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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구본영 칼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못 연다는데…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막연한 선입견과 달리 유럽에서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시동을 건 쪽은 대개 보수정당 지도자들이었다. 국민연금을 도입한 이는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였다. 영국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로 사회보장 확대 보고서를 낸 ‘베버리지 위원회’를 구성한 총리도 보수당의 처칠이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나온 베버리지 보고서는 당시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편중해 제공하던 사회복지 혜택을 전체 국민에게 제공하려는 지향점을 담고 있었다.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레일을 깐 셈이다. 이후 노동당 정부에서 구체화된 무상의료체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국의 자랑(?)인 공공의료서비스가 끝내 한계를 드러낸 것인가. 최근 영국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7년간 ‘건성건성 공짜 치료’를 한 탓에 숨진 환자가 1만 3000여명에 이른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다. 한마디로 여건은 안 되는데 전 국민에게 제공하려다 ‘무늬만 무상 치료’가 된 꼴이다. 역설적이지만, 베버리지 사후 40년인 올해 보수당 정부가 베버리지 식 복지제도의 대수술에 나선 배경이다. 하긴 멀리 볼 것도 없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주민의 평균수명이 남한 주민보다 12년 이상 짧다고 한다. 영양 결핍에다 기초 치료약조차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전 인민에게 100% 무상 의료를 제공하는 지상낙원”의 남루한 실상이다. 절대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북한이야 그렇다 치자. 선진국에서는 복지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눔프(NOOMP, Not Out Of My Pocket) 현상’이라고 한다. 복지 시책은 적극 환영하지만, 이에 필요한 세금은 내지 않으려는 심리다. 어쩌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정부가 싸워야 할 유령도 바로 눔프일 듯싶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가 민심잡기 경쟁을 벌이면서 복지 확대가 시대적 화두처럼 됐지만, 이를 감당할 재원이 막막하다면 말이다. 누구나 스웨덴 등 북유럽국의 복지수준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국민이 세금과 사회보장기금으로 소득의 거의 절반을 부담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우린 어떤가. 지하경제 양성화 드라이브 등으로 세원 포착에 안간힘을 썼건만, 올해 세수는 4월 말 현재 이미 8조 7000억원이나 펑크가 난 상황이라지 않은가. 눔프 현상은 개인 차원을 떠나 지자체에도 팽배해 있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 증가분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 간 핑퐁게임을 보라. 16개 지자체 중 살림살이가 그나마 넉넉한 편인 서울시마저 전체 보육예산 가운데 부족분 3500억원을 부담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듯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지방세 수입이 줄었다”는 핑계와 함께. 박원순 시장 역시 2011년 보선에서 공공 무상보육 실현을 공약했건만, 부담은 정부에 떠넘길 기세다. 이처럼 “복지는 좋지만, 내 지갑은 노 터치”라는 심리가 만연하는 한 보편적 복지는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중세 유럽사회에서는 ‘가면무도회’가 유행했다. 상대를 대충 짐작하지만, 짐짓 모른 체하며 짜릿한 일탈을 즐기던 풍속이었다. 당시 상류사회의 위선이 읽힌다. 여야가 확실한 재원조달 대책 없이 무상복지 경쟁에만 매달리는 것은 가면무도회와 무엇이 다른가. 무상보육이든 무상급식이든, 아니면 기초노령연금 지급이든 지속가능하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 보편적 복지를 소리 높이 외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문제는 역시 정치다.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정직한 눈으로 들여다봐야 올바른 해결책도 나오는 법이다. 작금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복지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면 여야 모두 가면을 벗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 중 국가의 부조(扶助)가 절실한 계층 순으로, 가급적 다수가 단계적으로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현 시점에서 선택가능한 차선의 대안일 듯싶다. kby7@seoul.co.kr
  • 안행부 “3억 이하 주택만 취득세 1%로 인하 추진”

    안전행정부는 24일 취득세 1%를 적용하는 대상을 매매가 9억원 이하 주택에서 3억원 이하로 낮추고, 지방소비세 이양 비율을 높여 지방세수 부족분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행부 관계자는 “9억원 이하 주택 전체에 대해 취득세율을 1%로 낮출 경우 연간 지방세수 감소액은 2조 9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만큼 인하 대상 주택의 구간을 최대 3억원 이하까지 하향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로 이전되는 비율을 현재 5%에서 15%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중앙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 발표에 대해 지방세인 취득세는 시·도 세수의 평균 40%에 달하는 중요 재원인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앙정부로서는 성난 지방정부 민심을 달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2%인 취득세율을 1%로 낮출 때 지방세수 부족을 따져 보니 9억원 이하 주택을 모두 대상으로 하면 연간 2조 9000억원이 줄어든다. 6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하면 연간 2조 4000억원이, 3억원 이하 주택은 1조 8000억원의 세수가 각각 준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2%,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는 4%의 취득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거래된 주택 40여만 가구 중 9억원 이상은 1500가구밖에 되지 않았다. 지방소비세 이양비율을 5%포인트 올릴 때 늘어나는 지방세수는 1조 7000억원 정도다. 3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2%에서 1%로 낮췄을 때의 결손 규모와 맞아떨어진다. 다만 안행부 관계자는 “이미 지방소비세 이양 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던 만큼 취득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부족분 논의와는 별개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소비세를 높인다면 최소 15%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여야 ‘史草 게이트’ 검찰에 맡기고 민생 챙겨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는 진실규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면서도 정파적 이해에 따른 엇갈린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그제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한 상황은 국민들께 민망한 일”이라며 “이제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끝내자”고 새누리당에 제안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원본 공개를 요구하며 회의록 정국을 주도하다시피 한 당사자로서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이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없이 다짜고짜 논쟁을 종식시키자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보다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회의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나. 우리는 이미 회의록 실종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NLL논란을 끝낼 유일한 ‘원본자료’라고 주장하는 음원파일 공개의 부적절함도 지적했다. 