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세습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AP통신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국세청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일사천리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협력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30
  • 예장, 명성교회 부자세습 ‘제동’

    예장, 명성교회 부자세습 ‘제동’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는 11일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이날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린 예장 통합총회에서 총대들은 무기명 전자투표를 통해 은퇴한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은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에는 총대 1360명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 849표, 찬성 511표가 나왔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후에 아들 김하나 목사가 청빙돼 적법하다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로 논란을 부추겼다. 헌법위원회는 ‘은퇴한’, ‘은퇴하는’ 부분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나, 개정 전까지는 기존 판결이 유효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총회에서는 이러한 헌법위원회의 보고를 받아들일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과반이 넘는 투표로 은퇴한 담임목사의 세습을 인정한 헌법위의 해석을 받지 않기로 했다. 명성교회 세습 근거가 된 헌법 해석이 총회에서 거부되면 세습 관련 판결도 총회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시민들 ‘명성교회 부자세습’ 반대 촛불 켭니다

    명성교회 부자 세습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저지에 나서 주목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6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촛불문화제를 연다. 기독법률가회, 좋은교사운동, 청어람ARMC, 촛불교회가 함께 마련한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은 세습 철회를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그동안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교회와 교단 안에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실력행사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명성교회 설립자인 김삼환 원로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퇴임했고, 김하나 목사는 이에 앞서 2014년 경기 하남에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워 독립했다. ‘교회 세습은 없다’던 명성교회는 지난해 3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는 승계작업을 추진해 빈축을 샀다. 지난달 7일에는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 재판국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김하나 목사 청빙 유효판결을 내려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행동에 나서는 것은 오는 10∼13일 예장통합 총회에서 사실상 교회 세습을 매듭짓는 절차를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열리는 총회에서는 지역교회 모임인 노회에서 선출한 목사와 장로 대의원 1500명이 마지막 의제로 명성교회 세습 관련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통합 헌법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나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명성교회 목회자와 신도·장로들은 김삼환 목사가 이미 은퇴한 상태인 만큼 교단 헌법에 적시된 ‘은퇴하는’이란 구절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교회 측 입장을 놓고 갈린 채 맞서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이종수의 헌법 너머] 불거진 사법농단과 독일의 ‘법 왜곡죄’

    재판의 당사자가 돼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 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돼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 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됐던 일부 개혁 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가졌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 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됐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됐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 줄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했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했다. 현행 독일 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하는 데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 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있고 난 뒤 형법전에 삽입됐다. 우리도 모든 공직 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 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 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불거진 사법농단과 과거의 거울들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 법정에 서는 처지가 누구라도 결코 편치는 않다. 재판을 떠맡는 법관과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한다. 법원 스스로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재판기능을 담당할 뿐이라고 때로 항변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있고서 개인의 소중한 자유와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박탈될 수 있으니 실로 무서운 국가권력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사법권은 오늘날의 국민주권주의 하에서 입법권, 집행권과는 달리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그래서 더욱 자기절제와 공정성에 헌신하는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사법과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바로 여기서 비롯한다.지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사태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주저되는 재판거래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늘 그렇듯이 헌법은 사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지 않게끔 수동적인 권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래서 사법권은 재판 당사자의 적법한 소제기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작동된다.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현재의 사태는 법원이 자신에게 소명으로 주어진 재판과 사법권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 능동적인 권력이 되어서는 상고법원 설치 등 원하는 바를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일이다. 2008년에 있었던 사법 60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행한 법원의 숱한 ‘권력형 오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하는 도덕적 용기와 자기쇄신의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불과 10년 사이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고, 그저 피해자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에 성난 민중들의 원성은 부르봉 왕가만을 향하지 않았다. 이후 앙시앙레짐(구체제)으로 상징되던 부패사슬의 한쪽에 이른바 ‘법복귀족(noblesse de robe)’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세습직이고 심지어 매관매직의 대상이기도 했다. 혁명 이전에 그나마 시도되었던 일부 개혁법안들이 이들 법복귀족의 저지로 무산되기가 일쑤였다. 당시 황제의 칙령이라도 고등법원에서 이를 공포해야만 비로소 효력을 갖는데, 법복귀족들이 장악한 고등법원이 이 공포권한을 방패로 삼고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끝까지 고집한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 또한 법복귀족인 몽테스키외는 권력분립원리를 밝힌 저서 ‘법의 정신’에서 법관을 ‘법률의 단순한 입’으로 제한하고자 했다. 즉 법관은 법전에 적혀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할 뿐이지 해석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후 나폴레옹은 1804년에 근대 최초의 성문 민법전을 만들면서 해석금지령이라는 칙령을 덧붙였다. 법관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막으려는 시도였다. 또한 독일에서도 1779년에 있었던 ‘방앗간쟁이 아놀트 사건’이 유명하다. 아놀트라는 사람이 지역의 어느 귀족으로부터 방앗간을 빌려서 생계를 이어왔는데, 다른 귀족이 자신의 땅에다 큰 저수지를 만들고 나서는 시냇물이 말라서 더 이상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게 되었다. 수입이 없는 아놀트가 밀린 방앗간 임차료를 지급하지 못하자 그에게서 방앗간을 빼앗는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마침 공교롭게도 재판장이 아놀트에게 방앗간을 빌려준 바로 그 귀족이었다. 재판 결과는 짐작하듯이 뻔했다. 억울한 방앗간쟁이는 후대에 독일 최초의 계몽군주로 일컬어지는 당시 프리드리히 2세 황제에게 직접 탄원서를 올렸고, 이 딱한 사정을 접한 황제는 다시 재판해서 아놀트의 손해를 배상해줄 것을 명령했으나, 법원은 재판에서 같은 판결을 거듭 반복하였다. 화가 난 황제는 불의하게 재판하는 법관들이 도적떼와 결코 다르지 않다고 야단치면서 이들을 당장 체포하라고 명령했다. 체포된 법관들은 그저 법률에 충실했다고 강변할 따름이었다. 이 사건은 사법의 독립성과 관련해서 독일에서 지금도 여전히 논란되는데 당시 귀족들은 황제의 월권을 크게 우려했지만, 다수 민중은 황제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고 한다. 현행 독일형법 제339조는 우리에게는 없는 특별한 범죄로 ‘법 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즉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서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정한다. 이 법조항은 앞서 언급한 ‘방앗간쟁이 아놀트사건’이 있고서 형법전에 삽입되었다. 우리도 모든 공직범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직권남용죄’와는 별도로 이 ‘법 왜곡죄’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싶다.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최근 법원 내부에서 판사 비리 수사가 확대되면 법원이 회복 불능의 위기에 처한다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인 참으로 염치없는 주장이 제기된다. 썩어가는 환부가 있으면 과감하게 도려내어야 비로소 환자가 사는 법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오래전에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대했던 법관의 진정한 모습을 다시 되새겨 본다. “재판관은 살아있는 정의(正義)라고들 하니, (분쟁이 있어서) 재판관에게 간다는 것은 정의를 찾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글: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명성교회 세습’ 후폭풍...개신교법률가들 “재판 절차 하자” 반발

