 북한의 인적 자원에 대한 분석도 안 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어찌 활용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일 비용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한 전 총리: 국제적 위치와 경제 차원에서 보면 통일 한국은 국제적 지위가 엄청 달라질 겁니다. 우선 통일이 되면 인구가 1억명이 됩니다. 현재의 산업 발전 및 기술 수준으로 봤을 때 특히 우리 대기업군이 북한에 들어가면 북한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통일 비용을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속의 우리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화, 협력하면서 신뢰를 높여야 하는데 북핵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핵은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단계 같습니다. 우선 북한 지역 나무 심기, 주민 보건 및 건강 지원, 농업 지원 등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신뢰를 회복하면서 핵 문제는 국제적으로 6자회담 같은 다자적 체제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 주필: 올해 경제 상황에 어려움이 예견되는데 정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합니까. -한 전 총리: 기업들을 보면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그러나 기업 역시 정부의 규제와 인센티브 등 제도에 반응하며 활동합니다. 그래서 그런 걸 제대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대해 기업들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장기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 학계가 모여 분명하고도 투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 위기 관리 능력은 옛날보다는 엄청 향상됐습니다. 외환 보유고나 부채 비율 등을 모두 고려해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올린 것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게 정치권, 기업, 정부가 협력하고 특히 정부는 장기적 대안을 준비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경제의 축인 정부·가계·기업 중 가계는 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고 정부도 부채 비율이 40%로 여력이 없습니다. 여력이 있다면 사내 유보금이 800조~900조원에 달하는 기업뿐입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규제 완화를 말했지만 흐지부지됐습니다. 보통 임기 말이 되면 규제는 더 커집니다. 지난해 면세점 허가 취소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하루아침에 몇 천명의 실직자를 쏟아내고 누구도 눈 깜짝하지 않습니다. 이런 걸 뜯어고치는 한 해가 되면 그나마 한국 경제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정부는 기업이 스스로 중장기 전망을 세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합니다. 전처럼 끌어가려 하면 안 됩니다. →이 주필: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 등이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옵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 시장경제와 정부 규제를 어느 선에서 실시할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수준에서 그 눈금을 어디에 둬야 합니까. -한 전 총리: 성장과 분배는 배치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분배에 있어 성장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쪽에서는 성장의 파이가 커지는 작업이 진행돼야 하고, 다른 쪽에서는 거기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성장 쪽에서는 기업에 창의, 혁신이 일어나게 하고 분배는 정부가 주도해야만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는 분배를 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으면 소득을 이전해 줘야 합니다. 유류세나 전기세를 깎아 주는 방식은 문제가 생깁니다. 아울러 재정이 풍부하면 보편적 복지를 하겠지만 아니라면 타기팅을 잘해야 합니다. 복지는 진짜 힘든 사람에게 가도록 해야 합니다. -김 전 의장: 우리는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많으면서 노동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물론 일부겠지만 ‘귀족 노동자’라고도 하는데 임금 격차가 심해 갈등이 생깁니다. 청년 실업도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체감 실업률은 더 높습니다. 지금은 직장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도 산업시대 논리에 젖어 있습니다. 전에는 하루 8시간에 야근까지 12시간을 일해야 했지만 사실 앉아만 있지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직장 개념이 바뀌어 투잡, 스리잡 개념이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세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야 갈등 구조가 줄지 않겠습니까. →이 주필: 끝으로 박 대통령의 국가 경영에 대한 평가와 제언 그리고 2030년,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고언을 부탁드립니다. -김 전 의장: 박 대통령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왜 역대 대통령들이 밝은 얼굴로 청와대를 떠나지 못했는가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하길 바랍니다. 5년 내 이룰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선거 때 본인은 국가와 결혼했다고 했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것이었는데, 이후 국가적 어젠다가 너무 자주 바뀌었습니다. 경제민주화, 지금은 사라졌지 않습니까. 창조경제도 가시적 성과를 못 봤습니다. 이를 받쳐주는 각료나 사회적 시스템이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이 가진 장점이 많으니 하나만 남기겠다는 자세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중 하나를 권하자면 공권력이 바로 서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시위대에 얻어맞는 경찰이 더는 안 나오게 하는 것만이라도 해놓으면 평가받을 수 있을 겁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정치는 물과 같은 겁니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지만 싸우지 않고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더러운 곳에 머물기를 좋아합니다. 