다시금 강조하거니와 사초 게이트는 검찰에 맡기고, 국정원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규명과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요컨대 정치권은 민생 챙기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정쟁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너무 팍팍하다. 경제상황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4·1 부동산대책, 금리 인하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은 까닭이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부재로 국민 불안감은 높아만 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취득세를 내릴 방침이지만 광역 자치단체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민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NLL 나아가 사초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고 수사권도 없는 정치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리 논쟁을 벌인들 메아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민생 챙기기에 더욱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 NLL에 이어 사초 게이트까지 국민의 정치적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 ‘살아보고 결정, 안 사도 손해 없어’ 명품 주상복합 눈길

    ‘살아보고 결정, 안 사도 손해 없어’ 명품 주상복합 눈길

    정부의 취득세 인하율 방침이 확정되면서 거래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안전행정부와 공동 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취득세율 인하를 전제로 관계부처 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후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침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세수 보전문제 및 정책적용시기가 확정되기 까지는 주택거래 급감 및 관망세 등의 예상되기 때문이다. 취득세 인하가 확실해진 만큼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주택 구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방침과 관련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단지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산 두산위브더 제니스’의 경우 분양을 받지 않게 되면 입주하면서 낸 취득세와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며, 위약금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분양방식을 적용했다. 분양관계자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1억 8천만 원대로 입주할 수 있어 주변 전세 시세보다도 훨씬 경쟁력이 있는 조건이다. 입주자는 3년 거주하는 동안 본인이 사용한 전기, 수도, 가스비 등 일반관리비만 납부하면 되고, 공용관리비(3.3m당 5000원) 비용은 두산에서 관리사무소에 직접 대납해준다. 또한 건설사가 매달 현금 30∼170만원의 교육비도 지원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서 4월 입주를 시작한 주상복합아파트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는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랜드마크 단지로 일산에서 보기 드문 59층짜리 초고층에, 2700세대의 매머드급 단지로 명품 주상복합으로 꼽힌다. 단지 내 6만8000m²의 대규모 ‘스트리트형’ 쇼핑몰이 들어섰으며 경의선 탄현역이 아파트와 구름다리로 직접 연결된 것도 눈길을 끈다. 경의선 급행을 이용하면 공덕역까지 20분대면 갈 수 있다.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단지 규모에 걸맞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눈길을 끈다. 두산동아에서 직접 관리하는 ‘에듀홈’에는 어린이 전용도서관이 있으며, 전문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연회장, 방음 스튜디오, 게스트하우스와 코인세탁실도 갖췄다. 단지 중앙을 가로질러 지하 2층∼지상 2층에 6만8000m² 규모로 조성된 쇼핑몰 ‘일산 위브더제니스스퀘어’는 지하층에서도 지상을 볼 수 있는 ‘선큰가든’ 형태로 설계됐다. 지상 1층은 ‘스트리트몰’(거리를 따라 점포가 줄지어 늘어선 상가)로 조성됐다. 대지면적의 21%(1만2700m²)를 조경공간으로 꾸몄고, 어린이공원과 소공원 등 4960m² 규모의 공원도 별도로 마련해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초고층인 만큼 리히터 규모 6.0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설계와 상공 200m에서 초속 30m 강풍을 견딜 수 있는 내풍 설계가 적용됐다. 분양문의: 1670-4531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열린세상] 하반기 경제전망과 세수부족/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7일 양적 완화 조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 규모의 축소와 중단 등 ‘출구전략’ 일정을 제시한 이후 시장의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부동산경기 회복과 소비 지출 호조 등의 효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확신이 버냉키로 하여금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버냉키의 ‘양적 완화 축소’ 발언 이후 세계 주요 자산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크게 떨어졌다. 귀금속(-28.4%), 산업용 금속(-16.3%), 브릭스 주식(-12.9%), 신흥국 채권(-6.4%), 선진국 채권(-5.7%), 그리고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6.7%였다. 반대로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세안지역의 주가는 연초 대비 8.0% 상승했다. 이는 버냉키 발언 이후 국제자금 흐름이 브릭스·한국 등에서 상대적으로 주식이 오르지 못한 아세안 각국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일본의 내각부는 지난 5일 경기기조 판단을 ‘상승세 국면변화’로 조정한 바 있다. 일본은 경기기조 판단을 악화, 하락세 멈춤, 국면 변화, 개선 등의 네 가지 단계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2년 4월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가 11월에 최저점에 도달한 뒤 아베 정권의 엔저정책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회복세가 진전되어 경기상승세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정부가 전망한 것처럼 올해 7.5%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금융부문의 개혁과 소비 위주 경제로의 이행 등 과감한 경제개혁이 없으면 5년 뒤 성장률이 4%대로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올해 중국경제가 7.5% 이하로 경착륙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이제 이러한 대외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경제가 올 하반기에 어떠한 경기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를 전망해 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8%로 올려 잡으면서 ‘8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벗어나 지난 2분기에는 전분기보다 1% 성장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올 하반기의 경기회복을 낙관하면서 제2차 추가경정예산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 상반기의 세수실적은 이러한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하반기 경제전망 실현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 말까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법인세(-17.9%), 부가가치세(-7.2%)가 대폭 줄었으며 증권거래세(-4381억원), 개별소비세(-523억원), 교통에너지 환경세(-6957억원) 및 주세(-1393억원) 등 거의 모든 세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나 부가가치세는 기본적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영업실적을 반영하는 것이고 기타 증권거래세·소비세 등은 올 상반기의 거래 및 소비실적을 반영하는 간접세임을 감안할 때, 금년에는 최소한 20조의 세수 결함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신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암울한 세수 전망은 하반기에도 대규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최종예산 집행연도였던 작년부터 과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은 22%에서 20%로 낮추었기 때문에 법인세의 세수가 대폭 부족하게 되었다고 해석하는 안이한 경기 판단에 있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한 술 더 떠 법인세수 감소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부자 감세의 전형적인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실시한 것은 이를 통한 투자활성화를 도모한 것이지 부자 감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정책이었다. 정부는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경기전망이 올 하반기에도 불투명하다는 것을 감안해 제2차 추경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현실적인 경기판단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오승호의 시시콜콜] 세제, 부동산 경기 조절 만능열쇠 아니다