    ‘명성교회 세습’ 후폭풍...개신교법률가들 “재판 절차 하자” 반발

    개신교 법조인 500여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CLF)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명성교회 세습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13일 기독법률가회는 성명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이 내린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유효 판결에 대해 “사실상 파행된 노회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해 처리했으므로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같은 재판국이 이미 내린 (서울동남노회) 노회장 선거 무효 판결과 완전히 모순된다”면서 “변론 과정에서 세습금지 조항이 교인의 기본권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한 명성교회 견해는 법리를 떠나 건전한 상식인의 눈으로 봐도 기이하다”고 힐난했다. 기독법률가회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공의만을 따르라는 하나님 명령을 저버리고 한국교회의 치욕으로 남을 판결을 했다”며 “총회는 하루 속히 교단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참담하고 비상식적이며 황당한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지난 7일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명성교회를 세운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인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됐다.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헌법은 해당 교회에서 은퇴하는 담임 목사의 자녀와 배우자는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고 돼있다. 그러나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한 지 2년 뒤에 아들 김하나 목사가 취임했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씨줄날줄] “하나님도 예수에게 세습?”/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하나님도 예수에게 세습?”/이두걸 논설위원

    교회 목사 세습이 세간의 관심을 끈 건 1997년 충현교회 부자 세습이 첫 사례다. 이후 광림, 소망, 금란 등 대형 교회에서도 부자 세습이 이어졌다. 이에 개신교 교단들은 세습방지법을 ‘교단 헌법’에 명기했다. 하지만 부자 세습은 헌법을 회피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교회를 쪼개 주었다가 다시 합병하는 건 물론 2~3명의 목사가 서로 아들 목사를 청빙하는 ‘쌍방·삼각 교차’, 아버지에서 곧바로 손자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나타났다.등록교인 10만명, 한 해 재정 규모만 1000억원대인 세계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에서도 ‘부자 세습’ 논란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은 7일 열린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 재판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정년퇴임한 명성교회 창립자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이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 퇴임 이후에도 후임 담임 목사를 뽑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하고, 10월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가 이를 통과시키면서 김하나 목사는 11월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이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노회 결의가 무효라며 총회 재판국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7일 재판국은 명성교회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예장 통합 헌법 2편 28조 6항은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회 측은 “해당 조항이 ‘은퇴하는’이라고 돼 있어 김삼환 목사 은퇴 2년 뒤 김하나 목사가 부임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변칙 세습을 합리화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명성교회는 교회로 불릴 자격조차 없고, 양심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역겨움과 수치심을 안겨 주고 있다”는 이수영 전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의 비판은 전혀 과하지 않다. “왜 남의 교회 일에 왈가왈부하냐. 하나님도 예수에게 교회를 물려줬다”고 한 주장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를 ‘성도들의 공동체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명시한 성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反)그리스도교적 발언인 탓이다. 예장 통합 교단을 이끌었던 고 한경직(※사진※) 목사는 평생 청빈과 겸손의 자세를 지켜 존경을 받았다. 한국 장로교의 대표 교회인 영락교회를 세우고 평생 시무했지만, 후임은 부담임 목사에게 승계했다. 그의 외아들인 한혜원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했다. 평생 낮은 곳에만 임했던 예수의 ‘비움의 신학’의 재현이 없다면 누가 교회 안에서 안식과 희망을 찾을 것인가.
  • [TV 하이라이트]

    [TV 하이라이트]

    ■명견만리(KBS1 금요일 오후 10시) 지난 4월 시즌2를 마무리한 ‘명견만리’가 시즌3로 돌아온다. 주제는 ‘공존’. 함께, 보다 나은 미래로 나가기 위한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방송인 김제동이 첫 연사로 나선다. 그는 “우리 삶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그게 모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싶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시즌3 첫 방송은 ‘장벽’에 관해 얘기한다. 소득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김제동은 “지금 우리 사회는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다”며 “이런 것이 세습사회를 만들고 계층 간 장벽이 원인이 된다”고 꼬집는다. 이어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그의 생각을 제안한다. 김제동에 이어 다음주 방송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존의 적, 갑질’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는다.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5대 세습에도 존경받는 스웨덴 재벌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5대 세습에도 존경받는 스웨덴 재벌