정치는 헌신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이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초연결 시대입니다. 몇 초면 대화할 수 있는데 국회라는 대의 정치의 꽃은 논의가 몇 달씩 걸립니다. 미래학자들이 없어질 직업을 말할 때 국회의원이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좀더 빨리 소통하는 일을 해 주길 바랍니다. →이 주필: 한 전 총리께는 국가 경영 제언과 함께 파리기후협약의 의미를 포함해 미래 준비에 관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한 전 총리: 박근혜 정부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규제 개혁입니다. 규제 개혁은 깨끗한 정부를 만드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국회에서의 개혁이 중요하지만 법률에 의거하지 않은 행정부 규제도 많습니다. 앞으로 행정부 규제 개혁에 꼭 성공해서 우리 경제가 제대로 갈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또 2030년, 2050년은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하나의 기점이 됩니다. 2050년이면 전 지구에 탄산가스 배출량과 나무 및 바다의 탄산가스 흡수량이 같아야 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의 협력 정신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기후변화를 우리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 미래 세대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지 못하면 국민 경제, 세계 경제도 없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국내 경쟁만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기업도, 공무원도, 노동조합도, 근로자들도 모두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젊은 세대들도 세계로 나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김형오 전 국회의장 ▲1947년 경남 고성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경남대 정치학 박사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5선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제18대 국회 전반기 의장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석좌교수 ■한덕수 전 국무총리 ▲1949년 전북 전주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美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행시8기 ▲특허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장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 ‘1등 홍보’ 빌의 외조 vs ‘1등 참모’ 제인의 내조

    ‘1등 홍보’ 빌의 외조 vs ‘1등 참모’ 제인의 내조

    “도와줘. 여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초반 경선인 아이오와주 전당대회(코커스·내년 2월 1일)와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2월 9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왼쪽 작은 사진)과 버니 샌더스(오른쪽 작은 사진)가 배우자를 ‘소환’했다. 힐러리를 ‘외조’할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다음달 4일부터 본격적인 지원 유세에 들어간다. 샌더스의 부인 제인 샌더스 역시 남편의 광고, 메시지 등에 적극 개입하며 ‘내조’에 힘쓰고 있다. 지난 19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실시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힐러리(59%)가 버니(28%)보다 곱절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초기 경선 지역에서의 지지율 격차는 한 자릿수로 양쪽 캠프 모두 일전을 벼르고 있다. ●빌 클린턴 ‘정책·인맥’ 부분서 기회 창출 1993~2001년 대통령이던 빌은 힐러리에게 ‘후광’을 더하는 존재다. 단순히 유명한 정도를 넘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정책과 인맥 측면에서 힐러리에게 수많은 기회를 창출해 주는 게 빌의 임무다. 본인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줬던 훈남형 외모와 연설 능력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급 선거운동원’이다. 반면 군중 속에 섞였을 때 전혀 도드라지지 않는 뚱뚱한 할머니의 외양을 지닌 제인은 ‘1등 참모’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다. 1988년 남편 샌더스와 재혼한 제인은 이후 샌더스가 하원·상원 의원을 맡는 동안 남편의 보좌관 겸 정책고문으로 시간을 보내 왔다. 후보 샌더스는 “클린턴이 출격한다면, 나는 그에게 절대 밀리지 않을 제인으로 맞서겠다”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빌의 인기와 유명세는 상대 후보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빌의 재임 중 ‘르윈스키 성 추문’ 사건이 힐러리에게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남편이 여성을 학대했는데 힐러리가 내게 ‘여성 차별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고 AFP가 28일 보도했다. 또 빌이 받는 천문학적인 강연료, 부부가 대통령에 도전하며 불거진 세습 논란 등도 약점이다. 빌이 지금까지 선거운동과 거리를 두어 온 이유다. ●제인 샌더스, 남편에게 ‘희망적 연설’ 조언 반면 제인은 버니와 24시간을 함께하며 일상마저 선거 캠페인의 일환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인은 정치를 알고, 남편의 강성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다”며 버니의 선거전략 전반에 제인의 손길이 미침을 지적했다. 최근 제인은 남편에게 “연설에서 제발 비관적이며 어두운 전망만 이야기하지 말고, 우리가 (양극화의) 터널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적인 방안을 섞어 달라”고 조언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빌과 제인이 배우자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었을 경우 이들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엇갈리고 있다. 힐러리의 독자 노선 확보를 위해 전임 대통령인 빌이 한 발짝 물러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제인은 역대 가장 정치적인 퍼스트레이디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NYT는 “샌더스 부부에겐 아이오와 코커스보다 식탁 코커스가 더 치열할 지경”이라면서 “소수자 인권, 중산층 복원 등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인 제인은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확대시킬 역량을 지녔다”고 총평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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