    [오승호의 시시콜콜] 세제, 부동산 경기 조절 만능열쇠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외환위기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부양책을 대거 내놨다. 양도소득세 감면, 분양권 전매제 폐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해제 등이 예다. 2001년부터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실거래가 양도세 과세 등의 조치를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더 많은 세제(稅制)가 투기 억제책으로 동원됐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이 이어졌다. 결과는 어땠는가. ‘강남 부자’들을 겨냥한 조치라는 반발도 일부 있었지만 집 값을 잡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반대로 종부세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완화했다. 거래 활성화에 주력했다. 그런데도 부동산 경기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세금 정책이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장기적인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게 교훈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제 취득세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거래의 물꼬를 터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지난 6월 취득세 감면 조치가 끝나면서 ‘거래절벽’ 우려가 나오자 이를 의식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등 3개 부처가 급하게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보고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한 이후 나온 조치다. 취득세 인하가 주택 구매력으로 뒷받침될지 지켜볼 일이다. 지방재정 보전을 위한 후속 작업은 취득세 인하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자”는 식으로 넘어갔다. 취득세 인하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 원칙이나 ‘거래세는 낮게, 보유세(재산세)는 높게’ 부과하는 선진국들의 예에서 미뤄볼 때 가야 할 방향은 맞다. 다만 세제를 부동산 경기 조절 수단으로 자주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효율적인 조세 수입 확보가 세제 개편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으로 거래세(취득·등록세)는 지방세수의 41%를 차지한다. 이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취득세를 1~2%로 낮출 경우, 지방재정에 2조 9000억원을 보전해 줘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증세는 없다고 한 원칙을 유지한다면 재산세 세율 인상은 어려울 것이다. 과세표준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재산세 인상 효과를 노릴 가능성은 있다. 지방소비세나 보통교부세율 인상은 국세 감소로, 담배소비세 인상은 흡연가 반발 등의 걸림돌이 있다. 부동산 시장은 인구구조의 변화, 경제성장률, 금리, 글로벌 경기 여건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움직인다. 시장의 흐름, 즉 주택 유효 수요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더 중요한 이유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대통령의 사과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대통령의 사과

    요즘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사과에서부터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요구와 기초연금 후퇴에 대한 사과 등 줄줄이다. ‘국정원 사건’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으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검찰 수사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지켜본다 치더라도,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복지 정책의 후퇴를 비판하는 소리는 예사롭게 넘겨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6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보장 공약을 수정한 데 이어 지난 5일 지역공약을 ‘재조정’하고 급기야 17일 기초연금의 대상자와 지급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침체로 세수가 연말까지 20조원이 부족할 것이 우려되니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확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사과 한마디 없이 대선 공약을 뒤집기 전에 먼저 국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설득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촉구는 한낱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 당국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는 이가 없다. 나쁜 경제상황 탓만 할 뿐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한 달 전쯤 가졌던 작은 기대에 헛웃음만 나온다. 그때도 기초연금이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지원이다, 반값 등록금이다, 굵직한 복지 정책들에 들어갈 재원 마련방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과연 그 많은 공약들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컸다. 때마침 정부가 심층적인 분석 끝에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대선 공약들 가운데 일부는 조정·축소하고 또 다른 일부는 미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사실을 빠른 시일 안에 장관이 국민들에게 솔직히 알리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사과한 뒤 협조를 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경제 관료에게 넌지시 운을 떼봤더니 “쉽지 않을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복지는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려운 결정을 내리려나 싶어 사과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국민들께 약속했던 이러저러한 공약들을 지킬 수 없게 돼 죄송하다’는 사과는 감감 무소식이다. 대신 민·관 위원으로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의 입을 빌려 경제상황과 재정 형편 등의 이유로 기초연금 공약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말만 들려왔다. 사회적 협의기구의 합의를 내세워 공약 수정 내지 후퇴에 대한 명분을 쌓고 여론이 어떨지 가늠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마저 들었다. 복지 공약 후퇴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청와대가 조용한 것도 의외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약과 현실이 다르다는 얘기나 후퇴했다는 지적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고 못 박고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것을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길 바란다”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껏 아무 ‘말씀’도 없다. 나한테 돌아올 복지 혜택을 늘린다며 재정을 거덜내고 딸, 아들, 손주에게 빚더미를 넘겨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대선 공약이라고 다 지켜질 거라 믿는 사람도 솔직히 없다. 불가피하다면 바뀔 수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대한 공약 목표에 가깝도록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과는 진정성 못지않게 타이밍과 형식이 중요하다. 때를 놓치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는 경우도 있다. 복지정책의 틀을 다지는 중요한 정책적 결정은 임기 초반에 이뤄져야 한다. 8월까지 정부안을 마련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윤창중 사건 때처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에게 간접 사과하는 형식이 돼서는 곤란하다. TV 앞에 앉은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사과하고 설명해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도이다. 늦기 전에. 편집국 부국장 kmkim@seoul.co.kr