    발렌베리 그룹 후계자 2명 선정…견제·균형 수익금 중 연 3000억원 기초학문 연구에 투자창업 이후 160여년간 5대째 경영권을 세습해 오면서도 전 국민의 지속적인 존경을 받아 온 그룹이 있다. 한국의 모든 재벌들이 꿈꾸는 기업의 위상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이다. 한국 기업들은 발렌베리 그룹을 연구하고 모델로 삼기도 한다. 일부 총수들은 직접 스웨덴을 찾아가 그룹 간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재벌들의 모습은 발렌베리 가문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먼저 그룹 후계자 선정 기준이 엄청나게 까다롭다. 그룹 소유 가전제품 회사인 일렉트로룩스에 따르면 발렌베리가에서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혼자 힘으로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고,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부모 도움 없이 세계적 금융 중심지에 진출,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룹은 이런 원칙을 지킨 후계자 2명을 선정한다.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다. 후계자들은 그룹의 금융, 산업 분야를 각각 맡아 운영한다. 후계자가 존재하고 가족경영을 추구하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기업들의 독립경영을 확실히 보장한다.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경영권을 일임하고 그들이 오랜 기간 일관성 있는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전문경영인 재임기간은 평균 12.9년이다. 특히 핵심 지주사인 아틀라스콥코의 경우 1873년 설립된 뒤 현재까지 회사를 이끈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는 11명에 불과하다. 총수가 하는 일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 지배권을 행사하는 수준이다. 창업주 일가지만 개인 지분은 없고 재단 소속 지분을 통해 그룹 총괄 자리를 이어받는 구조다. 일부 주식에 의결권을 가중해서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을 시행하고 있는데 총수일가가 상속하는 주식은 21.5%의 의결권을 가진 인베스터의 주식 5.3%뿐이라서 경영권 세습 과정에서 증여, 상속에 관해 법적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특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끼리 상호출자 관계로 묶여 있지 않아 내부 부당거래나 불법 행위가 불가능하다. 노조 대표를 이사회에 중용하는 등 노동자를 경영 파트너로 대한다. 한국 재벌기업들과 특히 다른 부분이다. 발렌베리 그룹 소속 회사들이 내는 수익금은 재단으로 들어가 사회에 재투자된다. 20%는 재단에 투자되고 80%는 과학, 기술, 인문학 등에 투자된다. 그 액수는 1년에 3억 달러(약 3000억원)에 달한다. 발렌베리 그룹은 이렇게 기초학문에 투자한 것이 결국 기업 성장으로 되돌아온다고 믿는다. 발렌베리 가문은 160여년 동안 5대에 걸쳐 번영을 누리고 있는 스웨덴의 재벌 가문이지만, 세계 1000대 부자 명단은 물론 스웨덴 100대 부자 명단에 단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발렌베리의 후계자들은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특권 대신 책임감을 선택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유시민 “대기업 2·3세 경영인 중 김정은만한 사람 있나”

    유시민 “대기업 2·3세 경영인 중 김정은만한 사람 있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국내 기업 2·3세 경영자들과 비교했다. 유 전 장관은 19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초대받아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기업인들이 남북교류에 앞장설 필요성을 강조하는 하면서 대기업 세습 경영자들의 혁신적 행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북한과의 교류는 산림녹화 사업과 산업 등 두 측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산림녹화는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지원해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기업인들의 적극적 참여를 주문했다. 이어 “북한이 개방하면 북측 경제개발구역에 우리 자본이 들어가야 한다. 그 좋은 것을 왜 다른 나라에 뺏기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기업인들이 당장 노동당 간부 등도 만나게 될 것이고, 산업 쪽에서 넓고 깊은 남북간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들 가운데 김정은 만한 사람이 있느냐”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권력을 다르게 써서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 그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이후에도 “할아버지, 아버지보다 더 혁신하려는 2·3세 경영자가 얼마나 되느냐”며, 거듭 국내 대기업 세습 경영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으로 어린 시절 유럽에서 교육받은 경험 등을 들었다. 또 “핵을 끌어안은 채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길과, 핵을 버리고 좀더 행복하게 사는 길 사이에서 고민해서 후자를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남북교류에 기업인들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유 전 장관은 “북한과의 교류는 산림녹화 사업과 산업 등 두 측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산림녹화는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원해도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금수저와 세습자본주의/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금수저와 세습자본주의/이두걸 논설위원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우리말로 ‘좋은 시대’로 번역된다. 1871년부터 1914년 사이 프랑스 제3공화국의 풍요롭던 파리의 황금기를 뜻한다. 혁명과 전쟁이 사라진 자리에 경제적 풍요와 문화 번성, 그리고 낙관적인 세계관이 자리잡았다. 모네와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화가가 남긴 유유자적하면서도 풍족한 부르주아 계급의 모습은 이때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분배 측면만 놓고 보면 인류 역사상 없는 이들에게 가장 가혹한 시기였다.‘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소득분배 측정 지수로 전체 부(자산)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베타(β)값’을 제시한다. β값이 클수록 부가 소수에게 쏠려 있다는 뜻이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β값은 사상 최고인 7.5 정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김낙년 동국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β값은 2000년 5.8에서 2016년 8.28로 뛰어올랐다. 미국(4.10)이나 영국(5.22), 일본(6.01) 등보다도 크게 높다. 우리나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부의 대물림’이 주범으로 손꼽힌다. 상속·증여가 우리나라 전체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은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 42.0%로 급증했다. 이 비중은 최근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세통계 자료를 보면 총상속증여재산가액은 2012년 약 21조원에서 2016년 32조원으로 폭등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는 지난해 우리나라 주식부자 중 상속형은 65% 정도로 일본(30%)이나 미국(25%)의 두 배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국세청이 19일 내놓은 국세 통계는 ‘세습자본주의’ 한국 경제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 준다. 지난해 상속세 신고 재산은 16조 7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평균 피상속 재산은 24억원에 달했다. 증여세 신고 재산도 23조 3444억원으로 같은 기간 28.2% 늘었다. 상속과 증여의 급증은 최근 부동산 가격 급증 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공시지가 현실화 등을 표방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더 낼 바에야 미리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심리가 강해진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8만 3000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자와 빈자 사이의 이동성이 둔화된 사회에서는 ‘창업’보다 ‘공무원시험’이 합리적 선택이다. 공동체 의식 대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 남는다. “장벽사회의 병리현상을 방치하고는 경제 활력을 되찾는 일은 요원하다”(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19세기 후반의 극심했던 빈부 격차는 1,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라는 ‘파국’을 거친 뒤에야 물리적으로 조정됐다. douzirl@seoul.co.kr
  • [나에게 통일이란] 20대 “통일 찬성” 35%P 껑충… “北, 한반도 평화 진심” 43%