  • “금융·의료·학원에 부가세 신설… 소득세 면제자 축소”

    “금융·의료·학원에 부가세 신설… 소득세 면제자 축소”

    변액보험의 중도인출 수수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찾을 때 붙는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에 중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부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500만명을 넘는 소득세 면제자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23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법인세 부담은 줄이고 소득세와 부가세 세수는 늘려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쌓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조세연의 발표를 토대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확정해 오는 8월 세제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때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장기 개편방향을 설정하기로 했다. 조세연은 부가세에 대해 면세 및 감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 금융·의료·학원 서비스에 부가세 10%를 과세하자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투자자문서비스, 사실상 미용목적으로 쓰이지만 부가세가 매겨지지 않는 치아 교정이나 일부 성형수술, 장의사의 장례서비스, 방송댄스학원 등 성인을 상대로 한 학원시설 등이 과세 대상으로 거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금융 본연의 기능이 아닌 서비스에는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 부가세 신설 및 확대는 가격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보험·저축은행 등이 부가세 대신 내고 있는 교육세의 수정도 불가피하다. 부가세 강화 방안은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로 필요한 돈은 많은데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 대비 조세납부액)이 낮다는 점에서 나왔다. 2010년 기준 조세부담률은 19.3%로 영국(28.3%), 프랑스(26.3%)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4.6%보다도 낮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던 조세부담률은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때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전혀 늘지 않았다. 근로자 소득공제 중 의료비와 교육비 항목 등은 세액공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현행 소득공제는 지출이 많을수록 세금이 줄지만, 세액공제는 전체 세금에서 일정액을 감면하기 때문에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게 된다. 조세연 관계자는 “2011년 우리나라 근로소득 과세대상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제자 비율은 36.1%에 달하기 때문에 이 비율을 줄여 조세규모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외 조세연은 상속·증여세제가 정상적 기업 활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인세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 부담을 완화하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연구원은 국민적 합의를 통한 ‘증세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해다. 새 정부가 세율 인상 등 직접적 증세보다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로 세수를 늘리는 현재의 방안은 긍정적이지만 이를 통해 복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할 경우 증세나 지출 축소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지방세수 3조원 감소 전망… “입법 과정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지방세수 3조원 감소 전망… “입법 과정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정부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지방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밝히자 가뜩이나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이 벌집 쑤셔 놓은 듯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방세 부과·징수는 지자체 고유 업무인데 정부가 취득세 감소분에 대한 재정보전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취득세 인하 방침을 결정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동산거래 활성화는 국세인 양도세 개편이 효과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사실인 데도 정책효과가 없는 취득세를 활용하려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취득세가 지방세임에도 시도지사를 논의 과정에서조차 배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취득세율 영구 인하를 강행한다면 입법 과정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방세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 26.5%에 이르러 정부 방침대로 세율이 낮아지면 지방세수는 3조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인천시의 경우 올해 2조 1891억원의 지방세 징수 목표액 가운데 취득세가 8944억원(40.8%)으로 감면이 이뤄지면 2000억원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정부가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국세 부분을 건드리면 되지, 남의 세금인 지방세로 생색을 내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문제는 관련법 개정 전에 발생할 거래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이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당분간 거래절벽(부동산거래가 뚝 끊기는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취득세가 1조 1571억원으로 전체 도세(2조 58억원)의 57.6%를 차지하는 경남도는 정부 방침대로 9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율이 2%에서 1%로 낮아지면 연간 세입이 1800억원 줄 것으로 예상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가 부동산거래 활성화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며 “취득세 감면과 주택거래량 추이를 분석한 결과 취득세 인하는 주택거래 시점을 조정하는 효과만 있을 뿐 거래량을 증가시키는 효과는 없다”고 밝혔다. 취득세수가 감소하면 광역단체에서 기초단체로 전달되는 재원조정교부금 규모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복지비 부담으로 자치단체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판에 정부가 다시 취득세 감면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보전대책이 없는 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임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취득세율 인하가 주택을 사지 않을 사람들의 의사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지방재정 운영의 변동성만 키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방소득세·지방소비세·재산세 등 세제 개편을 통해 취득세 인하에 따른 재정손실분을 보전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소득세 개편의 경우 주택 등을 거래하는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일반 근로소득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발이 우려된다. 재산세 인상 역시 재정보전을 위해서는 매년 50% 이상 인상이 부득이해 주택 보유에 따른 장점이 줄어 오히려 매수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취득세가 1회성 세금으로 재산 확대를 위한 경우인 데 반해, 재산세는 소득이 없는 은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대중세로서 소폭 인상에도 조세저항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취득세 인하정책을 시행하려면 예상되는 결손재원에 대한 실효성 있고 안정적인 지방재정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국채 발행 통해 재정적자 타개해야 서비스업 과감한 규제 완화도 필요”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육성, 서비스업 규제 완화, 완화된 통화정책. 경제 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시급하다고 보는 정책들이다. 그래야만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 거시적 정책보다는 미시적 정책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확한 현실을 알기 위해 보다 세밀한 통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가 경제를 위축시키는 활동이 아니고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정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이끄는 중소·중견 기업에 경쟁해서 해볼 만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경제민주화”라고 밝혔다.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육성 측면에서 정부가 보다 구체적인 큰 그림을 발표할 필요성도 있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전체의 산업구조가 어떻게 변할지 전망해 주면 중소기업들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고 밝혔다. ‘창조경제’라는 추상적 개념보다는 구체적 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성장률 2%대의 저성장 기조에 맞서는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침체는 단기적 관점에서 구분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은 두 가지 관점에서 동시에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 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경제부총리에게는 부처 간 의견 조정보다는 당정 협의를 통해 이런 입법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진순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에 투자하는 대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영리의료법인 설립의 필요성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서비스업 규제 완화가 큰 효과를 거두는 것보다 쉬운 것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과감한 서비스업의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하반기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운용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국채 발행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니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한은이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생기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한국은행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정책을 위한 통계의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백 교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니계수는 빈부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지만 체감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조사대상에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이 적게 포함돼 있어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패널의 재구성을 주문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경제위기관리체제 본격 가동] 저성장·세수 감소 등 ‘경고등’… 경제민주화보다 경기부양 총력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경제팀은 리더십 부재 외에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성장, 재정, 물가, 부채 등 우리 경제의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해 사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큰 문제는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 왔다. 과도한 불안심리를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정부가 너무 느긋한 자세를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안팎의 박한 평가는 7월 들어 한층 거세졌다. 여당인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나서 “우리 경제팀이 경제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부총리가 부동산 취득세 인하를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한 것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놓고 질책을 하면서 경제팀에는 위기감이 한껏 고조됐다. 지난 16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부 경제팀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 대해 세수부족, 지방공약 이행, 경제 상황인식 등에 대해 자기 입장을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위해 러시아로 떠나는 날 오전 현 부총리는 경제 부처 장관들을 만나 취득세율 인하를 관철시켰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2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21세기 제주포럼에 참석해 “기업들이 불확실하게 느끼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하반기까지 이런 우려가 해소돼 경기회복과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게 쏠린 박한 평가에 대해서는 “비판에 개의치 않고 경기회복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 경제팀은 민간 기업의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민간 소비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모으려고 했다. 여당에서도 화답하고 있다.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인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등을 부작용 없도록 손보겠다는 것이다. 6월 국회에서 무산됐던 대표적 경제살리기 법안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및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도 9월 국회에서 다뤄진다. 정부는 향후 의료영리법인 등을 포함한 서비스산업대책, 투자활성화 방안 등을 계속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위기대응의 강도를 높인 현 경제팀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경기전망이나 정책은 예측 가능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단번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의 기간과 폭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민주화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투자가 많은 대기업보다 중견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크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 체제 구축을 위해 경제민주화는 경기부양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제활성화 역점”… 정책 기조 바꾼다