    [나에게 통일이란] 20대 “통일 찬성” 35%P 껑충… “北, 한반도 평화 진심” 43%

    “통일 필요” 1년 만에 57.8→76.9% 상승 “20대, 남북관계 극적 개선 후 의식 변화”북한과 미국 중 한반도 평화 정착을 진심으로 원하는 쪽은 누구일까. 우리 국민은 미국보다는 북한에 좀더 진심이 담겼다고 판단했다. 또 10명 중 6명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17일 서울신문이 창간 114주년(7월 18일)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엔 최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국민 정서가 고스란히 투영됐다. 4명 중 3명이 통일에 찬성한다에 손을 들었다. 특히 그간 통일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했던 20대 역시 찬성으로 마음을 돌렸다. 하지만 응답 결과엔 부정적인 시각도 드러난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남아 있고, 보수와 진보 간 통일에 관한 견해차도 여전히 컸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신뢰 역시 모래성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통일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3.4%가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다’(23.8%)는 대답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70년간 동맹 관계인 미국(38.0%)보다 높은 게 눈에 띄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한반도 평화 연주’를 지휘하는 세 지도자에 대한 평가도 미묘하게 갈렸다. 문 대통령에 대해선 77.2%, 김 위원장에 대해선 62.9%가 한반도 평화 무드 조성에 높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43.1%)은 절반을 밑돌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변신이 본인은 물론 북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통일이 ‘다소’(44.9%) 또는 ‘매우’(32.0%) 필요하다는 응답은 76.9%에 이른다. 지난해 통일연구원 조사에선 찬성률이 57.8%(‘다소’ 44.0%, ‘매우’ 13.8%)에 그쳤는데, 1년여 만에 19.1% 포인트나 상승했다. 통일연구원이 이 조사를 시작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통일 찬성 여론은 2014년 69.3%→2015년 68.5%→2016년 62.1%로 해마다 떨어졌다가 올해 반전했다. 20대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통일 찬성이 고작 38.8%에 그쳤지만 올해는 73.3%로 무려 34.5% 포인트나 급등했다. 20대는 지난해 조사에서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유일한 연령대였다. 61.1%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0대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에 대해선 82.2%가 반대하기도 했다. 20대가 그간 통일에 부정적이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3대 세습이 자행된 북한 체제 거부감과 막대한 통일비용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 등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반대 여론을 전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군대 의무 복무 등이 젊은층의 북한에 대한 반감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하지만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이 20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새로운 현상을 잘 받아들이는 20대가 최근 극적으로 개선된 남북 관계를 보면서 의식에 변화가 왔다”면서 “다만 분위기에 휩쓸린 측면이 강한 만큼 남북 관계 악화 시 다시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 패러다임을 위기에서 평화로 바꿨다는 데는 75.8%가 동의했다. 중립(16.6%)을 제외한 부정적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특히 40대(80.9%)와 50대(79.7%)가 강한 지지를 보냈고, 30대(73.7%)와 20대(72.6%)도 뒤따랐다. 60대(65.8%)까지 전 연령층에서 긍정적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판문점 선언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자신을 보수라고 칭한 응답자 중 과반인 54.7%가 평화에 ‘다소’(41.1%) 또는 ‘매우’(13.5%) 기여했다고 답했다. 진보(89.0%)와 중도(74.3%)에 미치지는 못해도 상당한 호평이다. 북·미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 이행 시기와 검증 방법 등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73.0%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60대(62.7%)와 보수(52.8%) 역시 과반의 지지를 보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보인 솔직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판문점 선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최고 수위의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올 들어 180도 바뀐 건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51.3%)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에 대한 두려움’(3.8%)을 고른 이는 적었다. 북한이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같은 위협보다는 ‘돈줄’을 조이는 것에 더 압박을 받았다고 본 것이다. 통일 여론이 높아졌지만 북한에 대한 인식은 성향이나 연령대에 따라 크게 갈렸다. ‘김 위원장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인가’라는 질문에 보수는 26.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진보(71.3%)와 상당한 격차다. 20대(42.6%)와 60대(46.0%)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40대(58.8%) 및 50대(58.2%)에 비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보수는 61.9%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진보는 장기적으로 포기할 것이란 응답이 75.8%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도 60대(47.7%)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답변이 전체 평균(32.1%)보다 매우 높게 나왔다. 보수는 북한을 ‘경계 대상’(38.2%)으로 꼽은 답변(38.2%)이 가장 많지만, 진보는 ‘협력 대상’(74.3%)으로 바라봤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보통 사람에게 통일은 추상적, 감성적, 윤리적인 영역이라 찬반 여론이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통일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고, 북한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는 통일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달 28일~이달 3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김문수 “문 대통령, MB 감옥까지 보내놓고 성이 안 풀렸나”

    김문수 “문 대통령, MB 감옥까지 보내놓고 성이 안 풀렸나”