    박근혜 정부 경제팀이 경기 활성화를 최고의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각종 현안을 속도감 있고 과감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큰 틀의 정책 기조 전환이다. 현 경제팀은 그동안 안이한 상황 인식, 정부 부처 간 이견, 총괄 리더십 부재 등으로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실물경기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지속되고 상반기 세수(稅收)가 10조원이나 감소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위기 대응의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기로 했다. 우선 22일 여러 논란과 반발이 예상되는 부동산 취득세율 인하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기재부,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장관이 최근 취득세율 인하에 합의했다”면서 “인하폭과 취득세율 인하로 인한 지방재정 확충 방안 등을 마련해 다음 달 중 최종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 보완책도 다음 달까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억원 이하에 2%, 9억원 초과에 4%인 현행 취득세 구간을 유지하면서 세율을 낮추거나 구간을 추가로 나눠 다른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안, 1주택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은 실제로 주택 거래를 늘리는 효과도 있지만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 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면서 “특히 일자리를 늘리고 경기를 살리는 주체인 기업의 투자 촉진에 정책의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정부 경제팀의 향후 대응 방향이 주목받게 됐다. 현재 우리 경제는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13개월째 설비투자 감소,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사상 초유의 디플레이션(경기부진에 따른 물가하락) 가능성 등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한편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대해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도지사 10여명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하 계획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취득세율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인 만큼 즉각 중단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취득세율 인하를 계속 추진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지자체들, 디트로이트市 파산에서 교훈 얻길

    미국 디트로이트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근년에 그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결국 185억 달러(약 21조원)의 빚을 견디지 못해 엊그제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우선, 방만한 재정의 비참한 말로다.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돈을 썼다. 돈이 없다 보니 지방채, 중앙정부 보증채 등 빚을 마구 끌어다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자체 채무는 27조 1252억원이다. 5년 전보다 50% 가까이(8조 9000억원) 급증했다. 72조원을 넘어선 지방공기업 부채 등을 합치면 지방채무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인천(35.1%), 대구(32.6%), 부산(30.8%) 등은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이미 ‘주의’(25%) 단계를 넘어섰다. 디트로이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은 과다 부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 청사진의 부재가 자초한 결과다. 한때 200만명이었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70만명으로 급감했다. 호황기 때의 고임금과 복지 수준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떠나갔고, 일본·독일차 등의 부상으로 미국 차산업 자체도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는 인구 감소와 세수(稅收) 감소 등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도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 유치 경쟁력과 재정여건에 기반한 중장기 청사진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도로 공사나 주민들에 대한 선심 행정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지방정부들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소식에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지방정부가 파산하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파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한때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했고, 경기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들의 자산이 깎이고 일부 공무원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고통을 맛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방재정 정보 공개 확대 및 지방공기업 부채 합산통계 계획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사전 감시를 강화하고 이상조짐이 엿보이면 즉각 경보 발령과 함께 강제적 자구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 빚 20조원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의 몰락

    빚 20조원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의 몰락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제조업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시는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미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보호(챕터 9) 신청서를 접수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재정위기 비상관리인이 제안한 챕터 9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데이브 빙 디트로이트 시장은 “재정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구조조정에 집중한다면 공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주 차원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미 제조업의 상징이자 미 3위의 대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공장 폐업과 부동산 가격 하락, 인구 감소 등으로 185억 달러(약 20조 8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도시로 전락했다. 한때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쇠퇴일로를 걸었다. 1950년대 180만명에 달하던 인구도 현재 70만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팔리지 않는 집과 사무실, 텅 빈 공장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떨어졌고 세수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궁여지책으로 시가 경찰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치안과 생활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놀란 중산층이 근처 오클랜드카운티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빠르게 ‘슬럼’이 됐다. 현재 도시 인구는 83%가 흑인이고 약 3분의1이 극빈층이다. 디트로이트는 예산 삭감과 자산 매각, 공무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며 경제 회생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채권단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금기금 단체 2곳은 “스나이더 주지사에게는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 변호사의 파산 신청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며 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630여개 도시가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오늘의 눈] ‘재정건전성’이라는 ‘공포마케팅’/강국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재정건전성’이라는 ‘공포마케팅’/강국진 사회부 기자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조달한다. 