    감사원의 4대강 사업 네번째 감사에 대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전전 대통령을 감옥까지 보내놓고도 성이 안 풀렸는지 황당한 내용으로 전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적국의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을 끌어안고 희희낙락하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라 기분이 안 좋다. 아무리 정치라지만 너무하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재직 때 4대강 사업 중 하나인 한강 사업에 참여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여주와 이천 농지도 해마다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4대강 사업 후) 개선됐다”면서 “임진강 사업도 좀 해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거절됐다”고 전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녹조는 비료의 질소, 인 성분 때문에 가뭄과 더위, 유속 저하로 생긴다”면서 “일부 환경운동단체의 고속도로 건설 반대, 공업단지 건설 반대, 인천공항 건설 반대, 미군기지 건설 반대를 많이 겪어 본 우리 국민들이 이제는 환경과 치수와 경제를 함께 살필 수 있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토라인 패싱’ 조양호 한진 회장 구속 갈림길

    ‘포토라인 패싱’ 조양호 한진 회장 구속 갈림길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의혹을 받고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조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6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26분 머리가 헝클어진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했다. 조 회장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곧장 법원으로 향했다.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을 비싸게 팔도록 지시했나’, ‘구속 피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국민에게 한 말씀 해달라’라는 등 취재진 질문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법정 앞에는 ‘인하대학교총학생회 동문협의회’ 소속 2명이 ‘인하대에 대한 족벌세습경영을 그만둬라’,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에서 물러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전직 대한항공 직원 등 시민들도 조 회장이 도착하자 “조 회장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김병철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담당한다.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한진그룹 일가의 온갖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조 회장은 아내, 딸에 이어 구속 위기에 놓였다. 앞서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갑질 폭행’ 의혹과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고용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전 전무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설] 뒤늦은 조양호 탈세 수사, 다른 재벌은 해당 없나

    서울남부지검이 어제 500여억원의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4월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또 조 회장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가로채기’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회삿돈을 빼돌린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수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신 지불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 당국은 조 회장이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은 2002년 이후로 오랫동안 손놓고 있다가 조씨 일가의 ‘갑질’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자 비로소 움직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의 탈세 등 일탈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조 회장 일가의 탈법 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국토교통부나 관세청 등 관련 공무원들도 처벌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다른 재벌 그룹의 불법 행태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일부 재벌 그룹은 아직까지 편법 경영승계,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황제경영,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이 여전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재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 자금을 빼돌린 대기업ㆍ대재산가 50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재벌기업 오너 일가의 편법상속이나 증여 실태 등도 파헤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재벌 오너 일가의 지능적인 탈세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해 오너 일가를 상대로 1307건의 세무조사를 통해 모두 2조 8091억원을 추징했다. 이는 2016년 1187건에 2조 8026억원, 2015년 1146건 2조 6543억원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대기업의 지배 구조가 2세·3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편법·탈법을 통한 경영권 세습과 부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어 엄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검찰 등은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대기업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적으로 막을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납세야말로 부를 재분배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 [와우! 과학] 로마 독재자 카이사르의 진짜 얼굴 3D로 복원해보니…

    [와우! 과학] 로마 독재자 카이사르의 진짜 얼굴 3D로 복원해보니…

    “그는 절대 황제가 된 적이 없지만, 그의 이름은 영원히 황제를 뜻하게 됐다” 이는 우리에게 줄리어스 시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 정치인이자 장군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B.C.100-B.C.44)를 두고 하는 말이다. 로마제국 최고 지배자였던 아우구스투스부터 네로까지 카이사르의 성을 세습하면서 카이사르는 황제 중에서도 실권을 장악하고 마음껏 휘두르는 전제군주나 독재자에게 붙여졌다. 황제를 뜻하는 독일의 카이저와 러시아의 차르 역시 카이사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듯 세계사에 큰 영향을 준 독재자 카이사르는 생전 어떤 모습이었을까. 네덜란드 고고학자들이 카이사르가 살아있을 때 만들어진 두상을 3D 기술로 스캔해 복원한 얼굴 모형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국립고대유물박물관이 발표한 카이사르의 복원된 얼굴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강인한 영웅의 모습은 아니다. 이번 얼굴 모형은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카이사르의 두상과 투스쿨룸 흉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튜린 박물관이 소장한 두상 등의 3D 스캔 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카이사르의 얼굴 복원을 주도한 네덜란드 고고학자 톰 뷔텐도르프는 네덜란드 일간 HLN과의 인터뷰에서 “카이사르의 머리에는 꽤 큰 혹이 있다. 이런 혹은 태어날 때 생길 수 있다고 한다”면서 “당시에는 현실적인 작품이 유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복원 작업은 얼굴 복원 전문가인 고고학자 겸 자연인류학자 마자 드홀로지가 주도했다. 드홀로지는 대부분 복원 작업에서 카이사르가 살아있을 때 만들어진 투스쿨룸 흉상의 3D 스캔 데이터를 사용했다. 왜냐하면 네덜란드 박물관이 소장한 두상은 코와 턱 모양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카이사르의 복원된 얼굴 모형은 오는 8월 말까지 네덜란드 국립고대유물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사진=네덜란드 국립고대유물박물관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월드 Zoom in] 日의 ‘대물림되는 금배지’…자민당, 개혁 추진했지만…

    [월드 Zoom in] 日의 ‘대물림되는 금배지’…자민당, 개혁 추진했지만…

    아들 위해 선거 코앞서 은퇴해 기득권 반발에 개선안 유야무야지난해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465명 중 26%(120명·마이니치신문 집계 기준)는 이른바 ‘세습의원’이었다. 세습의원은 부모나 조부모 등 3촌(친가·처가·시댁·외가) 이내 친족이 의원을 지낸 선거구에서 당선된 의원을 뜻한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손자 나카소네 야스다카, 고무라 마사히코 전 자민당 부총재의 장남 고무라 마사히로 등이 지난 선거에서 새로 국회에 입성했다. 여당인 자민당의 세습의원 비중은 전체의 34%에 이른다. 3명 중 1명꼴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물론이고 당권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수석부간사장도 아버지의 뒤를 이은 세습의원이다. 이들은 ‘지반’(아버지 등이 닦아 놓은 지역기반), ‘간반’(간판·지명도), ‘가반’(돈가방·자금력) 등 이른바 ‘3반’의 프리미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체 용납되기 힘든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치 입문 환경이다. 자민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는 지난 15일 당 소속 의원의 지역구 세습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확정하고 이달 중 아베 총리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개혁실행본부는 “의원 세습은 정당성의 증명과 유권자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 당 전체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밝혔다. 개선안의 핵심은 ‘세습 후보가 중의원 소선구에 입후보할 때에는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현직 의원이 친족을 후계자로 내세울 경우에는 임기 만료까지 일정 기간 여유을 두고 사퇴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내걸었던 개혁의 기치에 비해서는 턱없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의원직 사퇴 표명 시한의 경우 당초 원안에는 ‘의원직을 가족 등에게 세습할 경우에는 본인의 임기가 끝나기 최소 2년 전에 반드시 은퇴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아들 등에게 의원직을 물려주기 위해 선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사퇴를 밝히는 관행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촉박한 사퇴를 통해 공천 후보자들을 다양하게 검토할 시간을 당에 주지 않음으로써 가족·친족 공천을 유리하게 이끄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습의원들이 “의원이 너무 일찍 은퇴 의사를 밝히면 재임 중 힘이 약해진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개혁실행본부는 ‘은퇴 전 2년’이라는 시한을 삭제하고 ‘공모에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는 시기’로 애매하게 후퇴했다. 세습의원의 부작용을 완화하려고 추진한 개선안이 결국 세습의원들의 힘에 밀려버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세습되지 않은 ‘자수성가’형 의원들일수록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도 세습의원들의 기득권 방어에 유용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직전인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초선 의원들이 각종 비리나 실언 등을 많이 저질렀다. 당시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세습이 아닌) 공모로 선택된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비세습의 한 중진의원은 “세습의원들은 별로 고생을 모른다”며 “정치 입문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자신의 친족에게 의원 자리를 물려줄 계획을 갖고 있는 한 중견의원은 “선거구마다 사정이 다 다른데 부정확한 잣대로 의원 세습을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일본 기자가 맞춰 본 ‘김정은’이라는 퍼즐

    김정은/고미 요지 지음/배성인 옮김/지식의숲/296쪽/1만 5000원“현명한 조선인민 국군 육해공군 및 전략로켓군 장병 여러분….” 2012년 4월 15일 오전 10시 15분 평양 김일성광장.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검은 인민복 차림의 한 젊은이가 낮은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그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연설 중 몸을 흔들어댔다. 100㎏에 이르는 체구에 옆으로 바짝 치켜 깎은 머리는 과거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했지만, 몇 가닥 내려온 머리카락이 그의 앳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김정일의 뒤를 이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지난해 미사일 개발과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가더니, 돌연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2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났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은 행보다.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가 ‘김정은’(지식의숲)으로 그를 분석했다. 고미 요지는 김정은에게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 김정남과 생전에 인터뷰하고 2012년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중앙M&B)를 낸 이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김정은을 잘 아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각종 보고서와 단독 입수한 자료를 더했다. 베일에 가려진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권력 장악, 그리고 갑작스러운 북한의 최근 변화에 이르기까지 김정은을 비롯해 그의 주변과 북한 정세를 심도 있게 다뤘다.저자가 보여 주는 권력 승계 과정의 일화는 김정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정일은 “더는 세습에 의한 권력 승계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08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어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김정일의 후계자 후보로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과 김정남이 있었지만, 둘 다 부적합했다고 고미 요지는 설명했다. 김정철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 자유롭게 살기 원하는 김정남 역시 후계자감은 아니었다. 반면 셋째였던 김정은은 10대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야심이 넘쳤다. 김정일이 가족회의에서 “후계자는 정은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히자, 그의 고모인 김경희가 “분별도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운명을 맡기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크게 화를 내며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스위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번은 여동생 김여정이 김정은을 “작은오빠”라고 부르자 화를 내기도 했다. 김여정은 그때부터 김정은을 “큰 대장 동지”라 부르게 됐다. 김정은이 제멋대로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여러 사례로 분석했다. 저자는 이와 관련, “20년 동안 천천히 지도자로서 착실히 바닥을 다져 온 김정일과 달리 몇 년 만에 승계한 점, 생모인 고용희가 일본에서 태어난 귀국자라는 사실을 비롯해 후계자로서 여러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집권 초반 고모부 장성택, 현영철 인민무력상(국방장관) 숙청의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던 일화로 설명한다. 예컨대 장성택이 쓰러질 정도로 술을 마시고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잠꼬대처럼 중얼거린 일, 현영철이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된 것도 모른 채 “젊은 지도자를 모시는 게 힘들다”고 투덜거렸다가 김정은의 미움을 샀던 일 등이다.핵무기와 운반용으로 사용하는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분석도 흥미롭다. 김정일과 김정은 부자가 등장하는 실록소설 ‘야전열차’를 비롯해 북한의 핵연료봉 추출 시기를 다룬 ‘영생’과 같은 소설, 그리고 한국에서 경호를 받는 주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함께 수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핵무기를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에 관해 저자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김정은이 펼치는 ‘핵과 미사일 정책’, ‘경제 정책’, ‘대외 관계 정책’ 등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에 이르렀는지 면밀하게 파헤친다. 일본인 시각으로 서술한 부분들이 다소 불편하지만, 현재까지 파편으로만 알려졌던 김정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구성한 책으로 꼽을 만하다. 김정은의 행보 덕분에 그에 관한 경계가 잠시 무뎌졌지만, 저자는 여전히 김정은이 불안한 독재자라고 강조한다. “한반도에서 살얼음판 위를 신중히 걷는 듯한 위험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도 새삼 다가온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한반도 평화 여정 첫 관문 넘은 남북미 정상] 트럼프, ‘평화주의자’ 의외 면모