정부는 1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그것도 모자라 세수 부족이 상당하다. 그것만 보더라도, 자칫 기초연금 제도가 경제 전반의 성장에 주름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그의 답변을 들으면서 두 가지 면에서 놀랐다. 하나는 자문위원장이 ‘한국경제 위기설’을 언급할 정도로 현 정부 경제팀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이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아니라 기획재정부 추천인사가 아닌지 잠시 착각했다는 점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그렇게 재정이 걱정되면 기초연금은 뭣하러 하느냐”고 비판한 건 매우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김 위원장은 ‘복지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하고 이는 국가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프레임에 자신을 가둬 버렸다. 그는 정책진단으로 ‘경제상황 악화’와 ‘재정 악화’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정책 처방은 기초연금 대상자 범위 축소를 통한 재정지출 축소, 다시 말해 긴축이다. ‘복지는 돈이 남을 때 내놓는 적선이거나 낭비’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가져올 ‘유효수요 창출’ 효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재정건전성이란 많은 경우 복지 요구를 억누르는 유력한 수단으로 동원되지만 그 기반은 대단히 모호한 ‘신화’에 불과하다. 가령,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을 추진할 때 반대파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얘기했는데, 당시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수준이었다. 지금은 GDP 대비 100%를 초과했지만 미국이 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돈이라고 보는 것도 근거가 미약하다. 노인빈곤율이 45%가 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면 그 돈은 대부분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라면도 사고 반찬거리도 사고 옷도 산다. 소비 활성화는 그 자체로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대공황이나 미국발 금융위기 극복은 재정지출 확대와 민간 소비 활성화 유도를 통해 가능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 강요한 재정 긴축과 고금리 때문이 아니라 적극적인 재정 지출과 금융 완화 덕분이었다. 그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제도만 도입해도 그 정도 재원은 마련할 수 있다. 사학재단이 납부해야 할 건강보험료 일부를 보건복지부가 보조해 주는 예산만 절약해도 1년에 850억원쯤 아낄 수 있다. 신규 고속도로 건설만 참아도 몇 조원은 절약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할 때는 물론이고 최근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에 이르기까지 각종 복지 요구가 나올 때마다 반대론자들은 일관되게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나라살림이 휘청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래서, 한국이 망했나? betulo@seoul.co.kr
  • [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휴면법인 이용해 부동산 취득 등록세 중과하면 위법에 해당

    오늘은 조세의 기본원칙을 살펴보고, 그에 관련된 판결을 소개하기로 한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형식적 조세법률주의는 ①과세요건 법률주의 ②과세요건 명확주의 ③소급과세 금지의 원칙 ④합법성의 원칙 등이 있다. 실질적 조세법률주의는 ①평등부담의 원칙 ②신의성실 및 신뢰보호의 원칙 ③효율과 조세중립성 등이 있다. 평등부담의 원칙은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과세가 되어야 한다는 수평적 평등,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이 과세되어야 한다는 수직적 평등을 그 내용으로 한다. 효율과 조세 중립성은 세수를 걷기 위한 비용이나 희생이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중 신뢰보호의 원칙은 과세관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경우 납세자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에는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 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후에는 그 해석 또는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은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2007두 26629판결은 신뢰보호의 원칙과 합법성 원칙의 적용 및 판단에 관한 것이다. 지방세법에서는 수도권 과밀지역 안에서 신규로 법인을 설립하여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등록세를 3배 중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폐업 상태에 있는 휴면법인을 인수하여, 휴면법인으로 하여금 수도권 내에 부동산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에도 등록세의 중과 규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으로, 법인의 설립에 관한 민법과 상법의 각 규정에 의하면 법인의 설립에는 설립행위와 설립등기가 필요한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지방세법에서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그와 달리 보아, 휴면법인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하면, 과세관청에 자의적인 해석권한을 주는 문제가 생긴다. 다른 한편으로, 수도권 과밀지역에 부동산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세의 중과를 규정한 법의 취지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새로운 경제적 주체가 부동산을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면, 등록세 중과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과세 관청에서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질의 회신 등을 통해 휴면법인을 이용해 수도권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등록세 중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와 같은 입장 표명을 신뢰하고, 상당한 수의 기업들이 휴면법인을 인수하고 수도권 내 부동산을 취득하면서 등록세 중과를 피하였다. 과세관청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자 종전의 입장을 바꿔 등록세 중과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1, 2심 법원에서는 과세관청의 입장을 우선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민법 및 상법과 달리 보아야 할 근거가 없는 점, 납세의무자의 경제활동에 있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 과세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에 의해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과세관청의 해석과 과세 관행 등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고,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MB정부 법인세 인하가 朴정부 세수부족 ‘화근’