    냉전 시기 쿠바 핵 위기 극복한 ‘케네디 외교’ 적용 막말과 호전적 정책으로 국내외에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비판받아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태도는 완전히 딴판이었다.태도는 진중하고 절제돼 있었고 상대방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한껏 친절했다. 세계 초강대국 정상으로서 나이도 한참 많았지만 김 위원장을 예우했다. 성정이 불안해서 튀는 행동을 하거나 기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특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보여 준 평화주의자로서의 면모는 가장 극적인 반전이라 할 만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북한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던 그가 왜 변했는가’를 가장 궁금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라는 호전적 수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면서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발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수사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제재를 가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참혹성을 강조하며 북한과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북한이 약속을 깼을 때 어떤 보복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위협적인 언사를 하고 싶지 않다”면서 “서울에 굉장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DMZ 바로 옆에 있다. 만약에 군사적인 충돌이 발생한다면 수백만, 수천만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언젠가는 그리고 꼭 전쟁이 끝날 것”이라면서 “과거가 미래를 정의할 필요는 없다. 어제의 갈등이 내일의 전쟁이 되리란 법은 없다”면서 한반도 종전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마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발언처럼 들릴 정도였다. 북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이고 대범한 정책도 돋보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 세계의 지도자인 미국 대통령이 독재 정권의 세습 지도자인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오히려 그의 정통성만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가 국내외에서 높았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라면서 “내가 이 연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같이 서서 30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 이익이나 세계 평화를 위해서면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화해·협력 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모습과 겹치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이 절실히 바랐지만 감히 내주기 싫었던 것처럼 여겨졌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접근했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할 뜻을 밝혔던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가 사실 더이상 ‘전쟁광’이 아니었음이 확실히 드러났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 시기 소련과 대화에 나서 쿠바 핵미사일 위기를 극복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따르는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 맙시다. 하지만 협상하기를 두려워하지도 맙시다’라고 말하며 얼어붙은 국가 관계를 녹이는 대담한 외교에 대해 말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케네디의 명구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문정인 특보 강연] “트럼프, 비핵화엔 시간 걸린다고 로드맵 수정… 文 의중 반영”

    [문정인 특보 강연] “트럼프, 비핵화엔 시간 걸린다고 로드맵 수정… 文 의중 반영”

    비핵화 시기와 범위 4·27 판문점 회담의 성과는 있었다고 보지만 이행 여부는 결국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일괄 타결하자, 즉 지금 있는 거 한꺼번에 다 내놓으라는 것이다. 북한이 가진 핵프로그램에는 핵시설, 즉 농축 우라늄 시설과 재처리 시설이 있고 이를 통해 만든 무기인 핵탄두가 있다. 또 핵탄두에 들어가는 삼중수소, 이중수소, 리튬과 같은 시료가 있고 핵탄두를 실어 나르는 단·중·장거리·대륙간(ICBM) 탄도미사일이 있다. 이를 한꺼번에 다 처리하자는 건데 북한은 수용할 수 없다. 북한 입장에선 행동 대 행동 원칙, 점진적 동시교환 원칙에 따라서 하자고 주장하는데, 이 점이 미국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다.또 트럼프 대통령은 ‘선(先) 폐기 후(後) 보상’ 원칙을 갖고 있다. ‘너희들이 먼저 모범적으로 폐기해라. 그러면 체제 보장 등 모든 거 다 해 주겠다’는 거다. 그런데 북한 입장에선 이를 받을 수 없다. 이라크, 리비아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비핵화를 하느냐’인 시간문제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도전해야 하기 때문에 그전까지 모든 것을 마치려 하는데 2년~2년 반 사이에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범위 문제도 중요하다. 의제를 핵 문제, 핵미사일에 국한시킬 거냐 인권 문제도 다룰 것이냐의 문제다. 생화학무기, 사이버안보 의제로 확장시킬 수도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려 하는데 자국 의회 때문에 그렇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 의도와 정책의 폐기를 요구하는데 그중 하나가 인권,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지 말라는 거다. (인권 문제는) 특히 의제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팽팽하게 맞섰다. 北에 줄 비핵화 3대 보상 또 일괄타결 시 북한이 미국에 핵프로그램 중 무엇을 얼마나 줄 건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가진 핵탄두와 ICBM을 다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언급했지만, 미국은 “테네시 가서 해체하겠다”고 했다가 테네시 가서 해체하는 게 복잡해지니까 요즘엔 “우리 팀이 북한에 들어가서 해체하겠다”고 말한다. 또 (핵탄두와 ICBM을) 전부 내줄 건지, 일부만 줄 건지도 협상 대상이다. 미국이 비핵화 대가로 해줄 수 있는 건 세 가지다. 우선 정치적 보장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버리고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포함해서 사회주의 체제를 인정해 주며 수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거다. 군사적으로 북한은 “남쪽에 분명 미국 핵무기가 있을 테니 이를 검증 가능하게 사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한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할 때 전략무기를 배치하지 않기를 원한다. 아울러 미국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재래식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불가침 조약을 맺자는 것이 북한의 기본적인 요구 사항들이다.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비핵화에 대해 행보를 보이면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독자 제재를 풀 것도 주장한다. 나아가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하는 것을 미국이 계속 거부하고 있는데, 미국이 거부하지 않으면 (북한 가입을) 반대할 국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이나 마셜 플랜을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대접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트럼프식 비핵화로 변화 처음에 미국은 볼턴 보좌관이 언급했던 것처럼 리비아 모델을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리비아 모델이 적실성이 적다는 사실을 미국도 아는 거 같다. 그래서 남아공 모델 얘기가 나온다. 남아공 모델은 주요 핵무기와 핵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는 데 2년 반 걸렸다. 완전하게 핵시설과 핵물질을 없애는 데는 10년이 걸렸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아는 것 같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도 과정이 있고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를 한다. 선 폐기 후 보상 언급도 하지 않는다. 동시 교환 원칙에 따라 북한이 아주 가시적인 핵폐기를 하면 미국도 바로 큰 보상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회담하면서 (문 대통령의 생각이) 상당히 반영된 게 아닌가 본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 그러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성 김 미국 주필리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다섯 차례 회담을 해 (입장 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트럼프 대통령 체면 살려 달라. 크게 양보하라’고 말할 것이다. 또 ‘핵탄두를 우리에게 몇 개 줄 거냐. 화성15형은 반드시 줘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이게(핵탄두와 ICBM이) 중요할 텐데, 나머지(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이 자신이 가진 핵과 미사일 모두를 신고하면, 신고한 것에 대해 핵시설과 핵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무기는 미국이 사찰해야 한다. 사찰이 끝나면 과학적 문건을 가지고 검증해야 하고, 검증 후 폐기 대상을 설정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요즘 이것을(핵폐기 과정을) 어떻게 조율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북·미가 주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판문점에서 5차례나 회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미국 쪽에서 들은 얘기로는 지난 주말까지는 (회담) 공정률이 20%밖에 안 됐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는 걸 보면 결국에 (합의가) 많이 이뤄진 것 아닌가 하고 희망적으로 본다. 우리 정부가 가장 바라는 건 북·미 정상회담이 잘돼서 바로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로 가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 비핵화 속도가 빨라지게 돼 있다. 北에 개혁·개방 명분 줘야 판문점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가 미국하고 자주 얘기해 신뢰를 쌓은 후 미국과 불가침조약 체결하고 관계 정상화하면 왜 핵무기 갖고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고 발언했다. 전례 없는 발언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강성대국, 즉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그걸 통해 융성한 국가를 만드는 것을 추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국강병 패러다임이다. 메이지유신, 박정희 정권, 덩샤오핑 시대 때처럼 먼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그 후 강력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북한이 화성15형 발사했을 때 사실 ICBM 무기 체계의 시작이었는데 끝났다고 말한 것이다. 또 올해 미국 중간선거와 연계시켜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게 보인다. 김 위원장은 조건이 맞으면 핵폐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젊고,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았던 사람이고 엄격히 말하면 재일 교포다. 그런 점에서 선대(先代)와 리더십의 차이가 있다. 북한에 최근 상당히 큰 변화가 있다. 지난 4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박봉주 내각총리에게 “경제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복종하라”고 말했다. 또 전원회의에선 “(핵개발·경제발전) 병진정책은 끝났다. 이제 경제에 매진할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 신년사에서도 내각 중심의 통일적 지도력이 언급됐다. 이를 보면 상당히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데, 군부를 포함한 북한 보수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이를 극복하려면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성공해야 한다. 미국에 제대로 인정받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중국에서 투자가 오는 등 희망이 보여야 한다. 당과 내각은 김 위원장을 강력하게 밀고 있으니, 김 위원장이 군부와 국가보위부에 ‘봐라 잘되고 있지 않냐’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는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미국에 6자회담 거부감이 있는데 잘못됐다고 본다. 6자회담으로 가게 된다면 2005년 9·19 공동성명 때 우리가 가졌던 (북한 비핵화의) 희망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단독] 문정인 “트럼프, 대북정책 내 길로 간다고 말해”

    [단독] 문정인 “트럼프, 대북정책 내 길로 간다고 말해”

    방미 한국특사단 만난 트럼프 “오바마, 참모 얘기만 들어 실패”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 등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실제로 추진했었다고 7일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제19회 광화문라운지’ 강연에서 “미국은 지난해 군사 행동을 할 용의가 있었고 펜타곤(국방부)에 준비를 시켰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쯤 펜타곤은 1차적으로 11가지 군사옵션을 전부 준비했다고 얘기했으며, 올해 3월까지 (군사적) 방안을 갖고 나오기로 했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중요 핵 군사시설과 거점을 선별적으로 골라 타격을 가하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거다. 시리아처럼 하겠다’고 말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 언론에 광범위하게 회자됐던 ‘코피 전략’이 실제 군사적 옵션으로 검토됐음을 확인한 것이다. 문 특보는 “이런 상황에 반전을 가져온 게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가겠다고 하자 1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남북한 간 대화를 축복해 줄 테니 계속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방미한 한국 특사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 부시,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왜 실패했는 줄 아느냐. 참모들 얘기만 들어서 실패했다. 나는 내 길로 간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문 특보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재조정 문제를 한마디도 안 꺼냈고, 특사단이 갔을 때도 문제 제기를 안 했다”며 “상당히 새로운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들은 얘기로는 지난 주말까지는 (비핵화 합의) 공정률이 20%밖에 안 된다고 들었는데, (판문점 실무회담이) 지금까지 5차례나 진행되는 것을 보면 결국에 (합의가) 많이 이뤄진 것 아닌가 하고 희망적으로 본다”고 했다. 문 특보는 미국은 당초 일괄타결,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북 인권문제 해결, 생화학무기, 사이버안보 등도 의제에 포함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북한은 3대 세습과 사회주의 체제 인정, 불가침조약 등을 통한 군사적 보장, 경제제재 완화 정도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마셜플랜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독자 제재를 풀어 달라는 것”이라며 “나아가 (대북 투자를 할)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막는 미국의 거부권을 거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