    MB정부 법인세 인하가 朴정부 세수부족 ‘화근’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법인세 인하 건의를 결국 받아들였다. 세율을 낮춰주면 기업 투자 등이 활발해져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고집을 꺾었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법인세 인하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성장을 통한 복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의 실질 투자는 오히려 전임 노 대통령 시절보다도 감소했다.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로 내려왔다. 세금 수입이 급격히 줄면서 올해 수조원대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해졌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업들을 위해 쓸 법도 한 ‘법인세 인하’ 카드도 구사할 수 없게 됐다. 국가재정도 타격을 입고 정책수단의 여지도 줄어드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기재부는 전년 대비 올 상반기(1~6월)의 세수(국세 기준) 부족이 약 10조원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수치가 확정된 올 1~5월 세수는 82조 1262억원으로 전년 동기(91조 1345억원)보다 9조원 적었다. 감소분의 절반가량인 4조 3000억여원은 법인세에서 줄어든 몫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표(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소득) 2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율을 2008년과 2010년 2차례에 걸쳐 13%에서 10%로 낮춰줬다. 특히 법인세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과표 2억원 초과 기업의 세율을 2009년 25%에서 22%로 내린 데 이어 지난해 다시 20%로 낮췄다. 불과 3년 새 세율이 5% 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계산은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 같은 것이었다. 단위 세수는 줄겠지만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등 성장을 통해 부족분이 상쇄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감세의 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였다. 2003~2008년 평균 0.90이었던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지수는 2009~2012년 0.86으로 떨어졌다. 투자 성향이 1을 밑돌면 영업이익보다 설비투자액이 적다는 뜻이다. 매출 10억원당 몇 명의 고용효과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10대 그룹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1.17에서 지난해 0.78로 쪼그라들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기업들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마다 117명의 고용이 창출됐다면 지난해에는 78개의 일자리만 생긴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면 국내투자는 10조원, 취업자는 18만명,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6조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는 고용이나 투자에 있어 법인세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세수 감소가 완화될 것”이라며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초비상이다. 실제로 상황이 그렇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기 상황을 볼 때 하반기 세수 증가가 기대만큼 이뤄질 가능성이 적다”면서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증세는 적절치 않고, 그렇다고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니 야당에서 반대할 것이고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공항과 같은 대형 공공기관 매각을 통한 재정 확충도 추진되지 않는 가운데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증대 방안도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비과세·감면 제도들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현 정부는 세수 부족과 함께 더 이상 법인세 인하 카드를 쓸 수 없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됐다”면서 “이제는 조세 개혁 없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국적 크루즈에 카지노 허용… 中·동남아 관광객 복수비자 확대

    국적 크루즈에 카지노 허용… 中·동남아 관광객 복수비자 확대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 국적의 크루즈 선박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설치된다. 한국에서 3년간 1만 달러(약 1121만원) 이상을 소비한 외국인을 위한 전용 입국 심사대도 별도로 운용된다. 정부는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관광진흥 확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관광산업 불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및 전략 관광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완화 25건, 제도 개선 29건 등으로 관광산업의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국적 크루즈 선사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최초의 국적 크루즈선인 하모니호가 부산을 모항으로 취항했으나 지난 1월까지 4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적 크루즈선 활성화를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운항을 재개할 하모니호에 첫 카지노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한·중 간 노선 등을 운항할 크루즈에 제한적으로 카지노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는 선상 카지노가 탈법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절한 내국인 출입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크루즈 선사의 규모와 재정 상태 등를 감안해 시행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크루즈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현재 3선석에 불과한 크루즈 전용부두를 2020년까지 12선석으로 늘리고 항만 배후에 관광 인프라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크루즈 산업은 해운·조선·관광 등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발급 기준 완화 등 출입국과 여행사, 숙박, 관광지에 대한 불편사항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우선 중국 유수 대학 재학생, 북경과 상해 거주자, 국내 콘도 회원권 구매자나 복수비자 소지자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에게도 복수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동남아 여행객의 경우에는 복수비자 발급대상이 연 소득기준 1만 달러에서 8000달러로 완화된다. 관광 환경 개선을 위해 바가지 택시, 무자격 가이드, 불법 콜밴 등 불법 행위를 적발할 ‘관광경찰제’는 경찰청 소속 100여명의 특별경찰로 출범한다. 관리는 경찰청이, 사무실·복장 등의 지원활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세제 지원 확대 차원에서 외국 관광객이 호텔 숙박요금에 포함해 지불한 10%의 부가세를 사후 환급하기로 했다. 부가세 환급은 향후 1~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뒤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조현재 문체부 1차관은 “연간 세수가 500억원가량 감소하나 관광수입은 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광휴양시설 투자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이 새롭게 도입되고, 제주·강원 등 부동산 투자이민제가 적용되는 지역에 설립되는 콘도의 경우 그간 2~5인에 1실을 분양하던 데서 벗어나 외국인 1인 분양을 시범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 경우 주거시설로의 전용이 금지된다. 정부는 이 밖에 등급결정 신청을 하지 않거나 허위 표시하는 호텔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호텔업 등급제 개선안과 캠핑장 활성화를 위한 캠핑장업 신설 등을 추진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광산업은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이라며 “이와 관련해 중요한 것이 칸막이 없는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부고] 원불교 서산 이종진 종사

    원불교 서산 이종진 종사가 16일 오전 9시 45분 전북 익산 원불교총부 원요양병원에서 입적했다. 세수 75세, 법랍 47년 5개월. 1939년 정읍 화해리에서 태어난 서산 종사는 1963년 원불교에 입교, 1969년부터 원불교 교무로 재직하면서 감동적인 설교로 원불교 교도와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전북 부안·익산 남중교당 교무를 지낸 뒤 원불교 정수위단원, 대전충남교구장, 교화부원장, 원광대 법당 교감, 중앙교구장,사회복지법인 중도원 이사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종사’ 법훈을 받은 이듬해인 2007년 퇴임, 전국 교당을 순회하며 후배 교무들에게 교리강의를 하다 지난해부터 요양을 해 왔다. 장례는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식은 18일 오전 10시 30분 익산 원불교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다. (063)850-3365.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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